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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노장 성악가 ‘50년 우정의 하모니’

    오현명·안형일 두 노장 성악가의 ‘50년 우정 콘서트’가 태어난 곳은 냉면집이다. 오현명(78) 한양대 명예교수는 잘 알려진 대로 냉면광.“냉면이야말로 맛이 있고 없음이 너무나도 뚜렷한 음식”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안형일(75) 서울대 명예교수는 냉면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오현명에게 50년 넘게 ‘끌려다니다’보니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두 사람은 두 시간 가까이 차를 몰아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경기도 송추의 단골 면옥(麵屋)을 찾았다.안형일이 “독창회를 한번 하려는데….”라고 하자 오현명은 “그러지 말고 둘이 같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불쑥 제안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처음 한 무대에 선 것이 부산 피란 시절 해군정훈음악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1951년 아닌가.오현명은 냉면을 먹으며 ‘50년 우정 콘서트’라는 제목을 떠올렸다.‘영원한 테너 안형일’과 ‘노래 나그네 오현명’이라는,공연 홍보를 위한 인쇄물의 카피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공연날짜는 11월1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잡아놓았다. 그로부터 6개월,공연을 열흘 남짓 남겨둔 두 사람은 연습에 한창이었다.지하에 소극장 ‘오퍼스홀’이 들어 있는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 5층.정진우(74) 서울대 명예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 가운데 ‘내 마지막 부탁일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아노 반주를 하던 정진우는 안형일이 이중창의 고음부분을 멋들어지게 처리하자,기자 둘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농담삼아 “손님이 와서 긴장을 하니까 좀 제대로 되는 것 같구먼.”이라며 흡족해했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정진우는 “반주를 흔쾌히 맡으셨느냐.”는 물음에 평안도 사투리로 “1956년부터 오현명의 독창회 반주는 모조리 내가 했수다.”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하긴 세 사람에 비하면 ‘젊은이’에속하는 이성균(67)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안형일과 ‘일생을 같이한’반주자였다. 정진우와 이성균은 “네 분의 50년 우정이 아니라,두 분의 50년 우정만 내세워 섭섭지 않으셨느냐.”는 말에 “그렇치,그럴 수도 있었겠구먼.”이라고 말하곤 그만이었다.그러면서 “사실 50년 우정이라지만,이 대목은 이렇게해야 하느니 저 대목은 저렇게 해야 하느니 음악의 표현방법을 놓고 평생을 다투기도 어지간히 다투면서 쌓아온 우정”이라면서 웃었다. 음악평론가 한상우에 따르면 오현명과 안형일을 빼고는 한국의 오페라를 말할 수 없다.두 사람을 제외하면 한국 성악연주사에서 19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30년에 큰 구멍이 뚫린다는 것이다.두 사람이 그동안 함께 무대에선 것은 자신들 말마따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다. 지금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30곡은 될 것이라고 했다.이번 연주회에서 두 사람은 평생 호흡을 맞춰온 반주자들과 짝을 이뤄,역시 평생을 즐겨부른 한국가곡과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내 마지막 부탁일세’는 유일한 이중창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두 사람은 이날 “친구여 내 약속 믿고 맘 편하게 떠나가게.”라는 ‘내 마지막…’의 마지막 부분을 연습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꽉잡았다.(02)497-1973. 서동철기자 dcsuh@
  • 남북 청년학생대회/ 본사기자 2박3일 참관기 - 2002년 10월 금강산은 ‘통일조국’

    2002년 10월 금강산은 이미 ‘통일된 조국’이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 금강산 김정숙휴양소 운동장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관철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남북해외 청년학생통일대회’에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남과 북,해외의 청년학생 500명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흘동안 한목소리로 통일을 노래했고,손 꼭잡고 금강산에 함께 올랐다.축구공을 쫓으며 함께 땀흘렸고,저녁이면 술잔 기울이며 속내 깊은 얘기와 진지한 토론,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13일 저녁 금강산 여관에서 북측이 마련한 음식을 나눠 먹는 자리에서도 연신 웃음꽃을 피웠고 노랫소리도 끊이지 않았다.남측 김연수(25·여)씨는 북측 한 청년에게 농담조로 “통일되면 돌아오는 첫번째 수요일에 결혼하자.”고 운을 떼자 “좋다.그날 서울로 데리러 갈 테니 곱게 차리고 기다려라.”는 화답을 듣는 등 남남북녀(南男北女) 또는 남녀북남(南女北男)의 ‘정혼풍경’도 곳곳에서 보였다. 남과 북,해외의 청년 학생들의 순수한 통일 열정은 갈라져 살아온 50년이 무색할정도로 자연스러웠고 서로에 대한 반가움이 진하게 풍겼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십시오.금강산 파란 가을 하늘 전체가 거대한 한반도 단일기입니다.” 명예손님으로 참가한 통일연대 한상렬(韓相烈) 상임대표가 14일 오전 폐막식에 앞서 축하연설을 하며 기쁨과 흐뭇함을 이렇게 나타냈다. 금강산은 실제 대회기간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 이어졌다.운동장한 편에는 파란 하늘보다 더 파란 색깔의 ‘한반도기’가 펄럭이며 남북 청년들의 역사적 만남을 생생히 지켜봤다.그리고 금강산을 쩌렁거리게 만든 남북해외 500여 청년들의 통일 함성은 그 가을 하늘보다도,한반도기보다도 더욱 드높고 푸르렀다. 대회 참가자들은 마지막날 공동호소문을 통해 ▲6·15공동선언 고수와 관철을 위해 거족적인 운동에 앞장설 것 ▲6·15공동선언 기치 아래 뭉쳐 조국의 안녕과 조국의 평화를 위해 앞장설 것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해내외 각계각층의 연대연합을 폭넓고 적극적으로 실현할 것을 밝혔다.폐막식을 마친 뒤 오후 금강산 공동 등반을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이들은 곳곳에서 눈물바다를 이뤘다.오전까지 재잘대며 ‘우리는 하나’,‘경의선 타고’ 등 노래에 맞춰 통일열차 놀이를 했고 좀 전까지 금강산 단풍 구경에 마냥 신나기만 했던 이들은 그저 서로 껴안고 눈물 흘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움직이는 버스를 따라가며 차창을 사이에 두고 맞잡은 손 놓지 못하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재일교포 3세인 조선대학교 음악과 2학년인 리청자(20·여)씨는 “남쪽의 언니,오빠들 만나보니 조국이 더욱 소중해지고 꼭 통일이 돼서 함께 지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렇게 언니들과 헤어지게 되니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응원단장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평양기계대학 기계생산공학부 4학년 고금철(27)씨는 “북남이 정말 같은 민족,같은 핏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꼭다시 만나자.”면서 계속 손을 흔들었다. 남북해외 청년들의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북녘에 남아 있는 이들이나,일본으로 돌아갈 이들,그리고 고성항을 떠나 남녘으로 향하는 이들 모두의 가슴에 ‘통일’ 두 글자를 오롯이 새기면서 한반도의 실제 통일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금강산 박록삼기자 youngtan@
  • [마당] 기분 좋은 사회를 위하여

