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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평평한 논과 비탈진 밭

    올해 늦장마로 고추 농사를 파농하다시피 한 집이 우리 마을에서도 한둘이 아니다.물 빠짐이 좋지 않아 고추 뿌리가 물에 잠기면 어김없이 뿌리가 썩어버린다. 따라서 밭작물은 물 빠짐이 좋은 땅에 심어야 하는데 트랙터와 콤바인으론 밭 갈고 추수하기 편하게 한다고 이른바‘경지정리’라는 것을 해서 아예 못쓸 밭을 만들어버린 게 수두룩하다. 비탈진 밭을 평평하게 만들다 보면 높았던 곳에는 돌덩이 같은 생땅이 드러나고,낮았던 곳에는 겉흙만 잔뜩 모이게 되어 비만 한번 오면 진창이 되어버린다. 우리 동네에서 고추 농사를 아예 망쳐버린 집은 다 밭을 평탄하게 골라서 물이 빠질 자연스러운 비탈이 없어져버린 땅에 고추를 심었던 집이다.우리공동체 젊은 식구와 새벽에 논을 둘러보러 가는 길에 여기저기 말라죽은 고추를 보면서 논과 밭의 차이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논은 평탄한 것을 으뜸으로 친다.물을 조금만 대도 온 논의 벼가 뿌리를 고루 적실 수 있어야 하고,물 위로 흙이 드러나는 곳이 없어야 풀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모를 내기 전에 가운데 갈아놓았던 논에 물을 대 흙이 물기를 흠뻑 머금어 곱게 부스러지기 좋게 한 뒤에 써레질을 해서 땅을 고르는데,이 써레질은 나이 들고 경험 많은 사람이 맡아서 한다.풋내기한테 써레질을 맡겼다가는 논 가운데 산과 계곡이 생겨 벼 뿌리를 말리거나 풀농사 짓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작물의 성장 조건은 사람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빚어냈기 때문에 논 농사는 밭 농사에 견주어 수월한 편이다. 그 대신에 논에는 벼만 자란다.추작으로 보리나 가을 감자,양파 따위를 심기도 하나 이 때는 골을 깊이 파서 물 빠짐을 좋게 하거나 비닐을 씌워 키워야 한다.이와는 달리 밭은 물 빠짐을 으뜸으로 친다.따라서 평평한 밭보다 자연스럽게 비탈진 밭이 더 좋은 밭이다.비탈지고 사래가 구불거리는 언덕밭은 거의 다 옛날에 괭이로 일군 것이어서 트랙터나 콤바인이 들어가기가 힘들다.비탈 밭을 갈다가 경운기도 곧잘 넘어가서 가끔 밭가는 사람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사람 손으로 일구는 게 자연스럽다.사람 손이 타기 전에 간직한 자연스러움이 살아남아 있어서 밭에서는 논에서와는 달리 벼 한가지만 자라는 대신에 온갖 작물이 고루 잘 자랄 수 있다.밭이 네모 반듯하고 비탈 하나없이 고를 때에는 기계로 쉽게 농사지을 수 있겠다 싶어 탐내지 말고 먼저 물이 잘 빠지는지 살펴라. 자연스러움은 더불어 삶(공생)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큰 살림(상생)의 으뜸 조건이다.인위적으로 특정한 생존 조건을 갖추어놓고 거기에 맞추어 살라고 하면,살아남은 생명체가 낱낱으로나 떼로나 두드러지게 줄어든다.우리나라 주곡 자급률이 해마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쌀은 그나마 남아돌고 잡곡은 5%도 자급이 안되어 앞으로 틀림없이 맞닥뜨리게 될 식량전쟁과 기근에서 참혹한 고통을 겪게 될 터인데도 자연스러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위정자들과 관료들과 사이비 생명과학자들이 짜고들어 마치 기계화와 생명공학이 농촌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열쇠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으니,아,애닯다.이 철없는 생명체들은 비탈에 세울 수 없음이여! 이렇게 자탄을 하면서 올 봄에 못줄을 띄우고 손모를 꽂은 우리 논을 둘러보는데 논 가운데서 어정거리던 백조와 해오라기가 황급히 날아오른다.여덟해째 농약,제초제,화학비료를 뿌리지 않아 되살아난 논바닥에서 살고 있는 우렁이와 미꾸라지를 잡다가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것이리라.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교장
  •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씨 “제 옷차림만 봐도 오늘 날씨 아시겠죠”

    “아침 뉴스 시간에 제 옷차림만 보아도 무엇을 입어야 할지,우산을 챙겨야 할지,선글라스를 준비해야 할지 다 아실 수 있어요.” MBC ‘뉴스투데이’(월∼토 오전 6시)에서 하루의 날씨를 요약해 주는 현인아(28)기상캐스터는 날씨가 변화무쌍한 요즘 없어서는 안될 방송인이다.맑은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는가 하면,한순간에 심한 먹구름이 드리우는 등 기상예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그의 예보는 녹화방송인 다른예보와 달리 따근따근한것이 특징이다. “매일 새벽마다 기상예보관과 통화하는 것이 첫 일이에요.예를 들어 기상청에서 ‘흐리고 비’라는 내용의 예보를 팩스로 보내오면 하루 종일 비가 조금씩 온다는 것인지,한때 많이 온다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직접 취재해야 하거든요.” 175㎝의 껑충한 키에 날씬한 팔과 다리 등 보기에도 시원한 몸매다.입사할때 키가 너무 커 탈락될까 걱정해 키를 170㎝라고 우겼을 정도.함께 있으면 싹싹한 성격이 단번에 상대방에게도 전염돼 기분이 좋아진다.이런 기상캐스터가 전해주는 예보라면 뭐든지 다 맞을 듯하다. “기상예보가 틀리면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요.특히 농사를 짓거나,일용직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날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방송국 내에서도‘오보했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기상은 ‘예보’지‘보도’가 아닙니다.”라면서 맞추지 못했을 때의 심정을 토로했다. “요즘은 너무 힘들어요.비가 온다고 기상예보를 하다 보면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요.같은 서울에서만도 강남지역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강북은 쾌청할 때가 많아 당황스럽습니다.” 6년째 기상캐스터를 하다보니 그의 직업 사랑은 각별하다.“기상캐스터를 아나운서가 1∼2년씩 돌아가면서 하는 직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아요.예전에는 그랬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기상 캐스터를 따로 뽑아요.”라며 기상캐스터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어요.최소한 10년은 넘겨야죠.”라면서 활짝 웃는다. 이송하기자 songha@
  • [사설] 경의선·쌀지원 함께 이뤄져야

