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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쌀 수출 물류비 지원 딜레마

    지방자치단체들이 쌀 수출 물류비 지원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지자체의 쌀 수출 물류비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금지한 보조금 지원에 해당될 수 있다며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넘쳐 나는 쌀 수출 촉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22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국내 쌀값 안정 등을 위해 쌀 수출 업체에 대해 국가별 표준 물류비의 일부를 지방비로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달부터 쌀 수출 업체에 대한 표준 물류비 지원 범위를 종전 10%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따라서 배로 유럽에 쌀 1㎏을 수출할 경우 표준 물류비 460원 중 115원이 지원된다. 올해 말까지 호주 등지에 ‘경북 쌀’ 1500t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도는 연말까지 해당 업체들에 물류비 총 1억 4300여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도도 2007년 쌀 수출에 나서면서부터 관련 업체들에 표준 물류비의 30%를 유통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규모는 전국 시·도 중에서 최대다. 도는 쌀 수출 700t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쌀 수출업체에 표준 물류비의 5% 총 66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쌀 74t을 수출한 도는 올해 수출 목표량을 400t으로 늘렸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이 같은 쌀 수출 물류비 지원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장 이달부터 쌀 수출 물류비 지원을 중단했다. 농림부는 200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국의 쌀 수출 업체들에 전체 물류비의 15%를 지원했다. 이는 WTO로부터 쌀 시장 관세화(개방)를 유예받은 우리나라가 쌀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에 대해 물류비(보조금)를 지원할 경우 WTO 협정 위배로 제소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전해졌다. 농림부는 또 지자체들이 쌀 수출업체에 지원하는 물류비에 대해서도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경북도의 농정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자체들의 쌀 수출 물류비 지원도 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도 이날 “(WTO 협정을 감안할 때) 지자체들의 쌀 수출 물류비 지원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정부 차원의 물류비 지원 중단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당분간 지원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쌀 수출을 통한 국내 쌀값 안정은 물론 보관에 따른 경비를 절감하고 장기 보관으로 인한 손실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에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풍년 농사와 소비량 감소 등으로 인한 심각한 쌀 문제 해결을 위해 한 톨이라도 수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쌀 수출업체에 지원하는 물류비를 WTO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명목으로 돌려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농심 울린 가락시장 경매

    국내 최대의 농수산물 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유통과정에서 각종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가격을 조작하고 물품을 상장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시장을 교란한 경매사와 유통업자 등 3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20일 경매가를 마음대로 정한 장모(41)씨 등 경매사 4명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안모(38)씨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가짜 경매를 부탁한 유통업자 고모(47)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모(49)씨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장씨 등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자경매 도중 단말기 ‘보류’ 버튼을 눌러 경매를 중단시키고 수의매매하거나 손가락을 사용하는 수지식 경매로 낙찰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장씨 등은 농사를 짓지 않고 농산물을 대량으로 떼다 넘기는 속칭 ‘밭떼기 업자’들을 경매에 참여시켜 비싼 값에 물품을 사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유치해야 영업실적이 오르기 때문이었다. 반면 손해 가격을 보전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지어 출하한 농민의 물품은 경매가가 싸게 매겨지도록 조작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시론] 동심에 상처는 이제 그만/임나라 동화작가

    [시론] 동심에 상처는 이제 그만/임나라 동화작가

    최근에 소설 한 권을 읽었는데, 주인공 여자에 대한 표현이 너무 어두워 중간에 읽기를 포기해 버릴까 하다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읽어 나갔다. 그리고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야 여자가 어린 시절에 성폭행 당한 어두운 기억의 소유자라는 걸 알았다. 나는 성급하게 판단해 버린 데 대해 주인공에게 연민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하, 그랬구나! 현재를 살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향해 불신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불신은 너무도 당연한 당위성으로 우리의 삶을 온통 지배해 가고 있는 듯하다. TV를 통해 히말라야 오지의 한 마을에서 유기농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데, 그중 이십대의 젊은 부인은 네 명의 자녀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다큐 프로를 보면서 내용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엉뚱한 불안에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방문도 제대로 여닫히지 않는 작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젊은 부인과 천진스럽기 짝이 없는 어린 딸들이 혹여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싶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커피농사가 잘되어 남녀노소 마을사람들이 커피자루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진 채 판매소를 향해 다같이 희희낙락 산비탈길을 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역만리에 살고 있는 내가 감사한 생각까지 갖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어둠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때 묻지 않은 밝은 그들의 모습에서 피안의 딴 세상을 보는 듯했기 때문일 것이며, 한편으론 아직 그 어디에라도 희망을 두고 싶은 간절한 염원 때문일 것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고 한다. 이들은 전두엽 기능이 일반 정상인들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성범죄를 되풀이한다고 한다. 전에 심리 상담 치료를 하는 몇 개의 그룹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어린 시절에 대해 발표하는 기본과정이 있었다. 놀라웠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어린 나이에 겪은 성폭행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밑바닥을 허우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몸만 걸어 다닐 뿐이지 영혼을 그릴 수 있거나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그들의 내면이 온통 가시덤불로 덮여 있는 처참한 광경을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잘못된 자유가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아동 성범죄 처벌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매우 경미하다는 통계가 84%나 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회는 큰 생각으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다. 학교나 여러 단체에서 방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을 불특정 대상 아동들을 위한 올바른 인지교육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인격 장애는 성인이 된 다음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부모의 부재, 환경의 열악함, 대화가 단절된 결손 아이들에겐 정부가 앞장서서 인성을 치유할 수 있는 예술 문화의 전문단체와 종교계 등을 통해서 그들의 고통을 따뜻이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의 체험교육이 지속적인 정책실현으로서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부모와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면 자기만의 폐쇄적인 사고의 사슬에서 풀려나 좀더 힘차게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나는 어느 수도자들과 함께 사는 결손가정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10여년 동안 보아 오고 있다. 이 땅에 그런 곳이 여기저기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힘겹지만, 언젠가는 물장구 치고 가재 잡으며 티 없이 환하게 뛰노는 어린 시절의 낙원이 올 것을 꿈꾸어 본다.
  • [서울신문 보도 그후] 판로뚫은 노숙인 영농조합

    판로를 찾지 못해 애만 태웠던 노숙인 출신 기업인들이 자체 노력과 도움의 손길을 발판 삼아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서울신문 5월1일자 15면 참조>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참살이 영농조합’은 지난 1년간 공들여 키운 장수풍뎅이 8만마리 가운데 6만마리 정도를 판매했다. 이를 통해 판매대금으로만 3000만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영농조합은 지난해 5월 설립됐으며, 주인은 노숙인 출신 15명이다. 지난 2월에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도 지정받아 어엿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이들이 애벌레 700마리로 시작한 장수풍뎅이 수익사업이 판로·시설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했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탈노숙 자금이 날아갈 상황이었다. 영농조합 관계자는 “주변의 도움과 사방팔방으로 알아본 결과, 고정 거래처 등을 확보해 위기를 한 고비 넘겼다.”면서 “이번 일을 겪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생기고, 시설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들에게 시련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에 농사 지을 땅을 임차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노숙인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있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발전한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면서 “참살이 영농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대공감] 당신의 여름방학은 어떻습니까

