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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대학까지 연구 활동 연계… ‘인재 양성 파이프라인’ 구축[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고교·대학까지 연구 활동 연계… ‘인재 양성 파이프라인’ 구축[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4월부터 이공계 대학생 10팀 선발 우수 프로젝트엔 창업 기회도 지원 방학 땐 서울대서 고교 과학 캠프도 중기·벤처 연계… 실제 사업화 진행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비전선포식을 시작으로 출범했다. 호반그룹과 서울대가 함께하는 이번 프로그램에선 이공계 대학생 및 고등학생의 연구·창업을 지원하는 다채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농생대) 학장은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아카데미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이어지는 연속형 교육 연구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의 과학기술 인재 기반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농생대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참여 학과로, 강 학장은 이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 연중으로 진행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는 미래 과학인재를 보다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도 참여 대상이다. 당장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4명 이내로 구성된 10개 팀이 연구 주제를 수행하면서 팀당 2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최종 심사를 거쳐 선발된 상위 3개 팀에는 총상금 6000만원이 수여된다.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될 경우 향후 창업 및 사업화 연결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과학캠프가 예정돼 있다. 총 30명을 선발해 5명씩 6개 팀으로 운영된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과학캠프에서 학생들은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실험·실습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아울러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진로 컨설팅, 멘토링 프로그램도 경험하게 된다. 강 학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한 교육을 넘어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연구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과학인재 양성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중소 벤처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력, 산학 연계 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다. 강 학장은 “아카데미는 대한민국이 미래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이공계 부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올해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며 지속적인 학습 커뮤니티로 거듭날 예정이다. 아카데미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찬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이고 글로벌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과학 분야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아카데미가 정부의 정책과 연계되고 기수별로 차별화된 커뮤니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과학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 우리가 예측한 기후위기는 틀렸다… 진짜는 더 깊은 붕괴로 온다

    우리가 예측한 기후위기는 틀렸다… 진짜는 더 깊은 붕괴로 온다

    섬뜩하게 들리는 기후위기 시나리오, 하지만 그 모든 시나리오조차도 지나치게 위기 규모를 과소평가한 것이라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 해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 3월 26일자에 실린 논문 두 편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독일 헬름홀츠, 함부르크대, 드레스덴 공과대(TUD),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 취리히), 노르웨이 국제 기후 연구 센터 공동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오르는 ‘중간 수준’ 온난화에서도 3~4도 상승하는 ‘심각한’ 온난화 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극단적 기후 재해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기후 전망은 수십 개의 기후 모델을 합산한 ‘다중모델 평균값’을 기반으로 했다. 문제는 42개 기후 모델 중 10개가 극단적 가뭄을 예측해도 32개가 온건한 전망을 내놓으면 평균값은 말 그대로 ‘그저 그런’ 수준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팀은 기후 재해에 초점을 맞춰 인구 밀집 지역의 집중호우,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 산림 지대의 산불 위험 등 기후에 민감한 세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도 상승 ‘중간’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나온 전망치가 3~4도 상승에 대한 다중모델 평균 전망치보다 더 극단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2도 상승 시나리오에서 인구 밀집 지역의 집중호우는 4~1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최악의 경우는 3도 모델의 평균값을 넘어섰다. 42개 모델 중 10개에서 주요 농업 생산 지역의 가뭄 조건이 4도 평균 전망치를 초과했으며, 가뭄 발생 빈도 역시 50%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나타났다. 산림 지역에서도 2도 시나리오의 최악 모델이 극한 온난화 시나리오의 평균을 넘어서는 결과를 보였다. 또 미국 스탠퍼드대, 식량 안전 및 환경 연구센터, 국가 경제 조사국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로 인류가 떠안게 될 ‘기후 빚’을 계산할 수 있는 수치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지금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앞으로 초래할 피해는 이미 발생한 피해보다 최소 10배 이상 클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경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 모델을 결합해 전 지구 및 지역별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정량 모델을 만들었다. 모델은 ▲과거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미 발생한 피해 ▲과거 배출로 인해 미래에 발생할 피해 ▲현재 또는 미래 배출로 인해 발생할 미래 피해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했다. 연구 결과, 1990년에 배출된 이산화탄소 1t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누적 180달러의 피해를 입혔지만, 2100년까지 추가로 1840달러의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정 배출자가 각 지역에 초래한 피해를 살펴보면 1990년 이후 미국에서 배출한 탄소는 전 세계적으로 10조 달러(1경 5065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피해를, 같은 기간 유럽 국가들의 배출은 6조 달러(9039조원)를 넘는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됐다. 각 개인이 유발한 피해 금액도 산출했는데, 지난 10년 동안 매년 장거리 비행을 한 번씩 했다면 2100년까지 약 2만 5000달러(3766만 2500원)의 미래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관광·농업 키워 임실의 미래 준비… 12년간 결과로 증명했다”

    “관광·농업 키워 임실의 미래 준비… 12년간 결과로 증명했다”

