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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깜깜이 집필’로 국정화 신뢰 얻겠나

    지난 3일 정부의 고시 발표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취재원들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퇴한 데 이어 정부가 그제 마감한 집필 지원자들을 애초 약속과 달리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야당도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고 나서 논란은 계속될 조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좌우 진영 논리에다 정치 쟁점화하면서 국론 분열을 촉발할 정도의 메가톤급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좌편향의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고시 발표를 계기로 국정화 작업에 시동을 걸어 놨다. 우편향이 아닌 균형된 교과서를 만든다는 큰 틀 속에서 시대별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랬던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집필진을 공개하면 집필진의 신상 털기는 물론 해당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다. 또 집필진 공개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정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스스로 다짐한 공개 원칙을 한순간에 뒤집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부가 말하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공개 불가를 선언한 건 밀실 검증으로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고르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급하게 진행해 온 정부 아닌가. 국정화는 말 그대로 국민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정부가 주체다. 정부는 신뢰와 리더십으로 먹고산다. 그런데 신뢰 확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목표는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데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집필진 공개를 통해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데 누가 집필에 적합한지 등을 국민에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의 국정화 추진을 국민이 믿고 따를 게 아닌가. 그게 정부의 책임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필요하다면 공모와 함께 정부는 집필 거부를 선언한 학자들 중 역량 있는 사람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 좌든 우든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인물은 피하고, 모든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집필진 구성이라면 더 좋겠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성공 여부는 훌륭한 집필진 구성이 출발점이다.
  •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서울신문은 올해 초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통해 경제, 정치, 교육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또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평판사회로 가자’와 같은 기획특집을 통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제시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말도 드물다. 말의 뜻은 어렵지 않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인데, 사회 일각에서 뿌린 것 이상으로 거두거나 뿌린 만큼 거둬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 속담의 의미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사회가 안정돼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뿌린 만큼 거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 하고 투덜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상황에 대입하면 심상치 않은 의미를 갖게 된다. 급기야는 ‘흙수저’를 쥐고 태어났느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니 하는 말이 유행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둘러싼 ‘금수저’ 논쟁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힘들다.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예능 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출연자를 둘러싼 배경이 부각되는 것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흙수저’, ‘헬조선’ 등의 말에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 힘든 요즘 젊은 세대의 분노와 자조가 섞여 있다. 이 말의 바탕에는 이 시대의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성공의 문이 아무리 좁더라도 경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모두들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 아무리 넓더라도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난주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두산의 우승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산에 우승을 내준 삼성선수단의 자세였다. 삼성선수단은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태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 삼성선수단은 운동장에 남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장기의 차, 포, 마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제외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원칙이었고, 삼성은 그 원칙을 지켰다. 나는 두산 팬이지만 올해의 진정한 우승팀은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야구단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핵심 전력을 제외한 채 게임에 임했듯이 기성세대는 ‘흙수저’와 ‘금수저’가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금수저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회는 머잖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사회적 유전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서울신문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에 주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참여해 주리라 믿는다.
  • 美축구협회 “13세 이하 유소년 축구선수 헤딩 금지”

    美축구협회 “13세 이하 유소년 축구선수 헤딩 금지”

    앞으로 미국의 유소년 축구선수들은 축구의 주요기술 중 하나인 헤딩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축구협회(USSF)는 10세 이하 어린이 선수들의 헤딩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소 파격적인 이번 안에는 10세 이하 어린이는 연습은 물론 경기 중에도 헤딩 금지, 11~13세는 연습에서는 금지되나 실제 경기 중에는 헤딩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13세 이하 선수는 헤딩을 최대한 하지말라는 것. USSF의 이같은 방침은 현지 학부모들의 소송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의 소위 '사커맘' 들은 유소년, 청소년들의 축구 경기규칙을 바꿔달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규정 보완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미국의 사커맘들이 FIFA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은 것은 헤딩이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곧 잦은 헤딩이 뇌에 충격을 줘 뇌진탕과 치매같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헤딩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USSF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USSF 메디컬 위원회 의견에 따른 것" 이라면서 "미 유스 국가대표팀과 아카데미, 메이저리그 유스 클럽팀 등에 적용된다" 고 밝혔다. 이어 "USSF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모든 클럽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나 최대한 우리의 조치를 따르게 하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헤딩의 유해성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간 성인 프로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에서도 자주 헤딩을 하는 경우 뇌가 피해를 입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헤딩을 아예 금지시켜 관련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국 버밍엄 대학 신경정신과 마이클 그레이 교수는 “아직 목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들이 헤딩을 하게되면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달리 헤딩과 뇌손상의 상관 관계가 크지 않고 오히려 선수 간의 격한 신체적 충돌이 뇌에 충격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설] 서울교육청 ‘친일사전’ 배포 심사숙고해야

