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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부족함과 모자람의 축복/오한숙희 여성학자

    사고로 발을 다쳐 두 달 반 동안 깁스를 했었다. 깁스를 푸는 날, 골다공증이 심하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운전면허가 없는 덕에 다리 힘 하나만은 장담하는 바였는데 고작 두 달 반 사이에 골다공증이라니. 탓할 대상도 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부지런히 걷는 수밖에 없다고 해서 굳은 재활의 결심을 했지만 굳어버린 근육은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을 일으켜 발을 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공포스러웠다. 내 하소연에 물리치료사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부지런히 두드리라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다리를 안 쓰고 가만 놔두니까 영양공급이 오질 않아서 그렇게 된 거예요. 앉아서라도 마사지나 안마로 자극을 주세요. 그러면 혈액순환이 되면서 영양분이 오게 되지요.” 우리 몸은 냉정하게도 활동하지 않는 신체부위에는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학생때 생물시간에 외웠던 용불용설(안 쓰는 신체기관은 퇴화된다는 이론)의 정확함에 무릎을 칠 수밖에. 그러나 사고의 후유증은 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걷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다리근육도 많이 되돌아올 무렵 나타난 후유증은 자식농사의 이상기후였다. 입원으로 인한 어미의 부재기간이 아이에게는 해방공간이었다. 엄마에게 사후 승인을 받겠다는 단서를 달고 할머니 대행체제의 틈새를 횡행했다. 가불해 간 용돈은 요상스러운 옷들로 쌓여 있었고 고무줄이 되어버린 귀가 시간과 외출시간은 지저분한 방과 열혈 자유주의자의 불안한 눈빛을 만들어 냈다. 반성은커녕 자신의 개성이라고 합리화하며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사춘기적 저항정신 앞에서 나는 아연했다. 이건 골다공증과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엄청난 공백이었다. 뼈의 공백은 다리를 쓸수록 메워지건만 자식의 공백은 노력할수록 오히려 커져만 갔다. 그 무렵 거실에서 키우던 나무 한 그루가 죽어나갔다. 공교롭게도 그 나무는 재작년에 아이의 생일 선물로 내가 사 준 것이었다. 제 키보다 더 큰 나무에 감탄하는 아이에게 나는 ‘이 나무가 곧 너라는 생각으로 잘 길러라.’라고 말했었다. 큰나무가 남긴 거실의 공백은 설 쇠고 마을온 이웃집 할머니의 눈에도 확연했다. 그렇잖아도 쓰린 가슴을 애써 달래던 어머니가 예의 자위적 발언을 펼치셨다.“오래전부터 비실비실하더라고. 갑자기 죽은 게 아니니까 수명이 고만큼인가 보다 받아들여야지.” “에이구, 물 많이 줬구먼. 처음 비실거릴 때 물을 딱 끊어서 바짝 말리지 그랬어.” “비실거리니까 물이 모자라 그런가 하고 또 줬지.” “모자라면 지들이 알아서 아껴 쓴다고. 넘칠 때가 문제야. 주체를 못하니까.” 이 말에 내 정신이 버쩍 들었다. 나무가 죽은 원인, 어쩐지 거기에 아이의 공백을 채우는 열쇠가 있을 것만 같다고 여겼던 마음에 ‘넘칠 때가 문제’라는 말이 꽂힌 것이다. 인생선배들의 말대로 사춘기의 시한부 시대정신일 뿐이라고 애써 믿으면서 그럴수록 아이에게 관대하게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왔음을 명료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쓰지 않으면 퇴화되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생명의 자연이치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며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가능하면 몸을 쓰지 않도록 하는 편의주의 시대는 내 몸을 퇴화시키고, 맘만 먹으면 쏟아부을 수 있는 물질 풍요의 시대는 자식농사를 망친다. 자연을 착취하고 오염시키면서 만들어내는 몸의 안락과 물질적 풍요는 결국은 인간에게 재앙이 된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관계는 오히려 불편함과 부족함 속에서 나온다니, 생명체의 신비는 얼마나 엄숙한 것인가. 오한숙희 여성학자
  • 김천 ‘빗내농악전수관’ 제몫 톡톡

    ‘빗내농악을 아십니까’. 경북 김천 빗내농악전수관이 빗내농악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20일 김천시에 따르면 빗내농악전수관이 2003년 11월 문을 연 이후 600여명이 이 곳에서 빗내농악을 배웠다. 빗내농악은 김천의 동쪽에 위치한 빗내마을에서 이어져 오는 전형적인 풍물굿이다. 유래는 삼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의 감문국에는 잦은 수해를 면하려는 풍년제가 마을굿 형태로 펼쳐졌다. 이후 풍물놀이가 이어지는데 ‘빗신’과 전쟁을 하는 군사굿이었다. 이것이 빗내농악이다. 내륙농촌지역이어서 다른지방 가락이 혼합되지 않았다. 질굿·문굿·마당굿·지신굿 등 12가락으로 구성돼 있고 이 가락은 긴 것과 짧은 것의 119마치로 세분된다. 남필봉(40) 빗내농악보존회 회장은 “한국 사물놀이의 대부분이 ‘농사굿’인데 비해 빗내농악은 ‘군사굿’이어서 힘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빗내농악은 1961년 마을 무대에서 벗어나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그동안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을 비롯해 각종 경연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김천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천시는 빗내농악을 알리고 맥을 잇기 위해 23억원을 들여 개령면 광천리 3400여㎡에 빗내농악전수관을 건립했다. 농악전수관 도병채(49) 관장은 “악보도 만들고 역사를 문서화하는 것은 물론, 영상물을 남겨 체계적으로 빗내농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천시 관계자는 “전수관을 통해 320년 전부터 빗내들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빗내농악이 새롭게 조명되고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에일리언이 꼭 우주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국경이나 대륙과 섬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지역의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들이 나라마다 넘쳐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한때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다시피 한 황소개구리가 대표 격이었다. 붉은귀거북과 블루길(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등은 전국의 하천이나 호수를 무대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위해외래종 지정 10종에 불과 현재 법으로 지정된 생태계 위해외래종은 황소개구리를 비롯, 동·식물을 합해 모두 10종. 그러나 이는 위해성이 확인된 사례일뿐 국내에 들어온 다른 외래종들이 해롭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등의 폐해도 국내 도입 후 20∼30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태계 내에 많은 위해종들이 잠복해 있을 공산도 크다. 현재 황소개구리는 한창 때의 3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감소원인에 대한 외부용역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 원인규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다.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환경부는 “미국 본토의 황소개구리의 유전자와 비교해 본 결과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 생태계의 새로운 교란종으로 떠오른 것은 왕우렁이다. 남미 아열대지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1980년대 초 동남아에 유입된 이후 토착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채소와 수초, 연한 풀 등 대부분의 식생을 먹어치우는데다 번식력도 뛰어나 필리핀에서는 총 논면적(300만㏊)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동남아보다 상대적으로 추운 우리나라는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이 빗나갔다.20일 환경부가 발표한 ‘왕우렁이 생태계 위해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전남 일부 지역의 논농사에 피해를 일으켜온 왕우렁이의 월동지가 전북 정읍지역까지 북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원명 박사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월동 메커니즘을 터득해 앞으로 월동한계선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1년에 1000여개의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력을 감안하면 황소개구리에 이은 새로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이란 예측도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해 가능성 외래종도 거래중” 국내 침입외래종은 ‘의도적’으로 도입된 이후 ‘관리미비’ 때문에 자연생태계로 퍼져 나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황소개구리나 왕우렁이, 블루길 등은 식용이나 농가소득용으로, 붉은귀거북은 방생이나 애완용으로 유입됐었다. 현재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각종 애완·감상용 동·식물들이 언제 위해종으로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는 이미 외국에서 위해종으로 판명되거나 이와 비슷한 종으로 분류되는 동물들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방상원 박사는 “일부 국내 애완동물 수입업자의 판매목록에 일본이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한 몽구스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애완동물로 수년 전부터 다량 수입되고 있는 다람쥐과의 프레리도그를 비롯해 페릿, 햄스터, 고슴도치 등도 생태계 교란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무역절차 규제완화와 애완동물에 대한 소유 및 과시욕구가 커지고 있어 외래종의 의도적 유입이 더욱 증가될 전망”(방상원 박사)이지만 유해 외래종을 차단하기 위한 국내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방 박사는 “외래종과 관련한 국내법이 19개에 이르지만 이미 지정된 10종의 위해종만 수입 금지될 뿐 나머지 외래종은 국경 단계의 감시기능이 없다. 생태계위해성평가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거미와 전갈, 지네, 거머리 등도 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수입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외래종(2002년 9월 현재)은 동물 223종, 식물 281종 등 모두 504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외래종 가운데는 봉숭아나 망초, 달맞이꽃, 코스모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종들도 많다. 척박한 환경에 자리잡아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등 유익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래종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사전평가제도나 사후 관리제도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방 박사는 “생태계 외래종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래종 관리에 관한 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나는 선원에게 내가 찾아온 목적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선원은 귀를 기울여 들은 후 내게 말하였다.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군청에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선원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며 쪽빛으로 푸른 호수를 바라보았다. 관광객들은 쉴 새 없이 계단을 내려와 표를 사고 유람선에 차곡차곡 승선하고 있었다. ―사실이었을까. 나는 눈부신 봄 햇살이 끓어오르고 있는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이퇴계와 두향의 사랑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불과 9개월의 짧은 재임기간 동안 퇴계와 기생 두향의 상사(相思)는 과연 무르익을 수 있었을까. 퇴계가 그처럼 다정다감한 풍류객이라 할지라도 두향은 한갓 미천한 신분의 기생.9개월의 짧은 만남이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로맨스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는 과장된 후세의 조작이 아니었을까. 이퇴계는 당대 최고의 거유이자 명신으로 ‘해동공자(海東孔子)’라고까지 불렸던 성인이었다. 그러한 이퇴계가 쉰에 가까운 ‘지천명(知天名)’, 즉 ‘하늘의 뜻을 알았던 나이’때 미천한 기생 두향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였을까. 퇴계언행록에 기록된 대로 ‘남녀간의 사랑이 비도 오고 바람이 부는 만물의 생성(生成)’과도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퇴계는 과연 엄격한 신분을 초월할 수 있었을까. 만약 퇴계와 두향의 상사가 떠도는 풍문에 불과한 것이라면 나는 지금 헛소문을 따라서 두향의 무덤을 찾아가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그때였다. 문득 내 머릿속으로 하나의 상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인도 특유의 세습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를 능가하는 엄격한 조선의 신분계급 속에서도 비교적 너그럽고 자유로웠던 이퇴계의 에피소드였다. 인간에 대한 박애정신으로 가득 찼던 휴머니스트 이퇴계. 율법과 형식에 초월하였던 자유주의자 이퇴계. 이퇴계의 그러한 면모를 엿보게 하는 야사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며 그 야사의 내용을 더듬어 보았다. 퇴계가 단양의 군수로 부임한 것은 1548년 정월. 그러나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이퇴계는 뜻밖의 불행을 겪게 된다. 이때의 고통을 이퇴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몸이 쪼개지듯 아프다. 지탱하기 힘들다. 원통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퇴계를 이처럼 고통스럽게 하였던 것은 다름 아니라 그의 둘째아들 채가 21세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급사하였기 때문이었다. 퇴계가 둘째아들 채의 죽음을 특히 슬퍼하였던 것은 채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생모이자 퇴계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허씨가 죽어 유모 손에서 고아처럼 자랐기 때문이었다. 성장해서는 퇴계와 떨어져 외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감독하며 농사꾼으로 외롭게 자랐다. 그런데 더욱 슬픈 것은 정혼을 해 놓고도 혼례를 올리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이때의 비통함을 퇴계는 조카사위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 있다. “단양군에 와서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자식을 잃어 병만 더욱 심하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두세 번 감사에게 사직을 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는다.”
  • 베트남에 새마을운동 전수해요

