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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지역에 또 장맛비…금왕읍 등 도로 침수에 하천둑 유실

    충북 지역에 또 장맛비…금왕읍 등 도로 침수에 하천둑 유실

    지난 16일 사상 최악의 수해가 난 충북지역에 또다시 굵은 장맛비가 쏟아져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지역엔 시간당 60㎜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내렸다. 31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충주·음성·진천에는 호우경보가, 청주·제천·증평·괴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이날 오전 음성지역에는 삼성면 153㎜, 생극면 150㎜, 금왕읍 100㎜의 폭우가 내렸다. 특히 오전 9시 20분을 전후해 시간당 60㎜가 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비로 금왕읍 시가지와 삼성면 덕평리, 대소면 대풍리 일원의 도로가 침수되고, 생극면 소하천 둑이 일부 유실됐다. 또 삼성면의 한 아파트 등 건물 15채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아직 농경지 침수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87㎜ 안팎의 비가 내린 충주에서는 문화동 중원대로 인근의 하수가 역류해 도로와 주택, 상가가 침수됐다. 이날 오전 충주시 신니면 화석리와 용원리 등 일부 마을에서는 농로로 토사가 유출돼 긴급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진천군 광혜원면(85㎜)과 문백면(61㎜)에도 많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장맛비로 불어나 잠긴 무심천 하상도로 전 구간을 통제했다. 무심천 하상도로 통제 수위는 0.7m(청남교 기준)인데, 현재 수위는 0.8m를 기록하고 있다. 청주에는 낮 12시 40분을 기해 산사태 주의보도 내려진 상태다. 기상지청 관계자는 “내일 오전까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최대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잡초/이경형 주필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간 농로는 잡초 천지다. 농로 옆 낮은 밭고랑엔 잡초들이 허리춤까지 자랐다. 주말 농부로 또 1주일을 넘길 수 없어 잡초를 베기로 했다. 예초기 엔진의 시동 줄을 힘껏 당겼다. 등에 둘러메고 풀 깎기를 시작했다. 흐린 날씨지만 찜통더위라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잡초의 제왕 한삼덩굴과 외래종 단풍잎돼지풀이 서로 얽혀 다른 잡초들까지도 짓누르고 있다. 키 큰 망초와 비름, 소리쟁이에서부터 키 낮은 질경이, 토끼풀, 바랭이, 쇠뜨기들이 농로를 덮고 있다. 두 날의 칼날이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잡초를 베어 나갔다. 칼날 사이에 풀 범벅이 끼면 예초기가 잘 나가지 않고 동력 전달 스프링이 열 받아 손잡이가 뜨거워진다. 잠시 엔진을 끄고 식힌 뒤, 풀떡을 제거했다. 한삼덩굴, 소리쟁이, 질경이는 한방에서 약초로도 쓰인다. 비름의 어린 잎은 나물로 무쳐 먹으면 맛있다. 하지만 약초나 나물이라도 제때 쓰임새가 없으면 제거된다.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작물과 잡초의 구분도 따지고 보면 사람 중심의 기준일 뿐이다.
  • 충청서 폭우에 실종된 70대 사흘째 행방 불명…수색 장기화

    충청서 폭우에 실종된 70대 사흘째 행방 불명…수색 장기화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충청 지역에서 실종된 70대 남성에 대한 수색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 18일 충북 보은경찰서·소방서 등에 따르면 김모(77)씨는 지난 16일 충청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때 보은군 산외면에서 물꼬를 돌보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소방대원들은 전날부터 소방헬기 1대와 드론 2대, 구조견까지 투입해 김씨의 행방을 찾고 있다. 김씨의 실종 이후 경찰과 군부대 장병, 군청 직원들까지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김씨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틀 전 김씨가 갔던 지역에는 순식간에 140㎜의 폭우가 쏟아져 농수로와 농로 등이 물바다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논둑을 점검하던 중에 급류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농수로와 맞닿은 소하천은 누런 흙탕물이 범람할 정도로 수량이 불어난 상태였다. 김씨가 급류에 휩쓸렸다면 순식간에 달천 하류까지 떠밀려 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은소방서 관계자는 “약 15㎞ 하류의 옥화대 부근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성과가 없다”면서 “헬기와 드론을 띄워 수색 범위를 하류 쪽으로 넓혀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수색 작업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실종된 김씨는 슬하의 6남매를 출가시킨 뒤 부인(78)과 단둘이서 생활해왔고, 최근 부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혼자 집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딸(61)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생사를 몰라 여섯 남매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면서 “만약에 변을 당하셨다면 하루빨리 시신이라도 발견되기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포 농지 불법성토용 덤프트럭 농로통행 강력 단속

    김포 농지 불법성토용 덤프트럭 농로통행 강력 단속

    경기 김포시가 불법 농지성토를 뿌리뽑기 위해 덤프트럭 농로통행을 제한하는 강력한 단속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포시는 최근 불법 농지성토에 대해 원상복구뿐만 아니라 사전대책으로 성토용 덤프트럭의 농로통행을 제한한다고 17일 밝혔다. 성토행위는 매립업자와 토지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최근 김포 곳곳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농로 파손과 비산 먼지 등 주민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20cm 두께에 불과한 농로가 25t이 넘는 대형 덤프트럭이 온종일 드나들며 파손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또 성토한 농지 높이와 상대적으로 농로가 되레 낮아지자 침수 피해를 이유로 도로를 높여달라는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불법성토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사토 처리계획이 없어도 성토행위 인허가는 가능하다. 순환골재를 매립해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 100만원만 납부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시는 지난 2년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장을 단속해 10건을 고발하고 10건은 복구완료하도록 조치했다. 전종익 도시주택국장은 “불법으로 농지를 성토해도 지주에게 벌금 1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을 뿐 원상회복을 안 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사후 대책으로는 불법 성토를 근절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상 현황도로도 도로로 간주해 경찰청장이나 서장이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시 범칙금 20만원을 물릴 수 있다”면서 “사전예방책으로 2개월 이상 집중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록 시장은 “우수 농지를 망치는 불법성토에 사후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경찰서와 적극 협의해 주요 성토지역 농로 통행을 제한하고 순회 단속으로 범칙금을 계속 부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공룡, 목포 앞바다를 건너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공룡, 목포 앞바다를 건너다

