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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김광영(46)씨의 논에는 우렁이가 살고 토종 참붕어가 산다. 추수가 끝난 논의 물을 빼는 날이면 아이들이 논두렁에서 양동이를 들고 기다린다. 바닥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철퍽철퍽 뛰어드는 아이들과 함께 여름내 살이 오른 우렁이를 줍고, 한쪽 둠벙에서 배를 뒤집고 펄떡이는 참붕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녁 밥상에는 우렁이 된장찌개와 참붕어찜이 오른다. 그가 경작하는 땅은 그만큼 순순하고 깨끗하다. 철저하게 자연 재배 방식을 고집하는 김씨는 대부분의 유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대전에 있는 신학대학 석사 과정 2학기 때 돌연 옷 보따리 하나 달랑 메고 논산으로 갔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슬슬 비가 그친다. 길가에 만개한 노란 개나리 군락이며 진달래 무더기가 말갛게 씻긴 낯빛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지는 산등성이에 돋아나는 연둣빛 봄의 기운이 더욱 완연하다. 금강의 한 지류를 따라 달리다 주변 풍광에 정신이 팔려 마을 초입에서 길을 놓쳤다. 마침 김씨로부터 전화가 온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딸기를 수확하고, 잠깐 짜장면을 먹으러 나왔는데 차가 고장 나 버렸다는 것이다. 곡절 끝에 만난 김씨는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28살에 내려와 18년 동안 흙과 함께 살았다는데도 어쩐지 도시의 자유로운 젊은이를 연상시킨다. # 신학도가 농부가 된 이유 한창 수확 중인 딸기 밭이 근처라 하여 자리를 옮겼다. 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작업장으로 들어가자 대형 고무 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M’(유용한 미생물) 발효액을 숙성시키는 통이다. 작업장 한쪽으로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있다. 김씨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사람이 땅과 새싹을 감싸 안고 있는 예쁜 그림 위에 직함과 이름이 쓰여 있다. ‘농부 김광영’ 그의 내면에 가득 찬 자부심이 그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는 듯하다. 김씨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른 사회에 대한 열망이 컸고, 처음 논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농민회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사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한 후에 마지막으로 만든 게 사람이잖아요. 그 이유는 땅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관리할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는 땅을 택했다. 공부보다도 말씀대로 살고 싶었다. 땅을 빌려 경작하며 배워 가는 한편으로 일 년 반 정도 목회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만 회의가 일더란다. 교인들 앞에서 자신이 말한 대로 살아야 하는데, 꼭 그렇게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더라고. 세월이 흘러 믿음으로부터도 멀어졌지만, 김씨는 지금도 가끔 교회에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특히나 해가 긴 여름날 저녁 혼자 들판에서 일할 때, 어디선가 익숙한 차임벨 소리가 들려오면 허리를 펴고 들판 너머 그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고. # 그들이 꿈꾸는 세상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와 함께 아내 박현희(43)씨와 아이들이 밭으로 온다. 씩씩한 세현이와 수줍음 많은 정현이, 호기심 가득한 공주님 다현이는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부리나케 딸기 밭으로 들어간다. 금세 한 바구니의 딸기를 따 와서 그대로 제 입에도 넣고 내 입에도 넣어 준다.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맛이 완연히 다르다. 단단한 육질에 새콤달콤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굉장히 큰데도 어릴 때 먹던 밭 딸기 맛 그대로이다. 부부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 만났다. 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박씨는 남편이 논산으로 온 후에도 학업을 계속하며 대전과 논산을 오갔다. “그때는 뭐든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농촌 현실도 잘 몰랐고.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나 서점 같은 게 없어서 그런 문화적 그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죠.” 처음에는 주위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농사를 지었다. 한 해 두 해, 하나씩 알아 가다 보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건강교실 같은 곳에 다녔는데, 의외로 아픈 사람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규모화된 ‘관행 농사’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여러 작물로 시험해 보다가 본격적으로 자연 재배로 벼농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8년째다. 처음 몇 년은 일반 쌀의 50%밖에 소출이 나지 않았다. 다수확을 위해서는 비료를 넣어야 하고, 비료를 넣으면 병충해가 생겨 약을 쳐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땅은 황폐해져 가는데, 그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만 해도 안전한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아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읍내에 있는 방앗간에 일반 쌀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부탁했는데, 그나마도 반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그 여파가 3년 동안 간단다. 땅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은 농사만 지어서는 갚을 길이 없었다. 김씨는 2만평까지 욕심을 냈던 것을 5000평으로 줄이고, 가을걷이가 끝나는 대로 일을 찾아 타지로 나갔다. 목수 일부터 빌딩의 선팅지 바르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 농장에서 하우스의 연탄만 가는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일산화탄소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하루 평균 2400장의 연탄을 갈았다. 박씨도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한편으로 학교에서 복지사로 근무했다. 겨울이면 남편은 타지로 나가고, 직장일과 병행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는 오롯이 박씨 혼자만의 몫이었다. 이사를 여덟 번이나 다녀야 했고, 겨울이면 물이 얼어 길어다 먹어야 하는 집에서 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는 농사법을 바꾸지 않았다. 여타의 작물들도 철저하게 무농약, 무비료를 고집했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더욱 확고해졌어요. 내 아이들이 이 논두렁,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 텐데, 저걸 따서 입에 넣어 우물거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약을 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은 더욱 할 수 없는 거잖아요.” 3년 전부터는 겨울마다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가는 대신 하우스 3동을 마련해 논산시의 주력 작물인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자연 재배를 추구했던 만큼 하우스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철저하게 무농약의 원칙을 지켜 벌레가 생기면 마요네즈를 물에 풀어서 뿌리고, 달걀 껍데기로 칼슘을 보충하고, EM 발효액을 만들어 비료 대신 뿌렸다. 힘은 들었지만 비싼 비료와 농약 값이 들지 않으니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하우스 3동에서 한 해 3000만~3500만원의 수익이 났다. 웬만한 도시 노동자의 연봉이 부럽지 않았다. 아직은 마을 단위로 공동 선별해 ‘무농약 마크’만 달고 출하하지만, 내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더 많은 농가들이 모여 ‘유기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해당 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검사하에 무농약 2년에 유기 전환기 2년을 거치면 5년째 절차가 마무리된다. 현재 완전 유기농 딸기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0.3%에 불과하다. 인증을 받으면 수익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직접 기른 안전한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자연 재배 쌀의 소출도 늘어 이제 70%까지 올랐다. 낱알은 더 통통해지고 쌀알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5000평의 논에서 직거래만으로도 1500만~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연 재배와 관행 재배의 차이를 산삼과 인삼에 비유한다. 물을 부어 며칠 동안 놔두어 보면 관행 재배 쌀은 부패해 악취가 나는 반면, 자연 재배 쌀은 그대로 발효가 된다고 한다. 처음에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찌든 땅을 해독시키기까지가 힘들지, 이후에는 그야말로 땅과 해, 바람, 별빛이 벼를 키운다. 그 노동력을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딸기 재배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자연 재배에 대한 자부심으로 쌀에 대해서만큼은 유기 인증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유기농 전문점이나 학교급식 등 좀 더 넓은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적절하게 판매하기 위해 지금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도매로 넘겨 버리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꼭 필요할 때 살 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자연 재배로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현재 20가구 남짓뿐이다. 젊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부쩍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충남도에서도 도내 전체 생산 작물의 70%까지 유기 작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건강한 땅과 바른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부부는 거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귀농을 고민한다면 그들처럼 아내 박씨는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내려와 부딪치든가,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일단 집만 구해서 내려올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본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어떤 작물이든 맞는 땅이 있고 맞는 사람이 있단다. 직접 경작해 본 뒤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김씨는 귀농 수강생 1인에 20인의 전문가가 붙는 ‘밀착 교육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스무 명의 귀농, 귀촌인이 모여 이미 70% 이상의 공정이 끝났다. 그는 또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논산재배 INTO THE WILD’라는 온라인 카페에 농사 일기를 비롯해 자연 재배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올려 정보를 나누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자연 재배 쌀의 직거래 판매도 같이 한다. 건강한 땅에서 나는 바른 농작물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김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세상이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13년 제2회 EBS 문학상 우수상 수상 ▲ 소설 ‘붉은 나무젓가락’, 그림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 옴니버스 에세이집 ‘가족이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등
  • 논밭두렁 태우다 산불 나면… “처벌” vs “계도”