    새마을운동이 베트남에 보급된다. 경북도는 13일 베트남 타이응우엔성 다이떠군 라방면 룽반마을에서 오는 21일 이의근 도지사와 도 새마을 회장단, 타이응우엔성 관계자, 현지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마을회관 기공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 발생지인 경북이 다른 나라에서 새마을 회관을 건립하고, 새마을 운동을 전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2가구 52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룽반마을은 차와 쌀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1400㎡ 부지에 들어설 새마을회관은 규모가 건평 330㎡정도다. 도는 올해 9000여만원을 들여 룽반마을에서 새마을회관 건립과 마을 안길 포장, 농수로 설치, 전기시설 교체와 같은 사업을 벌이고 주민들에게 새마을 정신도 심어줄 계획이다. 또 순천향대 구미병원 의료봉사단원 15명은 오는 21일부터 3일 동안 룽반마을에서 무료 진료 활동을 벌인다. 베트남 농촌에 새마을운동 보급에 나선 것은 1993년 베트남 카이 총리가 포항제철을 방문했을 때 이 지사를 만나 상호 교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주총시즌 ‘배당 경쟁’

    주총시즌 ‘배당 경쟁’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배당 풍속’이 다채롭다. 지난해 농사가 흉년인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주주들의 성난 기세에 ‘생색 내기’ 차원에서라도 배당을 결의한다.‘대풍년’을 맞은 기업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배당이면 대주주의 배만 채운다는 비난이, 적으면 적은 대로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진다. 그래서인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차등 배당을 결정하는 기업들도 다소 늘고 있다. ●못 벌어도 ‘고(GO)’ 조선업계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당만큼은 후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8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주당(보통주) 125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장사가 썩 잘되지 않았으나, 주주 중시 차원에서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0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보통주는 주당 150원, 우선주는 200원씩 현금 배당한다. 삼아알미늄도 지난해 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배당 결정이 대주주에 대한 ‘성의 표시’로 해석한다. 덕분에 소액주주도 덩달아 짭짤한 재미를 보는 셈이다. ●배당금은 ‘최고’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린 정유업체들이 주주들에게 ‘현금 보따리’를 안겨줄 전망이다. 특히 외국계 지분이 많은 LG칼텍스정유와 에쓰-오일 등은 배당 규모면에서 국내 최고를 다툰다. LG정유는 지난해 영업이익 9610억원, 순이익 8462억원을 기록, 현금 배당도 사상 최고가 예상된다.12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주당 1만 3000원으로 보고 있다.LG정유의 주당 액면가는 1만원으로 지난해에는 주당 9808원을 배당했다. 에쓰-오일도 만만치 않다. 최대 주주인 아람코(지분 35%)는 짭잘한 고배당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영업이익 1조원, 순이익 9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당(액면가 2500원) 2150원의 배당금을 결정한 에쓰-오일은 올해 3000원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아람코는 배당금으로 1200억여원을 받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대주주가 있는 기업들은 배당 성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정유업계는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현금 배당도 국내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우대’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돈 다발’을 안겨주는 기업도 적지 않다. 파라다이스는 소액주주와 대주주간 차등 배당을 실시한다. 소액주주는 주당 225원, 대주주는 200원으로 소액주주가 주당 25원을 더 받는다. 카지노 사업에 대한 독점적 위치가 흔들리면서 장기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경영진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 줄어든 508억원에 그쳤다. 네티션닷컴도 대주주 500원(주당), 소액주주 750원으로 배당한다. 화공약품업체인 로지트도 기말 배당금으로 대주주 30원, 소액주주 70원을 지급한다.6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지만 차등 배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그동안 배당을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적은 배당으로 만족했던 화일약품 대주주들은 올해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사측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주당 300원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유산 다툼… 엽총난사 참극

    설 명절날 유산문제로 다툼을 벌여온 맏아들이 엽총을 난사, 제수와 조카 등 3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낮 12시40분쯤 이모(66·서울 은평구 갈현동)씨가 자신의 둘째 동생과 사별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2리 한모(45)씨의 집 안방에서 엽총을 마구 쏴 한씨와 한씨의 딸(14), 이씨의 첫째 동생의 막내딸(25·여) 등 3명이 사망했다. 첫째 동생의 큰딸(31)과 며느리 박모(34), 친척 이모(45)씨 등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이어 같은 마을 첫째 동생(63)집에 불을 질러 40평 크기의 한옥을 모두 태운뒤 50여m 떨어진 인근 야산에서 머리에 엽총을 쏴 자살했다. 이들은 이날 이씨의 거처인 파주시 금촌동 아파트에 모여 차례를 지낸 뒤 1999년 사망한 둘째 동생의 처 한씨집에 갔다 변을 당했다. 총기 난사시 이씨의 첫째 동생과 이씨의 두 아들, 조카 등 남자들은 인근 야산에 성묘하러 가 없었다. 이씨는 파주경찰서 교하지구대에 입고한 자신의 트레디셔너 미제 엽총을 빼내 참극을 저질렀다. 이씨는 20년전 부친(91년 사망)으로부터 2600평을 상속받았으나 이복동생으로 농사를 짓는 첫째 동생이 자신보다 많은 3000평을 물려받은 것에 불만을 품고 자주 다툼을 벌여왔다. 경찰은 첫째 동생이 3년 전 1000여평을 4억원에 매각하자 “왜 허락없이 땅을 팔았느냐. 매각대금을 내놓으라.”고 요구,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씨 형제들이 상속받은 땅은 자유로에서 3∼4㎞ 떨어져 진입도로가 마땅치 않아 10년 전에는 평당 10만원에 불과했으나 근년들어 파주신도시와 LG필립스 LCD 등이 개발되면서 지가가 폭등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발해제국사/서병국 지음

