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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곡우… 못자리 만들며 풍년 기원

    오늘 곡우… 못자리 만들며 풍년 기원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를 하루 앞둔 19일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용 못자리를 만들고 있다.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연합뉴스
  • 오늘 곡우… 못자리 만들며 풍년 기원

    오늘 곡우… 못자리 만들며 풍년 기원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를 하루 앞둔 19일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용 못자리를 만들고 있다.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연합뉴스
  • 불가능은 없다, 드론씨와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 드론씨와 함께라면

    무인 비행장치 드론의 역할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사람의 손길과 발길을 대신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다시피 한다. 산불 감시와 진화, 인명구조, 농약 살포, 물품 배송, 영상 촬영, 시설 감시, 레저 등 어느 한 분야도 빠지지 않을 정도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니 뭐니 해도 재난 상황에서의 인명 구조다. 서울소방 특수구조대는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 공사장 화재 때 드론을 동원해 인명 구조에 성공했다. 25층 옥상에서 공사 중이던 인부 5명이 불길에 갇혔으나 인명구조용 탐색 드론이 상황을 자세히 확인해 준 덕분에 소방 구조대원들이 급파돼 인부들을 모두 구조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호텔 화재에서도 공을 세웠다. 6층 창문가의 투숙객을 드론이 확인해 준 덕에 무사히 구조했다.●화재 현장·軍작전·농사 등 인간의 손·발·눈 역할 사정이 이러니 이제는 드론 없는 소방 현장을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현재 6개 종류의 드론 4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화재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드론이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전송하면 서울소방 소속 전 대원들이 이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또한 대심도 터널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GPS 신호 없이도 자율비행으로 위치 파악 및 탐색이 가능한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드론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군용 드론도 현재 1700여대가 상용화됐다. 중요 시설 감시, 건물 소탕 등 대테러작전 지원 및 정밀 타격 능력이 있는 드론들이다. 자율비행 및 획득 정보 분석 등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되면 더 정밀한 업무가 가능하겠지만, 보안을 위해서는 국내 자체 비행제어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사에 동원되는 드론의 역할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농약 살포, 씨앗 뿌리기, 비료 주기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는 논이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한다. 농촌진흥청은 관측용 드론 연구에 집중해 경작지 정보 파악은 물론 벼의 생육 상황을 정확히 알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수소연료·태양광 등으로 비행 시간 늘리는 연구 중 모든 드론은 이러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체공 시간을 늘려야 한다. 수소연료, 태양광, 엔진발전형, 유선형 등 다양한 연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비행 시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에서 개발한 수소드론은 현재 5㎏을 적재할 수 있으며 최대 2시간의 비행이 가능하다. 엔진발전형 드론은 소음이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4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하며 9.3㎏까지 적재도 할 수 있다. 전선을 통해 전기가 지원되는 유선 드론은 2시간 이상의 비행을 할 수 있고 연안 감시용으로 적합하다. 드론의 역할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국토교통부는 2035년 드론 택시가 일상화하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300㎞가 넘는 거리를 드론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한국형도심항공교통(KUAM) 기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5세대(G) 네트워크 등으로 안전 신뢰도를 높인다면 미래의 드론은 인간의 상상폭을 뛰어넘는 다양한 면모를 자랑할 것이 틀림없다. 글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中 “오염수 직접 마셔보라”…日 “마신다고 증명안돼” 한 발 물러서

    中 “오염수 직접 마셔보라”…日 “마신다고 증명안돼” 한 발 물러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중국이 또 다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오염수 마셔도 문제 될 리 없다”고 말한 것에 “직접 마셔 보라”고 했다. 15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오염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들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 “마실 수 있다면 마셔 보면 좋겠다”고 한 말을 거듭한 것이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는 일본의 책임론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자국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국제 사회에 위험 부담을 떠넘기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오염수가 해산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주변 국가와 함께 방류 계획을 검증해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건의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중 양국은 일본이 국제기구 및 주변국가와 이 문제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이 오염수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게 한중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일본 정부 “마신다고 증명안돼” 후퇴 아소 부총리의 발언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도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그 물을 마셔보고 다시 얘기하라”는 자오리젠 대변인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행위(마시는 것)에 의해 방사성, 그런 문제에 관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될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것”이라고 답했다. 오염수를 마시는 것과 안전성 증명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아소 부총리의 발언과 같은 입장이냐는 물음에는 “규제 기준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뜬소문에 의한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료수 수질 가이드라인의 7분의 1로 희석해 처분한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마셔도 안전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WHO가 정하는 수질 기준을 훨씬 밑돈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미세플라스틱, 바람 타고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연구)

    “미세플라스틱, 바람 타고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연구)

    페트병이나 포장지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에 실려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주립대와 코넬대 등 국제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이 매립이나 소각 또는 재활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최대 18%는 결국 환경에 버려지고 있으며 이는 쉽게 분해되지 않아 점차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다닐 만큼 작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화학적 순환(biogeochemical cycle)과 비슷한 형태로 전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다나 땅에 버져린 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잘게 쪼개져 공기 중으로 방출돼 생태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생분해성 중합체의 개발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미 지난 몇십 년 동안 버려진 미세플라스틱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의 시스템을 순환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 연구를 위해 이들 연구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서부 지역에서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그 결과, 매년 약 2만2000t의 미세플라스틱이 미 전역에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방출되는 주된 원인은 도로 교통 시스템 탓이다.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뿐만 아니라 도로 표면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있고 이런 것이 마모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돼 대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도로 위 자동차들에 의한 난류, 즉 타이어의 움직임과 제동 과정 그리고 배출되는 배기 가스 등은 모두 지상의 플라스틱을 공기 중으로 흩날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상은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섬을 이루는 바다에서도 일어난다. 이런 플라스틱은 쪼개져 해수면을 떠돌다가 파도나 바람에 의해 공기 중에 던져진다. 이밖에도 대도시에서는 바람, 농촌에서는 농사 중 토양에서 일어나는 먼지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유입된다. 일단 대기 중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최대 6일 반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주요 해양과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 중동, 인도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미세플라스틱이 땅에서 부유한다. 반면 미국의 서해안과 지중해 그리고 호주 남부 등 해안가에서는 주로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떠오른다”면서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먼지 등 농업 활동이 기반이고 세계적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도로 교통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이 부유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미세플라스틱은 토양과 식물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식물과 동물에 의해 소비되며 오염 물질의 매개 역할도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여러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흡입은 폐 조직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런 플라스틱이 다른 에어로졸보다 독성이 더 강한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인구 밀도와 해양 순환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관리 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환경에서 플라스틱의 농도가 급증했는데도 이런 결과에 관한 우리의 상대적인 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 문제를 개선하거나 해양 플라스틱을 포획해 환경 시스템에서 제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4월 12일자)에 실렸다. 사진=재니스 브레니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정현복 광양시장실 압수수색… 도로 공사로 보유지 특혜 의혹

