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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PPY KOREA] 다리 세우고 年100만 발길 “관광부흥 꿈꾼다”

    [HAPPY KOREA] 다리 세우고 年100만 발길 “관광부흥 꿈꾼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2005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전국 최우수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곳이다. 주변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모래가 가늘디 가늘어 모래찜질을 하면 신경통·관절염·피부질환·무좀 등에 각별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사십리(明沙十里)라는 이름의 해수욕장이 여럿 있다. 하지만 신지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명사(鳴沙) 즉, 모래가 운다는 뜻이다. 은빛 모래밭이 파도에 쓸리면서 내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의 길이가 3.8㎞나 되고 백사장의 너비만도 150m에 달하는 데다 수심이 아주 완만해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만족할 만한 곳이다. 싱싱하고 풍부한 해산물의 집산지와 수군(水軍)의 군사요충지였던 완도(莞島)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해 지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500만명이 찾아 몇 년 전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로 선정된 신지면 ‘신리·대곡리’(울모래마을)는 이런 분위기를 살려 1990년대 광어양식으로 잘 살던 시절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열의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계획과 주민들의 움직임, 군청의 의지 등을 들여다 봤다. ●“다리없을 때 힘들었제” “얼마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읍소재지로 목욕을 하러 가야 할 정도였제. 하지만 다리가 생긴 뒤 외지인들이 몰려오면서 잘살아 보자며 주민들끼리 머리를 맞댔지라.” 마을 주민 정양기(53·상업)씨는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마을은 2005년까지 섬이었다. 읍소재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주민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거나, 외지인이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씨는 “가장 불편한 것이 문화적인 혜택과 아이들의 학교문제, 병원을 이용하는 일이었다.”고 되돌아 보았다. 이 지역은 1990년대 광어 등 어류 양식을 할 때 번영기였다. 처음 양식을 한 사람들은 가구당 평균 5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어류 양식을 시작했다. 한때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마저 했었다.”고 분위기를 군청 관계자가 전했다. 그만큼 번창했던 것이다.3∼4년 잘 벌었지만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양식 어가가 늘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결국 어가들이 붕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는 전복양식으로 전환해 재미를 본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광어 양식과 농사를 짓는 주민이 많다. 대부분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낸다. 예전을 그리워하며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거나, 아예 마을을 등지는 경우도 많아 1996년 1951명이던 주민이 현재는 1564명으로 줄었다.10년 사이에 387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다리 생기면서 외지인 몰려와 하지만, 신지도에도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2005년 12월 완도읍과 신지면 사이에 신지대교가 세워지면서 사실상 육지가 됐다. 주민들의 읍내 이용이 한결 수월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외지인이 몰려온다는 것. 드라마 해신의 영향으로 완도까지 찾아온 외지인들이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승용차로 올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관광객은 100만명이 넘었다. 완도를 찾는 전체 관광객 가운데 5분의1이 신지면으로 건너오는 것이다. 배로 올 때의 15만명에 비해 엄청 늘었다. ●“살기 좋고, 가고 싶고, 일자리 있는 곳으로” 주민들간에 해보자는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완도군청 한희석 정책개발팀장은 “행자부에 우수지역 신청을 하기에 앞서 먼저 완도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다.”면서 “주민들이 공모안을 내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거쳤고, 그 과정에 해보자는 열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도군은 공모를 거쳐 우수 관광자원인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이용해 ‘살기좋은 울모래 마을만들기’로 확정했다. 신리와 대곡리가 명사십리 해변을 끼고 있어 ‘울모래마을’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기존의 마을은 이웃간 정이 넘치도록 공동체 복원에 나서 ‘품격 있고 문화적 향기가 배어나는’ 마을로 만든다. 마을의 경관과 미관을 개선하고 문화, 복지, 교육의 기능을 강화한다. 명사십리해변은 쾌적하고 특색 있는 관광지로 꾸며 ‘가고 싶은 해변’으로 만든다. 해변가에 있는 낡은 집들은 모두 헐고 대신 민박마을로 재개발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광객을 수용하려는 것. 택지조성은 군청에서 해주고 집은 주민들이 짓는다. 바로 옆에는 해양펜션단지조성을 추진 중인데 120억원 정도 소요된다. 마을과 해변 사이 30만평을 활용해 해양생물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와 소득을 높이는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사업을 추진한다. 해양생물을 연구할 연구센터도 1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다. 마을과 해변을 자전거길로 연결, 휴식과 일, 주거, 관광을 함께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글 완도 조덕현·남기창기자 hyoun@seoul.co.kr 사진 완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성인병 예방’ 비파로 활로 개척 “비파 등 특산품으로 잘살아 볼랑게요.” 울모래마을 주민들은 요즘 지역 특산품인 비파나무를 심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부푼 꿈을 키우고 있다. 광어나 전복 양식을 많이 하지만 농토가 풍부한 탓에 지역특산품을 재배해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를 하면 또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일근(52·완도군 신지면 대곡리) 비파작목반장은 “비파가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올해 비파나무를 재배할 주민 33명으로 작목반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반장은 “비파의 잎은 차로 개발할 수 있고, 씨앗은 항암치료에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옛날부터 ‘비파나무가 자라는 가정에는 아픈 사람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효능이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비파를 이용해 찜질방과 해수탕을 만들어 늘어나는 관광객을 상대로 체험관광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현재 4.5㏊에 불과한 비파 재배면적을 올해엔 10㏊로 늘리기로 했다. 군청에서 공동사업으로 투자해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민들은 앞으로 비파로 캔 음료 등의 가공식품을 만드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완도군 농업기술센터와 전남도 난지시험장에서 기술지원과 수목갱신에 대해 도움을 받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농협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농협이 주민을 위한 조직인 점을 고려해 주민이 생산한 비파를 가공해 판매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군청-농협-주민간 협약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완도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살기좋은’ 전국으로 확산해야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지입니다. 이 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공모과정에서 주민들이 잘살아 보자는 데 힘을 모아가고 있다.”며 “이 사업은 정말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대상지역을 중심으로 해조류를 잘 키우고 가공하는 산업을 육성해 수산업의 미래를 열 것”이라면서 “이곳이 전남도의 미래 전략산업단지의 센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이 옛날 청해진의 미래, 해양강국의 청사진을 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자체와 주민의 의지는 확고하며, 관건은 ‘중앙정부의 의지’라고 주장했다.“중앙정부에서 패키지를 얼마나 잘 엮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상·하수도를 놔주고, 도로를 늘리는 수준이라면 의미없어요. 부처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김 군수는 “정부가 주민을 상대로 공모과정을 거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면서 “만일 사업이 중단되면 공모과정에 오랜만에 뜻을 세운 주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청 안팎에선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오른 땅값을 들었다. 최근 완도 일대에 대한 개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면적이 약 30만평인데, 명사십리 주변 대지는 평당 30만∼40만원, 요지는 70만∼80만원 정도다. 더구나 이미 상당 부분은 외지인에게 넘어간 실정이다. 그래서 수용을 하려면 예산상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완도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6) 전남 구례군 유곡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6) 전남 구례군 유곡마을

    오지의 마을이라면 으레 생활의 어려움으로 삶이 팍팍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오지이면서도 가구당 평균 5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 마을이 있다.‘알짜 농가’의 주인공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 유곡마을. 산 비탈을 따라 내려오며 상유, 중유, 하유로 나뉘는 이 마을의 천수답 다랑이 논(계단식 논)에는 벼 대신 감나무, 배나무, 매화나무 등 유실수를 심었다.“한 번 먹어보랑께, 사과보담도 아삭거리고 달기넌 똑 꿀맛이시.” 마을 어귀서 첫 인사를 나눈 할머니가 단감 자랑을 하며 건네 준다. 지난가을 수확해 저장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모습만큼이나 맛도 뛰어나다. 고소득을 올리는 이유다. 과수나무가 40여가구 100여명 주민의 주 수입원이 된 연유도 재미있다. 가뭄이 극심했던 1994년. 섬진강 물을 산 비탈 논에 끌어 들이려고 양수기로 12번을 중계하는 고생을 하다 당시 군수가 “차라리 과수를 심는 것이 낫겠다.”라고 한 말이 변화의 물꼬를 텄다. 긴 경사면의 토양은 배수가 용이한 데다 일조량까지 풍부하고 게다가 일교차까지 커 과실생산의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과수밭을 둘러싸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도 적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95년에 감 낭구를 심었응께, 얼추 10년이 훨 넘어 부렀네. 군에서 배수관이다 뭐다 지원하고 나섬시로 도와주더만 인자 생각헌께 참말로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었지라.” 지난해까지 이장을 맡았던 김영두(70)씨의 말이다. 마을의 젊은 이장인 강대호(33)씨는 오지인 이곳을 이웃처럼 친근한 마을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농사 지으시는 어르신들의 연세가 이제 평균 70입니다. 농촌이 친근해지고 귀농인도 많아져야 발전이 있을 수 있지요.” 지난해 7000만원의 과수 매출을 올린 야심찬 젊은 농군의 말이다. 이를 위해 농촌체험마을에 선정돼 받은 3억원으로 초가집 복원, 민박시설, 식당, 공동화장실 건립 등을 해오고 있다. 친밀감을 느끼도록 이름도 마을의 특징인 돌담을 뜻하는 ‘다무락(담의 전라도 사투리) 마을’로 바꿔 부르고, 호응이 많았던 과실따기 등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겨울은 폴쌔 가뿟구마. 매화꽃 배꽃 피문 천지로 온통 새하얀기라. 무신 소문을 들었는지 화가들도 가끔 오지.”하동이 고향이라는 안종택(76)씨의 말에는 40여년을 이곳에서 살았어도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다. 섬진강을 사이로 두고 말씨가 다른 지역적 특색 탓이다. “아저씨 이것 함 맛 보실래요?”교육청 통학버스를 타고 읍내 학교에 갔다 온 차미선(10) 성미(9) 자매가 할아버지집 앞마당에서 치는 꿀통에서 꺼낸 천연꿀을 손가락으로 떼어 먹으며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하유마을 맞은편에는 이백리 길을 굽어 흐른다는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겨울이 가는 길목에 노랗게 퇴색한 갈대숲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의 풍광은 풍수지리의 원전격인 ‘택리지’에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구례의 이름값을 비로소 실감케 한다. 봄이 오는 길목. 남녘 산골마을이 봄 마중 채비에 분주하다.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HAPPY KOREA] “멜론 재배로 1년 열두달이 농번기”

