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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경제·생활의 토대 씨앗, 인류 삶을 바꾸다

    음식·경제·생활의 토대 씨앗, 인류 삶을 바꾸다

    씨앗의 승리/소어 핸슨 지음/하윤숙 옮김/에이도스/384쪽/2만원 과일을 먹다가 뱉어 버리곤 하는 씨앗. 보잘것없는 존재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씨앗의 세상에 살고 있다. 커피, 빵, 밥, 견과류 등 거의 모든 식단을 씨앗으로 채우고 있다. 입고 있는 면직물도 씨앗에서 나온 것이다. 씨앗은 말 그대로 음식과 경제와 생활방식의 토대를 이룬다. 씨앗은 야생에서 생명의 기반을 이룬다. 종자식물이 전체 식물군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억년 전에는 달랐다. 거대한 숲은 포자식물이 지배했고 종자식물의 존재는 미약했다. 종자식물은 침엽수, 소철, 은행나무에서 시작해 다양한 종으로 퍼져 나가 지구를 철저하게 변화시켰고 인류 삶의 토대가 됐다. ‘씨앗의 승리’는 씨앗과 씨앗을 지닌 식물들이 지구상에서 이 같은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을 씨앗의 특성과 습성을 통해 알아보고,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이유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보존생물학자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와 생물 보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는 씨앗의 진화사적 의미와 함께 인류학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지녔는지를 들려준다. 씨앗 속에는 어린 식물이 섭취할 최초의 식량을 미리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발생 초기의 뿌리와 순, 잎이 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씨앗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꺼냄으로써 현대문명의 길을 열었다고 설명한다. 씨앗의 진화적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씨앗은 휴면의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종은 수십 년을 흙속에서 견디고도 싹을 틔운다. 사람들은 휴면기를 갖는 씨앗을 저장하고 응용하는 법을 익힘으로써 농업의 길을 열었고 국가의 운명을 지속적으로 결정해 나갈 수 있었다. 식물은 자기 보호를 위해 놀라울 정도의 방어 체계를 씨앗에 갖춰 놓고 있다. 씨앗은 갖가지 방식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알아냈다. 이동하기 위한 적응 방식을 확립함으로써 지구 전체의 서식지에 접근할 수 있었고, 다양성을 확보했으며 귀중한 산물을 인간에게 안겨 주었다. 책은 작은 씨앗에 담긴 자연의 위대한 생존 전략과 함께 인간과의 공진화(共進化) 역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려 낸다. 씨앗이 단단한 씨방 안에 들어 있는 것도, 고추의 매운맛도 이런 공진화의 역학 관계에서 나왔다. 씨앗은 인류 역사를 바꿔 놓기도 했다. 후추 열매를 얻으려는 노력이 발견의 시대를 이끌었고 커피콩은 계몽주의를 꽃피우는 에너지가 됐으며 목화씨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작은 씨앗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옥수수 한 알로 세상을 구한, 옥수수에 미친 남자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옥수수 한 알로 세상을 구한, 옥수수에 미친 남자