    정현복 광양시장실 압수수색… 도로 공사로 보유지 특혜 의혹

    임기 중 본인·가족 명의 토지 개발 보상부당 채용·주차장 불법 조성 혐의도 연루 인천 중구 공무원, 내부 정보로 땅 구입시세 2배로… 구속영장·추징보전 신청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경찰의 수사가 전국 지자체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13일 전남 광양시청을 압수수색했고, 인천 한 자치구의 6급 공무원도 부동산 투기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며 시가 3억여원의 땅도 보전 추징했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광양시청 시장실과 도로과, 정보통신과, 정현복 시장의 관사 등에 대해 압수 수색했다. 정 시장과 부인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인 경찰은 도로 개발과 관련한 서류를 확보하고, 컴퓨터에 담긴 자료도 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정 시장이 41년 전부터 보유한 광양읍 칠성리 호북마을 토지에 임기 중인 지난해 10월부터 178m 길이 2차선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 시장과 자녀 명의 토지 일부가 보상을 받아 특혜 논란이 일었다. 정 시장의 부인이 2년 전 매실 농사를 짓겠다며 사들인 진월면 신구리 인근에도 군도 6호선 도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또 경찰은 정 시장의 친인척과 선거를 도운 사람 자녀 등 5명이 광양시에 부당 채용됐다는 의혹과 광양시 부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 문중묘 일대 산지에 주차장을 불법 조성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광양시청은 종일 어수선했다. A 계장은 “이미 정 시장의 땅 투기 얘기가 나온 상황이어서 한번은 거쳐야 할 수순으로 생각들을 하고 있다”며 “해당 부서 말고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했다. 인천 경찰도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자치구 공무원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전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중구청 6급 공무원 B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B씨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도 함께 신청했다. 해당 부동산은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일대 주차장 부지로 현 시세는 3억 3600만원 상당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재직기간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2014년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관광개발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B씨는 동화마을 일대 1필지를 아내 명의로 1억 7000여만원에 사들였다. 현재 시세는 2배가량 올랐다. 한편, 인천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부패방지법 위반이나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전직 인천시의원 C(61)씨 등 85명을 상대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인천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공무원 투기하러 헐값에 고향 뺏었나”… 세종 토박이들 부글부글

    “공무원 투기하러 헐값에 고향 뺏었나”… 세종 토박이들 부글부글

    토지 수용된 주민 60%는 보상 1억 미만타지 이주하거나 임대주택 생활고 겪어산단 개발지엔 이익 노린 외지인들 ‘벌집’“농사 못 지어 막막… 돈 있는 사람만 좋아”“나라에서 고향을 빼앗더니, 세종시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장이 됐다. 너무나도 서글프다.” 지난 6일 세종시 장군면 충렬사에서 열린 유형(1566~1615) 장군 제향식에서 만난 임만수(76·연기향교 전교)씨는 “자기들(공직자, 권력자 등)끼리 부동산 상승효과는 다 챙기고 고향을 내준 원주민은 상처만 받고 있다”면서 “참,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시의 아파트 값이 전국 최고 많이 올랐고 주변 땅값도 수십 배 올랐지만, 정작 세종시에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들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엄청난 개발 이익은 모두 외지인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1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 465.23㎢ 중 72.9㎢가 신도시다. 중앙부처 이전 부지 등 신도시 사업 지역에 살던 원주민 2300여 세대가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전했다. 임씨는 “1억원 미만 보상을 받은 주민이 60%에 이르고, 5억원 넘게 받은 원주민은 3%에 불과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보상금을 얼마 못 받은 원주민 450여 가구는 세종시 도담동 도램7단지 영구임대아파트 7, 8단지에 입주했다. 임완수(77)씨는 “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을 까먹거나 자식들이 도와줘 먹고산다”고 귀띔했다. 그는 “‘행복아파트’라고 부르지만 여기 주민 대부분이 (이름처럼) 행복하지 않다”며 “고향에 살 때는 어려웠어도 밥을 나눠 먹고, 문 닫지 않고 살아도 되고 그랬는데…(고향 잃은 게) 한스럽다”고 말끝을 흐렸다. 또 최기현(75)씨는 2012년 고향인 세종시를 떠나 공주에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적은 보상비 때문에 농사지을 땅은 부여에 샀다. 최씨는 “요즘 부여까지 매일 1시간씩 넘게 출퇴근을 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그 좋은 논을 다 빼앗기고 타향에 와서 이 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진의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드넓은 장남평야는 지난해 10월 국내 도심 최대 규모의 국립 세종수목원이 만들어졌다. 최씨는 “툭하면 고향 땅이 ‘얼마 올랐다’고 하고, 거기 들어온 공무원이나 고위층이 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속이 터진다”면서 “세종신도시가 외지인만 배를 불려 줬다”고 비판했다.고향을 빼앗기고 더러는 부초(浮草)처럼 떠도는 신도시 원주민의 현재는 개발을 앞둔 또 다른 세종시 원주민에게 두려운 미래다. LH 투기 사태 이후 세종시 공무원 가족이 투기해 주목을 받은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주민이 대표적이다. 연서면 와촌리로 접어들자 언론에 자주 나온 똑같은 모양의 흰색 조립식 주택(일명 ‘벌집’) 여러 채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는 “살기 좋은 고향 떠나면 농사도 못 짓고, 어떻게 사나”라면서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김 할머니는 “저 벌집은 주말에만 주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놀다 간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돈 있는 사람들만 배를 불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촌리 등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왜 원주민들만 희생돼야 하느냐”며 산단 철회를 요구했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공무원들 투기장 만들려고 행정도시 건설했나”

    “공무원들 투기장 만들려고 행정도시 건설했나”

