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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내 아들은 농부예요”/최동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기고] “내 아들은 농부예요”/최동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어느 TV 방송에서 ‘미국 농부 조엘의 혁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조엘은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과학적이고 생산적인 농장인 폴리페이스 농장을 경영하는 농장주이다. 농업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실천하는 일에 열정이 넘치는 조엘은 “머리 좋은 젊은이들이 공기, 땅, 물을 책임지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상품투자 전문가인 미국의 짐 로저스는 “앞으로 20~30년간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농업은 나노공학이나 우주산업처럼 미래를 여는 열쇠다.”라면서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역설했다. 로저스나 사르코지가 본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 세계가 농업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 식물공장이나 동식물을 이용한 천연 식의약 소재 개발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 농업은 어떠한가? 지난 30년 동안 농업 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농업 비중은 2009년 2.2%에 이르도록 줄어들었다. 농가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6.8%에 이르는 터에 고령화 비율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식품의 무역적자도 10년 전보다 4.7배나 급증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농업이 갖는 부정적 요소를 들여다보면 희망이 없고 성장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이 가진 희망적 요소를 활용하며 발상을 과감히 바꾼다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미래 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건강 기능성 식의약 소재 개발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과 체험, 휴양, 예술까지 결합한 문화산업이자 지식기반산업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도시농업의 활성화가 그 좋은 증거다. 다음은, 농업의 주체인 농업인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방책이 마련되고 있다. 즉, 농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배려와 국가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농업인 스스로 세계를 무대로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진취적인 사고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수출농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징표이다. 특히 우리 농업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소규모 가족농이 성공적인 농업경영체(强小農)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강구하는 한편으로 세계를 향한 농업인 공동체로서 의식을 결집해 나가고 있음이다. “아이의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내 아들은 농부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미국 농부 조엘의 꿈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농업도 대를 이어가는 업종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농촌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은 자신의 영농승계자를 가진 농업인이다. 한국농림수산대학 재학생의 80%가 그들의 자녀다. 대한민국 농업의 희망을 읽는다.
  • CSI 요원처럼… 매일 밤 200여 품목 농약 검사

    CSI 요원처럼… 매일 밤 200여 품목 농약 검사

    서울 초·중·고교에 친환경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친환경유통센터가 문을 연 지 1년 만에 총 학교급식의 40%를 담당하며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오는 20일 400곳의 학교 급식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제2센터(건축면적 3861㎡)가 본격 가동된다. 14일 오후 8시 외발산동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친환경유통센터 직원 70여명은 보통 사람들과 반대로 이때가 출근시간이다. 자녀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만큼 긴장의 눈빛이 엿보인다. 친환경유통센터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식재료 공급에 있다. 센터는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과 신뢰도를 쌓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추천과 심의회 적격성 심사를 통해 친환경 공급업체 4개 산지를 선정했다. 전남 나주 자연과 농부들, 제주 느영나영 영농조합, 김해 친환경영농조합, 대전농협중앙회 등이다. 이들 업체로부터 조달되는 품목만 250여개. 기존 생산자→산지유통인→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직판상인(소매상인)→납품업체→학교로 이어지던 유통과정을 생산자→서울친환경유통센터→학교 3단계로 대폭 축소했다. 오후 3~4시 생산지에서 출발한 트럭은 최소한 오후 10시가 될 무렵 센터에 도착한다. 친환경 브랜드 제품을 실은 2.5~4.5t 트럭이다. 식재료는 곧장 초등학교 389곳 등 모두 514곳의 학교 팻말이 걸린 검수실에 입고된다. 짙은 남청색 작업복 차림의 인력 15명이 품질과 인증번호를 확인하는 검품·검수작업에 돌입한다. 각 식재료의 바코드를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찍으면 납품학교, 품목을 확인하는가 하면 품질관리사이트에 들어가 도착한 물건의 인증번호와 생산자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여부도 꼼꼼히 살핀다. 체크하는 데만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무엇보다 검수실은 농산물이 상하지 않도록 항상 섭씨 10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여름에도 작업실 직원들은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다. 자정을 넘기고 새벽 1시 일반 농산물을 실은 트럭이 하나둘씩 도착한다. 아무래도 일반 농산물은 친환경 브랜드 물품에 비해 잔류농약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센터에선 친환경 농산물이 60~70%를, 일반 농산물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새벽 2시 깐깐한 검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국드라마 CSI(과학수사대) 요원들을 연상시키는 하얀 가운을 입은 안전성 검사요원 3명이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2층 검사실에서 내려온다. 하루평균 200~250개 샘플을 채취해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검수실은 그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바삐 움직인다. 안전성 검사는 속성검사와 정밀검사 두 가지가 있다. 속성검사는 40여종의 잔류농약성분을 밝혀낼 수 있다. 이희훈(37) 대리는 “지난해 1만 5000여건을 검사했지만 농약성분이 추출된 것은 4건에 불과했다.”고 안심시킨다. 이날은 108개 품목의 샘플을 채취해 안전성 검사에 들어갔다. 샘플이 많은 날은 250개에 이를 때도 있다. 하지만 샘플이 적어 일찍 작업이 끝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간다. 새벽 4시쯤 쪽파에서 양성반응이 덜컥 나와 버린 것이다. 3명의 요원들은 급박하게 재검사에 돌입했다. 배송차에 물품을 싣고 떠나기 30분 전으로 촉각을 다투는 시각이었다.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모두가 검사에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20여분 지났을까. 다행히 재검에서 정상수치가 나왔다고 판명됐다.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만약 재검서도 양성판정을 받았다면 당장 유통을 중지시키고 대체 농산물을 즉시 구입해야 하는 긴급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검수실에 배송해도 좋다고 통보한 시간은 오전 5시. 어느새 창밖은 어슴푸레 동이 트고 있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9) 동물에 관한 진실 같은 오해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9) 동물에 관한 진실 같은 오해

    몇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 ‘혁신’ 관련 강연이 홍수를 이룬 적이 있었다. 당시에 강사들이 자주 예로 든 것이 솔개였다. 솔개는 40년을 산 후 깊은 산속 절벽으로 들어가 부리와 발톱을 모두 바위에 갈아 뽑아 버리는데, 그 고통의 세월을 참고 이기면 다시 새 부리와 발톱이 나 그 후 40년을 더 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감동적이었지만 그게 정말인지 의문이 들었다. 인터넷이고 서적이고 다 뒤져 보았지만 솔개는 그저 40년의 꽤 오랜 수명을 사는 새로만 되어 있었다. 이솝우화 같은, 그저 하나의 현대식 우화일 뿐이었는데 사실처럼 믿고 이야기하는 강사들을 보며 답답해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TV광고 중에 백조가 물 위에서 열심히 발을 젓다가 멈추면 물속으로 쑥 빠지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 있다. 겉으로 편하게 보여도 안으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할 때 오리나 백조가 물속에서 발 젓는 것을 예로 든다. 그게 정말일까? 오리들은 대부분 물 위에 둥둥 떠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공기가 찬 깃털, 부레와 같은 기낭, 함기골(공기가 들어있는 뼈) 조직 등으로 몸이 저절로 떠 있는 것이다. 교훈의 내용은 좋지만 사례 자체는 사실과 다른 셈이다.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많은 이들은 청설모를 외래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본 청설모는 거의 나무 위에서 사는 겁쟁이들이고, 주로 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 청설모가 사는 곳에 다람쥐도 함께 사는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나무 위와 나무 아래로, 서로 사는 영역이 달라 별다른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오해는 왜 생겨났을까? 자료를 뒤져 보니 1980년대 어느 인기 소설가가 청설모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 과수 농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소설에 옮긴 게 발단인 듯했다. 청설모는 외래종이 아니다. 오히려 다람쥐보다 더한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청설모의 영문 이름도 ‘코리안 스쿼럴’(한국 다람쥐)이다. 예전에는 털이 붓의 주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다람쥐의 진짜 적은 1960~70년대 수출을 위해 한 해에 30만 마리를 포획한 인간들이었다. 요즘엔 여름 철새인 뻐꾸기 소리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뻐꾸기는 탁란(托卵)하는 새로 유명하다. 주로 자기보다 훨씬 작은 멧새 등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놓고 잘 키우는지 아닌지 주변에서 감시까지 한다. 그런데 유명한 가요 제목으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있다. 새들은 대개 하늘을 지붕 삼고 나무 위를 잠자리 삼아 자유롭게 살다가 새끼를 키울 때쯤 둥지를 애써 만든다. 그런데 왜 하필 탁란을 하는 뻐꾸기를 소재로 삼았을까 싶다. 둥지를 잘 만드는 까치 같은 평범한 새들을 놔두고 말이다. 하지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래 제목과 같은 이름의 미국 소설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미국 뻐꾸기는 많은 수가 자기 둥지를 짓는다고 한다. 글 사진 광주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동물이야기]백조의 노력? 진실을 말해주마

