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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돼지오줌보의 추억

    마을에서 추렴해 돼지라도 잡는 날은 왁자한 잔치판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물론 소가 못 된 돼지라고 아무 때나 잡지는 않습니다. 농사일 바쁠 때는 손이 모자라 잡으려고 해도 잡을 이가 없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봄가을 새 돼지가 새끼를 배고 낳을 때는 아무리 육물이 당겨도 함부로 잡아먹을 생각 안 하는 게 사람 도리지요. 게다가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라 여름에 기름진 고기 잘못 건사하다가는 상하기 십상이고, 그걸 먹고 배앓이 한 사람이 적지 않아 “여름 돝괘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더라도 돼지 잡는 날이면 애들의 관심은 오로지 오줌보에 쏠립니다. 칼을 든 숙수가 싹뚝 잘라 건네는 오줌보는 참 희한한 놀이기구였습니다. 속을 비워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뒤 주둥이를 꽁꽁 동여매면 살갗에 닿는 감촉이 촉촉한 ‘바이오볼(Bio-ball)’이 되지요. 마당 한쪽에서 그걸로 공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가죽이 아니라 딴딴해지도록 바람을 불어넣지 못해 차도 날아가지 않는 쭐쭐한 공이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걸 차고 노느라 이마에 진득 땀이 밸 때쯤이면 한뎃솥에서 선지순대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번지고, 어른들은 그걸 안주 삼아 막소주를 마시며 모처럼 묵은 피로를 씻곤 했습니다. 그 오줌보가 바로 방광입니다. 콩팥에서 혈액을 거르고 남은 노폐물, 즉 오줌을 저장했다가 적당한 양이 모이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장기지요. 그렇다고 결코 간단한 장기가 아닙니다. 이 방광에서 생기는 병이 하나, 둘이 아닌 탓입니다. 아무리 치료해도 시원하게 낫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방광염이 이곳에 감염증이 생기는 병이고, 복압성 요실금도 방광의 문제입니다. 더러는 이곳에 암이 생겨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과민성 방광으로 노후의 삶에서 지린내를 풍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흔히 방광을 잊고들 삽니다. 위나 간, 폐나 장처럼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러나 기능이 다르다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도 죽네, 사네 하는 게 사람이니까요. 더러는 잊고 사는 방광 같은 장기도 한번쯤 되돌아보면서 갈 일입니다. jeshim@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독립영화관-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KBS1 밤 1시 10분) 선호는 귀향해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다. 농촌 생활에 불만이 가득하던 선호는 부모님이 애지중지하는 소 ‘한수’(피터)를 팔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우시장에 갔지만 마땅치 않은 가격 때문에 소를 팔지 못한다. 그리고 선호에게 7년 전 헤어진 옛 애인 현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데.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KBS2 밤 11시 5분) 지난주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심판대에 올랐던 레드 팀의 팀장 김영필.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2인자 김호진. 이들은 팀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도해 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격앙되고 결국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일일연속극 불굴의 며느리(MBC 밤 8시 15분) 영심은 분장 중이던 지은을 찾아가 따귀를 때린다. 세령은 혜원을 찾아가 진우와 이혼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신우는 연정에게 영심을 생각하는 만월당 사람들의 분위기를 넌지시 묻고 안심한다. 막녀는 태몽을 꾸고 누가 임신을 했는지 궁금해한다. 한편 영심은 신우의 사표가 자신 때문인 줄 오해하고, 신우를 붙잡으려 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태어난 지 이제 고작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보기도 전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는 아이의 이름은 건우다. 작디작은 건우의 몸에는 수도 없이 많은 주삿바늘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이렇게 아픈 건우를 위해 기적을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눈물겨운 모정을 들여다본다. ●명의(EBS 밤 10시 40분)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국립암센터의 윤영호 박사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의학적인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는 말기 암환자다. 환자의 병이 아닌, 환자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의사. 우리나라에 호스피스에 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편견과 싸우는 시간이 더 많은 그를 만나본다. ●전기현의 씨네뮤직(OBS 밤 11시) 한 주를 마감하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영화음악의 다양성과 희소성, 마니아적인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팝 칼럼니스트 전기현의 진행으로 그 주의 테마 음악, 씨네뮤직이 소개하는 최고의 음악영화, 패널과 함께하는 음악인 이야기, 그리고 불멸의 영화음악 코너가 이어진다.
  • 자매도시로 여름휴가 가면 공짜가 ‘와르르~’

    자매도시로 여름휴가 가면 공짜가 ‘와르르~’

    주민들이 여름휴가를 알뜰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자치구마다 자매도시에 휴양소를 꾸린다. ●주소 기재된 신분증 제시해야  강서구는 강원 강릉시에 주민들을 위한 무료 하계휴양소를 다음 달 23일까지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강릉시와 함께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 연곡해변에 2100㎡의 야영장을 설치했다. 연곡해변은 70면의 무료 주차장과 유아용 풀장, 미끄럼시설, 비치발리볼장, 배드민턴장 등을 갖췄다. 강서구 주소가 기재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강릉시에서 직영하는 관광지인 오죽헌 시립박물관과 대관령박물관,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민간 운영 관광지인 선교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참소리박물관과 정동진 조각공원은 입장료 30%를 할인해 준다. 문의는 총무과 2600-6551.  중구는 다음 달 28일까지 자매도시인 강원 속초해수욕장에 ‘중구민을 위한 쉼터’를 운영한다. 해수욕장 행정봉사실 남쪽 빈터에 몽골텐트 3동과 바닥깔개, 냉온수기 등을 준비한다. 중구민은 30분에 1000원씩 받는 해수욕장 주차장과 샤워장, 탈의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쉼터를 이용하려면 중구 주소가 기재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속초해수욕장 행정봉사실에 제시해 무료 쿠폰을 받은 뒤 제시하면 된다. 속초해수욕장 행정봉사실 033-639-2665.  성북구는 다음 달 31일까지 자매결연 도시인 강원 삼척시에 수련원을 운영한다. 구는 한재밑해수욕장과 가까이 있는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에 텐트 51동과 방갈로 29동을 설치했다. 설치된 텐트와 방갈로는 성인 4명이 이용할 수 있으며, 1가구당 1회(최대 2박3일)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1박에 3000원이다. 올해에는 9m² 공간에 데크를 설치해 개인 소유의 이동식텐트 3개를 칠 수 있게 했다. 취사도구와 침구류는 직접 준비해야 한다. 행정지원과 920-3105.  자매도시와 여름캠프를 마련하는 자치구도 있다. 서초구는 일본 자매도시인 도쿄도 스기나미(杉並)구와 서울에서 ‘한·일 청소년 교류 캠프’를 개최한다. 다음 달 22~25일 열리는 캠프에는 두 도시의 청소년들이 20명씩 참여해 남산 N서울타워, 남산한옥마을, 인사동·남이섬 등을 돌며 전통문화 체험으로 우의를 다진다. 여성가족과 2155-6711. ●서초·관악, 자매도시와 캠프 운영  관악구는 충남 서천에서 ‘초등학생 농·산촌 방학캠프’를 운영한다. 초등학교 3~6학년생 4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9~10일 농사체험과 갯벌체험, 전통놀이 등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청은 오는 15~21일 구청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공공비축쌀 10월까지 40%이상 줄 듯