    “나라에서 고향을 빼앗더니 공무원들 부동산 투기장이 됐다. 너무나도 서글프다” 지난 6일 세종시 장군면 충렬사에서 열린 유형(1566~1615) 장군 제향식에서 만난 임만수(76·연기향교 전교)씨는 “참,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옛 충남 연기군 때부터 지역 유림들이 지내온 이날 제향에서 임씨는 초헌관(初獻官·제사 때 첫번째로 술잔을 올리는 제관)으로 험한 말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지들(공직자, 권력자 등)끼리 부동산 상승 효과는 다 챙기고 고향을 내준 원주민은 상처만 받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보상은 새발의 피 만큼도 안주고…나쁜 ×들이다”고 가슴 속 말을 쏟아냈다. 임씨는 신도시 개발지 원주민 중 마지막으로 2013년 남면 진의리 고향을 떠났다. 그는 “이웃이 다 떠나고 딱 2집만 남았는데 섬뜩하더라”고 회고했다. 신도시 개발 보상금이 나온다니까 젊은이들은 기대감에 들 떴고, 나이 든 주민들은 “어떻게 고향을 떠나나”라며 실의에 빠졌다. 진의리 이장이던 임씨는 행정도시 반대 남면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고향을 살리려고 서울 광화문광장, 국회의사당, 청와대 등 안 간 데가 없다. 마침 서울에서 ‘수도이전 반대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 서로 연대하기도 했다”면서 “연기군 동면 용호리에서 공주시 장기면 제천리까지 모두 부안 임씨 세거지였다. 이곳이 송두리째 세종시로 편입되면서 일제강점기 때나 전쟁 때에도 지켜온 조상묘들을 죄다 파내서 이장을 해야할 판이 되니까 눈이 뒤집혔다”고 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온 임씨는 결국 조상묘를 공주 등으로 이장하고, 집은 연서면 신대리로 옮겨야 했다. 그는 3.3㎡당 21만 5000원의 보상을 받았지만 신도시 내 미수용 땅은 현재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임씨는 “속이 상해서 고향을 떠난 뒤 한번도 안 갔다”고 했다. 원주민 110여명은 “고향 아니면 주변 땅이라도 내놓으라”며 지금까지 이주자 택지 제공을 거부 중이다. 이어 금강을 따라 공주시 쪽으로 차를 몰아 장군면 금암리로 들어서자 산 중턱에 ‘세종시 공공시설 복합단지’라는 대형 입간판이 나타났다. 병원 등 건립 부지로 최근 행정안전부와 세종시청 공무원이 공동 투기했다는 곳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주인은 “농림지역을 관리지역으로 풀면 땅값이 폭등한다. 풀었는지 (땅 전문가인) 나도 몰랐다”면서 “지들(공무원)끼리 입안하고 투기 잔치를 벌여 앉아서 몇억씩 번다”고 비난했다. 10여년 전 3.3㎡당 30만원 안팎이던 금암2리 전원주택지가 300만~350만원까지 올랐다. 그는 “마을에 10여 채 있던 집을 외지인이 다 사들여 원주민은 노인이 사는 두 채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주 공무원에 제공하는 특별공급 얘기를 꺼내더니 “시민에게 아파트 분양은 ‘로또’다. 신도시 분양이 끝나가는데 특공 비율을 줄인다는 건 ‘뒷북’ 치는 것”이라고 했다. 1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 465.23㎢ 중 72.9㎢가 신도시다. 중앙부처 이전지인 1단계 사업지역 722 세대 등 신도시 터에 살던 원주민 2300여 세대가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전했다. 임씨는 “1억원 미만 보상을 받은 주민이 60%에 이르고, 5억원 넘게 받은 원주민은 3%에 불과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임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최기현(75)씨는 2012년 고향을 떠나 공주로 이사했다. 최씨는 “집은 그나마 고향과 가까운 서세종IC 근처 공주시 월성동에 마련했지만, 논은 평(3.3㎡)당 22만원 받은 보상 가지고는 세종이나 공주에 살 수 없었다”면서 “당시 공주시 장기면(현 세종시) 논 값이 평당 70만~80만원 해 엄두도 못냈다. 좀 더 많은 농사를 지으려다보니 10만원도 안 되던 부여에 논 1만㎡를 샀다”고 했다. 최씨는 요즘 부여 논을 매일 1시간씩 넘게 오간다. 최씨는 “그 좋은 논을 다 빼앗기고 타향에 와서 이 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진의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드넓은 장남평야는 지난해 10월 국내 도심 최대 규모의 국립 세종수목원이 만들어졌다. 최씨는 “툭하면 고향 땅이 ‘얼마 올랐다’고 하고, 거기 들어온 공무원이나 고위층이 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속이 터진다”면서 “타향살이의 서러움을 고향 이웃들과 만나 ‘어떻게 사느냐’면서 옛정을 나누고 향수를 달랬는데 코로나로 너무 오랫동안 못 만나 더 환장하겠다. 옛날 동네 이웃과 아주머니들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보상금을 얼마 못 받은 원주민은 세종시 도담동 도램7단지 영구임대아파트 7,8단지로 들어갔다. 450여 가구다. 임완수(77)씨는 “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몇 푼 안되는 보상금을 까먹거나 자식들이 도와줘 먹고산다”고 귀띔했다. 그는 “‘행복아파트’라고 부르는데 행복하다는 뜻이 아니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뜻이다. 여기 주민 대부분이 (이름처럼) 행복하지도 않다”며 “고향에 살 때는 어려웠어도 밥을 나눠먹고, 문 닫지않고 살아도 되고 그랬는데…(고향 잃은 게) 한스럽다”고 말끝을 흐렸다. 고향을 빼앗기고 더러는 부초(浮草)처럼 떠도는 신도시 원주민의 현재는 개발을 앞둔 또다른 세종시 원주민에게 두려운 미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세종시 공무원 가족이 투기해 주목을 받은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주민이 대표적이다. 연서면 와촌리로 접어들자 언론에 자주 나온 똑같은 모양의 흰색 조립식 주택(일명 ‘벌집’) 여러 채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살기좋은 고향 떠나면 농사도 못 짓고, 어떻게 사나”라면서 “아들도 고향에 돌아와 소 키운다며 빚도 많이 졌는데…어디 가서 뭐 먹고 살고, 자식 셋을 어떻게 키우냐. 잠도 안온다”고 하소연했다. 할머니는 “저 벌집은 주말에만 주인이 아이들을 데리고와 놀다 간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돈 있는 사람들만 배를 불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 30 마리를 키우는 마을 이장 오옥균(66)씨는 “나도 (어디 가서 살지) 대책이 없다”고 했다. 2023년 착공하는 스마트국가산단 조성으로 떠날 원주민은 와촌리와 일부 부동리 등 150 가구 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주변 땅값이 3.3㎡당 110만원이나 오른 상황에서 24만원 정도씩 보상한다는데 말이 되느냐. 국회의사당이 오니 뭐니 떠들어 땅값이 부르는 게 값이고, 주인이 내놓지 않아서 세종시 땅은 살 수도 없다” “다른 곳에는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소 축사도 새로 못 짓는다” “복숭아, 배 등 과수원 갖고 있는 주민은 또 어떻게 하느냐. 부여나 논산에 논을 샀던 신도시 원주민이 같은 값에 되팔려고 해도 (인기 없어) 안 팔린다고 하더라” “제일 큰 걱정은 타지에서 뭐 하고 사느냐다. 늙어서 경비도 쉽지않고…”라고 말을 쏟아냈다. 오씨는 “신도시 원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살아온 것을 보면 (우리도) 이주하기가 너무나 두렵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와촌리 등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왜 원주민들만 희생돼야 하느냐”고 산단 철회를 요구했다. 글·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가상훈련에 전수조사까지’ 눈물나는 과수화상병 차단작전