    1년8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 회의는 앞으로 남북관계의 풍향을 가늠하는 상징성을 가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남북 대표단이 회의 초반에 “남북이 이제 화해와 협력방안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길때”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의미를 염두에 둔 다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의는 국민의 정부 임기를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남북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이다.남북 모두 시간이 없다는 점을 우선 염두에 두고,기존 합의를 구체화하는 프로그램을 도출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 등과 관련,우리측이 추석 직후 동시착공 의견을 제시했으나 북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는 데 난색을 표명했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군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북측의 사정과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이를 구실로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된다. 경의선 연결이 갖는 남북 화해와 협력,신뢰 구축의 상징성으로 볼 때 반드시 연내 이뤄져야 한다.남북도로 연결사업도 구체적인 일정이 잡혀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의지나 북·미,북·일 관계 진전 움직임을 고려할 때도 북한은 더 이상 머뭇거릴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북측이 회담에서 제시한 대북 쌀지원문제도 경의선 연결일정 등의 확정과 더불어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남부지방의 홍수 등으로 인해 올해 쌀농사 작황을 미리 점칠 수 없는 등 남측으로서도 몇몇 고려 사항이 있을 수 있지만,대북 지원의 결정적 장애요인은 안될 것이다.상호주의의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경의선 연결과 쌀지원은 함께 가는 게 바람직하다.우리 정부 당국자가 “북측이 경의선 착공일 결정에 끝까지 소극적 입장을 보일 경우 대북쌀지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더구나 지난 장관급 회담에서 이미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로 한 마당에 북측이 이제 와서 ‘군사회담후 일정 결정’ 운운한다면 실천의지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 [데스크 시각]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얼마전 서울시 직원 57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가끔',22.8%는 ‘자주' 희망퇴직을 생각한다고 한다.주된 이유는 공직생활에 비전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49.3%)이란다.대안으로는‘개인사업'(63.1%) ‘농사'(11.8%) ‘민간기업 취업'(9.6%) 등을 꼽았다.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나에게 있고,마음속 생각은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에 이어 장대환(張大煥) 서리도 총리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대학 총장과 언론사 사장 등 ‘내로라' 하는 인사를 상대로 열린국회 인사청문회의 공과에 대해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시중에선 말의 성찬이 한창이다.한 고위공직자의 부인은 남편을 조용히 부르더니 ‘더이상 출세할 생각마세요.'라고 했다고 하고,사회지도층 인사들은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 밀린 교통범칙금 등 각종 벌과금을 내느라 법석을 떨었다는 우스갯 말도 있다.그중 다행인 것은 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한껏 고양됐다는 점이다.‘공무원 아무나 하나'라고나 할까.외환위기 직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사회의 취업난과 고용불안정은 여전하다.아직도 대학졸업자 5명중 2명이 실업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삼성전자 직원들의 올 상반기 평균 근속연수는 7.5년으로 98년 12.1년에 비해 4.5년이나 짧다.샐러리맨 사이에 ‘평생직장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8년에도 못미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시스템이 이제 ‘상시화'됐고,그만큼 샐러리맨들의 고용불안정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취업시장에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한 채용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과반수가 해고위험이 적어 ‘최고의 안정적 직업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수의 대학들이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장으로 바뀌었다는 탄식의 소리가 들린지 오래다.지난 5월 전주시가 14명의 9급 지방행정직을 뽑는 시험에 2038명이 몰려 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공무원 열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수원시가 지난달 일용직 환경미화원 10명을 뽑는데 대졸자 3명을포함해 45명이나 지원,필기시험을 치러 합격자를 가렸다고 한다.위험·가족수당 등을 합해 연봉이 2300만원으로 비교적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인 시대다.그것만으로도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고 하면 지나친 엄숙주의적 요구일까.공무원 생활은 당초 부자의 길은 아니다.큰돈을 꿈꿨다면 그는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인생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비전이 없어 희망퇴직을 생각한다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꼽은 대안의 하나는 ‘농사’다.그러나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는 ‘농사나 지어볼까.'하는 생각은 “농사는 기술적으로 어렵고,육체적으로 힘들며,기업적으로도 위험하다.”는 소설가 복거일씨의 분석처럼 미망일 뿐이다. ‘욕심이 땅보다 두껍고 하늘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사람마다 욕심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고 조정하느냐이다.분에 넘치는 욕심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후손에 부끄러움만 남길 뿐이다.결실의 계절 가을에성큼 다가선 2002년 8월30일 아침.출근길 나서는 모든 샐러리맨에게 노시인이 일깨우는 삶의 지혜를 선사한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구상의 우음 2장 중에서) 김인철 공공정책팀장 ickim@
  • 주택 전기료 8% 내릴듯

    주택용 전기요금이 단계적으로 약 8%,일반용은 20% 각각 내리고 산업용은 10% 오른다.농사용의 전기료 감면대상은 관개용 양·배수시설로 한정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6일 산업자원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만든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이 방안은 27일부터 한달간 8차례의 공청회·토론회를 거치게 되며,산업자원부는 요금체계 개편의 시기와 방법을 담은 정부안을 연내에 확정할 방침이다. 연구원이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배전분할이 이뤄지는 2004년 4월 이전에 주택·산업·농사용,심야전력 등 용도별 요금격차를 완화하기로 했다.그 이후에 일반·산업·교육용 등 고압전력(2만 2900㎾ 이상)을 쓰는 곳은 2004∼2005년부터,주택용 등 저압 전력을 쓰는 곳은 2009년부터 각각 전압별 요금제를 적용키로 했다. 주택용의 경우 현재 원가회수율(공급원가 대비 전기요금으로 100% 초과분이 마진율) 114.8%를 평균 원가회수율인 106.4%에 가깝도록 8% 정도 내리기로 했다.누진제는 현행 7단계(최소 최대요금 격차 18.5배)에서 구조개편이 끝나는 2009년 3단계에 3∼4배로 완화시킬 계획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주택용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1620원의 전기료가 싸진다.일반용(상가,빌딩,사무실)은 계약호수당 4만 6810원이 감소된다.반면 산업용(공장)은 계약호수당 25만 9660원이 늘어난다. 육철수기자 ycs@
  • [열린세상] 우익과 이민 노동력

    집권을 하려면 우파가 돼라.신세기 벽두 유럽이 주는 메시지였다.1999년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에서 우파 정당들이 집권을 했고,2000년에는 아스나르가 이끄는 스페인 인민당이 재선에 성공했다.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2세가 백악관에 진입했고,멕시코에서는 코카콜라 사장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 폭스가 제도혁명당의 장기집권에 막을 내리고 권좌에 올랐다. 올해 프랑스 선거에서는 시라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이 의회에서도 다수파가 되었고,좌파는 형편없이 깨졌다.9월 선거를 앞둔 독일의 경우도 사민당 정부가 물러나고 기민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건재하지만,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제3의 길'은 결국 대처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미테랑,블레어,클린턴,슈뢰더,달레마 등의 중도파 내지 중도좌익 정당들이 이끌던 구미선진국들의 정치가 왜 이렇게 급변했을까? 이상하게도 이들 우파 정당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찾아보긴 어렵다.어떤 정당들은 유럽주의를 지향하는 반면 다른 정당들은 국가주권을 강화하고자 한다.어떤 정당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반면,다른 정당들은 비인습적 가족도 용인할 뿐 아니라 개인적 권리를 신성시한다.어떤 정당들은 민영화를 통해 국가가 경제 영역에서 퇴각할 것을 주장하지만,다른 정당들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고자 한다.그렇다면 무엇이 우익 정당들로 하여금 권좌에 다가서게 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이민 문제이다. 세계화와 더불어 이민 노동력의 이동도 활발하다.살기 힘든 동유럽,아프리카,중근동,카리브해의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서 북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아시아 국가의 노동력도 기회를 찾아 세계를 헤맨다.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의 포도밭 농사는 이미 이민 노동력이 장악한 지 오래다.OECD 국가들에 이민 노동력이 미친 영향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만약 1950·60년대에 유럽 경제에 이민 노동력의 대규모 흡수가 없었더라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을 것이라고 경제사가들은 말한다.이 시기의 지속적인 성장,낮은 인플레이션,완전 고용은 부분적으로 이민 노동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킨들버거는 말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임금 상승의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계속 유입된 이민 노동력이 그 압력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설명이다.캘리포니아의 농업과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대단히 저렴한 불법 이민 노동력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 노동력 이민의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경기가 침체되거나 실업이 증가할 때 이민 노동력에 대한 내국인들의 적개심은 순식간에 정치화된다.스킨 헤드가 등장하고,르펜 같은 극우파 정치인도 공화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쉽게 표를 얻게 된다.우파 정치인들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증가하는 범죄율이 불법 이민 노동력 때문에 생긴 것이라 역설한다.이민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돌출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국가 방위와 시민의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국가 부문의 퇴각을 주장해온 신자유주의자들이나 우익 세력은 지난 25년동안 좌익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시장의 승리를 자축하는 이 시점그들은 다시 슬그머니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국가만이 국경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모양이다.게다가 농업부문에 보조금을 주고,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조치도 남발한다.자유주의는 쉽게 우익들이 재정의하는 국익에 밀린다. 바야흐로 이민의 시대이다.자랑스러운 우리 이민 공동체 이야기도 많다.그렇지만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다른 나라 이민 노동력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도 절실하다.정부도 시민사회도 모두 힘쓸 일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농학박사 꿈이룬 40대 농촌지도자, 충주 김수복씨 주경야독끝 고졸 18년만에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김수복(金壽福·사진·42·소득작목담당)씨는 18년간의 ‘주경야독’ 끝에 오는 23일 상지대학교에서 농학박사(원예학 전공) 학위를 받는다.학위 논문은 ‘방울토마토 품종군 분류와 관수간격 및 부숙 퇴비 시용량 구명’.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방울토마토와 오이,엽채류,딸기,산채 등 시설채소의 시험 연구 분야로 농민들의 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난 김씨는 충주농고를 졸업한 지난 79년 경기도 안성과 용인,충북 단양군 농촌지도소를 거쳐 93년 1월부터 고향인 충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고있다. 그는 농사 전문지식이 부족해서는 농촌지도사 자격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방송통신대에서 농학사 학위(89년)를 땄으며 94년 상지대 대학원에 진학,4년만에 석사학위를,다시 4년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석사,박사과정 8년은 현직 농촌지도사로서 해야할 업무와 잦은 출장,농민상담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는 휴일과 업무가 끝난 밤 시간을 이용,공부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김씨는 “영어와 일본어를 더 익히고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기술사에 도전,국내 최고의 시설원예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농지 강제이행금 반발

