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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품 속 27년 183명 구했습니다”/ ‘지리산 욕쟁이’ 김종복 산악구조대장

    큰 산,지리산에는 큰 사람이 있었다. 산 사람의 자긍심을 지키며 온몸으로 산을 사랑하고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난자를 구해 내려오는 ‘지리산 지킴이’ 김종복(46)씨.산림훼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지리산 욕쟁이’로도 불린다.3개 도,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품(구례읍)에서 태어났다.1976년 19살에 제발로 지리산에 들어간 이래 27년 동안 산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산이 좋고 편하다.”는 그는 89년,처음으로 ‘지리산 산악구조대’(대원 28명)를 만들었다.이후 그들이 구한 조난자는 183명에 이른다. 2001년 10월,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형제봉 아래 폐교인 문수분교를 빌려 지리산 산간학교도 열었다.이곳은 노고단 산장이 맺어준 부인(43)과 예쁘고 건강하고 예의바른 초등학생 두 딸이 ‘지리산 아빠’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보금자리다. ●왜 산에 사느냐고요 학교 주변은 조선조 화가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능가하는 무릉도원.노고단이 먼발치에서 병풍처럼 다가서고 눈앞엔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빚어놓은 수백길 낭떠러지,옹기종기 박혀 있는 다랑이(논),얼마 전 지리산 반달곰이 내려와 꿀통을 훔쳐 먹었던 문수골,면사포를 쓴 듯 수줍음을 터트린 밤나무꽃 군락이 어우러져 있다. “어릴 때는 산이 좋아 산에 갔고 철이 들면서 산이 나에게 찾아 들었지요.내가 좋아하는 산이기에 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찾아서 합니다.” 고교 2학년이던 76년,가방을 내던지고 지리산에 들어왔다.그리고 지리산에 인생을 걸었다.8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범해 산장을 관리하면서 지리산에서 쫓겨났다.하지만 이듬해 호주머니를 털어 산악구조대를 창설,지리산에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1년이면 지리산 종주(2박3일)만도 평균 32번을 한다. 지리산 생활 27년이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864번.그런 그도 얼마 전부터는 산이 두렵다고 했다. “그동안 정말로 지리산을 (손바닥처럼)잘 알고,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자연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자연을 안다고 건방을 떤 거지요.”라고 털어놨다.산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산은 자꾸 겸손하게 살라 말하는데 명예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내 만족감에 취해 산다.”고 웃었다. 86년 교통사고 때 친구 둘이 죽고 자신도 의사들이 포기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기억했다.“살려 주십시오.남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남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3년 뒤 그는 산악구조대를 만든다. ●산에는 사랑이 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반깁니다.배신을 모릅니다.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주변을 배신하지요.” 노고단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거다.정상에 오르려면 힘들고,오르면 허무하고 또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과 같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어느 날인가,그는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아빠가 죽으면 화장해서 지리산에 뿌려라.너희들이 지리산에 아무데나 와서 산을 보고 절하면 된다.지리산만큼 좋은 명당이 어디 있느냐.제사지낼 음식 싸들고 와서 산새들에게 먹이로 줘라.” 3년 전 겨울,자연의 품으로 당당히 돌아간 수녀 2명을 그는 잊지 못한다.시신은 못 찾았지만 눈 속에서 찾아낸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기쁜 맘으로 구조대를 기다린다.자연이 주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노고단에 오르는 수학여행단 인솔교사에게도 한마디씩 늘 잊지 않는다.“지리산은 생태학습장입니다.사진찍거나 몇 시에 성삼재 주차장에 모이라고 큰 소리치지 말고 지리산 야생화 종류,한 때 삶과 죽음만이 존재했던 지리산의 역사 등 의미를 부여하는 자연학습을 해보세요.”라고. ●큰아이 아플 때 딱 한 번 후회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김씨는 “산은 내가 사는 이유요,나의 생명”이라고 대답했다.산의 입장에서 산에 오르라고 한다.산악구조대 초창기에 먹을 쌀조차 없어 갈등도 많았다. “이 길이 걸어가야 할 길이 맞는가.내가 조금만 바깥 사람들을 편들면 쉽게 살 수 있을 텐데….”라고.하지만 “산의 자존심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다.누가 알아주든 말든 봉사하며 사는 그 자체로 만족하자.”는 쪽으로 이내 맘을 고쳐 먹는다고 한다. 지리산 산간학교(1일 80명 숙박 가능)를 기업이나 단체,개인에게 연수장소 등으로 빌려주고 자연보존 교육하고 받는 게 수입의전부다.그는 가난하지만 부자다.마음의 농장이 지리산이다.반달곰도 있고 산삼도 있다.맘에 들면 토끼봉도 주고 반야봉도 떼어준다. 하지만 지난해 큰 딸이 초를 다투는 큰 수술을 받을 때 병원비가 없어 애태우기도 했다.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처음으로 산에 들어온 걸 후회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무능력한 아빠 탓에 혹시라도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면….”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이 때 김씨를 다잡아 준 게 가족이었다.“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요즘 지리산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깊은 골짜기의 산 사람 이야기,산간마을 할아버지들의 언어,빨치산 이야기,뒷등골 큰 바위 이야기 등등. 글·사진 지리산 남기창기자 kcnam@
  • [5·23 부동산 대책 이후](3·끝)눈에 띄는 상품

    상가와 토지 등 수익성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5·23’조치로 서울·수도권과 충청권 일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고,주상복합아파트도 300가구 이상이거나 전체 연면적에서 주거면적이 90%를 웃돌면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성 부동산은 아파트 분양권이나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리스크가 큰 것이 단점이다.잘못 투자했다가 손해 볼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건물 아파트·오피스텔은 피하길 이미 분양받은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권 전매제한에서 제외된다.특히 3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는 프리미엄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반면 법개정 후 분양되는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은 주택건설촉진법이 적용돼 어린이놀이터,노인정 등 부대복리시설을 갖춰야 한다.일반 아파트에 비해 전용률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밀컨설팅그룹 황용천 사장은 “주상복합 투자시 ‘묻지마 투자’는 곤란하다.”면서 “일단 상품 컨셉트를 따져본 뒤 한 건물에 상가·오피스텔·아파트가 함께 들어선 주상복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분당·병점일대 근린상가 유망 상가도 5·23조치의 수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물론 리스크는 감안해야 한다.안정적인 상품은 단지내 상가이다.그렇지만 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분양가가 높다.따라서 분양받을 때는 내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150%를 넘어서는 안된다.또 인근에 대형할인점 등이 들어설 예정인지도 잘 알아봐야 한다. 요즘은 근린상가가 인기다.상가전문가들은 성남 분당이나 화성 병점 일대의 근린상가를 추천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단지내 상가의 낙찰가가 높아지자 근린상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분당 백궁역일대나 병점일대,인천 검암지구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테마상가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투자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상업지역 비중이 큰 곳의 상가는 피하는 것이 좋다.유 소장은 이런 곳으로 안산을 꼽았다. ●펜션은 서울서 2시간내 닿아야 과거에는 농지대신 임야가 인기였지만이제는 농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농지보조금 제도가 없어지면서 농지거래 및 이용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됐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303평 미만은 올해부터 도시민도 주말농장으로 취득할 수 있다.한계농지는 위락시설도 가능하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서울 근교,수도권,택지지구,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지 농지 등은 투자매력이 있는 곳”이라면서 “준농림지가 관리지역으로 통·폐합된 만큼 이런 곳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지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토지의 성격상 단기투자 상품은 아니어서 향후 개발 등 발전전망을 따져봐야 한다. 택지지구내 용지도 유망상품이다.토지공사 등이 올해까지 공급하는 대부분의 단독택지는 근린시설을 넣을 수 있다.이런 단독택지를 노리는 것도 괜찮다.장기적으로 단독택지는 주거환경이 좋을수록 값이 더 오른다. 펜션에 투자하려면 서울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의 동해나 서해안,충청,강원권,주변의 자연경관 등이 좋은 곳을 골라야 한다.관광객이 몰리고 문화·유적·테마 상품과 연계된 지역이 좋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탈북2명 美청문회 증언 내용/ “北, 이란에 무기팔고 원유 구입”