    ‘가상훈련에 전수조사까지’ 눈물나는 과수화상병 차단작전

    “가상훈련, 전수조사, 드론까지 ” 충북지역 자치단체들이 과수화상병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2년간 도내 농가들이 과수화상병 때문에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오는 12일부터 시군별로 과수화상병 차단 가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훈련은 시군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이후 절차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병 발생신고, 시료채취, 통제선설치 등 현장대응과 손실보상금 지급 서류 작성까지 실제와 같은 순서대로 훈련이 실시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구제역 등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가상훈련은 있었지만 충북에서 농작물을 대상으로 한 가상훈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 가장 큰 과수화상병 피해를 본 충주시 대응은 코로나19 방역을 연상케할정도다. 시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사과·배 재배 모든 농가(1698호, 1447.8ha)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전수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화상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감염된 나무를 미리 찾아내 매몰을 실시하는 것이다. 전수검사는 농장주가 과원에서 의심되는 나무 5주를 선정해 한 가지씩 30~40cm를 절단한 뒤 시료 봉투에 밀봉해 읍면동에 제출하면 된다. 시료는 접수 당일 담당 부서로 송부돼 병원균 감염 여부가 확인된다. 검사 결과 양성이면 식물방제관이 직접 해당 과원 시료를 채취해 보균 여부를 재확인한 뒤 시료를 농촌진흥청으로 보내 정밀진단을 실시한다. 농촌진흥청 검사에서 최종 확진되면 해당 과원은 매몰조치된다. 음성일 경우 특별관리 과원으로 지정돼 집중 예찰이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대응 수준에 준하는 자세로 과수화상병 차단에 나서고 있다”며 “농정국, 농업기술센터, 읍면동의 모든 관계 공무원을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론도 투입된다. 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산척면, 앙성면, 동량면, 엄정면, 소태면, 안림동 등 6개 지역 658.2ha를 대상으로 드론 공동방제를 실시한다. 기존 과수화상병 방제는 고속분무기를 활용한 지상 방제로 이뤄졌다. 시는 사전 방제조치, 약제방제 이행 행정명령 등 행정조치 사항을 위반하거나, 방해 또는 은폐하는 농가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손실보상금 경감 또는 미지급, 농업 관련 보조사업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단양군은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재배농가 316곳에 과수화상병 예방 방제약제를 무상 공급했다. 방제약제를 살포한 농가는 약제봉지와 방제확인서를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충북 지자체들이 과수화상병 차단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과수화상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난해 도내에선 충주 348농가, 제천 139농가 등 총 507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281㏊가 쑥대밭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였다. 도내 농가에 지급된 보상금은 581억원에 달한다. 2019년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충주 76농가, 진천 62농가 등 총 145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88.9㏊가 매몰됐다. 2년 연속 과수화상병이 충북지역을 강타하자 충주시는 화상병으로 상처입은 농업인들의 심리회복 교육도 추진키로 했다. 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아직도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뚜렷한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예방약제를 뿌리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나무에 균이 잠복해있다면 이 방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발생 농가는 과수원 내 감염 나무가 5% 이상이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묻고 전체가 폐원된다. 폐원된 과수원은 3년간 과수 농사를 짓지 못한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나 배 등에서 발생한다. 감염되면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나무에 잠복된 균이 적정 기후를 만나 발현되거나, 균이 비바람, 벌, 전정가위 등을 통해 번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빵집으로, 정육점으로, 시장으로… 와인의 이유 있는 외출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빵집으로, 정육점으로, 시장으로… 와인의 이유 있는 외출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현상, ‘홈술’ 문화의 영향으로 와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프라인 와인 소매점들이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통주, 지역 특산주를 제외한 주류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기에 최근 와인숍들의 변신은 곧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와인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가 볼 만한 와인숍들을 꼽아 봤습니다.●빵과 정육점의 컬래버레이션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딜라이트스퀘어에는 약 120평 크기의 대형 와인숍 ‘스타보틀 와인마켓’이 오픈했는데요. 제빵 브랜드인 ‘드렁큰파운드’와 손을 잡고 와인과 함께 빵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습니다. 또 지난 4월 동탄에는 정육점과 결합해 고기와 와인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의 매장이 새로 생겼고요. 와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식재료나 음식을 함께 판매해 ‘홈술’족들의 발걸음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입니다. ●와인 레스토랑 매장 와인을 숍에서 골라 가져가면 주문한 요리와 함께 추가 요금 없이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형 매장도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여의도 더현대점 등이 대표적인 와인숍&레스토랑 매장인데요. 스테이크, 파스타 등 와인에 곁들여 먹는 20여종의 요리를 함께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한 잔씩 구매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바’, 와인 동호회 행사·시음회 등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어 요즘 3040세대 사이에서 강남·여의도 지역의 새로운 ‘만남의 광장’으로 자리잡고 있답니다.●재래시장에 들어온 와인 최근엔 와인숍이 재래시장까지 들어와 시장에서 파는 각종 음식과 페어링을 할 수 있게 됐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의 작은 와인 가게 ‘난 절대 안주하지 않아’는 매장 안에서 와인만 주문하면 나머지 음식을 시장에서 사 와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를 필두로 현재 와인 대중화 흐름을 타고 재래시장 내 와인숍들이 차례로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달 종로의 광장시장에도 와인숍 오픈이 예정돼 있으며 한 와인 수입업체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와인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랍니다. 와인의 재래시장 진출은 소비층이 확실히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전문성과 테마를 갖춘 와인숍 내추럴와인만을 다루는 독특하고 작은 와인숍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추럴와인이란 포도 농사를 짓고, 수확한 포도를 와인으로 양조하는 과정에서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생산한 와인을 뜻합니다. 대형 와이너리에 비해 연간 생산량 자체가 적고, 매해 와인의 맛이 균일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된 장르의 술이죠. 내추럴와인숍 ‘비노스앤’은 판교 본점에 이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분점을 냈는데 내추럴와인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내추럴와인의 특성상 보관이 까다로운데 이곳에서 파는 와인은 일정 기간 이상의 숙성을 거쳐 맛이 제대로 들었을 때만 손님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내추럴와인에 호기심이 들거나 잘 익은 내추럴와인을 맛보고 싶은 마니아라면 한 번쯤 가 볼 만합니다.macduck@seoul.co.kr
  • [씨줄날줄] ‘14억 중국’의 인구 걱정/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14억 중국’의 인구 걱정/김상연 논설위원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요. 미국 정도면 딱 좋겠어요.” 몇 해 전 미국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은 인구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광활한 국토에 비해 적은 인구가 여유 있게 사는 미국이 부러운 듯한 표정과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생존경쟁에 지친 듯한 표정이 버무려져 있었다. 미국(면적 983만㎢, 인구 3억 3000만명)과 중국(959만㎢, 14억 4000만명)은 국토 크기는 비슷하지만 인구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중국의 인구가 급증한 건 송나라 때 강남(양쯔강 이남) 지역에서 치수(治水)가 발달하면서부터다. 물을 농사에 이용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식량 생산량이 늘었고 이에 따라 인구도 폭증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세계 1위다. 지구인 5명 중 1명은 중국인이다. 그런 중국이 요즘 인구 감소 걱정을 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져 이대로 가면 2027년엔 2위인 인도(13억 9000만명)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결혼 건수는 2013년 1347만건에서 2020년엔 813만건으로 급감했고, 2020년 신생아는 1030만명으로 2019년 1179만명에 비해 15% 줄었다. 지난달 열린 중국 양회에서는 ‘두 자녀 정책’ 폐기 등을 포함해 갖가지 출산 장려 제안이 쏟아졌다. 급기야 며칠 전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에 ‘도시의 미혼 여성을 농촌으로 보내 남성과 결혼시키자’는 산시성 싱크탱크 관계자의 발언이 실려 여성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국의 인구문제는 고령인구 증가와 젊은 노동인구 감소를 동반하니, 그 걱정이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구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수많은 중국 인구를 먹여 살리느라 수산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오염이 넘쳐난다는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구가 국력이라는 발상도 수정할 때가 됐다. 세계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이 통합되고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국경의 의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35년쯤 미국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1위로 올라서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데, 인구를 기반으로 한 GDP 순위가 국민의 행복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행복도를 더 잘 반영하는 1인당 GDP 순위에서 중국은 59위에 불과하다. 1~5위 상위권은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소국(小國)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3억명이라도 질적으로 우수하다면 1등 국가가 될 수 있음을 미국의 사례는 보여 준다. 그리고 이것은 몇 년 전 미국에서 만났던 그 중국 유학생과 같은 상당수 중국인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carlos@seoul.co.kr
  • 윤석열 장모 측 “양평 아파트 시행사업 적법진행”

    윤석열 장모 측 “양평 아파트 시행사업 적법진행”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75)와 자녀들이 경기 양평군 양평읍의 임야 수천평을 사들인 뒤 아파트 시행사업으로 거액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최씨가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 수백평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최씨측은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해 2006년 양평읍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과 농지 5필지(2965㎡·약 900평)를 샀다고 5일 한겨레신문이 단독 보도했다. 영농법인이 아닌 부동산개발회사는 현행법상 농지를 살 수 없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신문은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는 2011년 이 일대 땅에 대해 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달라고 양평군에 요청했고,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승인했다. 승인 당시 양평군은 “양평 동부권의 계획적 개발을 통해 낙후된 지역의 정주인구를 확보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조성 및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다”고 밝혔다. 당시 양평군수는 현재 국민의힘 김선교 국회의원(양평·여주)이다. 윤석열 총장은 2013년 4월 양평군을 관할하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받아 2014년 1월까지 근무했다.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개발구역 지정을 승인받은 뒤 최씨는 2014년 시공계약을 맺고 아파트를 분양해 수백억원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는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 최고 5.83 대 1을 기록하는 등 인기였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최씨의 법률대리인 A변호사는 모든 사업은 합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최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아파트 시행사업을 적법하게 진행했고, 세금도 모두 정상 납부했다”면서 “농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고발되거나 문제된 적도 없다. 지방에서 아파트 시행을 하는 경우 일부 농지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농지는 제3자를 통해 경작해 ‘농지로서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모의 부동산 매입과 아파트 시행사업 관련) 윤 전 총장이 결혼(2012년 3월)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며, 윤 전 총장은 해당 아파트 시행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경과를 알지 못할 뿐더러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민용 아파트공급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정상적 사업 진행”이라며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한 사업가인 윤 전 총장의 장모에 대해 정당한 근거없이 부당한 투기를 했다고 의혹 제기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제주4·3연구소,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출간