    발해사만큼이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시각이 엇갈리는 것도 드물다. 우리는 고구려를 계승한 제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당나라 변방 소수민족인 말갈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국가이긴 하나 당나라와는 무관한 독립국가로 보고 있으며, 일본 학계에선 발해가 독립국가이긴 하나 지배층은 고구려 유민이며 피지배층은 말갈이라는 이중구조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중국은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이론적 지침 아래 1970년대부터 발해가 당나라에 속한 지방정권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본격적인 정지작업을 해왔으며, 지금도 ‘동북공정’을 통해 이를 굳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발해제국사’(서병국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부제 ‘발해가 고구려의 계승국인 34가지 이유’가 말해주듯 발해와 고구려와의 연관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발해사가 우리 역사임을 밝히고자 한다. 최종 결론은 발해국이 고구려계와 말갈계의 공조로 세워졌으나, 그 발전을 주도한 것은 고구려계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해국 주민이 대부분 고구려계라는 주장이다. 지배층은 고구려인, 피지배층은 말갈인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주민의 대부분, 즉 총인구의 70∼80%가 고구려 유민이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말갈 사람들은 사냥터를 찾아 옮겨 다니는 수렵·유목민었던 반면, 고구려인은 대부분 정착해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낙후한 문화를 가진 말갈계는 결국 고구려의 문화에 흡수·동화됨으로써 계속 남지 못하고 고구려계의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점이 조목조목 제시된다. 고구려계 사람들이 발해국을 주도하게 되면서 말갈의 풍속 또한 고구려 풍속에 완전히 압도되거나 동화되었으며, 발해의 문화는 ‘해동성국’이란 별칭을 얻었듯이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했다. 또 발해의 공예예술이 고구려의 것과 동일한 점, 발해국 문화에서 예술성·서정성·서사성 등이 강하게 묘사되고 있는 점도 고구려를 그대로 계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밖에 농업기술이나 매 사냥, 스포츠인 격구 등 농업기술과 수렵, 여가문화까지도 고구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제시된다. 이로 인해 발해국은 초기에 고구려와 말갈계 양면성을 띠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구려계의 단일성으로 바뀌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신라와 고려도 이같은 점을 인정해 발해국을 고구려 계승국가로 보았으며, 발해국 멸망 이후 발해국 사람들이 지도급 인물의 인솔하에 다수가 고려에 망명·이주한 것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지난 1990년 중국 옌볜대학에서 조선족 학자들 또한 발해국이 고구려 유민들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국의 압력으로 이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전한다. 결국 중국의 ‘화이사관’(華夷史觀)에 따라 발해국이 동북아시아의 오랜 이적(夷狄)을 대표하는 말갈족이 세운 국가로 둔갑됐다는 것이다.1만 4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법원, 사업취소 변경판결

    3년 6개월 동안 끌어온 새만금 간척사업 소송에서 법원이 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사중단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부는 항소를 제기하고 환경단체는 공사집행정지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아 법정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강영호)는 4일 환경단체와 전라북도 주민 3539명이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1991년 농림부가 새만금 사업을 인가한 뒤 수질오염, 생태파괴 등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농림부는 사업인가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새만금 사업을 취소하라는 청구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해 사업 자체에 대한 중단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농림부 장관은 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행정소송법에 따라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법률은 친환경적으로 바닷가 등을 매립해 합리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새만금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환경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공유수면매립법 32조는 바닷가 등을 매립할 때 예상치 못한 사정이 발생하면 사업면허를 취소,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쌀이 남아 돌고, 쌀농사를 짓지 않는 휴경지에 대해 보상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에서 농지조성이란 사업목적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수질개선은 농지를 전제로, 경제성 평가는 산업용지를 전제로 계산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수질개선 대책을 시행해도 새만금호를 농업용수로 사용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갯벌의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고, 방조제 공사로 해양환경도 훼손돼 사업을 그대로 추진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다음주 초 항소 여부를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원고측인 환경운동연합측은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에 공사를 중단하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남부 폭설·혹한 왜?] 찬 고기압 골 북위 40도 남하 ‘이례적’

    [남부 폭설·혹한 왜?] 찬 고기압 골 북위 40도 남하 ‘이례적’

    여름철 게릴라성 호우현상이 동절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혹한에 국지성 폭설이 남부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눈이 왔다 하면 신기록 수준이고 눈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곳도 눈 세상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예년 기록을 웃도는 폭설이 2000년 이후 자주 관측되는 만큼 태풍에 버금가는 설해 종합재난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륙성 고기압+더운공기 대류현상 발생 2월 1∼3일 광주지역 적설량은 23.4㎝였다. 눈 때문에 광주시내 22개 학교가 이틀 동안 문을 닫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94년 2월 11일(24.3㎝) 이후 11년 만에 폭설이었다.1939년 기상관측 이래 2월 들어 하룻동안 내린 눈의 양(18.3㎝)으로 따져도 사상 두 번째 수치다. 이로 인해 수출용 차량이 이틀 동안 발이 묶였고 폭설에다 한파가 겹치면서 전남 영광·신안군, 전북 부안군의 양식장 숭어 132만마리가 얼어죽었다. 충남 태안에서도 숭어 50만마리가 동사했다.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문모(42)씨는 “5년간 이곳에서 양식을 했지만 한해를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근 G횟집 주인 김모(57)씨는 “수족관에 밤새 더운 물을 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치를 떨었다. 2월 1∼3일 정읍(32.4㎝), 장성(28㎝), 순창(25.6㎝), 고창(23㎝)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순창군 복흥면에는 기존 계측장비로는 측정조차 불가능한 적설량 72㎝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주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광주기상청은 광주와 전남·북 등 남서쪽에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찬 공기가 서해상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와 만나 대류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 상층에 형성된 골이 올 겨울 들어 주로 북위 40도 위를 지나쳐 그동안 눈없는 겨울이 계속됐지만 이번에는 남쪽을 경유해 폭설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산, 울산도 눈다운 눈내려 제주도는 올 들어 3일까지 예년보다 두 배쯤 많은 15일 동안 눈이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는 수은주가 영하 1.9도로 내려가면서 수도관 129개가 얼어터졌다. 특히 지난 1일에는 북제주군 고산에 초속 42m의 바람이 관측되는 등 강풍이 불어 모든 교통편이 끊기고 설 맞이 소포와 택배 등 10만여건이 오도가도 못했다. 울산과 포항, 부산에도 눈이 쏟아졌다. 지난달 16일 울산에는 10.5㎝가 내렸다.1931년 기상관측 이후 1959년(10.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1월 중 내린 눈으로는 역대 최고치다.1999년,2000년,2002년에는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포항도 같은 날 16.2㎝로 관측 이래 두 번째 폭설로 자리잡았다. 최고치인 1981년 1월 15일(17.4㎝)에 버금가는 수치다. 예년의 적설량은 1㎝ 미만. 이튿날 포항시내는 교통대란을 맞았다. 부산도 2001년 이후 4년 만에 3.6㎝의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부산지방 기상청 이승령(48) 예보사는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이 남부지방 끝까지 세력을 확장해 남쪽에서 올라오는 더운 공기와 만나 눈이 왔다.”면서 “대륙성 고기압 세력이 강하고 남쪽 공기가 더울수록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예보사는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올라올 때와 매우 찬 대륙성 고기압이 남부지방까지 세력을 강하게 뻗칠 때가 맞아떨어질 때 기습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지만 이를 환경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등의 현상으로 설명하기에는 과학적인 분석이 약하다.”고 말했다. 광주·울산 남기창·강원식기자 kcnam@seoul.co.kr ■ 달라진 생활 패턴-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전화만 최근 며칠새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시민들은 차량운행과 외출을 자제하는 등 생활패턴을 바꾼다. ●외출·차량운행 자제 대구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2도였던 지난 2일 새벽 금호강이 20년만에 완전히 결빙됐다. 시민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도 승용차 대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시내도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 한산했다. 고속도로 이용 차량도 감소해 소통이 원활했다. 이날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운행한 전체 차량은 1만 2513대로, 평일 2만여대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광주지역의 교통량도 감소하긴 마찬가지였다. ●전력 사용량 및 전화 통화량 증가 혹한 등으로 시민들의 외출 삼가와 조기 귀가로 전력·전화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대구·경북지역 전기사용량은 최저온도가 대부분 영상을 보였던 지난달 25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584만 8000㎾였으나, 영하 6도로 떨어진 지난 1일은 4% 정도 증가한 607만 4000㎾를 기록했다. 이는 올 겨울들어 최대치다. 광주지역도 눈이 오기 전인 지난달 30일 84만 7000㎾에서 눈이 내린 1일 99만 5000㎾로 17.5% 늘었다. 전화 통화량 역시 늘어났다. 대구·경북지역의 통화량을 보면 평년 기온을 유지했던 지난달 25일쯤에는 하루 평균 8600여만건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진 지난 1∼2일에는 9400여만건으로 10% 증가했다. 광주·전남지역은 지난달 31일 이전 1400만건에서 2일에는 1800만건으로 30%가 늘었다.KT 및 한전 관계자들은 “이는 폭설 등으로 시민들이 외부 모임 대신 일찍 귀가해 집에서 전화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난방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찜질방 특수 30여개의 찜질방이 있는 대구 수성구의 경우 요즘 가는 곳마다 이용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D찜질방 업주 김모(53·수성구 두산동)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맹추위로 낮엔 손님들로 터져나가는 데다 숙식하는 사람들도 평소보다 3∼4배 정도 늘어난 30여명이나 된다.”면서 “영업 5년만에 이런 특수는 처음”이라고 활짝 웃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기온 낮아야 해충 피해 적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풍수해만 없다면 올 농사는 풍년을 이룰 전망이다. 최근 며칠 동안 전국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이어진 데다 남부지역에는 폭설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한겨울 기온이 겨울답지 않고 따뜻하면 각종 병충해의 월동이 쉬워져 농·수산물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올 겨울에는 최근 한파에 이어 또다시 한두차례 한파가 더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겨울 평균 기온이 높을 경우 벼물바구미,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각종 병해충의 월동이 수월해진다는 것. 벼물바구미의 경우 월동한 성충이 증가해 6월 이후 발생면적이 크게 확산돼 벼농사에 타격을 준다. 감귤에는 귤응애와 까지벌레가, 양파와 마늘 등에는 녹병과 잎마름병이, 보리에는 흰가루병이 크게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월동기의 이상난동과 가뭄 등 기상이변은 김 작황에도 영향을 준다. 해태 포자를 그물에 붙이는 채묘시기에 바다의 수온이 적정온도보다 높을 경우 채묘마저 늦어지는 등 적정시기를 놓쳐 작황이 부진하게 된다. 또 겨울에 가뭄이 계속될 경우 내륙에서 빗물에 쓸려 바다로 들어가야 할 영양소의 유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영양부족현상마저 나타나 작황이 나빠진다. 때문에 김 양식 어민들은 이상난동이 발생한 해에는 김 작황 부진과 함께 영양결핍 등에 의한 제품의 질저하 등으로 2중고를 겪게 된다. 반면 심한 추위가 이어지거나 눈이 내리지 않아도 피해는 크다. 눈 없는 메마른 추위가 이어지면 보리 등 맥류(麥類)와 과일나무들이 건조동사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강원도 철원지역에서는 영하 25도의 맹추위가 이어지자 10여마리의 소가 동사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 속에 겨울철 3한4온은 옛말이 됐지만 그래도 겨울철은 적당하게 추워야 곧 이어지는 봄·여름·가을이 풍성하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수원 김병철·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7일 TV하이라이트]