    공공비축쌀 10월까지 40%이상 줄 듯

    지난해 말 151만t에 이르던 정부의 공공비축쌀 규모가 올해 10월 말에는 88만t으로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때이른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해 벼농사 흉작이 될 경우 쌀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올해 10월 말 기준 쌀 재고는 약 88만t 수준으로 예상돼 적정 재고량 72만t보다 약 16만t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재고량인 150만 9000t보다 41.7%(63만t) 줄어든 수치다. 쌀 재고량은 대북식량지원 같은 외부 유출 없이 단기간에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흉년이 들어 쌀 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비축미를 적극적으로 방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쌀 수요·공급 예측 및 분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와 전문가들은 올해 벼농사 작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조짐은 여전히 좋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도 작년처럼 10㏊당 482㎏ 정도 생산되면 재배면적 감소로 쌀 생산량은 412만 1000t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쌀 생산량 감소로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2010년산 쌀을 방출해 현재 남아 있는 재고가 대부분 2009년산과 2008년산이라는 점도 문제다. 올해 흉작으로 쌀이 모자라더라도 소비자들이 묵은쌀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쌀값 급등을 피하기 힘들 수 있다. 이미 이달 들어 쌀(20㎏ 상품) 소매가격은 4만 5251원으로 지난해 6월 4만 1149원보다 10% 상승했다. 세계 곡창 지대의 흉년도 국제 쌀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작황 악화로 이미 중국 정부의 쌀 수매가는 지난 6월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 19% 올랐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서 쌀 의무수입물량을 충당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각종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쌀 소비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쌀 수급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4대강’ 보상금 부당 수령 토지 소유주 등 30명 수사

    경찰이 ‘4대강 사업’ 보상금을 부당하게 타낸 토지 소유주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영산강 사업과 관련, 승촌보 인근 토지 소유주와 선박 소유자 30여명이 서류를 허위로 꾸미는 수법 등으로 부당하게 보상금을 타 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농사를 짓고 있다는 ‘영농확인서’만 있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 마을 이장에게 이를 허위로 발급받아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서류 발급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또 외지인이 대부분인 이들이 당초 투기 목적으로 승촌보 인근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의 선박을 자신의 배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상금을 타낸 사람들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광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홈쇼핑은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광고 효과로 연간 매출액 8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환불이나 교환을 하고자 했지만 거절을 당하거나,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다. 홈쇼핑 과대광고로 인한 사기 등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홈쇼핑 피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함께 알아본다.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KBS2 밤 11시 5분) 블루팀과 레드팀은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부터 양 팀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쳤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 팀의 암투와 음모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체력에서만큼은 자신만만해했던 블루팀이었다. 그러나 전략 실패로 인해 1, 2회 연속 두 명의 팀원을 잃고 말았는데. ●MBC 스페셜(MBC 밤 11시 5분) 가수 임재범은 1991년 ‘이밤이 지나면’으로 솔로 데뷔 후 발라드와 솔, 알앤드비 등 다양한 음악으로 이름을 알렸다. 사실 그는 1980년대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의 1대 보컬리스트 출신이다. ‘나는 뼛속부터 로커’라는 말로 운을 뗀 후 시나위·부활·백두산 등 전설적인 록그룹들이 활약하던 80년대의 기억들을 소상하게 풀어 놓았다. ●농비어천가(SBS 밤 6시 30분) 자나 깨나 농사밖에 모르던 경기 양평군의 청년들이 떴다. 농기구를 챙겨 집을 나선 청년들이 산을 오른다. 이유는 바로 백야초 때문인데. 매년 백야초를 만든다는 노인회 총무 댁을 찾아가 백야초 구경부터 하는 청년들. 항아리를 열자마자 퍼지는 백야초의 향에 감동 먹은 청년들은 영양만점의 백야초를 만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한다. ●명의(EBS 밤 10시 40분) 다리를 자주 접질리는 30대 환자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보다 자주 발목을 접질렸다. 그런데 2년 전 계단에서 크게 발목을 접질린 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습관적으로 발목을 다치게 됐다. 오랜 시간 접질림이 반복되면서 그의 인대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손상됐다. 그에게서 정상적인 인대 조직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는데…. ●전기현의 씨네뮤직(OBS 밤 11시) 라디오를 통해 월드뮤직 팝 칼럼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전기현. 그가 처음으로 TV 방송 진행을 맡는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영화음악 전문 프로그램으로 주류 팝음악의 상업성과 획일성을 배제했다. 세계 각지의 문화적 지평을 간직하고 있는 영화와 음악의 다양성과 희소성을 마니아적인 감성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7) 정선 봉양리 뽕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7) 정선 봉양리 뽕나무