    옥수수 한 알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일굴 수 있다고 믿는 세계적인 육종학자다. 1970년대 후반 개발도상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퍼뜨렸다. 아프리카에서도 17년에 걸친 노력 끝에 현지 풍토와 기후에 맞는 슈퍼 옥수수를 탄생시켰다. 1998년부터 북한을 59차례 드나들며 굶주린 주민을 먹여 살릴 옥수수 생산 증대에 힘썼다. 지구촌 기아 해결에 헌신한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 5회나 추천됐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한국을 빛낸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945년 울산 출생 ▲신명초등학교, 경주 양남중, 울산농업고, 경북대 농학과, 고려대 농학 석사, 하와이대 농학 석·박사 ▲1977년 녹조근정 훈장, 1986년 국제농업연구대상, 1996년 일가상, 국회 과학기술연구회 1회 과학기술인상, 1998년 만해평화상, 2003년 미국 국제작물육종가상, 2011년 대한적십자사 적십자인도장 수상 등 ▲노벨 평화상·생리학·의학상 5회 추천, 브리태니커 ‘2000년 화제의 인물’, 2001년 일본 NHK ‘아시아의 인물’.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달 12일 포항역에 내렸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아이구, 이 더운 날에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땀에 젖은 헐렁한 셔츠, 흙투성이 등산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박사’의 차림새는 아니었다. 그는 금방 딴 것이라며 껍질을 벗겨 소매에 쓱쓱 닦더니 내 앞에 내밀었다. 날옥수수는 처음이었다. 망설이다 한입 베어 무니 웬걸,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맛있죠? 이게 과일보다 단 꿀옥수수라는 겁니다. 미국서 공부할 때 내 점심은 이 옥수수였어요. 날것 두세 자루로 배 채우고 밭에서 18시간씩 일했죠.” 옥수수에 미친 사내, 김순권(71)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학교는 뭐 할라 가노? 내 따라 댕기면서 농사랑 괴기잡이나 배아라. 어차피 장남이 집을 책임져야 안 되겠나.” 아버지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져 낙심한 나를 혹독하게 부리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소똥을 퍼서 퇴비를 만들고 밭을 갈았다. 밤에는 배를 타고 나가 멸치를 잡았다. 일이 없으면 산에 올라 나무를 했다. 하루 세 짐은 채워야 끝났다. 똥통을 지고 보리밭을 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생똥을 온몸에 뒤집어쓰기도 했다. 아버지와 함께 반듯하게 밭을 갈던 소는 내가 쟁기질을 이어받자마자 구불구불 갈지자로 걸었다. 아버지는 소 한 마리도 못 다루는 놈이 뭐가 되겠느냐며 지게 작대기로 사정없이 내리치셨다. -나는 해방을 몇 달 앞둔 1945년 4월 5일 경남 울주군 강동면 신명리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딸 여섯을 낳고서 얻은 아들이었다. 읍내에 가려면 서너 시간은 걸어야 했던 오지였다. 아버지는 여덟 마지기 땅에 논농사를 지으셨다. 멸치잡이 배 한 척도 있었다. 못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식구가 많아 늘 배를 곯았다. -인생의 고비에서 나는 세 번의 시험에 낙방했다. 머리가 좋지 않았지만 노력형이어서 반에서 3~4등은 했다. 은행원을 최고의 직업이라 여기고 명문인 부산상고에 도전했지만 입학시험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1년 동안 아버지 밑에서 농사를 배웠다. 돌이켜보면 일종의 ‘선행학습’이었다. 이듬해 울산농고에 들어갔다. 삽질, 김매기는 내가 일등이었다. 졸업할 때 실습상을 받았는데 부상이 삽이었다. 평생 옥수수밭에서 일할 운명은 그때 결정된 게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태풍이 고향 집을 덮쳤다. 아버지가 피해 복구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병원비를 대려고 논을 팔았다. 셋째 누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더 기울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은 무리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어야 했다. 농협 입사 시험을 쳤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내 인생의 두 번째 낙방이었다. 실의에 빠져 있는데, 경북대 농과대학에 가면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독일 유학도 보내준다는 말을 듣게 됐다. -10대1의 경쟁을 뚫고 경북대 농대에 합격한 나는 공부벌레로 살았다. 강의를 듣거나 아르바이트하는 시간 외에 도서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가장 늦게 도서관 불을 끄고 나왔다. 한번은 도서관에서 한 여학생이 차를 마시자고 해 따라나갔다. “네? 법대생이 아니고 농대생이라고요?” 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걸로 알았던 그녀의 표정이 확 굳었다. 예비 판검사와 연애 한 번 해보려 했는데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우장춘 박사처럼 육종학자가 될 것인가.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농업경제학 교수가 될 것인가. 흙에서 뒹굴며 평생을 보내야 하는 육종학자와 세련된 매무새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중에서 후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서울에서 두 달 하숙하며 대학원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았는데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화가 나서 담당 교수에게 따지러 갔다. 교수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자네는 생김새가 촌사람이어서 경제학은 안 맞는 것 같아. 충고하는데 그대로 육종학을 하시게나.” 세 번째 낙방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농촌진흥청에 들어갔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통행금지 예비 사이렌이 울리는 밤 11시 30분에 연구실을 나섰다. ‘제2의 우장춘’이 되겠다는 각오로 하루 18시간을 일하고 공부했다. 하지만, 배움의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미국 유학이 가고 싶었다. 가난한 공무원에겐 자비 유학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국비 장학생이 되어야 했다. 서울대 문턱보다 높다는 하와이 동서문화센터(EWC)의 미국 유학 장학생 17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하와이대에서 옥수수 육종학을 시작했다. 미국산 옥수수는 탐날 정도로 크고 질이 좋았다. 지속적인 품종 개량의 결과다. 옥수수 연구가 한국보다 50년은 족히 앞서 있었다. 감탄과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옥수수를 잘만 개량하면 막대한 수확량을 올려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인 유학생들과 연구실에서 공부하다 밤이 되면 함께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그들이 잠들면 나는 혼자 연구실에 돌아가 2시간을 더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이 밥 먹고 하와이 날씨를 즐길 때 나는 뙤약볕 아래 실습장에서 생옥수수로 끼니를 때우며 연구를 거듭했다. 다들 ‘옥수수에 미친 남자’(crazy corn man)라고 수군거렸다. -미국 교수들은 “옥수수 교배 올림픽이 있다면 김순권이 단연 금메달감”이라고 나를 치켜세웠다. 옥수수 교잡종을 만들려면 암수를 접붙여야 한다. 옥수숫대 위에 달린 수술에선 100만~200만개의 미세한 꽃가루가 떨어진다. 눈병이 생기기 쉬우니 자주 씻어내야 한다. 눈이 큰 미국인들은 이걸 불편해했는데, 나는 눈이 작아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3년 3개월 만에 석·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다. 박사 과정 동안 20차례 옥수수를 재배하며 쓴 논문들을 세계농업학회지 등에 7차례 실었다. 단숨에 전 세계 옥수수 학계의 스타가 됐다. 미국의 파이어니어라는 종자회사가 농촌진흥청 월급의 20배였던 3000달러를 제의해 왔다. 하지만 나는 솔깃한 제의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 손으로 만들어낸 옥수수를 우리 땅에 하루라도 빨리 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979년 강원 홍천, 평창, 영월의 시험 재배장에 ‘수원 19호’, ‘수원 20호’, ‘수원 21호’의 종자가 뿌려졌다. 얼마 후 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씨알 굵은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렸다.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암초가 등장했다. “미국과 국제기구가 자네가 개발한 ‘수원’ 시리즈는 한국 땅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네. 수고했지만 종자는 창고에 쌓아 두고 연구나 좀더 해 보게.” 농진청 선배의 말이었다. 옥수수 종자를 팔기 위한 미국의 로비가 뻔했다. “이 종자가 실패하면 10년 동안 감옥에 가 있겠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농가에 당초 계획의 절반인 8만t을 나눠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민들이 옥수수를 땅에 심으려 하지 않았다. “농사 망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격한 삿대질이 돌아왔다.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해 강원도에는 바람이 심해 곳곳에서 흉작이 났는데 이게 좋은 기회가 됐다. 수원 19호는 전혀 넘어지지 않았고 전체 포기의 95%에 잘생긴 옥수수가 달렸다. 수원 품종을 심은 농민들은 수입이 전년보다 3배 이상 올랐다. 누가 이 종자를 못 심게 했느냐며 관련자가 처벌까지 받았다. ‘미국이 55년에 걸쳐 만든 옥수수 교잡종을 5년 만에 이뤄냈다.’, ‘한국 옥수수 농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찬사가 이어졌다. 그때부터였다. 내 이름 앞에 ‘옥수수 박사’가 붙은 것은. -그즈음부터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에서 줄기차게 나에게 팩스를 보내왔다. 비영리 농업연구센터인 IITA는 나이지리아 이바단에 1000㏊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며 아프리카 기아 해결을 연구하고 있었다. 한국형 교잡형 옥수수를 개발한 나더러 5억명 아프리카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그들의 요청이었다. 1979년 8월 이바단에 도착했다. 2년 만에 옥수수 암이라고 부르는 위축 바이러스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하자 나이지리아 정부가 후원자로 나섰다. “5년간 250만 달러를 줄 테니 나이지리아에 맞는 옥수수를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500개의 종자를 만들어 7개 지역 옥수수밭에서 시험 재배했다. 최종 배양된 종자는 기존 옥수수보다 수확량이 배가 많았다. 해마다 100t에 가까운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했던 나이지리아는 생산량이 300만t 이상 늘어 옥수수 완전 자급을 이뤘다. 대통령이 내 손을 잡고 고마워했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17년 동안 나는 아홉 번이나 말라리아에 걸렸다. 위험한 고열에 시달린 게 여섯 번, 죽기 직전 위급한 상황이 세 번이었다. 고열에 혼수상태를 지속하다 3일 만에 정신을 차린 적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현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나는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명예추장에 두 번이나 추대됐다. 외국인 중에 명예추장이 된 사람은 통틀어 50명 정도밖에 없는데, 외국인으로 두 번이나 명예추장이 된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사람이란 뜻의 ‘마이에군’, 아내는 황금의 어머니라는 뜻의 ‘예예니우라’로 불렸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50코보(약 50원)짜리 동전에 오동통한 옥수수 이삭을 새겨 넣었다. 내가 개발한 ‘오바슈퍼 1호’였다. -IITA의 책임연구원으로 귀한 인재 대접을 받았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자리였다. 우리 연구팀이 1986년 농업부문 노벨상으로 불리는 벨기에 국제농업연구대상을 받은 뒤 몸값이 더 올라갔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편치 않았다. 1994년 북한에 엄청난 수해가 닥쳤다. 어릴 적 배고픔을 겪어 본 나는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 북에 언니와 오빠를 둔 아내는 더욱 가슴 아파했다. -1995년 경북대에서 ‘외국 박사 모셔오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에게 교수직을 제안했다. 귀국과 동시에 북한 식량 문제를 도울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경북대 농대 소유의 1.7㏊(약 5000평) 규모 옥수수 농장에서 북한 토양에 적합한 슈퍼 옥수수 종자를 시험 재배하며 때를 기다렸다. 북한 당국은 공식 초청장을 5차례나 보내 나에게 방북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1998년 1월 방북 승인이 떨어졌다. -북한 현지 사정은 심각했다. 비료가 부족하고 과학 영농이 안 돼 농작물이 병충해에 약했다. 북한 농업위원회 간부들은 슈퍼 강냉이를 개발해 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과학적 주체농업’을 제안했다. 협동농장 간 경쟁을 붙여 평균보다 많이 수확한 농민에게 식량 배급을 더 주자고 했다. 농사 잘 지은 협동농장에는 트랙터를 상으로 줬다. 망가진 옥수수밭을 살리기 위해 콩과 돌려짓기를 하고 대홍단(옛 개마고원) 등 고산지에는 저온작물인 감자를 심도록 했다. 이렇게 하니 평균 30% 이상 식량 증산이 이뤄졌다. 내가 개발한 수원 19호를 북한 농민은 ‘강냉이 19호’ 또는 ‘강 19호’로 불렀다. 첫 방북 이후 지금까지 59회를 북에 다녀왔다. 옥수수사업은 북의 기아 해결과 남북 화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2003년 이후에는 나의 방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중국, 몽골, 베트남, 라오스, 동티모르에 슈퍼 옥수수를 보급했다. -옥수수가 신기한 것은 종자 1개가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옥수수 한 알을 심으면 1200개 알갱이가 붙은 옥수수가 나온다. 내가 직접 만진 옥수수는 하루 수천개, 46년이 지났으니 줄잡아 수십억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옥수수가 내 손을 거치게 될까. 앞으로도 계속 옥수수밭에서 땀 흘려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포항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농업용수에 바닷물 섞이다니…

