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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지 전수조사 18일 시작… 특사경 설치·처벌 강화

    농지를 대상으로 한 부정부패와 투기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오는 18일 시작된다. 조사 결과가 처벌로 이어지도록 특별사법경찰단을 설치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6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 실시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를 아예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서 실효적으로 하라”면서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은 농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농사를 짓지 않다가 걸리면 처분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후 3년 내 한 번이라도 농사를 지으면 처분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있으나 마나 한 법 조항”이라면서 “한 번 걸려서 (처분) 대상이 됐을 때 다음 새로운 농사철에 자경을 안 했다면 즉시 처분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18일부터 예산 588억원을 들여 전국 농지의 소유관계와 실제 경작 여부, 시설 설치 및 전용 여부, 휴경 여부 등 확인에 나선다. 올해 115만㏊(헥타르·1㏊=1만㎡), 내년 80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7월까지는 행정정보와 위성·드론 사진 등을 활용해 기본 조사를 벌인 뒤 8월부터 투기·불법 의심 대상지를 현장 점검하는 심층 조사를 한다. 이어 헌법상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 원칙이 지켜지도록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방정부에 맡겨둔 위반 농지 처분 명령을 ‘재량’이 아닌 ‘의무’로 바꾸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위반 행위는 계도 절차 없이 즉시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농지 매각 제한 대상에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을 추가해 처분 명령의 ‘꼼수 이행’도 봉쇄한다. 적발 후 처분 명령을 유예하던 조항도 축소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조사 결과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특별사법경찰단을 설치한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지난달 30일 농지법에 따른 농지 소유 관련 단속 사무와 농지법상 범죄를 특사경 업무에 포함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 여든다섯에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

    여든다섯에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

    “평생 우리네 어머니들이 호미가 녹슨 적 없을 만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듯 할머니 그림에도 그런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따뜻해요.” 구순을 앞둔 좌기춘(87) 할머니의 손에 붓을 들려줘 늦깎이 화가의 길로 인도한 유창훈(61) 화백이 할머니의 첫 개인전을 두고 지난 4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모두 74점의 작품이 걸렸다. 제주 화북에서 평생 밭을 일구던 좌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손에 연필과 붓을 쥔 건 2024년 6월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우연히 동네 성당 노인대학에서 그린 ‘코스모스’를 본 손녀의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 “우리 할머니도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가 넘도록 작품 활동을 한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안나 메리 로버트슨)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어요.” 좌 할머니는 며느리와 손녀의 손에 끌려 제주대에서 강의하는 유 화백의 화실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연필 깎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유 화백은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건 기적에 가깝다”며 “할머니는 사물에 대한 이해와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작품 완성도는 놀랍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를 그린 작품에서는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고, 범섬을 담은 그림에서는 파도의 결을 모두 다르게 그려냈다. 제주의 풍경이 할머니의 붓을 거쳐 따뜻한 색으로 되살아났다. 좌 할머니는 “명암과 구도를 강조하는 교수님 때문에 종달리 해변의 새 떼들을 그릴 땐 엎드린 놈, 앉은 놈, 뛰는 놈, 나는 놈 표현에 애먹었다”면서 “한 마리 학을 그리기 위해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수십 번 지웠다 그렸다 했다”고 돌이켰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제주 출신 한중옥 화가는 “저도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지만 저 나이에 저만큼의 열정으로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감탄했다. 전시작 가운데 40여 점이 벌써 판매됐다. 좌 할머니는 “교수님이 그림이 따뜻하다고 칭찬해줬다”며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팔리는 거 보니 직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소녀처럼 웃었다.
  • “경자유전은 실제와 괴리… 소유권 확인보다 경작 현실 봐야”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경자유전은 실제와 괴리… 소유권 확인보다 경작 현실 봐야”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수도권 일부 지역 외 농지거래 한파농사지을 땅·사람 부족이 더 문제균등상속 제도 탓 농지 파편화 심각외국은 세제 혜택 등 일괄 승계 유도영세 고령농·음성 임대차 해소 시급대규모 영농 가능한 구조 만들어야기술·자본 투입 경쟁력 제고 가능 ‘농지농용’ 합의가 선진농업의 열쇠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1950년 농지개혁 이후 76년 만의 일이다. 국토 면적의 19%에 달하는 195만 4000㏊, 전국 1450만여 필지의 실태를 2년에 걸쳐 낱낱이 들여다본다. 총예산 약 1100억원에 신규 조사 인력만 5000명이 투입된다. 올해는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가 조사 대상이다. 드론과 인공지능(AI)을 동원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도권 등 투기 위험군 72만㏊는 별도의 심층 점검을 병행한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농지 투기 근절이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이 훼손되면서 농지 가격이 왜곡됐고, 청년농과 귀농인의 진입 장벽도 높아졌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를 투기 단속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상 첫 전수조사라면 소유권 확인을 넘어 토지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까지 봐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을 만나 전수조사의 의미와 한계, 과제에 대해 들었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이번 조사가 단순히 투기 적발이나 소유권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지가 생산 자원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농지농용’(農地農用) 확립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농업적 이용의 가치를 우선하는 정책적 전환 없이는 지금의 뒤엉킨 농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조사의 목적이 단순 단속인지, 농지법과 현실의 괴리 확인인지에 따라 방식과 범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농지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투기인가 아니면 다른 차원의 문제인가. “2021년 LH 사태 이후 농지법이 대폭 강화되면서 농지 거래는 이미 한파다. 개발 기대감이 있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농지 가격은 처참한 수준이고 거래도 거의 없다. 지금은 투기보다 농지가 매년 줄고 있는 현실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 지역 농지 실거래가는 평당 60만 7000원으로 전남(8만 2000원)보다 7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생산 기반인 농업 용지는 매년 2만㏊ 안팎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증발한 농지만 서울시 면적의 3.3배에 달한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나. “지주와 소작의 굴레를 끊어낸 역사적 가치는 분명하다. 하지만 고령화와 노동력 고갈이 심화된 현장을 소유의 원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진짜 위기는 땅의 부족이 아니라 ‘농사지을 사람의 부족’이다. 누가 땅을 가졌느냐는 해묵은 논쟁을 넘어, 농지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고민에 집중해야 한다.” -경자유전이 현장에서 이토록 무력해진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도시 거주 자녀들이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으며 소유권이 극도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비농민도 일정 규모까지 상속 농지 소유가 가능하다 보니 세대를 거치며 필지가 잘게 쪼개졌다. 이 소유권 파편화가 결국 농업 규모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상속 제도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 민법상 균등상속 구조 아래 농지가 분할되면서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인이 늘었고, 현장엔 조각난 필지만 남게 됐다. 문중 땅처럼 소유관계가 흐릿해진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공적 장부와 현장의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렇다면 이번 전수조사도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 되겠다. “부재지주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현실에서 농지 소유와 이용은 이미 장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소유주 확인을 넘어 실제 이용 실태를 추적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난제다.” 유럽은 파편화 방지를 위해 단독 상속인에게 상속세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일괄 승계를 유도한다. 동시에 공공기구가 농지 거래에 개입해 비농민의 진입을 차단하고 실경작자에게 선매권을 부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갖춘 영농 기반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농지농용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 농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음성화된 임대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8년 자경 양도세 면제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 지주들이 계약서 작성을 기피하면서 임대차가 음지로 숨어들었다. 결국 지주는 허위 자경을 하고 실제 임차농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이미 50%를 돌파했다. 전국 평균 고령화율의 2.5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농가 경영주 2명 중 1명은 70세 이상이다. -음성화된 임대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농지 임대차는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불법을 잡겠다며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을 쫓아내선 안 된다. 임대차를 양성화하고, 국가 지원이 장부상 주인이 아닌 실제 땀 흘리는 경작자에게 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임차인 보호 신고센터 운영과 임대차계약서 작성 유도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8년 자경 양도세 감면 등 ‘가짜 자경’을 부추기는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령농이 농지를 놓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도 있지 않나. “농민 지위를 유지해야 받는 건강보험료 감면이나 연금 혜택이 은퇴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일본의 ‘농지중간관리기구’처럼, 고령농이 안심하고 은퇴할 길을 열어 줘야 농지가 청년농에게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다.” -꼬인 소유권 문제를 풀기 위해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이제는 ‘누가 가졌나’가 아닌 ‘생산적 기능’ 복원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 파편화된 소유권을 인위적으로 통합하기엔 이미 늦었다. 흩어진 필지를 물리적으로 집적해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용 권한을 체계적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현대적 기술과 자본이 유입될 토양이 마련된다.” -우리 농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나는 이를 ‘전환지체’로 본다. 산업화 초기 농업은 제조업 성장의 밑거름이었으나, 제조업이 세계로 나갈 때 농업은 대농으로 변신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소농 구조에 머물러 버렸다. 국가 경제를 위해 소임은 다했지만 정작 자신을 혁신할 기회는 상실한 것이다. 농민 80%가 농업소득 연 1000만원 이하인 현실 자체가 증거다.” -우리 사회를 ‘농업문맹’이라 진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첨단 기술은 선망하면서 정작 그 기술을 담을 그릇인 농업의 본질은 모른다는 뜻이다. 농업은 유한한 농지를 공동체 자산으로 관리할 합의 능력이 필요한 고도의 ‘선진국 산업’이다. 농지라는 생산 자원을 부동산으로만 여기는 지금의 인식을 깨야 한다.” -산업적 돌파구를 위한 전략을 꼽는다면. “보조금과 표심에 의존하는 ‘정치 산업’의 틀을 깨야 한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흐름을 타서 농산물 가공과 콘텐츠를 결합한다면 우리 농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면적조사, 농업경영체등록정보, 농지대장 등 흩어진 통계를 하나로 묶는 데이터 통합이 이번 조사의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농지대장 기록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 정책의 기초 데이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 우리 농업이 마주해야 할 최종 과제는 무엇인가. “경자유전 원칙 아래 소유권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유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단계는 끝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지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우리 농업이 진정한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진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주량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후 연세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통령직속 기본사회위원회 농어촌 기본소득 특별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회 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국가 농정 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5쇄를 찍은 베스트셀러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펴냈으며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농업 정책을 설계해 온 전문가다. 박상숙 논설위원
  •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처럼… 여든 다섯에 늦게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처럼… 여든 다섯에 늦게 피어난 그림