    ●영웅시대(MBC 오후 9시55분) 맏며느리 일국 처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태산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한다. 무장공비 침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경부고속도로 건설 기공식이 치러진다. 고속도로 공사에는 중장비 조달이 중요한 만큼 중기 공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는 대철에게 기술만 믿는 고참 기술자들이 반기를 든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1월29일, 한양대 청소년 과학기술진흥센터 주최로 열린 과학마니아 경진대회. 특수고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과학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모든 학생들이 이 대회에 도전했다. 과학의 원리로 움직이는 배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과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반영했다. ●애니토피아-일본 거대로봇의 원조 ‘마징가Z’의 탄생(EBS 오후 11시40분) 마징가Z는 70년대 개구쟁이들의 영원한 영웅이었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원형인 ‘철완 아톰’부터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초석인 ‘철인 28호’, 그리고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완성인 ‘마징가Z’에 이르기까지 ‘마징가Z’의 역사를 살핀다. ●패티김 콘서트(SBS 밤 12시50분) 지난 2005년 1월14∼15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독거노인 돕기 자선콘서트를 설날특선으로 방송한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외모와 가창력을 보여 주는 패티김의 열정적인 무대. 여기에는 정훈희와 인순이 등 많은 가수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30분) 강원도 홍천에는 84세의 왕할머니부터 두 살배기 증손자까지 4대 가족이 뭉쳐 산다. 고향에서 할머니를 모시며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도시 생활을 하던 두 아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이끌고 강원도 홍천으로 온 것. 온 가족이 모여 처음 보내는 홍천 대가족의 겨울이야기를 들어보자.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우연한 기회에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정님과 형주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무렵, 영실은 작은 실수로 미혜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집까지 바래다 준 형주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정님은 그날 밤 문득 떠오르는 형주의 얼굴에 스스로 머리를 흔든다. 다음 날 형주는 영실과 데이트를 즐긴다.
  • 수필가 한흑구의 고향 ‘포항’

    수필가 한흑구의 고향 ‘포항’

    “보리, 너는 차가운 땅 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왔다(중략). 보리다! 낮은 논에도, 높은 밭에도, 산등성이 위에도 보리다. 푸른 보리다. 푸른 봄이다.(중략)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보리, 하면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국내 수필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한흑구(韓黑鷗·본명 세광·1909∼79년)이다. 그의 대표작 ‘보리’가 지난 60,70년대 국정 중등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등 널리 알려져 있어서다. 수필을 시와 같은 미문(美文)으로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수필가는 남북 두 체제에서 작품활동을 한 문인이다.35년 평양에서 월간종합지 ‘동광’에 단편 ‘황혼의 비가’를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39년 흥사단사건으로 피검된 이후 글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 광복되던 해 월남해 수필 창작 등에 전념했다. ●포항에서 30여년간 작품활동 월남후 3년간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는 1948년 동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보이는 경북 포항으로 삶터를 옮겼다. 아마 바다와의 인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수필가는 자신의 필명을 흑구(검은 갈매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인 29년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날 때 태평양 뱃길 선상을 외롭게 나는 검은 갈매기 한 마리를 보고 자신의 신세에 비유해 붙인 것이다. 그는 포항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동해가 좋아 평생 포항에서 안빈낙도의 은둔생활을 했다. 이를 두고 미당(未堂)은 “선생은 스스로 평생을 귀양살이라도 능히 해낼 수 있는 묘한 은둔의 사색가로 사셨다.”고 평했다. 이곳에서 수필가는 10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58년부터 17년간은 영일만에 자리한 포항수산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보리’를 잉태한 영일만 수필가가 ‘보리’를 쓸 당시 포항은 지금의 서산(西山)에서 내항 사이를 시가지로 하는 조그마한 어항이었고, 그 주변은 거의 보리밭이었다. 특히 그가 이육사를 비롯한 다수의 문인들과 자주 찾았다는 영일만의 구만리(九萬里)는 온통 보리밭 물결을 이뤘다. 동네 처녀들이 쌀 한 말을 다 못먹고 시집간다고 했을 정도로 보리밭 천지였다. 포항문협의 창립멤버이자 한흑구 생존시 절친했던 박이득(64·아동문학가)씨는 “흑구 선생은 푸르른 바다와 보리가 조화를 이루며 넘실대는 영일만 일대에서 주로 작품 구상을 했었다.”면서 “‘보리’를 쓸 수 있었던 영감도 영일만에서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보리 작품속의 구절 대부분은 흑구 선생과 함께 영일만의 보리밭을 거닐며 이야기로 나누던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금 영일만 일대의 들녘은 파밭으로 그득하다. 보리밭은 그저 일부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80년대 이후 주민들이 보리농사가 돈이 되지 않자 파 재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가 몸담았던 수산대학도 아파트 신축 부지로 팔린 뒤 얼마전 헐리고 말았다. 다만 수필가가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동해의 푸른 파도만이 남았다. ●포항문학의 개척자 수필가가 이곳에 정착할 무렵만 해도 인구 5만의 포항은 문화의 변방이었고, 문학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그가 이주한 뒤 문학적 토양을 일궈 싹을 틔우면서 포항문학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51년에 20여명의 신진 문인들로 구성된 포항문인협회가 결성되기에 이르렀고, 이듬해 시 동인 ‘효안’,55년 ‘청패’ 동인이 탄생됐다. 67년에는 흑구 선생을 정점으로 한 ‘흐름회’란 향토문화단체가 출범했다. 지역 문화행사를 주도하고 소속 회원들이 제각기 문학작품집을 내놓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협 포항지부가 정식으로 출범하던 해인 79년 수필가는 향년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묘지는 영일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흥해읍 죽천2리 언저리에 마련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뒤인 81년에 나온 포항지역의 대표적 문학지인 포항문학 창간호는 온통 한흑구의 특집으로 꾸며져 그가 포항문단에 남긴 큰 자취를 증언한다. 그의 후학들은 83년,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청하골 보경사 인근 길섶 숲속에 문학비를 세웠다. 비의 앞면에는 ‘보리’의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흑구가 이 지역 문단에 남긴 업적이 수록돼 있다.88년부터 매년 문협 포항시지부 주최로 구만리에서 ‘보리누름문학제’가 열려 작가의 문학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토종웰빙을 찾아서] 고흥 유자

