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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리던 인삼 잎·줄기서 주름억제·미백효과 물질

    버리던 인삼 잎·줄기서 주름억제·미백효과 물질

    “인삼 뿌리가 아닌 잎과 줄기로 만든 화장품을 바르면 주름이 없어지고 얼굴도 뽀얘집니다.” 농촌진흥청 인삼특작이용팀에서 일하는 이대영(34) 박사와 연구팀은 인삼의 잎과 줄기를 발효한 성분에 주름 개선 및 미백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농가에선 소비자가 먹지 않는 인삼 잎과 줄기를 모두 버렸지만, 앞으로는 고가의 화장품 원료로 쓸 수 있어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삼의 잎과 줄기에는 백삼, 홍삼 등 뿌리에 없는 ‘진세노사이드 Rh6’ 등 특이사포닌이 많이 들어 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수입 맥주보리·맥아 관세 낮춰달라”

    “수입 맥주보리·맥아 관세 낮춰달라”

    국내 맥주회사들이 수입맥주의 공세에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자 올해 하반기부터 오른 수입 맥주보리와 맥아(맥주제조용)에 붙는 관세율을 다시 낮춰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맥주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지만 기획재정부는 당분간 관세율을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회사들은 최근 대형 법무법인에 맥주 과세제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맥주의 원료인 수입 맥주보리와 맥아에 매기는 관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맥주보리와 맥아의 기본관세율은 30%이지만 맥주업계는 199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할당관세(특정수입품에 대해 일정기한 관세를 낮춰주는 것)를 적용받아 19년 가까이 세율인하 혜택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맥주보리와 맥아에 상반기 8%, 하반기 25%의 할당관세율이 매겨졌다. 2012년에는 무관세(0%)로 수입됐다. 기재부는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맥주보리와 맥아에 대한 할당관세를 없애고 30%의 기본관세율을 다시 매기기 시작했다. 맥주업계는 국산보다 품질이 좋고 값도 싼 수입 보리로 맥주를 만들었는데 세율이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보리 함량을 줄일 수밖에 없어 품질도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당분간 할당관세를 부활시키지 않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수입가격 및 물가 안정,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일정 기간 기본관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매기는 세제지원 정책인데, 최근 국제곡물 가격이 안정세이고 국내 물가도 23개월째 1%대에 머물러 할당관세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보리를 일정량 사용해 농가 소득을 높여준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정부가 수입산에 할당관세 혜택을 줬지만 이제 그 이유도 사라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2년 보리수매제도가 폐지된 이후 맥주회사들이 국산을 거의 쓰지 않아 수입산에 관세를 깎아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세금을 깎아줘도 맥주회사들이 소비자가격을 내리지 않고 잇속만 챙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맥주업계는 2012~13년 맥주보리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총 616억 5000만원가량의 세금을 감면받았지만 하이트 진로는 2012년 7월에 5.93%, OB맥주는 같은 해 8월에 5.89%씩 맥주 출고가격을 올렸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맥주회사들은 할당관세 폐지를 맛, 가격, 서비스 등에서 수입맥주와 경쟁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배추 항암 효과의 4배…상추 대신 항암 쌈채

    배추 항암 효과의 4배…상추 대신 항암 쌈채

    종자명장인 박동복(60) 제일종묘농산 대표가 항암 쌈채를 개발했다. 박 대표는 8일 충북 괴산군 청안면 제일종묘농산 육묘장에서 가진 육종 발표회에서 “15년간의 연구 끝에 일반 배추보다 암세포 성장 저지 효과가 뛰어난 항암 쌈채를 개발했다”면서 “간암, 유방암, 대장암, 피부암 등 다양한 암세포에 항암 쌈채를 동결건조해 넣고 24시간 후 관찰해 보니 암세포가 성장이 더디고 죽어 갔다”고 밝혔다. 그는 “간암세포에서는 일반 배추보다 항암 효과가 4배 이상 탁월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1997년 육종 연구차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암에 좋다며 순무를 즐겨 먹는 것을 보고 이를 한국 쌈 문화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개발을 시작했다”면서“배추와 순무를 종간교잡한 후 첨단 육종 기법인 소포자배양을 통해 항암 쌈채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종간교잡이란 종이 다른 암수를 교배해 각 종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항암 쌈채는 잎 모양이 둥근 배추 모양에 독특한 향과 맛이 있어 고기와 같이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영양 흡수가 좋아 일반 상추를 대신할 수 있다”면서 “생육이 빠르고 토양 적응성이 우수해 농장에서는 물론 가정이나 텃밭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 진천과 전남 여수 지역 농가에서 항암 쌈채가 재배되고 있다”면서 “항암 쌈채가 전 세계로 확산돼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고, 우리 농민들은 고소득을 창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991년 충북 증평군에 제일종묘농산을 설립한 박 대표는 앞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물질인 베타카로틴 등이 일반배추보다 30배 많은 항암 배추를 개발했고 혈당을 낮추거나 조절하는 물질을 다량 함유한 당조 고추도 개발했다. 그동안 박 대표가 개발한 신품종은 300여종에 달한다. 그는 이런 연구 노력과 실적을 인정받아 2009년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종자명장으로 선정됐다. 명장은 20년 이상 장기 근속하고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니하오!” 학생들 화상 멘토링 교육…비닐하우스 원격 조종 농가도 활기