    “평생 우리네 어머니들이 호미가 녹슨 적 없을 만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듯, 할머니의 그림에도 그런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따뜻해요.” 여든이 넘은 좌기춘(87) 할머니의 손에 붓을 들게 해 늦깎이 화가의 길로 인도한 유창훈(61) 화백이 할머니의 첫 개인전을 두고 지난 4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첫 개인전에는 모두 74점의 작품이 걸렸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 교래리 곶자왈, 성산 광치기 해변의 일출, 애월 한담 올레길…. 제주의 풍경이 그의 눈과 손을 거쳐 따뜻한 색으로 되살아났다.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고 정직한 시선, 그리고 긴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다. 스승인 유 화백은 “일반적으로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기적에 가깝다”며 “어르신은 사물에 대한 이해와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난 재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르친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에도 작품의 완성도는 놀랍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를 그린 작품에서는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고, 범섬을 담은 그림에서는 파도의 결을 모두 다르게 그려냈다. 물에 비친 그림자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이 화면을 채운다. 좌 할머니는 “종달리 해변의 새떼들을 그릴 땐 엎드린 놈, 앉은 놈, 뛰는 놈, 나는 놈 등 제각기 달라 애먹었다”면서 “한 마리 학을 그리기 위해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다시 수정하고 또 그렸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수십 번 지웠다 그렸다 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제주시 화북에서 평생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던 그는 손에 연필과 붓이 쥐어진 건 85세 되던 2024년 6월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2019년 우연히 동네 성당 노인대학에서 그린 ‘코스모스’ 그림을 본 손녀의 한마디가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 할머니도 70대 후반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가 넘도록 작품 활동을 이어간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어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게 됐다. 이후 며느리와 손녀의 손에 이끌려 제주대 미술학과에서 강의하는 유 화백의 화실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연필을 깎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우연히 갤러리에 들른 제주 출신 한중옥 화가는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지만 저 나이에 저만큼의 열정으로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감탄했다. 이미 전시작 74점 가운데 40여 점이 판매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좌 할머니는 “교수님이 그림이 따뜻하다고 칭찬해줬다”며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팔리는 거 보니 직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소녀처럼 웃었다.
  • “드라마선 뺨 때렸는데” 까칠한 ‘재벌 2세’ 단골 배우…AI에 밀려 고추농사

    “드라마선 뺨 때렸는데” 까칠한 ‘재벌 2세’ 단골 배우…AI에 밀려 고추농사

    중국 단편 드라마에서 ‘패도 총재’ 역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배우가 인공지능(AI) 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고향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한때 3일 밤낮 촬영을 이어갈 정도로 바빴던 그는 현재 시골 장터에서 고추를 팔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패도 총재는 재벌 2세처럼 부유하고 까칠한 성격을 가진 젊은 남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거만하지만 여주인공에게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로맨스 캐릭터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 단편 드라마계 유명 배우 장샤오레이(28)가 AI의 영향으로 실직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중국 북서부 칭하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친구의 소개로 단편 드라마 촬영에 뛰어든 장샤오레이는 단숨에 중국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얼굴이 됐다. 그가 출연한 200편의 작품 중 70%는 ‘패도 총재’ 역할이었다. 장샤오레이는 단편 드라마 산업의 황금기를 직접 경험했다. 가장 바쁠 때는 사흘 동안 쉬지 않고 연속으로 촬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에게 돌아온 출연 제안은 단 한 건뿐이었고, 출연료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AI 기술이 단편 드라마 제작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를 쓰는 전통 방식은 편당 최소 1만 위안(약 220만원)이 들지만 AI를 활용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AI를 활용한 제작물이 지난해 7%에서 올해 38%로 5배 이상 늘었다. 장샤오레이는 3월 칭하이성 하이둥에 40만 위안(약 8600만원)을 투자해 고추 농장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수십 년간 고추 농사를 지어온 덕분에 그는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본업은 고추를 재배해 거리에서 파는 것이다. 연기할 기회가 오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농부로 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드라마에서는 사람들 뺨을 때렸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현실에 한 대 맞았다”며 실직 상태를 표현한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이렇게 덧붙였다. “드라마 속에서는 엄청난 돈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손님이 10위안(약 2200원)만 안 내고 가도 속상하다.” 시골 장터에서 고추를 1㎏당 4위안에 판매한다는 그는 “인생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나는 결국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말을 맺었다.
  • “논물 조절만 해도 탄소 감축”… 전북 ‘중간 물떼기’ 눈길

