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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올해 51세의 골드미스인 쉬위펑(徐玉鳳)은 ‘마오마마’(猫媽媽·고양이 엄마)로 불린다. 베이징 소재 고양이 보호 비정부기구(NGO)인 마오싱저(貓行者·고양이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모임의 회장으로 베이징 창핑(昌平)구 후이룽관(回龍觀)의 30평대 아파트 두 채를 빌려 고양이 100여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들 가운데는 팔·다리가 없이 거동이 불편한 고양이들도 있다. 빈부격차로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애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만큼 중국에는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 행위가 늘고 있다. 마오싱저 회원들은 고양이 학대 제보를 받고 고양이를 구해 오거나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인다. 거둬온 고양이들은 쉬위펑이 대부분 돌본다. 쉬위펑은 지난 21일 “고양이 100여 마리를 먹여살린다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일에서 발을 뺄 수 없을 만큼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 병원 재무팀에서 일하던 그녀는 지난 2012년 말 지인 집에서 병든 고양이들을 데려와 치료해 주면서 동물 보호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과 뜻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중국에는 아직 동물 보호 운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이데올로기 갈등과 빈부격차가 심한 만큼 그럴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쓰라는 식이다. 실제로 쉬위펑이 10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한 달에 들어가는 돈만 3만 위안(약 540만원)이 넘는다. 금전적 능력과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쉬위펑은 은퇴 이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회원들 중에는 시간과 돈을 쪼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동물학대 방지 교육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배우는 것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생명 경시 풍조를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현재 중국에서 등록·활동 중인 NGO는 45만여개에 이른다. 사회적 NGO가 24만 5000개, 비영리·개인 NGO가 19만 8000개에 달한다. 무엇보다 마오싱저와 같은 NGO는 단순한 동물 보호 운동을 넘어 중국의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에도 나선다. 동물 보호 운동 관련 단체들의 경우 매해 중국의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상대로 동물학대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동물학대방지법이 없다 보니 고양이를 하이힐로 밟아 죽이는 등 각종 동물 학대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동물 보호 NGO들은 당국이 매해 6월 실시하는 ‘큰 개(35㎝ 이상) 때려잡기 운동’이 동물학대 행위라며 베이징시에 여우싱(游行·시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 같은 NGO 운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인터넷 발달에 따른 결과이지만 일부 권한을 시민사회 쪽으로 옮겨 자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새 정부의 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국민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만큼 동물·환경·자선 등 일부 분야에 대해 시민운동을 허용함으로써 정부의 짐을 덜어내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기업인들의 모임이나 과학기술, 공익·자선, 도·농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의 NGO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정부에 등록만 하면 출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전에는 특정 부처나 정부 사업 단위에 소속되도록 했지만, 이제는 당국에 등록만 하면 활동이 가능하도록 진입 문턱을 낮춘 셈이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관리가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오싱저와 같은 동물 보호 NGO들은 200개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가운데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활동하는 단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농민공이 많은 광둥(廣東)성 지역에는 농민공에 대한 교육과 이들 사이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도·농지역 사회 서비스 NGO 운영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당국은 이들 NGO가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폭력시위 등 사고를 유발하는 비인간적 공장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NGO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점에서 아직은 정치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분위기다. NGO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아가 공산당에 반기를 드는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법률·종교를 비롯해 외국 NGO의 중국 내 활동은 계속 심사를 받도록 통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동물보호넷을 운영하는 칭화(淸華)대 철학과 장진쑹(蔣勁松) 교수는 “아직은 정치적 민감도가 떨어지는 분야에 한해, 또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NGO가 활성화되는 분위기지만 자치를 핵심으로 하는 시민사회 형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기고] 쌀 관세화 더 이상 피할수 없다/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쌀 관세화 더 이상 피할수 없다/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각국은 농산물에 대한 관세화를 시행하였다. 우리나라는 농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1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했고 2004년에 유예를 10년간 연장하였다. 내년 말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또다시 이를 연장하거나 현상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쌀 관세화 유예의 지속이 국제법적으로 가능한지, 이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 국익과 농업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시기이다. 쌀 관세화 유예가 필요한지 검토하려면 우선 관세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의 연구에 의하면 쌀 관세율은 400% 수준으로 예상되며, 무역자유화를 위한 관세 10%를 감축하면 360%가 된다. 미국산 중립종 기준으로 최근 국내외 쌀값을 비교하면 우리 쌀이 2.7배 높은 상황이다. 미국산 중립종 가격이 100이고 국내쌀 가격이 270이면 수입된 미국산 중립종 가격은 수입가격 100에 관세 360을 더한 460이 된다. 이는 오히려 국산 쌀 가격보다 높아 현실적으로 수입되기 어렵다. 관세화를 20년간 유예하며 치른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우선 국내소비량 대비 일정 비율의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 왔다. 1995년에 1%였던 비율은 매년 상승하여 2014년에는 7.96%가 된다. 2015년 이후에도 7.96%(약 41만t)의 쌀을 5%라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여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여야 한다. 수입비율은 1988~1990년 평균 소비량 기준이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의무수입량은 매년 소비량의 10%를 상회할 것이다. 높은 비율의 의무수입량은 다음 세대 농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비용과 연간 약 35억원에 달하는 수입쌀 1만t당 보관비용 등 엄청난 재정 부담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WTO 농업협정은 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협상을 1회에 한하여 허용한다. 그리고 재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에 관세화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를 시행하여야 한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 전 필리핀이 신청한 것과 같은 관세화 의무 면제(waiver)만이 유일하다. 의무 면제를 받으려면 WTO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쌀 수출국에 보상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필리핀도 의무면제의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상당 수준 늘리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우리나라도 의무면제를 추진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요구받을 것이 자명하다. 쌀 관세화에 대한 몰이해, 농업에 대한 단기적 피해 우려, 농촌 표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으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다. 쌀 관세화 재연장 협상 또는 현상유지는 농업협정상 불가능하다. 관세화 의무 면제는 막대한 대가를 요하는 비합리적 선택이다. 이제는 불필요한 논란을 그만두고 유리한 쌀 관세화 방안과 효과적인 관세화 이후 대책 마련에 집중할 때이다.
  • 제초제 저항성 잡초 경기 남부 확산

    경기 남부지역 논에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잡초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초제 저항성 잡초는 같은 성분 제초제를 해마다 계속 사용하면서 그 제초제에 내성이 생겨 죽지 않는 잡초다. 도 농업기술원은 6월 25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수원·용인·안산·평택·시흥·이천·안성·화성·광주시, 여주·양평군 등 남부 11개 시·군의 논 60여㏊(200필지)를 대상으로 잡초 분포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밭뚝외풀과 마디꽃, 올미 등 제초제 저항성 잡초 3종이 새로 발생했으며 기존에 알려진 물달개비, 올챙이고랭이 등도 증가했다. 1991년 19.32g, 1995년 5.95g, 2000년 3.06g, 2005년 2.83g 등으로 감소하던 ㎡당 논 잡초 발생량도 저항성 잡초 증가로 이번 조사에서는 3.51g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농기원은 농가에서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이 계통에 저항성을 가진 잡초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제초제는 농가 사용량의 70%에 이른다.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예방하려면 써레질 후 모내기 3~5일 전에 1차로 이앙 전 처리제를 뿌리고 모내기를 한 지 10~15일 뒤에 2차로 ‘메페나셋’, ‘펜트라자마이드’ 등이 혼합된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고 도 농기원은 밝혔다. 제초제를 뿌린 뒤에는 논물을 3~5㎝ 깊이로 최소한 3일간 유지해야 한다. 임재욱 도 농업기술원장은 “벼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2~3년 주기로 제초제를 바꿔 사용하는 등 올바른 제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농민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울진 보부상 비석, 30년 잠자던 ‘객주’의 열정 깨워”

