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농민공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 페리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 사과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 감염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 신혼
    2026-01-0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9
  • [월드피플+] 22년째 만리장성 쓰레기 줍는 영국인

    [월드피플+] 22년째 만리장성 쓰레기 줍는 영국인

    중국 만리장성에서 22년 째 쓰레기를 줍고 있는 영국 남성이 있다. 어린 시절 접한 사진 한 장의 감동이 한 남성의 일생에 불꽃을 일어 만리장성에 헌신하게끔 이끌었다. 중국언론들이 소개한 영국인 윌리엄 린드세이(60·William Lindesay)의 이야기다. 1967년 당시 11살의 그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세계지도책에서 만리장성 사진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만리장성의 모습에 빠져들었고, 이후에도 그 잔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만리장성을 등정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 시기로 중국은 금단의 땅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은 윌리엄에게 “너의 꿈은 이룰 수 없다”면서 “아무도 중국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1984년 중국은 대외개방을 시작했고, 어느덧 성인이 된 윌리엄은 포기할 수 없는‘만리장성의 꿈’을 위해 마침내 중대 결심을 내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간단히 짐을 꾸려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산하이관(山海关·만리장성의 기점으로 동쪽 끝에 있음)에서 자위관(嘉峪关·만리장성의 서쪽 끝)으로 향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질과 발가락 골절 등의 질병과 부상으로 결국 일정을 중도에 멈춰야 했다. 휴식기를 가진 그는 1987년 다시 만리장성을 향했다. 이번에는 자위관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외국인은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180cm의 키와 독특한 외모의 외국인이 만리장성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안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는 각 지역 공안들에게 불려가 심문을 받았고, 간첩으로 몰려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의 꿈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홍콩으로 우회해 비자를 발급받아 계속해서 만리장성을 향한 달리기를 이어갔다. 결국 그는 78일간 총 2470여Km를 달려 마침내 어린 시절의 꿈인 ‘만리장성 달리기’를 이루어 냈다. 당시 그는 시안(西安)의 한 중국여성을 알게 되었고,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마침내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영국에서 신혼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다시금 점점 부풀어오르는 만리장성에 대한 그리움에 결국 1994년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였다. 그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면 만리장성을 찾았다. 그러나 매번 만리장성에서 돌아오는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다름아닌 만리장성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의 푸념에 아내는 “그렇게 불평만 하면 무엇하냐”며 “그렇게 못 참겠으면 직접 가서 쓰레기를 주우라”고 말했다. 아내는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순간 윌리엄은 만리장성에서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그때부터 만리장성에 올라 바위 틈에 낀 쓰레기까지 찾아내 주워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번은 중국인 사진작가들이 촬영을 마친 후 음식 포장지를 버리는 것을 보고,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사진작가들은 “외국인 친구, 여기는 중국이에요. 당신이 상관 안해도 돼요”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괜찮다”면서 계속해서 쓰레기를 주웠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여기는 중국이고, 이건 중국의 일이다”라며 그를 말렸다. 그는 참다 못해 “나도 만리장성이 중국의 것인걸 안다. 하지만 만리장성은 지구의 일부이기도 하다”라고 반박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사진사들은 “윌리엄의 말이 맞다”며 함께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이후 그의 아내와 두 아들도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으며, 서서히 중국 학생들, 여행객들, 사회인사들이 속속들이 쓰레기 줍기운동에 동참했다. 차츰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윌리엄은 ‘국제 만리장성 우협회(友协会)’를 설립했고, 중국, 독일, 미국 등의 자원봉사자들도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만리장성 길을 따라 ‘환경보호경고표지판’을 세워 왕래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기업들의 찬조로 6명의 농민공을 고용해 베이징 근교에 거주하며 화이러우(怀柔) 부근의 만리장성 쓰레기를 줍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의 쓰레기는 매년 늘어만 갔다. 결국 윌리엄은 근본적인 문제가 교육과 이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는 2003년부터 5년간 만리장성의 과거 사진을 수집해 위먼관(玉门关)에서 라오롱터우(老龙头)에 이르는 3만5000Km 거리에 만리장성의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게시했다. 만리장성을 훼손되지 않게 지켜가자는 취지였다. 베이징대학 예술연구센터의 부원장 양허핑(杨和平) 교수는 윌리엄의 행적에 깊은 감명을 받아“한 사람이 하나의 일을 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하나의 일을 끊임없이 이어간다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이 중국의 만리장성에 이처럼 깊은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라며 “포부가 있고, 정이 있으며, 사랑이 있는 사람(有心人,有情人,有爱之人)’이라는 한자를 써서 그에게 헌정했다. 또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2006년 그를 버킹엄궁전에 초청해 ‘대영제국훈장’을 그의 옷에 직접 달아 주었다. 그녀는 윌리엄과 악수를 하며 “당신은 만리장성을 보호하느라 평생의 정열을 쏟았다. 매우 잘했다!”라고 치하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윌리엄은 몸이 불편해져 더 이상 매주 만리장성에 오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형형해 매번 만리장성을 찾을 때면 여전히 쓰레기를 싸들고 온다. 그가 남긴 말은 낮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땅에 당신이 쓰레기를 버릴 때 이 쓰레기가 누구에게 가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바로 우리들의 아이들입니다. 나는 이처럼 더러운 선물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더욱 사랑스런 선물을 받아야 마땅하며,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통해 이 선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진=텅쉰왕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World 특파원 블로그] 14세 소년공의 죽음… 구호만 나부낀 中노동절

    #1.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들떠 있던 1988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군이 사망했다. 충남 서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한 문군의 나이는 15세, 사망 원인은 수은 중독이었다. 문송면의 이름이 떠오른 것은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포산 공업단지에서 숨진 14세 소년공 때문이다. 후난성 농촌 출신인 이 소년은 올 초 속옷 공장의 보조원으로 취직해 매일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리다가 이날 새벽 기절했고, 끝내 사망했다. 가난한 부모는 아들의 목숨 값으로 15만 위안(약 2635만원)을 받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지 않는 데 합의했다. #2.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의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는 408일 동안 공장 안 45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지난해 7월 14일 드디어 땅을 밟았다. 세계 최장 기간 고공농성으로 해고됐던 동료들이 복직했고 노조도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농민공 2명도 최근 20m가 넘는 타워크레인에 올라 밀린 월급을 달라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안(경찰)에 금방 끌려 내려왔다. 오히려 정저우시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는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공표했다. #3.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세계 노동절을 기념해 ‘새 시대의 노동운동가를 힘차게 부르자’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노동이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럽다. 당과 국가는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격문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식분자·노동자들과 좌담회를 갖고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신성한 노동을 통해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농민이 세운 국가에서 노동자 계급의 권리는 이처럼 기관지와 지도자의 구호로 남았을 뿐이다. 단위 노조를 총괄하는 전국총공회의 주석은 장관급이 맡는다. 홍콩에서 중국의 민주노조 운동을 지원하는 ‘중국노조 통신’은 성명을 내고 “공회가 정부를 대신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노동자들은 고도성장의 희생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는 “해외 적대세력의 노동자 계급 침투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지금 180만명에 이르는 철강·석탄 노동자들이 차례로 해고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중국 특색의 해고’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보이스피싱으로 먹고 사는 도시가 있다고?

