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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 시민사회, 지식인 그룹 등이 모두 양보 없이 첨예한 이념대립으로 갈등만 연출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중도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부장관을,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72) 연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스스로의 이념적 지향성을 ‘중도 개혁’에 둬 왔다. 하지만 중도의 공간이 빈약한 풍토에서 그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우파는 그를 좌파로 여겼고, 좌파는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래서 더 자유로운 측면도 있었다”고 회고했지만 중도 세력이 설 자리가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2006년 정년퇴임 뒤 강원 고성에서 7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펴낸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문학과지성사)는 중도 통합 리더십의 실현에 대한 그의 오랜 염원을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그는 “요즘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 자기를 던져야 하는데 그런 희생정신과 대타협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참고할 모델로 중도 개혁 정치를 통해 유럽의 변방국가에서 강소부국으로 도약한 오스트리아를 제시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안 전 부총리는 1965~1970년 장학생으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당시 유럽의 주변부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건과 2차 대전 이후 전승국들에 의해 분할 점령돼 공산화 위협을 받는 등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오스트리아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통일과 경제발전, 정치적 민주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배경에 관심을 가졌다. 2011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수십년 만에 다시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중도 통합형 오스트리아 국가모델’ 이론을 정립하고 집필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모델은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관통하는 정신으로 ‘합의’와 ‘상생’을 꼽았다. 특히 이념갈등에서 벗어나 좌우가 대연정을 구성해 국정을 관리하는 ‘합의제 정치’와 노사정이 협의를 통해 경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파트너십’이 오스트리아의 번영을 이끈 쌍두마차라고 분석한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성공은 이념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한 대결로 점철됐던 제1 공화국의 실패 위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스트리아 모델을 그대로 우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정답도 아니고,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갈등 관리와 체제 통합, 미래 비전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모델에서 창조적 상상력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중도 통합형 국가모델은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영·미의 처방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진보적 처방보다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고 했다. 책은 2011년과 2012년 겨울에 절반씩 원고를 집필해서 2년에 걸쳐 완성했다. 텃밭 100평과 과수원 200평의 농사를 아내와 단둘이 짓느라 농번기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안 전 부총리는 “농한기에는 오롯이 집필에 열중하고, 농번기에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글쓰는 환경은 아주 좋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에서 살 때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곳에선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주관할 수 있는 데다 자연이 주는 영감과 충족감이 대단하다”고 귀농생활 예찬론을 펼쳤다. 조만간 귀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생 3모작’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166일만에 기계소리… 가동률 60%

    166일만에 기계소리… 가동률 60%

    지난 5개월간 가동을 멈춘 채 녹슬어 가던 개성공단의 기계 설비가 시운전을 거쳐 16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로 가동이 중단된 지 166일 만이다. 입주 기업인 등 우리 측 인원 821명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 공장을 정비·점검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재가동에 착수했다. 첫날 공장 가동률은 입주 기업 123곳 가운데 50~6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인들은 이날부터 현지에 체류하기 시작했다. 방북한 입주 기업인 가운데 화물차 운전기사 등 귀환 예정 인원을 제외한 400여명은 개성공단에 머물며 공장 정상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들도 일터로 돌아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근로자 3만 2000여명이 정상 출근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사태 이전인 5만 3000명의 3분의2 수준이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북측 근로자들은 농번기 모내기 작업 등에 동원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각각 두 차례로 제한됐던 개성공단 출·입경도 이날부터 남북 간 합의에 따라 8차례의 출경과 9차례의 입경으로 대폭 늘어났다. 남북은 올해 안에 전자출입체계(RFID)가 도입돼 ‘일일 단위 상시 통행’ 시스템이 확립될 때까지 이보다 많은 하루 총 21차례 출·입경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한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공동위)는 이날 제3차 회의를 열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동투자설명회를 다음 달 31일 개성공단에서 개최키로 했다. 또 오는 24일 공동위 사무처 개소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우리 국민이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때 우리 변호사 등의 입회하에 조사를 받도록 하는 이른바 ‘법률조력권’ 문제 등도 집중 협의했다. 회담 관계자는 “변호사의 자격 조건을 정하는 등의 세세한 문제만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통행·통신·통관(3통) 개선과 관련해서는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포토] 뜨거운 감자, 김조광수 동성결혼