    벼농사를 지을 때 논물 관리만 잘해도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북도에 따르면 모내기에 앞서 논바닥을 고를 때 ‘마른 논 써레질’을 하고 이앙 후 생육 기간에 따라 논물을 빼주는 ‘물떼기’가 저탄소 농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물떼기는 논물을 빼거나 수위를 조절하는 단순한 관리법만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높다. 일반적으로 벼농사는 논에 물을 항상 채워두는 ‘상시 담수’ 형태다. 이 경우 토양 속 산소가 차단되면서 혐기성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과정에 메탄이 대량 발생한다. 국내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벼 재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물을 채우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면 메탄이 생성되는 혐기성 조건을 지연시키고 벼의 뿌리도 튼튼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간 물떼기’는 모내기 후 30~40일쯤 벼의 새끼치기가 끝날 무렵 2~3주간 논물을 완전히 빼서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말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토양 내에 산소가 유입되면서 메탄 생성균의 활동을 억제해 메탄 배출량을 4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간 물떼기 이후 논물을 2~3㎝ 정도로 얕게 댔다가 자연적으로 말린 뒤 다시 물을 대는 방식을 반복하면 상시 담수에 비해 탄소 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벼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쓰러짐 저항성’을 높여준다. 부가적으로 물 소모량도 20~30% 절약할 수 있다. 논에 물을 대지 않고 바닥을 고르는 마른논 써레질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7.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에 물을 채우고 써레질을 하는 기존 방식은 3번의 농기계 작업이 필요하지만 마른논 써레질은 2번이면 충분해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이 준다. 전북도 관계자는 “논물 관리 농법은 별도의 설비 투자 없이도 농민의 의지만 있다면 즉각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기후 변화 대응은 물론 쌀의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감시장비에 걸려도 못 잡아”… 中서 소형어선 타고 570㎞ 건너 밀입국

    “감시장비에 걸려도 못 잡아”… 中서 소형어선 타고 570㎞ 건너 밀입국

    강제출국당한 중국인 2명이 다시 바다를 건너 제주에 밀입국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해 고무보트 밀입국 사건 이후 해안 경계를 강화했지만, 또다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서 제주 해상 감시망의 허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및 검역법 위반 혐의로 30대 중국인 A씨와 B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27일 낮 12시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안에서 길이 6~7m, 1.5~2t 규모의 소형 어선을 타고 출발해 약 22시간 동안 570㎞를 항해한 뒤 다음 날 오전 10시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해안가로 몰래 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각각 제주에서 불법 체류하며 농사일을 하다가 지난해 10월과 11월 강제출국된 전력이 있었다. 이후 중국 현지 브로커들에게 각각 3만 위안(약 650만원), 3만 5000위안(약 760만원)을 건네고 다시 제주행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점을 이용해 밀입국 직후 도내 농가에 숨어 양파 수확 등 농업 노동에 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브로커 2명은 이들을 제주 해안에 내려준 뒤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최근 서귀포시에서 폭행 사건으로 검거되면서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밀입국 사실을 포착했고, 수사를 확대해 공범 B씨까지 붙잡았다. 문제는 감시망이다. 이들이 탄 어선은 경찰의 열영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지만, 평범한 조업 선박으로 보여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OD는 제주 해안 곳곳에 45대가 설치돼 있으며 15㎞ 밖 선박과 6㎞ 거리 사람까지 탐지할 수 있는 장비다. 그러나 해안을 오가는 소형 어선이 하루 수백 척에 이르러 일일이 식별·검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중국인 6명이 장쑤성 난퉁시에서 90마력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으로 밀입국해 전원 구속기소됐다. 당시 사건 이후 제주해안경비단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했지만 약 7개월 만에 또다시 밀입국이 재연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형 선박은 기상 상황이나 주변 선박과 뒤섞이면 식별이 쉽지 않다”며 “군·해경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해안 경계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 전쟁과 이주, 산업화가 빚어낸 세계인의 소울푸드 ‘순대’ [한ZOOM]

    전쟁과 이주, 산업화가 빚어낸 세계인의 소울푸드 ‘순대’ [한ZOOM]

    초등학교 시절, 주산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면 반드시 재래시장을 관통해야 했다. 시장은 늘 활기찬 볼거리로 가득했지만, 순대를 파는 구역만큼은 어린 내게 곤욕스러운 곳이었다. 특유의 비릿하고 무거운 냄새는 초등학생이 견디기에 무척 역겨웠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순대를 잘 먹는 친구는 또래 사이에서 ‘용감한 어린이’ 대접을 받을 정도였다. 오늘날 도축 및 세척 기술과 냉장 유통이 발달하면서, 그 기억 속 냄새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제 순대는 떡볶이와 함께 ‘스트리트 푸드’의 양대 산맥을 이루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조차 즐겨 찾는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 하지만 서민 음식의 대명사인 순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잔칫날에나 맛보던 귀한 음식 놀랍게도 순대는 오랫동안 상류층이 즐기던 귀한 음식이었다. 조선 중기 요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旨味方)에 기록된 순대 조리법을 보면, 개 창자를 손질하고 속을 채우는 과정이 무척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정교한 요리였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돼지 창자 자체가 귀했다. 1960년대 초반까지도 돼지 사육 두수가 많지 않았기에, 순대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별식’이었다. 경기도 용인의 ‘백암장터’ 등 일부 지역에서 순대가 명맥을 이어왔음에도 수백 년 동안 전국으로 확산되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이 재료의 희소성 때문이었다. ■ 순대의 고향, 함경도와 ‘아바이’의 정(情) 순대의 본고장으로는 흔히 함경도를 꼽는다. 산세가 험해 논농사 대신 밭농사와 가축 사육이 발달한 함경도는 고기를 가공하고 보관하기에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집안 어르신의 생신이 다가오면 여인들은 전날 밤부터 부엌에 모여 돼지 창자를 손질하고 찹쌀과 채소, 선지를 채워 순대를 빚었다. 함경도 사람들에게 순대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정성과 정(情)의 상징이었다. 이 귀한 음식은 1950년 겨울, 한국전쟁의 포화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 흥남 철수와 맛의 이주, ‘오징어순대’의 탄생 1950년 12월, 흥남부두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중공군의 공세를 피해 남하하던 수많은 피난민이 국군을 따라 강원도 속초에 짐을 풀었다. 모래사장 위에 판잣집을 짓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형성된 마을이 바로 지금의 ‘아바이마을’이다. 실향민들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순대를 만들었지만, 돼지 창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절박한 마음으로 지천에 널린 오징어 몸통에 순대 속을 채워 넣은 것이 바로 ‘오징어순대’다. 고향의 맛을 지키려던 실향민들의 애환이 낯선 재료와 만나 새로운 식문화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반면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 정착한 실향민들은 운이 조금 더 좋았다. 물류 중심지인 부산에는 대규모 도축장이 활성화돼 있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풍부한 돼지 부속물 덕분에 함경도식 순대의 원형을 유지하며 돼지국밥과 같은 독특한 음식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 산업화, 순대를 서민의 품으로 전쟁이 끝나고 10여 년이 흐른 1960년대,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대규모 햄 공장이 들어섰다. 공장에서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 내장이 장터로 쏟아져 나오자, 상인들은 이 저렴하고 풍부한 재료로 순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전국 3대 순대로 꼽히는 ‘병천순대’의 시작이다. 묘하게도 병천은 1919년 유관순 열사가 독립만세를 외쳤던 ‘아우내 장터’가 있는 곳이다. 항일 운동의 성지에서 반세기 후, 산업화의 부산물로 탄생한 순대가 대중의 허기를 달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정부의 양돈 육성 정책으로 돼지 사육이 급증하면서 창자 값이 하락했고, 수백 년 동안 귀했던 순대는 비로소 완전한 서민의 음식이 됐다. ■ 한 봉지의 순대에 담긴 역사 오늘도 퇴근길에 가족을 위해 순대 한 봉지를 산다. 손에 들린 이 소박한 간식이 국민 음식이 되기까지 얼마나 고단한 세월을 거쳐왔는지 이제는 안다. 밤을 새워 정성을 쏟던 함경도 여인들의 손길, 전쟁을 피해 내려온 피난민들의 그리움, 그리고 척박한 시절을 견뎌낸 강인한 생활력이 이 검소한 음식 안에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순대 한 점을 입에 넣는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끈질긴 생명력을 함께 맛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 나랏빚 ‘GDP 60%’ 경고등… 재정 주도 성장으로 부채 막는다