    보이스피싱으로 먹고 사는 도시가 있다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려 한국에서도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진(鎭)급 소도시에서 전체 인구의 29%가량이 해당 범죄 경력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중국 후난(湖南)성 솽펑(雙峰)현은 전화·전신사기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솽펑현의 저우마제진(지도)은 인구 7만명 가운데 2만명이 각종 서류위조, 전화·전신 사기에 가담한 경력이 있다.  솽펑현의 거리 곳곳에 걸린 “전민 총동원으로 전화·전신 사기에 결연히 대응”, “솽펑현에 드리워진 악명을 벗자”, “전화·전신사기범 엄격 처벌” 등의 표어와 현수막이 솽펑현의 악명을 반증한다.  지난달 솽펑현 우더화(吳德華) 당서기는 “전화·전신사기 범죄의 온상이라는 ‘모자’를 벗자”고 호소했는가 하면 현(縣)정부는 주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각종 사기범죄가 난무해 현 전체인민이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게 됐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기 전까지 솽펑현은 청나라 말기 4대 명신 중 한 명이자 문학가로 유명한 쩡궈판(曾國藩), 중국 공산당 초기 이론가 겸 혁명가인 차이허린(蔡和林)의 고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던 1990년대말 배금주의 물결이 중국을 휩쓸면서 솽펑현도 변했다.  솽팡현 주민들은 애초 문서위조로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10위안(1800원) 가량) 비용으로 학력을 위조해주면 수천 위안을 벌 수 있었다. 농민공으로 도시로 나가 천대받으면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들어 인터넷 조회가 일반화되면서 학력위조가 어렵게 되자 포토샵 사기, 전화·전신사기로 발전했다. 사기범들은 1만 위안 정도로 살 수 있는 문자 발송기를 사용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였다. 휴대전화로 고위 관리의 사진을 여성 사진과 합성한 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함께 보내면 즉시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관리들은 자신의 성추문이 폭로될 것이 두려워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수법이 의의로 성공률이 높다고 알려져 차츰 더 많은 사람이 이 업종에 뛰어들었다.  중국 관영 CCTV는 최근 보도에서 범죄가 번성할 때 저우마제진 주민들이 은행· 우체국 부근에 둘러앉아 도박·잡담·술을 즐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돈을 사취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저우마제진은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골에서 보기 어려운 번듯한 가옥이 즐비한 것도 모두 이런 식으로 축재한 결과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심지어 솽팡현 부모들은 자녀에게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친척집 등에 보내 위조사기 수법을 배우도록 해 생업으로 삼게 했다고 CCTV는 소개했다.  저우마제진의 부진장인 주웨이화(朱衛華)는 이런 축재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주민의 죄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특정 세대 전체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솽펑현에서 이런 악성 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더더욱 확산하자 급기야 중국 국무원은 이 지역을 아예 중점관리지구로 정하고 연말까지 전화·전신사기 범죄 발생 건수를 작년보다 90% 이상 낮추지 않으면 해당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中 흙수저 청년들 “보통 사람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히 큰 꿈”

    [글로벌 인사이트] 中 흙수저 청년들 “보통 사람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히 큰 꿈”

