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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기국이… ‘꼴찌없는 운동회’ 감동 다시 한번

    돌아온 기국이… ‘꼴찌없는 운동회’ 감동 다시 한번

    KBS 1TV 인간극장은 19일부터 5부작 ‘날아라, 기국아!’편을 방송한다. 지난해 10월 한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 사진 한 장이 전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꼴찌 없는 달리기’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사진 속 다섯 아이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다. 기국(13)은 또래보다 짧은 팔, 다리 때문에 5년 내내 꼴찌를 도맡았다. 하지만 6학년 마지막 가을 운동회에선 달랐다. 앞서 달려가던 네 명의 친구들이 기국이를 기다렸다 결승전 앞에서 손을 잡았다. 다섯 명 모두 1등이었다. 기국이는 난생처음 달리기 1등 도장을 손목에 받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기국이는 나이에 비해 키가 작다. 120㎝일 뿐이다. 선천성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선천적 장애를 앓고 있지만 애교도 많고 심성도 고운 기국이는 집에선 딸 같은 막내아들이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면 치킨 내기 오목을 두고, 하루 종일 농사지은 콩을 고르느라 힘든 어머니를 위해선 작은 손으로 어깨를 꼭꼭 주무르며 안마를 해준다.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두 누나에겐 옷차림을 단속하는 엄한 동생이기도 하다. 애교쟁이 기국이 때문에 가족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지만 기국이가 커 갈수록 가족 간의 갈등도 깊어진다. 점점 휘어 가는 다리 수술 문제로 뜻하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기국인 불화가 자기 탓인 것만 같아 혼자서 마음을 졸인다. 기국이는 오는 봄이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가족의 사랑에 힘입어 다시 세상 속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려 한다. 19~23일 매일 오전 7시 50분~8시 25분 방송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감자 팔아서 선거비용” 인디언 여성정치인, 투명선거 선언

    “감자 팔아서 선거비용” 인디언 여성정치인, 투명선거 선언

    인디언 대통령을 배출한 국가에서 주지사를 꿈꾸는 인디언 정치인이 이색적인 선거자금 조달계획을 밝혔다. 볼리비아 라파스의 라파스에서 주지사후보로 출마한 여성정치인 펠리파 우안카.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선거자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준비한 선거자금이 한 푼도 없다"고 밝혔다. 인디언 출신으로 청빈한 삶을 살아온 그녀가 주지사선거에 출사표를 던지자 정치권은 선거자금 계획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안카에겐 "어디에서 선거자금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우안카는 그러나 선거자금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 감자비법(?)을 믿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우안카는 "지금은 한푼도 돈이 없지만 감자를 팔면 넉넉하진 않아도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안카에겐 얼마나 감자가 많길래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우안카는 감자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그녀는 주지사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인디언 여성단체인 인디언여성연맹이 그녀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나선 것. 연맹은 돈 대신 감자를 후원하기로 했다. 인디언여성연맹 관계자는 "감자농사를 짓는 회원들이 인디언 여성정치인을 위해 감자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칸다는 감자를 팔아 수익을 얻어 선거자금을 쓰기로 했다. 그녀는 "크게 돈을 쓰지 않는 선거운동을 생각하고 있어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며 감자를 판 돈이면 충분한 자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칸다는 감자로 간식거리를 만들어 파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우칸다는 볼리비아 최초의 인디언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의 사회주의당 후보로 출마해 관심을 더하고 있다. 인디언 대통령을 배출한 국가에서 인디언 출신 여자주지사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볼리비아의 지방선거는 3월 29일 실시된다. 사진=아비통신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한화 지옥훈련의 ‘대척점’인 넥센 자율 훈련

    한화 지옥훈련의 ‘대척점’인 넥센 자율 훈련

    미국 애리조나 주 서프라이즈에 있는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 훈련장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은 2월 중순까지 오전에만 팀 훈련을 한다. 오후에는 특정 선수 몇몇만 과외 훈련을 받는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선수들 자율 훈련에 맡긴다. 근육을 단련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 시간표가 따로 책정되지 않은 게 넥센 스프링캠프의 특징이다. 선수들은 메이저리거처럼 오전 6시 훈련장에 나와 월풀 마사지를 받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오전 9시 반부터 다들 모여 수비, 타격, 투구 팀 훈련을 하고, 점심 이후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점심 시간 20분'이 말해주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한화 이글스 '지옥 훈련'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셈이다.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던 염경엽 넥센 감독은 18일(현지시간) 이틀째 훈련이 끝난 뒤 "그런 고강도 훈련은 정말 김성근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김 감독님만의 색깔이 묻어난 훈련"이라고 평했다. 우스갯소리로 한화가 전년도 꼴찌였으니 더 많이 훈련하고, 넥센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니 덜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하는 염 감독 특성상 스프링캠프 훈련에서도 넥센만의 컬러가 있다. 염 감독은 "강정호, 김민성의 성공 사례를 동료 선수들이 지켜본다"면서 "이런 성공 사례만 몇 가지 있어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했다. 포지션별 무한경쟁으로 생존자를 추려 정규리그 개막을 준비하는 다른 팀 감독과 달리 염 감독은 3년째 스프링캠프 전에 이미 주전과 비주전을 갈라 놓고 이들에게 그해 임무를 준다. 선수들이 책임에 맞게 스스로 준비하고 상황을 생각할 수 있도록 풀어둔 셈이다. 부와 명예를 위해 순전히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프로의 생리인 만큼 책임을 지지 못하면 과감하게 준비된 다른 선수로 바꾸겠다는 무서운 계산이 숨어 있다. 선수 생활은 화려하지 못했지만 구단 직원, 코치 등 다채로운 보직을 경험하며 체계적인 야구관을 정립한 염 감독은 이를 선수들과 공유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염 감독은 "해마다 시범경기를 마치면 내가 손으로 쓴 메모를 투수, 야수로 나눠 일일이 선수 개인에게 나눠준다"며 "이 메모에는 내가 파악한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파악한 정보에 선수들 개개인이 살핀 정보를 더해 1년짜리 수첩을 완성해가는 것"이라며 "여기에 전력분석팀이 매일 뽑아주는 데이터가 더해지면 정보의 양은 훨씬 풍성해진다"고 곁들였다. 감독, 선수, 구단이 함께 고민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생각하는 야구를 염 감독은 추구한다. 1년 농사의 성패는 스프링캠프에서 사실상 결정 난다. 지옥훈련이든, 자율훈련이든 양태는 다르지만,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감독의 결단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연합뉴스
  • [씨줄날줄] 영어 신조어 쩍벌남/문소영 논설위원

    한국에서 ‘쩍벌남’이라고 부른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공간을 독차지하는 남자들 말이다. 그래서 두 좌석으로 구성된 광역버스를 탈 때는 가능한 한 여성 옆에 앉아야 덜 불편하다. 1960년대나 1980년대 말까지도 아랫도리를 홀딱 내놓고 ‘저는 남자 아이랍니다’라며 자랑하며 돌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평생을 돌사진 찍던 자세로 살아가는 남자들이 많다. 이 ‘쩍벌남’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체적 접촉이 불가피한데 이런 불편을 하소연하는 승객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공공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삼가자는 수준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는 내 집 안방의 소파와 달리 다리를 모아야 한다고 공공예절 교육을 시작했던 것이다. 뉴욕의 교통 당국이 올 1월부터 ‘쩍벌남’ 퇴치 캠페인을 벌인다는 뉴욕타임스의 지난 연말 보도에 살짝 놀랐다.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 문화에서는 한 개인을 둘러싼 공간조차 사생활의 영역으로 보고 침해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있기에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기 딱 좋은 ‘쩍벌남’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탓이다. 그런데 하루 600만명이 사용하는 뉴욕 지하철에서 캠페인까지 벌인다니 상상 외로 많은 모양이다. ‘쩍벌남’에 불편한 승객들이 사진을 찍어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고 한다. 아마도 신석기시대 이래로 힘든 농사일에 최적화되거나 전쟁에 동원하기 좋은 남자를 선호하던 사상이 인류 진화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 ‘쩍벌남’이 많은 것 아닌가 추정해 본다. 아무튼 뉴욕 교통 당국은 2600여대의 지하철에 ‘쩍벌남 퇴치 캠페인’ 포스터를 붙였다. “아저씨. 다리 좀 그만 벌리세요. 앉을 공간이 좁아지잖아요”(Dude. Stop the Spread, Please. It’s a space issue)라는 내용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일종의 몰래 카메라인 스파이 안경을 쓰고 남녀가 각각 ‘쩍벌남’이나 ‘쩍벌녀’가 됐을 때 승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찍어서 분석도 했다. 서울 지하철보다 수년 늦게 뉴욕 지하철에서 ‘쩍벌남’을 계도하기 시작한 보도보다 더 흥미롭게 생각한 대목은 ‘쩍벌남’에 대한 영어 표현이었다. ‘맨스프레드’(man spread)이다. 웹스터 영어사전과 같은 정통 영어사전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동사로, 신조어다. ‘어번딕셔너리’라고 도시에서 현재 사용하는 비속어들을 정리한 웹용 사전에서는 맨스프레드를 ‘남자가 ‘V’ 자로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이라고 했다. 문득 맨스프레드라는 신조어가 한국의 쩍벌남에서 유래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봤다. 총각김치를 어릴 때 알타리무김치라고 불렀는데 1988년 표준어 개정 때 표준어로 채택하지 않아 사라졌다. ‘개기다’가 표준어가 되는 데 30년쯤 걸린 것 같다. 쩍벌남과 맨스프레드, 어느 단어가 살아남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시즌 농사 절반’ 스프링캠프…프로야구 중하위팀 키워드는 마무리