    “울진 보부상 비석, 30년 잠자던 ‘객주’의 열정 깨워”

    “‘객주’의 등장인물들에겐 갖은 시련이 닥칩니다. 용감한 인물도, 비겁한 인물도 있죠. 가만 보면 또 나만큼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도 없어요. 아버지라고 하면 맞은 기억밖에 없지. 정부인 아닌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멸시도 많이 받았지요. 초등학교는 교과서 하나 없이, 월사금 한 번 못 내고 졸업했어요. 이런 시련에서 벗어난 게 10년도 채 안 됩니다. 하지만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나를 살리는 길입니다. 오히려 삶이 탄탄해지거든요.” 가난과 결핍이 자신의 삶과 글을 밀고 나가는 추동력이었다는 작가 김주영(74). 그가 소설 ‘객주’를 통해 청년들에게 건네는 충언이다. 19세기 말 조선 보부상들이 21세기의 현대인에게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장돌뱅이들의 땀내 밴 삶을 담은 ‘객주’가 서울신문 연재 34년 만에 완성됐다. 객주는 당초 1979년 6월 1일부터 1984년 2월 29일까지 1465회(1~9권)로 중단됐다. 사라졌던 주인공 천봉삼을 다시 불러낸 건 4년 전 우연히 발견된 보부상 길(경북 울진 흥부장~봉화 춘양장)이었다. “앞으로 내가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4~5년쯤 남았다고 봐야겠지. 소설에 대한 열정이나 기량이 퇴색되지 않았을 때 못 다한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하지만 계기가 없어서 30여년의 세월을 흘려보냈어요. 그러다 우연히 경북 울진에서 당시 보부상들이 남겨 놓은 비석, 서낭당, 숙소 등을 보고 가슴 속에 스러지지 않고 남아있던 객주의 싹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4월 1일 본지에 다시 연재를 시작한 보부상들의 삶은 21일 108회(10권)를 끝으로 그야말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객주’를 교과서처럼 읽던 장년 세대뿐 아니라 청년 세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신문뿐 아니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함께 연재된 데다 작가의 낭독 콘서트 등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교감했다. “남녀가 서로 정분을 나누는 회에는 온라인에서의 반응이 굉장합디다. 허허.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10권을 먼저 읽은 젊은 독자들은 ‘소설에 빨려들어 1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조선시대 막걸리 한 주발, 짚신 한 켤레 값까지 적시했더니 당시 민초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느꼈다는 젊은이들도 있었고요.” ‘객주’는 질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읽는 맛도 안겨줬다. 그러나 조선 말기를 실감 나게 전달하느라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의 어휘를 곳곳에 동원해야 했다. 작가는 “(젊은 독자들이 읽기 힘들 줄)알면서도 도리가 없었다”며 웃었다. “난해하고 말고. 하지만 소설의 현재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는 거지. 옛 사람들이 쓰던 말을 버리거나 훼손시켜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1~9권과 30여년의 간극을 두고 쓰인 10권에는 현재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담겨 있다.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라는, 과거와 무섭도록 닮은 현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새 연재물에서는 지방 관리들이 어떻게 서민들을 착취하고 횡포를 부렸는지, 수령들이 어떤 식으로 뇌물을 주고받고 직책을 사고팔았는지 명확히 서술했어요. 요즘도 정부 관리와 기업인들이 주고받는 부정부패가 엄청나게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보면 70년 넘게 살아온 저도 ‘부정부패라는 우리 사회의 혹을 떼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하고 절실히 느낍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객주’는 “거창하게 떠들지 않은 이상향”으로 마무리됐다. 보부상들이 배곯는 농민들에게 땅을 사주며 정착을 돕는다. 가난과 결핍이 움츠린 곳에 늘 시선을 주었던 작가다운 결말이다. 지난 6월부터 기획분과위원장으로 합류한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도 그는 이런 소신을 폈다고 했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혼자 낭떠러지에 서 있는 사람,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찾아내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자고도 했죠.” 유년 시절 저잣거리 풍경에 매료돼 문학 인생을 바쳐 ‘장터의 서사’ 대장정을 이어온 작가에게 대하소설이란 “견디는 힘으로 쓰는 것”이었다. 요즘 문단에서 그런 대하소설의 명맥이 끊기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노 작가의 눈빛에서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빛났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소재를 개발하는 능력이나 감성적인 호소력, 관계를 다루는 솜씨는 (우리 때보다) 뛰어나요.” 천생 이야기꾼 김주영의 다음 주제는 사람 이야기다. “고은 선생의 시집 ‘만인보’처럼 살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나를 감동시키고 비난했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봤으면 합니다. 내가 원래 장편 체질이잖아(웃음).” ‘객주’ 10권은 다음 달 25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바짝 마른 울산 식수 ‘비상’

    바짝 마른 울산 식수 ‘비상’

    ‘찜통 도시’ 울산이 비마저 내리지 않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20일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울산지역 강수량은 지난달 130.1㎜(평년 232.3㎜)에 이어 이달 3.6㎜(평년 240.3㎜)를 기록해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식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저수율이 현재 23.8%를 기록하면서 지난 13일부터는 낙동강 원수를 하루 6만t씩 받아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간이상수원을 사용하는 농촌지역 1만 4800여가구는 식수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이 말랐기 때문이다. 북구 송정동 지당마을 58가구는 지난 15일부터 급수 차량으로 하루 2차례 10t의 물을 공급받고 있다. 일부 주민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물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굴착기를 동원해 계곡을 파거나 친척집으로 잠시 떠나고 있다. 인근 농소1동 원지마을(140가구)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샤워는 엄두도 못 내고, 빨래도 시내 세탁소에 맡기고 있다”면서 “폭염에다 가뭄까지 겹쳐 이중으로 힘겹다”고 밝혔다. 농업용수를 공급할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울주군 웅촌면 암곡저수지와 갓골저수지, 언양읍 외골저수지는 현재 저수율 0%다. 울주군 지역 저수지 가운데 저수율 10% 미만인 곳도 15곳이나 된다. 이 때문에 농심이 말라가고 있다. 농민 장모(72)씨는 “지금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쌀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다”면서 “저수지를 만들 곳, 물을 끌어올 하천도 없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와 고성군도 가뭄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벌이고 있다. 창원시는 부족한 농업용수를 지원하기 위해 40곳의 양수장을 가동하고 있다. 고성군은 보조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 60곳을 굴착하고 읍·면의 양수장비 52대를 동원하고 있다. 한편 두달 가까이 비다운 비가 안 내리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제주에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 등 20개 지역 농업인 단체는 제주도농어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가뭄에 고통받는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고문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제주지역은 1923년 이래 90년 만에 최저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농작물의 가뭄 피해가 크게 확산돼 농업이 파탄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제주 단비… 해갈엔 부족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제주에 19일 단비가 내렸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도 산간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제주 2.4㎜, 서귀포 14.5㎜, 성산 19.3㎜, 아라 15.5㎜, 선흘 9㎜, 우도 16.5㎜, 구좌 9.5㎜, 모슬포 8.5㎜ 등이다. 한라산에도 윗세오름 66.5㎜, 진달래밭 64.5㎜, 어리목 14㎜, 성판악 8.5㎜ 등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뭄을 해소시킬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이번 비로 농민들이 가뭄 피해에 대한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며 “내일(20일)도 중산간 이상 지역에는 지형적 영향으로 5∼20㎜가량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건고추 산지가격 54% 내려도 소매가 18% 하락 그쳐