    가정 형편 어려워 상급학교 진학 못 해 기술 배우는 비정규 학교 취업률 100% 中 전역 9곳·베트남·앙골라에도 설립 “미래는 희망적일 거라 믿어요. 그런데 제가 그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의 ‘백년직업학교’(百年職校)에서 만난 주징(朱?)은 자신을 열아홉 살이라고 소개했지만 초등학생처럼 앳돼 보였다. 스무 살 쉬잉(徐瑩)도, 열일곱 창링(常嶺)도 마찬가지였다. 몇 마디를 나누니 이들이 어려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고 긍정적이며 소중한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이 착한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 꿈을 갖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이 친구들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대견해 보였다. ‘빈곤’이라는 힘겨운 굴레에 좌절하지 않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년학교는 농민공 자녀들이 다니는 직업학교다. 의무교육 9년을 마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으로, 정규 과정의 학교는 아니지만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한 기술학교다. 여성 자선사업가 야오리(姚莉)가 2005년 베이징에 처음 설립한 이후 중국 전역에 9개 학교가 생겼고, 앙골라와 베트남에도 설립됐다. 중국에서만 800여명의 청소년이 공부와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학교의 재학생은 86명이다. 졸업생 2500여명이 각 분야에서 백년학교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간쑤성에서 온 주징은 “호텔리어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호텔 관리를 배우면서 틈틈이 메이크업 기술도 익히고 있다. 쓰촨성에서 온 쉬잉은 베이커리를 차리는 게 목표고, 허난성이 고향인 창링은 근사한 중국요리 전문 식당을 내고 싶다고 했다. 세 친구에겐 똑같은 꿈이 하나 더 있었다. 나중에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어린 시절을 혼자 보내야 했고, 이제는 자신이 돈 벌 준비를 위해 멀리 떠나온 이들에게 부모님과 고향은 늘 그리운 대상이다. 이들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거나 대학생이 된 또래들을 부러워할까? 창링은 “어차피 각자 갈 길이 다르지 않으냐”면서 “대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쉬잉은 “어릴 적에는 대학에 꼭 가고 싶었지만 지금 이 학교에 만족한다”며 “대학에 간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답했다. 주징은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성실과 책임, 그리고 인생을 배운다”고 말했다. 백년학교 운영의 원동력은 수많은 사람의 기부에서 나온다. 학교로 쓰이는 허름한 빌딩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기숙사, 통학버스도 모두 기부받은 것이다. 복도에는 기부자들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한 해 기부자가 1000여명에 이른다. 중국인은 물론 포드, 노키아, DHL 등 수많은 외국 기업 명단도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받은 기부금은 2억 2000만 위안(약 388억원)이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베이징 시정부, 회계기업 딜로이트, 공산주의청년단 산하 중국청소년기금회로부터 3중의 회계감사를 자청해 받고 있다. 기부의 혜택을 받으며 그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학생들도 매일 1위안(약 176원) 이상 기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모은 기부금은 115만 위안(약 2억원)으로, 후배들을 위해 계속 적립된다. 기부의 핵심은 역시 ‘교육 기부’다. 수많은 기업이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작업장을 선뜻 빌려준다. 선생님들도 모두 재능기부자다. 11년 동안 500개의 강좌를 개설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전문가와 교사들이 재능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능기부자들이 곧 선생님이어서 이 학교 선생님은 무려 1700명에 이른다. 이날은 마침 한국 기업 CJ푸드빌이 개설한 커피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CJ푸드빌 소속의 중국인 바리스타가 커피의 역사와 종류를 재미있게 풀어냈고, 학생들은 한마디도 놓칠 수 없다는 듯 꼼꼼히 필기했다. CJ푸드빌은 제빵과 요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실습을 시킨다. 이 같은 기부는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CJ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학생을 가르친 뒤 그들을 채용하면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인력 수급 및 현지 시장 확대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는 기업이 요구하는 강좌를 열고, 기업은 학생을 직접 훈련시키는 상생 모델이 백년학교의 최대 강점이다. 백년학교의 교훈(校訓)은 ‘학주보통인’(學做普通人)이다. “열심히 배워 보통 사람이 되자”는 뜻이다. 학교는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첫째 신체가 건강해야 하고, 둘째 시비를 가릴 줄 알아야 하며, 셋째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소박해 보일지 모르나 태어나면서부터 가난과 마주한 농민공의 자녀들에겐 절박한 꿈이다. 가난 속에서도 미소와 용기를 잃지 않는 백년학교 학생들이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날 중국은 더욱 강력한 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중국 양회(兩會)가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다. 10일 남짓 이어지는 양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4년차 로드맵이 발표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장기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년)이 실행되는 첫해인 만큼 모든 정책이 13·5규획의 발전 이념 구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정부가 제출한 정책 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전인대가 내놓은 청사진을 보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어디에 쏟아부을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명운이 걸린 한국 기업으로서는 전인대의 맥을 짚어야 향후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5일 전인대 발표 ‘2016 정부업무보고’는 재정 운영 가늠 척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하는 ‘2016년 정부업무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 국방예산 증가 폭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 3개 지표는 중국 재정 운용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다. 중국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6.5~7.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 등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만약 6.5%를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하면 중국 경제가 지난 30년간의 고속 성장 신화를 공식 마감하고 ‘중·고속 성장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0%로 제시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달러화와의 금리 차를 벌려 외화 유출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2016년에는 재정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지난해 2.3%였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최소 3%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재정 집행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수치는 국방예산 증가율이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1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 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국방예산 증가율이 2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항공모함 추가 건조 계획을 밝히고 새로운 전략미사일 운용 부대인 로켓군을 창설하는 등 올해를 전면적인 ‘군사 굴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 일본과 군비 경쟁을 치러야 한다. 5개 발전 이념인 ‘혁신·협력·녹색·개방·공동 향유’를 주목하라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에서 중국 경제 발전의 2개 기준을 제시했다. ‘2개 시부’(是否, ~인지 아닌지)로 명명된 이 원칙은 경제를 운영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인민에게 실질적인 행복감을 주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전인대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덩샤오핑이 제시했던 ▲사회주의 생산력 발전에 유리한가 ▲사회주의 국력을 강화시키는 데 유리한가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한가의 ‘3개 유리’(有利) 기준을 심화한 것이다. 덩샤오핑이 양적 발전을 강조했다면 시 주석은 질적 발전을 강조한 셈이다. 이 원칙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확정된 13·5규획의 연장선 위에 있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배로 확대해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한다는 게 13·5규획의 핵심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부터 5개 항의 발전 이념을 추진한다. 5개의 발전 이념은 혁신, 협력, 녹색, 개방, 공동 향유다. 혁신 발전의 핵심 요소는 창업, 인터넷 플러스(인터넷과 기존 산업의 융합), 빅데이터, 제조 강국 건설(중국 제조 2025), 서비스 산업 발전, 정부기구 축소 및 권한 이양 등이다. 협력 발전은 신형 공업화·정보화·도시화·농업 현대화의 촉진을 말한다. 녹색 발전은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를 국가 기본정책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에너지사용권·오염물질배출권·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기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 발전은 연해 지역의 글로벌 합작과 경쟁 참여를 더욱 촉진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선진적 제조 기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개방 발전의 핵심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발전의 과실을 공동으로 누리겠다는 이념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늘리고 7000만명에 이르는 농촌 빈곤층 퇴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농민공 자녀 및 여성·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 체계도 구축한다. 두 자녀 전면 허용과 고령화 사회 대비 전략도 공동 향유 발전 이념에서 나왔다. 10대 전략 산업, 한국과 겹쳐… 中 산업 고도화는 ‘위기이자 기회’ 중국 정부가 제시한 발전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시장과 만나게 된다. 당장 두 자녀 정책 시행으로 매년 500만~600만명의 신생아가 증가해 연간 1000억 위안(약 18조원) 규모의 소비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빈곤 퇴치와 고령화 사회 대비 프로젝트는 교육·의료 시장의 급팽창을 불러온다. 서비스 산업의 한 축인 관광을 보면 중국 정부는 2020년 국내 여행객 규모를 65억명으로 추산한다. 