    ‘군민만 보는 행정’으로 3선 연임축제 인기… 연간 관광객 918만명옥정호 붕어섬 개발 등 높은 평가“지속 가능 자립형 도시 나아가야”남은 임기 ‘행복한 임실’ 완성 다짐“지난 12년 동안 오직 지역의 미래와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민선 1~5기 군수가 모두 중도 낙마해 ‘군수의 무덤’이라 불리던 전북 임실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심민 군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보다 결과로 보여주는 군정에 군민들께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줘 소중한 결실을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심 군수는 관광과 농업을 양대 축으로 지역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옥정호 붕어섬 개발은 임실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민선 6·7·8기 임실 군정을 이끌어온 심 군수에게 군정 철학과 주요 성과 그리고 남은 과제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적 부침이 큰 지역에서 3선 연임 군수를 역임한 소회는. “군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3선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을 열망하는 군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임기 동안 갈등보다는 ‘임실의 미래’와 ‘군민의 삶‘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왔다.” -민주당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오직 ‘군민만 바라보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다. 말보다 결과로 보여주는 군정을 군민들이 알아주셨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긍정적 변화와 성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민선 6·7·8기 임실 군정의 기본 방향과 운영 방침은 무엇이었나. “민선 6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핵심과 군정 철학은 ‘일관성 있는 행정’과 ‘군민과의 약속 이행’이다. 지난 12년은 임실의 미래를 위해 발전 동력과 성과를 차곡차곡 축적해온 시간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기보다 무엇이 임실의 미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해야 군민의 삶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는지를 정책의 유일한 척도로 삼았다.” -지난 12년 동안 임실군이 몰라보게 발전했다.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큰 성과는 관광과 농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의 새로운 기반을 만든 것이다. 지역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한 사계절 축제를 바탕으로 관광 불모지가 전북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 918만명을 달성했다. 임실N치즈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임실N딸기 등 농특산물 경쟁력을 강화해 농가 소득 증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변화들이 임실을 다시 주목받는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애환이 담긴 옥정호가 전북 대표 관광지로 변신했다. “옥정호는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건설한 다목적 댐이다. 그러나 임실군민 1만 5000명이 고향을 잃은 수몰민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1999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원천 봉쇄됐다. 민선 6기 출범 직후부터 옥정호의 수질 보전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정부를 설득했다. 관계부처 협의 끝에 2015년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라는 역사적 성과를 끌어냈다. 이는 옥정호를 중심으로 한 ‘섬진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이제 옥정호는 아픔을 극복하고 지역 발전의 견인차로 거듭났다.” -붕어섬 개발은 국정감사에서 ‘지방자치단체 규제 혁파 및 관광 자원화 성공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옥정호 출렁다리와 붕어섬은 3년 만에 누적 방문객 177만명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한 해에만 입장료 수익 14억원과 생태공원 내 편의시설 운영 매출 24억원을 달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붕어섬 개발의 핵심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관광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섬 전체를 사계절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명품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420m 길이의 옥정호 출렁다리는 배 없이는 들어갈 수 없던 섬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방문객들에게는 옥정호 수면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획일적인 규제 속에서도 지역 자산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는 설득으로 해법을 찾은 점이 주효했다. 지금은 전국의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대표 사례가 됐다.” -아직 추진하지 못한 사업이 있다면. “민선 6기부터 수많은 난제를 풀어왔지만, 여전히 군민께 약속드린 사업 중 결실을 기다리는 과제들이 남아있다. 임실의 미래 100년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즐비하다. 옥정호 순환도로와 친환경 산악관광 인프라 확충, 국사봉~나래산 케이블카 설치, 대규모 호텔 유치, KTX 임실역 정차, 오수 세계명견테마랜드 글로벌 브랜드화 등을 마무리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 -3선을 마무리하는 단체장으로서 앞으로의 지역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속 가능한 자립형 도시다.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임실이 가진 고유의 자산이 군민의 실질적 소득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교육과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 환경과 촘촘한 복지 안전망, 쾌적한 주거 공간을 확충해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혁신하는 게 필수다. 스마트 농업 기반 확충과 반려동물 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 임실만이 가진 문화자산으로 작지만 강한 군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군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어려운 순간마다 군정을 믿고 묵묵히 함께해주신 군민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중한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남은 임기 동안 ‘더 큰 임실’, ‘더 행복한 임실’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마지막 열정을 쏟겠다.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 ‘청년 기준 연령 상향’ 약인가, 독인가

    저출생과 인구 유출로 시름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육책으로 ‘청년 연령 상향’을 꺼내 들면서 40대도 ‘청년’으로 대접받는 지역이 잇따르고 있다.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40대도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전망과 함께 지자체 예산·조직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존 청년층 혜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청년 농업인 국가사업 지원 기준을 40세에서 44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도는 가파른 농업인 고령화, 청년층 귀농·귀촌 장려 필요성 등을 고려해 청년 농업인 지원 기준을 높였다. 인천 강화군과 경남 합천군은 올해부터 조례상 청년 나이를 49세로 높였다. 해당 지자체들은 “청년 정책 수혜자를 늘려 지방 소멸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조례 개정 이유를 밝혔다. 고령화 속 청년 기준을 재정립하고 청년 정책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합천군은 새 기준 적용으로 청년 인구가 5700여명에서 7400여명으로 단숨에 1700명 늘었다. 강원 홍천군도 기존 39세인 청년 나이를 45세로 올리는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군은 앞서 2024년에도 청년 나이 상향을 추진했다 부결된 바 있지만 지역 내 요구가 잇따르자 재추진하게 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군내 40~45세 인구 3868명이 청년 주인 수당, 일자리 근속 장려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마다 청년 연령을 높이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대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 나이 기준 조정이 비수도권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 선택”이라면서도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연령 상향에 그치면 청년기본법상 청년인 18~35세에게 돌아갈 혜택과 복지만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40대를 청년에 포함시키기보다 초기 중년 등으로 세분화해 그 연령대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옥산, 바람과 초원이 빚어낸 평창의 풍경 [두시기행문]

    청옥산, 바람과 초원이 빚어낸 평창의 풍경 [두시기행문]

    강원도 평창의 깊은 산자락, 해발 1256m의 청옥산은 그 이름부터 특별하다. 곤드레와 더불어 ‘청옥’이라 불리는 산나물이 풍부하게 자생하던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예로부터 이 산은 자연이 내어주는 먹거리와 함께 살아온 공간이었다. 지금도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사람의 손길보다 자연의 시간이 먼저 스며든 풍경이 이어진다. 청옥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산줄기 위에 자리하며, 전반적으로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특징이다. 험준한 암릉 대신 흙길과 숲길이 이어져 산행의 부담은 덜고, 대신 걷는 내내 시야가 열리는 구간과 숲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전체 산행은 약 5시간 소요되며, 정상 부근에는 삼신신앙과 관련된 대본사가 자리해 이곳이 단순한 산을 넘어 신앙의 공간으로도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이 산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단연 청옥산 육백마지기다. 해발 약 1250m에 펼쳐진 이곳은 이름 그대로 과거 넓은 개간지였던 평원으로, ‘마지기’라는 옛 농경 단위에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드넓은 초원이 능선을 따라 펼쳐지며, 일반적인 산 정상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육백마지기는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 15기가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곳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거대한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그 아래로는 초원이 물결처럼 흔들리며 장대한 자연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곳은 계절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는 곳으로, 초여름이면 데이지 군락이 초원을 하얗게 물들이며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청옥산 전망대 또한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육백마지기 정상부에 자리한 이 전망대는 화려한 시설보다는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한 목조 정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올라서면 겹겹이 이어지는 산 능선과 광활한 초원, 그리고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인근에는 간단히 쉬어갈 수 있는 카페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머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청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전통적인 산길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 데크로 조성된 무장애 나눔길이다. 총 1km 길이의 이 데크길은 휠체어나 유모차도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산 정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전망대에서 약 2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코스다. 한편 청옥산 일대는 고랭지 농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평원에서는 무와 배추 같은 채소가 재배되며, 특히 이곳에서 나는 ‘중갈이무’는 배처럼 단맛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풍경뿐 아니라 이 지역의 생활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청옥산은 더욱 입체적인 매력을 지닌다. 주변으로는 청옥산 도깨비길, 산너미목장, 수하계곡 등 다양한 자연 명소가 이어져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청옥산은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산이 아니라, 넓은 초원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삶이 겹쳐진 공간이다. 그 중심에 자리한 육백마지기는 이 산의 풍경을 완성하는 가장 넓고도 특별한 무대라 할 수 있다.
  • 성남 대왕저수지 1단계 개장…도심 수변공원 탈바꿈