    ‘시즌 농사 절반’ 스프링캠프…프로야구 중하위팀 키워드는 마무리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마무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시즌을 향한 10개 구단의 해외 전지훈련이 마침내 시작됐다. 각 구단은 15일 한화를 필두로 줄지어 나서 담금질에 돌입한다. 전지훈련은 올 시즌 농사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과정이다. 구단들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우승을 위한 퍼즐을 완성한다. 장기 레이스에서 필수인 선발진과 필승조를 꾸린다. 라인업도 구축하고 백업 요원도 점찍는다. 아마도 감독들은 어느 정도 새 시즌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모든 구단의 고민거리다. 이번 캠프에서도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지난해는 ‘클로저’에 따라 팀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은 임창용(31세이브 2위), 넥센은 손승락(32세이브 1위), LG는 봉중근(30세이브 3위), NC는 김진성(25세이브 4위)에 힘입어 4강에 올랐다. 이들은 올해도 뒷문을 책임지지만 불안감도 적지 않아 고민이다. 중하위팀은 마무리 부재로 시즌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이들 팀의 감독은 전훈에서 마무리 낙점과 발굴에 역점을 두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모처럼 통 큰 베팅을 한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용찬의 군 입대로 고민은 더욱 커졌다. 김 감독은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를 후보로 올렸다. 현재로서는 노경은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2012년 불펜에서 뛰었고 지난해 선발로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부진해 변화가 예상된다. 박희수의 부상으로 번번이 역전패를 허용했던 SK는 군 복무를 마친 정우람이 희망이다. 김용희 감독은 박희수-윤길현-정우람을 잇는 필승조를 그린다. 정우람은 2012년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활약했다. 다만 무뎌진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롯데에서는 김승회가 마무리로 점쳐진다. 홍성흔의 자유계약선수(FA) 보상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해 첫 마무리로 20세이브를 수확했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은 전훈을 통해 최종 낙점할 생각이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KIA지만 올해 역시 마무리가 최대 골칫거리다. 마땅한 후보조차 없어 김기태 감독의 주름은 더욱 깊어진다. 일단 좌완 심동섭이 꼽힌다. 지난해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제구가 아쉬웠다. 베테랑 김진우와 최영필도 있지만 연투 능력이 떨어진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도 카드는 확실치 않다. 김 감독은 FA 이적생 권혁에게 기대를 걸면서도 불펜진 등과 끝까지 경쟁시킬 심산이다. 뚜렷한 후보가 없는 KT도 캠프에 기대를 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경제부처 업무보고] 하도급 대금 미지급 ‘역추적’

    대기업이 돈을 주지 않아 1~2차 협력업체들이 중소기업에 하도급 대금을 연쇄적으로 주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닥부터 훑어가는 ‘역추적’ 방식이 도입된다. 협력업체를 먼저 조사한 뒤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갑질’ 원성이 빈번한 TV홈쇼핑도 집중 조사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업무에서 힘을 주겠다고 밝힌 핵심 내용이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고 1∼2차 협력업체를 먼저 조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을 우선 조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2차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피해자이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가해자일 수 있다”며 “협력업체를 먼저 조사한 뒤 대기업을 조사하는 ‘윗 물꼬 트기’ 방식으로 조사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점 조사 대상은 건설, 의류, 기계, 자동차, 선박 등 하도급대금 관련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업종이다.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익명 불공정 제보 센터’도 만든다. 제보를 받고 대기업에 시정조치를 내린 뒤에는 6개월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복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진흥지역에 농식품 가공공장과 관광농원, 식당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100억원 규모의 전문펀드도 조성한다. 농업을 식품가공, 유통, 관광 등과 결합시켜 ‘6차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쌀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피해가 커질 농민들을 위해 공동으로 농사를 짓는 쌀 들녘경영체도 지금의 158개(3만 2000㏊)에서 200개(4만㏊)로 늘릴 방침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해외여행 | 시코쿠 너와함께 걷고 싶어