해외 여행객은 1억 7000만명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대 국정연구원 후안강 원장은 “중국은 GDP와 도시화율 측면에서는 이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면서 “2020년이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중산층 사회가 될 것이며 각국은 중국 관광객을 수용할 호텔 부족으로 큰 고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산업의 고도화는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1일 발표한 ‘한·중 경쟁력 분석’을 보면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고기술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간재 자급률도 높아져 소비재 중심의 수출구조가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에 석유화학제품, 철강재, 전기전자부품, 기계부품 등의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던 한국으로서는 중국 수출이 더욱 줄 수밖에 없으며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중국과 경쟁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2025년까지 독일, 일본, 미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10대 전략 산업은 한국의 미래성장동력 19대 산업과 대다수가 겹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차세대 정보기술(IT), 항공우주장비, 해양 엔지니어 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대응 정도는 상당히 미흡하다”면서 “우리나라가 강점인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및 부품 소재에서 최종 조립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의 완결성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보완 관계를 이용해 중국의 산업 발달을 우리나라 관련 산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북경사무소장도 “시스템 반도체, 클라우딩, 빅데이터, 스마트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용어클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로 국회와 비슷한 기구다. 공산당이 결정한 주요 정책과 인사를 승인하고 의결한다. 지역 대표와 직능 대표 등 2900여명으로 구성되며 국정 계획과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상설 기관인 상무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매년 3월 초에 상징적으로 한 번만 열린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정책자문회의로 전국위원회와 상무위원회로 구성된다. 국정 계획을 토의하고 제안,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전인대와 동시에 열려 이를 묶어 양회(兩會)라고 한다.
  •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베이징·상하이 ‘유령 도시’로… 전국 고속도로·기차역은 전쟁터로… 해외여행도 무려 600만명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시즌이 돌아왔다. 공식적인 춘제 연휴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이지만, 춘제 특별 운송 기간을 뜻하는 춘윈(春運)은 이미 지난달 24일에 시작됐다. 3월 3일까지 40일 동안 이어지는 춘윈 기간에는 연인원 29억 1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수치로 중국인 한 사람이 평균 2.1회 여행하는 셈이다. 해외여행도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유령 도시로 변하고, 전국의 고속도로와 기차역은 귀성 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국인들에게 춘제는 무슨 의미일까? 춘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진나라 때 ‘상일·원일’이라 불려 중국의 음력 정월 풍속은 역사가 깊다. 진나라 때는 상일(上日)·원일(元日)이라 불렀고, 한나라 시대에는 세단(歲旦), 위진남북조는 세조(歲朝)·원수(元首), 당·송대에는 세일(歲日)·신원(新元)이라 했다. 청대 들어서면서 원단(元旦)·원일(元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12년 쑨중산(孫中山·쑨원) 중화민국 임시대총통은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 사용을 선포했다. 이때부터 양력설은 원단(元旦), 음력설은 춘제가 됐다. 장제스(蔣介石)는 1929년 춘제 폐지를 선포했다. 하지만 민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춘제를 최대 명절로 여겼다. 공산당은 춘제를 활용해 민심을 잡았다. 국민당 군대에 밀려 징강산에 쫓겨온 마오쩌둥(毛澤東)은 춘제 3일 연휴를 선포하고 병사들에게 돼지고기를 배급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후에는 춘제를 3일간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온 가족이 마오쩌둥 초상 아래에서 상호비판과 자아비판을 실시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설 특집 대형 연예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중국 연예인들은 춘완 출연을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춘제 선물을 빙자한 뇌물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또 1980~9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농민공이 급증하면서 춘제 ‘인구 대이동’이 시작됐다.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무원은 ‘전국 명절·기념일 휴가 조치’를 공포했다. 춘제, 5·1 노동절, 10·1 국경절 기간을 7일에 이르는 ‘황금주’로 지정해 내수를 진작시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강력한 반부패 운동이 펼쳐지면서 ‘춘제 뇌물’도 거의 사라졌다. ●돼지들의 수난… 돼지고기값 물가상승 견인 춘제가 되면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른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올해 춘제 기간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5.27%로 예상됐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비중에서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10%로, 단일 품목으로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3배나 크다. 섣달 그믐에 빚는 만두를 비롯해 수많은 춘제 음식에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중국 전역에서는 4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한 해 도살되는 돼지는 모두 5000만 마리다. 이 중 10%인 500만 마리가 춘제 기간에 명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춘제가 되면 돼지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서부 지역은 돼지를 잡는 게 중요한 풍속이다. 간쑤성 가오란현 헤이스촌에는 200가구가 모여 사는데 100마리의 돼지를 잡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돼지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접어들었고 소비자 물가지수마저 뚝뚝 떨어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마당에 춘제를 맞아 돼지고기가 전체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시는 대추목걸이… 광둥은 꽃 선물 중국의 춘제 풍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산둥성 황현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 아낙네가 빨간 초를 들고 집을 구석구석 비춘다. 어둠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방문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세 번씩 탄다. 이렇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둥성 자오둥현의 새댁들은 새해 첫날 남편의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세배를 한다. 이 행위를 ‘자건’(剳根·뿌리를 내리다)이라고 부르는데, 남편 외조부를 찾아가 절을 하면 이혼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시성 북부 지역에서는 아이들에게 빨간 줄에 대추와 엽전을 엮어 만든 ‘대추 목걸이’를 걸어 준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산시성 관종현은 정월 초하루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척들도 만나지 않으며, 부인들은 친정에도 가지 않는다. 날씨가 따듯한 광둥성에서는 “꽃을 받지 않으면 춘제를 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춘제에 꽃을 많이 선물한다. ‘진’()과 발음이 같은 감자수나 ‘지’(吉)와 발음이 비슷한 귤도 많이 선물한다. 이 선물은 반드시 짝수여야 한다. 푸젠성 민난현에서는 집집마다 등나무 땔감으로 모닥불을 피운다. 남자들은 나이순으로 모닥불을 건너뛴다. 지난해의 액운을 쫓아내고 새해의 행운을 맞이하는 궈녠(過年) 의식이다. ●훙바오 전쟁… 모바일 세뱃돈 1조원 넘어 중국 어른들은 빨간 봉투(훙바오·紅包)에 세뱃돈을 담아 아이들에게 준다. 이 훙바오가 모바일 인터넷에 등장한 것은 2년 전 춘제 때이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위챗(한국의 카카오톡)으로 한번에 0.01~5000위안(약 9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 훙바오 서비스를 처음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전자화폐인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개시하며 텐센트와 알리바바 간 ‘훙바오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춘제 기간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세뱃돈을 주고받은 사람 수는 23억 1000만명(중복 계산)에 이르렀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가족·친구·동료들이 훙바오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출시에 머물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훙바오를 뿌리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춘제 때 두 기업이 시장에 뿌린 세뱃돈 금액만 100억 위안(약 1조 800억원)이 넘었다. 올해는 ‘포털 공룡’ 바이두도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이두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2일 정월 대보름까지 모두 60억 위안(약 1조원)어치의 ‘복주머니’를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바이두 지갑’을 통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의 모바일 결제시장 주도권 다툼이 춘제를 맞아 정점으로 치달은 셈이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알리페이로 훙바오를 전달한 1억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1회 평균 송금액은 59.1위안(1만 7500원)이었다. 이용자 중 지우링허우(90後·1990년대생)가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바링허우(80後·80년대생)가 40%를 차지해 20~30대가 주류를 이뤘다. 훙바오를 가장 많이 발송한 도시는 ‘경제 수도’ 상하이였고 항저우, 베이징, 광저우, 선전, 청두, 쑤저우가 뒤를 이었다. 중국인들은 훙바오를 보내면서도 행운을 나타내는 숫자를 선호했다. 재물운이 터진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한 ‘8’이 들어간 8.88위안, 88.88위안씩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고 13.14위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1314는 이성이스(一生一世·한평생)와 발음이 비슷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돌아와도 일할 곳 없어” vs “일거리 많아 살맛 난다”