    “공무원들 법대로 처분 나서야” “형편 힘든 노인 인식 개선 먼저” 산과 인접한 곳에서 논·밭두렁 등을 태우다 불이 번져 막대한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과태료 부과는 잠을 자고 있다. 적발된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 많고 사정이 딱한 노인들이다 보니 단속 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 전국에서 258건의 산불이 발생해 184㏊를 태웠다. 이 가운데 124건의 112㏊가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발생한 단양 소백산 산불도 단양읍 천동리의 한 밭에서 농민이 불을 놓다 발생했다. 이 불은 소백산 4㏊를 태우고 이틀 만에 진화됐다. 논·밭두렁 등을 태우다 산으로 번진 불을 혼자 끄다가 목숨을 잃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잇따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산과 100m 이내에서 불을 놓다 적발되면 3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산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부과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충북 지역의 경우 11개 시·군에서 최근 2년간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진천에서의 1건이 유일하다. 이는 공무원들이 적발해도 계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단양군에서는 지난해 5건을 적발했지만 모두 계도했다. 진천군 역시 지난해 적발된 10건을 모두 계도했다. 산불로 확산만 되지 않으면 산과 가까운 논·밭두렁에서 불을 놔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계도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무원 온정주의가 농민들의 불 놓기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고 결국 큰 산불을 초래한다”며 “계도해도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되는 만큼 이제는 법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천군 관계자는 “농촌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에 생활까지 어려워 현실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어렵다”며 “농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 당분간 계도 활동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지자체들의 이런 고민 때문에 산불 위험 최고조 기간인 3월 20일부터 한 달간은 직접 기동단속반을 운영해 적발 시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中 호화 묘지 1㎡에 5150만원…최고가 상하이 아파트의 10배

    중국인들이 대거 성묘에 나서는 칭밍제(靑明節·청명절) 연휴를 맞아 묘지난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나무나 화단 밑에 유골을 묻는 수목장(樹木葬) 또는 화단장(花壇葬), 유골을 강이나 바다에 뿌리는 수장(水葬)·해장(海葬) 등 ‘친환경 안장’을 장려하지만 전통적인 매장을 고수하는 사람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4일 북경만보에 따르면 상하이시의 고급 공원묘지 묏자리는 1㎡에 29만 위안(약 5150만원)을 호가한다.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상하이 아파트 가격이 평당 2만 1501위안(약 381만원)인 점과 비교하면 호화 주택보다 묘지 단가가 10배 이상 비싼 셈이다. 묘지 가격이 폭등한 것은 당국이 매장용 공동묘지 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아 묏자리가 턱없이 부족해진 데다 매장의 ‘특권’을 누리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호화 장묘 문화가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는 묏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논과 밭에 묘지를 써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신화통신은 “선양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무덤이 논밭을 차지한 상황을 볼 수 있다”면서 “야산이 온통 무덤으로 뒤덮이자 논밭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아는 처지여서 남의 묘를 함부로 옮기기도 어렵다. 묘지 방치도 골칫거리다.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공원묘지의 분양 기간은 20년이다. 이후 10년간 재계약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유골을 옮겨야 한다. 이 규정은 1992년에 시행됐는데, 20년이 지난 2013년부터 재계약이나 이장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베이징 최대 공원묘지인 바바오산 혁명열사릉에는 6만개의 묘가 있는데, 이 중 절반이 계약이 만료된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묘지다. 조상 묘는 찾지 않아도 애완견 묘를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 화서도시보는 “칭밍제를 맞아 청두시 푸공잉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찾는 추모객들로 주변 도로가 정체를 빚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묘지에는 3000여 마리의 애견이 묻혔는데, 상석(床石)에는 인형과 꽃, 영양제, 소시지 등이 놓여 있다. 비싼 묘지는 분양 가격이 1만 2000위안(약 213만원)에 달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산 인접지역 논밭 두렁 태우기 과태료 어떡하나?

    산과 인접한 곳에서 논밭 두렁 등을 태우다 불이 번져 막대한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끊이질 않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과태료 부과는 잠을 자고 있다. 적발된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 많고 사정이 딱한 노인들이다 보니 단속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 전국에서 258건의 산불이 발생해 184㏊를 태웠다. 이 가운데 124건에 112㏊가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 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한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발생한 단양 소백산 산불도 단양읍 천동리의 한 밭에서 농민이 불을 놓다 발생했다. 이 불은 소백산 4㏊를 태우고 이틀 만에 진화됐다. 논밭 두렁 등을 태우다 산으로 번진 불을 혼자 끄다가 목숨을 잃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잇따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산과 100m 이내에서 불을 놓다 적발되면 3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산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부과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충북지역의 경우 11개 시·군에서 최근 2년간 과태료 부과한 것은 진천에서 1건이 유일하다. 이는 공무원들이 적발해도 계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단양군에서는 지난해 5건을 적발했지만 모두 계도했다. 진천군 역시 지난해 적발된 10건을 모두 계도했다. 산불로 확산만 되지 않으면 산과 가까운 논·밭두렁에서 불을 놔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계도활동을 좀 더 적극 하자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무원 온정주의가 농민들의 불놓기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고, 결국 큰 산불을 초래한다”며 “계도해도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되는 만큼 이제는 법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천군 관계자는 “농촌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에 생활까지 어려워 현실적으로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며 “농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 당분간 계도활동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지자체들의 이런 고민 때문에 산불위험 최고조기간인 3월 20일부터 한 달간은 직접 기동단속반을 운영해 적발 시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속마음 내비치는 사람’에게 더 큰 매력 느낀다” (연구)

