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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미 “맨날봐도 달라야죠”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그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덮어놓고 기대감을 부추기는 이름, 김수미(55). 웬만한 국산 코믹영화라면 비집고 들어오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로 그의 연기 오지랖은 넓다. 유머감각 신통찮은 코미디 영화를 볼 때, 그래서 본전 생각 간절할 때, 카메오 출연만으로도 객석의 허기를 채워주는 재주꾼이 바로 그다. “인기비결? 그런 건 딱히 없고. 그냥 영화의 카메오란 게 음식으로 치면 김치 같은 거지. 진수성찬이면 뭘해? 김치 한 점은 먹어줘야 밥 먹은 것 같잖아, 그런 거지 뭐.(웃음)” TV나 스크린에서 익히 봐왔던 예의 그 거침없는 말투.“동치미가 됐다가 때론 깍두기, 신 김치도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유연한 연기관이 이 나이에도 톱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신현준과 투톱을 이뤘던 ‘맨발의 기봉이’도 가볍게 흥행홈런을 때렸다. 독자적 티켓파워가 있는 중견스타로 진작부터 충무로는 그를 ‘찜’해 뒀다. 그러니까 기획단계부터 흥행이 예감됐던 작품이기도 했다. “‘김수미가 카메오로라도 나오면 크게 웃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신세대 팬들이 많다.”며 농담을 섞더니 “감독이나 배우와의 친분으로 카메오 다작(多作)을 해왔지만, 시나리오를 다 읽고나서도 머릿속에 그림이 안 잡히면 눈 딱 감고 책(시나리오)을 버린다.”고 말했다. 중년배우들이 전에 없이 파워를 얻는 최근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선남선녀 주인공한테만 화제를 돌렸던 지금까지의 TV, 영화가 잘못된 거지. 왜 멜로는 20대만 주인공이어야 하는 거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영화가 이제쯤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말이지.” 다작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질리지 않게 하는 그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센 코미디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엔 휴먼드라마… 이런 전략이 있어야 맨날 보는 김수미가 달라보일 수 있는 법이지.” 20대 배우들도 못 당할 만큼 빡빡한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할까.“‘안녕, 프란체스카’ ‘맨발의 기봉이’ 이런 작품들을 찍을 때 후배들이 내 체력에 놀랐어요. 일에 빠져 있을 땐 어떤 바이러스도 내게 침투를 못하거든. 정신력으로 버티는데, 일이 없어 긴장을 풀면 그 순간 녹초가 돼버려.”최근엔 시나리오도 직접 써본다.“시놉시스를 보고 미니시리즈 만들자는 방송제작자도 있다.”더니 “서재 창 밖의 은행나무를 보며 하루종일 책만 읽는 내성적인 면모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 ‘맨발의 기봉이’가 개봉되고 한달 남짓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인터뷰도 극구 사양했던 그다). 며칠전 다시 돌아온 현장. 코믹액션 ‘가문의 부활’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엔 와이어 액션에 도전한다고 했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WORLD CUP] 웃음잃은 태극전사들

    |쾰른(독일) 박준석특파원|지난 5월14일 대표팀 첫 훈련이 소집된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23명의 태극전사들의 얼굴엔 독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16강행을 향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선수들도 비록 강도높은 훈련이었지만 시종 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로를 독려하면서 간간이 피로를 잊기라도 한 듯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던 취재기자들은 선수들의 충천한 사기에 16강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훈련장 주위에 모인 시민들도 환호성을 지르면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6월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독일 쾰른 인근 ‘바이 아레나’경기장. 대한민국축구대표팀이 독일 입성 뒤 이틀째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여일 전 파주의 분위기하고는 너무 달랐다. 선수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물론 본선 경기가 다가오면서 느끼는 부담감과 긴장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위기가 걱정스러웠다. 훈련 내내 선수들간 대화는 거의 없었다. 한동안 웃음도 없었다. 오직 코치진의 명령에 따라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코치진은 분위기를 띄워보기 위해 선수들간 신체접촉을 통해 몸을 풀게 했지만 장난기 많은 이천수를 제외하고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훈련기간 내내 딕 아드보카트의 고함소리만 큰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기자들과 교민들은 다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최근 열린 해외 평가전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대표팀의 분위기가 다운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금 대표팀에 절실한 것은 분위기를 띄우는 ‘웃음훈련’으로 보인다. 훈련 막바지 몇몇 선수들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지켜보는 이들을 다소 안도케 했다. 이천수의 ‘웃음바이러스’가 나머지 태극전사들에게 전염돼, 또 다른 신화를 재현하기를 기대한다.pjs@seoul.co.kr
  • 실버부부를 위한 테마여행 제주도

    실버부부를 위한 테마여행 제주도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정한모의 시 중에서. 젊은 시절 사는 데 급급해서 제대로 여행 한번 못했고, 굽은 허리로 손주들 돌보느라고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부모님. 지금 낭만의 섬 제주도에는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 ‘남편과 아내’로 다시 태어나는 노년 부부의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아래….” 이렇듯 제주도는 누구에게나 낭만과 추억의 섬이다. 이런 제주에서 황혼의 부부들이 신혼기분,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섰다. 백발이 허연 아버지가 등이 굽은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너무나도 멋진 황혼을 보내는 그들이 아름답고 부럽다. 환갑이 지난 노부부 둘이서 스파도 즐기고, 케이크도 만들고, 웨딩촬영 등을 하며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남은 인생을 설계하는 여행, 멋지지 않은가. 매일같이 동네 경로당이나 가서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을 위해 특별한 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자. 제주도의 푸른 밤은 젊은 연인들보다 주름진 얼굴의 우리 부모님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 글 사진 제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에이 이 사람아, 우리도 가슴에는 아직 뜨거운 열정이 남아 있어.”라며 이찬용(69·수원 영통)씨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공항으로 들어서며 하는 말이다. 그렇다. 누구나 여행은 가슴이 설레고 들뜨게 하는 모양이다. 멀미약을귀 밑에 붙인 어르신부터 멋진 모자를 눌러쓴 할머니까지 비행기에 오르는 표정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 같다. # 혼저옵서예, 제주 제주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기타와 조그만 북을 든 청년들이 “혼저옵서예, 제주. 아름답고 멋진 추억을 제주에서, 러브포에버….”라며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어르신들을 맞는다. 바로 노래를 부르며 노부부를 맞는 이들이 여행을 함께 할 PO(Play Operater·놀이도우미)들이다. 부모님들은 살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들이 귀여운가보다.“허허 우리 손주 녀석 같네. 반가워”라며 웃음짓는다. # 여보, 우리도 한번 땡겨 봅시다 첫날 저녁에 이어지는 흥겨운 ‘파티’. 손자 같은 PO들의 전통 춤, 마술쇼, 흘러간 추억의 노래, 스포츠 댄스 공연에 어깨춤이 들썩인다. 이번에는 부부댄스. 어른신들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은 양 좀처럼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자 PO들이 ‘어머니, 어버님’하며 손을 잡아끌자 마지 못해 일어서는 부모님들. 막상 리듬, 박자도 무시하고 아내의 발을 밟으며 춤에 열중하는 그들.“어렵다. 우린 우리 식이 좋아.”라며 흥겨운 몸짓을 보니 아직 가슴속에 남아 있는 부모님들의 열정이 느껴진다.“여보, 그냥 신나게 흔들어봐. 나 몰래 카바레에서 키운 실력 어디 갔어.”라는 짓궂은 농담에 얼굴을 붉히는 어머니도 흥겨움에, 젊었을 때 기분에 젖어든다. “젊은이들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아, 재미도 있고.” 그래 머리가 허옇게 변했다고 가슴의 열정까지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니었다.‘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얼마나 가져보았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짠’해온다. # 사랑해, 여보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섭지코지에 갔다. 젊은이나 어르신들이나 여행지에 소중한 기억을 사진에 옮기느라고 정신 없는 것은 똑같다. 사진을 찍어 주던 PO가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어버님 어머님 얼굴을 바라보시고, 아니 좀더 가까이”라며 포즈를 주문하자 “아이 그냥 찍어라, 빨리”라는 이문재(61·인천 연수)씨.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 주의자(50)씨가 “사진인데 뭐가 쑥스럽다고, 저기 애들 좀 봐요.”라며 허리를 꽉 안는다.“자 이번에는 아버님 ‘사랑해’라고 해보세요.”라는 주문에 “내가 살면서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인데, 이이가 여기서 하겠나. 관둬라.”라는 아내. 그러자 모기만 한 목소리로 “사랑해, 그리고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라는 이씨의 목소리. 환해지는 아내, 빨개진 남편의 얼굴이 묘한 대비를 이루지만 둘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여행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평생을 듣지 못했던 ‘사랑해’란 말을 백주대낮에 들으니 말이다. 푸른 초원을, 파란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행복감이 맑은 수채화처럼 번진다. # 우리 아내가 이리 곱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웨딩촬영. 머리와 화장을 곱게 한 이필수(68·경기 안산)Tl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이게 얼마만인가. 한 40년이 넘은 것 같네. 근데 주름도 많고 보기 싫지”라고 하자 “아니에요. 어머니 너무 곱고 예쁘세요.”라는 부추김이 싫지 않으신가 보다. 여자는 어쩔 수 없다니까. “아니 우리 마누라가 어디 있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만 있네”라는 정한두(70·경기 안산)씨.“정말 우리 할멈이 이렇게 입으니 너무 고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말끔한 턱시도를 입은 한 쌍의 연인이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비록 얼굴에는 주름이 있고 머리는 하얗지만 그들의 마음은 지금 결혼식을 앞둔 신랑신부와 같은가보다. 얼굴에 땀은 흐르고, 몇 십년 만에 입어보는 옷에 불편하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렇게 보낸 재미나고 아름다운 시간은 비록 3일이지만 추억은 어머니, 아버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 여행정보 부모님들을 위한 제주 효도관광 상품은 다양하다. 가격뿐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 부대비용 등을 꼼꼼히 비교하여 정하는 것이 좋다. 한화리조트에서 만든 ‘러브포에버’는 노부부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여행으로 다시 한번 신혼의 기쁨을 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어르신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여행상품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님과 여행을 동반하지 못할 때나 환갑이나 칠순 때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박3일의 일정으로 제주 관광지 여행은 물론이고 최고급 식사, 파티, 테라피체험, 케이크만들기, 파크골프, 요가, 웨딩촬영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채워졌다. 오는 19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출발한다. 선착순 20쌍 한정이며 요금은 1인당 40만원이다.(02)729-3915, www.hanwharesort.co.kr 이밖에도 대한항공 리멤버허니문(www.koreanair.com), 제주다나와(www.jejudanawa.com), 두두투어(www.dudutour.com) 등도 참고할 만하다.
  • [나길회기자의 세상 속으로] 강원랜드 카지노 딜러 24시