    |워싱턴 백문일특파원|2명의 탈북자가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각각 증언한 북한의 마약 밀매와 미사일 개발·수출 실태 내용을 요약한다. ●북한의 마약 커넥션(전 북한 고위관리) 1998년 남한으로 망명하기 이전까지 북한 정부에서 15년간 일했다.북한은 1970년대 말부터 함경도와 양강도 등의 산간지대에서 비밀리에 마약을 생산,밀매했다.아편을 대대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당시 김일성이 함경도 연사군에서 아편을 재배해 외화를 벌어들이라고 지시했다. 이후 함북 연사군,무산군,온성군,회령 등지의 협동농장에서 아편을 재배,헤로인 등을 만들었다.일반 주민들이 모르게 아편꽃을 ‘백도라지’로 불렀다.1997년 말에는 협동농장마다 10정보씩 아편을 재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아편을 수확해 함북 청진시 나남구역에 있는 제약공장에서 마약을 만들었다.태국에서 데려온 7∼8명의 마약 전문 제조업자들이 참여했다.중앙 정부의 통제와 감독아래 진행됐으며 평양 근교에도 마약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고 들었다.무력성 보위국 산하의 현역군인들이 경계를 선다. 북한은 헤로인과 필로폰을 생산한다.한달에 1t씩 만들며 헤로인은 330g짜리 태국산으로,필로폰은 1㎏짜리 국적불명으로 포장된다. 마약시장이 커지자 북한은 현재 일본 야쿠자,러시아 마피아 등의 국제 범죄조직과 결탁,마약 밀매를 조직적으로 벌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가명 이복구·전 북한 미사일 기술자)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자강도 미사일 공장에서 유도장치의 부품 생산을 담당했다.청년전기연합기업소 산하 소공장 가운데 603,604 분공장을 맡은 기술과장이었다.이곳에선 전자제품을 만들며 미사일 유도장치의 생산과 조립,개발에 관련된 일을 했다. 1989년 여름에는 5명의 다른 기사들과 이란에 가서 미사일 유도차량 발사실험을 했다.남포항에서 출발했으나 15일 동안 선창에서 외부와 차단됐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도착지에서 아랍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 유도차량에 탑승,20분간 전파를 발송했다.미사일 발사체는 다른 곳에 있어 직접 보지 못했다. 평양에 돌아온 뒤 김철만 제2경제분과위원장이 “이란에 갔다오느라 수고많았다.”고 해 처음 알았다.당시 연형묵 총리가 이란에 미사일 유도장치를 팔고 22만t의 원유를 받아 왔다. 이후 미사일 유도장치 생산이 본격화했으며 여러해에 걸쳐 아랍국에 팔았다.이란이 아닌 다른 아랍권에 판 중장거리 미사일 중 일부가 걸프전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mip@
  • “돼지 입맛 맞추기 정말 어렵더군요”/ 음식물쓰레기 사료화 성공… 1만마리 ‘돼지아빠’ 이대규 사장

    지난 90년대 초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그러나 당시 대목을 누리던 처리업자들의 얼굴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그들이 획기적으로 개발했다던 기술들이 돈벌이를 위한 일회성 ‘깜짝 쇼’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산하리 일대 5만평 규모의 농장에서 돼지 1만여마리를 키우며 ‘경기특장개발’이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대규(47) 사장.그는 지금도 음식물쓰레기 얘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음식물쓰레기로 인해 겪은 숱한 고충과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처리 관행이 문제 주위에서는 그를 ‘돼지 아빠’라고 부른다.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만들기 위해 무모하리 만큼 돼지와 씨름한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음식물쓰레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차량이 개발됐는데도 수거 현장에서는 아직도 원시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특장개발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도 만들어산업자원부의 우수품질 인증 심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조달청의 우선 수의계약 자격도 얻어냈다.음식물쓰레기 수거 차량과 자원화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인증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훌륭한 기술과 설비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쓰레기는 여전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는데다 이런 관행을 깨뜨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라고 해서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기존 처리업자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문제라서 섣불리 덤벼들면 몰매맞기 십상이란다. 얼마전 서울시가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하수와 함께 흘려보내는 방안을 내놓자 파문이 일어난 점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반대의견이 많아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이 문제에 대해 그 역시 불만이 많다.이 사장은 “예로부터 조상들은 곡식을 씻은 물도 구정물 통에 모았다가 가축에게 먹였다.”면서 “자원을 그냥 버리려 한다면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돼지 아빠’인가 그가 가꾼 농장에는 음식물 자원화 시설과 돼지막사가 끝없이 이어진다.친환경 우수업체를 견학하려는 공무원과 학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돼지는 아무거나 잘먹고 키우기 쉬운 가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직접 키우면서 여간 까다롭지 않은 입맛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닭게 됐다고 한다. 무작정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돼지먹이로 줬다가 죽은 돼지만도 셀 수 없다.막대한 자금을 들여 사들인 돼지들이 몽땅 죽어버렸을 때는 사업을 때려 치울까 하는 갈등도 많았다.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위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었다.“지가 돼지에 대해 뭘 안다고”“쪽박차면 곧 후회하게 될 걸” 등등…. 각지에서 수거해 오는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항의도 거셌다.단체로 몰려와 항의하는 주민들 때문에 겪은 고충은 경제적인 손실에 비할 바없이 그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을의 머슴을 자처하고 나서 궂은 일을 해결하고 편의시설을 짓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런 고통들은 훗날 성공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좁은 한국을 떠나 세계로 간다 결국 국내 최초로 음식물쓰레기를 전자동화로 처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여기서 생산한 사료를 먹여 최고 육질을 가진 돼지를 사육,전국 계약식당에 출하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1만마리지만 앞으로 3만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해 음식물쓰레기의 사료화 기술과 특수자동차를 수출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0년에는 아예 음식물쓰레기의 사료·퇴비화 사업과 양돈사업 등을 한데 묶어 전담하는 별도회사와 음식물 자원화 연구소도 세웠다.조만간 식품사업 쪽에도 영역을 넓혀 소시지도 생산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0년.고교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박사 연구원들까지 거느린 성공한 ‘돼지 사장님’으로 주위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그의 성공요인을 꼽으라면 단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에 그치지 않고 관련된 사업을 다양화 시켰다는 점이다.돼지사육 외에도 음식물쓰레기 수거 특수차량과 처리기기 등을직접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성공이란 말을 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아직도 남이 잘되면 끌어내리려는 잘못된 업체풍토 때문에 의욕상실에 빠질 때가 많다.”며 울분을 삭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가동중이거나 건설중인 음식물자동화시설은 모두 10여곳,음식물 수거를 위해 특수 제작된 차량만도 200여대에 이른다.일본과 음식물자원화기술 수출협약을 체결,활발하게 기술이전을 하고 있다.또 음식물 수거 특수차량에 대한 수출계약도 체결했다.그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유진상기자 jsr@
  • 치욕 서린 건물도 문화재 등록

    영동 노근리 쌍굴다리와 옥천 죽향초등학교,진천의 옛 덕산양조장,김제의 농장사무실…. 문화재청이 지난주 문화재로 등록을 예고한 15건의 근대 문화유산 가운데 일부이다. 조금 과장하면 노근리 쌍굴다리는 그야말로 볼품없는 콘크리트 덩어리.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한국전쟁 당시 수백명의 민간인이 피살된 곳이다. 죽향초등학교와 덕산양조장은 건축적 가치도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다녔고,현재도 3대가 가업을 이어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김제의 농장사무실은 일본인에 의한 토지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로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의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동안에는 건조물이 얼마나 ‘건축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가 문화재로 등록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이제는 ‘역사’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치욕의 역사와 부정적인 역사도 간직해서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문화 유산으로 과감하게 수용하고 있다는 데서 등록 문화재 제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성부청사였던 서울시청청사.경복궁안에 있던 일(日)자모양의 옛 조선총독부청사는 헐렸지만,본(本)자 모양으로 짝을 이루던 옛 경성부청사는 등록문화재로 보존하게 된다. 일본사찰인 군산의 금강사 대웅전도 포함됐다.1913년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지은 전형적인 에도(江戶)시대 사찰건축을 보여준다.제천기관차사무소 수검고가 등록 대상으로 예고된 것도 눈길을 끈다.1937년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오폭으로 남쪽 부분이 파괴되자 외장을 벽돌로 쌓아 복구했다.건축물로는 순수성을 잃어버렸지만,근현대사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는 더 크다는 것이다. 김정동 문화재위원(목원대 건축학과 교수)은 “이런 것까지 문화재로 등록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좋은 역사만 역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도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문화재로 등록하여 당시의 흔적이나마 남겨놓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등록 문화재 제도는 1876년 개항 이후 한국전쟁에 이르는 동안 만들어진 근대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자 지난해 3월 도입됐다.현재까지 서울 태평로 옛 국회의사당과 강경 남일리 옛 남일당한약방 등 모두 66건이 등록되거나,등록이 예고되어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편집자문위원 칼럼] 스크랩하는 신문을 만들자