    [세대공감] 당신의 여름방학은 어떻습니까

    7월 3~4째 주가 되면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시시 웃음을 띨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산으로 바다로 물놀이를 갈 수 있어 행복했고, 마루에 돗자리 펴고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학생들만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방학은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위해 ‘뼈빠지게 공부를 해야 하는’ 기간이 되어버렸다. 학원·과외·독서실…. 학생들은 방학하면 이런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심지어 한 출판사가 2008년 전국 초등학생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3%가 방학계획으로 ‘공부에 올인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방학마저도 공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각 세대가 경험한 서로 다른 방학 이야기를 들어본다. ●“60명이 교복입고 단체로 기차 여행” 1977년 8월 15일. 당시 춘천에서 여고를 다니던 최국화(51·서울 당산동)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방학이지만 쉬는 것도 사치였던 고3 수험생 최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온몸이 짜릿짜릿하다.”며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지은 채 추억에 잠겼다. 방학 보충수업이 한창이던 8월 어느 날, 최씨의 반 친구 중 하나가 급우들의 기차여행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생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교실 밖에서 망까지 봐가며 ‘비밀회의’를 한 끝에 결국 기차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목적지는 경기 남양주 금곡리의 홍유릉. 긴장된 마음에 밤잠까지 설쳐가며 여고생 60여 명은 경춘선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멀리 영월에서 유학을 와 혼자 자취하던 최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손수 김밥도 쌌다. 재미난 것은 휴일에 놀러 가면서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교복을 입고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최씨는 “학생이면 당연히 교복을 입는다고 생각했었다. 감시와 간섭에 억눌려 학창 시절을 보냈고, 억눌린 만큼 작은 일탈에도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더니 온종일 비가 그치지 않았다. 여고생들은 교복까지 홀랑 젖어가며 여간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일탈’을 즐겼다. 그는 “생각해보면 홍유릉 처마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온 것뿐인데도 동창들끼리 만나면 30년도 더 지난 그 이야기가 끝없이 회자된다.”고 했다. 나중에 다른 반 친구들 사이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러움을 샀고, 소문은 결국 담임선생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잠시 꾸짖는 듯하더니 “모두 무사하니 없었던 일로 하자.”며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최씨는 “우리 딸애들한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엄마 그게 무슨 일탈이야.”라며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면서 “우리 세대에는 우리 세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낭만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학은 좀 늦게 일어나는 기간일 뿐” “방학은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일 뿐 특별한 거 없어요.” 서울 구로본동에 사는 양은지(16·여) 양은 지금껏 그래 왔듯 방학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안 한다. ‘방학이라 설레지 않느냐.’는 물음에 양양은 “공부할 게 많아서….”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부계획을 묻자 양양은 자기 방으로 뽀르르 달려가 노트를 가져와 펴보였다. 노트에는 공부계획이 빼곡했다. 날짜별, 시간별 계획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번 방학공부의 목표는 2학기 중간고사 대비 선행학습이다. 이를 위해 과목별로 문제집을 선정해 하루하루 학습 분량을 정해놨다. 절친한 친구 일곱 명과는 당분간 떨어져 있을 예정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서로 다른 독서실에서 떨어져 공부하고, 가끔 전화로만 응원하기로 했다. 다만, 시간을 정해놓고 일주일에 단 한번 노래방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는 해야죠.”라고 설명했다. 본인 결정으로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다. “학원에 가면 친구들이랑 놀게 돼 공부할 의지가 없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선행학습 이외에 양 양에게는 방학 중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다이어트다. 약간 통통한 편인 그는 5㎏ 감량을 목표로, 친구 두 명과 함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친 뒤 학교 운동장을 달리기로 했다. 휘트니트센터에도 다닐 계획이다.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해지고 예뻐질 거에요. 그러면 공부도 잘할 수 있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방학 재미없어요.” 경기 일산에서 만난 여중 1학년생 홍주현(14) 양은 여름방학 얘기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에만 안 갈 뿐이지 오히려 할 일이 더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이었던 홍양에게 방학은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기간이었다. 늦게까지 잘 수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닐 수도 있었다. 수영장이나 놀이동산에 가도 부담이라는 게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오니 상황이 달라졌다. 홍 양의 어머니 이정희(43)씨는 아이를 매일 보습학원에 보내는 것은 물론 학기 중에 보내던 수영장도 그만두게 하고 그 시간에 영어 회화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방학이라 다른 집 애들은 국외로 어학연수도 다녀오는데, 우리 애만 한가하게 수영장에 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양은 이미 입이 삐쭉하게 나와 “방학 때까지 학원에 다녀야 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벌에 쏘였다가 할머니 덕분에 살아나 경기 광명에 사는 이윤호(55)씨는 방학하면 돌아가신 외조모의 굽었던 등을 추억한다. 이씨는 학창시절, 방학 때면 어김없이 외가로 달려갔다. 광명에서 조그만 국밥집을 하던 이씨의 양친이 방학이면 그를 파주 외가로 보내 한 달씩 맡겨두었기 때문이다. 광명에서 파주까지 지금은 승용차로 금방 가지만, 당시에는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야 갈 수 있었다. 그는 외가에서 짓던 논농사며 밭일도 거들고, 외조모가 재배한 수박이며 참외를 배불리 먹었다. “무농약·유기농·웰빙방학이었죠.” 이씨는 하하 웃으며 무릎을 ‘탁’하고 쳤다. 더우면 옷을 휙 벗어 던지고는 근처 개울로 뛰어들었다. 첨벙첨벙 마을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잊었다. 그러다 개울가 나무그늘에 누워 잠이 들었고, 어느 새 외조모가 다가와 그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흔들흔들 외조모의 등에 엎드린 이씨는 잠이 깨도 편안한 할머니 등을 벗어나기 싫어 잠든 척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특별할 것 없었던, 우리 세대의 방학이 이제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에 사는 이춘성(가명·59)씨에게 방학 얘기를 꺼내자 바로 “벌떼”라는 말을 내뱉었다. 1962년 8월 강원도 삼척 미로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이씨는 취사용 땔감으로 쓸 잔가지를 줍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또래에 비해서도 덩치가 작았던 그가 꺽다리 할아버지의 지게를 짊어지면,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방학이건 아니건 농사일이 바쁘면 학교에 빠지기 일쑤였고, 특히 방학에는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 때문에 부모는 5남4녀의 형제 중 일부를 친지들 댁에 맡겼다. 