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렀다 하면 돈 먹는 ☎1588… 1577…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양호(34)씨는 지난달 전화요금 고지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KT 1588 통화료 항목에 500원이 넘는 금액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KT고객센터에 이를 문의한 김씨는 지난달 식당에서 먹은 한우가 의심스러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1588-8112)에 전화한 요금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신고하는 사람이 전화요금까지 내야 된다면 누가 신고를 하겠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KT,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통신업체들이 제공하는 ‘전국대표번호’ 서비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발신자 부담이지만 고객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법 위반이나 농산물 원산지 부정 유통·신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기관의 신고전화까지도 발신자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정보나 철도청의 열차안내, 국세청 홈택스도 유료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수신자부담인 080 전화의 가입자가 정체현상을 보이는 반면 1577·1588(KT), 1566(SK브로드밴드), 1599(SK텔링크), 1544(LG데이콤) 등 발신자 부담인 전국대표번호 서비스 가입자는 급속히 늘고 있다. 기업들이 수신자부담 전화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발신자 부담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정부기관들도 대부분 전국대표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가축질병 발생전화(1588-9060), 원산지표시위반 신고전화(1588-8112), 선거법위반 신고전화(1588-3939), 탈세신고전화(1577-0330)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내에 따라 차례로 들어가야 하는 ARS의 특성상 수분~수십분씩 발생하는 통화료는 고스란히 신고자 몫이다. 통화료는 일반 전화 통화료보다 3배 정도 비싸다.
YMCA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전국대표번호가 도입되면서 하나의 콜센터로 전화가 몰리다 보니 오히려 ARS 대응은 늦어지고 있다.”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라.’라는 식의 멘트만 듣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에도 통화료는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고객센터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시외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것도 문제다. KT와 LG데이콤의 경우 시내통화는 3분에 39원, 시외통화는 10초에 14.5원과 14.1원이 각각 부과된다. 시외전화로 30초만 통화할 경우 시내통화 3분과 비슷한 금액이 부과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시외전화 발신요금을 줄이기 위해 대전, 충남 지역에 콜센터를 많이 설치하고 인건비가 싼 대구, 경북 지역도 선호한다.”면서 “이 경우 서울에서 전화를 걸면 모두 시외전화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체에 ‘시외통화로 연결된다.’는 멘트를 넣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시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체 자율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면서 “업체별로 약관이 다르고, 권고 이전에 가입한 기업들은 굳이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