    [포토] 뜨거운 감자, 김조광수 동성결혼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가 국내 첫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은 한 시민이 ‘며느리가 남자라니 농번기에 좋겠구나’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과 시민들이 참석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김조광수 감독과 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는 2004년 처음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뒤 9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저희 결혼을 방해 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남의 축제에 찾아와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말과 “법적으로 인정하든 안하든 간에 명실공히 부부가 된다. 앞으로 저희를 부부라고 정확하게 불러주셨으면 좋겠다”며 결혼 소감을 대신했다. 이어 신혼 여행지를 묻는 질문에 김승환 대표는 “신혼여행은 바로 못 갈 것 같다. 연말에 멕시코 칸쿤과 쿠바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 이날 결혼식은 주례와 축가 없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축사를 비롯해 다양한 축하공연으로 진행됐다. 이날 결혼식 축의금은 1만부터 10만원씩 10억 원을 목표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취지의 공간인 ‘신나는 센터’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결혼식장에는 동성간 결혼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난입해 일대 소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동성애를 찬성과 반대인 이분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공,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덴마크, 우루과이, 뉴질랜드, 프랑스까지 총 14개 국가다. 미국은 50개 주(州) 가운데 일부 주에서만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문성호PD sungho@seoul.co.kr
  •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의 재능 나눔형 사회공헌 활동은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의 재능 나눔형 사회공헌 활동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05년부터 공사의 전기안전 기술력을 활용해 전기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표적인 재능 나눔형 사회공헌 활동인 ‘그린홈 그린타운’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 재해가 없는 안전한 가정과 마을을 뜻하는 ‘그린홈’, ‘그린타운’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30일 현재 전국 60개 사업장에서 매년 20가구 이상인 마을 한 곳과 협약을 맺어 1년간 전기안전 관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85가구 65곳의 마을이 지원을 받았다. 전기안전공사 본사 임직원 60여명은 지난 5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 마을을 찾아 전기설비 개선과 마을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해 밭작물과 비닐하우스 정리도 함께 했다. 현지 농가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 등을 단체 구매했다. 지난해 5월 정농 마을과 자매결연 협약을 맺은 뒤 두 번째로 가진 행사였다. 당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했던 박지현 부사장은 “전기안전공사의 내년 완주 신사옥 이전을 앞두고 현지 지역민들과 상호 친목과 신뢰를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린홈 그린타운은 주로 시골 마을의 고령 거주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집 전기 배선 관리 등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기 전문가를 부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낡은 설비를 직접 교체하거나 수리하기 어려운 독거 노인들을 위해 안전한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활동도 활발하다. 전기안전공사는 지난해 5월 전북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결혼이민자 모국 방문 지원 및 다문화가정 자녀 장학금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농수산물과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사업 등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이외에도 에너지 복지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스피드콜’을 시행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피드콜은 전국 저소득층 201만 가구가 수혜 대상이다. 전기설비가 고장나면 전화 한 통화로 무료 응급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결과 전기안전공사는 포브스 사회공헌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감사패를 29차례 받기도 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전북 전주 - 완주 통합 26일 주민투표 실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구역 통합 여부가 26일 결정된다. 25일 완주군에 따르면 전주·완주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완주지역 주민투표가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개 읍·면 3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주민투표 결과는 이날 오후 10시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번기와 겹쳐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21∼22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20.1%의 투표율을 기록해 이번 투표율은 개표 가능선인 33.3%를 넘어 50% 안팎으로 높게 나타날 전망이다. 전주시는 이미 지난 21일 시의회 의결로 먼저 통합의사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완주군 주민투표 결과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 전주시와 통합이 확정된다. 통합시 출범 시기는 내년 7월이다. 이번 전주·완주 통합 시도는 1997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두 차례 모두 완주군과 군의회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북도와 양 자치단체가 민선 5기 출범 직후부터 통합에 공을 들여 분위기가 예전과 크게 다르다. 전주시와 완주군이 통합을 이루면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 지난해 청주·청원(통합 청주시)에 이어 주민투표로 자치단체가 탄생하는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진드기의 습격/정기홍 논설위원

    미국 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인 셀리그 해리슨은 그의 저서 ‘코리안 엔드게임’에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봄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진드기와 벼룩, 거미가 강원도 철원과 김화, 북한의 평양지역에 대량 살포됐으며 이로 인해 흑사병과 탄저병이 크게 번졌다”고 적고 있다. 1951부터 4년간 AP통신 남아시아특파원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 등 아시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사(秘史)를 다루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초목을 고사시키는 맹독성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것처럼 진드기가 전쟁터에 뿌려졌다는 게 놀랍다. 진드기 이야기는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에도 나온다. 그는 서울의 쌀가게에 취직을 하기 전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할 때 잠을 자다가 벽을 타고 천장에 올라온 빈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하찮은 미물도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못할 일이 무언가”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유명한 ‘빈대의 교훈’이다. 이후 각색이 된 것인지, 사실인지는 몰라도 이 이야기는 ‘빈대와 진드기의 교훈’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진드기와 관련된 속담도 적지 않다. ‘진드기와 아주까리 맞부딪친 격’(서로 엇비슷한 것이 맞붙어 옥신각신한다는 뜻), ‘진드기가 아주까리 흉보듯’(보잘 것 없는 주제에 남의 흉을 본다는 뜻), ‘진드기가 황소 불알 잘라먹듯’(자기보다 큰 존재의 급소를 쳐서 이긴다는 뜻) …. 유독 아주까리 비유가 많은 점이 흥미롭다. 소의 배에 찰싹 달라 붙어 피를 빨아먹어 통통해진 진드기는 아주까리씨와 외양이 닮았다. ‘진드기의 습격’으로 전국이 야단이다. 농번기에 밭일을 하던 노령자 두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사망하고 의심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진드기가 옮기는 쓰쓰가무시 환자도 지난해 8600여명이나 돼 10년 사이 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벌레의 공격이 시작된 것인가. 세계 곳곳에서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메뚜기와 벌떼, 해파리 등의 습격도 잦아졌다. 지구의 기온변화(주로 온난화)로 인해 벌레들의 이동이 잦아졌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면서 내성도 강해진 반면 인간은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류가 900개나 된다는 진드기는 대부분 자연 생태계에 필요한 존재다. 인간에게도 유익하다. 이번 바이러스 진드기 사태의 경우도 치사율이 감기 수준인 6% 정도여서 건강한 사람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필요 이상으로 진드기 공포를 조장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김매야 하는디 겁나서요” 곳곳 농사 차질… 농촌체험 관광도 끊겨