    농촌지역에서 3년 이상 경작하지 않는 농지에 대해 부과하는 강제이행금을 놓고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일 김포시에 따르면 현행 농지법은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된 농지 가운데 소유자가 3년 이상 경작하지 않은 농지에 대해 매년 실태조사를 거쳐 공시지가의 20%를 강제이행금으로 물린다. 이로 인해 김포지역에는 매년 6건 정도가 적발돼 평균 9000만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일손부족으로 농사를 못짓는 토지에 대해서까지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 김모(45)씨는 “농민이 일부러 농토를 놀리는 경우가 어디 있다고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느냐.”면서 “가뜩이나 농가부채로 허덕이는데 이행금까지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호석 김포농업경영인연합회장(52)은 “WTO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을 앞두고 농업기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농민들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포 김학준기자 kimhj@
  • [녹색공간] 자전거를 위하여

    올해에도 어김없이 하늘은 적잖은 분들의 농사를 망치고 집을 무너뜨리고,이름 모를 무수한 생명체들을 간단없이 휩쓸고 지나가는 비를 내렸다.한강의 수위는 잠수교를 잠수시킨 뒤에도 며칠간이나 그 높이를 유지했다. 며칠 뒤 비가 좀 멎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가 결국 반포대교 언저리에서 아직 치우지 못한 진흙더미에 빠졌다.헬멧을 쓴 다른 자전거족들은 진행하려는 필자를 만류했다.하지만 필자는 운동하러 자전거를 끌고 나온 게 아니라 일터로 가는 길이었기에 거대한 늪처럼 고여 있는 진흙더미 때문에 돌아설 수 없었다.페달이 진흙속에 잠겼고,운동화가 잠겼고,무릎이 잠겼으며,진흙이 온몸에 튀었다. 필자는 금년 여름부터 잠실에서 서교동까지 한강변을 따라 23㎞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차로 스쳐지나가던 한강과 자전거로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가는 길은 무척 달랐다.세금도 없고 운전면허도 필요없는 자전거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과 물 위로 튀어오르는 고기와 자연초지의 갈대밭까지 만나게 해주었다. 필자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환경단체 풀꽃세상에서 ‘자전거'에 풀꽃상을 준 뒤부터였다.‘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을 기치로 그동안 풀꽃세상은 ‘새,돌,풀,길,조개,꽃,지렁이'에게 사죄의 마음으로 혹은 감사의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아무런 대변자도 없이 후기산업사회의 오만한 인간들에게 무차별 능욕을 당하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때문이었다. 이번에 자전거에 풀꽃상을 준 선정 이유는 이런 식으로 표현되었다.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고,정기적인 대인대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운동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입니다.달리다가 문득 한 발은 페달에,한 발은 대지에 굳건히 딛고 서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밥 먹었니?” 하고 물을 수 있는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연결시키기까지 합니다.풀꽃세상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자전거를 타기 바라는 마음에서 제8회 풀꽃상을 '자전거‘에게 드립니다. 단순한 자전거 예찬을 위해서는 아니었다.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인 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자동차문명에 대한 비판과 경고가 이번 풀꽃상에 담겨 있었다. 승용차 1대가 달리는 차선 하나면 자전거는 5대가 이용가능하고,승용차 1대의 주차공간을 자전거 12대가 이용할 수 있다.그런데도 우리는 자동차를 위한 시설에는 계속 투자하면서 자전거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서울의 경우 한강변은 그나마 비교적 뛰어난 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지만,한강만 벗어났다 하면 자동차로 인해 목숨 내놓고 타야 하니 말이다. 환경부는 자동차 환경부담금을 더 거둬들인다고 하고,기획예산처는 자전거도로를 위한 예산을 줄인다는 소식이 들린다.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 나라살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을 제외한 이 나라의 다른 지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 나라'를 서울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지역'을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최성각/ 소설가, 풀꽃세상 사무처장
  • [녹색공간] 맹꽁이가 보고싶다

    여름 밤,개구리들의 합창은 들을 만하다.그 합창이 우리 귀에는 그냥 와글대는 것같지만 무릇 살아있는 것은 공연히 울지 않는 법.개구리 울음도 실은 짝을 찾는 간절한 구애라고 하지 않는가.개구리 합창의 백미는 초여름 장마가 올 무렵이다. 이때는 웅덩이에 모여들어 짝짖기를 하는 맹꽁이들의 세레나데가 가세하기 때문이다.드문드문 맹꽁이의 파격음이 없는 여름 밤의 이 자진가락은 사물놀이의 뭐 하나가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초여름에도 맹꽁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들판 웅덩이에도 시골미나리꽝에도 맹꽁이들이 자취를 감춰버렸다.다 어디로 갔을까.맹꽁이는 생긴 것에비해 환경에는 아주 민감하다.그래서 환경지수 동물로 꼽는다.이처럼 민감한 맹꽁이인지라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1999년,환경부가 부랴부랴 맹꽁이를 보호동물로 지정한 것은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맹꽁이가 못 생겼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편견이지만 아무튼 이 못생긴 맹꽁이가 이제는 진객이 됐다.이들이 보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살 만하다는 청신호이기 때문이다.이 진객의 집단 서식이 전라북도 전주시 중화산동 주택가에서 발견됐다.지난 6월 새전북신문 취재팀이 발견한 맹꽁이는 무려 300여 마리.전주시와 환경부는 이 맹公들의 안전을 위해 이곳을 개발제한키로 했다.뿐만 아니라 이들을 전북대학교 연못과 남원시 의료원에 분양도 했다.이처럼 우리는 지금 맹꽁이가 귀한 세상에 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이 어디 맹꽁이뿐인가.언제부턴가 봄이 돼도 나비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농민들의 증언이다.그도 그럴 것이 나비학회에 따르면 상제나비 산굴뚝나비는 이미 멸종 위기에 와 있고 붉은점모시나비 등 4종이 보호야생종으로 지정될 정도여서 10년새 나비 개체수가 100분의1로 줄었다고 한다.‘나비 없는 봄’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옛 사람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현실이 돼버린 셈이다. 하루 수백마리의 해충을 잡아먹어 알고보면 익조라는 참새도 귀해졌다.10년 전,100㏊당 428.1마리이던 것이 139마리로 64%가 감소한 것이다. 맹꽁이,송사리 사라지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아닌 말로 과학도들은 나비,송사리는 못 살아도 사람은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문제는 미물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우리의 생존도 위험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이다.이를 입증하는 좋은 예가 있다. 미국은 1991년 애리조나주에 유리로 밀폐된 1만 3000여㎡의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Ⅱ)’를 만들었다.이 미니 지구에 8명이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18개월만에 심각한 위기가 왔다.산소가 점점 희박해져 25종의 동물 가운데 19종이 멸종하고 사람도 호흡곤란에 빠졌다.조사결과 토양에 함유된 박테리아가 산소를 많이 소비한탓이었다.이 실험은 하찮은 박테리아가 대기와 생태계의 균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세계자원연구소와 유엔환경계획이 내놓은 보고서에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은 155개국중 131위,최빈국으로 돼 있다.GDP에 매달리는 동안 생명에 대한 감성이 메마른 것일까.맹꽁이 소리가 그립다. 김재성 논설위원
  • [굄돌] 고사상과 돼지머리

