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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은 ‘집’ 아닌 비닐하우스에 산다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은 ‘집’ 아닌 비닐하우스에 산다

    푹푹 찌는 비닐하우스에서 숙식 해결전기 제대로 공급 안 돼 에어컨 못 써오염된 지하수 끓이거나 생수로 씻어쓰러져 가는 농막기숙사 주고 돈 받아다른 사업장도 비슷해 옮기지도 못해 “농업용 창고인 것 같죠? 차양막으로 덮어 놓은 곳이 기숙사입니다. 밖에서 안 보이게 하려고 저렇게 숨겨 놓은 거예요.”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찾은 경기 포천시의 한 농지에는 비닐하우스가 빼곡했다. 모든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이 자라는 건 아니었다. 은빛 차양막이 뒤덮인 비닐하우스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내부를 지나 컨테이너 문을 여니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이국적인 동남아시아 향신료 냄새도 풍겼다. 냄비와 밥솥, 식기 옆으로 샴푸와 칫솔이 보였다. 캄보디아 노동자 소피읍(24·여·이하 가명)이 사용하는 부엌 겸 욕실이었다.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었다. 뒷문으로 나와 보이는 가림막을 걷으니 악취가 진동했다. 빨간색 바구니 위에 작은 판자를 둔 게 전부였다.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소피읍은 그저 “괜찮다”고 했다.●이주노동자 70%가 가설 건축물에 거주 이곳을 함께 둘러본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는 “이곳이 유별난 곳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농장 기숙사 두 곳을 더 둘러봤을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텁텁한 공기와 잔뜩 찌든 벽면, 비위생적인 취사시설, 컨테이너 옆에 널브러져 있는 농기구와 가재도구들까지 서로 닮았다. 이들이 생활하는 컨테이너 방 하나의 크기는 9.9㎡(3평) 남짓이다. 색이 누렇게 바랜 가전제품과 옷장, 책상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끈끈이에 붙은 벌레들의 사체가 벽면을 잔뜩 채운 상태였다. 방구석 모서리마다 먼지가 까맣게 내려앉아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썼을지 모를 에어컨은 더운 날씨에도 가동되지 않았다. 한국말이 서툰 캄보디아 노동자 콜랍(49·여)은 어눌한 말투로 “에어컨은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간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당시 31)이 사망한 이후에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나아진 게 없었다. 이날 만난 이주노동자들도 “우리 사장님은 그래도 욕은 하지 않는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주노동자의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중 69.6%가 가설 건축물에서 거주했다. 이들 중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거주했다. 가설 건축물의 주거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충분한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고 난방은 언감생심이었다. 간 기저질환이 있던 속헹 역시 난방이 안 되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혈관이 파열돼 사망에 이르렀다.경기 이천시의 상추 농장에서 3년 10개월 동안 근무한 캄보디아 노동자 섬낭(25·여)도 전기를 제대로 사용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평소보다 전기를 더 많이 썼다 싶으면 어김없이 누전차단기가 내려갔다. 누전차단기를 다시 올려도 3~5분 뒤에는 다시 전기가 끊기기 일쑤였다.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못해 끼니를 거를 때도 부지기수였다. 섬낭은 “에어컨이 있었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작은 선풍기나 난로를 이용해도 사장이 ‘누가 켰냐’고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여름엔 찜질방, 겨울엔 냉동고와 같은 곳에서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전기 공급이 부족하니 물도 마음껏 못 썼다. 전기가 없으면 모터가 안 돌아가 물이 안 나왔다. 그럴 때면 지하수를 끌어서 써야만 했다. 그러나 농약과 공장 폐수가 섞인 지하수가 깨끗할 리 없었다. 이 때문에 지하수를 끓여 둔 물을 쓰거나 사다 놓은 생수를 씻는 데 쓰기도 했다. 섬낭씨는 “물이 안 나올 땐 오전에 일하기 전 먹는 물로 얼굴을 문지르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가설 건축물 불허, 신규 고용에만 해당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정부도 지난 1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다.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같은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다 적발되면 해당 사업장은 이주노동자 고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서 직권으로 허용하는 대책도 내놨다. 획기적 대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대책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고용 불허 방침은 올해 1월부터 고용허가 신청을 하는 등 신규 고용에만 해당된다. 기존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김 목사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오지 못하고 있어 어차피 신규 고용허가가 잘 안 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대책이 나온 뒤에도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현상 유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방안도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대책이다. 어차피 다른 사업장의 주거환경도 나쁜 건 매한가지라 노동자들이 굳이 사업장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이 좋다고 해서 사업장의 근무환경까지 좋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폭언을 일삼는 고용주 밑에서 일하느니 열악한 주거환경을 택하는 이유다. 소피읍은 다른 이주노동자 3명과 함께 비닐하우스 30곳을 책임지지만, 인근 다른 사업장에선 이주노동자 3명이 비닐하우스 100개를 책임지고 수확하고 있다. 쏘피읍은 “이곳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장님이 욕은 하지 않는다”고 연신 말했다. 정부 대책들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고용 불허 방침을 정하면서 가설 건축물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했다. 고용주들이 가설 건축물을 지자체에 신고하면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로 제공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경우 역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에만 한정했다. 곧 쓰러지기 직전인 집을 제공한다면 열악한 숙소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법 개정해 고용주·노동자 주종관계 바꿔야 고용주들은 기숙사 제공을 또 다른 착취의 수단으로 삼는다.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기숙사비를 공제해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곳임에도 기숙사비는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경남 밀양시의 한 사업장에서는 10명이 화장실을 나눠 쓰는 다 쓰러져 가는 농막 기숙사를 제공하면서 1인당 20만원의 기숙사비를 빼갔다. 섬낭의 경우 고용주가 2017년 30만원, 2018년 35만원, 2019년 40만원, 2020~2021년 45만원을 거둬 갔다. 기숙사 환경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음에도 꾸준히 기숙사비를 올려 받았다. 이는 임시주거시설의 경우 임금의 8%만 공제할 수 있도록 한 고용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 규정에도 어긋난다. 이주노동자가 원하는 건 선명하다.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곳에서 살게 해 달라’는 거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의 숙소는 구조적 안전과 적절한 수준의 품위, 위생 그리고 편의가 보장돼야 하며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에게 동일한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주노동자 단체가 가설 건축물 전면 철폐를 주장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의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지금의 ‘고용허가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고용주의 사실상의 주종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사업장에서 차를 타면 5~10분 거리에 2명이 살 수 있는 월세 30만원짜리의 깨끗한 원룸이 많다”며 “실제 밀양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자체가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계량기 확인하려다…전기검침 40대女, 개에 물려 중상