    신문을 여러 가지 구독하거나 스크랩을 많이 하는 독자의 경우는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어느 신문을 읽을 것인가 혹은 어느 신문을 스크랩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신문의 면수가 많아지면서 잘 계획을 해서 읽지 않으면 자칫 오전시간을 신문에 치여 진짜 해야 할 일은 못하고 말 때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또 욕심을 내서 이 신문 저 신문 다 스크랩을 하다보면 이내 수북이 쌓이게 되어 정작 필요할 때 찾지도 못하게 되는 휴지더미(?)만 양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그래서 ‘신문보기의 경제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요즘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대한매일의 지면혁신을 중간점검해 본다면 우선 시선을 끄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랄 수 있다.첫째 과감한 편집,둘째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제목,셋째 내용을 한 눈에 꿰뚫게 하는 그래픽과 일러스트 등 3박자의 절묘한 어우러짐 때문이다. ‘사람과 사회’ ‘경제와 e세상’ ‘라이프&스포츠’ 등 각 섹션 프런트페이지의 광고를 허문 과감한 편집은 여백의 미를 잘살리고 있다.특히 지난 21일자 ‘라이프&스포츠’에 실린 조순 전부총리의 요가 포즈 일러스트와 25일자의 미니스커트 모양 기사밑으로 곧게 뻗어나간 각선미를 살린 편집은 적당한 여백과의 조화를 이뤄냄으로써 “편집도 예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어 22일자 ‘사람과 사회’에 실린 해킹관련 기사에서 “정보 ‘술술’,신용 ‘줄줄’”,같은 날 ‘라이프&스포츠’에 실린 백조의 호수 기사에서 “근육질 남성백조,우아한 여성백조”,25일자 취미란의 주말농장 기사에서 “상추·쑥갓 ‘쑥쑥’,가족사랑 ‘솔솔’”,그리고 26일자 1면의 사스 전담 지정병원 취소 문제를 다룬 “주민은 ‘님비’,행정은 ‘혼선’” 등의 대비식 제목은 빠르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도록 하는 압축미가 돋보인다. 또 21일자 ‘경제와 e세상’에 실린 지주회사 연결납세제 혜택이 ‘그림의 떡’임을 나타내는 고양이와 생선 그래픽,22일자 미국경제가 계단에 앉아 고뇌하는 모습 등과 25일자 1면 ‘소비자 지갑 여나’의 지갑 일러스트 등은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있어 그래픽이나 일러스트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식(外飾)만으로 신문의 선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그러한 것들은 일단 독자의 눈을 끌어오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그 다음의 문제 즉,최종 평가는 여전히 기사의 내용이나 질에 달려있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현란한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별 내용이 없을 때에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대한매일은 기사의 질을 높이고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흑백논리가 만연하고 언론계의 편가르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작금의 언론풍토에서 신문이 살아남는 길은 충실한 정보제공과 문제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각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고,문제를 제기하되 그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심층 인터뷰와 함께 공무원 행동강령,공무원 차등정년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인사청문회에서 집중공격을 받았던 인사에 대한 반론기회 제공 등이 눈에 띄었다.그리고 ‘미국 매파들의 실체’ ‘석유보고 카스피해’ ‘일본의 구조개혁특구’ 등 제법 스크랩거리도 많았던 한 주였다. 라 윤 도 겅양대 문학영상 정보학부 교수
  • 농사체험 주말농장 인기 / 상추·쑥갓 ‘쑥쑥’ 가족사랑 ‘솔솔’

    행복이 따로 있나요.완벽한 계획도,목돈도 필요없는 주말농장에 가면 가족의 기쁨이 소록소록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죠.”봄비가 부슬부슬 오던 지난 20일.주말농장의 명맥을 14년간 이어온 서울 서초구 대원농장에는 봄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촌의 흙냄새와 푸른 공간을 느끼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댔다.지난 17일 파종을 시작했으니 많은 농장 가족들에게는 처음으로 주말에 밟는 흙이다.하긴 비 온다고 농사 안 짓더냐.농사를 핑계삼아 비에 흠뻑 젖어 보기도 하고,채소밭에 물 안주어도 되니 오히려 일석이조 인 것을…. 주말농장 경력 6년차 안영민(50·자영업)씨는 이제는 주말마다 흙을 밟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는’ 농장지기. “작은 텃밭에서 가족이 함께 채소와 열매들을 가꾸고,그것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우리 가족의 사랑도 익어가는 것 같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말농장 자랑이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성혁(44·회사원)씨와 박선화(44·주부)씨,염정식(46·회사원)씨와 김은경(43·주부)씨 부부도 주말마다 풀내음을 맡은 지 각각2년,3년이 됐다. 고3 학부모라 아이들이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그러니까 더더욱 주말농장을 찾아야 한단다. “공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하길 바라야지 부모가 옆에서 ‘해라,해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요.여기에 오면 평일에 느꼈던 고3 학부모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가 돼요.”(염정식) “우리 같은 회사원에다 수험생 자녀까지 둔 사람들한테는 주말농장이 스트레스도 풀어주고,휴식도 안겨주면서 유기농 야채까지 주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역할을 하는 고마운 곳이죠.”(성혁) 김은경씨도 얼굴에 싱그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주말농장이 생활의 활력이에요.한 주라도 거르면 애써 키운 것이 쭉정이가 돼버려 부지런해야 하죠.그렇게 부지런을 떨며 키운 것들을 수확하고 이웃에게 나눠줄 때의 뿌듯함이란 말로 설명하기 어렵죠.” 놀이동산에서 친구들과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을 법한 아이들도 온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곳곳에 흙이 묻어있는 상추 모종도 척척 안아든다. 이곳에서 10대째 밭을일구고 있는 대원농장주 김대원(49) 회장은 아이들을 보며 농장을 ‘농업예비군 양성소’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이란 게 어디서 나오겠습니까.호미와 괭이를 잡아본 사람이 농사를 알고,땅을 알고,환경을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여기는 작게는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인 농사를 배우게 하고 크게는 농림부와 환경부 장관,농경제학 교수 등을 배출하는 바탕이 되는 곳이지요.” 도시민들의 또 다른 휴식처가 된 대원농장에는 5000여평의 땅이 3평씩,1000여개의 작은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주말농장 가족을 모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벌써 1170개의 텃밭이 주인을 찾았다. 아직도 끊임없는 신청과 문의 전화에 대원농장의 안주인이자 농가주부회의 대모(代母) 최성희(46) 회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땅을 일궈 직접 채소들을 심고 김 매고 물 주며 땀 흘리다 보면 한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일하는 기쁨을 새록새록 느끼게 된다.또 배추,호박,상추 등의 씨를 직접 뿌리고 김도 매고 가을에는 수확도 손수하면서 자녀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환경의 중요성과 노동의 신성함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최여경기자 kid@ ■알고 시작하세요 주말농장은 우리 조상들이 집 근처에 자투리 텃밭을 이용해 신선한 채소를 직접 재배했던 ‘텃밭 문화’를 재현한 것이다.현재 전국에 3000여개의 주말농장이 운영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말농장과 과수원의 임대 가격은 해당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평당 1만원 안팎이다.1년에 3만∼7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면 3∼5평 정도의 텃밭에서 무,배추,상추,얼갈이,쑥갓,겨자채 등을 키울 수 있다.곳에 따라 농사에 서툰 도시민들을 위해 모종과 씨앗을 제공하는가 하면 수확 때까지 현장에서 농사기술 지도를 해주는 데가 있고,땅만 제공하는 곳이 있으니 사전에 경작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농협과 서울시 농업기술센터,각 자치단체 등이 농장주와 도시민을 연결시켜 주는 등 주말농장 분양에 나서고 있다.보통 이르면 2월,늦게는 4월까지 분양한다.지금도 주말농장을 신청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 그러나 신청 전에 흙을 만지는 수고와 시간을 꾸준히 투자할 자세가 돼 있는지 진지하게 되물어 보자.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 주말농장뿐만 아니라 주말 과수원,주말 목장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과수원은 사과,배,복숭아,포도,감,밤,유자 등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임대 기간은 1∼3년이다.참여 회원당 5그루 정도 분양한다. 목장은 주로 사슴 종류를 개인에게 1∼3마리 정도 분양하지만 꽃사슴 1년생의 경우 최소 50만원,위탁관리비 1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농협 홈페이지(nonghyup.com)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agro.seoul.go.kr)에서 각 농장에 대한 상황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주말농장닷컴(www.jumalnongjang.com),검단산 주말농장(www.gumdansan.co.kr),덕소주말농장(www.ok-farm.com),쉼터주말농장(www.swim-teo.co.kr),우림주말농장(www.woorimfarm.com) 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여경기자
  • 北 핵과학자 망명 ‘족제비작전’ / 작년 발리테러 다음날 ‘007작전’

    북한핵 문제를 논의할 북·미·중 3자회담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을 주무대로 한 북한 핵과학자의 망명극이 외신을 타면서 그 진위 여부와 파장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의 주말판 ‘위크엔드 오스트레일리언’은 북한의 고위급 군인과 경원하 박사 등 핵과학자 20명 가량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의 도움으로 미국 등에 망명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내용의 구체성이나 11개국이 연루된 광범위한 국제적 성격 때문에 국제 외교가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특히 이들의 망명이 일명 ‘족제비 작전’(Operation Weasel)이라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거쳐 호사가적 궁금증을 자극한다. ‘위크엔드 오스트레일리언’은 이들 북한 고위 관계자의 망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이에 앞서 미국 등 11개국이 이들을 중국에서 다른 안전한 피신처로 빼돌리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평양-베이징-나우루-미국을 잇는 ‘족제비 작전’은 발리 폭탄테러가 발생한 다음날인 10월12일부터시행에 들어갔다.한 미국계 변호사가 ‘워싱턴과 베이징에 나우루 대사관 설립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나우루의 전 대통령 르네 해리스에게 보내면서부터였다는 것이다. 나우루의 전 재무장관인 킨자 클로두마는 지난해 10월 나우루 대표단 일원으로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이같은 망명작전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북한의 핵과학자와 그의 가족을 중국의 한 농장에서 나우루 영사관 승용차를 통해 한 대사관으로 데려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이 작전에는 미국과 나우루를 포함해 뉴질랜드,태국,필리핀,스페인 등이 참여했으나,호주는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도의 신빙성이다.북한은 물론 미국·중국·나우루 등 관련국 모두 20일 현재까지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미국이 북한 망명자 지원문제와 관련,나우루와 협의한 적이 있음을 한 미국 소식통으로부터 확인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나우루가 미국의 지원으로 이번 작전에 참여했을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나우루는 타이완과 단교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적 21㎢,인구 1만 2000명의 소국인 나우루는 비료원료인 인광석 수출로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7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부유한 나라였다.하지만 인광석 매장량이 고갈되면서 2001년에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로 급감했다. 구본영기자 외신 kby7@
  • 기고/ 北, 외국관광객 유치 적극 나서라

