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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소통의 기술(하지현 지음, 미루나무 펴냄) 정신과 전문의인 지은이가 진심이 통하는 인관관계를 맺기 위한 소통의 원칙을 제시한다. 인간관계의 심리를 읽고, 인간 사이에 놓여 있는 수많은 ‘심리적 필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감과 경청, 오픈 마인드, 배려, 거짓말과 진실 다루기 등 관계를 풀어가는 마음의 기술을 알려준다.1만 2000원.●역사(이이화 지음, 열림원 펴냄) 역사학자인 지은이가 한반도가 형성된 시기부터 1987년 6월 항쟁까지 한국의 역사를 정리했다. 그는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으로, 병자호란은 조청전쟁으로 각각 바꾸어 부른다. 전체적인 서술 비중은 자주와 개혁에 두었고 생활사, 풍속사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자아비판과 자기반성도 곁들여졌다고 설명하고 있다.1만 4500원.●사기의 인간경영법(김영수 지음, 김영사 펴냄) 사마천의 ‘사기’를 20년동안 연구한 지은이가 중국 역사 속 제왕과 현인들의 인재 경영술과 처세술의 특징을 뽑아냈다.‘사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성을 인재를 대접하는 지혜, 기회를 간파하는 직관, 사람을 설복시키는 논리, 대세를 인정하는 유연성, 신념을 지키는 당당함 등 열가지로 정리했다.1만 6000원.●이산 정조대왕(이상각 지음, 추수밭 펴냄) 이산은 정조 임금의 이름.‘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 인간관계의 해법과 삶의 지혜를 조망하는 글을 써온 지은이는 인간으로서 이산과 왕으로서 정조를 전면적으로 파고든 대중 교양 역사서이다. 정조의 삶을 화성행차, 반대파에 둘러싸여 있던 세자 시절,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모습 등으로 재구성했다.1만 3000원.●나는 지금 싸이질로 세상을 바꾼다(임승수 양준석 지음, 시대의창 펴냄) 싸이월드 클럽 ‘함께 만드는 참세상’의 운영자와 부운영자가 사용자 쪽에서 바라본 싸이월드 비평서이다. 두 사람은 인터넷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싸이월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미니홈피의 개인화와 개인정보 유출 등은 아쉬운 점으로 바라본다.1만 800원.●시베리아 예찬(김창진 지음, 이룸 펴냄) 성공회대 교수인 지은이가 일곱 차례 시베리아를 다녀오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다. 자작나무와 숲 속의 통나무집, 그 옆을 흐르는 강의 풍경, 그리고 시베리아의 문학과 예술 이야기를 담았다. 지은이는 시베리아 오지가 개발되면 검은 담비와 샛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한다.1만 1700원.●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박효신 지음, 여성신문사 펴냄) 한국일보 기자와 온양민속박물관장 등을 지낸 지은이가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이야기를 적었다.40대 중반을 넘어서 은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시골로 가자, 흙을 만지면서 노동하며 살자. 더 욕심내지 말고 있는 것 하나하나 버리면서 살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1만 1000원.●진보의 역설-우리는 더 잘살게 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가(그레그 이스터브룩 지음, 박정숙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오늘날 미국인들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녀들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고 생각한다. 혜택받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못하는 모순이 우리의 미래에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점검했다.1만 8000원.●무이암차(武夷岩茶)-녹차 청차 홍차의 뿌리를 찾아서(맹번정 박미애 지음, 이른아침 펴냄) 무이암차는 글자그대로 중국 푸젠(福建)성에 있는 무이산에서 채취한 청차(반발효차 혹은 우롱차)를 말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무이구곡의 골짜기를 찾아가 직접 경험한 무이암차의 역사와 종류는 물론 제다법과 색향미를 친절하게 안내한다.1만 5000원.
  • ‘지역혁신대회’ 오늘 폐막…성공사례 봇물