    “’속마음 내비치는 사람’에게 더 큰 매력 느낀다” (연구)

    인간은 '속내가 보이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상대방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연구팀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특정 여성들의 감정을 짐작하고 그들의 매력도를 평가하도록 하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남녀로 구성된 참가자 그룹에게 여성 6명의 사진을 보여준 뒤, 해당 여성들에게서 느끼는 매력의 수준을 조사했다. 다음에는 여섯 여성들이 슬픔, 공포 등의 여러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영상들을 보여줬다. 그런 뒤 참가자들에게 영상 속에 나타난 여성들의 감정을 각자 추측해볼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봤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여성들에게 느끼는 매력도가 변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여기에는 영상 속 여성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지, 여성들이 각각 얼마나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보이는지, 혹은 그들이 타인의 말에 귀기울여줄 인물처럼 보이는지 등의 질문들이 포함됐다. 이렇듯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의식적인 호감을 조사하는 한편 무의식적 호감까지 측정해보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여성들의 사진을 모니터에 출력시킨 다음, 참가자들에게 ‘대화에 적합한 거리’라고 생각되는 수준까지 사진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참가자가 사진을 더 크게 확대할수록 해당 여성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 역시 큰 것으로 간주했다. 이런 일련의 실험결과 참가자들은 속내를 더 정확히 짐작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서 더욱 큰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 드러났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참가자들의 이러한 호감이 가장 매력적인 외양을 지닌 한 명의 인물에게 집중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호감의 차이는 어째서 나타난 것일까? 연구팀은 실험 중 참가자들의 두뇌를 스캔한 결과, 참가자가 상대 여성의 속내를 알아차렸다고 여기는 순간 두뇌의 특정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두뇌회로는 초콜릿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행동으로 기쁨을 얻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상대의 생각을 알아맞혔다는 생각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며, 이러한 쾌감이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인식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인간 의사소통에서는 간혹 음성언어 이외의 매개를 통해 상대를 이해할 필요가 발생한다”며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의 이해가 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상대에 대해 더 많은 매력을 느낀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전국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외출할 때 밝은색·긴옷 착용을 경남과 제주에서 올해 들어 처음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3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 1일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는 논이나 동물 축사, 웅덩이에 서식하는 암갈색의 작은 모기로,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흰줄숲모기’와는 다른 종류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이 모기가 흡혈하고서 사람을 물면 일본뇌염이 사람에게 전파되는데, 10명 중 9명은 증상이 없거나 미약한 편이다. 하지만 일부는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의식장애, 경련, 혼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회복하더라도 언어·시각장애, 판단 능력 저하, 전신 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2011~15년 사이 발생한 일본뇌염 환자 103명 가운데 사망자는 14명으로 치명률은 13.6%다. 급성기 증상과 치명률만 놓고 보면 흰줄숲모기가 옮기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다. 일본뇌염을 예방하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어렸을 때 일본뇌염 백신을 맞았더라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심해선 안 된다. 면역력이 약한 성인은 일본뇌염 예방백신을 맞는 게 좋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연중 어느 때나 받을 수 있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이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오후 8~10시 사이 야외 활동을 할 때 긴소매 옷을 입거나 모기 기피제를 뿌린다. 옷은 되도록 밝은 색을 골라 입는다. 주영란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장은 “더 안전하게 흡혈하고자 모기는 자신의 몸 색깔과 비슷한 어두운 계열의 옷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며 “외출할 때 흰색 옷을 입으면 모기가 잘 달라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채집한 작은빨간집모기에선 아직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 당국은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한다. 한편 흰줄숲모기는 9월에 많고 늦가을까지 흡혈하며 주로 낮에 활동하는 등 일반 모기와 활동 시간대가 다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건조한 봄날씨로 ´산불과의 전쟁´ 계속될 듯

     한식을 앞둔 주말 내내 전국 곳곳에서 ‘산불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3일 비가 조금 내리고 하루 이틀 더 비 소식이 있지만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7시 40분 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9㏊를 태우고 13시간여 만인 이튿날 오전 9시 10분 꺼졌다. 경북에서는 지난달 30일에도 상주시 외서면 예의리 마을 뒷산에서 불이 나 임야 50㏊를 태웠다.  지난 1일 저녁 국립공원이 인접한 충북 단양군 소백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사흘 간 4㏊의 산림을 태우고 가까스로 진화됐다. 소백산 인근 밭에서 시작된 이 불은 잔 불이 되살아나며 결국 일부 국립공원 내부까지 번져 피해를 키웠다.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산불은 3일 오전 8시 15분이 돼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산림당국과 군은 헬기 10대, 장병 1805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건조한 대기에 접근마저 어려워 79㏊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탔다.  불은 대부분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 실화로 추정됐다. 파주 산불의 경우 군부대의 사격 훈련 중 불꽃이 마른 나뭇가지 등에 옮아붙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군부대가 많은 접경 지역은 매년 봄철마다 군부대 사격 훈련 중 산불이 나 소중한 산림자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빈번하다. 강원지역에서는 군부대 사격 훈련 중 올들어 벌써 11건의 산불이 발생해 14.27㏊의 산림이 소실됐다.  영농철을 앞두고 농민들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무심코 놓은 불도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은 소백산 화재는 밭두렁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자락으로 불이 옮아붙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A(6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상주시 예의리에서 발생한 불도 논두렁 소각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밭두렁 소각은 해충 방제약이 변변치 않았던 1960∼1970년대 논·밭두렁에서 겨울을 난 애멸구나 끝동매미충을 박멸하기 위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품종 개량을 거듭해 이런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거의 없고 오히려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벌레가 더 큰 피해를 본다며 관계당국은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전국종합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농가 폐기물 소각에 소백산 산불…진화 중

    농가 폐기물 소각에 소백산 산불…진화 중

    산림청은 지난 1일 충북 단양 소백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 진화를 마치고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중 산불진화를 완료하기 위해 일출과 동시에 헬기 4대, 진화인력 3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불 원인은 농산폐기물 소각으로 밝혀졌으며, 총 피해 면적은 조사하고 있다. 주불 진화는 됐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장에 인력을 남겨둬 잔불과 뒷불을 감시하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 2일 ‘완전 진화’를 선언했지만 3일 새벽 4시쯤 불길이 다시 번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재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과 2일 경북 예천군 용문면 능천리 일대, 대전 동구 신촌동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주불 진화를 마치고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봄철 건조한 날씨에 영농준비 등으로 인한 소각행위로 산불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지난달 28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경계’는 산불 발생 위험지수가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산불로 이어져 대형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발령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총리가 ‘국방군’ 최고 지휘관…국민 기본권 제한·계엄령 가능