    납작코에 짧고 쭉 찢어진 주둥이.하도 더러운 곳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만 밝힌다고 옥황상제가 주둥이를 잘라버려 납작코가 되었다는 돼지.아무리 뜯어보아도 어디 하나 잘생긴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지만,고사상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돼지머리다.마치 돼지머리가 없으면 고사의 효험이 없는 양,욕심이 많다느니 더럽다느니 빈정대면서도 신에게 복을 빌 때는 꼭 돼지를 잡아 바친다. 하고많은 동물 중 하필이면 돼지일까? 옛날 어느 집주인이 집에서 기르는 개 소 닭 돼지 들을 불러놓고 차례로 물었다.먼저 개에게,“너는 무엇을 했지?”“저는 도둑이 들지 않도록 문간을 항상 지키고 있습니다.”“그래.너는 문간에서 먹고 자면서 우리집 재산을 지키거라.” 이번에는 소에게,“너는 주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무거운 짐을 나릅니다.”“그렇지.너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하니 많이 먹고 외양간에서 푹 쉬도록 해라.” 닭에게도 똑같이 물었다.“저는 주인님이 더욱 부지런히 일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 목청껏 소리내어 주인님을 깨워 드립니다.” 주인은 닭울음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사랑채 옆에다 닭장을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돼지에게 물었다.하나같이 주인을 위해 좋은 일을 했건만 그저 놀고 먹기만 한 돼지.이윽고 돼지의 대답.“저는 주인님을 위해 한 일도 없고 신세만 졌으니,앞으로 주인님께서 부자가 되고 행복할 수 있게끔 목숨을 바치겠으니 부디 저를 제물로 받아주십시오.” 신화에서 돼지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등장한다.한해에도 몇 번씩,그것도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낳아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되고,열두띠 중에서는 마지막이어서 기강을 바로 세우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에너지의 근원으로 여겨진다.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서로 헐뜯는 데 목청을 높이는 요즈음 돼지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국민에게 복을 주고,점점 혼탁해지는 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워보면 어떨까? 정종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 농사꾼 판화가 이철수씨/ “삶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 줄 수 있어 행복”

    “제 그림은 40대 후반인 남자가 시골에서 작은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평범한 이야기예요.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화가라고 자처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판화가 이철수(48)씨는 널빤지에 조각도를 부지런히 놀리면서 분명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요즘 바깥 출입을 하면 흰 적삼 속으로 땀이 주르륵 흐르고 ‘부쩍 힘이 들어’ 농사일을 잠깐 뒤로 미뤄 놓았단다.서울에서 충북 제천의 박달재로 옮겨온 1986년부터 그는 부인과 함께 200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검붉게 그을린 얼굴이며 단단해 보이는 팔뚝에서 16년 농사꾼다운 흙내음이 풍겨오는 듯하다. 최근 그는 90년 펴낸 판화집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문학동네)의 개정판을 찍어냈다.이미 나온 판화집 대여섯권을 대부분 절판시킨 터라 이번에 개정판을 낸 것은 예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그 탓에 그는 여기저기서 번거로운 연락을 받고 있다.그가 ‘묵은 그림책’의 개정판을 낸 것은 “판화가 크게 변하고 나서 낸 첫번째 책이라 각별했기 때문”이고,출판사는 20∼30대가 꾸준히 찾는 책을 이문상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화가나 농부보다는 이야기꾼으로,“세상에 할 말이 있어서 조금씩 세상에 말을 건네는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80년대 청년기에는 목청을 한껏 높인 민중미술가였고,90년대 장년기에는 선(禪)화가가 됐다.남들은 90년대 이후 그가 민중미술에서 멀어졌다고 수근거렸으나,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크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꾼 것뿐이라는 것. 목청껏 소리치는 방식은 단순하고 감정적인 반발이었고,악을 쓸수록 정직하다는 기분은 사라졌다.고민 끝에 불교의 선으로 돌아선 뒤로 삶의 섬세한 갈피를 들춰보며 거짓과 허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자고 소리치면서,미움으로 세상을 지켜보고,폭력과 억압을 내면화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개별적으로 각성하지 않으면서,구조적 변화만 강조할 때 마음은 황폐해진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세상을 바꾸자.’에서 ‘나를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로 전환한 것이다.당시의 깨달음은이랬다.‘시절이 사람을 강파르게 하고,그 마음의 칼로 서로를 베어버립니다.…마음밭(心田)이라고 했습니다.들여다보면 자갈 소리가 들립니다.내버려둔 자리가 역력합니다.’ 이제 그는 “옛날엔 ‘없는’ 사람만 불쌍했다면 지금은 ‘있는’ 사람도 불쌍하고,억압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억압하는 사람도 안 됐다.”는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됐다.‘소외된다.’는 현상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편도 저편도 아닌 거냐고? 당연히 억압당하는 사람들 편에 서는 것 아니냐고 그는 되묻는다.다소 씁쓰레한 표정으로 덧붙인다.“그러나 자기가 선량하다고 믿던 사람들도,기회가 있으면 도둑질하고 억압할 마음이 그 안에 숨어 있지 않으냐.” 살아가는 일이나 싸움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것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시시한 잡풀도 뽑지 않으면 꽤 의젓한 모습으로 자라서 뜻밖에 아름답고 잘생긴 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뜻밖이라는 것도 사람의 편협한 말입니다.”그의 생각이다. 좀 더 욕심내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자기성찰을 통해 소외를 극복했으면 싶다는 것.온전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내 이웃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외면할 수 없다고 믿는다.‘나’의 정신적 건강은 남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는 판화,그것도 목판화만 20여년째 고집하고 있다.판화는 200∼300장씩 복제해 많은 사람과 그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미술시장이 왜곡된 지금은 판화의 됨됨이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상업화한 시장은 판화마저도 비싼 가격에 유통되길 바란다.그래서 그는 판매를 목적으로하는 상업화랑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마땅찮다.시민사회단체의 기금모금이 아니면 전시회는 열지 않겠다는 잠정적인 결론도 내놓았다. “제 판화가 찍힌 1만 2000원짜리 달력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늘 벽에 붙여두었다가 한달에 한번이라도 제가 건네는 말에 공명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이 어딨겠습니까.” 문소영기자 symun@ ■인터넷 개인화랑‘목판닷컴’ 목판닷컴(www.mokpan.com)은 전시회가 싫다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팬들을 위해 차려놓은 인터넷 개인화랑이자,‘이철수의 집’이다.석달 전에 입주했다. 이 화랑에서는 그가 그동안 그린 그림을 주제별로 가려뽑아 상설전을 가진다.주인장의 바람은 그저 ‘가끔씩 머리 식히고 가십시오.’다.요즘은 여름을 소재로 한 판화 10점이 관객을 기다린다.한여름 매미소리,다듬이 소리,빙수 등 시원한 소재들이다. 또다른 ‘전시장’인 출판물에 실린 최신 작품들도 소개한다.그는 벌써 오래 전에 복제해서 여럿이 나눌 수 있는 판화의 기능이 출판물로 이전됐다고 본다.그래서 월간지 ‘좋은생각’ 등 몇 가지 간행물에 매달 그림 한 장씩을 발표한다.그의 판화 50×60㎝ 1장이 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출판물은 1만원 안팎이니 값싸게 즐거움을 주는 판화의 미덕이 가장 잘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그가 원하는 식으로 판화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판화는 언제 제작할까.밑그림은 주로 겨울철 농한기 혼자있을 때 한꺼번에 수십장씩 그린다.그의 작업실 한 쪽에는 2000년,2001년등에 그린 때지난 밑그림들이 1000장은 족히 될 만큼 쌓여 있다.판화가 될 때를 놓친 밑그림들은 그대로 쌓였다가 휴지로 버리게 된다. 밑그림을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조각도로 새기는 작업은 주로 여름에,사람들이 찾아와 한담을 나눌 때 한다.지인들 중에는 일부러 찾아왔는데 홀대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품고 되돌아가기도 한다며,미안한 듯 슬그머니 웃는다.그래도 의미있는 전시회에는 꼭 참여한다.지난달 23∼29일 문예진흥원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금모금전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판화를 왜 안 파느냐.”는 원성이 높아 얼마 전부터는 판화장터도 만들어 놓았다.그러나 판화를 즐기는 데 꼭 사야 맛이냐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는 게 어떨까. 문소영기자
  • ‘테마농촌 체험’르포/ 와, 신난다! 농촌체험 미꾸라지 잡고 가마솥에 밥짓고…