    [토종웰빙을 찾아서] 고흥 유자

    ‘유자가 탱자된다.’는 말이 있다. 유자는 원산지인 중국 양쯔강을 건너 버리면 기후와 토질이 달라져 같은 종자라도 쓸모없는 열매가 달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유자가 최상품으로 통한다. 유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대략 신라 문성왕 때로 알려져 있다. 해상왕 장보고가 당나라에서 유자를 도포자락 속에 숨겨 몰래 들여와 심었다는 것. 유자는 샛노란 때깔에 손 안에 넣고 굴리면 코 끝에 은은한 향이 감돈다. 가을 추수가 끝난 뒤 문중에서 모시는 시제에 오르는 등 대접을 받았으나 지난 97년 이후 풍작과 함께 소비 감소로 이어져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자 성난 농민들이 유자나무를 뽑았다. 그후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2000년 이후 유자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면서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유자는 반드시 바닷바람을 맞아야 잘 자란다. 따뜻한 남녘 해안선을 따라 강우량이 많은 곳에 많다. 유자는 전남 고흥군이 최대 생산지다. 고흥을 대표하는 얼굴 상품이다. 풍양·두원면 일대에 조성된 유자밭은 제주도 감귤밭처럼 가을이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 고흥군에서는 1830가구가 380㏊에서 6285t을 생산해 60억원가량 소득을 올렸다. 이는 전국 생산량과 면적 대비 25%다.2000년에는 2500여 농가에 605㏊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신을 맑게 하는 유자 본초강목에는 ‘유자를 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져 수명이 길어진다.’고 적었다. 사실 유자는 껍질부터 씨앗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최고 건강식품이다. 유자에는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나 많다. 또 구연산, 당질, 단백질이 풍부하다. 유기산 함량이 6.2%로 레몬이나 매실보다 많고 칼륨이나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특효가 있다. 특히 전립선 암 예방과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또한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낸다.‘헤스페리딘’이 들어있어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뇌혈관 장애를 막아 동맥경화와 고지혈증에도 좋다. 집에서는 목욕할 때 유자를 그물망에 서너개 넣어 욕조에 띄우면 향이 감돌아 피로가 저절로 풀리고 피부미용과 신경통, 관절염에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가 건조해 가려우면 유자 껍질로 부위를 문질러도 된다. 유자 속에 든 펙틴질이 항염증 작용을 해 화상과 피부염에도 유효하다. 손발에 생긴 티눈이나 사마귀에는 유자씨를 태운 재를 쌀밥에 잘 버무려 바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감기에도 유자가 최고 한겨울에 몸이 으스스하고 감기몸살 기운이 돌 때 유자차가 제격이다. 끓는 물에다 유자를 껍질째 썰어 벌꿀에 재워 놓은 유자청을 두세 숟가락 넣어 아침 저녁으로 마시면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또 평소에 보리차처럼 자주 마시면 손발이 찬 냉증에도 효과가 높다. 유자 특산지인 고흥에선 옛날부터 유자를 넣고 소주를 부어 만든 유자술을 기관지 천식 환자들이 널리 마셨다. 현재 유자는 유자차에 넣는 유자청이 널리 애용된다. 이밖에 유자로 만든 식초·주스·음료·분말·식혜 등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유자 생과로 소비된다. 지난 97년 처음으로 고흥 두원농협이 일본에 유차청 등을 수출했다. 이후 홍콩, 타이완 등으로 해마다 2400여t을 수출해 64억원을 벌어들인다. 서울과 인천 등 이름있는 음식점에 가면 유자즙으로 만든 샤부샤부 소스를 내놓아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한다. ●안정적인 소득원이 목표 유자는 3∼4그루만 있으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만큼 고소득 작목으로, 한때는 ‘대학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수확량이 늘면서 유자 값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유자는 전국 1235㏊에서 2만 4000여t이 생산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수요 감소와 생산량 확대로 재배농가들이 유자농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95년 10㎏ 1상자에 2만 7000여원에서,2000년에는 1만 4000원으로 절반 값으로 폭락했다.2003년부터 안정세로 돌아섰다. 일본은 유자 가공식품이 250여가지를 넘을 만큼 소비자들과 호흡을 같이한다고 한다. 고흥지역 유자농가들은 “다양한 유자 가공식품 개발로 값이 들쭉날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자식농사처럼 키울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설] 18년 만에 아기울음 듣는 마을

    이농(離農)과 고령화로 농촌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멎은 지 오래다. 새 생명의 탄생이 멈춘 것은 희망과 미래가 없는 농촌을 상징하는 것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근 30년간 아기가 태어난 적이 없는 농촌마을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그제 충남 서천군 마산면 석동마을에서는 18년만에 아기가 태어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는 소식이다. 아기의 부모는 2년 전 이 마을에 정착한 귀농인이라지만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 군수까지 나서 경사에 흥분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한햇동안 출생신고가 ‘0건’인 전국의 읍·면·동은 2002년 경기 파주시 진동면 등 5곳,2003년엔 부산 해운대구 좌제3동 등 8곳이나 된다. 마을단위로 따지면 아기 구경을 못하는 곳이 얼마일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주민의 평균연령(2002년 기준)이 44.8세로 전국 최고령 지방자치단체인 경북 의성군의 구천면 청산2리에서는 27년 동안 아기울음이 들리지 않아 이태전 서울신문에 특집으로 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촌마을에서 아기의 탄생이 국가적인 화제가 되는 게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다. 우리의 농촌이 “왜 이렇게 됐을까.”라고 묻는 것은 이미 오래된 우문(愚問)일 뿐이다. 소득이 변변찮은 농사일 말고는 마땅하게 먹고 살 게 없는 농촌에 누가 정착할 것인가. 나라의 정책을 좌우하는 위정자들이나 도시의 중산층 상당수가 농촌 출신이지만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다. 결국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아들·딸 낳고 잘 살게 하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에서는 급속한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일부 지자체는 존립마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행정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인구가 모자라 도시에서 사람을 빌려오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적인 저출산 현상과 농촌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내실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 [31일 TV 하이라이트]

    ●청춘!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조국의 하늘은 우리가 지킨다.’ 하늘의 사나이 공군 제16 전투비행단 병사들과 함께 한다. 폐렴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농사를 지으며 혼자 힘으로 2남6녀를 키우신 어머니. 쌍둥이 아들과 어머니의 아주 특별한 만남을 ‘어머님 전상서’에서 만나본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최근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0년 내에 OECD회원국 가운데 노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데….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노인문제에 대한 현실을 진단해보고,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예전에는 종친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전자족보. 인터넷의 보급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요즘에는 전자족보를 만드는 종친회가 늘고 있다. 어려운 한자에다, 책의 분량도 많아 외면을 받아온 족보,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자족보다. 전자족보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핀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인형극하면 멀리 극장에 가서 구경하는 것으로만 생각을 한다. 그러나 유아기에 아이들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이미 집안에서는 인형극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로 차별성을 주고 싶어도 따로 성대 모사를 배우지 않은 이상 어려운 일인데, 인형극을 더욱 즐겁게 하는 성대 모사를 배워본다. ●영웅시대(MBC 오후 9시55분) 박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다니며 경부고속도로 노선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살펴본 뒤 천태산 사장을 따로 불러 고속도로 공사비를 깎아달라고 말한다. 국철민 부사장이 미국 출장중일 때 국대호는 회사를 둘러본 후 철규를 불러 신문사 일을 그만 두고 회사 일을 배우라고 지시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재훈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도 수형이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수민에게 희만은 화를 낸다. 집에 돌아온 희만은 수민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빈말을 하지만, 재훈은 자신을 위로하려는 말임을 알고 있다. 형우는 병원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갔었다고 인영에게 털어놓고….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6) 김제 심포갯벌과 망해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6) 김제 심포갯벌과 망해사