    평양에도 ‘자유의 창’이 조금 열리는 듯하다.인도적 지원단체인 ‘이웃사랑회’일행과 함께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통제는 과거와 비교해 조금 완화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이러한 느낌은 우선 북한 안내인들로부터 받았다.대동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기 위해 북한 안내인에게 물었다.“평양에서 조깅을 하고 싶은데요.”통제된 북한체제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마음대로 하시라요.” 아침 5시30분쯤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을 나섰다.이른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출근하는 사람들 같았다.그들 사이에서 조깅을 했다.그들의 표정은 계절의 봄만큼 밝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평범한 모습이었다.대동강변에 있는 버드나무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북한은 평양거리에서의 자유로운 사진 촬영도 허용하고 내용도 점검하지 않았다.전에는 사진을 현상하여 점검했었다고 한다.양각도 국제호텔 카페에 있는 여성 종업원의 표정도 밝았다. 평양시 강동구 구빈리에 있는 젖염소 시범농장에 있는 사람들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시범농장에는 1200명의 농장원수(농장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임기남 지배인은 “젖염소가 늘어나 젖의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올해는 400t의 젖을 생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웃 사랑회’는 구빈리 농장 등에 젖소 30여마리를 기증하기로 했다.임 지배인은 젖소를 보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젖염소보다 30배나 더 먹는 젖소의 사료공급과 멸균처리 시설의 확충 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 지배인의 걱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평양의 밤이었다.평양의 밤은 깜깜한 어둠뿐이었다.낮의 밝은 모습은 깊은 어둠에 잠겼다.호텔에서 어두운 평양시내를 내다보며 평양의 밤을 밝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그중의 하나가 관광이었다.북한은 체제불안 때문에 과감한 관광 개방에 한계가 있지만 제한적이나마 외국 관광객 유치를 적극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관광은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북한은 특히외국인들에게 매력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는 북한의 폐쇄적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다.북한에는 백두산·금강산·묘향산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도 풍부하다.북한은 우선 일본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서울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연 250만명인데 이들중 일부를 북한 관광과 연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일본 관광객들을 버스에 탄 채 판문점을 통과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일정은 평양이나 묘향산·금강산 등 이미 개방된 관광지를 돌아보는 3박4일 정도면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인들의 금강산 육로관광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금강산 육로관광은 남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면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려면 금강산을 국제적 리조트로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금강산이 종합 관광리조트로 개발되면 유람선을 이용한 대규모 일본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일본의 연간 관광소비가 25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인 관광객의 유치는 북한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북한의 관광이 개방되면 일본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관광개방은 어두운 평양의 밤을 밝게 해주는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박 춘 규 한국관광공사 북한사업단장 명예논설위원
  • “당도 높은 귤… 없어서 못팔아요”/ 한약재 비료등 특허 27건 취득 ‘감귤벤처농’ 김도진씨

    오랫동안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했던 제주 감귤이 폐농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농가에선 난리다. 소비자들은 값싸고 달콤한 수입과일은 쏟아져 들어오는데,제주 감귤은 예전의 맛이 아니라고 투덜댄다. 농가들은 감귤이 잘 팔리지 않자 출하가격을 낮추고,값이 싸지니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마구잡이로 과잉출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과잉생산으로 다시 가격은 폭락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일부 농가는 변덕스러운 도시민의 입맛이 변했다고 화살을 소비자에게 돌린다. 그러나 일반 제주감귤보다 3배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도시 백화점에서 없어서 못파는 제주감귤을 생산하는 김도진(金道珍·53·제주시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씨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김씨는 “화를 자초한 것은 감귤농가 자신들”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1만여평의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의 연간 순수입은 3억원 정도.2001년 ‘김도진감귤’로 최초의 농산물 실명브랜드 시대를 열면서 신약재 및 은박지씌우기 재배법으로 27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그의 성공담을 더듬어 보면 지칠 줄 모르고 ‘원칙대로 해보자.’는 벤처정신이 배어있다.김씨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뒤 허드렛일을 다해보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3000평 정도의 감귤농사에 뛰어들었다.몇년후 제주감귤의 싱싱한 맛을 좀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도록 ‘저장법’에 관심이 쏠렸다.김씨는 “천연소금 등을 사용해 싱싱함을 유지했다.”고 소개할 뿐,구체적 기법은 공개하기를 꺼려했다. 김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포장법’에 몰두했다.그는 “결국 소비자에게 신선한 감귤을 제공하려면 단순히 보관만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단위를 줄여 방금 딴 감귤을 제때 공급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15㎏ 단위 박스포장을 10㎏→7.5㎏→손잡이가 달린 5㎏→9알짜리 망사포장 등으로 줄였다.판매가 늘고 농장 규모가 커졌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했다.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귤을 만들고 싶었다.당도가 높은 감귤을 작은 단위로 포장해 오래 보관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인 셈이다.한약재·어분·유기질비료 등 17종의 혼합재를 비료로 쓰고 토질을 개량시켰다.혼합재의 종류와 배합 비율은 그만의 특허 기술이다.또 감귤 하나하나에 은박지를 씌웠다.당도를 높이는 데에는 일조량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감귤을 싼 은박지가 각각 햇볕을 반사하고 눈부심 때문에 조류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 3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2001년 일반 감귤의 당도 9∼10브릭스(brix·당도단위)보다 높은 13∼14브릭스의 ‘김도진감귤’이 탄생했다.값이 비싸도 주문이 잇따랐다. 그러나 김씨는 새로운 재배법을 만들기 위해 개발비 2억 7000만원을 쏟아부었다.주위 농가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그는 “개발을 시작하기 이전엔 일반 감귤도 제주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날개돋친 듯 팔릴 때였다.”면서 “농가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감귤코팅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귤 코팅이란 맛보다는 겉 빗깔을 곱게 보이기 위해 섭씨 230도의 고온에 감귤을 노출시키는 기법이다.김씨는 지금도 성행하는 감귤코팅을 가리켜 “과일을 삶아버리는 꼴이니 신맛이 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독특한 재배법을 다른 농가에도 확산시키고 싶었다.지금은 9개 농가에서 김도진감귤을 생산하고 있다.17종의 혼합재를 손으로 일일이 섞다보니 힘이 들고 능률도 떨어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와 협동조합측에 대형 원심분리기를 도입하자고 요청했다.한꺼번에 많은 혼합재를 만들어 더 많은 농가에 배포하고 싶은 욕심이다.눈속임과도 같은 감귤코팅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모두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수입농산물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버리는 것이란 쓸데없는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질 나쁜 과일은 과감히 솎아내자는 말이다. 반평생 감귤농사를 지어 온 현명한 제주 농민의 목소리다. 김경운기자 kkwoon@
  • 미군, 후세인 의붓동생 체포

    |캠프 아스 살리야(카타르) 연합| 사담 후세인의 의붓동생이자 후세인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사진)를 체포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17일 발표했다. 중부사령부 대변인인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세인의 고위 보좌관을 지냈던 알 티크리티가 이라크 정보원으로부터 비밀정보를 입수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바그다드 시내에서 붙잡혔다고 밝혔다. 알 티크리티는 최근 체포된 사담의 의붓형제인 와트반 이브라힘 하산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돼왔다. 당초 알 티크리티는 바그다드 서부 라마디 지역의 농장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으나,그동안 바그다드 내에서 숨어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세인의 또 다른 의붓형제인 사바위 이브라힘 하산 알 티크리티는 이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달팽이 키우며 느리게 살아요”/ 교육용 애완동물로 인기

    “달팽이는 키우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생명의 신비감도 일깨워줍니다.” 달팽이가 새로운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애완견처럼 목욕을 시키는 등의 번거로움이 없고 성장과정을 관찰하면 생명체의 신비감을 엿볼 수 있어 어린이들의 과학교육용으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알을 깨고 나온 애기 손톱만한 달팽이가 점점 자라나 주먹 크기만한 크기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하찮게 치부돼오던 달팽이도 인간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지난해부터 달팽이를 애완동물로 길러온 김수용(사진·29·케이비 테크놀로지 연구원)씨는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느릿느릿 기어다니며 움직이거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 등을 지켜보면 너무너무 귀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의 경이로움까지 알려주는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씨의 달팽이 키우기는 우연하게 이뤄졌다.유치원 교사이던 부인 온윤수(29)씨가 지난해 방학기간 동안 유치원에서 기르던 달팽이 알을 집으로 갖고와 보살피면서 시작됐다.“아내가 갖고온 40개의 달팽이알이 1주일쯤 지나자 30마리의 달팽이로 부화됐죠.이중 유치원에 20마리를 되돌려 주고,친척에게 5마리를 분양해준 뒤 남은 5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씨가 키우는 애완동물 달팽이는 식용이 가능한 아프리카산이다.야행성 동물이어서 밤에 움직이지만,비가 내릴 때에는 낮에 활동하기도 한다.수명은 2∼4년.하지만 8개월쯤 지나 첫번째 알을 낳고 나면 그 때부터 늙어간다.“얼핏보기에는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실제로는 생각보다 빨리 움직여요.겨울철에는 잠을 자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움직이는 등 계절을 바뀌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도 해준답니다.” 달팽이는 보통 1주일에 한번 배설하는데 배설하면 모래를 갈아주면 된다. 여름철에는 모래가 촉촉할 만큼 물을 뿌려주는 등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에 키우기가 쉬운 편.먹이도 상추·배춧잎·과일 및 달걀 껍질 등이면 충분하다. 6개월째 달팽이를 키우는 김현주(34·여·학원강사)씨도 “달팽이는 애완견과 같이 배설물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등 잔손이 가지 않아직장인들이 기르기가 쉽다.”며 “달팽이도 세밀히 들여다 보면 먹이를 먹을 때 자기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등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고 전한다. 달팽이를 구입하려면 진성농장(www.js-snail.wo.to)이나 선영이네농장(www.snailery.com) 등을 찾으면 된다.가격은 1㎏(25마리)당 8000원 선이다. 김규환기자 khkim@
  • “어른공경 으뜸 아이사랑 1등”/ 서대문區 ‘눈에 띄네’