    성남 대왕저수지 1단계 개장…도심 수변공원 탈바꿈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일대 대왕저수지가 산책로와 녹지 공간을 갖춘 도심형 수변공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성남시는 20일 오후 상적동 공원 진입 광장에서 신상진 시장과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왕저수지 수변공원 1단계 개장식’을 개최한다. 대왕저수지는 1958년 조성돼 수정구 시흥동과 고등동 일대 농업용수를 공급해 왔으나, 도시 개발로 농경지가 줄어들면서 기능이 사실상 축소됐다. 시는 이에 따라 2009년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하고, 2019년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해 단계별 정비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1단계 사업에는 총 80억원이 투입됐다. 영웅 산책로(0.8㎞)와 향기 숲길(1.1㎞), 2000㎡ 규모의 잔디밭 광장, 초화류를 식재한 플로라 가든, 게이트볼장(15m×20m), 38면 규모 주차장 등이 조성돼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시는 향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 2단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변부를 중심으로 연꽃정원과 야외공연장, 추가 산책로와 쉼터 등을 확충해 공원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대왕저수지 수변공원은 녹지와 휴식 기능을 중심으로 조성된 친수 공간”이라며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대표 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예타 기준 500억→1000억 상향… 지역 숙원사업 해결 길 열렸다

    정부가 27년 만에 국가 재정 사업의 첫 관문인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해 지역 숙원 사업들이 대거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기준을 완화하고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가중치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전남북, 경남북, 충청,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 규모 개발 사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기획예산처의 엄격한 예타를 통과해야 했지만 6월부터 500억~1000억원 사이의 사업들은 주무 부처의 자체 타당성 검토만으로 신속한 추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전주~완주 수소차 전용도로, 국도 지선 확장, 새만금 배후 도시 연결 도로 건설 사업들이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전남은 여수·순천권 관광 도로 정비, 노후 항만 시설 현대화 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경북은 안동, 구미 등 내륙 산업단지와 인근 거점을 잇는 연결 도로, 인구 소멸 지역 내 스마트 농업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남은 남해안 관광 벨트 구축을 위한 소규모 터널과 우회도로 건설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은 대전 외곽 순환도로의 일부 구간 확장이나 청주공항 인근 기반 시설 정비 등 중소 규모 SOC 사업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강원도 평창, 정선 등 산악 지형의 교통 병목 구간 해소를 위한 국도 개량, 폐광 지역의 문화 관광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500억원의 벽에 막혀 지지부진했던 비수도권의 지역 개발 사업이 정부의 예타 기준 완화 조치로 크게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도로와 인프라가 확충되면 지역 소멸 대응에도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기고] 농생명 기초학문의 마지막 보루

    [기고] 농생명 기초학문의 마지막 보루

    지난해 7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이 직면할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이 기술 굴기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전략 기술 분야보다 ‘의사’와 같이 국가 면허로 보호받는 직종에 상위권 인재가 매몰되는 기형적인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올해 일부 고득점 수험생이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장기화한 의정 갈등 속에서도 이러한 ‘의대 쏠림’의 큰 흐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서울대 이공계 박사과정 대학원 진학률이 미달 수준인 1대1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더이상 놀라운 뉴스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공계 분야의 소외 학문인 농업생명과학계열은 어떤 상황인가. 인류는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농생명 산업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십수 년 전 수도권 사립대의 농과대는 폐지되거나 이름이 바뀌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농학 분야 전공도 폐지됐거나 모집 인원이 크게 축소됐다. 거점 국립대의 대학원 연구실은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진 지 오래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팜과 생명공학을 이용해 기후변화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학했던 신입생 중 20% 가까이가 2학년 전공 진입 시기에 의약학계열 진학을 위해 자퇴하며 학문 후속 세대 단절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인기 분야에 흔히 있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학부 연구생 제도의 도입과 활성화가 그 열쇠다. 학부 연구생 제도는 학생이 지도교수의 과제에 직접 참여해 대학원생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실험 데이터 분석 등 실질적인 연구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학부 1~2학년의 기초 이론 교육과 대학원 심화 연구 사이의 간극을 메워 주는 ‘완충 역할’을 하며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이탈하는 것을 막는 핵심 중추가 될 수 있다. 실제 일부 대학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이 흐름을 방어하고 있으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 거점 국립대들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거점 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농학계, 나아가 전체 이공계로 확산하는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은 그린바이오, 스마트팜 등 국가 전략 산업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조기 확보하고 식량 안보와 기술 주권을 수호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소멸 위기의 지방대가 단순히 장학금만 주는 곳이 아닌 ‘연구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 대학’으로 거듭나 지역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론과 실습의 간극을 해소해 실무형 창의 인재를 육성하고 대학원 진학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 농생명과학의 미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
  • [씨줄날줄] 개혁 도마 오른 농협중앙회