그래서 그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셋이 한 식구를 이루고 살고 있었다. 그날도 이씨는 능숙한 솜씨로 키를 훌쩍 넘겨 지게 한가득 잔가지를 주워담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벌집을 하나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게작대기로 가볍게 툭툭 치니, 벌집이 바닥에 뚝 떨어졌고 수백 마리의 벌들이 일제히 이씨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씨는 벌에 쏘여 지게고 지팡이고 다 집어던지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산밑 논두렁에 처박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할머니가 뜨거운 물에 고추장을 풀어 온몸이 ‘벌집’이 된 그의 입에 들이밀었다. 그걸 후루룩 들이킨 이씨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해 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오줌”이라고 했다. 그는 “그땐 기겁을 했다.”면서도 “그때 할머니가 그렇게 치료를 안 했으면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하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이야기하다 말고 코끝이 찡한 듯 먼 산만 쳐다봤다. ●“입시 코앞이지만 댄스대회 포기 못해요” “Push Push Baby, Oh Push Baby” 서울 개봉동의 한 중학교 탁구연습장 밖으로 경쾌한 힙합음악인 시스타(Sistar)의 푸시푸시(Push Push)가 흘러나왔다. 김솔이(15·여)양과 친구 네 명이 비트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학교 댄스동아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요즘 댄스대회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방학에 맞춰 대회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김양은 이번 방학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서 그동안 연습했던 실력을 마음껏 쏟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을 할 때는 연습장면을 비디오카메라 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걸스힙합을 주종목으로 연습 중인 이들은 방학을 앞두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에도 한창이다. 대부분 댄스대회들이 UCC를 통해 본선진출자를 뽑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계획도 세웠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성악 레슨을 받는다. 학과를 보충하려고 매일매일 학원도 다닐 계획이다. 김양은 “고교 입시가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부담감이 느껴진다.”면서도 “댄스대회만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갈등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이영선 경제프리즘] 대통령 단임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영선 경제프리즘] 대통령 단임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치는 왜 필요한가? 국민들의 삶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백성들의 삶에 도움을 준 성군보다는 폭군들이 더 많다. 백성들은 왜 폭군들에게 그렇게 오래 시달리면서도 왕정제도를 뒤엎지 않았을까? 아마도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폭군이나 탐관오리들은 외적이나 내부 도적과 마찬가지로 백성들을 수탈해 가니 백성들에게는 도적이나 다를 바 없었으나, 그래도 그들은 백성들이 목숨은 부지하고 살 수는 있게 해주었으니 폭정이나마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게 여겨졌을 것이다. 옛날의 큰 도적은 두 개의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말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휩쓸고 다니는 마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을 뒷산에 산채를 짓고 필요할 때마다 아랫마을에서 도적질해가는 산적이다. 이 두 도적 중 누가 더 잔인할까? 당연히 마적이다. 마적은 한 번 지나간 마을에 다시 올 일이 없다. 마을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 약탈해 가면 그뿐이다. 산적은 그렇지 않다. 산적은 내년에 또 같은 마을에 와서 약탈해 가려면 마을 사람들이 다음해에 다시 농사 지을 수 있게끔 최소한의 식량과 씨종자는 남겨 주어야 한다. 좀 심한 비유이지만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을 제외한 임금들은 산적 두목이나 다름없었다. 백성의 입장에서 보면 산적이나마 있어서 외부의 도적을 막아 주고 내년 농사도 지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왕정을 뒤집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화가 되면서 국민들은 그들의 삶의 안녕과 복지를 향상시켜 달라고 자발적으로 위정자를 선출하고 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위정자가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면 폭군으로 변할 우려가 있어 그의 임기를 제한하였다.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는 4년 중임제가 보편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5년 단임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피해가 너무 커서 아예 한 번의 임기로 제한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단임제의 피해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적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잔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한 번의 임기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들의 장기적인 복리를 등한시할 위험성이 있다. 단임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요란한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임기 내에 자신의 정책 결과를 보아야 하고 또 조금 시간을 지체하면 곧 레임 덕 현상이 일어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기보다는 5년 정도의 주기로 사이클을 이룬다. 정권 초기에 급격한 재정지출과 조급한 정책 분위기가 경제를 부양시키는 듯하지만, 조금 지나면 정책의 혼돈과 불안정이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한다. 지금껏 5년 단임제 대통령들의 말기에는 항상 우리 경제가 침체 내지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집권한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다시금 재신임을 얻을 기회를 주는 것이 국민의 복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당제도가 있으니 집권정당이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당보다는 사람 중심의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단임제의 경우 같은 정당 내에서 새로운 미래 세력이 형성되어 현 집권자를 일찍 레임 덕으로 만들 수 있어 5년 단임제의 불안정성을 피할 길이 없다. 정치제도는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의 5년 단임제는 정치인들이 서로 돌아가며 정권을 잡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면이 있다. 그간 단임제의 폐해가 인식되어 왔고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 역시 논의돼 왔으나 항상 대통령 임기말에 이 논의가 시작되었고 또 새로운 미래 권력은 우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에 집중하게 되어 개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작업을 시급히 착수해야 할 것이다.
  • [新 차이나 리포트]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④ 신농촌 건설사업