    건고추 산지가격 54% 내려도 소매가 18% 하락 그쳐

    고춧가루를 만드는 건고추의 산지 가격이 절반 이하로 폭락했지만 소매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부터 8개월째 계속된 이 현상에 소비자와 농민 모두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산지의 건고추 가격은 5500원(600g)으로 지난해 1만 2000원보다 절반 이상(54.2%) 하락했다. 반면 전통시장, 대형마트 등의 소매가격은 지난해 1만 6000원에서 1만 3000원으로 18.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건고추는 7~8월에 수확해 8~10월에 시중에 나온다. 올해는 궂은 날씨에도 작황이 평년보다 좋다.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6% 줄었으나 생산량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생산량은 10만 8000t으로 평년(10만 4000t)보다 4000t 많다. 지난해 하반기 건고추 가격이 치솟으면서 비싼 가격에 팔려고 저장해 놓은 재고 물량이 쌓여 있는 것도 산지 가격 폭락의 원인이다. 농협 창고에는 7월 말 기준으로 2080t의 건고추가 저장돼 있다. 지난해 7월 550t에 비해 거의 4배까지 늘어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가격이 폭락해 정부가 수매에 나섰지만, 지난해의 절반 이하 가격에 팔려는 이가 없어 목표치 2000t에 턱없이 부족한 300t만 사들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해 우루과이라운드(UR)의 최소시장접근물량 6185t을 수입해야 하지만 올해는 가격 폭락으로 240t만 들여왔다. 연말까지 나머지 5945t을 수입해 창고에 쌓아둘 계획이다. 건고추는 통상 2년간 보관된다. 문제는 정부의 수입 유예에도 건고추의 산지 가격과 소매 가격의 차이가 커진다는 점이다. 건고추는 공판장부터 소매점까지 중간업자가 대부분 1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면 고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건고추 공판장 경매사는 “산지에서 건고추 가격은 반 이하로 줄고 소매점에서는 여전히 비싼 것은 중간 업자나 마트·소매점 중 한쪽의 이윤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장에서 600g당 5000원에 팔리는 건고추의 소매점 원가가 6000원 선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상 3㎏ 건고추의 포장재 가격이 500원이고 가공 비용이 5000원이므로 전체 원가는 3만 500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600g당 소매가격은 1만원이 넘는다. 정부는 되도록 산지에서 직접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건고추는 공판장에서 최소 판매단위가 27㎏에 이른다. 건고추 공판장 관계자는 “건고추 구매자 중 20% 정도는 업체가 아닌 일반인이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때 택배서비스를 하기도 했지만 반품 사례가 많아 지금은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지난 14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한 과수원에서 만난 윤영선(51)씨는 땡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사과나무들을 살폈다. 이제 막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한 사과 알은 여자 어른 주먹만 했다. 윤씨는 “뿌리만 튼튼했으면 알도 실하고 더 많이 달렸을 텐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이맘때, 윤씨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추석철 본격 수확시기인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볼라벤, 덴빈, 산바 등 3개의 대형 태풍이 사과밭을 휩쓸고 지나갔다. 1000그루의 나무 중 800그루가 맥없이 쓰러졌다. 애지중지 키운 사과들은 우수수 떨어졌다. 한 해 농사를 순식간에 망친 것이다. 지난해 태풍을 겪고 나서 장수 사과농가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철제 지지대를 세우고 뿌리를 튼튼히 하는 발근제도 일일이 손으로 뿌려줬지만 뿌리 길이가 30㎝밖에 안 된다. 나무는 손으로 밀면 금방 쓰러질 듯 흔들린다. 홍형수 장수군조합 공동사업법인 마케팅팀장은 “지난해 일으켜 세운 나무가 올여름 열매를 맺어도 일부러 따서 버린 농민들도 있다”면서 “영양분 손실을 막아서 나무만이라도 살려보려는 몸부림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매가 많이 달리는 수령 8~11년 된 나무들이라 농가 손해가 컸다. 장수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의 주산지다. 720개 사과농가가 연간 1만t의 홍로를 생산한다. 홍로는 달고 식감이 좋지만 쉽게 물러서 저장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수확량 전부가 추석 무렵 팔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태풍 때문에 400t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홍 팀장은 “태풍에 놀란 농민들이 올해는 낙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80% 이상 가입했다”고 전했다. 폭염은 농가의 또 다른 근심거리다. 사과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크기가 크고 맛도 달다. 지대가 높아 시원한 편이었던 장수군은 최근 3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로 밤에도 잔열이 남아 있어 사과 열매가 미지근하다. 미약수농원을 운영하는 백영만(51)씨는 “사과도 사람처럼 더위를 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크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따기 전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비가 와서 열을 좀 식혀주고 기온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 탓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올 추석 5㎏ 상자에 11~13개가 들어가는 큰 사과의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태풍과 병충해 피해만 없다면 크기가 중간급 이하인 사과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나일염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지난 3~4월 냉해를 입은 배와 달리 사과는 작황이 좋아 지난해보다 가격이 10%가량 내려갈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5만~6만원인 과일 선물세트보다 30% 정도 저렴한 3만원대 사과세트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전북도 “컨벤션센터 건립 시급”

    혁신도시 건설로 국내외 회의와 심포지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북지역 컨벤션센터 건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4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6년까지 전북혁신도시에 12개 공공기관이 들어서면 수백 차례의 국제회의 등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국내외 업체와 함께 개최하는 투자자 회의가 한 해에 200여 차례에 이른다. 기금운용본부와 거래하는 업체들도 별도로 100여 차례의 세미나를 연다. 내년 6월에 이전하는 농촌진흥청도 국내외 농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농업 관련 국제회의와 심포지엄을 한 해 50차례 이상 개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분야 전체를 총괄하는 연구기관이다 보니 국제 규모의 세미나와 워크숍이 자주 열리게 된다. 그러나 전북도에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대형 컨벤션센터가 없어 이 같은 수요에 대처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주시가 종합경기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2017년까지 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지역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녹조·적조 확산 비상] 獨, 물 쓴 사람이 자체 폐수 처리