    [나길회기자의 세상 속으로] 강원랜드 카지노 딜러 24시

    화려한 조명, 정신없이 돌아가는 기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의 손님들…그 사이에서 흐트러짐 없이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 화투장 그림 하나 맞출 줄 모를 만큼 도박과 거리가 멀어도 카지노 딜러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고작 테이블 하나 너머 거리에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그들에 대한 환상을 지울 수 없었다. 강원랜드에서 2박3일간 지내며 딜러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20분씩 40분 일하고 20분휴식 1일 8시간 근무 “더 이상 돈을 거실 수 없습니다.(No more bet,please.)” 블랙 잭 테이블에서 딜러의 말이 떨어지자 손님들은 숨을 죽인다. 카드를 뒤집기 전 한 손님이 외친다.“6월의 첫째날인데 자, 한번 터져 줘야지.” 카드 2장으로 숫자 21을 만드는 ‘블랙 잭’이 나왔다. 물론 돈을 잃은 사람도 있다. 엇갈리는 표정에서도 딜러는 감정 변화없이 ‘축하합니다.’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손님들에게 건넨다. 포커에서 나쁜 패가 들어와도 표정 변화가 없다는 데서 유래한 ‘포커 페이스’. 적게는 천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카지노에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딜러뿐이다. 내 돈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내국인 카지노라 회사에서 승률에 대해 압박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딜러 역시 승부욕 강한 도박사다. 감정의 흔들림 없이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더 무겁다. 딜러들은 한 테이블당 20분씩 40분간 일하고 20분씩 쉬면서 하루 8시간 근무한다. 얼핏 쉬워 보인다. 하지만 칩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서 근무하는 육체적 고통은 만만치 않았다. 식사 시간은 단 30분. 대부분의 딜러들이 위염을 갖고 있다. 한 간부급 딜러는 “딜러들은 테이블 앞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골반뼈 양쪽에 멍이 가실 날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딜러 반점’이라고 부른다. 몇년 전부터 의자가 등장했지만 손님들에게 카드를 나눠줄 필요가 없는 바카라 외에는 여전히 딜러들은 서서 근무한다. ●손님 오전엔 편안… 시간 지나면 돈 잃고 눈빛 달라져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다. 딜러들이 선호하는 근무시간은 오전 8시∼오후 4시. 퇴근을 일찍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경력 4년차 딜러 김희경(26)씨는 “오전에는 대부분 손님들이 편안한 표정”이라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잃게 돼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딜러들이 저녁 근무보다 더 꺼려하는 곳은 바로 VIP룸. 만 40세 이상 일정 금액을 예치한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이곳에는 종일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다. 바카라의 경우 1회 걸 수 있는 돈이 최대 1인당 1000만원, 테이블당 6000만원이다. 단 5분 만에 아파트 한 채 값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딜러에게는 부담스럽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은 주먹 좀 쓴다는 사람들이다. 한 딜러는 “거의 각 지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건달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갑에 1000만원 단위의 수표를 빼곡하게 채우고 오거나 카지노 내 24시간 열려 있는 은행에서 수시로 돈을 찾는다. 돈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꽁지(카지노판에서 일종의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은어)’에게 돈을 빌린 뒤 날이 밝으면 갚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눈앞에서 몇백만원, 몇천만원이 사라지는 데 눈이 뒤집히지 않을 리 없다. 게임이 잘 안 되자 한 손님이 딜러에게 카드 교체를 요구한다.“너무 안 풀린다. 벌써 나 1억 넘게 잃었다.”라고 하자 카지노측은 카드를 바꿔줄 수밖에 없었다. 연속해서 돈을 잃자 고성과 욕이 쏟아진다. 일반 카지노에서는 아침에 새 카드를 개봉해 하루종일 쓰고 폐기하지만 이곳에서는 홧김에 카드를 구기는 경우가 많아 한번 쓴 카드는 바로 버린다. 한 딜러는 “오늘은 양호한 편이다. 딜러한테 욕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급 딜러는 “돈을 많이 잃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배에 갑옷을 입고 다닌다.”고 농담했다. ●퇴근후 서울서 매일 오는 손님도 있어 저녁이 되면 손님들이 점점 늘어난다. 매일 서울에서 퇴근하고 달려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돈을 잃은 사람이 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넌 초짜 딜러냐.”면서 반말로 시비를 걸거나 “딜러가 바뀌니까 자꾸 잃네.”라며 딜러 탓을 하는 손님도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딜러들은 한국 사람들이 매너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딜러 황문정(25)씨는 “외국인들도 욕은 하지만 딜러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여기서는 딜러에게뿐만 아니라 옆 손님에게 욕을 하고 참견하는 사람들 상대하는 데 이골이 났다.”고 전했다. 딜러는 전문직이라 연봉은 경력에 따라 최소 중소기업 수준에서 대기업 수준.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더 피곤하다. 손님들이 기분 좋을 때 주는 팁은 강원랜드 직원 전체가 나눠 갖기 때문에 하루에 많아야 1만원이다. ●“딜러도 딜러는 이길 수 없어요” 강원랜드 딜러들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이곳에 손님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그래서 해외에서 게임을 해봤지만 경력 20년 이상의 딜러들도 손님이 되면 무기력해진다. 한 딜러는 “내 돈을 거는 순간 이미 감정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딜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러는 “룰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오히려 돈을 따기 어렵다.”고 전했다. 딜러들이 게임을 진행하는 데 카드 집는 방법에서 섞는 법까지 모두 다 정해져 있다. 게임 진행 상황을 손님에게 명확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교대 시간에는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카메라에 보여줘야 한다. 딜러 휴게실 입구에는 칩을 체크하는 검색대가 있다. 이처럼 바늘 하나 샐 틈 없는 카지노에서 딜러든 손님이든 속임수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의심을 한다. 카지노에서는 확률적으로 딜러가 돈을 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잃다 보면 의심이 생긴다. 한 간부급 딜러는 “오늘은 어떤 손님이 딜러가 카드를 세게 던지는 게 아무래도 다른 카드로 바꿔치기하는 것 같다며 항의했다.”며 어이없어했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은 너무나 다른 세계였다. 손님으로 바라 본 딜러는 화려한 도박사지만 딜러가 돼 바라본 카지노는 돈과 감정의 조각들이 흩어진 곳이었다. 딜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카지노는 재미를 위해 찾으세요. 돈을 잃기 시작했다면 그 순간이 멈춰야 할 때입니다.” kkirina@seoul.co.kr ■ “힘들지만 자기계발 시간 많아” “딜러는 힘들지만 재미있고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강원랜드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카지노팀장 김미원(47)씨.23년 경력을 가진 그는 카지노 딜러 예찬론자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딜러들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고현정이나 ‘올인’의 송혜교를 통해 딜러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김씨가 딜러가 된 1980년에는 국내에 카지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도 처음에는 언니가 다니던 호텔 인사과에 지원하려 했지만 형제·자매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해 우연히 딜러의 길로 들어섰다. “외국인 카지노는 딜러가 이기지 못하면 교체되기도 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하죠. 하지만 승부욕 강한 제 성격과 잘 맞았고 지금껏 딜러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도 딜러의 장점.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카지노든 하루 8시간 외에는 초과 근무를 요구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강원랜드에는 1000명이 넘는 딜러들이 있지만 남은 시간에 어떻게 자기 계발을 하느냐에 따라 실력은 천지차이”라면서 “국제 대회 출전 등 영업 시간 외에도 딜러로서 성취감을 느낄 기회는 많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딜러란 어떤 것일까. 손이 야무져 기능면에서 탁월한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부진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큰 돈이 오가고 설사 손님에게 계속 지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배포를 지녀야 한다. 그는 “멋진 승부의 세계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딜러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해피 바이러스 퍼뜨리는 록밴드 ‘슈퍼키드’

    해피 바이러스 퍼뜨리는 록밴드 ‘슈퍼키드’