    사람들이 하나 둘 보태면서 이루어진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해서 실제 모습과 가치를 압도하는 나무가 있다. 오래전부터 농경문화권에서 매우 중요한 나무로 여겨온 뽕나무가 그것이다. 듣기에 따라서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리기도 하는 이 뽕나무는 옛부터 청춘 남녀가 상열지사를 이루는 분홍빛 여흥의 장소로 활용돼 왔다. 게다가 성인 영화의 제목으로 나무의 이름이 이용되며 또 다른 이미지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결국 뽕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인구에 회자되는 뽕나무의 이미지는 뽕나무의 실재와 다른 게 사실이다. 복제의 복제가 실재를 압도한 결과다. 복제만 남고 실재는 사라진다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물라크르처럼. ●비단 생산 누에치기 장려하며 심어 아라리의 고장 강원도 정선의 중심 정선읍 봉양리 정선군청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 쌍의 뽕나무가 있다. 대개의 뽕나무는 누에의 먹이로 쓸 뽕잎을 따기 위해 키가 크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그래서 정선 봉양리 뽕나무만큼 큰 뽕나무가 있으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하게 마련이다. 키가 25m나 되는 정선 봉양리 뽕나무는 정선읍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인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9호 ‘고학규 가옥’을 지은 옛 사람이 심었고, 지금도 그 집 후손들이 정성껏 돌보는 훌륭한 나무다. “고려 때 문인들이 정선 지방을 주유하면서 남긴 시문(詩文)에는 정선을 ‘상마십리’라고 표현한 게 나와요. 뽕나무(桑)와 마(麻)가 십리에 걸쳐 자라고 있다는 표현이죠. 선조께서 벼슬살이를 접고 이 땅에 오셔서 심은 나무예요.” 나무를 심은 제주 고씨 중시조 고순창의 34대손 고종헌(59)씨의 이야기다. 호조참판을 지낸 고순창은 단종 폐위와 함께 벼슬을 버리고, 뽕나무가 널리 펼쳐 있는 정선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보금자리를 틀었다. 자신이 살 집을 짓고 그는 대문 앞에 뽕나무 한 쌍을 마치 정원수처럼 심고 가꾸었다. “뽕나무가 많이 자라는 마을이기도 했지만, 선조께서는 비단이야말로 나라 살림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해서 누에를 많이 칠 것을 장려하셨다고 해요. 집 앞에 뽕나무를 심은 건 누에를 치는 솔선수범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나랏일을 등지고 전원에 터잡았지만, 백성들의 살림을 풍요롭게 하려는 생각만큼은 내려놓지 않은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비단의 가치를 잘 알았던 그는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워서, 나라살림을 더 풍요롭게 하고자 했다. ●국내 최고령 뽕… 강원도 기념물 7호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7호인 정선 봉양리 뽕나무는 현재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뽕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무이며 크기나 생김새에 있어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최고의 뽕나무다. 농사를 위주로 하는 농경문화권에서 뽕나무는 매우 귀중한 나무였다. 금은보화만큼 귀한 재산으로 여겨졌던 비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뽕나무는 없어서는 안될 나무였다. 비단 재료인 고치를 만드는 누에의 좋은 먹이인 까닭이다. 나란히 서있는 두 그루의 뽕나무는 서로 자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잘 자랐다. 남쪽을 향해 비스듬하게 자란 나무는 주변의 다른 건물 위로 키를 키웠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하나가 3m, 다른 하나는 2.5m쯤 된다. 600년 세월을 지내왔다는 게 무색할 만큼 여전히 건강 상태도 좋다. 어린 시절 뽕나무 아래에서 오디를 주워 먹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만큼 큰 뽕나무에서라면 오디가 얼마나 많이 열릴 것이며, 그 맛은 얼마나 풍요로울 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 뽕나무에서는 오디가 열리지 않는다. 뽕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이 나무는 수나무이기 때문이다. ●수나무여서 오디는 열리지 않아 군청을 비롯해 의회건물과 문화예술회관, 읍사무소 등 번듯한 건물이 에워싼 정선의 중심지여서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옹색한 편이다. 하지만 뽕나무가 우리네 살림살이와 무척 가까운 나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깊은 산 속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풍경보다는 제격이지 싶다. 그러나 절반 넘는 폭을 나무가 차지한 인도의 가장자리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나무가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무 주변으로 낮은 턱을 올려서 세심하게 배려하기는 했으나 공간이 좁아서 뿌리의 호흡에 장애라도 생길까봐 드는 걱정이다. “정선 시내의 한 기업체가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나무 관리를 도와주지요. 높이 솟은 가지 중에 쳐내야 할 병든 가지가 생기면 그 기업체가 장비를 지원해 주고, 주변 청소와 같은 정비도 도와주지만 특별히 돌볼 일은 없어요.” 하지만 나무에서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면 군의 해당 부서와 협력해서 전문가를 동원해 치료한다고 고씨는 덧붙인다. 이에 대해 군 문화재 담당 김대순씨는 “인위적인 영양 공급과 같은 지나친 보호가 오히려 나무의 생장에 장애를 줄 수 있다.”며 “평상시에 꼼꼼히 살펴보고 이상 현상이 생길 때에는 곧바로 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조가 심은 나무를 바라보고 태어나 백성의 풍요로운 살림을 돌보며 여전히 너그러운 선조의 품 안에서 살고 있는 고씨는 “우리 뽕나무를 바라보면, 선현들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큰 나무와 선조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건 곧 이 땅의 모든 삶에 대한 자긍이기도 하다. 글 사진 정선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217-9. 서울에서 정선에 가려면 영동고속국도의 속사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좋다. 톨게이트를 나가서 강릉 방면으로 8㎞쯤 가면 평창군 진부면에 이른다. 진부 면민체육공원 앞 사거리에서 정선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오대천을 끼고 이어지는 국도 59호선을 이용해 31㎞ 남짓 남하한다. 조양강과 만나는 나전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8.5㎞ 가면 정선 시내에 이른다. 5일장이 서는 장터 앞에서 군청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500m쯤 가면 오른쪽으로 군청 입구가 나온다. 군청 건물보다 나무가 먼저 눈앞에 나선다.
  •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당신이 상상하는 최고의 행운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면 상당수가 ‘로또 당첨’을 얘기할 것이다. 1등 대박을 꿈꾸며 그렸던 수많은 ‘불가능’이 실제 눈앞에서 현실화하는 것. 그걸 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어떤 것일까. 여기 로또보다 더 기막힌 행운의 주인공들이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불운이 겹치는 ‘머피의 법칙’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험한 우연과 행운은 ‘돈’뿐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명예’까지 함께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을 행운아로 기록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가’ 또는 ‘과학자’, ‘고고학자’로만 기억할 뿐이다. 이번 주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행운아를 뽑는 오디션을 개최했다. 심사위원은 샐리 앨브라이트가 맡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에게는 유리한 일만 생긴다고 자신하는 그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멕 라이언 분)이자 ‘샐리의 법칙’을 탄생시킨 룰세터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기들이 경험한, 그러면서 그들 스스로 믿기 힘들었던 행운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의 대명사가 된 그들의 얘기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엘이나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에 버금가는 샐리의 독설이 이어졌다. 샐리 : 무려 22년 만에(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1989년에 개봉), 그것도 이렇게 화려한 무대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돼 정말 영광입니다. 도대체 어떤 행운을 경험한 분들이 등장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첫번째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객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샐리 : 으악! 할아버지. 이렇게 발가벗고 나오시면 어떡해요. 아르키메데스 : 허허. 설정이 좀 과했나. 나름대로 그 시절 분위기를 살려본 건데…. 난 인류 최초의 스트리킹 기록 보유자. 아니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자 화학자이자… 뭐 암튼 과학자이자 철학가인 아르키메데스라고 하네만. ‘유레카’(Eureka)라는 신조어도 내가 만들었는데. 샐리 : 아. 역사책인지 과학책인지 들은 것 같긴 하네요. 근데 설마 스트리킹이 할아버지의 행운은 아니겠죠? 아르키메데스 : 뭐, 다들 아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스트리킹을 콘셉트로 잡아봤는데 아가씨 좀 무식한 거 아닌가. 실망인걸. 입 아픈 얘기를 또 하자면, 난 기원전 3세기 시라큐스의 목욕탕에서 인류사를 바꿀 발견을 했지. 친구이자 친척인 히에로 왕이 순금 왕관을 만들도록 세공사한테 시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딴 걸 섞었을 것 같았단 말이지. 그래서 나한테 그걸 조사해 달라고 하는데, 무게가 같으니까 알아낼 방법이 없었거든. 