    “니하오!” 학생들 화상 멘토링 교육…비닐하우스 원격 조종 농가도 활기

    “연우, 니하오!” 중국인 유학생 팡유예팅(25·여·서울교대 다문화교육 전공)의 얼굴이 화면에 뜨자 헤드셋을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장연우(13·임자초등학교 6학년)양의 얼굴이 환해졌다. 화면 속 영상은 반응 속도가 빨랐고 목소리에도 끊김이 없었다. 장양이 사는 곳은 뭍에서 배로 30분을 타고 들어가야 도착하는 전남 신안군의 외딴섬 임자도. 팡유예팅은 임자도와 약 380㎞ 떨어진 서울 서초구에 산다. 지난 7월 KT가 주선한 ‘글로벌 멘토링’으로 맺어진 둘은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실제로는 두 번밖에 본 적이 없다. 둘 사이의 거리는 인터넷 화상채팅이 메꾼다. 7일 KT는 임자도 내 종합복지센터에서 ‘기가 아일랜드’ 선포식을 갖고 섬 전역에 기존의 메가급 인터넷 속도보다 3~10배 빠른 기가 와이파이 구축을 마쳤다고 밝혔다. 기가 아일랜드는 기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KT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회사는 지난 5월 신안군과 양해각서를 맺고 본격적인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구 크기의 임자도 전역에 와이파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모두 4억원이 들었다. 회사는 인프라 외에도 교육, 문화, 에너지, 의료, 지역 경제 등 5개 분야에 ICT 기반의 서비스를 도입, 도심과의 격차 해소에도 나섰다. 먼저 KT는 장양을 포함한 20명의 임자도 학생들을 선발해 화상 멘토링 교육을 제공한다. 서울시, 전남교육청과 협력해 18개국 외국인 유학생 20명과 연결을 도왔다.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서 주민복지센터에는 올레 기가 초고해상도(UHD) TV와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질 높은 교육, 영화, 음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실제 주민들의 체감만족도는 어떤 수준일까. 섬에서 파 농사를 지으면서 주 1회 주민복지센터에서 노인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김쌍임(53·여)씨는 “일단 인터넷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면서 “주민센터를 찾는 사람들도 앞으로 원격으로 영화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닐하우스 농가들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KT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손쉽게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날 찾은 한 적채(양배추의 한 종류) 재배 농가에서는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으로 온실 내외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구역별로 세분화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물이 공급됐다 비닐하우스 주인 황희자(56·여)씨는 “이전에는 사고가 날까 하루종일 비닐하우스에 붙어 있어야 했는데 원격 조종이 가능하니 마음 놓고 가족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임자도를 시작으로 경남 하동군 청학동과 민통선 내 대성동 등으로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임자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전남 ‘곤충사업 5개년 계획’ 추진

    전남도가 곤충을 농촌의 새 소득원으로 육성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적으로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외국에선 곤충 신소재 개발과 기술 산업화 등 곤충 연구가 활발하다. 29일 도에 따르면 현재 전남의 곤충 사육 농가는 57호로 전국(348호)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까지 100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곤충의 농가 소득원 육성 가능성을 판단하고 2010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곤충산업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선 장수풍뎅이, 나비류, 사슴벌레 등 10종의 곤충이 집중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국산우유 사용 확대 위한 K-MILK 상생협력 협약식 개최

    국산우유 사용 확대 위한 K-MILK 상생협력 협약식 개최

    국내 분유재고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낙농가가 원유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산우유 사용인증(K-MILK) 상생협력 협약식을 개최했다. 지난 29일 국회의원회원 제 3로비(신관 3층)에서 열린 협약식은 (사)한국낙동육우협회(회장 손정렬)가 국산우유 사용 인증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대국민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자 마련됐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국내 원유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으며, 수입 유제품은 전년 대비 9.5%~17.5%까지 증가했다. 국내 분유재고가 쌓이는 동안 오히려 수입 물량이 증가해 국내 분유재고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국산우유 사용 인증(K-MILK)은 국내산 우유만을 사용한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사업이다. 국내 유제품 총 소비량이 매년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FTA 체결로 인한 수입 유제품의 급증으로 국산우유의 자급률이 대폭 감소하면서, 국산우유의 사용률을 높이고 낙농산업을 보호 및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협약식은 내빈 축사에 이어 지난 6월부터 추진한 국산 우유 사용 인증(K-MILK) 사업의 경과보고, 상생협력 협약서를 체결하는 협약식, 우유 건배식 순으로 진행됐다. 참여한 기관 및 단체장들은 상생협력의 의미와 비전을 되새기고, 국내 낙농산업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로 약속했다.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국내 유제품 시장은 확대되고 있으나 수입 유제품의 시장 잠식으로 국내 우유의 판로가 차단되고 있다”며, “이렇게 수입 유제품이 늘어날 경우, 분유재고가 늘어남은 물론 낙농가의 생산기반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회장은 “국내 낙농 기반 유지를 위해 농민들의 절실한 자구책인 국산우유 사용인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양한 기관 및 단체들이 국산우유 사용 확대를 위해 협력함으로써 어려운 낙농가에 힘을 보태고,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산우유 사용 인증 사업(K-MILK)은 우유 가공업체들로부터 사업신청을 받아 심사결과, 총 8개 업체 220개 제품이 K-MILK 인증을 받았으며 10월부터 시장에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충북 영동, ‘대한민국 와인 1번지’ 꿈이 영글다