    [씨줄날줄] 개혁 도마 오른 농협중앙회

    “농협이 힘이 센지 내가 더 힘이 센지 아직 모르겠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3년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농협중앙회는 1961년 농업은행과 농협 조직이 합쳐지면서 출범했다. 이후 마을 단위 협동조합을 통합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2000년 축협까지 합쳐지면서 ‘공룡 농협’이 됐다.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업 대통령’이다. 조합장 투표로 선출되는데 선거가 종종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결국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회장 선거 관리를 위탁했다. 현재 중앙회 구조는 2012년에 확정됐다. 중앙회가 100% 출자한 금융·경제지주를 세우고 각각의 지주 아래 계열사들이 있다. 이른바 ‘신경(신용·경제사업) 분리’다. 중앙회는 경제(17개), 금융(12개), 교육(4개) 분야별 자회사를 갖고 있으며 임직원은 10만명이 넘는다. 중앙회장의 권력이 제어된 것은 아니다. 회장은 물론 중앙회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에 관여한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특별감사에 적힌 내용이다. 신경 분리의 목적은 경제사업, 즉 농업의 경쟁력 강화였다. 결과는 실패다. 경제지주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800억원대로 전망된다. 그동안 금융지주의 수익으로 경제지주의 적자를 메워 왔다. 경제지주의 사업이 산지 농협과 경합 및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의 출발점은 생산자협동조합이다. 그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농민이 아닌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어제 조합원 참여를 늘리는 선거제 개편 등 농협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최전선에 있다. 한류로 한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과 유통구조 변화로 기업농이 증가하고 있지만 소규모 자영농도 농촌의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 위기이자 기회인 지금이야말로 농민 조합원을 위한 농협중앙회로 지배구조를 환골탈태시켜야 할 때다.
  • 외국인 278만명 시대, 못 받쳐주는 ‘20세기 비자’[홍희경의 탐구]

    외국인 278만명 시대, 못 받쳐주는 ‘20세기 비자’[홍희경의 탐구]

    중간기술 인력 K-CORE 비자 신설E계열 비자 39개, 3단계로 단순화도입 일정은 없고 평가 기준 모호현재 제조·농업 등 단순노무 위주국적 다양… 언어 장벽이 안전 사각숙련 후 투자 회수 시점 돌려보내외국인 요양보호사 33%만 현장에농가계절근로자 운영 과정도 삐걱정부 부처·지자체 간 협력이 중요 #1 22년 만의 이민정책 대개편 선언 이재명 정부의 이민정책 설계도가 공개됐다. 지난 3일 법무부가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이 그것이다. 저숙련 단순인력(E-9 비자)과 전문직(E-7)으로 양분된 취업 비자 구조에서 벗어나 그 사이를 채울 중간기술 인력을 국내에서 직접 육성하는 K-CORE 비자를 신설하고, 농어업 숙련 비자를 신설하며, 뿔뿔이 흩어진 E계열 비자 39개를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구조개편 선언이다. 현장은 오래전부터 이 선언을 기다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없이는 농산물 수확이 안 되는 농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외국인 2만명 중 실제 현장에 투입된 건 10명뿐인 돌봄 시스템, 25만 유학생을 받지만 졸업 후 취업률은 5.8%에 그치는 대학들. 체류 외국인이 278만명을 넘어선 나라의 현장이 이렇다. 그러나 미래전략이 염두에 둔 시점은 2030년. 발표된 내용들의 상당수는 아직 ‘추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K-CORE 비자는 도입 일정이 없고 농어업 숙련 비자 평가 기준이 모호하며, 비자 체계 단순화는 부처 협의라는 벽 앞에 서 있다. #2 2004년에 멈춘 비자 제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 3000명. 법무부는 올해 중 300만명 돌파를 예상했다. 전체 인구의 약 5.5%다. 20년 전 50만명에서 5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유학생과 숙련 이민자가 특히 증가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유학생(D-2)은 9만 4000명에서 30만 1000명으로 3.2배, 전문인력(E-7)은 4만 7000명에서 10만 4000명으로 2.2배가 됐다. 20여년 전에 비해 지금의 한국에서 부족한 업종도 달라졌다. 국내 생산연령 인구가 2020년 3730만명에서 2030년 3417만명으로 313만명 줄어드는 데다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늘면서다.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 2030년까지 전체 산업에서 최소 112만 5000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추산되는데 제조업만 25만여명, 사회복지업이 22만여명이다. 한국으로 오는 이민자의 구성도, 앞으로 국내 인력이 부족해질 산업군도 바뀌었는데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 제도의 뼈대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E-9) 설계 그대로 제조업·농업·건설업에서 일할 단순노무 인력 위주의 비자 체계다. 고용허가제의 모델이 된 독일의 ‘가스트아르바이터’(Gastarbeiter·손님 노동자)는 일할 때만 쓰고 보내는 방식으로 1960년대 설계되었다. 숙련이나 포용의 개념이 결여된 ‘20세기의 비자 제도’다. #3 달라진 이민자 국적, 제도 그대로 비자 체계에 큰 변화가 없었던 22년 동안 비자 이용자의 구성은 크게 변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설계될 때의 암묵적 전제는 ‘어느 정도 한국어가 통하는 사람’, 즉 중국 동포였다. 지난해 말 기준 체류 외국인 국적을 보면 중국(중국 동포 포함)이 35.2%(98만 670명)로 여전히 1위지만 50%가 넘었던 10년 전에 비해선 비중이 줄고 있다. 이들이 빠져나가는 자리를 채운 건 베트남(12.1%·33만 7000명)과 우즈베키스탄(3.7%·10만 2000명)이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동포 64만명 중 60세 이상이 24만명으로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 동포가 고령화로 빠져나가는 자리를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인력이 채우다 보니 안전 지시를 알아듣지 못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한국어 통역사’ 자격시험을 주관하기 시작했다. 협회 김은성 이사장은 11일 “외국인 근로자의 국적 구성이 빠르게 바뀌면서 현장의 언어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안전교육과 작업지시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전문 통역 인력이 확보돼야 외국인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4 숙련도 93% 때 강제 출국 위기 제도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둘러싼 사회의 통념도 22년 전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4년 실시한 외국인 고용 사업장 조사에선 그 간극이 드러났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이유는 과거처럼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다. 응답 사업주의 90.6%가 “내국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1993~2003년) 외국인 남성 노동자의 임금은 내국인의 65.9%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이 비율은 95.8%로 바뀌었다. 과거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돈을 번 뒤 고향으로 다시 가길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 조사에선 체류 외국인의 48.3%가 영주자격 취득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E-9 비자의 최장 체류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입국 초기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 숙련도는 53.8%, 3년이 지나면 93.0%까지 올라간다. 딱 강제 출국 직전이 된다. 숙련에 드는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언어 교육, 기술 훈련, 시행착오, 관계 형성. 투자 회수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제도가 노동자를 돌려보낸다. 사업주도 손해고, 노동자도 손해다. 물론 E-7 비자로 전환해 더 오래 남는 길이 있긴 하지만 연간 쿼터가 2500명으로 30만명 규모인 E-9 비자의 극히 일부를 수용할 수 있다. #5 외국인 요양보호사 규제 복잡 애초에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비자 제도의 빈틈은 점점 외국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서비스·돌봄 영역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병원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대부분은 중국 동포인데, 이들이 고령화되면서 간병하던 이들이 간병을 받아야 할 세대로 유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E-7 비자로 바꿔 장기체류할 길을 열었다. 현재 국내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 2만여명 중 6600여명이 실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E-7 비자 인력이 늘더라도 요양보호사를 내국인 직원의 20% 범위 안에서만 고용할 수 있는 국민보호직종으로 묶은 또 다른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이들의 현장 투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 E-9 하나로만 받는 한국 인력 교육과 현장 배치의 미스매칭은 국제적으로도 벌어지는 일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홍콩·싱가포르로 향할 때는 가사도우미 전용 취업허가를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은 필리핀과 양국 간 협약으로 가사·돌봄 인력의 직종별 송출 경로를 갖췄다. 이들 나라에서 가사관리사 이용료는 월 100만원 안팎이다. 같은 인력이 한국에 오면 발급되는 비자는 E-9, 비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에 맞춘 월급은 200만원을 넘었다. 비자가 달라지면 인력의 지위도, 비용도,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달라진다. 한국은 그 자리에 E-9 하나를 두고 있다. 자국에서 해외 취업 훈련을 받았지만 아예 한국으로 못 오는 직종도 있다. 베트남은 1992년부터 간병과 노인 돌봄을 해외 송출 직종으로 운영해 왔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서 훈련받은 인력이다. 일본은 2014년 베트남과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고 이 인력을 요양보호사 후보자로 수용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필리핀과도 같은 협정을 맺고 있다. 보내는 나라는 직종을 나눠 훈련시키고 받는 나라는 비자를 나눠 외국인력 유입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 경로가 부재했다. #7 “비자 방정식, 합의와 협력 필수” 지난해 7만 5000명, 올 상반기 9만 8000명이 배정되며 비자제도 성공 사례로 꼽히는 농가계절근로자 제도(E-8)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숙식을 제공하고 임금을 체불하거나 브로커가 과다한 수수료를 떼는 문제, 외국인 근로자들이 무단이탈하거나 도망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 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자체가 현장 수요에 맞춰 신속하게 인력을 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계절근로자제의 장점이지만, 권한이 분산된 만큼 중앙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법무부는 향후 농어업 숙련 비자 신설로의 제도 확대를 예고했으나, 계절근로자제에서 반복된 임금체불·브로커 문제를 새 비자 체계에서 어떻게 차단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법무부가 체류 자격을 손보면 고용고용부와 산업통상부가 업종 예외를 달고 지자체가 별도 규정을 얹는 식의 비자 제도 개편을 되풀이하는 한 22년 된 비자 체계의 기본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비자 제도는 국내 고용 여건, 송출국과의 외교 관계, 다문화 정책의 방향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라면서 “부처 간 협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논설위원
  • 등유값 폭등에 제주 하우스귤 농가 시름