    日총리가 ‘국방군’ 최고 지휘관…국민 기본권 제한·계엄령 가능

    자민당 개헌 초안 다시 주목 국가 원수 ‘천황’ 명시해 논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안의 초안에 ‘국방군 보유’를 명시하고 현행 헌법에는 없는 ‘긴급사태’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왕인 ‘천황’도 명기됐다. 아베 정부가 개헌에 속도를 내면서 수면 아래 있던 집권 자민당의 개헌 초안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31일 “자민당의 개헌안 초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면서 “자민당 안에서도 지나치게 우경화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이를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개헌카드를 지지층 확보 등 이용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은 3월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줄곧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무엇을 위한 개헌이냐”, “개헌 목적이 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잊혀졌던 ‘2012년판 개헌안’이 다시 쟁점이 된 까닭이다. 아베 총리가 ‘개헌의 분수령’이라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때맞춰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을 동시에 선출해 국회에서 개헌선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부터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아베 총리는 “이미 한참 전에 헌법 개정안 초안을 다 공개하지 않았냐”며 “자민당 총재로서 (초안이) 잘못된 점이 없다고 본다”고 맞대응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해석을 바꿔 안보법안을 성립시켜 집단자위권을 용인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결국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전후 70년이 흘렀고 달라진 국제·안보 환경 속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회복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와 개정론자들의 논지다. 논란이 되는 개헌 초안은 새로 쓰다시피 하고 있다.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에 작성된 이 초안에는 ‘총리를 최고 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國防軍)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현행 헌법 9조의 ‘육해공군 등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을 갖지 않는다’는 규정은 삭제했다. 전수방위만 가능케 했고 군대 보유를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의 종지를 허물어 전후 일본사회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천황을 (국가) 원수로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현행 헌법은 1947년 마련됐다. 긴급사태조항 신설로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총리에게 비상대권을 주고 국민의 자유 및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계엄령이다. 긴급 사태가 선언되면 국회 의결 없이, 내각이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는 정부명령을 제정하고 총리는 필요한 재정 지출도 할 수 있다. 재산권 등 국민의 권리는 일정한 제한을 받고 선거 연기 및 의원 임기 연장도 가능하다. 총리에게 강한 권한을 주고 국민 권리를 제한하는 탓에 저항이 심하다. 오카다 가쓰야 민진당 대표는 앞서 “나치가 권력을 취하는 과정이 그런 것”이라며 “권력자를 규제하기 위해 헌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아베 총리 같은 사람이 헌법 개정에 손대면 터무니없게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시가와 겐지 도쿄대 교수 등 대다수 헌법학자도 “재해대책기본법과 유사 법제 등 기존 법률로 충분하며 더 조치가 필요하면 평시 입법으로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광주 광산구는 도시의 아파트 단지와 농촌이 공존하는 곳이다. 하남·평동·첨단 산업단지 등 광주 산단의 절반 이상이 있다. 월곡동 일대에선 고려인 등 외국인과 원주민이 뒤섞여 살고 있다. 최근 호남고속철(KTX)이 개통되면서 송정역이 국토 서남권의 관문으로 떠올랐다. 도심에 광주공항이 있고, 나주 혁신도시와는 자동차로 20여분 거리다. 전체 인구 41만여명 가운데 83%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유소년(15세 미만) 비율이 22.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현대와 전통, 도시와 농촌, 구도시와 신도시가 혼재한다. 그만큼 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광주의 관문으로서의 송정역과 공항 주변 개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형배(55) 광산구청장은 31일 “공동체 문화 확산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해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시민운동가 출신인 민 구청장의 ‘자치’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재선인 그가 지난 5년여 동안 추진해 온 모든 구정의 방향이 ‘주민자치와 공동체 구현’에 맞춰져 있다. 그가 구상한 주민자치의 현장은 풀뿌리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광산구가 2013년 설립한 ‘투게더 광산 나눔문화재단’을 새로운 복지모델로 법제화해 지난해부터 전국 읍·면·동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설립하도록 했을 정도다. 현대판 ‘복지 두레 운동’으로 발전한 사례로 꼽힌다. ‘투게더 광산’은 촘촘한 마을 자체 감시망을 꾸려 홀로 방치된 노인이나 부모 없는 어린이 등의 생활을 보살피는 방식이다. 민 구청장은 “나는 뼛속까지 지역주의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2006~2007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으로 재직할 때 여의도 정치와 지역 정치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 이번 4·13총선을 준비했으나 마음을 접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으로서 역할보다는 지역 행정의 ‘디테일’을 더 체험하고 발전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디테일 행정, 여의도 정치와 선순환 구조 이뤄야” 민 구청장은 “구청은 작은 지방정부이지만 그 안에 외교, 행정, 국방 등 모든 국가관리 시스템이 존재하는 ‘소우주’나 다름없다”며 “주민자치야말로 삶의 문제를 푸는 현장 정치이고, 이에 참여하면서 진짜 정치하는 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단위의 이런 ‘디테일 행정’이 여의도 정치와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튼튼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 구청장은 실제로 풀뿌리민주주의가 일상생활에 접목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겼다. 대부분 정책은 주민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은 2012년 우산동 노인복지관에 설립된 ‘더불어 락 협동조합’이다. 노인들이 직접 밥상마실, 두부마을, 북카페 등을 운영한다. 팥죽과 칼국수 등을 팔고 두부를 직접 배달한다. 북카페가 문을 연 이후 아이들과 엄마들이 이곳을 찾아 책도 읽고 차를 마시는 쉼터로 변신했다. ‘더불어 락’은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주최한 지방자치박람회 협력행정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지역 초등학교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민 구청장은 “복지 수혜자로만 여겨졌던 노인들이 스스로 어울리고 직접 생산에 참여하면서 자존감 높은 삶을 살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생산적이고 자활적인 복지모델”이라고 자랑했다. 이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과 지역 네트워크 사업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앞서 2011년 국내 최초의 청소 노동자 협동조합인 ‘클린 광산협동조합’이 탄생했다. 당시 광산구 생활쓰레기 수거 대행업체가 폐업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설립했다. 광산구는 이들의 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청소대행 계약을 맺었다. 대행업체가 가져갔던 이윤과 관리비 등이 줄어들면서 조합원 임금이 25%가량 늘었다. 또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그 시책을 다른 기관으로까지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광산형 마을공동체 특성화 사업’도 한창 ‘광산형 마을공동체 특성화 사업’도 한창이다. 현재 원당숲 어울마루, 더하기센터, 송정시장 카페, 비아시장 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연차적으로 21개 전체 동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공간은 자치 거점이자 주민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아파트 입주자회, 부녀회 등이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경제, 문화, 돌봄, 교육 활동 등을 통해 마을 문제 해결에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마을 활동을 중간에서 지원하는 역할은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가 맡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지원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4000여명의 주민 참여 교육과 240여 차례의 컨설팅 등을 주도했다. ‘마을플래너’ 육성과 거점별 ‘지역 리더’ 발굴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구의회가 운영예산을 삭감하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민 구청장은 올부터 직영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그는 “기관 설립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정기관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의 관문’ 송정역 주변 개발에도 분주 광산구는 구청장이 인사권을 포기하고 일부 동장을 주민 직선제로 뽑는 ‘파격’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4년 8월 수완동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송정1동·도산동·첨단1동·운남동장 등이 주민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각층으로 구성된 100~200명의 주민이 동장에 입후보한 사무관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 민 구청장의 행정 스타일은 현장과 내용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지역의 문제는 주민이 해결하고 마을의 일엔 구성원 스스로가 참여하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했다”며 “지역 단위의 자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국가 단위의 건강한 정치와 민주제도가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구청장은 특히 지난해 호남KTX 개통으로 광주의 관문으로 떠오른 송정역 주변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구청장 권한으로는 도시계획을 세우거나 집행하기가 힘들다”며 “정부나 광역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년째 표류 중인 송정역 복합환승센터와 지지부진한 군 공항 이전 문제 등에 대한 푸념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송정재래시장 주변 등 구도심 재개발과 어등산 일대 남도음식문화타운 조성 등 ‘도시 하드웨어’ 확충에도 분주하다. 그러나 호남KTX 개통 이후 치솟은 땅값 때문에 개발이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 구청장은 자치공동체 실천 1200일간의 기록을 담은 ‘자치가 진보다’와 후속편인 ‘내일의 권력’이란 책을 통해 자치행정의 실제 사례를 낱낱이 기록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1998~1999년 지방신문사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해직과 복직을 거듭하다가 퇴직해 시민단체 활동과 대학 강의장을 오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지역 시민단체 원로들의 추천으로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활동한 뒤 정치에 입문, 민선 5기 광산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재선됐다. 언론인 후배들은 그를 “따뜻하고 정의감이 강한 선배”로 기억했다. 요즘 총선을 앞두고 그는 주민 접촉을 가능한 한 피하고 민원 현장 방문과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민 구청장은 “주민들이 주인된 입장에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행정력을 쏟겠다”며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따뜻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뉴스 분석] 동양사태 여파 신탁형 ISA 규제에 울상