    우리는 음악 팬들을 즐겁게 하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록스타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누구보다 자신의 음악을 즐기는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해피 바이러스 전파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기발랄 라이브 공연의 지표로 삼는다. 유쾌 상쾌 통쾌 산만(!)한 록 밴드 슈퍼키드는 이러한 음악 헌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2004년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팀 2인조 허니첵스에 뿌리를 둔 이들은 학연·지연으로 얽힌 6인조로 ‘파워 업’한 뒤 지난해 여름부터 홍대 클럽가에 뛰어들어 해피 바이러스를 뿌려댔다.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나 개콘(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방송이나 대학 축제 등에 단골손님이 됐다. 라이브 공연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것. 밴드 이름으로만 보면 슈퍼맨이 생각나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셀프타이틀 1집은 DC코믹스 만화책 그림체로 꾸몄다. 그럼 몸짱 밴드? 아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와도 비교할 수 있겠다. 그럼 얼짱? 6종 세트 우량아 밴드로 자처하는 이들은, 그런데 결코 꽃미남 밴드도 아니다. 전덕호 전진욱 박정현 김주현 강조성 정동명 등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택한 예명도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의 그것과는 정반대다. 허첵, 파자마 징고(이상 보컬), 박과장, 좌니 킴(이상 기타), 헤비포터(베이스), 슈카카(드럼)…. 장난기 넘치는 이름에서부터 웃음이 슬금슬금 삐져나온다. 밴드 이름이 KID가 아니라 ‘D’를 하나 더 붙여 KIDD인 점에 주목하자. 농담, 장난을 뜻하는 kidding에서 땄다. “무대에 올라가면 아무 말도 안 하고 공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 나와요. 꽃미남이 절대 아닌 외모에 곱상한 옷차림이 관객들을 먼저 무장해제 시키죠.” 공연이 시쳇말로 ‘생쑈’라 할 정도로 ‘깬다’. 신발을 벗어들고 탬버린이나 퍼커션처럼 흔들고, 메가폰 사이렌 소리와 호루라기로 듣는 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 것은 약과. 호시탐탐 관객석에 뛰어들 기회만 노리고, 드럼 세트에 앉아 있는 슈카카를 빼놓곤 모든 멤버가 무대가 좁아 보일 정도로, 팬들이 사진 한 번 찍기가 곤란할 정도로 오두방정 날아다닌다. 랩 차원을 뛰어 넘어 노홍철도 울고 갈 정도의 수다와 만담 같은 보컬(특이하게 보컬이 두 명이다)에다 댄스와 록이 결합된,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추임새, 그리고 막춤이 슈퍼키드의 강력한 무기.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즐거워하는 슈퍼키드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된 관객들도 좀이 쑤셔 어느새 머리를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고 마침내 ‘방방´ 뛰어 오르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어쩌라고’,‘굿모닝 에브리원’,‘크레이지 LUV’ 등 감탄할 만한 발라드도 장전됐다. “저희 음악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파티록, 디스코록, 하우스록 등 이름이야 무엇이든 즐겁게 놀 수 있는 록으로 생각해주면 딱이에요. 퍼니(funny)록이라고 할까요.”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동참할 수 있다면 모두가 슈퍼키드 7번째 멤버라고 한다.“관객들만 신나게 만들 수 있으면 스트링까지 늘려 12인조로 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음∼, 여성 멤버가 가입한다면 더 좋겠네요. 하하.” “제발 만만하게 봐주세요∼. 여러분의 다정한 친구 슈퍼키드예요. 불러주면 어디든 가는 애니콜 밴드예요. 자∼아, 살리고 살리고, 렛 미 댄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5·31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첫날

    5·31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40대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당선자는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첫날부터 시 현안보고를 받는 등 본격적인 시정 인수작업에 들어갔다. ●5일쯤 시장직 인수위 구성안 발표 오 당선자는 1일 후보선거사무실에서 시 고위관계자들로부터 현안보고를 받는 한편 시장직인수위원회 구성에 착수해 이르면 오는 5일쯤 인수위 구성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수위에는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당내 및 외부 인사 25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 당선자는 이날 오전 8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10시20분쯤 한나라당 염창동당사를 찾아 박근혜 대표에게 당선 인사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 당선자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긴 했지만 상당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이후 2개월간 무려 8㎏이나 감량했다. 오 당선자는 여당의 강금실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옅은 보라색 정장을 입고 기다리던 나경원 서울시장후보대변인에게 “이제 아주 마음 놓고 보라색 옷을 입으시는구먼….”이라고 농담을 건네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번에 아주 고생 많이 하셨다.”고 격려했고, 오 당선자는 “(박 대표가) 퇴원하고도 마음이 무거웠는데 웃는 모습을 본 뒤에야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박 대표가 자신을 위한 지원유세에 나섰다가 피습 당한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박 대표는 “서울시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시장이 되신 만큼 책임도 무거울 것”이라며 “그런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마음 잃지 않고 하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이명박 시장 “강북개발 잘 살려나가라” 이어 오 당선자는 이날 오후 이명박 서울시장을 방문해 당선 인사를 전했다. 이 시장은 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강북개발프로젝트에 대해 “테마를 잘 정한 것 같다.”며 “강북개발사업을 잘 살려나가라.”고 주문했다. 오 당선자는 이에 대해 “이 시장께서 청계천 복원이나 뉴타운 개발사업 등 바탕을 잘 깔아놓았기 때문에 그 뜻을 살려나가면 될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당선자는 이어 서울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인 관악구 신림동 난곡을 다시 찾았다. 그는 “선거기간 중 가장 열렬히 맞아주었던 동네가 난곡이었다.”며 “형편은 어렵지만 어느 동네 아이들보다 맑고 밝은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에게 시장이 되면 제일 먼저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난곡 방문의 배경을 설명했다. 오 당선자는 당분간 소외지역과 소외시설을 찾는 것으로 당선 사례를 대신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이 가장 힘든 경기될 것 주영, 천수보다 나이만 적을뿐”