    서울시교육청이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 모든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 인명사전’을 비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이 사전을 구비하지 않은 551개 중·고교에 내년 초까지 모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친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그런 순수한 뜻이라면 누구도 섣불리 토를 달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하필 이 시점에 논쟁의 불씨를 굳이 보태야 하는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사실이다. 국정화 교과서 논란으로 가뜩이나 교육 현장이 어수선한 마당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친일 인명사전 배포 사업이 포함된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가 1억 755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시교육청이 추진하려 했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보수 성향 단체와 학부모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사전이 이념편향적이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낀 일선 학교들이 교육청의 지원을 꺼린 탓이다. 당시 일부 학부모 단체는 인명사전 구입비를 요청한 학교의 명단을 밝히겠다며 시교육청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논란의 불씨를 굳이 이런 때에 다시 점화시켜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학교 안팎이 찬반 다툼으로 또 몸살을 앓고 이념 논쟁에 휩쓸릴 여지가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서울시의회가 일선 학교에 특정 학습자료를 일괄 배포하는 일에 소매를 걷었던 적이 이전에 또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친일 인명사전은 2009년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강점기 때 친일 활동을 했다고 판단한 인물 4300여명의 행적을 수록한 책이다. 편찬 당시부터 좌파 역사단체가 친일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과 함께 객관성 논란에 휩싸였다. 광복 직후 반민특위가 지목한 친일 행위자보다 6배나 많은 데다 친일 인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 있는 인물도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러니 미묘한 시기에 국정 교과서에 맞불을 놓는 작업이라는 시선을 거두기도 어렵다. 설령 역사 교육의 의도가 순수하다 할지라도 도서관에 비치할 책 한 권이 학교, 교사, 학부모들 간 갈등을 조장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교육 현장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또 다른 ‘역사전쟁’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 할리우드 여배우들 임금 차별에 뿔났다

    할리우드 여배우들 임금 차별에 뿔났다

    "원초적 본능’을 찍고 난 뒤 누구도 나한테 출연료를 주려고 하지 않더군요.”1992년 제작된 미국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여배우 샤론 스톤(57)이 최근 할리우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녀 임금 차별 문제에 대한 논쟁에 가세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스톤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예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20여년 전부터 당했던 임근 차별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부엌에서 매니저와 함께 앉아서 ‘출연료를 줄 때까지 일하러 나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말한 기억이 난다”며 “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올 들어 유명 여배우들이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남녀 임금 차별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져온 차별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여배우는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시아 아퀘트(47)로, 당시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동일 임금을 받을 때가 됐고, 여성을 위한 동등한 권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퀘트의 깜짝 발언에 당시 객석에 있던 여배우 메릴 스트립(66)과 제니퍼 로페스(46) 등은 “맞다”고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다.이어 영화 ‘헝거게임’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배우 제니퍼 로런스(25)도 최근 가세했다. 로런스는 지난달 여성 전용 사이트 ‘레니’에 ‘나는 왜 남자 동료 배우들보다 돈을 덜 받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니픽쳐스가 해킹됐을 때 내가 동료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남성들은 공격적으로 출연료 협상에 나서 의견을 늘 반영시키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 현실에 화가 난다”고 밝혔다.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서 다른 남성 배우들은 영화 수입의 9%를 받은 반면 로런스는 7%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5년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입 순위에 따르면 상위 20위에 든 여배우는 제니퍼 로런스(5200만 달러·약 600억원)와 스칼렛 요한슨(3550만 달러) 등 2명 뿐이다. 출연료로 1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남자 배우는 34명이지만, 그 절반도 안 되는 600만 달러를 받은 여자 배우는 고작 18명이다.이런 상황에서 할리우드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서명한 ‘공정급여법’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이 법은 남녀 간 동일 노동뿐 아니라 비슷한 노동에 대해서도 같은 임금을 주도록 강제하고 있다. 할리우드 한 소식통은 “법이 시행되면 동일 임금을 받기 위한 소송 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비타민C, 대장암 세포 죽이거나 억제하는데 효과” (사이언스紙)