나라고 별 수 있나. 머리만 싸매고 있다가 목욕탕에 갔는데, 욕조에 몸을 담그는 만큼 물이 넘치는 걸 발견했지. 그 순간 난 벌거벗은 채로 미친 듯이 집으로 뛰어가면서 ‘유레카’를 외쳤지. 어라. 그게 무슨 발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데. 금, 은, 동은 밀도가 다 다르잖아? 그럼 같은 무게가 됐을 경우에 부피가 달라지거든. 결국 금에 다른 걸 섞으면 무게가 같아도 넘치는 물의 부피는 달라지지. 이게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인류의 성과야. 샐리 : 아. 말씀하시는 동안 뒷조사를 좀 했는데요. 이 오디션의 가장 큰 평가요소가 ‘행운’과 ‘우연’인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모래 위에 기하학 문제를 풀다가 로마 병사가 그걸 밟았다고 화내다가 세상을 뜨셨다면서요? 죄송하지만, ‘가장 어이없는 죽음’ 오디션에 나가시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네요.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단체 참가자군요. 양취위안 : 저희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온 농부들입니다. 이름은 양씨인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음…. 샐리 : 오디션 무대가 낯설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뒷 참가자들을 위해서 좀 더 간략하고, 빠르게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취위안 : 예. 1974년의 일인데요, 우리는 시안의 리산(驪山)에서 우물을 파고 있었습니다. 아주 가뭄이 심한 해였거든요. 알다시피 농사꾼이 제일 무서운 게 가뭄이잖아요. 그래서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관리까지 와서 우리더러 우물을 파라고 막노동을 시키고 있었어요. 밑으로 4m쯤까지 바닥을 팠는데 갑자기 흙으로 만든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벌 받을까봐 무서워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감독관이 계속 파라 그래서 파다보니 사람이 자꾸 나오고 길도 나오고 그랬죠. 샐리 : 그게 뭐였죠? 양취위안 : 그게 진시황제의 병마용이었어요. 한 2000년쯤 됐다고 하대요. 아직도 다 못 팠어요. 어림짐작으로 넓이가 55㎢쯤 된다더라고요. 샐리 : (짝짝짝) 참 대단한 발견들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돈은 좀 버셨나요? 양취위안 : 아뇨.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별다른 보상은 받지 못했어요. 다시 농부로 돌아갔죠. 다만 시안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후손들이 지금은 덕을 좀 보고 있어요. 샐리 : 아, 안타깝습니다. 돈과 명예를 얻고 끝이 좋아야한다는 오디션의 취지에는 적합하지 않네요. 그리고 사실 고고학적인 발견에서 ‘농부’나 ‘우물파기’는 너무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도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나왔고, 성경해석의 열쇠였던 ‘사해(死海)문서’도 양치기 소년들이 동굴찾기를 하다 발견했거든요. 조심해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참가자는… 커플, 아니 파트너시군요. 아르노 펜지어스 : 안녕하세요. 전 아르노 펜지어스이고 이 친구는 로버트 윌슨입니다. 저희는 과학자이긴 한데, 사실 하는 일은 거의 안테나 개발자에 가까웠죠. 통신위성을 쏘고 나면 거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는 전파 안테나를 만들었거든요. 1964년에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에 있을 때 자꾸 잡음이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안테나 위에 비둘기도 쫓아내고, 새똥도 치우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해결이 안 됐어요. 둘이서 계속 머리를 맞댄 끝에 그게 뭔지 알아냈습니다. 샐리 : 뭐였는데요? 펜지어스 : 그게 바로 150억년 전에 우주대폭발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였습니다. 안테나를 고치다가 우주 탄생의 증거를 찾은 거죠. 그 덕에 노벨상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이 활짝 핀 거죠. 그 일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어느 동네에서 안테나나 만들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샐리 : 흥미롭긴 한데,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는 않네요. 거기다 빅뱅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오늘 참가자 중 유일하게 두 분만 생존해 계신 분들이니,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분 나오세요. 알프레드 노벨 : 난 앞에 나온 친구들이 받은 그 상을 만든 사람이오. 그 상 받는 게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이 전 세계에 몇 억명은 될 걸. 샐리 : 아. 폭탄 제조의 1인자시군요. 근데 ‘우연’이나 ‘행운’과 어떤 관계가. 노벨 : 먼저 1800년대 중반에 제일 많이 연구됐던 폭탄이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는 사실부터 말해야겠군. 근데 이게 너무 불안정해서 활용이 쉽지 않았지. 맨날 터지고 사고 나고. 한번은 내 공장이 폭발하면서 동생도 죽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그래서 난 결심했지. 원활한 철도공사를 위해 더 안전하고 강력한 폭탄을 만들겠다고. 그러던 중에 실험실에서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베였고, 당시 치료약으로 쓰이던 콜로디온을 발랐어. 근데 그 끈적끈적한 콜로디온을 활용하면 폭약 제조가 좀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그 결과 ‘폭발성 젤라틴’을 만들어냈지. 또 니트로글리세린 용기가 부식돼 새어나와 흙에 스며든 것을 보고는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지. 샐리 : 둘 다 우연이자 행운이다, 이 얘기이신 것 같은데요. 살아계실 땐 항상 발명품들이 ‘우연’이라는 것을 부인하셨죠? 오디션 욕심은 알겠지만, 좀 모순이네요. 노벨상을 만들어서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신 점은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생 고독하게 사셨고 수학자를 싫어해서 노벨상에 수학을 빼셨다는 얘기도 있던데. 노벨 : (묵묵부답) 샐리 : 암튼 만나봬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분 나오시죠. 찰스 굿이어 : 전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굿이어입니다. 저 때만 해도 고무는 계륵이었어요. 매력적인 재료이기는 한데 모양 변형이 쉽지 않았고 온도가 높아지면 굳어버리거나 부서져 버렸죠. 전 평생 이 일에 매달리면서 여러가지 물질을 섞어봤어요. 그러다가. 샐리 : 잠깐만요, 굿이어씨. 혹시 어디에 실수로 뭘 떨어뜨렸는데 그게 고무를 유용하게 만들어줬다. 뭐 그런 류의 얘기는 아니겠죠? 그러면 좀 전에 노벨씨 얘기와 너무 비슷해서 실망할 것 같은데요. 굿이어 : 그… 그게, 실은 유황을 실수로 고무랑 섞었는데, 녹지 않는 성질을 발견해서. 샐리 : 아. 됐습니다. 별로 창의적인 얘기는 아니군요.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들어가는 굿이어 뒤에 대고) 근데 방금 그 굿이어씨 이름이 ‘굿이어 타이어’의 굿이어랑 같은 건가요? 흠~ 자 그럼 마지막 참가자 나오세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왜 내가 여기 나왔는지 잘 모르겠데. 난 평생 철저한 철학 속에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내가 우연을 논하는 자리에 서다니 영문을 알 수 없군. 샐리 : 아. 특별초대 손님 괴테님이시군요. 물론 파우스트 같은 문학적 성과나 철학적 성과를 우연이나 행운으로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저희가 오늘 모신 것은 비교해부학의 선구자로서인데요. 괴테 : 아. 그거? 그렇지, 거기엔 좀 우연이 있지. 난 포유류와 사람이 같은 계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학자이기도 했거든. 당시 학자들은 포유류 위턱의 앞부분에 있는 ‘간악골’이 사람에겐 없다는 이유로 포유류와 사람이 다르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내가 베니스의 한 공동묘지에서 태아의 유골을 보고, 사람의 간악골은 자라면서 점차 유착이 돼서 사라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지. 뭐 내가 직접 해부를 하지 않고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류에겐 큰 축복이자 행운이지. 샐리 : 잠깐만요. 그 공동묘지에서 간악골을 찾아낸 게 사실은 괴테 당신이 아니라 하인이고, 당신은 그 공을 빼았았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가 애매하니까, ‘우연’으로 포장한 거 아닌가요? 괴테 :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다 나를 음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말 옮기기 좋아하는 후세인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난 불쾌해서 더 이상 이 자리에 못 있겠구만. 들어가겠네. 샐리 : 자~ 그럼 오늘 오디션을 정리하도록 하죠. 시대와 분야에 상관없이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지만, 그 누구도 온전한 ‘행운’과 ‘우연’만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네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그들의 노력에 의한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우승자는 없다고 해야겠죠?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우연과 행운의 과학적 발견 이야기(로이스톤 로버츠·안병태/도서出판국제)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패트릭 헌트·김형근/오늘의책) 우연한 발견을 위대한 발명으로(최달수/김영사) 우연의 법칙(슈테판 클라인·유영미/웅진지식하우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들(헬레인 베커·하정임/다른)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구드룬 슈리·김미선/다산초당)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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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 은밀한 사생활 훔쳐보기

