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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처다부제’ 금지됐는데…‘한 여자’와 결혼한 형제 2명 “자랑스러워”

    ‘일처다부제’ 금지됐는데…‘한 여자’와 결혼한 형제 2명 “자랑스러워”

    ‘일처다부제’가 법적으로 금지된 인도에서 형제가 한 여성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린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인도 힌두스탄 타임즈에 따르면 인도 북부 히마찰프라데시의 한 마을에서 신랑 프라디프와 네기 형제, 그리고 신부 스나타 차우한은 수백명의 주민과 친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3일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하티족 출신이다. 형제는 “우리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따랐다. 함께 결정한 일”이라며 “우리 가족 모두가 아내를 지지하고, 아내를 위한 안정적인 삶을 함께 만들어가며 아내를 사랑할 것”이라고 PTI통신에 말했다. 형제 중 한 명은 공무원이며, 다른 한 명은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하티족 관습에서는 아내는 양측의 합의된 일정에 따라 형제 사이를 오가며, 가족은 자녀를 차별 없이 함께 키우게 될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형이 자녀의 아버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약 3년 전 지정 부족으로 인정된 하티족은 히마찰프라데시와 우타라칸드 접경 지역에 거주한다. 약 30만명이 이 지역 약 450개 마을에 분포해 살고 있다. 인도 일반법상 일처다부제는 금지되어 있다. 다만 NDTV 보도에 따르면 히마찰프라데시 고등법원은 ‘조디다라 관습법’을 통해 하티족의 전통을 보호해 왔으며, 이에 하티족은 이러한 결혼이 용인됐다. 하티족이 최근 인도 정부로부터 지정 부족 지위를 부여받은 데에는 조디다라와 같은 전통 관습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지정 부족은 인도 헌법에 따라 역사적,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됐거나,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던 부족 공동체를 공식적으로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집단이다. 하티족에서 일처다부제가 흔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만약 형제들이 각각 다른 여성과 결혼하면 가족의 농지가 잘게 쪼개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처다부제 관습은 하티족에게 ‘가족이 분열되지 않고 함께 농사를 지으며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언론 설명이다. 그러나 여성 인권 단체인 전인도민주여성협회(AIDWA)는 이들의 결혼을 비난했다. AIDWA 마리암 사무총장은 현지 매체에 “이 같은 여성 착취 행위는 여성의 기본적 인권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 8년간 5번 만나고 1억 뜯어내…中 ‘가짜 군 장교’ 그녀는 어떻게 가족까지 속였나

    8년간 5번 만나고 1억 뜯어내…中 ‘가짜 군 장교’ 그녀는 어떻게 가족까지 속였나

    중국에서 한 여성이 ‘군 장교’라고 속여 8년 동안 남성과 그 가족으로부터 약 1억원을 편취한 뒤 사라져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은 8년간 겨우 5차례 정도만 만났지만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30대 남성 지씨는 중국 쓰촨성 청두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부모로부터 결혼 압박을 받던 중 2018년 말 온라인 데이팅앱을 통해 ‘리화’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여성을 만났다. 리화는 자신을 쓰촨성 두장옌시 무장경찰부대에 근무하는 ‘군 장교’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만남 직후 지씨와 그의 부모를 자신의 고향이라는 구이저우성으로 데려가 가족들을 소개하며 결혼을 기정사실로 했다. 8년 동안 이 커플이 만난 횟수는 겨우 4~5차례에 불과했다. 만남은 주로 두장옌시에서의 짧은 점심 식사였고, 리화는 항상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2020년에는 결혼사진까지 찍었지만, 실제 만남은 여전히 드물었다. 리화는 군사 보안을 이유로 둘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리화는 침실 4개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집값을 낼 테니 지씨가 수리비를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에도 결혼 피로연 비용과 돼지 사육 사업, 부모 병원비, 신용카드 빚 등 다양한 명목으로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다. 농사를 짓는 지씨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아낌없이 내놨다. 지씨 가족이 리화에게 보낸 돈은 총 65만 위안(약 1억 2500만원)에 달했다. 리화는 모든 개인 정보를 ‘군사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신분증 확인 요청이나 고향 방문 제안, 구체적인 결혼 계획 논의 등을 모두 보안상의 이유로 회피했다. 지씨는 “개인적인 것을 물어볼 때마다 기밀이라며 답을 피했다”고 회상했다. 이 사기극은 지씨와 그의 아버지가 리화의 아파트를 직접 확인하러 갔을 때 들통났다. 아파트 문은 잠겨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리화’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소유주가 없다고 확인해 줬다. 지난 1월 지씨가 경찰에 리화를 신고하면서 2월에는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경찰은 리화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수배자 명단에 오른 상태라고 한다.
  • 김동연,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집중호우 네 가지 당부

    김동연,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집중호우 네 가지 당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1일 집중호우 피해의 수습-복구 지원을 위한 ‘긴급대책회의’에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는 등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특별히 당부했다. 김 지사는 첫 번째, “(가평 외에) 포천지역도 피해가 크다”면서 “특별재난지역에 (행정)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배석했던 간부들에게 되물었다. 현행 제도상 피해 규모가 기준보다 미달하면 중앙정부가 선포하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인정되지 않아, 실제 피해가 커도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지역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김 지사는 “어제(20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피해조사 시 ‘결과’를 가지고 하지 말고 ‘피해 예측치’를 가지고 하자고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전하면서 “피해 결과로 산정하면 기간이 한참 걸릴 테니, 예측 내용을 가지고 빨리 지급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김 지사는 ”현장을 다녀보니 벼들이 쓰러져 있고 비닐하우스가 날아간 데도 눈에 띄더라. 어느 축산농가에선 소가 떠내려갔다고 하고 젖소농장에선 임신한 소들이 많던데, 아프다더라. 그러면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향어, 송어, 우럭 등의 양식도 마찬가지인데 (정부 정책) 보험 처리가 안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성들여 키우고 길렀던 소나 농작물에 대해서는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 꼼꼼하게 (경기도 가축재해보험 등) 피해 보상방안을 챙겨보도록 하라”며 “자기가 직접 농사짓고, 소 기르고 돼지 기르고 하는 마음”으로 챙길 것을 당부했다. 세 번째, 김 지사는 “어제 대보교(가평)에 가보니 버드나무 뽑기나 준설이 안 돼 피해가 커졌다고 주민들이 말하더라”라면서 “피해 후라도 바로 준설 등의 조치를 해야 주민들이 안심하실 것”이라며 “피해 지역은 소하천 지원 우선순위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죠”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 김동연 지사는 만약 헬기 안전사고가 난다든지, 도로가 잘못돼서 무슨 사고가 있다면 “그건 재난이 아니라 인재성 2차 피해”라고 강조하면서 “육안으로 봐선 이상 없는 다리나 도로라 해도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자세로 점검하면서 구조활동에 나선 요원들의 안전에 특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 올해 벌써 온열질환자 32명… 제주도 폭염 취약지에 야외쉼터 5곳 조성

