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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신의 계절…개도둑 극성

    농가에 개도둑이 설치고 있다. 보신의 계절이 다가오는 데다가 한두 마리씩 기르는 개사육 가정이 줄면서 개값이 크게 오르자 전자충격기 등 최신 장비를 동원, 개를 훔쳐가고 있다. 10일 충남북지역 개사육 농가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충북 청원군 오창면 구룡리 양모(60)씨 집에 있던 개 5마리가 도난을 당했다. 전날 청원군 옥산면 국사리에서는 윤모(54)씨가 기르던 개가 없어지는 등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청원군 일대에서만 30여농가에서 50마리의 개가 도둑을 맞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신중리 한모(52)씨가 개 3마리를 도둑맞는 등 같은날 이 마을 5가구의 개 10여마리가 싹쓸이로 도둑을 맞았다. 한씨는 “우리 마을뿐 아니라 보덕리 등 주변 마을도 모조리 개도둑을 맞았다.”고 말했다. 개도둑들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약과 전자충격기를 이용, 개의 저항능력을 잃게 한 뒤 목줄을 절단기로 끊고 트럭에 실어 달아나고 있다. 한씨는 “밤에는 마을 가로등까지 끄고 작업(?)을 한다.”며 “워낙 수법이 교묘해 대책없이 속만 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도사견은 근당(600g) 5600원 정도에 식당으로 넘겨진다.‘잡견’은 7000∼8500원을 호가한다. 올해 초만 해도 5500∼6000원선이었으나 요즘 들어 크게 올랐다. 충남 당진에서 개도매상을 하는 이모(54)씨는 “한두 마리씩 기르는 가정이 급감하면서 수급불균형이 발생, 값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대형유통사 공매참여가 유일 해결책”

    밥쌀용 수입쌀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태국쌀까지 상륙한 9일 수입쌀 공매에서 유찰사태는 피했지만, 낙찰률은 1.97%에 불과했다. 최저 예정가 인하, 공매 참가업체 확대 등 정부의 노력이 가시적인 효과를 얻지 못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미국산 1등급 칼로스쌀 2297t에 대한 6차 공매 결과,10㎏짜리 포대로 32t만 낙찰됐다. 전체 물량의 1.4%에 불과한 물량이다.2개 업체가 응찰해 한 곳이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1만 2550원으로,1∼3차 공매때 평균 낙찰가 1만 5000∼6000원대를 훨씬 밑돌았다. 함께 공매에 부쳐진 중국쌀 2097t은 10㎏짜리 포대 9.6t,20㎏짜리 45t 등 전체 물량의 2.6%인 54.6t이 낙찰됐다. 사정이 이렇자 농림부와 유통공사는 불어나는 수입쌀 재고를 줄이기 위한 소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워낙 싸늘해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수입 부과금을 더욱 줄여 수입쌀을 헐값에 유통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국산쌀값 하락, 농가 지원금 축소 등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공매에 참여하는 길만이 부정유통 걱정 없이 대량으로 수입쌀을 유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한편 태국산 쌀 안남미(安南米) 1등급 812t과 3등급 846t 등 모두 1658t이 지난 8일 저녁 부산항에 도착, 최종 통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공매가 이뤄져 시판될 전망이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몰래 구워먹던 밀맛 그립나요”

    “추억의 ‘밀서리’를 아시나요.” 보릿고개를 넘긴 50∼60대 세대들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조금 덜 익은 밀을 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입가에 묻은 검댕을 서로 놀리며 웃었던 추억의 밀서리 행사가 오는 28일 경남 합천군 초계면 택리에서 열린다.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지역본부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밀밭 산책과 밀서리를 비롯한 문화한마당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행사의 백미는 밀서리. 우리 밀밭을 거닐며 꺾은 밀을 모닥불에 구워 먹는다. 손바닥으로 비벼 불에 탄 껍질을 벗겨 먹던 구수한 밀맛도 기대되지만 책보따리를 메고 뛰놀았던 어린시절의 기억도 덤으로 떠올릴 수 있다. 주최 측은 참석자 전원에게 우리밀 국수를 점심식사로 제공한다. 또 우리밀로 만든 전과 술빵·뻥튀기·막걸리 등 추억의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지역본부 김석호 본부장은 “우리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면서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재배농가에 대한 맥류안정기금 지원 등 정책적인 뒷받침과 소비자들의 사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경북 감나무 ‘시들시들’ 외래해충 급속 확산 비상

    경북의 감 주산지에 외래해충인 ‘감관총채벌레’가 급속히 확산돼 재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8일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들어 청도지역에서 첫 발생한 ‘감관총채벌레’가 고온현상으로 상주, 문경, 안동 등 도내 감 주산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초기 발생일이 앞당겨진데다 밀도(잎당 1∼5마리)가 높아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 벌레는 5∼7월쯤 발생, 감나무의 새순과 어린 감의 즙액을 마구 빨아 먹어 생육과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피해를 입은 감잎은 황록색을 띠다 검게 변하거나 낙엽이 되며, 감 열매는 황갈색 반점을 형성한다.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 조두현(48)박사는 “천적이 거의 없는 이 벌레는 초기 방제에 실패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잎말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치아메톡삼입상수화제’ 등의 약제를 살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열린세상] 市長한테 가지 말고 市場으로 가라/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가월령가에도 나와 있지만 요즘은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이다. 볍씨가 싹이 트고 자라면 모내기를 할 것이다. 기술발달로 농작물을 뿌리고 거두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지만 논농사만은 때를 맞춰야 한다. 가을의 수확을 꿈꾸며 희망을 심는 계절인데 일손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농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값싼 수입농산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을 제시해줘야 비전을 세울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보전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보조만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다. 품질과 안전성이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 정부 보조도 힘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산 농산물을 수입 농산물에 비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이 가지는 유리한 측면이다. 우리 국민의 농산물 소비는 몇 가지 뚜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쌀을 비롯한 곡물 소비는 감소하는 대신 축산물, 과일 및 채소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공식품과 외식 및 배달식품의 소비가 증가하여 수입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유기농산물 등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높은 지불의사를 가지고 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세심히 읽어야 한다. 과거에 많은 소비자가 보리밥과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보리밥과 수제비가 건강식으로 등장하였다. 생산해 놓으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팔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새로운 이치다. 통상협상마다 관세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 개방이 심화되다 보니 농업계에는 시장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또한 시장경쟁에 취약한 영농 주체가 많은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복한 식생활을 책임지겠다.’는 영농주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농업 희망의 원천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직후 중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시장(市長)한테 가지 말고 시장(市場)으로 가라.’는 말로 농민 교육의 화두를 삼았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호주의 비육우 목장 경영주나 미국의 오렌지 과수원 주인은 일본과 한국의 소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농업으로 성공한 우리나라의 농기업인들이 가진 공통점도 시장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마케팅 방법을 개발한 데에 있다. 우리 농업의 현장은 소비자를 향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벤처농업인들은 콩, 연근, 쌀눈, 순무, 도라지를 이용해서 기능성 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전통적인 농산물 원료가 그들의 손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소규모 가족농 경영 때문에 시장원리와는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데에는 국제규범의 제약이 심하다. 따라서 농업의 근본적인 희망은 시장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는 말은 이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말로 바꿔야 할 때이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농업·관광 만나니 농가소득이 ‘쑥쑥’