    조선왕조 은밀한 사생활 훔쳐보기

    창덕궁은 1405년(태종5)에 지어졌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국정운영의 중심 공간이면서 효(孝)와 예(禮)를 행하는 곳, 왕은 물론 관료들이 국사를 논하는 곳, 왕과 왕비가 농사와 양잠을 직접 체험해 보는 곳이기도 했다. “조선 철학의 핵심을 담은, 가장 조선적인 궁궐”이라는 게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의 설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창덕궁의 속살이 공개됐다. 고궁박물관이 28일 시작한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 특별전을 통해서다. 8월 28일까지 두 달간 계속된다. 궁중 수라간에서 사용했던 은으로 만든 솥, 왕의 이동식 용변기 등을 실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궁궐에서 쓰였던 생활도구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창덕궁은 조선왕조 법궁(法宮)이자 서궐(西闕)에 해당하는 경복궁과 대비해 동궐이라고 불렸다. 특별전에서는 이런 창덕궁을 조감도 형식으로 그린 그림인 국보 249호 동궐도(東闕圖)를 만날 수 있다. 동궐도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영상물도 볼 수 있다. 창덕궁 주요 전각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문효세자책봉의례도(文孝世子冊封儀禮圖) 등 기록화와 각 전각에서 행해졌던 역사적 사건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궁궐지, 헌종가례도병(憲宗嘉禮圖屛, 보물 제733호)·갑인춘친정도(甲寅春親政圖) 등 창덕궁에서 행해졌던 행사 그림, 중희당 등 이미 사라진 전각 현판 등 대표유물 100여점도 나왔다. 정 관장은 “고궁을 주제로 한 최초의 특별전”이라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창덕궁의 역사와 의미, 궁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창덕궁 관람이 건물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고궁박물관 홈페이지(www.gogung.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료. (02)3701-7633~4.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파트서도 텃밭 가꾼다

    서울 시내 공동주택에서 곧 텃밭을 가꿀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조경 기준에 따른 조경시설에 텃밭을 포함하도록 다음 달 안으로 국토해양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현행 규정에는 건축물 조경시설에 텃밭이 포함돼 있지 않아 아파트에서는 ‘바라만 보는’ 조경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건축법 35조에 따르면 건축물 소유·관리자는 일정 면적으로 조성하도록 의무화한 조경시설을 법 규정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따라서 텃밭을 만들어 경작하거나 수확하면 유지·관리를 벗어나 조경시설을 훼손하는 꼴이다. 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에게 집 앞에서 소규모 농사를 지으며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법 개정 이전에도 서울시건축위원회 심의 때 법정 의무 면적을 초과하는 조경시설에는 공동 텃밭을 도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주택법 등에 따른 사업 승인 대상 건축물은 의무 조경시설 면적이 대지면적의 30% 이상인 곳이다. 신축 설계에서 조경 면적이 40%일 경우 10%에 해당하는 공간을 텃밭으로 가꾸도록 권장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건축된 경우 현행법에 따라 텃밭을 조성할 수 없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공동주택 단지의 커뮤니티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작은 텃밭이지만 지역민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길섶에서] 경운기/박홍기 논설위원

    경운기 소리에 눈을 뜬다. ‘탈탈탈’ 하는 경운기 소리는 아버지가 하루의 일을 시작하신다는 신호다. 경운기는 아버지의 오랜 벗이다. 승용차이자, 화물차이고, 농기계다. 전천후 다목적용이다. 경운기 없이는 농사 짓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산밭이나 들판에 나가실 때도 경운기를 앞세우신다. 경운기를 새로 들여놓았다. 아버지의 손길을 탔던 것이 낡아 고장이 잦아서다. 고쳐 쓰기엔 수리비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어쩔 수 없으셨단다. 아버지는 새 벗을 대견하게 여기신다. 다른 것은 몰라도 힘겹게 돌려 시동을 걸던 구형과는 달리 자동차처럼 쉽게 시동이 걸리기 때문인 듯싶다. 아이들이 경운기에 태워 달라고 조른다. 승용차에 익숙하지만 도회지에선 맛볼 수 없는 재미 탓일 게다. 아버지는 “장난치면 안 된다.”고 새끼손가락을 걸곤 손자들을 번쩍 들어 경운기에 태운다. 아이들 몸이 ‘탈탈탈’ 흔들리고 그때마다 꺅꺅 지르는 소리가 듣기 좋다. 놀이기구인 양. 그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곳곳 태풍 피해… 13명 사망·실종

    제5호 태풍 ‘메아리’와 호우로 1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수천 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뱃길과 국내선 하늘길이 26일 하루 동안 대부분 끊겼다. 그러나 태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반도를 빠져나간 데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중호우를 동반하지 않아 피해가 적었다. 25일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 계곡에서 실종된 여자 어린이(3세)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렸던 영월소방서 소속 이창호(30) 소방교가 충북 단양군 남한강 상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밀양에서도 산내면 용암마을 앞 하천에 자동차가 빠져 김모(47)씨 등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졌다. 물이 불어난 충북 청주 무심천에서 25일 실종됐던 중학생 오모(15)군의 시신이 26일 발견됐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경북 상주 은척면 하흘리에서 농사일을 나간 이모(85)씨가 귀가하지 않는 등 전국에서 모두 1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지난 24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충북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구제역 매몰지 아래 저류조에서 침출수가 유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충북도는 “앙성면 매몰지에 건수(장마 때 땅속에 스몄던 물이 잠시 솟아나서 괴는 물) 유입을 처리하고자 최근 설치한 저류조에 많은 빗물이 흘러들어, 기존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여 넘쳤다.”며 “매몰지에서 오염된 침출수가 저류조를 통해 하천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3~26일 충청과 경북 등 중부 내륙권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주택과 비닐하우스 등에서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6·25 전쟁 61주년] “남편 납북 61년… 전화벨 울리면 그이 왔을까 가슴 떨려”

    [6·25 전쟁 61주년] “남편 납북 61년… 전화벨 울리면 그이 왔을까 가슴 떨려”