    충북 영동, ‘대한민국 와인 1번지’ 꿈이 영글다

    26일 오전 10시 충북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에 들어선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선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향수처럼 은은하게 코를 찔렀다. 와인 구경을 하기도 전에 짙은 포도향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와인 생각을 은근히 부추겼다. 지동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황간 IC를 빠져나와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평화로운 마을은 1959년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포도의 주산지인 영동군에서도 가장 앞섰다. 지금도 주곡리 포도를 최고로 친다. 농가형 와이너리 1호인 컨츄리와인 김덕현(32) 대표는 “포도를 그대로 출하하는 것보다 와인을 생산하는 게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영동을 전국에 알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300㎡ 남짓한 시설은 발효실, 저온숙성실, 지하저장고, 시음판매장 등 4곳으로 나뉜다. 영동군에 있는 와이너리 규모는 엇비슷하다.연간 생산량은 3000병에서 많게는 1만 5000병에 이른다.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귀농한 김 대표는 “적정한 온도 유지가 생명”이라고 덧붙였다. 발효실은 20~25도, 저온숙성실은 7도, 지하저장고는 15도를 맞춰야 맛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단다. 컨츄리와인의 한 해 생산량은 1만 5000병, 매출 2억원을 웃돈다. 제조 체험을 위한 방문객은 한 해 6000여명에 이른다.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영동군이 ‘대한민국 와인 1번지’로 거듭났다. 군은 2008년 포도의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사양화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껴 농가형 와이너리 육성에 나섰다. 일정 규모의 품종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 제조를 경험한 농가에 발효 및 숙성통, 여과장치, 열수축기 등 와인 1000ℓ(750㎖, 1300병)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지원했다. 현재 영동군에는 모두 46곳의 농가형 와이너리가 있다. 전국 와이너리의 절반을 넘겼다. 영동지역과 함께 와인산업에 주력하는 경북 영천엔 18곳이 있다. ●‘100농가 와이너리’ 목표… 영동대와 무상 교육 영동에는 기업형 와이너리도 있다. 주곡리에 있는 와인코리아는 40여종의 와인을 연간 30만병 생산한다. 시중에 ‘샤토마니’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게 와인코리아 제품이다. 포도주 브랜드에 자주 등장하는 ‘샤토’(chateau)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포도주를 만들었던 성(城)을 뜻한다. 와인코리아와 농가 와이너리의 생산량을 모두 합하면 750㎖ 기준 연간 40만병쯤 된다. 영천의 연간 생산량은 25만병이다. 영동군은 와이너리 100농가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와인 생산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포도밭에서 8월 중·하순 수확한 포도의 줄기 등을 제거하고 알을 으깬 뒤 효모, 설탕을 첨가해 발효기에 넣고 3주간 숙성시킨다. 이때 효모가 포도 속의 당분을 분해하며 탄산가스와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발효를 끝내면 저온숙성실로 옮겨져 3개월 뒤 찌꺼기를 거르고 원액만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 원액을 라벨이 붙여진 병에 담으면 마침내 우리 포도로 만든 향긋한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와인은 2010년부터 군이 열고 있는 와인축제와 체험을 위해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군의 노력으로 곧 시중 마트에서도 농민들이 만든 와인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맛 독특… 국제소믈리에協 총회 만찬주로 영동지역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저마다 독특한 맛을 낸다. 탄닌 성분을 띠어 살짝 떫은 와인부터 와인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단맛을 내는 와인까지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와인을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컨츄리와인은 캠벨포도와 머루를 8대2 비율로 혼합해 순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듣는다. 캠벨포도에서 나는 신맛을 머루의 향이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컨츄리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저온숙성 비법을 통해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이런 차별성 덕분에 2012년 국제소믈리에협회 총회 및 아시아·오세아니아 소믈리에 경기대회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이름을 드높였다. 매곡면 옥전리의 도란원이 생산하는 와인은 끌포도를 재료로 써 끝 맛이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끌포도란 처음 나온 포도 열매를 제거한 자리에서 다시 자라난 포도를 말한다. 생산량이 적지만 당도가 일반 포도보다 4~5브릭스 높다. 따라서 일반 와인은 끝 맛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도란원의 와인은 끝 맛이 미끄러지듯 완만하다는 말을 듣는다. 도란원은 대나무통을 이용한 와인 제조 기술도 자랑한다. 도란원 와인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우리술품평회에서 과실주 대상을 받았다. 특히 와인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보졸레 시장 일행이 맛을 높게 평가해 기쁨을 더했다. 심천면 약목리에 위치한 시나브로는 화이트와인이 유명한 와이너리다. 떫은맛과 신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프랑스 와인센터연구소장인 슈샤 박사에게 극찬을 받았다. 영동군의 와인산업은 상당히 체계적이어서 일찌감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농민들은 영동대와 손을 잡고 운영하는 와인아카데미에서 무상으로 모든 것을 배운다. 수준별 3개 반으로 나눠 5개월간 운영된다. 신규반은 와인 제조 이론교육과 와인 서비스 매너를, 고급반은 와인 제조 기술과 재료 처리법을, 소믈리에반은 소믈리에 자격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인아카데미는 2008년 첫 수료생 28명을 배출했다. 지난해까지 327명이 거쳐 갔다. 군은 또 와이너리 농가를 대상으로 와인 선진국 해외 연수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20명이 보르도에 다녀왔다. 당시 농민들은 와인회사를 방문해 양조 첨가물 생산시설을 견학하고 마케팅 전략도 익혔다. ●국내 첫 와인연구소 문 열고 품질 개선 힘써 지난 2월엔 4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읍내에 와인연구소를 세웠다. 4만 9443㎡ 부지에 들어선 연구소는 연구동과 관리사, 창고, 와인저장고 등으로 꾸며졌다. 연구원 7명이 일한다. 고품질의 정통 와인과 기능성 와인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박재호(48) 와인연구소 품질관리팀장은 “영동 와인산업은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해 이제 질적 향상을 겨냥할 때”라며 “와인연구소는 농가에서 만든 와인들의 알코올 도수, 산도, 폴리페놀 함량 등을 분석해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또 와인 전시, 시음, 판매 코너를 갖춘 와인터널을 조성 중이다.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해 국산 목재를 이용한 오크통 및 오크칩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와인 상설판매장 건립도 추진한다. 2006년부터는 와인트레인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2만 5000여명이 이용할 만큼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테마열차로 평가받는다. 2005년 지정된 포도·와인특구다운 면모다. ●와인 체험 관광상품 만들어 유커 유치 등 차별화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산업 발전을 위한 군과 농민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보완할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김준철(62) 한국와인협회장은 “영동군의 의지가 강하고 행정적인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농가들의 연구 정신도 투철한 것 같다”고 반겼다. 이어 “그러나 아직 레드와인이 붉은색을 띠지 않는 등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캠벨포도를 많이 사용해 향이 너무 진한 점 등 아쉬움도 있다”면서 “포도를 외국산 품종으로 바꿔 보는 것도 개선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명주(50) 영동군 와인산업팀장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떠나 와인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까지 만들어 차별화를 꾀하겠다”며 “와인 족욕, 나만의 와인 만들기 등 체험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를 10곳까지 늘려 중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도 시음한 와인 맛이 혀를 맴돌고 있었다. 글 사진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커버스토리] 대기업 “中企 적합업종 지정 탓” vs 중소기업 “소비자 트렌드 바뀐 탓”