    나랏빚 ‘GDP 60%’ 경고등… 재정 주도 성장으로 부채 막는다

    한국 국가재정 상황은국가채무 작년 사상 첫 1300조 돌파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50% 수준정부 확장 재정 자신감부채 비율 OECD 주요국보다 낮아수출 역대 최대·세수 4년 만에 풍년경제전문가는 우려 목소리돈 풀어도 성장률 둔화·채무만 확대국가신용 하락 전 지출 구조조정을 “국가채무가 사상 첫 1300조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부채 비율이 2029년 60%를 넘는다.” 최근 국가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수치만 보고서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뚜렷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정말 재정 악화를 불렀는지, 과도한 위기 조장은 아닌지 재정 위기론의 실체를 짚어봤다. 나랏빚을 이해하려면 빚의 종류부터 알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확정된 채무인 ‘국가채무’(D1),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 D2에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D3), D3에 장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 충당 부채를 더한 ‘광의의 국가부채’(D4)가 있다. D1에서 D4로 갈수록 부채 규모는 더 커진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D1·D2·D3를 관리한다. D1은 본예산, 추가경정예산,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 1300조원을 돌파한 게 바로 D1이다. D2는 국제기구가 국제 비교용으로 쓰는 지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한 ‘GDP 대비 비율’은 D2를 기준으로 한다. 이처럼 나랏빚은 부채 종류에 따라 규모와 GDP 대비 비율이 달라진다. 국가 재정 운용을 비판할 때 주로 ‘나랏빚 규모가 수천조’라는 점을 든다. 이를 인구수로 나눠 ‘국민 1인당 짊어질 나랏빚이 수천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랏빚을 국민 개인이 갚아야 할 건 아니기에 국가채무·부채의 천문학적인 규모 자체만 놓고 ‘재정 위기’라고 판단하는 건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정부도 “국가채무는 단순 금액 증가보다 경제 규모 확대, 총지출 증가와 연계해 GDP 대비 비중으로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경제 규모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채무를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가채무는 인구가 많은 국가에 유리한 통계적 착시를 유발한다”고 반박했다. 국가채무·부채 수준을 평가할 때 경제 규모를 고려한 ‘GDP 대비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몇%에 도달해야 심각한 수준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GDP 대비 50%를 넘기면 나라 재정이 파탄 수준에 도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50% 수준에 도착했지만 국가 재정 운용에 눈에 보이는 부작용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 투입량과 속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국가 예산은 700조원을 넘어 800조원을 향해 가고 있다. 또 ‘GDP 대비 D2 비율’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기축통화국 여부에 따라 다르다. 2024년 기준 한국은 49.75%이지만, 일본은 214.8%, 미국은 137.4%, 프랑스는 122.6%에 이른다. 미국은 한국과 비교하면 ‘부채 대국’이다. 하지만 국제무역 결제의 기준이 되는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기에 부채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재정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일본은 명실상부 세계 1위 부채국이다. 하지만 국채의 90% 이상을 자국 은행과 기관, 국민이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매도 압력이 약해 재정 위기가 제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부채 비율도 81.7%에 이른다. 정부가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선진국보다 낮다”며 재정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IMF가 경고한 대로 재정이 갈수록 악화해 위기가 닥친다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통상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재정 위기의 신호탄으로 본다. S&P와 피치는 2012년 상향 후 15년째, 무디스는 2015년 상향 후 12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 중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급등하고,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게 된다. 또 외국인 자본 유출로 증시가 폭락하고, 금리 상승으로 투자가 위축돼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소버린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게 된다. 재정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정부는 한결같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며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국채 발행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부채비율 전망이 실제보다 과한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의 부채 비율은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재정 위기론에 선을 그었다. 정부가 ‘재정 주도 성장’에 나서는 배경에는 재정으로 GDP를 반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바탕으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 중동전쟁 리스크를 뚫고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세수가 4년 만에 풍년을 맞았다는 점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부채가 불어나는 것보다 GDP가 더 빨리 커지면 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속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시각이다. 물론 확장 재정이 곧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껏 돈을 풀어도 성장률은 갈수록 둔화했고 국가채무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전에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아끼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열린세상] 농업 인재 키워 기후위기 헤쳐 가야

    [열린세상] 농업 인재 키워 기후위기 헤쳐 가야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농업은 인간의 노력과 기술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강수량 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기후의 영향을 온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는 유례없는 기후변화의 파고를 실감하고 있다. 기록적인 산불과 폭염, 폭우와 폭설, 극한 가뭄과 홍수 등 거대 재난의 발생은 인간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1.1도 상승했고, 한반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섭씨 1.6도 이상 상승했다. 향후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기온은 더욱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농업 분야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다.사과의 주산지가 대구에서 강원도로 이동하고 바나나·망고 같은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어나는 등 국내의 농산물 생산 지형이 바뀌고 있다. 또한 봄철 과수 개화기 냉해, 영농기 폭염 및 폭우, 수확기 저온 및 태풍 등 이상기상, 가축 질병 확산 등으로 농업 생산과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농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이상기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 삶에 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업 생산을 안정화하고 식품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등 농업을 성장산업화하기 위한 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2월 범정부 차원에서 제4차 기후위기 종합 대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농업 확산, 농업 위성을 활용한 기상 및 농업 관측 강화, 기후 적응형 신품종 개발, 영농형 태양광 확대,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 출범 등 농업 분야 대책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재난과 하반기 강릉에서 발생한 극한 가뭄이나 물 부족 사태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이러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 속도를 높이고, 정부와 농업계 등 민간이 함께 지속적으로 대책을 점검하며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일선 농업 현장에 기상 상황과 병해충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장의 농업인이 이들 정보를 쉽게 이해함으로써 이상기상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농업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을 확대하고 친환경 농업 및 탄소 저감형 가축 사양 관리,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보급 등을 확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 기업 등 민간과 협력해 비료 등 주요 농자재 비축 기반을 강화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대체 농자재 공급 플랜도 정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국내 농업 생산의 감소와 국제 곡물 수급 불안 등에 대비해 주요 식량과 사료 등의 비축 기반을 강화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책은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이다.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식량 등의 공급 불안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식량안보는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국가 운영과 국민의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 하에 농업을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교육계도 기후변화 교육센터와 스마트 온실 등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 역량을 갖춘 디지털 농업 인재를 양성해 지속 가능한 한국 농업의 내일을 뒷받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명 한국농수산대 총장
  • 봄날은 갔다… 냉해 맞은 과수원