    [동물이야기]백조의 노력? 진실을 말해주마

     몇 년 전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하도 혁신, 혁신 하다 보니 어디 강연마다 가면 혁신강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강사마다 꼭 예로 드는 것이 솔개였다. 솔개는 생후 40년을 산 후에 어느 깊은 절벽으로 들어가 부리와 발톱을 모두 바위에 갈아서 뽑아 버린 후 그 고통의 세월을 참고 이기면 다시 새 부리와 발톱이 돋아서 그 후 40년을 더 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듣기에 매우 솔깃하고 감동적이었지만 정말인지 회의가 들었다. 집에 가서 인터넷이고 각종 서적이고 뒤질 건 다 뒤져보았지만 솔개는 그저 40년의 꽤 오랜 수명을 사는 걸로만 되어있었다. 그냥 이솝우화 같은 하나의 현대식 우화 일뿐이었는데 마치 사실처럼 믿고 이야기하는 강사들이 그 당시 늘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TV광고 중 하나가 백조가 물위에서 열심히 발질을 하다가 멈추면 물로 쑥 빠지는 것이다. 흔히 교훈적인 이야기로, 바깥으론 편하게 보여도 안으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예로 바로 이 백조(오리)의 발질을 든다. 그런데 그게 정말일까?  나는 동물원에 사는 백조들과 떠다니는 물새들을 잘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오리발들이 가만히 둥둥 떠 있을 때는 가만히 있었다. 방수복과 같은 공기가 찬 깃털과 몸 안의 부레와 같은 기낭과 함기골(공기가 들어있는 뼈) 조직으로 인해 몸이 저절로 떠 있는 것이었다. 교훈내용과 예로 든 동물은 참 좋은데 약간 주소가 빗나간 것이다.  청솔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청솔모를 외래종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본 청솔모는 거의 나무 위에서 사는 겁쟁이들이고 나무 열매를 주로 먹고살며 산책길에 심심치 않게 보는 자연의 벗들이었다. 그리고 다람쥐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요즘에야 주로 참나무 군락이 많은 산에서 바위틈 같은데서 쪼르륵 달려가는 게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개 청솔모가 사는 곳에 다람쥐도 겹쳐 산다. 서로 나무 위와 아래라는 영역권이 달라 별다른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오해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료를 여러 가지 뒤져보니 80년대 어느 인기 소설가가 청솔모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 과수농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소설에 옮긴 게 기화가 된 것 같았다. 소위 진실분명의 유행 이야기 탄생이었다. 청솔모는 외래종도 아니다. 오히려 다람쥐보다 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청솔모의 영명도 ‘코리안스쿼럴’이다. 예전에 붓의 주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다람쥐의 진짜 적은 60~70년대 수출용으로 한해에 30만 마리를 포획한 인간들이었다.  요즘 한 여름인지라 여름 철새인 뻐꾸기 소리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뻐꾸기는 탁란하는 새로 유명하다. 주로 자기보다 훨씬 작은 멧새 같은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놓고 잘 키우는지 아닌지 주변에서 감시까지 한다. 그러다 그 대리모가 자기 알을 잘 돌보지 않으면 응징까지 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명한 우리나라 가수의 노래 제목이 바로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이다. 새들은 대개 하늘을 지붕 삼고 나무 위를 잠자리 삼아 자유롭게 살다가 새끼를 키울 때쯤 둥지를 애써 만든다. 둥지는 단지 새끼들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말고 적으로부터 차단하며 체온을 지켜주는 일시적인 조립 주택일 뿐이다. 그런데 탁란까지 하는 뻐꾸기가 왜 무슨 이유로 둥지를 만들었을까? 혹시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특이한 뻐꾸기라도 보았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생물학이란 게 본시 워낙 예외가 많은 학문이니까. 원래 그 제목과 같은 동명의 미국소설이 있다. 미국 뻐꾸기는 많은 종류가 자기 둥지를 짓는다고 한다. 왜 하필 그 둥지를 잘 만드는 까치 같은 평범한 많은 새들 놔두고 꼭 뻐꾸기를 골랐을까? 글·사진 광주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lovnat@hanmail.net
  • [기고] 등록금 문제 시위로 풀 일 아니다/정재학 시인·IPF국제방송 편집위원

    [기고] 등록금 문제 시위로 풀 일 아니다/정재학 시인·IPF국제방송 편집위원

    1970년대에는 대다수 농촌 사람들이 소를 팔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대학을 졸업한 어떤 이는 판사가 되고 누군가는 의사가 되어, 일약 그 집안은 농부의 집에서 판사님 또는 의사님네 집으로 격상하였다. 당시 소는 곧 등록금이었고 그래서 당시 대학을 말할 때, 고매한 지성이 양성되는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기도 했다. 필자는 작금에 벌어지는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의 반값 등록금 시위를 지켜보며 감회에 젖어 있다. 물론 비싼 등록금에 허리가 휘어지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은 기말고사 중이다. 공부하지 않는 지성은 없다. 정부는 B학점 이상 받은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주는 방식을 택하려 하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공부하는 학생을 도와야 한다. 그 학생들은 지금 도서관에 있을 것이고, 그들은 훌륭한 미래의 목적과 꿈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반값 등록금은 무상급식과 무상의료의 연장선상에 있는 주장이다. 지성은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합당한 노동에 합당한 보수가 지급되는 현상을 우리는 정의라 부른다. 지금 한대련의 반값 등록금 시위집회에 대해 또 다른 대학생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 학생들은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 기본 바탕을 무시한 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만 함몰되어 사회 질서와 안정을 외면하는 한대련은 결코 온당한 지성인의 표본이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대학생의 부끄러움이다.’ 관련 법률을 어기며 집회시위를 진행하는 대학생들은 지성인일 수 없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 시위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물론 정치인들이 합류하고 연예인들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순수한 대학생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지닌 세력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경제수준에 비해 높게 책정되어 가계 부담이 크긴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이 지금의 정부에만 있는 양 몰아 가는 데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1989년 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등록금이 본격 인상되기 시작하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물가상승률의 3~5배까지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현재의 비싼 등록금 구조는 어찌 보면 지난 정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도 나름대로 등록금이 비싼 근본적 원인 진단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비싼 등록금의 원인을 찾아 거품을 빼는 것이 필요함에도, 문제해결에 협력하기보다는 재원조달 대책도 없는 무차별적 등록금 지원 약속으로 국민들을 선동해 장밋빛 금전 수혜의 기대감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이 무상 등록금 정책에 주력하다가 재정난에 봉착하고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골탑으로 불리던 대학, 그리고 이제는 부모의 허리가 휘어지게 하는 상아탑이 된 대학. 이 대학생 자녀들을 기르고자 허리가 휘어지는 부모님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합리적 해결책 마련의 노력 없이 이들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아프게 기르는 자식들인데, 이 귀한 자식들을 기말고사를 보지 못하게 하면서 거리로 내보내려 하는가.
  • [하프타임]