    삶에 찌든 그대,농촌으로 떠나라.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李奎報)는 낙향하면서 “기쁘다 농가여,이제는 전야(田野)로 돌아가리라.”고 표현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몽테뉴는 불후의 명작 ‘수상록’의 완성을 농촌의 힘에서 빌렸다.몽테뉴는 평소 “나는 농민을 사랑한다.왜냐하면 비뚫어진 판단을 내릴 만큼 학문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농촌체험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싱그러운 녹음과 맑은 물,신선한 먹거리와 전통문화의 향기 등 농촌의 귀중한 생태자원을 직접 체험하는 ‘그린투어리즘’이 주목을 받고 있다.또 이들을 맞이하려는 순수한 농심(農心)은 삶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약이 되고 있다.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군량1리 ‘자채방아마을’.얼핏 볼거리 없어보이는 마을 어귀에 ‘서울××’‘경기××’ 등이라고 적힌 승용차 5∼6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농로를 쭉 따라 물레방아,연자방아 등 다양한 방아와 방아기구들이 보존돼 있는 야외 방아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박물관 끝자락 바로 옆에는 출향인사 김병일씨가 남긴 정자 ‘무우정(舞雨亭)’이 시원한 들판을 뒤로 한채 서 있었다.서울과 수원 도심 등지에서 온 초등학생 10여명이 마을 노인들로부터 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마을노인1=“이 놀이는 옛날 이 고장 사람들이 즐겨 했던 ‘장치기’라는 것이지.너희들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너희만 할 때 이곳에서 자주 했단다.” 초등학생1=“필드하키 같네요.” 마을노인2=“맞아요.무슨 하키인가 뭔가 비슷하지.막대기가 무릎 위로 올라오면 반칙이야.이 놀이는 서로 합심하는 것을 배우지.” 초등학생2=“자채방아마을이라는 뜻이 뭐예요.” 마을노인1=“우리 고장은 옛날부터 이천과 여주 일대를 통털어 가장 질좋은 벼가 생산됐지.그 벼를 가리켜 ‘자채(紫彩)벼’라고 부른단다.자채벼와 방아로 유명하다는 뜻이지.” 이어 체험팀들은 뚝방 하이킹 놀이에 들어갔다.태종의 맏아들 양녕대군이 노닐었다는 뚝방을 따라 달리는 초등학생들은 생소한 체험에 신기했던지 ‘와,재밌다!’를 연발했다.먼발치에서 어미소의 젖을 먹던 송아지들이 화들짝놀라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미꾸라지 잡기에 이은 가마솥밥 짓기.저녁노을이 서서히 지자 체험팀들은 정미소로 이동,저마다 전통 방아로 벼를 찧은 다음 직접 가마솥에 쌀을 씻어 넣어 불을 땠다.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간간이 춤추듯 날아드는 들판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며 지나갔다.또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전통체험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야,재미있지.재미있지.”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주부 이상희(41·수원)씨는 “이곳까지 오는데 차가 많이 밀려 짜증이 났지만 전통체험을 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면서 “주말마다 식구들과 함께 이곳에 와 전통체험도 하고 무공해 농산물도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김장룡(41·성남)씨는 “아들 친구 등 다섯명이 소문을 듣고 왔다.아들과 함께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장치기나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이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마을 이장 김우재(48)씨는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는 전 주민이 자발적으로 체험장 시설공사에 나섰다는 것”이라면서 “원두막은 마을 노인들이,농산물 집하장은 청년회,그리고 부녀회원들은 물레방아 돌쌓기 작업에 참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통체험 프로그램 진행자 정현숙(28)씨는 “지난 달 20일 처음 오픈했지만 지금까지 7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주말에는 8월 한달동안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밝혔다. 자채방아마을은 지난 해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경기도의 전통테마 마을로▲참새와 방앗간 ▲양녕대군 유배지 탐방 ▲자채군들 농사체험 ▲자채풍물과 농요 ▲장치기 대회 ▲쌀밥짓기 ▲원두막 체험 ▲마을 노인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도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과 농촌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또 농사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참가비는 1박2일 기준으로 초등학생 2만원,중학생이상은 숙박료와 식비포함 3만원이다.문의(031)644-2574. 이천 김문기자 km@ ■그린투어리즘이란/ ‘농사체험+숙박’새 농가소득원으로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은 ‘녹색관광산업’이라 불리며 최근 들어 농가 소득원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농산물 이외에 맑은 공기와 녹음,전통문화의 향기 그 자체가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농사 체험과 숙박(farm-stay)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농촌체험관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농촌을 찾는 이들에게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린투어리즘’은 원래 유럽에서 시작됐다.유럽의 농촌에는 역사 유적지와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도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이에 따라 농가주택들도 자연 경관과 어울리게 배치하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여가시설을 가꾸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클라인 가르텐(작은 정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도시민들이 교외에 텃밭과 같은 작은 정원을운영하면서 생겨난 말이다.도시민들에게 일종의 주말 농장겸 별장 같은 역할을 한다. 독일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시 근교에 클라인 가르텐 용지를 마련,도시민들에게 매각한다.이는 도시자본을 농촌에 유치하여 농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도·농 교류의 역할을 하고 있다.도시민과 농촌간의 간격도 훨씬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일부 전문가들은 “토질과 곡식에 따라 거두고 심는 조건이 다를진데 농사에 관한 지혜는 농군에게만 맡기고 토지이용의 효율적 방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며 최근 들어 늘어나는 농촌체험은 농가발전은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도 지혜를 안겨다주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문기자 km@
  • [녹색공간] 농촌에 미래 없으면 인류도 미래 없다