    “지심(김) 매러 가야 하는디, 물리면 죽는다고 해 무서워서 얼른 못 나가고….”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한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마을 주민 정광렬(74)씨는 24일 “겁난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정씨는 “모도 내야 하고 완두콩과 깨도 심어야 하고. 시기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는 농번기인데 들에 안 나갈 수도 없고”라고 어쩔 줄 몰라했다. “마누라가 자꾸 들에 나간다고 해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 나가라고 했유. 그 놈(살인진드기)이 몸뚱아리 어디로 들어갈 줄 알어유.” 정씨는 “3년 전에 나도 쓰쓰가무시병에 걸려봤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두려워하면서도 “죽으나 사나 (논밭에) 나가야지 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씨도 들에 나갈 때는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겨울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그는 “한여름 같은 더위에 이러고 일하니 금세 땀범벅이 돼 죽을 지경”이라며 “여기저기서 살인진드기 얘기로 시끄러운데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인진드기가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사람들이 바짝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당장 농사에 지장을 주고, 농촌체험마을마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예하지마을’은 요즘 체험 관광객이 뜸하다. 고구마·감자 심기와 고사리 꺾기 등 체험하기가 한창 좋을 때여서 외지 체험객이 많이 찾을 때지만 찬바람만 분다. 마을 사무장 이영수(27)씨는 “예약할 때나 주말에 몇 명이 오면 대뜸 ‘살인진드기 괜찮겠느냐’ ‘(진드기 퇴치) 대책이 있느냐’는 말부터 꺼낸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진드기 예방 스프레이액을 갖춰 놓고 체험객들의 바지 등에 뿌려 주고 있다. 숲속에는 되도록 데려가지 않는다. 나물을 채취하거나 옻순을 따는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진드기를 옮기지 못하도록 내다 버려서인지 공주시내에 가면 떠돌이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강원도 화천지역은 살인진드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숨진 60대 여성이 살인진드기에 물린 장소가 화천군 간동면 텃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농촌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노심초사하며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세월이 1년 가까이 지난 데다 이곳에서 살인진드기에 물렸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공포심만 유발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역경기가 형편없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건 발생 후 이 마을에 연일 방역차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며 소독액을 살포하고 있다. 방역직원 양모(65)씨는 “진드기가 소, 돼지 등 가축 피를 좋아한다고 해 축사와 풀숲 위주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면서 “살인진드기 소식에 평소보다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 주민 고은동(49)씨는 “우리 마을이 살인진드기 발생지와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크다”며 “축사에 소독약을 흠뻑 뿌리지만 솔직히 안심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숨진 여성이 가꾼 것으로 알려진 텃밭은 황량했다. 드문드문 지어놓은 조립식 주택 사이로 들깨 밭만 더러 보일 뿐 수년 전까지 개와 돼지를 기르던 축사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주민들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부산에서도 감염 의심환자가 숨지면서 살인진드기 공포가 도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인터넷에는 ‘살인진드기 때문에 등산도 접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롯데마트 서청주점은 진드기 퇴출 관련 용품의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 서청주점 관계자는 “손소독제가 동이 난 신종플루 때와 달리 살인진드기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농민들로서는 생계의 터전인 논밭을 떠날 수 없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김영제(68) 이장협의회장은 “농민은 들에 나가서 살아야 하는데 진드기가 무서우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청원군 오창읍에서 농사를 짓는 전용민(49)씨는 “도시의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의 야유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농민들이야 어디로 피하겠느냐.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라 진드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지자체들 농촌·피서지 방역 비상…진드기 박멸 한계에 주민들 불안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지자체들 농촌·피서지 방역 비상…진드기 박멸 한계에 주민들 불안

    살인진드기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자치단체마다 진드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자치단체들은 뒤늦게 진드기 서식 실태에 대한 조사와 함께 긴급 방역에 나서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제한적인 방역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어 허둥대고 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소나 돼지, 조류를 모두 격리해 폐사시키지만 파리나 모기처럼 진드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산 농가를 비롯해 진드기 노출에 취약한 농촌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드기에 물리지 말라’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당부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평소 방역당국의 부실한 진드기 구제 등 방역활동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도는 진드기 구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24일 제주에서 SFTS 감염 의심환자가 추가로 신고됐다. 국내외 탐방객들이 몰리는 올레길 일부 구간에서도 작은소참진드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도는 올레길 주변 소 사육농가 및 공동목장을 대상으로 진드기 긴급 방역 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진드기 기피제 1000여병을 이들 지역 농가에 지원하는 한편 올레길 주변 풀베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진택 제주도 보건위생과장은 “목장지대 등에서 취약지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예방법이 담긴 홍보물 2만부를 제작해 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쓰쓰가무시병 예방을 위해 그동안 일부 시·군이 보급했던 기피제와 토시를 예년보다 3개월 앞당겨 농민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 부산시는 주말마다 등산객들이 몰리는 금정산 등 지역 주요 등산로 입구에 해충 기피제 5760개를 29일까지 비치하고 예방 홍보물 6만장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SFTS 국내 첫 사망자의 감염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 등 농촌지역 주민들은 불안감과 함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모(60·충북 청원군)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방역당국이 평소 야생 진드기의 전파와 방역에 늑장 대응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불안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농번기인데 진드기 여파로 영농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지역이 대부분 축산 농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축산 농가의 한숨 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소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인진드기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소고기 소비가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모(66·경북 예천군)씨는 “방역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진드기 때문에 소값이 더 떨어지게 됐다”며 “해마다 구제역 방역에도 정신이 없는데 진드기까지 설치면서 축산농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야영장과 농촌 체험마을, 자연휴양림 등 전국의 농촌지역 피서지도 올여름 피서객이 크게 줄어들지나 않을까 방역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 박모(44·서울시 노원구)씨는 “진드기 여파로 당초 계획한 야영을 포기하고 민박을 했다”며 “막연한 불안감 확산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당국이 평소 방역활동에 소홀한 것이 아닌지 불안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강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정치권 잇단 보상대책 달래기… 주민들은 “백지화를” 강경 대치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밀양 송전탑 갈등을 놓고 정치권이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온 지역 주민들은 마뜩잖다는 기색이다.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송전탑 건설 백지화를 원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과 부산 등에서 반대 주민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밀양을 대거 찾을 계획이어서 송전탑 갈등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나흘째인 23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등 200여명(경찰 추산)은 밀양 단장면 등 4개 면의 송전탑 공사현장 7곳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한전은 현장지원 인력 195명을 투입했고 경찰도 주민·한전 간 충돌 등에 대비해 4개 중대 250여명을 현장 배치했다. 주민들은 새누리당이 전날 당정협의에서 송·변전 시설 지역 지원법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현장의 민심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계삼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은 “우는 애한테 떡 하나 더 주듯 지원하겠다는 식인데 밀양 시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건강 악화 등을 우려해 송전탑 공사를 백지화하거나, 고압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을 하라고 주장해 왔을 뿐 더 나은 보상을 원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새누리당과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등은 “국가 전력수급 계획상 송전탑 건설을 포기할 수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지중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피해주민 지원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일부 면지역 주민들도 전면 백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70~80대 주민들이 고통을 받자 ‘차악’인 보상 협의를 택했다”면서 “송전탑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주민들도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오면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전 등은 ‘통 큰 지원’에는 나설 수 있지만 송전탑 건설 백지화 또는 지중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송전탑 분쟁이 지속되면서 주민 간 갈등 양상도 포착되고 있다. 밀양시 부북면의 한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의 60~80대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지만 일부 젊은이들이 한전의 보상 약속에 넘어가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 반대 대책위 측은 지난 21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일행의 한전 밀양지사 방문 때 길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인 이들이 밀양 시민이 아니라 일당을 받고 고용된 외부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희대와 서강대, 부산 동아대 등 서울·부산 지역 대학생 50여명은 24~26일 밀양 단장면 등을 찾아 농번기 농활과 송전탑 반대 시민 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 희망버스 기획단’도 24~25일 서울에서 밀양으로 가는 희망버스를 운영해 1박2일간 반대 주민과 연대 활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밀양 송전탑 갈등이 ‘전국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밀양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밀양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삼성 ‘가정의 달 봉사 축제’ 31만명 참여