    “비타민C, 대장암 세포 죽이거나 억제하는데 효과” (사이언스紙)

    위암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꼽히는 대장암 치료를 한발 더 가깝게 해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와 코넬 의대등 공동연구팀은 비타민C가 대장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변이 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빠르게 늘고있는 암인 대장암은 고기 섭취 등의 서구식 식단 증가와 음주, 흡연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그간 학자들 사이에 다양한 효능 논쟁이 있어왔던 비타민C를 세포 배양된 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비타민C가 전체 대장암의 절반 정도에 나타나는 두가지 변이 유전자인 KRAS와 BRAF의 성장을 억제시키거나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루이스 캔틀리 박사는 "KRAS와 BRAF의 변이로 인한 대장암은 유난히 치료가 더 어렵다" 면서 "비타민C의 특정 성분이 두 변이 유전자에 흡수돼 생존에 필요한 항산화 물질을 빨리 없애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대장암 치료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은 사실이나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 아직 임상실험 전이며 매일 쥐에게 투여했던 비타민C의 양도 오렌지 300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고농도의 비타민C가 폐, 전립선, 췌장암 등 여러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면서도 "아직은 임상 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 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결과가 실제 환자 치료에 도움을 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일본 지성이 제안한 비판적 사고의 새 틀

    일본 지성이 제안한 비판적 사고의 새 틀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은 일본 지성과 양심의 상징과도 같은 출판사다. 창업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국주의, 극우주의의 열풍, 물질만능주의, 신자유주의 등 각종 세파 속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내며 역사의 진실에 대한 탐구, 세상의 합법칙적인 발전 방향 추구,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성 연구를 해내고 있다. 유홍준 명지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일본문화유산답사기’가 지난해 말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을 때 그 출판사가 이와나미쇼텐이라는 사실에 더 뿌듯해했을 정도였다. 이와나미쇼텐의 대표적인 출간물인 ‘사고의 프런티어’ 시리즈가 번역 출간됐다. 1999년 시작해 지금까지 32권째 발간하고 있다. 세기말과 새로운 세기 초를 지(知)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간으로 바라보며 ‘정체성’, ‘시장’, ‘공공성’, ‘권력’, ‘원리주의’ 등 다시 한번 마주 봐야 할 개념들을 되물음으로써 기존 사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구상할 가능성을 개척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신체/생명’, ‘시장’, ‘자본’, ‘데모크라시’, ‘젠더/섹슈얼리티’, ‘역사/수정주의’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논쟁적인 성격을 띤 키워드를 좀 더 깊이 있게 고찰하기 위해 일본에서 정치학, 사회학, 문학, 법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이 집필에 나섰다. 한림과학원이 시리즈의 일부(전 5권)를 추려내 기획했고, 푸른역사가 펴냈다. 한국적 상황과 처지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역사/수정주의’, ‘인종차별주의’, ‘권력’, ‘사회’는 여전히 문제적이며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개념들이다. 특히 5권 ‘사고를 열다’는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개척한다’는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잘 집약되어 있다. ‘경계 짓지 않는 정치’를 제안하는 이 책은 2001년 9·11 사태 직후 이뤄진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비판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지역, 인종, 종교, 정치, 세대 등 모든 영역에서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경계를 열어둘 것을 주장한다. 그때 비로소 ‘모든 이’가, 일어나는 ‘모든 일’에 ‘당사자로서 답책성(答責性·답하고 책임지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아베 총리가 ‘침략 만행의 책임을 현재 일본인에게 묻지 말라’고 했던 종전 70년 담화가 그 경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행했다는 비판도 곁들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민족문제연구소측 “황국신민 되겠다던 기사 있다” 김무성 대표측 “단군묘 주장해 고초 겪었다”