    다른 사람들도 여러 번 지적했지만 고쳐지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한번 더 말하겠다. 식당에 가서 가끔씩 당하는 경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손님이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그런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다.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면, 메뉴판이 있고 그 메뉴판의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은 손님의 당연한 권리다. 곱창 전골로 예를 들어보겠다.(곱창 전골을 예로 들었다고 화내지 마세요.저 곱창집 단골이 많답니다.얼마나 자주 가는가 하면 어떤 곱창집에선 구정·추석에 주인아저씨가 우리 집에 갈비도 보내준답니다.) 뭘 먹어야겠다고 결정짓지 않고 식당에 들어간다.자리에 앉는다.뭘 먹을까 메뉴판을 들여다본다.아,오랜만에 곱창전골을 먹어야지!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나타나서 주문을 받는다.“뭐 드실래요?” “네,곱창전골 주세요.” “손님 곱창전골은 2인분 이상 시켜야 되는데요.” 여기서부터 열 받는다.왜 열받는지 경험해 본 분들은 알 거다.여기서의 선택은 식당에서 나오든지,다른 걸 시켜먹든지 혼자서 2인분을 시켜 먹든지 해야 된다.어느 것 하나 즐거운 선택이 아닌 거다.이럴 때 메뉴판에 이렇게 써놓으면 어떨까? 곱창전골 1인분에 1만 2000원,2인분에 2만원 하면 되지 않을까? 또 어떤 식당에 가면 음식값이 3900원이나 4900원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싸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을 것이다.처음엔 재미있고 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점점 약효가 떨어져서 그저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그렇게 하지 말고 음식값을 4100원,5100원이라고 정한 후에 손님이 계산할 때 주인은 큰 소리로 외치는 거다.“4000원만 주세요.” “5000원만 주세요.” 손님들은 4000원 내고 100원 거슬러 받을 때보다 5100원짜리를 5000원만 내는 게 훨씬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중국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킬 때 자주 있는 일이다.뭘 먹을까 하는데 누가 꼭 한마디한다.“똑같은 걸로 시켜.그래야 빨리 나와.” 식량을 배급 타먹는 시대가 아닌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영 유쾌하지가 않다. 다들 자장면 할 때 나혼자 우동하면 바보되기 십상이다.심지어는 이런 농담까지 듣는다.“이래서 통일이 안 된다니까.” 우습지도 않은데 말한 놈만 말해 놓고 낄낄거린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통일이 안되는 이유가 내가 우동을 시켜 먹어란 말이냐. 식당뿐이 아니다.올 봄에는 경복궁을 다녀왔고 지지난 주에는 덕수궁을 다녀왔다.팍팍한 서울살이에 가끔 종묘도 가 보고 경복궁도 가 보고 덕수궁도가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피로회복제를 열병쯤 마신 기분이 난다.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을 하나 발견했다. 경복궁도 그렇고 덕수궁도 그렇고 가볼 적마다 무슨 공사인가를 한다는 거다.공사하는 거야 누가 탓하랴.덕수궁 입장료가 700원이다.입장료 700원 안에는 덕수궁에 들어갔다가 5분 만에 나와도 되고 10분 만에 나와도 되고,아침 일찍 들어가 끝나는 시간에 나오든 그거야 입장한 사람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문제는 공사중인 곳에는 줄을 쳐 놔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구경도 못한다는 거다.이럴 때 매표소 앞에 이런 안내 글귀 하나 있으면 어떨까.덕수궁에 들어오시면 어디어디가 공사중이라서 관람을 못 하시므로 입장료 100원 혹은 50원쯤을 깎아드리고 공사가 끝나면 다시 700원 받겠습니다.한마디 더 보탠다면 ‘50원이나 100원을 돌려드리기는 그렇고,모아서 수재민에게 시민 여러분의 이름으로 성금으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전유성 개그맨
  • 대선후보 행보/ ‘종교계 표심잡기’ 3龍3色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몽준(鄭夢準)의원은 14일 ‘종교’를 통한 표심잡기에 몰두했다. ◆이회창 후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자신의 종교인 천주교 이외의 교단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갱신연구원 목회자 신학세미나에 참석해 기독교인 표심잡기에 몰두했다.그는 특강에서 신앙의 본질을 ‘사랑과 진실’로 규정한 뒤 “당면한 어려움을 헤치고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지도가가 필요하다.”면서 “약속을 하면 책임을 지는 정직하고 당당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집권한다면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를 세우고,어떤 일이 있어도 부정부패만은 추방하여 세계에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명예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 노 후보는 이 후보에 앞서 같은 행사장에 참석,‘신앙과 애국’이란 주제로 연설을 하며 기독교인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노 후보는 연설에서 “지난 100년간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은 하나였으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애국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시대의 핵심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분열의 극복과 국민통합,서민생활의 안정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정착,수도권 집중해소와 지방분권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과제를 수행할 수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 정 의원은 이날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찾아 ‘불심잡기’에 몰두했다.그는 이날 통도사 창건 1357주년 기념 개산대재에 참석,축사를 하고 주지인 현문(玄門) 스님과 환담을 나눴다.이 자리에는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와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 등도 함께했다. 정 의원은 환담 도중 김 최고위원이 “왜 남의 지역구에 허락도 없이 왔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안상영 부산시장이 나에게 명예 부산시민증을 준다고 했으나 한나라당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나라당을 겨냥해 눈길을 끌었다. 조승진 김재천 박정경기자 redtrain@
  • 인물화가 김호석 전시회-가족들 표정에 담긴 삶의 진실

    한국화가 김호석(45)은 인물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수염 한 올,주름 한 가닥까지 화면에 잡아내는 극사실적인 필치로 전봉준·신채호 등 역사의 인물을 눈에 본 듯 재현해 냈고,생전의 성철 스님과 문익환 목사,김근태 국회의원 등을 통해 ‘현재’를 그렸다.그러나 그가 진짜 즐겨 그리는 인물은 그의 가족이다.이제 75세인의 아버지와 40대 초반의 아내,중학생 딸,개구쟁이 초등학생 아들 등이다.특히 아버지는 5년 전부터 그의 부탁으로 수염을 기르는 등 화가 아들을 둔 덕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이 입고 쓰던 물건을 기피하는 성향에 견주어 볼 때 가족을 대상으로 한그의 그림은 시장성이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20대 이래로 전업작가 대오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즉 그는 잘 팔리는 작가다. “겸재 정선은 ‘인왕제색도’에서 인왕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비 갠 뒤의 생생한 세계를 보여주려던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저 역시 혈연적인 가족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사람들의 진실한 표정을 포착해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다.그가 치중하는 그림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순간순간의 진실이 담겨 있다.예를 들어보자.‘칼에 묻은 꿀’은 한 노인이 칼 끝에 꿀을 묻혀 맛을 보고 있다.꿀의 달콤함에 비수의 위험함을 잊어버린 노인의 눈은 눈동자가 풀어져(눈동자를 안그렸다.) 표정이 한껏 나른하다.‘절정’은 뒷산에서 진달래를 꺾어온 딸이 새침한 표정을 짓는 그림.그녀는 벌 한마리가 자신의 왼쪽 가슴팍으로 파고 든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새침할 수있을까. 허를 찌르는 풍자와 해학의 인물화 19점이 ‘열아홉 번의 농담’이란 제목으로 18일까지 동산방에서 전시된다. 18세기 이후 100여년간 단절된 전통 인물화 기법인 배채(背彩)기법,즉 윤곽선·머리카락 등을 제외하고 화선지 뒷면에 채색해 우러나오게 하는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02)733-5877. 문소영기자
  • [대선후보 프리즘] (2)음주 스타일

    정치인들에게도 술은 인간적인 면을 내비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유권자들에게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술을 마시고도 흐뜨러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범부(凡夫)들과 분명한 선을 긋기도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공식적인 주량은 소주 반병이지만 ‘실전’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하다.얼굴이 금방 벌게지는 스타일이면서도,의원 연찬회 같은 자리에서는 정량으로 돌아가는 폭탄주를 소화해내고도 테이블을 돌며 의원들과 일일이 대작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술자리에서는 농담도 잘한다.그의 ‘폭탄주법(酒法)’은 이른바 ‘텐-텐’이다.소주든 위스키든 ‘뇌관’을 가득채우고 맥주도 10부로 따른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술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다.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담소를 좋아해 술자리를 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정치 초년생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하는 벗들과 밤을 지새우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집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즐겨하는 술은 소주로 반 병 정도 마신다.이 수준을 넘어가면 흥에 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작은 연인들’‘아침이슬’‘어머니’ 등을 종종 부른다.또한 ‘곱사춤’으로 여흥을 돋우는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술에 관한 한 ‘잡식성’으로 소주,양주,맥주,와인,민속주를 마다하지 않는다.다만 저녁식사 반주로는 화이트와인을,운동한 뒤엔 맥주를 즐기는 편이다.자리와 기분에 따라 폭탄주 10잔 이상도 마시는 실력이지만 대선출마 선언 이후엔 3∼4잔 정도로 절주하고 있다.주변에선 “폭음으로 흐트러진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한때 ‘목숨 걸고’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했으나 지금은 많이 줄였다.초저녁 시작한 술이 동틀 무렵 끝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지인(知人)들의 전언이다. “편집국장의 일 가운데 중요한 게 기자들 술 사 주는 일입니다.1차를 끝내고 ‘그만 먹자.’해도 권영길만 끝까지 따라 붙었어요.붙임성이 있고,밉상이 아니어서 기분좋게 술을 사줬습니다.” 서울신문에서 함께 근무했던 남재희(南載熙) 전 노동부장관의 그에 대한 평가다.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는 대표적인 두주불사(斗酒不辭) 정치인으로 꼽히곤 했다.폭탄주 실력 또한 출중해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를 피할 정도였다.그러나 총리를 맡았을 때부터 철저하게 절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경호 이지운 김재천기자 jade@
  • 아시안게임/ 카누 - 금보다 값진 은