    농촌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재잘거리며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없다.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현재 농촌에는 과거만 있고,현재도 미래도 없다.노인들만 남아 있고 젊은이도 어린애도 없다.땅에도 미래가 없다.이미 죽어버린 땅이 대부분이고 날마다 제초제로,농약으로,화학비료로 죽어가고 있다.노인들이 날마다 농약통을 짊어지고 살다시피 하는데도,겨울에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하우스안에서 제철 아닌 딸기며 토마토며 수박이며를 비지땀 흘리면서 길러내는데도 농가소득은 해마다 떨어지고 농협 빚은 눈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농촌에 남아 있는 젊은 아낙은 생과부가 되기 십상이다.농가소득 보전 차원에서 국가에서 농민을 불러내 취로사업을 시키고 하루에 일당으로 주는 돈이 2만 2000원인데,그것이라도 받고 일하려는 사람은 여자 노인네들밖에 없다.젊은 아낙은 애 때문에 방에 묶일 수밖에 없고 남정네는 시골에 남아 있어서는 처자식을 먹여살릴 길이 없으니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소 팔고 땅 몇마지기 팔면 자식들 교육은 대학까지 시킬 수 있었다.처지도 이래저래 도시 노동자보다는 낫다고들 했다.그러나 이제 아니다.농민들 처지가 도시 빈민들 처지나 다름없이 되었다. 요즈음에는 도시에서 미화원 자리라도 하나 나면 시골 젊은이들이 가솔을 거느리고 두말 없이 봇짐을 싼다.그러면 적어도 중고등학교까지는 자식 교육 걱정이 덜리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농민들에게 재래식 구태의연한 농사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제경쟁력 있는 영농방법을 개발하라고 쪼아댄다.이쯤 되면 후안무치도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주곡자급률이 25%를 밑도는데 주곡 생산에 힘쓰라고 뒷받침할 생각은 않고 벼 농사,보리 농사 때려치우라? 주곡 자급이 없이 경제 자립이 가능하고 정치 독립이 유지될 수 있다고 흰소리치는 사람들은 시정잡배보다 더 소견이 없는 자들이다.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한 강대국 군대가 온 나라를 초토화시킨다 하더라도 원시 무기로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그 예를 우리는 소비에트 러시아나 중공이나 베트남에서 보았다.그러나‘사흘 굶어 남의 집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 는 속담대로 식량을 무기로 해서 벌이는 전쟁에서 굶으면서 싸울 장사는 없다. 국가의 독립을 위협하고 무력증강으로 국가 경제를 거덜내려는 외세와 맞서 싸우려면 식량자급이 급선무다.그런데도 광복 이후로 이 땅의 통치자들은 세치 혓바닥으로는 자주독립과 민생위주를 내세웠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늘 농민들 등치고 간 빼내는 일에만 골몰해왔다.그러나 중국에 공산품을 팔려고 어쩔 수 없이 마늘시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는 사이비 애국관료들이 생길 수밖에. 어떤 자들은 엥겔지수가 선진국 수준이라 하며 우리도 문화국민이 되었다고 입발린 말을 지껄여댄다.우리 엥겔지수는 농민착취지수로 보아야 한다. 해마다 도농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까닭 가운데 중요한 요인 하나는 터무니없이 싸게 매겨지는 쌀값이다.중국 쌀에 견주어 몇배가 비싸고 미국 쌀에 비해서 얼마나 더 비싸다는 정신나간 소리 하지마라.그런 소리 하려면 중국 가서 살고 미국 가서 품팔아라.더러운 일,힘든 일,사고 많이 나는 위험한 일은 모두 제3세계 노동자에게 맡기고 눈 뜨고 못 볼 노동력 착취도 아랑곳하지 않는 주제에 몇끼 외식비도 안 되는 한달 양식값을 두고 너무 비싸서 값을 더 올릴 수도 없고,더 사들일 여유도 없다? 윤봉길 의사 말마따나 농촌은 인류의 생명창고다.이 창고가 거덜나면 인류전체에 미래가 없다.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교장
  • 택지개발지구 환경오염/ 시흥시 정왕동 르포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 69만 8000평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 미니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지난 5월 말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 결과 대기오염이 심해 택지로는 부적합하고 개발하더라도 오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지역 주민들은 방치되고 있는 땅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택지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환경부는 개발반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환경부의 입장은 녹지대로 보존하자는 것보다는 주변이 공장지대이기 때문에 공기가 나빠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물론 주민들의 개발 주장은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다.현장을 찾아가 오염 상태를 살펴보았다. ■시흥시 정왕동 르포/ 폐차·타이어·가구 ‘쓰레기 몸살' 4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전철역을 지나 오른쪽으로 취재차량을 몰아 1㎞쯤 들어가자 봉화산 토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국수자원공사가 십수년간 이곳에서 흙을 캐내 쓰고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한눈에 제대로 뒤처리를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웃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전철도 다니고 있는데 이곳만 황량한 땅으로 버려져 있는 게 첫눈에 거슬렸다. 말이 산이지 거대한 흙더미나 다름없었다.산으로 연결돼 있는 평지는 장맛비로 곳곳에 웅덩이가 패어 시뻘건 황토물이 고여 있었다. 한때는 꽤 높은 산이었다고는 하지만 흙을 퍼내는 바람에 30∼40m 남짓한 높이로 낮아진 산봉우리에 오르자 자갈밭 벌판에 자동차경주를 벌인 듯 바퀴자국이 깊게 나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행글라이더와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북적인다고 했다.황토 먼지가 얼마나 날릴지 상상이 됐다.안전장치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또다른 산으로 가보았다.꾸불꾸불하게 난 길을 덜컹거리며 달린지 10여분.숲속 곳곳에 마구 내다버린 쓰레기와 드럼통,녹슨 농기구들이 보였다.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몰래 갖다버린 듯 수명이 다한 폐차도 세워져 있었다.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사용되는 한 곳에는 차량으로 실어다 놓은 폐가구들이 비에 젖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산 밑을 일구어 만든 밭과 논 가운데는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한 허름한 가건물에 들어가보니 온갖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어떤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토취장(土取場)은 잡풀들만 무성했다.붉은 황토가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다.마치 군인들이 훈련하는 각개전투장을 연상케 했다. 우거진 숲이나 초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도저히 녹지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곳이었다.환경보전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이해될 듯도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노인은 “누구 땅인지도 모르지만 푸성귀라도 심어먹는 재미로 돌밭을 일구어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정왕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이 노인 말로는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봉화산이라고 이름붙여졌다는데,까뭉개지고 뻘건 속살을 드러낸 이곳 어디에도 봉화를 올렸음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비포장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쳐진 철조망에는 땅 매매를 알선한다는 부동산 광고판들도 즐비했다.개발과 함께 토지가 수용되면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급히 심어놓은 듯한 과실수들도 보였다. 개발예정지를 뒤로 하고 시흥시 정왕역 앞으로 나왔다.역 앞 역시 도로건설과 곳곳에 건물을 새로 짓느라 어수선했다.역 앞에 들어선 ‘역전프라자’건물 바로 앞에서는 최근 마사회의 장외마권발매소(TV경마중계소)가 들어선 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요란스러웠다.부동산업소들도 즐비하게 있었다.한 부동산업자는 정왕동에만 300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정왕동은 신흥도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도시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듯했다.정왕동에는 60개 아파트단지가 있고,13만여명이 살고 있다.정왕전철역·오이도전철역이 있으며,인근에 월곶해양관광단지·오이도선착장이 있다. 또 정왕동과 대부도를 연결하는 3㎞의 제방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행락객들이 이곳을 찾는다.특히 시화산업단지 2단계 추가 확장사업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인구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시흥시와 주민들은 시의 특성상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고 중소기업 배후도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추세라며 주택 추가건설은 필수적이라고 했다.이런 상황에서 토취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왕동 바르게살기위원회 이재방 대표는 “대기오염 문제가 나올 때마다 으레 이곳 단지를 들먹이는데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먼지 속에서 살고 있는 특수인간”이냐고 되묻고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생각은 않고 애꿎은 주민들 민원만 앞세워 지역개발을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8월부터는 새마을지도자협회 자원봉사회 등 직능단체들과 힘을 합쳐 정왕동 토취장 택지개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시흥 유진상기자 jsr@ ■양 부처 입장차/ 개발·보전 줄다리기 ◇건교부- 공단입주업체와 주변 인구가 계속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택지개발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환경부에서 제동을 건 환경오염 요소에 대해 저감 대책을 마련한 뒤 다시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 요소가 대기를 통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보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환경오염 요소 저감 대책을 마련,다시 환경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부에서 지적한 환경오염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미세먼지만 기준치를 넘어섰을 뿐 나머지 항목은 기준치 이하였다.”면서 “미세먼지가 초과한 것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3월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황사 등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흥시 관계자 역시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데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오염도로 치면 안산시 신길동도 마찬가지일 텐데 택지개발지로 허가를 내준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환경부는 택지지구 지정 후 사전 환경성 검토와 구체화 단계에서환경영향평가를 한다.지난 3월 정왕지구에 대한 1차 사전환경성 조사 결과대기오염 지역으로 택지개발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바람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규모 건물이 들어설 경우 건물에 막혀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또 녹지공간이 사라짐으로써 주거 생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무엇보다 환경오염 영향이 큰 시화단지와 남동측 반월공단에 악취 배출 업소 300여곳이 입주해 있어 주민들의 민원 발생이 많다는 이유를 꼽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염요소 저감 대책이라면 가구수를 줄여 고밀도 아파트를 저밀도로 바꾸고 녹지대를 늘리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지역은 택지개발 지구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하고 산림·녹지공간이나 자연생태공원,체육공원 등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교부가 환경부에서 내린 택지개발 부적합 판단 사유를 충족시키는 안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건교부가 택지 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로 다시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정왕동 택지지구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는 지난 8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토취장 허가를 얻어 최근까지 흙을 채취해왔다.토취작업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켰으며 주변 땅을 매입하거나 임차했다.현재는 토취작업이 모두 끝났고 복토작업과 산림 복원까지 마쳤다. 토취장으로 사용되기 전 봉화산은 꽤 높았던 산으로,정상에 오르면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풍광도 좋았다고 한다.하지만 토취 과정에서 산은 없어지고 주변 땅 역시 돌과 잡풀만 자라는 황무지로 변한 채 방치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월 수자원공사 소유 40만평,개인 소유 28만 8000평 등이곳 68만 8000평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2003년부터 2007년까지 1만 6000여가구의 대단위 주택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시화·남동공단이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와 국도 39호선,지하철 4호선이 편리하게 연결되며 서울에서 20㎞ 가량 떨어져 있는 등 입지 여건이 좋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역은 시화산업단지,남동공단,반월공단 등 3개 공단이 인접해 있어 대기오염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인근 공단에는 400여개의 화학·도금업체,2700여 공장에서 악취를 내뿜고 있다.정왕동 옆 5만 5000가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97년 입주 후부터 지금까지 5700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도 원래는 준공업 지역이었으나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국민주택 200만호 공급 정책에 따라 주거용지로 바뀌었다. 97년에는 대기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공단과 주택단지 사이에 높이 10m의 거대한 방풍벽을 3.8㎞ 길이로 만들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환경부가 조사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미세먼지 평균 측정치는 94.7㎍/㎥로 기준치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상기자
  • NGO/ 경북 의성농민회 김선환의장 “마늘밭이라도 태우고 싶은 심정”

