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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우리당

    퇴근길 대포 한잔이 그리워지는 이때쯤이면 서울 시내 무교동에 단골로 다니는 정종 대폿집이 생각난다.옥호(屋號)가 ‘우리집’이다.친구들에게 “‘우리집’에 가서 한 잔 하지.”라고 권하면 대개 우리 가족이 공유하는 공간인 ‘우리 집’으로 알아 듣는다.괜스레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부담스러워 하는 친구도 있다.대포 한잔 놓고 밤이 이슥하게 나누는 대화도 좋고,가끔 친구들에게 농담 건네는 것도 재미있어 곧잘 애용하였는데,최근 서울 여의도에 비슷한 옥호로 신장 개업한 정당이 정가를 시끌시끌하게 만들고 있다.통합신당인 ‘우리당’이다. 공식 명칭은 ‘열린 우리당’이고 약칭은 ‘우리당’이다.영어 명칭은 ‘열린’도 빼고,‘우리’는 소리나는 대로 ‘Uri Party’로 했다.정당명은 대개 지향하는 이념을 내세워 짓는다.자유,민주,공화,국민,사회,통일,개혁 따위가 정당 이름으로 자주 동원된다.하지만 선관위에 정당 등록이 시작된 1963년 이후만 해도 104개의 정당이 창당되고 스러져간 우리나라에서,신당이 마땅한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터이다.그래서 파격적인 작명이 이뤄졌을 게다.여기에다 ‘우리당’이란 이름이 갖는 홍보 효과도 계산에 넣었음직하다. 하지만 다른 정당들은 발끈하고 있다.야당들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당명’,‘남의 당을 우리당으로 불러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문제를 삼고 있다.우리당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이 ‘딴나라당’이나 ‘당나라당’으로 이기죽거림을 당한 것처럼 우리당도 ‘돼지우리당’ 등으로 빈정거림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 있다. 예전에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꿀 때도 금융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자신이 속한 은행을 ‘우리 은행’이라고 부르던 타은행 임직원들이 골머리를 썩인 것은 물론 내부 문서에 ‘우리 은행’이라는 단어를 쓰던 한국은행은 ‘당행(當行)’으로 급히 표현을 바꾸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우리 당’을 ‘당당(當黨)’이라고 하기도 어색할 테고.쩝쩝….에라 온통 헷갈리는 세상이니 술이나 한잔 먹세.무교동 골목에 접어드니,‘우리집’은 그 자리 그대로다.술집 옥호보다 자주 바뀌는 정당 이름에 ‘상도의’가 있을쏘냐.‘내 사랑’술집이 아직 그대로이면 됐지. 강석진 논설위원
  • “균형감각은 시사진행자의 기본”/KBS ‘라디오 정보센터‘ 맡은 백지연씨

    “오락 프로는 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이제는 지적해 주시는 시청자들보다 제가 더 잘 알게 되었죠.” 지난 20일부터 KBS 제1라디오의 ‘라디오 정보센터 백지연입니다’(97.3㎒·낮 12시20분)를 진행하는 백지연(사진·39).백지연은 MBC 아나운서에서 지난 99년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SBS와 YTN 등에서 오락·교양물의 MC를 맡았지만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는 올해 초부터 다시 YTN의 시사매거진 ‘백지연의 정보특종’과 SBS 러브FM의 시사대담 ‘백지연의 라디오 정상회담’을 맡는 등 결국 ‘전공’인 시사 정보 프로그램으로 회귀했다.백씨가 처음 진출한 KBS에서 시사 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백지연은 “확고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자리매김하는데 ‘라디오 정보센터’는 더없이 훌륭한 연구의 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에 ‘라디오 정보센터’를 맡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좀 자제한다는 느낌이 있는 TV에 비하여 라디오는직접 호흡한다는 느낌이 살아 있어서 좋다.”면서 “청취자의 피드백에 살아 숨쉬는 충실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지연은 비슷한 시기에 MBC에서 TV토크쇼를 제의받았지만 오락적 성격이 강해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균형감각은 시사진행자의 기본 자질”이라면서 “최근 KBS의 편향성 시비를 알고는 있지만,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특별히 선호하는 정당도,정치권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사도 없으니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백지연은 “KBS가 출연을 섭외하면서 농담처럼 다음 총선에 나설 것인지를 거듭 확인하더라.”면서 “애초에 일을 정치권 진출에 이용하고 싶은 맘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KBS 제1라디오의 대표적인 시사 정보 프로그램인 ‘라디오 정보센터’는 9년 동안 진행한 박찬숙 앵커가 지난 6월말 하차한 뒤 정옥임씨가 그동안 바통을 이어 받았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사건 패트롤/ 무서운 10대 꽃뱀

    지난 13일 오전 8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현금인출기 앞.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모(20)씨가 회사원 조모(30)씨에게 “빨리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앳된 얼굴의 김모(14)양은 옆에서 망을 봤다. “어린 여학생이 좋다.”며 청소년 성매매를 시도했던 조씨는 나씨의 협박에 놀라 현금 100만원을 인출해 건넨 뒤 황급히 달아났다.‘남매’로 위장했던 이들은 “또 한 건 했다.”며 키득키득 웃었다.근처에 세워둔 그랜저XG 렌터카 안에서 기다리던 10∼20대 4명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17일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3반에 붙잡혀온 간큰 ‘남자셋 여자셋’이 저지른 대담한 범죄행각의 한 단면이다.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이들은 지난달부터 서로 짜고 청소년 성매매를 미끼로 상대 남성을 협박해 300여만원을 뜯었다.‘건수’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역할을 나눴다.맏언니격인 한모(17)양이 채팅사이트에 글을 올려 상대 남성을 물색하면 김모(16)군이 적당한 여관을 골랐다.제일 어린 김양과 정모(16)양은 청소년 성매매를 할 것처럼 속여 여관에 들어간뒤 몰래 나씨와 정모(21)씨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바깥에서 기다리던 나씨 등이 여관문을 박차고 들어가 “내 동생과 뭐하는 짓이냐.경찰에 신고할 테니 망신 한번 당해보라.”고 악다구니를 썼다.화들짝 놀란 상대 남성을 렌터카에 태워 시내를 달리며 협박도 일삼았다.‘작전’이 실패해 실제로 성관계를 맺게 되면 나중에 따로 연락해 “임신했다.”며 돈을 뜯었다. 이들은 ‘합동작전’으로 돈을 갈취한 뒤에는 구로구 일대 PC방과 여관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다.나씨는 “크게 한탕 벌어서 풍족하게 쓰자고 마음 먹었다.”면서 “하루에 1인당 30만∼40만원씩 버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담당 경찰관은 “이들은 경찰에 붙잡혀 와서도 잘못했다는 기미도 없이 농담만 주고 받았다.”면서 “자식이 몇 달씩 가출해도 찾지 않았던 부모들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면회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경찰은 이날 이들에 대해 인질강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보따리’ 쌀뻔한 유인태수석