    등유값 폭등에 제주 하우스귤 농가 시름

    “기름값만 일 년에 1억원이 들면 귤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최근 이란 사태로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제주 일부 주유소에서는 등유 가격이 휘발유값을 앞지르면서 등유를 사용하는 하우스 감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9시 기준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제주 지역 유류 최고가는 ℓ당 휘발유 2110원, 경유 2360원, 등유 2235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엔 등유가 2450원까지 올랐다는 글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며 농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이 가격이면 드럼(200ℓ)당 50만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제주 농가에서는 이미 기름값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5000㎡ 규모의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강성훈(63)씨는 “지난해 면세유 5만ℓ를 사용해 약 5000만원을 썼는데 지금은 두 배 가까이 올라 1억원이 들 판”이라며 “이대로라면 귤을 팔아도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귤 품질이 좋은 가온 재배(난방 시설 활용)를 포기하고 비, 바람만 막는 비가림 재배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농업은 시설하우스 중심 구조로 등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농협 주유소 전체 유류 판매량 10만 3933㎘ 가운데 등유는 3만 5990㎘로 34.6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8.60%(2만 1084㎘)는 시설하우스 등 영농 현장에서 사용하는 면세유였다. 이에 농협은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섰다. 면세유 할인 지원에 250억원을 투입하고 농협 주유소 할인에 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농협 주유소에서 NH농협카드로 5만원 이상 결제하면 ℓ당 200원 캐시백 할인도 제공한다. 제주도 역시 특별 물가안정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주유소 가격 공개와 담합 신고센터 운영 등 유가 안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유가는 도민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문제”라며 “소비자와 소상공인 양쪽의 부담을 균형 있게 살피며 완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가나, 해양 안보 협력 강화한다