    “50만 마늘 농가의 억장 무너지는소리가 들립니까.” 경북 의성군농민회 김선환(金先桓·43)의장은 20여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걸어온 마늘 농사꾼의 자리가 요즘처럼 후회스러울 때가 없다.내년부터 중국산 마늘의 수입제한 조치를 해제키로 했다는 ‘한·중 마늘 협상’ 결과가 알려진뒤 자식처럼 길러온 마늘을 들여다 보며 애꿎은 한숨만 내쉬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연일 “피해를 보상하라.”,“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농업대책을 세우라.”는 농민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계속되는 가격 폭락으로 한해 마늘농가의 손실은 평균 4000억∼5000억원 규모.가격 폭락심리로 마늘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점점 늘고 있고,수요량과 생산량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중국산 마늘이 쏟아져 들어오면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김 의장은 “전국 마늘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의성만 해도 중국과의 협상이 있기 전에는 한 접(3㎏)에 1만5000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3000원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한 농가당 부채 규모가 1억원 이상인데 이젠 어떡하느냐.”며 고개를 떨구었다.“인건비에 농약값 등 각종 부대 비용까지 합하면‘마늘밭’이라도 태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농림부가 내놓은 ‘마늘종합대책’도,국정감사에서 뒤늦게 책임 추궁하기 바쁜 국회의원들의 불호령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마늘농사를 포기하면 같은 시기에 파종해야 할 대체작물을 택해야 하는데,전체 농가가 같은 품목으로 몰리면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의장은 “내년 쌀 협상과 농업 강국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체결에서도 이번 협상 파동이 재연되면,우리 농업은 고스란히 외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며 “밤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비라도 오면 수십접씩 묶어 건조 창고로 나르고,낮에는 약 봉지를 옆에 두고 아픈 허리를 두드려가며 길러온 마늘이다.김 의장은 “당장에는 마늘 농가의 피해만 보이겠지만,헐값의 중국 마늘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국민”이라면서 “온 국민이 나서서 우리 먹거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KBS2 ‘러빙 유’ 주연 박용하/””터프가이 변신 지켜봐 주세요””

    “터프하게 변신한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안방극장의 부드러운 남자로 인상지워진 박용하(25)가 KBS2 ‘러빙 유’(월·화 오후 9시50분)에서 섹시한 터프가이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29일 첫 방송하는 ‘러빙 유’에서 그는 어머니가 죽자마자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반항아 이혁 역을 연기한다.재벌2세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에서 감귤농사를 짓던 중 다래(유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으로 연기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모범생 스타일의 말투와 행동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질까 걱정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시사회에 기자들과 함께 한 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데뷔 10년만에 맡는 첫 주연이라 무척이나 긴장한 듯했다.이 역을 소화해 내고자 헬스로 몸매를 다듬는 등 이미지 변신에 남모르게 힘을 쏟았다고 귀띔했다. 촬영하면서 팀의 맏형으로 예전과 다르게 느끼는 게 무어냐고 묻자 “밥 값이 많이 들더군요.”라고 농담삼아 말하면서활짝 웃었다.그러더니 “유진씨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이 거의 신인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드라마가 재미있던가요?”하고 되물어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름방학을 맞는 10대 청소년 용으로 제작된 드라마라서 설정은 다소 어설플 수 있지만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비극적인 결말이 나름대로 가슴을 적시는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러빙 유’는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삼아 구성한 12부작.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스릴러 형식을 도입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아노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하고 싶다.”면서 “요즘 섭외가 2∼3건 들어와 곧 DJ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로도 살짝 공개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대한포럼] 도시와 농촌의 칸막이