    “가장 어려운 경기는 토고전이 될 것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본선 첫 경기인 토고전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오는 4일 밤 열리는 ‘모의고사’인 가나전에 ‘베스트 11’을 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일 유럽 축구 전문사이트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토고전이 가장 쉬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오해다.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토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첫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나와의 평가전을 토고전에 대비해 실전이나 다름없는 경기로 치르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내비친 대목이다. 노르웨이전에 출전하지 않은 박지성을 비롯해 이을용·김남일 등 베스트 멤버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차례의 국내 평가전을 통해 베스트 11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혔다. 골키퍼는 이운재, 수비라인은 이영표-김진규-최진철-송종국이 형성하고, 중원은 박지성-이을용-김남일이 거의 확정적이다. 문제는 공격 라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8∼9명의 선수들은 정해졌고,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선수가 2명 있다.”고 말했다. 경쟁을 벌이는 포지션은 공격라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현재까지도 박주영(왼쪽)-안정환(가운데)-설기현(오른쪽)의 새로운 조합과 기존 설기현(왼쪽)-안정환-이천수 카드를 놓고 저울질에 여념이 없다. 특히 박주영과 이천수의 선발 경쟁은 치열하다. 그는 박주영과 이천수를 비교하면서 “이천수가 나이가 더 많다는 게 차이 아니냐.”며 농담을 건넨 뒤 “박주영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그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일단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분위기를 내비쳤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7)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7)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한국에서 우리 학교를 염탐하러(spying) 왔다고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쉿! 비밀 연구실이 많으니까 조심해서 보세요.”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애서니움에서 만난 아메드 즈웨일 교수가 기자에게 건넨 장난기 섞인 농담이다. 그는 1999년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다. 라틴어로 아테네 신전을 뜻하는 ‘애서니움(Athenaeum)’은 교수 식당. 중앙에는 ‘노벨(Nobel) 테이블’로 불리는 특별한 좌석이 있다. 여느 식탁과 다를 바 없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식탁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드보라 헤지스 대외협력 팀장은 “노벨 테이블의 대화만으로도 박사 수준의 논문을 써 낼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아쉽게도 학생들은 출입금지”라며 웃었다. 식사를 하던 중 기자의 인사를 받은 즈웨일 교수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요청에 유쾌하게 응했다. 그에게서 딱딱한 권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학생 대 교수 비율 3대1 ‘소수정예 고수´ 칼텍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미국 이공계 분야 노벨상의 양대 산실이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그럽스 교수까지 3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1학년생도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학문적 서열’이 아닌 과학을 매개로 한 ‘지적 교류’가 풍성한 대학이다. 포스텍(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은 “작지만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한 칼텍이 포스텍의 초기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기초과학 분야의 최강인 칼텍과 응용과학에 뛰어난 MIT의 통합 모델이 포스텍의 미래”라고 말한다. 칼텍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학생수가 적은 ‘초미니 사립대’이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은 미국 최저인 3대1이다. 대학원생을 합해도 전교생은 2000명에 불과하다. 강력한 경쟁자인 MIT의 5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대의 교수 1명당 학생수는 23명이었다. 에리카 오닐 학생·재정 부총장은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는 한마디로 칼텍을 설명한다. 칼텍은 미국 ‘연구소 대학’의 표본이다. 학생들은 연구소에 들어가 대학 과정을 이수한다. 학제, 커리큘럼부터 신입생 선발 등 학교 운영의 중심에는 ‘연구’가 있다. 미국 우주선을 개발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 생물·화학과가 있는 벡만 연구소, 공대가 입주한 무어 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소 하나 하나가 그대로 학과이다. ●철저히 연구 중심 학제 “교과서가 없다” 칼텍은 화학·화공학, 수학·물리학, 공학, 천문·지질학, 인문·사회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35개 전공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MIT가 종합대학으로 변신하는 동안 칼텍은 기초 과학과 공학을 고수하고 있다. 칼텍의 발전 전략은 ‘소수 정예주의’와 ‘가장 높게 발전한 분야를 더 높게’로 압축된다. 전 세계에서 한 해 200여명만 입학한다. 과학영재 교육기관이라는 위상에 맞게 가능성 있는 영재를 천재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이다. 설립 이후 단 한번도 교수 1명에 학생 3명이라는 비율이 깨진 적이 없다. 학제는 철저히 연구 위주로 편성된다. 처음 2년은 기초과학을 한다. 모든 입학생이 전공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양자물리학과 수학, 화학을 이수해야 한다. 그 과정이 끝나면 ‘이노베이트 클래스’ 단계로, 최종적으로 실험·연구에 참여한다. 여름방학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SURF 등 기획 프로그램이 많아 학부 1∼2학년생도 연구 참여가 가능하다.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SURF 연구비를 받고 있다. 칼텍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곽주현 화학과 교수는 “학부생부터 연구원 수준의 트레이닝을 시키는 튜터링(개인교습) 체제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쉴새 없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학교” 칼텍 강의실에는 교과서가 없다. 교수는 매 시간마다 강의 자료를 직접 준비한다. 인공망막 개발 연구를 하는 다미앵 로저스 박사는 “교과서야말로 최소 1년, 길게는 2∼3년 이상 늦은 가장 뒤처진 텍스트”라고 말한다. 가장 최신의 학문과 새로운 발견 등을 담기 위해서라도 교과서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재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대해 4년 내내 수천t의 철근에 눌려 사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1학년의 10%는 학문적인 이유로 2학년 진학을 포기할 정도이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학생도 많다. 생명공학과 박준석(21·2학년)씨는 “파워포인트와 프레젠테이션을 사용하는 발표 과제, 퀴즈, 시험만으로도 일주일이 벅차다.”면서 “연구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자 쉴새 없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학교”라고 말한다. 교수 영입은 2무(無)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교수 선발에 있어서는 예산과 시간의 제한을 전혀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닐 부총장은 “2∼3년이 걸려도 반드시 원하는 교수를 모셔온다.”고 말한다. 칼텍은 1920년대부터 화학 분야의 아서 노이스, 물리학의 로버트 밀리칸, 항공공학의 테오도르 폰 카르만 등 세계적인 학자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방문 교수로 재직했다. sunstory@seoul.co.kr ‘악동’ 과학 영재들의 유쾌한 에피소드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칼텍 천재들은 악동? 1987년 5월4일 할리우드 탄생 100주년 기념일.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으로 리(Lee) 마운트 정상 부근에 서 있는 거대한 ‘할리우드(HOLLYWOOD) 표지판’이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할리우드라는 영어 철자는 사라지고 칼텍(CALTECH· 철자를 새긴 표지판으로 바뀌었다. 칼텍 학생들이 과학자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계획한 행동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장난은 전 세계에 큰 화제를 뿌렸다. 지난달에는 칼텍의 영원한 ‘맞수’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학생들이 화제를 모았다.MIT 학생들이 칼텍의 명물인 1.7t의 ‘플레밍 대포’를 4828㎞나 떨어진 미 대륙 반대편의 MIT 캠퍼스로 옮겨놓는 장난을 친 것이다.MIT 학생들의 통쾌한 복수였다. 지난해 칼텍 학생들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다.MIT 대학본부에 새겨진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교명을 ‘또 하나의 공대’(That other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철자로 바꾼 것이다. 칼텍 구내상점에서도 두 대학의 기싸움을 엿볼 수 있다. 셔츠 앞면에 ‘MIT’라고 쓰여진 특별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셔츠는 일종의 ‘트릭’이다. 셔츠 뒷면에는 ‘아무나 칼텍에 입학할 수는 없기 때문에’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MIT의 자존심을 긁기에 충분한 말이다. 칼텍은 ‘서부의 MIT’,MIT는 ‘동부의 칼텍’으로도 불리는 등 두 대학은 미국 과학 기술계의 라이벌이다. 칼텍 악동의 대표적인 전통 행사는 ‘디치 데이(ditch day)’. 매년 4학년생이 기획하는 이 행사는 ‘등교하지 않는 날’이다. 학교측에 사전예고 없이 결정한다. 디치 데이에 멋모르고 등교한 배신자는 장난기 어린 응징을 당한다. 교내 캠퍼스 나무에 묶이거나 물벼락을 맞는다. 교수들도 즐거운 날이다. 나무 위에 쫓겨 올라가거나 묶인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행운을 비네.’(Good luck)라는 인사를 건네며 낄낄거린다.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칼텍의 ‘공부벌레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유일한 날이다. sunstory@seoul.co.kr ■ “과학에 열정있다면 아낌없이 지원”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돈이 없어 입학을 주저하는 학생이라면 우리가 학비를 지원합니다. 단 평생 과학자로 살고 싶은 학생을 원합니다.” 에리카 오닐 학생·재정 부총장은 “과학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춘 학생이면 경제적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칼텍 등록금은 2만 7000달러(약 2700만원). 기숙사 비용 등 생활비를 합하면 1년에 4만달러가 필요하다. 국적에 상관없이 외국 학생들은 경제적 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칼텍은 학생들의 재정 지원을 위해 14억달러(약 1조 4000억원)의 ‘기부금 캠페인’까지 벌일 정도이다. 칼텍 총장은 현재 공석이다.1997년 제7대 수장에 오른 데이비드 볼티모어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사임했다.1975년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인 그는 “연구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총장에서 물러났다. 칼텍 입학의 핵심 요소는 수학·과학 성적이다. 대학수능시험(SAT) 수학과 과학 커트라인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780점(만점 800점)이다. 고교 때의 개별적인 연구·실험활동과 수학·과학의 학습 능력이 심도있게 반영된다. 오닐 부총장은 특히 창의력과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 그녀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분야의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칼텍의 신입생 선발은 독특하다. 전권을 쥔 기관은 38명의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입학위원회’이다. 총장은 입학 사정에 참여할 수 없다. 교수(16명)와 직원뿐 아니라 학생(16명)도 참여한다. 매년 전 세계 3000여명의 입학 지원서는 이들에 의해 평가된다. 오닐 부총장은 늘어나는 아시아 학생(현재 31%)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은 잘본다.”면서 “그러나 연구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입학을 원한다면 다양한 연구 활동 경험을 쌓으라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sunstory@seoul.co.kr ■ 박사과정 한국유학생 4명 만나보니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과학자로서 평생 연구에 전념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하는 칼텍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과학 한국’을 이끌 주인공들이다. 칼텍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들은 칼텍이야말로 ‘미국 과학기술 교육의 특성과 경쟁력이 집약된 대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칼텍을 선택한 이유는. -(박종원)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만큼 물리에 강한 대학을 선택했다. 칼텍은 물리학 분야에서 ‘끈 이론’을 정립한 존 슈워츠 교수가 연구하던 곳이다. -(김종민)경제적 지원이 폭넓다는 점과 칼텍이 한국의 포스텍과 비슷하다는 친근함이 작용했다. 처음 3년은 학과에서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금은 지도 교수가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손수진)학부는 MIT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칼텍은 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칼텍의 실험실을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다. ▶칼텍 학제와 연구의 장점은. -(서진유)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첫 1년이 가장 힘들었다. 수업 부담이 크다. 칼텍에서는 통상 첫 해만 잘 넘기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1년이 지나 등록을 연장하자 교학과에서 “생존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김)자연과학 분야는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된다. 학교가 작고 연구소 체제로 운영돼 다른 전공 분야와의 통합 연구가 쉽다. 생물공학 분야도 다른 대학의 의대와 연계돼 있다. -(손)MIT가 평균 수준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칼텍은 톱 클래스 위주로 교과 과정을 구성한다.1주일에 50시간씩 공부하거나 100시간씩 연구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박)정말 ‘능력 위주’이다. 학부·대학원을 가르는 코스 제한이 전혀 없다. 학부생도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학제간 장벽이 없어 학과도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이 칼텍에 입학하는가. -(손)종합대학인 MIT에서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지만 칼텍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외골수(one-typed)가 주류이다. -(박)칼텍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 학부 때 연구에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거나 수상 경력이 있다면 대학원 입학이 가능하다.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서)소수 정예의 분위기에 맞게 교수와 학생간의 학문적 상호작용이 깊고 넓다. 지도 교수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박)현 지도 교수의 제자가 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칼텍은 지도 교수가 먼저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그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만 제자로 받아준다. 박사 과정 2년차였는데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sunstory@seoul.co.kr
  • [프로야구 2006] 홍성흔 ‘완장값’ 결승포 때렸네

    ‘오버맨’ 두산 홍성흔은 최근 심기가 불편했다.평소에 농담을 잘하고 항상 웃음을 달고 다니지만 최근 팀성적(7위)과 개인 성적(타율 .220)의 부진으로 ‘주장’ 완장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홍성흔은 “이전에는 내 성적만 신경쓰면 됐지만 주장을 맡은 뒤 피곤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짓눌렸던 홍성흔이 19일 모처럼 웃었다. 잠실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정민철을 상대로 4회 좌월 결승 솔로홈런(비거리 110m)을 터뜨려 모처럼 이름값을 해내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상대로 7이닝 3안타 12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친 선발 박명환의 승리도 이끌었다.박명환은 탈삼진 54개로 류현진(한화·52)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파죽의 6연승을 달렸던 한화는 이날 덜미를 잡혀 상승세가 멈췄다. 수원에서는 1위 현대가 1회 ‘돌아온 홈런왕’ 래리 서튼의 만루홈런으로 SK를 9-4로 꺾고 8연승을 달렸다.지난해 홈런왕 래리 서튼은 시즌초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지난 13일 복귀한 이후로 연일 홈런포를 작렬시키고 있다.선발투수 캘러웨이는 6이닝 9안타 6삼진 3실점했지만 서튼의 만루홈런 덕에 시즌 5승째를 챙겼다.SK는 4연패.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젠 한국이 지구를 지킨다”

    “이젠 한국이 지구를 지킨다”