    ‘어른 공경 으뜸구,아이 사랑 1등구’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가 공경과 사랑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민들이 경로효친 사상을 실천하도록 구청이 적극 지원하고,어른들에게는 생활의 활력과 생계 보전을 위한 사업을,어린이에게는 신나고 즐겁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할 방침이다.대부분 자치구들은 이 업무를 사회복지과나 가정복지과에서 맡지만,서대문구는 모든 부서가 나섰다. ●어린이공원 관리 경노당에 위임 우선 어린이 공원의 관리를 경로당에 맡겼다.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게 하고,할아버지들에게는 일거리 제공과 함께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놀이터를 관리토록 한 것.32개의 공원을 32개 경로당에 8200만원을 주고 맡겼다. 청소년과 젊은 층 위주로 운영해 온 생활체육교실을 올해부터 어린이와 노인들로 확대 했다.지난 2월부터는 북가좌2동 노인복지센터와 독립문 노인대학 등에서 노인 건강교실인 ‘덩더쿵 체조’를 신설했다.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에도 포함됐다.어린이를 위한 어학·예능·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한다.학교에서 소홀히 할 수 있는 예절·역사 등 교양강좌도 개설했다. ●노인 건강·여가 프로그램 운영 노인을 위해서는 건강 및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주민자치센터의 방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정을 찾아가 강좌도 연다. 나이와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다양한 내용의 생활체육대회도 개최,‘어른 공경과 아이 사랑’의 정신을 펼쳐 나간다.어린이 수영,어린이 태권도·축구·배드민턴·검도·탁구·테니스 대회도 예정해 놓고 있다. ●홀로노인·결식아동 푸드뱅크사업 홀로사는 노인과 결식아동을 위해 푸드뱅크사업도 벌인다.의지할 곳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생일상 차려주기,영정사진 찍어주기 사업도 하고 있다.65세 이상 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배우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팅’도 주선하기로 했다. 새싹들을 위해서는 구립어린이집 16곳에 초음파세척기를 사줘 건강을 돌보도록 하고,학습을 돕기 위해 주말농장,문화공연,쓰레기매립장 견학 등의 이벤트도 계획했다. ●화목한 ‘고부간 나들이' 행사 추진 고부간의 갈등을 해소해 주자는 차원에서 화목한 ‘고부간 나들이’도 추진한다.구의 실정에 맞는 종합적인 복지정책방향 수립을 위해 이화여대에 8000여만원을 주고 용역을 맡겼다. 동별로 참여하는 맛자랑 경진대회를 열어 이곳에서 만든 음식을 홀로 사는 노인들이 나눠먹게 하는 ‘어르신과 전통음식나누기’ 행사도 계획중이다. 현 구청장은 “민족의 전통 정서인 경로효친사상을 구정에 접목시키려 한다.”면서 “서대문구를 어른들이 공경받고 아이들이 사랑받는 곳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17년전 악몽’ 화성 연쇄살인사건 / 그곳은 아직도 떨고 있다

    장기미제사건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폐해가 심각하다.강력 사건의 범인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80,90년대 미궁에 빠진 대표적 강력사건인 화성연쇄살인과 이형호군 유괴피살의 ‘사건 이후’를 점검하고,사회적 예방책과 치유방안을 진단해 본다. 화성은 아직도 떨고 있다.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부녀자 10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경기도 화성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극심하다.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살인마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밤이면 공포에 휩싸인다.유족들의 가슴 속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앙금처럼 남아 있다. ●시효없는 유족들의 고통 “범인 잡는 공소시효는 지났다지만 딸을 잃은 마음의 생채기에 시효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8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에 사는 할머니 김모(76)씨는 아들 이모(52)씨와 함께 집 앞 공터에서 수십장의 빛바랜사진과 옷가지를 태우며 울먹이고 있었다.회한이 서린 집을 부수고 새로 집을 짓기 위해 공사를 하다 발견한 딸의 흔적이었다.사진 속에서는 86년 12월 밤에 귀가하다 처참히 살해된 김씨의 딸(당시 23세)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딸을 잃은 후유증으로 하루하루를 심장약으로 버티고 있다는 김씨는 “죽을날이 가까워 이젠 가슴속의 딸을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면서 “딸한테 가기 전에 범인이 잡히는 모습을 꼭 봐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들 이씨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동생의 사진과 유품을 버렸는데,어머니가 일부를 17년 동안 몰래 간직하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해 인근 태안읍에서 딸 권모(당시 25세)씨를 잃은 소모(72·여)씨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10년전 화성을 떠나 경기 평택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소씨는 “지금도 고향인 ‘화성’ 얘기만 들으면 가슴이 떨려 밤잠을 설친다.”면서 “이사한 뒤에는 딸의 유골이 뿌려진 고향 근처엔 가지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불안한 주민들 모두 5명의피해자가 발생했던 태안읍 일대는 최근 택지개발 붐으로 사건 현장이 거의 다 아파트건설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동네 어귀에서 만난 주민 김모(42·여)씨는 “아직도 불안과 공포는 여전해 밤에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그는 지금도 전화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순찰대 번호로 자동 연결되도록 단축 다이얼을 지정해 놓고 있다. 두 명의 여학생이 희생된 태안읍 A중학교에서도 어두운 흔적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노초록(15)양은 “가끔 친구들끼리 17년전 희생당한 선배들이 공부하던 교실과 책상을 가리키며 ‘우리도 혹시 비슷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며 수군거린다.”면서 “선생님들도 틈만 나면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귀가용 렌터카와 상담소에도 주민 발길 잇따라 어둠이 밀려오자 화성 일대에는 자체 조직한 ‘민간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승합차를 타고 학교 주변이나 농지 등 우범지역을 순찰했다.정남면 자율방범대 윤태준(45·사업) 대장은 “으슥한 산길과 가로등이 없는 취약지역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면서 “부족한 경찰 인원으로는 서울보다 넓은 화성지역을 순찰할 수 없어 주민이 스스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심야 귀가용 렌터카’가 속속 눈에 띄었다. 박모(36·여)씨는 “밤 11시가 넘으면 버스는 물론 택시도 끊기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는 주민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지난 99년 주민들의 요구로 도입된 렌터카는 갈수록 수요가 늘어 당초 57대에서 257대로 급증했다. 2001년 6월부터 민간 자원봉사자 12명이 꾸리고 있는 ‘화성시 가정상담소’ 진인문(50) 소장은 “주민들이 유사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30여명의 주민이 상담을 신청,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화성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 ■사건 개요·수사 상황 ‘얼굴없는 살인마’는 화성지역의 인적이 드문 논바닥과 야산 등지에서 10대 여중생에서부터 7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처참하게 살해했다. 88년과 90년,91년 발생한 7,9,10차 사건을 빼고는 살인사건 공소시효인 15년을 모두 넘겼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은 범인이 잡혀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지만,주민의 불안감을 씻고 나머지 사건들의 해결 열쇠를 찾기 위해 수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최근에는 화성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나 소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의 진실은 베일에 가려 있고,유가족의 가슴에 맺힌 한도 풀리지 않고 있다.경찰은 희생자들이 ▲성폭행당한 뒤 목이 졸렸고 ▲두 손이 뒤로 묶였으며 ▲희생자의 옷으로 재갈이 물렸고 ▲흉기로 시체가 모독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왔다.범인이 검거된 8차사건 등 일부는 모방사건으로 추정하지만,대부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동원된 경찰만 연인원 180만명이 넘는다.1만 8000여명이 증인·참고인·용의자 등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됐고,지문과 유전자 감식 의뢰건수만 4만여건에 이르렀다. 사건의 비중이나 파급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았다.용의자로 지목된 3명이 고문이나 수사 후유증으로 숨지거나 자살했다.한 용의자는 92년 6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연행된 뒤 당직 변호사와의 단독 면담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1년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 수사는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화성을 떠난 주민이 많은 데다 제대로 보존된 증거자료도 거의 없어 추가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97년 이후에는 수사본부가 대폭 축소돼 수사본부장인 화성경찰서장과 수사과장,형사계 요원 등 모두 7명만 편제돼 있다.태안파출소에 수사본부 팻말이 걸려 있지만,수사본부 요원들은 다른 강력사건도 함께 맡고 있다. 화성경찰서 형사2계장 방종찬(46) 경위는 “9차 사건 용의자의 머리카락 모근이 남아있는 만큼 당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의 변태성욕자 등이 적발되면 DNA 대조 작업 등을 벌일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사 진척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화성 이두걸기자 douzirl@ ■미제사건 사회적 후유증 강력 미제사건은 ‘다음에는 내가 피해자가 될 수있다.’는 극도의 공포심을 확산시킨다.일부 시민은 자신을 예비 피해자로 상상하기도 한다. 때문에 시민들은 사건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심리에 빠져든다. 전문가들은 화성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밤길을 피하거나 빨간 옷을 꺼리고 사건 현장과 비슷한 야산 등지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분석한다.오래도록 범인이 잡히지 않아 공포심이 가중되면 시민들은 ‘나를 방어할 사람과 사회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호신장비나 방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자구책을 찾게 된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불신하게 되고,막연한 불안감으로 주변사람을 불신하고 적대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40·범죄사회학) 교수는 “미제 사건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은 범인이 잡히고 나서도 단시일 내에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내 시간·비용의 중복투자가 계속 뒤따르게 되고,또 다른 ‘모방범죄’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계속된다.”고 설명했다.그는 “수사기관은 72시간 내에 현장에서 대부분 소멸되는 중요 증거와 단서를 확보토록 초동수사 시스템을 강화하고,최소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사건 진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공황장애’ 전문가인 유상우(40)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강력 미제사건의 직·간접 피해자들은 세월이 흘러도 악몽을 꾸거나 극도의 긴장상태를 보이는 등 ‘병적인 불안’ 상태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기 쉽다.”면서 “주변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적절한 심리치료만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표창원(37·범죄심리학) 교수는 “실적과 승진,고위층의 요구에 더 신경쓰는 한국의 수사관행으로는 미제 사건과 그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 치유에 우선 순위를 두는 수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英등 외국에선 “완전범죄는 없다.20,30년이 걸리더라도 범인은 꼭 잡아낸다.” 영국 클리블랜드 경찰은 1989년 87세 여성을 성폭행한 뒤 달아났던 A(34)씨를 최근 구속했다.사건 초기 범인을 놓쳤던 경찰은 과거자료를 토대로 유전자분석 등 첨단 수사기법을 이용,14년 만에 사건을 해결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밖에도 1980년대 중반 10,20대 여성 68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기차역 연쇄살인사건’의 범인과 1993년 이탈리아 출신 10대 유학생을 성폭행했던 교사도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쇠고랑을 찼다. 이처럼 수십년이 지난 미제사건이 속속 해결되는 것은 영국 경찰의 합리적인 수사 시스템 때문이다. 영국의 일선 경찰서는 사건 발생 이후 14일 이내에 범인을 잡지 못하면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즉각 전국 32개의 ‘미제수사팀’으로 전송한다. 형사와 법의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제팀은 이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2년마다 한번씩 재수사를 한다. 재수사에서는 최첨단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하게 된다. 일단 범인이 잡히더라도 사건의 진실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몇년씩 보강수사를 벌이는 것도 영국·캐나다 등 외국 수사체계의 주요한 특징이다. 지난해 캐나다를 떠들썩하게 한 ‘돼지농장 연쇄살인 사건’은 장기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수십 명의 매춘여성이 살해돼 밴쿠버 외곽 한 농장에 묻혔던 이 사건은 지난해 초 범인이 잡힌 뒤에도 1년이 넘도록 보강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고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깊이 2m의 흙더미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범인의 진술과 달리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초동수사 때 범죄현장을 철저히 보존,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냉동보관소에 보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면서 “냉동보관소도 태부족하고 시체나 증거 등을 장기간 보존하지도 않아 재수사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화제의 사이트] www.morningsalad.com