    “돌아와도 일할 곳 없어” vs “일거리 많아 살맛 난다”

    1일 오전 10시 베이징역 광장. 광장과 연결된 지하철 출구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토해냈다. 기차역 대합실로 들어가기 위해 표 검사를 받는 데만도 세 시간이 걸렸다. 인산인해에서도 농민공은 눈에 잘 띄었다. 남루한 행색 말고도 가방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평생을 떠돈 이들에게 짐을 싸고 푸는 것은 아침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단순한 일이다. 올해로 50세가 된 펑(彭)씨는 광장 가장자리에서 겨울 볕을 쬐고 있었다. 그의 목적지는 장쑤성 안퉁. 스무 시간을 서서 가야 한다. 펑씨는 “이번에 돌아가서 아예 고향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32년을 대도시 건설현장에서 일한 그가 완전 귀향을 작심한 이유는 요즘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데다 겨우 찾아도 급여가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1년에 7만 위안(약 1300만원)은 벌었는데, 지난해에는 절반도 못 벌었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면 뾰족한 수가 있을까? 펑씨는 “아마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의 ‘저수지’로 중국 근대화의 밑돌이 됐던 농민공 2억 8000만명의 삶은 펑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침체기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압력을 가장 무겁게 받는 이들이 바로 이 늙은 노동자들이다. 자신을 50대라고 소개한 딩(丁)씨는 후베이에서 베이징에 온 지 3년이 됐다. 그는 “요즘 월급이 3분의1로 줄었다”면서 “춘제를 쇠고 오면 그나마 일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정부가 요즘 내놓은 농민공 대책은 정작 농민공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는 전국 도심에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 1250만채를 농민공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하겠다고 했다. 딩씨는 “공짜로 주지 않는 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가 집을 구할 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민공은 직장을 바꿀 만한 기술도, 사업을 벌일 만한 자본도 없다. 40대인 스(司)씨는 도시 정착에 실패했으나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경계인’이었다. 허난성 출신 여성 노동자인 그는 “도시에서 일자리가 끊기면 시골로 가고, 시골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도시로 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고속철 전용역인 베이징남역은 베이징역과 지하철로 불과 7개 정거장 떨어져 있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귀성객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남자는 검사고 여자는 로스쿨 예비 변호사인 젊은 연인은 연휴를 맞아 샤먼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남성은 “경제가 고도화하면서 법률 서비스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법률시장은 미국보다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직원인 장(張)씨는 동료들과 춘제 특집 촬영을 위해 산둥성 지난으로 가는 고속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씨는 “요즘 한국 연예인이 밀물처럼 몰려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홍보 담당 여직원 제(節)씨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고 자랑했다. 완행열차에서 짐짝처럼 스무 시간을 서서 가야 하는 농민공의 고단함과 푹신한 고속철 의자에 앉아 샤먼의 파란 하늘을 상상하는 젊은 커플의 설렘. 이 둘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았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14억 대이동이 시작되다! 오토바이로 수천km 대장정

    14억 대이동이 시작되다! 오토바이로 수천km 대장정

    14억 인구 중국의 민족 대이동을 지칭하는 ‘춘윈(春運)' 전쟁이 시작됐다. 춘절 전 15일, 춘절 후 25일을 포함한 총 40일간의 긴 기간 동안 약 2억명에 달하는 농민공, 도시 유학생 등이 전국 각지를 이동한다. 이 기간 동안 항공기, 기차, 버스, 승용차 등을 이용해 이동하는 인원은 연간 40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춘윈 기간은 이달 24일(음력 12월 15일)부터 3월 3일(음력 정원 25일)까지다. 중국 베이징 지역 일간지 신경보(新京報)는 24일 광둥성(廣東省) 포산(佛山)에서 공장 근로자로 근무하는 루이리(瑞一利)씨와 그의 가족이 고향 광시 허저우(賀州)로 향하는 귀성길을 동향 취재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새벽 4시, 루이리씨와 그의 아내, 18개월 된 딸은 300km 떨어진 광시까지 '띠엔동처(電動車)'로 불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한 귀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밤새 내리는 눈보라에 대비해 우비를 착용하고, 오토바이 뒤에는 고향에 있을 친지들에게 전할 선물을 가득 실었다. 이들 가족이 몸을 의지한 채 길을 떠난 오토바이는 전기충전방식으로 운행되며, 최대 시속 30km 미만이다. 오토바이를 활용한 귀향 방식은 열차표 구매에 실패한 귀성객들이 주로 활용하는 이동 수단으로,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북방지역을 제외한 광저우, 허난 등 일부 남방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신경보 보도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타고 귀성하는 귀성객의 수는 매년 평균 약 10만명에 달하는데, 지난해 해당 언론이 동행 취재한 광저우에서 근무하는 농민공 부부는 고향인 구이저우(貴州)까지 1300km를 이동하는데 120시간이 소요됐다. 밤낮없이 5일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올해에는 근무지역인 광둥성에서 광시성 허저우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루이리씨의 사연은 텅쉰왕(??網)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 보도될 예정이다. 임지연 중국통신원 cci2006@naver.com
  • 中 내년 과잉 부동산 대대적 정리

    중국 정부가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 곡선이 ‘V’자형이 아닌 ‘L’자형을 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내년에 과잉생산과 남아도는 부동산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공급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내년 성장률 목표치는 6.5~7%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모두 참석해 나흘 동안 연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이날 오전 막을 내렸다. 매년 연말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다음해의 경제 성장 목표치와 경제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경제 관련 회의이다. 신화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 5대 경제 목표로 과잉생산 정리, 부동산 재고 적정 관리, 산업 간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 기업 비용 절감, 경영 환경 개선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특히 “공급 측면의 개혁이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을 이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급격한 경기 하강과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재정 적자폭을 넓게 유지하고 금융 정책을 비교적 원만하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잉생산 정리를 위해서 빚으로 연명하는 국유기업들의 합병과 청산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철강·유리 산업 등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과잉공급 분야의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부동산 재고를 털기 위한 방안으로는 농민공의 도시 진입 문턱을 낮추고 이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신화통신은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해 도시 부동산 재고 물량을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경제공작회의가 지난해보다 하루 길어진 것도 이 문제를 논의하는 도시공작회의가 함께 열렸기 때문이다. 공급 개혁의 또 다른 축은 신성장 기업의 경영 공간을 넓혀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금감면, 사회보험료 경감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주는 정책이 적극 추진된다. 자본시장 개방도 가속화해 기업의 해외 자본 유치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가한 고위 지도자를 취재한 WSJ는 “참가자들이 중국 경제의 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성장 곡선이 ‘V’자형이 아닌 ‘L’자형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을 인정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소비 산업 위주로 경제구조를 탈바꿈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WSJ는 “내년 성장 목표치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개되겠지만 2020년까지 6.5%의 성장을 유지한다는 5개년 계획으로 볼 때 6.5~7%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집과 돈 앞에… 中 중산층, 공산당에 반기