    “유인태 정무수석이 이번엔 진짜로 위험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6일 ‘엽기 수석’인 유 수석이 ‘경질’의 위기까지 갔었다고 심각했던 내부 분위기를 전달했다.전날 노무현 대통령은 유 수석의 말을 인용한 ‘대한매일 15일자 머리기사’을 보고 격노해 ‘엄중문책’을 지시했다.이같은 기류 때문에 전날 늦은 밤까지 유 수석은 몇몇 기자들과 전화통화에서 “내가 보따리를 쌌다.이제 귀하들을 만날 일도 없어 속시원하다.”며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지난 8개월 동안 유 수석은 ‘잦은 설화’를 겪었지만 충분히 감당하고 넘어갔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24시간만에 문책의 수위를 ‘경고성 당부’로 낮췄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문희상 비서실장이 유 수석에게 ‘대통령께서 신임투표와 관련해서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각별한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사면받은’ 유 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3일 이후 ‘신임투표 정책연계 검토’ ‘연내 국민투표 실시 검토’ ‘야당이 반대하면 국민투표 강행 안해’ 등 자신의 발언으로 빚어진 혼선에 대해 ‘당당히’ 해명했다.유 수석은 “청와대 수석으로서 취재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지만,여러분도 살얼음을 걷는 민감한 시기에 조심해줘야 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유 수석은 “사의를 표명했느냐.”는 물음에 “신임투표에 이른 데 대해 정무라인 참모로서 책임을 통감하고,언제든 물러날 각오도 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신임투표 이후 청와대와 내각을 쇄신한다고 말한 만큼 지금 그만두는 것은 애매하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신임투표가 두 달 뒤인데,두 달 뒤에 그만둘지도 모르는 참모를 기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신임투표와 관련한 추가질문이 나오자 유 수석은 한 손으로 입을 잠그는 제스처를 취하며 답변하지 않았다.유 수석은 “앞으로 뒤통수 한번씩 때린 기자들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농담을 끝으로 기자실을 떠났다. 문소영기자 symun@
  • [맛 에세이] 가을 味人

    가을 미인(味人)은 누구일까? 늦 여름과 초가을을 장식하는 맛의 ‘여왕중의 여왕’으로 손꼽히는 두 명물은 바로 전어와 미꾸라지이다.“글쎄 옛말에,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다니까?”하면서 나와는 상의도 없이 나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전어를 만나러 가자며 곧바로 남해로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전남 보성군 율포 해수욕장.가을 바다가 눈앞에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어 전문점 ‘바다풍경’(061-853-3315)이었다. “전어는 역시 구이가 최고지!”라며 익숙한 눈빛과 가벼운 농담으로 아주머니들과 몇마디 수선스러운 대화를 나눈 선배는 전직 요리사답게 전어 칭찬에 열을 올렸다. 가을 전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제철 생선이기 때문이다.뭐든 제철에 나는 식재료야말로 최상의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고 보면 맞다.몸통에 비스듬히 칼집을 내고 양면석쇠로 정성껏 돌려가며 숯불이나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가는데 알맞게 구워진 전어를 통째로 들고 머리부터 씹어 먹는 그 맛은 ‘가을은 전어철’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가을하면 또 빠지지 않는 명물이 바로 미꾸라지탕이다.최근엔 중국산 미꾸라지가 대부분이지만 과거 논두렁이나 흙탕물 속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미꾸라지는 가을철 최고의 보양탕으로서 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추어탕의 비린 맛은 산초로 잡는다.한약의 재료이기도 한 산초는 특유의 과일향과 나무향으로 생선의 냄새를 중화하는 데 탁월하다. 미꾸라지는 지방마다 끓이는 방법이 제각각이다.그래서 서울에서 만나는 미꾸라지탕도 지역명이 제각각 다른 것이다.크게는 통째로 산 미꾸라지를 두부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끓이는 방법과 형체가 보이지 않게 으깨는 방법 두가지가 있다. 또한 추어탕은 영양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다.비타민A·D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데다 시력이 나쁜 사람,피부가 거칠어진 가을의 여인들,저항력 약한 산모와 어린 아이 모두에게 효험이 있다.단백질이 부족한 간경변 환자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가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가을이 맛있다고 여기는 가을 미인(味人)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원주추어탕(02-557-8647)은 종종 내가 들르는 집이다.푸짐한 추어탕과 넉넉한 동치미 국물 그리고 친절한 아주머니의 인심까지 곁들일 수 있는 집이라면 굳이 시골에서 무쇠솥에 끓여먹던 옛맛만큼은 아니어도 행복한 가을 마중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가을 미인 전어와 미꾸라지를 마중나가 보자. 정신우 푸드스타일리스트
  • [마당] 골품제와 강남 아파트

    몇해 전 서울의 K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하며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한국 사회에서 학벌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이것은 신라시대의 골품제도와 다를 바 없다.서울대 출신은 성골이다.연세대나 고려대 출신이면 진골이다.자네들은 6두품이나 5두품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어 더 노력하라는 취지에서였다.학기말 시험 때 한 학생이 답안지 말미에 나의 골품제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그 요지는 “교수님의 진의는 알겠다.그러나 우리 부모님들은 중학교밖에 못 나오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지만 행복하다.교수님조차도 우리 사회의 욕망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니냐.”는 것이었다.그 학생의 말이 백번 옳다. 그러나 요즘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학벌 문제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발목을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가장 비근한 예가 최근 다시 불거진 강남부동산 가격의 급상승 문제이다.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여러 전문가들은 말한다.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을 거듭 내놓았지만 그 모든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보유세를 중과하고,아파트 담보 대출을 줄이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발표가 있었지만,그것으로 강남 부동산의 가격 상승 추세가 멈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강남 아파트 문제의 근본은 교육에서 비롯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은 자녀들의 좋은 대학 입학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은 학벌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자녀들의 미래에 보다 안락한 삶을 담보해주기 위한 부모들의 가장 큰 자식 사랑이다.그러니 강남으로 강남으로 모여들려고 하는 것이다.이러한 세태를 이용해 투기꾼도 한몫 거든다.자연히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근본적으로는 물론 학벌 사회 타파에 있겠지만,그것이 어디 하루이틀에 해결될 일이고,단기적인 정책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강남구와 서초구의 인구는 대략 서울시 인구의 10%이다.서울시가 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장을 포함한 3급 이상 간부 50명(구청 소속 제외)중 15명(30%)이 강남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2년 1월 자료를 보면 서울시 거주 국회의원 170명 중 62명(37%)이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다.(여기에는 한나라당 대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장·차관 44명 중 17명(39%)이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었다.이것은 물론 지난 정부의 통계지만 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의 실제 거주지를 조사한다면 대략 30% 정도는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세력인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의 30%이상이 강남 서초구에 거주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이 왜 상승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아이러니컬하게도 강남 서초구에 주로 사는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형국인 것이다.이들을 강북으로,신도시로,지역구로 강제 이주시킨다면 강남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의외로 쉽게 멈출지도 모른다.거주의 자유에 반한다는 위헌 문제가제기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왜 이런 허무한 농담을 하는지,왜 이런 농담이 체념과 분노의 갈림길에서 돌출하는지,그 까닭을 나의 골품론에 반기를 든 그 순수한 학생은 이제야 이해할 것이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 숯의 변신/‘박선기-존재’展