    계량기 확인하려다…전기검침 40대女, 개에 물려 중상

    경찰, 70대 견주 조사 예정 전기 검침 갔던 40대 여성이 목줄이 끊긴 개에 물려 크게 다쳤다. 8일 경기 구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구리시 사노동의 한 농막 앞에서 40대 여성 A씨가 개에 물렸다. A씨는 이날 농막에서 검침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목줄이 끊긴 개가 달려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70대 견주는 주변에서 밭일을 하고 있다가 A씨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와 개와 A씨를 분리시켰다. A씨를 공격한 개는 몸길이 약 1m, 체중 20㎏가량의 잡종견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A씨는 허벅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개가 외부인을 보고 흥분한 상태에서 짖다가 묶여 있던 줄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견주와 피해자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위기는 ‘공간’ 바꾸고 공간은 ‘사회’ 바꾼다

    위기는 ‘공간’ 바꾸고 공간은 ‘사회’ 바꾼다

    ●사회 분석하면 인기 끌 공간도 보인다 전국에 ‘농막’ 열풍이 분다. ‘농막주택’, ‘미니별장’으로 검색하면 유튜브는 물론 각종 홍보 게시물이 넘쳐 난다. 농지법상 농막은 농자재나 수확물을 보관하는 곳, 혹은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6평(19.8㎡) 이내 가건물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이나 호텔·리조트 숙박 등이 어려워지자 농막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세금까지 대폭 상승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원래는 주거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최근엔 너도나도 별장으로 개조하면서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는 이처럼 공간의 쓰임새를 바꾼다. 바꿔 말하면 변화하는 공간을 살피면서 사회현상을 분석할 수 있고, 공간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낸 ‘공간의 미래’가 딱 그렇다.●개인 쉼터 필요한 비대면 시대… 뭔가 달라야 시선 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시대에는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집을 키우지 않는 한 활동 공간을 넓히려면 가구를 줄여야 한다. 좁은 방에 있던 침대가 거실로 나오면서 소파를 밀어내는 이유다. 그동안 집의 북쪽, 가장 어두운 곳에 있던 부엌도 창가로 배치된다. 요리를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비대면 시대에는 개인 쉼터가 필요하다. 발코니 공간이 그 역할을 한다. 저자는 집뿐만이 아닌 학교나 직장, 공원, 식당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공간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다.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도입은 지방 도시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지방이 자신의 색을 찾아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켜야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 아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똑같은 모양이라면 결국 지역과 브랜드로 가치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과 재료를 달리해 어디는 복층이 있고, 어디는 발코니가 좋고, 어디는 예쁜 벽돌로 마감했다는 식의 장점을 부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저자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도시가 해체될 것인가?’였다. 저자는 ‘그럴 리 없다’고 답한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욕구는 막을 수 없다. 그러려면 공공 건축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예컨대 공원을 설계할 때 정사각형의 네모난 공원보다는 기다란 선형으로 공원을 만들면 효과가 더 크다. 홍대 앞 연남동에서 마포구 공덕동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 길을 따라 만든 공원이 좋은 사례다. ●인간 심리·행동 변화 무시하는 건축은 부패한다 저자는 한 동영상에서 “신도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LH 직원들뿐”이라며 LH 사태를 예언해 화제를 모았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 변화에 주목하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로, 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건축은 결국 부패한다는 의미다. 아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 주는 선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뉜 회사,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원과 도서관,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DMZ 평화 도시 등 저자가 예측한 공간 변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축학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화물연대 “지게차 전복으로 50대 노동자 사망…원청업체 조사해야”

    화물연대 “지게차 전복으로 50대 노동자 사망…원청업체 조사해야”

    경남 진주에서 지게차 전복사고로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9일 오전 7시 50분쯤 진주의 한 이동식 농막 제작 업체에서 석고보드 다발을 옮기던 지게차가 쓰러지면서 작업을 돕던 이모(54)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쏟아진 화물에 깔린 이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노조는 사고 당시 지게차가 정비 불량으로 앞쪽 타이어의 공기압이 부족했고, 화물도 결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사업주는 화물 낙하 위험을 막기 위해 로프를 거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화물연대는 “피해자가 과거 관리자에 지속적으로 석고 보드 결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지게차 정비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 회사 뿐만 아니라 화물을 안전하게 결박하지 않은 원청 화주 한국보랄석고보드도 중대재해 주범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태안·영흥화력발전소에서도 화물 노동자가 상하차 작업 중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가 고유의 업무가 아닌 상하차 업무를 하다 사고가 발생한다”면서 “화물노동자가 모든 상하차에 관여하지 않도록 모든 사업장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수사 대상 아니었는데… LH 2명 극단 선택으로 드러난 맹탕 조사