    ‘비타민 고추’가 있다. 일반 고추보다 비타민C의 함유량이 15배나 높다. 그래서 생겨난 별칭이다. 원래 이름은 ‘생생 청양고추’다. 매운 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이 히트시켰다. 제조 비결은 청양만의 독특한 건조 설비. 그런데 그 건조장이 다름아닌 폐교다. 일반 비닐하우스에서 말렸을 때보다 비타민 함유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해당 농가의 소득도 덩달아 2배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연구소, 학교 등이 합심해 빚어낸 대표적 혁신 성공사례다.13일 폐막식만을 남겨놓은 ‘지역혁신대회’에는 비타민 고추 못지 않은 혁신 성공 사례들이 시선을 붙들었다. 한 달간의 대회기간 동안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대표사례들을 들여다봤다 ● 고추에도 ‘명품’이 있다 생생 청양고추의 본류는 청양고추다. 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명성에 비해 실제 이 고추를 사는 소비자는 전국의 1%에 불과했다. 청양군청과 공주대학교, 지역주민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청양의 청정 환경에 착안, 명품 고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먼저 공주대가 주축이 돼 들쭉날쭉한 고추 품질을 표준화했다. 최소한 소비자들이 고추를 샀다가 낭패볼 일은 없게 만든 것이다. 주민들은 고추연구회를 조직했다. 제조업체나 시도하던 리콜(소환 수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제초제도 추방했다. 문제는 판로였다. 명품 청양고추만을 사는 소비자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고추마을을 만들고 고추축제를 열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인터넷 판매망도 구축했다. 그 결과, 연간 100억원의 추가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히트시킨 신상품이 바로 비타민C 고추다. 청양은 ‘고추 혁신’으로 충청권 대전에서 지자체 부문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 곤충을 농사짓다 경북 예천군에는 색다른 농업이 있다. 바로 ‘곤충 농사’다. 환경이 깨끗해 당도 높은 ‘예천 사과’로 유명한 이곳은 사과에 몰려드는 꿀벌과 나비 등에 주목하게 됐다. 화분 매개 곤충을 키워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나 기술력이 부족해 툭 하면 곤충이 죽었다. 농민들도 “키울 게 없어 곤충이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시장성이 불투명했다. 희망이 보인 것은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등과 산·학 협력을 맺으면서부터. 자신감을 되찾은 예천군은 2004년 농민들을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화분 매개 곤충인 호박벌과 머리뿔가위벌을 지역 농가에 공짜로 나눠줬다. 약용 곤충인 흰점박이 꽃무지의 대량생산에도 들어갔다. 꼬리명주나비를 인공 증식하고 장수풍뎅이와 넓적사슴벌레를 본격 사육했다. 덕분에 호박벌 1㏊(헥타르 약 3000평)당 74억 64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게 됐다. 수입대체 역할도 톡톡히 했다.2003년 25만원이던 호박벌 수입가격이 2006년 9만 5000원으로 떨어졌다. 곤충생태체험관 운영을 통한 관광 부수입도 짭짤하다. ● 장애인재단, 베이비 채소로 히트 그렇다고 지자체만 혁신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복지재단인 유은재단은 종업원의 특성을 살려 혁신에 성공했다. 전체 근로자의 70% 이상이 장애인이다.2003년 웰빙 바람이 불자 이 재단은 의류 사업을 접고 새싹채소(Sprouts) 재배로 사업을 전환했다. 출발은 좋았다. 적은 인원으로도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내 시련이 닥쳤다. 잦은 시행착오와 유통업체 부도 등으로 떼이는 돈이 쌓여갔다. “결국 믿을 것은 품질밖에 없다.”는 각오로 전 직원이 품질 향상에 매달렸다. 상품 가짓수도 늘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요즘 큰 인기인 베이비 채소(Baby Leaf)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새싹채소보다 상품성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메밀싹과 허브도 재배한다. 요즘에는 새싹채소를 이용한 2차 가공에 도전 중이다. 비누, 화장품, 로션, 건강기능식품 등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한때 부산 최고의 번화가였던 중구(中區)도 지역혁신대회의 ‘스타’로 떠올랐다. 신흥 시가지에 밀려 쇠퇴해가던 중구는 간판 거리인 광복로를 패션 1번지로 탈바꿈시켰다. 자갈치 축제를 대폭 물갈이하고 보수동 책방골목을 복원했다. 시민들이 다시 중구를 찾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 27억원 아낀 영어특구 경남 창녕군의 외국어교육특구는 몇 안되는 지역특구 성공작 가운데 하나다. 초기에는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국인 강사와 학생들이 외면했다. 하지만 창녕만의 3단계 특화로 약점을 극복했다. 먼저 관내 9개 고등학교에 외국인 교사를 1명씩 배치했다. 해외배낭여행, 외국 학교와의 자매결연, 고교 토익반 운영 등 수요자(학생) 중심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중학교에도 외국인 교사를 전부 배치했다. 2단계로는 창녕영어체험캠프를 만들었다. 투자비용이 워낙 많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다른 지역의 영어마을과 달리 처음부터 연간 6억원의 저비용 고효율에 맞춰 상품을 설계했다.2년째를 맞은 영어캠프는 전국 50여개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여름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영어를 체험시키는 ‘인텐시브 코스’가 인기다. 마지막 3단계가 사이버외국어학습센터다. 실시간 화상교육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유명 강사의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영어체험캠프와 사이버학습센터를 연계시켜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꾸준히 이어가게 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창녕군이 영어특구를 통해 절감한 사교육비만도 연간 27억원으로 추산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회 총괄 정준석 산업기술재단 이사장 정준석(56)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혁신 세력’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다름아닌 지역혁신대회를 디자인하고 총괄 관리하는 ‘총감독’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12일 “혁신의 근간은 사람”이라고 했다.“지역혁신대회 무대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지역”이란 말도 했다. 재단은 무대 뒤에서 그저 약간의 윤활유 역할만 할 따름이라는 겸손이다. 그는 지역혁신대회의 성공 비결을 ‘과감한 주인공 교체’에서 찾았다.“역대 모든 정부가 지역 혁신을 추진했으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지역정책의 주도권이 지역이 아닌 중앙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시스템으로는 세계화·지방화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주도권이 부처별로 흩어지다보니 추진력도 떨어졌다. 지역들도 중앙정부에 의지하는 타성에 젖었다. 정 이사장은 “혁신대회를 권역별로 나눠 실시함으로써 지역들 스스로 산학 협력 등을 통해 혁신 대상과 해결책을 찾게끔 동기 부여를 한 것이 적중했다.”면서 “이제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았다.”고 뿌듯해했다.‘공동 감독’인 광역자치단체와 지역혁신협의회에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사람이 없는 산업, 사람이 없는 기술, 사람이 빠진 지역발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지역의 혁신 리더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기술인재 양성에 최우선 순위를 둘 방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이사장은 올 3월 취임했다. 서울 용산고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총무과장, 무역투자실장 등을 지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지역혁신대회란 2006년 처음 선보였다. 해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 앞서 열린다. 전야제격 행사이자 미니 박람회인 셈이다. 권역별로 혁신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우수작을 뽑는다. 혁신 주체는 자치단체, 기업, 재단 등 제한이 없다. 첫 해에는 부산, 대구·경북, 광주·전남 세 곳만 참여했으나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16개 광역자치단체를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충청권(대전, 충북, 충남) 등 10개 권역으로 나눠 한 달간 행사를 치른다. 올해는 지난달 13일 강원권에서 시작됐다. 우수사례는 지역혁신박람회 홈페이지(www.kricx.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행사격인 대한민국 혁신박람회는 9월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 [지방시대] “코시안도 코리안” 뒷받침할 제도 시급/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광주발 서울행 KTX 고속열차 안. 정말 오랜만에, 옛 고등학교 동창 M을 만난다. 건장한 체구에 얼굴마저 검붉고 넓적해서 마치 내 고향 해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M 선생. 그는 현재 전남 화순에서 중학교 체육선생으로 재직 중이다. 전북 정읍역을 지나고 있을 때다. 친구는 불쑥 최근 농촌지역의 큰 현안으로 대두된 ‘결혼 이민자와 취학 자녀’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를 쏟아놓는다. “어이 친구, 자네는 ‘코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각지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을 온 여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0% 정도가 그녀들이 낳은 자식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가 싶네. 또 그런 예측 통계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네.” 코시안이라? 코시안(Kosian)이란 말은 본래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각국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2세, 특히 한국인과 결혼하여 낳은 자녀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련 당사자들은 이 말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신들도 이제는 ‘어엿한 코리안’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의 친구인 M선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화순군 관내 한 초등학교의 현황이랄까 사정을 예로 들려준다. “어이 친구, 화순의 D초등학교 경우 올해 3월초에 입학한 신입생 15명 중 9명이 아시아 지역에서 온 이민자 자녀들이라네. 물론 이 중에는 러시아 신부가 낳은 아이도 한 명인가 끼어있다고 하거든. 자아, 이렇게 본다면 이제 전라도의 농촌지역 학교도 60% 이상이나 이민자 학생들로 채워지게 됐다는 얘기인데…. 아마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상황일 거야.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랄까 대안이 바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러겠는가, 친구야!” 친구 M선생과 용산역에서 헤어진 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봤더니 과연 결혼이민자 자녀들의 증가 추세는 놀라운 모습이다. 먼저 결혼이민자 가구에 있어서 광주광역시 경우 올해 4월말로 1806가구, 지난해와 비교해 연간 51% 증가한 수치이고 전남은 3777가구(지난해 3537가구)를 기록하고 있다. 취학 아동수는 광주는 지난해 194명에서 322명으로 증가했고 전남은 전체 취학 아동수가 1500명인데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1364명이다. 지난해 말 전체 취학 아동수가 878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가 100% 증가한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 전남도는 본청과 순천·나주·영암 등 4곳에 ‘결혼이민자가족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외의 대다수 군단위에서는 그것마저도 없다. 해당 이민자들이 조사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어 그중 한 어려움이다. 아마 이런 현상은 가히 전국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농촌지역이 많은 전남의 경우 그 심각성이 커 이에 대한 연구와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론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도 그렇다는 의견이다. 코시안? 아니 결혼이민자와 그들 가족들이 떳떳하게 한국인으로,‘코리안’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적인 행정시스템과 교육시스템 그리고 민간협조기구도 하루빨리 발족·정착·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한국옷을 입고,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자녀들을 낳아 기르는 한 그들도 분명히 당당한 코리안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 이장도 女風… 청원군 66.7% 증가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시골이장 자리에도 여풍이 강하게 불고있다. 8일 충북 청원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4명이던 관내 여성이장이 올해 40명으로 66.7% 증가했다. 전체 이장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4.3%(552명 가운데 24명)에서 올해 7.0%(569명 가운데 40명)로 늘어났다. 이장자리에 여성진출이 늘어난 것은 보수적 특성이 강한 농촌지역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점쳐 커져가고 있는 데다가 다른 한편으론 농촌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통장처럼 여성이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농촌에서 남성 노동력 중심의 농사 일이 줄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실제 지난해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아파트지역(전체 8441 가구)은 38개 리 가운데 무려 26개 리에서 여성이장이 배출됐다.한편 최근 국제결혼으로 군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조만간 이주여성 이장도 나올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있다.청원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이명박 후보에 쏟아지는 의혹과 해명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6일 무더기로 쏟아졌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 국회 건설교통위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측은 이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에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들고 나왔다. 이 후보의 큰형 명의 부동산 관리비용을 동생들이 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측은 정 전 의장의 주장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후보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증빙서류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이 12대 국회 때 건교위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대 건교위 의원에게 이런 내용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은 “정 전 의장이 허위 폭로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기왕지사 폭로를 한 이상 폭로한 사람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입증하지 못할 때는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받아쳤다. 박 후보측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이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부동산 매각대금 62억여원을 재산신고에서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1993년 서울 서초동 땅 매각 대금 60억원 가운데 35억 844만원 ▲같은 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매각대금 12억원 ▲94년 양재동 빌딩 매각대금 15억여원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후보측 박형준 대변인은 유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서초동 땅 매각 대금 가운데 34억여원을 세금으로 냈고 ▲압구정동 아파트는 재산신고 이전에 매각해 신고대상이 아니고 ▲양재동 빌딩 매각대금 용처도 명확하게 검증위에서 밝혀졌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다시 “양재동 빌딩 매각 관련 세금을 재산신고 시점 이전에 냈는지, 보증금 반환 경위는 어떠했는지 더 자세히 밝히라.”고 거듭 공격했다. 한편 이 후보의 큰형 명의로 된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과수원 부지를 관리한 박모씨의 임금을 당시 코오롱 사장이던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냈다고 오마이뉴스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 부의장측이 해명했다. 큰형이 하던 감귤 농사가 잘 안돼 이 부의장측에서 한 달에 20만∼50만원씩 대신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혼인의 문화사/김원중 지음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은 보통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의 행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본래는 동·서쪽 남자 모두에게 미련을 두는 처녀의 심정을 담은 표현이었다고 한다. 중국 제나라에 혼기가 찬 처녀가 있었는데, 동쪽 집안과 서쪽 집안에서 동시에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 집 아들은 못생겼지만 부자였고, 서쪽 집 아들은 가난했지만 ‘꽃미남’이었다. 부모는 궁리 끝에 딸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동쪽 집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어깨를 드러내고, 서쪽 집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라.”했다. 딸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양쪽 어깨를 모두 끌어내렸다고 한다. ‘낮에는 부유한 동쪽 집에서 먹고, 밤에는 잘생긴 서쪽 남자와 자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처녀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이야기로, 공자가 살던 무렵 일반 서민들의 자유연애 풍토는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혼인의 문화사’(김원중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중국 고대의 성(性)의 모습을 제시하며 혼인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국의 성과 결혼, 가족 문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다. 지은이는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지아비를,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처첩제도 등 전통적인 중국의 가족제도가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유교문화권 여성을 억압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은이는 수천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중국 혼인사에서 중심축이 되는 남녀의 관계에는 ‘동가식서가숙’의 고사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로 춘추시대나 위진남북조시대의 귀부인 사이에 보편화된 사통(私通)이나 성도덕의 문란, 절대권력을 휘두른 여제(女帝)의 남성 탐닉을 보면 고대 중국의 여성은 남성의 성적 노리개로만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의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혼인의 예절을 갖추지 않고 이루어진 남녀의 성관계를 야합(野合)이라고 했는데, 공자 역시 야합으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멸시를 받지 않은 것은, 공자를 잉태한 야합이 춘사(春社)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농사가 순조롭기를 땅의 신에게 비는 춘사에는 예외적으로 야합이 허용됐다고 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라는 개념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 모계사회의 단계에서는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확신하지 못하고, 어머니도 자식과 아버지의 필연적인 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부계불확실성’이 지배했다. 한반도에서도 단군왕검과 박혁거세, 견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웅이 ‘아비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중심의 일부일처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어원학적 측면에서도 성(姓)은 어머니의 혈통을 중심으로 삼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여자라는 뜻의 女(여)와 태어난다는 의미를 가진 生(생)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아버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성의 결정이 모계로부터 비롯하고 있으며, 성의 주체가 여자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4) 경북 봉화 반야마을·샘터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4) 경북 봉화 반야마을·샘터마을