    집과 돈 앞에… 中 중산층, 공산당에 반기

    국가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는 중심축은 중산층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중산층은 공산당이 주도한 고속 성장의 과실을 가장 많이 차지한 계층이자 공산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하지만 최근 중산층이 잇따라 공산당에 맞서는 시위를 일으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봉기한 주요 원인은 ‘집’과 ‘돈’이다. 톈안먼(天安門) 열병식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라는 국가 대사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지난 8월 12일 발생했던 톈진 대폭발 사고의 피해자들은 요즘도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폭발로 아파트가 파손된 집주인들이다. 지난 20일 시위에 참가한 옌홍메이(39·여)는 카페 주인이다. 5년 전 대출을 받아 180만 위안(약 3억 3000만원)을 주고 아파트를 장만했다. 집은 완전히 파괴됐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위는 월급을 떼인 농민공이나 정부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들이 하는 것인 줄 알았다”면서 “내가 거리로 나설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우창펀(43)은 이웃 주민들과 트럭에 확성기를 달고 중국 국가를 틀고 다니며 시위를 한다. 그는 “정부는 우리를 주저앉혀 놓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면서 “내가 평생 흘린 땀의 대가가 폭삭 무너졌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고 주장했다. 당국은 집이 파괴된 이들에게 애초 주택 구입 가격의 130%를 주며 파손된 집을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집주인은 “지난 7~8년 동안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면서 “터무니없는 액수”라며 맞서고 있다. 당국은 일단 피해 가구 중 공산당원과 국유기업 직원들부터 이 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다. 21일엔 베이징시에 있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쿤밍에 있는 희귀 금속 거래소인 판야(泛亞)거래소가 판매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이들은 지방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 이날 수도로 집결했다. 금융 투자자들이 증감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다. 판야거래소는 인듐, 비스무트 같은 희귀 금속을 매매하는 곳으로 상하이와 쿤밍 사무소에서 각각 고금리 투자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희귀 금속 수요가 급감하자 거래소가 개발한 금융상품은 원금 지급도 어렵게 됐다. 시위대는 “증감위가 판야거래소의 사기 행각에 눈감고 있다”며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는 인구 100만명 이상인 도시가 130개나 되고 도시민은 7억 5000만명에 이른다. WSJ는 “그동안 도시 중산층은 공산당의 정책에 토를 달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생활이 나날이 윤택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공산당과 중산층 사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그리스 협상 타결 이후] IMF “中실업률 통계 못 믿겠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실업률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방 언론과 금융회사들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IMF까지 나서 공산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실업률을 못 믿겠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IMF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투자와 생산이 위축돼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중국의 실업률이 10여년째 안정적으로 4% 초반대를 유지하는 것은 인위적 요소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MF는 성장률과 실업률이 따로 노는 주요 원인으로 거대 국유기업의 과잉 고용과 통계에서 배제된 농민공의 실업을 꼽았다. IMF에 따르면 철강, 광산 등 과잉 생산이 심각한 분야의 국유기업도 정부의 실업률 유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느라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잉 고용은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나, 경제구조 개혁을 늦춰 더 큰 위기를 부른다는 게 IMF의 경고이다. 경제 위축으로 도시의 저임금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고 농촌으로 돌아가는데도 이들이 실업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불신을 불렀다. 중국은 독특하게도 도시의 실업급여 등록 실업자에 한해 실업률을 조사한다. 이에 따라 2억 7000만명에 이르는 농민공 가운데 도시 호구(호적)를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노동자는 원천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최저인 7.0%에 머물렀지만, 실업률은 4.05%로 오히려 지난해 연말 4.1%보다 낮아졌다. 중국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성장률 7%보다 실업률 4.5% 이하 유지 및 일자리 1000만개 창출을 더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다. 낮은 실업률 유지와 일자리 창출은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최고의 복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태풍 찬홈으로 이재민 191만명 발생, 1조원 손실…무슨 상황?

    中 태풍 찬홈으로 이재민 191만명 발생, 1조원 손실…무슨 상황?

    ‘이재민 191만명 1조원 손실’ 중국 동부연안을 스치며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찬홈이 저장(浙江)성 일대에서만 191만명의 이재민을 내는 큰 피해를 남겼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망(新華網), 인민망(人民網) 등에 따르면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간) 현재 저장성 원저우(溫州), 저우산(舟山), 타이저우(台州) 등지에서 저지대 침수로 191만 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장성에서는 강풍과 함께 최대 321㎜의 폭우가 쏟아지며 농작물 피해 면적이 174.8㏊에 이르렀고 이중 83.9㏊는 농작물 수확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당국은 전했다. 가축도 5000여마리가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태풍 상륙을 전후해 저장성 당국은 주민 111만 5000명을 대피시키고 3만 척에 달하는 조업 어선에 귀항 명령을 내렸다. 강풍과 호우로 무너지거나 파손된 가옥도 1천여 채에 달했다. 저장성에서만 농어업 분야에서 36억 2000만 위안(6600억원)의 손실이 나는 등 모두 58억 6000만 위안(1조 원)의 직접적인 경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인접한 상하이에서도 태풍 찬홈이 몰고 온 강력한 비바람으로 주거시설이 좋지 않은 농민공 등을 중심으로 16만 3000 명이 긴급 대피했다. 아울러 고속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항공편 1200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12일 오후 현재 상하이에서는 비바람은 멈춘 상태다. 상하이 기상대는 오전 10시30분을 기해 태풍과 호우 경보를 모두 해제했다. 태풍 찬홈은 전날 오후 4시40분(현지시간) 저장성 저우산 방면으로 상륙해 북동쪽 한반도 서해안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위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당초 찬홈을 ‘초강력 태풍’으로 예상했으나 전날 ‘강력 태풍’으로 한 단계 낮춘 데 이어 다시 ‘태풍’급으로 하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진핑 “5년 내 모든 농촌 빈곤층 가난서 탈출시킬 것”

    중국이 향후 5년의 최우선 과제로 농촌과 도시 농민공(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의 빈곤 문제 해결을 꼽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 사회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중부, 남부, 서부 지역 7개 성(省) 당서기를 소집해 좌담회를 열고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20년)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13·5규획이 실시되는 기간은 샤오캉 사회 건설의 마지막 관문이자 결정적인 시기”라면서 “2020년까지는 농촌의 모든 빈곤층을 가난에서 탈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빈곤을 물리치고 공동체의 부를 확장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우리 당의 사명”이라면서 “개혁·개방 이후 많은 인민이 빈곤에서 탈출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빈곤 때문에 훨씬 어려운 국면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뒤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까지 샤오캉 사회 건설을 완성하고 2049년 건국 100주년까지 중국을 조화로운 현대사회주의 국가로 변화시킨다는 이른바 ‘두 개의 100년’이란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17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아직도 농민공 1억명이 쪽방촌에 살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회 정의와 공평을 논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리 총리는 특히 “같은 도시인데도 한쪽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다른 한쪽은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면서 “농민공이 도시로 들어와 쪽방촌에 산다면 이것을 어찌 도시화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도시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3개 1억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3개 1억명’ 문제란 2020년까지 ‘1억 농민공에게 도시호적 제공’, ‘1억명 거주 빈민촌 개량’, ‘중서부 내륙지역 1억 인구 도시화’를 의미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죽음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무관심이라는 학대에 지쳐 中농민공 네자녀 목숨 끊다

    “죽음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무관심이라는 학대에 지쳐 中농민공 네자녀 목숨 끊다