    “살아남은 종(種)은 강한 종도,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1809~1882)이 ‘종의 기원’(1872)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알린 진화의 비밀이다. 그는 전 세계 생물들과 생물의 진화과정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뒤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냉정한 자연의 법칙을 밝혀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때 지구상에 군림하였던 거대한 크기의 공룡 역시 이 법칙의 예외가 될 수 없음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사라진 공룡,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다시 만난다. 한마디로 의외다. 지방에서 이렇듯 규모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 터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흐뭇하기까지 하다. 비록 세계적으로 이름 내고 있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수천 만점이 넘는 전시품들이나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진귀한 그것들에 미치지는 못할 지라도 한 나절 어린 자녀와 생물의 역사를 넉넉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서남해안권의 중심 도시인 목포의 관광명소인 용해동 갓바위근린공원에 위치한 목포 자연사 박물관은 연면적 9200㎡ 규모이며 화석·광물·조류·포유류·곤충·식물·어류표본·지역문예 사료 등 총 3만 6000점을 소장하고 있어 규모면에서는 단연 국내 최대다. 특히 자연사박물관 중앙홀에 전시되어 있는 대형 공룡 뼈대는 관람객들의 찬사를 자아낸다. 약 2억800만년 전부터 약 1억4500만년 전까지의 지질시대인 쥐라기 시대(Jurassic period)의 대표적인 공룡인 디플로도쿠스 카네기아이(Diplodocus carneqiei)를 필두로 하여 알로사우루스 프레질리스(Allosaurus), 모사사우루스, 익룡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박물관 초입부터 입 벌어지게 한다. 이 외에도 세계에서 불과 2점만이 발굴 복원된 공룡화석인 프레노케랍토스와 콘코랩터, 그리고 희귀하기로 유명한 해양파충류 배 속에 새끼가 함께 보존된 표본이 전시되어 있어 목포까지의 오랜 발걸음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박물관 내의 지질관에는 귀하디 귀한 화석·운석·보석 등 690점이, 육상 생명관에는 전세계의 진귀한 동물박제와 두개골, 각종 식물, 곤충의 표본 및 화석을 전시하고 있어 생명과학 과목에 갓 관심을 가지게 된 자녀들에게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현장 수업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연면적 2560㎡, 지상 3층 규모의 문예역사관에는 정통 호남의 선비문화를 알려주는 수석전시실, 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 4대 전시실이 있고, 목포의 문화와 예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예역사실과 화폐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어 자연사박물관 주변은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제격인 곳이 분명하다. <목포 자연사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서대문 자연사박물관과 더불어 진귀한 공립 자연사박물관이다. 목포를 방문하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는 추천! 주변에도 볼거리가 많다. 2. 누구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 3.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목포시 남농로 135/ (061)274-3655/ 목포역 건너편에서 15번 시내버스 승차→목포자연사박물관 하차(20분 소요) 4. 감탄하는 점은? -공룡 모형들. 세심한 관리가 돋보이는 진귀한 화석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보석같은 곳. 6. 꼭 봐야할 장소는? -중앙홀의 공룡 모형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낙지탕탕이 ‘독천식당’(242-6528), 뼈해장국 ‘해남해장국’(243-0268), 지역대표 빵집‘코롬방제과’(243-2161), 떡갈비‘성식당’(244-1401), 홍어집‘금메달식당’(272-2697)/지역번호 061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museum.mokpo.go.kr/2011/kor/index.ht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갓바위, 남농기념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서해안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가 있어 예전과는 달리 목포는 접근성이 편한 도시로 변모하였다. 의외로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도시가 목포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경 굴봉산 ‘돌리네 습지’ 국내 23번째 보호지역 지정

    문경 굴봉산 ‘돌리네 습지’ 국내 23번째 보호지역 지정

    세계적으로 희귀한 문경 돌리네 습지가 국내 23번째 내륙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14일 경북 문경 산북 굴봉산 정상부에 위치한 산지형 습지인 돌리네 습지(49만 443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15일 지정한다고 밝혔다.돌리네(doline)는 석회암지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지하수 등에 용해되어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로 빗물 등이 지하로 배수가 잘돼 물이 고이지 않는 지역이다. 문경 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지대에 습지가 형성된, 세계적으로 특이한 사례로서 지형·지질학적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 돌리네 습지는 평창 고마루, 정선 발구덕·산계령 등 4곳이 있으나 논농사 등이 이뤄질 정도로 연중 일정 수량이 유지되는 곳은 문경이 유일하다. 특히 육상·초원·습지 생태계가 공존해 좁은 면적에도 수달과 담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6종)을 비롯해 희귀식물(3종) 등 731종의 야생 생물이 서식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환경부는 문경 습지의 지형·지질학적 가치와 우수한 습지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전·복원해 지역사회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전계획을 수립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습지 지형과 특성을 고려한 생태탐방로와 관찰데크, 생태체험·교육시설 등도 설치된다. 또 습지 내 논농사, 과수원, 농로 등 경작으로 훼손된 사유지를 단계적으로 매입해 원래 지형으로 복원키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포토 다큐] 남매만 일곱명… 식구는 열한명

    [포토 다큐] 남매만 일곱명… 식구는 열한명

    예부터 햇살이 좋고 물이 좋아 농사가 잘된다는 전남 장흥군 장동면 양곡마을에 금실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문석(49), 이기순(41)씨 부부가 7남매를 키우며 부모님을 모시고 11명이 한집에 살고 있다.농사를 짓는 이들은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아이’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2000년 중매로 만나 연애를 한 뒤 2001년 부부의 연을 맺고 다음해 첫째 딸 정인(15)을 낳은 뒤 민서(14), 아영(12), 지민(10), 인호(7), 서연(5), 그리고 겨우 세 살인 막내아들 인준이까지 2남 5녀를 키우고 있다. 아빠 문씨는 6남매 중 5번째로, 엄마 이씨는 7남매 중 막내로 자라면서 형제들의 ‘예쁨’을 받아서 집안이 북적대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가족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서일까. 이씨는 2013년 11월에는 우물에 빠진 마을 노부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우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우물이 깊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할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평소에 아이들을 돌봐 주고 빨래도 걷어 주는 분들을 살릴 수 있어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각종 농기계를 척척 다뤄 ‘똑순이’로 불리는 이씨지만 다둥이의 가정은 여느 시골의 마을 풍경만큼 평화롭지만은 않다.농번기를 맞아 논·밭일도 끝이 없는데다 대부분 엄마의 돌봄이 필요하다 보니 매일 아침 등교, 등원 시간이 되면 이씨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고 재빠르게 움직인다. “1번 애들 밥 차리고 2번 빨리 세수하고 3번 얼른 일어나! 5번 밥 먹고 4번 옷 입어야지! 이러다 또 늦는다! 차 올 시간 다 됐어!” 아이들의 이름이 있지만 바쁠 때는 이름 부를 시간도 모자라 이렇게 번호로 부르기가 일쑤이다.아이들 모두 학교에 보낸 뒤 집 정리를 하는 이씨에게 다둥이에 대한 지원은 충분한가 물었다. “다둥이 정부 지원은 이 정도면 있으나 마나입니다. 무제한으로 지원해 줘도 어렵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월 100만원 이상 지원되는 줄 아는데 가스비 1만 얼마에 전기요금 9900원, 전화요금 4000~5000원 정도가 다입니다. 한번은 남편이 농로 일을 해서 130만원 들어왔다고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이 정지된다며 소명자료를 내라고 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아동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다둥이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씨처럼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최근 모 지자체는 출산 장려금을 2000만원으로 올렸지만 출산 장려금을 받은 뒤 바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많다. 출산 장려금의 분할 지급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할 이유이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도 높여야 한다. 아이들은 여성들이 키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소중한 주인공을 키우는 데 엄마 아빠가 함께해야 한다는 남자들의 인식 변화와 아울러 다둥이 아빠들에게도 육아가 가능하도록 사회와 기업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형제들은 사회생활을 미리 배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도시에서 혼자만 키우는 아이들을 보면 외로워 보이고 커서도 자기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 맨날 싸우지만 중요한 건 서로 챙겨 줍니다. 저 역시 바쁘지만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니까 이렇게 삽니다.” 정부는 육아, 출산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만큼은 이씨의 말처럼 ‘아이를 잘 낳는 사회’, ‘낳은 아기를 잘 키워 줄 수 있는 사회’ 같은 표어만이 난무하는 사회가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정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장흥 도준석 기자 padp@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어린 야만을 용서하다