    [HAPPY KOREA] “멜론 재배로 1년 열두달이 농번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수확은 고사하고, 논밭을 갈아엎었다는 상처받은 ‘농심(農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농촌도 이제는 소득원을 다양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단순히 주식시장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고령군 고령읍 쾌빈3리 가얏고마을 주민들도 알게 모르게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었다. ●멜론으로 일어선 ‘작은 거인’ 가얏고마을은 주민이래 봐야 41가구 88명이 고작이다. 고령지역의 특화 쌀인 ‘흑미’가 주산물이지만, 그동안 별다른 재미를 못 봤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5년 전부터 가을 추수가 끝난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멜론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멜론은 3∼6월이 수확철로, 멜론 수확이 끝나면 곧장 비닐하우스를 철거한 뒤 벼농사를 다시 짓는다. 이를 통해 1년 열두 달이 농번기로 바뀌었다. 600평 규모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 매출은 150만원에 그친다고 한다. 게다가 농기계 운영비와 비료값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같은 규모에서 멜론 재배를 통해 거둬들이는 매출은 1000만원, 순수익은 600만∼7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이 멜론으로 얻는 수입만 연간 4억∼5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2300만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까지 올랐다. 배(쌀)보다 배꼽(멜론)이 더 커진 셈이다. 대다수 농촌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빈집도 가얏고마을에만은 비켜가고 있다. 홍석진 이장은 “지난해부터는 도매상인을 거치지 않고, 농협으로 멜론 판로를 일원화한 것도 소득 향상에 기여했다.”면서 “벼농사는 안 지어도 멜론 농사는 반드시 지을 정도”라며 미소지었다. ●“우리는 아직도 배 고프다” 주민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 중화저수지에 자연생태학습장을 조성하고, 우륵과 가야금을 테마로 한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1차 산업에 치우친 소득기반을 2·3차 산업으로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다. 홍 이장은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늘면 직거래도 활성화돼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얏고마을 주민들을 위해 이 지역 대학인 가야대도 거들고 나섰다. 주민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경관을 정비하는 데 필요한 전통가옥 양식을 개발·보급한다는 구상이다. 고령지역에 숙박시설이 부족한 만큼 학교 기숙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원태 가야대 교수는 “마을이 자생력을 가져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닦을 수 있고, 소득 증대보다 소득 분배가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방문객이 아닌 주민 관점에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근 고령군수는 “마을 주민들의 평균 소득을 오는 2010년까지 4700만원으로 지금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고령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고령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촌부들의 희망가 “젊은 사람들 많은 마을 만들고 싶데이”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고령군 가얏고마을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하지만 절실했다. 표현 하나하나에는 자식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겼다. ●이숙희(56·여) 서울 사는 맏딸 진경이, 수원 사는 큰아들 진봉이, 대구 사는 둘째 딸 보경이, 구미 사는 막내아들 덕봉이. 살기 좋도록 만들어준다 카이끼네. 흩어져 가지고 사는 4남매가 마을로 드와서(돌아와서) 다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데이. ●손욱수(55) 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5년이나 됐데이. 가구 수는 그대론데, 주민 수는 옛날보다 반도 몬(못) 미친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아이가.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뿌고, 젊은 사람들이 드오는 마을로 만들고 싶데이. ●조인제(50) 나이 50에도 우리 마을에서는 젊은 축에 더간다(든다). 아~들(아이들) 통학시키려면 어려움이 많테이. 내 집 고치는 것조차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이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라카믄 이런 불편을 없애주는기 맞다. ●손봉화(77) 우리야 크게 잘 살 것도, 불편할 것도 없다. 다만 마을 옆에 우륵박물관이 들어서고 나서 드오는 사람 한 명 없던기 마을에 사람들이 드오고 있다.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변추자(51·여) 1979년에 여(이곳에) 시집 왔는데, 지금은 친정보다 좋다. 친정 식구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 낀데, 기사에는 쓰지 마이소. 외지에서 시집온 나도 이제는 마을 사람 다 됐는데, 마을이 좋아지면 나 같은 사람이 계속 생길끼다. ●이일균(59) 나락(쌀) 농사만 지으면 20마지기(논 4000평)가 있어도 자식 교육 몬 시키는 게 농촌 현실이다.4남매 대학까지 보내느라 땅 팔고, 안 빌린 학자금이 없데이.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이야 고향을 등지긴 어렵지만, 젊은 사람들이 돌아올라마 소득부터 불라야(늘려야) 한다. ●홍석진(62) 농사만 짓고 사는 것은 어려우이끼네 새로운 소득원도 찾고, 마을 경관도 정비해야 한다. 뭐 할라카마(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뭐든 힘을 모아서 열심히 할 끼다. ●김조자(67·여) 농촌을 발전시킬라꼬 하면서, 뭐 할라카마(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뭔 규제가 많노. 마을 발전이라는 게 별 게 있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 아이가. ●손용수(67) 농촌이 어렵기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만, 우리 동네는 그동안 살기 좋다는 말은 들어왔다. 이웃끼리 단합도 잘 되고, 마을 일에 너나할 것 없이 거든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든다며 좋은 분위기 뿌사지지 안을랑가 걱정이데이. ●김태선(62·여)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겠다는데 의심부터 든다. 주민들끼리 갈등이나 불만 없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주민들 마음부터 헤아리는 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아이가. 그라믄 뭘 한다고 해도 걱정 없다. ●김종순(55·여) 인생은 육십부터잉께네, 마을을 바꾸마 인자(이제)부터 올키(제대로) 인생을 살끼 아이가. 아직 50대 청춘인데 걱정 안 한다. ●김순자(56·여) 인자는 농촌도 농번기, 농한기 구분없이 일을 많이 해야 한다. 팔, 다리 아픈데 운동시설도 넣어주고, 목욕탕이라도 하나 있어야 일 마치고 시원하게 풍덩 빠질 수 있는 거 아이가. 그라믄 된다. 고령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가얏고마을’ 이렇게 변신 ‘관광 안내원’을 자청한 이태근(60) 고령군수를 따라 나섰다.1만 1000여명이 거주하는 고령읍내는 차로 2∼3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했다. 고령은 4∼5세기에 번성했던 대가야의 도읍지였으나, 남아 있는 사료가 충분치 않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읍내 뒷산인 주산 능선을 따라 올록볼록 솟아 있는 200여기의 고분들, 고분에서 발견된 문화재를 모아둔 대가야박물관·왕릉전시관,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고 탔다는 정정골,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양전동 암각화 등 다양한 문화유적으로 둘러싸여 있어 하루 종일 다리품을 팔아도 지루하지 않다. 이것도 모자라 한창 공사 중인 70만평 규모의 수목원,5만평 규모의 대가야테마파크 등이 올해 안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군수는 “지난해 180만명 정도가 고령을 찾았지만 대부분 사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하룻밤 머물지도 않고 그냥 가는 게 현실”이라면서 “도로 하나 덜 내더라도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인 가얏고마을은 읍내 동북쪽에 위치한 정정골이다. 정정이라는 마을 이름도 맑은 가야금 소리에서 유래했다. 마을 양 옆으로는 각각 중화저수지와 우륵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가얏고마을의 변신은 대가야를 대표하는 가야금과 맞물려 있다. 마을 인근에는 현악기전시장과 가야금체험관, 예술인촌 등 ‘하드웨어’가 구축될 예정이다. 국제현악기축제와 농촌체험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도 마련된다. 전통 현악기의 ‘메카’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 동안 국비 34억원, 지방비 38억원, 민자유치 30억원 등 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군수는 “읍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낼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고령군에서 가야군으로 개칭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말탐구] 윷놀이