    해외여행 | 시코쿠 너와함께 걷고 싶어

    일본은 익숙하지만 시코쿠는 낯설다. 일본 열도를 이루는 네 개의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 시코쿠. 올 시코쿠 레일패스를 이용해 섬 전역을 두르고 가로지르는 철길 따라 시코쿠 한 바퀴를 달렸다.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내 얘기는 아니다. 내게 처음으로 시코쿠를 알려 준 책 제목이 2009년에 출간된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였다. 시코쿠에는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인 홍법대사의 족적을 따라 섬 전역에 1번부터 88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사찰을 걸어서 순례하는 길이 있다. 1,400km에 달하는 이 순례길을 통칭 ‘오핸로’, 순례자를 ‘오핸로상’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오핸로를 걸으면서 만난 어느 오핸로상의 사연을 짓궂게 제목 삼았더랬다. 천여 년이 넘게 이어진 불가의 수행인데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옅어지고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보거나, 나락으로 떨어진 끝에 인생의 전환점 또는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걷는 이들이 많다고. 스물여덟의 나는 당장 시코쿠로 달려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석사 졸업장, 장렬히 전사한 연애 그리고 겁 없이 뛰어든 책 작업.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 민낯의 나를 마주할. 어찌어찌 5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한번 시코쿠에 혹했다. 여전히 오핸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겁쟁이에게 시코쿠의 해안과 산간으로 이어지는 철로를 따라 시코쿠 일주를 할 수 있는 레일 패스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남자한테 차이지 않은 채 시코쿠로 향했다. 차였어야 좀더 그럴싸했을라나? ●가가와현香川 호빵맨 기차 타고 호로록호로록 다카마츠역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서자 여기저기 기분 좋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호빵맨 기차다. 사진 찍기 바쁜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출근길의 회사원들도 힐끔힐끔 뒤를 돌아본다. 시코쿠 기차 여행을 하는 동안 한 번은 탈 수 있겠지? 조바심 내지 않고 고토히라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고토히라역을 빠져 나오니 단정한 목조건물에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줄을 선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우동집. 라멘, 소바 등과 함께 우동은 일본의 대표 면 요리인데, 우동 하면 역시 사누키 우동이다. 사누키는 이곳 시코쿠 가가와현의 옛 지명이니 제대로 찾아왔다. 가가와현은 일본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현이라 하는데 이 작은 지역에 우동 가게만 800여 곳이 넘으니 말이다. 우동집에서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우동 체험 교실이 있다기에 냉큼 달려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나카노 우동 학교의 1일 우동 체험은 흥에 겹다. 손으로 치댄 반죽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로 밟아가며 반죽한다. 수타에 족타가 가미된 반죽이다. 한편 미리 숙성시켜 놓은 반죽을 밀대로 늘려, 먹기 좋게 칼로 자르는 것은 우리의 칼국수와 다르지 않으니 나름 솜씨 발휘를 해본다. 완성된 면은 바로 삶아서 먹을 수 있지만 방금 치댄 반죽은 그래도 조금 숙성시키는 것이 낫겠지. 그 사이 곤피라 신사에 다녀오기로 한다. 나카노 우동 학교가 있는 상점가에서 계단길이 시작된다. 곤피라 신사의 본궁까지는 785개의 돌계단 참배길을 올라야 한다. 호젓한 산길이라 계단이 그리 버겁지는 않다. 천년 전에 들어선 곤피라 신사는 연간 400만명의 참배객이 찾는 손꼽히는 신사다. 본래 신사와 불교 사찰이 함께 자리했는데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사누키 곤피라상’이라 부르는 바다의 수호신만 모시고 있다. 한참을 올라 본궁 가까이에 이르렀는데 계단 한 칸이 내려가 있는 곳이 나타났다. 사실 본궁까지의 계단은 786계단인데 786은 ‘번민’이라는 뜻의 일본어 ‘나야무’와 발음이 비슷해 계단 하나를 내려 785계단으로 만들었다고. 이윽고 785계단을 오르자 본궁과 함께 멀찍이 세토내협과 탁 트인 사누키 평원, 그리고 후지산을 닮아 ‘사누키 후지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이노야마가 한눈에 펼쳐진다. 참배객들은 그곳에서 부적을 사서 소원을 빌기도 하고 길흉을 점치는 제비 ‘오미쿠지’를 뽑기도 한다. 모두에게 신의 보살핌이 함께하기를. 계단길을 오르내렸더니 시장기가 돈다. 도착 시간에 맞춰 나카노 우동 학교 식당에는 팔팔 끓는 솥이 대기하고 있다. 아침나절에 반죽하고 칼질한 우동면을 삶고 요리조리 입맛대로 간을 해서 호로록. “국물이 끝내줘요”라고 했던 우동 광고가 떠올랐다. 글쎄, 국물 맛도 좋았고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그보단 사누키 우동의 쫄깃한 식감이 젓가락질을 더욱 바쁘게 했다. 체면치레고 뭐고 없다. 쉼 없이 호로록호로록. 배불리 먹고 고토히라역으로 되돌아오니 호빵맨 기차가 발 앞에 멈춘다. 생각보다 빨리 재회했네. 오보케역까지 호빵맨과 함께 달린다. 열차의 좌석 시트와 객차 인테리어도 호빵맨 일색. 동심에는 나이 제한이 없나 보다. 객차 안에 어린아이 하나 없었지만 귓전에 어린아이마냥 들뜬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으니. ●도쿠시마현德島 아찔하고도 아름다운 협곡을 따라 산골마을 간이역에서 호빵맨 기차와 안녕을 고한다. 오보케역이다. 자연스럽게 숨을 크게 들이마실 만큼 좋은 기운이 가득하다. 오보케는 2억년에 걸쳐 형성된 협곡 지대라 했다. 나룻배를 타고 협곡을 거슬러 유람을 할 수도 있고 차를 타고 산자락 높은 곳에 올라 협곡을 조망할 수도 있다. 버스가 드문드문 다니는 산골마을이지만 역 앞에 항시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해 한결 수월하게 협곡을 둘러볼 수 있다. 2시간에 6,000엔이면 충분. “이곳의 가을 단풍이 정말 예뻐요. 지난주에 태풍이 와서 그렇지 여기 물이 얼마나 투명하고 맑은데요, 에머랄드 그린이에요. 일교차가 커서 메밀 농사가 잘된답니다. 이야 메밀소바가 참 맛있지요.” 오보케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 기사의 고향 자랑을 들으며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카즈라바시에 다다른다. 카즈라바시는 협곡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다. 깊은 산 속에서 넝쿨을 늘어뜨리며 자라나는 다래나무로 엮었다. 엉금엉금, 주춤주춤,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발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은데 십여 미터 아래로 빠른 물살을 타고 흐르는 계곡을 보니 더 아찔하다. 후들거리는 것이 이 다리인지, 내 다리인지. 다시 택시를 타고 산길을 탄다. 일본어 히라가나의 ‘ひ(히)’자 모양으로 물길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이야 계곡까지 왔다. “이 계곡에서 떨어지면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스님을 부른답니다.” 택시 기사의 농담에 어째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득히 이야 계곡이 내다보이는 벼랑 끝 바위 위에 조각상 하나가 눈에 띈다. 오줌 누는 아이 동상이다. 아주 오래 전 산골마을 아이들이 이 바위에 올라 오줌 누기 시합을 벌이곤 했단다. 어린 날의 치기로 치부하기엔 꽤나 비장했을 시합이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내 입가엔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그래, 이만한 높이에서 오줌 줄기 시원하게 뻗을 줄 아는 꼬마라면 골목대장 자리 정도는 충분히 차지할 만하겠다. ●고치현高知 술이 술술, 푸짐하고도 즐겁게 고치는 호탕했다. 고치현 출신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사카모토 료마’의 기개도 한몫을 하지만 그보다는 양껏 즐기는 고치의 술 문화에 한 표를 던져 본다. 조금은 의외다. 예의와 절제의 미덕을 자랑하는 일본이 아니던가. 그러나 예부터 고치 사람들은 술을 즐기고, 삶을 즐길 줄 안다 했다. 일례로 손 안에 천원이 주어졌다고 하자. 가가와 사람들은 천원을 저금하고, 에히메 사람들은 천원을 고스란히 쓴단다. 그런데 고치 사람들은 천원을 더 보태 술을 마신다고. 해질녘 고치 특유의 사와치 요리와 게이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강가의 요정 ‘하마초’로 향했다. 요정에 들어서자 기모노 차림에 새하얀 얼굴을 한 게이샤가 마중한다. 조금은 주눅이 든 채 그녀가 이끄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커다란 접시에 음식이 담겨져 나왔는데, 고치의 ‘사와치 요리’는 큰 접시에 초밥, 생선회, 가다랑어 타타키 등의 요리를 푸짐하게 담아 여럿이 나누어 먹는 방식을 가리킨다. 대개 일본 음식 하면 소량이지만 먹기 아까울 만큼 정갈하게 차려낸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완벽한 반전이다. 고치의 사와치 요리는 손님과 주인, 남성과 여성 어느 누구 차별 없이 한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함께 술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게이샤가 알려준 술자리 게임도 가지각색. 캬, 그녀들의 춤사위에 술이 술술, 고치의 밤이 깊어 갔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은 뒤끝이 없었다. 호빵맨에 이어 이번에는 피규어로 가득한 기차를 타고 여정을 이어 간다. 피규어 제조사 ‘카이요도’의 피규어를 기차 안팎에 디자인한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시만토강을 끼고 산허리를 돌아나가는 기찻길은 창가에 바싹 붙어 앉게 했다. 기차에서 내려 카이요도의 피큐어 컬렉션을 모아 놓은 카이요도 하비관과 일본의 전설 속 요괴 ‘갓파’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는 갓파관까지 두루 둘러본다. 그리고 시만토강이 내려다보이는 휴게소에 들러 지역 특산물로 정성스레 조리해 꽃모양 바구니에 소복하게 담아 주는 ‘도오와 가고젠’으로 꼬르륵 하는 배꼽시계를 달랜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런 밥상이었다. ●에히메현愛媛 그 길을 너와 함께 걷고 싶었어 고치현에서 에이메현 마쓰야마로 가는 길에 히자카와 강변에 아름다운 정원을 품고 있는 가류산장에 잠시 들렀다. 참 정성들여 지은 집이다. 억새를 이어 우진각 지붕을 올린 안채 ‘가류인’은 일본의 전통적인 농가 스타일로 집안의 장식만으로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단장을 했다. 정원을 지나 절벽 위에 지은 암자 ‘후로완’은 더더욱 운치가 있다. 가을밤 만월이 떠오르면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가 후로완의 천장에 아른거린다고. 툇마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신선놀음이다 싶은 곳이었으니 엉덩이 떼기가 힘들더라. 아쉽다 아쉽다 되뇌며 돌아섰는데 이내 나를 호들갑떨게 한 것이 있으니, 오즈시에서 마쓰야마까지 동행할 ‘이요나다 이야기’ 열차다. 세토내협 이요나다의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에이메현의 좋은 식재료로 만든 식사까지 즐길 수 있는 관광열차로 2단의 나무 찬합에 정갈하게 차려 나온 도시락에 감탄하기 바쁘게 차창 밖 풍경이 다시 혼을 뺏는다. 바다야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기차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마음을 더없이 설레게 했다. 시코쿠 기차 여행의 마지막 여장을 마침내 마쓰야마에 풀었다. 두 손 가볍게 어슬렁어슬렁 도심 나들이에 나선다. 로프웨이를 타고 표고 132m 가쓰야마산 정상에 위치한 마쓰야마성에 올랐다. 그 성에서도 가장 높은 망루 천수각에 이르니 마쓰야마 도심과 너른 평야 그리고 멀찍이 세토내해가 드넓게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성의 가장 중심이 되는 본성 앞으로 도열한 벚꽃나무도 맘을 간지럽힌다. 마른 가지와 초록 잎사귀만 달려 있지만 두 계절이 지나면 봄바람 타고 아름다운 꽃길이 되겠지. 상상만으로 흐뭇해진다. 마쓰야마성에서 내려오니 기적 소리 울리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증기기관차가 눈에 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에서 ‘성냥갑 같은 기차’라 묘사한 것을 재현한 ‘봇짱 열차’다. 일본어로 도련님을 봇짱이라 한다고. 칙칙폭폭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덜컹이는 노면을 따라 충분히 추억 속에 빠져들 만했다. 참 바삐 달렸다. 기차 타고 시코쿠 한 바퀴.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속닥속닥, 철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시코쿠가 귓가를 간질였으니. 혼자였기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너와 함께 걷고 싶은 그곳 시코쿠로.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JR시코쿠 www.jr-shikoku.co.jp ▶travel info Shikoku Airline 아시아나 항공이 시코쿠 가가와현의 다카마쓰(OZ16609:00, 15:20)와 에이메현의 마쓰야마(OZ17615:10)로 주3회(화·금·일요일) 직항을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40분. PASS 올 시코쿠 레일패스All SHIKOKU Rail Pass 올 시코쿠 레일패스는 JR시코쿠를 비롯하여 지역간 특급열차, 사철, 전차 등 총 연장 1,100km에 달하는 시코쿠 지역의 모든 철도를 정해진 기간 내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티켓이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 요금으로 2일권 6,300엔, 3일권 7,200엔, 4일권 7,900엔, 5일권 9,700엔 4종류의 패스가 있다. 자신의 여행 일정에 맞추어 적합한 패스를 선택하면 된다. 출국 전 국내에서 바우처를 구매한 다음 일본 현지 JR시코쿠 여행 센터에서 패스로 교환할 수도 있고, JR시코쿠 여행 센터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캐리어 등의 짐은 코인로커를 이용하거나 역무실에 맡길 수 있다. 코인로커는 1일 300~600엔 선, 역무실은 짐 1개당 410엔이다. HOT SPRING 3,000년 역사의 도고온천 도고 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일본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목욕탕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2시간에 한 번씩 온천의 증기가 건물 전체를 에워싸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그러나 이것은 맛보기. 욕탕에 몸을 담가야 제대로다. 훈훈한 기운이 노곤해진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스르르 풀어내준다. SHOPPING 에히메의 좋은 것을 담아 에히메즘Ehimesm 특산물, 공예품 등 에히메현의 자원으로 만든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숍이다. 특히 볕 좋고 물 좋은 환경으로 고품질의 면화가 생산되고 그로 인해 일찍이 방직기술이 발달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의 타올은 인기가 높다. 100여 년 역사의 고급 타월로 품질은 물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www.ehime-esm.jp 고치의 호빵맨 사랑 호빵맨 테라스Anpanman Terrace 시코쿠 고치현 JR고치역 안에 위치한 호빵맨 전문 캐릭터숍이다.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가 고치현 출신이라 고치현에서는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호빵맨 캐릭터를 마주하게 되는데 호빵맨 테라스가 그 절정. 호빵맨 완구, 호빵맨 학용품, 호빵맨 액세서리 등 호빵맨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한데 모여 있어 호빵맨 마니아들에겐 이곳이 곧 천국이다. 다카마츠의 비밀창고 키타하마 앨리Kitahama Alley 시코쿠 가가와현 다카마츠 항구 인근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쇼와시대(1926~1989) 초기에 사용하던 옛 항구의 곡물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창고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에 각기 개성 넘치는 헤어숍, 카페, 레스토랑, 소품숍, 라이브 펍, 서점 등 10여 개의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www.kitahama-alley.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박은숙씨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박은숙씨