    해마다 여름이 되면 강과 바다를 뒤덮는 적·녹조를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와 멕시코만, 메릴랜드주 등에서 적·녹조가 발생한다. 녹조에 특효약이 없는 만큼 미 당국은 예방에 주력한다. 녹조의 주범인 비료와 가축 배설물이 하천에 유입되지 않게 농민들을 계도하고, 목초지 둘레를 담으로 막아 동물들이 아예 하천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상 적조나 녹조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슈와 시코쿠섬 사이의 세토나이카이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 서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 하수도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인공 간척지도 조성한다. 독일에서는 물을 쓴 사람이 직접 오·폐수를 처리, 방류해 적·녹조의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이 하천이나 바다에 흘러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공장이나 목장 등 물 이용자는 2~3단계에 걸쳐 폐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정부는 불시에 수질 검사를 실시해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독일 전역의 하수 처리율은 95%를 넘는다. 적조 피해가 큰 중국은 황토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 위런청(于仁成) 연구원은 “적조가 심한 동해 창장(長江)강으로의 질소 유입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MC 데뷔 40년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

    [김문이 만난사람] MC 데뷔 40년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

    낙천적이다. 언제나 웃음을 선사한다. 온갖 역경을 이겨 낸다. 위기에 처했을 때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랬다. 원조 뽀빠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1929년 1월 ‘골무극장’(Thimble Theater)이라는 잡지 만화의 조연으로 처음 나온 캐릭터였다. 이후 뽀빠이는 플라이셔 스튜디오를 통해 파라마운트의 애니메이션 ‘베티 붑의 대나무 섬’(Betty Boop’s Bamboo Isle)에 등장해 인기를 누린다. 뽀빠이 덕분에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나 증가했을 정도였다. 이에 감격한 텍사스주의 시금치 재배 농부들은 뽀빠이 동상까지 세워 주기도 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씨. 우리 나이로 올해 70세. 방송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를 진행하며 인기 MC로 각인된 그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지 올해로 꼭 40년이다. 그동안 어수선한 세월을 겪어 왔음에도 여전히 ‘젊은 뽀빠이’로 살고 있다. 우여곡절도 많았겠다. 송해씨가 1925년생, 김동건씨가 1939년생, 그다음 세 번째 ‘장수만세’ 하는 방송인은 아마 이씨가 아닐까 싶다. 이씨는 요즘 매주 일요일 아침 ‘늘 푸른 인생’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전국 오지라는 오지는 죄다 돌아다닌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를 만나도 ‘어머니’라는 표현을 정감 어리게 한다. 물론 ‘아버지’라는 표현도 그렇다. 8월의 더위가 시작되던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의 비밀 아지트(?)에서 만났다. 66㎡(약 20평) 정도 공간의 바닥에는 운동기구가 있고 벽에는 김수환 추기경, 요한 바오로 2세, 법정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만나자마자 그는 “20분 뒤 밀양 가야 돼 빨리 (인터뷰) 하자고”라면서 바쁜 일정을 얘기한다. 이어 “지난 7월에도 강연을 100번이나 했어. 나 무척 바쁜 사람이야. 강연할 때 처음부터 두 시간 동안 배꼽 잡게 하지. 야한 얘기도 섞어 가면서. 그러면 다들 아주 웃겨 죽겠대”라고 한다. 얼른 야한 얘기 한 토막 들려 달라고 했다. “가만 있어 보자. 신문에 나올 수 있는 걸로 할까. 응 그래, 하나 들려줄께. 고급 아파트 단지에 가서 바자회를 열었어. 경비실에서 ‘주민 여러분, 안 쓰는 물건이 있으면 갖고 나오세요’라고 했지. 그랬더니 아줌마들이 남편을 데리고 나오는 거야(웃음).” 그의 강연 제목은 항상 ‘인생은 아름다워라’이다. “나는 말이야. 강연 소재가 3만 3000가지야. 왜냐구. 한 달에 책을 70권 읽어. 닥치는 대로. 주로 새벽에 읽어. 외국 갈 때는 책을 20권 갖고 가. 비행기, 버스, 기차만 탔다 하면 책을 읽어, 그러니까 강연 소재가 풍부하지.” ‘에구, 그러니까 영원한 뽀빠인가부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말을 잇는다. “나는 말이야. 키 작지, 얼굴 까맣고 못생겼지, 돈도 없지. 이런 것들을 극복하려면 독서밖에 없어. 잘생기고 키 큰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하잖아. 머리를 비우면 바람 소리가 나. 이 나이에 매일 운동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지. 하하하, 어때 얘기 되지 않아. 스스로 당당하게 살면 되는 거야.” 거침이 없다. 묻지 않아도 시원시원하게 말을 한다. 인생을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건강 얘기가 나오자 일화 하나를 들려준다. 어느 날 실업자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 “저는 건강한데 왜 돈을 못 벌죠? 어쩌면 되나요?”(실업자) “자네 우측 팔 하나 자르고 1억 주면 될라나?” “아뇨, 미쳤어요.”(실업자) “그럼 80 먹은 노인네 만들어 주고 10억 줄까?” “안 해요, 미쳤어요? 나, 갈래요.”(실업자) “그렇다면 자네는 지금 11억원을 갖고 있는 셈이네.” 이러한 예를 들면서 건강에 관해 강연을 할 때 “여러분 팔다리, 두 눈, 입. 멀쩡하다면 불평 말고 열심히 사세요”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어제 죽은 재벌은 오늘 아침 라면도 못 먹어. 살아 감사야. 튀지 말고 잘난 척하지 말고 건강하게 열심히 사는 거야. 인생 뭐 별거 있어.” 그는 ‘늘 푸른 인생’을 60살부터 10년째, 운동은 60년째 꾸준히 해 오면서 ‘푸르고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 데뷔 40년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기분이 40살이야. 이렇게 (보람되게) 살 줄은 몰랐어. 여섯 살 때 생각하면 덤으로 사는 인생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왜 ‘여섯 살 때’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는 기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를 뱃속에 넣고 아버지가 계시다는 백두산까지 걸어갔다가 아버지를 못 만나고 친정인 부여에 오셔서 날 낳으셨지. 병 덩어리 그 자체였고 못 먹어서 거의 시체이다시피 했지. 주위 친척 식구들이 이런 나를 보고 평생 걱정거리에다 어머니는 시집도 못 가는 신세를 만든다고 땅에 묻어 버린 거야. 이를 본 이모님이 묻은 나를 꺼내 솜에 싸서 뒷산으로 도망갔다가 이틀 만에 나를 데리고 내려왔고, 이후 6년을 누워서 살았어.” 결국 6살 때 걸음마를 시작해서 12살까지 온갖 병치레를 하면서 겨우 목숨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13살부터 아령을 시작해 18살에 미스터 대전고와 미스터 충남에 뽑혔다. 1966년에는 미스터 고려대와 응원단장을 지낸 뒤 ROTC 기갑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에는 번데기 장수, 북어 장수, 다시마 장수 등 22가지 외판원을 하다가 28살 때 TV에 나와 뽀빠이가 됐고, 그때부터 ‘덤 인생’을 살아왔던 것. 태어날 적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친일을 했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아 백두산과 회령 등지에서 숨어 지냈다고 이씨는 회고한다. “세상에서 가장 약하게 태어나 가장 건강한 뽀빠이가 됐으니 더 바랄 게 있나? 세상 어디에나 무엇에나 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지.” 건강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감이지. 자신만만하게 사는 게 제일이야. 덕분에 나는 아직도 바쁘게 일하고 있잖아”라고 대답한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 30분까지 독서를 하고 두 시간가량 아령과 역기로 건강을 다진다. 지금도 팔뚝 근육은 젊은 헬스 선수 못지않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술과 커피,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고 식혜나 수정과 등을 주로 마신다. 그가 인생을 살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때 여당 측으로부터 대전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씨는 “국회의원은 4년밖에 못 한다. 나는 영원한 뽀빠이가 되겠다”며 거절했다. 얼마 후 KBS ‘추적 60분’ 프로그램에서 ‘뽀빠이 이상용 심장병 어린이 돕기 성금 유용 의혹’이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런 여파로 MBC ‘우정의 무대’ 등 모든 방송에서 중도 하차했다. “그때가 1996년 11월인가 그랬어. 화천에서 우정의 무대를 녹화하던 중 프로그램이 없어졌다는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 참 어이가 없어서. 심장병 어린이 600명을 도와 동백장 훈장을 받았고 군 위문만 3000번을 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람이야. 나를 조사하던 강남경찰서 경찰관이 ‘선생님, 너무 깨끗합니다. 오히려 훈장을 더 주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더군. 결국 4개월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 사실을 안 다뤄 주는 거야. 오히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같은 분은 ‘하늘이 (이씨를) 크게 쓰려고 그런다’며 위로해 주더군.” 이씨는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관광버스 안내원 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분노를 삼켜야 했다. 관광버스 안내는 주로 미국에 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죽고 싶어도 진실한 국민들의 격려로 참고 살아왔더니 지금 이렇게 사랑받고 살고 있다고 술회한다. 그는 정치 얘기가 나오자 “개그맨들은 국민을 즐겁게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을 아프게 한다”면서 “남자의 코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은 뽑을 때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고사성어는 파란만장(1만원권 만장)이다”라는 말로 꼬집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국 오지란 곳은 다 다녀 봤다. 오로지 농민을 아끼는 생각밖에 없다. 버스 한 대 사서 ‘고향 어르신 곁으로 뽀빠이가 갑니다’라는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버스에 가수, 악단, 의료봉사단 등을 태워서 오지를 찾아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고 비상약을 전달하는 것이란다. 또 장날 막걸리 파티라도 열어 주면 어르신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라면서 1, 2년 안에 그 뜻을 꼭 펼치겠다고 다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상용은 누구 ‘유쾌한 청백전’으로 방송 데뷔… ‘우정의 무대’ 통해 국민 MC로 1944년 충남 부여에서 미숙아로 태어나 서천에서 자랐다. 여섯 살 때 걸음마를 시작했다. 책가방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유약하게 자라면서 12살 때까지 여덟 가지 병을 앓았다. 13살 때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령을 들기 시작했다. 18살 때 미스터 대전고와 미스터 충남에 뽑혔다. 고려대 농대에 진학해 미스터 고려대에 선발됐고 응원단장을 지냈다. ROTC 기갑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에는 취직을 하지 못해 번데기와 북어 장수 등 22가지 물건을 파는 외판원 생활을 했다. 1973년 MBC의 ‘유쾌한 청백전’으로 방송에 데뷔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89년부터 장교로 군 복무한 점이 인정돼 MBC ‘우정의 무대’의 MC로 발탁되면서 군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많은 선행과 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주요 수상으로는 국민훈장 동백장(1987년), 대한민국 5·5문화상(1995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선행연예인(1998년), 제5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 MC상(2007년) 등이 있다.