    “죽음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13세 소년 장샤오강(張小剛·가명)은 농민공의 아들이다. 엄마는 지난해 3월에, 아빠는 올 3월에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났다. 샤오강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엄마와 샤오강을 틈만 나면 때렸다. 아빠에게 맞아 왼쪽 팔이 부러지고 귀가 찢어진 적도 있다. 3년 전 여름에는 아빠의 매질이 무서워 며칠 동안 집을 나갔는데 엄마가 뙤약볕에 발가벗긴 채 두 시간 동안 세워 놓았다. ●“오늘 드디어 끝냅니다” 유서… 통장에 64만원, 생활고 단정 못 해 문제는 아홉 살, 여덟 살, 다섯 살 난 여동생들이었다. 밥을 챙겨 주기도 벅찬데 학교 준비물까지 챙겨야 했다. 5월 8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9일 저녁 선생님과 구 공무원이 찾아와 “학교에 오면 옷과 쌀을 살 돈을 주겠다”고 했다. 샤오강은 “예”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잘해 준 것 알아요. 고마워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열다섯 살 이상을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오늘 드디어 끝을 냅니다.” 20m 떨어진 옆집 아저씨는 이날 밤 마루에서 잠을 자다 “쿵” 하는 소리에 깼다. 샤오강의 집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달려가 보니 샤오강이 머리를 문밖으로 내민 채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세 여동생은 이미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죽음이 꿈’이었던 샤오강의 유서는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네 남매의 음독자살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3일 “절대로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 농민공 자녀 보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구이저우성 비제시 치싱관구의 부구청장과 교육국장은 사퇴했다. ●고향에 남겨진 농민공 아이들… 6100만명은 석달에 한번도 부모 못 만나 하지만 농민공 자녀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중국의 농민공은 공식 통계로만 2억 7000만명이다. 이 중 대다수는 도시로 호구(호적)를 옮길 수 없어 자녀를 고향에 남겨 둔다. 도시로 데려오면 학교를 보낼 수 없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시민단체인 중국여성연합 조사에 따르면 농민공 자녀 중 6100만명이 3개월에 한 번도 부모를 만나지 못한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샤오강 남매의 통장 잔고는 3568위안(약 64만 2000원)이었다. 분기마다 받는 기초생활보장금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한 빈민활동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돈만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는 교과서만 가르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다. 무관심은 학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커버스토리] ‘슈퍼 코끼리’가 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 경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는 구매력기준(PPP)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을 일찌감치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12억~13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바탕으로 나란히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던 두 나라의 ‘경제 성적표’는 올 들어 크게 갈릴 모양새다. 22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GDP 성장률은 7.5%로 중국의 6.8%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중국이 수십년 만에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는 반면 인도는 2020년까지 8%에 이르는 고성장 신화를 써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인도 성장의 핵심은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인 ‘모디노믹스’에 있다. 이는 인프라 개발 확대를 통한 고성장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는 친기업 정책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올 2월까지 10개월 동안 295억 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전년 동기보다 77% 늘었다. 또 올해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5% 증액했다. 여기에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25세 이하 젊은층이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순철 부산외대 인도학부 교수는 “인도의 젊은층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노동력이자 소비 계층”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중국 경제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이미 성장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7.4%에 그쳤지만,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8000억 달러에 이른다. 터키와 맞먹는 규모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따라서 이젠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신화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역시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관건은 중국 경제가 ‘새로운 정상 상태’로 연착륙할 수 있느냐다. 중국 정부는 이를 고용증가율 4.0% 달성에 두고 있다. 고용이 곧 복지이며 분배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이자율과 지급준비율 인하 등 잇따라 경기 부양 조치를 단행한 것도 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기보다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농민공이 고령화할 뿐 더이상 늘지 않는 데 반해 대졸자는 1년에 800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고학력자는 갈 곳이 없고, 제조업체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상황이 중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부실 채권, 국유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등도 체질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의존도는 25.4%로 2위 미국(12.5%)의 2배에 이른다”며 “중국 경제가 덜커덩거리는 것은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인도와의 무역 비중은 중국의 10분의1도 안 되는 2.2%에 불과하다”며 “급부상하는 인도 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중국(China)과 인도(India)는 ‘친디아’로 묶인다. 20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댄 데다, 2000년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대국이란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친디아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의 상징 ‘판다’와 인도의 표상 ‘코끼리’가 서로를 소개하는 내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봤다. 우리는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야. 흔히들 귀여운 ‘판다’와 듬직한 ‘코끼리’로 부르지. 지난주 우리들의 주인인 시진핑(왼쪽·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총리가 시 주석 고향 시안(西安)에서 만난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거든.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는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두 개의 엔진”이라고 치켜세웠지. 다음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디 총리와 100억 달러에 이르는 24개의 정부 간 계약을 체결했어. 그러면서 “하늘에서부터 땅속까지 협력하자”고 말했지. 찰떡궁합이 되자는 말을 증명하듯 그다음 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등 중국의 대표 기업 회장 20여명은 모디 총리에게 220억 달러에 이르는 ‘돈 보따리’를 쥐여 줬어. 우리가 원래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것은 절대 아냐. 우리는 1962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서 큰 전쟁을 벌였고, 여전히 한반도보다 넓은 지역을 놓고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중이야. 지난해 우리들의 교역 규모는 한·중 교역액의 28%에 불과한 706억 달러에 그쳤지. 우리의 잠재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모디 총리가 개설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인도는 중국의 개”라는 비방글이 쇄도할 정도로 판다는 코끼리를 싫어해. 그런데 왜 시 주석은 모디 총리를 미국 대통령보다 더 극진히 대접했을까. 전 세계 정상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콧대 높은 중국 기업인들은 왜 모디 총리에게 달려갔을까. 판다의 ‘모디맞이’에서 중국 경제의 현실적인 고민을 읽을 수 있어. 또 금고에 3조 73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쟁여 둔 판다에게 달려간 코끼리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야. 판다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돈으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지. 판다가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세계 각국이 줄을 선 것에서 드러나듯이 판다 돈을 먹지 못하는 나라는 ‘바보’나 다름없어. 그중 코끼리는 대형 인프라 건설에 무려 1조 달러가 필요한 국가야.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판다에게 코끼리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이지. 코끼리는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해. 각종 경제 수치로 비교해 보면 판다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꼬마 코끼리야.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모디 총리에겐 판다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어. 코끼리는 철도 등 인프라 개발에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올해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5%나 더 늘렸어. 주요 도시 간의 산업회랑을 만들고 아마다바드~뭄바이의 543㎞ 구간에 초고속 열차를 건설하고 있지. 판다는 현금뿐만 아니라 기술 자부심도 대단하단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속철이야. 이번의 협정 1호는 고속철이었지. 10만㎞에 이르는 인도 철도망을 일본을 제치고 판다가 까는 기회를 잡은 거야. 지난 18일 남미로 날아간 리 총리는 브라질·페루와 안데스 횡단철도를 놓기로 했고 말이야. 취임 1년이 된 코끼리의 주인인 모디 총리에게는 ‘모디노믹스’가 있어. 핵심은 인프라 개발과 함께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는 ‘인도에서 만들어라’(Make in India)라는 정책이야. 브라만부터 불가촉천민까지 있는 카스트 제도가 엄격했던 코끼리는 전통적으로 노동을 천대하면서 제조업이 발전하지 못했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리는 것이 당면 목표야. 법인세를 30%에서 4년간 25%로 낮추고 화학, 정보기술(IT), 자동차, 항만 등 25개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등 고성장·친기업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지. 불과 1년 만에 모디노믹스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어. 2012년 4.9%의 재정 적자가 2014년 4.1%로 떨어졌어. 코끼리의 과도한 재정 적자를 경고하던 신용평가회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어. 무역 적자는 2012년 1929억 달러에서 2014년 1415억 달러로 축소됐단다. 해외직접투자는 모디 총리 취임 후인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한 295억 달러가 순유입됐지. 해외의 좋은 기업들도 속속 인도에 진출하고 있어. 폭스바겐은 인도를 자동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2억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더군. 에어버스는 인도 아웃소싱을 현재 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하고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더라고. 한때 귀여운 판다의 얼굴에 먹칠을 하며 ‘아마존 짝퉁’, ‘애플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이제 오히려 본고장 미국을 공략하고 있어. 샤오미는 최근 미국에 온라인몰을 세웠고, 알리바바는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줄릴리를 인수했지. 레노버가 미국 컴퓨터의 자존심이었던 IBM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은 10년 전 일이야. 하지만 판다가 자신만만하게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일말의 불안감이랄까,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는 게 사실이야. 샤오미가 인도에 공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야. 내수시장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거지. IT 분야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했어. ‘마르지 않는 샘에서 땅 짚고 헤엄치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또 다른 시장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지. 정말 충격이야. 판다가 빚을 제대로 갚을 리 없는 개도국을 위해 AIIB를 설립하는 것도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이라는 목표 때문만은 아니야. 살짝 귀띔해 줄게. 점차 꺾이는 성장률을 떠받쳐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야.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야 중국 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찍은 이후 계속 주저앉아 이제 ‘바오치’(保七·7% 성장 유지)도 버겁거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8%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어. 기분 나쁘지만 2017년엔 6.0%까지 주저앉는다고 했어. 반면에 코끼리는 올해 무려 7.5%로 오른 뒤 2020년까지 7.8%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해. IMF는 올해 코끼리의 성장률이 판다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했지. 판다는 늙어 가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15~60세) 감소는 ‘인구 보너스’라는 특유의 성장 방식에 조종을 울리고 있어.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는 9억 158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해. 2011년 72%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이지. 값싼 노동력의 대명사였던 농민공도 더이상 증가하지 않은 채 늙어 가고 있단다. 지난해 말 기준 농민공 수는 2억 7395만명이었지. 5년 전까지만 해도 4%대였던 농민공 증가율은 이제 정체 상태야. 40대 이상 농민공이 절반에 달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농민공 신화’가 꺼져 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동력은 없다”고 우울하게 전했어. 반면 코끼리의 평균 나이는 24살이야. 젊다는 거고, 젊은 사람이 끊임없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있다는 거야. 젊음이 코끼리의 힘이지. 이런 시장을 보고 달려들었다가는 느려 터진 행정에다 특유의 카스트에 걸려 늪에 빠질 수 있어. 그래도 한 10년 정도만 올해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 코끼리는 현재의 판다 수준으로 자라 있을 거야. 그땐 세상이 우릴 ‘슈퍼 코끼리’라고 부르겠지.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노동자 없는 노동자의 나라