    [뉴스 분석] 동양사태 여파 신탁형 ISA 규제에 울상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은행권은 ‘동양 사태’ 이후 특정금전신탁(ELS·ELT, DLB·DLT) 판매 조건이 까다로워졌는데 이 여파가 신탁형 ISA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새 술(ISA)은 새 부대(규정)에 담아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맡긴 돈을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기업어음(CP), 간접투자상품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금융 당국은 “동양 사태 악몽이 2년도 안 됐는데 규정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완강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사채(DLB) 등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ISA 바구니에 담으려면 신탁형과 일임형의 계약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신탁형 ISA는 고객이 직접 영업창구를 방문해 ‘자필계약서명’을 해야 특정금전신탁 편입이 가능하다. 반면 일임형 ISA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에 특정금전신탁이 담겨 있어도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A은행 자산운용부 관계자는 “ISA 출시 전부터 금융 당국과 TF(태스크포스)에서 특정금전신탁을 포함한 신탁형 ISA의 비대면 가입 허용을 은행권이 수차례 건의했지만 무산됐다”며 일임형 ISA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2013년 동양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양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법정관리)으로 이 회사의 CP나 회사채(혹은 회사채가 편입된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봤다.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불완전 판매한 금액만 7500억원이었다. 이후 금융 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뜯어고쳐 특정금전신탁 판매 기준을 강화했다. 고객의 자필 계약 서명을 의무화한 것이다. 금융사 직원 역시 상품 설명이나 투자 위험도를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신탁형 ISA에 담는 ELS나 DLB 역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불만은 잘 알고 있지만 개정한 지 2년도 안 된 시행령을 ISA 때문에 또다시 뜯어고칠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불완전판매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신탁형 ISA의 위험도를 ‘하향’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비대면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현재 ISA는 위험도를 분석해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포트폴리오)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을 둘러싼 갈등 이면엔 은행과 증권사 간 ‘신경전’도 자리한다. 증권사는 지난 14일부터 신탁형·일임형 ISA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탓에 다음달부터 한발 늦게 일임형 ISA에 뛰어든다. B은행의 ISA TF팀 관계자는 “길게 보면 은행은 신탁형 ISA를, 증권사는 일임형 ISA로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아무리 전국적인 영업 채널을 갖고 있다고 해도 비대면 채널(일임형 ISA)의 편의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北 “치졸한 반공화국 놀음 종식해라” 핵안보 정상회의 비난

    북한은 오는 31일(미국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은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치졸한 반공화국 모의 판놀음은 당장 종식되여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그 무슨 핵안전수뇌자회의(핵안보정상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인민들의 지향과 념원(염원)에 대한 엄중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논평은 “미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 공갈과 위협을 끊임없이 강행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 핵위기를 증대시켜 왔다”면서 “핵 항공모함, 핵잠수함, 핵 폭격기 등을 조선반도 주변과 남조선에 끊임없이 들이밀고 북침 핵전쟁연습을 벌여놓고 여기에 방대한 병력과 함께 모든 핵전쟁 자산들을 총동원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50여 개국 정상과 유엔을 비롯한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운동하면 ‘뇌 기능’ 잘 안 떨어져 -연구

    운동하면 ‘뇌 기능’ 잘 안 떨어져 -연구

    꾸준한 운동이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종종 발표돼 왔다. 이번에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운동을 통해 노년층 두뇌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끈다. 마이애미 대학교 연구팀은 적정 수준의 운동을 지속할 경우 두뇌 노화를 무려 10년이나 지연시키게 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신경학’(Neur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평균 나이 71세 노인 86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평소 운동 습관에 대하여 질문했다. 이 설문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고강도 운동 그룹’과 ‘저강도 운동 그룹’으로 나눴다. 이때 저강도 운동 그룹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요가와 같은 강도 낮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고강도 운동 그룹은 에어로빅이나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기억력 및 사고력 등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5년이 지난 시점에 같은 시험을 또 다시 보도록 했다. 연구팀은 최초 시험에서 정상 점수를 기록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러자 저강도 운동 그룹의 사고력은 고강도 운동 그룹에 비해 월등히 빠르게 악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그룹 사이의 이런 격차는 10년 정도의 두뇌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더 나아가 흡연이나 비만 등 두뇌 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른 인자들을 반영시켜 분석했을 때에도 결과가 동일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저자 클린턴 라이트는 “이번 연구결과는 중간 혹은 강한 수준의 운동이 두뇌 노화를 지연시켜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 65세 이상 인구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지력 저하현상이나 치매 등의 건강문제로 대한 공중보건계의 부담은 상당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체활동은 비용이 적게 들고 약물 복용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부담을 해결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늙었다 한들 봄이 없다더냐…고매한 고매여