  •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신흥종교 본거지에서 국방 중추도시로 탈바꿈한 계룡산. 정상 천황봉(해발 845m)에서 남쪽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다 수용추와 암용추를 지나면 계룡대(鷄龍臺)가 모습을 드러낸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한국 군의 심장부다.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곡사포로도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곳이다. 작대기 하나부터 별 넷까지 군의 모든 계급이 빠짐없이 뒤섞여 있다. 명령에 죽고 사는 철두철미한 계급사회이지만 냇가(두계천) 하나를 건너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으로 들어서면 계급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주소는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주민은 전부 군인 가족이다. 용남초 4년 김모(10)양은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아도 아빠 계급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웃었다. 여기마저 계급화되면 얼마나 피곤할까. 이 마을에서 계급에 관한 질문은 ‘절대 엄금’이다. 그저 정을 나누는 이웃일 뿐이다. 9일 찾은 신도안면 최대 만남의 장소 계룡대쇼핑몰은 비교적 한가했다. 불볕더위 탓도 있지만 바로 앞 1500가구 규모의 군인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은 1345가구 4735명으로 2066가구 7266명이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분의1이 사라진 셈이다. 쇼핑몰 옆에 수영장과 중부상가가 있고, 주변은 아파트와 학교로 둘러싸였다. 관사는 100% 아파트, 이마저 면소재지에 몰려 있다. 이곳과 계룡대 영내 군인이 면 주민의 전부이지만 사병 등은 주소가 여기에 없다. 계룡대 안에 장군 관사가 있고, 이곳에는 영관급에서 부사관까지 거주한다. 대령이라고 해 봐야 대략 쉰살 전후이니 마을이 젊다. 주민 평균 연령이 28세, 전국 면(面) 가운데 최연소다. 학력도 무척 높다. 사관학교,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이 부지기수다. 부사관도 군 복무 중 대학을 많이 가 고졸 군인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장은 모두 부인들이 맡는다. 남편이 군생활로 바쁘기 때문이다. 계급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속셈도 있다. 김세겸 신도안면장은 “이장이 전부 여자인 곳은 전국에서 여기뿐”이라며 “여성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감성적이고, 친절해 대민서비스가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관사 아파트단지 하나가 헐리면서 16명이던 이장이 절반인 8명으로 줄었다. 군인이 미인을 좋아해서인지, 미인이 군인을 좋아해서인지 이장뿐 아니라 신도안면에는 미남미녀가 많다. 섹시 가수 아이비가 이곳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가 해군 군악대 출신이다. 다행히 이장이 할 일은 다른 곳보다 많지 않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명도 없다. 비슷한 월급에 생활 수준이 고만고만하다. 집단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자기 땅에 집을 지어 민원이 있을 수 없다. 학원은 인근 엄사면 금암동에 있다. 군인들은 그저 3.3㎡(평)당 6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관리비를 내면서 살면 된다. 이장의 역할은 국·시정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알리고, 주민 불편사항을 면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범죄도 없다. 군인 집단촌에 들어가 도둑질하고 흉기를 휘두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용남중 3년 정모(14)군은 “밤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고 귀띔했다. 육해공군과 영관·부사관이 따로따로 있던 관사촌이 2009년 통합된 뒤 이질감이나 위화감이 사라지면서 주민 화합이 더 견고해진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곳은 예부터 명당으로 꼽혀 왔다. 1983년 이른바 ‘6·20’ 사업이 있기 전까지 국내 최대 신흥종교촌이었다. ‘정감록’을 믿는 이들은 “신도안이 언젠가 천년왕국의 새 도읍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24년 동학계인 시천교(侍天敎) 3대 교주 김연국이 교인 1000여명을 데리고 이곳에 터를 잡은 뒤 104개 신흥 종교단체가 몰렸다. 동학, 단군신앙, 풍수도참 등 다양했다. 6·25 전쟁 때는 피란처로 유명했다. 철거될 즈음에도 교주와 농민 등 1000여 가구에 5600여명이 살았다. 지금도 계룡시 하면 몰라도 ‘신도안’ 하면 대번에 알아듣는 외지인이 많다. 요즘의 사이비종교 같은 행태는 없었다고 하지만 정권마다 ‘나쁜 사상을 유포시킨다’고 눈을 흘겼다. 계룡대가 조성되자 1989년 3월부터 육군본부부터 이전을 시작했다. 당시 군무원이었던 최선국(67)씨는 “초기에는 편의시설이 없어 대전, 논산까지 가서 장을 봐왔다”면서 “술 먹을 곳도 없어 대전 유성까지 나갔는데 교통사고가 잦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백발백중 들이받았고, 공군은 차가 붕 날아올라 도로변 논밭에 처박혔다. 군 기질에 따라 사고도 다르게 나더라”며 웃었다. 최씨는 또 “옛날에는 논산이 깡패로 유명했는데 연산면 술집에 가면 어깨를 툭 치면서 ‘어이, 군바리’ 하고 시비를 거는 거야. 숱하게 싸웠지. 계룡대 헌병들이 출동하고…”라면서 “지금은 그때 그 친구들하고 얼마나 친한지 몰라. 도움도 많이 주고”라고 보탰다. 지금은 쇼핑몰이 잘 갖춰져 있고 인근 농민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파는 ‘금요장터’도 열린다. 계룡대쇼핑몰은 시중보다 20~30% 싼 물건이 많아 대전, 논산, 공주 등에서도 찾아온다. 수영장 이용료도 저렴하다. 기이한 것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영업이 중단되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곳과 달리 사재기가 없어서다. 신도안면 이장협의회장 강부자씨는 “가장이 전쟁터에 나갈 판에 나만 살겠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군인들은 영내에 대기하고, 회식 등은 전면 금지된다. 강씨는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석 달 넘게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그럴 때는 관사촌도 서로 말조심하는 분위기라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동일 직업촌락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다. 부부싸움을 하면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소원수리’가 들어가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들도 있다. 밀집된 아파트에 동료 군인들이 모여 살다 보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김덕회 군인아파트관리소장은 “동질감 때문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입소문이 쏜살같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별의별 직업이 다 섞여 있는 딴 곳과 달리 세상 사는 얘기들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외부와의 연결 통로는 열악하다. 대전에서 버스 2편이 들어오지만 대전역까지 1시간 20분 걸린다. 대전으로 나가야 큰 병원이 있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고, 부인들은 대부분 운전을 할 줄 안다. 문모(38·여)씨는 “대전으로 조조영화를 보려 가려고 아침 8시부터 버스정류장에 나와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전했다. 계룡대가 1주일에 한 번 영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 마을에 버스를 보낼 때도 학생과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곳에는 영화 선택권도, 팝콘도 없지만 문화에 목 마른 그들에게 그런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문씨는 “PC방 등 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른용 나이트클럽 등이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사도 잦다. 2년쯤 살다가 전방 부대 등으로 발령이 난다. 고3 자녀 등 조건이 안 되면 더 머물 수 없다. 매년 가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 3분의1 정도가 이동한다. 정군은 “친구와 친해질 때쯤 헤어진다”고 아쉬워했다. 네 번째로 이곳에서 산다는 문씨는 “지금 고교 2학년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즈음 남편이 국방부로 발령 나 서울로 이사를 가려는데 ‘여기에서 그냥 살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가 가장 난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용남초·중·고 동창회와 주민 친목단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잦은 이동 탓이다. 주민들의 바람도 학교 문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등 인근 명문고로 빠져나간다. 강씨는 “(학교 문제로 가족이 서울에 있어) 주말에 계룡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가 일요일 다시 내려오는 군인이 많다”면서 “관사촌 거주 조건을 완화하고 이곳에 군인자녀 전문 고교를 설립해 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계룡시도 전체 인구 4만 1000여명의 절반이 군인 출신 가정이다. 전역 후 계룡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봉학 시 문화체육과장은 “고향에 가봐야 친구도 없고, 동료 군인들이 많고, 싼 값에 골프(계룡대·구룡대CC)를 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로 전역 후에도 계룡시를 못 떠난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그는 “골프는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이다. ‘계룡시에는 골프채가 파리채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군의 핵심 도시인데도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채소값 너무 올라 힘들죠?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채소값 너무 올라 힘들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09년부터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소(www.eat.co.kr)를 운영하고 있다. 중간 도매업자에게 이윤을 주지 않고 사이버상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수산물을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식품기업, 학교급식, 대형식당 등 대규모로 농수산물을 소비하는 곳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농민이나 어민으로부터 직접 주문할 수 있다. 주문을 받은 농민은 대금을 확인한 후 물건을 보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4425개의 판매사와 3803개의 구매사가 등록돼 있다.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액은 2009년 520억원에서 2010년 1755억원, 2011년 6255억원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조 1146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농수산물 거래액의 2% 수준이다. 올해 목표는 1조 3000억원으로 상반기에 이미 8264억원의 거래 실적을 기록했다. aT의 목표대로 2020년에 5조원 규모의 농수산물이 사이버로 거래된다면 농림수산업 총생산액의 10%를 직거래 형태로 사고팔게 된다. aT는 지난해 사이버 거래로 절감한 유통비용을 495억원으로 추정한다. 전년의 298억원과 비교하면 66%가 늘어난 것이다. aT는 2020년까지 3477억원의 유통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소상공인 직거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골목 슈퍼, 소규모 음식점이나 정육점이 물건을 주문하면 산지에서 직배송이나 택배로 신선한 농수산물을 보내는 식이다. 