    민족문제연구소측 “황국신민 되겠다던 기사 있다” 김무성 대표측 “단군묘 주장해 고초 겪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하 김용주)의 친일 논란이,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을 주도해 온 민족문제연구소와의 공방전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격화된 김용주의 ‘애국·친일 논쟁’은 김 대표의 향후 대선 가도와도 맞물려 있다. 양측의 주장 및 논거 자료를 대조해 보고 반박을 들어본다. Q. 친일단체 간부로 활동했다? vs 애국활동 했다? A. 연구소가 지난 9월 17일 발표한 ‘김용주, 과연 애국자였나’란 자료에 따르면 김용주는 경북 도회의원, 국민총력경상북도수산연맹 이사,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등을 지내며 신사 건립, 내선동조론 전파, 군용기 헌납운동 등을 주도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 대표 측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치안유지범으로 일제에 검거되기도 했고 신간회 활동, 조선인을 위한 학교 인수, 도회의원으로 총독부에 맞선 발언 등이 수십 건 근거로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배포한 ‘고 김용주 선생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한 입장’ 자료에는 애국활동 사례 22건이 실렸다. Q. 징병제 실시를 찬양하고 전쟁 동원 선동했다? A. 1943년 10월 열린 전선공직자대회(매일신보 보도)에서 김용주는 “가장 급한 일은…정신적 내선일체화를 꾀하여 충실한 황국신민이 될 것”이라며 “징병을 보낼 반도의 부모로서…귀여운 자식이 호국의 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받들어 모시어질 영광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1940년 경북도의회 재선 이후 ‘전국에 단군묘(檀君廟) 건립’ 주장을 내세우다 고초를 겪는 등 민족운동을 이어갔다”고 주장한다. Q. 일제 패망 시절 ‘살해 대상 1호’였다? A. 김 대표 측은 김용주가 반일 행적으로 인해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의 포항 지역 총살 대상 1호였다고 주장한다. 조선 계엄령 발포 시 지역 내 주요 조선인 8명의 총살 지시가 일본국 사령부로부터 내려왔다는 것. 이런 내용은 지난 8월 출간된 김용주 평전 ‘강을 건너는 산’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김용주가 전해 들은 얘기를 본인 회고록과 평전에 인용한, 객관적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Q. 조선인을 위한 학교 인수 및 야학의 성과. A. 평전에 따르면 김용주는 29세이던 1933년 존폐 위기에 처한 포항 영흥학교를 인수, 교장직을 겸하고 훈육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1936년 2월 8일자에는 ‘최경성 교장 등이 진력하였으나 (학교) 경영난은 최후 결정에 달하였다는데…’라고 나와 운영 시기가 엇갈린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일본어도 가르친 야학을 애국야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조선어 금지, 신문폐간 등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당시 상황을 전혀 무시한 초보적인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Q. 애국활동 사례 22개 중 2개는 동명이인? A. 김용주는 1931년 6월 동아일보에 ‘충무공 유적 보전을 위한 성금 일급 시전을 냈다’고 나와 있다. 또 같은 해 11월 재만피란동포 위호금품(만주 동포를 위한 성금모금)으로 일금 삼십전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기사에 충무공 성금을 낸 이는 ‘마산 거주 김용주’로 나온다. 포항에서 활동했던 김용주와 동명이인이라는 반론이다. 만주동포 성금 기부자도 ‘경성부 애우수소양소년회 김용주’로, 서울 소년단체에 김용주가 가입되었을 리 없어 서로 다른 이라는 주장이다. Q. 비행기 헌납운동의 진실. A. 1944년 7월 아사히신문은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 광고주 명단에 김용주 이름을 올렸다. 또 1942년 2월 매일신보에 따르면 김용주는 조선임전보국단 경북지부에서 군용기 헌납에 27만원을 모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매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일제 말기인 1940년대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동원 기사·광고가 많이 나왔다”면서 “놋수저 하나까지 징발됐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Q. 김용주는 변절했나. A. 연구소 측도 “김용주가 청년기엔 민족의식을 보였고 신간회·청년단체 독서회 활동 등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제 침략이 본격화되는 1930년대부터 완전히 돌아섰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1926년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은 삼일상회 설립, 1938년 강제 면화재배 정책에 대한 국가 보상 요구 등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구국활동을 했다”고 부인했다. 1940년 1월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용주가 영흥 학교에 사재 2만원을 기부하는 등 민족운동을 유추할 만한 증거들도 나온다. Q. 매일신보는 기관지여서 신빙성이 없다? A. 연구소 측은 주요 증거로 활용한 매일신보에 대해 “총독부 기관지인 경성일보의 자매지였다고 해서 사료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친일인사 1006명의 명단을 발표했을 때도 매일신보를 주요 사료로 삼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당시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 기고, 허위사실 수록에 대한 증언이 많아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Q. 김용주는 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나. A. 김 대표 측은 “연구소가 10년 동안 300만여건을 검토했다던 사전에 여태껏 등재하지 않다가 김 대표가 여당 대표가 되고 나니 태도를 바꿨다”고 공격했다. 연구소 측은 “2009년 첫 출간 당시 자료 부족으로 해외·지방 친일반민족행위를 전면조사할 수 없었다”며 “김용주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류했고 발간된 개정판에는 누락됐던 인사가 다수 등재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Q. 연좌제라는 주장. A. 김 대표 측은 “모든 일에는 공과가 있는데 애국적 활동은 편향되게 평가하고, 친일 행적만으로 후손에게 연좌제를 적용하려 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평전 출간 등 김 대표가 부친의 친일 행적을 애국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연좌제에 반대하지만 김 대표처럼 연고자의 친일 행적을 왜곡하는 경우에는 예외”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소 측은 이런 이견에 대한 맞짱토론을 제안했지만 김 대표 쪽에선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1차 친일인명사전 대상자 발표 때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고, 임헌영 소장이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하는 등 연구소 활동의 순수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韓 군사력 日 앞선다고?… 실제는 어떤가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韓 군사력 日 앞선다고?… 실제는 어떤가