    [주말탐구] 윷놀이

    윷은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온 으뜸 놀이다. 윷놀이는 전국에서 일년내내 이어지고, 특히 설날에는 집 안은 물론, 골목마다 윷판이 벌어진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윷놀이가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윷패의 우연성과 윷말쓰기의 합리성이 윷판에서 어우러져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때문일 것이다. 윷은 또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며 재미를 더해 왔다. 윷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봤다. 올 설에도 가족끼리 둘러앉아 잡고 잡히는 말 싸움을 하며 함박 웃음을 웃어보자. 윷놀이를 해 본 사람은 말한다. 너무너무 재미 있다고…. 전국종합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유래와 의미 윷놀이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많으나 정설은 없다. 다만 중국의 ‘북사(北史)’‘태평어람(太平御覽)’이란 책에 부여의 윷놀이가 소개돼 있다. 따라서 삼국시대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윷놀이가 시작됐다고 추측한다. 특히 19세기 중반 ‘동국세시기’에는 고려말 이전에 현행 윷판과 같은 것이 쓰였다고 적혀 있다. 윷판은 29개 밭으로 구성된다.20개는 원으로 9개는 원 안에 십자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 김문표(1568∼1608)가 ‘중경지’ 사도설조에서 윷판의 의미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바깥 둥근 모양은 하늘을, 안의 십자는 땅을, 윷판을 이루는 밭은 별자리를 뜻한다고 했다. 특히 윷판 중앙 밭은 북극성이라 불렀다. 하늘이 땅바닥까지 둘러싼 모양인 셈이다. 윷판·윷말에는 자연의 섭리도 숨어 있다. 윷판에서 말은 북(出口)에서 떠나 동을 거쳐 중앙이나 남, 서로 이동한다. 이는 춘분(春分)·하지(夏至)·추분(秋分)·동지(冬至) 때 태양의 궤도를 본뜬 것이다. 네 윷말은 사계절을 가리키고, 둥근 나무 토막이 엎어지거나 젖혀지는 것은 음양을 나타낸다. 윷패에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상징한다. 가축의 크기와 빠르기에 따라 윷패의 밭 수와 윷말의 움직임이 결정된 것이다. ●놀이방법의 변화 윷놀이 원칙은 진화를 거듭했다. 윷패가 도·개·걸·윷(사진법)에서 도·개·걸·윷·모(오진법)로 바뀌었다.1950년대부터는 ‘뒷도(백도)’가 생기면서 육진법으로 변화했다. 뒷도란 윷 하나를 특정하게 표시해 이것만 젖혀지면 윷말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뒤로 한밭 물러선다. 예를 들어 도 자리에 있던 윷말이 뒷도를 하면 한 밭 후진해 참먹이(出口)로 직행하는 것이다.‘맞춤나기’도 새로 생겼다. 참먹이에 이른 말이 반드시 도를 쳐야 나가는 규칙이다. 상대방이 뒤를 바짝 쫓다가 오히려 덜미를 잡히거나 끝내 도를 내지 못해 판이 뒤집히는 일도 벌어진다. 강원도에서는 윷 두 개에 각각 ‘서’‘울’이라고 적는다. 두 윷이 함께 젖혀져 개가 되면 윷말을 윷판의 중앙 밭으로 옮긴다. 서울에 대한 동경이 엿보인다. 경상도에서는 ‘자동임신’‘자동유산’ ‘퐁당’ 밭이 있다. 자동임신 밭에 이르면 한 동이던 말이 두 동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그 뒤에는 말이 들어가면 죽는 자동유산, 퐁당 밭을 반드시 둔다. 높은 수익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안동민속박물관 박장연 학예실장은 “윷말이 윷판을 움직이는 방향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화투놀이의 시계방향에서 포커놀이의 시계 반대방향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생활양식은 좌측이 우선이라 문서나 가사도 모두 좌서(좌서)로 썼다. 그러나 서양 문물이 도입되고, 한글기록시대로 접어들면서 윷말이 윷판을 돌아가는 방향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역 특성 윷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우선 윷의 종류부터 가락윷과 밤윷, 콩윷으로 나뉜다. 경기도와 충청도, 경상도는 주로 가락윷을 쓴다. 가락윷에는 장작윷과 싸리윷이 있다. 장작윷은 길이 20㎝, 지름 3∼5㎝의 소나무를, 싸리윷은 길이 10㎝, 지름 2㎝ 싸리나무를 쪼개 만든다. 요즘에는 구하기 쉬운 아카시아나무로도 많이 제작한다. 경북 안동에서는 윷놀이를 할 때 윷판이 없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윷판에다 윷말을 놓는 것이다. 이를 ‘건궁윷말’이라 부르는데 윷판 29밭의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충청도에서 가락윷으로 놀 때는 윷 4개 가운데 최소한 하나를, 던지는 사람의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거나 돗자리 밖으로 2개 이상 나가면 ‘낙방’또는 ’낙’이라고 보고 무효로 친다. 밤윷은 전라도와 제주도에서 주로 사용한다. 새끼손가락 정도의 굵기로 길이는 3㎝ 안팎이다. 전라도에서는 윷을 담아 던지는 용기가 종지나 접시여서 ‘깍쟁이윷’이라고도 한다. 윷을 놀 때는 멍석에 그어놓은 선을 넘도록 힘차게 던져야 한다. 선 안으로 한개라도 떨어지면 ‘낙’으로 안 된다. 윷가락 4개가 모두 멍석 밖에 떨어져도 무효다. 제주도에서는 윷 4개 가운데 하나라도 세로로 2∼3초간 서게 되면 던진 편이 승리한 것으로 친다. 콩윷이나 팥윷은 콩이나 팥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것으로 북부 지방에서 많이 사용한다. ●세계의 윷놀이 윷은 인도·페르시아·중앙아시아·동북아시아·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민속학자 김광언씨는 ‘동아시아의 민속놀이’에서 “인도의 파치시(Pachisi)가 중국의 저포 놀이를 거쳐 우리에게로 건너와 윷이 되었다.”고 말한다. 파치시는 왕·코끼리·말·양이라 불리는 네 개의 말을 십자 꼴로 벌려 놓은 3×8의 밭 위로 옮기는 놀이다. 중국의 저포 놀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윷놀이와 닮은 점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놀이판의 밭이 29개로 윷놀이와 같았다. 일본의 윷놀이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갔다. 국문학자 김사엽씨는 “윷놀이에서 한 개가 엎어지고 셋이 잦혀진 것을 이르는 일본말 ‘고로’는 곧 우리말 ‘걸’을 가르킨다.”고 설명했다. 윷과 비슷한 놀이를 아메리카대륙 원주민들도 즐겼다. 콜로라도·뉴멕시코·유타주의 선사시대 유적에서는 뼈 윷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서남박물관에는 밤윷만한 것부터 가락윷까지 서너 종류가 있다. 특히 파라과이 볼리비아의 차코(Chaco)부족은 이 놀이의 이름을 ‘윷’이라 불렀다고 한다. 놀이학자 스튜어트 컬린은 “윷놀이는 판 위에서 주사위를 갖고 하는 모든 놀이의 조상 또는 원형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윷점 쳐보세요 선 조들은 한 해의 운수나 풍흉을 알아보려고 윷점을 쳤다.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지만 윷점은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설 풍속이다. 윷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마을이 편을 갈라 윷을 놀고 그 결과를 가지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산과 들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윷을 논 뒤 들 쪽이 이기면 벼농사가, 산 쪽이 이기면 밭농사가 잘될 것으로 여긴다. 다른 하나는 새해 윷가락 4개를 세 번 던져 나온 괘로 개인의 일년 운수를 점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말을 상괘, 두 번째 말을 중괘, 세 번째 말을 하괘라 부른다. 상괘는 묵은해를, 중괘는 새해 설날을, 하괘는 정월 대보름을 나타낸다. 점괘를 얻을 때 도는 1, 개는 2, 걸은 3, 윷과 모는 4로 간주한다. 그래서 모두 64괘가 나온다.‘척성법(擲成法)’이란 책에 이같은 운수 풀이가 적혀 있다.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이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박물관 관장으로 재직하던 1895년에 저술한 ‘한국의 놀이’에서 “정월 초에 서울의 시장에서는 작은 책 한 권이 팔리는데 그것은 윷점과 관련이 있다. 여러 장에 걸쳐 세 개가 한 조인 숫자의 순열이 한자로 인쇄되어 있다. 그 옆에는 한국어로 그 의미가 설명되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 번 윷을 쳐서 모두 ‘도·도·도’가 나오면 건(乾)으로 111의 점괘를 얻는다. 이 괘의 점사는 ‘어린아이가 인자한 어머니를 만난다(兒見慈母).’는 내용이다. 나약한 아이가 포근하고 편안한 어머니를 만나듯 어려운 일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길 좋은 괘다. 세 번 윷을 쳐서 ‘도·윷·도’가 나오면 141(大過卦)인데 ‘나무에 뿌리가 없다(樹木無根).’라는 뜻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죽음을 의미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나쁜 괘다. 조선 후기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상고’에는 “정월 초하룻날 아낙네들이 (윷을)던져서 길흉을 점쳤다. 세 번 던진 뒤 주역의 64괘를 본받아 점사를 붙였다.”고 기록돼 있다.18세기 말 유득공의 ‘경도잡지’도 윷점을 상세히 소개한다.
  • ‘고개 못드는 벼’