    8일 오후 경남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桐花田) 마을 뒷산. ‘오동나무 꽃밭’에서 유래된 마을 뒷산에는 송전탑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었다. 95번, 96번, 97번 송전탑은 마을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시야에 들어왔다. 마을 작업장에서 만난 박은숙(41·여)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양배추를 봉투에 담고 있었다. 박씨는 마산에서 직장에 다니다 만난 남편과 결혼한 후 2002년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와 아이 넷을 키우며 남편과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10년 넘게 농사꾼으로 살던 박씨가 ‘데모꾼’, ‘빨갱이’ 소리를 듣게 된 것은 2012년 7월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박씨는 “처음 밀양에 송전탑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농성한다는 건 알았지만 아이 넷을 키우느라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그런데 바로 뒷산에 헬기가 왔다 갔다 하고 뒷산 나무들이 벌목되는 것을 보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성에 참여하면서 박씨 일상도 뒷산 나무들처럼 송두리째 뽑혔다. 푸근하게 느껴지던 마을공동체는 흉흉해졌다. 박씨는 “평생 죄 안 짓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애들도 넷이나 낳은 나에게 국가는 폭행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족쇄를 채웠고 새벽 5시에 집에 들이닥쳐 남편을 연행해 가기도 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송전탑 반대 농성이 이어지면서 ‘지역 이기주의’라거나 ‘보상금을 더 타내려고 그런다’는 등 비난도 있었다. 그는 “(송전탑 인근에서 사는 것이) 인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검증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와 한국전력 측은 ‘선결정 후통보’ 식으로 밀어붙였다. 우리에겐 삶이 걸린 문제”라고 밝혔다.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곡절을 겪은 끝에 밀양 765㎸ 송전탑 공사는 지난해 12월 끝났다. 하지만 밀양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과 ‘전기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씨는 “송전탑이 준공되고 시험송전까지 되면서 외부에서는 갈등이 잘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며 “아직 200명이 넘는 주민이 (송전탑 설치와 보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 평 프로젝트’(밀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예약 구매하고 농작물을 공급받는 프로젝트)와 ‘미니팜’(송전탑 반대 주민, 지지자로 이뤄진 협동조합) 등을 통해 도시민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전의 시험송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장 농성도 다시 시작됐다. 115번 송전탑 주변에 설치된 펜스 앞에서 주민들은 목에 밧줄을 걸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일 한전과 주민 간의 대화가 재개됐다. 하지만 한전 측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본격 송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재산·건강상 피해 보전을 전담할 실사 기구’ 설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도,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나 용산 참사 등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부조리들을 다시 보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는 해법을 고민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글 사진 밀양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1000만원 빚 독촉에… 일가족 방화·살해한 이웃

    지난달 29일 오후 9시 38분쯤 강원 양양군의 한 농가 주택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의 화재 사망사건은 빚 독촉을 받던 40대 채무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채권자의 집에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 속초경찰서는 8일 주택에 불을 질러 집주인 박모(39·여)씨와 세 자녀 등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혐의(현주 건조물 방화 치사)로 유력한 용의자 이모(41·여)씨를 서울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속초경찰서로 압송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숨진 박씨와 언니 동생하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빚 독촉에 못 이겨 박씨의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이 난 집안에서는 채무 관계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박씨와 딸(9)은 작은방, 큰아들(13)은 거실 소파, 막내아들(6)은 작은방 입구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이모(44)씨는 교통사고 요양 치료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바람에 화를 면했다. 당초 단순 화재로 추정됐던 이 사건은 감식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드러나면서 방화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경찰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생활고를 비관한 박씨가 어린 세 자녀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화재 감식 중 방안에서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고, 숨진 4명 모두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반전됐다. 특히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시신의 상태가 일반 화재 사건과는 사뭇 달랐다. 방화 가능성을 확신한 경찰은 주변인 탐문수사 과정에서 유일하게 자살 가능성을 진술한 이씨를 용의자로 보고 집중 조사를 벌여 왔다. 결국 이씨가 숨진 박씨로부터 1000여만원의 빚 독촉을 받아온 사실과 강릉지역 약국 2곳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추궁 끝에 범행 일부를 자백받았다. 한편 숨진 박씨는 어린 세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식당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거나 마을 농사일을 거들며 쉬지 않고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은 “필요한 옷가지나 살림살이는 주변에서 얻어다 썼고 집은 늘 냉골이었다”고 말했다. 횡성 어머니 집에서 요양하던 남편 이씨는 사건 당일 동생 차를 얻어 타고 집에 들러 성탄절을 쓸쓸하게 보냈을 아이들을 데리고 속초시내에 나가 장난감을 사주고 횡성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마지막 선물이 될 줄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길섶에서] 목수/문소영 논설위원