    농업용수에 바닷물 섞이다니…

    울산 울주군의 대표 우량농지인 삼평들 논에서 키우는 벼가 바닷물이 섞인 농업용수를 공급한 한국농어촌공사의 실수로 말라죽어 가자 농민들이 7일 보상을 촉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 [ICT, 농부가 되다] “기후변화 대비한 혁신 불가피…농업벤처 육성과 데이터 통합 주력”

    [ICT, 농부가 되다] “기후변화 대비한 혁신 불가피…농업벤처 육성과 데이터 통합 주력”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도 새크라멘토에 있는 UC 데이비스는 농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후변화가 세계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수자원관리, 세계 기아문제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연구를 통합해 운영하는 ‘월드푸드센터’가 유명하다. 이곳에선 일찌감치 스마트팜 등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농업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 전문 스타트업(신생 창업벤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최고 책임자인 월드푸드센터 디렉터 조셋 루이스는 “이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뉴 노멀’(과거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던 현상이 점점 흔해 정상적으로 되는 것)로 받아들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인류가 전통적 방식의 농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하고 미래 농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에 수년간 홍수 피해가 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예전 수준의 저수지 수량을 확보할 수 없을 만큼 가뭄이 심각하다”면서 “스마트팜을 비롯해 수량 관리, 관개 기술, 품종 개량 등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농업 관련 기업들이 수집하고 있는 온도와 습도, 생산량 등 농업 관련 데이터들을 한곳에 모아 통합해 가치있는 자료를 만드는 일이다. 루이스는 “물 관리 벤처기업과 드론 스타트업, 스마트팜 업체들의 자료를 하나로 모아 전에 없던 새로운 미래 농업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농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외부 기관의 투자를 받아 될성부른 농업 벤처를 육성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까진 유명한 기업들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미래 농업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글 사진 새크라멘토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ICT, 농부가 되다] 폐기물 ‘O’… 버려진 땅에서 미래형 도시농업 일군다

    [ICT, 농부가 되다] 폐기물 ‘O’… 버려진 땅에서 미래형 도시농업 일군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부 지역에 자리잡은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 구장 셀룰러필드 앞에서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를 이용해 동쪽으로 10분쯤 이동하니 쇠락한 공업단지가 나타났다.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니 뜻밖에도 공단 안에 작은 농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소규모이지만 밀 등 몇 가지 작물들이 재배되고 닭과 오리도 함께 사육되고 있었다. 농장 바로 옆에는 커다란 그래피티가 그려진 낡은 공장 하나가 나왔다. 이 지역의 명소로 재탄생한 ‘더 플랜트’였다. 과거 돼지고기 가공 공장으로 이용되다 버려졌던 이곳은 이제 폐기물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않고 야채와 버섯, 어류 등을 생산하는 미래형 도시 농업의 상징이 됐다. 여름방학 기간이었음에도 더 플랜트에는 시카고 지역 학교에서 견학을 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한 해에 약 5000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고 더 플랜트의 프로그램 매니저 조너선 피레이라가 귀띔했다. 단순한 먹을거리 생산만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농업 연구와 교육용 견학, 지역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도시 재생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플랜트 시카고’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지역 거부(巨富)인 존 에델이 2010년 버려졌던 3층짜리 폐공장 건물을 25만 달러에 매입한 뒤 인근 일리노이 공과대학(IIT)과 손잡고 새로운 농업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됐다. ‘더 플랜트’는 ‘제로 에너지’와 ‘제로 폐기물’을 기본 원칙으로 다양한 종류의 수직 농장 운영 노하우를 얻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더 플랜트의 중심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지하실에 찾아가니 어두컴컴하면서도 축축한 재배지에서 야채와 버섯, 어류 등 10여 가지가 재배되고 있었다. 피레이라 매니저는 “이곳은 외부 에너지 지원 없이 지속적으로 농수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폐쇄형 생태계’(loop ecosystem)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살펴보니 효모 균주를 발효시킬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잎채소 등에 보내져 흡수하게 하고, 맥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아 즙은 재배 식물들의 퇴비로 쓴다. 골파와 허브 등을 키우는 데 사용한 물은 민물고기인 틸라피아 수조에 넣어 재사용하고, 틸라피아 수조에는 물에 뜨는 식물들을 키워 수질을 정화해 이 물을 다시 식물에 뿌려준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한 공정에서 만들어진 폐기물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른 공정에 필요한 재료나 성분이 될 수 있게 시스템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더 플랜트가 관심을 모으는 건 거대도시인 시카고 시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농산물이 산지에서 출발해 가정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평균 2400㎞ 안팎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대규모 농업지역인 캘리포니아 지역에 6년째 가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멕시코와 남미 지역에서까지 대규모로 농산물을 수입해 이동 거리는 더욱 늘고 있다. 거리에 비례해 제품의 신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방부 목적의 농약 사용도 늘 수밖에 없다. 더 플랜트는 이런 이동거리를 30~40㎞로 크게 줄여 각광을 받고 있다. 아침에 딴 버섯들을 점심식사에 쓰는 것이 시카고의 식당들에서는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블레이크 데이비스 IIT 교수는 “더 플랜트가 가치 있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첨단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들을 잘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누구나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제로 폐기물’을 넘어서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폐기물까지 더 플랜트에 가져와 써 지구의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 ‘비욘드 제로 폐기물’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형 도시농업 실험은 ‘자동차의 도시’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도 진행 중이다. 이곳은 1950년대에만 해도 인구가 200만명에 달했지만 자동차 공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8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공식적인 실업률만 30%를 넘고 재정난으로 경찰이나 소방 같은 기초적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백인들이 거의 도시를 떠나 인구의 80% 이상이 흑인으로 남게 되면서 도심 주거지역의 주택이 불과 1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죽은 도시가 됐다. 2009년 디트로이트의 백만장자 존 한츠는 폐허가 된 지역에 농장을 건설해 사람이 다시 살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도시의 버려진 땅을 매입해 농장을 만들었고 시민운동가들은 빈 땅을 경작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세계 도시농업의 수도’로 불린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경제적 지원이 중단되자 자급자족을 위해 도시농업을 활성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캐나다 밴쿠버에도 100여개의 공동체 텃밭이 운영되고 경작 대기자 수가 2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밴쿠버 시 정부는 토지 소유자가 노는 땅을 공동체 텃밭으로 제공하면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등 혜택도 제공한다. 시카고 지역의 지속가능 농업 프로그램인 ‘와이저’에 참여하고 있는 하미드 아라스투퍼 IIT 교수는 “도시농업이 과거 버려졌던 땅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고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들이 근교에 유통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글 사진 시카고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기준금리 인상 우려 완화에 주요 지수 상승…나스닥 사상 최고 마감