    한국·가나, 해양 안보 협력 강화한다

    기니만 한국선박 대상 해적 대응李 “가나, 달콤한 행복” 우호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처음 한국에서 맞는 아프리카 정상인 존 마하마 가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해양 안보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해적 활동이 빈번해 한국 선원·선박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가나 연안 기니만에서 범죄·사고 대응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가나는 해적 위협이 상존하는 기니만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그동안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참으로 고마운 나라”라며 양국이 해양 안보와 교역,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국에 실무방문한 마하마 대통령을 위해 ‘웰컴 선물’로 준비한 ‘가나 초콜릿’을 언급하며 양국 간 우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공식 수교를 맺기 전인 1975년에 한국에선 가나에서 생산된 코코아를 원료로 하는 초콜릿이 처음 출시됐다”며 “이 초콜릿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에게 ‘가나’라는 이름으로 달콤한 행복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주한 가나대사로 부임한 한국계 이민 2세 최고조 대사에 대해 “매우 활발히 방송 활동도 하시고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우리 양국의 거리가 상당히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마하마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함께 기니만에서의 해적 활동에 관한 공동 프레임워크를 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나는 핵심 광물 분야의 잠재성이 매우 높은 국가”라며 한국과 핵심 광물 탐사를 함께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의 가나 초콜릿 선물에는 “저도 가나에서 초콜릿을 조금 가져왔는데 양국의 달콤함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밖에 두 정상은 중동 지역을 포함한 지역·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국제 평화 증진을 위한 연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가나 기후변화협력 협정, 기술·디지털·혁신 개발협력 양해각서(MOU), 해양안보협력 MOU 등을 체결했다. 양국은 해양안보협력 MOU를 통해 해적, 무기·마약 밀매 등 해양 국제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조난 수색·구조 활동에 협력하기로 했다.
  • ‘통합’ 광주·전남, 2차 공공기관 이전 최대 수혜지 되나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의 핵심 수혜지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농·수협중앙회 등 대형 기관 이전이 성사되면 지역 산업 구조와 경제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두 시도는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에서 ‘행정통합 지역 우선 배정’ 원칙을 적용받기 위해 본격적인 유치전을 시작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2차 이전 전수 조사를 통해 약 350개 기관을 이전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통합 광역단체에 이들 기관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남·광주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법 통과 이전부터 공동 전략을 준비해 온 두 시도는 지역 산업 연계성, 혁신도시 이전 기관과의 시너지 등을 기준으로 핵심 유치 대상 공공기관 10곳을 우선 선정했다. 또 이들 기관을 포함해 총 40개 공공기관 이전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우선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전략과 연계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두 시도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실증과 데이터 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나주 혁신도시가 중심인 ‘에너지밸리’ 확대 전략을 위해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유치를 노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관은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다. 전남은 전국 최대 농업 생산지이자 김·전복 등 수산물 수출의 중심지다. 이미 나주 혁신도시에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자리 잡고 있다. 농·수협중앙회까지 이전할 경우 농수산 정책과 금융·유통 기능이 집적된 ‘농생명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등도 유치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무안에 한국공항공사를 유치해 무안국제공항을 국내 3대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추진되고 있다. 행정통합 후속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두 시도는 기존 추진기획단을 실무준비단으로 전환하고 조직·재정·사무 통합을 위한 실행 계획을 마련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행정통합을 계기로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성사시켜 지역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집 앞 물청소 자제하자” 가뭄의 악몽 되살아나는 우루과이 [여기는 남미]

    “집 앞 물청소 자제하자” 가뭄의 악몽 되살아나는 우루과이 [여기는 남미]

    2023년 혹독한 장기 가뭄으로 최악의 피해를 본 우루과이에서 가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언론에 따르면 상수도 공급 기관인 상하수도공사(OSE)는 세차와 보도블록 물청소 등을 자제해달라며 절수를 당부했다. 공사는 수돗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개인 수영장 사용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상하수도공사는 “비가 내리지 않아 담수 저수량이 줄기 시작했고 남부 일부 지역에선 벌써 수압이 낮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수돗물 사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와 주변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파소 세베리노 댐에 저장된 담수로 생산된다. 이 댐의 저수량은 6700만㎥이지만 지난 2월 4680만㎥로 준 후 이달 들어 다시 평균 저수량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상하수도공사 관계자는 “저수량이 감소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 경계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가 내리기까지 물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우루과이 남부와 동부다. 이들 지역의 올해 강우량은 예년의 절반에 그쳐 물 부족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루과이 남부는 물 부족으로 이미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파엘 페르베르 우루과이 농업협회장은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겨우 다시 일어서고 있는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물 부족으로 올해 대두 농사에서만 최소 7억~8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루과이의 강우량이 줄고 있는 것은 라니냐의 영향 때문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의 수온은 낮아지고 서태평양의 수온은 높아지며, 남반구의 강우량은 감소한다. 우루과이 기상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뭄이 2023년 가뭄처럼 최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농축산 등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언론은 중앙정부가 우루과이 전국에 농축산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우루과이는 2018년 시작된 가뭄이 2023년까지 6년간 지속되면서 최악의 물 부족을 겪었다. 파소 세베리노 댐이 거의 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우루과이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라플라타강 하구의 기수와 담수를 혼합해야 했고, 이로 인해 수돗물의 나트륨과 염화물 농도가 상승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 농협돈 4억 9000만원 빼 쓴 강호동 회장… 정부, 수사 의뢰