    고깃배 두어척이 심포항에 닻을 내린다. 어선이 겨우 닿는 자그마한 포구가 제법 커져서 민박집, 횟집이 즐비하지만 불황 탓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김제땅에 들어서면 늘 찾게되는 곳, 바로 심포갯벌이다. 심포갯벌은 새만금 갯벌의 깊숙한 안쪽을 말한다. 사실 ‘억만금’을 발견이라도 하 듯 억지로 지어진 새만금이라는 명칭부터 작위적이고 거북스럽다. ●심포갯벌은 새만금갯벌의 깊숙한 안쪽 군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까지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흑갈색의 ‘바다 들판’이 펼쳐지고,‘징게멩게 외야미들’의 누런 들판이 비슷한 넓이로 뭍을 덮는다. 1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치수시설인 벽골제가 지척이니 예로부터 쌀농사와는 불가분인 곳이다. 지평선 없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러나 일제의 수탈적 농업정책에 의해 동진 만경강이 간척되고, 가난한 농민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일본인 농장주와 척식회사의 채찍에 내몰리면서 개간한 들판이다. 전국 각처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개딱지 같은 집에서 짐승처럼 살면서 울부짖던 통한의 땅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산된 쌀은 지금의 새만금을 빠져나가 군산에 집결돼 모조리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황금들판의 끝에 황금갯벌이 이어지다가 이윽고 갈색의 바다로 수렴되는 심포갯벌의 망해사를 찾아든다. 바다를 굽어보는 뛰어난 절이라면 으레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 따위를 내세우리라. 바위 끝에서 그대로 부서져 내리는 낙산사의 씩씩하면서도 장엄한 우조, 미려청고(美麗淸高)하고 애원처절한 향일암의 계면조, 이 모두 빼어난 절창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망해사의 해조음(海潮音)도 그에 못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망망대해로 펼쳐진 갯벌을 마주보고 있어 밀물 썰물에 따라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는 까닭이다. ●앞마당이 갯벌인 망해사 망해사에는 앞마당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없기도 하고, 무한히 넓기도 하여 무량(無量)이다. 무망한 갯벌이 모두 앞마당인 탓이다. 그래서 망해사 앞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바다가 절을 부르고, 절이 바다를 부르나니!” 김제땅 진봉반도의 윗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암자, 처처불불(處處佛佛)인데 초가삼간이면 어떻고, 거창한 내력이 또한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곳에 눈발이 나부끼고 절집의 큰나무가 바다로 굽이쳐서 흔들린다. 눈발에 감싸인 낙서루에 앉아 눈을 감는다. 그 옆에는 청조헌(聽潮軒)이 있다. 말 그대로 물결의 소리를 듣는 곳. 소녀들의 시구에 등장하는 해조음보다도 청조음은 얼마나 걸찍한가. 가히 서해다운 표현이다. 계곡물이나 강물소리를 듣는 정자나 불당은 널렸지만 앞마당에서 밀물 썰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하던가. 질퍽거리는 갯벌로 나간다.20분쯤 걸었을까. 북쪽으로 군산항이 손 끝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고군산열도의 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그곳에 새만금간척지의 둑방이 멀리 시야를 가로지른다. 해가 지고 있다. 망해사 앞마당 갯벌에서 마주하는 일몰, 서해 낙조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갯벌 위에 깔리고 있다. 끝내 갯벌이 사라지고, 아스팔트 포장이 깔릴지 모른다. 서해는 애초부터 바다가 아니라 중국과 연륙된 뭍이었다. 빙하가 흘러내려 서해가 창조되었다. 운동은 사물을 변화시켰다. 뭍에서 실려온 미세한 퇴적물이 쌓이면서 갯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8m에 이르는 조석간만의 차이는 드넓은 조간대를 형성했다. 오랜 조석운동의 결과는 질과 양의 변화를 가져와 바닷가에 변증법의 지평을 쌓았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갯벌이 형성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억겁이지만 지구 나이로 보자면 이 갯벌의 나이는 청년기에 불과한 고작 8000년. 갯벌 생성은 서해안의 조석 변화를 끊임없이 반복해 온 ‘청년운동’이라고 표현함이 어떨른지. 너무 흔하면 소중한 줄을 모르는 법일까.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해 해안, 캐나다의 동부 해안, 미국 동부의 조지아 해안, 남아메리카 아마존 하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갯벌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배운다. 수차례 새만금을 찾았던 독일 홀스타인갯벌센터의 켈러만 박사는 새만금의 종다양성에 관해 “세상에, 이런 갯벌이 있다니….”라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증산·수출·건설을 지고의 좌표로 삼고 자란 우리는 간척지가 우리를 먹여 살릴 유일한 해법인 줄로만 알았다.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 바다는 이미 결단이 나있었다. 갯벌이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동죽을 캐던 심포 아낙들이 부지런히 서두르는 것을 보니 물이 들어올 시간인가보다. 망해사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흡사 등대처럼 느껴진다. 갯벌을 마구 없애버리는 혼돈을 일깨우는 등대 같다. 동죽을 하나 집어든다. 나이테가 분명하다. 나무만 나이테가 있는 게 아니다. 여름 나이테는 성기고, 겨울에는 촘촘하게 선이 그어져서 삶의 흔적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륜뿐 아니라 조석에 따라 물이 들어오고 빠질 때 나타나는 성장의 결과물인 일륜까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토양 정화시키는 수많은 게 구멍 물이 들고 나는 매일매일의 일기를 자신의 몸에다 직접 쓰는 셈이다. 고작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생일잔치, 출생신고 따위의 통과의례로 연륜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과는 그런 점에서 확연히 대비된다. 하찮은 조개같은 미물 하나에도 생명의 숨겨진 역사가 각인되어 있다. 물이 들어오자 갯벌의 수많은 구멍마다 난리가 난다. 먹이의 사슬 속에서 적자생존의 삶을 체득해 살아남기 위해 갯벌에 은신처를 마련한 게. 그 구멍 깊숙이 밀물이 채워지자 마침내 그 은신처에서 몸을 뺀 미물들의 시간이 된다. 그들이 죽도록 파헤치는 노동 덕분에 신선한 물이 구멍을 통해 갯벌 지층의 썩은 흙을 정화시킨다. 구멍들의 어마어마한 정화작용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무심코 잡는 갯벌의 게, 별다른 경제적 이득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게들을 잡아다 파는 무심한 ‘살인’은 이제 그만 둘 일이다. 심포갯벌만 하더라도 게들이 정화공장 수십개 이상의 역할을 공짜로 해준다. 갯벌전문가 서울대 고철환 교수(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는 “찬반 논란을 떠나 생명체를 살리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정리한다. 서해안 갯벌 연구의 메카로 나아가고 있는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 조영조 소장은 “만경강 동진강은 탯줄, 갯벌은 태반”이라고 말한다. 탯줄과 태반, 그보다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새만금 일대를 샅샅이 조사하면서 찬반 논란을 넘어서 실사구시적으로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고 있는 송재희 박사는 “해수 유통만 제대로 보장된다면 새만금을 충분히, 그것도 일시에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천만 다행이다. 마침 법원에서 선택을 요구하고 있으니, 새만금을 살리는 문제는 이제 국민 모두의 손으로 공이 넘어온 셈이다.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과 생명체들을 영구히 살릴 것인가, 아니면 갯벌을 땅으로 만들어 농사라도 지을 것인가. 환경운동연합의 장지영 갯벌팀장은 “쌀이 남아도는 마당에 갯땅으로 국가적 투기판이라도 벌일 것인가.”고 되묻고 있다. 반면에 ‘새만금완공연대’라는 지역조직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이기’를 선언하고 있다. 이제 새만금을 둘러싸고 각각의 다른 시각을 보였던 이들에게 마지막 답이 제시될 시간이 착착 다가오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모든 선택 권이 양측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법원도 사실 최종적 결정권한이 없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왜 갯벌의 ‘망둥이거사’와 ‘조개보살’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가. 정작 그들이야말로 이 갯벌의 주인 아닌가. ●죽어가는 생태자원의 보고 완강하기만 한 ‘토건(土建)국가’에서 풍전등화의 석양을 지켜보는 망해사의 저 등대 불빛은 언제 꺼질까. 서해안의 8000년 청년운동사를 우리는 단 몇 년의 간척사로 대체시키고 있다. 법원 결정을 놓고서 사회적 논란이 재연되고 있으나 토론하고 동의를 구할 시간은 거의 없다. 죽어가는 ‘망둥이거사’와 ‘조개보살’들에게 남은 시간, 선택의 여지는 아예 없다. 문득 망해사와 인연을 맺은 진묵스님을 떠올린다. 비승비속처럼 살다간 그의 행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다산 정약용과 늘 마주하였던 대둔사의 초의선사가 편찬한 ‘진묵조사유적고’를 통해 겨우 세상에 알려졌을 뿐이다. 조선 중기에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한 소리를 남기고 떠난 거인. 초의는 그를 두고 ‘석가여래의 응신(應身)’이라는 헌사를 올렸다. 남은 기록이 몇 줄이라면 민중의 구전 역사책은 수십권이니 그를 생불(生佛)로 여기는 전설이 지금껏 유전되는 것 아니겠는가. 김제 만경의 심포에서 지척인 불거촌 사람으로 알려진 그는 “고기를 잡은 뒤에는 통발을 잊는 법(得魚忘筌)”이라고 했다. 토건국가를 그만 지향해도 될 법한데 여전히 토건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에 관하여 그는 무어라 했을까. 끝내 바다를 굽어보는 망해사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망륙사(望陸寺)’를 택할 것인가! 잘못되면, 훗날 이곳에 다시 와 관해기가 아닌 관륙기(觀陸記)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그 얼마나 참담하고 민망한 일이겠는가.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정도령과 진인 ‘정감록’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계룡산 밑에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다는 ‘정도령’이다. 달리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빤히 아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따져들면 실체가 애매한 것이 바로 그 진인이고 정도령이다.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정도령에게 제법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전 일이었다. 대기업 총수 정모씨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는데 당시 칠순 노인이던 그를 가리켜 ‘정도령이 나왔다.’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도령치곤 참 늙은 도령이었다. 맨손으로 일어나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사람이었던 만큼 그 뚝심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봤던 것일까. 하여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정도령 감은 몇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도령이란 칭호는 ‘정감록’에 안 보인다. 고작 ‘정성(鄭姓)’ 또는 ‘진인(眞人)’이 언급되는 정도다. 때론 그 정씨와 진인이 같은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민중들이 쉬쉬하며 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됐고, 한참 뒤 그 진인이 정씨라는 예언이 등장했다.18세기 후반 들어 ‘왕조실록’에 ‘정성진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물론 체통 있는 양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정감록’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섞인 단어다. 그런데 정진인이 난데없이 웬 도령인가? 알다시피 도령은 양반집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령은 정진인에 대한 일종의 애칭이다. 도령이란 호칭을 달리 풀이할 수도 있다. 진인이 초능력자라 해도 정식으로 민중 앞에 나서기 전엔 아직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딱지를 못 뗀 일종의 미성년이다. 진인으로 검증을 받을 때까진 정도령, 검증이 끝난 한참 뒤에는 성스러운 임금이다. 진인이 정씨라는 수사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감록에 그 답이 있다. 이 예언서는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 정감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돼 있으나 3인이 두 집안의 실제 조상은 아니었다.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민중은 유독 정감을 더 사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선 책 제목을 3인의 대담집이라 해야 옳을 테고 실제로 ‘정이문답(鄭李問答)’이라 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고 대개는 ‘정감의 기록’이란 뜻에서 ‘정감록’이라 불렀다. 그 제목엔 역사의 승리자는 조선왕조의 적대자들, 즉 정씨 성을 가진 진인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런데 새 왕은 왜 하필 정씨여야 하는가? 