    “그날 몸을 던져서라도 나도 함께 데려가라고 매달렸어야 하는 건데…. 내무서 앞에 끌려나온 남편 모습을 보니 정신이 핑 돌면서 가슴이 울렁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24일 서울 청량리동에서 만난 김항태(83) 할머니는 말문을 열자마자 흐느꼈다. 주름이 조글조글한 손으로 가슴팍을 연신 내리쳤다.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듯 보였다. “그때 내가 임신 1개월째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 남편은 우리 딸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갔으니…. 딸은 남편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생명줄이야.” 결혼 1년 5개월 만에 스물두 살의 새댁은 남편을 북으로 떠나보냈다. 할머니의 남편 김재봉(91) 할아버지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말 강화군 교동도의 신혼집에서 인민군과 마을 좌익 청년들에게 잡혀 북한 황해도로 끌려갔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전쟁통에 홀로 낳은 딸이 올해로 환갑이 됐다. 4년 전부터 할머니를 괴롭히는 고관절 디스크의 고통은 가슴을 까맣게 태운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직도 그냥 끊어지는 전화가 오면 남편이 나를 찾아 전화한 게 아닐까 싶어. 그런 전화가 올 때면 가슴이 떨려.” 북녘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올해로 아흔 살이 넘었을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아직 체념하지 않았다. ●서울 수복 직후 남편과 생이별 할머니는 남편과 헤어진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충격으로 날짜 감각을 잊은 채 멍하니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할머니는 국군이 서울을 되찾은 지 며칠 뒤라고 기억했다(1950년 9월 28일 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을 수복했다). 유엔군의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하고 서울도 되찾아 조만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북으로 간 남편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쾅, 쾅쾅’ 그날 새벽녘 귓전을 울리는 굉음에 놀라 잠에서 깼다. ‘북한군이 다시 내려온 건 아닐까….’ 정신을 차려 보니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집 대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미처 몸을 숨길 새도 없이 거센 발길질에 대문이 부서졌다. 십수명의 정체 모를 청년들이 들이닥치자 무서움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들은 내무서에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반동 세력이니 내무서로 함께 가야겠다.’면서 다짜고짜 남편의 팔을 붙들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남편의 가슴팍에 내무서원은 기다란 총부리를 들이댔다. 남편은 그렇게 내무서로 끌려갔다.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정신을 차려 보니 희뿌옇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이튿날 정신을 차리고 내무서 앞으로 달려갔다. 남편은 포승줄에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다른 마을 청년들과 함께 매여 있었다. (손가락으로 방안 끝에서 끝을 가리키며) “그때 남편이랑 같이 붙들려 간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될 거야. 두 줄로 섰으니 한 스무명 정도….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죄 끌고 간 거지.” 내무서원들은 남편과 청년들을 교동도 항구로 데려갔다. 할머니는 울먹이며 남편의 뒤를 따라갔지만 함께 배에 오를 수는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지만 그 순간이 진짜로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편이 탄 배는 건너편 황해도 연백군이 바라다보이는 교동도 항구를 떠났다. 배를 타고 30분도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를 건너가는 남편의 뒷모습,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김 할머니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소식은 남편이 끌려간 지 이틀 만에 보낸 작은 쪽지 한 장이었다. 함께 끌려간 사람들 가운데 면 서기와 이웃 청년 2명이 풀려 나오면서 전해준 것이었다. 손바닥 반만 한 작은 종이엔 ‘내 걱정하지 마세요. 배 타고 건너와 잘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 김재봉’이라고 쓰여 있었다. 단정하게 또박또박 적힌 이 세 문장이 60년이 넘도록 김 할머니 가슴에 박혀 있다. 조심스레 쪽지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작은 종이 쪼가리, 귀퉁이가 다 닳도록 만지고 보면서 35년을 간직했는데, 80년대 중반에 이사하다 모두 태워버렸어. 그때는 ‘어차피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인데 갖고 있은들 뭐하나’ 이런 심정이었지.” ●쪽지 35년 간직하다가 불 태워 할머니가 여전히 잊지 못하는 남편 김 할아버지는 서울농고를 졸업하고 교동도 금융조합(현재의 농협) 서기로 입사한, 똑똑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친구들과 사랑방에 둘러앉아 시국 토론도 하는 열혈 청년이었다. 전쟁 전에는 뜻 맞는 마을 청년들과 청년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념 대립이 팽팽하던 전쟁 직전, 남편은 좌익 세력의 표적이 됐다. 공산당이 득세한 교동도에서 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당원 가입도 거부했다. 할머니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동네 빨갱이들이 명부를 들고 다니면서 이름을 쓰고 지장을 찍으라고 했는데 그게 공산당 가입 명부였다.”면서 “교동도에는 빨갱이들이 많았는데, 그게 다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공산당에 넘어갔던 탓”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자상함은 한도 없었다. “이 양반은 이렇게 내 가슴을 아프게 하려고 그랬는지 그렇게도 별났다. ‘김치도 맛있다, 빨래도 잘 넌다’ 하면서 항상 칭찬해줬다. 무거운 것도 하나 못 들게 했다. (주먹 쥔 손으로 다른 쪽 손바닥을 탕탕 내리치면서) 그런 말을 바로 엊그제 한 것 같고, 아직도 생생한데….” 할머니는 또다시 한참을 울었다. 남편이 북으로 간 뒤에도 김 할머니는 교동도를 떠나지 못했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농사일로는 커 가는 딸과 생활하기가 벅찼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는 딸에게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딸이 10살이 되던 1961년 서울로 왔다. 외삼촌이 살고 있던 답십리에 방을 구했다. 다른 환경에서도 남편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딸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이 조용해지면 방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남편과 함께 자식 기르는 재미로 살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벼락을 맞았으니…. 죽어야 잊지 그전엔 못 잊어.” 80년대 중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자 남편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납북자는 대상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납북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북에서 저렇게 뻗대니 어떻게 햐. 절대 용서가 안 돼.”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을 저몄다. 인고의 세월은 끝이 없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방문 상봉이 합의되자 김 할머니는 다시 가슴이 뛰었다. 불편한 다리로 이북5도청에 마련된 이산가족 민원 창구를 찾았다. “교동도 지도를 가져가 여기서부터 저기로 내 남편이 끌려갔다고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내 절절한 심정을 이해나 해줄는지. 못 만나게 할 거면 살아 있는지 말이라도 해줘야 할 거 아냐.” ●北서 납북자 인정 안 해줘 분통 “몇 년 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편을 꼭 찾아주겠다며 걱정 말라는 서신도 보내왔는데 결국 허사였어. 내 남편은 납치돼 간 건데 정부에서 책임지고 찾아줘야 해.”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60년 동안 남편이 딱 한 번 내 꿈에 나온 적이 있어. 교동도 안방 아랫목에 앉아 내 이름을 부르기에 화들짝 놀라 깼는데 꿈이지 뭐야. 꿈인 걸 안 순간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할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로 꿈에도 한 번 안 나오니 야속한 사람이지. 내 마음에는 그 사람의 사랑이 불에 넣어도 안 탈 거 같고 물에 넣어도 안 떠내려갈 거 같고 그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가슴을 후비는 탓이리라. 김 할머니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낙동강 보 공사 장마 대비 현장가보니

    낙동강 보 공사 장마 대비 현장가보니

    “여기 물길이 아닌 곳을 뚫어 버리니까 이 아래쪽이 자꾸 깎이는 거야. 깎이니까 저기(낙동강)에 또 쌓이지. 그러더니 다시 물길을 막네요. ”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채소를 경작하는 진경순(63·대구 서구 내당동)씨가 분통을 터뜨린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42)씨는 25일까지 마무리를 해야 하는 모내기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주변 논에 물을 대는 예곡리 양수장의 취수구가 낙동강 물높이보다 높아진 탓이다. 24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지난 21일 대구 달서구 파호동 강정보(湺)에서 달성군 달성보로 이어지는 낙동강 공사 현장을 다녀왔다. 낙동강살리기 사업 공구의 22~24구간으로 전체 공사구간의 허리춤이다. 지나는 곳마다 한쪽에서는 굴착기가, 다른 쪽에서는 수중 준설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강 바닥을 파내는 준설 공사가 80% 가까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 침식이 가장 큰 문제로 낙동강 바닥이 평균 6m 정도 낮아지니 이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천과의 낙차가 커지고, 지천의 물살이 2~3배 빨라지면서 제방이 깎여 나가는 ‘역행 침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낙동강과 금호강 지류, 용호천과 동정천 등 지천의 제방 위 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거나 일부 논밭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평소 유속일 때도 이 정도인데, 물살이 더욱 빨라지는 장마철에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지천의 교량은 유속에 맞춰 세웠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천에서는 ‘하상유지공’을 설치하는 보강공사가 한창이다. 지류 바닥에 돌을 깔아서 침식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허술해 보인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낸 자료에 따르면 금강 5~7공구 지천 합류부 일대에 29개 하상유지공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설치 중이거나 마무리된 곳은 16곳, 나머지는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설치된 13곳 중에서도 자왕천, 중평천 등 8곳은 빠른 물살을 못 견뎌 유실됐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예년보다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보에 많은 주민들이 가슴 졸이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도 살펴보고,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조원상 선수의 애환, 국민의 신선한 제안이 정책으로 승화된 사례들을 소개한다. 또 다음 달 상용화되는 4세대 이동통신의 각축을 짚어보고 ‘진경호의 시사 콕’은 검경의 수사권 갈등을 조명한다. 글 사진 대구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 귀농인과 귀예인/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귀농인과 귀예인/공선옥 소설가