    노승열·강성훈 US오픈 출전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인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이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노승열은 7일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US오픈 예선 대회 36홀 경기에서 총 12언더파 132타를 쳐 1위에 올랐다. 32명 중 상위 2명에게 본선 출전권이 주어졌다. 강성훈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끝난 지역 예선에서 합계 12언더파 132타를 기록해 공동 1위로 본선에 나간다. US오픈은 16일부터 나흘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41·SK텔레콤)와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9·KB금융그룹), 지난해 일본프로골프(JGTO) 상금왕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 등도 출전한다. 올림픽뉴스 매체 “뮌헨, 평창 앞서” 올림픽 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인 ‘어라운드 더 링스’(ATR)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독일 뮌헨이 가장 앞섰다고 7일 보도했다. ATR은 자체적으로 11개 항목에 걸쳐 평가한 결과 뮌헨이 83점으로 가장 높았고 평창은 79점, 프랑스 안시는 69점에 그쳤다고 전했다. ATR은 최근 뮌헨이 알파인스키장 건설 지역의 농부들과 토지 수용 문제에 합의하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추신수 3경기 만에 안타 추신수(29·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3경기 만에 안타를 때렸다. 추신수는 7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239를 지켰다. 클리블랜드는 4-6으로 지면서 5연패에 빠졌다. 한·일 女축구 A매치 22명 확정 일본 여자 프로축구 아이낙 고베의 지소연과 권은솜이 일본과의 친선경기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8일 일본과의 A매치에 참가할 여자 국가대표 22명을 7일 발표했다. 리그 일정 때문에 5월 소집 때 빠졌던 간판 공격수 지소연과 권은솜이 각각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합류했다. 전가을(현대제철)과 이장미, 차연희(이상 고양대교), 유영아(부산상무) 등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합작했던 실업 간판 선수들은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대표팀 중 지소연과 권은솜 외에 김나래(수원시설관리공단), 박희영(고양대교), 이현영(충남일화), 임선주(현대제철)가 포함됐다. 대표팀은 16일 일본 에히메로 떠난다.
  • 행복에도 지름길 있나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2003)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날 게다. 번잡하고 힘든 일들은 브루스(짐 캐리)에게 맡겨 두고 휘휘 휴가를 떠나던 신(모건 프리먼) 말이다. 전지전능한 신조차 늘 행복하지는 않은 듯하다. 신의 권능을 물려 받은 브루스가 “내 뜻대로 될지어다.”(My Will Be Done)라고 자신 있게 읊조렸어도, 정작 그가 행복해진 건 신의 권능 때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신조차 그런데 장삼이사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저마다 어려움을 달고 사는 세상. 행복해지는 법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 외엔. ‘행복하게 사는 법’(박완서 외 21명 지음, 숙란문인회 엮음, 연암서가 펴냄)은 여류 문인들의 행복에 관한 단상들을 모은 작품선이다.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어릴 적 이야기와 학창 시절, 현장을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 그리고 나이듦 등을 소재로 쓴 글들을 빚어 묶었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살아온 삶의 편린들이 담백하게 녹아 있다. 한혜숙은 레인 마니아 편에서 “나는 비오는 날은 어머니 자궁 속 양수에 떠 있는 것 같이 편안해 진다.”고 했다. 그런데 수확철, 한 줌 햇살에 목말라 하는 농부들도 그럴까. 결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하고 우아한 행복이란 없다고 봐야 한다. 고(故) 박완서를 행복하게 해준 건 “사랑 받은 기억”이었다. 산골 벽촌에서 태어나 아버지 없는 결손 가정에서 자라난 그에게 세상은 부족한 것 천지였다. 넉넉한 것이라고는 사랑밖에 없었다. 칭찬 받고 귀염 받은 기억, 그게 “이른 새벽 잠 달아난 늙은이의 마음을 한없이 행복하게 해 줬다.”(‘행복하게 사는 법’)고 그는 회고했다.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 혹은 행복으로의 지름길을 일러 주지는 않는다. 되레 ‘너 자신의 행복을 알라.’는 주문이 많다. 정연희의 ‘새와 꽃의 살림살이’가 의미심장하다. “꽃은 저 혼자 피고 저 혼자 시든다. 그냥 저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구의 열광과 찬사와 갈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저의 때를 따라 제 삶을 살 뿐이다. 새는 저의 지저귐이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는 것을 모른다. 꽃은 저의 자태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누구에게 들려줄 일이 없는 새 소리는 그래서 영원과 이어지고, 누구의 눈에 띄기를 바라는 일이 없는 꽃은 그래서 황홀하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얘기다. 당신만 그걸 모를 뿐.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1억원대 ‘천종산삼’ 심봤다

    1억원대 ‘천종산삼’ 심봤다

    경기 가평에서 100살 이상 된 ‘천종산삼’이 발견됐다. 화악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 이원규씨는 지난 22일 마을 뒷산에 올랐다가 산삼을 발견했다. 천종산삼이란 산삼 중에서도 최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감정가로만 무려 1억원을 호가한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천종산삼은 두 뿌리로, 큰 것은 딸(열매)에서 미(뿌리)까지 길이가 1m가 넘고 무게는 75g(2냥)이나 돼 크기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또 작은 것은 뿌리가 두 개인 ‘쌍대 노두’로 양쪽 노두 모두 길이가 무려 10cm가 넘는, 보기 드문 형태의 천종산삼이다. 발견 당시 감정을 했던 한국 산삼감정원 이민홍 원장은 “이런 종류의 천종산삼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채취된 산삼 중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수십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희귀종이다.”라고 평가했다. 산삼을 캔 이씨는 “희귀 산삼인 만큼 일반인에게도 모습을 공개하고, 공개 경매를 통해 판매한 뒤 수익금은 현재 모시고 사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빌 게이츠 “빈곤국 농업개혁 돕자”