    수사 대상 아니었는데… LH 2명 극단 선택으로 드러난 맹탕 조사

    수사 의뢰나 내사 대상이 아니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직 임직원 두 명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정부합동조사의 구멍이 드러났다. 사망한 이들은 앞서 합동조사단이 수사 의뢰한 20명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내·수사 대상도 아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두고 ‘차명 투기’나 ‘내부 정보 유출’ 등 여러 가능성이 언급된다. 특수본은 국토교통부, LH 직원의 배우자나 친인척 등에 대한 전수조사는 할 수 없지만, 수사 의뢰와 첩보 등으로 인지하는 투기 의심자에 대해선 차명 투기를 샅샅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LH파주사업본부 간부 A(58)씨는 합동조사단의 수사 의뢰 대상자가 아니었다. 지난 11일 발표된 합동조사단의 전수조사는 3기 신도시에만 국한했고, 차명 거래는 빠져 있어 맹탕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 언론에서 A씨가 2019년 2월에 산 파주의 토지는 주변에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IC와 산업단지가 예정됐거나 조성 중이라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도 지난 11일 비슷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A씨는 숨진 당일 새벽 가족과 통화하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부동산 관련 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맹지였던 이 땅에 농막을 지어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2일에 사망한 전 LH전북본부장 B(56)씨도 합동조사단의 수사 의뢰 대상은 아니었다. B씨는 메모 형식의 유서를 하나 남겼는데, ‘국민께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B씨가 과거 전북 지역 LH 책임자로서 최근 불거진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밝혀진 건 없지만,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LH 땅 투기 의혹 직원 13명 중 4명이 투기 당시 LH전북본부 소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합동조사단의 셀프조사가 맹탕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특수본의 수사 역량은 더 중요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특수본도 차명 투기를 밝혀내는 데 수사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수본은 국세청·금융위원회·한국부동산원 인력을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차명 투기를 확인하는 데 있어 돈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국세청은 증여세 탈루 의혹이 있다면 부동산자금 출처 조사를 통해 영장이 없어도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특수본이 합동조사단으로부터 수사 의뢰받은 20명 중 13명은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이다. 나머지는 근무지 등 수사 관할을 고려해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2명, 경기남부청에서 3명을 각각 조사하고 있으며 경기북부청과 전북청에도 1명씩 배당돼 내사에 착수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파주에서도 50대 LH 간부 숨진 채 발견

    파주에서도 50대 LH 간부 숨진 채 발견

    경기 파주에서도 부동산 투기 관련 첩보에 이름이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13일 오전 10시 5분쯤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농막(컨테이너)에서 LH파주사업본부 간부 A(58)씨가 인근 마을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 혐의 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이날 새벽 가족과 통화한 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부동산 투기관련 첩보가 당국에 접수됐고,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 특별수사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아직 A씨와 접촉하거나 연락한 사실이 없으며, 내사 조차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컨테이너는 그가 2019년 2월 토지를 산 뒤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LH는 컨테이너가 있는 법원읍에서 운정3택지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된 공장들을 집단 이주시키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투기 관련 혐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현재 파주사업본부에서 전기 통신분야 감독업무를 맡고 있으며, 숨지기 전날인 12일 정상 출근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경찰은 현장감식 및 국과수 부검, 유족 등을 토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희망의 전화 129,생명의 전화 1588-9191,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신고하면 ‘배달 테러’…국내 최대 ‘원조 온라인 사기단’ 조직 잡았다

    신고하면 ‘배달 테러’…국내 최대 ‘원조 온라인 사기단’ 조직 잡았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원조 온라인 물품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협박 등의 혐의로 강모(38)씨 등 30명을 검거하고 이중 1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원조 온라인 사기단인 이들은 강씨를 주측으로 3명의 사장단을 꾸리고 조직원 모집책 1명과 통장 모집책 4명, 판매책 32명을 꾸려 2014년 7월부터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사무실을 차리고 2020년 1월까지 장장 6년에 걸쳐 5000여명을 상대로 49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였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32명의 판매책은 네이버 중고나라와 블로그, 중고거래 사이트에 냉장고와 TV, 휴대전화, 상품권 등 대대적인 판매 글을 게시했다.가짜 명의의 사업장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포털사이트에 업체 등록까지 했다.판매물품은 전자기기에서 명품시계, 상품권, 여행권, 골드바, 농막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가격도 1개당 4만5000원에서 최대 3120만원까지 광범위했다. 이들은 기존 대포통장 방식과 달리 실제 통장 명의자를 섭외해 돈세탁에 이용했다. 대부분 주부들인 통장 주인들은 자신들이 재택근무 알바 형태로 정당한 일을 한 것으로 착각했다.최종 수익금의 80%는 사장단 3명이 챙기고 나머지 20%는 모집책과 판매책이 나눴다. 이들은 피해자가 추적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미 확보한 피해자의 이름과 연락처, 집주소를 활용해 ‘배달테러’를 자행했다.이들은 피해자 거주지 주변 피자와 치킨, 중국집 등에 전화해 수십만원 상당의 음식을 피해자 집으로 배달시켜 치를 떨게 했다.이 과정에서 애꿎은 배달업체가 고스란히 피해금액을 떠안았다. 경찰은 검거 당시 사장단은 고급 외제 차량을 타고 필리핀에 부동산까지 투자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규식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보복테러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그동안 장기간에 걸친 범행이 가능했고 이들 조직에서 파생된 다른 신생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길섶에서] ‘좀비농장’ 농막에서/문소영 논설실장