    “농업도 문화산업이다?”이를 입증하듯 도시민을 농촌으로 유인하는 관광농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허브나 녹차, 매화 등의 품목에 한정됐지만 장기적으로 도시와 농촌을 직접 잇는 혁신업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농업인들의 경영마인드가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도 아직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삼정리에 있는 허브 아일랜드는 농업과 문화를 접목한 대표적인 농원으로 이미 수도권의 관광명소가 됐다. 주말 방문객은 6000∼7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25억원으로 2004년의 16억원보다 9억원이나 늘었다. 충북 청원의 상수허브랜드나 강원도 평창의 허브나라도 많이 찾지만 허브 아일랜드는 고객에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허브 아일랜드의 임옥 대표는 “관광의 목적은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웰빙 시대에 맞는 건강약초 허브를 선택했고 허브꽃밥, 허브갈비 등의 먹을거리와 허브가든, 꽃가게, 빵가게, 선물가게, 향기가게, 체험공방, 숙박시설, 아로마치료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냈다. 하지만 임 대표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하루에 현지 인력을 70∼80명 쓰는데 이들에게는 ‘직장’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상당수의 농업인들이 아직도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을 구분할 줄 아는 ‘경영마인드’가 없다고 했다. 임 대표는 그래도 “농업에는 할 분야가 많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경북 칠곡에서 매실엑기스 등을 만드는 ‘송광매원’의 서명선 대표는 “관광농업은 농촌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촌이 어려우면 수익성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재배와 가공을 잘해도 유통에 문제가 있다면 농가에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도시민들이 찾아와 감명을 받으면 도농(都農)교류의 매개가 돼 도시지역으로의 진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서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농업에도 허점이 있다고 충고했다. 체험마을 등을 권장하는 것은 좋지만 소비자가 찾기 어려운 오지를 지정하거나 농원을 운영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농가에 위탁해서는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다는 것. 관광농원이나 체험마을을 성공시켜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거점 쇼핑몰’로 활용할 수 있는데도 이같은 생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전남 명품한우가 ‘효자’

    명품 한우가 수입 쇠고기에 맞서 농가소득 증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7일 전남도에 따르면 고흥축협 등 전남 동부지역 7개 축협이 함께 하는 상표인 ‘순한한우’는 지난해 421 농가에서 2320마리를 팔아 140억원 매출을 올렸다. 농가당 소득이 3300여만원인 셈이다. 순한한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전남지사의 품질인증을 받아 롯데쇼핑 전국 72개 매장에 독점납품돼 판로 걱정을 덜었다. 함평축협의 ‘함평천지한우’도 지난해 74개 농가에서 958마리를 출하해 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서울 여의도 롯데캐슬 엠파이어에 연간 1100여마리를 납품하고 있다. 이처럼 명품 상표로 인증을 받은 소는 고급육으로 인정을 받아 마리당 650만∼700만원을 받고 있다. 이전에 중간상들을 통할 때보다 마리당 80만∼90만원을 더 받고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5)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개척

    [농업 희망을 쏜다] (5)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개척

    “인터넷으로 쌀을 팔겠다니까 모두가 ‘미친 놈’이라며 비웃더군요.”평택평야와 맞닿은 충남 천안시 성환읍 복모리의 논에서 만난 인터넷 쌀가게 ‘해드림’(www.ssal.co.kr)의 이종우(52) 대표는 여유있어 보였다. 지난해 매출 5억 5000만원에 순이익 1억 5000만원을 올린 ‘인터넷 만석꾼’ 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농업인은 생산뿐 아니라 가공과 판매, 컴퓨터까지 모두 할 줄 아는 ‘종합 예술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사짓기 싫어 도시로 탈출 그의 집안은 6대에 걸쳐 200여년 동안 복모리 일대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농사를 지었다. 그 역시 대학 입학(74년·단국대 행정학과) 이전까지 농삿일을 도왔으나 부모님께서 억지로 시켰기 때문이다. 대학에 간 것과 이후 도시 지역에서 장사를 한 것도 농삿일을 벗어나려는 방편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과 송탄 등지에서 운동화 가게, 양복점, 금은방 등을 했어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6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나섰지만 반복하는 일상에 더 지쳤다. 그러던 참에 ‘농삿일을 이어받으라.’는 부친의 권고가 있었다. 아내를 설득해 결국 23년 만인 1997년 11월 고향에 돌아왔다. 외환위기만큼 추운 겨울이었다. ●기존의 생산·판매 방식으로는 본전도 못찾아 처음에는 ‘마음 편하게 농사나 짓자.’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이듬해인 98년부터 농삿일에 뛰어들었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그의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먹는 것도 귀찮았다. 석달 만에 몸무게가 10㎏이나 줄고 탈진으로 두 차례나 병원 신세를 졌다. 가슴을 짓누른 것은 무엇보다도 불투명한 미래였다. 농기계를 사서 제대로 농사를 지으려면 수억원이 필요했다. 쌀값은 계속 떨어졌다. 죽어라 농사짓고 수확에만 의존하는 패턴으로는 희망이 없었다. 차라리 땅을 팔아 이자나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쌀을 직접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또한 농삿일과 함께 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인터넷’이란 세글자가 떠올랐다. ●컴맹, 인터넷으로 쌀을 팔다 그때까지 그는 ‘컴맹’이었다. 무작정 서울 용산으로 달려가 컴퓨터 1대와 컴퓨터 입문책을 샀다. 인터넷을 연결하는 데에 1주일이 걸렸다.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해 줄 업체를 찾고, 이름을 정하고, 로고를 만들고, 포장지를 만들었다. 주변의 시선은 싸늘했다. 부모님은 ‘하라는 일은 안하고 어디를 돌아다니느냐.’며 혀를 찼다. 당시만해도 컴퓨터를 보고 쌀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인터넷 자체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디 잘 되나 보자.’는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제일 두려웠다. 하지만 99년 4월 오픈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쌀가게는 ‘블루오션’이었다. 해드림을 개설한 지 1주일 만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원에 사는 주부의 전화였다.“믿을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 쌀 주문이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이 대표는 옛일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그의 사연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의 외신에도 소개됐다. ●주문형 쌀판매, 유통에서 번다 해드림 쌀은 비싸다. 보통 쌀은 20㎏에 4만∼4만 5000원 정도지만 해드림은 5만 8000원을 받는다. 그래도 한번 먹어 본 사람은 십중팔구 다시 찾는다. 비결은 품질에 있다. 해드림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도정한다. 주문 이후 배달까지 2∼3일이면 충분하다. 일반 쌀은 도정한 뒤 판매까지 보름 정도 걸린다. 유통기간에서 경쟁이 될 수가 없다. 또한 볏짚이나 왕겨 등에서 추출한 수액을 농사에 이용하는 환원순환형 농법을 사용, 쌀알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비료는 3분의1만 써서 벼가 쓰러지지 않게 했다. 게다가 인근 30여농가와 영농조합을 결성, 농기계를 소유한 농민들로부터 농기계를 빌려썼다. 수억원이 들 것을 3000만원 이하로 낮춰 300평당 9만여원을 아꼈다. 여기에 천부적인 ‘마케팅 마인드’가 추가됐다. 예컨대 전화번호를 ‘080-582-3333’으로 정했다.‘오 빨리 쌀쌀쌀쌀’로 기억되도록 한 것. 그는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은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 농업인들은 마인드를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시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기반조성에 적극 나서야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 사이트는 지난해 말 6200개에 이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이 60곳, 민간기업형이 343곳, 농업인 홈페이지가 5800곳이다. 농림부 산하기관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신선몰(www.sinsunmall.com) 등에는 홈페이지가 없는 농민들이 입점해 쌀을 비롯한 곡류와 채소 과일 등을 직거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의 인터넷 직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는 초고속통신 인프라 구축, 인터넷 사용료 감면, 포장·택배비용 지원, 농민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안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해드림’의 성공요인 분석 국산쌀은 외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싼 것보다 비싸더라도 좋은 쌀을 찾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최고의 쌀’을 공급하는 해드림의 성공 전략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터넷이라는 외부환경에 신속히 대처하고 활용했다. 쌀맛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유통 기한이다. 도정한 지 보름이 지나면 맛이 변질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해드림은 주문한 다음날 도정해 별도로 계약한 택배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도정에서 밥짓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둘째, 남아도는 농기계를 적절히 활용해 생산비를 절감했다. 해드림은 농가에 농기계가 너무 많고 한철에만 사용되는 등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농기계를 직접 사기보다 빌려서 썼다. 농가는 대여소득을 올리고 해드림은 농기계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다. 필요한 농자재도 공동으로 구매했다.300평당 해드림의 생산비는 49만 6353원, 일반 농가는 58만 7748원이다. 해드림이 보유한 농기계는 제초기가 유일하다. 셋째, 친환경 농법이다. 질소비료를 기준량의 50%만 쓰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쌀의 완전미 비율이 높아져 밥맛이 좋아졌다. 자연친화적 농법은 웰빙시대에 부합했고, 재구매율 90%라는 믿기 어려운 수확을 올렸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전문연구원
  • [데스크시각] 기업사회환원 농업지원에 쓰자/오승호 경제부장