    [新 차이나 리포트] 2010 중국인을 말한다 ④ 신농촌 건설사업

    중국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후진타오 지도부의 ‘신농촌 건설’ 추진으로 점차 많은 농민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살고는 있지만 도농간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등 신농촌 건설은 미완의 과제다. 여전히 농촌 호적을 갖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탈바꿈하고 있는 농촌에서, 혹은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만나봤다. 중국 톈진(天津)시 닝허(寧河)현에 사는 한춘펑(韓春風·50)은 들어서자마자 후텁지근함이 느껴지는 토마토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해 이 마을 1인당 연간 수입은 2만 2000위안, 우리 돈으로 400만원이 안 되는 돈이지만 2008년 이전의 8000위안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8년에는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난생 처음 베이징에 갔고, 지난해에는 만리장성도 보고 왔다. 한씨가 사는 곳은 75가구 281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1980년대 약재를 키우고 가공하던 이곳은 2008년부터 신농촌 건설 운동을 시작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저수지를 민물고기 양식장으로 만들어 2013년부터 마을 전체를 관광 지역으로 만드는 게 주민들의 목표다. 이 마을의 류쥔스(劉俊仕) 당서기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해 나간다.”면서 “한달에 한번씩 하는 회의에 아이들을 포함해 180명 정도가 참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산둥성 장추(章丘)시의 샹가오(向高)촌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신농촌 건설을 추진하기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공장 유치를 통해 마을 소득을 높여왔다. 692가구 2558명이 살고 있으며 1인당 연평균 수입은 9600위안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만 따지면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만 6000위안에 달한다.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쉬자오둥(徐兆東·47)은 “공장에 다니고 있지만 땅도 4무(畝·1무는 약 667㎡) 정도 있어서 농사도 짓고 있다.”면서 “아내와 함께 1년에 4만위안(720만원) 정도 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주택들은 90% 정도가 아파트나 새로 지은 일반 주택이고, 10% 정도만 옛날 시골집이다. 샹가오촌이 자랑하는 것은 어린이집. 20·30대 젊은층 자녀들에게 도시에 뒤지지 않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50만위안을 투자해 만들었고, 이제는 인근 마을에서 찾아올 정도가 됐다. 4살짜리 아이를 이곳에 보내고 있는 궈루이훙(郭瑞紅·27)은 “7년 전 이곳에 시집 왔을 때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특히 어린이집은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2004년에는 50만위안을 투자해 컴퓨터실, 당구대, 영화 상영관 등이 마련된 문화 회관을 만들었다. 마을 한가운데 마련된 야외 무대에는 1년에 7~8회 공연이 열린다. 마을 당서기 겅광룽(耿廣榮)은 “수입이 높고 문화와 복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젊은이의 85%가 도시로 떠나지 않고 있다.”고 자랑했다. 자오리위안(趙立元) 장추시 부시장은 이 마을에 대해 “국가 정책과 주민들의 단합이 잘 조화된 곳”이라고 평가했다. 지난(濟南)시 53개 특색촌 가운데 한 곳인 아이자(艾家)촌은 벼, 보리 등 식량 작물은 전혀 기르지 않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경제 작물만 재배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가 지정한 친환경 농업마을이다. 생태 농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는 일반 가정에서는 물론 가로등까지 모두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촨민(艾傳民·55) 마을 당서기는 이곳에서 생산한 부사 사과를 내와 껍질째 먹어 보라고 권했다. 그는 “한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이곳에 땅을 빌려서 거기서 나는 농산물을 가져다 먹는다.”고 귀띔했다. 2003년 이후 수많은 상을 받은 신농촌 건설 ‘모범 사례’로 꼽히는 만큼 관광객도 제법 찾는다. 리펑(李風·31)은 6개월 전 관광객을 겨냥해 식당을 차렸고, 가오지순(高吉順·41)은 농가체험 프로그램인 팜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년 300~500명 정도가 우리집을 찾는다.”면서 “1인당 30~50위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당 소득이 높은 앵두를 키우고 있어서 연간 소득은 6만~8만위안 정도라고 했다. 가오씨처럼 팜스테이를 운영하는 집은 전체 110가구 가운데 15가구다. 아직 자동차를 갖고 있는 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오토바이, 케이블 TV, 상수도 보급률은 100%이다. 가장이 40세 이하인 가구가 30% 정도로 최근 몇 년 간 대학교 진학 목적이 아닌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경우는 딱 한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톈진·장추·지난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책 읽는 밤(KBS1 밤 12시30분)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대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국내 출간 직후 인문서로는 드물게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 화제의 책을 ‘책 읽는 밤’에서 읽어본다. 시와 동화로 서정을 만들어 내는 시인 안도현. 그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로봇찌빠(KBS2 오후 4시30분) 말술이가 큰 맘 먹고 팔팔이에게 컴퓨터를 사줬다. 하지만 그 컴퓨터엔 블랙펄이 숨어 있다. 팔팔이는 신이 나서 컴퓨터를 켜고, 그 순간 블랙펄은 팔팔이에게 최면을 건다. 팔팔이와 헤어지는 게 가슴 아픈 찌빠는 최대한 시간을 끌지만 블랙펄이 메리카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게 된다. ●동이(MBC 오후 9시55분) 장희재가 내어준 가짜 등록유초에도 불구하고 청국에서 세자의 고명이 당도한다. 한편 숙종은 도성에 돌아온 심운택을 불러 동이의 뒤에서 조정의 든든한 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심운택은 장희재를 찾아가 뭔가 일이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옥정은 동이에게 갑자기 후궁 첩지를 내리겠다고 선언하는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9살 건우는 탁자 속에 숨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탁자가 아니면 이불 속에 숨어 은둔한다. 대체 건우는 왜 숨는 걸까. 관찰 내내 소극적이고 얌전하기만 했던 건우지만, 엄마가 외출하고 난 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제작진을 사납게 공격하는데…. 두 얼굴의 건우는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다큐 프라임(EBS 오후 9시50분) 야생 판다의 서식지는 대나무가 풍부하고, 높고 깊지만 완만한 경사면이 있는 해발 2500~3500m 사이의 고지대다. 그 험한 판다의 서식지를 2008년 진도 7.8의 대지진이 강타했다. 쓰촨성 대지진을 견디며 살아남은 멸종 위기의 생명, 판다의 이야기를 판다 친선대사인 한류스타 송혜교의 내레이션으로 만나 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자녀 1남 4녀를 출가시키고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남편 종팔씨와 아내 봉순씨. 늘 방긋방긋 웃는 아내 봉순씨와 그녀를 보살피는 다정한 남편 종팔씨. 사실 종팔씨는 젊은 시절, 불같은 성격에 위엄 가득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음식을 준비할 정도로 다정한 남편이 되었다.
  • [길섶에서] 귀촌(歸村) /함혜리 논설위원

    북촌문화원 서예반에 최근 식구가 한 명 늘었다. 40대 중반에 직장 생활을 하는 주부다. 쉬는 시간에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가 올 연말에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지리산 아래 경남 하동에 가서 살기로 했단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만나러 주말마다 지리산 근처를 오가면서 부부는 시골생활을 계획해 왔는데 얼마 전 하동에서 ‘꿈꾸던 바로 그곳’을 발견했고, 자그마한 공동체를 이룰 좋은 이웃을 만나게 되면서 계획은 급진전했다고 한다. 선생님을 포함해 모두로부터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할 작정인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나? 농사에 자신이 있느냐?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가서 살면 심심하지 않겠느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모든 준비가 된 다음에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요.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 할 일은 많을 거예요.” 인생이 뭐 별거 있나? 훌훌 털고 귀촌을 선택한 그녀가 부러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기후변화 위험신호 곳곳서 이미 나타나”

    “기후변화 위험신호 곳곳서 이미 나타나”

    “우리나라도 식생 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신호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 중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현(50)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국장)은 정부차원에서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의미부터 설명했다. 지난 8~9일 ´기후변화 적응전략 공유를 위한 워크숍’이 열린 제주 현지에서 이 국장을 만났다. 그는 기후변화로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제주도 현장을 안내하며 적응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점점 사라지는 제주 용머리 해안 제주도 용머리 해안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이곳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 산책로를 통제하는 일이 잦아졌다. 해수면이 올라가 길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최근 용머리 해안가는 하루 4시간 정도는 바닷물에 잠기고 파도가 거센 날에는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다.”면서 “1987년 산책로를 조성할 당시에는 거의 없던 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산책로 조성에 참석했던 제주 사람들은 그때보다 현재 해안선 평균 수위가 15㎝ 정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또한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생 분포를 보여줘,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한 생물 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는 “한라산에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수종으로 구상나무를 꼽을 수 있다.”면서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의 변화로 생장쇠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번한 기상재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기후변화로 재배되는 과수와 채소 등의 종류도 바뀌고 있다. 이런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농가로 안내했다. 채소 농사를 짓던 이 농가는 6년 전부터 아열대 작물인 망고를 재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제주도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2100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하고, 이로 인해 800조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배가시키는 정부차원의 프로그램을 확정짓기 위해 이달 말까지 관련부처와 협의를 마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글 사진 제주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일기와 한평생… 치매예방에도 좋아”

