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밀값 내년 12% 떨어질 듯
곡물가격 폭등세의 진원지인 세계 밀 가격이 내년에는 12%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인플레이션)’ 진정은 물론 국내 수입 밀가루 제품 가격 하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농촌경제연구원의 ‘세계 및 호주 곡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9곡물연도(2008년 9월~2009년 8월) 세계 밀 생산량은 올해보다 7.6% 늘어난 6억 5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호주의 밀 생산량이 81.6%나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밀 생산이 각각 13%,1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내년 세계 밀 소비량은 6억 3200만t으로 3.3%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전 세계 밀의 기말 재고량은 올해보다 17%(1900만t) 증가한 1억 3100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국제 밀 가격은 t당 32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362달러에 비해 11.6% 하락한 금액이다. 올해 밀 가격이 지난해보다 70.7% 폭등한 것과 대조된다.
농경연 권오복 연구위원은 “파종면적 확대와 농기계 연료인 국제 유가 하락 등이 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국내 수입 밀 가격도 국제 거래가격 하락분만큼 떨어지는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 사료 곡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옥수수 가격은 내년에 5.1% 올라 t당 214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오 에탄올 수요 증가 덕분에 소비가 1.4% 늘어나는 반면 생산은 1.9%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쌀과 콩도 생산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점쳐진다. 농경연과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09곡물연도 쌀 생산량은 올해보다 0.6%(170만t) 증가한 4억 3198만t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소비량은 0.4% 정도만 늘어 4억 2888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두와 콩깻묵 생산량도 각각 2억 3736만t,1억 6265만t으로 올해보다 9.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곡물 전체로는 올해보다 생산량이 3.7% 증가한 21억 9496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말재고량도 6% 가량 늘어난다.
국내 관심은 과연 국제 밀 가격 하락이 라면이나 빵, 과자, 자장면, 칼국수 등 수입 밀을 재료로 쓰는 식품들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식품들은 국내 생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다. 농심과 삼양라면 등 라면업체와 롯데, 오리온, 해태, 크라운제과 등 과자업체들은 올 초 수입 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값을 많게는 10% 이상 인상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과 국내 제분업체의 밀가루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다 해도 포장지와 라면을 튀길 때 쓰는 팜유 등 가격, 환율 등 변수도 있어 당장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생과 밀접한 가공식품 등의 가격 왜곡 및 업체간 담합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점검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즉각 바로잡아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