    삼성그룹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달간 25개 계열사 사업장이 있는 37개 지역에서 ‘지역 자원봉사축제’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지역 주민 7만명, 삼성 임직원 9만명, 임직원 가족 15만명 등 총 31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장 개방 행사’ ‘기금 마련 마라톤 및 걷기대회’ ‘농촌 자매마을 봉사’ 등 3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10개 계열사가 사업장을 개방한다. 삼성전자는 어린이날인 5일 임직원 가족 3만명과 저소득층·다문화가정 어린이 1500명을 수원사업장으로 초청해 야외무대 공연, 영화 상영, 최신 전자기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같은 날 삼성화재는 삼성교통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해 자동차의 모양과 구조, 원리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어린이 교통안전교육과 어린이 자전거 면허시험 이벤트를 연다. 삼성중공업은 9일 임직원 부모 1000명과 지역 경로당 노인 600여명을 초청해 선박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거제 포로수용소, 해양박물관 등 지역명소도 관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자산운용 등은 마라톤과 걷기대회를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9일 경기도 의왕시 연구개발센터 주변 5.2㎞를 달리는 제9회 ‘나누리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삼성전기, 삼성생명 등은 농사일 돕기에 나선다. 삼성전기는 25일 자매결연 10주년을 맞은 강원도 화천군 토고미 마을에서 임직원 250명과 마을주민 200여명이 참석하는 ‘삼성의 날’ 행사를 연다. 삼성생명도 전국 117개 자매결연 마을에서 임직원과 컨설턴트 1300여명이 농번기 부족한 일손 돕기 등 봉사활동을 펼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기고] 농촌 외국인고용제를 위한 5가지/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

    [기고] 농촌 외국인고용제를 위한 5가지/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

    “비 맞으며 밭이랑에 엎드리어 김을 매니 검게 탄 얼굴과 초라한 몰골이 어찌 사람의 모양이랴만, 왕손 공자들이여, 저들을 업신여기지 마시오.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저들로부터 나오느니.” 고려 문신 이규보가 대몽항쟁으로 인한 강화 천도 시절 산책을 하다가 비를 맞으며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고 애처로운 마음에 지은 시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식량안보산업이지만 농민들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연중 신선하고 안전한 채소와 육류를 공급하며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돼 온 농촌은 이제는 고령화와 내국 젊은이들의 농작업 기피 현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채소와 축산업 영농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고자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도는 농번기에 천정부지로 오르는 인건비 급등을 억제하는 시장경쟁 척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농업의 지속적 유지와 보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건강하고 숙련된 농업 인력의 장기 근무를 촉진하기 위해 성실 근로자 재입국제도의 시행, 마약 검사를 추가한 건강검진제도의 강화, 사업장 변경 방식 개선 등 제도 개선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해 들어 보면 여전히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은 많은 편이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첫째, 농업 부문 외국인력 도입 쿼터가 농촌의 수요 인력 공급에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연간 외국인력 도입 쿼터를 매년 상향 조정해 산업 부문 간 형평성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둘째, 농한기와 농번기가 뚜렷한 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본의 사례와 같이 농업에 한해 연간 평균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한 초과근무수당 지급 제도로의 법규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근로자들의 잦은 근무처 변경 요청과 농번기 임금 인상 요구, 근무태만이나 이탈 등으로 인한 영농활동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위반 부과금 제도를 마련하고 건전한 약속 이행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넷째, 농작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근로자의 선발과 입국 전 출신국의 부실한 신체 및 정신건강 검진 등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국 상대국에 근로자 선발 시 농작업 경험이 있는 건강한 농촌 출신 위주의 선발을 요청하는 등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고의적인 근무태만이나 단체행동으로 적기 영농 실패 시 농업인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약자 입장에 서게 된다. 그럼에도 외국인 근로자 보호에만 관심이 집중돼 농업인들은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농업인들에게 고의적인 근무태만이나 단체행동 선동 근로자에 대한 강제 출국 요청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농민 없는 국가는 없으며, 특히 프랑스 음식은 최고 문화외교 수단”이라며 농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 고용 농업인은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선도하는 중견 농업 경영인들로 적극 보호육성해야 할 대상이다. 외국인 고용 제도가 경제성장과 농업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선순환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하) 우리도 홀로 설 수 있어요 -교남어유지동산 찾아가보니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하) 우리도 홀로 설 수 있어요 -교남어유지동산 찾아가보니