    어린 시절 동네에 들어온 곡마단이 잊히지 않는다. 서커스단, 혹은 쇼단이라고도 했다. 이수일과 심순애 같은 음악극도 하고, 마술·줄타기·차력 같은 서커스도 하는 종합예술가들이 이따금 마을 공터에 나타나곤 하였다. 그들은 종이 메가폰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주민 여러분 오늘밤…”을 외치며 조무래기들을 뒤에 달고 골목을 누볐다. 물론 그들은 문화와 예술뿐 아니라 약도 팔았다. 정말 약인지 어쩐지는 알지 못해도 사람들은 그들이 들려준 노래, 그들이 보여준 굿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만병통치약’을 하나씩 사게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명절 뒤끝이나 국경일을 즈음하여 ‘콩쿠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나뭇가지와 꽃 같은 것으로 무대를 그럴싸하게 꾸미고 마을에 있는 악기란 악기는 총동원하여 팡파르를 울리고 사람들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재담이면 재담 같은 것으로 각자 가지고 있는 끼를 발산하였고 부상으로 나누어 주는 플라스틱 바가지, 양은솥 따위를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린 채 받아 가곤 하였다. 아무리 작은 고을이어도 읍내에는 극장이 두어 개는 있게 마련이었다. 시골사람들은 장에 간 길에 극장에도 들러 당대의 영상문화를 즐겼다. 까막눈 우리 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마부’를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추억했다. 그것을 보던 날의 행복을 반추했다. 그 모든 풍경은, 그 모든 추억은 농촌이 ‘잘살기’ 이전 시절의 풍경이고 추억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농촌에 소위 ‘소득증대사업’의 일환으로 비닐하우스가 생기고 축사가 생기고 공장이 지어지는 동안, 그래서 농촌에 돈이 많아지고 텔레비전을 사고 차를 사는 동안 ‘문화와 예술과 약’을 팔던 그 종합예술가들은 더 이상 시골에 오지 않게 되었다. 잘살아야 하니까 소득증대 사업을 벌였고, 그 덕분에 텔레비전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더 이상 마을에서 콩쿠르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어쩌다 연다 해도 예전처럼 재미나지가 않게 되었다. 콩쿠르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예전처럼 자신만의 재주를 자신만의 기량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모르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 흉내를 내기 때문이었다. 읍내의 극장들도 사라졌다. 잘살아 보자고 지붕 개량도 하고, 마을길도 넓히고, 신작로도 아스팔트로 바꾸고, 새집도 짓고, 농기구가 아닌 농기계를 들여서 일이 편해졌는데도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은 잘살아 보려고 하면 할수록 빚이 늘어났다. 이름하여 ‘농가부채’는 이제,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되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그 기묘한 조화 속에 사람들의 가슴이 짓눌리는데, 혹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을 누가 외친다 한들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빚을 갚으려면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은 없고 몸은 피곤해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오락’을 ‘유일한 문화’로 여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군 단위에 문화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문화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농촌사람들이 언제까지나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일방적 영상을 바라보는 것을 유일한 오락거리, 유일한 문화생활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가. 이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귀농인’뿐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이야말로 ‘귀예인’이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각 지역의 문화원에서 그 ‘귀예인’들을 적극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 예술을, 그 예술인을 만나고 싶으면 도시 사람들이 예술인이 살고 있거나 그 예술이 펼쳐지고 있는 시골로 찾아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문화와 예술 한번 즐기려면 도시로 가야 하는 이런 ‘문화’, 이젠 정말 신물이 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이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단체장이 나서서 문화와 예술로 ‘소득증대사업’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 수만마리 벌떼를 온몸에…‘꿀벌 인간’ 경악

    수만 마리에 달하는 꿀벌을 온몸에 붙이고 수십 분을 버텨내는 ‘꿀벌 인간’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23일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22일 충칭시 비산에서 한 농부가 자신의 몸에 벌떼를 붙이는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30년간 꿀벌 농사를 해온 장 씽룬(59)은 10여 년 전부터 온몸에 벌떼를 붙이는 기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꿀벌들이 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얼굴 부위에만 석유를 바르고, 온몸에는 벌꿀을 퍼발랐다. 이는 꿀벌들이 더 잘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후 그는 여왕벌이 들어 있는 벌집을 건네받아 자신의 몸에 사정없이 쏟았다. 자그마치 네 상자를 들이붓고 나서야 온 몸에 벌떼를 붙일 수 있었다. 장은 온몸이 꿀벌로 뒤덮여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30여 분을 버텨내다가 갑자기 몸을 흔들어서 모든 꿀벌을 날려보냈다. 이에 대해 장은 “꿀벌의 체온이 38도가량 되기 때문에 ‘꿀벌 코트’는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궁궐장식’ 펴낸 허균 민예미술연구소장

    [저자와 차 한 잔] ‘궁궐장식’ 펴낸 허균 민예미술연구소장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눈앞의 형상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뜻을 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문화재를 대할 때 외형만의 천착과 표피적 바라보기에 치우치기 십상이다. 최근 책 ‘궁궐장식-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돌베개 펴냄)를 낸 허균(64)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그런 측면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발로 뛰어 전국 문화재의 속살을 알기 쉽게 드러내 보이는 문화재 길라잡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흔치 않은 인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감정위원·심사평가위원을 지낸 그의 전공은 한국미술사(홍익대 대학원)다. 전공 때문인지 그는 전문가들로부터 “주제넘게 문화재의 영역을 침범하느냐.”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단다. 그가 펴낸 책들을 보면 그가 지향하는 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사찰장식-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전통 문양’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한국의 누와 정’ ‘서울의 고궁산책’…. 전문가와 사가들의 질시와 빈정에도 그의 주장은 또렷하다. “어차피 당시대를 살지 못했다면 문화재의 직접적인 기록과 그 언저리에 묻힌 것들을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문화재의 형상을 뛰어넘어 그 배후를 속속들이 알아내려는 연구는 학제와 전공과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우리 눈앞의 문화재는 유형물이지만 그것을 만들고 그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사람인 만큼 그 사람의 미의식과 철학을 더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 궁궐에 담긴 경천애민 정신 새 책 ‘궁궐 장식’을 출간하게 된 배경도 바로 조선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조형물의 숨은 뜻 찾기에 있다. “조선 궁궐은 큰 틀에서 유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문화재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유교 철학·유교 윤리가 몸에 밴 조선 왕이며 사대부들이 궁궐 곳곳에 세우고 가꾼 전각과 장식들엔 유교 양식의 건축물을 뛰어넘는 철학과 미의식이 고스란히 담겼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백성들이 겪는 농사의 어려움을 생각하자며 경복궁 천추전 서쪽 뜰에 세운 흠경각이며 하늘을 관찰하기 위한 창경궁의 관천대, 바람을 읽기 위한 경복궁·창경궁의 풍기대를 단지 건축물로만 볼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경천애민의 정신을 살펴보자는 말이다. 경복궁 근정전 주변의 12지상과 사신상은 중국 궁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조형물이고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펼쳐진 그림인 일월오봉병도 성리학적 배경의 산수풍광이지만 자연의 도(道)를 담은 독특한 우리 전통산수화 양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철학 만나는 매개체 결국 그의 지론은 한군데로 모인다. 역사와 내력도 중요하지만 그 진면목을 밝히고 이해하는 쪽으로 문화재를 보는 안목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궁궐을 다룬 연구만 하더라도 대부분 건축구조와 기법 중심으로 치우쳐 정작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배후의 진실은 도외시되기 일쑤란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정신·철학과 만나는 결정적인 매개체입니다. 문화재를 통해 선조들의 생활철학과 사고구조, 미의식을 제대로 알아내는 방법이 결국 나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지름길이죠.”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어이없는’ 스톱…고리원전 2호기 비닐접촉에 가동중단