올해 100억원 정도의 거래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농산물 공급업체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조기경보시스템을 연계하고 공급업체 실사도 확대할 것”이라면서 “지역농산물 판매를 높이기 위해서 홈쇼핑 방송을 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슬람권에 한국 인삼·유자를 유행시키다… 그것이 창조농업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슬람권에 한국 인삼·유자를 유행시키다… 그것이 창조농업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생산 이후의 가공, 유통, 수출 등 분야에서는 무한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김재수(56)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생산 농업’에서 ‘생산 이후의 농업’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말했다. 그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국산 가공식품의 수출 증가를 일례로 들었다. 우리의 노력이 바탕이 돼 입맛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한국산 가공 식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에고치로 인공고막을 만들어 사양길에 있던 잠업을 되살린 것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창조농업’의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무역 역조가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기우(杞憂)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슬람 문화권이 우리나라 식품 수출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식품의 현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슬람 문화권은 인구만 20억명이고 식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7000억 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 식품시장이 5조 4000억 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이슬람권은 세계 식품시장의 13%에 이르는 ‘블루오션’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식품 수출의 10.5%(8억 4000만 달러)를 이슬람 문화권에서 달성했다. 전년보다 9.4% 늘어났다. 담배나 커피제품, 고등어, 명태 등이 많이 수출된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2억 2450만 달러)의 수출액이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1억 5190만 달러), 아프가니스탄(9280억 달러) 순이다. →이슬람권 수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중요하지 않나. -이슬람 문화권의 식품 수출 인증을 ‘할랄’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어로 ‘허용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식품에 이슬람에서 금기인 돼지 추출 성분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 소속 한국할랄위원회에서 ‘한국 할랄’을 인증해 준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공신력 높은 ‘말레이시아 할랄’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식품이 한국 할랄을 받을 경우 말레이시아 할랄과 같은 동등성을 인정하도록 말레이시아 정부에 신청해 지난달 초 허가를 받았다. 이슬람권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할랄 인증은 세계적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가장 유명하다. 곧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할랄’의 동등성 효력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이슬람권이라고 해도 국가마다 식품에 대한 기호가 다를 텐데. -그렇다. 국가별로 특화된 수출품목 육성이 필요하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면이나 배, 유자를 선호하고, UAE·터키·이란 등은 인삼이나 과즙음료, 담배를 원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소스류, 면류, 커피 등의 수출이 잘된다. 2017년까지 20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aT는 올해 이슬람 지역에서 수출업체의 개별 박람회를 14회 지원한다. 카자흐스탄과 UAE 아부다비의 전시회에 참여해 한국식품관을 운영하고 이슬람권 대학에서 한식 강좌를 열 계획이다. 또 이슬람권 특급 호텔 2곳에서 한식요리법을 교육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중요하고 오래된 과제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aT가 하는 일 중 80~90%가 유통구조 개선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공판장을 짓고 경매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쪽으로 유통구조 개선 정책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는 정착됐지만 농산물의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너무 커졌다. 가장 큰 고민은 유통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와 인건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를 볼 때 사이버 거래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를 대폭 낮추는 방법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소’를 운영하는 이유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보가 많이 틀리는 것도 원인 아닌가. -맞다. 배추 파동이 오면 1000원짜리가 5배, 10배씩 오르기도 한다.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기후 예측이 힘들어졌다. 농산물 수급 관측 기법도 좀 더 발전해야 한다. aT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수급상황실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빠른 유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창조경제’가 화두인데 농업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농업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대지(大地)다. 사양산업이었던 잠업은 차(茶), 화장품, 치약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면서 최첨단 사업으로 변신했다. 인공고막도 만들었고, 인공뼈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벌침은 젖소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며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재료도 중국의 팔각나무 씨다. 농촌은 치료농업, 힐링농업, 관광농업에 눈을 뜨고 있다. 농업을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을 모두 합친 6차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농업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어떤 산업과도 융합될 수 있다. 창조경제의 중심이 될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산업에는 골목 영세상인이 특히 많다. 상생(相生)의 측면에서 중소 식품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2011년말 음·식료 제조업체의 92.1%가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업체다. 음식점 중에는 종업원 10인 이하 사업장이 97.6%다. 어느 분야보다 상생발전이 중요하다. aT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해 비축했다가 중간 상인을 통해 국내에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공매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없어 대부분 큰 업체가 대량으로 사다가 시중에 팔았다.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매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영세 식품업체를 위해 식품기업협의회를 만들어 광고, 마케팅, 경영, 세제 등 많은 부문에서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한 알로에 음료 업체는 aT의 영세기업 해외 박람회에 잇따라 참여해 보따리 장사 수준에서 중견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우려가 많다. -농산물의 개방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수출이라고 보고 있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출하는 선진국들이 소비 부진을 겪었고, 특히 엔화 약세에 일본 수출이 힘들었다. 하지만 상반기 수출은 27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증가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2011년보다 1.3% 줄었지만, 농식품은 4% 증가했다. 우리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aT는 한류 열풍을 농식품 수출과 연결시키기 위해 지난 6월 상하이 코리안 푸드 페어를 개최했으며 베트남, 미국, 홍콩 등 세계 전역에서 계속 열 계획이다. →현재 중국 농산물 무역적자를 볼 때 수출로 중국의 공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지난해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12억 8000만 달러였고, 수입액은 53억 달러였다. 4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났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는 없지만 노력을 멈추어서도 안 된다. aT의 대 중국 농수산물 수출 전략은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 중서부 내륙시장 개척, 온·오프라인의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로 정리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aT의 칭다오(靑島) 수출전진기지 물류센터가 완공된다. 고품질 냉장·냉동식품을 수출할 수 있고,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주도의 수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기점으로 민간 영역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48억 달러였던 농수산물 수출액은 지난해 80억 달러까지 늘었다. 2~3년 안에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100억 달러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은 비싼 원자재가 필요한 반면 농업은 씨를 키워 열매를 따는 산업이다. 수출액의 대부분이 순이익이라는 의미다. 수출 100억 달러가 넘으면 정부가 나서서 농산물 포장까지 일일히 보완하는 시대는 끝날 것으로 본다. 민간 영역에 의해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수출액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 것이다. →농업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농민은 전체 인구 중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식품 가공, 유통, 수출 인구까지 합한 ‘애그리 비즈니스’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에 이른다. 농업 생산이 아니라 생산 이후의 산업들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크게 증가한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사명을 바꾼 것도 식품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1957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1회 ▲농림수산부 시장과장·국제협력과장·식량정책과장·농업정책과장,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농업연수원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 농식품부 ‘이상기후 지수’ 개발 예보한다