    올해 벌써 온열질환자 32명… 제주도 폭염 취약지에 야외쉼터 5곳 조성

    한낮 체감온도가 33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과수원에서 농사를 짓던 60대 남성이 쓰러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띠르면 21일 오전 11시 38분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에서 60대 남성이 과수원에서 농약을 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주지역에서만 5월 15일부터 21일 현재까지 온열질환자가 32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대비 23.1%(6명) 증가한 수치다. 열탈진이 29명(62.5%), 열경련 6명(18.8%), 열사병 4명(12.5%), 열실신 2명(6.3%) 순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해달라”며 “야외 작업중에는 시원한 물과 쉴 수 있는 그늘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폭염에 취약한 지역에 야외쉼터 5개소를 추가로 조성한다. 제주시 용담2동 명신마을과 서귀포시 서홍동 마을공원, 덕수리마을공터, 자구리공원, 동홍동 희망어린이공원 등에 설치된다. 미스트 분사 장치와 냉각시설을 갖춘 기후 대응형 쉼터로, 오는 8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부 주관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이번 사업은 고령자, 저소득층, 아동 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우선으로 기후 적응시설을 설치한다. 올해 대상지는 제주시 1개소, 서귀포시 4개소 등 총 5개소다. 5억원을 투입해 어린이공원이나 마을공원에 미스트파걸러(그늘막+분무장치), 쿨링포그(미세 물방울 분사 냉각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도는 2024년까지 용담2동 흥운경로당, 아라동 금산공원, 민속오일장 2곳, 이도2동 등 제주시 5개소, 동홍동 문부공원, 삼다체육관, 제석공원, 서홍동 아이뜨락 생태놀이터, 수망리 마을 유휴지, 장애인거주시설, 삼육지역아동센터 등 서귀포시 7개소 등 총 12개의 폭염쉼터를 조성해 지역주민들이 무더위에도 안전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등 취약시설 92개소에 열 차단 효과있는 차열페인트 등 시설개선을 했고, 녹색공간 조성사업(건물 녹화조성 등) 1개소도 진행했다. 8월 중에는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제주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으로 도내 독거노인, 주거 취약계층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150가구를 방문한다. 생수, 양우산, 여름용 이불 등 폭염 대비 물품을 지원하고 폭염대응요령도 안내할 예정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폭염은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이라며 “시설 조성과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도민 누구도 폭염 피해를 입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송가인, 알고 보니 만석꾼 딸이었다…父 소유한 땅만 ‘축구장 5개’ 면적

    송가인, 알고 보니 만석꾼 딸이었다…父 소유한 땅만 ‘축구장 5개’ 면적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진도 부모님의 1만평 땅을 자랑했다. 21일 송가인의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집 땅이 만 평이라고?!! 숨겨뒀던 진도의 땅부잣집 막내딸 송가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 영상에서 송가인은 아버지와 함께 경운기를 타고 논으로 향했다. 송가인은 “이보다 더 좋은 드라이브는 없다. 아빠가 태워주는 경운기가 제일 재밌다”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부녀는 금세 논에 도착했다. 송가인이 “우리 논이 어디냐”고 묻자 아버지는 “모 심겨 있는 곳은 전부 다 우리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송가인이 손으로 먼 곳을 가리키며 저 끝까지가 다 우리 땅이냐며 놀라워했다. 아버지는 “한 단지가 1200평이다. 논을 여섯 단지 소유해서 7200평 갖고 있다. 밭은 2300평에서 2400평 된다”며 거의 만 평에 가까운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장 면적이 약 2100평임을 고려하면 축구장 5개에 해당하는 면적인 셈이다. 송가인이 “이 논을 언제 어떻게 샀냐”고 묻자 아버지는 “옛날에 너희 어릴 때 엄마랑 아빠가 일해서 벌어서 샀다”고 답했다. 한 단지에 얼마 정도 하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7천만원에서 8천만원 정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제일 소농이다. 송가인하고 오빠를 가르치느라 자식 농사에 투자했다”며 “다른 사람들은 땅에 투자했다”고 했다. 이에 송가인이 “자식 농사가 너무 잘 되지 않았냐”고 하자 아버지는 “맞다. 잘 됐다”라고 답해 자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송가인은 2012년 노래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로 데뷔한 뒤, 2019년 TV조선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노동 사회적 합의가 삶의 질 결정… 민주노총, 경사노위 복귀해야”[K이슈 플랫폼]

    “노동 사회적 합의가 삶의 질 결정… 민주노총, 경사노위 복귀해야”[K이슈 플랫폼]

    협상은 ‘상생’… 적으로 인식 안 돼경사노위서 정년연장 등 대화하고사회 합의 형성 중시 문화 확산돼야소송 대신 합의·조정 해결 많아지고AI·고령화 대응 노사정 간 대화 절실분쟁해결기구 활용 제도화 나서야K이슈플랫폼은 사단법인 싱크탱크인 K정책플랫폼(이사장 전광우, 공동원장 정태용·박진)이 개최하는 월례 토론회이다. 다툼만 있고 해결이 없는 우리 사회에 합의를 통한 정책 방향 제시를 목표로 기획됐다. 이번 25회를 끝으로 그간 2년의 기획을 마무리한다. 의제 : 어떻게 노사 합의를 촉진할 것인가?토론자 : 문성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사회 및 원고 : 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 KDI대학원 교수) 2025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 의하면 우리 노동 분야의 경쟁력은 53위로, 종합 순위(27위)에 비해 크게 낮다. 노동 분야의 사회적 합의는 미래의 성장은 물론 분배와 삶의 질도 결정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이후 지금껏 노사정 대화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합의 불능 국가가 돼 가고 있는가? 노동 분야의 사회적 합의 형성,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까? [사회] 노동계의 좌우를 대표하는 두 분을 모셔 영광이다. 먼저 두 분이 걸어온 길을 소개해 달라. [문] 전태일의 친구가 되겠다는 생각에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1980년 선반공으로 시작해 노동계에서 전노협 사무총장,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내면서 6차례 구속됐다. 그때 문재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었다. 별명이 문‘전투’로서 전투적, 이념적, 정치적 노동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5년 동안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경남 거창에서 호두 농사를 짓고 있다. 삼성의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자문도 하고 있다. [김] 노사관계를 전공하고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립 멤버로서 이론과 현장에 모두 강한 연구자가 되고자 노사 갈등 사업장을 누비고 경사노위, 중앙노동위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단국대 교수로 부임한 후에는 학교에 국내 처음으로 분쟁해결연구센터를 만들어 갈등해결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몰두했다. 지금 일하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성격의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노사 분쟁을 신속·공정하게 조정·판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 왜 우리 사회는 합의를 잘 이루지 못하고 있을까? [문] 1995년 어느 사업장의 노사 임금교섭에서 “전 조합원이 똘똘 뭉쳐 임투 승리!”를 외쳤는데 사장이 “노조가 승리하면 나는 패배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협상 상대는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의 파트너인데 적으로 인식하면 합의를 할 수 없다. [김] 공감한다. 아울러 형사처벌주의가 너무 광범위한 것도 합의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검경에 고소·고발 혹은 진정을 내는 경우가 많다. 소송으로 가는 대신 당사자들의 합의나 조정(調停)에 의한 문제해결이 많아져야 한다. [사회] 두 분이 각각 이해당사자, 정부의 문제를 지적해 주셨다. 합의 불발 시 상황(BATNA)이 나빠야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이다. 그러자면 합의에 걸림돌이 되는 당사자에 대해 따가운 질책을 던지는 중립적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사회] 합의 형성에 성공했던 사례를 들어 합의 촉진 방안을 제시해 달라. [문] 2018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이 생각난다. 당시 노조는 일거에 119명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했고 사측은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119명을 유지하되 이를 순차적으로 복직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원하는 바를 100% 달성하려고 하면 합의가 어렵다.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합의가 가능해진다. 그러자면 상대의 제안을 목표가 아니라 합의 불발 시 상황과 비교해야 한다. 상대의 제안이 목표보다 못해도 합의 불발 시 상황보다는 낫다면 수용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들이 목표의 100% 달성을 추구하면 합의는 멀어진다. [김] 중앙노동위원회가 버스·병원·철도 등의 노사 합의를 도와준 사례가 많다. 2023~2024년 서울시내버스 단체교섭의 경우 노동위원회는 노사 간은 물론 서울시와 노사 간의 조정자 역할을 했다. 조정은 당사자들이 다양한 대안을 탐색케 하는 장점이 있다. 사회 각 부문에서 활용됐으면 한다. [사회] 그렇다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례를 통해 그 배경을 알아보자. [문] 해고자 복직에는 합의를 봤으나 해고기간 중의 임금지불 문제로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생각난다.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가 실리적 합의가 아니라 명분 혹은 선명성 과시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합의가 어렵다는 교훈을 준다. [사회] 그간 24회 진행된 K이슈플랫폼 합의토론에서도 “합의 사실이 알려지면 본인이 매장 당하므로 합의해 줄 수 없다”는 참석자가 있었다. [김] 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합의하지 못한 외국계 기업의 노사 분쟁이 기억난다. 사용자 측은 한국의 노사 관행을 이해하지 못했고, 노조 역시 글로벌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회] 지금의 노사관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문] 과거에 비하면 노사관계가 많이 성숙됐다. 노조는 회사가 잘돼야 노동자도 잘된다고 생각하고, 회사도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만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노동자, 플랫폼 등 비정형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문제다. [김] 동감이다. 임금 등의 단체교섭은 경험이 많이 쌓여 과거보다 안정화됐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등 개별적 고용 분쟁은 빈도가 크게 늘고 복잡해져 생산성에 대한 타격이 파업보다 더 큰 상태다. [사회] 노동 분야의 합의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문]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해야 한다. 노동계는 1998년 당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정리해고 등을 합의한 것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상생하는 관계로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는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1세대 대부분이 갖게 된 생각이다. [김] 인공지능(AI), 고령화 등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고령 빈곤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는데 민주노총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정년연장, 주4.5일제, 노란봉투법 등 최근 노동 관련 쟁점이 많은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문] 경사노위를 통해 노사정이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 각 당사자는 100% 승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며 단계적, 부분적 성취를 추구해야 한다. [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충격이 큰 만큼 세밀하고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경우 정부가 전국을 돌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찬반양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사회] 합의가 안 된다고 현상 유지를 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사회]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문] 먼저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이 일치돼야 합의가 쉬워진다. 내각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루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물론 양당이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집권 세력의 포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 국회와 정당이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책 대안의 합의에 앞서 환경 변화에 대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서로 추구하는 정책 목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변화는 다수당이 선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사회] 그러자면 유권자도 무조건 한 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잘잘못을 따질 수 있어야 하겠다. 극단적 정당의 뒤에는 극단적 유권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부탁한다. [김] 공공 갈등 해결에 중앙노동위와 같은 분쟁해결기구의 활용을 제도화했으면 좋겠다. 과거 화물연대 파업도 위원회가 조정자 역할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 합의 형성을 지원하는 화해나 조정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면 좋겠다. [문] 공감이다. 노사정 그리고 전문가 모두 사회적 학습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합의 형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 [사회] 두 분이 화해와 조정 등 대안적분쟁해결(ADR)로 당사자들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재단을 같이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념적 출발은 달랐지만 이제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두 분의 모습을 노사가 보고 배웠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합의를 통해 미래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하며 시리즈를 마친다.
  • 금천 ‘강희맹 장독대 체험관’ 오픈… 장 담그고 교류하며 전통 식문화 느낀다