    11일 오후 4시, 경기 파주시 적성면 어유지리에 위치한 교남어유지동산 내 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는 지적장애인 홍모(29)씨와 이모(33)씨가 토마토 줄기를 하나씩 잡아 지지대에 집게로 고정시키고 있었다. 토마토 줄기가 휘어지지 않고 곧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 홍씨는 “공기가 맑은 곳에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교남어유지동산은 지적장애인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월급을 받아 자립하도록 하는 곳이다. 사회복지법인 교남재단이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이자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이다. 교남재단이 1994년 부지를 매입해 자립 농장을 연 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같은 시간 본관 내 포장 작업실에서는 장애인 5~6명이 갓 수확한 오이와 부추를 포장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오이를 3개씩 투명 비닐봉투에 담고 부추도 가지런히 포장지에 담아 상자에 차곡차곡 쌓았다. 박모(40)씨가 오이 꼭지를 아래로 가도록 봉투에 담자 김모(34)씨가 “거꾸로 넣었잖아.”라며 핀잔을 줬다. 박씨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김씨가 오이를 포장하는 것을 보고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남어유지동산에는 사회복지사와 사무원 등 14명의 직원과 39명의 지적장애인이 함께한다. 3만 9600㎡(약 1만 2000평)의 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 오이, 감자, 배추 등을 농약 없이 재배하고 된장, 고춧가루, 수세미화장수 등 가공품도 만들어 판매한다.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지적장애인들 월급으로 돌아간다. 지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보호작업장에서의 조립이나 포장, 사무보조, 청소 등이 꼽힌다. 이곳에서는 지적장애인에게 맞는 일을 고민하다가 농업을 선택했다. 손인식(41) 사무국장은 “농업은 자연과 함께하면서 정서적 안정과 건강에 도움을 준다.”면서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농번기에 바쁜 대신 농한기에 쉴 수 있어 일을 계속 이어가기 힘든 지적장애인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어유지동산은 농산물 재배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운영, 농촌체험 등으로 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지금은 연 매출 4억원, 방문객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친환경 농산물 구입과 농촌체험,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동시에 가능한 곳이라는 입소문이 각 기업체와 학교 등에 퍼지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다. 찾아오는 이용객들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손을 흔들고 휴식시간에는 휴대전화로 음악을 함께 들으며 드라마나 스포츠에 대해 한바탕 수다도 떤다. 2005년 어유지동산 내 숙소생활을 접고 동두천시에 아파트를 얻어 출퇴근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손 사무국장은 “자신들의 월급으로 방을 얻고 살림을 꾸리면서 직업의식을 높이고자 했다.”면서 “그 이후 일에 대한 보람도 커지고 이웃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인사하며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노화가 빠른 편이라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오래 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만큼은 비장애인과 같은 ‘평범한 삶’을 꿈꿀 수 있다. 손 사무국장은 “단순히 급여만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장점을 살려 수익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적장애인의 자립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5월 가뭄 극심

    1년 중 씨 뿌리기에 가장 좋다는 ‘망종’(芒種·5일)과 함께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됐으나 농민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지난달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논에 물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땅이 말라 있기 때문이다. 해갈은 이달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5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36㎜로 평년 대비 36% 수준에 그쳤다. 3월과 4월에 각각 평년 대비 50~60% 이상 비가 내렸던 것에 비하면 5월 강수량은 턱없이 적은 양이다. 평년 강수량이 105.9㎜인 서울은 5월에 고작 8.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평균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충남과 전북 지역의 가뭄도 심각하다.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에 따르면 전북과 충남·북 등 중부지방 외에도 전남·강원·경북·경기도 일부 내륙 지역이 ‘가뭄’ 단계를 넘어 ‘매우 위험’ 단계로 진입했다. 이처럼 지난달 이후 유난히 가물었던 이유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 때문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천년고찰·매실의 고장 경남 양산

    천년고찰·매실의 고장 경남 양산

    울산과 부산, 두 광역시 중간에 있는 양산시는 경상남도 교통의 요충지이자 위성도시의 역할을 하며 도민들에게 편리한 생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동시에 천혜의 자연경관을 고이 간직한 고장이기도 하다. EBS 한국기행은 5~8일 매일 밤 9시 30분에 산골짜기마다 숨어 있는 천년고찰과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경남 양산으로 떠난다. 5일엔 원동면 주민들이 품앗이로 하는 첫 매실 수확 풍경을 방영한다. 원동면 주민들에게 매실은 곱게 키운 자식이나 다름없다. 원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매실 재배지이며 그 역사는 백년을 자랑한다. 이렇게 역사 깊은 매실의 고장인 만큼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이른바 ‘검은 매실’로 불리는 약재 ‘오매’. 이는 약국이나 병원 하나 변변치 않던 시절 어머니들이 아픈 자식을 위해 약 대용으로 먹이던 것이었다. 6일에는 세상의 번뇌를 잊을 수 있는 곳, 통도사를 소개한다. 영축산 자락에 있는 통도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어 1300년 역사를 자랑한다. 합천의 해인사,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국내 3대 사찰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천년고찰 통도사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금강 계단이 있어 이에 의지해 마음을 닦고자 찾아오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7일에는 낙동간 주변의 오래된 전통인 ‘가양진 용신제’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4개의 강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낙동강의 가야진 용신제다. 바쁜 농번기, 만사를 제쳐 놓고 한데 모여 낙동강 용왕님에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양산 사람들에게 용신제를 이어 오는 자부심과 낙동강의 의미를 들어본다. 8일 방송에선 누구에게나 다정함, 그리움,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주는 ‘고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머니의 품처럼 떠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동시에 아릿해 오는 것이 바로 고향이다. 양산은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 선생의 고향이자 ‘국민 테너’ 엄정행 선생의 고향이다. 엄정행 선생과 함께 내 고향의 넉넉하고 부드러운 품을 그리며 찾아간 그곳 양산은 그가 살았던 60년 전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산야마다 피어나는 산야초를 이용해 효소를 만드는 마을 할머니들의 고향 이야기를 함께 듣고 울긋불긋하게 열매 대궐을 차린 산딸기까지 맛보며 옛 고향 추억을 더듬어 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민원업무도 이젠 ‘고객 맞춤형시대’