    기업들이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삼성 8000억원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1조원을 사회환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기업들의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재벌총수의 사재이든, 기업이 번 돈이든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시대적 추세다. 재벌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사회공헌 전략을 짜는데 부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봇물 터지듯 이어질 전망이다. 혹여 비리를 덮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목적의 사회환원은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후속 조치가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 삼성이 내놓겠다고 한 8000억원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맡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소외계층 지원이나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한 1조원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현대가(家) 분쟁까지 번지고 있어 정신이 없겠지만, 기업이나 정부나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기업들이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까. 돈을 내놓겠다고 한 기업이 밝힌 대로 소외계층이나 불우이웃을 정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수혜 대상을 지정하는 작업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여러 계층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농업 부문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협정이 체결되면 기업들이 이익을 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농업은 그 반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농업은 손해보는 쪽의 중심에 서 있다. FTA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타결 등으로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더욱 문제인 것은 농업인 중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체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78% 수준이다.20∼30대는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를 앞선다.30대는 130%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업경영주 가운데 전체 농가의 60%를 차지하는 60대부터는 역전된다. 젊은 농업인들은 개방체제 아래서도 새 경영기법을 도입하면서 커 나가고 있다지만, 고령층은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기업인들이라고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한·미 FTA 체결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양극화 해소, 즉 도시와 농촌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도울 명분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단 기업인들에게 개방체제로 어려움을 겪는 점만을 부각시켜 농촌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는 농촌 출신의 산업인력도 한 몫하고 있다. 농가인구가 매년 줄어들어 전체인구의 7.3%에 불과하지만,2∼3%대인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생산의 주체이면서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소비하는 주체로, 기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업들이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이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1981년 전두환 정권 시절, 부정 축재자 환수자금으로 ‘농어민후계자기금’을 만들어 농업 분야의 창업자나 농촌에 신규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300만원씩 지원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가령 ‘농촌사회안정기금’을 만들어 고령 농업인 등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오승호 경제부장 osh@seoul.co.kr
  • 가축에도 의약분업?

    가축에도 의약분업?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소·돼지나 양식어류 등에 약품을 쓸 수 있도록 한 현행 법규에 수의사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항생제 등이 마구잡이로 사용돼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축·수산업계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행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가 아니면 진료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동법 10조와 시행령 12조는 예외조항을 두고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해서는 진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누구나 제한 없이 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국건수)는 오는 12일 수의사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라 수의사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자가 진료’로 인해 이를 침해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건수 오용관 정책국장은 “수의사 처방권에 대한 법·제도적 미비가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균의 증가를 가져왔다.”면서 “동물 복지는 물론 국민건강까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 “항생제 사용 덴마크 16배” 축·수산물에 대한 항생제 등 약품남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축·수산 동물약품(항생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보다 1.2배 많지만 항생제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16배다. 선진국에서는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축·수산물에 대한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항생제 사용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돼 왔다. 그러나 전체 항생제 사용량은 줄어드는 반면 축산농가 등의 자가 사용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수의사들은 항생제, 호르몬제, 마취제, 백신 등에 일부 취급주의 약품에 대해 처방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004년 9월 현재 수의사 처방에 의한 약품 사용은 6% 수준이다. ●축산업계 “산업동물 관련 수의사 크게 부족” 축·수산업계는 수의사들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약품 사용이 1년에 한두 차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수의사를 부를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료를 요청했을 때 이를 바로바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수의사가 충분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한양돈협회 김동성 전무는 “수의대생 대부분이 반려동물(애완동물) 관련 쪽으로 진출하고 가축 등 산업동물 분야로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의사 처방제도를 도입하면 비용도 문제지만 악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수의사를 기다리다 가축이 죽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주의 동물용 의약품 취급요령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당시 김홍신 의원이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동물의약품은 수의사의 처방 또는 지도·감독 하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경견 “나도 명견 대접을”

    동경견 “나도 명견 대접을”

    “동경견(東京犬)을 아십니까.” 병술년 ‘개띠의 해’를 맞아 경북 경주지역 원산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경견(일명 탱견)이 집중 보호·육성된다. 2일 경주시에 따르면 진돗개·풍산개·삽살개와 함께 우리의 토종견인 동경견의 보존·육성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2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 동경견을 사육 중인 12가구(42마리)를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대상 농가에 매월 사료 구입비 명목으로 4만원씩을 지원하게 된다. 또 경주에 소재한 서라벌대와 손잡고 토종 동경견의 확보와 혈통보존 등에 나설 계획이다. 경주가 원산지인 동경견은 꼬리가 없거나 5㎝ 이하로 짧고 외형은 진돗개보다 다소 크다. 사람에게 온순하지만 영리하고 사냥을 잘 한다. 귀는 진돗개와 달리 숙여져 있다. 털색깔은 황색과 백색, 검은색이 뒤섞인 잿빛색이나, 눈위에 2개의 황색점이 있어 마치 눈이 4개처럼 보인다. 경주시 관계자는 “사냥·안내·구조견 등 용도가 다양한 동경견을 사육사업을 통해 지역 특산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진돗개와 삽살개처럼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 순종때 간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는 ‘동경(東京·지금의 경주)에 꼬리가 없거나 짧은 개들이 많이 태어나 동경개(東京犬)라 불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 문헌인 동국어록(東國語綠)도 ‘단미나 무미를 지닌 것은 동경견이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4) 희비 엇갈린 일본과 타이완