    금천 ‘강희맹 장독대 체험관’ 오픈… 장 담그고 교류하며 전통 식문화 느낀다

    고추장 만들며 마을 공동체 경험10월 제1회 금천식문화축제 개최 서울 금천구 보건소가 있는 금천구청사 6층 하늘정원에는 수백개의 장독이 늘어서 있다. 바로 금천구민들이 직접 만든 장이 익어 가는 ‘강희맹 장독대’다. 조선시대 초기 문인 강희맹 선생은 처가가 있는 지금의 시흥4동인 금양현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금양잡록’을 비롯해 여러 농업서를 썼다. 금천구는 2019년부터 그가 집필한 ‘사시찬요초’에 소개된 장 담그기에 주목해 왔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지난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희맹 선생은 백성들을 위해 작물을 다루는 법 등을 담은 농업서를 펴낸 조선시대 도시 농업의 최고 권위자”라며 “요즘은 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었지만, 직접 담그면 전통문화도 체험하고 더 건강하게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금천구의 ‘장 만들기 체험 활동’에선 사라져 가던 마을 공동체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나 주민들끼리 함께 메주로 장을 담그고 1년 뒤 장독대에서 된장과 간장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깊어진다. 사전 강의도 장의 역사 외에도 종류와 차이 등 유익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장 문화를 배우는 금천구 영양교육에는 지난해 1246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참가 인원이 1237명에 달했다. 금천구민들이 전통 식문화를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지난달 ‘강희맹 장독대 체험관’도 문을 열었다. 낡은 수경재배실과 창고 대신 전통 담장과 협문, 체험용 탁자와 옹기정원 등을 설치했다. 체험관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고추장을 만들거나 항아리 저금통을 제작하고 장 숙성 과정도 관찰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는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금천구는 오는 10월 말 금천구 개청 30주년과 유네스코 등재를 함께 기념하기 위해 ‘제1회 금천식문화축제’를 연다. 유 구청장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가 어우러지는 전통 식문화 교육의 장을 위해 전국 곳곳을 뛰며 준비 중”이라고 했다.
  • “올 농사 끝장나” 충남 농가 망연자실… 침수 비닐하우스마다 썩은 내 진동

    “올 농사 끝장나” 충남 농가 망연자실… 침수 비닐하우스마다 썩은 내 진동

    “21개 하우스 중 12개가 물에 잠겼습니다. 올 농사는 끝장난 겁니다.” 20일 오전 충남 천안 수신면의 한 오이 비닐하우스. 권모(60)씨는 바닥에 고인 물 위로 썩어 가는 오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17일, 인근 병천천이 범람하면서 2m 높이 비닐하우스 80%가 물에 잠겼다. 하우스 벽엔 누런 물 자국이 선명했고 바닥엔 진흙이 펄처럼 가득했다.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마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같은 마을 한모(66)씨는 “뿌리까지 썩어 버려 손실이 더 크다”면서 “360㎜ 넘는 비에 둑이 넘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말했다. 천안 수신·병천·북면·동면 일대에서는 비닐하우스 260동(13ha)이 침수 피해를 보았다. 축산 피해도 심각하다. 천안 광덕·풍세면 일대 양계장 6곳이 물에 잠겨 산란계·토종닭 16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번 폭우로 충남 전체로는 닭 75만 마리, 돼지 330마리, 한우 26마리가 폐사했다. 벼농사 피해도 막대하다. 전국 쌀 최대 생산지인 당진에서는 우강·합덕·신평 등 6200ha 중 1000ha가 침수됐다. 벼농사 30년 차 김모(75)씨는 “눈앞이 온통 물바다인데도 뭘 할 수가 없었다”며 “당장 은행 빚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농작물 침수 피해는 2만 4247ha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0.714㏊) 약 3만 4000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충남(1만 6714ha)에 집중됐다. 이재민도 1000명이 넘고 3명이 숨졌다.
  • 與野, 정은경 ‘남편 주식’ 두고 충돌…鄭 “시세차익 사실 아냐”

    與野, 정은경 ‘남편 주식’ 두고 충돌…鄭 “시세차익 사실 아냐”

    여야가 18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배우자의 주식·농지법 위반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코로나19 수혜주’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들은 ‘코로나 영웅, 의혹 앞에 당당해라’는 팻말을 노트북에 붙여둔 채 청문회에 임했다. 복지위 야당 간사 김미애 의원은 “국민들이 가장 충격받아야 할 게 마스크 필터 제조 업체 에프티이앤이(현 라임)”라면서 “가격이 떨어질 때 샀다가 공교롭게 주식 거래 가액이 오를 때만 딱 팔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서명옥 의원도 “질병청장의 배우자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마스크 회사의 주식을 갖고 이렇게 거액의 이익을 봤는지 용인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큰 시세 차익을 봤다는 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면서 “코로나 수혜주라는 에프티이엔이 주식은 2018년 초에 다 매도했기 때문에 코로나19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보유한 주식이 없고 창해에탄올 주식은 2016년부터 주정 회사로 알고 보유했다”고 말했다. 내부 정보를 통해 배우자가 주식 거래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란 주장이다.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야당의 공세를 두고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라면서 “하루빨리 능력있는 수장을 임명해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배우자 소유 평창 농지를 둘러싼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서 의원은 “농사를 지은 건 지인 A씨이고 후보자는 가서 돕는 형태에 불과했다. 실경작 하지 않으면 실정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남편이 80년대 후반기에 봉평에서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하고 그 가족과 30년간 농사를 같이 지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정 후보자가 질병청장이던 시절, 서울대 의대 84학번 동기이자 학생 운동을 같이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의 병원이 대폭 흑자로 전환된 것과 관련한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명지병원이 2021년 76억원 적자에서 2022년 19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정 후보자는 “개별 병원의 재정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의 도중 여야 의원들 사이엔 “웃기고 있네”(이소영 민주당 의원),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지 않느냐”(김미애 의원), “해체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무섭지 않느냐”(이수진 의원) 등 고성이 오갔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과 국민, 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절차에 관한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그 절차에 관한 신뢰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방안) 내용에 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선 “의료제도의 문제점이 많이 누적됐던 시기로, 더 구조적인 개혁을 하고 중장기 개편 방안 안에서 인력 정책도 같이 보고 과학적 추계를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많은 비…경북지역 댐·저수지 저수율 상승, 사실상 ‘해갈’