    “카누 솜씨보다 밥짓는 솜씨가 더 나을걸요?” 한국 카누팀의 한 선수는 메달을 확정지은 뒤 “정말 잘했다.”는 주위의 격려에 이렇게 농담을 했다.미사리 조정경기장이나 부산 서낙동강경기장과 이웃한 여관에서 직접 밥을 해먹으며 훈련을 해야할 만큼 어려웠던 여건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대목이었다. 카누 대표팀은 이렇듯 비인기종목의 설움속에서도 10일 한국신기록 2개를 갈아치우며 값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열악한 지원 탓에 변변한 국제대회조차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90년 북경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에 ‘노골드’의 수모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회복하려던 선수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첫 경기인 카약1인승 1000m(K-1)에 출전한 남성호(대구동구청)가 중국의 리우하이타오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문 데 이어 카약 2인승에서도 남성호·정광수(부여군청)가 은메달에 머물자 경무현 감독은 아쉬운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경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지 못한 게 한이 되는 듯 “역시 우물안 개구리 꼴이었어….”라는 신음을 토해냈다. 실제 카누대표팀은 지난 5월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카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것이 올해 국제경험의 전부.그나마 이 대회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중국 등 카누 강국들이 다른 세계대회 참가를 위해 1진을 파견하지 않은 2류 대회였다.수준 높은 세계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높여온 다른 나라선수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카누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집중육성종목으로 선정되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90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딴 것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 감독은 “열악한 재정은 극복할 수 있다고 해도 갈수록 엷어져 가는 선수층이 더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카누팀은 12일 남자 카나디안 2인승500m(C-2)에서 전광락·박창규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부산 조현석기자 hyun68@
  • 새영화 ‘굳세어라 금순아’ - 평범한 주부의 유흥가 대모험

    ‘굳세어라 금순아’(18일 개봉·제작 아인스필름)의 줄거리는 단순명쾌하다. 왕년의 배구스타인 금순이는 부상으로 꿈을 접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다.남편 준태(김태우)는 첫 출근날 상사에게 ‘술고문’을 당한 뒤 이상한 술집으로 끌려간다.곧 집으로 남편을 데려가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금순이의 유흥가 대모험이 시작되는데…. 영화는 이 큰 줄기에 갖가지 가지를 치며 우리의 ‘밤문화’에 돋보기를 들이댄다.월급을 못 받고 쫓겨나는 조선족 여성,소녀에게 추근대는 어른,성적인 농담을 안주 삼아 떠벌리고 폭탄주를 쏟아 붓는 직장인.“못된 남자들을 혼내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대로 금순이는 이들을 향해 스파이크를 날린다. 그럼에도 영화에는 통쾌한 한방이 부족하다.중반부는 조폭에게 쫓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루하게 늘어진다.단순한 줄거리인만큼 좀 더 다양한 에피소드로 잔가지를 풍성하게 만들어 유머와 속도감을 살렸으면 어땠을까.촘촘한 에피소드 사이에 사회비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에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화를 따라 골목마다 들어선 유흥주점을 쫓아다니다 보면,평소 별생각없이 지나치던 밤거리의 기형적인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현남섭 감독의 데뷔작. 김소연기자
  • [男男女女]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

    “아직도 40∼50대의 정상적 부부는 말야,남자가 휭하니 앞서가고 여자는 그 남자 오른쪽 뒤로 한 1m 정도 뒤처져서 쫓아가는 모습이야.남자가 여자옆에 꼭 붙어서 손을 잡고 걷는다든지,뭔가 열심히 얘기를 한다든지 하면,그건 좀 수상쩍은 관계인 거야.” 30∼50대 선후배들이 참석한 한 모임에서 50대 남자 선배가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 끝에 ‘정상적인’ 것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내놓았다.참석자들은 모두 “맞다.”며 박장대소를 했다.얼핏 그림이 그려졌다.부모세대에게서 늘 봐온 모습이기도 했다. 얘기가 재미있어 20∼30대의 다른 남자들에게 옮겨 보았다.그랬더니 자신의 경험이 묻은 ‘정상적인’ 관계와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또다른 해석들을 내놓았다.식당에서의 예다.남자가 나서서 여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 놓아주면 비정상적,남자가 TV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당연히 여자는 TV를 등지고 앉게 된다) 팔짱을 낀 채 몰두하고 있으면 정상적이라는 것이다.반찬이 모자랄 때 목청껏 주문하는 사람이 남자면 비정상적이다.남자가 출입문을 열어주며 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비정상적이다. 문득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남자의 자상함이나 섬세한 배려는 ‘비정상적’으로 분류되고,무관심과 자기중심적 태도는 ‘정상적’으로 분류되니 말이다.물론 이같은 사례가 일반적인 잣대는 아닐 것이다.하지만 남자들 사이에 이런 ‘농담 같은 진담’들이 오고갈 수 있는 기저에는 ‘이제 저 여자는 내 사람이니까 나 편한대로 해도 괜찮겠지.’하는 묘한 태만이 흐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남자들 중에는 아내에게 잘해 주느냐는 질문에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요즘 여자들도 제법 쓰는 말이다.즉,연애시절의 살갑고 다정다감한 태도와 눈빛을 결혼 후에도 기대하면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은 남녀관계의 종착역이 아니라 인생의 환승역 아니겠는가.결혼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두배나 더 많은 인생을 즐겁게 지내고자 열차를 갈아타는 행동일 것이다.때문에 결혼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몇년 전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에서 마주친 미국의 노부부들이 생각난다.은퇴한 것으로 보이는 은발의 노부부들은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보며 폭포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노년의 사랑이 뜨겁지는 않았지만,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한국 남자들에게 부인과 함께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노년이 준비돼 있는지,그것이 궁금해진다.‘잡힌 물고기’도 기다리다 지치면 반란을 준비할 수 있음을 남자들은 짐작이나 할까. 문소영기자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2)권영길후보 부인 강지연씨

