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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자 시신 찾기” 최대 과제로/「삼풍참사」 남은문제 무엇인가

    ◎부상자 보상산정 「사망」보다 더 복잡/남은건물 철거시기·방법에도 논란 사상 최대,최악의 인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21일 사체발굴·잔해제거 작업 등이 모두 끝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제 사고현장에서는 남은 건물 철거와 사고 뒷정리 등 제한된 업무만을 맡게 됐다.실종자 확인·보상 등 많은 과제들은 행정적·법률적 절차에 따라 건설교통부·서울시 등에서 다루게 된다. ▷사체발굴 및 실종자확인◁ 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실종자가족 대표·경찰 등과 함께 백화점 지하층에 대한 2차 사체수색에 들어갔다.그러나 잔해제거가 완료됐기 때문에 더이상의 사체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실종된 사체」의 발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은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난지도 잔해물 재확인작업에 걸고 있는 형편이다.포클레인 10대 등 중장비를 동원,난지도 1만5천여평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벌인 결과 이날까지 두개골 1개 등 뼈 19개,유류품 1천여점 등을 발굴해냈지만 실종자수와 시신수의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대책본부는 이에 따라 사체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1백51명에 대한 신상정보와 83점에 이르는 팔·다리 등 부분사체를 경찰에 넘겨 실종확인에 착수했다.경찰은 우선 실종신고한 각 가정을 방문,진위를 파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분사체를 보내 정밀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부상자치료 및 보상◁ 1천여명에 이르는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비 및 보상금 지급은 일괄적으로 타결될 사망자 보상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병원 치료비는 물론 생업중단 기간 동안의 손실보상·후유증·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 등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책본부는 시예산으로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일단 바로 병원측에 지불한 뒤 나중에 삼풍백화점측으로부터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대책본부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구청보건소에 이미 1억8천만원을 지급한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성수대교붕괴사고 때 부상자 보상협의가 2개월 이상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6개월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대책본부 철수◁ 총괄·복구·잔해정리반 등 11개반,91명 규모로 운영되어온 대책본부는 1차수습이 마무리됨에 따라 부서를 통·폐합하고 인원을 줄이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남은 A동 승강기탑과 B동 건물의 철거와 실종자가족들의 계속적인 사체수색 요구 등으로 철수를 하려면 적어도 10일 이상은 더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중장비도 실종자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당분간은 현장에 그대로 대기시킬 계획이다. ▷건물철거◁ 남은 A동 승강기탑과 B동의 철거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이웃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다 백화점 앞 차도의 통행이 아직까지 금지되어 있는 등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거를 서울시와 서초구청 가운데 누가 맡을 것인지에서부터 철거시점·공법 등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 사이에 이견이 커 어려움을 겪고있다. 현재는 1주일 안에 철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실물처리 및 물품반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B동쪽 52개 업소에 대한 물품반출은 22일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그러나 이날 현재 대책본부 유실물신고센터에 접수된 1천4백여건의 물품 가운데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은 전체의 70%인 1천여건이나 돼 전부 반환되려면 2∼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풍」 현장 이모저모/지하 물탱크 등 수색… 사체발굴 실패/합동분향소엔 조문객 발길 줄이어 ○…대책본부는 21일 하오2시쯤부터 신현규씨 등 실종자가족대표 5명과 함께 A동 엘리베이터타워 아래와 지하 화장실,B동 지하4층 기계실·물탱크 등을 수색해 머리카락·목걸이·지갑·스카프 등 유류품 10점을 수거했으나 사체를 찾는데는 실패. 실종자가족들은 『대책본부가 잔해를 1백% 제거했다고 발표했음에도 현장과 난지도에서 유류품과 사체의 일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분개하며 끝까지 철저한 수색작업을 해줄 것을 요구. ○…사망자 4백58명 전원의 위패가 모셔진 서초구민회관 1층 사망자합동분향소에는 이날 하오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조남호 서초구청장이 찾아와 조의를 표하는 등 유가족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20일 1백39명의 조문객이 찾아온데 이어 이날도 1백여명의 조문객들이 방문했는데 분향소에는 한글이름이 쓰인 위패만 있을뿐 영정도 없어 더욱 쓸쓸한 느낌. 분향소 옆에는 김영삼 대통령,황낙주 국회의장,조순 서울시장,김덕룡 의원 등이 보낸 대형조화 6개가 놓여 있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은데 그나마 안도하면서도 당국의 늑장구조에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 A동1층 수입의류매장에 근무하다 숨진 김선미씨(37·여)의 어머니 조정희씨(59)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국민학교 5학년,3학년밖에 안된 외손자들은 이제 어떻게 하느냐』며 딸의 위패를 감싸안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씨는 『지난 2일 딸의 시신을 찾았을때 팔을 만져보았더니 그때까지도 체온이 느껴질 정도여서 사망한지 얼마 안됐던 것이 분명하다』면서 『구조작업을 서둘렀다면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열. ○…서울교대 1백2호 강의실에 마련된 신원미상사망자 및 실종자합동분향소에도 64명의 희생자위패가 50여송이의 흰 국화꽃더미에 쌓인채 조문객을 맞았다. 열평 남짓한 합동분향소에는 민간인합동구조대와 PC통신자원봉사자 등이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었고 위패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이 꽂혀 있어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사고발생이후 강남성모병원 등 시내 주요병원에서 실종자가족들에게 사망자속보를 신속하게 전해주던 PC통신 자원봉사대원들도 이날 교대에 상주하던 50여명이 떠남으로써 완전히 철수. 사고 첫날부터 자원봉사를 했던 문동렬(문동렬·24·건국대 1년)군은 『아직도 1백56명이나 되는 실종자가 있는데 떠나려니 발길이 안떨어진다』면서 『더이상 시신발굴은 없을 것같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 ◎삼풍사고 남긴 뒷얘기들/역술인 예언에 비상대기 촌극도/구조대원들 「역한냄새」 내색않고 “구조활동”/강남성모병원 외래환자 하루 500명 줄어 건국이래 단순사고로는 최대의 참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참사는 피해규모 만큼이나 많은 뒷얘기들을 남기고 있다. 특히 서울시사고대책본부의 늑장대응과 상황판단미숙,구조작업지연은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119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이 자주 소개되긴 했지만 이들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다.시신이 부패하는 바람에 20여일동안 「역한 냄새」와 싸워야 했던 이들은 휴식시간에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주변의 쓰레기통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훈훈한 미담을 남겼지만 「속셈있는」 자원봉사도 엿보였다.몇몇 대기업에서는 대규모 자원봉사단을 편성,식사나 간식 등으로 물량공세를 펴 목좋은 상업용부지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반진담반의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또 사고대책본부는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붕괴현장에 들어가 금품등을 챙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함부로 공개했다가는 대다수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한 뜻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A동북쪽과 B동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였던 한 관계자는 『지하현장에 들어올 때는 옷이헐렁했으나 나갈때는 무엇을 챙겨넣었는지 불룩했던 자원봉사자가 한두명이 아니었다』며 양심불량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참사현장에 모인 역술인들도 많은 얘기거리를 남겼다.한 역술가는 박승현(19)양이 구조된지 이틀뒤인 17일 사고대책본부와 현장기자실에 찾아와 『음양원리와 일진 등으로 미루어 오늘 하오5시에서 7시사이,9시에서 11시사이에 틀림없이 1∼5명의 생존자가 구조될 것』이라는 예언장을 돌려 보도진과 대책본부관계자들을 비상 대기하도록 하는 등 촌극을 빚기도 했다. 최명석(20)군등 3명의 생존자가 입원한 강남성모병원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아직까지 삼풍사고피해자들이 몰려들어 북적댈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하루 2천5백여명이던 외래환자수는 2천여명으로 줄었고 매일 70여명씩 몰리던 응급실은 아예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또 사고당일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치료를 받고 귀가한 1백여명의 일반환자에게서도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적의 3인/조시장에 부실방지 호소편지/「삼풍」입원한 생존자 주변

    ◎류야으뇌졸중 입원 부친과 첫통화/바른 회복세 박양 “3∼4년뒤 결혼”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박승현(19)양은 생환 3일째인 17일 아침 『구조 첫날밤에 비해 환청이나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잤다』며 전날보다 훨씬 여유있고 활기찬 모습. 박양은 점심식사를 한 뒤 취재진에게 『인터뷰중에 트림이 나오면 어쩌나』,『너무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크게 나와 싫다』는 등 농담을 하며 시종 웃음 띤 얼굴. 이날부터 미음대신 죽을 먹기 시작한 박양은 『배고푸지만 입맛이 없다』며 3분의1 그릇 가량만 비운 뒤 『피자가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또 『앞으로 대학에 진학,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며 『3∼4년쯤 지난 뒤 남자답고 이해심 많으며 능력있는 5살정도 연상의 회사원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장래계획을 수줍게 털어놓기도. ○…강남성모병원측은 이날 박양의 건강상태에 대해 맥박이 1분당 1백6번,혈압은 1백10∼50으로 정상이며 신체기능도 「이틀가량 굶은 상태」로 나아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 또 사고 당시 어깨밑에 5㎝ 깊이의 상처를 입었으나 봉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른쪽 무릎의 통증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는 것. ○…최명석군과 유지환·박승현양등 생존자 3명은 17일 부실공사방지와 실종자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편지를 조순 서울시장에게 전달. 이들은 편지에서 『서울시가 부실공사를 근본적으로 막아 다시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 최군은 『시장에게 실종자의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끝까지 구출해 달라고 했으며 앞으로는 실종자라는 말이 아예 없어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 ○…하오 2시40분쯤 최군이 어머니 전인자(46)씨와 함께 박양을 찾아와 『얼굴을 보고 싶어왔다』면서 손을 잡고는 『우리가 손잡고 있는 것이 보도되면 남들이 오해하겠다』고 농담. 이어 최군은 『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면 좋겠다.퇴원후 자주 만나자』고 위로. 이어 최군이 『나는 목이 말라 녹물이라도 마셨는데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다.구조사실을 알고 너무 기뻤다』고 말하자 박양은 『평소에 오빠를 너무 괴롭혀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일반병실에 입원중인 유양은 16일 밤 대한병원에 뇌졸증으로 입원해 있는 아버지 유근창씨와 구조이후 첫통화. ○…지난 13일 실종자수를 하룻새에 2배로 늘려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그동안 자체 조사·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실종자 관련 사항을 조목조목 공개. 대책본부는 실종자 관리대상 4백9명 가운데 사망으로 밝혀진 80명,생존자 73명(구조1명,귀가및 이중신고 72명),신규신고자 18명 등을 다시 정리한 결과 17일 상오 6시 현재 실종자수는 남자 66명,여자 2백8명 등 모두 2백74명이라고 공식 확인.
  • 유지환양/신체능력 통설 깬 “원더우먼”