    많은 비…경북지역 댐·저수지 저수율 상승, 사실상 ‘해갈’

    전국적으로 호우가 내린 가운데 경북지역 각 댐과 저수지 저수율이 크게 상승했다. 18일 경북도, 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청도 운문댐 저수율이 55.1%로 호우가 내리기 전(38.7%)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청도군에는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223.5㎜의 비가 내렸다. 안동 임하댐 또한 51.8%의 저수율을 보여 호우 전보다 약 4%포인트 높아졌다. 문경시 경천 저수지는 이날 오전 62.9%의 저수율을 보여 비가 내리기 전(53%)보다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저수지가 있는 문경시 동로면에는 16일과 17일 이틀간 약 117㎜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성주군 성주 저수지 저수율이 61.1%를 기록하는 등 도내 각 댐과 저수지 저수율이 50%대 후반에서 60%대를 나타내면서 사실상 해갈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가 각종 농작물이 열매를 맺는 시기인데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며 “이번 비로 사실상 농사 걱정은 덜었다”고 말했다.
  • 500년 전 남편이 쓴 한글 편지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30일마다 전해진 진심에 화답 “날이 덥소, 부디 건강하게 나소”[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500년 전 남편이 쓴 한글 편지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30일마다 전해진 진심에 화답 “날이 덥소, 부디 건강하게 나소”[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1490년 군관 나신걸의 한글 편지가족을 떠나는 섭섭함·당부 담겨문중 묘 이장 때 발견… ‘보물’ 지정가장 오래된 박희수의 유화 초상 中 사신으로 갔다 그려 받은 그림한쪽은 책방 다른 쪽은 카페 운영친구 집 놀러온 듯 편안한 분위기사색하며 편지 쓰는 공간도 마련월·화요일 예약 방문한 손님 위해주인장이 쓴 손편지 보는 재미도옛사람의 편지를 읽는 건 경이로운 시간 여행입니다. 저는 500년 전 편지글을 읽으며 발신인과 수신인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신산한 하루에 꼭꼭 눌러쓴 마음과 쓰임이 먼 거리를 이었겠습니다. 그래서 대전시립박물관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나신걸(羅臣傑·1461~1524)의 편지를 두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한글로 쓴 가장 오래된 마음, 대전의 따뜻한 책방 ‘한쪽가게’에서 오늘 제가 본 것들을 당신에게 써 나가려 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김나경씨가 쓴 ‘나경의 편지’를 읽습니다. 책방 한쪽가게는 재단장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익숙한 공간을 다시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하물며 여름이잖아요. 나경씨는 뒤늦게 욕심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그래서 어떻게 견뎠냐고요? 틈틈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제철 과일을 부지런히 챙겨 먹었어요. 초당 옥수수, 복숭아, 수박이 함께한 여름은 나경씨에게 힘이 되었나 봅니다. 연일 땡볕 더위가 이어집니다. 당신은 이 여름을 어떻게 지나고 계신가요? 나경씨처럼 여름 과일을 위안 삼고 계신가요? 대전역에 내려서자 성심당의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그 이름 뒤에는 오랫동안 가락국수가 따라다녔었지요. 기관차를 교체하는 10여분, 낯선 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둘러 후루룩대는 모습은 대전역의 상징과도 같았고요. 멸치국물만큼이나 따뜻했던 풍경은 이제 성심당 튀김소보로가 잇는가 봅니다. 저는 이런 짧은 쉼을 좋아합니다. 바쁘다며 허둥거리다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올려본 파란 하늘처럼,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 시간처럼 말입니다. 예전 가락국수 생각이 나 성심당의 대기 행렬 끝에 붙었습니다. 갓 나온 튀김소보로를 사서는 한입 베어 뭅니다. 달콤한 그것은 입안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 대전에 온 이유는 성심당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를 아시나요? 지금은 누구나 한글 편지나 메일을 쓰지만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 이전에는 한자가 대신했겠지요. 한자를 모르는 이는 편지조차 쓸 수 없었겠고요. 1490년 함경도로 발령이 난 군관 나신걸은 대전 유성구에 있던 아내 신창 맹(孟)씨에게 한글 편지를 씁니다.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그는 요즘의 우리처럼 안부를 묻는 것으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한글로만 쓰인 편지는 몇 날 며칠에 걸쳐 아내에게 가 닿았겠습니다. 저는 이 편지가 1490년에 쓰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한글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다고 배웠습니다. 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보물)는 2012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羅)씨 문중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미라 4기, 한글 편지 2점 그리고 장삼과 의례용 치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냇저고리 등 150여점이 나왔지요. 이를 후손들이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했고요. 500여년 전의 부부는 한글 편지를 빌려 어떤 마음들을 주고받았을까요. 저는 전시실의 시간을 듬성듬성 건너뛰며 조선시대 나신걸의 편지를 향해 종종걸음칩니다. 먼저 눈앞에 펼쳐진 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장저고리와 치마, 장삼, 습신 등입니다. 나신걸의 조카 나부(羅溥)의 아내 용인 이(李)씨의 무덤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녀의 의복을 빌려 같은 시대를 산 수신인, 나신걸의 아내 신창 맹씨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 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는 두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는 함경도로 떠나며 “장수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라며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을 특히 속상해하지요. 또 낡은 칼과 무명 겹철릭(겹으로 된 무관의 제복) 등을 부탁하며 추운 함경도 생활을 대비합니다. 두 번이나 거듭해 농사는 직접 짓지 말고 소작을 주라며 집안의 대소사를 챙깁니다. 당시 함경도는 지금의 해외지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한반도 최북단에 가까운 도시로 떠나며 가족과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그 심경이 어땠을까요. 그래서인지 편지의 끝에 사랑하는 마음을 한 번 더 눌러씁니다.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가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고,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가장 오래된 유화 초상화 편지의 글씨는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라 빈틈없이 빼곡합니다. 조선시대 쓴 많은 한글 편지가 그러하지요. 저는 한자 편지에 비해 형식 없는 그 자유분방함이 좋습니다. 또 꽉 채운 마음처럼 다가오고요. 그러다 보니 일부 글은 본문의 흐름과 달리 위아래와 좌우를 바꿔 가며 써 나가 읽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다행히 요즘 식으로 풀어 쓴 해석이 있어 내용을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어마님미라 아기라’(어머님이랑 아기랑) 같은 맞춤법을 비교하거나 꼬박꼬박 ‘~하소’ 하는 글투를 읽는 것도 옛편지를 보는 즐거움입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는 맹씨의 머리맡에 여러 번 접은 상태로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뒷장에는 ‘회덕오냥댁’(회덕 온양댁)이라고 맹씨를 가리키는 수신인이 적혀 있었고요. 편지를 주고받은 이는 세상을 떠나고 편지만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것이 마치 옛사람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안부의 ‘시그널’ 같아서, 2장의 편지를 또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게 됩니다. 나신걸 한글 편지를 보러 갔습니다만 박물관의 다른 ‘최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희수 유화 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화 초상화입니다. 1833~1840년 사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그려 받은 그림으로 ‘승정원일기’에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족자가 아니라 액자에 담은 게 특이합니다. 곁에는 조선시대 이시방의 초상화 두 점이 걸려 있습니다. 하나는 젊은 시절의 초상이고 또 하나는 노년의 초상입니다. 그의 한 생이 사이에 놓인 듯합니다. 그 시간을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이 주름일까요. 노년의 초상은 두 점의 밑그림을 같이 전시 중입니다. 한 점은 엄하고 한 점은 부드러워 어느 쪽을 닮았나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근대 시대 전시는 엽서 몇 장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유성온천 관광 엽서는 유성호텔 본관, 객실, 별관, 정원 등의 사진을 담은 엽서입니다. 봉투 표지에는 철도노선이 그려져 있고, 유성호텔이 ‘대전에서 20분’이라는 홍보 글이 적혀 있습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유성온천은 지난해 109년 역사의 유성호텔이 문을 닫으며 다시 관심을 모았지요. 옛 충남도청이기도 했던 대전근현대전시관에서는 ‘유성온천 전성시대’ 전시가 한창입니다. 복고풍의 전시는 전개 방식 또한 아기자기합니다. ‘목욕합니다’라는 입간판을 지나면 파란색 타일의 욕실 바닥과 낮은 목욕 의자, 손 글씨 안내문, 그리고 대통령 등 귀빈(VIP)이 묵어 가던 유성호텔 313호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 듯합니다. ●서로에게 내어준 한쪽 시간 여행을 끝내고는 갈마동으로 옮겨 한쪽가게의 문을 엽니다. 한쪽가게는 나신걸의 한글 편지만큼이나 궁금했던 책방입니다. 대로에서 비켜난 도로 안쪽은 ‘일부러 여기까지?’라고 말할 위치겠습니다. 제게는 일부러 찾아갈 만큼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책방이 내어준 마음 한쪽이, 책방에서 읽은 책 속 문장이 제 마음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한쪽가게를 지키는 김나경, 김브루씨는 경기 부천에서 카페를 하다 2020년 대전으로 내려왔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즐거운커피×한쪽가게’가 맞겠네요. 책방은 나경씨가, 카페는 브루씨가 담당합니다. 그러고 보니 문을 열기 전 간판 자리에 깃발처럼 나부끼던 ‘즐거운커피’라는 표지를 본 듯합니다. 두 공간은 경계가 없습니다. 책장 곁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즐길 수 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 준 한쪽이 아닐까 합니다. 한쪽가게라는 이름 역시 그런 의미이고 또 책의 한쪽이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그 못지않게 ‘가게’라는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나경씨에게 ‘가게’는 ‘동네 점방’ 같은 말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들르는 곳이지요. 대화보다는 독서와 사색으로, 대화는 작은 목소리로, 사진 촬영은 간단하게 같은 당부를 문턱처럼 느끼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경씨가 말하는 가게는 혼자 와서도 어색하지 않은, 책을 읽고 편지를 쓰고 사색하며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겠습니다. ●소소한 일상 전한 편지 저는 한쪽가게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친구 집에 온 듯 편안했습니다. 배영경의 노래 ‘바람’이 시원한 여름바람처럼 불어 들었고, 책장에는 나경씨가 읽고 좋았던 책들이 줄지어 반겼습니다. 자연과 가까운 삶의 풍경, 한국 여성 작가의 문학,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 가는 이들과 우리 자신의 돌봄에 관한 책들이었습니다. 그 곁으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겨울 풍경이 흐르고, 또 깊숙한 가게 안쪽에는 작은 괘종시계 아래 반달곰처럼 푸근한 일인용 소파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았습니다. 온도는 바깥의 더운 날씨보다 3도쯤 내려가고 시간은 2배쯤 느리게 흐르는 듯했지요. 예약제로 운영하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책상 위에 나경의 편지가 기다립니다. 한 달에 한 번, 나경씨는 그달을 시작하며 책방을 찾을 이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7월의 편지는 느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사와 도서전 등으로 유독 분주했던 6월을 보내며 ‘그 속에서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들이 고맙게 느껴’졌다고 해요. 예를 들면 책방에서 사는 집까지 거리는 멀어졌지만 차 안에서 귀 기울여 듣게 되는 라디오 같은 것들이겠지요. 긴 시간 편지를 써 온 이가 전하는 소소한 일상은 기어이 저에게도 펜을 들게 합니다. 가게 안에는 여러 개의 1~2인용 의자와 테이블이 있습니다. 적당한 그러나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우리는 책을 읽거나 옮겨 적고 또 어느 날은 그리운 이를 향해 편지를 쓸 수 있겠습니다. 저는 나경씨가 고른 책 속 문장이 담긴 유리병 앞 책상에 앉습니다. 오늘의 문장 하나를 꺼내 읽고는 편지의 첫 문장으로 옮겨 적습니다. 나신걸처럼 먼 길을 떠나며 건네는 편지는 아닐지라도, 이 무더운 여름을 잘 지나자고 서로에게 응원하는 말들을 적어 나갑니다. 옛사람처럼 ‘~하소’ 하는 말투를 빌려서 말이지요. “날이 덥소. 무더위의 한가운데 부디 건강하게 나소.” ●대전시립박물관 -오전 10시~오후 7시(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11~2월), 관람 종료 30분 전 입장, 월요일 휴관 https://daejeon.go.kr/his ●한쪽가게 -낮 12시~오후 6시(금~일요일), 예약제(월·화요일), 수·목요일 휴관 instagram.com/hi_nicetoreadyou101112
  • 멋진 명함보다, 멋진 삶을 택했다[창간 기획-청년 블루칼라 리포트]