    경상도에서 오지라면 단연 봉화다. 봉화에서도 산골 중의 산골로 꼽히는 석포면 반야마을과 샘터마을. 강원도 태백시를 지나 석포면 소재지에서 동쪽으로 7㎞쯤 들어가면 도 경계를 넘어 경상북도의 끝자락이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우선 나래기(날개의 방언)를 거쳐야 한다. 마을 모양이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계곡과 산비탈 사잇길은 일방통행만 가능한 좁은 길이다. 화전으로 일군 비탈밭은 하늘에 닿아 있다. 고랭지 채소들의 초록빛과 하늘의 푸른색이 청량하다. 이른 아침부터 비탈밭에서 쟁기질을 하는 조상규(65)씨.“요새 채소값이 좋아. 오늘 안으로 저기 산밑에 있는 밭까지 다 갈아야 돼.”라며 아득한 산밑을 가리키며 소를 재촉한다. 나래기 마을을 지나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가파른 노루목을 오르면 짙은 녹음 사이로 탁 트인 너른 들판이 나타난다. 반야계곡의 절경이다. 마을 모양이 소반같이 생겨서 넓은 들이라는 반야(盤野)마을이다. 예로부터 반야마을은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다고 전해 온다. 첫째는 들이 넓어 굶어죽을 염려가 없고, 둘째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니 전염병이 들 리 없고, 셋째 사방이 높은 산과 깊은 골이어서 전쟁의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넓은 들에는 아침부터 아낙들이 줄지어 무씨를 심고 있다. 모자란 일손을 도우려 면에서 왔다는 아낙들은 부지런한 손놀림과 흥겨운 노래로 밭을 메워 나간다. 고랭지 채소를 대구와 부산으로 출하한다는 김진표(68)씨.“채소 농사는 로또와 같아. 온갖 정성을 다해 70일이나 키워. 그래도 폭락할 때는 그 자리에서 갈아 엎어.”라며 채소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춘양목으로 유명했다.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이 소나무는 건축재와 가구재로 많이 쓰여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1996년에 폐교된 반야 분교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분교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200년 된 춘양목이 마을의 역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이마저도 윗부분은 말라 죽어가고 있다. 작년에 분교를 매입했다는 서양화가 황재형(56)씨는 반야마을에 푹 빠져 있다. 서울에서 태백으로 또다시 반야마을로 들어왔다는 황씨는 오염되지 않고, 자연이 살아 있고, 사람을 품듯이 다정한 지형이 마음에 들었단다. 그래서 춘양목 아래 놓여 있던 정자를 비롯해 자연을 거스르는 불필요한 치장과 시설물들을 제거했다. 반야마을을 지나면 샘터마을이 나온다. 가뭄이나 홍수 때나 마르지 않으면서 언제나 똑같은 물맛을 유지한다는 웅덩이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샘터는 찾을 수 없고 기도처가 자리잡고 있다. 농가 마루에서 오수(午睡)를 즐기던 김진복(70)씨는 “집이 석포면에 있지만 매일 여기에 와. 여기가 제일 편해.”라며 한평생을 지낸 옛집을 찾아 유유자적한다. 자연을 친구 삼아 산에서 약초도 캐고 밭에서 일도 하는 게 제일 좋단다. 해질 녘이면 오토바이로 집으로 돌아간다. 공영버스가 하루 한 편. 그나마 공휴일에는 차편이 없어진다. 그래도 집집마다 무쇠솥이 걸려 있고 담벼락엔 장작을 가득 쌓아 두는 마을이다. 수십년 된 흙벽과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이 산길을 따라 드문드문 한가롭게 놓여 있다. 한때 100호가 넘게 사람들이 살았으나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어린이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나 산비탈을 화전으로 개간한 억센 생명력의 주민들이 자연을 닮은 평화로운 얼굴로 살아가는 마을이다. 사진 글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기고] 개방화 파고,우수 브랜드농산물로 넘는다/김달중 농림부 차관보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이 싼 가격을 무기로 하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 우리 농산물은 품질을 내세워 소비자를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농산물이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소비자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무엇일까? 해답은 농산물의 브랜드화이다. 산지농협이나 영농조합 등을 중심으로 많은 농가가 뭉쳐 작물재배나 가축 사육방법을 통일하고 안전성도 철저히 관리하여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여러 농가가 결속하여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고 안전성도 갖춰 한 가지 브랜드로 유통시킨다면 소비자들의 선택도 쉬워지고, 고정고객 확보가 가능해져 시장 평가도 높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일정 물량을 일정 가격 이상에 지속적으로 팔 수 있어 안정적인 농사가 가능해진다. 농산물의 브랜드화는 상대적으로 일찍이 규모화가 진전된 축산분야에서 시작되었다. 정부에서는 개방화시대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축산물브랜드 육성정책을 추진해 왔다. 종축, 사료, 가축 키우는 방법 등을 통일하여 품질의 균일성을 높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공급규모를 늘리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어 왔다. 우수 브랜드를 뽑아 널리 알리기 위하여 해마다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를 열고, 소비자단체가 나서서 브랜드를 평가하여 우수한 브랜드를 인증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발전가능성이 있는 브랜드 경영체를 선발하여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품질과 안전성 관리 노력, 경영능력 등이 우수한 브랜드경영체 73곳을 선발하여 컨설팅, 생산·유통시설 현대화, 마케팅 등에 쓸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림부가 본격적으로 우수 축산물브랜드 육성정책을 추진하면서 축산농가들 스스로가 똘똘 뭉쳐 브랜드 규약을 만들고 실천하는 등 브랜드화 노력이 뜨거워지고 있다. 품질과 안전성 측면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명품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농업인들이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부시책과 현장 농가들의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2003년 브랜드육 유통비율이 한우는 17.4%, 돼지는 41.4%에 그쳤으나,2006년에는 각각 32.2%,50.9%로 증가하였다.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에 고정적으로 납품되어 고가에 팔리고 있고, 수요에 맞춰 물량을 대기도 힘들다. 소비자단체가 우수하다고 인증한 축산물브랜드가 36개에 달한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브랜드가 하나 둘씩 늘어남에 따라 브랜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2004년 18%에서 2006년 34.4%로 크게 상승하였다. 정부는 2006년에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쌀, 과수, 채소에 대한 브랜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쌀은 앞으로 시·군 단위의 대표브랜드를 100개 정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과일이나 채소, 콩,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다른 작물도 브랜드를 통해 품질과 차별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지금 현장에서는 많은 농업인들이 합심하여 우수 브랜드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는 소비자들의 평가에 달려있다.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명품 브랜드 농산물 생산을 위해 현장의 농업인들과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할 때이다. 김달중 농림부 차관보
  • [길섶에서] 장마와 빈대떡/이목희 논설위원