    [고진하의 시골살이] 어린 야만을 용서하다

    해질녘 이른 저녁을 먹고 마당에 나와 평상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개굴개굴개굴…. 돌담을 넘어오는 개구리 떼 울음소리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나 좁은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뉘엿뉘엿 저무는 천둥지기 논마다 어린 모들이 초록초록 흔들리고 있었다. 들판엔 보랏빛 어둠이 서서히 덮였다. 논물 위로 비치던 부드러운 산 능선도, 귀가를 서두르며 하늘을 날던 재두루미의 날갯짓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논배미마다 짝을 부르는 개구리 떼 울음소리만 자욱했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몸을 씻기기 위해 비누칠을 하면 간지러워 깔깔대는 아기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잃어버린 짝을 찾기 위해 혼신을 다해 울부짖는 비명처럼 들리기도 했다.나는 걸음을 멈추고 논둑에 앉아 개구리 떼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문득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2, 3학년 무렵. 학교가 파하면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또래 아이들과 들판이나 강가에서 놀았다. 어떤 날은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기도 하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논둑에서 개구리를 잡아 개구리 넓적다리를 불에 구워 먹었다. 개구리 같은 걸 먹다니 무작스럽다거나 야만스럽다는 지청구를 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던, 가난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면 용서가 될까. 그날도 학교가 파한 뒤 나는 또래 아이들과 강둑 가까운 논에서 개구리를 잡고 있었다. 될 수 있으면 넓적다리가 토실토실한 큰 개구리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큰 개구리는 동작이 빨라 잡기가 어려웠다. 개구리를 쫓다가 우리는 어느새 강둑 밑까지 갔다. 움푹 파인 강둑 밑은 늪처럼 질퍽거렸다. 친구가 개구리를 쫓다가 질퍽거리는 늪에 발이 빠졌다. 그런데 친구의 발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밟혔던 모양이었다. 그것을 손으로 집어 올리던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아악, 이게 뭐야?” 친구는 손에 잡힌 그것을 내 앞으로 던졌는데, 나도 그걸 보고 소스라치듯 비명을 질렀다. 해골! 사람의 해골이었다. 어린 우리는 왜 강둑 밑에 사람의 해골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날 얼마나 놀랐던지 다시는 개구리를 잡으러 들판으로 나가지 않았다. 부득이 소꼴을 먹이러 그 부근을 지날 때면 해골의 기억 때문에 온몸이 으스스 떨리곤 했다. 이젠 그런 해골을 볼 일이 없지만, 이따금 신문 보도로 접하는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아이들, 먹을 게 없어 진흙 쿠키를 먹고 온몸이 퉁퉁 부은 아이들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강둑 밑에서 건져 올린 해골을 보았던 때처럼 으스스 신열이 일곤 한다. 나이 들수록 마음은 여려지는 것일까. 내 어린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는 가난이 일상인 굶주린 아이들이 지구별 도처엔 여전히 널려 있다. 지구촌 아이들의 굶주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크나큰 죄악이 아닐까. 내 배를 불리기 위해 타인의 고통에 눈을 감는 모진 세상이다.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무관심과 무자비의 장벽을 쌓는 세상이다. 지구공동체의 종말을 알리는 재앙이 도래하고 있는 것일까. 묵시적 종말이나 생태적 종말이 아닌 무자비의 종말 말이다. 비교적 풍요롭게 산다는 미국이나 유럽도 그렇고, 이런 종말적 징후의 악성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찍이 인류의 성인들이 가르친 자비나 사랑의 미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한가로이 저녁 산책을 나섰던 가벼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농로 옆의 논에서 울부짖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잦아들 기미가 없다. 지구를 살리는 생명의 합창은 여전히 낭랑한데, 개구리며 메뚜기 같은 것을 잡아 굶주린 배를 채웠던 어린 야만이 떠올라 울가망한 기분이었다. 어느새 하늘엔 초승달이 지고 별들만 총총했다. 내 머리 위로 빛나는 별들이 자괴감에 사로잡힌 나를 위로해 주었다. 다 오래전 일이잖아. 지상의 생명은 모두 다른 생명을 취하지 않으면 살 수 없거든. 나는 캄캄한 밤을 비추는 우주의 빛들과 눈을 맞추며 내 기억 속의 어린 야만을 용서할 수 있었다. 개구리 떼 소리의 배웅 속에 집으로 돌아오며 잠시 무거워졌던 마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 교통사고 허위로 꾸며 보험금 7000만원 빼앗은 40대

    교통사고 허위로 꾸며 보험금 7000만원 빼앗은 40대

    거짓으로 교통사고를 꾸며 보험금을 가로채려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A(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경찰은 또 A씨와 범행을 공모한 다른 2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의 한 농로에서 발생한 덤프트럭 추락 사고를 다른 차와 교통사고가 난 것으로 꾸며 보험사로부터 7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빼앗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A씨는 운전자 과실 차량 손해를 보상해주는 이른바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흙을 운반하다 자신의 실수로 덤프트럭이 손상되자 막대한 수리비가 들어갈 걸로 보고 지인과 함께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누런 논두렁/이경형 주필

    벌써 모내기를 한 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눈짐작으로 볼 때, 아직 모내기를 할 만큼 모의 키가 자라지 않았다. 파주는 북쪽인데도 어린 모를 낸 것을 보면, 5월 기후가 초여름 같은 탓도 있으리라. 들판엔 물을 댄 논이 드문드문 보였고, 백로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긴 목을 빼 논바닥을 훑고 있다.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대개의 논두렁은 풀이 한 뼘 반 정도 자랐는데 어떤 데는 풀이 말라 죽어 누렇게 변했다. 또 어떤 데는 풀을 짧게 깎아 시원해 보였다. 누른 곳은 제초제를 뿌려 풀을 고사시킨 것이다. 농로 주변이나 논두렁의 잡초는 볏논 관리를 하는 농부에게는 늘 골칫거리다. 베트남전 때 살포된 고엽제로 수많은 참전용사가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독성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제초제나 고엽제나 같은 것이다. 비가 오면 제초제의 잔류 독성이 논으로 흘러들어 결국은 시중의 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농부는 제초제를 뿌릴 줄 몰라서 힘들게 예초기로 풀을 깎지는 않았을 것이다. 벼를 키우는 과정이야 어떻든 수확만 하면 된다는 효율지상주의의 끝은 어딜까. 이경형 주필
  • 농협 총기강도 구속… 권총 출처 추적

    범행 한달 전부터 사전 답사도 경북 경산경찰서는 24일 경산의 한 농협 지점에 들어가 권총 강도 범행을 저지른 혐의(특수강도 등)로 김모(43)씨를 구속했다. 김상일 대구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방한 마스크,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권총을 들고 침입해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또 김씨가 10여년 전 심부름을 갔다가 습득한 총기를 범행에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출처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권총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총기 분석을 의뢰한 결과 미국 레밍턴 랜드사에서 제조한 45구경 탄창식 반자동 권총으로 1942~1945년에 생산된 80만정 가운데 1정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로부터 2003년 4월 대구 모 병원에 근무할 당시 병원장이 집기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경북 칠곡에 있는 병원장 지인(사망)의 빈집에 갔다가 창고에 있던 권총과 실탄(19발)을 습득해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 두고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주도면밀한 범행 계획도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1개월 전부터 농협을 털기로 결심하고 범행 도구와 도주 경로 등을 준비했다. 범행 현장인 자인농협 하남지점 주변을 6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했다. 그는 답사 과정에서 청원경찰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폐쇄회로(CC)TV가 없는 농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 CCTV에서 자전거를 싣고 가는 화물차를 발견하면서 김씨의 범행은 들통났다. 김씨는 범행을 벌인 이유에 대해 “빚이 많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농협을 털어 챙긴 1563만원 중 373만원은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1억원이 조금 넘는 부채가 있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온라인> 페루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 도움의 손길 간절