    권영길(權永吉·61)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부인 강지연(姜知延·59)씨는 일요일인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연립주택 자택에서 기자들을 맞았다.“막 외출을 하려는 중”이라고 양복차림으로 나오는 권 후보 얼굴 뒤로 공간이 모자라 방 가운데까지 서가가 돌출해 있는 서재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게 보였다.매듭단추로 앞을 여민 개량한복 차림의 강씨에게선 인내로써 고난을 이겨낸 강인함이 풍겨 나왔다.남편에 대한 신뢰와 함께 민노당의 대선 공약과 쟁점 이슈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거실에 사각상을 펴놓고 앉아 1시간30분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권 후보의 노모가 나와 “수고가 많다.”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대담에는 신연숙 문화에디터와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겸 본사 명예논설위원이 참여했다. ■결혼과정 ◇권 후보가 오빠의 친구라던데,어떤 점이 좋았나요. 고종사촌 오빠의 경남고 동기예요.오빠가 서울 우리집에서 대학을 다녀 자연히 친구들이 드나들게 됐고,그래서 만나서 대화도 하게 됐는데 (권 후보가)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이좋았습니다.연애감정으로 바뀐 시기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진지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50년대 말 당시에 이미 전쟁고아 등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혼자서 가르치기 시작했고,나중에 친구들과 서클을 만들어서 3∼4년을 계속했지요. ◇청혼은 어떻게 하시던가요. 연애를 하자 친정어머니가 극구 말렸어요.저는 있는 집 딸이고,권 후보는 없는 집 외아들에 홀어머니가 계시니,반대할 이유는 충분하죠(웃음)? 하지만 말리니 더 하고 싶고.헤어지지 못하고 시일이 경과하니 어머니께서 지치신 나머지 이젠 거꾸로 ‘빨리 시집가라.’고 하시더라고요.당시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결혼을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결혼을 하게 되면 단꿈을 꾸기 마련인데요,어떤 꿈을 갖고 있었나요. 당시에도 출세를 지향하지는 않았어요.최선을 다하는 삶에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피차 그런 마음에서 선택했죠.부귀영화를 꿈꾸지 않은 것은 제가 어렵지 않게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결혼에 후회를 한 적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지만,근본적으로 되돌아보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조금 밉지요(웃음). ◇시부의 좌익 경력에 대해 부인이나 친정은 알고 있었나요. 그 당시 산청이라는 곳의 지리적 여건이 누구나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 그런게 문제되지는 않았어요.아무 생각없는 양민도 당하거나 죽거나 했지요.낮에 오는 사람들은 ‘(빨치산들) 먹을 것 주지 않았나.’해서 억울한 사람들이 희생되고,밤이 되면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이쪽이나 저쪽이나 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지리산 주변 동네가 다 그랬지요.결혼한 뒤 시댁의 먼 집안어른들까지 시아버지를 칭찬하시더군요.욕할 데가 없는 분이라고….그것 때문에 결혼을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결혼하고 나선 단점도 보였을 텐데요. 사귈 때는 말 수가 적은 것이 매력이였는데,살다보니 재미가 없어 안 좋더라구요.자상하고 세심한 남편은 아니지만,따뜻한 사람이고 그걸 느낄 수 있게 해요.고통 중에도 지지하고 참고 잘 지내고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 아닌가 해요.집안일은 거의 못하지만 정리 같은 것은 스스로 해요.혼자 밥상을 차려먹기도 하고,식사 후에 찬통을 닫아 냉장고에 넣고 그러지요.좋아하는 된장찌개 생선찌개 요리는 곧잘 합니다.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 집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 ◇남편의 성격은 어떤가요.독단적인 면은 없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아이들 문제만 해도 조언은 하지만 스스로 충분히 생각했는지만 묻고 결정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또 그에 따라줍니다.저에게도 독재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남편이 회사 그만두고 직장 없이 유학갔을 때 불안하지 않았나요.파리에서의 학비는 어떻게 조달했나요. 그저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지요.일단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학비는 모아놓은 돈 조금으로 해결했고요.특파원 시절 남들은 여행도 휴가 받아서 가고 그러던데,우리는 언제나 12월30일∼1월초 신문 안 나올 때만 기차타고 이웃나라 다닌 게 전부예요.그래서 사진배경이 다 겨울밖에 없어요. ◇자녀교육도 모두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만 해외 유학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요. 딸은 사위와 함께 서울대 박사과정을다니다 사위가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의 코널대로 갔어요.그것만으로는 생활이 안돼 고생했는데 딸도 이번에 같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게 돼 별 걱정은 없어요. 아들은 결혼할 때 전세를 얻어주었는데 2년 지나니까 ‘부부가 그동안 번돈하고 융자 2000만∼3000만원을 보태 집을 산다.’기에 ‘잘했다.’고 했죠.당초 건축과를 지망했다가 경제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오전 8시 출근에 밤 12시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염증을 느꼈는지,집을 전세주고 그 전세금을 받아서 하고싶던 공부를 다시 하겠다더군요.프랑스에서 실내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자제분과 관련된 보도가 나올때의 심정은 어떠했나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요.우리사회에 호화 해외유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다만 ‘우리는 아닌데…’ 하는 그런 생각을 했죠.그런 것 일일이 섭섭해하면 안됩니다.병 납니다. ◇부부싸움은 하시는가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한번씩 해야 정든다고들 하잖아요.그러나 남들 하는 그런 식으로는 못해봤어요.풀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안될 뿐 아니라 스스로‘나는 이래야 한다.’는 틀 속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권 후보가 파리특파원에서 돌아와 노조부위원장 나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나요. 후보의 삶을 보아왔고,어떻게 살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어요.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비하면 앞으로 살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길을 가야겠다.”고 하더군요.그 뜻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반대할 수가 없었죠. ◇당시 기자생활은 유신체제를 유지하는 축으로서의 역할이 있었는데. 양심이 허락하지 않은 글을 요구받을 때 고통스럽고 힘겨워하는 것을 봤어요.하지만 자기 양심에 어긋나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고심했어요.그런 것 때문에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지요.언노련에 있을 때 기성 정당에서 “비례대표 1,2번 주겠다.돈 없는 것 아니까 그냥 와라.” 이렇게 한 적도 있고,“지역구를 주겠다.” “노동부장관을 시켜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후보는 시종 일관된 길을 가는 사람이었습니다.만약 흔들렸다면 나도 지지를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 때 갔더라면 하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추호도 없었습니다.농담으로는 해봤죠.‘한번 할 말 하고 나오는 것은 어떠냐.’고.그랬더니 ‘기성 정당으로는 실현하고 싶은 것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자기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요. ◇후보께서 술은 잘 하시지요. 한번 시작하면 한도없이 마셔요.기자시절 술 마시는 데 대해 바가지를 긁지는 않았는데,왜냐하면 술마시고 들어오면 ‘나의 사랑하는…’ 뭐 이런 말도 하고,평소 안 하던 애정표시를 하거든요.사람도 부드러워지고 하니 바가지를 긁을 필요가 없었지요.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수입은 있나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쓰고 있어요.당에서는 일절 월급은 없습니다.국고보조금은 정책개발을 위해 쓰고 당 상근직원과 지구당에만 조금씩 나갑니다.그래도 오늘 세 끼 안 굶으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가 잘하고 있다면 1만원짜리 당비가 많아질 것으로 믿습니다. ◇후원회를 하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나요. 지금까지 후원회 해서 들어온 돈은 만져본 적도 없습니다.그 돈은 당에 들어가서 운영자금으로 쓰입니다.당원들이 1만원씩 특별당비를 내는데 쓸 수가 있겠습니까. ■개인생활 - 호스피스로 6~7년간 봉사 ◇이화여중·고에 이화여대를 나오셨는데,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으로서 미래에 대한 꿈은 무엇이었나요.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습니다(웃음). ◇외국서 오래 사셨는데 외국어는 잘하십니까. 불어는 잘은 못해도 입을 여는 데 겁은 없어요.통하기야 하지요.영어보다는 불어가 더 낫습니다. ◇파리에서 학교는 안 다니셨나요. 사실 그림을 좋아해서 졸업후 홍대 미대를 가고 싶었어요.편입도 가능했지만 기회를 놓쳤는데 프랑스에서 기회가 돼서 청강생으로 미술공부를 많이 했지요.재미 있었습니다. ◇여유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아니면 (권 후보와) 둘이서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를 잘 마셔요.운동은 대모산에 잘 다녔지만 요즘은 시간도 없고 해서 잘 못가요. ◇후보 부인으로서의 득표활동은. 기성정당의 후보 부인은 득표를 위해 많이 방문하고 다니시더군요.사찰이고 어디고 다니면서 시주도 하고 기부도 하다보면 관계가 다져지는 것인데,그런 돈을 쓸 형편이 안됩니다.그래서 인간적으로 가서 도와드리고 할 뿐이지요.그리고 서울에서는 거의 살림만 하고 지역구인 창원에 집이 있어 1년에 3분의2는 그곳에서 지냅니다.창원에서는 당원모임,여성당원과의 활동,노래패 모임 등을 하지요. ◇이전에 사회활동은 많이 하셨습니까. 호스피스로 6∼7년 봉사했는데 오히려 받은 게 너무 많습니다.죽어가는 사람 만나는데 내 가족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했고,후보가 감옥에 갔을 때도‘숨넘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감옥)안에서 건강하게 잘 있는게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정치관 - 진보정당 길닦는 역할 최선 ◇민노당이 군소정당이라서 생각하는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가 당장 뭔가 이뤄내자는 욕심 거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좋은 세상 만드는 데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진보정당이 이 나라에서 뿌리내려 보수정당과 함께 의견조율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봐요.그런 역할을 할 날을 위해 우리는 길 닦는 역할로 끝나도 좋다는 그런 생각입니다.실제로 우리가 주장한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이자제한법들이 우리 당에서 제안해 이뤄진 법들입니다. ◇파리에 살면서 유럽의 좌파로부터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요? 그런 면도 있을 겁니다.정치는 진보와 보수가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보수내에서 이 당 저 당 나뉘어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정쟁으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을 생각하고,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 정당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민노당의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창당된 지 2년된 정당으로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당입니다.저도 당원입니다.민노당은 분회를 거쳐 지회장에게 보고되고,전국에서 이런 것들이 모여 상부로 취합됩니다.여기서 전문가 토론을 거쳐 정책으로 확정됩니다.민노당의 정책은 그런 과정을 거쳐 개발한 것입니다.저도 당원으로서 마땅히 지지합니다. ◇민노당이 공약으로 내건 ‘10억원이상 재산 보유자 부유세 신설’은 어떻게 보시나요. 처음에는 발표를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강남 주변에 사는 분 대부분이 집한 채에 예금 몇 억 있으면 보유세 대상인줄 알고 있더라고요.알아보니 실제는 그렇지 않더군요.대상은 상위 2만∼5만명 내외가 될 것이라는 게 공신력있는 연구소의 발표 내용이더라고요.이런 점들을 잘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어제 TV토론에서 신경써서 전달하려 하더군요. ◇남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평소 말로 자주 꼬집거나 반대 의사를 냈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꼭 필요할 때만 얘기한다고 생각하는지 제 얘기엔 긍정도 하고 잘 받아주는 편입니다.어제도 TV토론 답변방식에 대해 조언했어요. ◇대선에서의 예상 득표는. 많이 얻어야지요.그러나 당원들이 만족하는 수준이면 저도 만족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권영길 후보가 돼야 하는지 한마디로 말씀하신다면.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입니다.원하는 세상 만들어줄 사람이 이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강지연씨는누구 - 재벌 외동딸… 파업현장 자주 방문 권영길 후보의 부인 강지연씨는 재벌집 외동딸이다.동방생명(현 삼성생명)창업주인 강의수씨가 바로 그의 부친이다. 권 후보가 좌익이자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소년기를 보낸 반면,부인 강씨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태어난 곳은 경북 영천이지만,초등학교부터 줄곧 서울에서 다녔다. 이화여대 재학 중 고종사촌 오빠의 친구로서 알게 된 ‘대학생 권영길’의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순수하고 좋아,집안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선뜻 결혼을 결정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강씨는 친정으로부터 큰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부친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삼성으로 기업이 송두리째 넘어갔고 재산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홀어머니 아래 외아들 외동딸의 결혼이었기 때문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동시에 모시고 살았다.종교는 가톨릭.중학교 때부터 개신교 학교를 다녀 기독교의 봉사와 겸손의 정신을 일찍이 받아들였다.그러나장손의 며느리로서 제사를 받들어야 했고,문규현 신부가 방북한 임수경을 데리고 들어오는걸 보고 감동을 받아 가톨릭을 ‘선택’했다.물론 권 후보가 가톨릭 영세를 받은 사람이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종교는 고난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된다고 한다. 현재 3남매의 자녀 중 장녀 혜원씨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남편과 함께 미국 코널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권 후보가 명동성당에서 총파업투쟁을 주도,당국의 수배를 받는 바람에 장녀 결혼식장에는 강씨 혼자갈 수밖에 없어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혜원씨 부부는 같은 성씨의 동성동본이기도 하다. 또 장남 호근씨는 프랑스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으며,차남 성근씨는 서강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결혼 이후 남편의 ‘운동가적’ 풍모를 지켜 보면서 세상의 다른 면을 볼수 있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고 그녀는 종종 말한다.실제로 그녀의 외모 어디에서도 재벌집 외동딸의 풍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처음엔 어색하던 각종 집회에도 참여하다 보니 익숙해졌고,나중엔 파업현장 어디도 머리띠를두르고 갈 정도가 됐다고 한다.민노당 열성당원이기도 한 그녀는 요즘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민주노동당과 남편인 권 후보에 대한 ‘긍지’로 가득하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멍청한 사냥꾼 이야기’ 세계 최고 유머로 뽑혀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농담은? 영국 과학진흥협회가 전세계 200만여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70개국의 4만여개 유머에 대한 인기투표를 벌인 결과 ‘미국의 멍청한 사냥꾼 이야기’가 1위로 뽑혔다.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사냥꾼 2명이 깊은 숲속에서 사냥을 하다 1명이 사고로 쓰러졌다.친구가 숨을 쉬지 않자 휴대폰으로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사냥꾼:내 친구가 죽은 것 같아요.어쩌죠? 긴급구조대 교환:진정하세요.도와드릴게요.우선 친구가 죽었는지 확실히 하죠. 침묵이 흐른 뒤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사냥꾼:됐어요.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조사결과 나라와 문화마다 웃음의 차이가 있었다. 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 사람들은 말장난이 섞인 개그를 선호했다.미국과 캐나다인들은 멍청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유럽인들은 결혼과 죽음 같은 주제를 가볍게 비튼 유머를 좋아했다.영국에서는 특히 동물이 등장하는 유머가 두드러졌다. “족제비 두마리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족제비1:나 네 엄마랑 잤어.나 너네 엄마랑 잤다니까! 족제비1이 큰 소리로 족제비2를 모욕하자 술집 안은 일순 조용해졌다. 족제비1:(더 크게)나 네 엄마랑 잤어!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족제비2:집에 들어가세요.많이 취하셨어요.아빠.” 그밖에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가 많은 10개국 중 독일인들이 가장 잘 웃었고 캐나다인들이 웃음에 가장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굄돌] 40에 들어서면서