    기준금리 인상 우려 완화에 주요 지수 상승…나스닥 사상 최고 마감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완화한 데 따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상승했다. 6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16포인트(0.25%) 상승한 18,538.1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50포인트(0.30%) 높은 2,186.4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01포인트(0.50%) 오른 5,275.91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지수는 장중 한때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서비스업 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인상 우려를 완화한 것이 증시 상승 재료가 됐다. 지난 8월 미국의 서비스업 활동은 위축세는 모면했으나 예상치를 하회해 경제 낙관론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관리협회(ISM)는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의 55.5에서 51.4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55.0을 밑돈 것이며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업종이 1.5% 상승하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외에 소비업종과 헬스케어업종, 기술업종, 통신업종, 유틸리티업종도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금리인상 기대 완화로 금융업종이 0.23% 떨어졌고 산업업종과 소재업종도 내림세를 보였다. 애플은 다음날 제품 출시 행사를 앞두고 0.05% 하락했다. 인텔의 주가는 반도체업체인 모비디우스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1.36% 상승했다. 시장은 이날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유가 움직임 등을 주목했다. 최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위원들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제조업 지표와 비농업부문 고용, 이날 발표된 서비스업 지표까지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모습을 나타내 금리 인상 기대는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9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18%로, 11월과 12월 25bp 인상 가능성은 22%와 40.3%로 반영했다. 뉴욕유가는 전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라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9센트(0.9%) 상승한 44.83달러에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수학 계산의 달인과 제작의 달인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수학 계산의 달인과 제작의 달인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거대한 돌을 사용한 건축 방식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 년이 걸렸던 공사에는 수많은 인부가 동원됐다. 이 인부들은 운명이려니 하고 강제 노역을 했을까. 이집트에서 발견된 고대의 파피루스 문서에는 인부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그림과 함께 어떻게 분란 없이 공정하게 급여를 지급할지에 대한 수학적 방식이 기록돼 있다. 국가 경영의 지속성을 위한 시스템이 존재했던 것이다. 인류 문명에서 수학이 국가 경영의 주요 도구로 인식되고 사용된 흔적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중세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 경쟁에서는 원거리 항해술이 국가의 기간 기술이었고, 대양에 홀로 있는 배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삼각함수 같은 수학을 발전시키고 활용해야 했다. 중국은 비극적인 경우다. BC 212년 진시황이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인해 고대 중국의 수학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후대의 기록을 보면 추상적이고 이론적이기보다는 개인이나 국가가 당면한 문제 해결 중심의 수학이 발전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조선에서 수학과 과학을 국가 경영의 주요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한 대표적인 사람은 세종대왕이다. 그의 과학 정책의 두 축인 이론과학과 실험과학은 이순지와 장영실이라는 두 걸출한 인물로 표현된다. 장영실은 노비 신분에서 종삼품의 관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창의적 사고와 정교한 기술을 보유해 당대의 혁신을 이루어 냈다. 학문적 체계화를 이루어 후대에 이어졌더라면 큰 여파를 만들었을 텐데 아쉽다. 이순지는 명문가의 자식으로 집현전 학사 시절부터 천문과 수학에 관심을 보였다. 재능을 높이 사고 기를 살려 준 군주 덕분에 10살 아래인 김담과 짝을 이뤄 연구 활동을 했다. 장영실이 천재적 재능으로 각종 천문기구를 만들어 내자 이를 무기로 천문 관측을 하고 그 결과를 해석해 해와 달 그리고 5개 행성(수, 금, 화, 목, 토)의 활동을 계산한 ‘칠정산’을 완성했다. 칠정산 외편은 달력의 제작법 즉 역법을 다룬다. 축적된 천체 관측 데이터와 높은 수준의 수학적 해석 능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세종은 조선의 경위도와 다른 중국의 역법을 사용해 국가 경영의 여러 문제가 발생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농업을 위한 절기 예측에 문제가 생겼고, 당시로는 무시무시하고 불길했던 태양과 달이 사라지는 일식과 월식 현상도 자주 놓쳤던 탓이다. 조선이 독자적인 역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국가 경영에서 역법이 갖는 위치 때문에 황제만이 역법을 공표할 수 있던 중국에서 지방시를 사용한 첫 경우였다.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에는 1년을 365일로 보는 달력을 사용했다. 오랜 천체 관측과 수학적 계산의 결과로 1년은 365일 6시간쯤 된다는 걸 깨닫고 윤년을 도입한 건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였다. 알렉산드리아의 많은 성취가 그랬듯이 이 이론도 나중에 아랍으로 건너가서 회회력으로 불리게 됐다. 이순지는 이 이론을 연구해 자체 수집한 천체 관측 데이터에 적용했고, 1년은 365일 5시간 48분 45초라고 결론지었다. 현대의 달력과 거의 같다. 수학 계산의 달인인 이순지와 제작의 달인인 장영실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은 과학기술의 큰 진전을 만들어 냈다. 요즘 말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이상적 조합이랄까. 이론과 실험의 긴장 관계와 상호 협력이라는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세종은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다.
  • 농협장학생 1호 농협맨 유수철씨 “공채 합격 대기업보다 농협 나눔의리 택했죠”

    농협장학생 1호 농협맨 유수철씨 “공채 합격 대기업보다 농협 나눔의리 택했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수철(25)씨는 지난해 말 농협은행과 대기업 공채 시험에 동시에 합격했다. 잠시 어디로 갈까 망설였다. “농협과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가고 싶어” 농협을 선택했다는 유씨는 농협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도 대기업 이름값에 잠시 흔들리던 마음을 붙잡아 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농협재단 장학생 출신 1호 농협맨이기도 하다. 아직도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 없지만 유씨는 농협장학생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눔 의리’를 실천하고 있다. ●농협재단 13년간 1만 5400명에 장학금 농협재단은 농촌 지역사회 발전과 농업인 복지 증진을 위해 2004년 농협이 설립했다.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 사업과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지원한 장학생만 1만 5000명이 넘는다. 최근 2학기 장학생을 선발해 487명에게 12억 3700만원을 지원했다. 역대 장학생은 총 1만 5404명으로 전체 장학금은 352억 2200만원에 이른다. 2008년부터는 해마다 200여명의 학생을 선발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기마다 최대 3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맞춤형 장학생’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서울로 진학한 농촌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2011년 서울 강북구에 농협장학관도 개관했다. 해마다 5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다. ●다문화 1670가정 친정 방문도 지원 농촌 지역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개 저소득 국가 출신인 결혼 이민 여성들이 한국의 농촌 사회에 잘 적응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마다 200여 가정을 선발해 모국 방문 기회를 준다. 최근 10년간 1670가정이 친정을 방문했다. 2014년부터는 친정 개보수 공사도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 청소년 1대1 멘토링 캠프 열어 지난 7월에는 50명의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서울 송파구 영어마을에서 열린 4박 5일 영어캠프에 참가했다. 농협장학생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과 1대1 멘토링을 맺고 청소년 캠프도 연다. 김병원 농협재단 이사장은 “글로벌 농촌사회로 발전하려면 다문화 가정 2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각도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新전원일기] 철학을 심고 삶을 일군다…욕심 버리고 생명 키운다 …속도 줄이고 느리게 걷자