    봄날은 갔다… 냉해 맞은 과수원

    이상기온으로 영호남 지역에 때아닌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과수 농가들의 냉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습 한파로 착과율이 떨어지고 과수 품질이 낮아져 올가을에도 ‘금사과’, ‘금배’ 사태가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들어 일교차가 20도 이상 벌어지는 널뛰기 날씨로 개화기·착과기에 있는 사과·배·복숭아·자두·살구 등이 냉해를 입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3월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해 과수들의 개화 시기가 7~10일 앞당겨졌다. 하지만 이달 초순부터 전국 곳곳의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전북 진안·장수와 경북 청송 등 산간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까지 발령됐다. 이로 인해 활짝 폈던 꽃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착과율이 떨어지고 형태가 변한 기형과가 증가할 전망이다. 전북 지역은 21일 무주, 진안, 장수 등지의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안팎까지 떨어지며 배꽃과 사과꽃의 50%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남 나주 등 배 주산지에는 이달 중순 우박이 내리면서 꽃잎이 떨어지고 줄기가 꺾였다.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청송군은 지난 8일 새벽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고지대 사과밭을 중심으로 꽃눈이 얼어붙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얀 꽃눈 속이 검붉게 변한 갈변이 나타났다. 경남 거창과 함양 일대 사과 농가들은 미세 살수 장치와 방상팬을 전방위로 가동하며 사투를 벌였지만 몰아치는 찬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 장수군에서 조생종 사과 홍로를 재배하는 A씨는 “꽃이 일찍 피고 바로 얼어버린 사례가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농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반토막이 났다”고 허탈해했다. 과수 농가의 냉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마다 피해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농가들이 농업 재해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이상저온은 시군당 50㏊ 이상, 서리는 시군당 30㏊ 이상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 청명과 곡우 사이, 제철의 봄 맛보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청명과 곡우 사이, 제철의 봄 맛보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일… 그러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김신지, ‘제철 행복’ 중에서 봄이 차오르는 청명과 곡우 사이, 청명은 청명이라서 또 곡우는 곡우여서 알아챌 수 있는 행복이 있다. 그러니 오늘 제철을 살면 다음 절기에도 제철에 제철의 행복을 잇대어 살아갈 수 있겠지. 봄날의 한가운데 제철을 맛보러 충북 괴산군을 찾아간다. 거역할 수 없는 봄의 ‘침샘’에서청명과 곡우 사이 어디쯤을 지난다. 24절기 가운데 청명은 4월 5일 무렵이다. 청명한 하늘이라고 말할 때 그 청명과 같은 한자다. 날씨가 맑고 밝다는 뜻이다. 곡우는 4월 20일 무렵이다. 봄비가 내려 곡식이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민 절기다.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인플루엔셜)은 절기마다 꼭꼭 챙겼으면 하는 소소한 행복을 말한다. 거창하지 않다. 봄이라서 할 수 있고 여름이라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세상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온통 꽃 천지다. 흥과 신이 넘치는 우리 민족이 이를 어찌 그냥 지나칠까. 꽃을 따서는 전이라도 부치며 즐겨야지. 작가는 “청명엔 꽃달임이 제철”이라고 부추긴다. 꽃달임은 진달래 등의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화전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음력 삼짇날에 행한다. 삼짇날은 ‘3’이 두 번 겹치는 음력 3월 3일이다. 올해는 청명과 곡우 사이 4월 19일이다. 청명주와 곁들이면 이보다 화려한 봄날이 없겠다. 곡우 편에서는 화전 대신 돌미나리전으로 유혹한다. 경기 양평군으로 벚꽃 배웅을 나갔던 작가는 남양주시 ‘돌미나리집’에 들른다. 미나리는 3~4월이 제철이다. 특히 돌미나리는 밭에서 자라 향이 짙다. 돌미나리집은 꽤 소문난 맛집이다. 자리에 앉으면 기본 차림으로 생미나리와 초장이 나온다. 작가는 생미나리로 텁텁한 입안을 맑게 씻고 나서 바삭한 돌미나리전을 한입 베어 문다. 입안에 봄이 가득하다. 비빔국수를 곁들이면 환상의 조합이란다. 달고 쓰고 매운맛이 한데 무리 지어 밀려드는 거역할 수 없는 맛이겠다. ‘제철 행복’을 읽다가 나처럼 군침을 삼키며 곧장 지도 앱을 켜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어찌할까. 아쉽게도 돌미나리집은 임시 휴업 중이다. 5월에는 문을 열기를 바랄 수밖에. 입하(5월 5일)나 소만(5월 20일) 무렵에는 머리 위로 보라색 등나무꽃이 활짝 피어날 테니 조금 미뤄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봄날의 제철 먹거리가 미나리 뿐일까. 봄날에는 겨울 추위를 꿀꺽 삼키고 견뎌 자란 식재료가 많다. 그러니 저마다 나만의 돌미나리를 찾아 떠나볼 일이다. 작가 역시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서 나만의 “사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삶의 생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입안 가득, 들풀한아름곡우를 기다리는 단비가 내린 다음 날, 괴산 목도시장의 들풀한아름을 부러 찾아간다. 들풀한아름은 김진은, 김진원 자매가 운영하는 로컬 밥집이다. 지인들에게 전해 듣고, 제철 채소가 소담스레 담겨 나오는 밥상으로 2026년의 봄을 개시하리라 굳게 마음먹은 터였다. 들풀한아름의 대표 메뉴는 현미채소밥. 더불어 이번 주의 덮밥 메뉴 하야시라이스를 주문한다. 지난주에는 연어 스테이크와 쑥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는 걸 알고는 뒤늦은 군침을 삼킨다. 그러다 ‘이번 주 반찬 소개 글’을 보고는 다시 기대에 부푼다. 4월 둘째 주 현미채소밥은 괴산군 사리면의 쌀에 괴산 차조를 넣어 지은 차조밥과 괴산 메주로 맛을 낸 된장국 그리고 냉이 튀김과 봄나물 생채, 풍년초절임 등이다. 정성스레 차려 나온 차조밥 위에는 연분홍 진달래꽃 한 송이가 놓여 계절 감각을 더한다. 먼저 봄나물 생채부터 한 입. 반디나물, 전호나물, 민들레 등을 괴산 고춧가루로 무쳐낸 생채가 입안에서 ‘방긋’ 한다. 다음은 괴산 불정면 농가의 냉이에 괴산 통밀가루를 입혀 튀긴 냉이 튀김을 베어 문다. 향긋한 봄 냉이가 바삭하며 부서질 때는 돌미나리전이 까마득히 잊힌다. 들풀을 입안에 한 아름 넣고서는 우적우적 씹는다. 자매는 어린 시절 친구의 할머니가 우리네 마당과 밭이 모두 “슈퍼마켓이고 마트”라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한다. 그 후로는 산과 들의 풀도, 나무순도 먹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십 대 시절인 2013년부터 이미 경기 하남시 검단산 자락에서 풍년초, 쇠별꽃, 돌미나리 같은 들꽃과 들풀을 채집해서 ‘농부시장 마르쉐@’(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하는, 대화하는 농부시장. 목동 오목공원 등에서 열린다)에 출점했다. 괴산에 ‘지역과 계절을 담아내는 작은 식당’을 연 건 2023년. 오빠가 먼저 터를 잡았고 자매 역시 괴산에 내려왔다. 지역의 좋은 작물을 더 많이 소비할 방법을 고민하던 게 식당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자매의 오빠가 농사지은 작물과 괴산 로컬푸드, 알음알음 알게 된 지역 농장에서 받은 재료로 요리한다. 고추장과 집된장, 맛간장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메뉴는 철에 따라 매주 바뀌어 차림표에 올라온다. 현미채소밥의 반찬이 바뀌고 덮밥 종류가 바뀐다. ‘제터머기 피자’ 또한 별미다. 제터머기는 내 터에서 나는 먹거리를 뜻하는 우리말로, 제터머기 피자는 괴산 들풀한아름이 자랑하는 채소 피자다. 봄날의 양조장 또는 트리하우스들풀한아름에서 우아한 제철 미식을 즐기는 사이, 누군가 들깨소고기덮밥을 서둘러 먹고서는 “계좌 이체할게요.”라며 급히 뛰쳐나간다. 동네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테다. 그 목소리가 봄소식처럼 다정하게 들렸던 건 그이가 목도양조장의 이정우 대표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청명이나 곡우에 술을 빚으면 맛과 색이 좋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목도양조장은 1920년 지어졌고 유증수 대표가 1936년 인수했다. 그의 외증손인 이정우 씨가 유기옥, 이석일 부부에 이어 4대째다. 무엇보다 원형에 가깝게 보존한 양조장과 부속 건물(충북 등록문화유산)이 눈길을 끈다. 안채와 종국실 등 내·외부를 두루 개방한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온다. 자료관에는 ‘불암양조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수사반장 박영한(이제훈) 집안의 양조장으로 나온 흔적이다. 본관 마당 역시 ‘술꾼도시여자들2’에서 세 주인공이 웅덩이주를 마시던 장소다. 목도양조장은 일주일에 금, 토, 일요일 사흘 문을 연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에 맞춰 가길 권한다. 창고 느티에서 무료 시음이 이뤄져 목도생막걸리, 괴산백주, 목도맑은술, 괴산약주 느티 4종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이정우 씨의 설명을 들으면 각각의 차이가 선명하다. 제철 별미와 별주를 맛봤으니 다음은 제철 풍경 차례다. 곡우가 가까워지면 슬슬 봄꽃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기인데 괴산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산지와 구릉이 많아 지역마다 봄의 속도가 다르다. 괴산 트리하우스의 봄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온다. 트리하우스는 임철오, 홍정의 부부가 긴 세월 공을 들여 가꾼 정원이다. 2024년에는 산림청 선정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도 뽑혔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티-가든(T-Garden)에서 음료를 주문한 후 이용한다.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는 임 대표가 아내의 이름을 따 ‘정의산’이라 이름 붙인 꽃과 나무의 동산을 산책한다. 막 봄이 돋아나는 정원은 연둣빛이 생기롭다. 장미 정원과 느낌표 정원, 물고기 정원을 차례로 돌아보고는 트리하우스도 들른다. 그리고 자작나무길 가기 전에는 숲의 정원에서 길게 머문다. 숲의 정원에만 이르러도 전망이 탁 트인다. 발아래는 정원의 용버들과 황금회화나무가 노란 봄빛을 뽐낸다. 멀리로는 고양봉 능선이 넘실댄다. 이곳에서는 그물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흔들의자에서 흔들흔들 풍경을 즐기는 이들이 적잖다. 김신지 작가는 오븐 속의 빵이 부풀어 오르듯, 봄볕에 부푸는 마음이야말로 “살아있다는 확인”이라고 했던가. 봄에는 그리 볕을 쬐는 것만으로 마음이 부푼다. 또 하나의 제철 농(農)라이프임 대표의 머릿속에는 몸으로 겪어 아는 트리하우스의 24절기 풍경이 겹쳐 흐른다. 왕벚나무가 지고 나면 곡우쯤에는 산벚나무가 꽃을 피울 거란다. 아직은 조금 이르다. 대신 진달래꽃이 만개한다. 진달래는 좀 더 빨리 피는 꽃이라 여겼는데 이곳에서는 제철이다. 과거에는 벚나무보다 진달래가 봄의 전령이었다. 숲에 초록이 나기 전, 분홍빛이 앞장서 봄을 알렸다. 잊었던 지난봄의 그리움이 새삼 활짝 피어난다. 진달래가 지고 산벚꽃이 피는 트리하우스의 풍경은 또 어떠할까. 산벚꽃이 지고 나면 곡우의 다음 절기인 입하다. 입하는 여름의 첫 번째 절기다. 그러니 남은 봄을 악착같이 즐길 일이다. 오후 느지막이는 에트하우스에 들렀다. 이곳 또한 제철의 행복을 찾기에 꼭 맞는 괴산의 명소다. 에트하우스는 뭐하농하우스가 리뉴얼하며 새롭게 붙인 이름이다. 뭐하농하우스는 제철 식문화 공간이자 농업문화플랫폼이다. 그간 카페로 상시 운영하다가 주말 라운지 형태로 전환했다. 라운지는 ‘티스테이션’과 티스테이션을 포함한 ‘라운지’의 두 가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티스테이션’은 뭐하농에서 재배한 허브로 블렌딩한 차를 제공한다. 먼저 쑥과 딜, 레몬밤, 민트 등의 허브 플레이팅 테이블 앞에 선다. 이지현 대표가 허브 향을 맡아보길 권한다. 각각의 잎을 조금 뜯어서 손바닥에 놓고 팡팡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니 향이 올라온다. 그 가운데 유독 끌리는 향이 오늘의 내게 필요한 허브다. 레몬밤이 유독 좋았는데 잠을 못 자서 피곤한 이들이 반응하는 향이란다. 선택한 허브는 티팟에 우려 차로 제공된다. ‘라운지’는 여기에 제철 요리로 가벼운 식사를 더 하는 형식이다. 에트하우스는 실내에 품은 중정이 무척 편안하고 아름답다. 큰 움직임 없이 길고 느긋하게 머물며 반나절 정도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인다. 김 작가는 이럴 때 제철의 행복을 미리 심어두라 했다. 트리하우스 임 대표도 닮은 말을 했다. 그는 정원의 꽃과 나무를 보며 “예쁘지 않아요?”를 되풀이했는데, 그저께 심었다는 들풀보다 낮은 묘목 하나를 두고는 “미래를 심었으니까,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해서 서둘러 돌아 나오는 길, 미래의 나를 위해 에트하우스에 나만 아는 행복 하나를 미리 심어둔다. 다음 계절에 찾을 즈음에는 그 행복이 제철만큼 또 높게 자라 있기를 기대하면서. 에트하우스는 4월 동안 리뉴얼 기념으로 40% 할인 중이다. 그러므로 봄날의 제철 행복이어도 무방하겠다.
  • ‘펜싱 국가대표 출신’ 이신미씨, 전통주로 고창의 매력 알린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이신미씨, 전통주로 고창의 매력 알린다