    미국의 공교육 개혁에 앞장서 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이번에는 “부국들이 세계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 분야에 투자하면 기아와 식료품 값 폭등, 식량안보 문제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이츠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개도국 농업 포럼’에 참석해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구촌의 최빈곤층 가운데 4분의3가량이 작은 농장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선진적 과학 기술이 농업 연구의 질을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부인과 함께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17억 달러(약 1조 8700억원)를 농업개발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이 자금 가운데 9억달러는 아프리카 12개국과 아시아 4개국 등에 지원된다. 게이츠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몇 해 안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농업 생산량을 각각 현재의 3배와 2배가량 끌어올릴 계획이다. 게이츠는 “아프리카의 농업 생산성을 유럽이나 미국의 3분의2 수준으로만 향상시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를 통해 전 세계 농업생산량이 많아지면 곡물가 폭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미 공교육 체질 개선을 위해 향후 5~6년간 35억 달러(약 3조 8395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교육개혁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2)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2)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봄볕 짙어지면 농부는 한 해 농사를 위해 논밭으로 나선다. 싹 틔운 볍씨를 가지런히 세운 모판을 경운기에 잔뜩 싣고 논으로 향하던 농부는 마을 어귀의 나무 앞에 잠시 멈춰 선다. 올해 농사가 잘될지를 가늠하기 위해 농부는 환하게 꽃 피운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를 띠운다. 나무에 꽃이 잘 피어나면 풍년이 든다는 오래된 믿음에 기댄 미소다. 쌀밥처럼 온 가지 위에 하얀 꽃을 수북이 피워 올린 이팝나무를 바라보다가 덜커덕거리는 경운기 엔진을 끄고 농부는 뒷주머니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꼬깃꼬깃한 종잇장을 꺼내든다. 농부는 흙 묻은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이팝나무의 오월 꽃 소식을 먼 도시로 전한다. ●농부가 전해주는 이팝나무 화신 전남 순천시 승주읍 평중리 평지마을 농부 이순옥(69)씨가 전화로 전해 준 이팝나무의 개화 소식을 받고는 부리나케 평중리 이팝나무를 찾아 나섰다. 바로 건너 마을인 낙안면에서 나고 자란 시인 최인서(36)씨가 고향길 나무 답사에 동행했다. 이팝나무는 오월에 보름 남짓 동안 넉넉하게 꽃을 피우는 느긋한 나무이거늘, 절정의 개화 순간을 맞추어 찾아보는 건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농부의 화신(花信)은 언제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농부 이씨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 늦은 봄이다. 답사 날짜가 예년의 개화 시기보다 조금 늦었다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평지마을을 찾았다. 아직 여름이라 할 수 없는 봄날이었지만, 나무는 이미 낙화를 마친 뒤였다. 낙심한 표정으로 나무 앞에 서 있다가, 마침 논을 갈러 나온 이씨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꽃잎 떨어진 게 아쉽다.”고 하자, 그는 선뜻 “다음부터는 꽃 피어나면 소식 전해 줄 테니, 전화받고 오라.”며 내 전화번호를 물었다. 냉큼 전화번호를 적은 수첩 한 장을 찢어 농부의 주머니에 접어 넣어준 게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농부가 이끌어 주는 평지마을 이팝나무 답사는 늘 행복한 길이 될 수 있었다. 올해의 평중리 이팝나무도 농부의 꽃 소식 따라 한 해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농촌의 봄을 찬란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20m 넘게 자라는 큰 나무 가운데 이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는 흔치 않다. 벚꽃이 아름답다지만 절정의 순간이 짧아 아슬아슬한 것과 달리, 이팝나무는 벚꽃만큼 화려한 꽃을 그보다 훨씬 오래 피우는 넉넉한 나무여서 좋다. 마침 나무 앞을 지나는 이홍수(75)노인에게 ‘올해는 꽃이 예쁘게 피었으니 풍년이 들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산들바람에 실려온 꽃 향기로 흥에 겨워진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팝나무에 꽃이 잘 피는 마을은 흉년도 피해간다고 대거리했다. ●보드랍고 환한 숨결을 가진 나무 “나무마다 제 빛깔에 맞는 숨결이 있는가 봐요. 이 이팝나무의 숨결은 유난히 보드랍고 환하지 않아요? 마을 노인도 이 나무의 부드럽고 넉넉한 숨결을 닮은 듯해요.” 노인이 지나가자 동행한 시인 최인서(36)씨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최 시인은 노인이 남긴 이야기에 남도 농부 특유의 넉넉함이 담겼다고 했다. 이 마을이라고 해서 딱히 쪼들릴 때가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언제나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이팝나무꽃의 풍요를 닮았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세상의 모든 나무를 대지에 우뚝 선 “햇빛과 비와 바람의 집 한 채”(‘나무와 나’에서)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시(詩)에서처럼 시인은 고향에 돌아와 오랫동안 쌓인 도시 생활의 객수를 달래려는 듯 평안한 몸짓으로 나무 줄기부터 나뭇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잎 한 장까지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마음 깊은 곳에 담아냈다. 400살 정도로 짐작되는 평중리 이팝나무는 키가 18m나 되는 큰 나무로, 땅에서 솟아오른 줄기가 둘로 나뉘어 자랐다. 두 개의 줄기 중 하나는 곧게 서고, 다른 하나는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는 듯 비스듬히 오르다 다시 곧게 섰다. 비스듬히 솟은 줄기가 중간 너머쯤에서 오래전에 부러진 것은 아쉽지만,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깨뜨리지는 않았다. 미추(美醜)에 대한 느낌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중리 이팝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팝나무 중에서 가장 먼저 1962년에 천연기념물(제36호)로 지정한 것도 그래서일 거다. 너른 들이 훤히 내다보이는 이팝나무 그늘에 정성껏 세운 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도 평중리 이팝나무의 운치를 더해 준다. 농촌 마을에 어울리는 이팝나무와 정자의 풍경은 평화와 풍요를 갖춘 우리네 농촌의 전형적 풍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풍(大豊)을 예감할 만큼 꽃이 활짝 피어났을 때의 광경이라니. 해마다 이 즈음이면 손가락 꼽아가며 농부가 보내 올 꽃소식을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농촌의 풍경을 살갑게 하는 나무 오랜만에 고향 땅에 와서 햇빛과 바람의 집을 찾은 듯, 시인은 만개한 이팝나무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래도록 나무 앞을 떠나지 못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할 시인은 고향 이팝나무꽃의 은은한 향기를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담아 두려는 듯 마냥 경건한 눈길로 나무를 어루만졌다. 시인의 날숨과 나무의 들숨이 하나 되는 풍경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데, 마을 안쪽에서 털털거리는 경운기 엔진 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나무와 시인이 고요하게 나누던 낮은 숨결이 흐트러지고, 농촌의 정겨운 일상이 나무 곁에 스며들었다. 경운기를 이끌고 나오는 농부의 얼굴에는 이팝나무꽃 을 닮은 순백의 빛이 찬란하게 반짝였다. 바로 내게 봄마다 꽃 소식을 전해주는 농부 이순옥씨였다. 농부의 경운기가 살짝 멈춘 이팝나무 아래로 달려가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었다. 활짝 피어난 이팝나무꽃 아래에서 환하게 반기는 이씨의 밝은 표정에 이팝나무꽃 향기가 살포시 배어 나왔다. 글 사진 순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전남 순천시 승주읍 평중리 634. 호남고속국도 승주 나들목으로 나가자마자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600m 가면 도로가 둘로 나뉜다. 왼쪽 길은 새로 낸 도로이고, 오른쪽은 평중마을로 이어지는 옛 도로다. 오른쪽 도로 270m 전방에 이팝나무와 작은 정자가 보인다. 나무 앞 길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안쪽에는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넉넉지 않으니 정류장 근처에 자동차를 세우고 나무에 다가가는 게 좋다. ‘평중리 35번지’라고 한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자료는 틀렸으니 주의해야 한다.
  • 아프간 PRT 자문단장 박정동 교수에게 듣는다