    ◎물 거의 안마시며 12일 견뎌/막힌 공간서 산소부족 극복/눈가린 수건 걷고 바깥구경 「사람의 신체 능력에 대한 통설을 깨버린 원더 우먼」 유지환(18)양이 붕괴의 잔해속에서 11일 하오 구조돼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진 뒤 유양을 진단한 의사들은 한결같이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절을 오무리기 조차 힘든 것은 물론 물 한모금 마실수 없는 1평남짓한 공간,산소 부족,죽을지 모른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모든 것이 만12일을 견뎌낼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그럼에도 유양은 약간의 탈진과 찰과상을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물을 거의 먹지 않고 견뎌냈다는 점이다.유양은 하도 목이 말라 녹물이나 소변을 먹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물을 먹지않고 견딜수 있는 최대한계는 17일정도.그리고 12일이 지나면 보통 탈수증세가 심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그러나 유양은 구조 당시 구조대원들에게 농담을 건넬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밀폐된 좁은공간에서 쉽게 나타나는 산소 부족도 거뜬히 이겨냈다.외부와 차단돼 콘크리트 잔해의 틈새에서 스며드는 약간의 공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구출 하루가 지난 12일 유양의 맥박과 심폐기능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또 관보다도 좁은 높이 30㎝,폭 50㎝,길이 1백30㎝의 갑갑한 공간도 이겨냈다.몸을 뒤척이는 것은 물론 관절을 오무리지도 못했다.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보통 팔·다리 등에 쥐가 나고 가슴이 답답해져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처음 60㎝가량이었던 천장의 높이가 포클레인 등의 무게에 눌려 30㎝ 높이까지로 점점 얼굴을 옥죄왔다.이럴 때 보통은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어지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로 질려버리고 심하면 실성까지 하게 되지만 유양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복했다. 유양은 또 구조당시 들것에 실려나오면서 안구의 손상을 막기위해 눈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내리고 웃음을 지었다. 오랜 기간동안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작스레 햇빛에 노출되면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심하면 망막 시신경 세포의 손상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현재 유양은 장기간의 콘택스 렌즈 착용에 따른 염증 이외에 이렇다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들은 유양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의 한계능력은 상황에 따라 기존의 통념을 깨는 강인함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 “삶의 기쁨 실감했어요”

    ◎「13일 악몽」서 깨어난 유지환양의 새아침/“병상 아버님께 웃음 선사하고파”/“커피전문점 사장 되겠다” 당찬 포부/축하 꽃받고 “다른 사람도 받았으면” 『병석에 누워 제 걱정을 하고 있을 아버지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요』 삼풍백화점 폐허더미에서 2백85시간40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기적의 소녀」 유지환(18)양은 12일 서울 강남성모병원 3층 중환자실에서 첫 아침을 맞아 생의 환희를 느끼면서도 조간신문에 나온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양은 『아침에 눈을 뜰 때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바닥 대신 병원 침대의 푹신함이 등에 느껴지면서 생의 환희를 실감했다』고 「13일간의 악몽」에서 깨어난 첫 소감을 밝혔다. 유양은 그러나 『병든 아버지가 안스러워 병원 침대에서 아버지를 꼭 껴안고 재워드린 기억이 새롭다』면서 『퇴원하면 바로 아버지가 있는 대한병원으로 달려가 그동안 하지 못한 재롱으로 아버지 얼굴에 웃음을 되찾게 해드리겠다』며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했다. 또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에게도어리광만 부리던 딸이 만든 음식을 해드리고 싶다』며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더욱이 효녀로 이름난 유양은 지난 5월 D생명보험회사의 「큰 효도보험」에 가입,월 6만8천원씩 2회분을 불입한 것으로 밝혀졌다.「큰 효도보험」은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 및 유족연금으로 일시금 6천만원을 지급하고 해마다 5백만원씩 부양연금을 주는 상품.D생명은 이날 유양의 효심을 높이 사 미완납 보험료 58회분 3백90여만원을 대신 납부해 주고 완납증서를 전달했다. 병상의 유양은 왼쪽 눈이 충혈되어 있고 이마와 오른손 등에 반창고가 붙어있는 등 사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핼쓱한 모습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이날 점심으로 병원에서 제공한 미음과 계란부침개·요플레·주스 등을 모두 먹어치워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엄청난 재난도 10대소녀의 감성을 억누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침에 문병온 오빠 세열(20)군의 친구 이민상(20·홍익대 2년 휴학)군에게 『가족들을 도와 나를 찾느라 고생해 줘 고맙다』면서 『생일이 6개월이 지났는데 주겠다던 생일선물은 언제 줄거냐』며 농담을 건네 발랄한 소녀의 마음을 그대로 표출했다. 백화점 일을 다시 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유양은 『그러나 집안형편이 어려운 만큼 직장일은 계속하고 싶다』며 『돈을 모아 커피전문점을 차려 사장소리를 듣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하오에는 유양의 모교 위례상고에서 김은영(17·3년)양등 후배 2명이 유양의 나이와 같은 수로 18송이의 붉은 장미꽃을 들고 병실을 찾아와 선배의 생환을 축하했다. 유양은 화사한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꽃을 받아들고 천진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나처럼 연약한 애도 살아나왔는데 지금도 그곳에는 생존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장미꽃을 받을 또다른 주인공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 생환 류지환양이 말하는 「2백85시간」

    ◎“배고파 미칠 지경일땐 소리 질렀다”/희망 버리지 말라는 어머님 말씀이 큰힘/그간 물한방울 못마셔… 이젠 집에 가고파 11일 하오 극적으로 생환한 유지환(유지환·18)양은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된 뒤 2백85시간 40분동안 사투를 벌인 사람답지 않게 비교적 생기있는 모습으로 사고 상황에서부터 구출 순간까지를 더듬거리며 털어놨다. 압사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지환양은 열사흘동안이나 물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아 탈수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의료전문가들은 열흘 뒤쯤이면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환양과의 일문일답 ­지금 심정은 ▲너무 편하고 좋다. ­얼마나 지난 것 같은가. ▲한 일주일쯤 지난 것 같다. ­잠은 충분히 잤나 ▲자다깨다 해서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집에 가고 싶다. ­안에 갇힌 동안 무슨 생각을 했나. ▲평소에 부모님께 잘해 드리지 못한게 후회됐다.어려운 입장에 처하니 어머니와 특히 병든 아버지 생각이 간절했다. ­사고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하오 6시에서 6시30분까지가 간식시간이었는데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지하3층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하1층 가정용품매장에 도착했다.에어콘이 가동안돼 안이 무척 더웠다.갑자기 조장언니의 「뛰어 뛰어」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우왕좌왕하다가 유리파편과 건물더미가 날라가고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 ­고립된후 어떻게 지냈나. ▲안에는 먹을게 전혀 없었고 녹 물이 계속 떨어졌지만 구조될 때까지 물은 한방울도 안마셨다.떨어지는 물에 입술을 적시는 정도였다.(그러나 지금까지 11일을 넘게 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료진의 말에 비추어 이 대목은 다소 혼란이 있는 듯) ­배가 고프지 않았나. ▲배가 고파 미칠 것 같을 때는 소리를 질러댔다. ­안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나. ▲아무것도 없는 암흑천지였다.비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가끔 소방대원들끼리 「여기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구조될 것으로 확신했었나.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다.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끝까지 버티면 살아나갈수 있다고 믿었다. ­구조당시 상황은. ▲멀리서 「탕 탕」하고 내리 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이전에도 몇번 들어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이 보였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포크레인이 내리 찍는 것을 느꼈을 때였다.무너진 콘크리트 천장더미와 머리사이에 처음에는 30㎝의 거리가 있었는데 구조될 때는 코앞에까지 닿아 있어 천장이 무너져 내릴까봐 제일 두려웠다. ­고립된 지역은 어땠나. ▲양팔을 벌리면 닿을 1m30㎝ 정도의 공간으로 다리를 구부리고 있었다.유독가스와 열기는 못느꼈다. ­다른 생존자는 없었나. ▲첫날 주위에서 신음소리를 들었다.그러나 그뒤로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다. ­아픈 곳은 없나. ▲특별히 아픈 곳은 없고 등이 조금 아프다. ­지금 무엇이 제일 먹고 싶나 ▲원래 면음식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냉커피가 제일 먹고 싶다. ◎류지환양은 누구인가/낙천적 성격의 어척스런 「효녀가장」/아르바이트로 상고졸업… 병상부친대소변 “수발” 11일 하오 3시28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발생 13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유지환(18·여·강북구 수유4동 569의 82)양은 집안에서는 가장이자 효녀였고 회사에서는 활달하면서도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1백62㎝의 아담한 키에 갸름한 얼굴의 미인형인 지환양은 아버지 유근창(52)씨와 어머니 정광임(46)씨 사이에 오빠 세열(서울 서일전문대 2년 휴학)군과 함께 2남매 중 막내딸. 서울 인수중학교를 나와 91년 위례상고에 입학,지난해 졸업했다.1학년때 가정형편때문에 가사장학금을 받았고 장학금이 1학기밖에 주어지지 않자 그 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닌 「억척이」였다. 성적이 비교적 우수했던 지환양은 졸업전인 94년 11월30일 면접시험을 통해 중소기업체인 삼광유리공업에 입사,곧바로 사고를 당한 삼풍백화점 A동 지하1층 크리스털 도자기 판매점에배치돼 9개월째 근무해왔다. 지환양은 고교 3년동안과 삼광유리에 입사한 뒤에도 단 한번도 결근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인기를 모았다.한직장 동료는 『회사에서 저녁모임이라도 있으며 스스로 나가 노래를 부를만큼 성격이 밝고 괄괄했다』고 전했다. 고교 2학년때 담임인 김유경(36·여)교사도 『지환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항상 농담을 잘해 친구들을 잘 웃기던 밝은 아이였다』면서 『구출됐다니 너무 기쁘다』고 울먹였다. 3학년때 상업을 가르쳤던 안환(48)교사는 『지환이는 성격이 활발하고 명랑한 편으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특별히 운동을 잘하는 것은 없지만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도 강단있는 건강체질인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지환양은 4년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유씨에게 퇴근 때마다 들러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효녀이기도 했다.삼광유리에 입사한 뒤로는 기본급 65만원에 보너스 4백%의 수입으로 실질적인 가장의 구실을 해왔다.유씨는 현재 고혈압으로 서울 수유리 대한병원 320호에 입원해 있으며 가족들은 지환양의 실종소식을 처음부터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정씨는 『처음 서울교대 실종자대책본부에서 방송을 통해 생존자 신원이 「19살유지선」이라고 들어 긴가민가 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우리 지환이가 맞았다』며 흐느꼈다. 정씨는 『지환이가 사고나기 전에 「지금까지 모은 저금이 곧 5백만원이 넘는다」며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다음달 군에 입대할 예정인 지환양의 오빠 세열군은 이날 집에 가있다가 동생의 구조소식을 듣고 강남성모병원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어머니 정씨와 지환양의 이모는 그동안 서울교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고통을 함께 하거나 대한적십자사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면서 지환양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또 세열군은 사고직후 구조대원들의 저지로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학친구들과 함께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지환양의 소식을 수소문해왔다.
  • 류지환양 1백85백시간만의 생환 현장