    제주4·3연구소,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출간

    “살아야 했기에 삶을 이겨야 했다.” 제주4·3연구소가 4·3 시기를 살아낸 여성들의 구술집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를 펴냈다.지난해 4·3여성 생활사를 처음으로 기획, 주목을 끌었던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에 이은 두 번째다. 4·3속에서 여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했으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인 삶의 시간을 살았고, 오늘을 일궈낸 빛나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10대 소녀시절 4·3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거나 겪었던 6인의 여성들이 어떻게 그 삶을 뚫고 나갔는지를 날 것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4·3과 당시의 삶, 이후의 생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4·3이 남긴 트라우마, 고통을 이겨낸 삶의 시간들 속에 그들의 정신사를 추출해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가장의 부재, 가족의 부재 속에 자신들이 삶의 주체로 나서 그 공간을 감당하였다. 살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작은 배움의 기회마저 멀었던 그들. 시국 탓이었다고 하면서도 70여년 동안 묻어두었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빨갱이”, “폭도” 누명을 벗기 위해 여자도 군인을 가야 했다는 한 여인의 삶에서는 또 하나의 4·3 여성사를 읽을 수 있다. 정봉영(1934년생)은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해 해방 직후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귀향. 마을 이장이던 아버지를 1950년 예비검속으로 잃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고문 후유증으로, 막내 동생은 굶어 죽었다. 6남매의 맏이였던 그는 소녀가장의 삶을 살아야 했다. 가난보다 힘들었던 폭도 가족’이라는 누명. 아버지의 ‘빨간 줄’을 벗기 위해 19살에 여군에 지원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버지 ‘빨간 줄’ 때문에 이미 우리 가족은 ‘폭도’ 가족이 돼버린 거야. 나는 폭도 가족이라는 소리도 듣기 싫고.‘내가 군인으로 가서 빨갱이 누명을 벗어야지!’ 그 생각뿐이었어.” 김을생(1936년생)은 제주읍 영평리가 고향으로 4·3당시 열네 살. 집에 불이 붙고 마을이 초토화된 현장을 자신도 겪어야 했으며, 와중에 농사짓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참혹한 고문을 마주해야 했다. 이후 아버지는 대구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다. 4·3 피난처에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는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남동생을 보살펴야 했다. 2021년 아버지에 대한 4·3행방불명인 재심 재판을 신청,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가시나물서 고지는 멀지 않거든. 긴 소나무들을 비어서 지고 오다보면 억새에 걸려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이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왔어. 어떤 날은 장작해 오면 누가 보면 창피할까봐 집 뒤로 돌아가서 팰 정도였지. 집 뒤에는 큰큰한 토종 복숭아나무 세 개가 있고, 아무도 못 봤거든. 시집가기 전까지 장작 해다 말려서 팔았어.” 양농옥(1931년생)은 제주시 정실마을에서 살다가 9살에 부모가 일하는 일본으로 건너가 16살에 귀향. 4·3시기 아버지 언니 형부 조카를 잃었다. 아버지가 남긴 항아리에 감춘 돈을 밑천 삼아 소녀가장으로 여동생 둘과 삶을 꾸렸다. 60년 대 말 제주를 떠나 성남개발단지 천막생할을 하며 노점 야채상을 시작으로 하숙, 공장 하청 일 등을 하며 자식 4명을 공부시켰다. “살면서 뭐가 제일 부러웠냐면 나는 남이 ‘너 잘못 했어’ 그런 말 듣는 게 소원이었어. 그렇게 부럽더라고. 사람들마다 잘 한다 잘 한다 하는 말, 그게 싫었어. 부모 같으면 잘못한 거 잘못했다고 할 텐데….” 송순자(1938년생)는 4·3당시 용강리에서 살았고, 큰 아버지,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삼촌 등 친인척 여럿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6남매가 흩어져 삶을 살았고,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성담 쌓기에 동원됐으며, 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삶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피난과 굶주림에 대한 세밀한 기억을 풀어놓고 있다. 스스로 새끼 꼬아 팔기, 양복점 기술자 등 온갖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갔다. “부잣집 사람들이 쌀 항아리에 막대기를 놔두면 쥐가 그걸 타고 들어가는 거라. 그럴 때면 옆집 어른이 그 쥐를 잡아줬어. 식탈이 난 동생한테는 그 쥐가 약이었어. 배가 차츰차츰 가라앉는 거라. 4·3 때문에 먹을 거 없고 피난 다닐 때 제일 생각나는 게 이 쥐 먹은 거야.” 임춘화(1947년생)는 대정 출생으로 4·3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가로 인해 어린시절 친척집에 맡겨졌다. 자신의 이름 대신 “양옥이 사촌 누이”라고 불리며 “감자떡 비누가 고구마로 보이는” 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 2021년 ‘징역7년, 목포형무소’ 수형인명부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아버지의 군법회의 재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엄마도 나도 먹고 사는 일이 이렇게도 힘들 수 있을까요? 우리 외할머니 말씀처럼 시국을 잘못 만난 탓이겠죠. 아버지를 잃은 것도… 어머니와 헤어진 것도… 우리 남편이 보안대에 끌려간 것도… 모두 다 시국 탓이겠죠.” 고영자(1941년생)는 해방 전 어려서 일본에서 가족과 함께 귀향. 4·3을 만나 7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70여년 동안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그는 지난 2020년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아버지와 상봉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9살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평생 노동 속에서 살아야 했다. 열네 살에 모슬포 신영물에서 부추, 갈치장사, 열여덟 살에 등짐지고 동네 여인들과 옹기장사에 나서기도 했다. “열여덟 살 나니까 할망들하고 옹기 장살 다닌 거라. 난 옹기 지고 다니고 할망들은 다니면서 팔고. 사람 하나만 보이면 꼭 짐 하나를 팔고 나왔어. 일 못하는 사람은 써주지 않아. 일을 잘해야해. 무조건 일만 잘하면 살 수 있어.”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죽을 것 같은 세월을 버티고 견뎌낸 제주4·3의 여성들은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말없이 보여준 존재들이었다.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혹한을 이겨내고 살아낸 당당하고 위대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섬이 우는 듯 4월의 사이렌 … ‘순이삼촌’ 곁 붉은 위로 피었구나