    장마철을 맞아 “소주·막걸리에 빈대떡이 먹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 TV프로에서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음향전문가를 찾아가 빗소리와 빈대떡 부치는 소리의 파장을 비교해봤다. 아주 흡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때문에 빗소리를 들으면 빈대떡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떠오른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모아 비와 빈대떡의 함수관계를 분석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저기압이 강해지면 공기의 울림이 적어 음식의 향기가 날아가지 않아 식욕이 증진된다고 했다.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영양소를 가진 밀가루와 헛헛함을 달래주는 기름을 본능적으로 찾게된다는 해석도 있었다. 재미있으면서도 “글쎄?”라는 의문이 든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비가 줄기차게 올 때 드는 생각의 첫번째가 “또 비야?”라는 짜증이었다고 한다. 비가 와 농사일을 쉬거나 용돈이 없으면 집에서 오순도순 부침개를 부쳐먹던 습성이 정답 아닐까. 따뜻한 전통에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 빈대떡의 낭만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아시아의 피카소’ 신순남 등 까레이스키 7명 120점 서울展

    올해는 연해주에 모여 살던 고려인들이 구 소련에 의해 낯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 카레이스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이민자들의 후손이 3∼19일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미술 전시회를 연다.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70주년 기념전 ‘까레이스키’.7명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화가 작품 120여점이 소개된다. 지난해 8월 79세로 타계한 신순남 화백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찌감치 독창적인 화풍으로 이름을 날리며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의 피카소’로 불린 인물.1937년 두 차례에 걸쳐 17만여명의 고려인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송된 강제이주는 천형과도 같은 고통이었다. 신 화백은 “사람이 탈 수 없는 화물 객차에서 며칠 밤낮을 시달리다 중앙아시아 늪지대에 버려졌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소금땅이나 황무지를 개간해야만 했다.”고 여덟 살 때 겪은 강제이주의 기억을 술회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로 100m, 세로 120m의 화폭을 22장이나 이어 붙인 신 화백의 ‘승리(2004)’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유민의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고향을 건설, 고유한 문화의 뿌리를 일궈낸 고려인의 영광을 재현한 작품이다. 신 화백보다 한살 어린 안일 화백은 중앙아시아 세밀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우즈베키스탄 미술전문대 교수로 재직하며 홍범도 장군,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다. 신 화백의 큰며느리인 신이스크라와 그의 딸 신스베틀라나는 서정적인 꽃그림을, 동명 이인인 두 명의 김블라디미르와 박니콜라이는 추상적이면서도 장식적인 그림들을 출품한다.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고려인 후손들은 슬픈 역사를 상속받았지만 그들의 작품은 밝고 화사하다.”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작품에는 한민족 특유의 낙천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02)735-4032.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서용의 국제환경 돋보기] (6) 환경보호위해 공적개발원조 늘려야