    ◎잔해 틈새로 발가락 움직이며 “살려줘요”/“내게 이런기적이… 오늘 며칠인가요” 물어/구조대 사… 철골 헤치기 1시간40여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열사흘째인 11일 하오 매몰현장에서 이 백화점 도자기매장 직원 유지환양(18)의 생존사실이 확인되자 구조반원들은 구출작업에 박차. 성도건설소속 굴착기 기사 김영호씨는 이날 하오 1시47분쯤 영등포소방서소속 구급대원들과 함께 콘크리트 잔해 철거작업을 하던중 구멍이 뚫리자 생존자 여부를 최종확인하기 위해 굴착기 작업을 중단. 이 때 영등포소방서 119 구조대원 정상원(30)씨가 구멍을 통해 유양의 발을 확인한 뒤 『거기 누구 있어요』라고 외치자 유양이 『살려달라』고 응답,처음으로 생존사실을 확인. 정씨는 다른 구조대원들에게 『여기 사람이 살아있어요』라고 소리치며 지휘본부에 연락,지휘본부는 복구작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나섰다. ○…유양은 상판 2개 아래 함석판으로 된 환기통 밑에 엎드린 채 누워있었으며 유양 주위에는 목재와 철근 등이 뒤엉켜 있어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숨막히는 공간이었다. 구조대는 우선 가장 위에 있던 상판을 착암기를 이용해 부순뒤 콘크리트 잔해를 들어냈으며 두번째 상판은 유양의 안전을 위해 해머드릴을 이용해 가로 60㎝,세로 70㎝ 크기로 절단. 구조대는 이어 함석판 환기통을 제거하기 위해 유압절단기와 산소용접기를 투입시켜 조심스럽게 제거작업을 벌이며 유양에게 접근. 마지막으로 함석판 바로 아래에 있던 철근과 목재 등을 절단,유양이 빠져 나올 수있는 통로를 확보. 곧이어 구조대원 한명이 통로 안쪽으로 상체를 굽히고 들어가 담요로 유양의 몸을 감싸고 수건으로 유양의 눈을 가렸다. 대원들은 유양에게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 다칠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죽음의 현장에서 유양을 끌어올렸다. ○…구조반은 구조작업에 들어간 지 20여분만인 하오 2시37분쯤 에스컬레이터 사이로 유양의 왼쪽 발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일제히 환호했으며 이때 유양은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발가락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며 건강함을 표시. 구조반은 유양이 이름과 주소,근무지 등을 밝힌 뒤 『물을 먹고 싶다.빨리 살려달라』며 애절하게 요청하자 에스컬레이터 사이 좁은 틈새로 물수건을 전달. 유양은 『어떻게 견뎠느냐』는 구조반의 질문에 『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입술을 적시며 버텼다』며 또박 또박 대답. ○…구조대원들은 유양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대원들은 『배가 고프다.음료수를 달라』는 유양에게 물을 적신 수건을 전달해주고 『마시지는 말고 입만 축이라』고 당부. 유양은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으며 『그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고 대답. ○…구조직전 유양은 구조반원들이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묻자 『등과 허리를 조금 다쳤을 뿐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또렷하게 대답. 유양은 구조된 직후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던중 답답한 듯 수건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다가 눈이 부시자 급히 수건을 다시 덮는 모습을 보여 의식과 건강상태가 정상임을 시사. ○…유양을 구조한 한 대원은 『무릎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으나 건상상태는 비교적 좋은 것 같았다』며 『손과 발 다리를 모두 움직였으며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유양에게 몇살이냐고 묻자 「19살」이라고 대답해 그러면 우리 대원 중에 총각이 많으니 데이트를 하면 되겠다고 다시 묻자 「아직 나이가 어려서요」라고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남성모병원측은 유양이 도착하자 응급실에 간단한 응급조치를 한 뒤 대기시켜 놓은 뇌신경외과,응급외과,정형외과,흉부외과 등 20여명의 전문의들이 유양을 정밀검진. 유양은 어머니와 이모가 응급실에 오자 『엄마야,나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날지는 몰랐다』며 『엄마를 보니 안심이며 구조되는 순간까지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 “생존자3명 더있다”헛소문에 한때 술렁/유양 회사·실종자가족 표정

    ◎“혹시나” 하던 실종자가족들 또한번 울려/유양 소속회사 축제 분위기에 “업무 마비” ▷추가 생존자 소동◁ 유지환(18)양이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11일,다른 실종자의 가족들은 추가 생존자가 있다는 헛소문에 또 한번 울었다. 이날 하오 유양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고현장과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신고센터에는 「유양 말고도 같은 자리에 생존자가 3명 더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유양이 구출되기 직전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존자 3명의 이름을 직접 말한 것으로까지 확대돼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졌다. 그러나 이같은 소동은 구조대원들의 흥분된 분위기와 생존자가 더 있기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과 보도진들의 간절한 바람 등이 상승 작용을 한 때문이었다. 여기에 유양의 생존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방송을 시작한 일부 TV방송사에서 생존자가 1명 또는 3명 더있다고 보도해 소문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가족들은 「혹시나」하는 기대 속에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구조본부에 격렬히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생존자가 3명 더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한때 가졌던 희망만큼이나 무거운 절망감에 다시금 빠져들었다. ▷회사표정◁ 유양이 판매사원으로 근무 중인 서초동 삼광유리공업은 유양의 생존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축제분위기 속에 업무가 마비된 상태. 직원들은 유양의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TV 앞에 몰려들어 손에 땀을 쥐고 구조과정을 지켜봤으며 구조가 끝난 뒤에는 삼삼오오 모여 기적같은 생환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는 모습. 위례상고 재학 중인 지난해 10월5일 학교 추천으로 이 회사에 입사,줄곧 삼풍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해온 유양은 평소 쾌활하고 자신감 있는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일에도 열심이어서 상사와 동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 회사측은 사고 직후 직원 2∼3명을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 대책협의회에 파견,날마다 유양의 소식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등 침통한 분위기였으나 이날유양이 구조됨에 따라 직원들도 생기를 되찾으며 환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온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유양은 이제 회사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직원으로서의 긍지를 드높인 유양에게 회사 차원의 특별한 배려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언. ◎유양 첫 발견 구조원 정상원씨/이름 물으니 “유진환…” 또박또박 대답/“내가 이안에 며칠이나 있었죠” 질문도 『지난 9일 최명석(20)군이 극적으로 구조된 뒤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는데 그 기대가 헛되지 않아 너무 기쁩니다』 최군이 「사지」에서 생환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또다시 2백85시간여만에 유지환(18)양이 구출됐다.다음은 유양의 생존을 처음으로 발견한 영등포소방서 119 구조대원 정상원(30)씨와의 일문일답. ­발견 당시 상황은. ▲이날 하오 1시47분쯤 매몰된 A동 지하1층에서 포클레인으로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다 최군이 발견된 지점에서 남쪽으로 4m,지하1m 정도 내려간 곳에서 40∼50㎝ 정도의 구멍을 발견했다.작업을 중단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깨끗한 사람의 발가락이 보였다.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구멍 안쪽을 향해 발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하니 발가락이 조금 움직였으며 1시50분쯤 신음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발견 당시 유양의 상태는. ▲콘크리트 더미나 철근에 눌려있지는 않으나 한사람이 누워있기 빠듯할 정도의 공간에 있다고 말했다.물을 달라고 해 생수를 준 뒤 조금씩 마시라고 했으며 물에 적신 담요와 물수건을 계속 안으로 넣어줬다. ­구조되기까지 나눈 대화는. ▲처음에 이름과 나이,주소 등을 물었더니 『이름은 유지환이고 18살이며 수유리에 산다』고 또박또박 대답했으며 곁에 다른 생존자는 없다고 했다.이름을 잘못 알아들어 다른 대원에게 틀리게 얘기했더니 『왜 남의 이름을 바꾸느냐』고 농담까지 했다.또 희미하게 웃으면서 『내가 이 안에서 며칠이나 있었죠』라고 물어볼 정도로 정신이 맑아 1시간40여분 동안 구조작업을 펼치면서도 비교적 안심했다. ­구조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콘크리트 상판이꽤 두꺼워 이를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컸다.생존자가 호흡할 수있는 통로를 확보하면서 콘크리트 제거 장비가 생존자를 건드리지 않도록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느라 구조시간이 많이 걸렸다.
  • 자민련의 허와 실(「6·27」이후 정국:7)