    섬이 우는 듯 4월의 사이렌 … ‘순이삼촌’ 곁 붉은 위로 피었구나

    “아,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 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오백위(位)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중략) 우리는 한밤중의 그 지긋지긋한 곡소리가 딱 질색이었다. 자정 넘어 제사 시간을 기다리며 듣던 소각 당시의 그 비참한 이야기도 싫었다. 하도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힌 이야기. 왜 어른들은 아직 아이인 우리에게 그런 끔찍한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들려주었을까?”(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 중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4월 3일 10시, 제주 전역에 1분 동안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에게는 73년 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신호탄이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날의 산 지옥이 먼저 펼쳐질 날의 소리들이다. 자신의 귓전에만 울려대는 사이렌을 어찌해 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일생을 그 소리에 함몰된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귓속 사이렌이, 이젠 시대가 바뀌어 섬 전체에 크게 울린다. 섬이 우는 것 같다. 지천으로 떨어진 끝 무렵의 동백꽃들도 파편처럼 흩어진 채로 그 소리를 듣는다. 이날만큼은 섬이 아니라 죽은 이의 원통한 소리를 담는 커다란 귀가 되는 자리, 제주다.1940년대 말 남측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주 인구 27만명 중 3만명가량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많은 곳에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간 까닭에 그때 제주의 곳곳에 사람이 죽지 않은 자리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가 돼 버렸다. “아, 떼죽음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 군경 전사자 몇백과 무장공비 몇백을 빼고도 삼만 명에 이르는 그 막대한 주검은 도대체 무엇인가.”(‘순이삼촌’ 중에서) 이념과 사상에 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이 지은 죄 없이 죽임을 당했는데도 엄혹한 시대엔 이를 언급하는 건 금기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입에 올리기 꺼리던 그 일을, 소설로 쓴 사람이 있다. 바로 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이다.그는 1941년 지금의 제주시 노형동 함박이굴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오현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에 서울사대부고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가 됐다. 1979년 첫 소설집 ‘순이삼촌’에서 제주 4·3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죄목으로 1979년 10월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다. 금기를 깬 대가였다. 4·3항쟁을 온몸으로 겪은, 제주 출신 작가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 아니었을까. 선생의 용기 덕에 드디어 4·3항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사람들은 제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순이삼촌’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에서도 4·3사건들이 다뤄졌는데 그 일은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순이삼촌’ 이야기를 해 보자면 선생은 소설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도대체 비무장공비란 것이 뭐우꽈? 무장도 안 한 사람을 공비라고 할 수 이서 마씸? 그 사람들은 중산간 부락 소각으로 갈 곳 잃어 한라산 밑 여기저기 동굴에 숨어 살던 피난민이우다.”(‘순이삼촌’ 중에서)어떤 작품은 문장과 서사 그리고 비유와 상징을 넘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사실이 된다. 사관의 붓이며 판결문의 자리에 선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순이삼촌’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그리하여 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스치는 ‘순이삼촌’ 속의 문장들과 현기영이라는 기표, 그리고 그 속에서 기의들이 펄펄 끓는다. 제주 북촌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에는 현기영 소설가의 저서들이 전시돼 있고, 그 옆 옴팡밭에는 ‘순이삼촌’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북촌이 어떤 곳인가. 한날한시에 양민 400여명이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장소가 아니던가. 그 어느 곳보다 더 처참하게, 끌려간 거의 모두가 죽은 곳이 아니던가. 무덤도 세우지 못하고 모두 모아 묻어버린 곳들이 즐비한 곳이 아니던가. 소설 속의 순이삼촌은 도피한 남편 때문에 입산자 가족으로 분류되어 모진 고문 끝에 집단 학살의 현장으로 끌려갔다. 창졸간에 남매를 잃고도 살고, 옴팡밭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들어내어 그 자리에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도 살았던 사람이다. 순이삼촌은 30년이 지난 후에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옴팡밭으로 들어가 목숨을 끊는다. 소설 바깥의 현기영은 4·3사건으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후에 소설로 그 사건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의 문장들이 끌어올린 사건 덕분에 이제는 모두가 4·3의 실상을 알았다.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삼십 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삼십 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순이삼촌’ 중에서)순이삼촌비 곁의 붉은 화산송이는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피를 상징하고,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돌비는 제대로 안장하지 못한 관들이다. 애기무덤에 올려둔 동백꽃이 여기저기 놓인 옴팡밭과 돌비 사이에 옹송그리고 순이삼촌이 누워 있다.이것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니 4·3사건을 겪은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는 소설을 넘어선 그때의 그 현장이다.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과거가 더이상 과거가 아닌 현재로 공존하는 공간이다. 애기무덤들 위에 놓인 동백꽃이 유독 선연히 빛나는 장소다. 인기척처럼 다가든 파도가 그들을 위무하는 공간이며 사원이 된 곳이다. 제주 토박이이자 제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동현 박사가 4·3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행불인묘역까지의 길을 안내해 줬다. 그는 ‘순이삼촌’에 대해 “1978년이라는 시대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커다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문학이 4·3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커다란 질문이 아닐까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박사는 외지인들이 4·3사건과 제주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제주의 아픈 역사로만 바라보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전해 왔다. 이것은 비단 제주의 역사뿐만 아니라 해방정국임을 감안했을 때 한반도 어느 지역이라도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비극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실들이 존재하는 역사라서 4·3사건은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건이나 진실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나간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사건이라는 말이었다. 그 거울은 계속해서 닦아 주어야 한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누구다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일흔세 해가 지난 4·3사건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것들투성이다. 가장 큰 예로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인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4·3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행불인묘역이 있다. 그때 사라졌다고 짐작만 할 뿐, 어디서 어떻게 언제 죽었는지조차 몰라서 그들의 몰시는 아직 묘비에 쓰여 있지 않다. 유족들 또한 제삿날을 알지 못해 각자 정한 대로 제사를 지내러 온다.그러는 동안에도 북촌의 애기무덤은 해마다 새로운 동백꽃을 머리에 이고, ‘순이삼촌’의 문장들은 또 누군가에게 4·3사건을 새롭게 일러주고 있을 따름이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제주 전체가 그들의 아픔을 덮거나 도려내려 하지 않고 함께 앓고 보듬어 주려는 노력을 끊임없기 계속했기에 그 섬이 금기의 사월을 터놓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제주의 4월은 동백꽃으로도 유명하다. 문학은 떨어지는 동백꽃만큼도 힘이 없을 때가 있지만 때로 그 꽃 아니 문장은 떨어지는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한다. 그 기록의 힘으로 사람들이, 제주가 산다. 옴팡밭의 애기무덤 위로 동백꽃들이 매년 떨어져 내리고 오름마다 새겨진 원통한 마음들에도 꽃은 떨어지겠지만 멀리서나마 제주의 모든 ‘순이삼촌’들에게 붉은 마음의 구절 하나 남긴다. “밑바닥 터진 젯상에 진설할 거라고는/ 봄을 일으켜 세운/ 꽃밥밖에 없어서/ 언 마음 녹이시라고 동백꽃 송이 올립니다.”(홍경희의 시 ‘동백 밥상’) 4월의 사이렌이 동백꽃 속에서 울리는 제주다.소설가 이은선
  • 신도시가 쏘아 올린 강제수용… “보상받아도 갈 곳 없어”

    신도시가 쏘아 올린 강제수용… “보상받아도 갈 곳 없어”