    농막(農幕)은 ‘농사짓는 데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집’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그러나 농막은 법적 지위가 있다. 농지법 제2조에 정의가, 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2항에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연면적 20제곱미터 이하로, 주거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고 돼 있다. 즉 6평 이하여야 하고 숙박이 안 된다. 지난 주말 경기도 가평에서 농사짓는 번역가의 농막을 방문했다. ‘좀비농장’. 100평 가까운 땅을 개간해 상추와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들깨,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매실나무(매화)를 열심히 기르고 있다. 산비탈을 끼고 있는 농지의 끝에 지은 농막은 언덕배기에 있어서, 전망이 마치 아테네 신전 같았다. 거기서 참숯에 돼지목살을 구워 먹고 코펠에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잡스러운 세상일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배터리가 5%도 안 되는 부실한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충만했다. “자고 가라”고 했으나 숙박은 불가했다. 또 다른 수확도 있었으니, 종묘상에서 사라진 고구마 모종을 좀비농장에서 끊어 온 것이다. 시기가 좀 늦었지만, 그래도 11월에는 뭔가 수확할 수 있겠지.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홀로 지내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거실 창문 넘어 과수원의 농막을 한참이나 지켜봤다. 꽃을 떨구고 열매를 키우는 계절의 과수원은 적막했지만 너무 편안한 느낌이었다. 과수원을 감싸고 있는 뒷동산의 신록은 여왕의 손길인 양 포근하면서도 경이롭게 일렁였다. 홀로 있는 시간이 잦아진다. 여럿이 함께 지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만남의 횟수도 확연히 줄었다. 낯선 만남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뜸하다. 업무로 이어지는 것 이외의 새로운 만남은 피하고 싶다. 낯설고 공식적인 자리는 더욱 불편하다는 느낌이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시간이 늘어난다. 생각은 많아지나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에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던 적도 있었다. 소소한 것에도 관심을 주고,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었다. 약속이 없다면 먼저 전화라도 했어야 했다. 며칠간 술 약속이 없을 때면 외톨이가 된 허전함에 몸부림을 치기도 했었다. 바람이 지나간 뒤의 고요함이랄까. 이제는 차분하고 고즈넉한 삶에 익숙해지고 싶어진다. 나이 탓인지 모를 일이다. 이왕이면 후퇴가 아닌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2막을 준비하는 연기자의 마음처럼 한층 성숙한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즐기고 싶다. yidonggu@seoul.co.kr
  • 이재민 손잡아 주는 변호사… 그에게 법은 ‘위로’다

    이재민 손잡아 주는 변호사… 그에게 법은 ‘위로’다

    강원 산불 피해자들에게 무료 법률상담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까지 보듬고 싶어” “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역대 최대의 재산 피해를 낸 강원 산불이 발생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하루아침에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가슴은 여름 장맛비에도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보상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그들에게 희망이라면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이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6년째 마을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지영(35·사법연수원 43기) 변호사도 이재민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마을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든 지역에서 무료 법률 상담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변호사다. 전국 1411개 읍·면·동에서 1385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법무부가 마을변호사를 상대로 ‘강원 산불 피해 법률지원단’ 지원 신청을 받을 때 김 변호사는 “내 일”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29일 “부모님 농막도 전소돼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법률적 도움도 도움이지만 허탈감과 상실감이 클 이재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 동안 고성군의 마을회관과 이재민 숙소 등을 찾아다녔다. 법률 상담을 진행한 30여명 중에는 납품할 물건을 가득 쌓아 둔 창고가 다 타 버려 망연자실한 유통업자, 2002년 태풍 ‘루사’로 수해를 입고 또다시 산불 피해를 당한 이재민도 있었다. “화재보험금을 받으면 나중에 정부로부터 피해 보상금을 못 타는 거 아니냐”는 한 이재민의 질문에는 “괜찮다. 수령해도 된다”고 안심시키고, “산불로 집 문서가 탔는데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어르신에게는 “소유권이 상실되지 않는다”며 손을 잡아 드렸다. 지원단 활동은 끝났지만 이재민 상담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도 ‘고성 한전 발화 산불 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찾아왔다. 본격적인 보상 논의를 앞둔 시기다. 건물, 임야에 피해를 입은 주민만 1400명이 넘는 고성 지역은 비대위와 한전 측 합의로 구성된 손해사정사들이 지난달부터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다음달 피해액 산정 작업까지 끝나면 4자 보상협의체(강원도, 고성군, 한전, 비대위)가 가동된다.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지며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보상 문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필요한 상담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주 활동 무대는 강원 속초다. 부친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활동 첫해인 2014년 우연한 기회에 마을변호사를 알게 돼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부친도 양양에서 마을변호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주민 간 소소한 다툼이 있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상담을 하면서 오히려 더 큰 마음의 선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는 따뜻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귀농·귀촌인에 전국 첫 주거임대료 지원…상주시 3년간 900만원

    경북 상주시가 전국 처음으로 귀농·귀촌인의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해 주거임대료 지원사업을 펼친다. 상주시는 귀농·귀촌인에게 3년간 최대 900만원의 주거임대료를 지원한다고 30일 밝혔다. 집을 빌려 생활하는 귀농·귀촌인이 1년 이상 주거할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3년간에 걸쳐 매년 300만원씩을 준다.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가구는 월 1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월 25만원 차등해 지급한다. 지원 대상은 농촌지역 주택을 임차한 귀농·귀촌인이다. 무허가 건물이나 빌라, 아파트, 원룸, 농막, 상가는 제외한다. 상주시에 전입한 지 1년 이상 2년 이내인 사람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임대차 계약서와 1년간 임대료를 지급한 영수증 자료, 도시 지역에서 농촌지역으로 이주한 주민등록 초본 등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귀농·귀촌인 주택수리비와 중복해 받을 수 없다. 상주시 관계자는 “귀농·귀촌인이 가장 힘들어 하는 주거 부분을 지원함으로써 농업인 유입을 촉진하고 농촌 주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부산 남대산·운봉산 산불 진화 마무리…잔불 정리

    부산 남대산·운봉산 산불 진화 마무리…잔불 정리

    5일 새벽에 발생한 부산 기장군 남대산 산불 진화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전 2시 2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남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7시간가량 지난 오전 8시 53분에 큰 불길이 잡혀 진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잔불 정리 중인 이날 오후 현재 진화율은 80% 이상이다. 부산시는 이 산불로 남대산 일대 임야 1.5㏊가 탄 것으로 추산했다. 소방본부는 이날 불이 나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진화작업에는 헬기 7대, 차량 19대, 인력 2000명 이상이 투입됐다. 이날 오전 0시 10분쯤 세번째로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도 이날 오후까지 90% 이상 진화가 완료됐다. 이번 세번째 발화로 기장군 사등마을 주민 22명이 추가 대피했다. 농막 2채가 소실됐고, 인근에 주차된 버스 40여대도 이동 조치됐다. 추가 임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소방본부는 부산에서 발생한 2건의 산불 진화가 마무리 단계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산에는 이달 1일 건조주의보가 내려졌고, 사흘 뒤인 4일 건조경보로 격상됐다. 닷새째 건조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람도 강해 언제든 다시 불이 발생할 수 있다. 부산에는 7일 10∼20㎜가량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비가 올 때까지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부산 소방 관계자는 “재발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잔불 정리에 주력하는 한편 대응 2단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장 산불 “쓰레기 태우다 번진 듯”…진화 어려움