    ◎“제3당” 자신감 불구 안팎에 난제 산적/신민과 통합후 부실조직정비시급/교섭단체로서 안정의석 확보 과제 자민련의 조부영 사무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6·27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자 유난히 오라는데도 많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농담삼아 털어 놓았다.지난 2월 JP(김종필 총재)와 함께 민자당을 탈당할 때는 물론 선거전이 한창일 때도 『신생정당 사무총장보다는 그래도 집권당 정책조정실장을 그냥하는 것이 낫지 않았느냐』면서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측은해 하던 눈길을 이제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자민련의 정치적 위상을 판가름한 결정적 분수령이 됐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충청권은 우리 것」이라는 호언과는 달리 내심 「충남과 대전을 차지하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는 셈」이라던 당초의 기대를 뛰어 넘어 충청권을 석권한 것은 물론 강원도마저 품안에 넣었다.여기에 대구와 경·남북에서도 제2의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자민련의 자신감은 제176회 임시국회를 계기로 중앙정치 무대로 그대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다.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간신히 턱걸이 해 21석에 불과하지만 지방선거의 승리는 자민련을 의석 이상의 비중으로 평가받게 만들었다.여기에 김종필 총재의 7일 국회 대표연설은 『국민들로 하여금 자민련을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인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자평이다. 자민련의 앞날은 그러나 이처럼 승리감에만 도취되어 있기에는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곳곳에 쌓여 있다. 안으로는 무엇보다 신민당과의 통합으로 부실해진 당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지구당정비는 정당법상 통합 3개월이 되는 오는 8월31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현재 신민당출신 지구당위원장은 1백11명,자민련출신은 68명이다.이 가운데 20곳은 중복된다.자민련은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뛴 사람은 이 가운데 30%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최소한 현 지구당위원장의 50%는 덜어 내야 한다는 것이 강경파들의 주장이다.되도록이면 위원장자리를 비워놓고 정계개편과 신진기예 영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급작스런 정비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또 교섭단체로서 안정적인 의석확보도 난제다.현재 충청권및 경기·강원도의 일부의원들을 상대로 교섭이 진행되고는 있다고 하나 성사된다 해도 당장은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당 밖으로는 정치적 입지확보의 어려움이 꼽힌다.야권공조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JP와 DJ(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사이의 협력을 앞세운 경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JP는 국회 연설에서도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DJ가 내각제 문제를 호의적으로 언급한 이후 『현실적으로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한발 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JP는 또 국회연설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에 협력할 것은 분명히 가려서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야권공조」는 「정부에 대한 협력」과 같은 차원에서 민자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철저한 「캐스팅 보트」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자민련은 결국 내년 총선 이전에 있을지도 모르는 정계개편에서의 「몸불리기」를 꿈꾸며 당분간 정치적 줄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 총재 국회연설/요지 역사적인 6·27 지방선거가 끝났다.이제 승자와 패자의 소승적 양극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지방정부를 수탁한 수권야당으로서 여기에 상응한 무한한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협력과 경쟁의 정치를 하겠다. 지방선거의 중간평가는 현정부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현정부가 후기 2년반의 국정을 보다 좋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민의 질책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틀에 묶으려는 생각을 처음부터 말아야 하며 먼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국가의 통합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역별로 특성이 있고 균형있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중앙의 권한과 업무를 합리적으로,단계적으로 지방에 이양해야 하고 지방재정의 수입원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김영삼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우리 정치가 지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그 제도적 수단으로 의원내각제를 실시해야한다.6·27 지방선거의 진정한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국가의 의사결정은 대통령 한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민의의 본산인 국회에서 해야 한다. 현정부는 출범 초반에 보였던 이념적 혼돈의 연장선상에서 아직도 방향감각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경수로 협상과 대북 쌀 지원,쌀 수송선의 인공기 게양등이 그것이다.구걸하다시피 하는 남북정상회담은 별로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터무니 없는 감상적 민족주의,환상적 통일론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우리당은 정부 이상으로 크나 큰 책임을 통감한다. 이번에는 종합대책이다,재발방지다하면서 민심수습 차원의 졸속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 투·개표의 날/여야·「빅3」 표정(6·27 지방선거)

    ◎개표상황 보도 TV앞서 뜬눈 밤샘/혼전 예상지역 패배에 침통한 분위기­민자/DJ,고무된 표정… KT,허탈감 못감춰­민주/“예상밖 선전” 당직자들 들뜬 분위기­자민련 여야 선거대책본부에는 27일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당선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함성과 탄식이 어우러졌다. 민자당은 침울했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환호했다. 이같은 상반된 분위기는 이날 투표마감 직후 MBC­TV가 투표마감 직후 「투표자 전화조사」 결과를 집계,발표하면서 계속됐다. 여야 관계자들은 그러면서도 각축지역의 선두다툼을 지켜보느라 밤을 꼬박 새우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민자당◁ ○…밤늦도록 개표가 진행되면서 시도지사를 포함한 투표결과가 민자당 후보들의 대거 참패로 이어지자 침통한 분위기. 당 관계자들은 이날 하오6시 투표종료와 함께 발표된 TV 여론조사에서 시도지사가운데 5곳만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을 때만도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다가 막상 비슷한 추세가 계속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부산 인천 경기 경남·북등 5곳에서만선두를 유지하고 서울을 포함,강원 충북 전북 제주등 혼전지역에서 모두 뒤진 것으로 나타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춘구 대표와 김덕룡 사무총장등 지도부는 이날 밤 당사 3층의 상황실에 잠시 들러 개표상황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자정쯤 당사를 떠났고 당직자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당직자들은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 지방선거』라고 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보는 시각을 경계한 뒤 『돈안드는 선거의 실현을 통해 공명선거의 기틀을 마련해 줬다』고 애써 자위했다. ▷민주당◁ ○…투표가 끝난 뒤 MBC­TV방송의 투표자 조사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후보가 무소속 박찬종 후보를 5%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일찌감치 승리의 축배를 터뜨리는등 축제 분위기를 보였다. 당직자들은 TV를 지켜보다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성을 올리면서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5층 상황실에는 전국 각지에서 축하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당직자들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이긴만큼 승리는 민주당의 것』이라며 『민자당이 15개 시·도지사중 3분의 1인 5곳밖에 못얻은 것은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은 일산에서 휴식을 취하다 TV방송을 보고 『잘됐다』며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반면 북아현동 자택서 휴식을 취하던 이기택총재는 기대했던 경기지사 선거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이날 저녁 마포당사 지하 1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TV를 지켜보다 개표 초반부터 안정권으로 여기던 충남과 대전,강원은 물론 혼전지역으로 분류해 놓은 충북에서까지 큰 표 차이로 앞서 나가자 일제히 환호를 올렸다. 총재실에서 TV를 지켜보던 김종필총재는 애써 웃음을 감춘채 『최종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같은 결과는 자민련의 승리라기 보다는 국민들이 김영삼정부가 이끈 지난 2년반 동안을 불편하게 생각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중간평가론」을 우회적으로 상기시켰다. ▷빅3◁ ○…하오 6시 투표종료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 조순 서울시장후보가 무소속 박찬종 후보를 3∼5%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여의도의 조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승리가 확실하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술렁였다. 선대본부장인 이해찬 의원은 『아직 당선을 점치기는 이르지 않느냐』며 짐짓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여론조사결과가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자당의 정원식 서울시장후보 캠프는 이날 밤 12시쯤 패색이 짙은 것으로 드러나자 박성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서울시민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새로 당선된 시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박대변인은 『서울시민들의 선택을 준엄한 채찍으로 알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일층 분발해 앞으로 서울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했다. 선거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행여」하는 마음을 가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1위와의 간격이 커지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의도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밤새 지켜보던 무소속의 박찬종 서울시장후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순 후보에 비해 열세의 폭이 커지자 침통한 표정이었다. 박후보는 개표시작전 『최선을 다했고 마음을 비웠다.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김대중 이사장은 간이 콩알만하고 이해찬씨는 좁쌀만하고 나는 밤알만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는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후보는 그러나 자정 이후 패색이 짙어지자 방배동 자택으로 돌아가면서 『박찬종과 김대중의 싸움에서 결국 졌다.지역감정의 악령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허탈감을 표시했다.
  • 서울 빅3 동향(“열전” 6·27선거)