    [농업 희망을 쏜다] (4) 희비 엇갈린 일본과 타이완

    미국산 칼로스 쌀이 시장에서 반품되는 등 국내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실시된 3차 공매에선 한톨의 쌀도 낙찰되지 않았다. 농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며 안도의 숨을 쉬었겠지만 국산 쌀값의 ‘동반하락’과 ‘재고처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꼭 좋아만 할 상황은 아니다. 1999년과 2003년, 밥쌀용 수입쌀을 개방한 일본과 타이완에선 서로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에선 수입쌀이 ‘냉대’를 받아 가격이 일본쌀의 50∼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타이완의 경우 고급쌀과 중저가 시장에서 수입쌀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왜 이같은 차이가 생길까. 일본인이 타이완 사람보다 자국 농산물을 아끼는 애국심이 더 강해서일까. 아니면 나라마다 입맛이 달라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은 정부와 농민, 소비자들이 개방을 준비했지만 타이완은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준비된 일본, 서두른 타이완 일본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과로 6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대신 관세없이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MMA)을 86∼88년 일본내 소비량의 4∼8%로 정했다. 일본은 처음부터 수입쌀의 일부를 밥쌀용으로 풀었다. 개방에 앞서 일본쌀과 수입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도 당시 10년간 관세화를 유예받았지만 수입쌀을 밥쌀용으로 풀지 않고 가공용으로만 썼다. 수입쌀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형편없다.”이다. 농업문제를 연구하는 민간연구소 GS&J의 이정환 이사장은 “일본은 개방 이전부터 품질개량과 농산물 안정성에 신경을 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수입쌀이 싸더라도 안팔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는 것. 당연히 수입쌀 가격은 하락해 10㎏짜리 미국산 중립종은 현재 2700엔(2만 2140원)으로 일본에서 가장 싼 북해도산의 3600엔에도 못 미친다. 가장 비싼 니가타현의 쌀 5340엔에는 절반 수준이다. 가격이 싸지만 인기가 없자 일본 정부는 4년만에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쌀시장을 완전개방했다. 반면 타이완은 품질개선을 통해 고급쌀을 내놓을 시간이 없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치중하느라 관세유예화 기간을 1년밖에 받지 못했다. 의무수입물량도 8%에서 출발했다.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쌀이 들어오자 타이완 쌀값은 폭락했고 농민들은 ‘패닉(공황)’에 빠졌다. 타이완 정부가 지지가격을 설정, 전량수매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희비 엇갈린 수입쌀 관리방식 일본과 타이완은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고관세(높은 관세율)를 유지했다. 일본은 1000%를 넘고 타이완은 560%에 이른다. 때문에 높은 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수입쌀은 거의 없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기 이전까지 두나라는 수입의무물량만 잘 관리하면 자국의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은 연간 의무수입물량 76만 7000t 가운데 국영무역으로 들어오는 66만 7000t을 가공용과 사료용, 원조용에 제한했다. 식당 등 외식업체에는 풀지 못하게 했다. 밥쌀용으로 10만t을 할당했지만 연간 소비량의 1.1%에 불과하다. 수입쌀을 언제까지 팔아야 한다는 시한도 정하지 않아 수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완은 연간 의무수입물량 14만 4720t 가운데 35%를 밥쌀용으로 정했다. 국내 소비량의 4.41%에 해당된다. 또한 일정기간 이내에 수입쌀을 팔도록 해 수확기와 관계없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영무역으로 들어오는 나머지 수입쌀들도 학교급식용 등으로 배정, 타이완쌀의 입지를 크게 좁혔다. ●승패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박사는 “일본의 소비자들은 국산 농산물을 차별적으로 선호하는 ‘홈마켓 바이어스’가 유달리 강하다.”면서 “국내 농산물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고 정부와 농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쌀 브랜드화 전략도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일본의 수입 농산물 안정성 검사가 철저하고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 품질개선 등으로 수입쌀에 대한 ‘내성’을 스스로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쌀을 국에 말거나 비벼먹지 않아 쌀 자체의 맛이 소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입쌀은 유통기간이 길어 밥맛이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상대가 되기 어려웠다. 타이완은 시장을 개방하기 직전까지 수매제도를 통해 정부가 쌀 가격을 지지했다. 생산하는 물량을 정부가 책임지고 유통마저 관리하다보니 품질개선은 뒷전이었고 경쟁력은 약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관세화로, 그것도 1년만에 전격 개방되다보니 타이완 쌀시장은 둘로 쪼개졌다. 일본과 미국산 쌀은 고품질 시장을, 중국과 태국·이집트 쌀은 중저가·저품질 시장을 파고들었다. 타이완 쌀은 고관세에만 의지, 사실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농림부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돼 관세가 낮춰지면 타이완 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도 타격을 받겠지만 관세감축 등에 대비, 비용절감으로 쌀값을 낮추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이미 강구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日, 품질 지속개선… 국민입맛 잡아” |도쿄 이춘규특파원|주일 한국대사관 김홍우 농무관은 “일본은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고 최근에는 중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등지로 일본의 고급브랜드 쌀을 역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9년 4월 수입쌀이 들어온지 7년이 지났는데 영향은 어떠한가. -수입쌀 1㎏당 341엔(약 2800원)씩 부과하는 관세 때문에 의무수입물량 이외의 외국쌀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2003년 수입 쌀값은 1㎏ 기준으로 태국산 209엔, 미국산 226엔, 호주산 231엔, 중국산 255엔 등이다. 여기에 관세를 부과하면 ㎏당 322∼644엔 하는 일본쌀과 경쟁이 안된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일본쌀을 좋아해 영향은 미미하다. ▶일본인들은 왜 자국쌀을 선호하나. -한마디로 품질이 좋다.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도 영향이 있다. 학교급식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학부모의 몫이지만 지자체 등의 지원으로 일본쌀을 공급, 어려서부터 일본쌀에 입맛이 들었다. ▶의무수입물량은 어떻게 처리되나. -95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678만t이 들어왔다. 밥쌀용은 10%도 안되는 64만t 뿐이다. 가공용 240만t, 원조용 204만t으로 쓰였고, 재고가 170만t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수입쌀 방어뿐 아니라 공세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상하이 등 중국 연안과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지에 고급쌀 이미지를 활용, 상류층을 겨냥한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일본쌀 수입이 원천규제돼 있다). ▶우리 쌀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우리 농가는 쌀에 대한 의존도가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다양한 수입원 개발이 필요하고 학교급식 등으로 우리쌀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비중이 15% 미만이다. 서비스업 시간제 근무, 공장근무 등 겸업수입 비중이 높다. taein@seoul.co.kr ■ “타이완, 쌀개방후 생산조정제 시행” 타이완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지면적을 줄이는 생산조정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다음은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장자샹(江嘉祥)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수입쌀 시판에 따른 영향은. -2002년 1월 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쌀 수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과거 쌀 산업의 생산구조를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으나 개방을 앞두고 국내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가격이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쌀 상인들이 쌀을 비축하지 않아 시장에서 쌀 유통이 크게 늘었다. 그래서 쌀값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 ▶시장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나.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가와 협의해 경작 면적을 줄이고 쌀 생산량과 판매량을 예고해 시장에 경보를 주는 제도이다.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수매업무도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연이율 2.5%로 농민회와 쌀 상인들에게 쌀매입 자금을 대여하고 있다. ▶품질개선에 대한 노력은. -쌀 등급제와 품질 인증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식품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타이완 쌀을 팔기 위해 국내외 전시회 참가를 적극 돕고 있다. ▶개방에 앞서 관세화 유예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은 수입쌀 준비에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되면 쌀 수입이 더 늘지 않겠는가. -농민들이 정부의 휴경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과잉생산으로 쌀 가격이 떨어져 농사짓는 사람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수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해야겠지만 결국은 품질개선과 경쟁력 제고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고령화사회 2題] 노인학대 “아들 더 무섭다”