    “그동안 지구를 미국이나 일본에서만 지켰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도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내 드라마의 ‘미다스 손’ 김종학 감독이 던지는 뼈있는 농담이다.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급인 초특급 어린이 SFX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태왕사신기’를 제작하고 있는 청암엔터테인먼트(대표 김종학)의 ‘이레자이온’(감독 박찬율·윤민항, 극본 윤민항)이다.30분짜리 26부작으로 국내 최초 드라마 펀드인 ‘굿앤리치 드라마 사모특별자산펀드 1호’에서 무려 100억원을 투입한다.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울트라맨’,‘가면 라이더’,‘후레쉬맨’,‘파워레인저’ 등 일본이나 미국의 전대물(戰隊物) 또는 특수촬영물을 떠올리면 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쉬울 듯. 국내는 물론 세계를 겨냥해 2년 동안 기획했고, 실사와 3D애니메이션으로 꾸미고 있는 ‘이레자이온’은 해 달 불 물 나무 쇠 흙의 정기를 받은 일곱 용사 천지 7인이 주인공. 이들은 우주의 절대악 테라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테라를 따르는 황도 12궁에 맞서 지구를 지켜내게 된다. 18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캐릭터가 생생한 드라마를 만들어 놓고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작품이 없었다.”면서 “이르면 오는 11월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게임, 완구, 출판, 캐릭터 팬시 사업 등이 동시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퀄리티를 위해 일본 특별촬영 전문사 몬스터즈와 손잡고 캐릭터 디자인에만 1년 동안 약 15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를 포함해 순수 제작비는 60억원으로, 나머지 40억원은 세트장을 포함한 테마파크 건설에 쓰인다. 청암엔터테인먼트 이철희 이사는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일본 미국 중국 등과 접촉했더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세계적인 작품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 전대물의 위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깨미동과 떠나는 생각여행] (11)동물을 사랑하는 길

    ■ 생각 열기 ●개를 먹으면 야만인일까? 우리나라에서 개를 먹는 것은 불법일까? 개는 축산법적으로 소, 돼지와 같은 식용 가축이다. 그러나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는 가축이 아니다. 따라서 개를 도살하거나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모순된 현상은 개를 바라보는 두 입장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88올림픽이 열릴 무렵, 외국의 눈을 의식한 정부는 개고기 음식점들을 뒷골목으로 몰아냈다. 업소들은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이 개고기를 먹었다. 대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먹는 개와 기르는 개가 다르며, 우리의 전통 음식문화임을 주장하며 알렸다. 점차 애견인구가 늘어나면서 정부도 애견인구 육성에 도움이 되는 법제도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외국을 의식하는 입장과 개고기 찬성론자의 대립에서 이제는 국내에서도 의견이 나뉘게 되었다.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생적인 유통체계를 갖추면 인천 장수동과 산곡동에서 일어났던 일명 ‘개지옥’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견론자들은 과거처럼 단백질을 섭취할 먹을거리가 부족하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입장이다. ■ 생각에 날개달기 ●동물을 가족처럼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 우선 소득수준이 향상되었다.90년대 중반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애견인구는 점점 늘어났고, 갈수록 다양한 동물들을 기르게 되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도시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정서적 공허감이다. 도시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자녀를 두어도 1명 정도인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가 약화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은 상처를 달래고 신뢰할 만한 대상이 필요했다. 오히려 인간이 동물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사람과 달리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사랑을 주는 모습에서 큰 위로와 자신감을 느끼게 된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반려동물로 인정하게 된다. 애완동물이 없으면 가족이 붕괴된다는 농담이 등장할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배우 브리짓 바르도와 같이 극소수의 인종차별주의적인 동물보호론자는 인간에 준하는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을 야만인으로 규정한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라면 몰라도 프랑스인이나 미국인이라면 절대 개고기를 먹을 수 없다고 단정한 적도 있다. ●무엇이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일까? 사려 깊은 동물 보호론자들은 사람에게 무관심하면서 지나치게 동물에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한다. 애완동물을 고가의 의상과 장식으로 꾸미고 부자들이 누릴만한 호사를 누리게 하는 것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는 개는 정말 행복할까? 주인의 애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개의 입장보다는 사람의 욕심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동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교감하는 것이 동물을 의인화해서 집착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기도 한다. 동물서커스의 경우 동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다. 서울에서는 공연 중이던 코끼리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공원을 뛰쳐나가 주택가를 휘저은 일이 있었다. 그 일 후에도 코끼리들은 소음 속에서 어린이들 앞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한때 장난감 대신 살아있는 바다가재를 뽑는 놀이로 인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초등학교 앞에 갖가지 색의 병아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화려한 모습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 비싼값에 팔렸지만, 화학약품에 담겨졌다 나온 병아리들은 눈이 멀어 있었다. 생명은 탄생과 성장, 죽음이 이어진다. 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은 그 속에서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죽음의 아픔을 느낀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한몫을 했겠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면서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생명은 유행에 따라 기르고 철이 지나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동물을 기르는 데는 막대한 책임감이 따른다. 동물에게 인간의 탈을 씌워 즐기려는 행위는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즐거움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들을 학대하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한낱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하는 사회에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마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살 만한 환경 동물도 자연스런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과거에 개나 고양이는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살았다. 지금은 고밀도의 도시와 실내에 주로 거주하기 때문에 냄새가 적고 관리가 편리한 사료를 먹인다. 순하게 만들기 위해 불임수술을 하고, 이웃집이 붙어있기 때문에 성대수술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동물과 함께 살아왔다.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소리를 내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지금 우리의 도시 환경은 인간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지구 위에 동물이 사라지고 인간만이 살아남는다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새소리마저 그치고 동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 인간은 홀로 살 수 있을까? 자신의 집안에 사랑스런 동물이 있는 것도 좋지만, 동물이 살 수 있도록, 초록이 숨쉬는 자연을 만드는 일이 더 절실한 상황에 이르렀다. 숲을 파괴한 자리에 아파트를 건설하고 전원과 자연을 강조하는 것은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는 태도이다. ■ 생각 주머니 넓히기 (1)한때 한국인을 대상으로 동남아에서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뽑아 먹는 보신관광 상품이 있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닭은 평생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 갇힌 채 길러진다. 이런 음식이 정말 보신이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될까? (2)주변 사람들이 기르는 애완동물의 종류를 알아보고, 애완동물을 기르기 전 후의 변화를 이야기해 보자. (3)인터넷 유머 게시판에는 동물을 괴롭힌 모습을 올린 사진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사진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옥성일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용산고 교사
  • [문화마당] 젊은 인도,잠깨어 온다!/이옥순 연세대 인도사 연구교수

    우리나라 출산율이 사실상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2040년경에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미래를 향한 우리의 질주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가 공부하는 인도는 그때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다.2001년 11억명을 돌파,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한 인도의 인구는 해마다 호주 인구(1600만명)만큼 증가한다.1950년대 이래 10년마다 20%씩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폭발적 인구 증가는 브릭스의 일원으로,‘친디아’로 주목받는 인도의 장래에 복이 될지, 독이 될지 궁금하다. 인도 정부가 인구 문제를 다룰 강한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다음의 일화가 그 답이 될 것이다.1950년대 초, 인구 세미나에 참석한 네루 총리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갖가지 방법이 논의된 뒤에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지금 논의된 방법들은 교육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더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참석자들을 죽 둘러 본 네루는 말을 이었다.“그건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겁니다.” 어리둥절한 참석자들은 “언제요? 전에요, 후에요?”라고 물었고, 네루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 대신에요.” 네루의 말은 농담이었으나 인구 문제를 다루는 인도 정부의 느슨한 태도와 방식을 알려준다. 물론 인도 정부가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건 아니다. 1970년대 초에는 출생률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 구호를 내세우고 비상한 아이디어를 도입하였다.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에겐 라디오를 지급하거나 재정적인 지원을 했으며 불임관련 물품을 무료로 나눠줬다. 긴급조치가 내려진 뒤에는 농촌이나 낮은 계층을 상대로 강제 불임시술을 실시하는 강경책도 썼다. 하나 인도인의 정서를 무시한 인구 정책은 역효과를 가져왔다.1차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인도인은 자식의 탄생을 ‘먹을 입’이 느는 것이 아닌 신의 선물이자 ‘일할 손’의 증가로 여겼다. 사람들은 강제시술을 피하려고 사탕수수밭에 숨거나 나무 위로 올라갔고, 관리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외출을 자제했다. 인구 정책으로 민심이반을 겪은 인디라 간디 정권은 이어진 총선에서 대패했다. 특히 가족계획을 강하게 추진한 지역에서 큰 패배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강력한 인구 정책은 없어도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증진, 경제발전으로 인도의 인구증가율은 1960년대 4%에서 1.7%로 크게 줄었다. 여성 1명당 아이의 비율도 6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인도 정부는 ‘두 자녀 갖기’를 내세우지만 실천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발전한 계층의 성장률은 둔화됐으나 낙후한 계층의 증가율이 여전한 것도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인구는 인도 미래의 복인가, 독인가? 인도는 인구 10억명을 넘기고도 몬순에 의존하는 농업이 자급자족한다는 점에서 지난 200년간 금과옥조로 여겨온 맬서스의 인구법칙을 무색하게 만든다. 최근 인도가 고급인력 중심의 지식기반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사실을 보건대, 인구가 많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적 자원에 의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존 자원을 이용하고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며 사람들의 생활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장차 인도의 인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고민하게 될 세계를 위한 노동력의 보고가 될 것이다. 인구문제가 곧 현실화될 우리도 하늘색 터번을 매거나 카레를 끓이는 인도인을 이웃으로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인도 인구의 70%가 35세 이하,50%가 25세 이하로 매우 젊다는 사실이다. 인도에 관한 자료를 뒤적이다가 나는 옛 유행가 가사를 바꿔 불러본다.“젊은 인도, 잠깨어 온다.” 젊은 그대, 인도가 달려온다! 이옥순 연세대 인도사 연구교수
  • “한국 젊은이들 세계 시민의식 가져야”