    ◎역·중심가·시장 돌며 “한표 호소” 강행군/난지도 거쳐 2곳서 잇따라 거리연설­정원식/명동·신림동서 유세… 상오엔 화랑 방문­조순/막힌 다리앞서 출근시민에 “지지” 부탁­박찬종 서울시장선거후보 가운데 「빅3」인 민자당의 정원식,민주당의 조순,무소속의 박찬종 후보는 12일 정당 또는 개인연설회를 갖고 각종 공약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본격적인 유세대결을 벌였다. ▷정원식 후보◁ ○…이날 상오 난지도를 방문,서울의 쓰레기실태를 파악한 뒤 마포구 서교동의 철도부지에서 처음으로 정당연설회를 가진 데 이어 지하철로 청량리역으로 옮겨 두번째 정당연설회를 가졌다. 정 후보는 1천여평의 철도부지와 청량리역전을 가득 채운 유권자를 대상으로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서울시가 안고 있는 교통·오염·안전·주택문제 등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성의는 물론 의지도 없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 후보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와 씨름을 벌여 돈을 따와야 하고 민자도 과감하게 유치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중 이러한 능력을 가진 후보는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순한 이미지를 지적하는 일부의 시각을 의식한 듯 『민선시장은 과거 상부의 눈치만 살피던 임명직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중앙정부와 사안에 따라 협조하기도 하고 씨름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과거에는 시행정을 몇몇이 밀실에서 결정함으로써 시민의 안위는 도외시되는 일이 허다했다』고 지적하고 자신은 시민의 중지를 모으고 시민을 시정에 참여시키는 「열린 행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정 후보가 입장하거나 퇴장할 때,또 연설 중간중간에 청년당원들은 「정원식」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또 정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기에 앞서 탤런트 출신인 최영한 의원과 코미디언 황기순·김미화씨,탤런트 김용건씨가 찬조연사로 나서 정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을 극력 자제했으나 마포유세에서 이 지역출신 박명환 의원은 『허구헌날 집안식구끼리 싸움을 벌이는 후보,독불장군인 후보에게는 시정을 맡길 수 없다』고 민주당의 조순,무소속의 박찬종 후보를 겨냥했다. 박명환 의원은 박 후보를 빚대어 『말단공무원이 되는 데도 보증이 필요한데 빚이 7조원이나 되는 모후보에게는 보증을 서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그러나 정 후보는 대통령부터 2백만명의 당원이 보증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날 정당연설회는 평일인 탓인지 연설회장은 대부분 중장년층의 여성유권자로 메워졌다. ▷조순 후보◁ ○…이날 하오 명동 상업은행앞과 관악구 신림극장앞에서 후보등록후 첫 유세를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낮 12시50분 명동에서 가진 연설회에서 조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무능하고 오만한 집권층에게 각성을 촉구하겠다』며 5백여명의 청중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조 후보는 『현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방선거를 연기하려 한 집단』이라며 강력히 비난한 뒤 정부의 실정을 열거해가며 『이번 선거를 현정부 2년반에 대한 중간결산으로 삼자』고 촉구했다.이날 명동유세에는 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정대철 고문과 이부영 부총재·이철 의원등이 찬조연사로 나서 청중에게 지지를 호소했으며 탤런트 정한용씨와 번효정씨등이 동행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서울시 각 구청장후보 20여명이 대거참석한 가운데 하오3시30분 신림동 신림극장앞에서 가진 정당연설회에서 조 후보는 『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역사는 20년 퇴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린유세」로 이름붙인 조 후보의 이날 유세에는 대학생등 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나서서 행사장주변의 휴지를 줍는 등 「깨끗한 후보」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조 후보는 이날 상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화가 박수근 작품전시회에 참석한 뒤 인사동을 방문,경인미술관에 들러 「치원여민」이라는 휘호를 직접 붓으로 써 보였다. ▷박찬종 후보◁ ○…이날 상오7시50분부터 1시간동안 한강대교 남단에서 출근하는 시민을 상대로 「다리유세」를 벌였다.박 후보는 앞으로도 매일 아침 시내 주요교량에서교통체증을 체험하며 이를 해결해줄 「실무시장」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박 후보는 이날 정체돼 있는 일부 차량이 경적을 울리거나 일부 운전자가 손을 흔들어 격려하자 『교통체증 덕을 볼 때도 있다』고 농담을 한 뒤 『내가 시장이 되면 막힌 서울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노량진수산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악수를 나눈 뒤 의자를 받쳐 만든 즉석연단에 올라 핸드 마이크로 「반짝유세」를 폈다.박 후보는 『시민의 눈치만 보는 청지기시장이 되겠다』면서 상인들의 출신지역분포를 의식한 듯 『지역을 떠나 우리가 사는 서울을 고향으로 느끼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낮 12시쯤 여의도백화점앞에서 개인연설회를 가진 박 후보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모여든 넥타이차림의 샐러리맨들을 상대로 『여러분이야말로 정치권에서 독불장군으로 질시를 받아온 이 사람을 이 자리에 세워준 주인공』이라고 젊은층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1억원의 비용을 들여 임대한 멀티큐브차량에서 울리는 효과음악과 함께 연예인자원봉사단으로 구성된 「박찬종 도우미」 10여명이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나눠주며 박 후보를 거들었다. 박 후보는 이어 영등포 연흥극장과 영등포시장·노량진역등으로 옮겨가며 유세를 계속했다.한편 박 후보의 부인 정기호 여사는 이날 노원·상계역등 전철역등을 따로 돌며 지지를 호소한 것을 비롯,앞으로도 지하철·시장등지에서 민자·민주당의 대규모유세와 대비되는 「맨투맨식」유세의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 베니스 비엔날레/한국관/한국적 정서 담긴 작품에 외국인 감탄

    ◎입체적 전시공간 베니스의 명물로 등장/전수천·김인겸·윤형근·곽훈씨 작품 전시 이탈리아의 고도 베니스에 한국바람이 거세다.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3일 앞둔 7일 한국관이 카스텔로공원 안에 문을 열자 현지의 관심이 한국관과 한국작가에게 쏠리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이기도 한 이 곳에는 비엔날레 개최에 따라 관광객과 예술인들이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이 몰려 한 달전부터 숙소가 동날 정도.이들과 베니스주민들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한국관을 단연 첫손가락에 꼽는다.따라서 일단 산마르코광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한국관을 보려고 카스텔로공원까지 줄지어 이동하곤 한다.공원 주변 주민들도 『한국관 때문에 더 유명해지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관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한국관이 평면적인 기존 독립관과 달리 입체·설치·영상매체등 현대적인 작품을 모두 소화할 만한 건축구조를 가진데다 전시된 작품들도 그들에게는 매우 특이하기 때문.게다가 독립국가관으로는 오스트리아관이후 15년만에 선보인 점,베니스비엔날레 1백주년을 맞는 해에 세워졌다는 점들도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관은 바다를 향해 출항하는 배의 모양을 본뜬 2백평 규모의 단층건물로 4개의 전시장을 갖고 있다.장방형의 유리전시장과 정방형의 벽돌전시장,원통형의 스틸전시장,그리고 옥상의 전시장이 그 것이다. 이 가운데 벽면이 유리로 된 유리전시장은 안팎에서 함께 작품을 볼 수 있어 조각이나 설치작품에 알맞으며,4면이 벽돌로 둘러싸인 벽돌전시장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또 스틸전시장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보여줘,이 세 전시장은 장방­정방­원형이라는 형태,유리­벽돌­금속이라는 소재의 차이를 통해 현재­과거­미래를 상징한다. 한국작가들의 작품도 한국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유리전시장에 설치된 전수천씨의 「토우」는 전체적으로 불규칙한 느낌을 주면서도 뭔지 규칙성이 엿보여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몽환적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벽돌전시장에는 전시공간 자체를 작품화한 듯한 김인겸씨의 설치미술이 자리잡았고스틸전시장은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표현하면서도 동·서양을 넘나드는 윤형근씨의 회화작품으로 꾸며졌다.이밖에 옥상전시장에는 곽훈씨가 전래의 생활용구인 옹기를 설치해 한국의 토속적인 생활의 운치를 살려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이 처음 참가한 것은 지난 86년,그동안 4차례 참가했지만 독립관이 없어 늘 이탈리아관의 일부를 빌리는 더부살이를 해왔다. 이제 한국관을 마련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게된 것은 물론 한국미술이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주돈식 문화체육부장관은 「베니스 시장을 비롯한 비엔날레 관계자들은 한국관이 다른 독립관과 구별되는 전시형태를 갖췄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번 1백주년 행사를 통해 한국 작각들이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측 커미셔너 이일씨/“한국문화 세계에 알릴 교두보 마련”(인터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독립된 한국관 건립을 성사시킨 사실 자체가 축하할 일입니다.베니스 비엔날레에 고작 5번 참가한뒤 한국관을 건립한것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지요」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측커미셔너 이일씨는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갖고 난뒤 6개월만에 완공을 보게된 한국관을 「명실상부한 한국문화 세계화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씨는 한국관이 주변 다른 국가관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카스텔로 공원안에 더 이상 국가관이 들어설 수 없는 상황에서 비엔날레 1백주년을 맞아 23개국가에서 국가관 건립을 신청해 한국관이 결정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악조건 속에서 준공을 보게된 한국관을 어떻게 한국문화 특히 한국미술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가 앞으로의 과제 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격년제로 열리고 전시기간도 불과 4개월밖에 않되지만 한국관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미술계를 비롯한 우리 문화계 전체가 모아야 합니다」 이씨는 한국관의 공간 구성이 가변적이고 다양한 전시가 가능해 다른 국가관보다도 현대미술 수용에 있어서더 훌륭한 장점을 갖고있음에도 이번 개관전시가 공간을 적절히 사용치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공사기간이 짧아 작가들도 도면을 보고 작업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었닫고 시인했다. ◎한국관 개관하던날/우리 미술관계자·정부인사 천여명 참석/김영동씨,비구니와 기념 퍼포먼스 연출/재일 최재은씨 참가 ○…한국관 바로 옆에 위치한 일본관에는 일본작가 4명 가운데 한사람으로 참여한 한국작가 최재은씨가 원색적인 줄무늬의 설치작품을 선보여 눈길. 한국의 색동무늬를 이용한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 최씨는 한국관이 설치돼 기쁘다면서 특히 자신의 작품이 바로 한국관 옆에 위치해 고향에 온것 같다고 웃음. ○“문화선진국 진입” ○…7일 하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관식이 열린 카스텔로 공원에는 한국에서 온 미술관계자와 정부인사등 1천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마치 한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붐벼 한국관 개관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반영.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관의 위치가 뒤로 확트인 아드리아 해가 바라다 보여 전망이 좋은데다 일본,독일,영국등 강대국의 국가관에 둘러싸여있어 자연스럽게 문화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개관식이 끝날 무렵 한국관 앞 뜰에서는 김영동씨가 비구니등과 함께 한국관 개관 기념 공연으로 퍼포먼스를 연출해 관광객들과 외국 참가작가들의 눈길이 집중. 대형옹기 40개를 이은 곽훈씨의 설치 미술을 배경으로 펼친 이날 퍼포먼스는 김씨가 대금을 연주하는 가운데 비구니등이 대나무를 머리에 올려 참선하는 것으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동서양의 만남을 표현했다는게 일반적인 관람평. ○영 다이앤자도 이에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을 4일 앞둔 수상도시 베니스시에는 각국의 참여작가가 속속 도착하는 가운데 거리의 상점이나 호텔등 숙박시설에도 비엔날레 엠블렘과 포스터등이 다양하게 나붙기 시작해 미술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 작가와 보도진등이 카스텔로 공원에 몰려들어 벌써부터 비엔날레가 시작된 분위기인 가운데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도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을 위해 이탈리아에 도착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반영.
  • 일731부대 군의관들 만행사과/“중국인 포로에 야만적생체실험”실토