    “일기와 한평생… 치매예방에도 좋아”

    60여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할머니가 눈길을 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정좌3리 김진구(74) 할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공책이 없어 벽지에 쓰기 시작한 일기를 지금도 쓰고 있다. 동네에선 ‘일기 할머니’로 불린다. 남편 최문규(73)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일기 쓰는 습관이 몸에 배면서 일기를 쓰지 않으면 허전해 거의 한평생을 일기와 함께 살아왔다.”며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적을 빼고는 항상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일기에는 날짜와 요일, 날씨 등은 기본이고 음력까지 기록된다. 2003년부터는 주제별로 4가지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선 ‘생활일기’는 가족과 마을의 대소사와 농사와 관련된 내용을 쓴다. 사망, 결혼, 잔치 등 대소사와 고추를 몇 포기 심었는지, 비료는 얼마나 뿌렸는지를 기록한다. ‘가계부일기’에는 돈을 얼마 벌었는지와 지출 내용을 적는다. 교통비는 얼마 들었고, 고추 판돈은 어떻게 되는지를 작성한다. ‘병원일기’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룬다. 어디가 아파 어느 병원에 갔는지, 주사 맞은 얘기, 무슨 약을 먹었는지를 기록한다. ‘교회일기’는 주일 목사님 설교 내용, 헌금 액수, 교우관계 등을 담는다. 초등학교 때 배운 한글실력이라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내용은 매우 꼼꼼하다. 그래서 할머니의 일기를 보면 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1993년부터 쓴 일기만 남아 있다. 김 할머니가 ‘깨끗이 정리가 안 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일기를 쓰면서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번 일기에 썼던 내용은 여간해서 잊어버리지 않고, 마을사람들 전화번호도 모두 알고 있다. 김 할머니는 “일기를 쓰니까 치매예방에도 좋은 것 같다.”며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는 게 늙은이의 남은 꿈”이라고 덧붙였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농협사관학교 ‘농협대학’ 아시나요

    농협사관학교 ‘농협대학’ 아시나요

    “오늘 시금치는 다 떨어졌고요, 취나물도 좋아요.” 11일 경기 고양시 관산동 벽제농협. 매장을 누비며 손님을 맞는 직원 중에 앳된 얼굴이 있다. 농협대 2학년생인 정준기(20)씨다. 정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다른 학생들과 함께 4주간의 조합 현장실습을 나왔다. “현장에 직접 나와 보니 농민들의 고충이 몸으로 다가온다.”고 말하는 정씨에게서 몇 년 후의 듬직한 농촌 일꾼의 모습이 보인다. ‘농협 사관학교’인 농협대학 얘기를 재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농협이 산하에 대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년제 특수전문대인 농협대학은 1962년에 문을 열었다. 개교한 지 벌써 48년째다. 건국대가 설립한 농협초급대학을 농협중앙회가 1966년 인수했다. 농촌을 위해 지역에 배치돼 일할 젊은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1학년 99명, 2학년 90명 등 총 189명이 재학 중이다. 농협대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거의 100% 지역 농협에 취직한다. 6급(전문대졸) 정규직 대우를 받는다. 웬만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갖고도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전형에서 평균 1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경쟁률은 매번 10대1이 넘었다. 합격생들은 수능 1~2등급을 받고 입학할 정도로 성적도 좋다. 취업이 보장된 덕에 다른 대학생보다 느슨한 대학 생활을 하지 않을까. 2학년 김원윤(27)씨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경북 구미에 있는 4년제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대에 다시 들어왔어요. 예전 대학보다 경쟁이 치열해서 1학년 1학기 때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상대평가도 엄격하게 적용되다 보니 A학점을 맞기도 어렵더군요. C+학점이 찍힌 성적표를 보고 좌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라고 정씨는 말을 이었다. 농협대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3년간 100학점 이수 외에도 외국어나 한자·컴퓨터·금융실무·유통실무 관련 자격증 네 가지를 반드시 따야 한다. 농협대생들의 졸업 후 목표는 무엇일까. “농부들의 시름을 덜어 주고 싶다.”는 당찬 대답이 나온다. 2학년 권혜림(20)씨다. “어릴 때부터 김포에서 벼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어요. 커서 우리 아버지처럼 농사짓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죠. 졸업하고 김포 조합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면 쌀을 많이 팔지 마케팅 방법 등을 연구해 보고 싶어요.”라고 권씨는 덧붙였다. 농협에서 활약하는 농협대 출신도 많다. 농협중앙회 이덕수(58) 경제대표이사(1973년 졸업)와 농민신문사 박재근(61) 사장이 있다. 농협중앙회 임원 중에서도 유근원 교육지원 상무, 강홍구 농업경제 상무, 배판규 금융기획 상무, 김유태 투자금융 상무, 문경래 개인고객 상무 등 5명이 농협대 출신이다. 조합장 중에서도 경기 고양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 경기 성남 낙생농협 길철수 조합장, 전남 함평 나비골농협 윤한수 조합장이 농협대를 졸업했다. 농협 밖에도 3선의 장재영(65) 전북 장수군수, 동창회 회장이기도 한 에이원감정평가법인 경응수(58) 대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역사 스페셜(KBS1 토요일 오후 8시) 국사편찬위원회에 보관중인 노상추 일기. 그가 열일곱 되던 해부터 여든넷의 나이로 죽기 직전까지 쓴 일기에는 노상추 자신과 가족들의 결혼과 출사, 관직업무와 농사 현황 등 집 안팎의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무관의 삶을 노상추 일기를 통해 알아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25분)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사이의 크고 작은 48개의 역들을 이어주고 있는 경전선. 오래전부터 기차가 삶의 일부가 된 사람들과 지난날 기차여행의 낭만을 추억하려는 사람들에게 속도의 의미는 잊혀진 지 오래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에서의 3일을 함께한다. ●김수로(MBC 토요일 오후 9시45분) 수로는 탈해의 함정에 빠져 노예로 끌려가고, 정견비와 이진아시는 신귀관을 피해 도망친다. 신귀관은 구야국의 새법령을 반포하고, 수로를 봤다는 소식을 들은 아효는 아로의 반대에도 수로를 찾아나선다. 정견비는 도주 중 팔에 난 상처로 쓰러지고, 수로는 조선장에서 우연히 노두와 석칠을 만나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10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실제 사용했다는 ‘쌍룡검’은 도대체 어떤 칼이었는지, 또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행방을 찾아 나선다. 또한 이를 통해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지금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환수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TV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30분)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이 아파트 9층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다른 새들이라면 부화해 날아가기를 기다리면 되겠지만 원앙의 경우는 다르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24시간 내에 23m 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린 후 어미를 따라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때문. 과연 새끼 원앙들은 무사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공부의 왕도(EBS 일요일 오후 5시50분) 서울의 한 유명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민지양. 고3이 될 때까지 내신 대비와 주요 과목 공부에 매달리느라 6월 모의고사를 치를 때까지도 사회탐구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3, 6월 모의고사 국사 성적은 4등급. 국사성적을 석 달 만에 1등급으로 만든 비법, 민지양만의 공부법을 살펴본다. ●OBS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7시) 신임 김만수 부천시장이 출연해 민선 5기 시정계획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특히 공약 때부터 주장해 온 시민소통 100인 위원회, 그리고 공동지방정부구성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춘의동 화장장 조성계획 폐지 및 무형문화엑스포의 전면 재검토 등 부천시정과 관련된 주요계획과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 복원된 농촌소설, 지금 한국을 말하다