    선거 답례품에 유용… 금품 수수도핵심 간부는 자녀 결혼에 공금 사용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당선 답례품을 제공하는 등 농협 수뇌부의 비리와 전횡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있는 14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특별 감사반을 구성해 감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 결과 강 회장과 간부들의 횡령·금품수수 등 비리가 다수 적발됐다. 2024년 1월 당선된 강 회장은 지난해까지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를 통해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 등에게 4억 9000만원 규모의 선물과 답례품을 제공했다. A씨는 사업비를 유용해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업비를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를 구매하고, 자녀 결혼식 비용 등으로 1억 3000만원을 유용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또 지난해 2월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58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 10돈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어긴 혐의도 받는다. 강 회장의 독단적인 조합운영도 확인됐다. 지난해 중앙회·경제지주 이사회가 경제지주 스마트농업 로컬팀을 중앙회로 이관하기로 의결했지만 강 회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최근 5년간 포상금 성격의 직상금 75억원이 객관적인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부서에 선심성으로 지급됐다. 이 가운데 39억 8000만원이 강 회장에게 돌아갔다. 강 회장과 임원들은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많은 퇴직금을 받기도 했다. 강 회장이 기준을 초과하는 고가의 사택에 거주한 사실도 확인됐다. 강 회장은 2024년 3월 전용면적 기준(60㎡)을 위반한 84.98㎡의 사택을 전세 계약했다. 전세보증금도 상한선(5억원)을 위반한 12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중앙회가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특혜성으로 거액을 대출해 주고, 조합장과 임원들이 수당과 선물을 지원받는 등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공금 유용 등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제도개선안 등을 마련해 처분할 계획이다. 수사와 별도로 특별감사 결과와 최근 출범한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농협 개혁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 또 서킷브레이커…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또 서킷브레이커…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한 달 2번 서킷브레이커 6년 만개인 투자자 4.6조원대 순매수‘지수 상승 베팅’ 레버리지 몰려미국 고용지표 부진·유가 영향“중동발 기존 악재가 강화된 것”코스닥도 4% 급락한 1102 마감 중동 전쟁 발 국제 유가 폭등과 미국 고용지표 부진이 겹치며 9일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코스피 매매거래 일시중단 조치인 서킷브레이커(1단계)까지 내려졌다. 주요 해외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충격이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지수 급락에 따른 불안 심리와 저가 매수 수요가 뒤섞이며 혼란스러운 흐름이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포인트(-5.96%) 내린 5251.87로 마감했다. 중동 전쟁 이슈로 급락했던 지수가 5~6일 반짝 반등하는 듯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중 한때 5096.16까지 밀리며 5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삼성전자는 7.81% 하락하며 ‘17만 전자’로 내려왔고, SK하이닉스도 9.52% 떨어져 ‘83만 닉스’로 밀렸다. 시장 충격은 거래 중단 조치로 이어졌다. 오전 9시 6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전 10시 31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내려졌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20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다. 지난 4일에도 같은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한 달 이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급락의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기존 악재가 강화된 성격”이라며 “고용 쇼크나 인공지능(AI) 투자 논란보다 중동 리스크가 이날 급락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도 약세였다. 미국의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지난 6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5.20% 하락했고 대만가권지수(-4.43%), 중국상해종합지수(-0.67%) 등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다만 낙폭은 한국 증시가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마감했다. 급락장 속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원대, 기관이 1조원대 순매도에 나선 가운데 개인은 4조 6255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 확대를 일부 막았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상승 베팅’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KODEX 레버리지(6649억원),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4734억원), TIGER 반도체TOP10 레버리지(1932억원) 등이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상품은 지수나 특정 업종이 상승할 경우 수익률이 2배로 확대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국제 유가 급등이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조정 국면에서 분할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코스피는 중동 이벤트를 한 달 안에 상당 부분 극복했다”며 “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된다면 수급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상승을 지지할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쌀·곶감·누에고치가 으뜸인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상주시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 가는 전통 농업 중심의 도시 이미지를 벗고 비상을 위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삼한시대 이후 농업도시 전통 이어 하나는 지역 특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복합단지와 청년 농업인을 기반으로 한 ‘첨단 농업’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차전지’다. 상주는 삼한시대 이래 1500여년 동안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이끌어온 대표적 농업 도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삼한의 3대 저수지인 공검지, 농사에 최적의 기후 조건 등 농업 기반이 고루 잘 갖춰진 덕분에 한반도 농업을 상징하는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세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와 이상기후 등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전통 농업 중심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구 소멸이 계속되고 있고 지역 경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상주시는 첨단 농업과 이차전지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시는 미래 농업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스마트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측·관리하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시는 2028년까지 낙동면 신상리 1235 일대 5㏊에 한국 미래 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 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총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는 최근 상주시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지정 사업에 최종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기본계획 수립 및 부지 매입 등을 거쳐 내년 착공, 복합 환경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대 10년 장기 임대 스마트팜 조성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는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의 안정적인 스마트농업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년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생산·연계·가공 등 관련 산업을 집적화한 첨단 농업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구에는 시설 건립 인허가 간소화, 공유재산법 특례 적용(수의계약, 20년 장기 임대, 연구시설 축조) 등 파격적인 행정·재정적 특례가 적용된다. 이런 배경에는 시가 2022년 사벌국면에 조성해 운영 중인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42.7㏊)가 있다. 이곳은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을 포함한 전국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사업비 1548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청년교육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보육센터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를 내고 도전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기반 영농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혁신밸리 지원센터 등 핵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청년농을 육성하고 첨단 미래 농업 기술을 생산하는 농업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만 18~39세 교육 뒤 임대 팜 제공 특히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만 18세부터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매년 50여명을 선발해 20개월 동안 이론부터 실습 경영 등 전문 교육을 거치고 있으며 3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한다. 시는 또 2035년까지 임대형 스마트팜 인근 25㏊에 스마트팜 창농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료생이 임대형 스마트팜을 거쳐 창농단지로 안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사업이 준공되면 상주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단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등을 모두 갖춰 농업인 교육→실증→생산→정착으로 이어지는 스마트농업 전 주기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로써 미래 농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시험 무대와 창농의 꿈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첨단 기술의 힘, 기업인에게는 혁신의 길을 열며 미래 농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시는 이차전지 육성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SK머티리얼즈그룹14(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의 전신)를 유치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중 배터리 분야를 지역 특화 산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유치와 육성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전기차·모바일 기기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고도의 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드론, 스마트 워치 등에 사용된다. 시는 이달 중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 설계 및 환경·교통·재해 등 영향평가 용역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공성면 용안·무곡리 일대 190여만㎡ 부지에 총사업비 5091억원을 투입해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시는 전체 산업시설용지 117만여㎡ 중 절반을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등 이차전지 업종에 할애하고 40% 정도에는 전자부품과 컴퓨터·전기장비 등 첨단 산업 업종과 금속 기계 업종을 배치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소부장 집적… 앵커 기업 연계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 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키고 앵커 기업과 협력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해 고도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산단이 조성되면 인근 청리산단에 미국의 스타트업 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가 8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소재 공장(23만 5000㎡)과 연계 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룹14코리아는 지난 1월 음극재 양산 제품 출하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14코리아의 연간 생산 능력은 전기차 수십만 대 및 AI 지원 기기 수백만 대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특히 SK의 1조 7000억원 규모 음극재 공장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향후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벌써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강영석 시장은 “이제 상주가 만년 농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산업 중심지로 일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산업과 교육, 농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 도시 구조를 완성해 상주의 100년 먹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 ‘아까운 농산물’ 유통 전국 첫 지원