    멋진 명함보다, 멋진 삶을 택했다[창간 기획-청년 블루칼라 리포트]

    대학 졸업장 아깝지 않다는 원규씨“목수가 되려고 1년 무보수도 불사‘진짜 원하는 일’ 하게 돼 100% 만족”평생 먹고살 기술 찾은 수민씨“직업군인이었던 때보다 수입 4배‘기술’은 AI가 위협할 수 없는 영역”초중고 12년을 거쳐 대학을 나와 사무직으로 일하는 것. 한국 사회에서 으레 ‘안정적인 삶’ 하면 떠올리는 경로입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나와 배관, 도배 등 소위 ‘몸 쓰는 직업’인 블루칼라 직종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유’를 묻습니다. 어쩌면 땀 흘리는 만큼 보상받는 게 좋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는 평생 먹고살 기술을 찾은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칼라 직업을 선택한 청년들은 말합니다.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무슨 일을 하든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요. 서울신문은 남들의 시선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블루칼라가 된 청년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제언을 3회에 걸쳐 담습니다. 17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 있는 한 목공방. 10년 차 목수 이원규(35)씨가 소나무 토막을 자동대패기로 얇게 깎고 있다.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 납품할 전시대를 다듬는 중이다. 은은한 나무 향이 공방에 맴돌았다. “전시대는 마감 작업이 제일 중요해요. 갤러리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색을 깔끔하게 입혀야 하거든요.” 목수가 나무 하나하나를 자르고 다듬은 가구는 공장형 가구가 대체하기 힘든 고유한 매력을 띤다. 원규씨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도면을 3D 프로그램으로 직접 그려 재단하고, 손으로 만져 가며 나뭇결을 다듬는다. 흰 목재 분진이 묻은 작업복을 털며 원규씨가 말한다. “힘든 일이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런데 고객이 만족할 모습을 상상하면 기운이 나요.” 부산대 스포츠과학부를 졸업한 원규씨가 목수의 길을 택한 건 10년 전. 대학 동기들은 운동재활, 강사, 스포츠 관련 업체에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그는 다른 길을 갔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목수 일을 배워 보자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공방에 이력서를 보냈다. 그중 한 군데서 연락을 받았다. “교육을 받는 대신 무보수였어요. 거의 1년 동안 돈을 못 받았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저한테 정말 맞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해서요.” 가족 중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4년제 대학까지 나와 굳이 몸 쓰며 밥 벌어먹고 살아야 하냐는 말을 들었다. 10년이 지났다. 이 일에 만족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신혼부부가 침대 프레임 주문을 했어요. 누군가의 가구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게 설레요. 목수란 직업은 눈에 보이는 완성품이 있고,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제 일에 100% 만족해요.” ●명문대 졸업 후 농부로… “환경에 도움” 정선영(33)씨는 미국 플로리다주 명문 예술·디자인 대학인 링링예술대학에서 3D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20년 한국에 들어와 강남에서 잘나가는 게임 광고회사를 4년 넘게 다녔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 복지도, 급여도, 분위기도 좋았지만 내 능력을 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선영씨는 1년 전 ‘농부’가 됐다. 충남 홍성 400여평 규모의 땅에서 유기농 호박과 옥수수를 키워 판매한다. ‘블루칼라=3D 업종’이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남들 눈보다는 ‘내 취향,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홍성에서 딸기농장을 하고 있던 오빠의 지원사격을 얻어 지난해 직거래로 50명에게 직접 키운 옥수수를 팔았다. 경운기와 파종기 등 농기계와 농작업 도구들을 잘 사용했더니 두 명이서 그럭저럭 농사일을 해냈다. 선영씨는 “이왕이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작은 밭’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린다”면서 “시골에서도 여자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안내서와 나만의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싶다”고 했다. ●“웬만한 화이트칼라보다 수입 나아요” 높은 직업적 안정성이나 노력한 만큼 버는 수입 등도 청년들이 블루칼라 직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이수민(31)씨는 28세 때 직업군인을 그만두고 실리콘 시공 기술자가 됐다. 수민씨는 “군인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서 “현재 수입이 군인 때의 네 배 정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인테리어 분야 기술은 AI도 대체하기 어렵다.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할 수 있고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술직이란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 신호수로 일하는 김상윤(37)씨도 “소위 화이트칼라라고 하면 기업 사무직을 떠올리는데 중소기업은 월급이나 복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 중에는 고소득자가 꽤 있다”고 강조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벼룩시장이 지난해 10월 블루칼라 및 사무직 종사자 1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61.1%는 블루칼라 일자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33.7%)’가 가장 큰 이유다. ●“조직 생활보다 혼자 일하는 게 맞아” 블루칼라는 기술직으로 혼자 일할 때가 많다. 수직적 조직문화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다. 경직되고 보수적인 ‘꼰대문화’를 질색하는 청년들이 이 직업을 선호하는 원인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5년 차 타워크레인 조종사인 진주성(35)씨는 하루 대부분을 45m 상공에서 일한다. 조종석에 한번 올라가면 약 5시간 이상은 지상으로 내려오기 어렵다.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꼬박 반나절 혼자서 크레인을 조종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점을 주성씨는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남과 같이 일하는 것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2년 차 줄눈 시공자 가은서(23)씨는 원래 호텔리어를 꿈꾸던 20대였다. 인하공업전문대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인턴 체험도 했다. 그런데 정장에 구두를 신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줄눈 시공을 하던 형부의 ‘한번 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우연히 업계에 뛰어들었다. 은서씨는 “이제야 몸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아들은 대기업”… 여전한 편견도 물론 블루칼라에 대한 고정관념도 여전하다. 은서씨는 “줄눈 시공을 하러 한 아파트에 갔는데 ‘이거 해서 얼마나 버냐. 우리 아들은 대기업에 다닌다’고 말하던 고객이 있었다”면서 “몸 쓰는 일은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3년 차 배관공인 허진규(30)씨도 “전통적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설 현장 근로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총각이나 가정불화가 많은 가장으로 묘사된다”면서 “실제로 ‘행복한 가정의 기둥’ 같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많다. 다들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세면대 수도꼭지 교체나 욕실 환풍기 수리 등을 하는 주택수리기사로 6년여 동안 일했던 안형선(36)씨는 직업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칼라가 뭐가 중요한가요? 화이트칼라도 블루칼라도 자기 적성에 맞고, 본인이 전문성을 갖고 진심으로 임한다면 모두 좋은 직업이고 전문직 아닐까요.”
  • “남들 시선보다 내가 하고싶은 일”… 우리가 작업복을 입은 이유[청년 블루칼라 리포트]

    “남들 시선보다 내가 하고싶은 일”… 우리가 작업복을 입은 이유[청년 블루칼라 리포트]

