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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는 향수에 젖고 아이는 동심 자라고

    아빠는 향수에 젖고 아이는 동심 자라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다. 연말연시 연휴가 이어진다. 가족 단위 관객의 영화관 나들이가 늘어난다. 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이 봇물이다. 타깃 연령대가 낮은 작품은 어른들에게는 큰 낭패다. 타깃 연령층이 높으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쉽다.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봤다. 23일 개봉 첫날 2만 8000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애니메이션 개봉작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어린왕자’가 눈길을 끈다. 전체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당당한 5위다. 성인 관객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어봤을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이 바탕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이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는 게 매력이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해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왕자를 만났던 비행기 조종사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종사 할아버지는 새로 이웃하게 된 어린 소녀에게 어린왕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명문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짜여진 틀에 맞춰 살던 소녀는 조종사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왕자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소녀와 조종사 사이의 이야기는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왕자 이야기는 투박한 질감의 종이 인형을 활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됐다. 종이 인형은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원작 삽화를 거의 그대로 따왔다. 때문에 미국 할리우드 감성과 유럽의 예술적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21세기 버전의 ‘어린왕자’를 위해 제프 브리지스, 베니치오 델 토로, 제임스 프랭코, 레이철 매캐덤스, 마리옹 코티야르 등 유명 배우들이 성우진으로 출동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이들에게도 생애 처음 만나는 ‘어린왕자’로 제격인 작품이다. 24일 개봉한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도 어른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동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작품이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50년간 연재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찰스 M 슐츠의 만화가 원작이다. 원작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장편 시리즈인 ‘빨간 머리 소녀’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수줍음 많은 소년 찰리 브라운과 애완견 스누피의 우정을 다룬다. 요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특유의 시끌벅적함 대신 원작의 감성과 분위기를 살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넘쳐난다. 또 삐뚤배뚤하게 그려진 원작 특유의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재현돼 정감을 준다.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말소리를 모두 ‘노이즈’로 처리하는 등 철저하게 아이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흥미롭다. ‘스누피…’와 같은 날 개봉한 ‘몬스터 호텔 2’를 보면 스티브 마틴 주연의 가슴 뭉클한 코미디 ‘신부의 아버지’(1991)가 떠오른다. 1편이 몬스터 호텔의 주인이자 뱀파이어인 드락 백작이 애지중지 키운 딸 마비스가 인간 청년 조니와 사랑에 빠지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면, 2편은 이들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어른들은 아담 샌들러가 목소리 연기를 한 드락 백작에게서 스티브 마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몬스터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올 여름 이후 북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새해 들어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상륙한다. 7일 ‘굿 다이노’가 가장 먼저 출발한다. 디즈니와 픽사가 1995년 ‘토이 스토리’로 처음 공동작업한 이후 20주년을 맞아 내놓은 작품이다. 꼬마 공룡과 인간 소년의 우정을 그렸다. 6500만년 전 운석이 지구를 빗겨가 공룡이 여전히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공룡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농사도 짓고 가축도 치며 살아간다. 반대로 인류는 야생 동물이다.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인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스태프로 참여해 한국적인 정서가 곳곳에 녹아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 난민 “아이들 교육 위해 한국 왔어요”

    미얀마와 인접한 태국 북서부에는 9개의 난민캠프가 있다. 이곳에 독재정권의 탄압과 내전을 피해 탈출한 10만명가량의 난민이 산다. 대부분 나뭇잎으로 지은 전통가옥에 사는 등 생활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살던 미얀마인 네 가족 22명이 23일 아침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창 밖은 한겨울 날씨지만 네 가족은 면치마에 반팔 티셔츠의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네 가족은 이날 새벽 태국 수완나품 공항을 출발해 4시간여를 날아 오전 8시 30분 그리던 땅에 착륙했다. 한국이 난민법을 시행한 지 2년 만의 첫 ‘재정착 난민’ 입국이다. 재정착 난민 제도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난민법 개정을 통해 세계에서 29번째로 재정착 난민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됐다. 낯선 나라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느라 피곤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희망이 들어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쿠 투(44)는 환영식에서 “난민 캠프에서는 (캠프 밖으로) 왔다 갔다 할 기회도 없이 어렵게 살아왔다. 한국 국민들이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주로 목수일을 하거나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쿠 투는 1993년 내전에 따른 징집을 피해 태국 메라 난민 캠프에 들어갔다. 처음엔 아내, 큰딸과 함께 들어갔지만 지금은 여섯 살 된 아들까지 8명의 대가족을 이뤘다. 그러나 하루 일당이 한국 돈 6000원에 불과한 캠프에서는 생계를 잇기가 힘들었다. 그의 오른쪽 의족은 돈을 벌기 위해 캠프 외부의 벌목공장에서 불법 취직하고 일하다가 다친 결과다. 네 가족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공항을 나섰다. 이들은 인천난민센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앞으로 정착할 곳을 결정하게 된다. 아이들은 내년 3월부터 공립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를 다니게 된다. 국내에는 경기도 포천 등에 카렌족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데는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문제가 가장 컸다. 법무부 난민과 정금심 계장은 “온순한 성품의 카렌족 가족들은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는 열망이 높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월 UNHCR에서 후보군을 추천받아 신원 조회 등을 거쳐 직접 현지 면접을 진행했다. 일곱 가족 38명에 대한 면접을 통해 네 가족이 최종 선정됐다. 정 계장은 “면접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기도 했다”며 “한류가 난민캠프에도 영향을 미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7년까지 매년 30명 이내로 미얀마 출신의 재정착 난민을 선정할 예정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 소멸 시대에 대비한 작은 선택 몇 가지/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열린세상] 지방 소멸 시대에 대비한 작은 선택 몇 가지/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연말 입시철이라 그런지 대학과 연관해 지역의 불균형 발전을 생각해 보았다. 많은 지표 중 시중의 대학 서열보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 발전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척도가 없는 것 같다. 학원가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중의 정설처럼 된 대학 서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 소재 거의 모든 대학 다음으로 지방 명문대인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으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거의 1980년대까지도 이들 지방 명문대는 서울에 있는 중상위권 대학들을 능가했다. 아니 최상위권 대학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대학에 다니는 학생조차도 기회가 되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의 편입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이런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의 치유에 마냥 매달릴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우리도 머지않은 장래에 ‘지방’ 자체가 소멸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와 불과 얼마간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인구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은 상당수의 인구가 고령화됐을 뿐 아니라 국토 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도쿄와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3분의1 정도의 지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지방 소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의 일과 사람, 마을을 창생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방 소멸에 대비한 우리의 시책 자체가 아니다. 물론 시책이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용어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선입견에 더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8·15 ‘해방’이라는 말이 남북 ‘분단’이라는 의미를 감추고 있듯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보자. 일본은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들로부터 직수입해 쓰고 있는 지역 재생의 ‘재생’이라는 용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지역 ‘창생’(創生)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전자가 원형으로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극적 말임에 견주어 후자는 창조적으로 재생하거나 활력을 부여한다는 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은연중 우리가 쓰는 이런 용어 중 하나가 ‘귀농’이다. 혼자만의 생각인지 몰라도, 그리고 귀농해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가 될는지 몰라도 귀농이라는 말은 도시 생활의 낙오자가 농촌으로 귀향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어렸을 적 농사짓는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농사짓지 말라”는 말을 하도 자주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일본을 생각하면 이게 영 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일본은 ‘취농’(就農)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거나 공무원, 교사, 자영업처럼 농사도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동등한 직업 중 하나라는 관점이다. 우리도 이처럼 중립적인 용어 선택을 왜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이 말을 쓰지 않더라도 공중파 방송에서라도 우선 귀농이라는 말 대신 취농이라는 말을 쓰면 어떨까 싶다. 인식의 전환에 효과가 클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귀촌이라는 말도 대체할 용어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이라는 말도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지방’이 ‘낙후’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어 지자체 등에서 기관 명칭 등을 중심으로 지방이라는 말을 지우자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을 충북경찰청, 전남지방경찰청을 전남경찰청으로 바꾸는 식이다. 또 어떤 지자체는 중앙과 지방, 서울과 지방이라는 생각을 부지불식 간에 심어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지방’이란 용어를 지우는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에게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 소멸의 위기가 불원간 닥쳐올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책의 개발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뿐 아니라 이들 지역 발전의 주체가 되는 사람과 기업의 생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절한 용어의 선택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불법경작 판치던 와룡산 사람 찾는 생태공간으로