    [新전원일기] 철학을 심고 삶을 일군다…욕심 버리고 생명 키운다 …속도 줄이고 느리게 걷자

    귀농이나 귀촌, 생태운동이나 자연농법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추천하는 ‘최고의 귀농 바이블’이 바로 일본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이다.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경운을 실천하는 완전 자연농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 책을 번역한 최성현(60) 작가는 무려 30년째 귀농 생활을 해 온 자급농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 세계 16개국 언어로 번역돼 자연주의자들의 귀감이 됐고, 지금까지도 ‘자연에 가장 해를 덜 끼치면서 인간 스스로에게도 가장 이로운 농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나는 친구의 추천을 통해 생태적 귀농의 또 다른 대부라 할 수 있는 야마오 산세이의 ‘더 바랄 게 없는 삶’, ‘어제를 향해 걷다’를 읽으며 ‘과연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번역자가 누굴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리고 지난주 그를 만났다. 그는 충북 제천 산골에서 홀로 지내며 자연농법을 실험하다가 지금은 가정을 이루어 강원 홍천에서 3대가 함께 사는 귀농 생활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와 어머니께서 풍성한 시골 밥상을 그득하게 차려 놓으신 채 기다리고 계셨다. 때아닌 진수성찬을 얻어먹으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알고 보니 최씨 부부는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를 통해 작가와 독자의 인연으로 만나 결혼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최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지구학교’를 열어 지금까지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 온 자연농법의 기술을 가르친다. 지구학교는 커다란 건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원두막에서 자연과 벗하며 최씨가 자연농법을 배우는 살아 있는 귀농 멘토링 장소다. 그는 ‘쥐구멍에 볕들이기’라는 정감 어린 이름의 모임도 함께 운영하며 ‘경청’을 유일한 원칙으로 삼아 그 누구도 서로에게 갑질을 하지 않는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소통과 놀이문화도 실험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00% 책의 영향이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이다. 내게는 복음서였다. 그만큼 강력했다. 1988년 3월에 충북 제천으로 귀농했다. 마을과 3㎞ 정도 떨어진 산속이었다. 집 한 채가 있을 뿐인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2007년 무렵 제천시가 새로 제정한 문화·관광 개발 지역에 그곳이 포함돼 됐다. 떠나야 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제3의 터전을 찾을 생각이었다. 부부간에 긴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내 고향을 사원으로 삼기로 했다. →보통 귀농 하면 도시 생활의 염증 때문에, 복잡하고 비정한 도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안티 도시’로서의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최성현 농가의 귀농은 좀 다르다. -그것도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 준 영향 때문이다. 그 책을 읽은 뒤로 나는 누굴 만나나 자연농법을 이야기했다. 그 얘기밖에 할 줄 몰랐다. 그렇게 길이 정해졌다. 높은 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게 내버려 두고, 나는 바닥에서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을 하며, 철학을 연구하고, 시를 짓고 싶었다. 그게 가장 좋다고 그 책은 나에게 아주 강력하게 말했다. 문명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후쿠오카의 말에 나는 100% 공감했다. →주로 어떤 농작물을 어떤 농법으로 기르고 있는지, 올해 폭염 때문에 힘들진 않았나. -1000평 정도의 땅에 주곡인 벼농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콩, 수수, 녹두, 팥, 옥수수, 보리, 호밀과 같은 잡곡 농사도 하고 있다. 감자, 고구마, 야콘, 땅콩, 배추, 무, 파, 오이, 호박, 고추, 부추, 들깨, 수박, 참외, 오크라, 딸기, 가지, 토마토, 옥수수, 토란 등이 있고, 산야초나 과일나무도 있다. 처음엔 땅이 황폐했다. 화학비료와 트랙터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밭이라 땅이 기력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연농법을 실현한 지 5~6년 만에 그동안 떠났던 수많은 벌레들, 풀들, 동물들이 돌아오며 땅이 살아났다. 땅이 웃음을 찾게 된 것이다. 땅을 갈지 않기 때문에 물을 더럽히지 않는다. 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땅을 더럽히지 않는다. 풀 두고 가꾸기를 하기 때문에 지구의 열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자연농법은 가뭄에 강하다. 모든 논과 밭이 풀과 풀의 잔사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병충해에도 강하다. 벌레를 죽이는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천적들이 알아서 균형 있는 생태계를 유지한다. →농사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완전 자급농이다. 상업적으로 농산물을 내다 파는 것이 거의 없다. 가족들 먹고사는 것이 풍족하지 않지만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서 좋다. →농촌에서 가정을 꾸려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가사노동 분담은 어떻게 하나. -아내와 어머니가 계시기에 요리는 내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 설거지를 할 뿐이다. 쓰레기통 비우기와 분리 배출은 늘 내가 한다. 청소도 하고 그러지만 어머니나 아내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 애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튼튼한 몸, 둘째는 책 읽는 버릇이다. 우리 부부는 그걸 돕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도 아이에게 좋다. 그리고 혼자서도 자연농법으로 논밭 농사를 해낼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자연농법은 정말 좋다. 인류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 아이 인생에 자연농법을 선물로 주고 싶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 보면 살아오면서 느낀 자연의 가르침, 일상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귀농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라면. -만약 귀농을 하지 않고, 일이 잘 풀렸다면 지금쯤 대학의 철학 선생이 돼 있을 것이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지만 대학 바깥은 바깥대로 좋다.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워 좋다. 아무도 연구비를 주지 않는 건 아쉽지만(웃음). 인류는 현재 지구를 파괴하는 부끄러운 방식으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인류의 농업은 환경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나는 그 길을 찾고 있다. 씨앗을 뿌리며, 논둑을 거닐며…. 그 길에서 찾은 새로운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생태적인 비전을 꿈꾸는 지구학교는 어떤 곳인가. -인류는 인류라는 우물에 갇혀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로 살고 있다. 우물에서 나와 지구에서 보면 인류는 큰 벌레다. 무서운 속도로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경악스러운 속도로 지구를 먹어치우고 있다. 앞날이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탈이 날게 분명하다. 자연농법은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낸 가장 지구에 좋은 길이다. 거기서 출발하자는 게 지구학교다. 교재는 나의 논밭이다. 자연농법의 철학과 실제를 배운다.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모인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인다. 고등학교 학생, 무직자, 가정주부, 종교인, 회사원부터 정년 퇴직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다. 30대가 가장 많다. →귀농·귀촌을 준비하거나 꿈꾸고 계신 분들께 조언을 해 준다면. -세상에서, 혹은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먹는 것을 먹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아도 좋다고 여기는 자리까지 가면 좋다. 그것이 편하고 미래도 밝다. 환경과 나는 하나다. 다른 방식으로 말하면 나와 나 아닌 것은 하나다. 나는 나 아닌 것이 있어서 산다. 나 아닌 것에 잘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해야 한다. 남에게 욕을 하면 금방 욕이 내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공기와 물, 땅에서도 같다. 돌아온다. 반드시 돌아온다. 소나 닭이나 돼지도 같다. 모든 것이 그렇다. 그의 농가에서 잊을 수 없는 세 가지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농가의 밥상이었다. 그의 부인과 어머니께서 직접 차려 주신 농가의 밥상에는 고기나 생선이 전혀 없이도 최고의 맛을 내는 고유의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햇감자와 강낭콩을 가득 넣어 만든 잡곡밥, 집에서 빚은 된장의 구수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된장찌개, 온갖 나물과 푸성귀들로 만든 밑반찬들, 그저 고추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맛있는 오이, 그리고 멜론처럼 연둣빛 빛깔을 내면서 멜론보다 훨씬 달콤한 맛을 내는 신기한 참외까지. 그 모든 것이 자연농법의 축복이었다. “많이들 먹어요”를 연발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배가 이미 부른데도 먹고 또 먹었던 풍성한 밥상은 잊지 못할 환대의 기억이다. 두 번째는 탐나는 작업실이었다. 툇마루와 장지문과 구들장이 남아 있는 낡은 한옥이 그의 작업실로 쓰이고 있는데, 작업실의 분위기가 너무 아늑해 저절로 글이 술술 풀릴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과 은은한 달빛을 벗 삼아 더욱 용맹정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는 바로 내가 떠날 때 그가 손에 쥐여 준 햇밤 세 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워낙 비가 쏟아져서 차가 막힐까봐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려고 황급히 자동차문을 닫으려는 내게 그는 ‘햇밤 세 알’을 내 손에 꼭 쥐여 주었다. 방금 밤나무에서 떨어진, ‘제때 여물어 제때 떨어진’ 밤알들이었다. 느림의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를 인터뷰하고는 나도 모르게 ‘빠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지금도 그 햇밤 세 알을 새하얀 접시에 담아 두고, 방 안으로 성큼 쳐들어온 때 이른 가을 향기에 뭉클한 희열을 느낀다. 남들보다 빠르고,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까지도 착취하며 살아왔다. 뒤돌아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더 성숙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때로는 나 자신이 ‘조숙함’을 넘어 ‘웃자라 버린’ 느낌에 쓸쓸해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성장 신화의 내면화’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래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아니라 인공의 신화였다. 그렇게 빨리, 많이, 오래 피는 꽃은 생화가 아니라 조화인 것이다. 내 방 안에 조금 일찍 도착한 가을 소식, 이 햇밤 삼형제를 당분간 먹지 않아야겠다. 이 눈부신 가을의 징표로, 그리고 ‘지구학교’를 다녀온 ‘미숙한 청강생’의 마음으로 간절한 바람을 실어 보낸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기를. 우리가 자연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 순간이 ‘지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학교’에 입학하기에 너무 늦지 않은 순간이기를. 글쓴이 작가 정여울 2013년 제3회 전숙희 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 [관가 블로그] 사면초가 부른 농식품장관의 辯