    ◎“역사의 진실 외면”일 의회 각성을 촉구 【도쿄 AP AFP 연합】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세균전 실험에 관여했던 군의관들은 15일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공개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솔직히 인정,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악명높은 731부대 군의관 출신인 유아사 켄(78)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동료 군의관들이 전쟁 당시 중국인 포로들을 대상으로 신체절단과 장기제거등 각종 야만적인 인체 실험을 행했음을 실토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 웃음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실험을 행했다.우리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잘못을 반성했다. 그는 『일본 정치인들 가운데는 순진하게도 우리들이 성전을 수행했다고 믿고 있는가 하면 정치적 고려에서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부류들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려는 일본 의회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시노즈카 요시오(78)씨도 『전쟁중에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만행을 저질렀다.우리는 이것이 천황의 명령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역시 731부대에 근무했다는 시노즈카는 『우리는 종전후에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됐다』고 말하고 『국가의 양심이어야 할 의회의 사태 인식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731부대 출신들이 전후 일본 의료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했다고 밝히면서 이 때문에 『요즘의 일부 의과대학생들은 731부대를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는가 하면 그들이 의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말을 입에 담고 있다』고 개탄했다.
  • WTO시대의 애국/장정행 편집부국장(서울광장)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으로 거의 모든 시장이 개방됐는데도 최근들어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또다시 가중되고 있다.자몽의 통관지연문제로 이미 WTO에 제소까지한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력의 고삐를 늦추지않고 계속하여 육류 및 육가공제품등 식품전반에 걸쳐 총공세를 취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번 마찰의 발단은 비교적 사소한 일들이었다.미국서 들어온 자몽이 통관지연으로 썩었다는 미국의 주장과 이미 썩은 것이 들어왔다는 우리측이 맞선 것이다.컨테이너 3대분 4만여달러어치에 불과한 이 문제를 가지고 연간 4백억달러 규모인 한미교역이 WTO제소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않아도 좋을법한데 미국측은 비단 이번 경우 뿐 아니라 한국측이 올해들어 갑자기 농산물의 잔류농약검사항목을 늘려 통관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흥분하고 있다.냉동식품에 유통기한을 정해 기한이 지났다고 폐기처분을 하는가하면 초콜릿 하나 하나에 제품표시를 하도록 하고 팝콘용 옥수수에 대장균이 있다고 통관을 시켜주지 않는 등 온갖 규제를 다하고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미국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측은 그렇지않다고 반박하고 있다.그리고 그 반박이 우리로서는 대부분 옳은 것 같다.미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너무 심하게 군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그러나 설령 우리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한들 어떻게 하랴.이미 WTO에 제소된 이상 거기에 대응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할 것이며 미국의 흥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또 다른 몇가지를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입장에 처해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계속 늘어나 미국이 한국에 대해 무차별 시장개방압력을 가하고 있던 10여년전의 일이다.통상담당 고위공무원이 개방과 관련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사정기관에 끌려가 큰 곤욕을 치렀다.해마다 한번씩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차 귀국한 대사들을 상대로 통상현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당시 미국이 집요하게 매달렸던 양담배시장개방요구에 따른 고충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여러 대사님들이 앞장서 양담배를 피워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한 말이 화근이었다.개방압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는가벼운 농담조로 한 말에 애국심이 넘치는 어떤 대사 한분이 흥분하여 높은 분에게 거두절미하고 『대사들에게까지 양담배를 피우라고 하는 비애국적인 형편없는 고급공무원이 있더라』고 일러바쳤던 것이다.이 공무원은 며칠동안 뒷조사를 당하고 옷까지 벗을 뻔 했다가 모두가 인정하는 성실성과 능력 때문에 가까스로 살아났다. WTO체제의 출범으로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이제는 외국산 상품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양담배 정도가 아니라 먹는 것 입는 것에 호화사치품과 대학까지 밀려들고 있는 판이다.몇명의 장관까지 바꾸어가며 생명선처럼 지키려했던 우리의 쌀시장마저 열려 오는 8∼9월이면 외국쌀이 첫 선을 보인다. 상품은 물론 자본이나 서비스등 모든 분야의 국가간 거래에는 그야말로 국경이 없어진 셈이다.수입금지나 높은 관세와 같은 제도적인 규제는 이제 불가능하다.양담배 피우는 사람을 범법자로 다루었던 시대는 이미 옛날이다.봇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외국산으로부터 국내시장을 보호해보려는 충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번 자몽이나 초콜릿의 경우처럼 더 큰 손해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대사님과 같은 고전적인 애국심으로는 국내시장을 지킬 수 없다. WTO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경쟁력있는 서비스로 외국산을 이겨내는 길밖에 없다.그리고 소비자들이 외국산이면 무엇이든 좋다는 인식이나 외국산은 무조건 쓰지않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품질과 가격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의식을 가져야한다.이같은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야말로 제도적인 규제보다 더 효과적이며 우리 시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총리가 외국상품을 사라고 쇼를 해도 무역흑자는 자꾸 늘기만하는 일본이 좋은 예이다. WTO시대나 세계화시대에는 애국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 박홍 서강대 총장 「경찰위상」 특강

    ◎“젊은이 사상적 방황틈타 북세력 침투”/혼란·무질서 타파위해 공권력 필요/경찰은 봉사자… 사회 안정에 노력을 대학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박홍 서강대총장이 관할 경찰서의 초청으로 경찰관들에게 특별강연을 했다. 27일 상오 서울 마포경찰서 5층 대강당에서 직원 4백여명을 대상으로 2시간남짓 걸린 이 강연의 주제는 「개혁과 변화의 시기에 있어서 경찰의 위상과 사명」이었다. 박 총장은 특유의 걸쭉한 농담과 몸짓을 섞어가며 좌중을 압도해,강의시간이 처음 예정보다 40여분을 넘겼다. 그는 『총장을 해보니 경찰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알겠더라』고 말문을 꺼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뒤 『혼란과 무질서를 막기 위해 공권력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부정적인 현상들이 잇따라 터지는 변혁기에 경찰로선 갈등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경찰은 지배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스스로 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가치혼돈의 시대에 지역사회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학가와 노동계·군대안의 주사파와 관련,『북경이나 모스크바 동유럽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세계적으로 버림받은 막스레닌주의를 한국 젊은이들이 왜 새삼스럽게 추종하느냐 하는 질문을 받는다』고 전하고는 『이와는 달리 거의 매일 새벽 2∼3시쯤이면 낯선 청년으로부터 「왜 주사파를 미워하느냐」고 묻는 항의조의 전화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박 총장은 『우리사회에 주사파가 온존하고 있는 이유는 남한을 적화통일시키려는 북한 지도층과 노동당이 교묘한 선전전략으로 사상적으로 방황하는 우리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파고 들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또 일부 이념의 극단에 빠진 젊은이들이 과거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투쟁과정에 편승해온데다 교수등 지성인들이 이들의 사상적인 「서방질」을 부추겨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퇴물이 된 막스·레닌주의가 살아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박 총장은 끝으로 『원기둥 안에 든 원뿔을 위에서 관찰하면 밑면의 원과 점밖에 보이지 않지만 옆에서 바라보면 원기둥과 원뿔,원의 모습을 식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선의의 보통시민들을 원기둥으로,정의나 민주·통일에 대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원뿔로,적화통일을 위해 신분을 감춘 배후의 좌경폭력세력을 원으로 비유했다.선을 가장한 악의 사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 이건희 회장 북경발언 “파문”/“화합 분위기에 찬물” 재계서 눈총

    ◎삼성 “본뜻와전” 해명불구 일파만파/“정치 4류·관료 3류·기업 2류/행정규제 풀린것 하나도 없다/승용차 허가 부산 불만해소용”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정부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북경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이회장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정부와 재계는 발언배경과 파장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회장은 13일 북경의 조어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비보도를 전제로 한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세계화를 외치고 정부가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고 하지만,이 정권 들어와서 행정규제가 풀린 것이 하나도 없다』며 『국내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1천개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정부를 공격했다.그는 또 『삼성이 승용차에 진출한 것은 부산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며,삼성과 정부와의 관계가 긴밀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정부와의 관계는 오히려 적대적이라고 했다.이회장이 『정치는 4류,행정은 3류,기업은 2류』라고 한데서 이날 발언의 폭력성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어린이도 파문을 예상할 수 있는 이런 발언의 진의는 무엇일까.비보도 약속을 일부 언론이 깨뜨린 것도 문제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진의를 파악해보자』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의 미묘함을 들어 사건의 확대를 원치 않는 눈치다.그러나 그 진의가 어떻든 청와대까지 거론한 이회장의 발언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대체로 「너무 잘 나가는 이회장」의 오만함에 일단 눈총을 주고 있다.삼성 스스로가 정부쪽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회견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이들이 함께 작용했을 수도 있다. 삼성그룹과 경쟁관계인 A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너무 풀었더니 이회장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온 것 같다』며 『이회장의 돌출 발언으로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정부와 재계의 화합분위기에 금이 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회장의 발언에는 『정부가 사람 데려오는 것을 막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승용차에 진출한 삼성이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임직원들을 자유롭게 스카우트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인 셈이다.그러나 재계는 이 발언이야말로 이회장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으로 입을 모은다. 이회장은 지난해 12월 승용차에 신규 진출하면서 『기존업체의 현직 및 향후 퇴직자중 2년이 지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5개항의 각서를 상공부(현 통상산업부)에 제출했었다.인력스카우트 자제를 밝혔던 이회장이 이제와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들먹인 것은 기업인의 위상을 스스로 「장사꾼」으로 격하시켰다는 의견이 많다. 파문이 심해지자,삼성그룹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삼성은 언론기관에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21세기에 초일류 국가가 되려면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지 우리 정부가 4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또 『승용차 사업 허가가 특혜라는 시각이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말한 것』이라며 『정부와의 관계가 적대적이라고 한 것은 농담조로 던진 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진의부터 파악”… 공식대응 자제○…청와대 당국자들은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 삼성쪽의 해명이 어느 정도 수용됐음을 시사.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회장 발언에 대해서는 들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하고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기에 앞서 현재로서는 얘기할게 없다』고 신중한 자세. 김대통령도 이날 상오 한승수 비서실장으로부터 이회장 발언 파문의 전말을 보고받았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가 소개. 이와 관련,삼성측은 비보도를 전제로 했던 이회장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전화 및 팩시밀리를 통해 발언 전문 및 그 진의에 대해 해명했다는 후문. 청와대는 황병태 주중국대사로부터도 이회장의 발언내용을 보고받고 『좀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들 사이에는 『삼성이 정부와 너무 유착되었다는 비판에 대한 변명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아니냐』고 너그럽게 봐주는 시각도 있지만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이 이상한 말을하더니 이건희회장까지 그러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개하는 견해도 병존. 때문에 이번 일로 당장 어떤 조치는 없더라도 정부와 삼성간의 관계가 당분간 냉랭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
  • 「소설 약사법」 소고(송정숙 칼럼)