    경기 ‘아까운 농산물’ 유통 전국 첫 지원

    경기도가 외관상 흠집이 있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아까운 농산물’의 유통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국 최초로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아까운 농산물’은 등급 규격에 맞지 않거나 농업재해 등으로 겉모양에 상처가 있지만 먹는 데는 문제가 없어 유통이 가능한 농산물을 말한다. 기존에 사용되던 ‘못난이 농산물’을 순화한 표현이다. 도는 아까운 농산물을 구입 유통업체에 도비, 시군비 각 1억원의 구입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음 달까지 시군별 수요 조사를 실시한 뒤 5~6월 사업 대상자를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농산물은 일반 판매로 유통하고, 품질이 낮은 농산물은 식자재 전문 유통업체와 연계해 식자재나 가공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전 농산물 안전성 검사도 실시한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공포·시행된 ‘경기도 아까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지원 조례’에 따라 마련됐다. 최근 이상기후 영향으로 외관상 결함이 있는 농산물이 늘어나면서 농가 소득 감소, 농산물 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도는 아까운 농산물 판로가 확대되면 농가 소득이 늘고 농산물 폐기 감소로 환경오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청년농과 귀농 농가의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까운 농산물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2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채소·과일 생산액 16조 373억원 중 아까운 농산물 시장 규모는 2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도는 5월부터 도내 아까운 농산물의 품목과 생산량, 유통 현황을 조사해 유통 활성화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 해남 겨울배추 ‘밭떼기 유통 구조’ 개선

    전남 해남에서 농산물 가격을 농민이 직접 결정하는 ‘농업 주권 실험’이 추진된다. 전국 최대 겨울배추 산지인 해남을 중심으로 서남부권 농산물을 통합 관리하는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중간상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해남군은 총사업비 500억원 규모의 ‘서남부권 농산물 통합 물류거점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타당성 조사 용역비 2억원을 반영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입지는 솔라시도 지역이 유력하다. 군이 김치 원료 공급단지 조성을 위해 확보한 7만 2000㎡ 부지에 물류센터를 결합하는 구상이다. 2027년 착공, 2030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해남 농산물 유통 구조는 생산 규모에 비해 취약하다. 전체 농산물 가운데 농가가 직접 출하하는 비율은 3% 이내에 불과하다. 농협 계통 출하를 포함해도 15%를 넘지 못한다. 전국 생산량의 67.3%(16만 1757t)를 차지하는 겨울배추의 직거래 비중은 7.7% 수준으로, 대부분 중간 유통 상인에게 밭 단위로 넘기는 ‘밭떼기’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 구조에서는 가격 결정권이 상인에게 집중된다. 가격이 급락하면 농민이 손실을 떠안고 수급 조절 실패 시 산지 폐기나 대금 미정산 문제가 반복된다. 군과 농민단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에서 직접 가격을 형성하는 물류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남 겨울배추 생산량 중 30% 정도만 물류센터를 통해 유통해도 가격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겨울배추뿐 아니라 양배추·무·마늘·양파·대파·당근 등 전남 서남부권 7대 겨울 작목이 새로운 유통망으로 묶일 전망이다. 군은 농업 유통 혁신 모델인 이 센터가 제주까지 연결하는 광역 농산물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주 겨울 채소와 감귤류 물량의 30~40%가 대구 등 경북 지역 물류창고에 보관되는데 이를 해남으로 흡수해 전국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짙어지는 혐오와 파시즘… 박정희 시대를 다시 읽다

    짙어지는 혐오와 파시즘… 박정희 시대를 다시 읽다

    ‘이데올로기’로 살아있는 박정희제국식 능력주의가 낳은 성과물압축성장 동력 ‘군사적 자유주의’민주주의도 통치 정당화 도구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지도자, 5·16 쿠데타와 10월 유신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압한 독재자, 한일 국교 정상화와 베트남 파병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꾀한 인물.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은 늘 중간지대 없는 극단의 평가 속에 존재한다. 한국의 20세기를 논할 때 박정희란 이름이 ‘피할 수 없는 화두’인 것은 분명하다. ‘박정희 체제의 지배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역사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 한국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점점 양극화와 혐오가 짙어지고 파시즘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다시 읽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박정희의 삶을 복원하거나 행위를 평가하기보다 ‘이데올로기 박정희’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맹렬히 살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추적한다. 먼저 저자는 쿠데타 이전 박정희의 개인적 삶과 그의 통치성을 연결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 태어나 초·중등교육과 만주군관학교,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다. 저자는 “박정희가 사관학교 교육을 통해 일본의 극우 파시즘 세례를 받아 평생을 갈 정치 성향을 형성했다”며 “박정희는 ‘제국식 능력주의’가 낳은 최고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한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당원으로 활동하다 전향했던 전력 역시 ‘사상적 귀순’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선택’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해방 이후 정부 수립과 전쟁 수행, 전후 복구, 경제개발을 국가적 지상과제로 삼은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박정희에게 미국이란 ‘야누스’ 같은 의미였다. 저자는 박정희가 미국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과 별개로 박정희 체제가 결과적으로 ‘작은 아메리카’ 모델을 지향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그가 경제개발을 압축적으로 진행한 동력은 ‘군사주의’에서 찾는다. 특히 새마을운동에 대해 “새마을운동의 최대 성과는 욕망하는 농민의 생산”이라며 “농업의 자본주의적 재편, 농촌의 근대적 변환과 함께 자본주의적 인간형의 양산을 추구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전 내지 선동”이라고 덧붙인다. “박정희 체제는 산업화와 함께 졸지에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던 농민을 설득해 낼 수 있다면, 그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적 삶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면, 전 국민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략) 새마을운동의 더 중요한 대상은 농민이 아니라 도시민이었다.” 박정희 시대는 민주주의를 통치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박정희와 군부는 자신들의 쿠데타를 ‘민족적 민주주의’로, 유신체제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지칭하며 파시즘적 통치를 민주주의의 틀로 위장하고자 했다. 이른바 ‘국뽕’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박정희 체제가 국민을 동원의 주체로 호명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발전이 아니면 가난뿐’이라는 식의 발전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의 압축성장 뒤에 박정희 체제의 ‘군사적 자유주의’가 있었다고 해석한다. 규율과 통제,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군사주의가 도시 노동자부터 농민까지 동원해, 최대의 힘과 속도로 ‘악마의 맷돌’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늘 목표로 삼으며 달려왔던 미국의 자유주의가 최근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이어 숱한 ‘포스트 박정희’들이 양산되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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