    초중고 12년을 거쳐 대학을 나와 사무직으로 일하는 것. 한국 사회에서 으레 ‘안정적인 삶’ 하면 떠올리는 경로입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나와 배관, 도배 등 소위 ‘몸 쓰는 직업’인 블루칼라 직종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유’를 묻습니다. 어쩌면 땀 흘리는 만큼 보상받는 게 좋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는 평생 먹고살 기술을 찾은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칼라 직업을 선택한 청년들은 말합니다.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무슨 일을 하든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요. 서울신문은 남들의 시선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블루칼라가 된 청년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제언을 3회에 걸쳐 담습니다. 17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 있는 한 목공방. 10년 차 목수 이원규(35)씨가 소나무 토막을 자동대패기로 얇게 깎고 있다.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 납품할 전시대를 다듬는 중이다. 은은한 나무 향이 공방에 맴돌았다. “전시대는 마감작업이 제일 중요해요. 갤러리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색을 깔끔하게 입혀야 하거든요.” 목수가 나무 하나하나를 자르고 다듬은 가구는, 공장형 가구가 대체하기 힘든 고유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다. 원규씨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도면을 3D 프로그램으로 직접 그려 재단하고, 손으로 만져가며 나무 결을 다듬는다. 흰 목재 분진이 묻은 작업복을 털며 원규씨가 말한다. “힘든 일이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런데 고객이 만족할 모습을 상상하면 기운이 나요.” 부산대 스포츠과학부를 졸업한 원규씨가 목수의 길을 택한 건 10년 전. 대학 동기들은 운동재활, 체육 강사, 스포츠 관련 기업에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그는 다른 길을 갔다. 내가 주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목수 일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대부분 공방에 이력서를 보냈다. 그중 한 군 데서 연락을 받았다. “교육을 받는대신 무보수였어요. 거의 1년 동안 돈을 못 받았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저한테 정말 맞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해서요.” 가족 중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4년제 대학까지 나와 굳이 힘들게 몸쓰며 밥 벌어먹고 살아야 하냐는 말을 들었다. 10년이 지났다. 이 일에 만족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신혼부부가 침대 프레임 주문을 했어요. 누군가의 첫 가구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게 아직도 설레요. 목수란 직업은 눈에 보이는 완성품이 있고,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제 일에 100% 만족해요.” 명문대 졸업후 농부로…“지구에 도움 되는 일” 정선영(33)씨는 미국 플로리다주 명문 예술·디자인 대학인 링링 예술대학에서 3D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20년 한국에 들어와 강남에서 소위 잘 나가는 게임 광고회사를 4년넘게 다녔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 복지도, 급여도, 분위기도 좋았지만 내 능력을 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선영씨는 1년 전 ‘농부’가 됐다. 충남 홍성 400여평 규모의 땅에서 유기농 호박과 옥수수를 키워 판매한다. ‘블루칼라=3D업종’이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남들 눈보다는 ‘내 취향,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홍성에서 딸기농장을 하고 있던 오빠 도움이 컸다. 지난해 직거래로 50명에게 직접 키운 옥수수를 팔았다. 경운기와 파종기 등 농기계와 농작업 도구들을 잘 사용했더니 그럭저럭 두명으로 농사일을 해냈다. 선영씨는 “이왕이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건강한 흙에서 키운 농작물을 사람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언젠가 자기만의 브랜드를 내세운 농작물을 판매하는 게 꿈이다. 선영씨는 “지금은 ‘작은 밭’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린다”면서 “시골에서도 여자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안내서와 나만의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웬만한 화이트칼라보다 수입도 나아요” 높은 직업적 안정성이나 노력한만큼 버는 수입 등도 청년들이 블루칼라 직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이수민(31)씨는 28살 때 직업군인을 그만두고 실리콘 시공 기술자가 됐다. 그는 “솔직히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고 했다. 수민씨는 “군인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서 “현재 수입이 군인 때보다 네배 정도 된다”고 했다. 기술이 서툴렀던 초반엔 벌이가 시원찮았지만, 지금은 솜씨좋은 이씨를 찾는 전화가 많다고 한다. 수민씨는 “인테리어 분야 기술은 AI도 대체하기 어렵다.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할 수 있고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술직이란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철근공 신호수로 일하는 김상윤(37)씨도 “소위 화이트칼라라고 하면 기업 사무직을 올리는데 중소기업 월급이나 복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 중 고소득자가 꽤 있다”고 강조했다. 스무살에 도배일을 시작한 박서영(20)씨는 “힘든만큼 돈이 들어오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벼룩시장이 지난해 10월 블루칼라 및 사무직 종사자 1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61.1%는가 블루칼라 일자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씨처럼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33.7%)’가 가장 큰 원인이다. 취업난에 선택한 블루칼라가 평생 직장으로 취업난에 블루칼라 직종에서 일하다가 평생 직장으로 삼은 사례도 있다. 이영식(33)씨는 경기도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과를 전공했다. 관련업계 취업을 준비하다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당시 공연예술 산업은 ‘암흑기’였다. 영식씨는 생활비를 벌려고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했던 배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지하2층에서 만난 그는 “펌프로 물을 위로 밀어내면 배관에 공기가 찬다. 공기를 잘 빠지도록 하는게 기술”이라며 “단순 노동이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 가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영식씨는 기술력을 쌓고자 최근 국가기술자격증인 용전산업기사를 딴 데 이어 전기기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조직 생활보다 혼자 일하는게 맞아” 블루칼라는 기술직으로 혼자 일할 때가 많다. 수직적 조직문화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다. 경직되고 보수적인 ‘꼰대문화’를 질색하는 청년들이 이 직업을 선호하는 원인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5년차 타워크레인 조종사인 진주성(35)씨는 하루 대부분을 45m 상공에서 일한다. 조종석에 한번 올라가면 약 5시간 이상은 지상으로 내려오기 어렵다.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꼬박 반나절 혼자서 크레인을 조종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점을 주성씨는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남과 같이 일하는 것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2년차 줄눈시공자 가은서(23)씨는 원래 호텔리어를 꿈꾸던 20대였다. 인하공업전문대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인턴 체험도 했다. 그런데 정장에 구두를 신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불편하게 느꼈다. 우연히 줄눈 시공을 하던 형부가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은서씨는 “이제 몸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아들 대기업 다니는데”…여전한 편견도 물론 블루칼라에 대한 고정관념도 여전하다. 은서씨는 “줄눈 시공을 하러 한 아파트에 갔는데 ‘이거 해서 얼마나 버냐, 우리 아들은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는 말하던 고객이 있었다”면서 “몸쓰는 일은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3년차 배관공인 허진규(30)씨도 “전통적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설현장 근로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총각이나 가정 불화가 많은 가장으로 묘사된다”면서 “실제로 ‘행복한 가정의 기둥’ 같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많다. 다들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세면대 수도꼭지 교체나, 욕실 환풍기 수리 등을 하는 주택수리기사로 6년여동안 일했던 안형선(36)씨는 직업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칼라가 뭐가 중요한가요? 화이트칼라도 블루칼라도 자기 적성에 맞고, 본인이 전문성을 갖고 진심으로 임한다면 모두 좋은 직업이고 전문직 아닐까요.”
  • [씨줄날줄] ‘금배지 농부님’들