    마흔 살이 되면서,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불혹의 나이.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야 할 때,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지난봄,한 음악회에 다녀 온 후 열병을 앓았다.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왔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되살아 난 것이다.학창시절 교회에서,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독창을 할 때만 해도 나는 성악가의 꿈을 꿨었다.그러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여러 사정으로 성악가의 꿈을 접었다. 삶은 우리에게 앞만 보고 달려가길 요구하고,아직도 가야 할 길은 먼데,감히 다른 곳에 고개를 돌릴 틈이 없었다.지금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앞만 보고 치열한 삶을 살면 살수록,마음 속 한 쪽은 늘 빈 듯한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날,광화문을 지나가다 한 교회의 음악원에서 원생을 모집한다는 플래카드를 보는 순간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마침내 삶의 변화를 주기로 했다.과감하게 어린시절의 꿈을 되살리기로 하고 기초발성(성악)클래스에 등록했다.등록을 마친 날,나는 아주 오랜 꿈을 이뤄낸 듯 기뻤다.첫 수업이 있던 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중년의 나이에 어설프게 음표를 그리고 이미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음악이론을 다시 배우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렇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나니,삶이 즐거워졌다.주변 동료들이 “그 나이에 무슨 성악이냐.”고 놀리면,“조만간 연주회 때 꽃다발을 들고 올 준비나 하라.”고 농담까지 한다. 일주일에 3시간의 투자로 새로운 희망의 꽃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전문성악인이 되든,되지 않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 박철준 도서출판 뜨인돌 부사장 ◆ 필진이 바뀝니다 = 박철준 도서출판뜨인돌 부사장과 김춘옥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이 10·11월 ‘굄돌' 새 필진으로 매주 번갈아 글을 쓸 예정입니다.
  • 동성애… 청소년의 性… 불륜이야기…‘3色 性’ 충무로 달군다