    숯은 한국인에겐 전통적으로 정화(淨化)의 의미를 지닌다.그것은 그 자체로 에너지원이며,한편으론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광물이기도 하다.10년째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박선기(37)는 숯을 나일론 낚싯줄에 매다는 색다른 작업을 벌인다.자연의 소산인 숯과 인공의 산물인 나일론 줄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곧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암시한다.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선기-존재’전엔 16점의 숯 설치작품이 선보인다.숯과 나일론 줄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흑백의 풍경은 농담(濃淡)이 풍부한 한 폭의 수묵산수화를 연상시킨다.그의 작품들은 완전한 형태를 제시하기 보다는 ‘구축중인’ 가상 건축물의 형상을 보여준다.그런 점에서 수묵산수화 같은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숯은 막숯으로 쉽게 부서질 것 같지만 사실은 단단하고,에너지가 넘치는 재료다.탄소덩어리인 숯은 한번 설치하면 습기나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있다.작가가 재현하는 작품의 형태는 아치,계단,기둥 등.고대 그리스 건축이 추구한 조화와 질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지난 94년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97년부터는 밀라노의 갤러리 로렌스 루빈 전속 연봉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번 개인전은 94년 이후 국내에서는 9년 만에 여는 전시다.(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
  • 제대로 된 만화산업 지방경제도 살립니다/만화 박사과정 개설 임청산 공주대 교수

    “만화가 더 훌륭한 창작예술 장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드디어 완결된 30년의 꿈 내년 한국 최초의 만화 박사과정을 개설,새달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공주대학교의 임청산(사진·61) 만화예술학부 교수는 한결같은 주장을 30여년 동안 계속해왔다.그러나 오랫동안 만화가 ‘아이들의 소일거리’에 불과했던 우리 풍토에서 되돌려지는 반응은 언제나 싸늘한 비웃음뿐이었다. 그는 그런 냉소 속에서도 묵묵히 한국 최초의 만화학과와 만화학회를 세우더니,마침내 한국 최초의 만화 박사과정까지 만들어냈다.‘만화 외길’만 걸어도 국립대학 학장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임 교수의 인생은 그야말로 한국 만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역정의 점철이다.“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국내에서 만화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전공자 생산 시스템이 이제야 마련된 거죠.” ●만화와 함께 한 반세기 42년 충남 연기 태생인 임 교수의 만화 인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어른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읽어야 하는 ‘유해물’인 만화를 밤새도록 보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운 것.그러나 미래의 비전은 고사하고,당장 배울 스승이나 교재조차 없었다.그때 임 교수가 느꼈던 ‘목마름’은 결국 나중에 국내 최초의 만화학과 창설을 주도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임 교수는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만화가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공주사범 재학시절에는 몇몇 중앙일간지의 신인작가 공모전 단편만화 부문에서 당선되기도 했다.1965년 교육전문지 ‘새교실’에 여교사가 주인공인 만화 ‘개나리’를 내놓은 뒤 ‘개구리’‘투가리’ 등 ‘리’시리즈로 본격적인 만화가 활동을 시작했으며 틈틈이 야간대학을 다니며 자격증을 따 중·고등학교 교단에 서는 등 교직도 겸업했다.82년 충남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공주전문대 영어과 교수로 발탁되었다.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만화학과 창설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던 임 교수는 89년 학교 측에 “만화과를 만들자.”는 제의를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농담하느냐?”는 핀잔만 들었다.지금이야 전국에 130여개 관련 학과가 있을 정도의 인기 분야이지만,당시만 해도 만화를 대학교에서 가르친다는 발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그러나 임 교수는 학교와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힘겨운 설득끝에 결국 90년 3월 한국 최초의 만화 학과인 ‘만화예술과’를 탄생시켰다. 당시 언론들은 이 기상천외한 학과 창설을 재미삼아 연일 보도했다.처음에는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뜨악해하던 학교측도 공주전문대가 덩달아 널리 알려지고 당장 신입생이 늘어나자 임 교수를 다시보기 시작했다.“그 소란 속에서도 만화를 배우겠다고 학생들이 보여준 열의가 고마울 따름이죠.만화를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에 입학한 늦깎이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96년에는 이원복,박세현,성완경 교수 등과 함께 한국 최초의 만화학회를 만드는 등 ‘만화 분야의 학문적 접근’을 위해 더욱 분주하게 뛰었다.97년 9월 공주문화대(전 공주전문대) 학장으로 뽑혀 ‘만화가 학장’ 별명을 얻었고,99년 2월 대전대 대학원에서 ‘문학과 만화의 구성요소와 표현기법연구’ 논문이 통과,명실상부한 ‘1호 국산 만화박사’가 됐다.공주문화대는 2001년 초 공주대학교로 통합되었다. ●“문화산업은 열악한 지방경제에 적합한 고부가가치산업” 임 교수는 대전지역 문화예술인과 과학자들이 모여 지난 7일 발족한 ‘대전과학기술문화예술연합’의 공동대표이기도하다.평소 “만화 속에 돈이 있다.”며 문화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해온 임 교수답게 지방경제 발전에 있어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자원도 없고,자본도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만화만큼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은 없어 보입니다.중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지방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는 “대전시의 목표인 ‘과학기술도시’는 단순한 하드웨어일 뿐”이라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인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접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강성남기자 snk@
  •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지금의 꿈”/23·25일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 갖는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57)의 상징은 목을 덮는 검은색 ‘터틀 네크’와 농담이라곤 모르는 ‘진지함’이다.그가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변함없는 옷차림의 백건우는 이날도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은 모험이지만,인생에는 모험이 따라야 한다.”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를 완주하는 것은 베토벤의 협주곡 5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 보다 음악적으로,체력적으로 훨씬 힘겨운 일”이라고 했다.이런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루카 파프가 지휘하는 서울시교향악단과 23일에는 1·3·4번,25일에는 2번과 5번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한다. 백건우는 프로코피예프가 20세기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레퍼토리라고 설명했다.올해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에서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별로 들을 기회가 없지만 1·4·5번도 너무나 훌륭한 곡”이라면서 “한국에서 전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나로서도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폴란드에 이어 두번째다.프로코피예프는 연주자에게도,청중에게도 어려움을 주는 곡으로 유명하다. 이번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느냐고 묻자 백건우는 “연주자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처럼,듣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런 곡이니까 이렇게 들어달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루카 파프에 대해서는 “현대 음악에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면서 “여러 차례 함께 연주한 적이 있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백건우는 최근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모은 앨범을 펴냈다.피아노 협주곡 1·2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폴란드 민요에 의한 대환상곡’‘돈조바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크라코비아크’ 등을 담았다.그는 “쇼팽을 공부하면서 의문도 많았다.”면서 “바르샤바 박물관에서 너덜너덜한 초간본 악보를보는 순간 그야말로 쇼팽이 살아숨쉬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시 태어나도 피아니스트가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그는 “그렇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안하면 못살 것 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앞으로 지휘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학창 시절 그런 꿈이 있었는데 피아노를 공부할수록 넘어야 할 산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 꿈은 좀 더 완벽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건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으로 날아갔다.10일과 11일 도쿄에서 쇼팽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돌아온다.(02)2005-0114. 서동철기자 dcsuh@
  • 연극 ‘졸업’ 주연 30년 명콤비 이호재 · 윤소정