    불법경작 판치던 와룡산 사람 찾는 생태공간으로

    산책로 옆 수로에는 안전망이 없어 빠지면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이곳을 잔디로 포장하고 바위를 세워 산책로와 구분했다. 또 버려진 넓은 공터 한쪽에는 누군가가 불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 공터에 물놀이대와 새집 등을 세워 생태놀이터로 만들었다. 구로구가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진행한 와룡산 훼손생태계 보존사업이다. 구는 이 사업으로 환경부 ‘자연환경대상 공모전’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비 지원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부문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공모전은 생태적, 친환경적으로 우수하게 보전·복원된 사례를 찾아 녹색성장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와룡산 생태복원사업은 무단 경작과 폐기물 불법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던 궁동 산 1-8, 1980㎡(600평) 일대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생태공원 안에 자연석과 야자매트를 깔고 자연형 수로를 설치했다. 생태습지, 돌다리, 나무 그네 등 생태시설도 뒀다. 또 팥배나무, 참나무, 감국 등 다양한 식물을 심고 맹꽁이와 사슴벌레 서식지 등을 만들어 지역 어린이들의 생태 놀이터로 만들었다. 사업은 환경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에 응모해 지원받은 3억 5000만원으로 추진했다. 이성 구청장은 “이번 생태계 복원사업을 계기로 와룡산도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주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공간을 발굴, 보존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자치단체장 25시]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그, 용포리길 구도로 있쥬. 시방 그게 참 협소해유. 빨리 확장해 줘유.” “그러구 또 금남면에 목욕탕이 없으니께 그것도 해주세유. 목간(목욕) 한번 하려면 (대전) 유성이나 조치원, 이런 데로 나가유.” “이걸 꼭 확답을 해줘야 가시지 안 그러문 못 가유.”(신촌리 이장) “도로는 신도시와 연결해 종합적으로 개발하려고 LH에 의뢰했습니다. 이 정도면 확답 들은 겁니다.”(세종시장) “허~참, 그거 반만 확답 들은 거네유.”(신촌리 이장) 구수한 문답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세종시 금남면사무소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장과의 대화’에서 이춘희 세종시장과 김경태 신촌리 이장의 대화 장면이다. 비가 내내 내렸지만 면내 이장 4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사랑방 같았다. 사회자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도시”라고 자랑하는 말과 달리 사용하지만 촌스러움(?)이 물씬 묻어났다. 첨단 명품도시로 건설 중이지만 주변은 옛 연기군 농촌 모습 그대로이고, 주민들도 여전히 농사 등을 짓고 있다. 이장들은 이날 농촌과 개발지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가 뒤섞인 민원을 쏟아냈다. “도로와 주차장에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치우지 않는다”거나 “기름값이 비싸 노인들이 화목 보일러를 많이 쓴다. 도시가스 공급 좀 생각해 달라”, “농작물을 조금 기르는 농민들은 팔 데가 없어 가슴이 아프다”, “안골까지 마을버스를 연장 운행해 달라”, “가뭄이 심한데 지하수 관정을 많이 파 달라” 등등. 2시간 가까운 대화는 화기애애하면서도 사뭇 진지했다. 이 시장은 “도시가스는 오지까지 100% 다 설치하기는 어렵다” “시가 트럭으로 마을 곳곳을 돌면서 소규모 농산물을 모아 최근 개관한 로컬푸드점에 갖다 파는 것은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등 진솔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장들은 박수로 응답했다. 자치단체 소관 사업이 아닌 것은 “이건 솔직히 자신이 없다”며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장들에게 “인구가 올해만 6만명이 늘어나 연말이면 21만 5000명쯤 될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다”며 “정부부처 이전이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업유치에 신경 쓰겠다. 오겠다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행사를 끝내고 시청으로 돌아가면서 시장 관용차인 카니발에 동승한 기자에게 “중앙부처가 옮겨온 신도시와 달리 옛 모습 그대로인 주변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면서 “이런 걸 좀 해소해 주기 위해 도로를 내려고 해도 10배나 넘게 오른 땅값에 예산이 엄청나게 들어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시장은 세종시 설계·건축의 종합 기획자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한 건설교통부 토박이 공무원이다. 참여정부 시절 건설교통부 간부로 있을 때 세종시 조성안을 짜고 초대 행정도시건설청장으로 초기 건설작업을 지휘했다. 국내 유일의 행정도시를 만들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집무실 책상 뒷벽에 2005년 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행정도시건설청장 임명장을 받는 순간이 담긴 커다란 사진을 걸어놓았다. 세종시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영향이다. 이 시장은 소통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행정’을 중요시한다. 다만 지역 특성이 독특해 어려움이 적잖다. 토박이와 외지인이 뒤섞이고, 시 공무원도 옛 연기군 출신에 중앙정부, 충남도 공무원까지 다 얽혀 있다. 생각과 입장도 다르다. 이 시장은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각기 다른 의견을 조율하려고 애를 쓴다. 화합된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내려는 의도다. 이 시장은 매주 수요일 민생탐방에 나서 시민들과도 직접 만난다. 그는 “이·통장은 걸러서 말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들으려면 시민과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공무원도 연기군 출신은 광역행정을 모르고 중앙과 도 출신은 현장을 모른다. 이들이 두 행정에 익숙해져 시민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게 하려고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신도시 아름동주민센터에서 열린 통장과의 대화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젊은층이 많았다. 깔끔한 양복이거나 세련된 캐주얼 차림이다. 절반이 여자 통장이었다. “대학교와 기업 유치에 대한 시의 비전을 얘기해 달라”, “조치원읍에서도 문화공연이 열리는데 연결 버스를 늘려 달라”, “신호등을 구축해 달라”는 등 신도시의 자족기능과 생활 인프라를 보완해 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말은 표준어를 썼고, 조리가 있었다. 행사장은 활기찼다. 이 시장도 “(건설이) 진행 중인 도시여서 미비한 게 많다”며 이해를 구했다. 광역단체장인데도 군수처럼 주민을 직접 찾는 것은 단층제 때문이기도 하다. 시와 읍·면·동 사이에 기초자치단체가 없다 보니 군수나 구청장이 읍·면·동을 돌며 주민들과 대화 자리를 마련하듯이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의 얘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정확한 여론을 알고 시정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안에서 이 시장은 기자에게 “신도시 초기여서 할 일도 많고, 질서 잡을 것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읍·면 행사에 마구 부르고, 사전 약속도 없이 시장실로 불쑥 찾아오는 시민도 있다. 이 시장은 고민 끝에 읍·면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뚜렷한 용건을 갖고 사전 약속을 한 시민만 집무실 출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 이 시장은 “참석해야 할 행사가 3분의1 줄어 정책 구상을 할 시간을 확보했다”면서 “‘시장 얼굴 한번 보는 게 왜 이리 어렵냐’는 시민도 있지만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시청에서는 세종축제 프로그램과 책임 (조치원)읍·(아름)동 사무소 명칭을 다듬기 위해 직원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도시기반, 편의시설, 주변 지역과의 조화, 공동체가 살아 있는 도시 분위기 등 명품도시로 가는 모든 토대를 빈틈 없이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원조 음유시인, 요즘은 완판남… 가슴 저린 그의 음악