    신도시·재개발의 환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원주민의 불행과 마주한다. 앞뒤를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개발의 환상과 원주민의 불행은 한 몸으로 연결돼 있다. 소설가 조세희가 1970년대 재개발 뒤에 숨은 빈민층의 아픔을 담은 작품의 제목을 뫼비우스의 띠로 정한 이유일 것이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21년,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소설 속 원주민의 불행이 도돌이표처럼 재현된다. 차이라면 50년 전엔 못 가진 이들의 불행이 민낯 그대로 드러났다면, 이젠 제도를 통한 은밀한 ‘배제’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일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원주민은 30여년간 정착한 곳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훗날 들어설 신축 아파트에서 평안한 일상을 누리는 건 이들이 아닌 돈 많은 외지인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 재개발사업에서 원주민들의 평균 재정착률은 15% 안팎에 불과한 게 우리의 현주소다.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국가가 이들을 강제로 내쫓아도 되는가. 개발의 과실이 ‘가진 자들’에게 주로 돌아가는 현실이 합당한가. 서울신문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의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양 창릉지구와 하남 교산지구 등 3기 신도시 지역에서 원래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제수용당하는 원주민 99%가 손해를 봅니다. 이곳에서 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하던 우리가 왜 피해를 봐야 합니까. 공공주택 늘리면 좋죠. 그런데 원주민 입장에선 엄청난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화가 나서 잠이 안 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고양 창릉지구 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문해동(67)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문 위원장은 이곳에서 22년째 가구 도매업을 하고 있다. 기업 부지만 약 1500평 규모로 고양시 내에서도 탄탄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9년 5월 고양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문 위원장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직 정확한 토지보상액과 이주지원비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 이주했을 때 추정되는 손해액만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양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고 나서 땅값은 크게 올랐다. 기존에는 도로와 인접한 땅이 한 평(3.3㎡)당 1000만원, 도로와 조금 떨어진 곳이 700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지구 지정 이후에는 도로 인근이 2000만원, 도로와 떨어진 곳이 1600만원으로 2~3배 뛰었다. LH는 기존 기업들이 자리를 옮길 부지를 지구 내에서 지정해 주는데, 이미 그 땅값이 평당 1500만~2000만원 선으로 훌쩍 뛰어 버렸다. 문제는 보상가의 경우 실거래가의 절반 안팎인 공시지가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보상액은 평당 600만~700만원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보상액을 받았을 때 차익 발생액의 약 35%)까지 내야 한다. 문 위원장은 “남들이 봤을 땐 보상받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이곳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3기 신도시 지정이 취소되는 게 가장 좋은 결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상받은 비용으로 땅값이 보다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사업을 계속하면 안 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이는 고양 창릉지구 내 입주한 기업의 특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기업 비대위에 가입한 기업은 약 230여개 업체로 대부분 종사자 수 10인 미만인 물류 도매업체가 약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가 화훼업, 10% 정도가 제조업체라 보면 된다. 특히 물류 도매업은 대부분 서울에 납품하는데, 땅값이 싼 파주로 기업체를 이전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위치가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들이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라도 고양 창릉지구 일대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이유다.고양 창릉지구 내에서 부지 200평대 도서유통업체를 운영 중인 최창섭(58) 부위원장은 “강제수용되면서 보상받은 돈으로 옮길 수 있는 곳은 파주 정도인데 서울 마포구나 용산구에 있는 거래처가 60㎞ 떨어진 유통업체에 물건을 공급하겠느냐”며 “고양 창릉지구에 남으려면 빚을 30억원 이상 내야 하고, 다른 데로 이주하자니 거래처와의 관계가 끊어질 상황이라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LH가 기업 이전 부지를 지정해 주면 빚을 지더라도 그곳에 입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선이주 후철거’를 요구한다.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전할 장소를 먼저 제시해 주고,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주가 완료된 후 철거를 시작해 달라는 의미다. 또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큰 만큼 양도세만큼은 감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여기서 물류업을 하는 이들은 10여년 전 인근 향동과 삼송, 원흥지구에서 공공주택단지를 조성할 때 보상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창릉 그린벨트 지역으로 쫓겨난 사람들”이라며 “당시 강제수용당했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이곳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 땅에서 사업체를 꾸려 나가는 이들보다 더 막막한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다. 남의 땅에서 사업하는 이들이다. 화훼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대부분 세입자 신세다. 이들은 적게나마 보상받을 돈도 없고, 그야말로 쫓겨나면 딱히 이전할 데도 없는 상황이다. 서오릉 화훼단지에서 100여평 규모로 화훼업체를 운영 중인 비대위 김흥걸(62) 화훼분과위원장은 “정부에서 1000만원 이내에서 소득의 4개월치에 해당하는 돈을 준다고는 하지만, 판매장부 관리가 제대로 돼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화훼업체 대부분은 맨몸으로 쫓겨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1993년부터 명맥을 이어 온 서오릉 화훼단지가 사라지는 것도 이들에겐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8년 전부터 200평 규모로 화훼업체를 운영해 온 김용복 샤론플라워 대표는 “서오릉 화훼단지는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곳인데, LH가 제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이주시켜 준다 한들 단지의 경쟁력을 충족시켜 줄 수 없다”며 “화훼단지의 특성상 서울과의 근접성이 중요한 만큼 고양 창릉지구에 들어설 지식산업센터에 화훼유통센터를 지어 입주할 수 있게끔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터를 잡고 살아왔던 원주민들도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하남 교산지구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강조한다. 이들 역시 토지보상을 받더라도 실제 시세와는 차이가 커 이들이 원래 살던 곳에 입주하기엔 돈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김영윤 하남 교산 신도시 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하남 지역은 12~15대 정도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종중들의 토지가 대부분”이라면서 “50년간 그린벨트로 묶여서 수도권 발전의 수혜를 받지 못하다가 이제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조상님이 지켜 온 땅에서 쫓겨나야 할 신세”라고 했다. 하남에서 나고 자라 평생 농사일만 해 온 정동명(44) 하남 교산 신도시 임차인대책위원장은 서울 근교에 신도시가 개발될 때마다 외곽으로 쫓겨났다. 미사강변동에서 풍산동으로, 풍산동에서 교산동으로 왔다. 그는 “투기꾼들 때문에 우리 같은 농사꾼들이 실질적으로 임차할 땅이 없다. 토지주들이 투기꾼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임차인들이 농사짓던 땅까지 다 내놓으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남을 벗어나 농사지을 땅을 구하려 해도 인근 남양주, 여주, 이천의 땅 역시 값이 너무 올라 이주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정현복 광양시장, 부동산 투기 의혹 전면 부인

    부동산 이해 충돌 논란에 휩싸인 정현복 광양시장이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정 시장은 2일 입장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법적책임을 지게 될 일이 발생한다면 그 즉시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확고함을 보였다. 정 시장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맞물려 41년전 매입해 농사를 짓다 세차장으로 사용해온 광양읍 호북마을의 도로개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불신을 야기시키거나 음해할 목적으로 도가 넘어서는 행위,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역 민심을 편가르고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번 논란으로 상심이 크실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법기관의 올곧은 판단이 나올때까지 혜량을 베풀어 저를 믿고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광양시는 정 시장과 가족이 보유한 호북마을 토지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길이 178m의 2차선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정 시장 토지 569㎡중 108㎡, 가족 토지 423㎡ 가운데 307㎡가 보상을 받은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정 시장 부인이 소유한 진월면 신구리 인근에도 군도 6호선 도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정 시장 부인은 2년 전 3필지를 구입하면서 매실 농사를 짓겠다고 영농계획서를 제출했다. 문중 묘지공원 400m 앞인 옥곡면 대죽리 오동마을에서 묵백리 삼존마을을 잇는 도로 공사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길이 3㎞에 2차선 도로 확장·포장 공사를 해 왕래할 일이 별로 없는데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정 시장과 부인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속보]경찰 ‘부동산 투기 의혹’ 전 하남시 공무원 자택 등 압수수색

    [속보]경찰 ‘부동산 투기 의혹’ 전 하남시 공무원 자택 등 압수수색

    경찰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하남시 전 국장급 공무원 A씨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오전 10시부터 전 하남시 공무원 A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하남시청, 자택, 하남등기소 등 3곳을 압수수색 한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하남시 전 국장급 공무원 A씨 부부의 투기 혐의와 관련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이날 A씨의 전 근무처 등에서 도시계획과 관련한 전자문서와 저장장치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년 2월 부인과 공동 명의로 하남시 천현동 토지 약 1900㎡를 매입했는데, 해당 필지가 2018년 말 하남교산지구에 편입돼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그는 퇴직 전 도시계획을 총괄 관리하는 시 도시건설국장으로 재직해 내부 미공개 정보를 토지 매입에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모친 명의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은영 하남시의원과 관련한 조사를 하던 중 A씨의 투기 혐의를 확인해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퇴직 후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산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회삿돈으로 땅 사고 유령법인에 넘기고… ‘탈세의 땅’ 된 신도시