    좀 지난 얘기지만 영화계의 ‘신성일-엄앵란’이나 TV드라마의 ‘최불암-김혜자’같은 명콤비를 연극판에서 꼽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중견배우 이호재(63)와 윤소정(60)을 떠올릴 것이다.부부로,연인으로 무대에 선 횟수가 많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이들이 보면 ‘부부 아닌가’싶을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기 때문이다.지난해 이호재의 연극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에서 부부로 출연했던 이들이 1년 만에 다시 만남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오는 25일부터 서울공연예술제의 공식초청작으로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극단 컬티즌의 ‘졸업’. “원래 작년에 하려던 작품이에요.고교 후배인 이만희 작가에게 40주년 기념작으로 윤소정씨와 나를 위한 작품을 써달라고 졸랐죠.한 해 미뤄지긴 했지만 감회가 새롭습니다.”(이호재) “74년 ‘초분’에서 처음 상대역으로 만난 뒤 벌써 30년이 흘렀으니 세월 참 빠르네요.”(윤소정) 당시 연극 ‘쇠뚝이놀이’를 보러갔다가 이호재의 연기에 반했다는 윤소정의 낭만적인(?) 회상에,이호재는 ‘그런 거짓말에 속을 줄 아느냐.’며 짐짓 타박을 한다.그러면서도 내심 싫지 않은 기색이다.30년지기인 이들이 인터뷰 내내 토닥거리는 모습은 정다운 오누이 같기도 하고,아직 밀고당기는 연애감정이 남아있는 오랜 연인사이 같기도 했다. 90년대 흥행작 ‘불 좀 꺼주세요’의 이만희 작가와 황인뢰 연출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한 연극 ‘졸업’은 암으로 죽음을 앞둔 50대 아내가 지인들을 불러 미리 ‘가상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을 그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꿈도 접은 채 가정에만 충실했던 아내는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 삶을 정리하고 싶어한다.울음으로 가득찬 장례식이 아니라 왁자지껄 수다를 떨면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의미의 ‘졸업’파티를 여는 것이다.평생 오케스트라 작곡에만 매달리고,여자 문제로 속을 썩였던 남편은 아내를 보낸 뒤에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윤소정은 대본을 읽는 순간 ‘색다르다.재밌겠다.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단다.장례식을 미리 치른다는 발상이 재밌었고,그럴 수만 있다면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점점 힘들다고 했다. “웃으면서 즐겁게 파티를 준비해야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지 뭐예요.조금만 몰입하면 금세 코가 막히고,가슴이 먹먹해지니….가볍고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윤소정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그냥 조용히 (저세상으로)가겠다.”며 손을 내저었다.이호재도 “나란 인간이 뭔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죽을 위인이 못된다.”며 웃었다. 극중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하느냐고 묻자 일순 긴장이 감돈다.이호재가 “요즘 남자들은 일이나 가정,둘중에 하나만 잘하면 성공하는 것 아니냐.”며 남편을 두둔하자,윤소정은 “사회적 성공의 의미가 뭐냐.성공의 척도는 사회가 아니라 자식들의 존경 여부”라며 금세 반격을 했다.하지만 곧 “말만 그렇지 실제로 이 선생님은 가족들에게 자상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재도 이에 질세라 윤소정의 장점을 늘어놓는다.“윤 선생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요.과거에 매달리거나 미래를염려하는 대신 언제나 현재에 충실하죠.그게 말은 쉬워도 사실 실천하기는 어렵잖아요.” 듣고 있기가 민망했던지 윤소정이 “인터뷰 때 우리 서로 띄워주기로 약속했다.”며 깔깔거렸다.농담인줄 알면서도 이호재는 “우리가 언제?”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윤소정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늘 즐기면서 연극을 하게끔 곁에서 도와주는 남편(배우 오현경)과 아이들이 고맙다.”고 했다.요즘도 무대에 서면 평론가나 관객보다 딸(배우 오지혜)이 제일 무섭단다. 이호재와 윤소정은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돌아가면서 ‘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잘 죽는다는 건 결국 잘 산다는 의미잖아요.후회없는 죽음은 없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 않겠어요?” 11월 2일까지 월~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6시. (02)765-5476. 이순녀기자 coral@
  • [癌없는 세상]유전자 치료란