    「약사법」에만 시달리다 만 것처럼 비쳐졌던 1년 미만의 보사부장관직을 물러나자 출판일을 하는 ㅂ씨가 『소설 약사법을 집필하면 출판하겠노라』는 제안을 했다. 그것이 비록 ㅂ씨방식의 우정있는 농담에 지나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 제안의 재치있음에 무릎을 쳤다.아닌게 아니라 「그 약사법」은 소설의 소재로도 충분할 만큼 사연과 곡절이 많았다. 소설이 된다면,1980년 3월에 제정되어 그 다음달인 4월에 실시가 유보되었고 그렇게 13년 동안이나 사문화되다시피 하다가 급기야는 삭제되는 운명에 처하고 삭제된 뒤에 더욱 유명해진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1항 7호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약국에는 재래식 한약장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깨끗이 관리하여야 한다」 이것이 그 시행규칙의 전문이다.태어나자 마자 가사상태가 된 이 시행규칙은 약사들의 한약 조제판매에 결정적인 억지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면서도 한의사들에게는 약사의 한약조제를 불법화하고 있는 법적 근거로 여겨지게 했던 절묘한 구절이다. 표면만으로는 이렇게 애매하기만 한,깃털처럼 가벼운 한 구절이지만 태산만큼 육중한 이기주의들 사이에서 평형을 유지해준 고도로 기능적인 한 구절이었다.「민족의학」이 겪어온 오랜 세월의 설움과 피해의식이 집약되어 한풀이로 탈환한 고지와도 같으면서도 여러가지 상황논리의 중량에 압도되어 출발부터 기형이 되어버린 기구한 팔자의 이 시행규칙은,이미 죽어 사망신고가 끝난 시점에 와 있건만 또다시 해괴한 구설수에 말려들고 있다.옛 상사와 부하가 『속았다』느니『속인일 없다』느니 하며 벌이는,난센스 코미디같은 시비다. 미필의 「소설 약사법」 주인공「시행규칙」은 그를 단칼에 베어내는 용기를 발휘했다가 온갖 곤욕에 휘말리고 불이익을 감내하게 되는 현직 공무원을 등장인물로 동반하고 있다.당시의 약정국장인 그가 밝히는 약사법 삭제의 당위론은 이렇다.「모법이,약사의 한약 조제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문제의 시행규칙은 이미 사문화되었으며,그런데도 걸핏하면 공직자를 범법자로 모는 빌미만 주는 조항이므로 정리를 하고 그대신 한의학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대안을 세우기 위해」삭제를 품신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신념이 대단해서 그를 청문한 국회상임위원회에서는 그에게 「확신범」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을 지경이다.그런 그와 이 일을 함께 처리했던 그의 옛상사는 뒤늦게 그에게 『속아서』 결재를 했노라고 말한 것이다.느닷없이 사신을 띄워 그렇게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필적 「소설 약사법」의 소설적 요소는 바로 이렇게 알 수 없는 사연들에 있기도 하다.시행규칙을 단두대로 보내고 그 원한에 대한 보복의 위협이 두려워 타향을 유전하는 또하나의 등장인물 「옛상사」.그가 해원을 위해 마련해본 사신이 간신히 가라앉아 가던 지난 일을 되살려 놓은 것일 수 도 있다.더욱 소설적이다. 13년 동안 무사히 넘어 왔듯이 『그때 그 한 구절만 자르지 않았더라면…』하는 회한이 깊어져서 모든 허물을 「괘씸한」 옛부하에게 떠넘기게 되었고 「속은 것」이라는 허상도 만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그 점에서는 「확신범」인 전약정국장은 단호하다.『그건 공직자의 무사안일이다.엉거주춤한법규들로 행정이 왜곡되고 있는데도 계속 외면해온 그런 무사안일을 누군가는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런 결과까지 예측못했던 잘못은 인정하지만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그 신념이 어느 특정단체를 이롭게 했대서 로비 혐의를 받은 그는 감사도 받고 검찰조사도 받았다.그러나 혐의는 입증되지 못했다.『내가 돈을 벌고 싶었으면 진작 약국을 차렸지 고위공직으로 성공하고 싶어서 선택한 내공직인생을 뇌물로 더럽혔겠는가』하는 것이 조사를 무사히 넘긴 뒤 그의 말이었다. 그토록 숱한 곡절을 겪으며 관속에 들어가 한참이 된,주인공(약사법 시행규칙)이 망령처럼 나타나 해묵은 갈등을 재연하려 한다.아마도 그가 혼자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깃털처럼 가벼운 구절이 균형을 잡아주는 동안 탐욕스럽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던,좋았던 시절에 연연해서 무슨 일인가를 꾸며 보고 싶어하는 세력이 그 배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징조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법이 바뀌고 벌써 저세상으로 가버린 시행규칙을 가지고 또한번 판을 벌이고 싶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소설 약사법」의 주인공은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 자식에의 유산은 「사람됨」으로(박갑천 칼럼)

    어버이 주검 누여놓은채 상속재산싸움 벌이는 일쯤 이젠 「고전」이 되었다.그거 「얼른」 타내기 위해 어버이를 죽이는 세상으로까지 되잖았는가.재화는 재화라 했던가.세상은 점점 선거운 쪽으로 흘러가는구나 싶기만 하다.이 기막힐 현실을 두고 임의로운 친구끼리는 이런 농담도 한다.『자네,제명 제대로 살려거든 가진것 좀 나에게 떼어넘기라고』 사재 김정국이 황모라는 사람에게 써보냈다는 편지내용이 「송와잡설」에 실려있다.『그대가 살림모으기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말을 서울에서 들었소.사실이 그렇다면 이젠 그만하고 고요하게 천명에 순응하며 사느니만 못할 것이오.…나와 그대가 상수를 누린다 해도 불과 10년 남았는데 뭣 때문에 남의 궂은소리 들어가며 안달이란 말이오』 기쓰고 벌어봤자 저승노자도 못 가지고 가는 인생임을 깨달으라는 충고였던 듯하다.이 편지는 자기(김정국)가 가지고 있는「없을수 없는것」 열가지를 이렇게 들어놓고 있다.『…서적(책)한시렁,거문고 한벌,벗 한사람,신 한켤레,잠을 청할 베개 하나,환기하는 창 하나,햇볕쬘 마루 하나,늙은몸 의지할 지팡이 하나,봄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마리』.검소해야 함을 강조하려면서 들었다는 것뿐 그밖에 다른 것이 없었다고야 하겠는가.어쨌거나 이런 청빈에게 변변한 유산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애면글면 벌어서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는 것은 재산과 자식을 함께 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재산뿐 아니라 어버이의 권세·명성도 그렇다.그에 의탁하여 호가호위하려 들때 스스로는 게을러지기가 쉽다.그들은 그 「약기운」이 떨어지면 절망하고 좌절해 버린다.홍만종은 「순오지」에서 그런 귀유자제들이 『…패가망신할 지경에 이르고서도 깨닫지 못하니 슬픈일』이라면서 백거이(백거역)의 자경시를 소개해 놓고 있다.『누에는 늙어가며 고치를 만들건만 제몸을 가리지 못하고/벌은 굶어가며 꿀을 익혀도 마침내 남의 손에 돌아가네/늙어가며 집안걱정하는 사람들 모름지기 깨달을지니라/저 두벌레처럼 헛되이 신고하는 것임을』 언젠가 이 난에서도 소개한바 있는 「유산 안 남기기운동」이 이번 대학교수의 살부사건을계기로 더 확산되어 간다고 한다.재산에 대한 생각들을 달리하면서 「사람됨」을 물려주어 나가게 돼야겠다.
  • 경찰장관 피격/배후 진리교 추정/일경 수사 이틀째