    “매일 새벽 싱싱한 샐러드를 배달해 드립니다.” 밥상 위의 ‘녹색혁명’을 주도하는 ‘모닝샐러드(www.morningsalad.com)’는 신선한 야채만 포장,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수도권 농장에서 직송된 20여 종류의 야채를 12시간 안에 샐러드로 만들어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배송한다.지난해 7월 처음 문을 연 뒤 입소문이 퍼져 가입회원이 5000명을 넘어섰다. 180g짜리 샐러드 1인분이 3500원,250g짜리 2인분이 4500원이라 한끼 식사로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저칼로리의 건강식을 찾는 현대인의 구미에 잘 맞고 아침을 거르기 쉬운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고객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소한 불만을 모두 공개하고,이를 바로 잡아 나간다는 영업 방침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허주일(사진·32) 대표는 “신선하고 깨끗한 야채로 식생활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아삭아삭 씹는 맛이 시원한 샐러드로 소비자의 가정에 ‘건강한 행복’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 부시의 전쟁 / 여기는 이라크 전선 / 쿠웨이트서 급수 받는 움 카스르

    움 카스르(이라크 남부) 김균미·도준석특파원 타들어가던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움 카스르에 ‘생명수’가 흐르기 시작했다.지난달 30일 움 카스르를 장악한 영국군이 비무장지대(DMZ) 안팎을 가로질러 2.6㎞에 이르는 상수관을 건설,쿠웨이트 정부에서 제공한 식수를 3만 5000여 움 카스르 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DMZ관통 2.6㎞ 상수관 건설 영국군은 지난달 31일 DMZ밖 유엔 이라크-쿠웨이트 국경감시단(UNIKOM) 숙소 근처에서 가동에 들어간 상수관을 공개했다.쿠웨이트의 국경도시인 압달리 농장에서 DMZ내 UNIKOM 사무실로 연결된 상수관을 DMZ밖 이라크쪽 숙소까지 연장하는 공사가 5일 만에 끝나고 식수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새퍼 스프링’으로 명명된 이곳 상수관 근처에는 움 카스르와 움 카야,아즈르마야,심지어 바스라에서 온 물탱커 트럭 10여대가 물을 받아가려고 줄서 있었다.지름 200㎜의 PVC관을 통해 콸콸 쏟아지는 물로 20t짜리 탱커를 채우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이라크 운전사들과 10대 소년은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의 영국군과 격의없이 얘기를 주고받았다.조금 떨어진 철조망 너머에는 영국군이 국경 근처 마을 주민들을 위해 따로 연결한 관으로 물을 받아가는 주민들 모습이 보였다.이날 하루 동안 100만ℓ의 물이 제공됐다.물맛도 좋고 시원했다. 상수관 연결공사를 담당했던 영국군 휴 워드 소령은 “식수를 매일 200만ℓ씩 움 카스르와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로 공급하게 됐다.”면서 “어제 어린이들이 마실 물이 없어 고통스러워해 하루 앞당겨 20만ℓ를 공급했다.”고 말했다.워드 소령은 탱커 트럭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이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움 카스르 주민들은 그동안 바스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왔다.연합군의 공격으로 전력 및 상수시설이 파괴돼 마실 물이 귀해지자 움 카스르 주민들은 탱커 트럭에 물을 싣고와 파는 업자들에게 ℓ당 10디나르(약 미화 30달러)를 내고 물을 사마셨다. 새퍼 스프링이 가동되면 무료로 물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되던 지난달 30일 영국군이 물세를 매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새퍼 스프링의물을 개인 탱커 트럭 소유자들이 싣고 마을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수송비와 연료비조로 ℓ당 5디나르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영국군은 돈을 받고 물을 파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英 하루 200만ℓ 물 공급 ‘민심얻기' 식수공급이 재개된 이날 움 카스르 주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30명의 외국기자들은 낭패를 맛봤다.주민들이 언론 접촉을 극히 꺼리고 있다는 것.아니 두려워하고 있다고 영국군측은 설명했다.그러나 이미 서방 TV를 통해 이들의 모습이 공개된 마당에 언론의 주민 접촉을 제한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움 카스르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군 스티브 콕스 대령은 시내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사담 후세인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후세인에 충성스러운 민병대나 바트당원들이 언제 보복할지 몰라 집안에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고 했다.여전히 불안하다는 소리다. 시내 곳곳엔 아직 후세인의 사진이 나붙어 있다.미군이 이라크 마을에 진입하면서 후세인의 사진을 찢는 장면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콕스 대령은 “주민들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진을 뜯어낼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은 12년 전 시민봉기를 촉발시킨 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피의 보복을 당하게 만든 미군에 대한 원한과 불신이 매우 깊다.콕스 대령은 “움 카스르 주민들이 우리를 믿도록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물과 전기,안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인 바트당원들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전기공급도 31일 재개됐다. 움 카스르 진주 8일째인 31일까지 영국군은 30명의 바트당원들을 체포했고,나머지 5∼6명과 항구 근처 창고 등에 숨어 있는 이라크 정규군 잔당을 색출하고 있다. 주민들이 바트당원들이 숨어 있는 주소와 이름을 쪽지에 적어 건네주고 있다.영어를 할 줄 아는 의사나 교사가 영국군을 돕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순찰중인 영국군에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영국군과 축구를하는 아이들 모습도 가끔씩 눈에 띈다고 한다. 움 카스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과 30년간 짓밟혔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고 인간답게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콕스 대령은 말했다. kmkim@
  • [씨줄날줄] 반전가요