    기장 산불 “쓰레기 태우다 번진 듯”…진화 어려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28일 오후 1시 10분쯤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소산마을 뒤편 야산에서 불이 났다. 불은 소나무와 잡목 등 1000여㎡를 태우고, 강한 바람을 타고 정상 쪽으로 번지고 있다. 산림청과 부산소방본부는 헬기 7대와 소방차 37대 등을 투입해 산불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강한 바람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농막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에는 15일 내려진 건조주의보가 25일부터 건조경보로 대체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역축제 초청가수 ‘0순위’ ...“청정밴드 고정팬도 많아요“

    지역축제 초청가수 ‘0순위’ ...“청정밴드 고정팬도 많아요“

    “오늘을 기다린 우리의 멀고 먼 지난 날들 반쪽이 반쪽을 만나서 완전한 하나를 이루었네 ...에헤라 데헤라 에헤라 우리들은 하나로세...” ~♪ ♪ ~♪ ♪♬ ~♪ ♪~ 업무에 충실하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일과 후 자투리 시간에 신명나게 공연을 준비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 여주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동아리 ‘청정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결성 11주년을 맞는 ‘청정밴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기며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두린다. 새로운 곡을 선정해 연주할 때에는 몇 번이고 반복 연습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어니언스의 ‘연’ 김광석의 ‘변해가네’ 강산에의 ‘One’ 등이 그룹 청정밴드의 주요 레퍼토리다. 흥에 겨워 기타 반주에 드럼 두두리며 노래를 하면 어느덧 하나가 된다.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청정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과 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6인조로 시작했다. 회원은 꾸준히 늘어 11명이다. 9인조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데 보컬 2명, 기타 3명, 베이스기타 1명, 건반 2명, 드럼 1명 등 이며 모두들 프로급 수준을 갖추었다. 청정밴드라는 밴드명은 경기 동부의 청정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세종대왕이 영면한 고장이자, 남한강 맑은 물 여주쌀이 유명한 고장에서 비롯해 지었다. 2008년 제천한방축제 1회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2016년 인사혁신처에서 주최한 10회 공무원음악대전에 참가하여 단체부문 55개팀 중 동상(밴드단체부문 2위)을 차지했고 지난해 2017년에도 옥천묘목축제 1회 묘목전국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서 인기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다 . 청정밴드는 지역에서 이름난 밴드다. 크고 작은 지역축제가 열릴 때마다 초청가수 ‘0순위’다. 평소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선보이고 기쁨을 선사한다. 여주의 최대 축제인 도자기축제는 물론이고 경기도의 10대 축제로 선정 된 오곡나루 축제와 금사 참외축제, 여주 산북 품실문화축제 등에서 멋진 공연으로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 준다. 청정밴드의 혼이 담긴 연주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금세 이들이 뿜어낸 열정에 녹아든다. 그리고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된다. 연말연시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도 펼친다.열정으로 가득한 청정밴드지만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밴드를 결성했지만 음악실이 여의치 않아 여주시에서 관리하는 세종국악당 무대 뒤 공간에서 처음으로 연습을 시작했으나 여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는 수 없이 외곽의 건설회사 자재창고를 임대해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지역 한적한 콘테이너 박스를 얻어 사용해 보기도 하고, 개인 건물을 무상 임대해 사용했다. 또 주택가 소음 제기 민원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 기간이 10년을 넘는다. 고생하던 차에 한 회원이 소유하고 있던 농막용 콘테이너 박스를 제공해 음악실을 만들어 봤지만 비좁은 공간은 여전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마침내 회원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콘테이너 박스 2개를 주문 제작해 구입하고 확장하기에 이른다. 여주에서 제일 환경이 우수한 이들만의 음악실이 지난 2017년 11월에 만들어졌다. 음악실 다운 음악실을 갖추어 다른 밴드들의 부러움을 사고있다. 아주 멋진 음악실을 얻은 청정밴드는 굵은 희망 땀방울을 흘리며 행복을 충전하고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기고 있다. 유광복 회장은 “청정밴드는 여주에선 이름난 밴드다. 지역 축제에 가면 고정팬도 제법 많다”라며 “앞으로 여주시에서 ‘전국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를 개최해 여주라는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문화마당] 햇빛을 모으는 시간/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햇빛을 모으는 시간/강의모 방송작가