    [관가 블로그] 사면초가 부른 농식품장관의 辯

    지난 5일 취임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야당들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곧 국회에 제출할 움직임입니다. 인사청문회 내내 김 장관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새 장관을 맞은 농식품부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김 장관이 취임 전날인 4일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모바일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습니다. 김 장관은 이 글에서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나를)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한 번의 위장전입도 없었고 한 건의 다운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음주 운전이나 논문 표절은 더욱 없다. 주식 한 주 없다”면서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김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희생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습니다. 농협 특혜 대출, 노모의 차상위 의료혜택 부정수급 의혹 등 사실과 다른 부분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억울함이 컸다고 합니다. 소통과 홍보를 강조하는 그가 평소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다소 격한 속내를 털어놓은 게 탈이 난 듯합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장관은 “송구하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여기에서 더 구설에 휘말리게 되면 김 장관 자신과 농식품부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더구나 김 장관은 ‘부적격 다수’라는 인사청문회 보고서에도 청와대가 밀어붙여 장관에 임명된 상황입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야당의 인정을 받지 못한 그 앞에는 가시밭길이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발휘해 스스로 적격자임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에는 이런 의견도 있었습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등에 비춰 농업 정책 등에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어 장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김 장관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능력을 입증하길 기대합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가 만든 허수아비에요

    [서울포토] 우리가 만든 허수아비에요

    6일 서울 중구 농협 농업박괸애서 열린 ’만화 캐릭터 허수아비 만들기’ 체험행사에서 미동초등생들이 직접 만든 허수아비를 보여 주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김재수, 野3당 해임건의안 제출 합의 묻자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김재수, 野3당 해임건의안 제출 합의 묻자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들에 대해 “알고 한 불법과 탈세는 없었는데…투기꾼처럼 돼서 억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취임한 김 장관은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연합뉴스ㆍ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세 특혜, 특혜금리 적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충분한 해명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일부 언론에 한쪽 이야기만 나와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표절, 음주운전도 없었고, 알고 한 불법과 탈세는 한 번도 없었는데 부동산 투기꾼처럼 돼서 억울했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보편적인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안 맞는다고 볼 수도 있고, 고위 공직자가 어떤 자세로 삶을 살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겸허하게 행동도 자세도 그렇게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경북대 동문 밴드(BAND)에 올린 인사청문회 관련 글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답답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설명을 좀 하라는 얘기도 있어서 상황을 설명하고 왜곡된 내용이 한 줄이라도 해명됐으면 하는 입장에서 띄운 글이었다”면서도 “공인으로서 그런 글을 올린 것은 온당치는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각오로 농업의 영역을 사업형ㆍ수출형으로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생산하는 농업, 먹는 농업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농업의 영역과 범위를 가공과 유통, 저장, 수출과 수입, 신소재, 기능성 식품 등으로 넓혀나가는 데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생산력이 45조원에서 몇년째 못 늘고 있다”면서 “우리 농업이 여전히 생산 쪽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모든 인력과 자원, 조직, 자금의 80%가 생산에 몰려있는데 이를 정반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수출농업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상품 수출뿐만 아니라 기술 수출도 하고 각종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수출하는 쪽으로 전략과 인식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농촌이 농민의 일터로만 인식돼왔는데 국민 휴양처이자 삶의 터전,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생활의 터전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쌀 공급과잉이 만성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장관은 “여러 가지로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쌀은 개방화의 틀 속에서 양자 간 협정에 매여있기 때문에 국내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인데 명쾌하게 한방에 해결되는 방안은 있을 수 없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과잉공급 구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최우선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야 3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는 “정치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사무관으로 들어와서 장관이 되니 영광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장관이 많이 오곤 했는데 제가 되니까 ‘주인이 처음으로 장관이 됐다”는 문자가 오고 해서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부리지 않고 하나하나 초석을 다져서 후손들이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알고 농민들도 신나게 일하고 공직자들도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행사’에 참석

    서울시의회 오경환의원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행사’에 참석

    마포문화원(원장 최병길)과 밤섬보존회(회장 유덕문)가 주관하여 열린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 행사’가 9월 3일 오전 10시 30분 밤섬에서 개최됐다. 이 날 행사에는 실향민 등 지역주민 등 약 15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밤섬 실향민과 지역 주민 등이 참석했고 오전 10시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선착장에 모여 바지선을 타고 밤섬으로 이동했다. 밤섬에 도착한 후 실향민들은 밤섬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귀향제를 지냈다. 또 밤섬의 옛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고 밤섬을 둘러보며 옛 추억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밤섬은 마포구 창전동과 당인동에 걸쳐있던 마을이었다. 1999년 서울시 생태경관 보전지역 1호로 지정되면서 일반인 출입이 통제 되었고 이후 2002년에 마포구는 실향민들이 향수를 달래도록 고향방문 행사를 시작했다. 한강 개발과 여의도 건설 일환으로 폭파되기 전인 1960년대 후반까지 62가구 443명이 거주했다. 밤섬은 500년전 조선의 서울천도와 함께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처음 정착했다고 전해진다.조선시대 밤섬에서 배를 만들어 고기잡이를 나간 모습을 재현한 마포나루배 진수놀이라는 고유의 문화도 갖고 있으며 당시 거주자들은 선박수리와 농업 등을 주업으로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경환 의원(마포구4. 교육위. 더불어민주당)은 “와우산에서 바라보면 밤처럼 생긴 섬에 맑은 모래사장이 아름다워 율도명사(栗島明沙)라고 불렸으며, 마포 8경 중 하나로 꼽혔던 밤섬이 실향민들의 마음속에는 그리움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2년부터 격년으로 시행해 오던 밤섬 고향 방문 행사가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하게 되어 실향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위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고 오늘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 행사를 마포주민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밤섬의 면적은 24만 1,000㎡(7만 3,100평)에 달하며 버드나무, 갯버들 등의 식물과 민물가마우지, 쇠백로, 흰뺨검둥오리, 해오라기, 고방오리 등 해마다 철새 5천여 마리가 찾아온다. 특히 지난 2012년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습지를 보호하는 국제적 협약)로 지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녹조가 내뿜는 독성 인체에 얼마나 유해할까

    녹조가 내뿜는 독성 인체에 얼마나 유해할까

    초록색 페인트를 부어놓은 듯한 걸쭉한 강물, 그 위를 지나는 거룻배 한 척. 녹조로 가득한 금강과 낙동강 등 4대강 사업 지역 하천의 최근 모습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 해마다 나타나는 불청객 ‘녹조’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때 이른 더위 때문에 찾아오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녹조는 단순히 물 색깔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水) 생태계와 인간들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오염 문제다. 일반적으로 녹조 발생 원인은 ▲영양염류 ▲수온 ▲유속 등 3가지다. 생활 오·폐수나 농가에서 흘러나오는 농업 폐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산업 오염수 등에 섞여 있는 질산염이나 인산염 같은 무기영양염류가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발생한다. 미국 생태학자 데이비스 신들러 박사는 1974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인(燐)이 녹조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 수온이 상승할 때도 녹조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19도 이상이 되면 광합성이 촉진되면서 녹조를 유발시키는 녹조류, 규조류,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또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유입된 영양염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녹조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낙동강 유역의 경우 4대강 보 설치 이후 강물 흐름이 이전보다 5분의1 정도 속도로 느려져 녹조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의 토목공학자들에 따르면 물의 흐름이 초당 3㎝ 정도만 되더라도 녹조는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낙동강 유역은 이 속도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나는 시기 예측 어려워 물그릇을 키워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4대강 사업의 아이디어 때문에 녹조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그릇이 커지면서 물이 정체돼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숨은 열이라고 하는 ‘잠열’도 커졌다는 것이다. 즉 물은 열을 오래 품고 있는 특성 때문에 한 번 달궈지면 쉽게 식지 않고 오래 가기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녹조가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과학자들은 “4대강 사업 지역은 강이 아닌 담수호 기준을 적용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천에서 발생하는 녹조의 시작 시기와 끝나는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양염류, 수온, 유속, 강물의 탁도를 비롯한 녹조 발생 원인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녹조는 어느 하나의 변수만 충족시켜도 발생할 때가 있고 모든 변수를 충족시키더라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녹조가 발생한 지역의 물에서는 ‘지오스민’이나 ‘2-메틸이소보르네올’ 같은 물질 때문에 독특한 냄새와 맛이 난다. 또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에서 내뿜는 독소물질은 인체에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대표적인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과 색시토신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물질로 발진이나 구토, 설사, 두통, 고열, 간 종양을 발생시키고, 색시토신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으로 인체에 유입됐을 경우 감각을 둔화시키고 언어능력을 잃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녹조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처리기술이다. 녹조 원인 생물을 먹어치우는 녹조포식성 생물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녹조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우수한 제거 및 예방기술로 꼽히고 있다. 또 전기분해 방식으로 물 분자를 초미립자(플라즈마) 상태로 분해시켜 수소(H)와 하이드록시기(OH)로 분해시키는 것이다. 하이드록시기는 세포막에 있는 수소와 반응해 조류의 세포를 파괴해 녹조를 없애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하수처리장에서 화학적 응집제를 사용해 인 농도를 낮추거나 초음파를 이용해 조류의 세포를 파괴해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황토살포, 녹조 악화시킬수도 그렇지만 녹조 제거를 위해 국내에서 흔히 쓰는 황토 살포는 오히려 녹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황토는 녹조 유발물질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는데 녹조 유발 조류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썩을 경우 ‘인’을 내뿜기 때문에 녹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식수원녹조연구단 이상협 단장은 “녹조현상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요인이 결합돼 발생하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녹조 발생 상황에 맞춰 적합한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글로벌시대 지방정부 역할 모색