    연안 엘니뇨 현상으로 이례적인 폭우와 산사태가 페루 북부 지역을 강타해 90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페르난도 사발라 페루 총리는 이번 이상기후 재난으로 12만 명의 이재민(모든 재산 유실)을 비롯해 피해자가 7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도로 4000km와 농로 5000km, 200개 이상의 다리도 붕괴됐다. 페루 전역의 2800개 이상의 구 가운데 특히 북부 811개 구가 비상사태에 처해있다. 침수된 피우라, 람바예께, 라 리베르타드 지역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쿠스코, 마추픽추, 나스카 라인, 아레키파, 콜카 캐년, 아마존 등 관광 지역들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페루대사관은 한국인들의 인도적인 기부를 지원받고자 은행 계좌(KEB 하나은행 107-910017-40204)를 개설했다. 현재 페루 국민은 단수로 신음하고 있으며 자연의 분노가 멈추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3말4초’ 전국은 하얀 꽃대궐… “우리 벚꽃축제 보러 오세요”

    ‘3말4초’ 전국은 하얀 꽃대궐… “우리 벚꽃축제 보러 오세요”

    3월 말 제주 왕벚꽃축제부터 4월 초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이 봄을 알리는 벚꽃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진해 군항제가 가장 유명한 벚꽃축제이지만, 지자체들은 저마다 “우리 벚꽃축제가 최고”라고 말한다. 가장 먼저 봄이 오는 남쪽 땅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전국을 수놓을 벚꽃축제를 꼼꼼히 따져 보고 봄나들이를 떠나 보자. 벚꽃과 함께 푸른 바다를 감상하거나 호수를 낀 지방도를 드라이브하며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등 축제마다 지역적 특성이 더해져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제주 왕벚꽃축제 제주 왕벚꽃축제는 ‘왕벚꽃 자생지, 제주에서 펼치는 새봄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오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10일간 제주 왕벚꽃 명소에서 펼쳐진다. 제주가 자랑하는 왕벚꽃 명소는 애월읍 장전리, 전농로, 제주대 입구 등 3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소장은 “왕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꽃잎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꽃자루 하나에 꽃이 여러 개 달려 화려하고 나무 자체가 크다”며 “다른 지역도 왕벚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지만 제주시가 왕벚나무의 자생지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왕벚꽃축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 기간을 10일로 길게 잡은 것은 왕벚꽃 개화 시기의 차이 등 제주의 지리적 특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31일은 애월읍 장전리에서 개막 행사가 열리고 이어 노래자랑, 전통놀이, 지역특산품 전시 판매 등이 3일간 펼쳐진다. 4월 1일과 2일에는 전농로에서, 8일과 9일에는 제주대 입구에서 왕벚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축제 중에 왕벚나무 자생지의 가치 제고를 위한 ‘왕벚꽃 심포지엄’도 열린다. ●진해 군항제 우리나라 벚꽃축제를 대표하는 경남 진해 군항제는 오는 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 10일까지 창원시 진해구 일원에서 열린다. 도시 전체가 벚꽃 36만 그루로 뒤덮인 장관은 진해군항제의 자랑이다.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해군사관학교,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등의 숨겨진 벚꽃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진해군항제의 매력이다. 군부대 내 벚나무는 관리가 잘된 데다 사람들 손을 덜 타 시내 벚나무보다 더 크고 꽃도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령 수십 년 된 아름드리 벚나무가 하천을 따라 심어진 여좌천 일대 850m는 벚꽃과 LED 조명이 어우러진 ‘별빛거리’로 꾸며진다. 한밤중 오색 조명을 받아 분홍빛으로 짙게 물든 벚꽃은 놓쳐서는 안 된다. ‘축제 속 축제’로 자리잡은 진해 군악의장 페스티벌은 4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해공설운동장 일대에서 볼 수 있다. 육·해·공·해병대 군악의장대 600여명이 참가한다. 창원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차 공간을 많이 확보해 주말에도 승용차의 시내 진입을 막지 않을 계획이다. 해군교육사령부는 군항제 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내 공간을 주차장으로 제공한다.●제천 청풍호 벚꽃축제 충북 제천은 내륙 분지라 벚꽃이 늦게 개화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청풍호 벚꽃축제는 해마다 마지막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20만명 이상이 찾는다. 이번 청풍호 벚꽃축제는 4월 7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청풍호 벚꽃길은 길고 아름답다. 길이가 14㎞이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와 절경을 품은 금수산이 벚꽃과 조화를 이루며 천혜의 장관을 연출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장규 제천시 문화예술과장은 “청풍호 주변은 경관이 워낙 뛰어난데, 벚꽃까지 피니 얼마나 아름답겠느냐”며 “지방도를 따라 천천히 운전하며 벚꽃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 기간 청풍문화재단지에서 전통예술공연이 진행되고 야간 벚꽃레이져쇼, 남사당 줄타기 공연 등도 볼 수 있다. 청풍호 벚꽃축제가 열리는 청풍면 물태리 인근에는 비봉산 모노레일, 옥순봉, 번지점프, 문화재단지, 정방사, 솟대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부하다.●강릉 경포벚꽃잔치 강원 강릉시 ‘경포벚꽃잔치’는 4월 6일부터 12일까지 경포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와 함께할 수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108호’인 경포대와 경포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3.6㎞의 아름다운 벚꽃길은 황홀하다. 천나영 시 축제담당은 “벚꽃과 함께 호수와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벚꽃축제는 경포벚꽃잔치가 유일할 것”이라며 “축제 기간에 인근 아이스하키경기장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국제 아이스하키대회도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주행사장인 경포대에서는 천연염색, 전통매듭, 자연물공예 등의 예술체험과 투호, 윷놀이 등의 전통체험, 커피체험, 화전놀이 등이 펼쳐진다. 남항진 솔바람다리에서 출발해 경포대 행사장으로 도착하는 바우길 걷기 행사와 행글라이더를 활용한 벚꽃축하 하늘쇼도 진행된다. 또한 경포대 일원에서는 봄나들이 온 ‘장자마리’와 함께하는 경포벚꽃 SNS인증샷 이벤트도 한다. 선착순으로 에코백을 증정한다. 장자마리는 강릉단오제 때 행하는 강릉관노가면극의 등장인물이다.●정읍벚꽃축제 전북 정읍벚꽃축제는 ‘벚꽃비 내리는 정읍! 벚꽃향愛 물들다’를 주제로 오는 4월 7일부터 12일까지 정읍천변 일원에서 열린다. 정읍벚꽃축제의 경쟁력은 축제 기간에 걷기 좋은 거리를 운영한다는 것. 정읍시는 4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각각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벚꽃로의 정주교~정동교 1.2㎞ 구간을 걷기 좋은 거리로 지정하고 차량을 전면 통제한다. 이 구간에서 버스킹 공연과 버블쇼, 피에로 풍선마임, 석고마임 등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각종 체험부스, 쌍화차·떡메치기 등 간식먹거리 부스, 농·특산물 판매부스 등 가족 단위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춰질 예정이다. 축제 시작 전인 4월 1일부터 16일까지 벚꽃 야간경관 조명이 설치돼 벚꽃과 빛이 어우러지는 색다른 벚꽃투어도 즐길 수 있다. 전북도 예술인들의 한마당 큰잔치인 제56회 전라예술제와 자생차 페스티벌 등 굵직한 행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서울 벚꽃축제 4월 1일부터 9일까지 하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왕벚나무 1886그루를 비롯해 진달래,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말발도리 등 13종 8만 7859그루의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 시민들은 ‘여의도 벚꽃축제’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행사명은 ‘봄꽃축제’다. 축제 기간 전문예술인들의 기획공연과 시민재능기부 공연, 예술체험 등이 펼쳐진다. 최소정 영등포구 축제 지원담당은 “다른 꽃축제들은 오히려 먹거리나 특산물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여의도 봄꽃축제는 꽃과 문화행사로만 구성된다”며 “깨끗한 행사장에서 봄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축제”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열리는 ‘송파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벚꽃과 석촌호수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축제이다. 다양한 문화예술공연, 전통예술공연, 음악회 등이 열린다. 벚꽃을 테마로 한 그리기와 사진전도 진행된다. ●과천벚꽃엔딩축제 경기 과천에서는 벚꽃엔딩축제가 다음달 8일부터 5일간 열린다. 과천시와 서울대공원, 서울랜드, 렛츠런파크, 국립과천과학관 등 5개 기관이 올해 처음 공동 참여한다. 이번 축제는 벚꽃1~4길 4개 구간으로 나뉘어 각 기관이 준비했다. 과천시가 주관하는 벚꽃3길(대공원역~중앙공원 구간) 축제는 8~9일에 열린다. 첫날 개막식을 장식할 중앙공원 축하 공연에 이어 줄타기보존회, 경기소리보존회 등의 대동가극단 공연이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 축하공연 후에 펼쳐지는 불꽃놀이가 기대된다. 둘째 날에는 어쿠스틱 밴드, 마임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길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렛츠런파크의 화려한 조명과 벚꽃이 만들어 내는 로맨틱한 야간 산책길,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서울대공원 벚꽃동산, 서울랜드의 귀여운 캐릭터 친구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도 있다.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전국종합
  • “‘할 수 있다’는 새마을운동 정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