    벼 농사 수익률이 2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 지난해 벼를 300평 재배했을 경우 생산비를 뺀 순수익은 3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부의 나이가 적을수록 쌀 생산비는 적게 들었다. 통계청이 전국에서 벼를 600평 이상 재배한 1227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2006년산 쌀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논벼 10a(300평)당 총수입은 89만 2067원이다. 여기에서 자가노동비를 포함한 생산비 60만 120원을 뺀 순수익은 29만 1946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순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43%,2005년 33.1%에서 지난해 32.7%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순수익률은 1985년의 32.4% 이후 가장 낮다. 벼를 300평 재배했을 때 순수익은 1988년 처음 20만원을 돌파했다가 2001년 51만 1593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 44만 2553원에서 2005년에는 3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자가 노동비 등을 합친 소득도 2004년 71만 5683원에서 지난해 54만 2468원으로 줄었다. 10a에서 생산된 쌀은 80㎏짜리 6.2가마로 2005년 6.1가마와 비슷하다.1가마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9만 4689원으로 2005년 9만 3410원보다 1.4% 증가했다. 10a당 벼 생산비를 경영주 연령별로 보면 ▲30∼40대 56만 8000원 ▲50대 58만 6000원 ▲60대 60만 9000원 ▲70대 이상 63만 2000원 등이다. 경영주가 젊을수록 위탁영농비 지출과 노동력 투입시간이 적게 들어 생산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70세 이상 경영주의 10a당 위탁영농비는 12만 5172원으로 30∼40대의 6만 3568원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한 노동비도 70대 이상은 11만 3653원인 반면 30∼40대는 9만 3521원에 그쳤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맞춤형 교육통신]

    ●1318hi(www.1318hi.com)는 최근 수준별, 단계별로 영어실력을 다질 수 있는 ‘시스템 영어 전문 강좌’를 선보였다. 문법·독해·어휘·청취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과 구문, 실전연습 등 3단계로 구성됐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레벨 테스트도 받을 수 있다.1566-1318.●능률교육은 최근 새로운 영어학습 사전인 ‘능률한영사전’을 출시했다. 기존 여러 영어사전의 문제점을 개선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어법을 별도로 정리하고,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용적인 예문을 수록했다. 유의어의 의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 영작문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3만 9000원.●캠프나라(www.campnara.net)는 봄 방학을 맞아 오는 23∼25일 경기도 과천과 양평 일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나의 꿈&미래의 나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캠프를 연다. 직업 선택에 대해 토론하고, 과학원리 체험, 농사 체험, 영화 세트장 견학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참가비는 저소득층 자녀는 무료, 일반 참가자는 2만원이다. 신청은 오는 19일까지.(02)716-0136.
  • 갈등만 키운 경인운하 물거품되나

    갈등만 키운 경인운하 물거품되나

    경인운하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사회적 합의’로 풀려던 계획이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갈등은 1995년 정부가 경인운하를 민자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갈등을 풀기 위해 2005년 운하건설 찬성·반대론자들이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위원장외 각각 6명 균등 추천)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가 싶었다. 그러나 3년 동안 15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16일 회의가 열리지만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론자, 협의회 투표로 결정해야 협의회는 투표를 통해 위원의 3분의2이상 동의를 얻으면 운하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투표가 세 차례 무산되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운하건설 찬성측이 투표 결과가 이해에 맞아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경인운하를 추진하지 말자는 것도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깼다.”고 주장한다. 경제성도 도마에 올랐다.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처장은 “경제성을 분석하면서 편익 항목은 늘리고 비용 항목은 빠뜨리는 등 비용편익 분석을 짜맞췄다.”고 지적했다. 또 운하를 따라 바닷물이 들어와 지하수로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나 주변 농사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운하 수질이 더러워지고 인근 해역의 생태계 변화도 우려했다. ●찬성론자,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찬성론자들은 협의회 성격을 들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협의회 자체가 사회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임의단체인데도 투표로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지으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또 “찬반 의견으로 나뉜 위원을 6명씩 같은 수로 구성하고도 건설 추진 의결만은 3분의2 이상 동의로 정한 것은 대립에 의한 일방적인 의견 관철을 이루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운하 추진 찬성론자들은 “협의회는 활동 보고서만 정부에 제출하고, 지역 주민 의견을 들은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백제 공동화장실 발굴

    백제 공동화장실 발굴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백제 말기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공동화장실이 발굴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사적 제408호 왕궁리 유적의 서북쪽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형 화장실 3기를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만들어진 이 화장실은 내부의 오수를 좁은 통로를 이용하여 밖으로 빼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구덩이가 화장실이라는 사실은 고려대 기생충학교실에 의뢰한 토양 분석에서 회충과 편충의 알이 대량으로 발견됨에 따라 확인될 수 있었다. 회충과 편충의 알은 주인공들이 농사를 지으며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고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설명했다. 회충과 편충알의 발견은 또 백제인들이 주로 채식을 하고, 육류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보여준다. 회충과 편충은 채소를 섭취할 때 감염되는 대표적인 채식성 기생충이다. 고기를 먹을 때 감염되는 육식성 기생충인 조충의 알은 확인되지 않았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시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남북 490m, 동서 240m에 이르는 장방형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국유사는 이곳을 한때 백제 무왕이 천도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도심공원, 농촌의 옷을 입다

    경기도는 9일 도심 속에서 농촌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내 50만 이상 대도시 가운데 한 곳에 ‘농업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업공원은 도시민들이 농작물의 파종과 재배, 수확 등 농사의 전 과정을 체험하면서 우리 농업의 중요성과 농촌현실을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도시공원 가운데 대략 5000㎡ 정도를 활용하게 된다. 공원에는 벼, 보리, 감자, 고구마, 옥수수, 배추 등 각종 작물을 연중 재배하고 주변에 야외교육장, 농기구 전시장, 농기계 보관창고, 휴게실 등을 설치해 휴식과 교양,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다. 도는 수원·성남·부천·고양·안산·용인·안양 등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를 대상으로 이달 중으로 사업 참여신청을 받아 대상지를 확정한 뒤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오는 7월쯤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원 조성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연말쯤 공원이 조성되면 농사경험이 있는 농촌출신 노인들을 관리자로 지정하고, 주변의 유치원, 초등학생 등을 위한 상시 체험학습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균형발전 제대로 하려면/정문성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

    지방에 살고 있어서인지, 현 정부의 정책 중에서 적어도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취지만은 바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계 11위의 경제위상에 걸맞게 선진국을 향한 인프라로 전국을 어우르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정책의 실패라고 보도하는 신문은 분산보다는 한 곳에 집중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규모가 어느 이상 커지면 집중화는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바뀌고 부작용이 커져서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양극화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그 상태가 악화됨으로써 더 문제된 듯하다. 외환위기는 기업이 야기한 나라살림의 파산이었는데,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력만 내세운 경제논리가 우선하고 선택과 집중이 문제해결의 정답처럼 존중되었다. 수출주도의 극복과정에서 1960년대의 불균형 성장에서보다 한층 신속하게 부익부 빈익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수도권은 과밀집 상태이고, 지방도시는 외화내빈이 되고, 농촌은 터전을 잃고 있다. 그 경향이 심화된 상태라 단편적 균형발전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랄 수밖에 없다고 할까. 서울은 수세기 동안 이루어진 모든 분야의 집중으로 무소불위이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이라 한다. 나랏일이 서울을 위하여 서울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그 존재조차 모르던 불문헌법에 근거하여 수도이전을 위헌이라 한 판결을 보면 서울은 자체 방어수단이 생겨버린 로봇과 같다고 할까. 전국이 하나의 도시라는 역발상으로 수도권에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어느 신문의 사설을 보면 그 방어벽이 완전해졌다고 할까. 경제와 교육에서만이라도 서울에 버금가는 지방들이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쏠림현상은 없었을 텐데. 옛날부터 서울은 기회의 땅이다. 그래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데, 몰려들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곳의 집값 폭등은 잘못된 정책의 탓이라기보다는 한곳에만 집중된 기회의 편중으로 인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필자도 믿는다. 이제 서울 아파트는 지방 거주자에게 넘볼 수 없는 부의 벽이 되었음은 물론, 봉건사회에서와 같이 사회신분의 척도가 되었다. 기회의 곳이기에 단지 분양의 수혜가 그 소유자에게 신분상승을 가져다준 것이다. 서울에서는 아이들끼리 “너는 몇 평에서 살아?”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마치 너의 신분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농촌은 심각한 정도로 공동화되고 있다. 우리가 염원하는 선진국인 서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도 농업을 소중히 하며 농촌을 잘 보존하는데, 우리는 농촌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힘들게 농사짓고도 빚이 늘어난다.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아 있는 총각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아이가 없어 학교가 문 닫는다.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최소한의 식량생산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학자들의 우려처럼 지구 온난화로 세계 식량생산량이 급감할 때 어떻게 대처하려는가. 정말 난감하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기업이나 학교의 지방이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서 구상중이라 한다. 다시 서울특혜이다. 당근이 필요한 기관만 이전할 것이다. 그렇게 처지는 기관으로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한심한 정책이 성공적일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지방 자체에 실질기회가 되는 정책을 펴보라. 우선 서울일류에 못지않은 우수한 교육이 지방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인한 희생을 이겨나가도록 해주는 정책이다. 배분이 아니라 생활수단에 대한 배려이다. 그런 바탕의 균형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보완시켜 선진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문성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
  • 주몽 이름 단 쌀 나온다