    아프간 PRT 자문단장 박정동 교수에게 듣는다

    30년에 걸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아프가니스탄. 한국이 이 나라를 일으키기 위한 중장기 부흥재건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프간 지방재건팀(PRT)을 뒤따라 들어간 자문단그룹 단장인 박정동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말하자면 아프간 재건의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의 총 책임자이다. 그는 “수시로 포탄이 떨어지고 바로 옆에서도 지뢰가 터지는 곳”이라면서도 “부흥재건 계획이 성공하는 모습을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서 눈을 반짝였다. 3주간 휴가를 맞아 일시 귀국한 박 교수를 지난 11일 만나 아프간 재건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나. -전공이 후진국의 개발경제학이다. 2001년 당시 재정경제부의 요청으로 캄보디아 훈센 총리실에 경제자문관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원래 작년부터 안식년인데 외교통상부에서 1년만 맡아달라고 해서 갔다. 식구들은 “군인도 외교관도 아니면서 꼭 아프간에 가야 하느냐.”고 반발이 많았다(웃음). →아프간 재건계획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국의 경제기획원 같은 정부기관이 경제개발정책 계획과 공공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재건계획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농촌개발 ▲인적자원 개발 ▲도시경제 개발 등 크게 세개의 축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아프간은 국민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다. 기본적으로 새마을 운동의 방식으로 정신개혁이 일어나야 하고, 거기서 생기는 유휴인력을 마산 수출가공지역 같은 도시로 보내는 것이다. 이들이 섬유·신발 업종에 취업해서 수출 경제를 끌고 가게 된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인적자원개발도 필요하다. 정신교육뿐 아니라 농고·공고·상고를 통해 기술교육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계획과 많이 닮았다. -실제로 60년전 폐허의 한국 상황과 아프간이 너무 흡사하다. 우리는 3년 전쟁이지만 아프간은 30년 전쟁을 치렀다. 세계 어떤 경제개발 모델보다 한국의 경험이 가장 적합하다.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가 됐으니 국제사회에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아프간에서도 새마을 운동이 잘될까. -어떤 식의 인센티브를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가 그랬듯이 마을 간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도록 하면 된다. 다리 하나를 짓더라도 현지 주민들이 소액이나마 돈을 내도록 해서 스스로 참여의식을 높이고 보상성과가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100% 해외 원조는 실패한다. →이 모델이 잘되면 다른 후진국으로도 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는 박정희식 경제성장 모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지만 1960~70년대 경제개발 모델은 굉장히 유익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 후진국에 개별적으로 농장이나 학교, 병원 등을 짓는 단기성 지원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민·군이 함께 들어가 개발 전략을 짠 것은 처음이다. →아프간 정부가 거는 기대가 크겠다. -파라완주의 경제국장, 국회의원 등 2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강의를 했다. 한국의 지난 60년동안의 발전상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눈물을 펑펑 흘렸다. 자신들의 상황이 60년전 한국과 똑같다면서 “우리도 한국처럼 되고 싶다. 이렇게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아프간 파병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많은데. -우리는 한·미동맹 테두리에서 자라왔다. 중국 속담에 “우물물을 마실 때는 우물 판 사람을 기억하라.”고 했다. 미국과 유엔의 도움으로 경제대국이 됐는데 이제는 돌려줄 때다.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원조가 가장 인색한 나라가 한국이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 뿐이다. 우리는 베풀 만한 재료를 가지고 있다. →왜 한국이 재건 계획을 세우게 됐나. -미군은 10년간 아프간에 주둔하면서도 전문인력이 없고 전쟁만 하느라 중장기 계획을 짜지 못했다. 성공적으로 압축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제개발 전문가가 계획을 짜달라고 부탁해 왔다. 처음에는 국유기업이 개발 초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이 성공한 모델이라고 설명하니 더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돈이다. 아프간도 한국도 여력이 없다. 결국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가 돼 국제사회에 호소해서 건설비용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오사마 빈라덴도 사망했고 지역 정세가 많이 불안할 것 같다. -귀국하기 전날에도 막사 주변을 순찰하던 미군 병사 2명이 지뢰가 터져서 다리가 잘려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막사 담벼락이었다. 평소에도 부대 밖을 한 발짝이라도 나갈 때는 군인 동승하에 전차를 타고 나간다. 영외활동을 할 때는 20㎏짜리 방탄조끼를 입는다. 당분간은 매우 위험할 것 같다. →미군이 아프간 병력을 축소할 계획인데. -빈라덴이 없는 상황에서는 탈레반도 미국과 싸울 이유가 없다. 미국 정부와 화해를 모색할 것이고 아프간 정부도 화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 미군의 전투병력이 빠지면 주한미군의 형태가 될 것이다. 아프간에 평화의 시기가 돌아오면 아프간도 본격적인 개발의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민·군 협력체제가 전개되면 한국 PRT의 역할이 보다 커질 것이다. →빈라덴 사망 이후 아프간 민심은 어떤가. -미국에 의해 아랍계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 반미감정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의 명분이 없어졌으니까 전쟁이 끝나는 시점이 빨리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둡다.’라는 표현이 지금의 아프간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개발모델링을 완료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세련된 모델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박정희 스쿨’(가칭)을 만드는 게 꿈이다. 후진국의 지도자를 불러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교육하고 싶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처럼 왜 안 되나. 한국에서는 이 자산 가치에 코웃음을 치지만 소중한 자산이다. →아프간 모델을 통일 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북한은 바로 현재 상황을 타개해 줄 수 있는 한국이라는 스폰서가 있다.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만 가능하다. 한국도 북한인력의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노릴 것이다. 인센티브 제도만 잘 갖춰진다면 새마을 운동도 성공할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프간에 더 체류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1차적인 계획을 짠 것이고 실행과정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이 계획이 휴지통으로 갈 건지 조금씩이라도 땀흘리는 농부, 공인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빠르면 1년안에 소규모 프로젝트라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은 욕심 때문에 근무를 연장할 지 고민하고 있다. 식구들이 알면 큰일인데…(웃음).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프로필 ▲51세 ▲도쿄대 경제학 박사 ▲베이징대 연구교수 ▲하버드대 방문교수 ▲캄보디아왕국 경제자문관 ▲대통령자문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 전문위원 ▲국회 한중포럼 자문위원
  • “하늘에서 번쩍”…‘불덩이 UFO’ 또 포착

    “하늘에서 번쩍”…‘불덩이 UFO’ 또 포착

    순식간에 번쩍이며 하늘을 나는 불덩이가 잇달아 포착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한 호텔에서 묵던 남성은 동쪽 하늘에서 밝은 빛을 내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물체를 발견했다. 우연히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로 이 광경을 촬영한 남성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미확인물체(UFO)라고 확인할 순 없지만 그 밝기와 속도가 매우 놀라워 정체가 궁금하다.”며 문제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노란색 밝은 불빛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은 이 사진을 한 신문사에 보내며 “45도 각도로 하늘로 치솟았으며 사진에 찍힌 것보다 훨씬 더 가깝게 지나쳤다.”고 설명했다. 제보를 받은 ‘보더 텔레그래프’(Border Telegraph)가 의문의 물체를 알아보고자 기상청에 문의한 결과 이른바 ‘불덩이 UFO’가 포착된 지점에 기상관측용 풍선은 떠 있지 않았다. 하지만 UFO조사기관 모드(MoD)는 사진을 좀 더 분석해 봐야 알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농부 4명이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가는 걸 봤다.”고 세계 최대 UFO단체 뮤폰(MUFON)에 신고하기도 했기 때문에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보더 텔레그래프’는 “지구로 날아든 운석이나 파편이 대기에서 순간적으로 타들어 가는 모습은 종종 발견이 되기도 한다.”면서 “UFO 의심물체의 경우 비행체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거나 색깔이 다변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이번 물체가 UFO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29세에 벌써 9명 째…‘타이완 출산드라’