    “얼마나 더 많은 포탄이 터져야만/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끝날까?/친구여,묻지 말아요/오직 바람만이 알고 있는데.”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은 지난 1960년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을 부르며 평화를 외쳤다.1941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미네소타대 2학년때인 1961년 학업을 때려 치우고 통기타 하나만을 달랑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진출,동갑내기인 ‘포크의 여왕’ 조앤 바에즈와 함께 반전과 저항의 시대정신을 노래했다.1961년 처음 만나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1963년 노예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는 워싱턴 대행진 등에 참여해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부르기도 했다.이때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 유명한 ‘나에겐 꿈이 있다’는 연설을 했다.조앤 바에즈는 1965년 베트남전이 전면전으로 번지자 ‘도나 도나(Donna Donna)’ 등을 통해 자유와 반전의 가치를 본격 설파하고 나섰다. 1960년대 미 반전운동과 히피의 정점은 1967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몬트레이 페스티벌과 1969년 8월 뉴욕의 우드스톡 페스티벌.특히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40만여명의 젊은이들은 조앤 바에즈와 지미 핸드릭스,제니스 조플린,산타나,존 세바스티언 등 당대의 최고 가수들과 함께 뉴욕의 한 농장에 모여 사흘 밤낮을 지새며 평화를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평화와 음악의 사흘’이란 타이틀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베트남전과 냉전의 시기를 살았던 그 시절 젊은이들에겐 ‘평화운동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집트 대중가수 압둘 라힘이 부른,‘이라크를 평화롭게 내버려둬라’란 반전 가요가 아랍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란다.국내 반전시위에서도 ‘전쟁을 반대해∼,평화를 사랑해∼’로 끝나는 반전가요가 등장했다고 한다.아랍어로 ‘당신께 평화가 함께 하기를’(앗살람 알라이 쿰)이란 제목의 노래를 이달초 시민가수 ‘리표 삐’가 만들어 인터넷에 음악파일을 올리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도나 도나’가 난데없이 국내에서 불온 가요로 분류돼 방송 금지됐다 1994년에야 해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에 비춰 격세지감이 든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
  • 돼지콜레라와의 전쟁...방역체계 ‘구멍’… 전국 44곳 발생

    돼지콜레라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지난 18일 전북 익산시에서 올들어 처음 발생한 돼지콜레라는 경기·충남·경북·경남·전남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농림부와 자치단체,양돈농가들이 돼지콜레라 확산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 농가는 늘고 농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하늘도 무심” 농가 깊은 시름 “하늘도 무심하네요.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라고…….” ‘한센병’으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구덕리 주민들은 요즘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140여 농가가 집단으로 11만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는 이곳에서 올들어 처음 돼지콜레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애지중지 기르던 어미돼지와 씨돼지,갓 태어난 새끼돼지 등 5000여마리를 모두 전기차에 태워 살처분하고,중장비를 동원해 땅에 묻어야 했던 송모(37)씨 등 이 지역 6개 양돈농가들은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아직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인근 농장 주민들도 언제 병마가 덮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돼지콜레라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이동이 완전히 금지되면서 판로도 막혔다.불어나는 사료값과 과잉사육에 따른 비규격돈 생산 등 어려움이 겹쳤다.돼지콜레라가 발생한 지역은 물론,전국의 모든 양돈농가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돼지 940마리를 살처분한 경북 경주시 서면 천촌리 정모(44)씨는 “자식 같은 돼지를 땅에 묻고 나니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돼지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고 탄식했다. 3600여마리를 살처분한 박모(48·경북 상주시 화개동)씨도 “돼지를 살처분할 때 같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 “7억원의 빚을 청산할 길이 막막하다.”고 허탈해 했다.충남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 강모(45)씨도 “3400마리를 살처분했으나 정부에서 보상에 대한 명확한 얘기가 없어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없어 30일 현재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농가는 전국적으로 44곳.경기 10곳,충남 6곳,전북 8곳,경북 9곳, 경남 10곳,전남 1곳에서 돼지콜레라 발생으로 6만 6000마리가 살처분됐다.하지만 한번 확산되기 시작한 돼지콜레라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봄철 기후도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어서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1년 12월1일부터 우리나라 전역을 돼지콜레라 청정지역으로 선언했다.그러나 청정지역을 선언한 지 5개월여만에 강원도 철원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했다.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경기도 강화,김포,이천 등지에서 잇따라 돼지콜레라가 발생했다.특히 감염경로 추적결과 경기도 김포시 S농장에서 전국으로 나간 씨돼지들이 모두 돼지콜레라를 퍼뜨린 주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방역체계가 엉터리였다는 방증이다.전국에서 발생한 44농가의 돼지콜레라 가운데 33곳이 모두 S농장에서 분양받은 돼지 때문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돼지콜레라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국내 양돈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100㎏짜리 돼지는 적어도 15만 6000원을 받아야 최소한의 사육비를 건질 수 있다.하지만 수출이 막히고 소비가 급감할것으로 예상돼 돼지값 폭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돼지콜레라 발생지역은 돼지이동도 금지되기 때문에 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농가들이 홍수출하를 할 경우 심각한 돼지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점 및 대책 돼지콜레라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은 허술한 방역체계가 가장 큰 원인이다.일선 자치단체들이 전문인력 부족으로 중앙의 방역방침과 시책을 모두 수행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1998년 이후 자치단체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시·군에는 행정수의사가 없는 곳도 많다.전북의 경우 14개 시·군 가운데 5곳에 수의사가 없다.예방백신 비축량이 충분하지 못해 전국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예방접종을 할 수 없었다. 전북도 차용복 농림수산국장은 “시·군마다 수의사를 배치해 질병 예찰을 강화하고 신속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축질병으로 인한 농가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피해 농가 농업인들은 “양돈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가 수매비축사업을 실시,홍수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을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대전 이천열·대구 김상화기자 shlim@ ◈김영진 농림부 장관 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30일 돼지콜레라 확산과 관련,“씨돼지 분양 전 혈청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종축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번 사태를 가축질병에 대한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농가를 직접 둘러보셨는데 지난 해에 이어 돼지콜레라가 재발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상심한 농민들이 차단 방역에 적극 동참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조속한 원상복구다. ●왜 재발했나 지난해 12월 경기도 김포의 한 종돈장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했다.이곳에서 올해 분양한 씨돼지가 원인인 것 같다.피해 농가 44곳중 33곳이 이곳에서 씨돼지를 분양받았다.우선 4월15일까지 전국 방역을 마친 뒤,5월10일까지 예방접종을 끝내겠다. ●방역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인데 구제역이나 돼지콜레라는 소독만 철저히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축산업·종축업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종축장에 대해선 정기검진과 분양 전 혈청검사를 의무화하겠다. ●돼지고기 값 폭락 우려는 없나 산지 돼지가격은 현재 100㎏당 15만 8000원선으로 폭락 조짐은 전혀 없다.가축이동 제한조치로 결국 출하물량이 부족해지겠지만 행락철 돼지고기 소비가 늘더라도 홍수출하나 투매는 없을 것이다. ●보상 대책은 시가를 기준으로 살처분 보상금을 곧 지급한다.생계곤란을 겪는 농가에는 6개월동안 가구당 100만∼10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입식비 저리 융자,정책자금 상환연기,중고생 학자금,건강보험료 감면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중이다. ●살처분 돼지 매몰지역엔 환경문제도 있을 텐데 발생농장 현장에 살처분한 돼지를 분산해 묻고 있다.구덩이 바닥에 비닐과 생석회를 깔고,매몰지에 괸 침출수는 간이집수조에 모아 주기적으로 수거,처리하고 있다.소독약을 뿌리고 발굴금지 경고판도 세웠다.악취나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 ◈진원지 경기 김포 S축산 씨돼지 공급으로 돼지콜레라의 전국적인 확산의 ‘진원지’가 된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S축산은 지난 24일사육중인 922마리를 모두 살처분한 뒤 폐업 위기에 몰렸다.김포시가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한 상태여서 재기 의욕마저 완전히 잃었다.농민들에 대한 보상후 정부가 구상권 행사에 나설 경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번진 것은 관계당국의 허술한 방역망과 농장의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합작품’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김포시 관내 4곳의 축산농가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했을 때다.이 농장은 콜레라 발생농가에서 20㎞ 이상 떨어졌다는 이유로 위험지역(3㎞ 이내) 및 경계지역(10㎞ 이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예방조치가 전혀 없었다.또 같은해 12월 김포 전역의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시 이 농장에선 일부 돼지만 예방주사를 맞았다.돼지청정화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게 이유였다. 농림부 지침에는 종돈장의 경우,백신접종이 ‘의무’가 아니라 ‘농장주의 판단’에 따르도록 돼 있다.강제 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농장은 일부 돼지들이 유사 콜레라 증상을 보였는 데도 관계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돼지콜레라가 전국에서 발생한 뒤에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이동경로 추적과 역학조사 과정에서 비로소 이 농장의 돼지들이 콜레라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김포 김학준기자 kimhj@
  • [씨줄날줄] 골목대장