    “유엔은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세계 시민의식을 갖고 많은 일을 해 주기 바랍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아난 총장은 문화관 강당에서 학생 600여명을 상대로 ‘한국과 유엔간의 협력관계’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갖고 남북관계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우리 정부 초청으로 지난 14일 방한한 아난 총장은 16일까지 노무현 대통령, 김원기 국회의장,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등을 만난다. 그는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자기 고국인 가나 출신 유학생이 질문을 하자 가나 말로 대화하며 반가움을 표하는 등 질의 응답 시간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 남북관계, 한·미 관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는 대체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질문에 그는 “6자 회담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회담에서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데 대해서는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의 합의하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는 두 나라 정부가 나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힌 차기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10월이 돼 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한 나라의 총장이 아니라 전 세계의 총장인 만큼 누가 된다고 해서 특정 국가에 특별한 이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민주화와 경제개발에 성공한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훌륭한 발전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이 유엔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했던 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그해 8월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사무소가 폭격을 받아 직원 23명을 잃은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일이었지요.” 최근 출범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참여하는 국가의 인권 상황이 일부 우려되는 점이 있어 인권이사회가 이들 나라의 상황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2001년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0분) 서울 근교에 위치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여주에서는 요즘 도자기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9일은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이 타계한지 100일째 되던 날. 백남준 만의 독특한 작품과 생애, 그리고 생전 작업했던 작업실을 완벽하게 재현한 전시품까지 만날 수 있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허트리오는 솔로이스트로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승연(피아노), 허희정(바이올린), 허윤정(첼로)으로 구성된 자매 트리오이다. 화려한 앙상블과 성숙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허트리오는 이번 무대에서 피아노 트리오곡과 탱고 등을 연주해 달콤한 낭만이 있는 즐거운 연주회를 선사하게 된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왕모와 영선은 이야기를 나누다 자경이 건강한 아이만 낳았으면 좋겠다며 즐거워한다. 자경은 왕모에게 무심결에 혹시 영선이 전생의 자기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자 왕모는 엄마라고 부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 자경은 그러고 싶지만 슬아의 눈치가 보인다고 말한다.   ●TV 완전정복(MBC 오전 8시50분) ‘TV 특종 놀라운 세상’에 출연한 어린이 천하장사와 ‘쇼!음악중심’의 새 MC인 브라이언의 신고식 현장을 찾아가 본다. 그리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화제만발,‘검색대왕’의 제작현장을 소개한다. 또 MBC주말특별기획 ‘불꽃놀이’의 여주인공, 한채영을 직접 만나 솔직 담백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소문난 칠공주(KBS2 오후 7시55분) 덕칠과 송국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수한은 술을 마시며 울분을 삼킨다. 한편, 외국에 다녀온다는 갑작스러운 통보 전화만 한 채 자취를 감춘 미칠 때문에 괴로운 일한. 미칠의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고, 미칠의 본 모습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파워 인터뷰(KBS1 오후 11시) 20살 때 꿈을 좇아 영화에 뛰어들어 쌓아온 자신의 필모그라피 속에서 ‘액션’이라는 한 가지 장르만을 고집해온 감독 류승완.‘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연기를 시작해 개성 있는 색깔로 한국영화에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온 배우 류승범. 류 브러더스의 명쾌하고 도발적인 영화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결혼, 둘째는 이혼입니다.(웃음)” 중년 유부남들의 일탈 욕구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문학동네)의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는 낙천적인 남미인답게 시종일관 유쾌했다. 세상 모든 여자들로부터 딱 오해받기 십상인 주제에 대해 재치있는 대답으로 말문을 연 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극적 불륜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비르마헤르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선 ‘우디 앨런과 서머싯 몸을 합쳐놓은 작가’라는 평을 듣는 차세대 기대주다.1999년 단편집 ‘유부남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권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번역출간된 ‘유부남 이야기’는 이들 시리즈 가운데 작가가 직접 뽑은 7편의 단편을 묶은 것이다. ●“불륜보다 행복한 결혼속 갈등 묘사”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일탈 충동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중년 가장들이 주인공. 첫번째 수록작 ‘마차’는 우연히 길에서 옛 애인을 만난 남자가 육감적인 그녀의 몸을 탐내 감언이설로 옛 애인을 유혹하려다 헛물을 켜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세르비뇨 거리에서’도 아내 대신 유치원에 아들을 바래다주다 다른 아이의 엄마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르는 간 큰 남편이 등장한다. 이밖에 ‘노란 스카프’‘산꼭대기에서’등에도 중년 유부남들이 흔히 가질 법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불륜을 다룬 소설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아마 일부다처제 국민들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농담처럼 비르마헤르는 소설속에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을 지향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아르헨티나 문단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지난 7일 개막해 13일까지 열리는 국제문학행사 ‘2006서울, 젊은 작가들’(주최 한국문학번역원)에 초청받아 내한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이 유대인과 한국인 밀집지역이어서 한국 문화가 낯설지 않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유대계 출신인 그는 늘 유대인을 주인공으로 해 아이러니한 유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우디 앨런’으로도 불린다. ●“한국 작가들 생각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미리 읽고왔다는 그는 “한국작가들의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명언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글에 꾸밈과 과장이 없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글을 쓰는 건 거대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며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문학동네 사진제공
  • [길섶에서] 입담과 장수/이목희 논설위원

    올해 초 돌아가셨음에도 자주 화제에 오르는 원로 정치인이 있다. 미수(米壽)에 이르도록 보여준 건강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타계 전날까지 테니스를 즐기며, 유연한 폼으로 중년층의 기를 꺾곤 했다. 그가 기억되는 이유는 또 있다. 호쾌한 음주와 거리낌 없는 입담. 유명을 달리하기 직전 자택을 찾았던 한 인사.“술상을 차리라고 하더니 정말 잘 드시더라.” 생전에 이용했던 호텔 헬스클럽에서도 꽤나 시끌벅적했었나 보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대부분의 정·관계 인사들은 그 앞에서 머리를 들지 못했다. 특히 “정치 제대로 하라.”고 야단을 치니, 모두 슬슬 피했다고 한다. 원로 정치인이 세상을 떠나자 헬스클럽 회원권 가격이 훌쩍 뛰었다는 농담이 나돈다. 원로 정치인의 장수비결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운동, 활발한 사회활동, 원만한 부부관계는 상식선의 얘기였다.“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입담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이가 있었다.‘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어른 대접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대로 하면 ‘점잖은 노인’이란 평을 들을지는 몰라도 장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이현세 만화경]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얼마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환상적인 경기를 펼친 한국 야구대표팀을 두고 모 신문에서 ‘외인구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감회가 깊었다. 벌써 3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야구기사에는 여전히 ‘외인구단’과 ‘까치’가 오르내린다. 80년 ‘공포의 외인구단’을 발표하면서 까치는 스타가 되었고, 이현세는 주인공 까치의 동력만으로도 지금까지 밥을 먹고 산다.‘공포의 외인구단’에는 두 개의 헤드카피가 있다. 당시 암울한 세상을 살던 젊은 남자 독자들의 어깨에 잔뜩 힘을 실어준 ‘강한 것은 아름답다.’는 카피와 여자라면 한번쯤은 듣고 싶었을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카피다. 힘의 논리라는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강한 것은 아름답다.’는 카피는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강한 설득력을 가졌고 인스턴트 사랑이 시작되는 그 시기에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로맨틱한 카피는 남자 만화에 여자 독자들을 끌어들인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외인구단에는 또다른 카피 하나가 숨겨져 있다.‘강한 것은 아름답다.’는 카피가 손병호 감독의 것이고,‘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카피는 까치 오혜성의 것이라면 숨겨진 그 카피 하나는 외인구단 6인의 카피다. 바로 ‘최소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공포의 외인구단은 손병호나 까치만의 것이 아닌,6인의 이야기이다. 정신적·신체적으로 불구자였던 6인의 부랑아들은 자포자기의 최후 순간에 외인구단에 선발되고 생존율 제로의 지옥훈련을 떠나기 전 손병호 감독을 향해 상처 입은 맹수처럼 으르릉댄다.“우리가 지옥훈련을 견디고 살아서 돌아오면 당신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을 줄 수 있습니까.” 맹수조련사의 대답은 간단했다.“최소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살게 해주겠다.” 지옥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6인의 외인구단은 과연 감독의 말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동한다. 찾아온 미국 아버지를 쫓아버리는 혼혈아인 하국상이 그렇고, 중요한 시합 날 기어코 결혼식을 올리는 최경도가 그렇다. 그리고 투수 조상구의 경우는 훨씬 더 극적이다. 조상구는 천재타자 마동탁의 전용타격 연습용 투수로 전락한, 오로지 생활을 위해 마동탁의 수모를 견디는 퇴물 선수다. 그런 그가 지옥훈련에서 돌아와서 9회말 투아웃에 주자 2·3루를 두고 4번타자 마동탁과 마운드에서 만난 것이다. 아무리 지옥훈련에서 거듭난 조상구라 해도 상대 마동탁은 신이 내린 천재타자다. 웃으며 서 있는 것은 마동탁이고, 갈등하는 것은 조상구다. 팀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 마동탁을 피하고 다음 타자와 승부할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을 걸고 마동탁과 진검 승부를 할 것인가. 더구나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던 어린 아들이 처음으로 친구들을 몰고 야구장에 와 있다. 그 때 강철의 사나이 손병호가 마운드에 올라 조상구에게 일갈한다.“내가 약속한 대로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팀의 승리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내가 용서할 수 없다. 너희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최소한 나는 까치가 등장한 이후 그리기 싫은 소재나 내용을 그려본 적은 없다.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고 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내게도 하루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오로지 그림만을 그리던 긴 시간이 있었다. 불면증에 피골이 상접했던 시절이었지만 불행했던 것은 아니다. 얼마전 김모 국회의원과 소주 한 잔을 나누었는데 서로 죽이 맞아 금세 소주 서너병을 비워버렸다. “이 선생, 나 영국 유학시절 때 말이우, 박사 학위 공부가 좀 지겨웠거든. 귀국할까 하다가 외인구단을 보게 됐단 말이우. 나도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살아야 되겠다 싶어 그 공부 끝내버렸수. 고맙소, 이 선생!” 김 의원은 이 덕담을 농담으로 던졌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다. 만화가
  • 주민자치센터 영어교실