    ‘주몽이 농사지은 쌀이 나왔다.’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인기 드라마 ‘주몽’을 브랜드로 한 친환경쌀이 나왔다. 주몽쌀(joomongrice.com)은 MBC ‘주몽’과 정식계약을 통해 나주 왕곡농협에서 우렁이농법과 쌀겨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쌀. 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키토산 등 여러 종류의 친환경자재를 이용한 고품질 쌀로 관심을 모은다.
  • 콧대높아진 마누라에 하와이 남편들 울상

    최근 「하와이」에서는 관광 「붐」때문에 아내를 망치게 되었다는 남편들의 항의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인즉 호화스런 「호텔」이 자꾸 들어서고 외부의 부자 관광객들이 자꾸만 몰려드니 이곳 여자들은 다투어 「호텔」에 취직을 하게 되는가 하면 눈이 높아져 농사나 짓고 고기나 잡아먹고 사는 남편들이 눈에 차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혼율이 엄청나게 높아지는가 하면 집에서는 여자들의 콧대가 높아 도무지 남편들의 말발이 서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의 아내들은 생각만 있으면 언제든지 「호텔」에 「웨이트리스」나 하녀로 취직할 수있고 한달에 1천「달러」(약 30만원)는 쉽게 벌 수 있다니 수틀린 남편 같은 것은 필요가 없을만큼 그들의 경제권이 든든해진 것이다. 이래서 이 섬의 이혼율은 63년이래 1백 80%나 늘었으며 이는 이 섬의 평균 52%에 비할때 놀라운 것. [선데이서울 70년 6월 14일호 제3권 24호 통권 제 89호]
  • [HAPPY KOREA] “이렇게 추진합시다” 특별좌담