    막걸리 시장이 2011년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들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규모 자본 투입이 어려워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중소업체들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막걸리는 2011년에 3년 시한으로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번 달 안에 재지정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대기업 쪽에서는 막걸리가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대기업 진출이 제한돼 내수시장 규모가 위축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만 난립하다 보니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이 미진했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CJ, 롯데주류, 하이트진로는 수출과 유통에 전념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1월 아예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기업들은 82개 품목 가운데 막걸리를 비롯해 50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해제해 달라고 이미 동반성장위원회 쪽에 요청했다. 중소업체는 그러나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점유율이 극히 미미한 만큼 적합업종 제도 때문에 시장이 축소됐다고 보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다. 중소 막걸리 제조업체 모임인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는 “2010∼2011년 대기업 점유율이 0.1∼0.5%에 불과했다”면서 “막걸리 시장이 줄어든 것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막걸리 시장은 2011년 5000억원대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4200억원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하지만 막걸리 열풍이 일기 전인 2000년 초반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성장한 상태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통주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주류 산업이 가져다주는 일자리 창출, 수출 증대, 농산물 소비 촉진 등 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술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부터 술의 생산, 가공, 유통, 연구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사케’(청주)의 품질과 수급을 정부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쌀 표면에 많이 함유된 단백질과 지방 성분 때문에 술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청주용 쌀의 도정 비율까지 규제한다. 독일은 맥주에 낮은 주세를 매겨 소비를 늘리고 있다. 특히 소규모 업체에는 주세를 더 깎아주는 차등 과세를 적용한다. 영세한 지방 맥주업체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주류협회, 맥주업체 등이 공동 연구를 실시해 맥주 품질을 높이고 있다. 매년 9월 뮌헨에서 16일간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는 전 세계에서 약 7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5000㎘의 맥주를 마시고 25만 조각의 소시지를 먹는데 관광수입만 1600억원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도 포도주를 농식품 전략산업으로 삼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도 품종 갱신, 과수원 재조성 등 생산구조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댄다. 포도주를 만들어 파는 농가에는 직판장시설, 수확장비, 운송장비, 선별장비, 폐수시설 등에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포도주를 수출하면 세금도 돌려준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영암서 AI 의심 신고 접수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하며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한 지 20일 만에 전남 영암 육용오리 농장에서 또다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AI가 토착화돼 사계절 발생할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24일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오리 1만 1000여 마리 중 12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농장은 AI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지난 2월 영암지역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위험 지역 반경 500m 내에 포함돼 예방적 살처분을 했던 곳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돈되는 임업’ 기반, 벌기령 49년만에 완화

    ‘돈되는 임업’ 기반, 벌기령 49년만에 완화

     산림청이 나무를 벌채해 이용할 수 있는 ‘벌기령’을 49년만에 완화했다.  ‘돈되는 임업’과 목재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 및 규제 완화 취지로 국산 목재의 안정적 공급과 산림사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산림청은 25일 임목의 벌채 수령 기준을 낮추고 굴취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시행령을 개정,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벌기령이 완화되는 수종은 소나무와 참나무·낙엽송 등으로 사유림 기준 5년에서 최대 25년까지 완화했다. 지난 1965년 제도 도입 후 7차례 개정됐지만 녹화 및 보호·육성 정책에 따라 벌기령은 상향됐다.  그러나 30년 이상된 나무가 전체 산림의 67%를 차지하는 불균형과 소나무재선충병·참나무시들음병 등 병해충 피해가 빈발하면서 벌기령이 국산 목재 활용을 위축시키는 근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제적이 최대화되는 기간으로 정했던 임목의 벌기령 기준을 목재가 시장에서 가장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으로 변경했다.  현행 50년인 참나무(사유림)는 고가의 표고자목으로 이용할 수 있는 25년으로 완화했다. 표고자목은 직경이 15~20㎝ 나무가 최적인데 50년생은 가격은 비싸면서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 2010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도 표고재배 농가들이 자목 공급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낙엽송은 재재소 등에서 가공에 적합한 직경 20㎝를 기준으로 40년에서 30년, 소나무와 최근 남부지역에서 많이 심고 있는 편백은 50년에서 40년으로 완화했다.  김현식 산림자원국장은 “활용이 목적인 사유림과 달리 국유림은 대경재 생산과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유기농 우엉차, 다이어트와 노화 방지에 도움