    [정서용의 국제환경 돋보기] (6) 환경보호위해 공적개발원조 늘려야

    예부터 콩 하나도 나눠 먹으라는 말이 있다. 농사철에 서로 돌아가면서 모내기를 도와주는 품앗이 풍습도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형과 아우가 밤새도록 서로를 위해 몰래 쌀가마를 옮기다 보니 아침에는 결국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훈훈한 전래동화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서로 돕고 사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좋은 전통을 가진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가 서로 돕고 사랑하는 전통을 국내에서만 아니라 지구촌의 어려운 이들에게도 나눠줄 때가 되었다. 소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원조로 가난 극복 공적개발원조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장 큰 액수의 공적개발원조를 받은 국가로 꼽힌다. 해방에 이어 한국전쟁에 휘말려 스스로 일어설 힘조차 없었던 우리는 많은 나라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미국이 총 5조 5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줬고, 일본과 독일, 아랍제국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는 유·무상의 원조자금을 토대로 굶주림에서 벗어나 고속도로를 깔고, 항만을 건설하고, 공장을 지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로 도약했다.1993년 세계은행의 차관 졸업국이 되어서 스스로 설 수 있는 나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공적개발원조에서 환경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의 하나이다. 배고픈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선진국들이 몰래 버린 유해폐기물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개발도상국가들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사태를 방치해 매일같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상하수도가 분리되지 않아 버린 물로 다시 음식물을 씻어 먹다 보니 수인성 전염병이 퍼져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지구사회가 함께 나서지 않으면 환경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를 넘어서 지구 전체의 환경에 그 파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환경분야 공적개발원조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여러 국가들의 환경분야 공적개발원조 정책을 통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물론 유엔도 새천년개발목표(MDG), 파리선언 등을 통해서 환경분야 공적개발원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로부터 받은 지원 이젠 되돌려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지구사회의 선도국가가 됐음에도 분야별 공적개발원조 액수가 국민총소득(GNI)의 0.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환경분야는 급속한 개발과정에서 대응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이것이 다른 개발도상국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정책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러한 무관심은 2004년까지 환경분야의 공적개발원조 총액이 고작 57억여원에 불과하다는 통계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무턱대고 높은 환경보호 수준을 요구하는 선진국보다 빈곤과 기아로부터 탈출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속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해온 우리나라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 제도를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하는 우리나라가 지구사회로부터 가장 많은 공적자금원조 혜택을 받은 은혜를 갚는 길일 것이다. 명지대 교수(국제법), 바젤협약 이행준수위원회 위원
  • [길섶에서] 멧돼지와 숲/구본영 논설위원

    얼마전 멧돼지가 선산(先山)의 산소들을 헤집어 놨다는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새삼 놀랐다. 서울 변두리에 멧돼지가 출몰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은 진작 들었건만…. 멧돼지의 ‘배은망덕’이 괘씸했다. 수렵금지나 산림녹화로 그토록 보호해 줬는데 말이다. 하지만 들짐승이 사고를 친 것도 필경 먹을 게 없어서였을 게다. 산에 유실수가 적은 데다 농사 지을 이가 없어 선산 주변의 밭뙈기들은 묵혀놓은 지 오래라지 않나. 산림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의 숲이 연간 1인당 126만원의 공익적 가치를 보장한다고 한다. 공기 정화, 홍수 방지, 휴양공간, 야생동물 터전 제공 등의 기능을 하면서다. 양적으론 최단기간에 이룬 치산의 세계적 성공 사례다. 하지만 그런 숲도 멧돼지의 보금자리로는 미흡했던가. 한 차원 질 높은 산림 가꾸기가 필요한 때인 모양이다. 모처럼 짬을 내 선산을 찾았지만 비가 내려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 것만 해도 헛걸음은 아니었다고 애써 자위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제주 ‘三無 전통’ 되살린다

    제주 ‘三無 전통’ 되살린다

    ‘대문 없던 때가 살기 좋았어요.’ 26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마을. 장석진(48) 이장은 굳게 닫혀 있던 자신의 집 철제 대문 두 짝을 떼내기 시작했다. 망치질 몇 번에 집 안과 밖을 가로막고 있던 철제대문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옛날처럼 이웃간에 믿고 살아야지요. 우리집도 곧 대문을 떼낼 겁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400여명의 주민이 도란도란 모여 농사를 짓고 사는 제주의 한 시골마을이 예부터 대문, 도둑, 거지가 없다고 해 붙여진 제주의 ‘삼무(三無)정신’을 되살리자고 나선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은 근면, 절약,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아, 도적질을 하거나 구걸을 하지 않고 집에 대문도 없이 살았다. 집 입구 정주석에 집주인의 외출 등을 알리는 ‘정낭’이란 긴 나무를 걸쳐 두면 그만이었다. 상명리 주민들은 3월부터 사라진 삼무를 되살리고 옛 정취가 물씬 나는 가장 제주다운 마을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130가구 중 120가구가 대문을 없애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이달 말까지 56가구를 대상으로 대문 철거 작업을 우선 실시하고 10월까지 마을의 대문을 모두 없앤다. 장 이장은 “처음에는 멀쩡한 대문을 떼내자는 데 다들 반대했다.”고 말했다. 한림읍도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정주석과 정낭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40만원을 가구마다 지원하기로 했다. 강영호 한림읍장은 “주민들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앞으로 상명리 대문 없는 마을을 관광자원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 붙여진 삼다도(三多島)라는 제주의 별칭은 올 연말쯤에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농어촌 ‘브랜드 마을’ 뜬다

    농어촌 ‘브랜드 마을’ 뜬다

    농어촌에 ‘마을 관광상품화’ 바람이 불고 있다. 농작물 상품화와 동떨어져 있던 시골 마을들이 “전통 브랜드화’를 앞세워 돈벌기에 나섰다. 여기에 마을의 청정 농수산물을 방문자에게 얹어 판매해 농어민에게는 일석이조이다. 단순 농사나 어업에만 종사하던 시골이 소득원 찾기에 눈을 뜬 것이다. 독특한 전통 어로법이나 농수산물 생산 과정을 상품으로 내놓는 곳도 있다. ●별주부마을 등 소득 두 배 늘어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에서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만 되면 어른과 어린이 20∼30명이 바닷가 돌담 안에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잡는다. 어부가 된 듯이 그물로 만든 뜰채로 멸치와 우럭 등을 잡아 바구니에 넣는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독살’이라는 이 마을의 전통 어로법이다. 바닷가에 돌담처럼 쌓아놓고 밀물 때 담을 넘어 들어왔다가 썰물 때 달아나지 못한 고기를 잡는 것이다. 이 마을 주민 김생우(48)씨는 26일 “사리 때 하루 2시간 동안 독살을 빌려주고 30만원을 받는다.”며 “주민들이 수입을 나눠가져 이런 행사를 하기 전보다 가구당 소득이 두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체험마을 연간 수입 1억원 웃돌아 체험마을과 테마마을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마을을 브랜드화한 곳은 2002년 27개에서 현재 287개로 급격히 늘었다. 농림부 전영미 사무관은 “주민들이 스스로 특성에 맞게 마을이름을 바꿀 정도로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3개 체험마을에서 체험행사를 열고 농수산물을 판매해 183억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도선국사마을은 도자기 및 손두부만들기와 짚풀공예 등을 해 연간 1억원의 관광소득을 올리고 있다. 주민 신승균(55)씨는 “광양에서 가장 보잘 것없던 마을이 지금은 광양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자랑했다. 유명하기는 충남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 ‘원골마을’도 마찬가지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7월 말 자연예술제가 열린다. 주민들이 마을 골목길, 산과 들에다 한두가지씩 작품을 만드는 행사다. 올해로 11회째다. 예술제가 열릴 때에는 외지인과 외국작가들도 참가해 연간 7000∼8000명이 몰려든다. ●텅빈 농촌에 사람 소리… 농수산물 등 판매 수입도 짭짤 한지 뜨기와 공예, 풀피리 만들기 등 체험 행사를 열고 있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한지마을’ 주민 강귀순(46)씨는 “지난해에만 6000여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많이 찾아 산나물과 고추, 마늘, 잡곡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도선국사마을도 하루 6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민박에 묶고 마을에서 생산된 무공해 채소와 과일을 사가 집집마다 짭짤한 부대수입을 올리고 있다. 유명세를 얻고 있는 다른 브랜드 마을도 민박과 펜션을 지으려고 혈안이다. 주민 신씨는 “수입도 수입이지만 텅텅 빈 마을에 아이들 웃음 소리가 들려 사람 사는 맛이 난다.”며 “마을에 들렀던 관광객 중에는 아예 이사를 오겠다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 교촌마을의 송종대씨도 “이농과 고령화 등으로 비어가던 마을이 테마마을 변신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기뻐했다. ●환경 훼손·지나친 장삿속 멀리해야 나쁜 점도 없지는 않다. 벌랏한지마을의 강씨는 “관광객들이 심어놓은 채소까지 손을 대고 감나무와 밤나무 가지를 꺾기도 한다.”고 말했다. 별주부마을 김씨는 “관광객이 체험행사를 왔다가 농경지와 바다, 마을 등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간다.”고 귀띔했다. 대전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김석출 교수는 “1차 산업인 농·어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환경을 해치거나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종합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테마·체험마을이 되려면 마을에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시·군에 신청을 한다. 시·군에서는 매년 1월 말까지 신청을 받아 시·도에 올린다. 시·도는 심의 후 5월 말까지 체험·테마마을을 선정한 뒤 예산기획처를 거쳐 농림부에 이를 통보한다. 체험·테마마을로 선정되면 국비와 지방비 1억원씩 모두 2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들 마을은 이 돈으로 체험관 등 관련 시설을 마을에 건립한다. 사업은 주로 농어촌 마을의 전통 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농어업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공동체의식을 다져주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 강원 철원군 대마리는 아직도 ‘지뢰와 전쟁’중