    “‘할 수 있다’는 새마을운동 정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

    새마을운동과 동계올림픽(?). 아무 상관없는 조합 같지만 조합이 이뤄졌다. ‘2016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에서 18일 열린 것이다.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 개최지는 매년 행정자치부에서 각 시·도로부터 신청을 받아 결정된다. 올해는 강원도에서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강력히 개최를 요청했고 정부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평창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평창의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 ‘유치’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날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개막식에 15개국 장차관과 48개국의 새마을지도자 등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700여명이 참석하면서 지역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가 평창동계올림픽의 리허설 격이 된 셈이다. 이번 대회는 21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다.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는 올해로 세 번째로, 첫해인 2014년에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이 있는 경기도 성남에서, 지난해에는 대구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60여년 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한국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할 수 있다’는 새마을운동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불과 40여년 전 평창의 차항리 마을은 감자와 옥수수, 산나물로 끼니를 이어 가던 가난한 마을이었지만, 한 새마을지도자의 열정으로 온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쳤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농로를 내고 다리를 건설하고 공동 축사를 지어 불과 3년 만에 마을을 탈바꿈시켰다”면서 “지금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이자 농촌 체험 관광지로 더욱 새롭게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고 평창과 새마을운동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새마을운동이 만들어 낸 기적의 한 페이지이며 이런 성공 스토리들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됐다”고 말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전설의 보물선, 700년의 기다림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전설의 보물선, 700년의 기다림

    “세상에는 보물선의 전설을 믿는 사람, 직접 보물을 찾겠다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 그리고 그걸 재료로 돈을 버는, 재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나 이런 구조가 있다.” 2004년도 황순원 문학상을 거머쥔 김영하의 소설 ‘보물선’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품은 대학 동기 사이인 펀드매니저 ‘재만’과 순수한 꿈을 지닌 ‘형식’이 ‘보물선 인양’이라는 인간 욕망의 신기루를 통해, 그들이 접하고야 마는 자본주의 속살을 발라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보물선의 모티프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유독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있다. 모두들 눈과 귀와 부러움으로 확인하였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1975년 8월20일 목포 인근 서남해(西南海), 증도라는 섬 앞바다에서 한 젊은 어부가 도자기 6점을 그물로 건지는 일이 있었다. 송(宋), 원(元) 시대의 중국제 청자화병과 백자였다. 당시 그는 문어 한 마리보다 못한, ‘오지지 못하고 귄없게 생긴’ 밥그릇들을 마루 밑에 내팽개쳐 두었다. 이듬해 1월, 당시 국민학교 선생이었던 동생이 신안군청에 신고함으로써 신안 해저유물이 세상에 숨을 얻게 된다. ●중국 동전 28톤, 800만개! 세상이 놀라다 이후 인양된 유물들이 나올 때마다 세상은 아연실색을 한다. 규모가 너무 커 담당공무원이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어마어마하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옛날 동전 한 두 꾸러미가 물에서 나와도 박물관 한 켠을 차지한 채, 할로겐 불빛 받아가며 우아하게 관람객 눈알을 굴렸었다. 하지만, 이 때 발견된 중국 동전의 갯수만 800만개(!)가 넘는다. 그것도 1984년 11차 발굴까지 흡입기로 골라낸 것만이다. 지금도 증도면 방축리 앞 개펄에는 얼마나 더 많은 동전들이 묻혀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더구나 동전의 종류도 화려해서 종류만 66여 가지에 이르고, 시기는 기원후 14년 시기의 동전부터 원나라 동전까지 다채롭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중국 옛 동전들을 제일 많이 보유한 나라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게 된다. 동전 이외에도 증도 해역에는 14세기에 난파된 중국 원나라 무역선, 가칭 신안선(新安船)이 발견되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유물을 발굴하였다. 금속류 제품 729점, 고급 목재인 자단목 1017본, 도자기 2만 661점, 배의 파편 조각 445편, 기타 생활용품 574점 등이 출토되어 세계 학계를 몇 번이나 뒤집어 놓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갯바닥이 산소접촉을 막은 것이었다. 진짜 ‘보물선’이 등장한 것이었다.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이다. ● 1323년, 바다와 인간의 기록이 그대로 남다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신안 해역에서 올린 유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바닷속 문화재, 즉 수중문화유산들을 체계적으로 발굴, 보존, 전시, 유지하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전역, 250여 곳에서 문화재 10만여 점을 발굴 보존, 전시하고 있다. 연구소의 전시관을 우선 살펴보면, 총 4개의 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 어린이해양문화체험과, 해변 전시장으로 나눌 수 있어 볼거리가 아주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제1전시실은 서해와 남해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수중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고려선의 선박 모형과 목포 달리도 앞바다 갯벌에서 건진 달리도선이 실물과 모형으로 제작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아주 다채로운 고려시대의 각종 고려청자와 항아리, 생활용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청자모란꽃넝쿨무늬 장고,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뛰어난 디자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제 2전시실은 1323년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던 중 신안 바다에서 난파된 무역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기는 중국 원(元)나라 시기여서 중국과 일본의 교류가 활발했던 때였다. 신안선(가칭)에는 일본 교토의 사찰인 ‘도후쿠사(東福寺)’의 목간과 더불어 일본 사찰 이름이 적힌 기록들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 무역선이 일본 사찰 재건에 사용될 물품들을 실었으리라 추정을 하고 있다. 또한 자단목 1017본과 동전 28톤은 배의 중심을 잡는 밸러스트(ballast·배의 무게중심을 잡는 바닥짐)으로 쓰였으리라 본다. 이외에도 700여 년 전 중국의 다양한 공예품과 더불어 고려청자, 일본 세토도자기, 동남아시아 향신료, 약재, 장기말, 주사위, 주방도구 등이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3전시실은 세계의 배 역사실로 선사시대의 배의 원형부터 바이킹 시대의 선박, 대항해시대의 범선의 활동, 산업혁명 시기의 해상 운송 등에 관한 학술적 자료를 보여주고 있으며, 제 4전시실은 한국의 전통 배 ‘한선(韓船)’이라는 주제의 선박사를 전시하고 있다. 뗏목배 모형에서 거북선, 판옥선, 조운선 등 다양한 우리나라 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다. 이외에도 기획전시실에는 시기마다 소장 전시품의 테마별 특별전을 열고 있으며 어린이해양문화체험관에는 옛 등대, 선사시대 바위그림, 포토존을 제공하여 어린이들의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을 올리고 있다. 목포의 해양문화재연구소의 소장품들은 일상적인 박물관의 전시품들과는 달리 바닷속 시간을 지나온 옛 선인들과 그들의 삶의 흔적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목포를 방문한다면 첫 관람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유달산, 갓바위와 더불어 목포를 알 수 있는 장소이다. 흥미면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관람공간이다. 2. 누구와 함께?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특히 연구소 맞은편에 자연사박물관이 있어서 한 나절 동안 다닐 넉넉한 곳들이다. 3. 주소는? -전라남도 목포시 남농로 136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061-270-2000) 4. 관람서비스? -디지털전시안내기를 무료 대여하고 있으며 물품 보관함도 운영중이다. 당연히 유모차, 휠체어는 무료 대여이다. 1층 안내데스크에 문의하자.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서울이었으면 매일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전시물들이 훌륭하고 다채롭다. 그 내실에 비해 유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6. 관람시간과 입장료의 가성비? -관람료는 무료.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개관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7. 여행 전 기대감과 후기? -기대 이상이다. 단, 충분히 둘러볼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최소 2시간 이상은 걸린다.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eamuse.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많다. 바로 옆에는 천연기념물인 갓바위가 있으며, 맞은편에는 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먹거리도 풍부해서 남도 먹거리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목포 평화광장 주변 식당들을 추천한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예상보다 전시물들의 수준이 훌륭해서 만족스러운 박물관이다. 특히, 1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목포 앞바다 풍광은 아름답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관리 사각지대’ 소규모 공공시설 점검 강화