    1.우리는 암을 정복해가고 있나 현대는 언어 인플레시대이다.‘최신’ ‘첨단’ ‘최신예’ 등의 단어가 ‘그저 그런 정도’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무엇을 정복했다.’는 말이 ‘무엇을 조금 알게 됐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이런 까닭에 “누군가에 의해 획기적 치료법이 개발됐으며,곧 암이 정복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양치기 소년’ 우화를 떠올리게 된다. 암 연구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인간이 어쩔 수 없이 1가지씩 중병을 선택해 죽어야 하는 운명일 때 모두가 암을 선택한다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보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고,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해 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아직 그렇지 못하지만,노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벌써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美선 왜 암 사망률 감소할까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말이 ‘진리의 열쇠는 금’이라는 것이다.투자없이 과학의 진보는 없다.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적인 암 정복사업을 시작했다.이 국책사업은 지금도 계속돼 최근 5년 동안 암 연구비 규모가 2배로 증가했으며,미국의 올해 암 연구비 총액은 47억 달러로 늘었다.이는 연방정부 연구비 1118억 달러의 4.2%,연방정부 예산 2조 1629억 달러의 0.2%에 이르는 규모다.이런 투자의 결과로 지난 90년부터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줄기 시작했다. 3.우리의 암정복 대책 우리나라도 국립암센터와 암정복 연구사업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암 연구에 돌입했다.누군가는 “많은 연구비를 쏟아붓기보다 다른 나라의 연구 결과를 도입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런 발상은 남의 숙제를 베끼는 것과 다를 게 없다.우리의 암 발생 양상이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즉,우리나라에서는 위암-간암-폐암 순으로 발생하지만,미국은 전립선암-유방암-폐암 순이고,일본은 위암-대장암-폐암 순이다. 우리와 서구인의 유전자 역시 차이가 있고,생활 양식이 달라 암 발생 기전과 양상 또한 같지 않다.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다. 4.획기적 신약은 없는가 모두가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그 획기적인 치료제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수술을 제외한 암 치료는 게릴라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게릴라들은 민간인 틈에 섞여 있어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는 이들을 섬멸할 수 없다.또 한 마을의 게릴라를 모두 섬멸했다고,이웃 마을에 게릴라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기대하는 ‘획기적인 신약’은 스마트 폭탄처럼 인체에 투여되면 암세포가 어디에 있든 추적하여 섬멸한다.그러면서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이 정도면 ‘획기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흔히 ‘스마트 항암제’로 불리는 이 획기적 신약으로는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암세포만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유전자 치료제 등을 들 수 있다. 5.항체를 이용한 항암제 암세포만 죽이는 항암제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이며,현재 7종이 시판중이다.원래 항체란 외부에서 세균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에서 특이적으로 결합해 이 세균을 죽이도록 생성되는 물질이다.암세포 또한 정상적인 인체에는 매우 드문 생리분자들을 세포막 표면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자들에 결합하는 특정 항체를 개발,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스마트 항암제를 탄생시킨 것이다.실제로 항체 역할을 하는 분자는 체내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일종의 ‘생약’인데,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즉 탈모와 구토 등 항암제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카이메라 항체(chimeric antibody),인간화 항체(humanized antibody)로 불리는 이런 항체는 최근 들어 파지 디스플레이방법이나 인간 항체유전자만을 가지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생쥐,인간항체 라이브러리 등의 방법을 통해 항체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실제로 2002년 현재 470종이 넘는 항체가 약품으로 개발중이며,70종의 항체가 임상시험 중이다. 6.암세포 성장 억제 항암제 또 다른 스마트 항암제가 있다.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특정 신호 전달체계를 방해해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가 그것이다.만성골수성백혈병과 위장관벽에 생기는 일부 암에 효과가 입증된 글리벡이 이런 유형의 항암제이다.대부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에는 특이한 종류의 세포막 단백질인 bcr/abl이 존재한다.이 단백질과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정상 세포에는 없고,백혈병 세포에만 존재한다.이 단백질이 암세포에 신호를 보내 무한정 분열하도록 유도한다.의학자들은 이 단백질이 세포내로 이런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글리벡이다. 참고로 글리벡의 개발 과정을 보자.우선 정상세포에는 없고 백혈병세포에만 있는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에 작용,백혈병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이것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즉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를 찾아 이를 이용해서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번째 사례다.그러나 글리벡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대부분의 백혈병세포를 죽이지만,일부 모세포는 죽이지 못한다.따라서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면 언제든백혈병세포가 다시 자랄 수 있다.즉,글리벡은 암을 파괴하는 대신 조절해 암환자가 암을 지니고도 오랫동안 살도록 한다.이점이 기존의 항암제와 다른 점이다.다시 말해 암을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글리벡은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불치병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암세포 유전자의 단백질에 작용해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 항암제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암세포에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혹은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발견이 무척 빨라졌다. 7.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 재조합 방법을 이용한 치료법이다.치료용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도입시켜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거나,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유전적 변형을 유도함으로써 암 등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법은 지난 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더슨 박사가 유전질환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를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이래 많은 희망적 결과들을 찾아내고 있다.처음에는 주로 단일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에 적용되었으나 분자생물학,생화학,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면서 여러 가지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특히 암,AIDS,알츠하이머,심혈관질환과 신경 손상,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많은 분야에서 유전자 치료가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전 세계에서 636건의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대상 질환은 암 69%,선천성 유전질환 8.9%,감염질환 11.8%,심혈관질환 1.7% 등이다. 이중 암에 적용되는 유전자치료법은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거나,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암백신 유전자치료법,화학요법이나 방사선에 대한 암세포의 감수성을 증가시켜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을 극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여 암세포를 살상하는 종양세포를 증식하는 등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새치료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국립암센터가 연구중인 방법,즉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 파괴하고,그 자리에 치료용 세포살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지능형 유전자치료법도 향후 결과가 주목되는 실험이다. 이 방법은 유전자 치료제가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특성이 있으며,암 유전자 파괴와 치료용 유전자의 투입이 동시에 일어나 효과가 배가되는 장점이 있다.동물실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2∼3년 내에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가 실질적 치료법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치료용 유전자를 원하는 부위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유전자 전달체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왜냐하면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유전자를 인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전자 전달체 개발이 필수적이나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따라서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암 치료에도 당연히 유전자치료가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최근들어 여러가지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발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성과로 암의 유전자 특성이 자세히 규명되는 단계여서 머잖아 실제 임상에 유전자치료를 처방할 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기초과학연구부장 정준호 국립암센터 분자종양학연구과장
  • [씨줄날줄] 신언패(愼言牌)

    폭군으로 전해지는 연산군의 일화다.인륜을 저버린 폭정에 나라 살림을 도탄으로 몰아 넣는 난정을 일삼았다고 한다.백성을 걱정하는 대신들,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장관쯤 되는 고관들이 앞을 다투어 연산군의 실정을 지적하며 군주 본래의 자리로 돌아 오라는 충간을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모친에 대한 원한에 함몰된 연산군의 가슴에 닿을 리 없었다.그래도 대신들의 상소가 이어지자 연산군은 한시(漢詩) 한 수를 곁들여 신언패(愼言牌)를 내렸다고 한다. 고관들에게 신언패라는 목걸이를 걸게하고,입은 화근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舌是切身刀)고 협박했다는 것이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고관들은 몸이 잘리는 상황에서도 나라님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것 같다.국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대신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몇몇 장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눈길 끄는 ‘발언’을 만들어 낸다.쓴소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계산된 듯한 단소리 행보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세상을 들여다 보면 말 솜씨로 공론(空論)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많다.공론은 논쟁을 낳고,논쟁은 변론술을 낳고,변론술은 사회의 건강성을 좀먹기 십상이다.쟁점마다 대립각을 세우는 요즘 세태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궤변론자라고 매도되는 소피스트들도 처음엔 현인(賢人)으로 존경받았다.각기 자부하는 전문 지식이 있었지만 결국엔 공론의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말재주의 허구를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아테네의 궤변 시대는 소크라테스의 등장까지 반세기 이상 이어졌다. 요즘엔 세상의 말 재주꾼들에게 신언패 하나씩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적당히 단소리를 해 놓고 사과했다며 어물쩡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계산된 제스처를 핑계삼아 농담이었다는 식으로 발뺌한다고 사람들이 모르겠는가.뒤늦게 본 뜻이 와전됐다는 식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공인을 자처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뜻 하나 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도록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말은 재주가 아니라 몸이 잘려도 좋다는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아테네 궤변 시대의 역사 공백을 답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 가요계 ‘꽃미남 3인방’ 뭉쳤다/신혜성·이지훈·강타 그룹 ‘S’ 첫 앨범 발매