    강원 철원군 대마리는 아직도 ‘지뢰와 전쟁’중

    중부전선의 치열했던 포성이 멎은지 54년. 이제 6·25전쟁은 교과서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거로 묻혀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 매설한 지뢰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묻혀 있는 지뢰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999년 국방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112만 5000여발의 지뢰가 묻혀 있다. 하지만 미군 측에서 헬기를 이용해 무작위로 뿌린 지뢰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뢰매설지역은 치열했던 전쟁 당시 한 뼘의 땅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곳들이다. 현재 지뢰매설지역 중 군 작전에 필요한 매설지역은 5분의1 정도. 미확인 지뢰 면적만 수원시 정도 크기로 남아 있다. 지뢰가 제거되지 않다 보니 최근에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2005년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서는 공사 도중 낙석이 지뢰를 건드려 폭파해 인부가 사망하고,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에서는 농사일을 하던 농부가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뢰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지뢰를 제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남북이 아직도 ‘휴전중’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뢰매설지역은 군 작전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민간인이 지뢰를 발견해서 군에 신고를 하면 왜 군사시설물을 훼손했냐는 반응을 듣기 일쑤다. 실제로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주민들은 지뢰를 발견해 군에 신고했다가 말씨름만 했던 경우가 여러번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둔 지뢰가 얼마나 더 있을까 주민들은 항상 불안하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으로 1995년 12월 통일 독일 국방부는 과거 동·서독 국경지대에 매설됐던 지뢰의 제거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무기에 대한 피해는 민간인들도 군인들과 같은 보상을 받는다. 지뢰 제거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비 또한 걸림돌이다. 일본에서는 100만발의 보관중인 지뢰를 제거하는 데 2001년도부터 3년 동안 600억원의 경비를 사용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기관 추정으로 60년간 14조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의 모호한 책임소재도 문제다. 미국 정부는 전세계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없애는 ‘Mine Zero 2010 project’라는 계획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지뢰매설에 대한 원상복구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지뢰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지 않다. 1968년 정부의 권유로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개간을 위해 입주한 유철훈(71)씨. 그는 이듬해 3월 묘장초등학교 개간사업 도중에 지뢰를 밟아 발목을 잃고 말았다.“북한한테 우리나라가 잘 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강제로 개간을 시켰던 거지요.1인당 6000평의 땅을 받는 대가로 지뢰피해는 본인이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들어왔던 것인데…5년이 지나니까 지주들이 땅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유씨는 정부가 배운 것 없는 자신들을 농락했다며 40년 전의 일을 씁쓸하게 회상했다. 유씨는 현재 보상은커녕 일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나를 대신해서 애기를 등에 업고 품앗이를 해가면서 어렵게 살아온 아내는 지금도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고 있고, 아들도 교육을 제대로 못시켜서 막노동을 하고 있어.”라며 생활고를 토로한다.1957년 만들어진 국가 배상법 역시 복잡하게 되어 있어 농사일을 하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접근도 못하고 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대한 보상은 있지만 휴전이라는 이유로 전후 처리에 대한 보상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군사상 필요한 부분은 우선 보류하더라도 지뢰 제거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다. 전쟁의 포성은 오래 전 멈췄지만 ‘전쟁의 상흔인 지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경북 논농사 친환경 바람

    경북지역의 농촌 들녘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왕우렁이와 쌀겨를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 논농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 문경시는 21일 전체 쌀 재배면적 4900여㏊ 중 친환경농법 면적이 지난해 404㏊에서 올해 561㏊로 39% 늘었다고 밝혔다. 친환경농법 쌀 재배면적 중 우렁이농법이 154㏊로 가장 많았고, 쌀겨농법이 111㏊, 활성탄농법이 80㏊, 오리농법이 16㏊, 기타농법이 200㏊를 각각 차지했다. 영천시도 최근 조사 결과 지난해 왕우렁이와 쌀겨농업 등 친환경농법 논 농사 면적이 450㏊에서 올해 700㏊로 30% 가까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진군은 3년 이상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논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쌀 재배면적이 지난해 6㏊에서 올해 243㏊로 무려 40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30여㏊는 농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을 획득했다. 울진지역의 올해 전체 친환경농법 쌀 재배면적은 3017㏊로 조사됐다. 도내 전체 친환경농법 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6391㏊에서 올해 8621㏊로 크게 늘어났다. 시·군 관계자들은 “올해 쌀시장 개방으로 다수확 시대는 지나갔으며, 친환경농법을 통한 좋은 품종의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것만이 농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벼 집단재배지를 중심으로 영농자재를 지원해 친환경 인증쌀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농민이 순박하다고?” 60억 사취한 여성 농부

    “농사꾼이라고 너무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머리 잘 돌아가거든요.” 중국 대륙에 50대 한 여성 농사꾼이 자신의 본업인 농사를 짓기보다 윤똑똑이들을 손쉽게 속여 돈을 삼키는데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사기 사건’의 장본인은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충화(從化)에 살고 있는 올해 52살의 뤄딩잉(羅定英)씨.전문대학 출신인 그녀는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공·사문서를 위조해 모두 5000위안(약 60억원)을 사취한 혐의로 붙잡혀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고 신식일보(信息日報)가 20일 보도했다. 농투성이인 뤄씨를 ‘순박한 시골 농사꾼’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그녀의 사기치는 기술은 가히 ‘예술’이라고 불릴만하다.바쁜 농삿일 틈틈이 사문서 말할 것도 없고 공문서까지 밥 먹듯이 위조해 돈을 ‘꿀꺽’하는가 하면,고린전 몇 푼을 빌려주고는 사채업자 저리 가라고 할 만큼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는 ‘악랄한’수법을 썼다. 뤄씨가 사기꾼 세계에 발을 처음 내디딘 것은 지난 1999년.우연히 충화시 공장(公章·도장)을 위조해 서류를 작성해 손쉽게 돈을 벌면서 비롯됐다. 이에 재미를 붙인 그녀는 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지방정부 등의 문서를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위조해 사기를 치는데 이용했다.사기를 치는 것만으로도 부족했던지 사기쳐 번 돈을 고리(高利)의 이자놀이를 하는 사채업자 역할까지 해내며 ‘실력’을 발휘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충화시 인민정부·광저우연초제조창·광둥연초공사 등 57개의 공·사문서를 아주 정교하게 위조해 28명으로부터 무려 5000만위안(약 60억원)을 꿀꺽 삼켰다가 덜미를 잡혔다. 뤄씨는 특히 지난 2003년 7∼9월 야오(姚)모씨로부터 100만위안(약 1억 2000만원)·후(胡)모씨로부터 117만원(약 1억 4000만원),광저우 톈허(天河)○○공사로부터 536만위안(약 6억 4300만원)을 사기쳐 최고의 절정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HAPPY KOREA] 해외편 유럽(하) 잘사는 마을 ‘저비용 고효율’ 해법