    원조 음유시인, 요즘은 완판남… 가슴 저린 그의 음악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다시 봄이 오기 전에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음유시인 루시드폴(40)의 정규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의 타이틀곡 ‘아직, 있다.’의 노랫말을 접하는 순간 그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금세 깨닫게 된다. 대번에 가슴이 아려온다. 이러한 감정은 처음 작곡했다는 피아노 솔로곡인 ‘집까지 무사히’, ‘4월의 춤’ 등으로 전이된다. ‘4월의 춤’은 제주 4·3항쟁까지 겹쳐 보인다. 앨범과 몇몇 노래 제목, 또 제목에 일부러 찍어놓은 쉼표조차 허투루 비치지 않는다. 2009년 말 발표한 4집 ‘레 미제라블’에 담긴 노래 ‘평범한 사람’을 통해 용산 참사를 보듬었던 루시드폴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년에 한 번은 삶의 고민을 앨범으로 내고파” 15일 앨범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아직, 있다.’를 부른 루시드폴은 그런데, “현실에서 어떤 모티브를 받아 쓰게 됐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며 “각자 자신만의 관점으로 듣고 해석해주면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듣는 분들의 느낌이 그런 거라면 맞을 것”이라며 “이 노래를 쓸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했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앨범을 내려 한다는 루시드폴은 그간 자신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삶의 기록물이 바로 앨범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직접 쓴 동화 ‘푸른 연꽃’ 묶어 총 15곡 선보여 고해상도(24~32bit/96㎑)로 녹음·믹싱하며 음악적인 욕심까지 한껏 부려봤다는 이번 앨범은 상당히 특이하게 구성됐다. 단편소설집 ‘무국적 요리’,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번역서 ‘부다페스트’ 등을 내놓은 작가이기도 한 루시드폴은 직접 쓴 동화 ‘푸른 연꽃’을 앨범과 묶었다. 또 동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5곡까지 합쳐 앨범에 모두 15곡을 실었다. 동화는 지난해 제주도로 이주해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동화 읽어주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달았고, 이후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그 아쉬움을 동화 창작으로 달랬다는 것이다. ●한정판 앨범 홈쇼핑 9분 만에 매진 ‘화제’ 최근 루시드폴은 음악 시장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완판남’으로 화제를 불렀다. 평소 방송 활동은 안 하기로 유명한 그는 소속사 안테나뮤직의 대표인 유희열과 새 앨범을 TV홈쇼핑으로 소개해보자는 발칙한 작당을 했다. 직접 재배한 감귤 1㎏과 신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 등을 묶은 한정판 패키지 1000세트는 9분여 만에 동이 났다. 수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성사됐는데 예상치 못한 ‘대박’을 쳤다고. 이후 홈쇼핑 채널 쪽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루시드폴은 “밤늦게까지 포장하느라 힘들었다”고 웃으며 “얼마나 팔릴지가 아니라 진심이 왜곡될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유쾌하고 재미있게 봐줘서 안도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정리된 노인의 죽음은 냉정하리만큼 간단명료하다. 한 해 노인 3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서 오늘도 또 다른 노인의 죽음은 늘 하던 방식대로 기록되고 정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부끄럽다고 외치지만, 정작 무엇이 노인들을 벼랑 끝에 서게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해 벼랑 끝에 서게 되는 노인이 3500명이나 되는 현실을 그리고자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심리·정신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시도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유서나 가족·동료와의 면담 자료 등을 수집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 전까지 노인이 거쳐 온 삶의 궤적을 좇아 ‘마음속 지도’를 그리기 위함이다. 높은 자살률로 고민이 많던 핀란드는 1980년대에 행했던 한 해 동안의 자살자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을 통해 10년 새 자살률을 20% 포인트 넘게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전국 자살자 가족을 상대로 심리부검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실적은 121건으로 많지 않다. 여기에는 죽음 앞에 침묵하는 문화 탓이 크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100여명의 노인 자살자 유가족 등을 만났지만 실제 심리부검을 허락한 것은 7가족뿐이었다. 이번 심리부검은 서울신문이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의뢰해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인 ‘K-PAC 2.0’으로 진행됐으며, 유가족 면접은 임상심리 전문가가 진행하되 서울신문 취재진이 사례를 발굴하고 면접 과정에 모두 참관했다. 국내 언론이 다수의 노인 자살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심리부검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복지부가 구축하고 있는 국가 심리부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 사연 없는 주검이 있을까.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례는 노인을 자살로 이끄는 공통된 키워드를 찾기 위해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진행한 총 7건의 심리부검 중 대표적 사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이나 주소지 등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두 노인을 자살로 내몬 상황과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키워드별로 부산, 충남 등에서 진행한 노인 심리부검 98건에 대한 통계(숫자 표시)와 전문가의 해석(알파벳 표시)을 덧붙였다. ■스스로 세상 버린 두 노인… 그들의 심리를 읽다 [주검1] “안방에서 죽었어. 그라목손(ⓐ) 먹고. 여서 꼬꾸라졌는디…거긴 보기도 싫여.” 2개뿐인 앞니에 박유순(69·가명) 할머니의 발음은 샜지만 악몽 같았던 그날 하루의 기억은 방금 전 일처럼 생생하다. 시부모 봉양으로 시작해 남편과 50년 이상을 함께한 흙담집(①)에서 남편 김희준(81·가명)씨는 지난 4월 중순 제초제(②)를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달이 난 건 7개월 전이다. 그날 아침 달라진 남편의 행동은 할머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남의 농사일을 돕다 갈비뼈 골절(③)로 한 달여간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④)는 작심한 듯 성질을 부렸다. 밑도 끝도 없었다. 머리맡에 놓인 과도를 들고는 “문 닫고 나가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 아저씨는 원래 나한테 군소리 안 하고 다정한디 그날은 이상혔어. 과일 깎아 먹으려고 놔둔 과도를 들고 눈에 불을 싸지르면서 갑자기 나한테 문 닫고 나가라고 하는 거여. 겁이 나 문 닫고 나와 마당서 나물 두 바가지를 씻고 문 열어 보니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져 있더라구.” 빗속을 뚫고 시속 100㎞ 이상을 달리는 구급차가 마치 경운기처럼 더디게 느껴졌다. 청주 병원을 거쳐 다시 천안의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할아버지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불행이 다가온 건 지난 4월이다. 할아버지가 집 뒤 대나무 밭에 갔다 넘어져 갈비뼈 2대가 나갔다. 병원에 갔지만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퇴원하고 며칠 후에 남의 삼밭 일을 도와준다며 경운기를 몰고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경운기가 넘어졌다. 다시 갈비뼈 3대가 나갔다. 의사는 “뼈가 다 붙은 뒤 퇴원하라”고 권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보름치 입원비로 내야 하는 90만원도 이미 노부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었기 때문이다. 퇴원 후 할아버지는 끼니는 물론 화장실 가는 일조차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할머니는 가끔 나오는 남의 밭일이나 공공근로를 하러갈 수밖에 없었다. 돈이 원수였다. 주변에서는 병간호하는 사람을 붙이든 당분간 요양원에 보내든 하라고 권했지만, 매달 40만원이 드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미안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일을 나갔다. “먹고살려면 계속 일을 나가야 하니까. 찌개 끓여놓고 조기새끼 가시 다 발라놓고 남의 밭에 쑥 뜯으러 갔어. 그러고는 일 다하고 집에 갔더니 온종일 우리 아저씨가 밥(ⓑ)도 못 먹고 누워 있는 거여. 지 혼자 일어나지를 못하니까 밥도 못 먹고 있더라구. 그렇게 밥 좋아하는 양반이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할아버지 밥 떠먹여 주면서 그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 그리고 하루 있다가 그렇게 됐어.” 지긋지긋한 가난은 대물림을 받았다. 그나마 젊을 때는 몸뚱이가 재산이었다. 머슴 일부터 남의 농사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다들 가난한 때라는 위안을 하며 평생 농사일을 했지만 살림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때는 희망도 있었다. 한 해 농사를 지으면 쌀 7가마니 정도가 나오는 작은 땅도 생겼다. 하지만 그런 꿈도 잠시. 몇 년 전 아들의 빚을 갚느라 전답을 모두 날렸다. 할아버지는 몇 년간 ‘그 땅은 쳐다보기도 싫다’며 애먼 산을 돌아 빙 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그 고단한 삶 속에서 3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것만도 대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삶은 더 곤궁했다. 몇십만원이 전부인 통장 잔고는 늘 한 달을 못 버텼다. 할아버지가 팔순이 넘으면서 바깥 일은 거의 할머니의 몫이었다. 남의 밭에 일을 나가거나 공공근로를 해서 버는 돈은 20만~30만원 정도, 노령연금 등을 합쳐도 손에 쥐는 돈은 늘 50만~60만원(⑤)을 넘지 않았다. 땅 빌리는 데 드는 돈에 전기요금, 난방비, 약값, 식비, 부조금 등을 내면 남는 돈이라곤 몇만원 정도였다. “한 2년 전에 아저씨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내가 아파서 드러누우면 스스로 죽어야지, 남한테 피해가 가기 전에… 치료비(⑥) 때문에 산 사람도 못 살게 할 순 없잖아’라고…. 그때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타박했는데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좀 했었나 봐.” 어려서부터 가난한 삶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점잖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시골 투전판에 낀다든지 바람을 피우는 일도, 그 흔한 주사 한번 부리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살아생전 집안에서는 큰소리 한번 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유품을 확인하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수십년을 써 다 낡고 눅눅해진 남편의 지갑 속에 3만원이 찰싹 들러붙어 좀체 나올 줄을 몰랐다. 시어머니가 읽었던 성경책 등에선 몇 년을 모았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는 꼬깃꼬깃한 지폐 109만원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뒤늦게 발견한 할아버지의 쌈짓돈은 농협에 빌린 200만원을 스스로 갚아 보려는 마음인 듯했다. 가난한 부모는 3남매(ⓒ) 중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못 배우고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남들처럼 좋은 것 못 먹이고 부족하게 가르친 것이 항상 미안했다. “생활비 대주는 애들은 없지만, 명절 때는 와요. 자기들 애들 키우고 밥 먹고 살려면 부모까지 챙길 여유가 있나. 자기 쓸 돈도 없을 거야.” 할머니는 못내 후회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죽으려고 했나. 하도 이불을 걷어차서 3~4개월 전부터 이불을 따로따로 덮었거든. 근데 언젠가 ‘임자, 내 곁에 와서 자’(ⓓ) 이러는 거야. 그래서 ‘더운데 뭘 같이 자’라며 홱 돌아서서 잤지. 그리고는 사흘 뒤에 그렇게 됐어. 그런데 우리 아저씨 돌아가시고 3일장도 못 치렀어.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공공근로 시작했지. 눈물도 안 말랐지만 목구녕이 포도청이니 그래도 나가야지. 일 안 하면 돈 못 받잖우.” [주검2] “아버지는 평생 가난했어요. 그렇지만 한번도 열심히 일하시지 않은 적은 없었죠.” 이명자(44·여·가명)씨는 아버지 이영재(가명)씨의 정확한 기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깝다. 매번 외워 보려 하지만 좀처럼 기억에 남지 않는다. 부친의 죽음은 그만큼 잊고 싶은 사건이었다. 아버지는 일흔일곱 되던 2011년 3월(⑦) 고향인 전남 XX군 시골집에서 숨졌다. 사인은 병사(病死). 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스스로 곡기를 끊어 사망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자살이라고 여긴다. 마흔살 때 한번 자살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었고 사촌형(ⓔ)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가족사에 아픔도 겪었던 아버지였다. 딸 이씨는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했을 때 ‘그렇게 돌아가시면 남은 자식들이 평생 손가락질 당한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병사로 위장하려고 굶는 방법을 택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씨가 남긴 전 재산은 현금 200만원. 갚지 못한 농협 대출금 수백만원을 생각하면 실제 유산은 빚밖에 없다. 가난은 촌로의 게으름 탓이었을까. 하지만 딸 이씨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부지런한 소작농(⑧)’이었다. 거둬들인 농작물의 절반은 땅주인에게 주고 남은 것의 절반은 자녀 5명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그리고 남은 곡식을 팔아 푼돈을 벌었고 알뜰히 모았다. 선천성 난치병을 앓던 막내아들(ⓕ)이 있었기에 ‘아이가 먹고살 돈은 남기고 가야 한다’는 부채 의식에 더 악착같이 일했고, 또 모았다. 하지만 그 노력은 전 재산 1800만원을 친척에게 사기당해 모두 잃고 막내는 20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면서 허사가 됐다. 아버지 이씨의 황혼녘에 남은 것이라고는 ‘자식을 앞세웠다’는 허망함, 그리고 가난뿐이었다. 노인성 우울증(⑨)이 찾아왔고 76세 되던 해에는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늙은 부정(父情)은 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아비마저 기대기에는 딸들의 삶이 이미 퍽퍽했다. 빈곤의 대물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내와 사는 고향집에서 외롭게 앓았다. 뒤늦게 아버지의 투병 사실을 알아챈 딸은 지역 대학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지만 의사는 “어차피 돌아가실 분(ⓗ)인데 뭐하러 데려왔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음식과 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 어머니의 애타는 부탁과 만류에도 곡기를 끊었고 굶은 지 15일 만에 숨을 거뒀다. 빈곤한 노년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내색할 수 없다. 가족들은 늙은 부모의 자살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은 오히려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드물며, 모든 연령대 중 자살을 가장 치밀하게 준비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심리부검에 응했던 딸 이씨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먹먹하게 말했다. “유품 중 아버지 수첩이 있었는데 가족 생일과 제사만 적혀 있었어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가을걷이(ⓘ)를 해 보내주실 만큼 가족만 위하다가 즐기지도 못하고 사셨는데 도대체 왜….”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메밀꽃 필 무렵에는 춘천으로 오세요