    ‘관리 사각지대’ 소규모 공공시설 점검 강화

    호우·태풍 등 2차 피해 유발 전국 10만 7000곳 법정관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집중호우 때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시설물이 숱하다. 5대 소규모 공공시설로 분류된 것만 해도 지난해 1월 기준 전국에 10만 5837곳이나 된다. 소교량 5만 5785곳, 낙차공(유량 확보와 바닥 침식방지를 위한 하상시설) 1만 9775곳, 세천(작은 하천) 1만 7415곳, 농로 7291곳 등이다. 취입보(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하천을 가로막아 만드는 것), 마을 진입로를 포함하면 10만 7000여곳이다. 2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런 소규모 공공시설은 집중호우나 태풍 때 주변과 하류지역의 주택 파손, 농경지 침수 등 2차 피해를 일으키기 일쑤다. 물을 흘려보내는 단면이 작고, 노후한 시설인데다 법정관리 대상에서 빠져 관리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사이에 소규모 공공시설 피해액은 8425억원에 이르고, 복구에도 1조 4974억원이나 쏟아부었다. 시간당 50~60㎜나 쏟아진 2014년 8월 3일 남부지역 집중호우 땐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인근 소하천을 횡단하는 세월교에서 7명이 물결에 휩쓸려 숨졌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소규모 공공시설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위험시설에 대한 통행제한 등 대비책을 실시하고 중기 계획을 세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정비할 수 있게 됐다. 안전처 관계자는 “정부에서 꼼꼼히 점검하겠지만 시설물 관리대장 작성, 안전점검 등 일선 현장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소홀하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인·건축가 모두 감탄한 ‘잘 늙은 절’ 이상의 가치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인·건축가 모두 감탄한 ‘잘 늙은 절’ 이상의 가치

    전북 완주의 화암사가 오늘날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시인 안도현의 역할이 작지 않다. 1997년 펴낸 ‘그리운 여우’라는 시집에 담긴 ‘구름에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라는 구절이 바로 화암사를 가리킨다. 이후 산간의 절집을 두고 곱게 늙었다느니 하는 표현이 흔해진 것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이 시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대둔산 자락의 불명산 화암사를 찾아가려면 금산과 전주를 잇는 17번 국도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농로와 다름없는 작은 샛길을 한참 달리면 절골 주차장이 나타난다. 화암사까지는 다시 20분 남짓 산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라는 시 구절처럼 절은 모습을 드러낸다. 화암사를 두고 한 건축가는 ‘환상적인 입지와 드라마틱한 진입로, 그리고 잘 짜여진 전체 구성만으로도 최고의 건축’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시인에 이어 건축가까지 다투어 감탄하는 절이라면 무언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화루 왼쪽의 쪽문으로 들어서 절 마당에 서면 허세를 부릴 일도 없지만, 체모도 잃을 수는 없다는 듯 품격있는 절집의 면모가 눈에 들어온다. ●화암사 극락전, 우리나라 유일 ‘하앙식 구조’ 화암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주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요소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화암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중국 건축의 전형인 하앙식(下昻式) 구조를 갖고 있다. 처마를 길게 빼내고자 할 때 쓰는 이런 구조는 7세기 초반의 나라 호류지(法隆寺)를 비롯해 일본 건축에는 흔하다. 화암사 극락전이 없었다면 ‘일본 건축은 중국에서 곧바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일본 학계 일부의 주장도 반박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암사 극락전이 하앙식 구조를 썼다고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남아 있는 절집 가운데 하앙식 구조가 드문 것은 우리 조상들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조화로운 처마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일찍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극락전 현판이었다. 극(極)·락()·전(殿) 세 글자를 각각 한 글자씩 새겨 걸어 놓았다. 물론 이렇게 만든 것도 지붕 부재를 바깥으로 길게 내밀도록 하는 하앙식 구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적 아름다움이나 건축적 가치가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불경의 필사(筆寫) 및 판각(板刻)의 중심지로 화암사는 매우 중요하다. 극락전에서 보아 왼쪽에는 한 칸짜리 작은 사당이 보인다. 조선 초기의 무신 성달생(1376~1444)의 위패를 모신 철영재(?英齋)다. 당대 명필로 이름을 떨친 그는 태종 5년(1405)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자 화암사에 머물며 법화경을 필사했다. 성달생은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의 할아버지이다. 세종은 태종의 후궁 신녕궁주 신씨가 ‘법화경’을 금() 글자로 필사하는데 정서하는 역할을 그에게 맡기기도 했다. 불교에 조예가 매우 깊었던 그는 당시 왕실의 불사(佛事) 대부분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성달생은 당시 많이 읽히고 있던 불경을 필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세종 6년(1424)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오늘날 ‘육경합부’(六經合部)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불서(佛書)로 ‘금강경’, ‘화엄경’, ‘능엄경’, ‘아미타경’, ‘법화경’, ‘관세음보살예문’의 주요 대목이 한 권에 담겨 있다. 화암사에서 멀지 않은 안심사에서 처음 간행된 이후 폭발적인 수요로 오늘날까지 전하는 판본만 50종 남짓에 이른다. 모두 성달생의 원본을 판각한 것이니 조선시대 불경은 그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조선 불경 간행의 중심지… 은중경·장수경 판각 성달생은 이런 인연으로 화암사에 막대한 시주도 약속하는데, 중창 불사는 세종 22년(1440) 무렵 마무리 짓게 된다. 화암사는 기념이라도 하듯 이듬해부터 ‘은중경’과 ‘장수경’을 판각했고, 세종 25년(1443)에는 성달생이 직접 필사한 ‘능엄경’과 ‘법화경’을 간행하기도 했다. 그러니 화암사는 안심사와 함께 조선시대 불경 간행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절이다. 철영재 현판 글씨는 자하 신위(1769~1845)가 썼다. 성달생과는 수백 년의 시차가 있는 조선 후기 문인이다. 추사 김정희와 비교되는 시(詩)·서(書)·화(畵) 이 삼절(三絶)로 평가받는 자하는 ‘금강경’을 직접 쓰고 감상을 적은 ‘서금강경후’(書鋼經後)를 남겼을 만큼 불교에 심취한 인물이었다. 당연히 성달생이 필사한 경전을 탐독하면서 불교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여 갔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자하가 철영재 현판을 쓴 직접적 이유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철영재와 자하가 남긴 현판의 존재는 화암사가 과거에는 결코 산중에 숨어 있는 작은 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dcsuh@seoul.co.kr
  • 횡성 투신 여학생과 성관계한 고교생 3명 구속