    유기농 우엉차, 다이어트와 노화 방지에 도움

    다이어트에 인기있는 우엉차가 건강과 노화방지에도 효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우엉차의 소비가 날로 늘고 있다. 여러 방송매체에서도 우엉차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 언급하며, 좋은 우엉차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엉차 생산 기업인 청정가의 한 관계자는 “우엉차의 재료인 우엉은 땅속에서 자라는 뿌리식물이라 땅속의 영양뿐만 아니라 비료, 농약까지 다 흡수하기 때문에 농약뿐만 아니라 반드시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우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우엉은 일반 우엉보다 크기가 현저히 작고 모양이 균등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한, “우엉차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9번 정성을 들여 볶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9번 볶은 우엉차는 우엉의 유용 성분이 매우 잘 우러나오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가을이 되면서는 간편한 티백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반적인 우엉차들에 비해서 간단하게 차처럼 타 먹을 수 있는 우엉차 티백은 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정가 관계자는 “첫느낌 우엉차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유기농 우엉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공급받은 최상급 우엉이다.”라고 소개했다. 첫느낌 우엉차는 정성을 들여 9번 볶아 우엉의 유용 성분을 가장 잘 우러나도록 만든 제품으로 업계에서 알려져 있다. 한편, 청정가는 2014년 한국소비자만족지수1위에 선정되었으며 토종, 유기농 제품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2014 고객 감동 일류 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신뢰 있는 기업이다. 청정가의 ‘첫느낌 우엉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firstfeeling.kr)나 전화(070-8785-0371)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남아도는 분유… 재고 12년 만에 최고치

    남아도는 분유… 재고 12년 만에 최고치

    이상 기후에 따른 원유(原乳) 과잉 생산으로 분유 재고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유 제조업체들이 소비촉진에 나서고 농가들은 생산량 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중국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정부와 업체는 다음주 후반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생산량 감축을 논의할 예정이다. 2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분유재고(제품으로 만들고 남은 원유를 말려 보관)는 1만 4896t으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 6월 1만 5554t까지 치솟았던 분유재고는 7월 더위에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소폭 줄었으나 8월 들어 다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상승 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우유 제조업체들은 우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소비 촉진에 나서거나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그러나 우유 및 유제품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체 유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업체들은 그동안 거래 농가들과 함께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재고 관리에 일부 숨통을 열어 줬던 중국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남은 우유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한계 상황이다. 자체 보유한 저장시설은 물론 임대창고까지 재고물량으로 넘쳐나면서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A업체는 현재 하루 200t 이상의 잉여 원유가 발생, 탈지분유 형태로 저장 중인 우유가 전체 분유재고의 35%인 6000t다. 이중 5000t은 외부 창고에 10억원의 비용으로 저장 중이나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B업체는 탈지분유 재고가 작년보다 40%가량 늘어났다. 이 업체 역시 외부에서 창고를 빌려 제품을 저장하고 있다. C업체는 집유량이 소요량을 10%가량 웃돌면서 매일 재고가 불어나고 있다. 현재 보관시설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공급과잉이 계속되면 외부 창고 임대가 불가피하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수급사업과 가공원료지원사업 등 원유재고 문제 해결에 예산 149억원을 추가 투입해 올해 총 269억원을 쓰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290억원으로 늘린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와 유가공업체, 정부 3자가 공조해야 재고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공직 파워 열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공직 파워 열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과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정책을 총괄해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부처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농업이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밀리며 정부 안팎에서 농식품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처럼 국민 식탁과 한국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농식품부 안에서도 전국의 114만 농가, 284만 7000명에 달하는 농민들과 농업정책의 전반을 책임지는 요직이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농식품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농업정책국장이다. 농업정책국장은 농지 관리, 영농 규모화, 농림수산정책자금 관리, 농가소득 안정, 재해보험 등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대부분을 기획한다.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보전해 주는 대책은 물론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놓은 쌀 직불금 인상 등 ‘쌀 산업 발전 대책’도 농업정책국장의 손을 거쳤다. 농식품부의 핵심 자리인 만큼 역대 농업정책국장들의 경력도 화려하다. 2000년대 이후 농업정책국장들만 따져도 장관 1명, 차관 4명,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 3명, 농촌진흥청장 2명, 식약처장 1명 등이 배출됐다. 2000년대 첫 농업정책국장인 정학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농업정책국장을 두 번이나 맡았을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국장을 하면서 정부가 농민들에게 빌려주는 정책자금 금리를 연 4~5%에서 1.5%로 내렸고, 부채 상환 기간도 3년 거치 7년 상환에서 5년 거치 15년 상환으로 대폭 늘려 농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농협과 축협을 통합시키기도 했다.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2004~2005년 농업정책국장을 맡았다. 옛 재정경제원 출신답게 장 전 장관은 소규모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 법인체를 육성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재정경제원 세제실에서 법인세제과장, 재산세제과장 등을 거쳤던 장 전 장관은 농민들에 대한 세제지원을 크게 늘렸다. 장 전 장관의 후임인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농식품부 내에서 업무 추진력이 가장 뛰어났던 농업정책국장으로 꼽힌다. 국장으로 일하면서 농지은행을 만들었고, 농가 경영회생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실 농가가 재기할 기회를 마련해 줬다. 정 처장은 2010~2011년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 시절에 일어난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을 큰 무리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살처분 중심의 기존 구제역 방역 대책을 백신 정책으로 전환해, 지난 7월 구제역이 3년 3개월 만에 재발했지만 전국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 2006~2011년 사이에 농업정책국장을 맡았던 박현출 전 농촌진흥청장,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농협 신경분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 국장은 현재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을 맡아 쌀 시장 개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농업정책국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종훈 국장은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재해보험에 이어 내년부터는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할 계획이며, 고령화된 농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가 연금제도 개혁도 준비하고 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대학생 농활도 변해야 한다/ 김봉근(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학생 농활도 변해야 한다/ 김봉근(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세 가지 있었다. 국토대장정, 배낭여행 그리고 농촌봉사활동이다. 청춘만의 특권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운 좋게 모두 경험 할 수 있었고 단연 농촌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남 하동에서의 짧은 농활. 익숙하지 않은 일에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의 따뜻한 정과 넉넉한 인심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농촌봉사활동. 이른바 농활의 전통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활발해진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7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봉사’라는 말을 빼고 ‘농촌공헌활동’이란 사회운동적인 개념이 강화된 형태로 계승되었다. 80년대에 이르러서는 학생운동의 대중화에 중요한 초석이 되기도 했다. 그 동안 ‘농활’은 청년들이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농민들을 돕고, 노동의 가치와 농촌의 현실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최근 대학생들의 농활 참여가 시들하단다. 왜 그럴까?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청년들은 방학 중에 취업 준비,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너무 바빠서 일상을 접고 농촌 현장으로 떠날 여력이 없다. 굳이 농활이 아니어도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각 대학들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해외봉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해외봉사활동 지원율은 해마다 높아지지만, 농촌봉사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농활도 시대에 맞춰 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정답이 ‘재능기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재능기부를 통해 농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 공과대학 학생들은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를 수리하고 노후 된 농가의 전기 배선을 고쳐준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주민들에게 건강 상담을 해주고 당뇨, 혈압을 체크한다. 수의대학 학생들은 가축을 진료한다. 교육대학 학생들은 농촌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은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어촌의 폐그물을 치우고 소형선박을 수리하고 도색한다. 이 모든 일들을 우리 대학생들이 하고 있다. 앞으로의 농활은 ‘우리 농촌의 부족한 노동력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아니라 ‘농촌에 어떻게 활기를 찾아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봉사활동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자신들만의 전공을 의미 있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농활의 경험은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값진 스펙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형태의 농활을 통해 학생들은 봉사활동의 진짜 의미를, 농촌은 신나는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수입쌀 1.6~3배 비싸도 불안한 農心