    [HAPPY KOREA] “이렇게 추진합시다” 특별좌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30곳이 확정됨에 따라 정책 추진의 닻을 올렸다. 서울신문은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공동으로 이들 지역을 일일이 찾아 마을현황과 추진계획, 발전방향 등을 짚어볼 계획이다. 이에 앞서 문영훈 행정자치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장,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김선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본지 조덕현 기자의 사회로 특별좌담회를 갖고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점검해봤다. ●사회자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30곳에서 제출한 계획서를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이 교수 전체 계획의 90% 정도는 일터 중심, 일터는 시설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민들끼리 상호작용과 의견 교환이 충분히 이뤄진 것도 아닌 것 같다. 지역만들기는 주민이 끌어가고, 시민단체가 밀어주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정부는 정책의 방향성과 전략을 다져줘야 한다. ●김 연구위원 주민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지역만들기가 기존 지역개발사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주민 참여, 주민 주도에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공동체가 상당부분 와해됐기 때문에 주민 주도 기반은 미약하다. 지역만들기에 대한 개념도 사회 변화와 맞물려 차근차근 잡아나가야 한다. ●문 팀장 이제 시작 단계다. 지역만들기의 취지와 개념을 알리기 위해 2∼3월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3월 말까지 각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 지역만들기의 취지가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취지를 살리는 지역에만 재정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사회자 주민들의 역량에는 문제가 없나. 정부의 개입 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이 교수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길 경우 기획능력, 인적역량, 방향설정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민들이 주도하지 않으면 이 정책이 존재할 수 없지만, 정부의 지원과 관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주민들은 꿈을 꾸고, 시민단체는 리더를 발굴·교육하고, 정부는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 협력체제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전체적인 관리와 재원 배분, 가이드라인 설정 등에 치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지자체와 주민, 시민단체 등이 협력네트워크를 통해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문 팀장 주민들의 자체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정부로서는 무책임한 행위다. 주민 주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고민도 필요하지만, 서로의 역할이나 기능이 다른 만큼 정부와 주민이 함께 가야 한다. ●사회자 시민단체의 역할이 강조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교수 지방, 특히 농촌에서는 거의 시민단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작목반과 같은 직능단체가 더 많다. 분배가 불공평하게 이뤄지거나 주민 지향성을 상실하면 직능단체 조차 파괴될 수 있다. 농어촌에서는 직능단체가 시민단체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민회’나 ‘향회’같은 주민협의체 기구를 육성해야 한다. ●사회자 지역만들기의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문 팀장 사업 기간은 3년이다. 계획서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차등 지원할 것이다. 사업이 끝난 뒤에는 지자체나 주민, 지역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후관리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농어촌에 매년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수조원에 이르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만들기 교부금’ 신설 등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 교수 주민과 행정의 우선 순위를 논하기는 어렵다.‘지역의 발전은 미친 공무원과 미친 주민 한명씩만 있으면 된다.’는 표현도 있다. 농촌은 고립적으로 봐서는 해법이 없다. 도시의 대안으로서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초기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도시와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 지역개발사업 대부분이 초창기에는 열심히 이뤄진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안 돼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새 사업을 추진하는 것 못지 않게 기존 사업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자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공동체 복원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하지 않나. ●문 팀장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될 경우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잠재적인 갈등요인이 표면화될 수 있다. 마을간 협력 문화가 사라졌다는 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걱정이다. ●이 교수 마을만들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명백한 규칙과 합의에 의한 투자와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지역적 타당성이 있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발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공공성의 확대, 공유공간의 확보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연구위원 재원의 조성, 분배, 의사결정 등에 대한 구체적·체계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치규약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특히 농어촌의 경우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 내에 ‘지역만들기 지원센터’를 설치해 추진 주체간 협력기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자 이번 대상지역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앞으로도 공모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김 연구위원 공모제를 유지하는 한 행정기관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지자체간 과열 경쟁으로 지역만들기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마을만들기 정책이 안착될 때까지는 공모제가 불가피하겠지만, 점차 상시지원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만들기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 교수 지방정부가 현장실정을 더 잘 알고, 지역만들기 추진주체로서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고주의나 자체 역량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 오히려 지방정부에 비해 중앙정부가 더 혁신적이라고 인정받기도 한다. 정부는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상호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문 팀장 공모제와 상시지원체제는 병행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역의 기획 역량과 자체 재원이 부족하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살기좋은곳은 삶터·일터·쉼터”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사업은 마을단위가 적합하며, 생활환경(삶터)을 좋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되, 일터와 쉼터도 포함해야 한다는 정부 용역보고서가 나왔다.30개 자치단체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우수지역으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초기 단계여서 참고할만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소장 이종수 교수)는 4일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살기좋은 지역’ 및 ‘살기좋은 지역만들기’개념정립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이같이 정리했다. ●‘살기좋은 곳은 4대 요소 갖춰야’ 연구팀은 전문가, 자치단체 공무원, 시민운동가 등 43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추가 연구를 통해 ‘살기좋은 지역’을 4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편리성’이다.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시설투자 중심의 시각에 매몰돼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재원 확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투입된 돈이 공동체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과 가까운 삶’도 중요한 기준으로 들었다. 도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6.9㎡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해 ‘심호흡을 할 수 있는’ 푸르름을 지닌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따뜻한 이웃 공동체’역시 핵심 개념이라고 했다. 특히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공동체성을 상실했으며, 복원을 절실한 과제로 꼽았다. 네번째로 ‘경제적 성장성’을 들었다. 경제적 성장이 전제될 때 지속가능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업단위 ‘지역´ 아닌 ‘마을´이 바람직 이 사업은 삶터를 중심으로 일터, 쉼터가 일부 포함된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기본적으로 생활공간을 좋게 만드는 것으로 추진하되 부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휴식공간을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의 단위는 ‘지역’이 아닌 ‘마을’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마을이 대상지역을 두루 포함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며, 주민들이 똘똘 뭉쳐 정책 추진을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운동, 시책, 프로그램을 합친 성격의 사업이 돼야 한다고 정의했다. 주민의 정서적 열망과 노력을 뜻하는 의미에서 ‘국민운동’의 성격을 띨 수 있고,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이란 의미에서 ‘시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택리지도 살기좋은 지역의 맥락” 1751년 저술된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는 ‘살기좋은 마을을 고르는 이론서’라고 분석했다. 택리지에선 살기좋은 마을 요건으로 4가지를 들었다. 우선 풍수와 땅의 기운, 안전을 중시했다. 경제적 잠재력도 중요하게 비중을 뒀다. 땅이 비옥해야 하는데, 농사를 짓는데 알맞은 곳을 들었다. 좋은 풍속을 가려 고르지 않는다면 자기에만 해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손도 행실을 그르친다며 공동체성과 풍속도 비중을 뒀다. 끝으로 환경적 아름다움을 들었다. 아름다운 지역환경이 없으면 사람이 거칠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택리지 외에 6·25 직후의 재건국민운동과 새마을운동, 시민단체의 ‘공동체운동’도 같은 흐름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머니 매거진’, 영국의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일본의 ‘마치즈쿠리운동’등도 참고할 만한 모델로 꼽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우리나라 남해안의 섬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무척 아름답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져 연결되는 섬마다 사연도 많아 일년내내 찾아도 그 느낌이 각각 다르다. 특히 화가의 눈에 비쳐진 남해 섬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곳마다 캔버스의 그림처럼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며 미적 카타르시스를 빚어낸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한려수도와 경남 남해의 섬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주는 첫회로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읍에서 1박, 남해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다랭이 마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두번째는 남해도에서 ‘창선도’를 거쳐 2006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뽑힌 길을 따라 늑도 대교, 창선교, 삼천포 대교를 지나 삼천포 항을 거쳐 통영으로 간다. 마지막에는 통영에서 거제교를 지나 장승포 남쪽 해안선을 따라 ‘해금강’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변 길을 느껴볼 예정이다. 글·그림 화가 남궁문 artistdiary@hanmail.net 섬이 커서였을까. 남해도는 산도 높아 보였고 그만큼 길도 험했다. 그러기에 여기저기 계단식 논들 역시 눈에 많이 띄었다. 길은 산과 언덕을 따라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그럴 때마다 마을이 하나씩 등장했다. 처음엔 이리저리 둘러 보며 관심을 가졌지만, 내리막길에선 마주치는 바람 때문에 추위에 진저리를 쳐야 했다. 이제 길은 바다 쪽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해도 맑아서 겨울바다는 계속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언덕 길 몇 굽이를 돌다 보니 시야도 서서히 터지기 시작했다. #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의 비탈마을 섬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하늘은 왜 이다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기만 한가. 사실,1년을 살아도 오늘 같이 이렇게 맑은 날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나이 50줄에 접어들면서야 깨닫게 된 일이다. 날씨가 이렇게 티 없이 깨끗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운이 좋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점점 바다는 넓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 깨끗한 바다, 수평선, 맑은 하늘.. 자전거로 달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행복하지 않을까. 여기는 남녘이라 바람도 온화해서, 마을마다 이른 봄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따사로와 보이기도 했다. 굳이 서둘러 갈 일도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은(오르막이라 자전거를 끌면서 걷고 있었기에), 그리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니 최대한 즐기면서 천천히 가도 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굽이를 도는데, 아, 거기가 바로 내가 오고 싶었던 ‘다랭이 마을’이었다. 산 중턱에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 척박한 주변 환경의 농지는 다 계단식(다랭이) 논인데다 그 앞에는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아늑한 마을.45도 비탈에 108층이나 되는 계단식 논은 마치 신이 빚은 모습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저렇게 계단식인 다랭이 논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리곤 또 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왔으리라. 그런 이 지역의 특수성을 간직한 채, 그동안 오랜 세월을 조용하고 이름 없이 견뎌왔을 한 가난한 어촌 마을.‘다랭이 마을’이란 이름 속엔, 그런 모든 속뜻도 다 포함돼 있을 듯 싶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곳을 와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었다. 한 나그네가 되어, 바다와 수평선이 보이는 이런 평화로운 언덕길이 있는 마을을 그저 지나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천혜의 조건이었다. 어쩌면, 비밀의 요새 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어쩐지 신비스럽기까지 한 마을의 모습은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여름이거나 가을 같은 경우엔 다랭이 논의 색깔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니, 최근에 지었을 법한(아니면 개축을 했을 법한) 새로운 사각의 콘크리트 집들도 몇 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을 이상한 형태의 집들도 건설되고 있었다. 아, 그 건 ‘불협화음’이었고, 크나큰 아쉬움이었다. 이미 저 마을도 저런 현대식 집이거나 마을 뒤 도로 쪽의 이런저런 관광시설 등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난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저렇게 현대화 바람이 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체념만 하기엔 이 아름다운 자연조건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다랭이 마을은 다랭이 마을일 때에만 그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저 사람들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가난하게만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의 추억 초가집이었을 때 와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렇게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렇게 따스한 날에는 저런 어떤 한 집의 마루에 걸터앉아, 시원한 동치미에 따끈한 고구마를 먹어도 좋으리라. 그래 나는 어제 밤에도 고구마를 먹었었지. 바로 이 섬, 남해도로 들어오다가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에 얽힌 기분 좋은 꿈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내렸고, 남해대교를 건넌 뒤 조금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데,‘배 직판’이란 등이 켜진 간판이 보였다. 그런 일이 있으려고 그랬을까. 내 마음은 그 곳으로 끌리고 있었다. 시원한 뱃물이 입 속 가득 담기는 환상에 젖어,‘저기 가서 배를 두어 개 깎아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끌었다. 그 가게는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었는데, 안에 여자가 있어 보였다. # 넉넉한 인심에 배부른 길손 “아주머니! 저, 배 좀 먹고 갈 수 있을까요?”하고 불렀더니,“예, 들어 오세요.”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나오는 사람은 어린 티가 나는 여학생이었다. 좀 의아했지만 나는 “내가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중이라, 배를 사러 온 건 아니고. 지금 너무나 목이 타서 들른 것이니 배 한 두개만 깎아 먹고 가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그러세요.”하면서도, 그 여학생은 유심히 나를 살피는 기색이었다.“그럼, 조금 기다리세요.” 하더니, 배를 가져 오려는지 그 뒤에 있던 집 쪽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곧 이어 그리 크지 않으면서 볼품도 없는 배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여행을 다니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그러게나 말이오.” 하면서 나는 그 배를 받아 깎으려는데,“아니라예. 제가 깎아 드리께예.” 하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배를 직접 깎기 시작했다. 그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았다. 어차피 내 장갑을 꼈던 손이야 하루 종일 여행에 절은 땀내가 배어 있을 테니까. 학생은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방학을 맞아 집에 와서 부모님을 돕고 있는 대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이렇게 추운데 여행 다니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다시 물었다. “힘이야 들지요.. 이렇게 목도 타고.” 그러는 사이에 그 학생이 배를 다 깎은 것 같아 빼앗듯이 받아, 입을 크게 벌려 통째로 베어 먹으려는데,“아저씨, 안돼예! 그렇게 드시면, 입천장 다쳐예.” 하는 핀잔(?)을 들었다. 이어 그 학생은 무슨 생각이었는지,“배 드시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학생이 시킨 대로 잘게 자른 배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갈증을 풀고 있었다. 못 생긴 배였음에도 보기보다 물도 많았고 또 시원했다. 그리고 퍽 달았다. 잠시후 그 학생의 손에는 고구마 몇 개가 올려진 쟁반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좋아하실는지 잘 모르겠는데예. 시장하실 텐데, 이 것 드세예.” 한다. 무척 오랜만에 보는 껍질이 멀건 하얀 물고구마였다. 나는 허기진 배에, 체면이고 염치고 접어두고는 그 고구마 세 개와 배 두 개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이런 모습을 본 여학생은 “더 갖다 드리까예? 저는 안 좋아하시까봐 쪼금만 가져 왔는데예.”라고 말한다.“아니, 아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거면 충분해요. 남해읍에 도착하면 또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학생, 이 거 얼마면 되까?” 하고 물으니,“아녜예, 돈 안 받으려고 했어예. 그래서 배도 못난 걸로 갖고 왔는데예.”라고 한다. 의외였다. 어쩌면 나에겐 딸 같을 수도 있는 어린 여학생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을 한다. “그래도 받아야 돼.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도 생각해야지.” 거의 반강제로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만 보면, 정말 돈을 더 주고 싶기도 했다. 하긴 가난한 내가 돈을 준다면 그 아이에게 대체 얼마를 더 준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 해도 그 건, 그 순수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을, 어른의 ‘허세(?)’일 수도 있고, 하찮은 돈으로 마음을 사려는 행위일 것이었다. # 가로등없는 어두운 도로위에 별만 총총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가요. 고마워요, 학생!” “근데예. 아저씨! 여기는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위험한 곳이니, 조심해서 가셔야 돼예.” “그래요?” “예, 저 앞에는 1년에도 몇 차례씩 사고가 나는 지점이니 조심하세요.” 그 마음도 무척 예뻤다.‘너는 왜 이리 예쁜 짓만 하고 있는 거냐.’ 나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론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학생.” “가실 때는 저 쪽, 도로 끝 오른 쪽으로 바짝 붙여서 가세예. 아저씨, 여행 잘 하시고예,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고구마는 너무 맛있었어요.” 깜깜한 도로로 나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언뜻 뒤를 돌아 보니 아직도 그 학생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의 전깃불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고맙구나. 웃음 띤 그 얼굴이, 그리고 니 마음씨가 너무나 예쁘구나.’ 아까 배를 먹으며 방 안에 있던 시계를 보니, 일곱시가 안 되었던데 읍엔 여덟시 무렵에 도착되겠지. 나는 14~15㎞ 남았던 남해읍까지, 일단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야 했다. 남녘이라 그런지, 초저녁부터 하늘엔 오리온 별자리가 총총했다. 주위가 어두워 별은 더 빛나 보였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땀도 식어 슬슬 추워올 것도 같은데, 마음은 푸근하기만 했다. ‘아, 하늘에 뜬 저 별들도 아름답다지만, 그 여학생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호 계속> ●주변 들러볼 곳 남해 호구산 군립공원, 한려해상 국립공원, 금산 보리암, 남해 상주해수욕장, 미조포구, 독일인 마을
  • ‘하이서울 친환경농장’ 분양