    “귀농을 원하는 청년이 있다면, 고창이 답입니다.” 전북 고창군 청년 농부인 이신미(43)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 수상자인 이씨는 선수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5년 전 전북 고창으로 왔다. 귀농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고창의 전통주 연구가 이상훈 선생을 알게 됐고 고창의 풍부한 귀농 정책에 매료돼 이곳에 정착했다. 이씨는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창업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고창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여기서 나온 곡식을 양조장의 손길을 거쳐 술로 완성되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고창을 담은 술’인 전통주 ‘사시주(四時酒)’는 청정 고창의 물, 국내산 밀로 만든 전통 누룩, 직접 재배한 고창산 쌀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그가 만든 사시주는 지난해 말 전북도 주관 ‘2025년 청년혁신가 예비창업 지원사업’에서 총 33개 참여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씨는 “전통주를 통해 고창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이번 지원을 발판 삼아 제품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경쟁력 있는 전통주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시주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감성을 맛과 향으로 표현한 독창적 양조 방식을 더해 지역성과 창의성을 고루 갖췄다. 봄바람, 여름구름, 가을노을, 겨울여울 4종으로 구성해 계절별로 달라지는 풍미와 양조의 깊이를 단계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전통주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호평받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시장 진입 가능성과 향후 브랜드 확장성 측면에서 우수성을 인정했다. 이씨는 “고창이 지난해 ‘청년혁신가 예비창업 지원사업’에서 다른 시군보다 많은 4팀이 선정된 데에는 고창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창에는 수박, 멜론, 복분자 등 다양한 특화작물이 있고 농사에 대한 교육과 정착 지원을 해주는 기술센터, 일정 기간 농촌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체류형 창업지원센터도 있어 청년농을 꿈꾸는 이들이 도전을 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 청년 붙잡고 돌봄 메우고… 제주도 새마을금고는 ‘주민 사랑방’[이웃으로 한 걸음, 새마을금고]