    [씨줄날줄] ‘금배지 농부님’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어제 발표한 22대 국회의원 농지 소유 현황을 보면 놀랍다. 의원 300명 중 67명이 총 26㏊, 약 143억원 규모의 농지를 소유한 것. 이 가운데 18명이 농지 관련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소속된 것도 놀랍다. 이해충돌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해충돌 논란이 전부가 아니다. 농지에 외지인이 개입되면 파급효과는 심각하게 커질 수 있다. 아파트나 상가는 소유자가 누구든 부동산의 기능에 큰 변화가 없지만, 농지는 다르다. 소유자와 경작자가 분리되는 순간 땅의 기능이 왜곡된다. 농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투자자가 지방 농지를 사들이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부작용과 문제를 일으킨다. 땅을 몇 년간 방치해 농지 기능을 상실시킨 후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수법, 주말농장 명목으로 취득한 뒤 실제로는 개발 대기용 부동산으로 활용하는 편법, 농막을 지어 사실상 주말별장으로 이용하는 탈법, 실제 농업 활동 없이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는 행태. 이런 다양한 일탈이 이어진다. 순수한 의도로 농지를 취득했다가 바빠서 농사를 짓지 못했는지, 애초에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사 놓고는 방치한 것인지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평당 50만원이 넘는 알짜 농지를 소유한 의원이 12명이나 됐다. 이들은 어쩌다 보니 좋은 땅을 사게 됐을까. 애초에 개발 호재를 기대했거나 개발을 유도했을까. “정계 은퇴 후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샀다는 해명들을 의심 없이 믿어 주기는 쉽지 않다. 국회의원 10명 중 2명 이상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묵과할 문제는 아니다. 농지법 위반 정황이 의심되는 의원만도 7명이라고 경실련은 꼬집었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할 일이다. 농지를 소유했다면 적어도 이해충돌 우려가 큰 국토위, 농해수위 등의 상임위에라도 접근을 못 하게 울타리라도 쳐야 하지 않겠나. 국회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 습도·농약 자동 조절… 가장 비싼 포도 키우는 ‘팜스토리’ [K 스마트팜, FTA 파고를 넘다]

    습도·농약 자동 조절… 가장 비싼 포도 키우는 ‘팜스토리’ [K 스마트팜, FTA 파고를 넘다]

    축구장 두 배 면적 포도 300종 키워농장 곳곳 센서 설치 정보 한 눈에무인방제기가 알아서 물까지 뿌려하루 만에 모든 나무에 농약 척척노동력은 줄이고 품질은 높이고시중 가격 3배… 한송이 7만 5000원자유무역협정(FTA)의 시대, 농산물 시장 개방이란 파고를 넘어설 대안으로 ‘K 스마트팜’이 주목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이 농축산물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해소를 압박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현장에선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기반의 고효율 디지털 농업이 농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시장개방과 이상기후,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제가 기르는 포도가 한국에서 가장 비쌉니다. 스마트팜에서 길러 맛과 품질이 뛰어나거든요” 축구장 두 배가 넘는 면적의 스마트팜에서 300여종의 포도나무를 키우는 경기 화성시 송산포도 팜스토리의 이완용(53) 대표는 16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포도농장 내부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방풍팬 덕에 무더위 속 비닐하우스임에도 바깥보다 서늘했다. 농장 곳곳엔 온습도·이산화탄소·일사량 측정기 등 10개 센서가 설치돼 있었고, 수집된 정보는 키오스크에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1993년 포도 농사를 시작한 이 대표는 10년 전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을 제대로 하려면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처음엔 정보가 부족했다”며 “7~8년 데이터를 분석한 뒤 ‘스마트파머’가 된 이후부터 어떤 환경에서 꽃이 잘 피고 포도가 맛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팜스토리 같은 스마트팜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전국 온실 5만 5000㏊ 중 16%를 차지하는 스마트팜 비율을 2029년까지 35%로 늘리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스마트 농산업 선도기업을 2029년까지 120곳 육성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이 이상기후, 노동력 감소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노동력 부족 걱정을 덜었다. 일반 농가에선 2명이 조를 이뤄 하루에 5000㎡(약 1500평)에 농약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무인자율방제기’를 들인 이후 하루 만에 모든 나무에 물이나 농약을 뿌릴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포도 농장은 습도가 가장 중요한데 무인방제기가 물을 분사하고, 방풍팬이 회전하며 적재적소에 습기를 불어넣는다”고 했다. 가장 큰 성과는 ‘수익’이다. 팜스토리는 다른 농가보다 2개월가량 이른 7월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추석 전후로 공급이 몰려 제값을 못 받는 일이 사라졌다. 또 양질의 생육 환경이 조성돼 중량이 늘고 품질도 좋아졌다. 그 결과 팜스토리는 시중보다 3배가량 높은 가격에 포도를 팔수 있게 됐다. 백화점에선 한 송이에 7만 5000원에 팔리는 포도도 있다. 팜스토리에 스마트농업 시스템을 공급한 기업 ‘파모스’와의 협업도 중요했다. 이 대표는 “파모스와 월별 생육 프로그램을 짜면서 스마트팜 완성도를 높여왔다”고 했다. 이세용 파모스 대표는 “파모스의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의 과일은 당도가 평균 1브릭스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 국회의원 67명이 농지 소유…경실련 “18명은 이해충돌 가능성”