    지난달 17일 강원 횡성의 한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진 16세 소녀와 사건 전날 성관계를 한 고교생 등 3명이 구속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임성철 판사는 숨진 A(16)양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가 성관계를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B(17·고교생) 군 등 3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13일 밝혔다. 임 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B군 등 3명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 B군 등은 원주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경찰이 B군 등에게 적용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이다. A양의 초등학교 1년 선배인 B군과 B군의 친구인 C(17)군 등 2명은 A양 투신 전날인 지난달 16일 오후 4시 30분쯤 A양을 만나 횡성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겸해 술을 마신 뒤 인적이 드문 농로로 데리고 가 차례로 성관계한 혐의다. 이어 B군에게서 ‘너도 하려면 ○○로 오라’는 휴대전화 연락을 받은 D(17·고교생)군도 농로 인근 풀숲에서 A양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B군 등은 A양과 지난달 16일 오후 7시에서 오후 9시 사이 차례로 성관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성관계 당시 폭력이나 강압은 없었지만 B군 등이 성관계를 사전에 모의하고 어느 사람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A양을 데리고 가 성관계한 점 등은 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후 A양은 자신의 집으로 가지 못하고 D군의 아파트로 갔고, 다음 날인 17일 오전 5시 15분쯤 D군의 아파트 작은 방 창문을 통해 투신해 숨졌다. 당시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A양의 투신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A양을 검안한 결과 정액 반응이 나타나자 성폭력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A양이 사건 전날 B군 등을 만나 차례로 성관계한 뒤 D군의 아파트에서 투신하기까지 10여 시간의 행적을 폐쇄회로(CC)TV와 남학생 등의 통화내용,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숨진 A양의 몸속에서 C군과 D군의 DNA가 검출됐다. 그러나 B군 등은 A양과의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이나 강압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1. 프롤로그 청매실이 익어가는 6월, 충남 당진의 ‘백석올미영농조합’(올미)으로 향하던 날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강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선글라스를 끼나 벗으나 눈에 보이는 것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백석리 어귀에 이르러 비포장 농로 위에서 차가 덜컹거릴 때쯤에는 선글라스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 개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초록빛 매실나무의 향연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푸르고 무성한 잎사귀와 동그랗게 여문 열매가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매실밭을 보면서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평균 나이가 76세인 할머니 57명이 함께 일하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주소는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246’이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마을 공동 소유의 매실나무에서 나오는 매실을 좀더 가치 있게 팔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영농조합이 이제는 할머니의 일터가 되고, 삶이 되고, 꿈이 되었다. 2. 할머니의 반란은 성공 여름철이면 지천으로 열리는 왕매실은 백석리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지만, 영농조합 설립 전까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보관이나 유통이 어렵고 제값을 받기도 힘들어 매실을 따서 판다고 한들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기 어려웠다. “우리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33명의 조합원이 각자 200만원을 출자해 초기 자본금을 만들고, 농어촌 개발을 위해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3억원을 받아 마을 영농조합이 만들어졌죠.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할머니들이 모여 마을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지요. 이런 걸 두고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2011년 영농조합 설립 당시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었던 김금순(66) 대표는 마을 소득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시골 할머니들이 모여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2008년 대기업을 퇴직한 남편과 함께 백석리로 귀농했다는 김 대표를 두고 할머니들은 ‘굴러들어온 복덩이’라고 치켜세웠다. 2012년 한과 공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매실 한과를 생산한 이래 연매출 6억원의 영농조합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김 대표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대표는 귀농 이후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고 회상한다. 부녀회원들을 중심으로 손주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영농조합의 생산 품목은 이제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 매실청, 매실 진액 등으로 확대됐다. 매실 따기와 한과 만들기 등 체험 활동 프로그램도 26개로 늘었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6차 산업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올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체험과 견학을 목적으로 이곳을 다녀간 체험객이 5000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도 57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미의 성장보다 더 근사한 것은 57명의 할머니에게 일자리와 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미영농조합에 출근하며 처음으로 명함을 가져보았다는 할머니들은 주 5일 근무에 월급 126만원을 받는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약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큰 수입이다. 게다가 4대 보험과 퇴직금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남들은 경로당이나 요양원 갈 나이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부심은 돈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 한과를 만들면서도, 공장 청소를 하면서도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때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매실이 이제는 한과도 되고, 장아찌도 되고, 진액으로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매실은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되면서 돈을 벌어다 주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 3. 그녀들의 목소리 올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50~80대로 다양하다. 70대가 제일 많아 평균 연령이 높지만 함께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곳에 몸담으면서 달라진 이들의 삶에 대해 연령대별로 직접 들어보았다. 막내 유희숙(51)씨 -어른 행세하는 분 없이 언니들이 항상 든든해요 우리 남편이 백석리 이장이에요. 남편이 감투를 쓰는 바람에 저도 졸지에 이장댁 사모님이 되었죠. 그래서 여러 궂은일을 나서서 맡을 때가 많아요. 올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느냐고요? 5년 전에 올미영농조합이 설립될 때 저도 20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런데 집에 다른 농사가 바빠서 영농조합에 출퇴근은 못 하다가 직원으로 합류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어요.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도와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 언니들이 솜씨는 좋은데 기계를 다룬다든지, 운전을 한다든지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서툴러요. 지금도 한과 만드는 기계를 살피는 중이에요. 기계 틈에 한과 부스러기가 끼어서 날카로운 대바늘로 긁어냈어요. 언니들은 눈이 어두워서 이런 일을 하기가…(웃음). 같이 일하는 어르신들이 시어머님뻘로 연세가 많으셔서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나이 따지면서 어른 행세하는 분이 없어요. 똑같이 일하고 수익도 똑같이 나눠 갖는 시스템이니까요. 언니들에게 가장 고마운 건 제가 아무리 실수하고 뻗대더라도 나무라기는커녕 막내라고 귀여워하고 예뻐해 주신다는 거죠. 제가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이런 사랑을 받겠어요. 언니들 덕에 저는 항상 든든해요. 대표 김금순(66)씨 -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버니 잡음 생길 틈이 없죠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은퇴하면서 남편 고향인 이곳 당진 백석리로 2008년에 귀농했어요. 서울에서는 은퇴할 나이인데 이곳에서 60대는 젊은이 취급을 받아요. 부녀회장도 맡고, 영농조합 대표까지 되면서 오히려 귀농 후에 더 바빠졌어요. 우리의 목표는 돈이 아니에요.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파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찹쌀, 참깨, 검은깨 등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쓰는 게 철칙이에요. 원산지라고 해서 싸게 사는 것도 아니고 시중가대로 매입하죠.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수입산을 쓰는데 국산 농산물을, 그것도 비싼 값으로 사서 재료로 쓰니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에요. 저나 할머니들이나 노년에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돈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아요.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 간에 잡음이 생길 법도 하지만, 개인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불평이 없어요. 제가 대표라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저도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이 월급을 받아요. 조합 성공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하고 강연비를 받더라도 제 개인 몫으로 챙기는 게 아니라 조합 소득으로 계산하고, 저는 전체 수익을 할머니들과 똑같이 나누는 거죠. 한과 한 봉지도 따로 집에 못 가져가도록 해요. 본인 돈으로 구매하고 영수증을 처리해야 가능합니다. 시골 인심 같지 않다고요? 공평한 급여 체계와 투명한 운영이 갈등 없이 올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판매왕 권탁(71)씨 - 여그만 오면 아픈디가 싹 나아…만병통치약이여 여그 일하는 할매들은 70대가 대부분이여. 처음 생길 때부터 시작해서 여그서 일헌 지 5년째여. 재미있고, 신나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명함도 생기고 말이여. 내가 여그 조합에서 최고 판매왕이유. 한과를 맹그는 것도 중요허지만, 못 팔면 소용이 없잖유. 비결이 뭐냐고? 내가 낳은 자슥들이 7남매유. 우리 아들, 딸들이 100박스, 200박스씩 팔아주는 게 비결이여. 한과를 한 해에 1000박스 넘게 파는 거지유. 갸들이 회사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이웃들한테도 소개하고…. 한과 주문을 받느라 명절만 되면 전화통에 불이 나유. 재미가 쏠쏠한 게 뭐냐믄 월급 외에 한과 판 보너스는 영업 실적에 따라서 따로 받아유. 그래서 내가 보너스만 300만~400만원씩 받어유. 돈 벌어서 손주들 용돈 챙겨 줄 때가 제일 좋아유. 손주가 초등학교 댕길 때만 해도 할매가 용돈 주면 닁큼 받더니, 중학교 간 후부터는 안 받을라 그러잖유. 할미가 고생해서 번 돈이라서 못 받겠대유. 그래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면서 번 돈이라고 받아도 된다고 했지유.아픈 데가 없기는 왜 없겄슈. 평생 살림하고, 애 낳아 키우고, 농사짓고 살았는데 온몸이 쑤시고 프지유. 근디 신기하게 여그만 나오면 씻은 듯이 다 나아유. 웃고 떠들면서 일하다본께 피곤헌 줄도 모르고 아픈 것도 까묵어 버려…. 여그가 만병통치약인가벼. 최고령 성정옥(81)씨 - 돈 벌지, 돈 모아서 여행가지 을매나 좋은지 몰러 여그 정년퇴직 나이가 80세거든. 그런데 내 주민등록 나이가 아직 78세라 더 일할 수 있어. 우리 아부지가 내가 다 늙어서 올미에 취직할 줄 미리 알고, 출생 신고를 3년 늦게 해 준 덕이여. 나는 이렇게 등도 굽고, 다 늙어서 쪼글쪼글한 할매를 취직시켜 줘서 여그가 을매나 고마운지 몰러.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여. 건강 관리는 어떻게 허냐고? 조합원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두 번씩 체조를 햐. 체조 선생님이 오셔서 한 시간씩 제대로 하는 겨. 그것도 다같이 허니께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나. 70대에 처음 직장 생활해서 월급이란 걸 받아 봤어. 그 돈으로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가. ‘해랑’이라고 열차로 크루즈여행을 하는 고급 여행 패키지여. 그게 2박 3일 가는데 100만원이나 혀. 여그 올미 할매들이랑 같이 댕겨 왔어. 자식들이 안 보내 주느냐고. 아유, 그런 말을 어떻게 혀.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이랑 여행 가서 맛난 거 실컷 먹고 구경하고, 그게 을매나 좋은디. 4. 에필로그 매실 한과로 돈을 많이 벌면 ‘올미 실버타운’을 지어 친구들과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할머니들, 올미에서 일하면서 할머니들은 이전과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초록빛 매실이 시골 촌부(村婦)의 삶에 희망이라는 초록 불을 밝혀 준 것이다. 매실의 매(梅)를 한자로 풀이하면 ‘人+母 +木’이므로 ‘사람에게 어머니 같은 나무’라고 한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아낌없이 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할머니들은 여러 매실 가공품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너무 배가 고파서…” 전봇대 올라 접지선 잘라 판 노숙자