    글로벌시대 지방정부 역할 모색

    제6차 세계지방정부연합 아태지부 총회가 5일 전북 군산시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총회는 ‘새로운 도시 어젠다 지역·생명·문화’를 주제로 오는 8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열린다. 이날 개회식에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송하진 전북지사를 비롯해 국내외 자치단체장 등 32개국 680명이 참석했다. 송 지사는 환영사에서 “이번 총회가 지속과 공존이 가능한 신문명 시대에 지방정부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한 귀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아태지부 총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지역이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와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지혜를 모으는 지방정부 간 소통을 위한 자리다. 이번 총회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준비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총회 첫날인 이날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기조연설에는 일본 돗토리현 지사를 지낸 가타야마 요시히로 일본 전 총무장관이 ‘지방 소멸위기와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생존전략’을 주제로 지방 위기 극복 대안을 제시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당면한 국내외 자치단체장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어 첫 번째 세션회의는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됐다. 지역의 어려운 문제를 단체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리더십이 지역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했다. 대회 이틀째인 6일에는 도시 재생과 문화, 농업 등 세션별로 토론하고 7일에는 현장 투어가 실시된다. 한편 송 지사 등 시·도 지사들은 제35차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를 가졌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생각나눔] “퇴비냄새 호들갑” vs “지역구 챙기기”

    이 의원, 행정부시장에게 전화 이춘희 시장과 관계도 논란 여지 도·농지역선 악취 민원 흔해 일부 “일반인 민원도 법석떠나” “농촌에서 악취 민원은 흔한 것인데 그때마다 법석을 떨어야 하느냐”는 주장과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 챙기는 게 뭔 문제냐”는 주장이 여전히 맞섰다. 총리 출신 7선 의원 이해찬(64) 의원이 세종시에 제기한 ‘퇴비 악취 민원’에 대해서다. 특히 자치단체가 야단법석을 떨은 것을 두고 ‘황제 갑질’이란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5t의 분뇨를 뿌렸으니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고, 농사를 모르는 귀농 도시인들의 무지라는 농부들의 비판도 있다. 스마트시티를 강조하는 신생 도시 세종시는 연기군 등 농촌에서 도시로 급격히 변화하는 도농복합 지역인 만큼 공동체가 서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시작은 지난달 10일 A씨가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자신의 밭 300평에 아로니아를 재배하려고 돼지분뇨 퇴비 15t을 뿌리면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지난해 2월 입주한 전원주택과 100m가 채 안 떨어진 곳이다. 분뇨 냄새는 온 마을에 퍼졌다. 주민 몇몇이 이 의원에게 세종시에 얘기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가 시에 악취를 해결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그런데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같은 달 18일 해외에 갔다 돌아온 이 의원은 참다못해 한경호 세종시 행정부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분뇨 냄새가 심한데 조치가 없다”고 전했다. 이후 세종시의 대응은 신속했고, 과도했다. 시는 이튿날 A씨의 밭에서 시료를 채취해 충남농업기술원 등에 분석을 의뢰했다. 시 공무원이 A씨가 돼지분뇨를 가져온 천안의 농장을 여러 번 찾아가 시료채취 등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이 의원이 직접 민원을 넣은 사흘 뒤인 21일 결국 흙과 뒤섞여 있는 퇴비를 전부 수거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흙까지 약 56t, 8t 트럭 7대분을 모두 자비로 치웠다. 이날은 한 부시장까지 출동했다. 농민 A씨는 이런 호들갑에 농사 걱정을 뒤로하고 말없이 따라야 했다. 지난 2일 나온 측정결과, 시료의 악취는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권력 남용이란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실은 지난 2일 해명자료를 냈다. “악취가 심해 인근 주민들이 다른 데로 피신하고 폭염에도 문을 꼭꼭 잠그고 생활하는 불편을 겪었다. 법에 따라 분뇨수거 명령을 내렸고 측정 결과 아연함유량도 1.845㎎/㎏이 나와 기준치 1.200㎎/㎏를 초과했다. 전 주민이 쓰는 지하수의 오염을 막기 위해 긴급히 수거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것은 다반사 아니냐”고 반문하고 “이 의원이 마을에 살고 있어 말이 더 나오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춘희 세종시장 등 세종시 집행부와 이 의원의 인연이 신경을 더 쓰게 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함께 일하고 몹시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민원이라면 시에서 더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의원이 민원 제기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의 한 주민은 “먼저 당사자끼리 얘기하다 안 되면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는데 이번 일은 처음부터 시에 민원을 제기한 거 같다”면서 “일반 시민이 그런 민원을 했으면 시에서 그렇게 법석을 떨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세종시가 농촌에서 도시화되면서 갈수록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을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 거냐”고 꼬집었다. 농민들은 더 비판적이다. “아로니아 같은 농작물는 퇴비가 많이 필요한데 이 의원이 농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출범 이후 수십 건에 그치던 축산 악취 관련 민원이 2014년 66건, 2015년 108건에 이어 올해 8월까지 63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는 “도시에서 전입한 사람들의 민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생활정책 Q&A] 1년 이상 고용보험 자영업자 폐업 때 등급 따라 月77만~135만원 실업급여