    메밀꽃 필 무렵에는 춘천으로 오세요

    “막국수 먹고 메밀밭도 구경하고….” ‘막국수의 도시’ 강원 춘천에 대규모 메밀밭이 조성된다. 달 밝은 여름밤에 굵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한 메밀꽃을 춘천을 방문하면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춘천시는 10일 대표 향토 음식 막국수의 주재료로 쓰이는 메밀을 관광 상품화하고 국내산 자급률을 높이고자 시내 곳곳에 대규모 메밀단지를 조성하다고 밝혔다. 메일은 이모작이 가능해 생산량을 늘린다면 국산 메밀을 사용한 막국수 생산도 용이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홍보 소재로 훌륭하다는 계산에서다. 국산 메밀 자급률은 46% 수준에 불과해 부족한 분은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메밀밭 단지는 주요 관광지 주변의 도로와 의암호 인근 메밀 재배지를 넓혀 가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현재 춘천지역 메밀 재배 농가는 44곳으로 면적은 모두 43㏊이다. 이 가운데 막국수협회 재배량이 30% 이상이고 대부분 소규모로 메밀 농사를 짓는다. 시는 우선 메밀 경관 조성을 위해 재배 면적부터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 메밀농사를 짓도록 지원하는 메밀 소득 보전제 등 제도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메밀이 장마· 태풍 등 기후에 따라 수확량의 등락 폭이 큰 만큼 가격 보상제를 마련해 차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복안이다. 과잉 생산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벼 대체작목으로 논 메밀을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배 여건도 개선할 예정이다. 메밀 농사는 직접 몸을 써야 해 농민들이 기피하는데 시에서 메밀 농사 전용 농기계를 일괄 구입한 뒤 싼값에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메밀 재배지가 늘어나면 막국수에 사용되는 메밀 자급률을 높여 국내산 막국수 명품화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후평동 청정농특산물산업자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메밀 기능성 제품 개발에도 함께 나설 방침이다. 1차 산업인 농업을 6차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동용 춘천시장은 “의암호 내 붕어섬과 호수 주변, 도로변의 농가들이 대단위 메밀단지를 조성하면 관광객 유치와 막국수 명품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승대 옌볜FC 이적… K리거 대이동 신호탄