    기온이 뚝 떨어진 저녁 총총히 아파트 현관에 다가서는데 펼쳐 놓은 돗자리가 발에 걸렸다. 호박과 가지 조각들을 오종종 늘어놓은 모양이 정겨웠다. 마침 걷으러 나온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면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이라 먼지가 많이 앉겠어요” 했더니 “뭐, 말리는 재미지. 옛날 생각하면서…” 하며 웃으셨다. 어렸을 적 이맘때면 어머니도 많은 것을 널어 말렸다. 커다란 무를 조각내서 들마루에 펼치고, 처마 밑엔 무청이 줄줄이 걸리고, 빨랫줄에는 호박고지가 주렁주렁. 채반에 늘어놓은 고구마 말랭이는 식구들이 오가며 집어 먹는 통에 거둘 땐 반도 안 남곤 했다. 그 시절 주부들의 부엌살림 절반은 제때 식재료의 갈무리였을 것이다. 봄이면 갓 캐낸 여린 통마늘을 식초에 절였다가 간장물을 끓여 장아찌를 담갔다. 여름이면 밥도둑 오이지를 한두 접씩 서너 번은 만들고, 풋고추 한 광주리 사다가 큰 건 소금에 삭혀서 짓고추, 중간 크기는 식초간장물에 초고추를 담갔다. 그런 저장 음식들은 일 년 내내 식구 많은 밥상의 기본 찬들이 됐다. 나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철마다 어머니 흉내를 낸다. 맘먹고 배운 게 아니다 보니 더러 실패도 하지만, 무엇보다 봄과 여름의 저장 음식 대부분은 부피를 늘린다는 게 문제다. 절임물에 푹 잠겨야 하니 커다란 유리 단지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하는데 베란다는 좁고, 냉장고에 넣자니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먹어 줄 식구도 없는데, 종가 맏며느리였던 어머니 손을 기억하는 탓이다. 종내는 저장이 곧 욕심임을 깨닫고 나눠 줄 궁리만 바쁘게 된다. 그나마 가을의 저장은 부피를 줄일 수 있으니 좋다. 늦여름 친구네 농막에서 얻어 온 붉은 고추 여남은 개를 반찬 만들 때 써먹을 요량으로 베란다에서 말려 보았다. 햇살이 닿았다 말았다 하는 곳이라 꽤 오래 걸렸지만, 마른 껍질 안에서 씨앗이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내친김에 호박을 몇 개 썰고 무명실에 요령껏 꿰어 빨래 건조대에 얼기설기 걸쳐 말렸다. 삶은 고구마도 서너 개 썰어 작은 채반에 담고 곰팡이라도 생길세라 하루에도 몇 번씩 뒤적이며 공을 들였다. 친구에게 자랑 삼아 얘길 했더니 칭찬은커녕 면박이 돌아왔다. 없는 시간에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런 수고를 하냐며 비싸지도 않으니 가정용 건조기 하나 장만하라는 거였다. 잠시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효율이 좋다한들 전깃불에 수분을 날린다는 건 무엇보다 참 재미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쾌청한 가을 한낮 정직한 햇살 아래 내놓고 싶은 건 사실 툭하면 눅눅해지는 내 마음이기도 하니까. 곁에 두고 가끔 펼쳐 읽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의 ‘시간’이란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레오 니오니의 동화 ‘프레데릭’을 인용한 부분이다. ?곧 겨울이 되기 때문에 작은 들쥐들은 옥수수, 호두, 밀, 짚을 모으기 시작했다. 쥐들은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프레데릭을 제외하고. 들쥐들이 물었다. “프레데릭, 왜 일을 안 하는 거니?” 프레데릭이 말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나는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빛을 모으고 있는 거야.”? 이제 곧 서늘한 가을비가 들이닥쳐 계절에 경계를 세우려 할 것이다. 늦기 전에 햇생강을 얇게 저며 베란다에 펼치고,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햇살을 모았다. 그러곤 TV에서 본 아이돌 가수의 손짓을 따라 하며 혼잣말을 해 보았다. “오늘 이 햇빛, 내 마음속에 저장!”
  • ‘희귀 임산물 절도’ 고작 10만원 과태료

    ‘희귀 임산물 절도’ 고작 10만원 과태료

    국립공원 등에서 약초 등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절도’ 행위이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유명무실한 단속으로 불법 채취가 만연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연중 불법 채취를 집중 단속한다고 25일 밝혔다. 공단은 국립공원에 10~15명의 단속반을 투입하고 불법채취 현장을 적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문 약초 채취꾼들은 물론 닭백숙 음식점 운영자와 일반인들까지 온 국토를 유린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수많은 약초 채취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전문 채취꾼들이 희귀한 버섯·산삼·약초를 채취해 음식점과 상점에서 판매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SNS에서도 불법 채취한 임산물 사진이나 특정 동호회가 촬영한 다량의 산삼 채취 모습을 공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더하다. 이 TV 프로그램 출연자가 만든 네이버 밴드 회원은 5만명이 넘는다. 경기 고양시의 한 식당에는 오대산국립공원 해발 1200m 지점에서 채취한 21.3㎏짜리 초대형 말굽버섯이 버젓이 전시돼 있다. ‘국내 최대 크기 (가격)감정불가’라는 설명문이 채취 당시 사진과 함께 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채취 현장을 잡지 못하면 증명이 안 돼 처벌이 어렵다”며 소극적이다. 전문 채취꾼들이 섬에서 희귀 임산물을 채취해 배 타고 나오다 단속돼도 ‘입산금지 위반’으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게 고작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밖에서 채취한 것’이라고 우기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유림 소유자들은 임산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쓴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 부근, 양평 용문산 일대 산 주인들은 4월부터 11월 초까지 ‘경고용 현수막’은 물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하고 있다. 일부 산 주인들은 아예 농막(농사용 작은 임시 거주시설)을 짓고 감시한다. 산 주인들은 “주인이 없는 산은 없다”면서 “임산물 채취는 타인의 밭에서 농작물을 허락 없이 마구 뽑아 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불법 채취를 조장하는 TV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종학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장은 “농작물은 씨앗을 뿌리고 가꾼 주인이 있으나 산에서 자연히 자란 임산물은 주인이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불법 채취로 일반화된 것 같다”며 “사회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그린벨트 ‘쪼개기 판매’ 제동

    그린벨트 땅의 필지 분할이 엄격히 제한된다.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토지 분할에 대한 허가 기준 등을 담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은 그린벨트 토지를 분할할 때는 그 사유와 면적, 필지 수가 그린벨트의 지정 목적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그린벨트 토지 분할 허가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을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투기 목적으로 그린벨트 임야를 잘게 나눠 분양하는 ’쪼개기 판매‘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그린벨트 토지 필지가 200㎡ 이상이면 분할을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온실을 이용한 편법 건축물 설치도 규제하기로 했다. 현재는 그린벨트 온실 설치 면적 제한이 없어 온실을 대형으로 지어 불법 용도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린벨트에서 농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짓는 농막은 20㎡ 이내에서 설치할 수 있고, 벼 재배 면적이 1000㏊ 이하인 곳에 대해서도 소형 도정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그린벨트 땅 필지 분할 엄격 제한