    복원된 농촌소설, 지금 한국을 말하다

    언필칭 농촌소설이다. 그것도 ‘이문구의 재림’이라는 평을 받은 이시백의 농촌소설이다. 능청스럽게 언구럭 부리는 충청도 말투며, 펄펄 살아 뛰는 농투성이들의 생김생김이며, 마당극을 연상케 하는 해학과 풍자 등, 빼다박은 이문구다. 2년 전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를 펴내며 농민을 내세운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갈보 콩’(실천문학 펴냄)으로 다시 한 번 농촌소설 계보의 적자임을 확인시켰다. 요즘같은 세상에 누가 넘보기나 할까마는. 역시나 농촌의 척박하고 피폐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대보증 빚에 쫓기며 도회지 최하층 노동 빈민으로 밤봇짐을 싸거나(‘울고 넘는 박달재’), 농촌에서 겨우 살아남더라도 도회지 사람 논에 기대 부쳐먹을 뿐(‘송충이는 무얼 먹고 사는가’)이다. 게다가 농촌도 옛 농촌이 아니다. 관광지 비슷하게 전락했으니 빚 끌어모아 되지도 않을 식당 문을 열거나(‘갈보 콩’), 딸과 애비가 골프장 허드레 일꾼으로 유일한 밑천인 몸을 팔아야 한다.(‘몰입’) 하나 어찌어찌해도 그들은 천상 생명 길러내는 농민이다. ‘벼들이 서걱거리며 굼실굼실 흔들리는 걸 보자니 마누라 잔소리도 어느 결에 날아가버렸다.…여전히 논에 나올 때가 그중 마음이 편했다.’(‘웹 2.0’ 중)는 심경은 평소 흙 한 번 밟기 어렵거나, 주말에 겨우 밭 한 뙈기 가꾸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도회지 사람들이 쉬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서 머물렀다면 낡고 상투적인 민중적 리얼리즘 서사의 전형을 반복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이시백은 여기에서 앞으로 한 걸음 성큼 내딛는다. 4대강 사업의 반 생명성, 우스꽝스러운 영어 몰입교육, 행정수도 관련 이전투구, 논농사 직불금 파동, 미국 수입 소고기 문제,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 등 2010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펄떡거리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성찰과 비판의 시선을 내리꽂는다. 물론 어리숙한 농투성이의 입을 빌려서다. 그렇다고 그들을 계급의 전형으로 박제화시키지도 않는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4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두부 식당 옆에 똑같은 두부 식당을 내는 식의 뻔뻔함을 아프게 드러내고, 무작정 수구정치세력만을 지지하는 등 물질적 욕망 앞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할 그들의 탐욕과 역사적 반동성에 눈돌리지 않는다. 이시백은 24년 몇 개월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한 번도 인문계 학교는 아니었다. 오로지 공업고, 종합고 등에서만 교사를 했으니 평범한 인생은 아닌 셈이다. 그리고 정년도 한참 남았건만 사표를 내고 경기도 남양주시 광대울 마을에서 초보 농부이자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북 안동포 마을