    농사용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 원전 송전선로에 접촉하면서 고리원자력발전소 원전2호기(설비용량 65만㎾급)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21일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오전 10시 30분쯤 고리2호기 원자로의 가동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고리2호기의 가동 정지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에 있는 고리원전과 신울산변전소를 연결하는 345㎸ 송전선로 3줄 중 1줄에서 순간적으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보호하는 계전기(전기스위치)가 작동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로 구간을 확인한 결과,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는 4~5m 크기의 비닐이 바람에 날아와 15m높이에 있는 송전선로 1줄에 접촉하면서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곧바로 원상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리원전은 사고원인 조사를 끝내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협의를 해 고리2호기를 재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어르신 도우면 보람차고 재미… 무료했던 생활이 확 바뀌었죠”

    [독거노인 사랑잇기] “어르신 도우면 보람차고 재미… 무료했던 생활이 확 바뀌었죠”

    “할머니들을 찾아 도움을 주고 나면 보람이 있고, 고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보람을 느낍니다.” 홀로 사는 노인을 챙기는 사단법인 희망세상 소속의 돌보미 박해순(44)씨는 지난해 1월 이 일을 시작했다. 희망세상은 전남 순천시의 민간 위탁을 받아 국비 70%, 도·시비 15%씩으로 운영된다. ●하루 5시간 봉사… 어르신 28명 돌봐 희망세상 허병주 이사장은 자원봉사 단체에 소속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노인들을 부모처럼 모시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면접을 통해 도우미로 뽑고 있다고 했다. 허 이사장은 “사회의 변화는 바로 나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면서 “나누는 삶이 곧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시 주암면에 거주하는 박씨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홀로 사는 노인 28명을 돌본다. 일주일에 5일, 하루 5시간씩 봉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느 한 군데만 있을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 심심하다며 못 가게 하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집안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이해하는 남편과 대학 2학년생, 고교 2학년생인 두 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저 식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 낄 따름이다. ●“유기농 쌀 전해 드렸을 때 제일 보람” 방학 때는 딸들도 함께 따라와 독거노인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박씨는 딸들이 대견스럽고, 노인들을 같이 보고 나서 더 효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활동비 명목으로 한 달에 60만원을 받는다. 돌보미로 일할 때 승용차 운행은 필수 조건. 그렇지만 전화료와 자동차 기름값을 내면 오히려 적자를 보기 십상이다. 노인들에게 찾아갈 때 빈손으로 가기가 민망해서 호주머니를 털어 우유 등을 사가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마음 없이 돈을 먼저 생각하면 이 일을 못한다.”는 박씨는 “무료했던 생활이 지금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모든 어르신들이 부모처럼 느껴져” 23년째 농사일만 하다 보니 권태감과 스스로에게 화가 났었지만 돌보미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생활에 활력을 찾았단다. 박씨는 “전주에서 마트를 10개 운영하다 주암으로 내려왔는데, 노인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이웃을 보고 돌보미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충격으로 1년만 내려와 살다 올라가려고 자산을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었다. ‘욕심을 버리면 편해진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봉사가 이렇게 보람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유기농 쌀 20㎏ 28포를 회사 지원금과 사비를 들여 노인들에게 가져다 줬을 때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무작정 아끼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자기 몸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생활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작은 힘이지만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사회복지 분야와 같은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 노인이 행복한 사회 (3) 돌보미 도움받는 순천 주암 조순애 할머니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 노인이 행복한 사회 (3) 돌보미 도움받는 순천 주암 조순애 할머니

    “막내딸 같기도 하고, 막둥이 며느리나 다름없어요.” 전남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 덕흥마을에 사는 조순애(81)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자신을 챙겨주는 돌보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조 할머니가 사는 덕흥마을은 1991년 주암댐이 들어서면서 수몰지역으로 지정돼 마을 주민들 거의가 시내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제 이 마을에는 조 할머니를 포함해 6가구만 남았다. 그런데 기막히게도 5가구가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다. ●“한번 오고 말겠지 했는데 벌써 1년 넘어” 이들은 이주비도 적은 데다 시내로 나가 산다고 해도 달리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 그냥 이곳에서 떠나라고 할 때까지 살고 있다. 농사 지을 땅이 없는 탓에 작은 텃밭에 들깨, 고추, 상추를 가꾸면서 근근이 살고 있다. 나라에서 주는 노인수당 8만 8000원이 수입의 전부이다. 이곳은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는 오지라 주암면 소재지로 일을 보려고 나가려면 택시를 불러야만 한다. 노인들은 1만원의 택시비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혼자서는 탈 생각도 못한다. 여러 명이 택시비를 모아야만 시내를 한 번 나가기 때문에 두 달에 한 차례나 면에 나갈까, 말까 한다. 면 소재지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어쩌다 지나는 차들을 보면 마냥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노인들은 지난해부터 자신들을 직접 찾아와 ‘엄마’처럼 살갑게 대하고 건강을 챙겨주는 돌보미를 만나면서 웃음을 찾고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했다. 조 할머니는 2004년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명절 때나 가끔 안부를 걱정해 찾아오는 아들을 제외하고는 7년을 혼자 생활해 왔다. 여느 노인들처럼 무릎, 허리가 아파 몸 가누기도 힘들어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울 때도 있다. 이런 조 할머니는 요즘 자신을 걱정해주고 문안차 들르는 돌보미가 정말 고맙고, 보고 싶어서 저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단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돌보미가 수시로 전화를 해 안부를 묻고, 일주일에 2~3차례씩 직접 찾아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고민 상담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 할머니 집 안방 전화기 바로 위에는 사인펜으로 도우미의 휴대전화 번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자식들이 모두 성장해 품을 떠나고 가끔 들르는 큰아들이 도우미 연락처를 써 줬단다. 조 할머니는 “겨울엔 춥고 자주 보지 못하니 자식들이 함께 살자고 해도 아파트 생활이 답답해 농촌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돌보미가 시내까지 차를 태워다 주기도 해 가끔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두부·막걸리 등 먹을거리도 챙겨줘” 조 할머니는 돌보미가 요구르트나 두부, 막걸리 등 먹을거리도 갖다주고 딸처럼 찾아와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차로 20분 이상 걸리는 먼 거리라서 ‘어쩌다 한번 오고 말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5월 처음 본 이후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찾아와 눈물나게 고마울 때가 많다고 했다. 조 할머니는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딸 같은 돌보미에게 속상하고 짜증나는 일을 말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고, 또 남에게 말 못할 얘기를 하고 나면 든든한 친구를 얻은 것 같아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전화하면 병원도 데려다 줘” 눈물 글썽 조 할머니는 “고마워 죽겄어, 누가 쳐다보지도 않는데 전화만 하면 먼거리를 달려와 병원에도 데려다주고…”라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문진숙(79), 김선엽(80) 할머니는 “우리에게는 (돌보미가) 생각지도 못했던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 할머니들은 “며느리들도 모시니, 못 모시니 하는데, 웬만한 마음 갖고 누가 늙은이들을 보러 다니겠느냐.”며 “말 주변이 없어서 표현을 못해 그렇지 너무나 반갑고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할머니는 말을 하는 동안 내내 돌보미의 손을 꼬옥 잡고 연신 쓰다듬었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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