    청년 붙잡고 돌봄 메우고… 제주도 새마을금고는 ‘주민 사랑방’[이웃으로 한 걸음, 새마을금고]

    ‘청년로컬 지원사업’ 통해 상생 성과어르신들은 금고서 소일거리 활동소상공인 배려한 ‘파출 수납’ 제공 “삼춘 오랜만이네. 차 드릴까 마심? 조근(작은) 아들은 어디간?” 백발이 성성한 고객이 8일 제주시 구좌읍 우정새마을금고 김녕지점에 들어서자 직원이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제주에서 새마을금고는 단순한 금융기관 그 이상이다.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함께 지내는 이웃이면서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방파제로 역할하고 있다. 금고 직원들은 ‘부락’ 주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점포에만 머물지 않고 경로당, 부녀회, 청년회, 어촌계 등 마을 곳곳을 누비며 소통을 이어온 덕이다. 김녕에서는 마늘, 양파가 잘 자라지만 마을 청년들은 농사 대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김녕으로 돌아온 ‘유턴청년’인 박근현(43)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대표가 마주한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마을을 살려보자며 지난 2020년 마음 맞는 청년 다섯을 모아 조합을 만들었으나, 은행권 자금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곳이 우정새마을금고다. 조합은 지난해 ‘MG희망나눔 청년로컬 지원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사무실 공간은 금고 2층에 내줬다. 금고 인근에서는 마을호텔 2호 건립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사업에 우정금고가 3억 5000만원을 지원했다. 1호는 마을 소유의 빈 건물을 활용했다. 인건비만 들고 손해가 날까 10년 가까이 비워뒀던 곳이다. 같은 건물에 통창으로 바다를 보면서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일과 휴식의 합성어) 공간도 마련해뒀다. 이러한 사업으로 체류 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경제도 돈다. 여행사가 운영하는 해녀 체험에는 ‘해녀 삼춘’이, 낚시 체험에는 물고기를 공급해줄 ‘어촌계 삼춘’들이 동원된다. 조합 덩치가 커지면서 일하는 청년도 12명으로 늘었다. 노인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사업이 잘되기 시작하자 반신반의하던 어르신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제주시 하나새마을금고 일대는 흔히들 ‘시내’라고 부르는 구시가지다. 이곳도 청년들이 떠나고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하긴 마찬가지다. 마을 노인들은 하루 3시간 소일거리로 금고에서 고객 안내를 한다. 요양 수요도 급증했다. 하나새마을금고는 의료생활협동조합에 건물 3~7층을 내줬다. 2021년 개원 당시,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임대료 등 10억원을 3년간 ‘외상’으로 지원했다. 현재는 100여명이 입소, 경영이 정상화되며 80%가량 상환한 상태다. 동문시장, 서문시장도 하나새마을금고 담당이다. 소상공인들이 시간을 내 금고를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직원들이 시장을 돌며 금융 업무를 해결해주는 ‘파출 수납’을 진행한다. 서문시장에서 20년간 순대 장사를 한 신희선(69)씨는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 [사설] ‘전쟁 추경’으로 지역민원 선심 궁리만… 도긴개긴 與野

    [사설] ‘전쟁 추경’으로 지역민원 선심 궁리만… 도긴개긴 與野

    중동전쟁에 대응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여야의 고질병은 여전하다. 국토교통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7억원)을, 국민의힘은 대구권 광역철도 예비차량 추가 구매(140억원)를 증액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농업용 면세유 3개월 지원을 연말까지 연장, 농사용·도축장용 전기요금 지원 등을 담아 9739억원 증액안을 내놨다. 추경안 심사 10개 상임위 중 가장 큰 증액 규모다. 논란이 불거진 TBS 운영 지원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그제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켜졌는지 반드시 확인해 볼 일이다. 정부안은 26조 2000억원인데 각종 선심성 예산이 더해지면서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3조원 넘게 늘었다. 상임위가 증액을 의결해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과 정부 협의를 거쳐야 해 의원들 요구가 예산에 반드시 반영되지는 않는다. 추경의 빠른 집행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 이번 추경은 빚 없는 추경이며 1조원은 국채 상환용이다. 추경이 30조원 가까이로 불어나면 국채 상환은커녕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의 국가 채무는 1304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9조 4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9.0%로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나라의 실질적인 수입과 지출 상황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 20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년 연속 100조원을 넘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재정 건전성은 최후의 보루다. 중동전쟁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 줬다. 여야가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쓸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지켜낼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에 재정 건전성마저 흔들리면 국가신용도가 위험해진다. 예결특위는 오늘 소위원회에서 항목별 증감액을 심사한다. 지방선거용 선심성 예산은 단 1원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 “유가·농약값·인건비 다 올랐네”…영농철 농어민 울리는 ‘삼중고’

    “유가·농약값·인건비 다 올랐네”…영농철 농어민 울리는 ‘삼중고’

    면세유 57% 올라 드럼당 28만원비료 등 원자재 가격·고령화 부담“단기 지원·장기적 구조 개선 필요” 본격 영농철을 앞두고 농어촌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촉발한 국제 유가 급등이 농업용 면세유는 물론 비료·농약 등 원자재 수급까지 흔들면서 생산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까지 맞물리며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한숨이 농가를 짓누른다. 8일 전남 해남군 등에 따르면 서해안 어민들이 주로 쓰는 경유 면세유 가격은 드럼당 200ℓ 기준으로 지난달 17만 6000원 대에서 이달 27만 7200원으로 57% 급등했다. 해남의 어민 박모씨(68)는 “한 번 출항하면 10드럼 정도 사용하는데 기름값만 100만원이 더 든다”며 “채산성이 없어 출어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농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3만평 규모로 고구마 농사를 하는 장모(67)씨는 “4만 3000원이던 멀칭 비닐 가격이 중동 사태 이후 5만원까지 올랐다”며 “2000롤 정도 쓰는 데 추가 부담만 1400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세지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모(58)씨도 “트랙터 작업부터 수확기 콤바인까지 기름이 필수인데 면세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인건비까지 더하면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 난방 비중이 높은 시설원예 농가일수록 체감 부담은 더 크다. 비료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비료 원가의 핵심인 암모니아 생산에 천연가스가 70~80%를 차지하는데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남의 한 지역 농협 관계자는 “비료 가격은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주문 물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며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농약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글리콜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 가격이 오르고 일부 국가의 수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수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유기인계 농약 원료는 군수 물자와도 연관돼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크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비까지 오르면 일부 농가에서는 파종 면적을 줄이거나 경작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200만명 아래로 내려앉은 농가 인구는 65세 이상 비율이 56%에 달해 인력 감소와 고령 편중이 동시에 굳어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변동이 농업 생산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단기적으로는 면세유 지원 확대와 비료 가격 안정화,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농업 전환 등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북, AI로봇 활용해 사과 농사 짓는다