    회삿돈으로 땅 사고 유령법인에 넘기고… ‘탈세의 땅’ 된 신도시

    농업회사 세워 농지 팔아 양도세 줄이고친척 명의 인건비 빼돌린 돈으로 땅 취득매매 불가 토지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세금 피하려 매출 축소 신고했다가 적발국세청 “LH 직원·공직자 포함 여부 조사”#1.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 교산에 농지를 가진 A씨는 서류상 회사인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자신이 농사를 짓지 않았음에도 짓는 것처럼 위장한 뒤 이 농업회사법인에 땅을 팔았다. 이렇게 하면 양도소득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A씨는 농업회사법인 주식을 자녀가 주주로 있는 다른 회사에 헐값에 넘겨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2. 건설업 법인 대표 B씨는 개발예정지역에서 고가의 토지를 취득했는데, 자금 출처가 불명확했다. 국세청이 파악해 보니 근무한 적이 없는 직원이나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빼돌린 회삿돈이었다. 국세청은 법인세 탈루 혐의로 수억원을 추징했다. 3기 신도시 개발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같은 투기뿐 아니라 온갖 세금 탈루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1일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시흥 등 6개 지역에서 토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65명에 대해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이미 추징에 나섰거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토지 취득 과정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115명, 회삿돈을 빼돌려 땅을 산 사주 일가 등 30명이 각각 적발됐다. 토지를 취득한 뒤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팔았음에도 매출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기획부동산 4곳, 영농을 하지 않으면서도 농지를 사들여 임대나 양도 과정에서 매출을 누락한 농업회사법인 3곳도 덜미를 잡혔다. 3기 신도시에서 토지거래를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은밀하게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 13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주식회사 C사는 개발지역 땅 주인으로부터 대토보상권(토지 수용 시 보상금 대신 토지를 받는 권리)을 고가에 불법 매입해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국세청이 사주 일가를 들여다보니 임직원이나 친인척 명의로 가짜 급여를 지급하고, 위장 업체와의 허위 거래를 통해 법인 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C사에 땅을 판 주인들은 전매가 불법임에도 보상가격에 20%의 웃돈을 얹어 넘겼다. 땅 주인들도 양도세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공인중개사 D씨는 투자 권유를 잘해 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한 토지와 건물 등 1000억원대 매매를 중개했다. 하지만 중개수수료를 현금으로 받아 소득을 숨겼고, 인테리어와 등기설정 업자를 알선해 주고 챙긴 리베이트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3기 신도시 발표 이전 5년간 토지거래 중 일정액 이상의 거래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세무조사 대상으로 추렸다. 길게는 2013년 거래부터 검증했다. 부동산탈세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국세청은 2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 LH 직원이나 공직자 등이 포함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제보 등을 바탕으로 검증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추가 조사 대상을 선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매달 31일은 쌈(3)으로 하나(1) 되는 날” …광주시 ‘쌈 문화 캠페인’ 선포

    “매달 31일은 쌈(3)으로 하나(1) 되는 날” …광주시 ‘쌈 문화 캠페인’ 선포

    광주시가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쌈 먹거리 문화를 알리는 ‘쌈 문화 캠페인’을 벌인다. 시는 매달 31일을 쌈(3)으로 하나(1)되는 날로 정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쌈 먹거리 문화를 전파할 계획이다. 신동헌 시장은 31일 쌈 문화 캠페인 온라인 선포식을 통해 “쌈은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전통 먹거리”라며 “코로나 시대를 겪는 전 세계인들과 우리국민들에게 건강과 맛이 담긴 쌈 먹거리 문화를 적극 알리는 쌈 문화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쌈은 채소와 고기, 전통장(醬), 밥 등의 먹거리가 어우러진 건강식이자 화합과 조화의 문화를 담고 있다”며 “쌈 문화 캠페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쌈 먹거리들을 전 세계에 전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시장은 “광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중첩규제로 각종 개발에 제한을 받아 왔지만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자연채’라는 채소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며 “전체 농가의 66.8%(416호)가 153만ha에서 채소 농사를 짓고 있어 대한민국 쌈 문화의 본거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특히 이번 쌈 문화 캠페인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쌈 싸 먹기 동영상과 쌈의 효능과 유래, 다양한 쌈채류 소개, 쌈과 어울리는 음식 등을 온라인에 홍보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쌈 싸 먹기 영상 공모전도 벌일 예정이다. 다양한 쌈 요리 레시피를 개발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광주시는 이번 쌈 문화 캠페인을 통해 지역의 청정 농축산물을 알리고 쌈 관련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올해 초 광주축협과 연계해 네이버스토어 한우대가에 서하리 로컬푸드 농산물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쌈 채소와 최상품 품질의 고기를 한 끼 구성으로 판매한다. 특히, 매월 31일을 쌈데이로 지정해 31일은 ‘쌈으로 하나 되는 날’로 지정하고 관련 공모전 및 이벤트를 펼친다. 아울러 9월에는 자연채 행복밥상 문화축제와 연계 추진할 방침으로 소규모 가족을 초청해 자연채의 고기를 굽고 쌈을 먹으며 가족 간에 화합을 도모할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17일 쌈 문화 캠페인 온라인 선포식 영상을 제작해 이날 공개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씨줄날줄] 왕조실록의 몰수 부동산/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왕조실록의 몰수 부동산/서동철 논설위원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택리지’에서 ‘천상의 수도이자 훌륭한 도읍터’라고 했던 한양의 4대문 내부 넓이는 400만㎡ 안팎이었다. 도성 인구가 초기부터 늘어난 탓에 1461년(세조 7) 성저십리(城底十里)를 한성부에 편입했다. 성저십리란 도성을 둘러싼 사방 십리를 말한다. 도성이 비좁으니 신분에 따라 집의 넓이를 제한했다. 1469년(예종 원년)에는 대군·공주 30부, 군·옹주 25부, 1·2품 15부, 3·4품 10부, 5·6품 8부, 7품 이하 4부로 정했다. 조선후기에는 대군·공주 집의 넓이도 15부로 준다. 1부는 벼 10단을 생산하는 면적으로 100㎡ 정도라고 한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타자 선조는 임시 궁궐로 월산대군 사저를 징발하는데 훗날 덕수궁이 된다. 궁궐로 쓰면서 주변 가옥을 사들여 넓혔지만 월산대군 사저는 처음부터 상당한 규모였을 것이다. 1734년 부제학 이종성은 백성을 괴롭히는 폐단을 지적하면서 ‘옹주가 내려받은 저택 옆에 여염집을 많이 사서 장차 집을 지으려 한다고 한다. 전하께서 과연 이런 일이 있으십니까, 없으십니까?’ 하고 영조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럼에도 공사를 강행한 듯 이듬해 영조실록에는 ‘임금이 화평 옹주를 위하여 이현궁을 수리하게 하였는데… 토목 공사를 크게 일으켜 좌의정 서명균이 경계하는 말을 올리자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공사를 중단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서장관 조정진이 1780년 열하에 다녀온 보고서는 정조실록에 실려 있는데 땅으로 치부한 공직자의 불행한 말로를 드러내는 데 일정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청나라 문신 우민중은 청렴 정직하다고 소문이 나서 황제가 신임했고 백성의 칭찬 또한 높았는데 죽고 보니 주택과 전원 등 엄청난 재산을 남겼다’고 했다. 황제는 그의 가산을 적몰하라 명령했고, 부인 장씨는 곡부 공자묘의 노비로 삼아 후세가 교훈을 얻도록 했다는 것이다. 고종실록에는 1874년 전 장령 박기종의 상소문이 올라 있다. 그는 ‘지난해 영광·함평·무안 세 고을에서 별포청에 빼앗긴 것이 30석 논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별포별장이라는 사람은 지난해 빼앗은 전토에서 재작년 도조를 거두어 집이 망하고 농사를 그만둔 사람이 100호’라며 ‘공적인 것을 빙자하여 사적인 잇속을 채운 사람에게 빨리 해당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은 정치범 등 죄인으로부터 적몰한 토지를 지방군사조직 별포청에서 활용했는데 주변 토지까지 강제로 수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직자가 국가 제도를 오용해 백성에게 피해를 입히고 개인의 지갑까지 두둑히 챙겼다는 뜻이다. 개발정보를 이용한 오늘날의 공직자 투기와 본질적으로 똑같다. s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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