    성인이 된 뒤 거의 쉬지 않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타이완 여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세에 결혼한 뒤 거듭된 임신과 출산으로 ‘다산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주인공은 타이완 신주에 사는 라이 젠 니(29). 결혼 12년 차인 라이는 벌써 딸 2명과 아들 6명을 두고 있다. 라이는 최근 9번째 아이를 임신해 올해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아들은 “또 동생이 생기냐.”고 불평하면서도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농부인 아버지가 일에 바쁘고 임신한 어머니가 제대로 육아를 하지 못해도 13세인 첫째부터 24개월인 여덟째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 단체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은 걸 두고 라이는 “집안 내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46세인 그녀의 어머니 불과 2년 전 12번째 아이를 낳는 등 다산 전력이 있으며, 라이의 자매들 역시 많은 자녀를 뒀다. 라이와 남편 펑 케용은 육아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출산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는 “아이들은 신의 축복이자 선물이기 때문에 생기면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낳고 열심히 기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문화마당] 아우들을 위하여/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아우들을 위하여/신동호 시인

    가는 곳마다 추억이 삶을 흔들어댄다. 어느 날 강의실에 들어온 교수님은 창밖을 내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나가셨다. 30분, 침묵의 시간 동안 스무 살 청춘들은 어리둥절한 채 갖가지 상상으로 창밖의 벚꽃을 쳐다보았다. 흐드러지게 피었다 깃털처럼 가볍게 떨어지는 꽃잎들, 한참이 지나서야 그날이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된 5월 18일이란 것을 알았다. 실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1980년대의 청춘들에게 강의실은 인간의 지난한 역사를 배우는 현장이었고, 거리도 공장도 감옥도 살아 있는 강의실이었다. 더불어 한 시대를 헤쳐나간 이들의 추억이 담긴 곳,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세상이 좋아지기를 꿈꾸고 ‘그들’을 떠올리며 청춘의 열정을 끌어낸다. ‘인간은 진실이 아니라 기억으로 산다.’는 스트라빈스키의 말이 생각나는 건 그런 이유이다. 나는 지금 그 강의실에 들어선다. 그날처럼 꽃잎은 지는데, 과연 침묵으로 조카뻘 아우들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낭만은 조심스러운 일탈이며, 저항은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일 뿐인 듯. 취직을 걱정하는 젊음들에게 가난을 친구로 삼으면서 시대에 저항한 신채호 선생을 가르치는 게 가당키나 할까. 고등학교 음악선생 자리를 버리고 늦은 나이에 독일 유학길에 오른 작곡가 윤이상의 세계적 성공, 또 이데올로기에 의해 좌절된 귀국의 희망, 그 안에 담긴 절망과 낭만적 삶을 설명하는 게 어울리기나 할까. 나는 결국 인간을 가르치지 못하고 이론만 떠들다 나오고 만다. 격정적으로 사랑했고 그로 인해 견고한 지배이데올로기와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괴테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를 떠올려 보는 건 그 때문이다. 인간의 시대는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하고, 감정이 살아 있는 청춘들의 시대에 우리는 비로소 ‘질풍노도의 시기’를 이름 붙일 수 있을 터. 아우들의 추억에 인간 삶의 생생한 현장은 얼마나 남게 될까. 사랑했고, 고뇌했고, 미지의 세상을 동경했고, 또 절망하고 좌절했던 인간들. 그 인간들에 대한 기억이 아우들을 또 인간답게 하리라고 나는 확신하지만… 미안하다. 인간이 기계를 만지며 인간이 수술대 위에서 메스를 든다. 인간이 만진 기계가 인간을 이롭게 하고, 메스가 지나간 자리를 봉합한 인간이 퇴원하여 메스를 만든다. 인간의 역사, 정신, 문화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자리에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한다. 서울 충무로 뒷골목의 인쇄공들은 역사의 한 시절 구텐베르크의 동료들일 수 있으며, 원양어선의 주름 깊은 어부는 산타마리아호에서 콜럼버스에게 신대륙의 발견을 알린 선원일 수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인류역사상 최초로 소를 가축화한 농부를 떠올려 보자. 그는 그 시대의 스티브 잡스와 다름없다. 존중받지 못할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의 삶을 축적해 새로운 게 나온다. 인간을 이해한 과학과 기술의 성공은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건 대학에서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과잉 공급으로 인한 것’이라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무엇인가. 인간 없이 기술만 남기겠다는 말 같다. 이 나라를 24시간 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말 같다. 인간은 없고 실용만 남기면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도 모두 사라질까. 그러면 좋을까. 창의적 발상은 한낱 비합리적 견해로 취급받고 책임지지 못할 행동에 대해서는 비웃음만 넘친다. 스무 살이 스무 살로 살지 못하고 서른, 혹은 마흔을 준비하는 과정의 삶으로 소비된다. 비루하다. 기성을 뛰어넘는 스무 살 작가의 탄생을 본 지 정말 오래됐다. 대학을 뛰쳐나와 세상을 뒤흔든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우들아! 부탁하건대, 인간을 가르치지 못하고 이론만 떠들고 나온, 나 같은 선생을 내쫓아라. 거리에서도 배울 건 많다. 미술관 수업이 필수로 있는 미국 예일대학의 의대생들처럼 미술 작품을 두고 토론하라. 인생들을 통찰하고 기억하면서 아우들은 세계의 주인이 될 터이다.
  • 나무 7000그루로 만든 사랑의 ‘기타 농장’ 화제

    나무를 심어 만든 멋진 기타 모양의 농장이 아르헨티나 언론에 소개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팜파스 지방에 있는 화제의 농장은 베드로라는 이름을 가진 70대 농부의 작품이다. 나무 7000그루를 심어 평지를 캔버스 삼아 기타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나무로 그린 기타의 길이는 약 1km. 거대한 기타 농장은 주변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엔 최고의 볼거리다. 아르헨티나 아우스트랄 항공의 한 기장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기타 농장 위를 날 때마다 기내에서 탄성이 터진다.”면서 “세계 어느곳에도 이런 명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장에는 애뜻한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어 화제를 더하고 있다. 농장은 70세 농장주가 35년 전 세상을 뜬 아내를 위해 땀흘려 만든 사랑의 선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20대 초반 유럽으로 건너가 한때 이민생활을 한 베드로는 60년대 말 28세 나이로 귀국해 팜파스에 정착했다. 그는 그곳서 11살 연하, 당시 17살이던 아내 그라시엘라를 만났다. 첫눈에 아내에게 반한 그는 바로 청혼, 결혼식을 올렸다. 기타 농장을 만들자로 한 건 아내다. 자녀 넷을 두고 농장을 일구며 오손도손 살던 그에게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던 부인이 “기타 모양의 농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농장 일이 바빴던 남편은 그때마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막았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8년 째인 1997년 아내가 급성뇌출혈로 25세 나이에 세상을 떠버린 것. 갑자기 아내를 잃은 베드로는 한동안 일손을 놓고 있다 농장에 기타 모양으로 선을 긋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생전이 이루지 못한 아내의 꿈을 이뤄주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었다. 세계 최초의 기타농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다국적기업이 세계 식량위기 부추긴다”