     그린벨트 땅 필지 분할이 엄격히 제한된다.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토지 분할에 대한 허가 기준 등을 담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은 그린벨트 토지를 분할할 때는 그 사유와 면적, 필지수가 그린벨트의 지정 목적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그린벨트 토지 분할 허가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을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투기 목적으로 그린벨트 임야를 잘게 분할해 분양하는 ’쪼개기 판매‘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그린벨트 토지를 200㎡ 이상으로만 나누면 분할을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온실을 이용한 편법 건축물 설치도 규제하기로 했다. 현재는 그린벨트 온실 설치 면적 제한이 없어 온실을 대형으로 지어 불법 용도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린벨트에서 농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짓는 농막은 20㎡ 이내에서 설치할 수 있고, 벼 재배 면적이 1000ha 이하인 곳도 소형 도정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짓는 공설 수목장과 국도, 지방도에 제설시설 설치도 허용된다. 시행령은 이르면 3월 말 공포되고 지자체가 바로 조례 제정에 나서면 이르면 상반기 중 개정된 그린벨트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新전원일기] 슈퍼컴 만지던 공학도 시골 친환경 멘토되다

    [新전원일기] 슈퍼컴 만지던 공학도 시골 친환경 멘토되다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하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열기를 더하는 차량 행렬, 바스러질 것 같은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비 한 방울, 바람 한 점 없는 들이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서울을 뒤로하고 세 시간 반을 달려 강원도 미시령을 넘었다. 맑은 하늘 아래 초록이 우거진 국도변의 수량 풍부한 강줄기들을 따라 달리다 만난 울산바위의 웅장함에 더위를 잊는다. 속초시 외곽을 돌아 대포항을 지나쳐, 물치항 앞에서 우회전해 천변을 따라 1㎞ 남짓 들어가니 강선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휴가철 관광지로만 알고 있었던 그곳에 친환경 과수 농장이 있다 하여 찾아가는 길이었다. 양양군 친환경연구회 이경수(64) 회장이 운영하는 농장 ‘솔랜드 패밀리’는 시원스레 뻗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산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풍채 좋은 소나무가 많아서 ‘솔랜드’라고 이름 붙였다는 농장의 입구로 들어서니 피톤치드 향이 물씬 풍겨 나온다. 실내 마감재로 쓰인 편백나무향이란다. 2008년에 이곳으로 내려와 지은 집이라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새삼 나무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 환경 연구소장, 양양서 인생의 2막 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양양군에 터를 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 회장은 고향인 서울을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해 슈퍼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전국 환경측정 전산망을 구축한 것이 인연이 돼 환경신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했다.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환경 연구와 더불어 국내산 측정 기구 및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연구에는 꽤 진척이 있었는데, 정기 성과 보고 논문에서 자기 표절 문제가 발생했어요. 저는 아니고 다른 분이 예전에 발표한 내용을 인용한 건데, 다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각주를 일일이 달지 못했던 거죠. 그때까지 쓴 연구비를 전액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지요.” 이미 사용한 연구비의 반환도 큰일이었지만 연구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대표인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일뿐만 아니라 그때까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정리 역시 필요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서울 근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마침 사회복지사이자 인체교정사(카이로프락터)로 오래 일해 온 아내 김영선(60)씨와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니며 알게 된 인연으로 양양군에 사 둔 야산이 있었다. 2000여평의 동산으로,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못 갈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처음 집터를 다질 때에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몇 년씩 봉사 활동을 와서 며칠씩 있다 가곤 했던 터라 다들 잘 아는 사이였는데도, 야산을 깎아 집을 짓는다고 하니까 마을에 피해가 갈 것이라면서 민원을 넣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명색이 환경 관련 일을 하던 사람인데, 주변에 피해 갈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집을 짓고, 농경용 미니 포크레인으로 직접 화전을 일구듯 주변 땅을 깎고 다져 밭을 일구었다. 평생 아스팔트만 밟고 살아온 터라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내에게 필요한 약초나 심고 텃밭이나 일구자는 심산이었다. # 귀한 친환경 체리와의 우연한 만남 집 뒤의 동산에 오십 그루의 체리 묘목을 심게 된 것도, 조경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서 집집마다 무상으로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땅은 있고, 꽃이 피면 보기도 좋다고 해 다른 집보다 좀 많이 가져다 심었다. 이장님의 권유였다. 다른 농가에 비해 이 회장네 체리나무는 유독 잘 자랐다. 연구와 실험이 일상이었던 이 회장이 습관처럼 밤이면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낮이면 직접 시연해 보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재미를 붙여 1000평의 땅을 따로 떼어 아예 체리 농장을 조성했다. 혼자 하는 공부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지만 주변에는 마땅히 물어볼 만한 곳이 없었다. 재배 농장을 수소문해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신통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일부 농민들은 동일 작물을 하겠다고 하면 자꾸 부정적으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죠. 농협이나 국가기관에서 주관하는 강연이나 단기 코스의 교육을 통해 먼저 이론을 배웠어요. 강사로 오는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성을 가지고 접근하니까요. 안 된다는 판단은 내가 직접 해보고, 나 스스로 내리고 싶었거든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단체로 견학을 가기도 하고 농업을 연구하는, 특히 체리가 전문인 박사 부부를 집으로 초청해 농장을 둘러보게 하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차츰 눈을 뜨게 된 거죠. 친환경 농법을 알게 되었을 때 ‘당연히 이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바탕은 엔지니어지만 환경, 특히 오염 분야에 대해 연구를 했던 터라, 저는 거의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시작을 했죠.” 현재 국산 체리는 전체 수요량의 7~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네 곳뿐인데, 강원도에서는 이 회장의 ‘솔랜드 패밀리’가 유일하다. 체리는 묘목을 식재하고 4년째부터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 판매로 이어질 만큼의 수확량이 나오려면 5~6년은 기다려야 한다. 1000평 규모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00㎏을 수확해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판매로 8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수확량을 1~1.3t으로 늘려 2000만~2500만원의 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국산 체리가 워낙 귀하다 보니 이마트 친환경과수팀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전량 수매를 원했지만 이 회장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양양군 친환경 농산물 장터(토요일마다 열리는)에도 내놔야 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찾는 고객들이 있어 전량 다 줄 수는 없었다. # 주변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하다 이 회장은 솔랜드 패밀리를 2000평 규모로 조성해 체리를 제외한 나머지 1000평에는 미니 사과와 감, 자두 등 과수를 심고, 지난해부터는 히카마(얌빈)이라는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감자로도 불리는 히카마는 껍질이 바나나처럼 벗겨지는 뿌리채소로, 달콤하면서 마 맛도 나고, 콩 맛도 나고, 배 맛도 나는 등 사람에 따라 대여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2012년 미국 포춘지가 발표한 세계 20대 ‘슈퍼 푸드’ 중 하나로 고혈압, 당뇨, 변비,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요가 급격히 높아져 일부 농가에서 멕시코와 베트남 남부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직접 나서서 연구하고 보급했다. 이 회장도 2014년 양양군에서 최초로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그의 전문 분야인 연구와 실험이 진가를 발휘했다. 기본적 이론만 배워 와서 주변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한 것이다. 올해는 400평의 땅에서 3t을 수확해 약 2000만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이마트에서 전량 수매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를 군청의 농업기술센터에 보고하고 주변 농가에 보급하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먼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친환경연구회 회원 중 여섯 농가를 선별해 작목반을 구성하고, 베트남에서 직접 종자를 수입해 무상으로 보급했다. 재배 기술 일체를 전수한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도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작목반 커뮤니티(네이버 밴드)를 만들어 매일 재배일기를 나누고 있다. # 외지인이 정착해 지역사회를 이끌기까지 양양군은 바다를 끼고 있어 전통적으로 어업과 관광업이 발달했다. 농업은 열악했다. 바람이 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산짐승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심해 밭농사나 비닐하우스 재배도 어려웠다. 자연히 농민들의 관심도 부족해 선진농법 개발이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한 지역에서 외지인인 그가 정착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군청 산하의 친환경연구회 회장직까지 맡아 지역 사회를 이끄는 것은 신규 작물을 개발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차별화해 기존 농가의 소득에 도움을 주고, 귀농·귀촌인들의 주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지역에 애착을 갖고 먼저 노력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양양군에도 귀농·귀촌 학교가 있습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뒤에 오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을 나누고 있죠. 제가 요약해서 남들 가르치는 일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분야는 달라도 컴퓨터 기술이나 농업 기술이나 어느 정도 지나면 이후의 과정은 비슷해지는 듯하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체계적 교육 과정을 계속 밟다 보니 기본적인 베이스가 쌓이고, 자신만의 노하우들이 더해져 이제는 거꾸로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이자 카이로프락터인 아내 김씨는 몸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달려 내려가 살펴드린다. 지역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농장 인근에 올해 귀농해 1대1 멘토를 해 주고 있는 분들의 농막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 봤다. 농막의 주인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귀농 준비를 위해 주말 농장을 일구고 있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한국 농촌문제 연구로 이름이 높은 윤석원 중앙대 교수였다. 칼럼집 ‘쌀이 주권이다’의 저자이기도 한 윤 교수는 올봄, 정년을 3년 앞두고 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귀농했다. 그런 이가 스스로 초보 농민이라 지칭하는 이 회장의 멘티가 되어 그의 현장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었다. 부인들과 함께 농막에서 토종닭을 삶아 나누고, 텃밭의 수박을 쪼개 나누고, 서로의 친환경 작물들을 품평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일상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양양군 농업의 미래, 나아가 한국 농업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뙤약볕이 밭을 건너 설악산 자락을 넘어가며 동쪽 바다로부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
  • 4대강 사업 폐해 어디까지…“매년 밭 침수”