    우연한 유행일까.의도된 결과일까. 한국영화계가 ‘섹스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조폭코미디에 점령돼 있던 충무로가 성(性)이란 소재를 개성있게 변주한 작품들로 일대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현재 기획·제작되거나 개봉 대기중인 작품들을 꼽아 보면 그런 경향을 한눈에 알 수 있다.충무로가 주목한 성은 세가지 색깔.차마 스크린에 담을 엄두를 못 내던 ‘동성애’,보는 쪽도 만드는 쪽도 왠지 껄끄럽던 ‘청소년의 성’,은밀해서 변함없이 매혹적인 ‘불륜’. 기획자들끼리 사전담합했을 리야 만무한 터.“오랫동안 금기시해 온 얘깃거리가 좀 더 색다른 자극제를 찾는 충무로 사람들의 시야에 동시다발적으로 띈 결과”라고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김인식 감독의 ‘로드 무비’는 ‘한국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동성애물.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남자와,성 정체성으로 갈등하다 가족을 버린 동성애자의 파격적인 애정을 그렸다.두 남자가 전라로 펼치는 농도짙은 섹스신으로 애당초 제작사는 ‘제한상영가’등급을 각오(?)했을 정도.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등급을 받아낸 제작사측은 “관객들의 유연해진 성 인식 덕분”이라고 안도했다. 김응수 감독의 ‘욕망’도 극을 끌어가는 모티브는 동성애다.남편이 젊은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아내는 남편의 ‘남자 애인’을 유혹해 복수한다. 이전의 한국영화들에서 동성애 코드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건 아니다.그러나 까놓고 중심소재로 올리진 않았다.‘내일로 흐르는 강’(1996년)에서는 동성애자의 가족이야기가 주제였고,지난해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와니와 준하’,최근의 ‘연애소설’도 ‘긴가 민가’수준의 동성애 표현에 그쳤다. “우리라고 ‘아메리칸 파이’(할리우드산 청춘섹스 코미디)를 못 만들어?” 충무로의 관심은 마침내 10대의 성에도 초점을 맞추었다.정초신 감독의 청춘코미디 ‘몽정기’. 사춘기의 성 호기심을 얼마만큼 솔직하게 그릴지,제목이 먼저 귀띔해 준다.남자 중학생들이 여자 교생을 놓고 ‘무례’한 성적 호기심을 ‘발칙’하게 달래는 게 줄거리다. 그래도 아직은 부끄러운 걸까.코미디의 외피로가리기는 ‘동정없는 세상’(김종현 감독)도 마찬가지다.어떻게든 동정(童貞)을 떼겠다고 좌충우돌하는 19세 남자가 주인공이다.한창 찍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도 차력사인 남자 대학생과 여대생이 ‘성적 농담’을 대담하고도 코믹하게 엮는다. 멜로의 장르를 빌려 잊을만 하면 고개드는 소재가 불륜이다.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원작인 변영주 감독의 ‘밀애’가 새달 초 개봉한다. 평범한 주부가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뒤 우연히 만난 남자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빙의’라는 이색설정으로 불륜을 은근슬쩍 가린 작품도 있다.이미연·이병헌 주연,박영훈 감독의 ‘중독’.죽은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에게로 옮겨가자 그와 위험한 관계를 맺는 여자의 이야기다. ‘밀애’를 제작하는 좋은영화의 조윤미 마케팅 실장은 “몇년 전만 해도 불륜 드라마의 타깃은 30대였다.그러나 최근엔 영화의 주소비층인 20대로 낮춰 기획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한 작품은 이말고도 많다.주인공을 트랜스젠더로설정한 뮤지컬 코미디 ‘미스터 레이디’,남자들의 성을 집요하게 파헤친 ‘마법의 성’등이 있다. ‘마법의 성’을 연출한 방성웅 감독은 “영화를 처음 기획한 건 8년전이다.당시는 만들 엄두를 못냈지만 요즘 신세대는 이해할 거라고 판단했다.”고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 소재도 따라서 다양해진다. 성을 화두로 붙든 충무로의 ‘실험’이 어느 정도까지 과감해질지,금기에서 풀려난 한국영화 속 섹스가 얼마나 긴 생명력으로 이어질지,즐겁게 지켜볼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
  • 토요영화/ 그녀를 위하여 外

    ▲그녀를 위하여(EBS 오후10시)= 직접 쓰고 찍고 연기한 ‘맥멀런가의 형제들’로 1995년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에드워드 번즈의 두번째 장편영화.약혼녀의 배신으로 택시운전수가 돼 거리를 방황하는 미키(에드워드 번즈)는 우연히 차에 올라탄 호프와 하루 만에 결혼한다.한편 일 중독증 환자인 동생 프랜시스(마이크 맥글론)는 아내의 욕망을 방치해 둔 채,동료 헤더(카메론 디아즈)와 바람을 피운다.하지만 헤더가 미키의 옛 약혼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계는 꼬이기 시작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엮어낸 아일랜드계 미국인 형제의 우애,배신,사랑을 통해 인간 관계의 도덕적 모호성을 그려냈다.정곡을 찌르는 유머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성적 농담이 진지한 질문들과 뒤섞인 96년 작품.이후 번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애니 기븐 선데이’‘15분’에 출연,할리우드의 스타배우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15분(KBS2 오후10시50분) = ‘앞으로는 모든 미국인이 15분 안에 유명해질 수 있다.’는 앤디 워홀의 예언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형사버디무비의 형식을 빌려 폭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매스 미디어에 시원한 펀치를 날렸다.우연히 TV에서 자신이 희생자임을 자처하는 살인범을 본 에밀과 올렉은 살인현장을 촬영,방송사에 팔아넘기려는 계획을 세운다.사건 담당인 강력반 형사 에디 플레밍(로버트 데니로)과 방화전문 수사관 조디(에드워드 번즈)는 좌충우돌 끝에 이들의 실체를 알게 되지만,다음 표적은 에디였는데….지난해개봉한 존 허츠펠드 감독의 작품. ▲해리슨 포드의 위트니스(MBC 오후11시15분)= 20세기 폭력사회와 18세기 공동체 문화 사이의 충돌을 스릴러에 담아낸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녹색 카드’‘트루먼 쇼’로 유명한 호주 출신 피터 위어 감독의 85년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대선후보 행보/ 鄭 - 검증 ‘정면 돌파’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26일 ‘젊은 피’의 소유자임을 은근히 과시하며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세대교체’를 앞세우는 차별화 전략을 펼 뜻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이화여대에서 열린 백혈병 어린이돕기 행사에 참석,헌혈을 한 뒤 여대생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소탈하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전날도 부인 김영명(金寧明) 씨와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간 할인매장을 찾아 축구카페에서 젊은이들과 맥주를 마시며 어울렸다. 정 의원측은 “55세까지만 가능한 헌혈을 못하는 후보도 있다.”면서 “양자 대결로 좁혀진 대선 구도에서 ‘젊음’을 강조해 세대교체론에 불을 지피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정 의원은 이대 행사에서 친근함을 표시한다는 게 지나쳐 인사하는 한 여학생에게 “서양식으로 뽀뽀하면 어떨까.”라는 다소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두 번의 TV 토론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自評)하면서 앞으로 언론사와 단체 초청 토론에 잇따라 응하는 등 검증 무대에도 적극 임하기로 했다.오는 28일 KBS 심야토론,다음달 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11일 SBS 토론에 참가해 국민들의 의혹에 적극 해명하고 투명한 정치를 펼치겠다는 입장이다.그동안 내용에 신경 쓰다보니 분장이나 카메라 테스트에 소홀했던 점도 보완할 계획이다. 창당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오는 30일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 당사를 마련하고 개소식을 갖는다.안동선(安東善) 의원과 이규정(李圭正) 전 의원이 곧캠프에 합류할 예정인 가운데 한 측근은 “정 의원이 비공식 일정의 대부분을 영입작업에 쏟고 있다.”고 귀띔했다.수차례 원내교섭단체를 장담한 것도 결국 민주당 탈당파와 자민련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박정경기자 olive@
  • [386세대가 본 W세대] 거침없이 달리는 ‘현재형 인류’