    민원업무도 이젠 ‘고객 맞춤형시대’

    농번기 민원 배달제, 5일장 민원실, 전철 민원실 등 ‘현장 맞춤형 민원실’이 인기다. 31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실 운영실태를 파악한 결과 92%인 210개 지자체가 ‘일과시간 외 민원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91개)과 지난해(153개)보다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 등이 여권·인감·가족관계·주민등록 등 직접 방문해야 하는 민원서비스를 일과시간 외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자체별 여건에 맞는 ‘맞춤형 민원실’이 인기다. 충북 충주, 충남 공주시는 ‘농번기 민원배달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시기인 3~6월, 9~11월에 공무원들이 농사현장을 찾아 민원을 접수하고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강원 철원·홍천군, 경남 김해시 등 5개 지자체도 5~10월 농번기에는 민원실을 평소보다 늦게까지 운영한다. 경기 동두천, 강원 강릉·속초, 전남 여수·나주시 등 10개 지자체는 ‘학교방문 주민등록증 발급제’를 운영해 호평받고 있다. 학교공부로 일과시간에 관공서 방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방문해 주민등록증을 발급, 전달해 주고 있다. ‘5일장 민원실’도 나왔다. 강원 정선군은 관내 5일장이 열리는 2·7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민원실을 한 시간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 ‘사전예약민원실’도 인기다. 충남 보령·연기·부여, 전남 순천·구례, 경북 영주·상주 등 13개 지자체는 전화로 사전 예약하면 야간에도 민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령은 평일 24시간, 연기는 평일 오후 9시까지, 순천은 목요일 하루에 한해 오후 9시까지 ‘예약민원실’을 운영한다. 도시지역에서는 지하철을 이용, ‘역내 민원실’과 ‘민원 전철’이 운영되고 있다. 수원·의정부·부천·평촌·동두천중앙·평택·범계·안양역에는 ‘역내 민원실’이 설치됐다. 수원·의정부역에서는 오전 8시~오후10시 연중무휴 이용이 가능하다. 또 지하철 1호선을 개량, 서동탄~성북역 노선에 평일 4회, 휴일 1회 민원전철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운영하던 ‘24시간 민원실’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 ‘민원실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울산시는 권역별로 당번을 정해 요일별로 ‘야간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동·성북·마포·송파·양천구는 월요일, 용산·종로·중랑·강남·영등포구는 화요일, 노원·중·강동·구로·서대문구는 수요일, 강북·관악·강서·금천·광진구는 목요일, 은평·도봉·서초·동작·동대문구는 금요일 오후 8시까지 민원업무를 연장한다. 행안부는 “민원실 운영 노하우를 상호 벤치마킹하고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게 모범 사례를 지자체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충남, 모든 마을 상수도 보안시설 설치

    충남 홍성 배양마을 상수도 독극물 투약 사건이 터진 지 40일을 맞고 있다. 아직 단서조차 찾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충남도는 도내 모든 마을상수도에 보안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29일 홍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사건 발생 직후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상수도 집수장 물탱크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농약 구입자 1500명을 300명으로 압축하고 구입 시기, 목적, 사용처 등에 대해 심층면접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혐의를 둘 만한 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이 마을 앞산의 30t급 물탱크 안에서 발견된 농약은 액체 제초제인 ‘근사미’와 가루 살충제 ‘파단’이다. 경찰은 또 물탱크 관리계약이 30일로 끝나는 점을 중시해 기존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 관계자나 올해 초 전년도 결산 과정에서 수도세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주민을 상대로 수사를 펴고 있으나 별 진척이 없다. 정신지체자 등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웃 11개 마을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500만원의 신고보상금까지 내걸었다. 오세윤 홍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요즘은 농번기여서 탐문수사를 하려면 일일이 논밭을 찾아다녀야 해 어려움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문제의 물탱크를 말끔히 청소한 뒤 예전대로 114가구 250여명의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불안감에 식수로 잘 사용하지 않고 빨래 등 주로 허드렛물로 쓰는 실정이다. 충남도는 주민 불안이 가시지 않자 내년까지 도내 모든 마을상수도에 보안시설을 설치하고 노후시설을 교체하기로 했다. 국비 등 850억원을 들여 마을상수도에 폐쇄회로(CC)TV, 개폐감지장치,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고 낡은 상수도는 허물고 신축한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경북 상주·서울 구로 ‘여성 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경북 상주·서울 구로 ‘여성 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때 이른 초여름의 날씨로 신록이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낸 5월 초순. 경북 상주시 육군 50사단 상주대대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군복을 입은 한 무리 아주머니들의 구호 소리가 요란하다. “충성! 신고합니다. 강영숙 외 00명은 훈련 입소를 명 받았습니다!” ●아줌마 특유의 억척스러움·진지함… 현역 장병들도 박수 갈채 여성예비군 소대 훈련 입소식이다. 구호와 대열은 엉성해 보여도 표정만은 여느 장병들 못지않게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훈련은 안보교육, 응급 처치술, 화생방, 모의전투 순으로 빡빡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특유의 억척스러움과 진지함으로 ‘아줌마 부대’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특히 서바이벌 장비를 활용한 모의전투에서는 평균 나이 50대 중반의 전업 주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 현역 장병들도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연령은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지만 훈련에 대한 열정과 봉사정신은 한결같이 뜨거워 농번기인데도 전원이 입소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을 둔 강영숙(51) 상주여성예비군 소대장은 “군복을 입어 보니 오히려 아들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다.”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예비군 활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원들 중 ‘고참병’ 격인 김삼순(63)씨는 “총을 든 순간 여자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군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기력이 닿는 대로 향토 방위에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의욕을 내보였다. 서울 구로구 여성예비군은 창설된 지 4년째인 도시 여성예비군이다. 평시 급식 지원 활동을 하는 날, 남자예비군들에게 줄 간식을 챙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촌 지역에 비해 연령대가 낮아서인지 군복을 입었지만 꽃핀을 꽂은 파마머리에 귀고리를 착용한 모습 등이 사뭇 이채롭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니 모두 작업을 멈춘 채 거울 보고 화장을 고치기에 바쁘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속에는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고 남자들의 아성에 도전한 ‘맹렬 여성’의 패기가 배어 있다. 처녀 시절 여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신혜숙(39)씨는 “총을 들고 직접 싸우지는 않아도 여성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 같아 보람 있다.”며 “군복 입은 모습이 잘 어울려요?”라며 수줍어했다. 여성예비군은 향토예비군설치법(1961년 제정, 1968년 전면 개정)에 따른 ‘지원 예비군’으로서 각 지역 군부대가 지자체에 협조하여 소대 1개씩을 편성하고 있다. 1989년 인천 백령도에 첫선을 보인 후 5월 10일 현재 전국적으로 139개 소대에 5382명이 활동 중이다. 국방부 예비전력과 조병철 과장은 “평시에는 향방작계훈련 참여는 물론 재난 재해 구호 활동과 각종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민·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전시에는 동원 및 향방작전 간 급식 지원, 응급 구호, 후송 지원, 선무 활동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1989년 인천 백령도에 첫선… 전국 139개 소대 ‘가동’ 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오는 구로구 여성예비군 김옥휘(46)씨는 “각 가정의 버팀목인 여성들이 국가 안보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예비군 활동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바람처럼 여성예비군이 여성 국방 안보 참여의 모범적인 모델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2) 경북 예천 금남리 황목근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2) 경북 예천 금남리 황목근