    수입쌀 1.6~3배 비싸도 불안한 農心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수입쌀에 513%의 관세율을 매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고관세율이 적용되면 미국산 등 수입쌀이 내년부터 80㎏당 28만~52만원 정도로 국산쌀보다 10만~35만원 이상 비싸게 들어와 국내 쌀산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일부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할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아예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513%의 관세율을 매기면 국산쌀의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쌀 80㎏당 지난해 평균가격 기준으로 513%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중국쌀(단립종)은 52만 2134원, 미국쌀(중집종)은 38만 8049원, 태국쌀(장립종)은 27만 7259원에 수입된다. 지난해 평균 국산 쌀값이 80㎏당 17만 4871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입쌀 가격이 1.6~3배로 비싸다. 이달 15일 기준 국산쌀 가격은 16만 6764원까지 내려 가격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농가소득 안정, 쌀산업 경쟁력 제고, 쌀 소비 촉진 및 수출확대 방안을 담은 쌀산업 발전 대책도 발표했다.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당 90만원인 쌀 고정직불금을 내년부터 100만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빨리 인상한다. 논을 공동 관리하는 들녘경영체를 늘려 농가 경쟁력도 높인다. 현재 158곳인 평균 경작 면적 200㏊ 이상의 들녘경영체를 10년 안에 600곳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 개방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513%의 고관세율이 적용돼도 현재 40만 8700t의 의무수입 물량은 내년에도 5%의 저율 관세로 계속 수입된다. 정부가 쌀 수입량이 급증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처음에 513%의 관세율을 매겨도 FTA, TPP 협상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쌀 관세율을 FTA, TPP 협상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정부, 쌀 관세율 513% 확정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수입쌀에 513%의 관세율을 매기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수입쌀에 513%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이 정도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국산쌀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각각 당정협의를 열고 쌀 관세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쌀 직불금제 보완, 농가 소득 안정 등의 방안을 담은 쌀 산업 발전 대책도 발표한다. 정부는 쌀 관세율을 국회에 최종 보고한 뒤 이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수정 양허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WTO 회원국들은 연말까지 한국 정부가 설정한 관세율이 적정한 수준인지 검증한다. 내년 1월 1일까지 WTO 회원국들이 검증을 끝내지 못하면 513%의 관세율이 일단 적용된다. 1999년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던 일본의 경우 WTO에서 관세율을 검증하는 데 2년가량 걸린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獨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獨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거대한 공간에 거장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작가 이름과 제목, 제작 연도 등을 적어 놓은 명제표의 글씨를 들여다보고 재빨리 다음 작품으로 발길을 돌린다.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행여 작품이 다칠까 눈에 힘을 주고 서 있는 안내원들을 피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다. 하지만 모든 미술관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독특한 운영철학으로 새로운 미술관 개념을 제시하며 관람객을 사로잡는 미술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독일 서북부의 소도시 노이스(Neuss)에 있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의 숨겨진 미술관 톱10’에 오를 만큼 미술 마니아, 특히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손가락으로 꼽는 곳이다. 뒤셀도르프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노이스는 냉전시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로켓기지가 있던 군사지역이었다. 인젤 홈브로이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관과 거리가 멀다. 드넓은 벌판 한가운데 200년 가까이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광활한 자연 속에 작지만 개성 있는 건물들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이다. 드문드문 들어선 건물에 작품들이 놓여 있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명제표도, 설명판도 없다. 매표소와 사무동 근무자들 외에 안내원이나 지키는 사람도 없다. 관람객들은 산책하듯이 건물과 건물을 옮겨 다니면서 자연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면 그뿐이다.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도록 하는 게 인젤 홈브로이히의 미술관 운영철학”이라고 미술관재단 대외홍보팀의 타티아나 킴멜은 설명했다. 인젤은 독일어로 ‘섬’이라는 뜻이다. 1987년 문을 연 이곳은 9대1의 법칙, 즉 자연 90%에 건물 10%의 비율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킴멜은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고 명상하듯이 예술에 동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가을의 인젤 홈브로이히가 특히 아름답다고 소개했다.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구상한 이는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미술품 컬렉터 칼 하인리히 뮐러(1936~2007)다. 