    김승대 옌볜FC 이적… K리거 대이동 신호탄

    한 해 농사를 막 마친 프로축구 K리그가 이동의 계절을 맞고 있다. 김승대(포항)가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중국 프로축구 1부 리그로 승격한 옌볜FC로 옮긴다. 박태하 옌볜 감독은 8일 “구단끼리 합의는 마쳤고 세부 조율만 남았다”면서 “김승대는 스트라이커 하태균과 함께 공격을 이끌 자원이다. 멀티플레이 능력이 뛰어나 내가 구상하는 축구에 딱 들어맞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옌볜은 또 미드필더 자원으로 윤빛가람 영입을 제주 구단과 협상 중이다. 최강희 감독이 2연패에 성공한 직후 “다음 시즌에는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전북이 영입 경쟁의 큰손이 될 전망이다. 이날 이동국과 2년 재계약한 전북은 공격수로 11골 11도움을 기록한 히카르도 로페즈(제주)와 미드필더 고무열(포항)에게 눈독을 들인다. 측면 수비수 이재명이 상주로, 최보경이 경찰청으로 입대하는 공백도 메워야 하는데 손준호(포항)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유스 육성에 앞장섰던 포항 주축 선수들이 이적 시장에 나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FC서울은 주전 수문장 유상훈이 2016시즌을 마친 뒤 입대할 예정이어서 후보 골키퍼로 유현(인천) 영입에 나섰다. 수비진의 핵심이었던 이웅희가 상주에 입대하는 관계로 중앙 수비수 재목도 찾아야 한다. 인천 미드필더로 슈틸리케호에도 승선했던 조수철도 팀을 떠날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 구단 최초로 강등당한 부산도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갈 조짐을 보인다. 이정협은 ‘타깃형 스트라이커’란 매력 때문에 다른 구단들의 러브콜이 예상되고 미드필더 주세종과 내년 9월 전역하는 임상협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승규(울산)가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로, 정성룡(수원)이 가와사키로 옮길 예정이고 김병지(전남)가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았으며 박준혁(성남)은 현역병 입대를 앞둬 수문장들의 연쇄 이동이 점쳐진다. 이범영(부산)도 새 팀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땅값 올라 제주 사람들 대박 났겠네.” 제주도 사람들이 요즘 제주를 찾는 육지의 관광객들에게 듣는 소리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제주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많은 제주 토박이 서민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제주의 쓸 만한 땅은 대부분 투기에 밝은 외지인 소유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 지역의 토지 41%가 이미 외지인 소유다.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이 앞다투어 개발이 가능한 땅을 싹쓸이하다시피 사재기를 했다. 중국 자본은 최근 지난해 3.3㎡(평)당 15만원을 제시했다가 사들이지 못한 서광리 마을목장 23만 76㎡을 1년여 만에 3배 가까운 42만 7000원을 제시해 298억원에 사들였다. 내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제주 주택 가격은 재앙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올해 85㎡ 이하의 다세대주택 등 기존 주택 150호를 사들여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싼값에 임대하기로 했다. 매입 상한선인 1채당 9300만원으로 잡고 예산은 139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현재 집값은 1채당 2억원 안팎이다. 계획한 예산으로 주택을 사들이면 논란이 불가피해 아직 1채도 사들이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제주도의 부동산의 문제를,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주 사람들의 속사정을 제주시를 중심으로 들여다보았다. ●땅 사서 농사짓는 제주 귀농은 불가능 “도무지 농사지을 맛이 안 납니다. 공사판에나 나갈 볼까 합니다.” 4년 전 고향인 제주로 귀농한 김모(57)씨. 김씨는 요즘 농사를 그만둘까 고민한다. 귀농 당시 김씨는 한경면 저지리의 감귤 과수원 6600㎡와 밭 3305㎡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집을 판 돈과 퇴직금 등으로 제주의 감귤 과수원과 밭을 먼저 사들인 후 귀농할까 했지만, 초보 농사꾼이어서 농사를 몇 년 지어 보고서 확신이 생기면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감귤과 도라지 등을 재배하며 열심히 농사에 몰두해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농지 가격이 신경쓰였다. “농부는 자신을 땅을 가지는 게 소원입니다. 귀농 당시에 왜 바로 땅을 사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치솟은 농지 가격으로 김씨는 이제 자신의 땅을 사들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임차해 경작해 오던 감귤 과수원도 서울 사람에게 팔려 내년부터는 농사지을 다른 임차 과수원을 찾아야 한다. “귀농 당시 3.3㎡(평)당 20만~30만원 하던 동네 감귤 과수원이 지금은 70만~80만원을 호가합니다. 해마다 감귤값도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80만원 주고 땅을 사서 농사짓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라는 김씨는 “치솟는 농지 값 때문에 외지인들이 자신의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제주 귀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평당 10만원 넘는 농지를 구입하면 적자라는 것이 농사꾼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시골 농가도 구하기 어려워요” “결혼을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직장인 고모(32)씨는 요즘 신혼살림을 차릴 집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 5~6년 전만 해도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주택가의 59.5~66㎡(18~20평) 규모 다세대주택은 1억원 정도면 골라잡을 수 있었다. 자신과 예비신부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 6000만원에 은행 융자를 더해 신혼집을 마련하겠다는 고씨의 꿈은 산산조각나 버렸다. 제주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제주 시내 다세대주택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렸다. 고씨는 “선배들은 제주에서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8000만~1억원 정도 하던 다세대주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2억원 안팎으로 올랐고, 월세도 덩달아 올라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고씨는 “제주는 서울 등에 비해 급여도 낮은데 부동산 가격은 치솟아 제주 월급쟁이가 내 집 장만하기는 정말 어렵게 됐다”고 한탄했다. 다음달 자식을 장가보내는 박모(57)씨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당분간 자신의 단독주택에 방 한 칸을 내주고 데리고 살기로 했다. 박씨는 “제주는 전세도 거의 없는 데다 월세도 치솟아 월 200만원 정도 수입이 있는 자식이 70만~80만원의 월세를 내고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집 옥상에 방 하나를 증축할까도 생각했지만, 건축 비용도 너무 올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3)씨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제주의 주택 가격은 대재앙”이라며 “7~8년 전만 해도 빈집이었던 시골 농가도 이주민들이 선호해 가격이 폭등했고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주택 매매가는 전월에 비해 1.02%의 상승률을 보여 지방에서는 가장 높았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울 0.75%, 광주 0.64%, 제주 0.57%로 제주가 전국 시·도 중 3위를 기록했다. ●치솟는 집값에… 기업 유치 불가능 서울에서 제주로 이전한 기업에 다니는 김모(42)씨는 지난달 서울사무소에서 제주 본사로 전근 왔다. 김씨는 회사로부터 7000만원의 주거 지원비를 받았다. 초등학교가 인근에 있는 제주 시내에서 전세 7000만원짜리 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김씨는 자신의 돈을 더 보태 제주 시내 변두리에 지은 지 20년이 다 돼 가는 30평 다세대주택을 전세 1억 3000만원에 구했다. 김씨는 “7~8년 전 제주 본사로 먼저 온 동료는 회사 지원금 등을 보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한 경우가 많다”고 비교했다. 2년 전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또 다른 기업은 직원들의 이주를 위해 제주 변두리에 짓고 있던 아파트 350채를 임대했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완공이 임박한 아파트 단지가 있어 무더기로 직원용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임대료가 계속 인상되면 회사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거주비를 지원해야 하는 기업은 제주도로 회사를 이전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며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제주는 아예 기업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신규 택지 개발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택지 지정과 개발에만 최소 10여년이 소요된다. ●상가 임대료 폭등 장사 포기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바우젠거리에서 10여년째 장사를 하던 김모(56)씨는 2년 전 쫓겨나다시피 하며 장사를 그만뒀다.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바오젠거리 상가 임대료가 폭등한 것이다. 바오젠거리 상가 건물 상당수는 이미 중국인에게 넘어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김씨는 “건물주가 갑자기 평소보다 2배 이상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해 장사를 접었다”며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권리금도 못 건지고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로 쫓겨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했던 이모(45)씨도 “2년 전 1000만원이던 임대료를 올해 3000만원으로 인상해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바오젠거리 상가들이 돈을 번다고들 하지만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가게 등을 제외하면 돈을 버는 사람은 건물주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바오젠거리 상인들과 함께 최근 1년간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임대료 상승폭이 50%에서 최대 200% 이상인 가게가 40%에 달했다. 20~49%인 가게도 40%였다. 임대료가 연 12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233% 상승한 가게도 있다. ●쓸모없는 땅 공시지가 올라 세 부담만 오모(67)씨는 해마다 오르는 공시지가 때문에 골머리다. 오씨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임야와 밭 등 1만 3223㎡를 소유하고 있다. 도로가 없는 맹지로 동네 공동묘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 쓸모없는 땅이다. 하지만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해마다 공시지가도 올라 오씨는 세금 부담이 늘었다. “경운기도 못 들어가 경작도 불가능하고 은행에서 담보로 받아 주지 않는데 공시지가만 자꾸 올라가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시청에 세금 부담을 항의해도 제주도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시지가도 올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오씨는 “속사정 모르는 남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제주에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땅도 많다”며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에는 올해 74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 이의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85%인 63필지가 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구였다. 제주 H부동산 관계자는 “제주 이주민 증가 등으로 주택은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지만, 농지 등의 토지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땅값 폭등의 주범”이라며 “제주도가 투기 세력을 차단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농사에서도 드론 역할 커진다

    농사에서도 드론 역할 커진다

    정부가 논밭에서 재배하는 품목과 재배 면적 등을 파악하는 데 드론(무인비행기)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7∼10월 충북 청주와 괴산 일대의 3300필지를 대상으로 드론을 이용한 직불제 이행 점검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현장 조사보다 기간이 65%(80일→28일)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면적의 정확성은 94.9%, 품목 정확성도 84.2%였다. 농관원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드론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직불제 이행 점검은 재배 면적과 품목 등 농가의 직불금 지급 신청 내용이 실제 현지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행 점검 결과와 신청 내용이 같은 농가에만 논밭 직불금이 지급된다. 지금은 조사원이 직접 논밭을 방문해 대상 농지 재배 면적과 품목을 확인한다. 그러나 점검 대상 농지가 점차 확대돼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올해만 9명 ▶◀ … 위안부 피해 생존자 46명뿐

    올해만 9명 ▶◀ … 위안부 피해 생존자 46명뿐

    노환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있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갑순 할머니가 96세를 일기로 5일 0시 56분 세상을 떠났다. 최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6명(국내 42명, 국외 4명)이 됐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별세한 박유년 할머니를 비롯해 올 들어 9명의 피해자가 눈을 감았다. 191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최 할머니는 15세 때인 1934년 일본 순경에 의해 위안소로 끌려갔다. 당시 일본 순경이 아버지를 잡아가려 했으나 8명이나 되는 식구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자 결국 맏이인 최 할머니가 강제 동원 대상이 됐다. 최 할머니는 전북 전주를 거쳐 중국 만주 무단강(牧丹江)에 주둔한 일본군 부대 위안소에서 생활했다. 해방 직후 3~4년간 행상과 구걸 등으로 연명하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빈소는 경기 남양주 한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이다. 손영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소장은 “의치를 끼지 않고 생활하시며 음식을 즐기셨고, 웃을 때는 미소가 너무 예쁘셨다”며 “고령임에도 협의회에서 금강산과 제주도, 온천 여행을 갈 때면 절대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일본은 올해가 가기 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 사항을 겸허히 수용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쌀밥만 잘 먹어도 보약입니다