    처음 이 땅에 생명을 낳아 기른 것은 나무였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애면글면 잎을 틔운 나무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이뤘다. 사람들이 그 자리에 찾아들어 마을을 이루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람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와 사람보다 오래 살아온 나무를 극진히 보호했다. 그것이 사람이 더 아름답게 사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소원을 빌 때마다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 하늘 가까이 자라는 나무에 기댔다. 당산제가 그것이다. 사람이 나무를 아끼고 보호하면 나무는 그만큼 사람살이를 지켜준다. 베푸는 만큼 되돌려 받는 아름다운 삶이다. 언제까지라도 우리 곁의 나무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호적에 이름 올리고 세금도 꼬박꼬박 “예천군에는 ‘땅을 소유한 나무’로 유명한 석송령과 함께 또 한 그루의 세금 내는 나무가 있어요. 석송령보다는 좀 늦게 제 이름과 재산을 갖게 된 나무죠. 석송령에 비해 접근성이 낮아 조금 덜 알려지긴 했어도 예천군을 대표하는 명목이지요.”<서울신문 3월 15일 자 19면 ‘석송령’ 참조> 경북 예천군에서 나고 자랐다는 최재수(43) 예천군청 문화재 담당은 어릴 때부터 예천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석송령과 회룡포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또 하나의 세금 내는 나무의 존재는 비교적 늦게 알았다고 했다. 접근이 불편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아니겠냐고 최씨는 덧붙였다.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 금원마을, 평화롭게 펼쳐진 너른 들녘 한가운데에 우뚝 선 나무 한 그루가 바로 그가 이야기하는 예천군의 자랑, 황목근이다. 식물학적으로 팽나무인 이 나무는 봄에 노란색 꽃을 피워서 황(黃)씨 성을, ‘근본이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목근(木根)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황목근은 여느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이 어엿이 호적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1만 3620㎡(4120평)의 토지를 소유한 부자 나무다. “정식으로 등기된 토지는 3700평(1만 2231㎡)이지만 미등기 상태로 황목근이 소유한 땅 420평(1389㎡)이 더 있어요. 땅 임자가 이미 황목근에게 소유를 이전하기로 했지만 등기를 이전하기 전에 돌아가셨거나 지방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분들이어서 등기를 미루고 있는 상태죠.” 황목근의 토지 소유 현황을 설명하는 황목근보존회 엄영우(73) 회장의 이야기에는 나무에 대한 자존감이 넘친다. ●마을 중학생에게 해마다 장학금 지급 금원마을에는 100여년 전부터 성미(誠米)를 모아 공동 재산을 형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1903년의 ‘금원계안회의록’과 1925년의 ‘저축구조계안임원록’이 그것들이다. 성미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 중의 누군가에게 어려운 일이 닥칠 때를 대비해 조금씩 아껴 모으는 쌀을 가리킨다. 오래전부터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로운 삶을 실천해 온 마을공동체였다는 증거다. 공 들여 모은 마을 공동 재산을 통째로 황목근에 넘겨준 것은 1939년의 일이다. 세계 최초로 재산을 소유한 나무인 예천 천향리 석송령이 재산권을 행사한 지 11년 뒤의 일이다. “황목근은 오래전부터 마을의 신목(神木)이었죠. 당연히 황목근에 올리는 당산제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었어요. 당산제를 위해 공동 재산을 이용했지요. 당산제와 공동 재산을 잘 지키기 위해서 나무에 재산을 넘긴 겁니다.” 물론 당시의 특별한 상황도 한몫했지 싶다. 1939년 즈음은 일본인들에 의한 재산 변동 상황이 극심했을 뿐 아니라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재산 약탈도 종종 벌어지던 때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산을 지키고 또 마을 고유의 풍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더 듬직하게 재산을 지켜줄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을에서 황목근에 맡긴 재산은 현재 마을회관이 들어선 땅을 비롯해 주변 임야와 마을 논으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황목근의 논에는 마을 사람이 농사를 짓고 해마다 쌀 80㎏들이 여섯 가마로 이용료를 낸다. 그렇게 늘어가는 황목근의 재산은 꼬박꼬박 예금통장에 들어간다. “1000만원이 든 정기예금통장과 지금 600만원쯤 들어있는 일반통장이 따로 있어요. 그 돈으로 우리 마을 출신의 중학생에게 한해 30만원씩 장학금을 줍니다. 물론 재산세도 꼬박꼬박 내지요. 지난해에는 2만 6000원 정도를 재산세로 냈어요.” ●칠월 백중에는 마을잔치도 벌여 마흔 가구 남짓한 금원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해마다 정월대보름 자정에 황목근 앞에 모여 당산제를 지낸다. 나무 주위에 금줄을 치고 신성한 나무임을 표시하고 모두가 진중한 몸가짐으로 한데 모여 제를 올린다. 정월대보름 외에 마을 사람들이 나무 앞에 모두 모이는 날이 하루 더 있다. 칠월 백중이다.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농사일로 가장 지쳐있을 때이기도 하고 농번기 중 잠깐 맞이하는 휴지기이기도 한 때다. 백중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황목근 앞에 모여 풀을 뽑고 흐트러진 나뭇가지를 정비하는 등 나무 주변 정화 작업부터 한다. 그리고 점심 나절이 되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잔치를 벌인다. 이때의 비용은 물론 황목근이 부담한다. 처음에 나무가 사람을 키웠다면 이제 사람이 나무를 더 잘 보호하고 지켜야 할 때다. 사람이 애지중지 보호할 때 나무는 사람의 재산까지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임을 보여주는 특별한 나무가 황목근이다. 글 사진 예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 696번지.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점촌함창나들목으로 나가서 점촌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2.2㎞ 가면 사아매교차로에 이른다. 고가도로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난 나들목으로 나가 P턴하여 예천 방면의 함창로에 들어선다. 9㎞쯤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회룡포 가는 조붓한 길이 나온다. 갈림길에 회룡포를 비롯해 용문사 등의 표지판이 있다. 150m 남짓 지난 곳에서 오른쪽의 마을길로 들어서서 마을을 지나면 너른 들이 나온다. 논길을 따라 600m 남짓 가면 들녘에 홀로 선 황목근이 있다.
  • “농가·농촌 동호회 연결” 농식품부, 현장서 정책발굴