    호모 하빌리스, 즉 ‘도구의 인간’은 사냥을 하려고 돌도끼 등을 뚝딱뚝딱 만들거나 동굴 안쪽에 물감과 자신의 손을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 정착생활이 시작된 1만 2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석기들은 구석기 때의 엉성한 돌무기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날카롭게 벼린 돌화살이나 돌칼 등으로 진화했다. 장기 거주를 위해 움집이나마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이때가 아닐까 싶다. 조개 등을 쉽게 채집할 수 있는 강원도의 해안선을 따라 신석기 유물이 발견되는데, 강원도 고성의 유적은 6000년 전쯤 그 해안선에서 내륙으로 걸어서 2~3시간 거리에 있는 산 아래다. 바닷바람을 피해 농사도 지었다. 움막을 짓고자 땅을 성형한 흔적들도 있다. 현대적 의미의 목수는 아니더라도 목수 일을 한 것이다. 국제 해비탯의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해 직접 집을 지어 온 ‘세계적 목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세운 카터센터가 한국 대법원에 우편으로 “대한민국 현직 국회의원인 이석기 의원의 유죄 판결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1982년 설립 이후 처음인 한국 정치인 구명 요청이라는데, 영 신경이 쓰인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모던파머’ 마지막회…이홍기, 평생을 꿈꿔온 방송국 무대로 밴드 데뷔

    ‘모던파머’ 마지막회…이홍기, 평생을 꿈꿔온 방송국 무대로 밴드 데뷔

    강렬하거나 아련하거나, 두 가지 선글라스로 2색 매력 ‘눈길’ SBS 주말 미니시리즈 ‘모던파머(극본 김기호, 연출 오진석)’ 마지막화에서 록밴드 ‘엑설런트 소울즈’ 멤버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방송국 무대로 데뷔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모던파머 20회에서는 엑설런트 소울즈가 드디어 방송국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연한 기회에 엑설런트 소울즈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9시 뉴스를 타면서 한 음반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모던파머’란 새로운 이름으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앨범 제작비용 마련을 위해 농촌으로 귀농해 배추농사를 지으며 고군분투했던 엑설런트 소울즈 멤버 4인방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첫 무대에 오르기 전 강렬한 블랙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민기(이홍기 분)는 “떨 거 없어. 평생을 꿈꿔온 순간인데 떨면 쓰겠냐? 우리가 누구냐? 배추 십만 포기를 키운 역전의 용사들 아니겠냐”라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멤버들을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윤희(이하늬 분)를 뒤로 하고 ‘하두록리’를 떠나는 장면에서 미러렌즈 선글라스로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극중 이홍기 분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모두 레이밴 제품으로 알려졌다. 한편 20화를 끝으로 종영한 모던파머는 한류스타 ‘이홍기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일본 케이블 채널 KN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진화하는 생활문화동호회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진화하는 생활문화동호회

    ‘두둥 딱! 둥둥 딱! 둥둥둥.’ 지난 26일, 노인요양시설 ‘수원연세실버벨리’에서 웅장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성 타악 동호회 ‘소리파워’가 신명나는 공연에 나선 것이다. 병원 생활에 지친 할머니, 할아버지는 희색이 도는 얼굴로 북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판을 벌이는 분위기에 힘이 난 단원들은 그 어느 공연 때보다 더 열심히 북을 두드렸다. 용환숙 소리파워 단장은 “이번 공연이 어르신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밤벨뮤직평생교육원. ‘훌라춤에 흥겹던 기쁨도, 와이키키해변의 단꿈도….’ 낯익은 패티김의 노래 한 곡조가 들려온다. 60세 이상의 할머니 훌라댄스 그룹 ‘아이샤’의 송년음악회 춤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지난달 전국생활문화동호회축제에 참가해 관중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국내 최초, 최고(最古)의 훌라댄스 동호회다. 김창수 밤벨뮤직평생교육원장은 “할머니들은 하와이 전통악기인 우쿨렐레도 같이 배울 만큼 열정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문홍자 단장은 “음악 봉사 활동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위문 공연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 동호회 활동이 점차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뛰어넘어 문화 사각지대에 대한 봉사 공연과 재능 기부를 통해 주민 간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가까이 다가서는 자원봉사단체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각 지자체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강좌를 통해 쌓은 실력으로 재능 기부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 영등포문화원에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 김건섭씨는 “새해를 맞아 지역 주민들의 가훈을 써 주는 일에서 큰 보람을 얻는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전통악기 소리가 너무 좋았다는 초급 해금반의 강명식씨는 “실력을 빨리 키워서 청아하고 애절한 해금의 소리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연습에 열중했다. 대다수 동호회들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실력이다. 서울 송파아코디언앙상블의 최홍근 단장은 “처음엔 중·장년 교육생들이 여가 선용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봉사 공연을 할 만큼 수준급이 됐다”고 자랑했다. 영등포문화원의 한국무용 강사 박정혜씨는 “공연을 나가서 전공자들이라고 말하면 모두 속아 넘어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국적인 색채가 짙은 동호회일수록 연말 봉사 공연이나 지역 축제에서 섭외 1순위다. 스코틀랜드 민속 악기인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동호회는 이용기 단장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백파이프라는 악기를 접하게 함으로써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만든 동호회다. 최근 정부는 ‘문화가 있는 삶’을 표방하면서 생활문화예술 정책을 활성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전국 100여개의 우수 생활문화동호회 축제를 개최했다. 문체부 지역전통문화과 이은복 과장은 “생활문화동호회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국민들의 일상 속 문화 융성 체감도를 높이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생활문화동호회의 봉사 공연이 한창이다. 한 해 동안 농사지어 수확한 열매를 모두에게 나눠 주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눔과 기부로 승화시키면서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꾸준한 연습과 공연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길섶에서] 설렁탕 유감/서동철 논설위원