    쌀밥만 잘 먹어도 보약입니다

    ‘밥’ 하면 흰 쌀밥을 연상한다. 한반도에서 쌀농사는 약 5000년 전에 시작했다지만, 밥은 18세기까지 ‘조밥’, ‘기장밥’, ‘보리밥’, ‘잡곡혼용 쌀밥’ 등이 대세였을 것이고 온통 쌀로 지은 쌀밥은 양반이 아니면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흰 쌀밥에 쇠고깃국’이란 구문처럼 쌀은 오랜 시간 열망해온 대상이었다. ‘분식 장려’와 ‘잡곡 혼용’을 강요받던 1970년·1980년대에도 쌀밥을 선호했다. 그런 쌀이 최근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쌀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힘의 원천이다. 쌀의 생산·유통·소비는 국민경제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브랜드 쌀을 골라 먹으며 입맛을 훈련해보면 어떨까. ‘쌀 소믈리에’라고나 할까. 요즈음은 맛이 좋은 쌀을 골라 먹는 시대가 됐다. 지방자치단체들과 농민들은 소비자의 기호를 따져 맛있는 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농약과 비료를 적게 쓰는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쌀 브랜드만 전국적으로 1800여개나 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이천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무기질 많은 지하수 이용 칼륨·칼슘 풍부 ●이천 통합브랜드 ‘임금님표 이천쌀’ 경기 이천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통합브랜드를 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여성소비자가 뽑은 2015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 통합공동브랜드(농축특산물) 분야에서 대상을 받는 등 5년 연속 대상의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는 농림부 장관상을 받았다. ‘추정’ 품종으로 아밀로스(19% 이하), 단백질(6% 이하) 등이 이상적으로 포함됐다. 특히 피로회복과 항스트레스성 물질인 옥타코사놀이 많이 들어 있다. 이천(利川)은 일조시간과 일조량이 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기성분이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타 지역의 쌀보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 함량이 많다고 한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커서 완전미 비율이 95% 이상이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임금님표 명품쌀 생산단지’를 확대 조성하고 ‘임금님표 이천쌀 운영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시 농정과 쌀사랑팀 (031)644-2316. 100% 계약재배·왕우렁이 농법으로 생산 ●청와대 납품하는 충북 ‘청원생명쌀’ 충북 청주에서 생산되는 ‘청원생명쌀’은 수많은 수상경력이 품질을 입증한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전국 쌀 품질평가 대상을 받았고, 고품질브랜드쌀 러브미 수상을 7번이나 했다. 2007년부터 9년 연속 대한민국 로하스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5월부터는 청와대에 납품된다. 좋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맞춤형 친환경자재와 왕우렁이 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 쌀이기 때문이다. 또한 100% 계약재배로 1등급 쌀만 수매하고 연중 7도 이하의 초저온 냉각보관으로 언제나 햅쌀맛을 자랑한다. 출하 전 품질검사, 가공, 유통 등 관리도 체계적이다. 청원생명쇼핑몰 080-222-3346.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확… 쌀알 굵고 무거워 ●이유식으로 유명한 강원 ‘오대쌀’ 강원지역은 철원 ‘오대쌀’이 으뜸이다. 겨울이 빨리 오는 강원도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확되는 쌀이다. 이른 추석으로 햅쌀이 귀한 해에는 차례상 용으로 각광을 받는다. 철원의 현무암 지대에서 생산되어 미네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한탄강에서 발원한 청정 수질로 쌀알이 굵고 무겁다. 일교차가 심한 기후여건으로 밥이 식어도 부서지지 않고 단단하며 식감이 좋아 씹을수록 단맛이 더한다. 아기들의 이유식인 ‘맘마밀’과 항공기 기내식, 대통령 선물용 쌀로 사용되면서 전국 명성을 얻고 있다. 김재국 철원군 유통마케팅 계장은 “품질과 밥맛이 좋아 명성을 얻었는데 최근 쌀의 고장인 중국 등 동남아지역으로의 수출길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송농협RPC (033)455-4969. 작년 맛 평가 1위… 이삭 형태·벼 크기까지 관리 ●밥통에서 오래가는 전남 ‘한눈에 반한 쌀’ 해남 옥천농협이 생산하는 ‘한눈에 반한 쌀’은 명품쌀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평가에서 2006년·2007년·2009년 등 3번이나 1위에 선정되는 등 9번이나 입상했다. 지난해 전국 소비자연합회 맛밥 평가에서 1등에 올랐다. 부드럽고 찰진 맛에 식어서도 밥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밥통에 오래 있어도 다른 쌀에 비해 변색이 훨씬 느리다. ‘한눈에 반한 쌀’은 ‘봉황벼’라고 불리는 품종으로 벼 줄기가 부드러워 화학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벼가 쓰러진다. 다른 쌀에 비해 수확량도 적지만, 옥천농협에서는 3500여명 조합원들과 전량 계약재배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다. 면적은 950㏊다. 다른 쌀들이 혼합될 수 없도록 별도의 전용 도정라인에서 가공하고 있다. 이삭 형태, 벼 크기, 병충해 등을 살펴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해남 옥천농협 (061)535- 5636. 밥 지었을 때 잘 퍼지지 않고 찰기 돌아 ●해외 수출하는 충남 ‘해나루쌀’ 충남은 당진시에서 생산하는 ‘해나루쌀’이 유일하게 ‘러브미’ 인증을 받았다. 정부가 인정하고 한국소비자단체에서 평가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브랜드쌀 평가에서 2013·2014년 연속 수상한 덕분이다. 농협중앙회 등의 쌀 품질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품질은 장기간 입증됐다. 유럽, 미국, 호주 등 매년 17개국에 수출도 한다. ‘해나루쌀’은 무기물이 풍부한 서해안의 옥토에서 자란다. 맑은 물과 충분한 햇볕을 받고 자라 벼알이 알차고 빛깔이 윤택하다. 밥을 지었을 때 잘 퍼지지 않고 찰기가 돈다. 당진시는 품질관리를 위해 ‘삼광’ 품종만 재배하고 환경보전형 저농도 비료를 사용한다. 고품질쌀 품질관리기준에 따라 농가와 재배를 계약한 벼만을 엄선한다. 조례를 만들어 해나루 상표를 달 수 있는 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당진팜 (041)350-4989. 생산에서 출하까지 익산시가 직접 품질 관리 ●‘연중 햅쌀 고품질’ 전북의 ‘골드라이스’ 전북 익산에서 생산되는 ‘탑마루 골드라이스’는 지난해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평가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2년 연속 수상자에게만 주어지는 ‘러브미’(Love米) 인증마크도 획득했다. 또 행정기관, 소비자단체, 민간연구소 등 15개 기관이 참여한 현장평가에서 내로라하는 180개 상표들을 제쳤다. 생산부터 출하까지 전북 익산시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직접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익산시는 농산유통과에 탑마루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또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들끼리 생산과정을 점검하는 교차 평가도 한다. 벼는 보관과 건조, 도정을 현대식 시설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해 연중 햅쌀과 같은 고품질 쌀을 공급한다. 명천RPC (063)861-5213. 점질토양서 햇볕 충분히… 일반보다 10% 비싸 ●마을 브랜드인 경북 ‘아자개쌀’ 경북 상주 사벌면 덕담리에서 생산되는 ‘아자개’ 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170여 마을 농가들이 법인을 설립해 생산·가공·유통·판매까지 맡은 마을 브랜드다. 정부의 고품질 쌀 생산평가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상을 받았다. 점질토양에서 햇볕을 고르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평야에서 생산된다. 맛이 뛰어난 고품질 브랜드인 만큼 일반 쌀보다 10% 정도 비싸다. 국내 최초 떡 프랜차이즈 기업인 ‘떡보의 하루’는 아자개 쌀과 아자개 찹쌀만 떡 재료로 사용한다. 아자개영농조합법인 안성환 대표는 “농민들이 쌀 풍년농사와 수입쌀로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회원들은 판로가 걱정 없는 고품질 쌀 생산으로 끄떡없다”고 자랑했다. 아자개영농조합법인 (054)532-1903.
  • 줄다리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우리나라의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2일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줄다리기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문화재청은 “위원국들이 아·태 지역 4개국이 협력해 공동 등재로 진행한 점과 풍농을 기원하며 벼농사 문화권에서 행해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서 ‘줄다리기’의 무형유산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4개국이 함께 신청한 ‘줄다리기’는 지난달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가치는 충분하지만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보 보완을 요구하는 ‘보류’ 판정을 받았으나 4개국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위원국을 꾸준히 설득해 결국 등재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2009), 가곡, 대목장, 매사냥(2010),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2011), 아리랑(2012), 김장문화(2013), 농악(2014)과 함께 인류무형유산 18건을 보유하게 됐다. 국내에는 영산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삼척기줄다리기(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상 기온에 곶감 99% 폐기해도 ‘정부지원은 0’

    이상 기온에 곶감 99% 폐기해도 ‘정부지원은 0’