    농림수산식품부 실무 공무원들이 농어촌을 방문, 정책개선 과제 317개를 찾아냈다. 2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무관·주무관급 공무원들이 이달 들어 전국 시·군 농어촌을 2~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지금까지 145명이 145개 시·군을 방문했다. 이들은 시·군 농정과장과 담당자, 농어업인, 생산자 단체, 식품·유통업체, 소비자단체, 농·수협, 농어촌공사 관계자 등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장의 고민을 듣고 발굴한 정책개선 과제가 319개다. 신규 사업이 121개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책 대안 107개, 규제개혁 요구 89개였다. 이 중 법 위반으로 어업허가가 취소된 어선의 허가를 최대 1년간 늘려주고 농번기에 인력이 필요한 농가와 도시의 농촌 동호회를 연결해주는 내용도 있다. 농식품부는 이 과제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달 말까지 사업 추진방식 개선, 규제개선, 신규정책 추진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고] 농촌사회봉사명령제 지속 보완돼야/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장

    [기고] 농촌사회봉사명령제 지속 보완돼야/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장

    지난해 농가인구는 296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3.4%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6.2%로 3.7% 늘어나는 등 고령화 속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5.0%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는 도농 간 소득격차 확대, 젊은이를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대도시 편중, 낮은 문화복지와 교육여건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가구당 경지 면적은 인구 감소 탓에 1985년 1.11㏊에서 2010년에는 1.45㏊로 증가세를 보이며 농번기의 심각한 일손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손 부족의 피해는 농산물 제값 받기의 실패로 나타난다. 수확 노동력이 부족한 농가는 중간상인들에게 농산물을 밭떼기로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력이 덜 드는 작목으로 재배를 집중시켜 쌀값 등은 떨어지고, 손길이 많이 가는 마늘이나 수박 같은 품목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손 부족은 농번기 임금 급등으로 이어져 고령화된 농업인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농가부채 증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법무부와 농협은 만성적 일손 부족과 자연재해 등으로 위기에 처한 농촌을 지원하고자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0년 5월 11일부터 시행된 이 사업은 가벼운 범법자를 잡아 가두는 대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정시간 무보수로 농촌지역 봉사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잠재된 책임감과 이타적 봉사정신을 일깨우는 제도이다. 전국 농촌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 사업은 고령농가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가를 우선 지원한다. 그동안 20만여명의 인력을 농촌지역 일손돕기에 투입, 약 133억원의 농가인건비 지원 효과를 창출하여 많은 농민과 농민단체들로부터 호평과 환영을 받고 있다. 2010년 농업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8%가 사업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82.4%가 사업 이용에 만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회봉사대상자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100명 중 10명가량은 사회봉사명령 종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범죄자들에게 사회봉사명령은 가장 효과적인 교정 방법이 되고 있다. 일류국가를 지향하고 국격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배려 없는 사회는 후진사회이다.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라는 말이 있다. 평생을 가난한 이웃을 돕다 떠난 테레사 수녀에 관한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면역 물질이 50% 이상 증가한다는 미국 하버드 의대 실험결과에서 나온 말이다. 봉사에 참여하거나 선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역시 농민들의 소득보장을 위해 농업 및 농촌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사회봉사대상자들이 농촌 봉사 활동에 대해 더욱 보람을 느끼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작업 중 재해 시 적정한 치료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근무 태도가 불성실한 사회봉사대상자에 대한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완장치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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