    늙었다 한들 봄이 없다더냐…고매한 고매여

    남녘 여기저기서 화신이 쏟아집니다. 봄볕 한 줌 비추는 곳마다 꽃 피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대표적인 게 매화입니다. 늦겨울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인데, 지금 ‘탐매’(探梅)를 말하기엔 다소 늦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을 겁니다. 젊고 풋풋한 매화라면 그럴 수 있겠지요. 한데 고매(古梅)의 시간은 정작 이제부터랍니다. 지난해 4월을 훌쩍 넘겨서야 하나둘 피었던 늙은 매화들이 올해는 일찌감치 꽃등불을 내걸었습니다. 초봄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히 몸이 달궈졌던 걸까요. 이제 갓 절반 넘어 피었지만, 늙은 매화들이 전하는 풍경은 더없이 깊고 빼어납니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그런 풍경들 말입니다. 매화라고 다 같지 않다. 열매 수확이 목적이라면 매실나무라 불러야 옳다. 많은 매실을 얻기 위해 가지마다 다닥다닥 꽃이 달리도록 개량한 것, 그게 매실나무다. 나라 안에서 관광지로 이름 높은 매실 농원의 매화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늙은 매화는 다르다. 늙고 검게 탄 가지 끝에 운치 있게 꽃잎 몇 장 내건다. 익을수록 검붉도다, 화엄사 홍매 구례 화엄사에 들면 먼저 ‘각황전 홍매’와 만난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고매 중 가장 색이 검붉어 ‘흑매’(黑梅)라고도 불린다. 수령은 300~400년으로 추정된다. 검붉은 매화와 어우러진 산사 풍경이 그만이다. 푸른 이끼 낀 늙은 나무줄기 위로 작고 붉은 꽃잎들이 매달렸다. 각황전 홍매는 다음주 초반께 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화엄사에 딸린 길상암 앞 대숲에도 늙은 매화 한 그루가 자란다. 이른바 ‘화엄매’(천연기념물 제485호)다. 수령 450년 정도로 추정되는 백매로 ‘야매’(野梅)란 별명에 걸맞게 거칠고 강인한 수형이 일품이다. 화엄매를 만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웅전 뒤편의 대숲길을 10분 남짓 걸어 오르면 구층암이다. 화엄사의 산내 암자로, 죽은 모과나무로 기둥을 세운 건물이 인상적이다. 암자 마당에 들면 승방이 먼저 객을 맞는다.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으로 문과 마루를 낸 특이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기둥이다. 죽은 모과나무를 최소한의 손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갈라진 곳은 갈라진 대로, 골과 결이 파인 곳은 파인 그대로다. 소박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다. 작을수록 진하도다, 길상암 화엄매 길상암은 구층암에서 대숲 너머 계곡길을 50m쯤 내려가면 나온다. 화엄매는 길상암 오르는 급경사지의 대숲 가운데에 뿌리를 박고 서 있다. 이리저리 굽고 휜 모습에서 야수와 같은 생명력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매화는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임으로 번식을 시킨다. 하지만 ‘화엄매’는 다르다. 1650년쯤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의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에서 싹이 텄다. 안내판은 꽃과 열매가 일반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한 것이 특징이라 적고 있다. 화엄매를 품은 길상암의 자태도 곱다. 특히 툇마루에 앉아 지리산을 굽어보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돌확에 떨어지는 빗물소리와 산새소리가 청아하고, 뜨락에 피기 시작한 홍매화와 산수유, 새순 움트는 붉은 나뭇가지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구례까지 와서 산수유 마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이름난 곳은 산동면 상위마을이다. 만복대 자락에서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와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 낸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이웃한 반곡마을은 계류와 어우러진 정취가 일품이다. 한적한 꽃동네를 찾는다면 계천리 현천마을이 제격이다. 산수유마을 포스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진발’을 잘 받는다. 탐할수록 수줍도다, 선암사 매화궁궐 순천 쪽에선 선암사와 송광사의 매화들이 이름났다. 봄의 선암사는 꽃대궐이라 했다. 200년 된 영산홍과 300년 된 철쭉, 목련 등이 번갈아 피고 진다. 특히 절집의 내력만큼이나 오래된 매화가 많다. 탐매 여행을 말할 때마다 선암사가 늘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무엇보다 각황전 담장을 따라 핀 20여 그루 늙은 매화들의 자태가 일품이다. 3월 말이면 흙 담장을 따라 홍매와 백매, 청매 등의 매화가 일제히 꽃등불을 켠다. 620년 이상 살았다는 ‘선암매’와 각황전 돌담길의 550살 홍매 등은 천연기념물(제488호)이다. 송광사는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하고 있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두 절집의 풍모는 다소 다르다.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덜 알려졌을 뿐 송광사에도 늙은 매화는 있다. 이른바 ‘송광매’로, 대웅전 앞마당 오르는 계단 옆을 지키고 섰다. 수령은 200년을 족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꽃은 수수하다. 연녹색 꽃받침에 모시적삼 같은 흰 꽃술이 얹혀 있다. 오를수록 호사로다, 순천 향매실마을 수많은 매화들이 산자락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도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섬진강변의 매화마을처럼 순천에도 매화가 군락을 이룬 마을들이 많다. 월등면 계월리의 향매실마을이 대표적이다. 마을 고샅길을 따라 빼곡한 매화나무들이 봄마다 하얀 구름바다를 이룬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심기 시작한 매화 군락지는 면적이 75ha에 이른다. 마을 단위 재배 면적으로는 국내 최대라는 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개화 시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산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늦어 3월 하순께나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해넘이는 와온해변에서 맞는다. 여수 율촌동과 경계를 이룬 해변이다. 와온마을 초입에 와온소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끝자락엔 매화 군락지도 있다. 매화 꽃 너머로 지는 해가 유난히 붉다. 글 사진 구례·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익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탄 뒤 완주분기점에서 다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오수 나들목으로 나가 19번 국도를 따라 산수유와 먼저 만난 뒤 화엄사를 거쳐 순천으로 내려간다. →맛집:구례 동아식당(782-5474)은 낡은 선술집이다. 가오리찜과 족발탕이 유명하다. ‘장사 수완’이 대단한 할머니가 운영하는데, 손님 스스로 물과 반찬을 나르는 희한한 풍경이 곧잘 연출된다. ‘셀프’라고 써 있지는 않아도 여느 음식점처럼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음식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영실봉(782-2833)은 갈치조림만 40년 넘게 해 온 집이다.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구례 사람들은 이맘때 참게를 ‘영등게’라 부른다. 음력 2월 영등철에 잡히는 참게를 이르는 말이다. 다리마다 살이 꽉 찬 참게는 주로 시래기 넣고 된장 풀어 탕으로 먹는다. 구례에서 곡성 가는 섬진강변에 참게탕 맛집들이 많다. 지리산회관 (782-3124), 노고단식당(782-2171) 등이 그 중 알려졌다. 순천에서 가장 이름난 전통시장은 웃장과 아랫장이다. 각 장터마다 국밥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아랫장에선 건봉국밥(752-0900), 웃장에선 괴목식당(753-4124)이 유명하다. 요즘 제철인 꼬막을 먹으려면 벌교로 넘어간다. 행정구역은 보성군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순천에 가깝다. 갯벌식당(858-3322), 거시기꼬막식당(858-2255) 등이 이름났다. →잘 곳:지리산 맑은 공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구례 한화리조트(1588-2299)를 권한다. 화엄사 들머리에 있어 주변 숲이 깊다. ‘고로쇠 패키지’도 준비했다. 호텔 패키지는 객실과 조식(2인)에 고로쇠 약수 4.3ℓ가 포함된다. 일반실 주말 11만 4000원, 특실 주말 16만 4000원이다. 캠핑카에 묵는 캐러밴 패키지는 주말 11만 1000원이다. 역시 고로쇠 약수 4.3ℓ가 제공된다. 고로쇠 개별 판매도 한다. 배송비 포함해 18ℓ 5만 5000원, 4.3ℓ 4개 6만원, 2개 3만 4000원이다. 패키지 예약과 고로쇠 주문은 31일까지 전화(782-2171)로 받는다. 구례 마산면의 전통 한옥 쌍산재(www.ssangsanje.com)와 운조루(781-2644) 등도 ‘강추’할 만하다.
  • 팔팔한 뇌를 오래 가지려면 지금부터 뛰어라(연구)