    지난해 11월 전남의 한 농촌 마을에 걸식 노인이 있다는 신고가 이곳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직원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이 노인은 아들(55)의 폭행과 학대를 못견뎌 가출, 인근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기거하며 구걸로 생계를 잇고 있는 J(89·여)씨로 확인됐다. 센터에서 아들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아들이 아니라 동명이인이다.”거나 “나는 모르는 일이다.”며 부양을 거부해 결국 센터 측은 아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고 노인을 보호시설에 입소시킨 뒤 아들을 노인학대 혐의로 고발했다.‘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 됐다. 아들에 의한 노부모 학대가 전체 노인 학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전국 17곳의 노인학대 예방센터에 접수된 학대 사례 2329건을 분석한 결과 아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50.8%나 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어 며느리 19.7%, 딸 11.5%, 배우자 6.6%, 사위 1.0%, 기타 10.5% 등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언어폭력과 정서적 학대가 43%로 가장 많았으며, 노인에게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방임이 23%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신체적 학대 19%, 금전적 학대 12%, 성적 학대와 자학적 자기방임, 유기 등이 각각 1%로 나타났다. 신고자 유형별로는 가족이 35.8%로 가장 높았으며, 본인 31.7%, 타인 12.5%, 기관 10.2%, 법정 신고의무자 8.3%, 기타 1.6% 등이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3) 농가 소득보전 가능한가

    [농업 희망을 쏜다] (3) 농가 소득보전 가능한가

    # 1.전북 김제시 황산면에서 벼 농사를 짓는 김진필(44)씨는 쌀소득보전 직불금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정부의 말과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농지 1만 2000평(4㏊)을 경작하는 김씨는 “이 곳의 쌀 값은 정부가 직불금 산정을 위해 발표한 전국의 평균 가격에 훨씬 못 미쳐 다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제 지역에선 80㎏짜리 흰쌀의 평균 가격이 12만원선이다. 하지만 정부가 직불금 산정 기준으로 발표한 전국의 평균 가격은 14만원선이다. 때문에 가격에서 차이가 나는 2만원만큼은 소득보전을 받지 못한다. 반면 경기도 지역은 14만원 기준으로 소득보전을 받으면서도 시장에서는 20만원을 받고 쌀을 팔아 ‘꿩먹고 알먹는 격’이라고 김씨는 볼멘 목소리다. # 2.경기 연천군에서 쌀 농사를 짓는 이강옥(47)씨는 “직불금이 실제 경작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씨는 3만평 규모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2만 5000평의 주인은 따로 있다. 땅 주인에게 매년 2000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소작을 한다. 이씨는 지난해 소득보전직불금으로 약 300만원을 지급 받았다. 하지만 100만원은 땅 주인에게 줬다. 땅 주인이 ‘내 논 때문에 나온 직불금이니 그만큼을 임차료로 올려 받겠다.’고 따져 마지못해 내놓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보전직불금 제도를 놓고 일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농림부는 직불금으로 쌀값 하락의 대부분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쌀 값의 지역별 편차와 실제 경작자를 구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농림부,“소득보전 문제없다” 소득보전직불제는 고정직불제와 변동직불제로 나뉜다. 고정직불제는 벼를 심지 않아도 농지 1㏊(3000평)당 평균 70만원을 지급해 준다. 변동직불제는 쌀을 생산했을 때 목표가격과 전국 평균가격을 산정한 뒤 차액의 85%를 지급한다. 예컨대 목표가격이 80㎏ 1가마당 17만원, 평균가격이 14만원이라면 차액 3만원의 85%인 2만 5500원을 쌀 농가에 지원한다. 농림부는 “올해 소득보전직불금을 80㎏짜리 쌀 1가마당 2만 5046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쌀을 재배한 농가들은 산지 쌀값과 관계없이 80㎏ 1가마당 평균 16만 5574원을 보장받는다. 이는 내년도 쌀에 적용할 목표가격의 97.3%에 이르는 수준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과거 다른 제도보다 높은 수준으로 소득을 보전, 쌀 값 하락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농촌 양극화 더욱 심화돼” 하지만 농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산지 쌀값은 제각각인데, 소득보전은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가 최근 600평 이상 벼 농사를 짓는 농가 250가구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월 평균수입은 85만 3425원으로 전년도보다 4.6% 하락했다. 한농연 박상희 정책조정실 과장은 “쌀 값 하락만큼 소득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의 평균가격보다 쌀 값이 낮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우 소득보전 손실이 크다. 전남 지역은 80㎏짜리가 13만 1000원으로 전국 평균가격보다 9000원 정도 싸다. 박 과장은 “전남 지역을 평균 쌀값이 18만원 이상인 경기도와 강원도 기준에 적용하면 약 2000억원의 추가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별로 평균가격 차등 산정하고 소작농 보호 방안 필요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최소한 도별로 평균 가격을 차별화하고, 목표 가격과 평균 가격의 소득 보전 비율을 95%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교수는 “캐나다처럼 개별 농가를 기준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농가소득안전망 도입’도 필요하다.”면서 “소득이 안정됨에 따라 과잉생산이 우려되면 농지를 휴경시키는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소작농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필요하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박사는 “현행법은 직불금이 실제 경작자에게 돌아가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소작농의 경우 직불금이 임차료 인상 문제로 연결돼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작농의 비율은 42%에 이른다. 그는 “법으로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처럼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 소작농과 땅 주인간 갈등을 중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목표 가격과 평균 가격 모두를 시·도별로 따로 정하는 게 상황에 따라서는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쌀소득보전직불제 개선 방안으로 “물가상승률과 생산비 단가상승을 감안해 목표 가격을 산정하고, 평균 가격도 도별로 책정할 것”을 제시했다. 또 미곡종합처리장(RPC)이 희망 농가의 물량을 전량 수매하고, 남는 물량은 정부가 공공비축제도로 수매하는 ‘전량수매제도’의 도입 등도 주장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미곡처리장 광역화가 유통개혁 관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유통개혁의 전초기지로.’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한다고 해서 농가 소득이 바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유통 비용을 줄이면서 제값에 팔아야만 농가가 넉넉해질 수 있다. RPC는 쌀의 건조와 저장 및 가공에서 포장과 판매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시설이다. 무역에서의 ‘종합상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2005년 말 전국의 RPC는 328개로 농협 소속이 181개를 차지한다. 농협 RPC를 통해 판매된 쌀은 지난해 1조 7891억원에 이른다. 과거에는 벼를 수확한 뒤 탈곡→건조→포장·저장→도정→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7∼8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RPC가 탈곡∼도매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수확→탈곡·도매(RPC)→소매상→소비자의 4단계로 쌀 유통 과정이 단축돼 관리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농협 관계자는 “RPC를 활용한 결과 수확에서 도매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35% 줄었고, 미곡의 손실률도 6%에서 1%로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농협은 올해 쌀 판매액을 지난해보다 6% 더 늘린다는 목표 아래 요식업체, 병원, 학교 등 쌀 소비량이 많은 기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PC 운영조합장들도 지난달 결의대회를 갖고 고품질 쌀 생산과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RPC의 통합이나 대형화는 유통개혁의 핵심이다. 대형 RPC는 유통·관리·생산 등 분야별로 인력을 나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농민들도 대규모 유통 체계가 갖춰져야 대형할인점 등에 제값을 받고 쌀을 팔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RPC의 역할이 농가소득과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농협은 RPC를 시·군당 1개로 통합, 오는 2010년까지 100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여개를 통합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RPC간 통합이 어려울 경우 공동의 쌀 브랜드을 개발, 연합 마케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농업인 설문조사 “소득증대 정책 시급” 68% “5년뒤 농촌 더 악화” 75% 쌀 시장 개방을 맞아 농민들이 1순위로 바라는 농업정책은 ‘농가소득보전’으로 나타났다. 현행 ‘쌀소득보전직불제’에는 5명 중 3명 정도가 도움이 된다고 여겼고 나머지는 불만이다. 또 수입쌀 시판과 그에 따른 쌀값 하락이 농촌 황폐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으며 5년 뒤의 농촌생활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전국 농업인 690명을 상대로 ‘농업인 의식구조 변화와 농정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67.9%가 ‘직접지불제 확충과 농외소득 증대 등 소득정책’을 꼽았다. 특히 ‘쌀소득보전직불제’에는 59.7%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38.3%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제도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앞으로 확대돼야 할 농촌 투·융자 사업으로도 ‘다양한 직접지불제 실시’(12.3%)를 꼽았다. 쌀 개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52.9%가 ‘수입쌀 시판에 따른 쌀값 하락과 벼농사 기반 잠식’을 들었다. 이어 ‘쌀 농사 포기에 따른 농촌 황폐화(29.6%)’,‘농업인의 농정불신 심화로 향후 정부정책 차질 불가피(16.6%)’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는 63%가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보전방안’이라고 답했다. 특히 경지 면적을 조정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40.6%는 ‘소득보장 대책을 보고 결정’ 또는 ‘축소할 계획’으로 답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74.5%가 ‘5년 뒤 농촌생활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답해 2003년 66.5%,2004년 67.8%에 비해 미래를 어둡게 봤다. 반면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6.8%로 지난해 7.8%보다 낮아졌다. 정부가 강조해 온 ‘친환경 농업’과 관련, 일반 농업에 비해 ‘소득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는 의견이 74.3%나 됐다. 이 가운데 73.5%는 ‘친환경 규모를 유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강풍… 우박… 4월의 변덕