    소고기는 인간과 소의 공존과 역사를 같이하지만, 과거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특히 벼농사권에서는 소가 없어선 안 되는 수단이었으니 소를 잡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조선 세종 시대에는 소나 말을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살도감(禁殺都監)을 두었다는 기록까지 보인다. 그러니 설렁탕이 조선시대 선농제(先農祭)에서 비롯됐다는 속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직접 소를 몰아 땅을 가는 의식을 치른 뒤 백성과 나눠 먹은 음식이 설렁탕이라는 것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자리에서 소에 상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잡아서 국을 끓였다는 뜻이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렁탕에는 1970년대 역사도 스며 있다. 토요일이 분식일이던 시절 설렁탕에도 밥 대신 국수를 말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식일이 폐지되고 나서도 국수맛을 못 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듯하다. 시내 단골 설렁탕집의 국수 인심이 좋은 것도 곡절을 겪은 탓인지 모르겠다. 이런 설렁탕이지만 요즘엔 누구도 흔쾌히 손들고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먹고 나면 만족하는 음식이 또한 설렁탕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新국토기행] ‘교통요지’ 평택…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新국토기행] ‘교통요지’ 평택…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경기도 서남부에 있는 평택시는 인구 45만명의 도농복합도시이다. 평택시는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땅으로 부산현으로 불렸으나 통일신라 때 진위로 바뀌었다. 위치 탓으로 충청도와 경기도를 오락가락하다가 1914년 경기도 진위군이 됐다. 수원군과 충남도에 속했던 평택군이 진위군에 통합된 1924년에 평택군이란 이름을 달게 됐다. 1981년 송탄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평택군에서 떨어져 나갔고, 1986년엔 평택읍이 평택시로 승격, 분리됐다. 이렇듯 뿌리가 같은 한 지붕 세 가족은 1995년 평택시로 통합되면서 면적이 457.4㎢로 늘어났고 3개 읍, 6개 면, 13개 동 체제를 갖췄다. 평택은 ‘평평한 땅과 연못밖에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전체 토지의 45.5%가 농경지다. 해발 164m에 불과한 덕암산이 평택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평택이 경기미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것은 진위천과 아산만 주변 넓은 평야에서 재배한 평택 쌀 덕분이다. 특히 아산만 방조제가 축조된 뒤 해안 인근에 있는 광대한 농경지가 안전답으로 바뀌면서 벼농사 조건이 훨씬 좋아졌다. ‘슈퍼오닝’ 브랜드로 팔리는 평택쌀은 시중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평택 배도 유명하다. 저장력과 당도가 높아서다. 평택이 배 주산지로 떠오른 것은 일본인들이 1910년쯤 비전동 지역에 과수원을 조성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은 전국에서 5번째로 많다. 제조업 발전이 미미했던 평택이 서해안시대 대중국 수출 교두보이자 기업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상전벽해가 실감 날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평택하면 떠오르는 게 평택항이다. 1986년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한 평택항은 2000년 말 정기 컨테이너선이 처음 취항하면서 서해의 대표 국제 무역항으로 시동을 걸었다. 올해로 개항 28주년을 맞는 평택항은 총 화물처리량 1억t을 돌파하며 전국 항만 중 최단기간 달성과 4년 연속 자동차 수출입 처리 1위를 기록하는 등 종합 무역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평택항의 경쟁력은 수심이 14m에 달해 5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 기항이 가능하고 배후지역이 자동차 및 부품산업 등 중국과의 연계성이 높은 산업으로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부권에 자리 잡은 것도 발전의 원동력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중국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평택항은 동북아 물류 중심항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10년 기준 평택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18조 627억원으로 경기도 4위를 차지했으며 1인당 GRDP는 4379만원으로 경기도 1위,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놀라운 성장으로 밑거름은 포승·평택·송탄산단 등 10곳에서 가동 중인 2000여개 공장이다. 게다가 2020년이 되면 평택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버팀목으로 권역별 균형발전을 거듭해 인구 80만명 이상의 대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유치는 인근 충남북 지역까지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호재다. 지난해 5월 착공한 삼성전자 고덕산단은 고덕면을 비롯해 지체동, 모곡동, 장당동 일원 395만㎡(약 120만평)에 조성된다. 규모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 사업장의 2.4배에 달하며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과 의료기기 등 미래산업을 이끌어 나갈 신수종사업 생산시설을 설치한다. 반도체 라인이 가동되면 생산직, 관리직, 연구직 등 모두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1000억원 이상의 지방세수 확충이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도에는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이곳에서 11㎞쯤 떨어진 진위면 LG 디지털파크 산단과 역시 LG가 입주하는 진위 2산단에도 미래형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산업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고덕산단 옆에는 1342만㎡ 규모의 고덕국제신도시가 들어서 13만 5000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평택에 기업들이 몰려드는 것은 교통 요지이기 때문이다. 평택은 예로부터 서울에서 삼남으로 내려가는 길목이었다. 조선시대 하윤은 이곳을 가리켜 “길이 남과 북으로 통한다”고 했다. 현재 경부, 서해안, 평택~충주, 평택~서수원 고속도로와 함께 1번, 39번, 43번, 45번 국도와 동서로 38번, 82번 국도가 연계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또 경부선과 호남선 국철이 통과하며 내년에는 KTX 수서~평택 구간이 개통돼 신평택역을 이용하면 수서까지 18분, 부산 1시간 50분, 광주 1시간 40분이 걸린다. 평택과 인근 도시 주민들의 휴식처인 평택호는 1977년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와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사이에 삽교 방조제(2564m)가 건설되면서 관광지로 지정됐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관광단지다. 평택호는 민간투자 방식으로 1조 8000억원이 투입돼 개발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덕면 권관·기산·대안·신왕리 일대 274만 3000㎡를 국제적인 수변 관광단지로 조성한다.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런던아이를 본뜬 높이 110m의 대관람차 ‘평택아이’와 1만 7820㎡ 규모의 돔형태 생태체험관 ‘시티팜’ 등이 랜드마크로 세워진다. 평택에는 미군기지 두 곳이 있다. 팽성읍 안정리에 있는 K6(캠프 험프리스)와 신장동(옛 송탄)·서탄면 일대에 있는 K55(오산 공군기지)이다. 한국전쟁으로 미군이 주둔하면서 생겼다. K55를 송탄에 있는데도 오산공군기지라고 하는 것은 미군이 조종사들의 통신 편의를 위해 송탄보다 철자 수가 짧고 발음하기 쉬운 오산을 택했기 때문이다. 오산역으로부터 7㎞ 남쪽에 있다. 전쟁으로 의지할 곳 없었던 빈민들에게 미군기지는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부대를 중심으로 기지촌이 형성되고 입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권도 자리를 잡았다. 두 곳의 호황기는 1960~1970년대였다. 특히 신장동은 먹고 놀고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 나면서 오키나와, 필리핀에 주둔한 미군들이 전세기를 타고 몰려들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군이 감축된 데다 달러의 가치도 떨어진 탓이다. 1997년에 신장동을 관광특구로 지정, 쇼핑몰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지만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미8군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에 희망을 건다. 두 기지에 2016년까지 6만여명의 미군이 들어올 예정이다. 이렇듯 평택은 잇단 호재를 만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지역 전체가 들썩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세월도 쉬어가던 섬… 지는 해 배웅하는 너