    20세기 20대와,21세기의 20대는 과연 다를까. 최근 대학교 3학년인 김 아무개와 영화를 봤다.상영 중에 옆자리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두 번이나 울렸다.그는 머뭇거림 없이 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휴대전화도 안 끄나!”나는 잠시 당황했고 누군가의 눈치를 봤다.영화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다가 “처음 보는 안경이네요.”아는 체했다.정색하고 답변이 돌아왔다.“세번째 말씀하셨어요.” 당황해 미안하다는 말에 “그 말도 세 번째예요.”한다.난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농담을 건넨다.뒤끝이 없고 뒤통수도 따갑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누구보다 ‘오늘’을 사랑하고 ‘현재’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듯했다.진짜 ‘현재형’ 인류들이다. 눈치보지 않는 그들을 보며 나는 부러움과 질투의 심정이 뒤섞인다.20세기를 관통하던 세대가 50년대의 전쟁,60·70년대의 산업화,80년대의 민주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무겁게 짊어졌던 ‘역사의 짐'을 하나도 지지 않고 있고,단지 누리고만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그들은 또한 자본주의의 유혹과 본능에 대해서도 참으로 육감적이다.시대라는 놈을 만질 수 있는 물건처럼 느끼는,‘리얼타임 세대’인 것이다.아예 취직의 기회 자체가 봉쇄됐던 IMF도 이들의 바로 위 세대들이 지고 갔다.결국 이들은 급격한 변화를 즐기면서도 조금도 상처받지 않은 최초의 승리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부러움과 달리 ‘W세대’들은 내심 심화되는 세계화와 디지털화,그리고 속도의 게임에서 낙오자가 될 것에 대한 우려가 깊다.이른바 ‘386세대'가 60·70년대 경제성장의 성과를 향유하며 성장했지만,당대의 시대적 요청인 민주화라는 새로운 주제의 싸움터에 뛰어들었듯이 그들도 새로운 시간과 열심히 싸워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그들도 ‘386세대’처럼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망한다,스무 살의 청춘들에게.월드컵 기간 내내 눈물을 글썽이며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20대가 개성적인 것 같지만 몰가치적이고,비슷하게 살아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것이다.빨강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머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이들 세대가 정직한 가치를 자유롭게 추구하고,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법을 배웠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부나비처럼 황금의 신기루를 좇는 일부의 그릇된 벤처정신이 그들에게 물들었지 않을까 하는 억측을 해보기도 한다.더불어 사는 ‘가치’를 지향해야 개성도 빛을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다이내믹하고 휘발성이 강하다는 그들에게 타고 남은 재가 아니라,가치를 남기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편집자에게/ ‘외모로 사람평가’ 풍토 사라져야

    -‘성형중독 후유증 심각’(9월24일자 31면) 기사를 읽고 우리는 타인의 외모에 대해 너무 쉽게 말을 내뱉는다.가족,친척들이 아무렇지 않게 “뚱뚱하다.”,“얼굴이 너무 크다.”고 건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속상해 한다.상담 환자 중 많은 사례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신체를 학대해서라도 이상적으로 변신하는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몇차례씩 성형수술을 하거나 거식증,폭식증에 걸릴 정도로 신체를 학대하는 ‘외모집착증’환자들은 주변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조금 더’아름다워지려는 욕구에 수천만원씩 카드빚을 지면서까지 수술을 받고 억지로 체중을 줄였다고 말한다. 이들은 피하고 싶은 주변 환경에서 탈출하기 위해 외모에 집착하게 된다.가족간의 불화,우울증,열등감,대인관계의 자신감 결여 등으로 힘들어 하다가 ‘외모를 바꿔 문제를 해결하자.’고 마음먹는다.음식물을 억지로 토해 다이어트를 감행하거나 반복적으로 성형수술을 받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에 가까워지려는 것이다.그런데 이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미의 기준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다.늘씬한 키에 마른 몸,갸름한 얼굴형,큰 쌍꺼풀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길거리에는 이런 ‘복제된 미인’이 너무나 많다.사회적인 미적 기준은 좀더 다양해져야 한다.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돈을 들여서라도 타고난 신체를 모조리 바꿀 수 있다는 환상도버려야 한다.오늘도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는 은근히 성형수술을 권하고 있다.성형수술을 자랑하는 듯한 발언,아름다움을 한가지 기준으로 재는 듯한 발언,타인의 신체를 소재로 농담을 건네는 사람 등 성형수술을 결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김준기/ 마음과 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간담회 “훌륭한 여성지도자 배출위해 최선”

    “보직 총장으로 임무를 마친 뒤에는 다시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순수 국내파 교수’‘진보적인 노동법학자’로 유명한 신인령(辛仁羚·59) 이화여대 신임 총장이 24일 취임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들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총장 취임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신 총장은 “훌륭한 여성 지도자감을 배출하기 위해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갖고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예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총장직을 맡게 돼 당황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화여대는 교황 선출방식처럼 특정 후보자를 정하지 않고 보직 교수들이 직접 비밀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임명 순간까지 결과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임명 직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던 것도 총장직을 단 하루라도 경험한 뒤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해 진실하게 얘기하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역대 총장들처럼 정·관계로 진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농담섞인 질문에 “(정·관계에서)불러줄 일도 없을 뿐더러 더 훌륭한 사람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그는 또 이 자리에서 총장개인을 알리기보다는 학교 자체를 더 많이 홍보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취임 이전까지 법학과 교수로,학장으로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가족처럼 친근함을 잃지 않았고,평소 청렴결백한 생활로 정평이 나 있다. 소외된 사람들이 청하면 기꺼이 달려가 무료로 노동법에 대한 강연을 했다는 신 총장은 ‘진보적 노동법학자’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도 “학문적 소신과 견해,입장에 따라 연구하고 논문을 썼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박지연기자 anne02@
  • [대한민국 24시] 논산 육군훈련소