    【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의 구니마쓰 다카지(국송효차) 경찰청 장관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31일 이번 범행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단정하고 자전거로 도주한 범인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예행연습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 전후에 현장 부근에서 수상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노나카 히로무(야중광무) 자치장관은 이날 『이번 사건은 국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7군데의 총상 중 4발이 명중된 구니마쓰 장관은 30일 일본의대 부속병원에서 6시간에 걸친 총탄제거 수출을 받았으나 병원측은 상태가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니마쓰 장관을 저격한 범인은 검정색 스포츠형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서 서쪽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현장은 아파트 부지로 자동차가 통행할수 없는 데다 주위 도로가 좁아 자전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범인이 총을 매우능란하게 사용한 점으로 미루어 뛰어난 사격기술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고 동일수법 전과자 및 폭력조직 야쿠자 등을 대상으로 용의선을 좁히고 있다. 경찰은 31일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사건과의 관련 의혹이 있는 오우무진리교 신도 2명을 불법 화학물질 소지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또 지하철 테러사건을 비롯해 경찰청장관 저격사건도 중앙 행정관서를 겨냥한 점을 중시,행정부처가 밀집해 있는 가스미가세키(하관) 주위에 대한 엄중경계에 들어갔으며 검문검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치안 총수피격」 수사 스케치/“살상력 높이려 강두에 홈” 프로급 단정/도쿄거주 외국인들 “빨리 떠나고 싶다” ○…구니마쓰 경찰청장관 피습 사건은 아파트가 한적한 곳에 위치한데다 피습 당시 부슬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목격자가 적어 수사가 쉽게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 구니마쓰 장관이 평소 「강한 경찰」을 내세우며 폭력단 단속,오우무 신리쿄에 대한 전국규모의 수사 등을 지휘했기 때문에 혐의는 일단 오우무 신리쿄나 조직폭력단 등에 두어지는 분위기.하지만 아무도 범행 배후를 단정짓지 못하고 있다.특히 경찰간부들은 「우익의 범행일 가능성은 적다」,「폭력단이 경찰총수를 노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오우무쪽을 의심하는 듯한 눈치. ○…일본 경찰은 공개되지 않은 정부요인의 주소를 알아내 출근시간에 맞춰 저격한 점,구니마쓰 장관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평소 정문이 아닌 뒤쪽 출입구를 이용한 점도 사전에 파악한 점,권총으로서는 비교적 먼 거리인 25m 거리에서 움직이는 목표를 향해 「프로」에 버금가게 정확하게 사격을 가한 점,탄알의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탄두에 홈을 판 점 등으로 보아 범인이 「확실하게 살인 의사를 가진 전문 총잡이」일 것으로 추정. ○…일본 경찰은 「국가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선 범인이 다른 범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요인및 공공교통기관 등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도록 전국 경찰에 긴급지시. 일본 정부는 또 요인테러 사건의 재발을 우려,각료 등에 대한 경호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각료들에 외출·출장·유세 등의 자제를 요청키로 결정. ○…최근의 잇따른 충격적 사건들로 도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점증. 한국기업의 일본 지사에 파견나와 있는 K씨는 『일본경찰이 신중하게 수사를 전개하다 보니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면서 『한국경찰이라면 최근 일어난 사건의 범인들을 상당수 검거했을 것』이라고 일본경찰의 늑장 행보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국인들 사이에는 「일본이 흉악한 테러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일본 근무에 대해 「위험지역 근무수당」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담같은 농담이 오고가기도. 후지 제록스사에 근무하는 미국인 와이너씨는 『엔고 현상으로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사건사고가 잇따라 더이상 일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말하기도.
  • 정부/재계/앙금씻고 협력시대진입/경제5단체장 청와대 오찬회동 의미

    ◎재벌정책 완화 시사… 기업활동 전념독려/일류화 지원약속… 재계분위기 일신기대 27일 낮 1시간20분동안 진행된 김영삼대통령과 경제5단체장의 오찬회동은 「동창회」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박상희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의 신임인사를 둘러싸고 폭소와 농담이 오갔다.말미에는 구평회무역협회장이 오찬메뉴인 도토리냉면의 조리법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김대통령이 『청와대비법이라 안된다』고 말해 다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유럽순방에 즈음해 조성되기 시작한 재계와 청와대의 협력분위기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경제5단체장오찬을 통해 최고조에 이른 인상이다.김대통령의 발언요지에 비추어 기업활동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이 확실해졌다.오찬회동의 동창회 같은 분위기를 놓고 청와대의 고위당국자는 『기업들이 정부의 공권력행사를 우려하지 말고 기업활동에 전념해달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적극적인 해석을 내렸다. 오찬회동내용을 브리핑한 한리헌경제수석은 회동의미에 대해 『재계와 정부의 공동체인식강화,정부와 재계의 깊은 대화와 협력분위기제고』라고 말했다.한수석은 『재벌정책이 바뀌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재벌정책이란 게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여러가지 상황인식에 달린 것』이라면서 『현재는 공동체인식이 강조되고 있고 기업과 정부가 건실한 경제운용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의와 오찬을 통해 경제제1주의·기업우선주의 정책,정부와 기업의 공동체인식강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3가지 큰 선물을 재계에 내놨다. 김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활동과 관련,경제장관회의에서 『담합과 같은 거래질서문란행위가 없도록 하되 기업이 정부의 이런 노력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예방」과 「지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그동안 재벌그룹의 구조개편등을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자주 활용했고,전경련회장사인 선경그룹이 이 문제로 정부와 갈등 속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대통령의 지시는 「재벌정책」의 완화를 시사하는 것으로볼 수 있다.특히 재벌구조의 축소개편에 앞장섰던 한수석이 공동체인식을 강조한 것은 정부의 재벌정책이 규제보다는 세계와의 싸움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뀔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업여건과 규제완화를 원점에서 재검하도록 지시했다.또 건설업계의 자금난과 도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도록 이야기했다.정부의 기업지원을 한단계 더 높이라는 지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재계는 그동안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에 있어 갈등상태를 지속해왔다.재벌기업들은 정부의 공권력행사에 방어벽도 없이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덕산과 유원건설사태,선경건설 세무조사등이 재계의 이같은 심리를 보다 위축시켜왔다. 이날 오찬회동과 경제장관회의 지시사항으로 정부와 재계는 밀월시대에 들어간 것으로 봐도 좋을 듯싶다.김대통령의 이런 변신은 유럽순방을 통해 예고된 부분들이기도 하다.벨기에에서의 수행기자간담회에서 『선진유럽제국의 모든 관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에 있음을 보고 놀랐다』고 말함으로써 귀국후 경제우선정책으로 국정운영구도가 바뀔 것임이 예고된 것이다.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세계화인식,여러가지 국내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보수세력인 재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국내상황의 인식등이 겹쳐진 결과들로 풀이되고 있다. ◎청와대오찬 대화록/기업자금 선거유출 없게/김 대통령/환율 급속 절상… 경쟁 애로/단체장 김영삼대통령이 27일 낮 청와대에서 경제5단체장에게 오찬을 베풀며 나눈 대화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 대통령=유럽순방을 통해 우리의 세계화정책이 시의적절한 것임을 확인했다.기업체들이 일류화 경쟁에 앞장 서 달라.정부는 그에 대한 뒷받침으로 기업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것이다.엔고의 여건을 잘 활용해 일본의 부품산업이 우리나라에 유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부도 여건개선을 위해 제도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이를 통해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의 기업들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구평회무협회장=환율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원화환율의 급속한 절상으로 중소기업,특히 동남아 후발개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상희 중기협회장=경선 10년만에 처음으로 창업주가 1백20만 중소기업인의 대표가 돼 자부심을 느낀다.중소기업을 무조건 도와달라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홀로서기노력이 최우선이고,그렇게 하면 정부가 돕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김 대통령=듣던중 가장 반갑고 고마운 이야기다.박회장은 곧 대기업이 될 것 같다.(좌중에 폭소) ▲박 회장=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중소기업제품의 단체수의계약은 97년부터 금지된다.그 이전에는 남도록해 중소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달라. ▲이동찬 경총회장=경·노총간에 중앙차원의 임금합의는 없었다.그러나 적정수준의 임금타결,임금격차 완화에는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있다.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고 올 임금협상은 전체적으로 큰 분란 없이 수용될 것이다. ▲김 대통령=올해 선거가 있어 시중자금이 선거로 빠져나가면 기업자금사정이 특히 어려워진다.그렇다고 통화를 더 늘릴 수도 없다.법정선거자금외의 자금이 선거로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종현 전경련회장=대통령의 뜻을 재계에 옮기고 협조하도록 하겠다.유럽순방에서 경제제1주의를 천명해 기업의 사기가 높다.최선을 다하겠다.
  • 독감… 약이 좋아질수록 독해진다(박갑천 칼럼)

    독감걸린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요즈음 독감 안걸린 사람도 사람이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이다.목이 붓고 온몸이 쑤시고 하여 엄살피우면서 입원하겠다는 사람까지 있다고 들린다.그래서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독감 아닌가 하면서 겁들을 집어먹는다. 앙드레 지드에게 그런 감기노이로제가 있었던 듯하다.어느 날 극장에 갔다가 으슬으슬함을 느끼자 감기걸리지 않나 지레 겁부터 먹었다.그는 그 자리에서 가지고간 아래속옷을 꺼내어 입는다.함께간 친구가 버럭 화를 냈다.『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아랫도리를 벗어? 자네하고 같이 다니다간 창피당하기 십상이겠군』.그러고서 휙 나가버렸다. 『남의 염병이 내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감기의 토박이말은 「고뿔」이다.그말은「고」와「블」로써 이루어졌다.「고」는 「코」의 옛말이고 「블」은 「불」(화)이다.중세어로 「곳블」이었음이 그를 말해준다.코가 불같아지는 증상이 「곳블­고뿔」아니었겠는가.그러나 한편 「블」은 풀(교)의 옛말 「블」이었다고 생각해 볼수도 있다.감기들면 풀같은 코가 연신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이 고뿔은 달리 또「개좆불」「개좆머리」라고도 했는데 오죽 짜증스러웠으면 그리 불렀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고뿔­개좆불­개좆머리」시대의 감기는「양반」이다.「입원」할 생각이 날정도의 것은 아니었잖은가.지드시대의 프랑스 고뿔도 그랬으리라.한데 그「양반」이 차츰 걸쌈스런 「상놈」으로 변질되어 온다.왜그런가.발달하는 의약 때문이다.그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다.약이 독해짐에 따라 감기바이러스 또한 감사나워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하나의 난치병을 다스리면 새 난치병이 생겨나는 인류사가 그 맥락이라 할 것이다. 이솝우화가 생각난다.북풍과 해님사이에 벌인 신사의 외투벗기기 내기 얘기이다.북풍은 강한 바람으로 외투를 벗기려 한다.하지만 강하게 불면불수록 신사는 외투자락을 꽉움켜쥐고 내댄다.그런데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자 신사는 제풀에 외투를 벗는다.이런 인생의 기미를 두고「맹자」(공손축상)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힘으로써 정복한 것은 심복이 아니다.힘이 모자라므로 복종하고있다는 것 뿐이다』 힘(약)으로는 고뿔을 영원히 못없앨 것인지 모른다.힘이 강하면 엎드려있다가 힘을 기른다음 다시 달려들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햇볕」이라는 처방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아닐지.인생살이를 두고도 생각해볼 대목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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