    세계 군사력 순위 1위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주저 없이 ‘미국’을 꼽을 겁니다. 한 해에 자국 국방 분야에 쏟아붓는 돈이 올해 기준 577조원에 달하고, 우주 개발과 관련한 예산까지 합하면 1000조원을 넘어 우스갯소리로 ‘천조국’(千兆國)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요. 저는 전 세계 언론에서 공신력이 있다고 보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를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GFP는 2003년부터 매년 100여개의 지표를 이용해 군사력 순위를 발표합니다. 다만 이 데이터는 GFP에서 자체적으로 추산한 것으로, 각 국가 군용 장비의 수는 실제 보유 숫자와 명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또 GFP는 핵무기를 전력에서 제외했습니다. ●美 국방비 577조원… 우주 개발비 합치면 1000兆 먼저 미국과 우리나라의 비교입니다. GFP에 따르면 미국은 인적 자원으로 인구 3억 2000만명, 정규군 140만명, 예비군 110만명이 있습니다. 항공기는 헬기 6196대, 공격용 헬기 920대, 폭격기 등 거점 공격기 2797대, 공중전을 주로 담당하는 전투기 2207대, 수송기 5366대로 총 1만 3892대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F22 등 첨단 무기가 포함돼 있어 공군력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세계 최강의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지상전 무기로는 전차 8848대, 장갑차 4만 1062대에다 로켓을 무서운 속도로 쏘는 다연장 로켓포가 1331대입니다. 여기에 항공모함 20척, 잠수함 72척, 호위함 10척, 구축함 62척 등 473척의 막강한 해군력을 자랑합니다. 물론 항공모함을 제외하더라도 전략 핵잠수함, 이지스함을 가장 많이 보유해 전 세계 분쟁지역에 즉각적인 화력지원이 가능합니다. ●韓 정규군 62만… 항공기 1412대·함정 166척 우리나라는 인구 4900만명, 정규군 62만명, 예비군 290만명으로 인구 대비 병력 수는 막강한 수준입니다. 또 헬기 668대, 공격용 헬기 77대, 거점 공격기 399대, 전투기 399대, 수송기 342대 등 141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차 2381대, 장갑차 2660대, 다연장 로켓포 214대로 지상전 장비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함정은 총 166척으로 잠수함 13척, 호위함 11척, 구축함 12척 등이 있습니다. 항공기 중에는 F4, F5 등 노후 기종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F35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GFP는 한국을 군사력 순위 7위에 올려놨습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나라 중 하나로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뒤 만든 평화헌법 때문에 ‘자위대’(自衛隊)라는 애매한 이름의 군사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24만 7173명의 정규군과 5만 7900명의 예비군은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24만여명(한국 16만여명)이 모두 부사관과 장교로 구성돼 있어 유사시 100만명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日장교·부사관 24만… 경항공모함·호위함 보유 이 밖에 741대의 헬기와 122대의 공격용 헬기, 각각 289대의 거점 공격기와 전투기를 보유해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전차는 678대로 다소 적지만 장갑차는 2850대로 더 많습니다. 일본 전력의 핵심은 공군과 더불어 해상 전력인데요. 특히 2013년 취역한 경항공모함인 ‘이즈모’가 최근 실전 배치됐죠. 이외에도 ‘효가’, ‘이세’ 등 항공모항급 호위함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잠수함 16대, 이지스함을 포함한 구축함 43대, 최신 조기경보기 13대를 보유해 해군 전력은 사실상 우리를 앞섭니다. 병력 열세로 GFP 군사력 순위는 9위이지만, 이미 5세대 전투기 시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한 해 우리보다 많은 45조원의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GFP 군사력 순위 11위인 이스라엘입니다. 인구는 782만명으로 우리나라의 6분의1 수준이지만 정규군이 16만명이나 됩니다. 예비군은 63만명입니다. 