    “제대하면 이쪽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 군대생활이 괴로울 때마다 군인들이 내뱉는 말이다.군에 갔다온 사람이면 대부분 현역시절 이 말을 되뇌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군대생활이 시작되는 첫 관문이 바로 훈련소다.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는 국내 육군 사병의 절반을 배출해온 요람이다.창설 51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총 600여만명이 이곳을 거쳐 ‘멋있는’ 군인으로 탈바꿈했다. 일부 고위층 아들들이 군 면제 문제로 말썽을 빚기도 하지만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다녀가야 하는 이곳은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 자위하는 보통 사람들의 말처럼 ‘사제 물’이 잔뜩 든 얼뜨기 청년을 ‘진짜 남자’로 만들어주는 곳인지도 모른다. ◆ “몸 조심 하거라.”=지난 12일 낮 12시 육군훈련소.정문 앞을 지나쳐 거슬러 올라가자 ‘입영장정 주차장’이란 입간판이 서 있는 도로에서 기관병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입영자 차량을 주차장으로 유도하느라 바빴다.훈련소정문에서 700m쯤 떨어진 입소대대 방향으로 머리를 ‘빡빡’깎은 입영자들이 줄지어 걸어갔다.더러는 밀어버린 머리가 쑥스러운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좁은 인도가 입영자와 가족,친구,애인들로 가득 메워졌다.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이들의 얼굴에는 곧 닥쳐올 ‘회색빛 청춘’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입소식 시간은 오후 1시.이날은 서울지역 장정들이 입소하는 날이다.입소대대 정문에서 연병장까지 이어지는 400m 길이의 도로도 끼리끼리 걸어가는 입영자와 가족들로 가득하다. 일부 입영자는 도로 옆 숲속으로 들어가 가까운 이들과 대화하며 이별을 준비했고,추석을 며칠 앞두고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송편 등을 싸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연병장 위에 있는 연무회관 앞도 안타까운 얼굴을 맞댄 입영장정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연무회관 앞에서 만난 김길성(46·회사원·양천구 신월동)씨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아들을 보내는 마음이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워하면서 “그렇다고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낼 수도 없고,없는 사람이야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렸다.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고위층 자녀들의 군면제 문제를 겨냥하는 듯했다. 김씨 부부는 아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연무회관 탑 앞에서 즉석사진을 한방 찍었다.등에 ‘향군○○○’이라고 적힌 조끼를 걸친 여자 사진사는 “한방에 3000원”이라고 연신 외쳐대며 호객행위를 했다. 단출하게 애인과 함께온 한 청년은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을 아느냐.”는 질문에 빙긋 웃기만 한다.괜히 물었나 싶다.두 사람은 곧 ‘재수없게….’라는 뜨악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나중에 육군훈련소의 한 간부는 “열에 아홉은 헤어진다.”고 귀띔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한 입영자가 공익근무요원 친구를 보며 “얘는 ‘장군의아들’이다.”고 놀리자 “너는 오죽이나 못났으면 ‘어둠의 자식’이냐.”고 맞받는다.친구들은 군 면제된 사람을 ‘신의 아들’이라 부른다는 세간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입소하는 친구의 굳은 표정을 펴주려고 애썼다. 입소식이 시작되면서 장정들이 연병장으로 모였다.군악대가 이들을 반겼다.군기가 채 잡히지 않아 오합지졸이다.가족과 친구,애인은 연병장을 둘러싼 스탠드에 앉아 입소식을 지켜봤다. 입영장정들이 경례를 붙일 때마다 스탠드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30분 정도만에 입소식이 모두 끝나고 “부모님께 경례”에 이어 “우향 우,부대 앞으로….”라는 구령과 함께 ‘대한민국 군인’으로 거듭난 입영자들이 부대쪽으로 걸어가자 가족과 애인들은 참았던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 파리 날리는 훈련소 앞 상가=입소대대 앞에는 10여개 상가가 들어서 있다.이발소,음식점 등 입영자들에게 필요한 점포들이 늘어서 있으나 입소식이 끝나자 ‘개미 한마리’안 보일 정도로 거리가 한산하다. 입소대대 앞에서 30년간 천안이용원을 운영해온 주인 김쌍옥(64)씨는 “20여년 전만 해도 입소 날에는 이발소 앞에 입영자들이 늘어서 종업원을 여러명 두고도 정신없이 머리를 깎았는데 요즘은 5∼6명밖에 안된다.”면서 “장사가 안돼 잇따라 문을 닫는 바람에 입소대대 앞에는 우리 이발소만 남았다.”고 말했다. 역시 30년간 입소대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육일관’ 주인 임효무(60)씨는 “예전에는 입영하는 청년들이 입소식 전날 이곳에 와 잠을 잤기 때문에 아침에 손님이 많았은데 지금은 거의 없다.”면서 “이곳 상가 대부분은 입소하는 날만 문을 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임씨는 “그나마 논산에서 가까운 대전,충남북,전북 등에서 입영하는 날은 여관,식당,이발소 할 것 없이 모두 공치는 날”이라고 푸념한다. 교통이 좋아져 입영자들이 입소 당일에 오기 때문이란다.매주 월·목요일로 정해진 입소일 전날부터 훈련소 인근 호텔이나 여관에서 자는 신병은 극소수다.외환위기 이후로는 면회까지 중지돼 “장사가 더 안된다.”고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서 입소 전날 신병들이 묵던 여관과 민박집은 대부분 사라졌다.70년대 30여 가구가 몰려 있던 연무대 삼거리의 ‘색시집’도 지금은 10여 가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예전에는 입영하는 친구의 ‘총각딱지’를 떼주는 장소로 곧잘 애용됐던 곳이다. ◆ ‘피(P)가 나고 알(R)이 배고 이(I)가 갈리는 뺑뺑이 6주.그래도 국방부시계는 돌아간다.=‘우향 앞으로 갓’‘뒤로돌아 갓’‘받들어 총’….갖가지 구령소리가 연병장에 메아리친다.제식훈련을 하는 신병들의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신병들이 움직일 때마다 연병장 위로 먼지가‘풀풀’ 날리고 카키색과 밤색이 알록달록 그려진 훈련복엔 흙먼지가 누렇게 묻었다.조교의 구령에 맞춰 훈련에 열중하는 신병들은 어느새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유격장에는 ‘○○○번 훈련병 도하준비 끝’이라는 신병들의 구호가 들려온다.이어 줄에 매달린 신병이 쏜살같이 미끄러지면서 강으로 떨어졌다. 한 훈련병은 “입소 후 사제복을 부모님께 부칠 때는 가슴이 아렸지만 고된 훈련이 시작되고서는 그럴 겨를조차 없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사격장에서는 사격예비 훈련인 ‘PRI’가 계속됐다.‘엎드려 쏴’ 등 구령에 맞춰 총을 들고 일어섰다 엎드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이에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가고 있었다. PRI가 제대로 안되면 두 손으로 총을 머리 위로 쳐들고 줄지어 오리걸음을 걷던 이른바 ‘얼차려’라는 게 지금은없어졌지만 입에 단내가 날 만큼 ‘뺑뺑이’를 돌기는 마찬가지다.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말하는 듯했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 ■육군훈련소 어제와 오늘 육군훈련소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1일 창설됐다.당시 이름은 ‘육군 제2훈련소’.제주도로 이전돼 56년 해체됐지만 50년 대구에서 창설된 제1훈련소가 있었기 때문에 ‘제2’라는 꼬리표가 붙었다.지난 99년 2월 이름이 육군훈련소로 바뀌었지만 세간엔 ‘논산훈련소’나 ‘연무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름도 그렇지만 훈련소 시설과 신병들의 생활여건도 많이 변했다.특히 식사의 질은 몰라보게 나아졌다.밥은 마음껏 퍼먹을 수 있고 우유,과일,주스등도 나온다.“밥은 꽁보리에 무얼 섞었는지 모르고 국은 소금물에 무청을 넣은 것 같았는데 군내가 지독했다.”는 70년대나,“밥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식기를 돌로 쳐서 억지로 늘렸다.”는 50년대 노병들의 회고담은 전설이 됐다. 빨래도 예전에는 속옷은 물론 군복까지 신병이 직접 빨았으나 요즘은 군복과 모포 등은 훈련소내 세탁공장이 맡는다.훈련받는 6주간 신병은 ‘금연’이다.창설 초기 ‘화랑’ 등이 지급됐지만 요즘 군대에서는 돈으로 나온다. 훈련병 막사도 슬래브에서 파란 기와에 빨간 벽돌 집으로 바뀌고 있다.훈련소에 신세대에 맞게 PC방과 헬스장 등도 갖춰져 완전 ‘호텔급’이다. 군내부도 폐쇄적이던 예전과 달리 부모 초청 병영체험 훈련을 통해 개방하고 있다.훈련소는 지난 상반기 어머니 초청 행사에 이어 오는 25∼27일 ‘아버지와 6·25 참전용사 초청 병영체험 훈련’ 행사를 갖는다.그러나 제식훈련과 총검술,사격훈련,행군 등 훈련강도는 그대로다. 논산 이천열기자
  • [2002 길섶에서] 陳稔 생각

    진념 전 경제부총리에게는 두 가지 야심이 있었다.하나는 ‘직업이 장관’일 정도로 관료의 최정상에 선 것에 걸맞게 후배 공무원들에게 ‘최고의 공직자’로 기억되는 것이고,나머지 하나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 입안단계부터 40년 동안 공직 최일선에서 체험한 ‘대한민국 경제개발사’를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이같은 야심은 이따금 강박관념이 되어 현직 장관 시절 역대 공직자 랭킹에서 어느 위치쯤 되는지,얼마만큼 노력하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농담처럼 되뇌이곤 했다.남들이 보기에는 장관이라는 자리를 가장 즐긴 사람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설정한 목표 때문에 6·13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권유를 받은 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이다. 진 전 부총리가 지난 12일 한국 경제개발사를 주제로 대학 강단에 섰다.첫날 50여명의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빼곡히 메웠다고 한다.두번째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봐야 할 것 같다.그런데 경기도지사 낙선을 그의 첫번째 목표와 어떤 함수관계로 자리매김할지 궁금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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