    경북 칠곡에 있는 조경업체 동우아트는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낙동강 인근에 있는 밭에 심어놓은 조경수가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에 있는 동우아트 1만 9000여㎡ 밭은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900m 떨어져 있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자연적으로 물이 빠져서 조경수나 야생화를 키워 파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업체에 그늘이 생긴 건 2009년 10월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칠곡보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칠곡보 인근 땅이 저지대여서 침수 피해가 날 것으로 보고 흙을 메워 높이는 농경지 리모델링을 했다. 동우아트 땅도 처음에는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에 들었다. 이 업체는 리모델링사업에 동의했다.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침수 피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사업하는 과정에서 동우아트 땅을 리모델링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동우아트 측은 나무를 옮겨 심고 흙을 덮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동우아트는 농경지 리모델링에 편입해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고 나서 2011년 6월쯤부터 조경수와 야생화가 고사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해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변 농토는 높지만 동우아트 땅이 낮아서 물이 몰린 탓이었다. 비가 어느 정도 오면 무릎까지 물이 찼고 농막에 설치한 냉장고나 각종 집기는 물에 젖어 못 쓰게 되기 일쑤였다. 자비를 들여 1m가량 흙을 메워 땅을 높였으나 물이 원활하게 빠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지금은 조경수 농사를 거의 포기했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야생화도 사람 허리 높이 만큼 지지대를 설치해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밭에서 4분의 1 정도만 활용하고 상당수 땅을 방치했다. 동우아트 측은 2014년 7월 정부,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수년째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특별한 반응이 없어서다. 그나마 동우아트는 법인으로 문서를 다루고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기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우아트 밭과 바로 붙은 논 주인도 수년째 농사를 포기한 채 땅을 놔두고 있다. 그러나 소송비 부담이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손을 놓았다. 동우아트 재판 과정에서 정부나 농어촌공사는 “칠곡보가 2012년 3월 담수가 이뤄진 만큼 그 이전에 침수 피해를 본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우아트는 2년의 소송 끝에 이달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47민사부는 사업 시행자가 아닌 수자원공사를 제외한 대한민국과 한국농어촌공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칠곡보 건설로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며 “칠곡보 건설과 농경지 리모델링으로 조경업체 땅에 침수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대한민국과 한국농어촌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동우아트 정병숙 실장은 “그동안 받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고 소송에서도 피해를 다 배상받은 것이 아니어서 불만이 많다”며 “지금 땅은 여전히 배수가 안 돼서 쓸 수 없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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