    경북 안동포 마을

    경북 안동은 뜨겁습니다. 여름철 무덥기로 치자면 어느 지역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뜨거운 곳이지요. 이 뜨거운 여름, 안동의 아낙들은 안동포를 만듭니다. 아주 오래전엔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옷감 소재 중 하나였지요. 그런데 왜 하필 가장 뜨거운 시기를 골라 안동포를 만드는 걸까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불을 이용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공교롭게도 안동포의 원료가 되는 대마(大麻)를 수확하는 시기가 이맘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동포전시관에 가면 한겨울에도 베틀에서 삼베를 뽑아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마를 베고, 그것을 삶아 안동포를 만드는 실제 장면은 이때 아니면 볼 수가 없습니다. 답사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제쳐두고 안동으로 모여드는 것도 바로 이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필경 사라져 가는 것들을 추억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와중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을까요. 또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을까요. 어쩌면 이 세대 이후 사라질 수도 있는 것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면 불볕더위라도 능히 견딜 수 있겠습니다. 임하면 금소리 안동포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연속성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월의 자취 오롯한 옛집이며, 시간이 더께로 쌓여 있는 묵직한 돌담 등이 방문객의 시계를 오래전 한때로 고정시켜 버린다. 어느 것에서도 처음 지을 때 외에는 인위가 보태진 흔적이 없다. 옛집 사이사이 현대적인 집들이 섞여 있는 것은 눈엣가시. 안동포마을에서는 여느 시골 동네와는 다른, 매캐한 냄새가 난다. 안동포의 재료인 대마를 삶는 냄새다. 간혹 일부 연예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대마초 사건으로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곤 하는, 바로 그 식물이다. 이곳에서 ‘안동포 짜는 집’을 물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집집마다 안동포를 짜기 때문이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도 ‘안동포 짜는 집’이다. 안동포를 만드는 과정은 여름보다 뜨겁고, 막노동보다 고되다. 우선 대마는 기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안동포짜기 무형문화재 우복인(80) 할머니 말에 따르면 잎이 떨어지거나, 옮겨 심을 경우 딱 그 상태에서 성장을 멈춘다고 한다. “예전에 한 개구쟁이(대마 피우려고 밭을 망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대마를 훔쳐가다 경찰에 걸렸어. 곧바로 그 자리에 다시 심었는데 죽어 버렸어. 비오는 날이면 개구쟁이들이 대마밭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기도 해. 그러면 그해 대마 농사는 끝장나.” 대마는 보통 3월 말이나 4월 중순에 파종한다. 80~90일이 지난 6월 말이나 7월 초가 되면 2m 이상 자라는데, 이때 수확해 가마에 넣어 삶는다. 이 과정을 ‘삼굿’이라고 한다. 예전엔 돌을 달궈 그 위에 대마를 얹고 삶았으나, 요즘엔 철제 화덕 위에 물을 넣고 대마를 얹은 뒤 수증기로 삶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가 하필 장마철이란 것. 대마가 젖은 채 있으면 썩기 때문에 삶자마자 말려야 하는데, 비가 오면 걷고, 날이 궂으면 선풍기로 말려야 하는 등 손이 여간 많이 가지 않는다. 원래 흰색이었던 대마는 이 과정을 거치며 점차 붉은 빛깔을 띠게 된다. 1주일가량 말리기가 끝난 대마는 작업하기 하루 전 물에 담근다. 벗기기 편할 정도로 껍질이 흐물흐물해지면 삼톱으로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 과정은 ‘바래기’라 불린다. 바래기가 끝나면 껍질을 가늘게 찢어 한 올 한 올 뽑는다. ‘삼째기’다. 자장면 면 뽑듯, 손톱을 이용해 대마 껍질을 절반씩 분리해 나가는데, 어찌나 빠르고 정교한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당연히 손끝은 말할 수 없이 아리고, 손톱은 자랄 틈이 없다. 이렇게 갈라진 삼베 가닥 80개를 ‘세’라고 부른다. 가장 촘촘한 것은 15세. 길이 55㎝, 폭 35㎝ 1자가 1200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 22m짜리 15세 1필(40자)은 무려 1000만원이 넘는단다. 다음은 ‘삼 삼기’다. 삼베 가닥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실 꼴 때는 침을 발라. 맨허벅지에 대고 문질러 꼬는데 입술은 다 갈라지고, 허벅지는 껍질 벗겨져 화끈거려. 안동포는 그래서 기계로 못 짜.” 우 할머니의 설명이다. 삼베 가닥이 22m로 연결되고 나면 ‘베매기’를 해준다. 가닥 양 끝을 고정시킨 뒤 좁쌀로 만든 풀에 된장을 섞어 바른다. 그래야 실에 끈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실에 열을 가해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참숯 위에 재를 얹어 은은하게 불을 쐬어 준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친 삼베를 베틀에 올려 짜내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는 옷감, 안동포가 된다. 워낙 바람이 잘 통해 ‘마포(麻布)바지 방귀 새듯’ 한다던가. 보통은 7~8세, 10세 이상은 아주 고운 베로 친다. 가격도 세 숫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안동포마을 주민들은 그러나 안동포가 수의(壽衣)로만 알려진 것이 못내 불만이다. 우복인 할머니는 “신라시대에는 화랑도의 옷감을,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품을 만드는 등 10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도 안동포에 치자 염색을 해 다양한 빛깔의 옷감을 만드는 등 이미지 변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마을 위쪽 개울가엔 지하수가 나오는 파이프가 설치돼 있다. 시원한 물로 더운 목을 축여도 좋겠다. 물맛이 좋은 데다 상온에 오래둬도 변질되지 않아 먼 타지역에서 물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곧잘 눈에 띈다. 나스페스티벌(www.nasfestival.com)은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의 저자 이호준과 함께하는 ‘사라져 가는 것들 답사여행’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우수 여행상품으로 추천인증을 받은 상품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은 서울신문 기자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저자가 전국을 발로 뛰며 옛 문화유산들을 기록한 책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올해의 교양도서에 선정되는 등 감성 에세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나스페스티벌은 안동포마을 답사여행에 이어 30일 강원도 영월을 찾아간다. 동강축제 첫날인 이날 동강 둥글바위 변 둔치에서 1년 중 한번만 이뤄지는 뗏목 제작 과정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 그리고 뗏목을 물에 띄우는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8월 강원 정선 백전리 물레방아, 9월 충남 서천 한산 모시길쌈, 10월 경북 예천 외나무다리와 삼강주막, 11월 강원 정선 등의 섶다리, 12월 돌담·사립문·당산나무 등 전통 문화 유산들을 연이어 찾아갈 예정이다. 어른 4만원, 어린이 3만 5000원. (02)336-7722. 글 사진 안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서안동 나들목→35번 국도 영덕방향 우회전→안동대학교→길안 방향→금소교 좌회전→안동포마을. andongpo.invil.org, 822-1112. 시내버스는 안동역 옆에서 28번 버스를 타면 된다. →잘 곳: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부근에 민박집이 몰려 있다. 강변민박(853-2566), 식당과 민박을 함께하는 하회식당(853-3786), 병산민속식당(853-2589) 등이 그중 알려져 있다. 3만원선. 고택 체험으로는 수애당(822-6661)과 농암종택(843-1202) 등이 유명하다. 4만~6만원 부터. →맛집:‘원조’ 안동찜닭을 맛보려면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목성교 구시장을 찾아야 한다. 중앙통닭(855-7272) 등 닭찜집들이 몰려 있다. 2만원선. 안동댐 월영교 부근에는 까치구멍집(821-1056) 등 헛제삿밥집이 몰려 있다. 6000~1만원.
  • 지자체 e 브랜드숍 인기폭발

    지자체 e 브랜드숍 인기폭발

    G마켓 등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의 자치단체 농특산물 브랜드숍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치단체들도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e비즈니스 오픈마켓 시장개척에 발벗고 나섰다. 충북도는 6일 행정공제회 복지포털 ‘POBA누리장터’에 지역 농특산물 브랜드숍을 입점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써 G마켓·옥션 쇼핑몰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숍 ‘청풍명월장터’에 이어 민선5기 출범과 함께 충북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3개 채널을 갖추게 됐다. 2008년 입점한 G마켓에서는 지난해까지 모두 22억 46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초 입점한 옥션을 포함해 두 브랜드숍이 지난 상반기에 올린 매출액은 7억 4000만원이다. 장류와 괴산 고춧가루, 충주 사과 등이 인기다. 올 매출 목표는 70억원으로 잡았다. 정한진 도 원예유통식품과장은 “인터넷 이용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인터넷 쇼핑이 현재는 물론 차세대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면서 “할인매장 및 재래유통 방식을 벗어나 다각적인 홍보 등을 통해 대형 오픈마켓 충북 장터를 전국 최고의 유통망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3개 인터넷 쇼핑몰에서 브랜드숍 ‘농사랑’을 운영한다. G마켓과 옥션은 2004년, 11번가는 2006년 입점했다. 지난해 3개 브랜드숍에서 올린 매출액은 31억원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부여 세도 방울토마토, 청양 칠갑산 토종닭 등 57개이다. 도는 도지사인증 ‘Q마크’를 받은 우수 농특산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 농업정책과 직원 유혜경씨는 “대행업체에 위탁, 제품출하와 판매 등을 맡기고 도에서는 관리 및 감 독을 한다.”면서 “대형 오픈마켓에서 덜 팔리는 농특산물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도 홈페이지에 별도의 쇼핑몰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고유 브랜드숍 ‘남도장터’를 2006년 G마켓에, 2007년 옥션에 각각 링크해 입점했다. 지난해 남도장터에서 올린 매출액 43억원 가운데 15억원을 두곳에서 벌어들였다. 김치와 전복 등 150개 농수특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전북도는 2006년부터 G마켓 쇼핑몰에서 브랜드숍 ‘제이비 플라자(jbplaza)’를 운영한다. 전통한과, 꿀 등 모두 80여종의 농수축산물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는 14억원, 올 3~6월은 4억원의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대형 오픈마켓의 특성상 가격경쟁력이 높은 쌀, 과일, 채소, 건강식품 등 저가상품 위주로 팔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주도는 2007년부터 G마켓에 ‘제주마씸’이란 브랜드숍을 운영한다. 감귤초콜릿과 갈치 등 54개 지역 농수특산품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억 400여만원으로 현재까지는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장성이 큰 대형 오픈마켓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수수료가 10%를 넘어 농민부담이 적잖다.”면서 “자체 인터넷 쇼핑몰인 ‘남도장터’를 대형 마켓으로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스타킹 출연 팔씨름왕 구속…성매매 유인 강도짓