    ‘얘들아, 주말농장 가자.’ 서울시가 다음달 1일부터 ‘하이서울 친환경농장’ 7500계좌를 선착순 모집한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상 농장은 남양주시 조안면, 양평군 양서면·서종면·강하면, 광주시 남종면·퇴촌면·중부면·초월읍 등 모두 14곳 12만 3750㎡(3만 7500평·1계좌당 5평) 규모다. 임차료는 계좌당 2만 5000원으로 1인당 2계좌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단체는 회원수에 따라 적정한 규모로 신청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종자, 퇴비, 천연 방제제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만큼 적은 비용으로 무공해 채소를 가꾸는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 희망자는 시 홈페이지(www.seoul.go.kr)나 농수산유통과(3707-9385∼6)로 신청하면 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4)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4)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바뀐 이후 섬 전체는 개발이 가속화되어 민속촌이 아니고선 옛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제주시에서 남서쪽 직선거리로 15㎞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유수암 마을. 제주시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해안 일주도로에서 멀리 있는 까닭에 개발이 늦어졌다. 돌로 담을 쌓고, 초가를 짓고, 돌하르방을 만들었던 제주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원래 물이 용출되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마을 이름이 유수암(流水岩). 마을로 들어서자 샘물이 나오는 공동빨래터에서 동네아낙들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집에 거의 세탁기가 있어 빨래하는 모습을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마치 잃어버린 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신기한 광경을 보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기자에게 아흔의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카랑카랑한 강위원 할머니의 말이 떨어진다. “늙은이 찍엉 뭣에 쿠꽝?” 며느리를 집에 들여도 시어머니랑 각자 살림을 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제주의 여인네들. 허벅(제주방언. 물을 길어 나르는 동이)에 지고온 빨랫감을 물에 헹군 뒤 양손에 잡고 쥐어짜는 손아귀에선 억센 섬여인의 힘이 느껴진다. 예로부터 빨래터는 방망이를 두드리며 삶의 고단함을 해소하는 곳이자 옹기종기 모여 이웃간의 정을 나누며 동네의 이 소문 저 소문을 전하던 곳이다. 한동안 이방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녀들만의 진짜 사투리 대화로 시끌벅적하다. 마을 정중앙을 흐르는 유수암천에서 내려오는 첫물은 받아서 음용으로 쓴다. 그리고 흘러 내려온 다음 물은 몸을 씻는 데 사용하고 세 번째는 빨래를 하는 데 사용하는데 물쓰는 일을 마치 곡식 아끼듯 한단다. 집과 밭의 둘레에 나지막이 둘러쳐진 전통 돌담은 거친 제주바람을 꿋꿋이 이겨내며 주민들과 수십년 동안 정겨운 동거를 해오고 있다. 돌을 다루는 장인 정신과 돌을 이용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듯 느껴졌다. 대부분의 마을 농가는 감귤을 재배한다. 최근 들어서는 귤값이 폭락해 귤농사를 접고 감자를 재배하거나 목축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단다. 조랑말은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서 반야생 상태로 서식하며 긴 세월 동안 제주 환경에 적응하여 온 작은 말이다. 자그마한 체격으로 환경에 대한 강한 적응력과 지구력을 갖고 있어 흔히 제주민에 비유되기도 한다. 마을에는 외지인들도 들어와 산다. 전직 은행 간부 출신인 문주용(60)씨는 새삶의 터전을 관광 마을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펜션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유채도 같이 재배하고 있다. 기존의 유채에 있던 독성을 없앤 개량 유채품종을 키워 마을 전체가 노란 유채물결로 덮이는 꿈을 꾼단다. 원래 제주도에는 한라산 주변에 주택들이 발달하여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4·3사건 이후 마을 전체를 중산간 마을 아래로 이주시키는 바람에 위로는 마을이 거의 없다. 유수암리는 해발 300m 정도의 중산간 마을로서 섬 전체가 개발로 인해 점차 원형을 잃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제주도 특유의 풍물과 마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돌이 한데 어우러져 ‘제주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수암 마을. 그곳에선 유구한 ‘탐라 역사’의 숨결과 향기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어린이책꽃이]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이주헌 지음, 상상공방 펴냄) 미술관이라는 말은 미술박물관의 준말이다. 미술관은 박물관의 일종이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영어 뮤지엄은 그리스어 무세이온(museion)에서 온 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가지 학예의 여신(뮤즈)의 전당이라는 뜻이다. 동화 형식의 재치있는 글을 통해 그림 지식과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 반 고흐·고갱·세잔 등 후기인상파, 쇠라·시냐크 등 신인상파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9500원.●건축가 김수근 공간을 디자인하다(황두진 지음, 나무숲 펴냄) 서울의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가회동, 재동, 삼청동, 원서동 등을 아우르는 지역. 지금도 한옥이 많이 보존돼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건축가 김수근은 이 북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나의 집은 서울의 북촌”이라고 할 정도로 북촌을 사랑한 그는 서울에서 사는 동안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도 늘 북촌을 벗어나지 않았다. 올림픽체조경기장, 경동교회, 한계령휴게소, 청주박물관 등의 실물사진을 통해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1만 2000원.●수라간에 간 홍길동, 음식의 역사를 배우다(김선희 지음, 파란자전거 펴냄) 육당 최남선은 곰탕과 설렁탕이 고려시대 몽골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몽골의 ‘슐루’라는 음식과 이름·요리법 등 여러가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설렁탕은 조선의 ‘선농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임금과 정승판서가 음력 2월 동대문밖(현재 제기동) 선농단에서 1년동안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유래된 음식이 바로 설렁탕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음식의 역사를 살핀 음식역사 동화.8700원.●흙속의 작은 우주(앨빈 실버스타인 등 지음, 김수영 옮김, 사계절 펴냄) 산이 낙엽으로 뒤덮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양을 토양동물들이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지렁이, 톡토기, 쥐며느리, 개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낙엽을 먹은 지렁이는 배설을 통해 2㎜이하로, 톡토기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분해한다. 동물의 배설물은 ‘자연 쓰레기’중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똥풍뎅이류는 배설물만을 전문으로 처리한다. 어린이를 위한 토양동물 이야기.9800원.
  • [Local] 전북도 맛체험 관광마을 조성

    전북도는 농촌의 특색있고 신선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맛체험 농촌관광마을’ 2곳을 시범 조성키로 했다. 맛체험 농촌관광마을은 마을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재료로 특화된 음식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농사와 농촌문화 체험 등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도는 농가들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마을 2곳을 선정, 각각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성과가 좋으면 2009년까지 이를 10곳으로 늘려 나가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마을별로 농촌의 다양한 맛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할 방침”이라며 “농촌의 새로운 관광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비상금 통장·터주단지 다 찍어 실었네유”

    “비상금 통장·터주단지 다 찍어 실었네유”