    주민자치센터 영어교실

    최근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원어민 외국어교실이 개설되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중랑구 신내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실시되고 있는 원어민 영어교실을 찾았다. 이날 영어교실 학생인 9명의 주부들은 원어민 강사 데이지(32)씨에게서 영어로만 이뤄지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날 수업은 난센스퀴즈. 데이지씨는 “차에서 코끼리를 보면 몇시냐.”고 물었다. 수강생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형순(58)씨는 “차에서 코끼리를 본 적 없다.”고 말했고, 류미선(38)씨는 “코끼리는 차 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답했다. 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수강생들에게 데이지씨는 힌트를 주었다.“차 안에 코끼리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류기옥(46)씨는 “부서진다.”고 답하자, 그는 “그래, 맞다.”면서 “답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 좀 더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류씨는 손을 번쩍 들고 “답은 새 차를 살 시간”이라고 하자, 교실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매주 두 차례… 수업은 영어로만 난센스 퀴즈는 2시간 동안 이뤄졌고 수강생과 강사는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수업은 영어로만 이뤄지는데 내내 웃을 수 있다는 건 내용을 모두 이해한다는 걸 뜻하지 않을까. 이 수업은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다. 수강생 9명 가운데 옥영애(50)씨와 류기옥씨는 일반 사설 학원을 다니다가 주민자치센터를 찾았다. 옥씨는 “사설학원 한 달 수강료는 10만원 이상이고 일주일에 다섯번 갔다.”고 말했다.“하지만 평소엔 살림을 해야 하고 명절과 제사 등 때가 되면 일이 많아 자주 빠졌다.”면서 “매일 학원에 가긴 부담스럽고 빠지면 돈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류씨는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빚이라도 내지만 나 자신한테 쓰는 돈은 가능하면 아끼고 싶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한 달 수강료가 1만 5000원으로 저렴하고 매주 두 차례 배우는 게 적절하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원어민 강사, 한국 문화 배워 일주일 2회 수업 가운데 한번은 이슈 토론을 한다. 이슈는 결혼과 식사, 공연 등 주로 생활문화와 관련된 것이 많다. 이 시간에는 수강생과 원어민 강사가 모두 배우게 된다.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지만 강사는 한국 문화를 배운다. 데이지씨는 “미국에선 결혼식장에 가면 선물을 주지만 한국에선 돈을 준다는 걸 배운 뒤 신랑과 신부에게 축의금을 주었다는 걸 확실히 기억시키기 위해 일부러 원화가 아닌 ‘달러’를 돈 봉투에 넣어 준다.”고 웃었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고 받는 것.“미국에선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본적이 없다.”면서 “처음 본 사람에게 개인 연락처를 가르쳐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사람은 서구인에 비해 남에게 마음을 여는 따뜻한 면이 있다는 걸 학생들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다양한 동기, 불타는 의욕 원어민과 영어로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질 수 있었던 데는 수강생의 강한 동기와 의욕이 있었다. 김순란(37)씨는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 부모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영어로만 대화하기 위해 배운다.”고 말했다. 정희숙(46)씨는 “주부도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딸은 토익 고득점으로 대학에 입학했는데 부모가 영어를 못 하면 무시당할 수 있다.”면서 배움의 속내를 밝혔다. 강형순씨는 유학파 아들 앞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게 목표다. 그는 “방학 때마다 미국 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만나려 나가는데 외국 사람 만날 때 아들처럼 완벽한 의사소통을 해낼 것”이라면서 의욕을 보였다. 데이지씨는 “학생들의 의욕이 대단하다.”면서 “하지만 회화는 편한 분위기에서 배워야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서로 편한 사이가 됐고 그동안 정을 쌓아 이젠 한 가족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하루 가입 문의 100건 넘어선곳도 저렴한 비용으로 원어민한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원어민 영어교실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인기 강좌로 대기자들이 줄을 선다. 고덕 1동은 현재 20명이 대기하고 있다. 잠실동도 6∼7개월 동안 기다려야 가입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탈락자도 종종 생긴다. 수업이 영어만으로 이뤄져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신내2동와 고덕1동의 경우 현재까지 각각 15∼20%와 10% 탈락자가 생겼다. 그러나 소식지와 현수막을 통해 알려지면서 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따라서 동사무소들이 강사를 늘리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주로 인근 동사무소나 학교에서 평이 좋게 난 강사를 데려 오려 하지만 해당 강사들이 이미 여러 곳에 수업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거절하기 일쑤다. ●원어민 영어교실의 메카 용산구 용산구는 원어민 영어 교실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활발하다. 현재 103개 반이 운영되고 있다.2위인 송파구보다 10배 이상 많다. 자치구 가운데 월등히 앞서는 이유는 미군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미군 가족들이 2004년부터 자원봉사에 나섰다. 미군에게는 현지민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는 ‘굿 네이버’(Good Neighbor)프로그램이 있다. 이들은 연말에 학생들을 디너 파티에 초대하고 주말엔 미군 캠프에 데려오는 등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열어 학생들은 문화도 함께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접수기간에는 문의가 하루 100건 이상 오고 강남권 학부모가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한다. 특히 학생들이 비슷한 또래인 미군 가족의 자녀에게 영어를 배우는 강좌는 서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인기다. 타 지역에서 오는 문의가 많지만 수강 희망자가 너무 많아 현재 용산구민으로 제한하고 있다. ●선교사와 유학생를 강사로 관내에 사는 선교사와 유학생을 강사로 활용해 인기를 끌기도 한다. 강북구 번3동에는 저소득 가정이 다수 살고 있다. 동사무소의 서창석 주임은 평소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고민하던 중 동사무소에 인터넷 하러 오는 선교사들을 보고 원어민 강의를 부탁했다. 처음엔 거절당했지만 1개월 뒤 승낙을 받아냈다고 한다.20명이 정원인 강의에 그동안 80∼90명이 신청했다. 그러자 동사무소측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자격을 기초수급대상자 자녀로 제한,20명을 가려냈다고 한다. 반면 부유한 지역인 송파구청은 미국 유학생을 활용한다. 지난해부터 여름방학 동안 귀국한 유학생들이 무료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관내 25개 동 가운데 12개 동에서 실시된다. 여름방학 때는 하루 30∼50건의 문의전화가 온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4)미국 UC버클리대