    전국에 강풍경보 및 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제주 등 일부 지역에는 시속 60㎞가 넘는 강풍이 불어 항공기와 선박 운항이 통제되고, 시설농가의 피해가 잇따랐다.20일에도 ‘흙비’에 강풍이 계속돼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서해5도와 대흑산도, 홍도에 강풍경보를,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한 내륙 전역과 독도 등에 강풍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마주치면서 저기압 세력이 강해져 강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풍속은 서울 21.6㎞를 비롯, 제주 고산 64.8㎞, 백령도 54.0㎞, 진도 52.2㎞, 완도 46.8㎞, 군산 43.2㎞, 영주 39.6㎞, 서산 36.6㎞, 목포 34.2㎞, 대관령 28.8㎞ 등이었다. 이같은 강풍으로 이날 현재 국내선 52편이 결항됐으며, 선박이 발이 묶인 가운데 우박을 동반한 돌풍으로 시설농가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 산간지역에는 최고 5㎝의 눈이 내려 한계령의 차량 통행이 부분 제한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20일 아침 최저기온은 4도∼7도, 낮 최고기온은 9도∼14도의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체감온도는 0도 안팎까지 떨어져 ‘곡우(穀雨)한파’가 있겠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돌풍과 함께 우박이 내리겠다고 예상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염주영칼럼] 밥상 위의 쌀전쟁 이기려면

    미국산 수입쌀 칼로스가 지난 주말 국내의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나왔다. 수입쌀을 직거래하는 카페도 포털사이트에 등장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문구들을 내걸고 인터넷과 전화 주문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미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쌀과 수입쌀 간에 서로 소비자의 밥상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운 전쟁은 시작됐다. 올해 우리나라가 밥쌀용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5만 7000t으로 국내 소비량의 1.4%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회가 비준한 쌀협상 결과에 따르면 이후 매년 수입량을 늘려가야 한다. 오는 201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3.7%에 해당하는 12만여t이 들어온다. 이는 밥쌀용으로 시판되는 부분만 계산한 것이다. 술을 빚거나 과자를 만들거나 대북지원용으로 쓰이는 것까지 포함하면 2014년에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40여만t이나 된다. 또 그 이후에는 쌀시장 전면 개방이 기다리고 있다. 쌀산업이 가야 할 길은 이처럼 험난하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외길 수순이어서 퇴로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험로를 뚫고 가야만 한다. 개방화 시대에 우리 쌀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농민들이 달라져야 한다. 쌀산업 위기 극복의 1차적인 주체는 농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농사만 지어 놓으면 정부가 사 주겠지.’ 하는 식의 사고로는 난관을 돌파할 수 없다.‘정부의존형 농민’에서 경쟁이 체질화되고 강한 자립의지로 무장한 ‘쌀산업 CEO’로 변신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개방화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감산정책을 써야 할 시기에 증산정책을 쓴 결과 지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과잉재고에다 시판용 수입쌀까지 겹치면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의 산지 쌀값은 전년보다 13.5%나 하락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것이 초래하는 재정의 비효율은 더 큰 문제다. 금년도 예산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분야 전체 예산 9조원 중 4조원이 쌀 관련이며, 이 가운데 2조 9000억원이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결손을 보전하거나, 휴경·전작·재고처리 등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처음부터 적정생산 규모를 유지했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현재의 쌀정책은 100이 필요한데 120을 생산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20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천안을 가는데 천안을 지나쳐 대전까지 갔다가 천안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정책이 지속되는 한 농민은 농민대로 고달프고,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민 한사람이 1년에 쌀을 80㎏정도 소비하는데 오는 2015년에 가면 60㎏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수입은 늘고 소비가 줄면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더욱 급격히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논을 줄이는 것이다. 비진흥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적어도 20만㏊(현재의 20%)는 감축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에는 관념적인 논 지상주의만으로 농민이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없다. 지금은 논이 귀해져야 농민이 살 수 있다. 정부의 쌀정책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개방농업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수석 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간척지 매각’ 곳곳 군·주민 갈등