    팔팔한 뇌를 오래 가지려면 지금부터 뛰어라(연구)

    꾸준한 운동이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종종 발표돼 왔다. 이번에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운동을 통해 노년층 두뇌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끈다. 마이애미 대학교 연구팀은 적정 수준의 운동을 지속할 경우 두뇌 노화를 무려 10년이나 지연시키게 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신경학(Neur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평균 나이 71세 노인 86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평소 운동 습관에 대하여 질문했다. 이 설문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고강도 운동 그룹’과 ‘저강도 운동 그룹’으로 나눴다. 이때 저강도 운동 그룹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요가와 같은 강도 낮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고강도 운동 그룹은 에어로빅이나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기억력 및 사고력 등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5년이 지난 시점에 같은 시험을 또 다시 보도록 했다. 연구팀은 최초 시험에서 정상 점수를 기록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러자 저강도 운동 그룹의 사고력은 고강도 운동 그룹에 비해 월등히 빠르게 악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그룹 사이의 이런 격차는 10년 정도의 두뇌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더 나아가 흡연이나 비만 등 두뇌 건강에 영향을 주는 다른 인자들을 반영시켜 분석했을 때에도 결과가 동일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저자 클린턴 라이트는 “이번 연구결과는 중간 혹은 강한 수준의 운동이 두뇌 노화를 지연시켜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 65세 이상 인구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지력 저하현상이나 치매 등의 건강문제로 대한 공중보건계의 부담은 상당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체활동은 비용이 적게 들고 약물 복용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부담을 해결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수영연맹·야구협회 모든 권한 정지… 체육회서 관리

    공동회장 업무, 국제 - 국내로 구분… 정관 개정안 논의 다음으로 연기 비리와 내홍으로 집행부가 와해된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야구협회가 통합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서울신문 3월 24일자 26면> 통합 대한체육회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김정행·강영중 공동회장을 비롯해 21명의 이사 중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이사회를 열어 두 종목 단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단체의 임원은 당연 해임되며 단체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정지된다. 체육회는 “두 단체가 자체적으로 정상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사회에 보고한 뒤 관리단체 지정을 해제할 계획”이라며 “다만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표팀 지원 업무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수영연맹은 지난달 11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돼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야구협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보조금 지급이 중단돼 주말리그 대회 운영 등이 안 되고 있다. 이사회는 또 리우올림픽 선수단장으로 정몽규(현대산업개발 회장) 대한축구협회장을 선임, 대회 개막 100일을 앞둔 다음달 27일 기자간담회를 주재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논란을 빚어 온 공동회장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인사안도 확정했다. 김정행 회장은 국제체육과 대의원 총회 주재를, 강영중 회장은 국내체육과 이사회 주재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부회장에는 조양호 대한탁구협회 회장,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신정희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이 선임됐다. 또 사무총장에 조영호 전 대한배구협회 부회장을, 선수촌장에 최종삼 전 동아시아유도연맹 회장을 임명하는 데 동의해 문체부 장관의 승인만 남았다. 이사회는 통합준비위원회가 다루던 업무를 회장에게 인수인계하는 안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회장 선거 때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고 가맹단체 가입·탈퇴 규정과 수익금 배분 등 마케팅 규정을 보완·개선하는 일을 회장 주도로 풀게 된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당초 다음달 5일 대의원총회에 상정할 정관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차 의견서가 24일 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번역과 검토 작업을 마치려면 다음 주초는 돼야 할 것 같다. 마치는 대로 이사들에게 전달하고 서면결의한 뒤 대의원총회에 상정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영국 군 ‘쓰레기 배식’에 사이버 시위