    엄석대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초등학교 ‘짱’이다.그는 5학년 2반을 꽉 잡고 있는 급장이다.아이들은 그와 친하기 위해 몰려들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한다.그는 담임 선생님보다 오히려 권위가 더 강력한 ‘빅브러더(Big Brother)’다.어느날 서울에서 한병태가 전학온다.명문 초등학교에 다녔던 그는 엄석대의 비행에 맞선다.그의 도전은 그러나 참담한 실패로 끝난다.한병태는 엄석대가 구축해 놓은 왕국의 질서에 순응한다. 한병태는 다른 아이들과 사뭇 격을 달리해 대접해주는 엄석대의 태도에 감동한다.그는 엄석대가 맛보인 그 특이한 단맛에 흠뻑 취한다.엄석대의 질서와 왕국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무대를 5학년 2반에서 세계로 바꾸면 또 한명의 빅브러더가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미국은 지금 이라크를 공격하고 있다.그러나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과 영군군이 고전하고 있다.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우리나라 정부는 공병대와 의무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했다.그런데 파병 반대 여론이 높아 국회 동의안 처리도 늦어지고 있다.파병 반대론의 대항 논리로 골목대장론이 등장했다. 김희상 대통령국방보좌관은 26일 “골목이 좀 조용해지려면 강한 골목대장이 나서서 해주는 게 좋다.그게 패권안정론이다.”라고 말했다.미국 패권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강대국의 패권주의가 세계평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미국은 이라크 공격도 세계평화를 위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세계평화라는 명분 뒤에는 세계지배를 강화하려는 야심이 있다.이라크 공격은 패권주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패권주의가 진정한 평화를 유지하려면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 골목대장론도 마찬가지다.골목대장의 도덕성이 신뢰를 얻어야 골목의 진정한 평화가 유지된다.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세계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조지 오웰은 그의 풍자소설 ‘동물농장’에서 인간의 권력지향 본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나폴레옹이라는 돼지는 인간을 몰아내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혁명을 이루지만 인간과 똑같은 권력욕에 빠진다.인간의탐욕과 기회주의적 나약함 때문에 패권주의가 여전히 역사의 중요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살살 녹는 달콤한 섬,제주 3박4일 허니문 따라잡기

    ◆첫째 날 - 남원큰엉 낭만 산책 → 나도 드라마 주연 섭지코지 요즘 제주도 내 호텔이나 펜션엔 예비 신혼부부들의 예약문의가 빗발친다.괴질 확산,이라크전 발발 등에 겁먹은 커플들이 앞다투어 제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호텔,펜션 등 고급 숙박업소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방 잡기가 쉽지 않다.제주 허니문여행의 강점은 드라이브를 통한 자유여행.차량을 빌려 이동하며 멋진 곳에서 ‘둘만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제주엔 세화∼성산 등 정취가 넘치는 드라이브 코스가 적지 않다.카메라와 삼각대만 있으면 준비 끝.3박4일간의 신혼여행을 가상해 코스를 돌아본다.결혼식 후 숙소 도착까지의 일정은 뺐다. 느지막하게 잠을 깬 곳은 남제주군 남원읍 남원리 바닷가의 한 펜션 2층 침실.커튼을 올리고 창문을 여니 쪽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방파제를 때리는 파도 소리 요란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책을 나선다.숙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남원큰엉 산책로’ 출발점.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철썩철썩 바위를 때리는 파도를왼쪽에 끼고 호젓한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다.오른편엔 신영영화박물관의 이국적 풍광이 분위기를 띄운다. 이따금씩 산책에 나선 가족을 만날 뿐,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산책로가 1㎞는 족히 넘을 듯.왕복 40분 정도 소요. 돌아오다가 파도마을 입구의 통나무집 식당인 ‘별주부전’에 들러 된장 뚝배기를 먹는다.뚝배기 맛이 창 밖에 펼쳐진 새파란 바다만큼이나 시원하다.식사가 끝나면 맘씨 좋은 종업원이 향기 진한 원두커피까지 서비스한다. 간단하게 짐을 챙겨 차에 오른다.목적지는 드라마 ‘올인’의 배경인 섭지코지.남원에서 12번 순환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30분쯤 가면 신산리∼성산 해안도로와 만난다.여기서 5분쯤 더 가면 모래 색깔이 유난히 고운 신양 해수욕장이다.햇살에 반사돼 반짝이는 물결이 마치 비단결 같다. 해수욕장에서 섭지코지까지는 차로 5분 정도.길이 좁아 차량이 마주올 때 매우 조심스럽다.주차장부터 올인 세트장까지는 오른쪽에 벼랑과 바다를 끼고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드라마의 인기 때문인지 평일인데도 인파가 만만치 않다.주말이나 휴일엔 아예 오지 않는 편이 나을 듯. 성당으로 지은 야외세트는 서구풍 별장 같다.예쁘기는 하나 별다른 개성은 느껴지지 않는다.그래도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양 선남선녀들은 짝지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야외세트와는 달리 그 오른편으로 펼쳐진 벼랑과 바다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섭지코지에서 나오면 성산일출봉이 눈 앞에 있다.성산부터 세화까지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오른편엔 벌써 파란 빛이 도는 우도가 보인다.하얀 포말을 만들며 부서지는 파도가 해안 가득 널린 한치와 어우러져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둘째 날 한라산에 한번 도전해보자.한라산에 올라야 제주도를 제대로 볼 수 있다.‘힘들지 않을까’하고 겁부터 먹기 쉽지만,가장 짧은 ‘영실코스’를 택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남원에서 12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중문에 이르고,여기서 99번 도로로 바꿔타고 북진하면 영실코스 가는 길이다.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차를 몰고 영실휴게소까지 올라간다.산행코스는 영실휴게소∼영실기암∼윗세오름대피소의 3.7㎞. 30분쯤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기암절벽이 펼쳐진다.절벽 꼭대기엔 뾰족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이름하여 ‘오백나한’바위다. 30분쯤 더 오르니 키큰 나무들은 사라지고 허리에도 못미치는 관목이 산을 뒤덮고 있다.오른편 능선 아래의 벼랑은 마치 병풍을 두른 듯 하다.등산로엔 벗어나지 말도록 말뚝과 줄이 쳐져 있는데,살짝 줄을 넘어 능선에 오르니 옹기종기 자리잡은 10여개의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해발 1700m.멀리 남쪽으로 서귀포와 중문 앞바다,서쪽으로 대정·고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백록담은 자연 휴식년제가 실시 중이라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다. 산을 내려와 99번 도로를 타고 되짚어 내려오다 보면 길 오른쪽에 에덴승마장(064-738-9247)이 나온다.말에 올라 마부의 안내로 들판과 언덕을 30분 정도 도는데,1인당 1만1000원.렌터카업소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8000원에 할인해준다. ◆셋째날 - 산방굴사 불상앞서 둘만의 백년가약 짐을 모두 챙겨 차에 싣고 숙소를 나선다.서귀포,중문을 모두 지나쳐 들어선 곳은 산방산∼송악산 드라이브 코스.산방산(395m)은 중턱의 ‘산방굴사’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널찍하게 뚫린 굴엔 불상이 모셔져 있고,그 밑에선 약수가 나온다.약수 한 잔 마시고,부처님 앞에서 다시 한번 백년가약의 다짐을 해보면 어떨지. 산방산 앞엔 비경의 용머리해안이 있다.산 위에서 보기에 용머리처럼 생겼기 때문인데,실은 바닷가로 내려가야 용머리 바위의 장관을 느껴볼 수 있다.수만년 동안 파도를 맞아 기묘하게 파인 바위들이 너무 신기해 오는 사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산방산에서 제주도 남단 송악산까지는 10분밖에 안 걸린다.송악산 자체는 볼품이 없지만 내려다보는 전망은 일품.동쪽으로 산방산과 형제섬이 한 눈에 들어오고,남쪽으로 가파도와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꽁치 낚시에 한번 도전해보자.송악산을 지나 대정∼수월봉 드라이브 길에 들어서면 왼편에 갯바위들이 펼쳐지는데,요즘 꽁치낚시가 한창이다.다가가 보니 아이스박스마다 꽁치가 가득이다.5분도 안돼 한 마리씩 낚아올리는 것이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인근 낚시점에서 릴낙시 세트를 빌리고 미끼(새우)는 사면 된다. 글·사진 제주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항공편 및 렌터카 대한항공(1588-2001) 및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서울 김포공항을 비롯한 대도시 공항에서 제주까지 비행기를 띄운다.요금은 김포∼제주 기준 월∼목요일 7만 5900원,금∼일요일 8만 900원. 대장정렌트카투어(064-711-8288) 등 10여개 렌터카 업체들이 있다.보통 예약한 다음 공항에서 차를 인도받으며,허니문 커플의 경우 숙소까지 데려다준 뒤 차를 인도하기도 한다.어느 경우든 인도받을 때 흠집 등 차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이상이 있으면 계약서에 이를 기재해놓아야 나중에 말썽이 없다. ●숙박 최근 호텔뿐만 아니라 해안가나 초원 등에 자리잡은 펜션도 많이 찾는다.숙박료는 객실 위치,요일 등에 따라 7만∼15만원 정도.펜션이라도 무늬만 펜션인 곳도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예약해야 한다.남원읍 해안가에 위치한 파도마을(064-764-9114),귤농장에 자리잡은 서귀포시 귤림성(064-739-3331),초원과 오름이 앞에 펼쳐진 북제주군 애월읍 그린리조트(064-792-6100) 등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다. 대장정투어(02-3481-4242)는 해오름,중문펜션 등 이색숙소 3박 및 렌터카(뉴EF소나타 3일),조식 3회를 묶은 자유여행 허니문 상품을 커플 기준으로 44만∼62만원,파도마을 2박과 롯데(또는 신라)호텔 1박을 묶은 상품은 82만원에 판매한다. ●먹거리 옥돔구이,성게국,해물뚝배기,흑돼지 고기,오분자기 구이,꿩요리,갈치회 및 국 등이 제주도의 맛을 대변하는 음식이다.옥돔·갈치요리는 제주공항 인근의 청해원(064-744-6677),흑돼지 고기는 협재해수욕장 앞의 상록가든(064-796-8700),해물뚝배기는 성산 일출봉 입구의 등경돌식당(064-782-0707),남원읍 파도마을 입구의 별주부전(064-764-8899)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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