    농식품부 ‘이상기후 지수’ 개발 예보한다

    올해 장마 기간이 49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는 등 해마다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상기후지수’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도 이상기후 사례를 보여주거나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 변화를 예측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심각할지 등을 보여주는 지표는 없다. 농식품부는 이상기후지수 발표를 통해 농작물 재배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생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6일 “예상하지 못하는 이상기후들이 나타나면서 지난해 재해 피해 농수산물에 대한 복구비가 2조원을 넘어섰다”면서 “이상기후의 정도를 객관적인 점수로 보여주는 이상기후지수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 연말까지 이상기후를 점수화하는 측정 모델을 만든 후 내년에 시범적으로 지수를 산정해 운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이상기후지수가 최종 완성되면 지역별로, 시간대별로 예보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농민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생활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해 피해 농수산물 복구 비용은 2009년 1071억원에서 2011년 4413억원으로 오른 후 지난해에는 2조 1800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이상기후와 관련해 기상청은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하고 농촌진흥청은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기후 보고서는 이상기후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전자기후도는 농작물별로 재배지의 변화를 보여주는 정도여서 현재 이상기후가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되지 못한다. 이상기후는 기온이나 강수량 등이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상기후지수는 폭염, 태풍, 장마, 대설, 우박, 한파, 수온 등의 기후 요소가 평년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종합해 심각도를 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0~100점으로 지수를 발표한다면 100점은 실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이상기후이고 0점은 평년의 기후와 동일한 상황을 뜻한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많은 나라가 농업 한류(韓流)에 열광하고 있어요. 농업에서 그동안 한국이 보여준 놀라운 성취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들이 그걸 잘 모르는 거죠.”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촌의 기아 퇴치와 농업·농촌 혁신 등을 담당하는 유엔의 대표적인 산하기구다. 우리나라도 배고픔에서 벗어나기까지 FAO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한국이 FAO 회원국이 된 것은 1949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위직에 진출해 전 세계 농정을 이끌어 본 인물은 없었다. 올 2월 김종진(53) 전 농림축산식품부 통상관(차관보급)이 이곳 남남(南南)협력·재원조달국장으로 가기까지는 그랬다.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잠시 방문한 김 국장은 2일 “최근 한국 농업의 경험과 기술, 특히 새마을운동을 전수받으려는 개발도상국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지금 개도국들이 겪는 문제를 절실하게 경험했던 한국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카메룬의 쌀 소비량은 연간 8%씩 늘지만 생산량 부족 때문에 매년 40여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 같은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종자 개발 착수 5년 만에 통일벼 개발에 성공(1977년)하고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2010년부터 아프리카 17개 국가 및 아시아 10개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우리 농업 기술을 전해 주고 있다. 올해 각각 24억원과 22억원의 예산으로 벼농사 기술이나 병해충 방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가 극복한 나라가 아직 뒤처져 있는 나라를 지원하는 것을 ‘남남협력’이라고 한다. 주로 북쪽에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지원하는 ‘북남(北南)협력’과 대비되는 용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남협력 수준은 아직 초보 단계다. 중국은 2008년 3000만 달러(약 337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농업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을 매개로 경제 영토를 넓히는 셈이다. 김 국장은 “개도국에 농업을 지원하면 결국 우리 인력과 시설이 그 나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모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실적인 도움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첨단 농업 기계와 기술을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빈국 농민들에게는 평범한 경운기 한 대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바짝 마른 제주도… 제한 급수 실시