    11월 고온다습한 이상 기온으로 곶감 농가들이 곶감을 전량 폐기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영동과 함양, 완주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제습기 등 곶감건조·가공 시설에 긴급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곶감 농가 지원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 11월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3~4도 높고 가을비가 평년 8일에 비해 16일로 두 배 더 자주 왔다. 일조량은 40% 감소했다. 곶감 농가들은 선풍기, 환풍기, 난로 등을 모두 동원했으나 적정 습도 40~60%를 맞출 수 없었다. 충주,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등 도내 5개 시·군 곶감농가 1986곳 가운데 무려 95.8%인 1903곳이 피해를 보았다. 자연건조 방식으로 곶감을 말리던 농가들은 습기로 곶감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러터져 쑥대밭이 됐다. 감 산업 특구인 영동군의 피해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최성락(56) 옥천 감발전연구회장은 “옥천은 곶감 농가 476곳 전체가 피해를 봤다”며 올해 곶감 생산량이 당초 예상했던 2400t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곶감 농가 피해는 전국적이다. 전남지역 최대 곶감 생산지인 장성군도 감 재배 농가 180여곳 중 139곳에서 37만여개의 곶감을 폐기처분할 처지다. 전북 완주군도 곶감 농가 600곳 중 4가구를 제외하고 곰팡이와 낙과 피해를 봤다. 99%의 곶감을 폐기해 피해액이 70억원이 넘는다. 완주에서 곶감 곰팡이 피해는 30여년 만이다. 경남 함양군에서는 660여 농가가 20만여접(2000만개)의 감을 깎아 건조했으나 이 가운데 6만접(600만개)의 곶감이 곰팡이가 나 추가적인 곶감 생산을 중단했다. 영동군도 3억원을 들여 전기온풍기·제습기 100대를 공급하고 곶감 건조시설과 가공장비 지원에 2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1억원의 단기 운영자금, 전천후 곶감건조시설 확충 15억원 등 125억원의 예산 지원 등을 담은 지원대책도 내놓았다. 함양군도 당장 필요한 전기온풍기와 난로, 제습기, 대형 선풍기, 환풍기 등의 건조 장비를 지원하려고 예산 3억원을 내놓았다. 완주군은 내년에 3억 5000만원을 들여 저온 저장고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기덕(75) 보은 덕골부자곶감대표는 “올해 곶감에 투자한 1500만원을 모두 날릴 판인데 현재 66㎡(20평) 크기의 건조기를 설치하려면 전체 비용 1700만원 중 60%인 1000만원 추가로 부담해야 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곶감 농사를 망쳤지만 곶감은 2차 가공품으로 분류돼 농작물 재해보험이나 정부의 재해피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박우양 충북도의원은 “곶감을 ‘농어업재해대책법’에 포함시켜 재해 때 정부 등에서 지원받을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함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단독] 이상 기온에 곶감 99% 폐기해도 ‘정부지원은 0’

    [단독] 이상 기온에 곶감 99% 폐기해도 ‘정부지원은 0’

    11월 고온다습한 이상 기온으로 곶감 농가들이 곶감을 전량 폐기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영동과 함양, 완주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제습기 등 곶감건조·가공 시설에 긴급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곶감 농가 지원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 11월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3~4도 높고 가을비가 평년 8일에 비해 16일로 두 배 더 자주 왔다. 일조량은 40% 감소했다. 곶감 농가들은 선풍기, 환풍기, 난로 등을 모두 동원했으나 적정 습도 40~60%를 맞출 수 없었다. 충주,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등 도내 5개 시·군 곶감농가 1986곳 가운데 무려 95.8%인 1903곳이 피해를 보았다. 자연건조 방식으로 곶감을 말리던 농가들은 습기로 곶감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러터져 쑥대밭이 됐다. 감 산업 특구인 영동군의 피해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최성락(56) 옥천 감발전연구회장은 “옥천은 곶감 농가 476곳 전체가 피해를 봤다”며 올해 곶감 생산량이 당초 예상했던 2400t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곶감 농가 피해는 전국적이다. 전남지역 최대 곶감 생산지인 장성군도 감 재배 농가 180여곳 중 139곳에서 37만여개의 곶감을 폐기처분할 처지다. 전북 완주군도 곶감 농가 600곳 중 4가구를 제외하고 곰팡이와 낙과 피해를 봤다. 99%의 곶감을 폐기해 피해액이 70억원이 넘는다. 완주에서 곶감 곰팡이 피해는 30여년 만이다. 경남 함양군에서는 660여 농가가 20만여접(2000만개)의 감을 깎아 건조했으나 이 가운데 6만접(600만개)의 곶감이 곰팡이가 나 추가적인 곶감 생산을 중단했다. 영동군도 3억원을 들여 전기온풍기·제습기 100대를 공급하고 곶감 건조시설과 가공장비 지원에 2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1억원의 단기 운영자금, 전천후 곶감건조시설 확충 15억원 등 125억원의 예산 지원 등을 담은 지원대책도 내놓았다. 함양군도 당장 필요한 전기온풍기와 난로, 제습기, 대형 선풍기, 환풍기 등의 건조 장비를 지원하려고 예산 3억원을 내놓았다. 완주군은 내년에 3억 5000만원을 들여 저온 저장고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기덕(75) 보은 덕골부자곶감대표는 “올해 곶감에 투자한 1500만원을 모두 날릴 판인데 현재 66㎡(20평) 크기의 건조기를 설치하려면 전체 비용 1700만원 중 60%인 1000만원 추가로 부담해야 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곶감 농사를 망쳤지만 곶감은 2차 가공품으로 분류돼 농작물 재해보험이나 정부의 재해피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박우양 충북도의원은 “곶감을 ‘농어업재해대책법’에 포함시켜 재해 때 정부 등에서 지원받을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함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한·중 FTA 시대] “10년새 농축산물 수입 170배나 늘어…FTA로 피폐해진 농업정책 바뀌어야”

    [한·중 FTA 시대] “10년새 농축산물 수입 170배나 늘어…FTA로 피폐해진 농업정책 바뀌어야”

    “한·중 FTA 타결은 2011년 발효된 한·미 FTA나 한·EU FTA와는 또 다른 상징성이 있다. 농산물 수입 조건은 한·미 FTA 등보다 유리하다지만 중국과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주요 농산물의 심리적 관세장벽은 이미 무너진 거나 다름없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김재욱(59) 의장은 1일 “중남미·유럽·아시아 국가들과 잇따라 FTA가 체결되면서 농업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내가 어릴 적엔 20마지기 논농사를 지으면 머슴을 두고 살았는데 지금은 200마지기를 지어도 겨우 밥 먹고 살 정도”라며 쌀 농사의 사례를 통해 피폐해진 농촌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수입 개방에 따른 쌀농사 기반 붕괴는 다른 작목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올해는 배를 제외한 단감, 토마토 등 일부 농산물은 아예 수확을 포기하거나 똥값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그는 “FTA 등에 따른 수입 파고로 쌀농사가 바닥을 헤매면서 농민들이 쌀 대신 다른 작목으로 전환했고, 이는 과잉재배와 과잉생산으로 이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 농민들이 ‘쌀농사 되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농이 쌀값 안정화를 위해 마련한 ▲밥쌀용 쌀 수입 저지 ▲FTA-TPP 반대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 쟁취 ▲농민 배신하는 정치인 총선 심판 등 4대 목표를 실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정부가 올 1월 발효된 쌀 관세화 이후에도 2차례에 걸쳐 미국과 중국산 밥쌀용 쌀 3만t의 입찰을 강행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원칙 적용에 따라 밥쌀 수입 30% 수입 의무량이 사라졌는데도 이같이 수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쌀 수출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내로 유입된 저가 수입쌀(TRQ)을 시장에서 격리시키려면, 일본처럼 해외 원조나 사료용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FTA를 체결한 50여개국으로부터 수입한 농축산물은 18조 7900억원으로 10년 새 170배나 증가했다”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에 가입하면 사실상 쌀 추가 개방이나 다름없는 만큼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한·중 FTA 시대] “농업 살릴 실효성 없이 농민·기업 갈등 골만… 국가 책임 포기하나”

    [한·중 FTA 시대] “농업 살릴 실효성 없이 농민·기업 갈등 골만… 국가 책임 포기하나”