    스타킹 출연 팔씨름왕 구속…성매매 유인 강도짓

    ‘스타킹’에 출연해 팔씨름왕으로 이름을 알렸던 10대 소년이 원조교제를 미끼로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7일 전주 덕진경찰서가 강도 상해 혐의로 구속한 이모(17.고교 중퇴) 군은 친구와 여자 후배 등 10대 6명과 함께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매를 하자며 남자들을 유인해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군 등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30분께 B양이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약속하고 모텔로 불러낸 김모(30) 씨를 폭행한 뒤 현금 20만원과 승용차를 빼앗는 등 두 차례에 걸쳐 1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군은 2008년 2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MC 강호동과 팔씨름 대결에서 두 차례나 이겨 고향인 익산에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 이군은 “할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하다보니 팔 힘이 세졌다. 어릴 적 집을 나간 어머니가 보고 싶고, 크면 경찰이 돼 이 힘을 주변사람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이군은 몸에 위력과시용 문신을 새겼고 전과자라는 꼬리표까지 붙이고 말았다. 현재 ‘스타킹’은 ‘손당구 전문가’로 출연한 조모(50) 씨가 지명수배된 인질강도범인줄 모르고 방송에 출연을 허락한 바 있어 시청자들 사이에서 ‘출연자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이효정 인턴기자 hyojung@seoulntn.com
  • ‘스타킹’ 출연 팔씨름왕, 구속..원조교제+강도행각

    ‘스타킹’ 출연 팔씨름왕, 구속..원조교제+강도행각

    ‘스타킹’에 출연해 팔씨름왕으로 이름을 알렸던 10대 소년이 원조교제를 미끼로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7일 전주 덕진경찰서가 강도 상해 혐의로 구속한 이모(17.고교 중퇴) 군은 친구와 여자 후배 등 10대 6명과 함께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매를 하자며 남자들을 유인해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군 등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30분께 B양이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약속하고 모텔로 불러낸 김모(30) 씨를 폭행한 뒤 현금 20만원과 승용차를 빼앗는 등 두 차례에 걸쳐 1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군은 2008년 2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MC 강호동과 팔씨름 대결에서 두 차례나 이겨 고향인 익산에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 이군은 “할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하다보니 팔 힘이 세졌다. 어릴 적 집을 나간 어머니가 보고 싶고, 크면 경찰이 돼 이 힘을 주변사람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이군은 몸에 위력과시용 문신을 새겼고 전과자라는 꼬리표까지 붙이고 말았다. 현재 ‘스타킹’은 ‘손당구 전문가’로 출연한 조모(50) 씨가 지명수배된 인질강도범인줄 모르고 방송에 출연을 허락한 바 있어 시청자들 사이에서 ‘출연자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4년만에 한국어달인 주심의 비결

    4년만에 한국어달인 주심의 비결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자 주심(24·베트남명 차오티탐)씨의 한국어 실력은 놀라웠다. 경상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고 우리말 대회와 백일장을 휩쓸었다는 걸 알고 만났지만, 표현력이나 어법, 발음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2006년 3월 입국한 5년차 결혼이주자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입국할 때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정도만 알았어요.” 10년 넘게 살어도 한국어를 못하는 결혼이주자가 많은데 그녀의 학습 비결이 무엇일까. 주씨는 “남편의 후원”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편은 베트남 아내가 밖으로 나가 한국어를 배우는 걸 원하지 않아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도망갈 거라 생각합니다. 한 친구는 4년간 살면서 집앞 시장도 혼자 나가본 적이 없답니다. 농사 지으며 아이만 키우면 당연히 한국어가 늘지 않지요.” 남편 박종팔(42)씨의 권유로 주씨는 입국한 지 3개월 만에 YWCA 한국어반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강의를 듣고 한국어교재로 복습했다. 남편은 좋은 과외선생님이었다. 쌍둥이를 임신하자 마음이 더 다급해졌다. “엄마가 한국어를 못해서 결혼이주자의 자녀가 지체장애 판정을 받는다는 얘기를 강연에서 들었어요.” 입덧이 심하고 몸이 피곤해도 공부에 매달렸다. 꼭 배워야할 이유가 생기자 한국어가 마술처럼 익혀졌다.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경상대 국문학과에 입학하고 장학금을 받았다. 교수들은 한국과 베트남 교류가 활발하니 석사과정까지 밟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주변에 ‘우군’만 있은 건 아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시부모님께 ‘바보’라고 한답니다. 다른 외국인 며느리는 농사짓고 일손 돕는데 이 집 며느리는 대학 다닌다고…. ‘욕 먹지 않게 네가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 고맙고, 죄송해요.” 한국어를 잘하려면 결혼이주자가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주씨는 조언했다. “가정이 어려워 한국인 남자와 결혼했으니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모국의 가족을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막노동에 매달리죠. 그러면 한국어와도, 새로운 가족과도 어우러지기 힘듭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취업할 때까지 정부가 장기적으로 결혼이주자를 지원해 주길 주씨는 희망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하논 분화구 생태복원 추진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 생태 복원사업이 추진된다. 5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국비 50억원 지원을 요청, 한반도 최대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 일대를 보존·보호하기 위해 복원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마르형 분화구는 지하의 가스 등이 지각 틈을 따라 한군데로 모여 폭발하면서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이 된다. 제주의 산굼부리가 가장 전형적인 마르형 분화구이다.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 호근동 일대 동서방향 1.8㎞, 남북방향 1.3㎞의 타원형 화산체로 5만~7만6000년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탄 습지다. 이탄 습지는 자연 상태에서 생물체를 부패시키지 않고 보존하는 습지로 ‘살아 있는 생태 박물관’으로 불린다. 하논 분화구 바닥에는 하루 1000~5000ℓ의 용천수가 나와 500여년 전부터 벼농사를 짓는 논으로 이용돼 왔다. 시는 하논 토지주, 지역주민 등과 토론과정 등을 거쳐 장기적인 복원전략을 마련하고, 국비를 확보해 내년부터 우선 산책로와 탐방로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시는 2005년 하논 생태숲 보존·복원사업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복원사업에 착수했다가 400억원이 넘는 토지 매입비용 등 예산확보를 하지 못해 2007년 잠정 보류됐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국비지원을 받아 내년부터 생태 복원 등 보존사업에 본격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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