    “아 글쎄, 서랍장까지 모두 뒤져서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니까요. 딸이나 며느리라도 같이 살았다면 속옷 같은 것은 어쩔 뻔했는지, 원….” 충남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에 사는 김명호(72)씨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주 펴낸 ‘김명호 씨댁 생활재 조사보고서’를 24일 받아들고는 “이름 석자만 올라있어도 영광인데, 책 한권에 온통 우리집 얘기가 실려 있으니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생활재(生活財)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추는 생활용품을 뜻한다. 김씨는 “뭐 저런 것을 다 집에 갖다 놓고 사느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노인정에 가서 자랑하는 것은 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부인 강신성(71)씨는 “박물관에서 조사를 나오면 어떻게 나 혼자서 밥을 먹겠느냐는 생각으로 담북장 끓여 점심 한끼 차리곤 했을 뿐”이라면서 “이렇게 책이 되어 나올 줄 생각이냐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지금은 대전시에 편입된 충남 대덕군 진잠면 용계리 옥살미 출신으로 1955년 김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낳았다. 반곡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이다. 민속박물관은 김씨네 생활재 말고도 ▲민속지 ▲영상민속지 ▲민가(民家) 등 반곡리를 대상으로 한 4권의 조사보고서를 집중적으로 펴냈다. 예정지역 50여개 마을을 모두 조사한 ‘인류·민속분야 문화유산 지표조사’보고서 7권도 별도로 발간했다. 반곡리에는 모두 176가구가 산다. 김씨 집이 집중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데다 집을 보호하는 성주, 아이를 기원하는 삼신전대, 집터를 지키는 터주단지를 아직도 모시고 있는 만큼 생활재를 함부로 버리거나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속박물관은 2005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김씨집을 조사했다. 안채·사랑채·창고채의 장롱·서랍·선반 속과 뒤뜰 장독의 내용물까지 조사해 모두 5000여점이 사진과 함께 보고서에 실렸다. 김씨 집에는 부부만 아는 비밀공간이 있는데, 조사팀의 배려로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았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도 아직은 눈치를 못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비상금이 ‘쬐금’ 들어있는 예금통장까지 모두 찾아내 촬영했다.”고 조사의 철저함에 감탄했다. 이미 토지보상까지 받아 조만간 반곡리를 떠나야 하는 김씨는 “밤중에 자리에 들면 고향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면서 “나이라도 젊으면 땅값이 조금이라도 싼 논산이나 서천으로 나가 농사를 다시 시작해 보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없다.”고 서운해했다. 부인 강씨는 “아파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부터 큰 속 썩는다.”면서 “작은 아들네가 애 낳는다고 해서 가보니 아파트는 열통 터져서 못살겠더라.”고 한숨지었다. 글 연기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술 한잔 받으시게” 아침부터 막걸리 권유에 빠져…

    서울신문과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공동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우수 지역 탐방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여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우수 마을 50여곳을 다녀 왔다. 방문한 대부분의 마을이 본받을 만한 장점으로 가득했다. 기사로 쓴 내용보다 기사에 담지 못한 뒷얘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그 일부나마 소개해본다. ●어르신들 반짝이던 눈가에 이슬 맺히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사상마을로 향하던 차 안에서 주민 수가 100명 남짓이라는 말을 듣고 “많아야 4∼5명쯤 만날 수 있겠구나.”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은 족히 30∼40명은 됐다.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기자보다 20∼30년 이상 연배가 많은 어르신들이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했다. 처음에는 기자의 질문과 설명이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좀 격한 표현을 썼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지금 여기에 모이신 분들만 잘 되라고 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지금도 자식들은 모두 외지로 떠났는데, 어르신들이 살아계실지 모를 10년이나 20년쯤 뒤에 마을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마을이 남아 있을까요? 어르신들보다는 어르신들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이곳에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왔습니다.”순간, 어르신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반짝이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보았다.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나 절실함을 느끼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와 이 어르신은 눈으로 얘기했다. ●“우리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이처럼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가 주민들이 보여준 열의 때문에 머쓱해지는 순간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원리 대승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모이신 분들은 이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만이 아니었다. 마을에 자문을 해주는 예원예술대 한지문화연구소 관계자 등 기자를 응시하는 눈이 너무 많아 괜한 부끄러움까지 들 정도였다.1시간여 동안 질문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기자님, 고작 그것만 물어보나요? 우리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이 후 기자는 그때까지 주민들에게 했던 질문보다 더 많은 답변을 해야 했다. 마을 발전을 갈구하는 주민들의 궁금증에 비하면 기사를 쓰기 위한 기자의 궁금증은 ‘새 발의 피’였다. ●“헉! 어르신 한명당 한잔?… 그럼 기자는?”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다랭이마을을 갔을 때다. 취재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탓에 이른 아침 서둘러 마을을 찾았다. 취재를 마친 뒤 다른 마을로 떠나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꾸리는 기자의 손은 어느덧 동네 어르신들의 몫이었다.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을을 일부러 찾은 손님을 그냥 보내면 주인된 도리가 아니지. 이 술 한 잔만 받고 가시게. 우리 동네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약이야. 젊은 기자 양반이 막걸리 한 잔 못 마신다고 하겠어?” 하지만 속았다. 한 잔은 어르신 한 명당 한 잔이었다. 연거푸 막걸리 몇 잔을 들이킨 뒤 마을을 다시 둘러봤다. 우리 농촌에서 황폐해진 것은 눈으로 보여지는 주변 환경일 뿐, 가슴으로 전해지는 훈훈한 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애교섞인 청탁에 대략 난감 “저는 그냥 취재 기자일 뿐인데요.” 현지 취재를 다니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한 표현 중 하나다. 정책 취지와 방향을 잘 알고 있을테니, 마을 발전에 조언을 하거나 중앙정부에 얘기를 잘 해달라는 식의 ‘애교섞인 청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민 평균 수입이 연간 1억원이 넘는 ‘전복 마을’을 찾았던 전남 완도군의 경우 기자에게 재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겠노라고 답변했지만,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현지에서 만난 지자체 공무원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 기사화됐던 내용을 모두 꼼꼼히 스크랩한 뒤 방문 당시 궁금한 점을 조목조목 질문하는 ‘학구파형’이 상당수였다. 기자와 동행한 행자부 공무원 등에게 무조건 잘 할테니 잘 봐달라는 ‘읍소형’, 다른 지역의 동향부터 살피는 ‘스파이형’, 우리 지역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흔들림없이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요지부동형’ 등이다. 보여지는 모습은 달랐지만, 모습 뒤에 감춰진 열의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똑같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도 기자와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자체 우수계획 선정을 위한 1차 심사 결과,126개 시·군 가운데 47곳이 통과했다. 다음달 초면 최종 선정 지역 30곳이 가려진다. 최근 1차 심사에서 탈락한 지자체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왔다.“장 기자님. 그동안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탈락했지만, 낙담하지는 않습니다. 더 노력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뽑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이 나아질 수 있는 길인데, 쉽게 포기할 수 있나요.”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마을 발전 씨앗 뿌리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정책은 ‘위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지역의 변화는 ‘아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지역을 가꾸기 위해 소수의 실천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파문을 일으킨다. 이 소수의 실천가는 마을 발전의 비전을 세우고 씨앗을 뿌려 주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이런 실천가들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국 우수 마을 현장취재 당시 부산·울산·경남지역을 함께 다녀왔다. 이 지역에서도 이러한 실천가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삶터를 가꾸어 가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울산 울주군 맑은내배꽃마을을 방문했을 때, 경남 밀양군 밀양연극촌을 방문했을 때 꽃보다 아름다운 마을 리더를 만났다. 마을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쇠락해 가는 마을을 재생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행정기관을 설득하는 이장님, 대도시가 아닌 소규모 도시에 연극단을 세워 ‘연극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단장님. 이들 모두가 지역의 숨겨진 보물과 같았다. 이런 마을 리더를 묵묵히 지원해주고 협력하는 많은 지원기관도 눈에 들어왔다.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그들이다. 지역만들기, 마을만들기는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고 자기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빚어낼 수 있는 조화로운 하모니다. 일본의 마을가꾸기 운동인 ‘마치츠쿠리’는 지난 1970년대 시작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늦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우리도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마을이 있고, 이런 마을에서 활동하는 리더가 있고, 이를 지원하려는 정부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그 터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닦여있었다. 김상광 행정자치부 사무관 살기좋은지역기획팀 ■ 밤에 눈 비벼가며 토론 ‘방관자’서 ‘참여자’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방자치단체 우수계획 선정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다.2차 평가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우리도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과 희망을 갖게 됐다. 남원시는 지리산과 광한루, 섬진강을 간직한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마을 환경을 정비한 뒤 30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다 보니 인구 유출과 고령화의 늪에 빠져 탈출구가 필요했다. 이는 주민들의 열의로 증명됐다. 대상지역 선정을 위한 자체 공모에서 무려 16개 마을이 신청한 것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산면 구름다리마을을 대상지역으로 뽑았다. 지난해 11월 추수가 끝나지 않은 터라 주민들은 낮에는 들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밤에 눈을 비벼가며 마을을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매일같이 밤참을 내왔고, 브레인 스토밍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주민들이 사실상 브레인 스토밍을 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의견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을에 위치한 대산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푸짐한 상품을 내걸고 ‘우리 지역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았다. 무려 75가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모였으며, 상당수는 계획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지역개발 방식은 지역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중앙이 기획하고, 지방이 따르는 하향식이었다. 창의성과 특성있는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고, 주민 참여는 구호에 불과했다. 하지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과 개성을 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그려나가고 있다. 주민들을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바꿔놓은 것이다. 강춘성 전북 남원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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