    “너무 배가 고파서…” 전봇대 올라 접지선 잘라 판 노숙자

    노숙 생활로 배고픔에 시달리던 50대 남성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낙뢰방지용 접지선을 잘라 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부산 강서경찰서는 7차례에 걸쳐 250m의 접지선을 훔쳐 판 혐의로 이모(44)씨를 검거, 구속했다. 이씨의 범행은 지난 2월 13일 낮 강서구의 한 농로에 있는 전봇대를 타고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인근 철물점에서 산 3000원짜리 톱날을 들고 4m 높이 전봇대에 올라가 낙뢰방지용 접지선을 30㎝ 정도 잘랐다. 접지선에 전류가 흐르지 않아 감전위험이 없고 잘라서 팔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함께 노숙하던 지인에게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행여 고압전선을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범행하지 않았지만, 노숙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자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범행에 나섰다. 그리고 이씨는 훔친 접지선을 15만원 받고 고물상에 팔았다. 이후 두 달 동안 이씨는 돈이 떨어질 때마다 전봇대에 올라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250m 길이의 접지선을 훔쳐 팔았다. 경찰은 고물상에서 장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판매자를 추적해 이씨를 검거,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몇 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살다가 지난해 방세가 없어 쫓겨난 뒤로 노숙생활을 해왔다”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접지선 주변에 있는 고압전선에 감전되면 숨질 위험이 있는 만큼 전봇대 타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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