    [HAPPY KOREA] 해외편 유럽(하) 잘사는 마을 ‘저비용 고효율’ 해법

    |레오강(오스트리아)·라인스바일러(독일) 글 사진 장세훈특파원|방문객 유치를 위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회수 부담이 커지고, 재정력을 갖춘 소수에게 수익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요원해진다. ‘저비용 고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해법을 유럽 선진 마을을 통해 조명해 본다. ●전신주 없고 대규모 시설 건축 원천 봉쇄 푸른 나무 옷에 새하얀 눈모자를 쓴 것 같은 알프스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오스트리아 레오강. 빙하가 녹아내린 물에 석회석 등 각종 미네랄 성분이 섞이면서 연초록 빛을 띠는 강물도 인상적이다. 레오강은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광업과 목축업에 의존하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굶주림을 못이겨 매년 수십명씩 마을을 등지기도 했다. 그러나 1972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광산이 문을 닫자, 변화의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 경사진 목초지에 스키 슬로프를 개발했다. 2001년에는 800㎞ 구간의 산악자전거 코스도 조성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매년 160만명이 몰리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헬가 하머수미트 레오강 자치대표는 “2년마다 한차례씩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왜 왔는지 설문조사를 한다.”면서 “90% 이상이 환경이 우수하다고 답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럽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환경보존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가정마다 자가발전시설을 설치해 전신주나 전깃줄은 찾아볼 수 없다. 난방은 기름 대신 나무를 연료로 사용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생활용수는 하수관을 통해 수십㎞ 떨어진 도시로 보내 처리한다. 호텔과 민박 등 숙박시설은 모두 전통 농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음식 역시 이곳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들이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주민들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게다가 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에 대한 건축 허가는 주민들의 반대로 원천 봉쇄돼 있다. 크리스티안 크레세 레오강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영국·러시아 등지의 부유층들이 땅을 사고 싶어 하지만 개발 수익이 아무리 많아도 환경과 전통에 배치될 경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원인은 각종 시설에 대한 운영·수익권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오강은 오스트리아의 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잘츠부르크에서 불과 60㎞ 떨어져 있지만, 이동에는 1시간30분가량 걸렸다.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불구불 이어진 2차선 도로, 폭이 3∼4m에 불과한 마을 길 등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방문객은 접근성이 떨어져 ‘못’ 가는 게 아니라, 보고 즐길 게 없어 ‘안’ 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본보기인 셈이다. ●마을 단일작물 포도 재배… 전통 와인 명성 독일 중서부에 위치한 라인스바일러 역시 레오강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곳이다.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 사이 구릉지에 사뿐히 들어앉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 바로 라인스바일러이다. 과거 주민들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작물에 손을 댔지만, 신통치 않았다.20여년전 주정부가 일정한 성과를 내면 지원하기로 약속하자, 주민들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가 포도였다.‘선(先)지원, 후(後)성과’ 방식의 우리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특히 마을이 포도라는 획일화된 작물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포도의 종류만 10여종에 이른다. 또 와인 농가들은 포도를 숙성시키기 위한 대규모 시설 대신, 작지만 독특한 저장고를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중세 때부터 이어온 전통 방식부터 현대 기법을 적용한 것까지 다양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95% 이상이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다. 농가마다 다른 맛을 내는 와인은 각각 다른 상표로 출하된다. 다만 주민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조합에서 와인 성분을 철저히 분석,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딸 내외와 가족형 와인농장을 운영하는 토마스 지크리스트는 “마을이 산지에 위치한 탓에 농사 환경이 열악해 최후의 선택처럼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독일 전체 최고급 와인생산자 100명 가운데 2명이 이곳 주민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최고급 와인은 방문객들을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와인농가들은 소득을 독점하는 대신, 민박농가 등과 연계하려는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전체 180가구 가운데 와인농가는 16가구에 불과하지만, 이들 때문에 나머지 가구는 와인시음장과 민박시설 등을 운영해 독일 전체 평균 소득 이상을 벌이들이고 있다. 또 이 마을은 독일 16개주 중 하나인 라인란트팔츠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중세 시대 건물과 거리가 보존돼 있는 곳이다. 심지어 자치정부 청사도 수백년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울프 바우언파인트 라인스바일러 자치대표는 “와인과 농촌관광 외에는 별다른 수익원이 없어도 경쟁력은 충분하다.”면서 “주민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정책 또는 환경보존 등의 원칙에 부합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shjang@seoul.co.kr ■ 적정 관광객 수는 |레오강·라인스바일러 장세훈특파원|‘방문객들의 숫자보다 질을 높여야 마을이 산다.’ 우리나라 농촌 산촌 어촌에서 소득 증대를 위해 ‘방문객 끌어모으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방문객 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주민 1인당 연간 방문객 수는 100명 안팎만 돼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남서부, 알프스 산 속에 자리잡은 레오강은 3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산촌 마을임에도 주민 평균 소득이 오스트리아 전체 평균을 웃돈다. 여기에는 매년 이곳을 찾는 160만명의 방문객이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시설 등에서 하룻밤 이상 머물다 가는 방문객은 40만명으로, 주민 1인당 133명꼴이다. 또 독일 중서부에 위치한 라인스바일러도 와인 생산과 농촌 관광 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시골 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민 평균 소득은 독일 전체 평균을 뛰어넘는다. 180가구 420명의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50여개 민박시설에 연간 3만 3000명가량이 머물다 간다. 이는 주민 1인당 80명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울프 바우언파인트 라인스바일러 자치대표는 “연간 방문객 수는 8만 3000명 정도이지만, 관광 소득의 대부분은 마을에서 하루 이상 숙박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방문객을 마을에 유치하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다양한 소득원을 발굴하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shjang@seoul.co.kr
  • 황사도 비료다 먼지를 없앤다