    ‘얼굴’과 ‘노래’라면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을 신세대 미남가수들이 뭉쳤다.가요계에서 ‘단짝 트리오’로 소문이 뜨르르했던 강타·신혜성·이지훈이 아예 정식그룹 ‘S’를 결성하고,첫 앨범을 내놨다. 이들의 의기투합에 가요계 안팎의 관심이 일제히 쏠릴 수밖에 없다.이들이 누군가.강타는 그룹 HOT의 메인보컬,신혜성 역시 그룹 신화의 핵심멤버였으며,이지훈은 몇 편의 TV드라마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수준급의 외모까지 인정받은 얼굴.이들이 뭉쳐 상승효과를 내면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빚어낼지는 상상만 해도 짜릿할 것이다. 그룹의 이름 ‘S’는 최고를 의미하는 ‘Supreme’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이들의 자신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눈에 엿보인다. 셋이 뭉칠 조짐을 보인 것은 3년 전쯤.79년생 동갑내기로 곧잘 어울리던 이들은 “뭉치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농담을 가끔씩 했었는데,그게 현실이 됐다.”고 여유만만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룹 결성이 단순한 친목도모 수준일 리는 없다.치밀한 계산 끝에 지난해 말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밴드다.“최근 빌보드차트를 장식하는 상위권 히트곡들을 보면 스타들이 의기투합해서 부른 곡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그 무엇도 아닌,음악 하나를 위해 뭉쳤다.”는 게 강타의 설명이다.웨스트라이프,백스트리트 보이즈,나인티에잇 디그리,엔싱크 같은 세계적 수준의 보이밴드가 이들의 숨겨둔 목표인 셈이다. 첫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12곡.데뷔앨범을 내놓기까지는 자타가 인정하는 재주꾼 강타의 공이 제일 컸다. 첫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 ‘I Swear’를 포함해 ‘사랑니’‘미쳤었죠’‘달이 꾸는 꿈’ 등 6곡을 그가 직접 작곡했다.고급스러운 화음과 팝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멜로디로 무장(?)한 앨범은 백스트리트 보이즈,엔싱크류의 팝뮤직 팬들도 쉽사리 유혹해낼 듯하다. 실제로 “유럽풍의 편안하면서도 기품있는 화음”이 이들이 밝히는 승부수다. ‘I Swear’에는 S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겼다.애잔한 듯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미디엄 템포로,세사람의 음색이 절묘한 화음을 빚어낸다.지난 9월1일 인터넷사이트에서 먼저 공개된 덕분에 동작빠른 팬들은 벌써흥얼거리고 있다.앨범 정식발매 전에 15만장을 선주문받는 수훈을 세웠다. R&B풍의 5번째 수록곡 ‘달이 꾸는 꿈’도 S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대표곡이다.고급스러운 드럼 편곡이 셋의 부드러운 화음을 한층 도드라지게 받쳐준다. S의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S가 한시적으로 만난 프로젝트 그룹으로 알려진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면서 “엄연한 정식그룹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앨범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
  • 기생관광 ‘중국의 분노’/日人380명 만주사변 기념일에 ‘도발’

    |홍콩 연합|9·18 만주사변 72주년을 맞아 일본 관광객들이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의 호화 호텔에서 집단 기생파티를 벌여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등 중국 언론들은 28일 380여명의 일본인들이 16일 오후 주하이 최대 호텔인 국제회의센터 호텔 연회장에서 500여명의 중국 아가씨들을 불러 북새통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목격자 자오광첸(趙廣泉)은 “13층에 투숙한 일부 일본인들은 아예 방문조차 잠그지 않고 아가씨들과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13층 전체가 음탕한 소리와 웃음으로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젊은이 4명과 대화를 나눠보니 자신들은 중국 아가씨들과 놀기 위해 전국에서 380여명이 왔으며 나이는 37살이 가장 많고 16살짜리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들 일본 관광객은 중국의 국치일인 ‘9·18 만주사변’ 72주년을 맞아 기생 관광을 온 것”이라며 “그 악랄한 정도는 우리의 머리털을 서게 만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9·18 만주사변’은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지난 1931년 9월 18일 철도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중국군에게 포격을 가한 사건이다.
  • “김정일, 정몽헌 5차례 파격환대 송금뒤 해군기지·전용요트 초청”현대아산 변호인 밝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98년 10월부터 2000년 9월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모두 5차례의 면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5억달러 대북송금 및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직후인 2000년 6월29일 정주영·정몽헌 부자가 이례적으로 함경남도 원산 동해함대 해군기지에서 김 위원장과 3차면담을 가졌다.같은해 8월9일 원산 인근 호도반도 앞 해상에 정박해 있던 김 위원장의 전용선박에서도 4차 면담과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정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변호인이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에 제출한 ‘국방위원장 면담일정’ 및 ‘남북경협 사업일지’ 문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면담 일정을 보면 현대가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한 이후부터 김 위원장과의 면담 시간이 길어지고 오찬·만찬으로 이어졌다.98년 10월30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심야에 이뤄진 1차면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대건설이 세계에서 건설을 제일 잘한다.”는 덕담과 함께 “공산당수와 사진 찍는 것은 보안법 위반 아닌가.”라고 농담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또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석유 생산이 되면 남쪽에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5억달러의 송금 이후 원산 해군기지에서 이뤄진 3차면담에서 정주영·정몽헌 부자는 1·2차 면담과는 전혀 다른 환대를 받았다.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이은봉 현대아산 차장 등도 초청된 면담은 만찬을 포함해 4시간30분간 진행됐다.이날 금강산 관광개발사업,북한 명승지 종합관광개발사업 등에 합의했다. 같은해 8월9일 김 위원장의 전용요트에서 열린 4차면담에서는 통천지역 스키장·골프장 건설 등이 포함된 금강산 관광개발사업과 개성지역 육로관광 등이 협의됐다.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간 차원의 대북진출은 현대를 단일 창구로 현대의 승인을 받도록 남측 당국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사실상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직접 인정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2000년 9월30일 금강산에서 이뤄진 5차면담을 끝으로 김 위원장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2001년 2월 현대의 경영난이 더해지면서 정 회장이 북측과 금강산관광 사업대가 조정 및 지불유예 담판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마당] 지친 대학강사들의 뒷모습