    세월도 쉬어가던 섬… 지는 해 배웅하는 너

    교동도는 은둔의 섬이었다. 인천 강화도를 거미줄처럼 잇던 도로들도 바다 너머 교동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 데도 그랬다. 요즘엔 달라졌다.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에 교동대교가 놓였다. 그 덕에 여행 목적지도 북녘땅 가까운 곳까지 한껏 확장됐다. 다리가 놓이기 전, 외부 세계와 단절되다시피 했던 교동도엔 그 간극만큼이나 남아 있는 보물들이 많다. 낡고 수수한 풍경을 따라 겨울 볕 즐기기 딱 좋다. ●도로가 닿지 못하던 곳… 대교 생기며 뭍에 편입 강화도 서쪽 끝. 걸어서는 갈 수 없었던 곳으로 다리가 놓였다. 길이 3.44㎞에 폭 13.85m, 왕복 2차로의 교동대교다. 이 다리 덕에 바다 너머 교동도가 자연스레 뭍으로 편입됐다. 예전엔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교동도로 들어와야 했다. 그나마 조수간만의 차가 커 간조 때는 서너 시간씩 배 운항이 정지됐고, 물이 덜 찼을 땐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까지 15분이면 닿을 뱃길을 1시간 넘게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가깝고도 먼 섬이 교동도였다. 교동대교 앞에 서면 강 양쪽으로 철조망이 펼쳐져 있다. 북녘땅이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새삼 일깨우는 장면이다. 교동도 서단의 말탄포에서 북한의 황해남도 연안군까지는 직선거리로 2㎞ 정도에 불과하다. 바다 폭이 좁으니 북한 주민이 헤엄쳐 넘어와 귀순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지난여름에도 북한 주민 2명이 그랬다. 이처럼 북한과 가깝다 보니 교동도 전체가 민통선 지역이다. 당연히 출입절차도 마련돼 있는데, 그리 까다롭지는 않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출입신청서와 신분증만 제출하면 된다. 다만 출입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기준이다. 검문소 초병은 “오후 6시 30분 이전에 나와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익일(다음날) 오전 6시 30분 이후에나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말은 그렇다지만, 설마 늦었다고 섬에서 나오는 걸 막으랴. 한데 초병의 다부진 자세로 미뤄보건대, ‘좋은 게 좋은 거’ 식으로 생각했다간 꼼짝없이 하룻밤을 묵는 낭패를 당하지 싶다. ●‘철새 놀이터’ 고구저수지·교동읍성 등 명소 교동대교를 건너면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고구리, 왼쪽은 읍내리 방면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고구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섬을 한 바퀴 도는 게 일반적이다. 다리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명소는 고구저수지다. 수도권 낚시인들 사이에서 ‘대물터’로 입소문 난 곳이다. 겨울이면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도시 사람들은 흔히 섬사람들이 물고기나 잡으며 살아갈 것처럼 생각한다. 한데 교동도는 넓다. 논농사를 많이 짓는다. 특히 삼선리 일대 개시미벌을 보면 생각이 싹 바뀐다. 들녘이 어찌나 너른지, 꼭 전북 김제의 만경평야를 보는 듯하다. 지금은 강화군에 딸린 면소재지로 전락했지만 옛 교동도는 독립된 군현이었다. 조선 전기에는 교동현(喬桐縣)이었다가 인조 7년(1629)엔 교동도호부(喬桐都護府)로 승격되기도 했다. 강화군에 완전히 병합된 건 일제강점기인 1914년이다. 교동도 남쪽의 남산포엔 삼도수군통어영도 있었다. 경기, 황해, 충청도의 해군을 지휘하던 곳이다. 한반도가 두 동강 나지 않았다면, 사실 수군의 중심지가 되기에 적합한 위치가 교동도다. ●근대사 풍경, 밀려든 관광객에 얼마나 지켜질지 교동도에 들면 시간이 묻혀 있다는 걸 단박에 느끼게 된다. 가까운 근대사와 옛 고대사가 뒤섞여 있는 느낌이다. 교동대교가 세워진 이후 주말에만 4000여대의 차량이 쏟아져 들어 온다는데, 이런 낡고 투박한 풍경이 얼마나 더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오래된 역사를 되짚자면 교동읍성을 먼저 찾는 게 순서다. 도읍인 한양을 지키는 성이 도성이고, 지방 고을 읍에 세워진 게 읍성(邑城)이다. 교동읍성은 조선 인조 7년(1629)에 쌓은 석성이다. 동·남·북 세 개의 문 가운데 현재 남문(유량루)의 홍예문만 남았다. 아치형 돌문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데, 그 자태가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하다. 한데 폐허 위에 서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 주변 성벽은 허물어졌고 돌들은 사라졌다. 출처와 제작연대를 알 수 없는 사금파리 조각들도 홍예문 위쪽에 널려 있다. 하지만 홍예문 주변엔 사람의 접근을 막는 펜스조차 세워져 있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들고나기 쉽지 않은 섬이었을 테니 성벽을 이루던 돌들도 멀리 가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리고 돌들이 여전히 민가의 담장을 이루며 남아 있다는 거다. 교동읍성 주변에 황색 대룡이 나타났다는 황룡우물, 경기수영 터, 연산군 유배지(추정) 등 볼거리가 많다. 시간 너머의 흔적을 따라 찬찬히 둘러보길 권한다. 교동읍성에서 바다로 향하다 보면 길이 끊겼을 법한 곳에서 난데없이 작은 포구가 나온다. 동진포다. 고려시대부터 뭍과 교동도를 이어주던 나루였다는 곳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나루터는 교동읍성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됐다. 한양과 인천, 해주 등을 오가는 관문 노릇도 담당했다. 중국으로 가는 사신은 먼저 교동도로 와서 바닷길의 일기 등을 살핀 후 출항했다고 한다. 사신들의 임시 숙소인 ‘동진원’이라는 객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손님을 맞고 배웅하는 광경이 제법 장관이었다는데, 이 장면이 바로 교동팔경의 하나인 동진송객(東津送客)이다. 조선시대엔 각종 조운선과 화물선 등이 오갔고, 한국전쟁 때도 수많은 배들이 들락날락했다던 동진포지만 지금은 배 한 척 없는 썰렁한 나루터로 남았다. 시멘트 포장 아래 조선시대 때 쌓은 것으로 보이는 돌들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11명 ‘왕족의 유배지’… 한국전쟁 피란민 집결지 교동도는 왕족의 유배지였다. 정쟁에서 패한 신하들과 달리 왕족은 가까운 곳에 격리시켰다. 늘 그들의 동정을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교동도는 한양과 가까우면서 조류가 급해 유배지로서 최적지였다. 고려 21대왕 희종, 조선시대 안평대군, 임해군, 능창대군 등 11명의 왕족이 교동으로 유배됐다. 그 가운데 연산군은 교동도로 유배된 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읍내리에 연산군 적거지가 조성돼 있다. 대룡시장은 근대의 시간들이 갇혀 있는 공간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60~70년대로 날아간 듯한 낡은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후줄근한 간판과 낡은 유리문, 옛 포스터 등을 보자니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향수가 현재로 소환되는 듯하다.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계란 푼 쌍화차 얻어 마실 수 있는 다방도 여태 남아 있다. 대룡시장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의 집결지였다. 전쟁 끝나면 얼른 돌아가려고 고향과 가까운 대룡리 일대에 진을 쳤다. 하지만 닫힌 문은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열리지 않았고, 고향 그리던 이들은 대부분 생을 마감하거나 생계를 위해 자리를 떴다. 골목은 짧다. 채 500m도 못 된다. 하지만 더께로 쌓인 시간은 도무지 방문객의 발걸음을 놓아주질 않는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32> →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48번 국도를 따라 곧장 가면 교동대교가 나온다. 교동도 출입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교동도에서 숙박하지 않을 경우 교동대교 앞 군 검문소에서 나오는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교동면사무소 932-5001. 강화버스터미널에서 교동도까지 운행하는 18번 버스가 신설됐다. 선진버스 933-6801. → 맛집 대룡시장 쪽에 먹거리가 풍성하다. 해성식당(932-4111)과 대풍식당(932-4030)이 그중 알려졌다. 오래된 ‘다방’도 두 곳 영업하고 있다. → 잘 곳 대룡시장에 교동파크(932-4164)라는 작은 모텔이 있다. 강화여인숙(932-4067) 등 오래된 숙박업소도 있다. 고구저수지 인근 고구촌펜션민박(933-8668), 난정저수지 주변 수정민박(934-8929) 등 민박집도 운영 중이다. 글 사진 강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사회공헌 특집] 교통안전공단 - 찾아가요, 방방곡곡 무상 자동차검사 서비스

    [사회공헌 특집] 교통안전공단 - 찾아가요, 방방곡곡 무상 자동차검사 서비스

    교통안전공단은 섬이나 깊은 산골에 위치한 고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가는 자동차검사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동식 검사기기는 공단이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장비다. 대형화물자동차에 자동차검사가 가능한 특수검사기기를 설치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 자동차검사 및 자동차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 11월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발대식을 열고 해마다 약 170회, 7000여대의 자동차에 대한 정기검사 및 무상점검 서비스를 벌였다. 공단에 따르면 산골이나 외딴섬은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계, 트럭 등의 정비가 어려워 안전 관리가 매우 미흡한 상태다. 야간에 가로등도 없는 길을 익숙한 길이라며 후부반사판 등도 달지 않고 달려 사고도 많이 났다.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를 비롯해 경북 김천시 증산면 부항리, 전남 신안군 자은도 등의 산간 및 도서지역을 방문해 차량 무상점검 및 후부반사판 부착 서비스를 실시했다. 지난 9월 추석에는 천안휴게소에서 자동차검사는 물론 타이어 공기압, 워셔액 보충 등 차량 무상점검을 벌였다. 공단은 전 좌석 안전띠 매기, 운전 중 DMB 시청·휴대전화 사용 안 하기 등 교통 문화 개선 캠페인도 집중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김천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사 1촌 자매결연 일손 돕기, 장애인 종합복지관 직업훈련 보조 활동 돕기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인류의 뼈, 농사 및 좌식생활로 약해져”

    “인류의 뼈, 농사 및 좌식생활로 약해져”