    국회의원 67명이 농지 소유…경실련 “18명은 이해충돌 가능성”

    제22대 국회의원 67명(배우자 포함)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헌법상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의 경우 이해충돌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국회의원들의 농지소유 현황’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정기재산공시 기준 국회의원 300명 및 배우자의 농지 소유 현황을 분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회의원 중 농지를 소유한 이들은 모두 67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은 1만㎡(약 3000평)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농지법에 따르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해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상속 농지 중 1만㎡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경실련은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중 18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실련은 “국토 개발과 농지 보전 이용 등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인 만큼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농지를 소유한 이들 중 농지 규제 완화 관련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있다”며 “위원 배정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농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국가의 식량주권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국회의원 농지소유 관리 강화 및 이해충돌 방지 ▲농지 전수조사 실시 및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 주민 1인당 월 10만원 지급… 실험대 오른 ‘전북형 농촌기본소득’

    주민 1인당 월 10만원 지급… 실험대 오른 ‘전북형 농촌기본소득’

    농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지급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북도는 내년부터 3년간 총 579억원을 투입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7개 군에서 각 1개 면을 선택해 농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고 실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급 대상은 약 1만 6100명이 예상되며 연간 12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기본소득제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심의회를 거쳐야 해 도는 지난 3월 신청서를 내고 협의하고 있다. 이후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오는 25일 전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조례가 통과하면 내년부터 농촌기본소득이 지급된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지난 2022년 경기 연천군이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북과 전남 등 광역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에 뛰어들었다. 전남에선 올해 3월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했다. 지급 대상 지역은 영광과 곡성 등 2곳, 지급액은 1인당 연간 50만원씩이다. 시범운영 기간은 올해부터 2년간이다. 농촌기본소득은 농사만으로는 살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생산하는 농민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전북을 찾아 “인당 월 15만~20만원 정도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체 시군에 지원되는 게 아니다 보니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또 에너지 연금 등 자체 재원을 마련하고 국가정책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본소득 정책이 지방소멸의 원론적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연천군 청산면 인구는 사업 첫해 322명 늘며 4200명을 넘겼지만 이후 다시 감소, 지난달 기준 4011명을 기록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촌기본소득은 불리한 여건에 있는 농촌 주민들에 대한 보상, 즉 농촌 거주 수당 개념으로 봐야 한다”면서 “연천군은 인구가 줄었지만, 감소율이 국내 평균보다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은 도시보다 2인 가구 기준 1인 생활비가 25만 9000원이 적은데 이는 수입이 적고 열악한 인프라 차이 때문”이라면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농촌기본소득 금액과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동률의 정원일기] 감자 농사, 폭삭 망했수다

    [김동률의 정원일기] 감자 농사, 폭삭 망했수다

    늦봄에 심는 하지감자는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에는 수확해야 한다. 장마철이 지나면 알은 조금 커지지만 습기로 물러진다. 텃밭 농사는 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맘이 많이 설렌다. 잠까지 설쳤다. 감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다. 알려진 요리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감자를 캐다 보면 땅이 얼마나 신비한지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땅은 투자의 대상이지만 땅만큼 정직한 존재도 없다. 감자 농사는 잘하면 스무 배 장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생산성이 좋다는 의미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지난 주말 목장갑을 끼고 본격적인 감자 캐기에 나섰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한다. 감자밭에는 지렁이가 엄청나다. 여기저기 꿈틀거린다. 기겁한다. 일찌감치 귀촌한 시인 고진하 목사는 지렁이를 두고 경배의 대상이라고 했다. 지구의 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지렁이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렁이 덕분에 박토가 옥토가 되고 비료가 없어도 식물들이 잘 자라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집 감자밭에는 이 논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지렁이도 꽤 눈에 띄고 어렵게 구해 온 쇠똥 퇴비도 열심히 줬지만 땅을 파 보니 결과는 초라했다. 생수병 뚜껑만 한 알감자가 도합 서른 개 남짓, 튼실한 감자는 스무 개를 조금 넘었다. 그나마도 일부는 햇빛에 노출됐는지 초록색이었다. 수확물 사진을 찍어 씨감자를 보내온 후배에게 전했더니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 같은 씨감자를 심었는데 양평 후배가 보내온 사진 속 감자는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양쯔강 남쪽의 귤을 강북 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가 생각난다. 나름 엄청 노력했는데 많이 허탈하다. 내년 봄에 감자를 심어야 할지 회의까지 든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텃밭 농사다. 지난해에도 고추는 탄저병이 들고 잎채소도 다 녹아내렸다. 낙담한 나를 위로한다고 아내가 저녁 식탁에 감자전을 부쳤다. 감자를 얇게 채 썰어 청양고추, 후추를 더해 만든 전은 첫 감자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재배에 실패한 내게 위로가 돼 준다. 이처럼 텃밭 농사는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터, 내년 봄을 기약하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 ‘왕수박샷’ 올린 정청래… “수박 노노, 전대는 축제처럼”

    ‘왕수박샷’ 올린 정청래… “수박 노노, 전대는 축제처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60) 후보는 13일 왕수박을 든 사진과 함께 “수박 노노”라는 글을 통해 “(8·2) 전당대회는 축제처럼 웃으며 즐기며 하자”고 했다. 일부 당원이 정 후보를 향해 ‘수박’이라고 비판한 것을 재치 있게 받아친 것이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으로, 비명(비이재명)계를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 후보는 이날 ‘더운 여름날엔 왕수박이 최고죠’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 “(2016년) 총선이 끝나고 허탈했다. 지원유세 다닐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전직 국회의원이 돼 출근할 사무실이 없었다. 그래서 텃밭에 가서 농사를 열심히 짓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어 “가장 키우기 어려운 게 수박이다. 수박 농사는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몇 배가 더 크다. 수박 농사가 잘되면 10㎏짜리도 나오고, 왕수박은 12㎏짜리도 나온다. 제가 딱 한 번 왕수박 12㎏을 생산한 적이 있다”고 적었다. 정 후보는 또 “사진에서 들고 있는 저 왕수박이 12㎏짜리이고, 저때 수박 농사를 딱 한 번 성공했고 그 이후로는 대체로 실패했다. 제 수박 농사 경험으로 볼 때 왕수박은 정말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인지 모를 출처불명한 곳에서 아직도 저 보고 왕수박이라고 한다면 제가 수박 농사 지어 봐서 잘 안다. 왕수박 농사도 어렵고 왕수박이 되는 것도 정말 어렵다. 그 어려운 왕수박의 길을 제가 왜 걷겠나”라며 “수박 노노”라고 했다. 정 후보는 이날 제주4·3평화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뒤 제주·서귀포 핵심 당원 간담회를 차례로 가지는 등 하루 종일 제주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에는 첫 순회 경선(오는 19일)이 예정된 충청권을 찾아 “충남 금산 출신, ‘충청의 아들’ 정청래가 고향 발전을 위해 잘하겠다”며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페이스북에 ‘현장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선출직평가위원회 더 공정하게 운영’, ‘당대표 직속 민원실 개설’, ‘국가보훈정책특위·장애인국 신설’ 등의 글을 올리며 당심 확보에 나섰다.
  • 보은서 농사일 하던 60대 농업용 드론에 중상

    보은서 농사일 하던 60대 농업용 드론에 중상

    충북 보은에서 60대가 농업용 드론을 다루다 중상을 입었다. 11일 오전 7시 45분쯤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드론을 이용해 작업을 하던 A(60대)씨가 고속 회전 날개에 크게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이날 농업용 드론으로 논에 농약을 뿌리던 중 실수로 작동 중인 날개 부분에 손을 댔다가 사고를 당했다. 손가락 2개가 절단되고 팔과 어깨도 크게 다쳤다. 손가락 한 개는 찾아 급히 병원에 전달했지만 나머지 손가락 하나는 3시간째 수색 중이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서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은 날개가 길고 날카로워 작동될 때는 칼날과 같다”면서 “작동법 등을 숙지한 뒤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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