    ‘공개경쟁입찰이냐 수의계약이냐.’ 간척지 매각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수의계약을 요구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18일 전남 강진·완도·진도·해남군 등에 따르면 농토로 변한 간척지의 공개입찰이 주민들의 실력 저지로 유찰되거나 연말로 늦춰졌다.1996년 ‘농어촌정비법’ 개정으로 간척지 매각은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매각으로 바뀌었다. 단 경쟁입찰이 두차례 무산되면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최근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 등 인근 마을 주민 400여명은 ‘사내 간척지’ 공개매각 접수장 입구를 경운기로 막고 입찰을 방해했다.2003년 마무리된 사내 간척지는 713억원으로 농경지 390만㎡(117만평)가 조성됐다. 주민들은 “간척공사로 황금어장을 잃은 어민들에게 우선권을 준다고 해 놓고 경쟁입찰을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농민들은 감정평가 금액인 평당 1만 5000원이나 2만원선을 주장하고 있으나 인근 논 값은 3만원선이어서 경쟁입찰을 하게 되면 낙찰가는 올라 갈 전망이다. 강진군은 400여 농가에 간척지 가경작권을 주고 연말에 다시 농가당 1필지(3030평)씩 공개매각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2004년 강진군은 인근 도암면 만덕 간척지를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결국 수의계약으로 농지분양을 마쳤다. 또 완도군 고금지구 간척지도 도남·항동리 주민들의 항의로 공개매각이 연말로 연기됐다.2003년 450억원으로 개답공사를 마치면서 136필지(37만 5700평)가 농지로 변했다. 진도군 지산보전지구도 공개매각이 불발로 끝나자 연말로 분양을 미뤘다. 지산면 상·하보전리 주민들이 수의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올해는 이들 가운데 212 농가에 임시 경작토록 했다.200억원을 들여 1997년 완공한 이 간척지는 173필지(100만평)이다. 한국농촌공사 영산강사업단에 따르면 2003년 공사를 마친 영암군 삼호지구(1747㏊)도 주민들의 반대로 공개매각이 1차례 연기됐다.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발언대] 농지 임대수탁사업 ‘1석 3조’/정승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된 농지은행의 임대수탁사업이 농지를 빌려쓰는 임차농업인과 농지 소유자 모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전업농가의 영농규모 확대에도 기여하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농지 임대수탁사업이란 농지 소유자가 불가피하게 농사를 짓기 어려울 경우, 농지은행(한국농촌공사)이 맡아 적정한 농업인을 찾아 해당 농지를 임대해 주는 제도이다. 한국농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농지 1866㏊(560만평)가 농지은행에 수탁됐으며, 이 가운데 1167㏊(350만평)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맡겨진 농지의 65% 정도는 쌀 전업농 등 농업인에 임차돼 영농 규모도 농가당 약 1800평씩 늘었다. 또한 연간 임차료는 해당지역의 기존 임차료보다 20∼30% 낮게 책정됐다. 임대수탁사업을 시행한 지 6개월을 갓 넘겼지만 진가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 무엇보다 농지를 빌리는 임차농업인의 경우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영농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개인간 임대차 계약기간이 보통 2년 등 단기이고 임차료를 둘러싼 마찰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농지은행을 통해 5년 이상의 장기임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농지 소유자의 일방적 계약해지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아울러 연간 임차료 수준이 3000평(1㏊) 기준으로 통상 250만원 수준에서 180만원대로 약 30% 가까이 줄었다. 또 영농규모가 커지면서 농업소득도 늘어나게 됐다. 농지 소유자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동안 농사용으로 취득한 농지는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에 따라 농사를 짓지 못할 경우에는 농지은행에 위탁해 임차가 이뤄지면 임대기간에 아무런 걱정없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또 농지 소유자가 임차인을 직접 물색해 임대차 계약조건 등을 협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게다가 임대료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돼 농지관리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정부는 농지은행의 임대수탁사업이 활성화되면 임대차를 위한 재정지원 규모(연간 1500억원)는 점차 줄여 나가면서 영농규모 확대라는 정책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농지 임대수탁사업이 농업인과 농지 소유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승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 [농업 희망을 쏜다] (2) 대표 브랜드로 승부한다