    제주도는 오는 6일부터 제주시 아라동·해안동 등 동 지역과 애월읍, 조천읍, 서귀포시 표선읍 등 일부 중산간 마을 11개 지역에 대해 제한 급수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식수를 공급하는 한라산 어승생 저수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는 담수량이 60만t 규모이나 가뭄이 계속되면서 현재 저수량이 10만t에 불과한 상태다. 제한 급수 지역은 동쪽으로 제주시 아라동, 월평동, 봉개동, 조천읍 교래리, 서귀포시 표선읍 성읍리 등 5곳과 서쪽으로 제주시 해안동, 한림읍 금악리, 애월읍 상가리, 소길리, 유수암리, 고성리 등 6곳 등 모두 11곳이다. 이곳에는 2300가구에 주민 8600여명이 살고 있다. 제한 급수는 동쪽과 서쪽 지역으로 나눠 격일로 실시할 예정이며 가뭄이 해갈될 때까지 계속된다. 제주도는 물 부족 해소 등을 위해 지난 2월 50만t 규모의 어승생 제2저수지를 준공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제2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제주에 내린 비는 고작 6.6~18.8㎜로 지난해의 3.1~9.7% 수준에 그쳤다.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달에도 당분간 비 소식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농사 전반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파종을 거의 마친 당근이나 이달 중순부터 파종에 들어갈 양배추·마늘 등은 이달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여기에다 감귤도 극조생은 가뭄으로 예년보다 낙과 피해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은 1일 제주도에 농업용수 관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태국, 넘치는 쌀 대방출에 국제 쌀 공급 과잉 심각”

    아시아 지역 쌀 생산국 정부들의 농가 지원 정책이 전 세계의 쌀 공급 과잉 상태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쌀 최대 생산국 정부들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농민들이 쌀 대신 다른 곡물도 재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쌀 비축량은 지난해보다 2% 늘어난 1억 900만t으로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쌀 수입국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태국,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쌀 수출국들은 수확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태국이 1700만t에 달하는 쌀 재고분 가운데 35만t가량을 수출했고, 추가로 25만t을 더 팔려고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쌀 공급 과잉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011년 총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국 농가가 생산한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지원책을 펴왔다. 정부의 개입으로 올라간 쌀의 가격은 세계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재고량은 더욱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남는 쌀을 저장하기 위해 폐쇄된 옛 공항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가로 쌀을 매입하는 보조금 정책에 대해 WSJ는 “쌀의 소매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년 이상 쌀을 저장하기 위해 화학물질 브롬화메틸을 보존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먹거리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에 기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쌀이 썩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농협 축산물 공판장 소 출하량 줄여라 ”

    한우협회가 30일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물 도매시장인 충북 음성군 농협 축산물 공판장 앞에서 ‘소값 회복·출하저지 한우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모인 한우 사육 농민 2500여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한우협회는 “사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소값은 떨어져 한우 농가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소값 안정화를 위해 농협 축산물 공판장이 앞장서 소 출하량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예산 핑계만 대고, 농협은 사료 가격 인하, 출하물량 조정 등 농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면서 “음성 공판장 출하저지 투쟁에 돌입하는 등 농협중앙회를 철저하게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협과 정부가 축산농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농협 조합원 탈퇴, 농협 사료 불매 운동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정부와 농협에 ▲한우 암소 수매 실시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제도 개선 ▲출하예약제 개선 및 음성공판장 도축 물량 감축 ▲사료값 인하 등 소값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뒤 충남, 충북, 경북지부 회원 100여명은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또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의 3개 지부가 돌아가며 이곳에서 릴레이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완주군, 이번엔 ‘로컬푸드 스테이션’ 새바람

    완주군, 이번엔 ‘로컬푸드 스테이션’ 새바람

    지난 28일 오후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주차장 상가 입구.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도 때아닌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주말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전날 문을 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사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로 ‘로컬푸드’ 바람을 일으킨 전북 완주군이 지난 27일 구이면 모악산 주차장 인근에 지역 농산물 직매장과 레스토랑, 가공체험장을 결합한 ‘로컬푸드 해피 스테이션’을 개장했다. 해피 스테이션은 완주군과 농축협이 공동출자해 만든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가 직영하는 농식품 6차산업(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 모델이다. 직매장은 558㎡, 농가레스토랑은 378㎡ 규모다. 이곳은 완주군에서 당일 생산된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 농가에서 직접 가공한 된장, 장아찌 등 300여종의 지역 먹거리로 채워졌다. 특히 해피 스테이션은 지역 먹거리 직매장과 함께 로컬푸드를 재료로 한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가공체험센터 등을 하나로 묶어 농가소득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로컬푸드를 구입하고 시식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를 찾아가 영농 현장을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다. 직매장은 450여 농가가 갓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소포장하고 받고 싶은 가격을 정해 매장에 진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당일 생산한 농산물이어서 싱싱할 뿐 아니라 가격도 대형마트 등에 비해 훨씬 싸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인 복숭아, 출하가 한창인 오이, 고추, 감자, 블루베리, 상추, 부추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농민들은 판매대를 다시 채워놓기에 바빴다. 주말에 운영되는 농촌여행버스는 신청자가 많아 몇주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피 스테이션은 개장 첫날 1720명이 방문해 515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둘째 날인 28일에도 1700여명이 방문해 4630만원의 매출을 기록,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주말 나들이를 겸해 이곳을 찾은 최금희(55·여·전주시 효자동)씨는 “도시 근교 유명 관광지에 로컬푸드 매장이 문을 열어 주말도 즐기고 장도 볼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며 “농민들이 생산자 이름을 붙여 내놔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시중보다 30% 이상 저렴해 절로 손이 갔다”고 말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해피 스테이션은 완주군이 추구하는 로컬푸드의 가치를 집약시킨 도농상생의 랜드마크”라면서 “완주 농민과 전주시민이 함께 만드는 먹거리 연대가 해피 스테이션 개장으로 한층 튼튼해져 밥상과 농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이 전국 최초로 시도한 로컬푸드 사업은 올해만 자치단체와 농협 관계자 등 2만여명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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