    [생활정책 Q&A] 1년 이상 고용보험 자영업자 폐업 때 등급 따라 月77만~135만원 실업급여

    일반적으로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근로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영업자도 생계 안정과 재취업 지원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 기회를 주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자영업자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Q.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A. 1인 운영 업체나 근로자 50인 미만 영세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다만 사업등록증을 갖추고 사업등록증상 개업 연월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입 가능하다. 또 이중 고용보험 자격 취득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근로자로 피보험자격이 없어야 한다. 이 밖에 고용보험법상 부동산 임대업자와 농업·임업·어업·수렵업 중 4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한 업주 등은 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Q. 실업급여 수급 자격은. A.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적자 지속, 매출액 감소 등 부득이한 사유로 폐업할 때 지급한다. 물론 일반 실업자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재취업 노력을 하는지도 확인한다. Q. 월 보험료와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A. 월 보험료는 자영업자 기준 보수의 2.25%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고용부에서 정한 등급별 ‘기준 보수’는 1등급이 월 154만원, 7등급이 269만원이다. 기준 보수는 직장근로자의 임금과 같은 것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에 해당한다. 기준 보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7등급 월 보험료는 3만 4650~6만 520원이 된다. 실업급여는 이 등급에 따라 기준 보수의 절반인 월 77만~135만원을 지급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은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다르다. 고용보험에 오래 가입한 자영업자가 더 오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1년 이상 3년 미만은 90일, 3년 이상 5년 미만은 120일, 5년 이상 10년 미만은 150일, 10년 이상은 180일이다. 자영업자 고용보험료는 근로복지공단이 매월 부과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징수한다. 매월 부과된 보험료를 다음달 10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고용보험 가입신청서 서식은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www.kcomwe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직업훈련 지원도 해 준다는데. A.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해 연간 200만원 한도로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비를 지원한다. 폐업했거나 연매출액 8000만원 미만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고용보험 가입 즉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Q. 자영업자도 실업크레디트가 적용되나. A. 실업크레디트 제도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희망하는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연금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자영업자도 해당된다. 단, 과거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1개월 이상 낸 사람만 해당된다. 반환일시금을 받아 기간이 청산됐거나 현재 노령연금 수급자, 고소득자나 고액 재산가는 신청할 수 없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유전자변형 작물들 국민 공감대 없으면 상용화하지 않겠다”

    “유전자변형 작물들 국민 공감대 없으면 상용화하지 않겠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변형작물(GMO) 시험 재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재배 농장을 5일 언론에 공개했다. 농진청은 “이날 현재 전북 혁신도시 시험포에서 13작물 111종, 3가축 1곤충 35종 등 146종에 대해 GM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재배 환경과 안전성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는 농진청의 체계화한 시스템에도 농민·환경 단체가 GMO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농진청이 공개한 GMO 격리 포장은 주변보다 5∼10m 낮은 지대에 있다. 4만 500㎡의 면적(논 2만 7000㎡, 밭 1만 3500㎡)에서는 벼와 콩 등이 자라고 있다. 격리 포장은 2중으로 외곽 울타리를 설치했고 인근 벼 농가와는 500m 이상 격리시켰다. 유전자변형작물 농장은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과 온실에 설치됐다. 이곳은 승인된 연구원 등 20여명만 접근할 수 있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은 GMO 시험 재배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 대해 ‘국민 공감대 최우선’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세계 동향에 뒤처져 기술 종속국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대비한 기술력과 육종 소재 확보가 필수적이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연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며 “식량주권을 지키는 게 급선무지만 사회적 동의가 없다면 GMO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농민·환경 단체들은 GMO 시험 재배 시 꽃가루와 새, 태풍 등으로 인한 종자 유출로 농업 생태계가 오염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등 110여개 단체가 참여한 ‘농촌진흥청 GM 작물 개발반대 전북도민행동’은 지난 8일 농진청 GMO 재배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험재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혼에 직업이 영향을 준다? 순위 살펴보니…

    이혼에 직업이 영향을 준다? 순위 살펴보니…

    한때 사랑했다고 자부하며 결혼했지만, 이혼할 땐 위자료나 양육권 문제로 원수가 되는 사례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봐 왔다. 이렇게 갈라서게 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성격 차이라고 답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이에 따라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혼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혀내기 위해 지금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관 관계가 밝혀진 일부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졸업 사진에서 찡그린 얼굴을 하거나 출퇴근 시간이 길며, 페이스북을 하는 등의 요인은 결혼 생활에서 나쁘게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혼하기 쉽거나 어려운 직업에 관한 관심이 해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소셜매체 인디100 등 외신은 이혼하기 쉽거나 어려운 직업의 상위 목록을 소개했다. 사실 이는 2008년 발표된 것이지만, 최근 외신에 소개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 순위는 다음과 같다. ■ 이혼율 높은 직업 상위 15(괄호 안은 이혼율) 1위 : 댄서 & 안무가(43.05%)2위 : 바텐더(38.43%)3위 : 마사지 치료사(38.22%)4위 : 카지노 환전사(34.66%)5위 : 압출기 운영자(32.74%)6위 : 카지노 직원(31.35%)7위 : 공장 노동자: 식품 & 담배(29.78%)8위 : 전화 사업자(29.30%)9위 : 간호조무사, 정신과 병실 보호사, 재택 건강 보조원(28.95%)10위 : 연예인, 연기자, 스포츠 관련 종사자(28.49%)10위 : 호텔 짐꾼, 수위(28.49%)12위 : 텔레마케터(28.10%)13위 : 웨이터 & 웨이트리스(27.12%)14위 : 지붕 수리공(26.85%)15위 : 하녀, 가정부(26.38%) ■ 이혼율 낮은 직업 상위 9(괄호 안은 이혼율) 1위 : 미디어 & 통신시설 종사자(0.0%)2위 : 농업 기술자(1.78%)3위 : 검안사(4.01%)4위 : 수송 및 철도 경찰(5.26%)5위 : 성직자(5.61%)6위 : 종교 활동가(5.88%)7위 : 판매 기술자(6.61%)8위 : 족부 의사(6.81%)9위 : 원자력 기술자(7.921%) 이처럼 직업에 따라 이혼율에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는 데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저임금과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 바쁨, 불규칙한 근무 시간, 교육 부족, 이성과 많이 접하는 직장 환경, 평균 연령 등 여러 요인이 생각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이혼하기 쉬운 직업에 관한 조사는 2006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작가, 조종사, 수의사, 과학자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는 래드퍼드 대학의 조사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즉 직업에 따라 이혼하기 쉽거나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일하는 방식이 결혼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가정에 충실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농촌진흥청, 안정성 논란되는 GMO 재배 현장 언론에 공개

    농촌진흥청, 안정성 논란되는 GMO 재배 현장 언론에 공개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변형작물(GMO) 시험재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재배 농장을 5일 언론에 공개했다. 농진청은 “이날 현재 전북 혁신도시 시험포에서 13작물 111종, 3가축 1곤충 35종 등 146종에 대해 GMO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재배 환경과 안전성에 대해 설명회를 가졌다. 이는 농진청의 체계화한 시스템에도 농민·환경단체가 GMO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농진청이 공개한 GMO 격리 포장은 주변보다 5∼10m 낮은 지대에 있다. 4만 500㎡의 면적(논 2만 7000㎡·밭 1만 3500㎡)에서는 벼와 콩 등이 자라고 있다. 격리 포장은 2중으로 외곽울타리를 설치했고 인근 벼 농가와는 500m 이상 격리됐다. 또 화분 비상 방지망과 2단계 야생동물 차단망, 조류 차단망, 출입자용 에어샤워기, 차량용 세륜기, CCTV 등 감시 장치가 설치됐다. 인근 GMO 사과 격리 시험 포장 현장도 엄격한 출입자 관리를 하고 있다. 자연에 의한 꽃가루 비산 방지를 위해 이중 미세 망실과 집수정, 에어샤워기, 고압 세척기, 작업준비실이 설치돼 있다. 유전자변형작물 농장은 국립농업과학원 실험실과 온실에 설치됐다. 이곳은 승인된 연구원 등 20여 명만 접근할 수 있다. 온실에서는 ‘가뭄 저항성 벼’가 재배되고 있다. 이 벼가 완전히 개발되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불량환경과 건조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은 GMO 시험재배에 대한 안정성 논란에 대해 ‘국민 공감대 최우선’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세계 동향에 뒤처져 기술종속국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대비한 기술력과 육종소재 확보가 필수적이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연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식량주권을 지키는게 급선무지만 사회적 동의가 없다면 GMO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농민·환경단체들은 GMO 시험재배 시 꽃가루와 새, 태풍 등으로 인해 종자 유출로 농업생태계가 오염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등 11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농촌진흥청 GMO 작물 개발반대 전북도민행동’은 지난 8일 농진청 GMO 재배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유전자변형작물을 상용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민의 불안과 걱정이 증폭하고 있다”라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험재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주민과 농민단체를 대상으로 연구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격리 포장 주변지 환경영향조사를 벌이는 등 ‘대화’에 초점을 둘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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