    올해 초 유엔세계식량기구(FAO)는 식량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에 정정 불안이 확산될 위험이 높다는 경고를 했다. 그러면서 FAO는 지난 1월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전달보다 3.4% 오른 231포인트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1990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이며 식량 파동을 겪었던 2007년과 2008년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 ‘식량 이슈’를 통해 식량 부족과 가격 폭등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독재자들을 쫓아냈다고 분석했다. 곡물 생산량이 이미 줄어든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 등 중동 지역 식량 수입국 국민들의 동요가 반정부 시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량 가격 폭등은 소득의 50∼70%를 식비로 쓰는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빈곤층에게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인도의 전통적 곡창지대 펀자브 주에서는 농사지을 돈을 구하려 사채를 쓰다 빚에 몰려 자살한 농부가 15만명이 넘었고, 국민 대다수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빈국 아이티에서는 2008년 쌀값이 2배로 뛰자 폭동이 일어났다. ‘먹거리 반란’(에릭 홀트히네메스·라즈 파텔 지음,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펴냄)은 이러한 현실과 원인, 그리고 극복 방안을 밝힌 책이다. 저자들은 기아, 빈곤, 생태 파괴의 뿌리를 분석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식량발전정책연구소(푸드퍼스트, 미국)의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유가 불안, 중국과 인도에서 늘어난 육류 소비, 지구상 곳곳에서 흉작을 일으킨 기상 재해, 금융 붕괴 이후 투자처를 농산품 시장에서 찾는 국제 투기자본 등이 오늘날 식량위기의 일차적 원인이라고 꼽지만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다름 아닌 북반구 정부와 세계기구, 그리고 그들의 비호를 받는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먹거리 체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식량을 살 돈이 없어서 굶주리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게 됐고 그것이 식량 위기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책의 부제 ‘모두를 위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명’에서 보듯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반구 식량자급률 급락, 소농과 가족농의 몰락과 이농, 토양과 물, 대기 오염과 농업생태 다양성 파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성 먹거리 체계’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어린이 농부 체험 어때요

    어린이 농부 체험 어때요

    “오늘 하루, 어린이 농부가 돼 볼까요?” 강동구에 아이들이 ‘도시 농부’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농사도 지어보고 친환경 먹을거리도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체험농장’이 4일 문을 열었다. 강동구 상일동 10-1 일대에 2403㎡ 규모로 들어선 이 농장에는 정원과 연못 등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수수한 정취가 물씬 풍긴다. 원두막에서 새참을 먹으며 시골의 여유를 느낄 수도 있다. 친환경 체험농장은 2009년 구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농장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체험교육 수강자만 2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터여서 개장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지역 유치원생 80명을 초청, 강동구평생학습센터 농부학교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수강생들과 함께 상추와 봄배추, 쑥갓 등을 심기도 했다. 또 어린이들이 직접 ‘새싹 주먹밥’을 만들고, 원두막에서 직접 ‘새참’을 먹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구는 올해부터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루 1회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반 주민들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무료이며, 1회 체험인원은 35명 이내다. 지역경제과 480-1210.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장미의 진화’ 피어나는 파주 화훼농장 가 보니

    ‘장미의 진화’ 피어나는 파주 화훼농장 가 보니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시 조리읍의 3000여평짜리 화훼농장. 어두컴컴한 작업실 사이로 야광 장미가 한아름 빛을 뽐낸다. 인부들이 들고 나온 남색 장미는 햇살에 하늘색으로 바뀐다. 또 다른 흰 장미는 밝은 곳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골드 장미는 금박을 붙인 듯하고, 레인보 장미는 7가지 색이 꽃 한 송이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꽃의 진화’다.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꽃의 60%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40%는 국내에 유통된다. 흰 장미에 특허를 낸 특수 염료를 뿌려 꽃도 훼손되지 않고 인체에도 무해한 새로운 장미를 만들어 낸다. 흰 장미 가격이 한단에 3000원인 데 반해 염료를 입힌 장미는 2만원가량이다. 이 농장의 계형일 사장은 지난해 88만 달러(약 9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술제휴를 통해 러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국내 마트에 진출하는 것. 계 사장은 “지금껏 수출에 집중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꽃의 유통단계가 많아 가격이 높아지는 것 뿐 아니라 꽃이 많은 사람의 손을 타면서 금세 시들기 때문”이라면서 “농협이나 마트에서 누구나 한 송이씩 살 수 있도록 농장에서 직접 소매점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09년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화훼소비액은 1만 7000원. 4년 전인 2005년 2만 1000원보다도 줄어들었다. 국민 1인당 화훼소비액이 11만원인 네덜란드, 15만원인 스위스, 16만원인 노르웨이와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최근 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는 게 계 사장의 판단이다. 농부의 욕심에서야 기름값 등 원료비는 10배가 넘었어도 꽃가격은 그대로인 것이 불만이지만 유통구조를 바꿔 이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1000~2000원짜리 꽃이 있다면 한두 송이 사다가 식탁에 꽂아 놓을 만큼의 소비자 수요는 분명 늘고 있다.”면서 “외국처럼 일상에 꽃이 스며들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쉽게 꽃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꽃이 너무 쉽게 시들어 구입을 꺼리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꽃은 피는 미학과 지는 미학을 동시에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3년 동안 피는 보존화를 개발했지만 오히려 지겹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3개월짜리 보존화를 생산키로 한 점이 그 증거라고 했다. 꽃은 최근 여러 면에서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 유기농 꽃은 플라워 케이크나 화전 등 식용 꽃으로 재탄생한다. 전통 음식 중에도 노란장미화전, 꽃가루와 꿀을 버무려 만든 다식, 국화차 등 많은 음식에 꽃이 쓰였다. 특히 꽃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하며 베타카로틴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 들장미 열매인 로즈힙에는 오렌지의 40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어 실제 세계 2차 대전 이후 어린이들의 비타민C 공급원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플라워 데코는 실내 디자인뿐 아니라 지역디자인까지 책임진다. 정선의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은 주변 암반과 들꽃이 어우러져 최고 수준의 공간디자인으로 평가된다. 식물의 공기정화효과도 빠뜨릴 수 없다. 자연적으로 온·습도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소비 없는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특히 ‘액자형·부착형 화분’ 등은 공간 효율까지 고려할 수 있게 한다. 원예치료는 농촌진흥청의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나리꽃 향기가 초등학생의 시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꽃은 아름다움과 생명력, 향기를 통해 시각·촉각·후각적으로 정신과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이런 효과를 과학적으로 활용해 원예치료와 아로마테라피 등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6) ‘붉은 책’ 카를 구스타프 융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6) ‘붉은 책’ 카를 구스타프 융