    “대학강사 5년이면 총기자율화를 주장하고,대학강사 10년이면 전쟁이나 천재지변의 징후를 반가워한다.” “대학강사 5년이면 반항인 되고,대학강사 10년이면 폐인 된다.” 대학강사 시절 강사들끼리 주고받던 자조적인 농담들이다. 자가발전적으로는 ‘프리랜서’,자기부정적으로는 ‘일용잡직’,자기관찰적으로는 ‘보따리장사’.한 외국인 교수는 ‘상아탑의 노예’라고도 했던가.대학강사는 대학 수업의 50% 이상을 담당하지만 대학 교직원에 속하지 않는다.의료보험은 물론 월급(월급이 아니라 시간강사료라 한다.)도 없고 그러니 수당도 상여금도 퇴직금도 없다. 대학강사는 가방이 많다.요일별,대학별,과목별로 출석부와 교재와 강의안과 과제물 등을 가방별로 구분해서 넣고 다녀야 한다.연구실이 없는 대학강사들은 벤치나 차안이 연구실이다.그곳에서 식사를 하고,강의 준비를 하고,심지어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대학강사는 ‘구멍난’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자신의 전공이 아니면 공부하면서 가르친다.그러나 그 구멍이 메워지면 다음 학기로 그만이다.대학강사는 강사료로 먹고살지 못한다.평균 연봉이 800만원이니 배우자들이 생계를 책임지기 일쑤고,돈이 되는 그밖의 부업을 해야 한다. 열혈 신참강사를 만나면 노련한 고참강사는 반농담 삼아 일갈한다.“야,야,힘빼지 마라,받는 만큼만 가르쳐!”라고.시간당 평균 강사료가 3만원을 밑도니,수강생이 100명이라면 1인당 300원어치만 가르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게다가 강의 시간의 서너배,경우에 따라서는 열배에 해당하는 수업준비 및 수업 운영 및 평가에 투자되는 시간까지를 합친다면.이런! 나는 이해할 수 없다.같은 학위와 같은 연구실적을 가지고 운좋게 교수가 된 사람과 교수가 되지 못한 강사의 연봉이 10배나 차이 나는 현실과,자신감과 자존심으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야 할 시기에 생활고와 줄서기로 소진해야 하는 이 현실을.만년 강사가 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하는 현실과 6만명의 강사들이 자녀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평생 대학강사나 해먹고 살아라.”가 가장 큰 욕이 되고 있는 이 현실을. 조금 과장한다면 박사 2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인문학 박사나 여성 박사는 그 배를 넘어서 4명 중 3명이 실업자에 육박해 있다.대학교육 이외에도 무려 5년에서 10년을 진골이 빠지도록 공부해서 최저 생계비조차 책임질 수 없다면 누가 이 지루하고 초라한 자리를 지키겠는가.명석하고 명민한 젊은이들이 모두 이 자리를 기피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식 인프라는 붕괴될 것이고 창조력은 고갈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오늘의 교육이 내일의 사회를 낳는다.특히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장 전문적이고 가장 실용적인 미래 교육을 담당한다.그렇다면 대학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대학강사들의 비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비전을 퍼뜨릴 수 있는 포자가 아니겠는가.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학문과 교육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여건 마련과 그 제도적 개선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얼마 전에 읽은 대학강사 시인이 쓴 시구절이 떠오른다.“강의동 현관의 ‘잡상인 출입 금지’ 푯말 앞에서/속이 뜨끔해지는 선생”,“가르치기는 하되 ‘쯩’이 없는사람/이 생 전체가 집행유예이고 무임승차”인 사람,“가판대에서 뉴 밀레니엄 복권을 사는 선생/연말은 언제나 파산지경인데 새천년인데”(이영광 ‘함박눈’)… 정 끝 별 시인 열린사이버대 교수
  • 행자·해양장관 내정 안팎/‘盧코드’ 맞는 인사 발탁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예상대로 행정자치부 장관에는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을,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최낙정 차관을 임명키로 확정했다. ●변함없는 개혁코드 노 대통령이 허 장관을 중용키로 한 것은 개혁적인 코드가 맞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허 장관은 부산경실련 창립위원장으로 시민운동에 몸담았고,‘노무현을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에서 회장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청와대는 행자부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외부 출신의 개혁적인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최낙정 차관을 승진시킨 것도 개혁코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최 내정자는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튀는' 스타일이다.물론 개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또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을 하던 때 아끼던 관료라고 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 내정자를 임명하게 된 것은 기수 파괴로 볼 수도 있다.”면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개혁을 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이해해달라.”고 말했다.물론 해양부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최 내정자는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관에 올랐다.현재 차관급의 주류가 행시 13∼16회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행시 17회 출신을 장관으로 하는 것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세호)철도청장은 행시 24회가 아니냐.”고 맞받았다.나이나 기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정 보좌관은 농담으로 “요즘은 나이 많은 사람이 죄가 된다.”고 말했다. ●“한달 전에 장관 인선” 이번 행자부 장관과 해양부 장관의 인선과정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낸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후임 장관이 내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찬용 보좌관은 “허성관 내정자는 김두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것”이라면서 “김 장관은 사표 수리 전까지 태풍피해 복구작업 지휘 등의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후임자가 발표된 상태에서 김두관 장관의 지시나 말발이 계속 먹힐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정찬용 보좌관은 “2∼3년 뒤 ‘2차 조각’을 하게 될 경우에는 한달 전에 장관을 내정해 인수인계를 할 계획”이라면서 “대통령도 당선되면 당선자 시절을 갖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곽태헌기자 tiger@ 허성관 행자부장관 내정자 교수 출신이면서도 업무파악 능력이 돋보여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러나 기자들에게 “장관을 마친 뒤 외교관을 거쳐 교수로 복직하고 싶다.”는 등 희망사항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바람에 다소 ‘튄다.’는 지적을 받았다.두주불사형으로 친화력은 좋은 편이다.취미는 독서와 골프.부인 김경옥(56)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경남 마산(56) ▲광주제일고 ▲동아대 상학과 ▲한국은행 근무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 석·박사 ▲동아대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최낙정 해양부장관 내정자 스스로를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를 위해 사는 영원한 바다 사람’으로 부르는 정통 해양수산 관료.에세이집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는 책 을 펴내는 등 그의 이름 뒤에는 늘 ‘튀는 공무원’이란 꼬리표와 함께 ‘너무 직설적이다.’는 평가도 따라다닌다.모교인 고려대 병원에 사후 장기기증 계약을 체결,눈길을 끌기도 했다.취미는 글쓰기와 골프.부인 김성숙(48)씨와 1남1녀. ▲경남 고성(50)▲용산고 ▲고려대 ▲행시 17회 ▲해양부 항만정책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해양부 기획실장 ▲해양부 차관
  • [마당] 중랑천을 달리다