    경북, AI로봇 활용해 사과 농사 짓는다

    경북도가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사과 재배 자동화에 나선다. 도는 농림축산식품부 ‘인공지능 전환(AX) 지능형 농작업 협업 산업화 기술개발’ 공모에 선정돼 ‘과수 생산 안정화를 위한 재배관리 로봇 플랫폼·지능화’를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사업은 농업의 AX와 로봇 전환(RX)을 기반으로 작업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수 재배 현장의 인력 부족, 작업 비효율 문제 해소를 목표로 한다. 오는 2030년까지 총 72억 6000만원을 투입해 사과의 인공수분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주요 개발 기술로는 ▲과실·꽃·가지 등 정밀 인식 AI ▲농경지 자율주행 알고리즘 ▲작업 목적별 모듈형 작업 장치 ▲과원 환경 데이터 디지털 기반 관리 시스템 등이 있다.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 제어하는 군집 제어 기술을 적용해 대면적 과수 재배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면이 일정치 않아 기계화가 어려웠던 현장에서도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한 AI 자율 재배관리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과수 재배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반복·고강도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해 노동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전망이다. 박시균 경북도 메타AI과학국장은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과수 재배 현장의 구조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 농업 기술로 과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농업인의 작업 환경 개선과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새달 시작… 농협회장은 187만 농민이 뽑는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새달 시작… 농협회장은 187만 농민이 뽑는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오는 5월 시작된다.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헌법상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각종 비위와 금품 선거로 얼룩진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87만 농민 직선제로 개편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방안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5월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전국 전체 농지 195만 4000㏊(헥타르·1㏊=1만㎡)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승만 정부가 1948년 농지개혁을 추진하며 추진한 전국 농지실태조사는 120만㏊에 대해서만 실시돼 실질적인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농지법이 제정된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15만㏊를 점검한다. 행정정보와 드론·항공사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본조사를 하고 의심 농지를 선별한 뒤 8월부터 10대 투기 위험군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벌인다. 10대 투기 위험군에 해당하는 농지는 최소 72만㏊에 이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수도권 전 지역, 경매 취득자,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취증 발급지(상속 농지 제외), 관외 거주자, 공유취득자, 과거 농지이용실태조사 적발 농지, 불법 의심 농지 등이다. 내년에는 1996년 이전에 취득해 소유권이 바뀌지 않은 농지 80만㏊를 조사한다. 농지 조사의 주 타깃은 ‘경기도’다. 경기 지역의 지난해 농지 실거래가는 평당 60만 7000원으로 8만 2000원인 전남보다 7.4배 높았다. 전수조사에는 총 1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 588억원을 반영했고, 나머지는 기존 예산과 지방비로 충당한다. 조사 인력은 지방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500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당정은 농협중앙회장 선거 방식을 조합장 1100명이 투표해 뽑는 ‘간선제’에서 187만명에 이르는 전 조합원이 투표해 뽑는 ‘직선제’로 바꾸기로 뜻을 모았다. 1000여명에 불과한 유권자에 대한 금품 제공 등 이른바 ‘돈 선거’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차기 중앙회장을 뽑는 2028년 3월부터 적용된다. 임기는 4년에서 3년으로 1년 단축한다. 이로써 2031년 3월부터 중앙회장 선거와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중앙회장에 대한 견제 기능도 강화된다. 회장이 겸하는 이사회 의장을 외부 인사로 선임하고, 중앙회장 출마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박순범 경북도의원 “어르신은 지키고, 청년은 붙잡아야 경북이 산다”

    박순범 경북도의원 “어르신은 지키고, 청년은 붙잡아야 경북이 산다”

    박순범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칠곡2, 국민의힘)은 1일 열린 제36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인구감소 위기 속에서 경상북도가 어르신의 삶을 지키는 생활기반과 청년이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생업기반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라는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설 확충이나 개별 사업 나열을 넘어 사람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르신 생활복지 인프라인 파크골프 정책의 체계적 관리와 청년농업인 정착 기반의 근본적 전환이 경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먼저 파크골프 정책과 관련해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운영 기준과 안전관리 체계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파크골프는 적은 비용으로 어르신 건강 증진과 사회적 고립 예방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생활복지 인프라이지만 운영 갈등과 환경 훼손, 하천부지 안전 문제 등 각종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파크골프 활성화 3법’에 발맞춰 경북도 역시 규제 완화 이후를 대비한 공공운영 및 안전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북형 파크골프장 공공운영 표준지침 및 하천부지 안전 체크리스트 마련 ▲조성 지원 중심의 도비 지원체계를 운영 성과 및 안전지표 연동 방식으로 전환 ▲시·군 수요 기반의 중장기 조성계획 수립과 전담 TF 구성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칠곡·고령·성주를 잇는 낙동강 유역 체류형 파크골프 벨트 구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농업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북 농업 종사자 평균 연령이 65세를 넘긴 상황에서 현행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분절돼 청년들이 농사보다 행정 절차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마트팜 등 초기 투자 부담이 큰 분야에 진입한 청년들이 부채 부담, 이상기후, 농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상담·교육·농지 확보·자금 조달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연계하는 ‘경북형 청년농업인 통합패키지’ 구축 ▲농업기술원 중심의 원스톱 전담 창구 제도화 ▲임대형 스마트팜 확대와 금융 안전망 확충 ▲선발 인원 중심이 아닌 5년 이상 영농 지속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정착 성과 중심 평가체계 전환 등을 촉구했다. 그는 “어르신의 생활기반과 청년의 생업기반은 따로 갈 수 없는 문제”라며 “시설만 늘리고 사업만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경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제는 사람 중심의 전략으로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북도는 파크골프를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라 어르신 복지와 지역활력의 기반으로 바라봐야 하며 청년농업인 정책 역시 단순한 선발과 지원을 넘어 실제 정착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구감소 위기 대응의 핵심은 결국 사람을 남게 하고 정착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5분 자유발언은 초고령사회와 인구감소라는 복합위기 속에서 경상북도가 어르신과 청년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적 정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李 지시에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수도권부터 ‘가짜 농민’ 잡아낸다

    李 지시에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수도권부터 ‘가짜 농민’ 잡아낸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본격화한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5월부터 시작된다. 정부·여당은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는 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 원칙을 훼손하는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농지 전수조사를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오전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국 농지 전수조사는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된다. 올해 1단계 조사에서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를 점검한다. 내년 2단계 조사에서는 농지법 시행 전 취득 농지 80만㏊까지 조사해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행정정보와 드론·항공사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본조사에서 의심 농지 선별에 나선다.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는 선별된 농지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해 무단 휴경, 불법 임대차 등 위법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정부는 특히 약 72만㏊ 규모의 ‘10대 투기 위험군’을 별도로 지정해 집중 조사에 나선다. 대상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수도권 전 지역, 경매 취득 농지, 농업법인 및 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농지, 관외 거주자 소유 농지, 공유 취득 농지, 과거 적발 농지, 불법 의심 농지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수도권 농지 면적은 22만㏊(173만 필지)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이라며 “수도권 일대 농지가 비싼데 투기 목적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 대상 지역으로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을 조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지 실거래가는 전국 평당 17만 7000원이다. 실거래가는 2021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도 농지 실거래가는 평당 60만 7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장 저렴한 전남(8만 2000원)보다 7.4배 비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분석한 농업소득 대비 농지가격(2023년 기준)을 봐도 경기지역 농지가격은 평당 134만원으로, 전국 평균 37만 4000원을 훨씬 웃돌았다. 이는 일본(평당 36만 8000원)과 유럽연합(평균 13만 3000원)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적발된 위법 농지는 행정처분(처분·원상회복) 또는 계도하고,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는 즉시 처분 명령할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전수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엉망이다. 투기 대상이 돼 버렸다. 농지를 사서 농사짓는 척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한 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위해 농식품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이 ‘정부합동 농지조사 및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방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 인력 50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이번 농지조사를 위해 정부는 추경으로 58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존 예산까지 합쳐 국비 670억원을 확보했다. 지방비 30%까지 합하면 내년까지 농지조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11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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