    황사도 비료다 먼지를 없앤다

    평소 나는 늘 황사를 칭찬해 왔다. 황사는 우리가 몰랐던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보호수로 지정된 백송(白松)과 문제로 이천시 호법면에 들렀다가 우연히 황사와 관련된 마을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용기 백배하게 되었다. ”… 긍게 말이여, 해마둥 황사가 올 때는 농사가 아주 잘 되는 구먼… 그란디 왜 황사 땜에 저렇게 날리들 피는지 모르건네!” “황사는 비료여 비료… 하늘에서 막 떨어지는 비료지…” 한마디로 할아버지 말씀은 ‘해마다 황사가 오면 농사가 잘 되었는데 지금 와서 무슨 문제이며 왜 걱정하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늘 미워만 했던 황사, 그것이 좋은 몇 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그 첫째는 토질개선이다. 우리 국토의 대부분이 산성화의 길로 가고 있는데, 이런 토양을 다량의 알칼리성 광물질을 함유한 황사가 알게 모르게 중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 국토를 정말 균일하게 말이다. 물론 낙하되는 토양은 피부로 느끼기에 적어 보이지만, 전 국토를 생각한다면 인간들에게는 무리에 가까울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인간을 대신하여 자연현상이 편하고 수월하게 처리해 주고 있으니 그 비용은 천문학적 숫자일 것이다. 둘째, 황사는 대기 중의 먼지 제거 기능이 뛰어나다. 여러분은 황사 다음날 하늘이 얼마나 맑아졌는지, 그리고 기온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졌었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기 중의 크고 작은 먼지들을 정전기를 띤 황사 입자들이 표면에 흡착시켜 지표면으로 끌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지표면으로 조사되는 햇볕이 중간에서 대기 중의 크고 작은 먼지들과 충돌하면 열이 발생, 대기가 온기를 머금어 따스하게 느껴지지만, 충돌할 먼지가 없다면 햇볕은 따갑지만 기온은 차게 느끼게 된다. 먼지 제거 역시 막대한 환경 개선 효과와 같다. 셋째, 황사는 바다에서의 적조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적조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을 황사의 먼지들이 흡착, 바다 밑으로 끌고 내려가 익사(?)시키는 것이다. 이는 담수에서의 녹조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데 이러한 효과들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황사현상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 효과는 부작용처럼 발생되는 호흡기 질환이나 정밀기기 손상으로 인한 치료 및 처리 비용의 수십 내지 수백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고마운 황사도 문제는 가지고 있다. 바로 낙하물 속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 특히 중금속을 포함한 유해성 생물들이다. 생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금속은 인위적인 산업화의 부산물로 탄생되어 공기 중으로 비산한 후 정밀기기의 측정 가능 범위조차 빗겨 가면서, 아무도 모르게, 정말 서서히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와 농축될 수 있던 극미량의 물질들이 덩치 큰, 정전기를 가진 황사 입자에 달라붙어 동반 하강함으로써, 마치 평소에는 없던 물질이 황사만 나타나면 생겨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중국을 포함한 우리가 스스로 대기 중에 날려보냈던 것이고 황사는 그것을 다시 우리에게 돌려줄 뿐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대량으로 말이다. 유해물질을 버리거나 발생시키지 말아야 할 일이지 황사 자체가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는 관점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글자 하나 다른 ‘재회’와 ‘재해’ 이 같은 황사 현상은 매년 반복된다. 그러나 그 시간과 정도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인간사회에서 잊었던 과거 속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를 무엇이라 할까? 재회라 부를 것이다. 가슴 설레는 옛사랑을 만나는 재회, 선과 악이 만나는 재회, 가족이 만나는 재회 등 수많은 유형의 재회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재회는 행복한 기쁨을 연상한다. 자연의 눈으로 본다면 매년 반복되는 황사도 마찬가지이리라. 전화로 듣는 ‘재회’는 자칫 ‘재해’로 들을 수 있다. 잘못된 시각과 편향된 사고는 ‘재회’를 ‘재해’로 만들어 간다. 황사는 재해라기보다는 어쩌면 오래된 친구를 매년 불특정 시각에 만나는 ‘재회’와 같은 시각으로 보아야만 할 것이다. 글자 하나, 사고 하나의 차이는 재해와 재회 그리고 지혜와 지식을 융화시키지 못한다. 자연현상이 고맙다면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황사를 재회의 축제로 전환할,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보자. 글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 소장     월간 <삶과꿈> 2007.04 구독문의:02-319-3791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2) 강원도 춘천시 동면 품걸리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2) 강원도 춘천시 동면 품걸리

    소양호수변 가리산(해방 1050m) 자락에 위치한 산간 마을 품걸리(品傑里). 품걸리는 소양호가 생기면서 물길로 고립돼 첩첩 산중에 들어 앉은 춘천시의 ‘등잔 밑’ 마을이다.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0분 정도 들어가면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육로로 가려면 홍천 시내에서 야시대리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가, 다시 원시림 같은 울창한 숲을 따라 난 비포장 임도를 따라 산 고개를 오르내리며 15㎞를 더 가야 한다. 품걸리로 가는 육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고요한 숲과 산새뿐. 터지지 않는 휴대전화는 이내 쓸모가 없어진다. 마을에 들어서자 짝짓기 철을 맞이한 고추개구리들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이방인을 맞이한다. “길을 잘 찾아 오셨네요!” 이장 김성민(51)씨가 부슬비가 내리는 와중에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인심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외로움이 배어 있었던 것일까. 연신 웃는 얼굴로 반가워하더니 끼니를 거르며 산길을 짚어 온 손님에게 이내 점심부터 권한다. 더덕에, 취나물에, 자연산 푸성귀 반찬이다. “이기… 꿀로 만든 술이래요. 토종 꿀로 만든 술인데, 꿀 술 드셔봤어요?” 입에 넣기도 전에 침부터 넘어간다. 천천히 한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목으로 넘기자 숲 향기가 살짝 나는 것이 달달하면서도 찌릿하다. “여긴 학교가 없어요. 애들 공부 때문에 부인네들이 다 춘천에 나가 있지요.” 대부분의 가장들이 홀아비 아닌 홀아비 생활을 한다고 불평한다. 주민이 80가구 400여명에 이르던 예전에는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날이 쇠락해 지금은 토박이 30가구와 외지에서 들어온 5가구를 포함해 80여명만이 살고 있다. 논이 얼마 되지 않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주로 다락밭을 일궈 고추, 호박, 더덕 등을 심고 토종꿀을 치며 산다. 박광호(70)할아버지는 토종꿀을 특산물로 생산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벌 도사’로 통한다. 이곳에선 너나 없이 시각장애인인 박씨에게 봄철 분봉 날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기술을 지도받는다. 네 살 때 시력을 잃었다는 박씨. 그는 스물다섯 되던 해에 우연히 이웃집 벌통에 드나드는 벌들의 다양한 소리에 흥미를 갖게 됐고 그때부터 3년동안 벌의 날갯 짓 소리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 후 본격적인 토종꿀 농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동안 토종꿀을 따오며 살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토종꿀 재배는 이제 마을의 큰 수입원이다. 비포장 임도인 늘목 고개에서 만난 품걸1리 김호성(52)씨.4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그는 더덕과 고추 농사를 하고 있지만, 매일 오후4시가 되면 계약직 집배원으로 변신한다. 소양댐 수몰 지구를 운행하는 배가 전해주는 주민들 우편물을 받아 오토바이를 타고 전달하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있어야지. 생필품이나 구입할 수 있도록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홍천읍내 행 버스가 다니면 좋겠네요.” 김씨의 투정은 마을 사람들 모두의 숙원으로 들렸다. 이튿날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자 이장은 밭일을 못한다며 조촐한 마을 잔치를 마련했다.2년 전에 폐교된 분교를 공동임대해 운영하는 민박집 운동장으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모였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으로 시작된 점심은 시간에 겨 때우는 끼니가 아니라서 그런지 느긋하고 한가롭다. 술이 두어 순배 돌자 얼굴도 얼큰해지고 분위기도 푸근해진다. “품걸리 주민은 큰 욕심이 없어요. 지을 수 있을 만큼 농사를 지어 수확하는 것에 만족하지요.” 막걸리 한사발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주민들에게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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