    “시대의 조건이 어떻게 바뀌든 우리는 노동자를 존경하고 숭상한다. 노동자계급과 노동대중은 사회주의 현대화의 주역이다.” 5월 1일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범노동자 3000여명에게 상을 주며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30일 인민일보는 1면 논설을 통해 “시 주석의 담화는 노동자가 시대의 우렁찬 목소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말처럼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여전히 ‘명목상’으로는 무산계급이 국가의 주인이다. 그러나 중국만큼 노동자가 주변부로 밀려난 국가도 드물다. 이날 중국의 한 블로거가 모범노동자로 뽑혔다가 막판에 탈락한 18명의 명단을 폭로했는데, 그들의 직업은 당서기, 교수, 국유기업 관리자, 백화점 사장, 변호사, 회계사 등이었다. 이쯤 되면 노동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중국에도 노동조합(궁후이·工會)이 있지만, 노동자 조직이라기보다는 당의 통치기구에 가깝다. 공회 간부들은 대부분 당 간부여서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본인과 당의 이익을 대변한다. 노동조합이 가장 절실한 2억 7395만 농민공들은 뿔뿔이 흩어져 극빈의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는 파업이 아닌 자해로 항거한다. 지난 4일 택시 노동자 30명은 지방정부의 착취를 규탄하며 베이징의 번화가 왕푸징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노동자가 소외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부유하게 한 개혁·개방부터다. 그전까지 국가는 국유재산을 소유한 사측이자 노동자의 대변자였으나 개혁·개방 이후 점점 자본 쪽으로 기울어졌다. 당과 국가는 서구보다 더 냉정한 자본주의를 이식하면서도 ‘노동자가 주인’이라는 구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허울뿐인 구호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각성과 단결을 억누르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노동자가 주인이었다는 징표는 이제 오성홍기 속 별에만 남아 있다. 노동절 연휴로 텅 빈 베이징 시내에는 농민공의 망치 소리만 들린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청년실업자 11배 증가… 공산당 통치 흔들 폭탄 될 수도

    청년실업은 중국에서도 큰 문제다. 1999년 85만명이던 대졸자는 지난해 727만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750여만명이 졸업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24만명가량이던 미취업 대졸자는 2012년 271만명으로 증가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중국의 대졸 취업률이 50%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실업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 “대졸자 실업은 농민공 실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온 집안이 대학생 한 명을 배출하기 위해 희생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그 학생이 취업을 못 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공산당 통치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특히 “중국의 대학 교육은 여전히 이념에 치우쳐 있어 막상 대학을 나와도 기업이 원하는 정보와 기술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7.0% 달성보다 1000만개 일자리 창출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접어든 중국 경제의 핵심 목표는 실업률 관리”라고 선언했다. 성장 지체와 국유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이나 서비스 분야에서의 창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체질 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 줄 기대주로 꼽힌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창업은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의 부동자금은 모두 증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는데, 이 자금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업의 주가를 끝없이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 프로젝트도 에인절투자자를 모집해 창업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나서서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