    한 10여 년쯤 전에 “아직도 강북에 사십니까?”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그때 그 말을 농담으로 듣지 말고 강남으로 이사를 했어야 했다.이제는 강남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도 이사를 할 수 없다.내가 사는 노원구의 아파트를 팔아서는 강남으로 가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매미’가 물러간 직후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으로 나갔다.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많은 비가 와서인지 중랑천의 물은 눈으로 보기에는 그런대로 맑았고,중랑천을 따라 양안에 개설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주민들이 자전거,인라인 스케이트,달리기,걷기 등을 즐기며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해 들어서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운전을 하다보면,나름대로 멋진 광경을 많이 보게 된다.봄에는 둔치에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상류 쪽에는 노란 개나리가 길게 이어져 봄을 맞이하는 눈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초여름에는 밀밭이 전개되더니 7월을 지나서는 해바라기 노란 꽃이 몇 ㎞에 걸쳐 이어진다.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중간중간에 있는 농구장과 같은 체육시설에는 사람들이 빼곡해서,여유의 활기를 보는 것 같아 운전 중에도 기분이 좋다.게다가 월릉교를 지나고 나면-이 무렵부터 상습 정체 구간인데-북한산의 제법 웅장한 산줄기가 석양빛을 반사하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중랑천은 양주군에서 발원하여 의정부를 지나 남류하여 도봉구,노원구,중랑구,동대문구 등을 지나 청계천을 품고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서울시에 있는 한강 지류 중에는 가장 크다.길이 약 20㎞.최대 너비 150m.유역 면적 288㎢.경기와 서울의 경계 부분은 서원천(書院川),도봉구 창동(倉洞) 부근은 한내(漢川)라 한다.동대문구 이문동 부근부터 중랑천이라 한다.청계천 외에 당현천,도봉천,우이천,묵동천,면목천 등의 지류가 있다.중랑천 유역에 사는 인구는 줄잡아 300만명이나 된다.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대치동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 녀석.얼마 전 만났더니 맑은 양재천을 따라 조깅을 한다 어쩐다,아파트가 8억원이나 한다 어쩐다,술도 줄이고 금연을 했다나,어쩐다나. 자전거에서 내려 담배 한 대 피우면서 마침 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 옆으로 가서 말을 건다.“좀 나옵니까?” 낚시꾼은 대답 없이 살림망을 들어 전리품을 보여준다.전차표를 갓 벗어난 붕어 서너마리.“먹습니까?”“먹긴,손맛이나 보는 거지.”“미끼는요?”“여긴 지렁이가 잘 들어요.” 그럼,그래야지.동물성 미끼를 써야 오염이 안 되지.손맛 많이 보라는 인사를 하며 자전거에 올라탄다. 하류로 가면서 강폭도 넓어지고 사람들도 많아진다.하지만 한양대학교가 건너다 보이는 지점에 오면 자전거도로는 끝이 난다.더 넓고 쾌적한 한강 둔치와는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그 단절은 강남에 대한 강북 사람의 경제적·문화적 단절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물론 그런 생각 자체가 중랑천변에 사는 사람들의 콤플렉스겠지.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새로 복원되는 청계천에 자전거도로가 생겨서-중·고교 시절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던 것처럼-사무실이 있는 인사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퇴근해서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고-지하철에서 술 냄새 풍기지 말고-쉬엄쉬엄 천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으면 좋겠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 “라이브 가수로 다시 태어납니다”3년만에 ‘미소’ 머금고 컴백 백지영

    “새 음반작업을 할 때만 해도 그저 담담했어요.그런데 막상 데뷔무대에 올라서니까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더라고요.가슴이 ‘뜨끈뜨끈’해지는 기분….그래서인지 연습 때만큼 춤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비디오 파문’에 휩싸여 가요계를 떠났다 3년만에 복귀한 가수 백지영(28)은 요즘 인터뷰를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는다. 지난 7일 생방송 SBS ‘인기가요’를 통해 처음 공중파 방송을 타고난 직후.긴장을 얼마나 했던지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지만,불쑥 꺼내는 첫마디가 데뷔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다.파문의 와중에서나 지금이나 가장 든든하게 위로가 되는 이는 부모님.“엄마,아빠가 생방송을 보시자마자 ‘우리딸이 제일 예쁘더라.’며 격려전화를 주셨다.”며 활짝 웃는다. 지하철 광고에서 탄성을 지르며 격렬히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봤는지.4번째 앨범 ‘미소’로 팬들을 다시 찾았다. CD 6만장에 카세트 테이프 3만장 등 초도 주문만도 9만장을 받았다.13곡이 실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미소’.그녀의 주특기인 라틴댄스곡이다. “북을 치고(무려 16개의 북을 친다.) 격렬한 안무를 곁들여야 하는 곡”이라더니 “이러니 어떻게 살이 안 빠질 수가 있겠느냐?”며 농담을 한다.실제로 최근 3㎏이나 빠졌다.“성형수술을 받았느냐고들 묻는데,살이 많이 빠진 탓”이라고 소문의 진상(?)도 해명하고 넘어간다. 새 앨범 작업에 들인 시간은 꼬박 1년.앞으로의 방송무대는 라이브로 일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비디오형’보다는 ‘오디오형’ 가수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에서다.격렬한 율동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치마와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를 삼가겠다는 것이 타이틀곡 무대의 컨셉트. “타이틀곡에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죠.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는 것같네요.(웃음) 발라드곡 ‘사랑해서 그랬죠’나 디스코풍의 ‘2manshow’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노래들이에요.” 긴장이 풀리는 건 이제 시간문제 같다.워낙 활달하고 밝은 성격인데다 새 앨범이 거의 라틴댄스풍으로 채워진 것도 부담없어 좋다.“‘백지영=라틴댄스’란 고정관념 때문인지 들어오는 곡의 십중팔구가 라틴댄스풍”이라는 그녀는 “내 특기가 따로 있는데 당장 억지로 장르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힙합이든 뭐든 내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때가 오면 그때 새 장르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내 씩씩한 듯 하지만 3년의 공백에서 생긴 그늘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나기도 한다.TV토크쇼 출연 제의가 오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엔 생각이 길어진다. “요즘 쇼프로그램들이 워낙 남자 출연자들과 장난스레 연결되는 게 많아서…”라며 말꼬리를 흐리고만다. 욕심이 해일처럼 밀려온다.콘서트 계획을 묻자 “아무리 늦어도 연말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앞으로의 각오요? 그 질문에는 아주 짧게 대답합니다.이렇게요.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황수정기자 sjh@
  • [사설] 이제는 金 장관이 물러날 때다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파동은 아직도 진행중이다.4일 청와대 5자회동에서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면대응하겠다고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받아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조로 받아넘겼다고 한다.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청와대측은 여론을 수렴중이며 추석 이후에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본다.해임건의안을 둘러싼 논쟁을 질질 끌수록 국정은 파행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더욱이 노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극한대립으로 인해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운영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김 장관이 자진해서 물러난다면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고 국정의 파행운영을 막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그런 점에서 김 장관이 ‘한나라당은 사대주의 정당’ ‘국회의 건의는 건의일 뿐’이라고 정면대응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뿐더러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표결처리가 명분이 약하고 밀어붙이기식 그릇된 정치행태라고 여러번 지적했다.대화와 타협을 외면한 이런 식의 힘겨루기 정치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하지만 이미 해임건의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서둘러 파문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해임건의안의 법적 구속력이니 정치적 구속력이니 하는 논쟁은 실익이 없다.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파국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다.청와대와 김 장관은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만큼 이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지금까지 정부가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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