뮐러는 1982년 라인강 지류인 라인-에르푸트 강에 둘러싸여 섬처럼 생긴 늪지와 그 옆의 벌판을 사들여 자신이 세계를 돌며 수집한 예술품들을 기존 미술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줄 미술관을 짓기로 한다. 권위 의식에 사로잡혀 점점 거대해지는 현대 미술관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 그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 미술관 문턱을 허문 열린 미술관을 원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특히 그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조각가 에르빈 헤리히와 아나톨 헤르츠펠트, 화가 고타르트 그라우브너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헤리히는 대부분의 건물을 확장된 조각의 개념으로 설계했고, 아나톨은 작업실을 꾸미고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조각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라우브너는 전체 콘셉트와 전시공간 디자인을 맡았고 지난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독일 출신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올리버 크루제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로 꾸며진 메인 건물을 가로질러 나오자 온통 초록빛 세상이다. 나무 그늘에서는 야외학습 나온 학생들이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다. 미술관에선 한 달에 한 차례 예술가의 안내를 받아 함께 관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인젤 홈브로이히의 자연과 예술을 제대로 느끼려면 혼자 천천히 사색하며 다녀야 한다”는 킴멜의 충고대로 혼자서 지도를 들고 미술관 체험에 나섰다. 원래 반나절 정도 여유 있게 봐야 하지만 2시간 동안 한 바퀴 돌고 점심시간 즈음 카페테리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카페테리아는 주변 농가에서 생산한 싱싱한 과일, 달걀, 우유, 잡곡 빵, 잼 등 건강한 음식들을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역시 뮐러의 구상에 포함된 것이었다. 언덕에 위치한 미술관 입구에서 20㏊ 넓이의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넓은 초원에 적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드문드문 보인다. 숲을 이루는 대부분의 나무가 미술관 설계 당시에 식재됐다니 더욱 놀라웠다. 계단을 내려와 연못과 늪을 지나고 풀밭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다 보니 들풀과 야생화들이 햇살을 머금고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늪지의 날벌레를 보고 야생오리가 꿱꿱거리니 산새가 짹짹하고 참견을 한다. 야생의 모습을 최대한 살린 멋진 정원은 독일 출신 환경건축가 코르테가 설계했다. 15개의 건축물 중 처음 마주하는 갤러리는 탑을 뜻하는 ‘Turm’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각 건축물이다. 투박한 탑처럼 생긴 벽돌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흰색일 뿐 아무것도 없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텅 빈 공간에 햇살이 조용히 내리쪼이고 있다. 건물을 설계한 헤리히는 외부 조건이나 건물의 역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지 조각적인 개념으로 구조물을 설계했다. 그런 다음 벽돌과 다른 재료들을 사용해 조각의 개념을 확대시켰다. 조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체험하면서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연히 사라진다. ‘미로’라는 뜻의 라비린트 파비옹은 인젤 홈브로이히의 주요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천장에서 따스한 자연광이 비치는 전시실에는 코린트, 피카비아, 그라우브너 등 유럽 출신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고대 크메르와 중국 한·당·명시대의 도자기 등 골동품, 마오리족 도구들과 나란히 놓여 있다. 유명 작가의 서양미술, 진귀한 동양의 고미술이 분명한데 작품 설명은 없다. 하지만 시공을 넘어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감동을 주는 예술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다. 헤리히가 설계한 건물들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고 그에 걸맞은 이름을 갖고 있다. 헤리히의 미니멀한 대리석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곳은 ‘호에 갤러리’, 다도이쓰의 대형 작품이 전시된 곳은 다도이쓰 갤러리, 렘브란트와 세잔의 데생과 수채화를 전시한 곳은 ‘달팽이’ 등이다. 주요 소장품을 전시한 대갤러리 ‘열두개의 방이 있는 집’에는 이브 클랭, 호안 미로, 말레비치, 장 아르프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수두룩한데 역시 아무런 설명도, 안내원도 없다. 전시와 작품에 대한 정보 제공 대신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과 반응을 유도하는 의도인 것이다. 오솔길을 걷다가 숲 속에 설치된 작품을 손보고 있던 조각가 아나톨을 만났다. 맘씨 좋은 수다쟁이 할아버지 아나톨은 “인젤 홈브로이히는 자연과 예술작품, 그리고 자신이 새로운 방식으로 교감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인젤 홈브로이히 바로 옆에 있던 나토 로켓기지와 군사시설들이 1993년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軍備) 축소 협약에 따라 폐쇄되자 뮐러는 이곳을 사들여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주거 공간, 미술관, 음악당 등으로 이뤄진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했다.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는 외진 곳에 있는 땅을 멋진 자연 속 미술관으로 가꾼 뮐러는 자신이 구상했던 미술관이 성공을 거두자 수집품과 미술관 전체를 노이스시에 기증했다. 개인의 노력보단 공공의 힘으로 더 좋은 지속 가능한 미술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이곳의 소유권과 운영은 노이스시 칼 하인리히 뮐러 재단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후원으로 설립된 홈브로이히 재단이 맡고 있다. 뮐러는 인젤 홈브로이히의 야트막한 언덕에 자신이 심은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잠들어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당정청, 담뱃값 인상폭 조정 시사