    “이봐요 의사 양반, 어서 저기, 태양을 좀 봐요. 태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요? 당신도 나처럼 머리를 움직여요. 이렇게. 보이나요? 태양의 남근(pallus)이. 그게 바람의 근원이랍니다. 이렇게 머리를 움직이면 태양의 남근도 움직이고, 그럼 바람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정신병 환자 에밀 슈비처는 정신없이 바쁜 젊은 의사를 붙잡고 자신의 환상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 의사는 어느새 이야기에 매혹되어 함께 태양을 바라보았다. ●무의식, 인간 안의 자연 4년 뒤, 그 젊은 의사 융은 이 황당한 환상을 독일 역사학자의 고대 미트라교 연구서에서 만난다. 이게 도대체 뭔 일?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한 슈비처가 미트라교를 알 리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은 슈비처가 환상을 이야기한 지 4년 뒤에 출판된 것이 아니던가. 시간을 가로질러 반복되는 이야기들. 융은 이것이 인간 정신의 공통 구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16년, 중년이 된 융은 ‘무의식의 구조’에서 이런 구조를 ‘집단 무의식’이라고 불렀다. 모든 종(種)은 자신의 생명을 실현시킬 적합한 방식을 찾아 진화했다. 신체가 그런 진화의 산물이듯, 정신 역시 그렇다. 생명의 힘을 실현한 역사의 표현으로서의 정신. 경험에 앞서, 경험을 산출하는 조건. 삶의 지혜를 담은 온갖 민담과 신화, 종교적 이야기의 생산 공장. 정신은 인간 속의 자연이었고, 삶을 위한 창조적 힘을 담고 있었다. 이것이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이다. 이런 무의식은 우리의 의식과 의지에 앞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을 불쾌하게 느낀다. 하지만 불쾌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융은 말한다. 양배추가 똥거름에서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똥거름 냄새가 좀 불쾌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악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융에게 무의식은 그런 똥거름, 선악의 저편에 있는 자연이었다. 성적인 것만으로 환원되기에는 너무도 풍부한 자연! ●프로이트와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집단 무의식의 발견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1875년 스위스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융은 익살과 민담을 들려주던 가난한 농부들과 책들로 빼곡하게 들어찬 아버지의 서재를 오가며 자랐다. 융은 학문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이 타협점으로 바젤 의과대학을 선택한다. 1900년 공부를 마친 융은 취리히 주 정신의학 대학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다. 융은 그곳에서 정신의 병이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았다. 치유의 단서는 무의식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단서에 이를 것인가. 이때 그에게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계시처럼 찾아왔다. 융은 거기서 두 개의 길을 발견한다. 하나는 무의식에 이르는 길로서 ‘꿈’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로서 자신을 인도해줄 ‘프로이트’라는 길. 1906년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담아 융은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당시 학계에서 찬밥신세였던 프로이트는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젊은 의사의 지지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어진 7년간의 우정. 그 우정은 1913년, 완전한 자유를 가져가라는 프로이트의 편지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융의 답장으로 막을 내린다. 프로이트가 말한 ‘완전한 자유’란 사상적 자유를 말한다. 융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성격을 오로지 성(性)으로 환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융이 일하고 있는 병원은 국립병원으로, 당시 그곳은 에밀 슈비처처럼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 찾던 곳이었다. 그런 환자들의 병은 성에 의한 도덕적 갈등보다는,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발생했다. 더욱이 어릴 때 듣던 농부들의 이야기는 어떠했는가. 그 이야기들은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사용된 성적 은유는 말 그대로 은유일 뿐, 삶의 다양한 힘들을 표현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융은 이런 생각을 담아 1912년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을 출간한다. 그렇게 융은 프로이트를 떠나 자신의 길로 들어선다. 프로이트와의 이별 전까지, 융의 삶은 프로이트에게 경도되어 있었다. 이런 삶을 무의식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정신의 자가 조정 체계로서 무의식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밀려왔다. 이렇게 시작된 무의식의 반란은 프로이트와의 결별 후 더욱 심해졌다. 길을 잃은 의식으로 기괴한 꿈과 환상들이 마구 밀려왔다. 내 안에 있는 낯선 것들, 그 타자들. 여기서 정신줄을 놓으면 심각한 환자 신세가 될 판이었다. 이제 그에게 선택은 하나.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는 것! 치유의 첫 단계는 내 안의 타자들을 긍정하는 것이었다. 무의식이 표현하는 타자들은 그 자체로 병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의 자연일 뿐, 병은 오히려 의식이 그것을 대면하지 않고 도망가는 데서 왔다. 융은 그 타자들을 긍정하고 무의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일종의 받아쓰기 작업이었다. 중구난방으로 펼쳐졌던 환상들이 언어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럴수록 융은 점점 안정되어갔다. 이렇게 여섯 번째 노트를 완성할 즈음, 융은 받아쓰기를 멈췄다. 거기에는 오직 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자신이 그간 프로이트의 이름만으로 살아왔듯, 그곳에도 자신의 목소리는 없었다. 융은 타자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받아쓰기에서 번역하기로! 현실 속의 삶,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야 할 삶. 그 삶의 문법으로 타자들의 이야기를 융합하기. 융은 새로운 노트에 그 융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융은 1913년부터 4년간 이런 글쓰기를 계속했다. 그의 노트를 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융은 그 자신이 걸어 다니는 정신병원이자 그 병원을 책임진 의사였다.” 융에게 글쓰기는 치유였다. 이것은 훗날 그의 치유 방법 중 한 가지로 이용된다. 융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꿈과 병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하도록 요구했다. 환자들은 융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글쓰기를 통해 자신 안의 자연을 만나고 통합하는 법을 배웠다.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시오! 이제 제법 희끗한 머리를 가진 의사 융. 그를 만나고 나온 환자. 투덜거린다. “뭐 저런 의사가 다 있어. 진단도 안 내리고, 딱히 처방도 안하고, 그렇다고 안쓰럽다고 위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상담을 마친 환자들은 뚱하고 불친절한 융에 대해 한번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시 융을 찾았다. 그들은 느꼈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하사할 때 얻을 수 없던 것을. 그것은 환자가 의사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능동적으로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융의 진료실은 여느 진료실과 달랐다. 그곳에는 반쯤 누운 상태에서 의사의 이야기를 편안히 받아들이도록 고안된 환자용 의자도, 그 뒤에서 환자를 은밀히 관찰하는 의사용 의자도 없었다. 대신 의사와 환자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뿐. 그 의자에 앉아 융은 그저 물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융은 의사로서 말하는 대신 환자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었다. 그러고 나면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병의 문제부터 치유 단서까지 찾아내는 것이었다. 병의 심판자로서, 치유의 구원자로서 의사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융은 알았다. 융의 성격이 원래 좀 퉁명스러웠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융은 굳이 직업적 친절함으로 그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것은 의사에게 쉽게 의존하는 환자의 성향을 막고, 환자를 독립적인 대화상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의사와 환자는 병이 던져준 수수께끼를 함께 푸는 놀이의 참가자였다. 거기서 길을 만드는 것은 환자의 몫이었고 의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오늘날 너무도 병원에 의존해 사는 현대인을 보면 융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아도 유효한 치료란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다시금 새롭게 획득되어야 하는 법이지요.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 신근영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씨줄날줄] 로빈후드稅/박홍기 논설위원

    로빈후드, 중세 영국 노팅엄의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활약하던 의적(義賊)이다. 불의에 맞서고 ‘부자들을 털어 가난한 평민들을 돕던’ 의로운 인물이다. 권력과 부를 가진 쪽에서 보자면 무법자이자 도적이다. 1439년 영국 의회에 올라온 탄원서에는 로빈후드가 ‘일정한 거처 없이 무리를 지어 숲에 들어가 노략질을 일삼는 반역자’로 묘사되기도 했다. 로빈후드의 실존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언제부터 로빈후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14세기 후반 장편시 ‘농부 피어스의 환상’을 비롯, 역사가 윈턴의 ‘스코틀랜드 연대기’ 등 많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로빈후드는 도적을 넘어서서 부당한 압제권력에 저항하는 지도자로 각색됐다. 때문에 ‘무법자의 왕이자 선량한 사람들의 공작’으로 불렸다. 요즘도 소설, 영화, 만화 등의 소재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 견주면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 일지매 등으로 통할 것 같다. 로빈후드세는 표현 그대로 로빈후드의 이름을 딴 세금이다. 엄청난 이득을 올리는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과 고소득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종의 금융거래세다. 로빈후드의 역할이 합법적인 세제로 재탄생한 셈이다. 로빈후드세는 2001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빈민구호단체 ‘워 온 원트’(War on want)가 처음 제안했다. 2008년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정부는 유가 급등으로 큰 이익을 챙긴 석유회사에 로빈후드세를 적용했다. 세금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건설과 전기요금 인하 등에 사용됐다. 단기성 외환거래에 매기는 ‘토빈(Tobin)세’와 부유세도 로빈후드세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53개국의 경제학자 1000여명이 최근 금융거래세, 즉 로빈후드세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등에게 보냈다. 14~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 맞춰서다. 학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규제받지 않은 금융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외환 거래액의 0.05% 정도만 세금으로 거둬도 연간 수천억 달러를 모을 수 있고 과도한 투기도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 여부는 올해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 결정될 전망이다. 로빈후드세는 ‘금융투기 규제와 빈곤 해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로빈후드가 21세기에 ‘의적’으로 환생, 세계 경제의 파수꾼이 될지 주목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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