정씨는 ‘정감록’의 맥락에서 볼 때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표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의 배후엔 민중들의 집단적 기억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중은 조선태조 이성계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은 정몽주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이었으나 태종에게 제거된 정도전, 선조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여립, 영조 때 일어난 반란 사건에 연루된 정희량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相剋)이므로, 새 나라는 반드시 정씨가 왕이 돼야 한다는 민중의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씨, 이씨, 박씨 등 다른 성씨 중에도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그런 점에서 정씨 자손이 다음 세상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논법은 너무 순박하다. 진인이 반드시 정씨 집안에서 출생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20세기 전반 어느 종교 운동가는 ‘정(鄭)도령’은 ‘정(正)도령’이라고 했다. 정씨 진인설의 핵심을 찔렀다고 본다. 정도령은 성씨가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 믿고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최고 검증요건이었다. ●진인이란? 조선시대엔 성리학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고, 그에 따르면 ‘도덕군자’가 제일이었다. 그 군자를 제쳐 두고 갑자기 왜 진인이란 생소한 존재가 나타나 왕조를 뒤엎는가? 그 이유를 나는 민중의 숨은 뜻에서 찾는다. 새 시대는 군자 되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민중의 노여움이 느껴진다. 성리학을 아주 폐기처분하지는 못할망정, 민중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뜻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진인(眞人)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도(道)를 깨달은 사람, 또는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다. 진인이란 표현은 본래 도교 용어다. 영어로 된 도교전문 서적을 뒤적여 봤더니 ‘완벽한 인간 존재(perfect human-being)’라고 한다. 인간적 한계를 초월한, 신선과 비슷한 존재가 도교의 진인이다. 불교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현대의 임제선에선 진인을 핵심개념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기자가 서옹 스님(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에게 진인의 개념을 물었다. 그때 서옹의 답은 이러했다. “거짓말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지. 거짓이 없으면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고, 양심이 깨끗하면 절대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정치인, 경제인, 관리들 정말 거짓말 너무 많이 하더군.” 서옹 덕분에 현대 불교의 진인 개념이 명료해졌다. 진인은 절대자유인이라 불릴 만한 참사람, 수행의 최고단계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후기 민중은 그런 진인이 나와서 세상을 확 뒤집어 놓기를 바랐다. 정감록에 함께 실린 예언서 ‘동차결(東車訣)’에는 진인왕이 건국한 뒤엔 불교신자가 대접받는다고도 되어 있다. 불교적 진인관이 맥맥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말고 잠시 나는 호남지방에 퍼져 있는 진묵 대사 설화를 떠올렸다. 진묵은 석가모니의 현신이었다는 전설도 있긴 한데, 그는 발달된 기계기술 문명을 가져다 백성들의 고생을 덜어주려고 잠시 서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육신은 절간에 두고 진묵의 영혼만 잠시 떠났던 것인데, 속된 유학자 김봉국이 그 육신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만 개화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사실 진묵은 17세기 인물이었고 문명개화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민중은 유교가 못 이룬 개화의 꿈을 진묵이라면 이룰 수 있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민중이 기다리던 진인은 도덕적으로 특출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통치자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생각은 양반들의 정치관을 닮았다. 유교의 성현(聖賢)이 진인으로 대체되고 만 느낌이다. 민중은 기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제도가 아니라 인물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교적 사유의 틀에 갇혀 버렸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도 민중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대안을 궁리하였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민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진인은 구원자라는 점에서 미륵불 또는 기독교의 재림 예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에 앞서 벌어질 아마게돈에서의 선악의 일대결전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진인의 출현과 무관하다. 진인이 세상에 나올 때 전쟁과 환난이 예정되어 있긴 해도 그것으로 역사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예수는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도 불러다 영생을 준다지만 진인은 산 사람들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 따름이다. 진인은 미륵불처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성불시키지도 못한다. 진인의 문제해결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진인은 예수나 미륵불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때가 이르면 환상의 섬에서 나올 진인 현대의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조선후기 민중은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고 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한 동굴도, 오랜 암자도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이상향으로 상정된 섬이 있고, 거기서 때가 되면 진인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상향을 말하다 보니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시작되는 제주의 이어도 타령이 생각난다. 그 노래에는 이어도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어도는 파랑도라고도 하는데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수중섬(水中島)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초(暗礁)다. 해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어 파도가 몹시 심할 때만 모습이 잠깐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이어도는 예부터 이상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서양에서도 미지의 섬을 이상향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1478∼1535)는 1516년 정치 공상소설 ‘유토피아(아무 데도 없는 나라란 뜻)’를 발표했다. 모어는 히스로디라는 뱃사람에게 어떤 신기한 섬나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유토피아’인데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를 호되게 비판하고 저자가 동경하던 이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섬은 공화국이고, 모든 시민은 하루 6시간만 노동하면 된다고 했다. 거기선 남녀 모두 교육 혜택을 받아 교양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다툼도 전혀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평등하다. 누구나 이상향에 가보고 싶겠지만 그곳을 찾아가긴 불가능하다. 토머스 모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자고 했다. 조선시대 민중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민중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치적·사상적 통제력은 그 시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그래서였을 테지만 민중은 이상향에서 구원자를 불러오고자 했다. 모어의 유토피아엔 법과 제도가 구원을 보장해 주었다. 그곳엔 구원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의 이상향은 그 반대였다. 사람이 문제를 푸는 열쇠였다. 민중은 진인이란 구원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풀려 했다.17세기 후반부터 역사기록에 나타난 해도진인(海島眞人)이 그것이다. 섬에 희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 바다는 신화시대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희망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민중은 대부분 뭍에 살며 농사에 종사했다. 그런 판국인데 진인이 낯선 섬에서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씨름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진인을 하필 섬에서 찾는 이유는 민중을 괴롭혀온 조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 지대는 음모와 꿈이 무르익을 수 있다. 게다가 17세기부터 먼 바다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낯선 서양 선박(황당선, 이양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외의 사건소식을 접한 민중은 바다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해도진인설로 굳어졌다고 본다. 서양 선박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그때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의 나가사키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들은 조선 배보다 수백 배나 큰 거함을 타고 대서양·인도양을 가로질러, 대만을 지나 제주 남쪽 해상을 통과하여 일본을 오갔다.18세기 후반이 되면 그 큰 서양 선박들이 가끔 서남해에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실학자 박제가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배 안에는 생김새, 언어, 습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양 선박은 조선 해안에 표류하기도 했다. 박연, 하멜 등이 그들인데 훗날 하멜은 도망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그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각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조선후기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은 외계인이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조차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큰 대포를 장착한, 초대형 선박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선박의 출현은 민중의 공포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까지 아직 서양 함대가 조선을 침략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 못지않게 신비스러움이 컸다. 이양선이 출몰하는 서남해는 경이로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서양 선박이 나타난 것이 전혀 뜻밖이었듯, 언제 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할지 호기심 많은 민중으로선 귀추가 주목되었다. 동해나 서해에도 이상향이 있다는 소문이 가끔 떠돌았지만 남해설은 좀더 유력했다. 어느덧 서남해는 진인의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물론 서양배의 출현만 가지고 해도진인설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선후기엔 무인도가 이주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 당시는 육지의 개발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가난한 민중은 삶의 터전을 섬에서 일구기 시작했다. 한번 민중의 눈길이 바다 쪽으로 쏠리자 수십의 무인도가 유인도로 바뀌었고, 율도·무석국 등 상상의 섬들이 인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진인(眞人)이 남해에서 계룡(산)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 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가운데 민중은 해도진인의 출현을 동경했던 것이다. 육지로 나온 진인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진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의 탐구는 다음 호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센터개관 신고합니다 더욱 힘껏 활동하세요