    [명문대 교육혁명](4)미국 UC버클리대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매년 ‘Cal Day’ 때면 UC버클리 캠퍼스는 활기가 넘친다. 이 날은 합격 통지서를 받은 신입생들이 부푼 마음으로 캠퍼스를 방문하는 날이다. 올해는 지난달 22일 열렸다. 총장, 교수와 직원, 학부모와 예비 신입생, 재학생 등 4만여명이 축제를 연출했다. 사립대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주립대 입장에서 ‘우수 학생’ 선발은 경쟁력의 관건이다. 버클리 입학 사정은 수학능력시험(SAT)보다 고교 학점(GPA)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버클리 GPA 평균(UC GPA 방식)은 4.17로 UC 평균 3.79보다 매우 높다. 또 UC 계열은 ‘포괄적 사정 방식’을 쓴다. 학업성적뿐 아니라 인성과 성장환경, 사회 봉사, 특별 활동을 종합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버클리 쟈넷 길모어 전략개발팀장은 “SAT와 GPA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입학 정책에 ‘숫자(점수)는 보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될 정도이다.2002년에는 SAT 성적(1600점 만점) 1500∼1600점대 학생 600여명 등 고득점자 3000여명을 불합격시켰다. 길모어 팀장은 심화과정인 AP(대학과목 선이수제) 수업을 특히 강조했다. 고교 때 이수한 심화과목 숫자와 실험, 포럼 등 아카데믹 활동, 고교 성적표에 나타난 읽기와 쓰기 능력 등 평소 실력을 비중있게 본다. 대학원 입학은 ‘추천서’와 경제 상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거주자가 아닌 유학생의 학비가 크게 뛰면서 경제력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해 9월 입학한 전체 아시아인 대학원생 1761명 중 한국인은 182명으로 2위였다.1위는 337명이 입학한 중국이었다. sunstory@seoul.co.kr ■ 공학과 MBA 융합 하스스쿨은|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미국 경영학 석사(MBA)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1위는 컨설팅 업체 매킨지다.2위는 실리콘밸리의 강자 구글이다. 경제주간지 포천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다. MBA 석사들이 ‘천국’으로 부르는 1·2위 기업에서 모두 입사를 제안받은 ‘토종 한국인’ 정기현(33)씨는 행운아일까. 그는 “이공계 백그라운드를 최대한 키워준 UC버클리의 힘”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6년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2004년 UC버클리 경영대학원인 하스(HASS) 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오는 22일 졸업한다. 하스 스쿨은 미국 ‘톱 10’ MBA이다. 매년 순위가 상승, 최근에는 6∼7위로 올라섰다. 정씨는 오는 7월부터 구글의 아시아 전략개발 팀장으로 일한다. 정씨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전형적인 공학도. 그에게 버클리 MBA는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현장을 강의실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곳’이다. 하스 스쿨의 강점은 경영학과 공학의 연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OT(Management Of Technology)’. 실리콘밸리의 한 사이클인 제품 개발부터 투자·판매, 경영전략까지 전 과정을 3개월 동안 체험할 수 있다.MOT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한다. 정씨도 지난해 9월 MOT 수업을 체험했다.MOT는 MBA와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협동 과정이다.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공대 대학원생과 투자와 판매전략을 세우는 MBA 학생들이 함께 하는 수업이다. 학문적 배경이 전혀 다른 학생들의 팀워크는 그야말로 갈등과 충돌의 연속이다. 그것이 이 수업이 노린 핵심이다. 정씨는 전자공학과 존, 산업공학과 켈리,MBA인 어윈과 한 팀이 됐다. 정씨의 팀은 ‘인공지능 스케줄러’를 개발하기로 했다. 모두 10개팀이 경쟁했다. 그의 팀이 받은 성적은 A-. 교수는 수업 시간에 ‘팀원끼리 어떻게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모든 팀이 인성검사를 받았다. 최종 프리젠테이션도 인상적이었다.‘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마지막 수업엔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이 참석, 각 팀의 아이디어를 현장의 시각으로 난타했다. 정씨는 “실제 투자가들의 냉혹한 평가 앞에 훌쩍거리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을 수업이다. 하스 스쿨은 실리콘밸리라는 ‘지리적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MBA 학생회는 분기별로 벤처 투자가들과의 ‘라운드 테이블’, 투자 대회, 조찬모임 등을 연다. 라운드 테이블의 경우 일반인의 참석비는 최하 50달러. 학생은 7∼10달러만 내면 실리콘밸리의 CEO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MBA 학생들은 가장 업데이트된 정보와 최신 트랜드를 얻을 수 있다. sunstory@seoul.co.kr ■ ’공교육 모델’ 버클리대의 고민|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미국 최고의 공립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립화로 갈 것인가.”UC버클리 로버트 비게노 총장이 공개적으로 밝힌 ‘고민’이다.4000여개나 되는 미국 대학에서 버클리의 위상은 특별하다. 미국 공교육의 모델이 탄생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대학운영위원회 의장인 도널드 매퀘이드 대외협력 부총장도 기자에게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버클리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보조금은 매년 삭감됐다.1985년 전체 예산의 70%였던 보조금은 현재 32%로 낮아졌다. 한때 교수와 직원의 연봉이 3년간 동결되기도 했다. 매퀘이드 부총장은 “버클리의 설립목표는 캘리포니아주의 젊은이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보조금 삭감은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어렵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 재정에서 개인 기부금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과연 버클리가 공립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면서 “내용상으로는 이미 사립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공립대로서의 정체성(public identity)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재정 압박에 따라 버클리의 교수 선발 전략도 바뀌었다. 매퀘이드 부총장은 “다른 대학의 종신 교수보다는 젊고 가능성있는 교수를 키워내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버드나 예일은 젊은 교수를 키우기보다는 이미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종신 교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독식 체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sunstory@seoul.co.kr ■ 학생선발 기준은|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히스패닉인 다니엘 라미레즈는 2006년 신입생이다. 로스앤젤레스 빈민가 출신인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갱과 마약, 폭력을 보고 자랐다. 라미레즈는 “제대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미국 UC버클리에서 라미레즈와 같은 소수인종 출신은 더 이상 특별한 학생이 아니다. 미 공립대 1위이자 ‘서부의 자존심’ 버클리는 미국 대학 중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인 ‘이민자의 대학’이다. 주립대인데도 전체 학생의 절반이 아시아인이다. 히스패닉도 3000여명이나 된다. 버클리 학생의 67%는 부모 중 1명이 이민자 출신이다.28%는 자신의 가정에서 대학에 들어간 첫번째 자녀이다. 저소득층 장학금(연 소득 3만 5000달러 이하)을 받는 학생만 7600명이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비롯한 8개의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합해도 600명에 불과했다. 로버트 비게노 총장이 자랑하는 부분이자 버클리가 미국 공교육의 이상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화시킨 대학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홍영 정치학과 교수는 “버클리는 적극적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지적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버클리의 독특한 인종 분포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클레어 유(한국명 임정빈) 한국학센터 소장은 “버클리 교수들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의 발굴자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학제간 연구와 글쓰기를 장려하는 것도 넒고 깊게 가르치려는 뜻”이라고 말한다. 버클리에는 한해 약 8000명이 입학한다. 자칫 덩치만 큰 ‘공룡’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주립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은 무엇일까. 지난 3월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김범섭 퀄컴 부사장. 그는 버클리를 “(학생들을)들들 볶는 대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업체인 퀄컴의 첫 한국인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한국인’이다.1990년 버클리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를 마쳤다.5년 전 설립한 반도체 회사를 지난해 12월 5600만달러(약 560억원)를 받고 퀄컴에 넘겼다. 버클리를 4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85% 정도가 6년 이내에 졸업한다. 사립대보다도 졸업률은 한참 떨어진다. 버클리의 ‘탈락 경쟁’은 역설적으로 시장에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된다. 김 부사장은 “1년에 2000명 정도를 뽑아 모두 졸업시키는 사립대와 매년 8000명 정도를 뽑아 4년 만에 절반도 졸업시키지 않는 버클리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치열하게 서바이벌(생존) 경쟁을 벌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살아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버클리 출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수학과 2학년 최효민(20·여)씨는 “딴 걸 다 포기하고 공부만 파도 A학점 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울상이다. 정치학과 박사 과정 2년차인 오승연(25·여)씨도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학생들이 많아 백인 학생들조차도 공부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친다.”고 말한다. 그녀는 “버클리에서는 고독해야 성공한다는 농담을 한다.”면서 “대형 강의가 많고 규모가 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학 분야는 매년 MIT,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와 수위를 다툴 정도로 수준이 높다. 세계 최초로 입자가속기를 발명한 로렌스 연구소(LBNL), 지진공학연구소(EERC) 등 쟁쟁한 연구소들이 있다. 또 36개 학과에서 국가적인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버클리는 현재 주력 분야인 전기전자·화학 등을 ‘생명공학 분야’로 재편하고 있다. 오는 11월 개원하는 스텐리홀은 ‘전자+화학+생물+기계’가 통합된 연구단지로 조성된다. 분산된 연구실을 모두 통합해 기초과학부터 응용학문, 의·약학까지 바이오 분야의 ‘멀티 컨버전스(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버클리의 복안이다. 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생명공학과 교수는 “바이오는 이미 전자공학을 잇는 차세대 핵심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포스닥 김종명(28)씨는 “연구 시스템이 통합돼 6개월이면 아이디어가 실현될 정도로 빠르다.”고 공대의 강점을 설명한다. 버클리 공대 교수 중 미국공학학회(NAE) 회원 비율은 20%다.MIT(13.9%), 스탠퍼드(14.7%)보다도 높다. 이 학회 회원이 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는 것을 뜻한다.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진보적이다. 미국 대학 중 처음으로 중국계 교수를 총장으로 배출한 곳이 버클리이다. 한국계로는 2004년 국제지역학과 학장에 오른 존 리 교수가 있다. 1890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아시아 지역학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마틴 백스트롬 동아시학과 교수는 “전 세계 105개의 언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버클리대는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소수인종 분야의 최우수 대학으로 꼽힌다. 정치학과 교수진은 60명으로 유럽 정치학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영국 옥스퍼드와 견줄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의 요람으로도 불린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10개의 UC 계열이 있다. 이중 버클리가 제일 먼저 설립됐다. 버클리는 캘리포니아주의 약자인 ‘칼(Cal)’이라는 애칭으로 통할 정도로 특히 캘리포니아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학이다. sunstory@seoul.co.kr
  • 마술사 최현우 매직콘서트

    마술사 최현우 매직콘서트

    마술사 최현우씨에게 배워보는 마술. 고난도 마술을 ‘부리는’ 그가 서울신문 독자를 위해 간단 마술 시범을 보여줬다. 단계별로 잘 따라해보자. 부드러운 손놀림을 위해 손가락 운동은 필수. ■ 마술사 최현우의 매직콘서트 팬터지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어린이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마술사 최현우(28)씨. 그는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극찬을 받은 이 시대의 손꼽히는 마술사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대학생 누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술을 익혔다는 그에게 마술이야말로 ‘사랑을 이어주는 꿈과 희망’이었다. “사랑을 위해 마술을 시작한 터라 공연 컨셉트도 ‘사랑’이죠. 연인에게 전하는 사랑, 아이를 위한 사랑, 아빠 엄마를 향한 사랑 등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이 담겨있습니다.”단순히 신기한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또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늘 말한다. 그가 공연을 ‘마술쇼’가 아니라 ‘매직콘서트’라 직접 이름 붙인 이유다.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 농담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그의 마술에 동화시킨다. 때론 아이의 신을 불태워 버려 아이를 울리기도 한다. 천진한 아이는 집에 못 간다며 울음을 터뜨리고,(비밀을 아는)관객들은 그 귀여운 모습에 즐거워한다. 커플에게 수백명의 관객 앞에서 프러포즈를 할 기회를 주는 ‘프러포즈 코너’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누가 봐도 여성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이 “누나, 내 사랑을 받아줘. 우리 잘 살자.”라고 결혼 신청을 해 관객을 당황스럽게 한 적이 있는가하면,3개월 시한부 삶을 사는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해 공연장을 울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보통 무대서 프러포즈를 하면 여성은 감동에 젖어 승낙을 하는데, 그 여성은 ‘안된다.’고 했어요. 말기암이었대요. 남성이 ‘남은 날이라도 남편으로 살고 싶다.’고 간곡히 청해 결국 결혼했다죠. 후에 고맙다며, 여자분은 편히 하늘나라로 갔다고 전해 왔어요.” ‘마술 같은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든 순간이다. 마술 하나를 만드는 데 2∼3년을 쏟아붓기도 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목표는 2008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연을 하는 것이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던 ‘남북을 잇는 매직콘서트’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았다. 평양 시민들과 거리 마술을 하고, 휴전선을 없애는 등의 마술을 꼭 해보고 싶단다. 뽀얀 피부, 귀여운 이목구비에, 머리는 당차고, 마음은 따뜻한 마술사. 5∼6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리는 그의 매직콘서트에는 어떤 커플이 멋진 사랑을 이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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