    1990년대 이래 우리 농정(農政)의 기본 화두는 ‘돌아오는 농촌’이었다.문민정부 때는 5년간 4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농촌 환경을 개선해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살도록 하는 거대 농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그러나 농가인구는 그후에도 매년 1∼6%씩 줄고 있으니 ‘떠나는 농촌’은 여전하다.대신 농촌에는 성묘객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는 거미줄 같은 임도(林道)와 비어 있는 유리 온실,아무리 용을 써도 짊어지고 설 수 없는 부채(負債)가 남았다. 도시인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려면 자본과 인력이 들어올 통로와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우리의 관리들은 ‘농자천하지대본’과 ‘식량안보’를 외치면서 ‘돌아오는 농촌’을 꿈꾼다.그러니 오랜기간,어쩌면 영원히 소득증대로는 연결되지 않을 산길 만드는 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농민들의 울화를 돋우지 않았겠는가.그러면서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농촌학교 없애기를 무슨 사회운동처럼 벌인 것이 우리의 농촌정책이었다. 농촌경제만큼 가격탄력성이 큰 분야도 없다.공장과는 달리 시설비가 필요치 않으니 노지(露地) 작물들은 돈이 되면 심고,아니면 누가 뭐라 해도 심지않는다.농산물도,농지정책도 시장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출발해야 문제의 구조가 보이고 해법도 찾아진다. 고구마는 한때 남부지방의 주요 식량이었다.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물이기도 했다.그러던 어느날 갑자기,고구마는 농촌에서 사라졌다.소득이 올라가 대체식량으로서의 역할이 없어져,밭에서 캐 집까지 가져오는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서다.농정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작은 70년대 시작됐던 ‘산에 밤나무 심기’다.곤궁한 시절을 기준으로 대체식량의 의미를 두고 밤나무를 권장했지만,80년대 이후 밤을 먹는 사람이 없고 밤나무는 많이 심었으니가격이 맞을 리가 없다.수천년간의 식량원이었던 보리밭이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이 봄·여름 풍경에서 안개처럼 사라지는 게 농촌경제다. 오래 전에 밤나무를 베낸 농민들은 이제 감나무를 베고,사과·배나무를 베고 있다.그런 와중에 쌀은 쌓을 창고가 없어 돼지사료로 내놔야 할 판이다.쌀값은 떨어지는 것이 순리다.중국과의 분쟁으로 이모작 들판 농사로는 소득이 가장 낫다는 마늘 농사도 고구마 짝이 나게 생겼다.가격이 맞지 않은 농작물은 휴경 보조금을 주어봤자고,지원금을 아무리 늘려봐도 결국은 농가부채만 늘린다.그게 우리가 수십조를 써서 얻은 경험이다. 비록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캠페인이어도 ‘돌아오는 농촌’은 우리 농정에서 지워서는 안될 화두다.돈은 그냥 두면 수익이 있는 곳을 찾아 흐르게 마련이다.사람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인다.도시의 돈이나 사람이나 결국은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가격이 맞지 않으면 심지 않는 보리·고구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밤나무와 감나무를 잘라낸 자리에는 뭐라도 심어야 한다.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심을 것이 없다.김포평야에 꼭 벼농사를 지어야 하는가.서울 사람들이들어와 돈을 쓰게 하는 용도로 쓸 수는 없는가.농지라 해서 이것저것 못하게 하면서 도시사람들 보고 어떻게 돌아오라고 하나. 쌀이 지금은 남아도 통일 이후 북한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모자랄 것이라고걱정하는 사람도 많다.영원히 걱정해야 할일이지만,이것도 시야를 넓혀 보면 그때 가서는 만주벌판이라도 빌려 농사를 지으면 된다.가격이 맞으면 증산도 이뤄지게 돼 있다.농촌도 살리고 외국으로 돈 쓰러 가는 도시사람들을 농촌으로 끌고 들어오는 일이 아무래도 더 급해 보인다. 농림부는 최근 한계농지에 관광·위락시설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도시자본과 도시민의 ‘농촌가기’를 막고 있는 칸막이를 조금 낮춘 셈이다.환경문제를 제외한 다른 칸막이는 더 없애도 되지 않나 싶다.가장 경제적인 것 같아도 비경제적 용어가 ‘식량안보’다.농촌에 대한 통렬한 발상의 전환을 보고 싶다. 김영만 수석 논설위원youngman@
  • [굄돌] 지금은 논물 비울때

    어쩌다 짬이 나면 청량리로 가서 완행열차에 오릅니다.평일의 완행열차는 한가합니다.양수리 두물머리는 불과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닿는 곳입니다.수종사는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의 절집입니다. 절집으로 오르는 산길에 춥고 긴 겨울을 견뎌낸 뿔나비 한쌍이 부활의 무도를 추고 있었습니다. 뿔나비들이 성충의 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것은 수은주만큼이나 자기 체온을 낮추었기 때문입니다.그리고,겨우내 스스로 배고픔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면 곤충류만큼 강한 것도 이 지상에 없습니다.화석에 남긴 잠자리의 날개가 70㎝나 될 정도로 덩치가 컸던 곤충류는 종의 분화와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의 덩치를 줄여온 생명입니다. 다른 생명체에 비해 유난히 긴 곤충류의 역사는 그대로가 가슴 뭉클한 자기제어의 역사입니다. 어디 나비뿐이겠습니까.그 길에서 만난 다람쥐도 반죽음 상태로 겨울을 났습니다.열량의 낭비를 막기 위해 체온을 5도 안팎으로 떨어뜨려야 하고,호흡도 1분당 5회 정도로 줄여야 합니다.자는 동안은 부시럭거려서도 안 됩니다.다람쥐의 겨울 삼동은 그대로 죽음이었습니다.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그렇게 제 살을 깎으며 고난을 이겨냅니다.인류는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참아내고 있는지요. 며칠 전,장마가 소강한 틈에 다시 양수리를 찾았습니다.차창 밖의 푸른 논을 보고는 문득 논둑을 걷고 싶어졌습니다.멀리서 본 것과는 달리 논바닥은 말라 있었습니다.날이 가물어서가 아닙니다.태풍을 앞두고 농부들이 물을 빼서 논바닥을 꾸덕꾸덕 말린 것이지요. ‘서울놈들은 비만 오면 풍년이란다.’는 속담처럼 농사를 모르는 이들은 논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벼가 잘 자라는 줄 압니다.하지만,논에 물이 늘차 있으면 오히려 벼가 부실해서 하찮은 태풍에도 잘 넘어지지요.가끔은 물을 빼고 논을 비워야 벼가 튼튼해집니다.‘가뭄에 큰다.’는 속담이 바로 그 말입니다. 세상살이도 그렇습니다.물을 채워야 할 때가 있고,물을 비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그대가 마음을 비울 때는 언제인지요.행여 지금은 아닌지요. 김재일/ 두레생명문화硏 대표
  • [씨줄날줄] 쌀 배급제

    북한에서 쌀 배급제가 폐지됐다고 한다.당국이 쌀을 나눠 주는 대신 돈을 주고 사고팔도록 했다는 것이다.먹거리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묵인해 주던 개인간 식량 거래를 7월부터는 합법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늦게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고 북한은 내친 김에 한 발 더 나가 1㎏에 10∼20전씩 받던 쌀을 실거래 가격인 45전을 다 받기로 했다고 한다.돈 주고 사니 마니,값을 올리니 어쩌니 하는 ‘쌀 타령’이 아무래도 아이들 잠꼬대처럼 들린다. 우리에게도 돈은 내지만 배급제라는 게 있었다.1950년대를 지나 60대 전반까지만 해도 시골에선 등불을 켜는 등유를 마을별로 할당해 주면 집집마다 조금씩 골고루 나눠 쓰곤 했다.비료도 농사가 많고 적음에 따라 할당해 주었다.먼 옛날 얘기다.그러나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배급제가 성행하고 있다.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한나절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마실 물은 물론 덮을 모포까지 배급받아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우리네가 그랬듯 배급제는 절대량이 부족한 물건을 조금씩 나눠쓰는 지혜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배급제는 여느 배급제가 아니다.지금이야 뭐 체제라고 할 것까지도 없지만 당초엔 공산주의를 한다며 시작했다.사유 재산을 인정하면 빈부차가 생긴다며 개인의 소유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나눠 써야 한다며 시장경제 원리를 배격하면서 문제의 배급제를 채택했던 것이다.협동 농장인가를 만들어 주민들을 동원해 농사를 짓고는 수확한 농산물을 배급하면서 이른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며 ‘지상낙원’이라고 떠벌렸다.그러나 북녘의 ‘지상낙원’에선 어느 한 날 쌀밥에 고깃국 타령이 그친 날이 없었다. 배급제가 없는 북한은 이미 북한이 아니다.한쪽에선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제 변화시키려 해도 바꿀 게 없어졌다.북한에 ‘요술’을 건 것은 단순한 것이었다.쌀밥에 고깃국이었다.외부로부터 강제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스스로의 뒤늦은 자각이었다.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원용한 이상,다음은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만이 있을뿐이다.총체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역사는 발전한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정인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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