    센터개관 신고합니다 더욱 힘껏 활동하세요

    자원봉사자들의 보금자리가 문을 연다. 오는 2월 개관하는 ‘동작자원봉사센터’가 그곳이다. ●동작구, 자원봉사센터 2월 문열어 동작구는 다음달 1일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공간이자 배후 기지가 될 동작자원봉사센터 개관식을 갖는다. 지자체 단위로는 전국 최초의 자원봉사센터 건물이다. 일종의 ‘자원봉사 본부’가 동작구에 생기는 셈이다. 노량진동 325의5 부지 216평에 들어서는 동작자원봉사센터는 동작구가 지난 99년 출범시킨 동작자원봉사은행의 본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에 연면적 434평 규모다. 지난 2003년 12월에 착공,1년여만에 완성됐다. 시비 20억원 등 모두 27억 8000여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탁아소·교육·상담·건강관리실 등 갖춰 동작자원봉사센터에는 다양한 시설도 들어선다. 센터 1층과 2층에는 체계적으로 자원봉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교육실과 상담실이 자리잡는다. 지하 1층 건강관리실은 물리치료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지하 2층 식당은 어르신 생일파티 장소로, 지하 1층 어린이방은 무료 탁아소로 개방될 예정이다. 이밖에 자원봉사자들 모임의 장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동작구 주도로 처음 만들어진 자원봉사은행은 이웃의 농사일을 도와준 만큼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는 미풍양속인 품앗이 제도와 필요할 때 저축한 돈을 찾아 쓰는 은행제도가 결합된 것. 일종의 ‘봉사 품앗이’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사랑나눔통장’을 통해 봉사자의 자원봉사시간을 일일이 적립해 준다. 봉사자는 적립된 봉사 시간만큼 필요할 때 자원봉사은행에 인출을 요구, 다른 봉사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0일 현재까지 자원봉사자 수는 성인 1만 458명과 청소년 6011명 등 모두 2만 69명. 이들은 지금까지 7169명에게 52만 9000여시간의 봉사 활동을 펼쳤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등 전국 50여개 지자체에 확산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품앗이 은행’ 전국 지자체서 벤치마킹 동작자원봉사은행은 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성인 봉사자의 44%인 6170명이 봉사 교양강좌를 받았다. 또 958명이 자원봉사 총론, 지역사회 자원봉사, 자원봉사 실례 등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대학을 수료했다. 봉사자들은 ▲독거노인 돕기와 결손가정 돕기를 위한 재가 봉사 ▲양로원, 재활원 시설돕기 등 사회복지시설 봉사 ▲무료 외국어, 의료지원 등 전문 봉사 ▲환경보호활동, 재활용품 수집 등 지역사회 봉사 등 모두 50개 분야에서 ‘이웃 사랑’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김우중 구청장은 “올해는 자원봉사자와 수혜자를 각각 2만 2000명,7000명으로 늘려 동작구를 ‘자원봉사의 천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악마의 끈-철조망의 문화사/앨런 크렐 지음

    근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무래도 경계짓기다. 너와 나의 구분, 우리와 너희의 구분, 내 구역과 네 구역의 구분. 우주 혹은 삼라만상과 내가 연결돼 있다는 세계관은 비과학적·미신적이라는 이유로 근대에 들어 철저히 버림받았다. ‘악마의 끈-철조망의 문화사’(앨런 크렐 지음, 강미경 옮김, 사계절 펴냄)는 ‘찔리면 아프다.’는 단순명쾌한 원리로 경계·구분 짓기라는 근대성을 보여준 철조망을 통해 지나간 시대를 더듬고 있다. 철조망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74년 서부개척 붐이 일던 미국에서였다. 사실 개척 붐이라는 것도 백인 기준의 표현이다. 철조망 바깥으로 내몰린 인디언들이 철조망을 ‘악마의 끈’이라고 부른 것은 당연했다. 백인과 비백인을 가르던 악마의 끈은 비백인들의 저항이 잦아들자 이제 백인과 백인 사이를 갈라놨다. 바로 농사짓던 지주들과 가축을 기르던 농장주간 반목이었다. 놓아 기르던 가축이 철조망에 막히자 농장주들은 철조망을 잘라 버렸다.19세기 말 불었던 ‘철조망 절단 전쟁’이다. 철조망의 악마적 성격은 세계대전 때 절정에 달했다. 철조망 하면 포로수용소, 적국, 억압과 강제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도 이때의 경험 탓이다. 특히 유대인에게 철조망은 곧 대량학살이다. 이런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거꾸로 철조망은 예수의 면류관에 비유되기도 한다. 넬슨 만델라의 머리에 철조망으로 만든 면류관을 씌운 그림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철조망의 변주를 광고·그림·정치포스터 등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준다.1만 3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方外之士1,2/조용현 지음

    方外之士1,2/조용현 지음

    잡지사 기자 하다가 사표를 내고 주머니에 달랑 300만원만 가지고 무작정 지리산에 뛰어든 시인 이원규. 산이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그의 한 달 생활비는 20만원. 이 돈만 조달하면 그는 굶어 죽지 않는다. 지리산에선 굶어 죽는 사람 없고, 자살하는 사람 없다고 그는 말한다. 처성자옥(妻城子獄)의 서울을 버리고 지리산에서 얻은 것은 오토바이 하나 타고 바람처럼 싸돌아다니는 대자유다. 국내외에 수전(水戰) 전문가로 알려진 윤명철. 동국대 사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타고 황해바다를 들락거리며 ‘뗏목은 태풍에도 뒤집히지 않는다.’란 철학을 터득한 사람이다. 밤이 되면 캄캄한 바다위의 일엽편주에서 별을 바라보며 명선일체(命禪一體)를 체험한다. ●사표내고 300만원 들고 지리산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 다 하는 취업을 거부한 채 시골에서 고택을 지키며 살아가는 광주 너브실의 강처사. 그는 이름하여 ‘백수의 제왕’이다. 뚜렷한 직업이 없지만 아직까지 굶어 죽지 않았다.‘눈먼 새도 공중에 날아다니면 입에 들어오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신조를 가진 그는 너브실의 대숲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인생을 음미한다. 그의 가장 큰 일은 노는 일. 일생을 일만 하며 사는 서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까 조바심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월급쟁이들에게 이들은 우상 같은 존재다. 속된 말로 ‘또라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만 걱정하다가 한 세상 끝낼 수 없다.’며 반복되는 일상의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불교철학자인 조용헌씨는 이 사람들을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삶의 고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고수들의 삶을 담은 책 ‘方外之士1,2’(정신세계원 펴냄)를 냈다. 저자에 따르면 ‘방’(方)은 테두리, 경계선, 닫힌 공간, 즉 고정관념과 조직사회를 뜻한다. 방외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리킨다. 그동안 방내에서만 살아 보았으니, 방외에도 한번 나가 보자.‘방외에 나가면 정말 굶어 죽는 것인가? 잘 사는 것이란 무언인가?’ 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과도하게 방내에만 집중되는 삶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분야에서 한 줄로만 서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줄로 늘어선 단조로운 사회라서 재미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인생엔 한 길만이 아니라 여러 길이 있다. 이같은 시각으로 지은이는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자는 신념을 실행에 옮긴 13인의 방외지사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텃밭 먹을거리로 자급자족 “밥걱정 없어요” 먼저 밥 걱정을 뛰어넘은 귀거래사 이야기. 박태후씨는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죽설헌(竹雪軒)에 산다. 말단으로 시작한 20년의 공무원 생활을 박차고, 손수 짓고 가꾼 벽돌집에서 신선처럼 산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차경(借景)의 원리가 돋보이는 방에서 뒹굴며 창밖 가득한 대나무숲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노릇이 슬슬 지루해지면 대나무 숲길 산책에 나서 마음을 식히고, 집 뒤편 밭으로 나가 과일을 따거나 상추를 뜯는다. 밭에선 배, 사과, 감, 매화, 복숭아, 포도, 딸기 등이 봄부터 가을까지 줄줄이 열매를 맺는다. 고구마, 감자, 채소도 지천이라 하루 1∼2시간만 꼼지락거리면 밥 굶을 염려는 없다. 그에게 농사가 삶의 하부구조라면 그림은 상부구조다. 직장생활 때부터 사군자를 그린 그는 화단 데뷔 후엔 그만의 독특한 그림들을 그린다. 그의 수입은 공무원연금으로 받는 130만원이 전부다. 그 돈으로 두 아이 학교 보내고, 그림재료까지 사고, 승용차도 굴린다. 가끔 부인과 맥주집에 들러 술도 한 잔씩 하고 조금씩 저축도 한다. 먹을거리는 대부분 집 앞 텃밭에서 나온 것들로 자급자족한다. 지리산의 여러 계곡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사는 시인 이원규씨가 궁극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다. 집착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오토바이다.125㏄ 80만원짜리 부터 시작해 목돈만 생기면 업그레이드한 것이 지금은 1455㏄ 중고 할리데이비슨까지 왔다. 그에 의하면 할리는 현대판 말이다. 엔진 소리가 말발굽 소리 같이 들린다.“두-둥 두-둥 두-두-둥.” 할리를 타고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특히 봄에 매화가 필 때 달리면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다. 계룡산에 사는 박사규씨는 전통무예 기천문(氣天門)의 장문인이다. 고구려 연개소문이 연마했다는 이 권법을 수련하며 민족의 혼맥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기도한다.5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매일 아침 3시간씩 계룡산의 영봉(靈峯)들을 나는 듯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의 삶이 눈부시다. ●고택 지키며 사는 ‘백수의 제왕’ 이밖에도 전국의 강들을 오로지 두 발로 걸어다닌 신정일, 의사는 부업이요, 도학(道學)이 주업인 인생을 살아온 전주의 내과의사 이동호,70평생을 지리산에서 살아오며 스님들의 목발우를 만들어온 김을생 등은 모두 방외의 삶을 행복하게 누리는 방외지사들이다. 이들 중 하나인 품명가 손성구씨. 매일 50여잔의 차를 마시며 20년간 차맛을 감별해온 그는 “차 맛을 아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바빠 차 맛을 모른다.”고 인생사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방외지사들의 삶을 넘겨다 보는 일이 단순히 구경을 넘어 참고가 되고, 참고가 못되면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은이의 작은 소망이다. 그러나 지은이가 방외지사들을 삶의 ‘고수’라고 표현했듯, 고수의 경지에 이른 그들의 삶이 평범한 ‘방내지사’들에겐 여전히 멀어 보인다. 각권 9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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