    담뱃값을 현행(2500원 기준)에서 2000원 인상하기로 한 정부안과 관련, 당·정·청이 추가 논의를 통해 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는 16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의를 열고 담뱃세 및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골자로 한 조세개편안과 쌀 관세화 대책, 건강보험금 부과체계 개선 대책 등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정·청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담뱃세 인상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2000원 인상’의 정부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0~1500원 인상안으로 절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쌀 관세화와 관련, 당·정·청은 관세화를 통한 쌀의 전면 수입 허용에 대비해 쌀 고정직불금을 현행 ㏊당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고, 8개 농업정책금리를 0.5~2% 포인트 인하하는 등 쌀 농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최대 관심사인 쌀 관세율은 국회 보고 후 확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추진에 대해선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보해달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인 만큼 지자체의 어려운 문제가 해소되도록 노력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저 푸른 대관령 초원에서 님과 함께 한우 맛볼까

    저 푸른 대관령 초원에서 님과 함께 한우 맛볼까

    “소들과 함께 광활한 목장 초지에서 펼쳐지는 평창한우축제에 초대합니다.” 강원 평창 대관령한우축제가 40년 만에 개방된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오는 25일부터 다채롭게 펼쳐진다. 평창·영월·정선축협은 12일 ‘고운님과 함께 하늘목장으로’를 테마로 28일까지 나흘 동안 한우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축제는 40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처음 문을 연 것으로 홍보존과 푸드체험존, 그린체험존, 가족이벤트 등이 펼쳐진다. 홍보존에는 대관령 한우의 우수성과 국내 축산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전시·홍보관과 기념품 판매점이 운영된다. 푸드체험존에서는 아이스크림 만들기, 피자·치즈 만들기와 함께 한우 햄버거, 불고기 삼각김밥 만들기 등을 선보이고 그린체험존에서는 젖 짜기 체험과 우유 시식 행사, 바람개비와 가오리연 만들기, 소고기 시식, 코뚜레와 설피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가족이벤트 행사장에서는 송아지와 망아지 등 아기동물에게 먹이 주기, 양몰이쇼, 승마체험, 로데오, 요리경진대회, 대관령 한우 퀴즈 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공연장에서는 베트남 전통공연, 벨리댄스 공연, 포크송 공연, 황병산 사냥놀이, 난타공연 등이 진행된다. 사료포대 오래 들기, 우유 빨리 마시기, 남녀 팔씨름·닭싸움, 노래자랑, 마술쇼 등 이색 이벤트가 펼쳐진다. 축제가 열리는 9000㎡의 하늘목장은 청정 자연에 젖소와 한우를 친환경적으로 사육, 청소년 배움의 장소로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목장에는 400여 마리의 젖소와 100여 마리의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 김영교 축협 조합장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하고 품격 있는 축제를 마련했다”면서 “이번 축제가 축산농가에 희망을 주고 축제 참가자에게 행복을 주는 한마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애견들의 낙원’ 평창 힐링마을

    해발 700m 이상 청정 고원 지역에 있는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5리 힐링마을이 ‘애견 펜션 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군은 11일 특별한 관광명소 하나 없는 산골 힐링마을이 애견을 동반한 펜션 단지로 특화하면서 올여름 휴가 성수기에만 1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 마을에는 애견인 가족과 반려견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을 둔 펜션 14개 동이 모여 있다. 마을은 2001년 개수영장, 건조 시설, 찜질방 등을 두루 갖춘 펜션이 1개 동 생긴 뒤 지금은 마을 전체 펜션 25개 동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개 동이 애견 펜션으로 탈바꿈해 전국 첫 애견 펜션 단지가 됐다. 애견 펜션으로 유명해지면서 이용객들이 늘어 올여름 1만여명이 찾는 등 해마다 관광객이 늘고 있다.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농인으로 현지 주민과 협력해 숙박객에게 마을 특산물을 홍보하며 상생하고 있다. 이용객들이 마을 장터를 이용하면 객실당 5000원짜리 상품권을 제공, 지역 농산물 판매에도 기여하게 해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성혁 계촌5리 이장은 “최근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이 지역에 머물며 기념품을 사듯 자연스럽게 농산물을 사고 있어 농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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