    과거 인류는 맹수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졌었다. 하지만 진화가 거듭되면서 인간의 근력은 약해졌고, 특히 뼈의 강도는 현저하게 낮아졌다. 원인은 다름 아닌 농사와 좌식 생활의 습관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지난 7000년 동안의 인류 진화 과정을 되짚어 본 결과, 과거에 비해 현재 인간의 뼈는 매우 가볍고 잘 부서지는 성질로 변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인류의 뼈 강도는 현존하는 오랑우탄과 비슷했지만, 농사가 시작된 이후 뼈의 강도가 20% 정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고대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후에 생존했던 인류의 대퇴부 뼈를 집중 연구한 결과 대퇴골 가장 윗부분의 뼈가 수렵채집사회 시기의 인류나 현존하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의 뼈보다 더 가볍고 얇은 것을 확인했다. 특히 대퇴골 절단부위의 섬유주골(rabecular bone)은 수렵채집사회의 인류보다 농경사회의 인류에게서 더 얇고 부피가 작아진 것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대학의 콜린 쇼 박사는 “7300년 전 수렵채집을 하던 고대 인류보다 700년 전 농부의 뼈가 훨씬 약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7300년 전 평범한 고대 남성의 다리는 현대의 육상선수와 거의 비슷할 정도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로부터 3000년이 흐른 뒤 농경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인류의 뼈는 점차 약해졌다”면서 “인류는 원래 오랑우탄 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수렵채집사회 때보다 움직임이 적어졌고 갈수록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류의 골격구조를 이해하고 동시대 인류의 골격 노화와의 연관성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립학술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모던파머’ 이홍기, SF필 충만 선글라스 착용, ‘운석 팔러 나간다’

    ‘모던파머’ 이홍기, SF필 충만 선글라스 착용, ‘운석 팔러 나간다’

    -이홍기, 검정색 비니와 미러렌즈 선글라스로 일확천금 노리는 ‘운석팔이’ 변신 SBS 주말 미니시리즈 ‘모던파머(극본 김기호, 연출 오진석)’에서 이민기 역을 맡은 배우 이홍기가 검정색 비니와 SF느낌 물씬 풍기는 미러렌즈 선글라스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운석팔이 역할을 완벽하게 연출했다. 14일 방송된 모던파머 18회에서는 밴드 '엑설런트 소울즈' 멤버 이민기(이홍기 분), 유한철(이시언 분), 강혁(박민우 분)이 ‘하두록리’에 떨어진 몇 십억 가치의 운석을 발견했다. 이들은 밴드 앨범 제작비용을 마련하게 됐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특히 민기는 수박만한 운석을 ‘우리 복댕이’라 부르며 품에 끌어안고 연신 쓰다듬으며 기대에 부풀었다. 고된 농사일 대신 운석을 팔아 앨범을 만들 생각에 들뜬 민기의 모습은 60년대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시한 선글라스로 완성한 시크한 패션과 대비되며 더욱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극중 민기(이홍기 분)가 착용한 미러렌즈 선글라스는 레이밴의 대표 모델로 알려졌다. 한편 모던파머는 농촌으로 귀농하게 된 4명의 록밴드 멤버들의 유기농처럼 맑고 청정한 꿈과 사랑, 우정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휴먼 코미디 드라마다. 사진 출처= 모던파머 방송화면 캡처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고기 한 점 사랑 한 입…어머니 생각에 쪽방 어르신 입으로

    고기 한 점 사랑 한 입…어머니 생각에 쪽방 어르신 입으로

    “어머니 생각에 무료 배식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고깃집. 독거노인 50명이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를 밀면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은 동선동의 홀로 사는 노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고기 먹는 날’이다. 이 식당 윤춘선(52) 사장은 2002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이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고기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윤씨는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자리를 잡으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며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복 원단을 판매하던 그는 2001년 허름한 한옥을 고쳐 식당을 차렸다. 식당 주변에는 단칸방들이 밀집해 독거노인들이 유독 많이 살았다. 윤씨는 “가게에서 일하며 내다보면 ‘쪽방’에 사는 노인들이 힘겹게 언덕을 오르다 잠시 가게 앞에서 쉬어 가는 일이 많았다”며 “어떤 할머니들은 쪼그리고 앉아 빵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윤씨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어려운 노인들에게 고기를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알음알음 음식을 제공했지만, 소문이 나자 밀려드는 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5년 전부터는 동사무소를 통해 매달 50명에게 1시간 동안 양껏 안창살 등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권을 제공했다. 13년째 봉사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매달 130여만원씩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윤씨는 “경기가 어려워지자 10년 이상 일한 직원들도 계속해야 하느냐고 묻더라”면서 “하지만, 장사가 좀 안된다고 중단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부자 되십시오’라고 인사해주면 그걸로 족하다”며 활짝 웃었다. 윤씨가 13년째 동네 노인들을 모시는 까닭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삼남매를 키웠다고 했다. 막내아들인 윤씨는 “1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노인들이 오셔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봤으면 좋아하셨을 텐데”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금도 매달 한 번씩은 경기 포천의 어머니 산소를 찾는다는 윤씨는 가게이름도 포천 고향마을을 그리워하며 ‘응담말’로 지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진짜 부자들은 봉사를 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돈 벌어서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게 봉사 아닐까요?” 인터뷰를 끝낸 윤씨는 서둘러 노인들에게 음식을 날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여가부, 성 인권 교육 등 11개 우수 초등학교 시상

    여가부, 성 인권 교육 등 11개 우수 초등학교 시상

    여성가족부는 12일 2014년 학교 성 인권 교육과 아동안전 시범학교사업의 우수학교 11개교를 선정,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시상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삼정초(서울), 신정초(부산), 도덕초(경기), 고창남초(전북), 화랑초(경북), 상리초(경남), 함덕초(제주) 등 7개교가 학교 성인권 교육 우수학교 상을 받았다. 아동안전 시범학교 우수학교는 만경초(전북 김제), 도원초(경북 성주), 봉양초(강원 정선), 남천초(충북 제천) 등 4개 학교다. 학교 성 인권 교육 사업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건강한 성 가치관 제고와 폭력 예방 인식의 확산을 위한 교육으로, 2011년 2개 시도에서 시작해 올해에는 7개 시도(242개 학교)에서 이뤄졌다. 아동안전 시범학교는 안전한 학교와 성폭력 예방을 위한 창의적 체험·실습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사·학부모·지역주민들과 협력하는 사업으로, 2012년에 시작해 올해 8개 초등학교가 참여했다. 여가부는 올해 ‘학교 성 인권 교육’ 및 ‘아동안전 시범학교’의 우수사례 및 운영 결과는 우수사례집 및 운영보고서로 제작, 홈페이지에 게재해 다른 학교에서도 교육에 참고·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이 사업이 아동·청소년의 성 인권 의식 제고와 아동성폭력 예방 인식 확산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아동안전학교 사업을 ‘학교 성인권 교육’으로 통합·운영해 양질의 다양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예방 교육프로그램이 다른 지역, 학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성 인권 교육 우수사례로 전북 고창남초등학교는 가정과 연계한 성 인권 교육 캠프를 실시, 아버지와 아동이 적극 참여해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의식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체험 위주의 교육방법으로 학부모, 학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제주 함덕초등학교는 표준 프로그램의 대상 학년(5학년) 학생뿐만 아니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글짓기, 성폭력 예방 인형극, 버츄(인성교육)프로그램, 캡(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성 인권 교육을 제공했다. 서울 삼정초, 부산 신정초, 경기 도덕초, 경북 화랑초, 경남 상리초등학교 등도 일상생활에서의 성 평등의식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성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아동안전 시범학교 우수학교로 전북 김제시 만경초등학교는 국어·도덕 등 다양한 교과에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한 교육과정을 편성했고, 이를 위해 교사 스터디 모임을 조직해 교안을 개발하는 등 교원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경북 성주군 도원초등학교는 학부모의 대부분이 농사(참외)를 짓고 있어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감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해찬솔 아우성 마임’을 개발해 학부모들이 쉽게 아동 성폭력 예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강원 정선군 봉양초등학교는 학부모, 지역사회 및 전문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행복한 안전캠프’(2일)를 실시해 학생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동 성폭력 예방에 관한 내용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저녁 시간에는 찾아가는 폭력 예방 교육과 연계한 학부모 연수도 실시했다. 충북 제천시 남천초등학교에서는 지역사회에 아동성폭력 예방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며, 특히 ‘현수막 만들기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현수막을 시민회관 등에 설치하고, 지속적인 학교 주변 캠페인 활동을 실시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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