    영국 군 ‘쓰레기 배식’에 사이버 시위

    구더기가 나온 토마토소스, 푸른 곰팡이가 핀 달걀프라이, 덜 익어 핏물이 나오는 닭고기, 철수세미 조각이 나온 샐러드... 군 부대에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쓰레기 음식이 배식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군인들은 비위생적이고 질 낮은 급식을 개선하라며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4일(현지시간) 영국 군인들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저질 급식 사진을 올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육군과 해군, 공군의 80개 부대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소덱소(Sodexo)는 세계 최대 단체급식 업체다. 군인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소덱소 페이스북 등에 ‘쓰레기 급식’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소덱소 영국·아일랜드 지사는 “소덱소가 군에 제공하는 급식이라고 주장하는 질 낮고 비위생적인 음식 사진이 돌고 있지만 언제 어디에서 제공된 음식인지 알 수 없어 진위 여부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소덱소 측은 이어 “급식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배식대 직원에 즉시 항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SNS에 음식 사진을 퍼나르지 말고 소덱소 게시판에 올려주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군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피’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군인은 영국 군 당국에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노숙자에게 안 익은 치킨을 먹일 수 있느냐. 레스토랑에서 이런 음식을 돈 받고 팔겠느냐. 당신의 아이에게 저녁으로 이런 음식을 주겠느냐. 아니라면 왜 돈 내고 밥 먹는 군인한테는 이런 저질 음식을 주느냐”며 비판했다. ‘알피’는 구더기가 나온 토마토 소스와 곰팡이 핀 달걀요리 사진을 소덱소 SNS에 올렸지만 바로 삭제당하고 친구도 차단당했다며 소덱소 측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영국 군 당국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병사들이 SNS에 급식 사진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의 병사는 자신의 SNS에 “선임부사관이 나를 불러 급식 사진을 SNS에 계속 올리면 소덱소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며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국 국회의 청원 사이트에 영국 군 급식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현재 1만 8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사이트에 1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영국 정부가 대책을 논의하면 10만명 이상이 서명할 경우 영국 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하게 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나 혼자’가 제일 편해

    ‘나 혼자’가 제일 편해

    사람들 만나 놀기 줄어들고 ‘결혼 싫다’ ‘이혼 괜찮다’ 늘어 ‘나 혼자 살면서 나 혼자서 논다.’ ‘나홀로 가구’가 크게 늘면서 여가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은 줄어든 반면 홀로 TV를 보는 시간은 늘었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지면서 ‘결혼은 필수’, ‘이혼은 금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동시에 줄어 결혼은 줄고 이혼은 증가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2014년 12월 기준 1인 가구의 비중은 34.01%로 34년 전인 1980년(4.8%)보다 7배 이상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여가 시간 활용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 여가를 즐기는 시간은 2009년 1일 45분에서 2014년에는 43분으로 줄었다. 반면 홀로 TV를 보는 시간은 같은 기간 1시간 51분에서 1시간 55분으로 늘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여가 시간에 주로 ‘TV를 본다’(69.9%)고 답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0년 64.7%에서 2014년엔 56.8%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실제 혼인건수도 1990년 39만 9312건에서 2014년엔 30만 5507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56.6%에서 44.4%로 12.2% 포인트나 낮아졌다. 이혼건수도 1990년 4만 5694건에서 2014년은 11만 5510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결혼을 미루며 혼자 독립해 사는 젊은 연령층 인구가 늘고 과거보다 이혼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1990년 각각 27.8세, 24.8세이던 남녀 초혼연령도 2014년 32.4세, 29.8세로 높아졌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1인 가구의 증가로 저출산이 심화되다 보니 지난해 14세 이하 인구 비율은 13.9%로 65세 이상 인구(13.1%)와 거의 비슷해졌다. 1990년 14세 이하 인구는 25.6%로 65세 이상(5.1%)보다 5배 많았다. 한편 지난해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9.9%로 2011년 36.4%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18.2%로 2013년에 비해 1.7% 포인트가 낮아졌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일자리 문제의 위기와 기회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일자리 문제의 위기와 기회

    일자리가 요구하는 자질과 고용시장에 나온 젊은이들이 준비한 내용이 다르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흔한 말로 ‘일자리와 스킬의 미스매치’다. 소위 스펙 중심의 취업 준비가 일상화되고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이 과도하게 많다는 걱정의 소리가 잦더니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처음 등장한 때를 기억하기 힘들 만큼 오랫동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지만,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은 백가쟁명 수준에 세대 갈등의 양상도 있다. 1980년대에는 적어도 일자리는 많았다는 중년 세대의 회고는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에게는 그랬겠지”라는 냉소에 맞닥뜨린다. ‘88만원 세대’라는 슬픈 신조어를 넘어 보려는 노력도 “위로의 멘토링을 가장한 기성세대의 달래기”라는 독설에 허망해진다. 오랜 침체를 벗어나는 중인 일본은 상황이 확연히 좋아졌다고 하고 미국도 경제 불황을 벗어나며 고용시장이 좋아지는 등 국지적인 예외는 있다지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세계적인 대세인 건 분명하다. 이런 글로벌 문제가 우리나라의 특별한 상황과 공명해 더 아픈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와중에 일자리 문제도 우려의 대상이 됐다. 당장 무인택시와 무인진단법이 등장하면 택시운전사와 의사가 위기의 직업이 될 거라 하지 않나. 다보스포럼의 미래고용보고서는 이런 막연한 느낌을 데이터로 확인시켜 주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인간의 역할이 대체되면서 일자리 위기가 심화될 거라는 내용이다. 5년 내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보고가 처음은 아니다. 현재의 직업 중에서 미국은 47%, 영국은 35%, 일본은 49%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기기관 등장에 따른 1차 산업혁명 시대나 전기의 발명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없어진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으니까.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이전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처음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신규 일자리보다 많아질 거라는 게 다보스 보고서의 충격적인 함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적이라지만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통해 노동자의 보조자나 협조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역할을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창의적인 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의 중요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많은 직종이 사라지고 탄생할 것인데, 새 일자리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자질은 이전과 다르고, 한 직업 내에서도 필요한 전문성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게 다보스 보고서의 결론이다. 특정 직종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협소한 전문성으로는 다가올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보스 보고서의 신규 일자리 중 3위가 컴퓨터와 수학 관련이다. 데이터 분석가와 전문 세일즈 직원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산업에서 대규모 데이터가 창출되는 흐름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읽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복잡한 상품을 고객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전문 세일즈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와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자질, 그리고 이를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인재의 소양인 시대가 우리 눈앞에 와 있다.
  • [사설] 면세점 추가 허가 서두를 일인가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특히 지난 16일 정부가 공청회를 연 이후 관련 업체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지난해 5년 특허 기간 만료로 신규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은 신규 허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면세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반면 신규 사업권을 따낸 SM면세점 등 5개 사업자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신규 허가를 주장하는 측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고용 유발 효과를 내세운다. 공청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주요 방문지를 중심으로 신규 특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추가 쪽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신규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은 지나친 경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사업 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또 다른 신규 특허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다. 특히 탈락한 면세점들이 다시 특허를 받아 영업을 계속하게 되면 신규 진입 사업자들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논란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2년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면세점 운영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로 인해 면세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롯데와 SK도 5년 특허 규정에 걸려 탈락했다. 공청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짚어졌다. 5년 특허 기간이 만료됐을 때 신규 진입을 원하는 다른 업체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다시 입찰과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원칙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사업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입찰 없이 최소 한 차례 이상 특허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개정된 법에 의해 결정된 신규 사업자들이 한창 개점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추가 허가를 내주는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영업에 들어가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서두를 경우 자칫 지난해 탈락한 사업자들을 구제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에 휘말릴 수도 있다. 꼼꼼한 시장분석을 통해 어떤 방안이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깊이 따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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