    [농업 희망을 쏜다] (2) 대표 브랜드로 승부한다

    16일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최모(66·여)씨는 대형 할인매장의 쌀 코너를 둘러보다가 혼란에 빠졌다.△△표 △△쌀,○○지역 ○○미 등 수십가지 쌀이 있고 가격도 모두 달랐다. 저마다 ‘좋은 비료를 사용했다.’,‘가장 맛있다.’,‘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웠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결국 최씨는 중간 가격대의 쌀을 대충 구입했다. 밀려오는 수입쌀에 맞서기 위해선 ‘품질’이 최우선이다. 가격면에선 수입쌀이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쌀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각 지역에서는 ‘브랜드 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너무 많은 브랜드가 나와 지금은 오히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가지의 브랜드 쌀로는 소비자 신뢰 얻지 못한다 농림부 조사 결과 2004년 말 브랜드 쌀은 1930개나 된다. 이 가운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179개(9.3%), 상표·의장등록이 된 것은 508개(26.3%)에 불과하다. 나머지, 전체 브랜드의 3분의 2는 인증이나 상표등록 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 302개가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붙이기 때문에 정확히 브랜드 쌀이 얼마만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일회성으로 시판됐다가 사라지는 브랜드 쌀도 상당수에 이른다. 농협은 지난해 말 브랜드 쌀을 2000여개로 추산했다. 학자들은 1200∼1300개 정도로 본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쌀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2004년 수도권 소비자 46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브랜드 쌀에 대한 불만은 ‘어떤 쌀이 좋은지 모르겠다.’(62.4%),‘표시를 믿을 수 없다’(14.5%),‘가격이 비싸다’(8.9%) 등으로 나타났다. 믿을 만한 정보가 없으니 선택할 기준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KREI의 다른 조사에서도 브랜드 쌀 가운데 생산지(39.3%), 품종(19%), 상표명(5.5%) 등을 보고 쌀을 고른다. 아직까지는 ‘어느 지역 쌀이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셈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나와 소비신뢰를 회복해야 전문가와 농민들은 브랜드 쌀을 통·폐합한 대표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KREI 김명환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수입쌀은 국가별로 1,2개의 중·저급미 브랜드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고급미보다 중·저급미를 광역 브랜드로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통합되려면 먼저 RPC들이 지역별 쌀 품종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급쌀 수요는 전체의 5∼10%밖에 안되기 때문에 고급쌀 중심으로만 생산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한국쌀 전업농중앙연합회 엄성호 회장은 “브랜드 수를 줄이고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쌀을 공급하는 것은 농협·지방자치단체·농민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품질을 높이면 80㎏짜리 한 가마니에 30만원 이상되는 고급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RPC에 저온저장 시설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브랜드뿐 아니라 생산, 도정, 저장, 유통 등 단계별로 품질향상이 이뤄져야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맛있는 브랜드 쌀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려면 좋은 품종에 화학비료를 적게 쓴 쌀을 생산해야 하고 도정에서 유통까지의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 판매전문가들을 각 RPC에 파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품질 브랜드 쌀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농림부는 지난달 지역별 대표품종과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자는 ‘고품질쌀 생산·유통대책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동시에 품질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도태시키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12대 우수브랜드 쌀’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가 쌀의 외관과 맛, 품종혼입률(다른 품종이 섞여 있는 비율) 등을 평가한다. 지난해에는 ‘아산맑은쌀’,‘청원생명쌀골드’,‘안성맞춤쌀’,‘햇살드리’ 등이 우수 브랜드로 선정됐다. 내년까지 30개,2010년까지 100개의 브랜드를 키우면 다른 브랜드 쌀은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논리다. 농협도 브랜드 쌀 관리와 고품종 보급 확대로 품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식품연구원에서 분기마다 RPC별 대표 브랜드 쌀의 품질을 분석, 쌀 품질개선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맛있는 쌀을 찾는 방법은 ▲소비자단체가 선정한 우수 브랜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인증을 받은 품질인증미 ▲도정한 지 15일 이내의 쌀 ▲알이 굵고 싸래기가 없는 쌀이라고 소개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농업용수 부적합 저수지 전국260곳 수입쌀에 맞서려면 최상급 친환경 쌀의 개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꼭 우수한 ‘종자’만이 능사가 아니다. 씨가 좋더라도 재배 여건이 나쁘면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가 없다. 보통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농업용수와 토양, 비료 등이다. 올해 도입된 우수농산물(GAP) 인증제도 역시 생산 단계에서 이 3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 가운데 토양은 단시일내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비료는 친환경 농법에 적합한 것을 농가가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물 관리는 농민들의 능력을 벗어난다. 1년 내내 갖은 ‘품’을 들이고도 농업용수 때문에 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지 못할 수가 있다. 이는 농가소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로 식수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농업용수는 지금도 뒷전으로 밀린다. 지난해 말 한국농촌공사가 전국 저수지 1만 7800개 가운데 492개를 골라 수질을 조사했다. 농업용수에 부적절한 5등급 이상의 저수지가 16.4%인 81개로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농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3297개 가운데 260개가 농업용수에 부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용수의 오염원은 생활하수 35.8%, 토지 유출수 35.2%, 축산폐수 28.4% 등이다.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는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축산폐수·분뇨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환경기초시설은 도시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농촌에서는 미흡했다. 샘플링한 저수지 492개 가운데 환경기초시설이 설치된 곳은 15%인 76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비가 올 때 저수지로 유입되는 축산분뇨나 농경지 유출수 등을 막을 시설이 필요하다. 이같은 오염원은 범위가 넓어 한 곳에서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저수지 유입부에 ‘인공습지’나 ‘오염물질 침강지’ 등과 같은 별도의 처리대책이 필요하다. 전남 무안 감돈지구에 처음 인공습지가 준공돼 저수지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새품종 개발에 12~15년 성공 확률도 5만분의 1 쌀도 동물처럼 혈통이 좋아야 병충해에 강하고 낱알도 많이 열린다. 맛도 좋고 영양까지 풍부하다. 때문에 품종 개발은 쌀을 소비하는 나라에서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쌀시장 개방에 맞설 ‘수호천사’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산하 작물과학원 유전육종과 김연규 박사는 16일 품종 개발을 ‘인고(忍苦)의 과정’에 빗댔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그는 “신품종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5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품종 1개가 개발되는 데는 보통 12∼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잘해야 한해에 품종 3개가 나온다. 작물과학원의 올해 품종개발 예산은 12억원. 이 돈을 모두 들여도 신품종은 빨라야 2018년에나 나온다. 품종 개발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떠올리면 된다. 두 품종을 교배시켜 후대(後代)를 얻고 그 가운데 각각의 ‘우성’을 띤 개체만 골라 다시 교배시킨다. 이 과정은 전체 개체가 모두 우성을 띨 때까지 되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250개의 쌀 품종이 개발돼 150종이 등록됐다.1970년 이전까지는 ‘찰벼’ 등 재래종과 일본 ‘아끼바레’ 등 품종개량 사업이 중심이었다.70년대에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다수확 품종 ‘통일벼’,80년대에는 병충해에 강한 자포니카 품종 등이 관심이었다. 90년대에는 고품질 쌀, 최근에는 기능성 쌀 연구가 한창이다. 밥을 지으면 향기가 나는 ‘미향벼’, 먹으면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쌀’,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수원 511호’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의 쌀 개발은 디자인 중심이다. 김 박사는 “단순 먹을거리를 벗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을 만큼의 예쁜 쌀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 모양은 물론 일반 쌀보다 2∼3배가 커 씹히는 맛이 묵직한 쌀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개발된 ‘탑라이스’는 품종개량 보다 ‘품질관리’로 만들어졌다. 엄선된 최상급 품종에 비료를 적게 주고 깨진 쌀은 골라내 밥맛이 부드럽고 식어도 잘 굳지 않는다. 가격이 다른 것보다는 2배 정도 비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생산성은 세계10위 ‘우수’

    우리나라의 농업은 좁은 경지 면적 등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는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농업 관련 주요 지표를 세계 200여개국과 비교한 ‘통계로 보는 세계속의 한국농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의 농가인구는 341만 4000명으로 66위, 경지면적은 9960㏊로 95위였다.특히 농가인구 1인당 경지면적은 미국(29.5㏊)과 일본(1.1㏊)에 크게 뒤지는 0.52㏊(139위)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지 면적 1㏊당 생산량은 6493㎏으로 세계 10위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8위로 조사됐다. 특히 논 1㏊당 쌀 생산량이 2003년 6054㎏에서 2004년 6729㎏으로 늘면서 10위로 한 단계 오르는 등 생산성이 높아졌다. 곡물 전체 생산량(조곡 기준)은 708만 7000t으로 전년도보다 62만 5000t이 늘었지만,40위로 3계단 하락했다. 쌀 생산량은 673만 7000t으로 전년도보다 58만 6000t 늘면서 13위로 한 계단 뛰어 올랐다. 과실류 가운데 배는 45만 2000t이 생산돼 6위, 사과는 35만 7000t으로 30위를 차지했다. 마늘 생산량은 35만 8000t으로 3위, 고추는 41만t으로 8위였다. 육류 생산량은 155만 3000t으로 2003년보다 한 계단 떨어진 29위로 조사됐다. 젖소 한 마리당 우유 생산량은 7286㎏으로 9위를 유지했다. 농산물 수입개방 여건 속에서도 농림축산물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경쟁력이 높아졌다.2003년 40위(18억 6000만달러)에서 39위(20억 8500만달러)로 한 단계 상승했다. 특히 이 가운데 농산물 수출은 전년도보다 두 계단 뛰어오른 34위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112억 500만달러로 늘어났으나 세계 순위는 14위를 유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의무수입물량이 증가된 쌀의 경우 수입액 순위가 38위에서 32위로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19위에서 13위로, 사과는 92위에서 86위로 순위가 올랐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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