    농민들은 이번 중국·베트남·뉴질랜드와의 FTA를 ‘한국 농업에 대한 새로운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한·중 FTA 등에서 쌀은 협상제외 품목이었다고 해도, FTA 통과로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일 성명을 내고 “1조원 기금조성은 재원 마련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뒤로 빠졌다. 이는 국가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재벌들은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든 탐욕을 면책받고,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FTA를 거침없이 밀고 나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기금 조성 방식에 대해 ‘농민들이 기업 돈을 뜯는다’는 막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농민과 기업 간 갈등의 씨앗을 만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금조성에 농협과 수협을 포함해 “재원 마련 단계부터 농민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 염치 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또 매년 1000억원씩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하는 기금의 운용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이 없고 기금의 용도도 문화·복지 분야에 한정돼 있다며 FTA로 피폐한 농촌과 농업을 살릴 수 있는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번에 제시한 FTA 피해보전직불제 대책도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제도의 개선은 수입 기여도 폐지 여부”라며 “수입 기여도로 인해 농민들은 실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연구과제로 미뤄 둔 것은 제도 개선을 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들에게는 주요 수입원인 쌀값 안정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농민들이 올가을 쌀수확기 이후부터 정부 수매량 확대와 ‘밥쌀용 쌀’ 수입 반대를 외치며 전국 50여곳에서 벼 야적 시위를 벌이는 등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인 이유다. 농민들은 “매년 농사 비용은 느는데 쌀값은 반대로 하락하고 있다”며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주도하는 등 수급 조절 정책에 실패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짓는 이석하(46)씨는 올해 100마지기(2만여평) 논에서 450석(1석 벼 110㎏, 쌀 80㎏)을 수확했다. 현재 쌀의 시중 유통가로 환산하면 80㎏들이 쌀 한 가마당 14만~15만원으로, 모두 6750여만원어치에 해당한다. 평년 가격 대비 7% 이상 떨어졌다. 대부분의 토지를 빌린 이씨는 한 마지기(200평)당 임대료 15만원(1석)을 땅주인에게 줘야 한다. 100마지기 임대료는 모두 1500만원이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의 비용도 마지기당 1석으로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농약값과 비료값 역시 1~1.5석에 달한다. 올해 풍년으로 마지기당 2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이씨가 1년 쌀 농사로 인건비를 포함해 벌어들인 것은 2000만원 정도다. 전농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실질적인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각종 추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선 밥쌀용 쌀 수입 중단과 저가 수입쌀(TRQ)의 시장격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1월 발효된 쌀 관세화 이전에 약속된 의무 수입물량 40만 8000t도 시장에 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재고 쌀 해소 방안으로 대북 쌀 지원도 호소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똑 소리 나는 김장법] 일해백리 육쪽마늘·아삭아삭 봉동 생강으로 올 김장 마무리

    [똑 소리 나는 김장법] 일해백리 육쪽마늘·아삭아삭 봉동 생강으로 올 김장 마무리

    마늘은 냄새를 빼면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해 ‘일해백리’(一害百利) 식품으로 불린다. 하루에 마늘 한 쪽만 먹어도 암 예방에 효과가 크다. 일 년 내내 먹는 김장에서 마늘은 중요하다. 마늘시장 점유 경쟁도 뜨겁다. 이 외에 김장의 핵심 양념인 생강과 쪽파도 지명도가 높은 게 많다. 현지 농협과 법인 등에서 연중 구입할 수 있다. ●충남 태안 육쪽마늘 태안 농가들은 매년 근흥면 가의도에서 씨마늘을 구입해 마늘 농사를 짓는다. 가의도 마늘은 거센 해풍을 맞으면서 자라 병충해에 강하고 고유의 향이 진해 씨마늘로 쓰기에 좋다. 저장성도 매우 뛰어나다. 태안 육쪽마늘은 그 성질을 그대로 이어받아 향이 짙고 아린 맛이 거의 없다. 서산 육쪽마늘과 더불어 ‘산수향’이란 브랜드로 판매되고 서울 가락동시장 등 전국으로 나간다. 씨알은 작지만 맛이 좋아 비싸게 팔린다. 일부는 스페인산 등 난지형 마늘로 바꿨지만 태안 2112개 농가는 295㏊에서 토종 육쪽마늘만 고집해 기른다. 서산태안6쪽마늘조합공동사업법인(041-668-6450). ●경북 의성 마늘 전국 마늘 생산량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경북산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단연 의성마늘이다. 전국 생산량의 3.5%에 불과한 이 마늘을 소비자들이 최고로 쳐주기 때문이다. 즙이 풍부하고 입안에서 독특한 향기와 매운맛이 감도는 게 특징이다. 의성마늘로 김장을 하면 김치맛이 좋고 빨리 시지 않는다. 알리신 성분이 많아 암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다른 마늘보다 20~30% 비싸지만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잊지 않고 찾는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농식품 파워브랜드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등 갖가지 상을 휩쓸어 왔다. 2005년 지리적표시 등록에 이어 2012년 3월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해 신뢰도와 가치를 더욱 높였다. 의성군 3000여개 농가가 1410여㏊에서 연간 1만 5000t의 의성마늘을 생산하고 있다. 의성농협(054-832-9561). ●경남 남해 마늘 경남 남해군은 물이 잘 빠지는 사암이 많고 토양에 칼슘과 칼륨 성분이 높아 영양 만점의 마늘을 재배하는 데 알맞다. 토양의 산도도 적합하고 바닷바람과 강한 햇살을 많이 받아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낸다. 조직이 치밀하고 당도가 높으며 씨알이 굵고 저장성도 우수하다. 이 같은 품질을 앞세워 2007년 지리적표시 등록을 했다. 남해군은 해마다 5500~6300개 농가가 1만 3000~1만 5000t의 마늘을 생산한다. 경남 생산량의 24%를 차지하는 남해농업 소득 1위 작목이다. 보물섬남해클러스터조합공동사업법인(055-864-4111). ●전북 봉동 생강 전북 완주군 봉동읍 일대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옛 진상품으로 알려졌다. 황토색 점질토에서 기른다. 토종과 개량종이 있다. 개량종은 글루코스 함량이 높아 매운맛이 덜하고 향이 진하다. 또 섬유질이 적어 살이 연하고 통통하다. 토종은 매운맛이 강하고 육질이 아삭아삭하다. 껍질을 벗겼을 때 색깔이 푸른빛이나 회색빛을 띤다. 봉동농협(063-261-2022). ●충남 태안 생강 태안 생강은 토굴에 저장한다. 토굴에 생강을 저장하면 금방 캔 것처럼 싱싱해 맛이 좋고 즙도 많다. 종자도 토굴에서 저장한 것을 쓴다. 모두 토종이다. 또 황토와 모래가 적당히 섞인 데다 배수가 잘되는 토질에서 키우고 연작을 피해 건강하다. 씨알은 크지 않지만 향이 진하고 생강 고유의 맛이 잘 살아 있다. 태안은 450개 농가가 해마다 2400t의 생강을 생산해 전국의 10%밖에 되지 않지만 품질은 최고 수준이다. ●충남 예산 쪽파 예산읍 신례원·창소리가 주산지다. 토질이 물을 잘 간직하고 배수도 적당히 되는 질참흙이어서 쪽파 재배에 적지다. 삽교호방조제로 막히기 전에는 배가 드나들었다고 전해진다. 주민이 자체 제조한 퇴비를 쓰는 등 친환경 재배를 한다. 잎이 곧고 윤기가 나는 데다 뿌리가 희고 단단하다. 고유의 향이 짙어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한다. 창소리는 ‘쪽파정보화마을’로 지정됐다. 농민들은 ‘창소리쪽파’로 이름을 붙여 가락동시장 등에서 판매한다. 이효익 군농업기술센터 실무관은 “무엇보다 농민들의 쪽파 재배 기술과 열정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예산군쪽파연구회(회장 방기현 010-8830-4945). 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연 반 현실 반’ 작지만 온전한 삶 찾기

    ‘자연 반 현실 반’ 작지만 온전한 삶 찾기

    반농반X의 삶/시오미 나오키 지음/노경아 옮김/더숲/254쪽/1만 4000원 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귀농, 귀촌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성공 신화에 빠져 있던 개인과 사회의 삶에 대한 가치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의 삶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반농반X’란 농업을 통해 정말로 필요한 것만 채우는 작은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저술, 예술, 지역 활동 등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X)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삶의 방식이다. 스스로의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지키는 지혜와 하나의 일을 완수하는 역량이 필요한데 여기서 지혜는 농사, 역량은 X를 뜻한다. 하지만 무리한 귀농이 아니라 베란다나 텃밭에서 자신이 먹을 것을 조금씩 재배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X 역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살펴보며 천천히 찾아 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20년 전 환경 문제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을 깨달았고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해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반농반X의 삶을 시작했다. 저자는 환경, 식량, 교육, 의료, 복지, 사회 불안 등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이러한 삶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식량을 자급함으로써 ‘순환형 사회’를 추구하고 타고난 재주를 세상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인생은 물론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대안적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자막 번역가, 화가, 민박집 주인, 웹디자이너, 간병인, 심리치유사 등 숨 막히는 삶과 막다른 골목에서 반농반X를 실천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천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반농반X를 자세히 소개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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