또 항공전력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열세이지만 전차 수는 4170대로 세계 최상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장갑차는 1만대나 됩니다. 남녀 모두 군 생활을 해야 하는 전 국민 징병제 국가로, 육군에 특화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리적 특성상 해군 전력은 전무하지만, 지상전은 실전 경험이 있는 장병이 다수인데다 국방예산이 우리의 절반인 18조원에 달합니다. 1~4차 중동전과 다양한 전차전 경험을 바탕으로 기갑장비 생산 기술,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 무기 수출 강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북한은 36위입니다.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데요. 거점 공격기 516대, 전투기 458대 등 항공전력 940대에 전차 4200대, 장갑차 4100대로 재래식 무기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를 압도합니다. 정규군 69만명, 예비군 450만명으로 인적 자원도 어마어마하죠. 함정도 잠수함만 70척에 달합니다. 하지만 한 해 국방예산이 8조원에 불과하고, 전쟁 필수품인 각종 유류와 탄약 등 군수 지원 능력이 열악하죠. 심지어 최신 전투기라고 해봤자 1985년 도입한 미그(Mig)29로, 우리의 공군전력과 비교하면 열세라는 것이 대체적인 군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그나마 항공유와 훈련 부족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앞에서조차 장난감 전투기로 모의 훈련을 보여주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죠. 전차도 2.5세대로 분류되는 재래식 T72, 2세대인 T62 전차를 주력 전차로 보유하고 있어 물량만 많을 뿐 열영상장비, 레이저 조준기 등을 갖춘 우리 3세대 전차 K1(K1A1) 전차와 정면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1991년 이라크전에서 K1 전차의 모태인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전차에 T72 전차 대부분이 녹아내리다시피 한 사실만 돌이켜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우리와 군사력이 비슷한 나라를 볼까요. 독일은 8위입니다. 정규군 18만명, 예비군 14만 5000명입니다. 장갑차가 5869대로 많을 뿐 전차는 408대, 거점 공격기 192대, 전투기 105대, 잠수함 4대 등으로 숫자로만 보면 다소 미흡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독일은 2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우수한 기갑장비 핵심기술을 갖게 됐고, 항공기는 대부분 최신 항공기이며 공중급유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도 하죠. 통일 이후 같은 패전국인 일본과는 반대로 군비를 크게 축소했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많은 한 해 42조원을 예산으로 씁니다. 프랑스도 정규군과 예비군이 각각 20만명이지만 독일과 마찬가지로 4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군사 강국입니다. 특히 항공모함 4척, 핵잠수함을 포함한 잠수함 10척, 호위함 21척을 보유하고 있고, 자체 생산한 ‘라팔’ 등 첨단 항공기를 운용해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6위에 랭크됐습니다. ●中 국방 예산 155조원… 러·日의 2~3배 넘어 요즘 가장 ‘핫한’ 국가는 역시 중국입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정규군 230만명, 예비군 230만명에 전투기와 거점공격기를 합해 2000대가 넘습니다. 전차는 9150대, 다연장 로켓포 1770대로 육군 전력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노후 장비를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더불어 지상전 최강자로 불릴 만합니다. 2012년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취역했고, 자체 개발한 5세대 전투기 ‘젠20’을 군에 배치하는 등 최신 무기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늘려가고 있는데요. 지난 9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탄도미사일과 지대함미사일 등도 위력적입니다. 한 해 국방예산이 155조원에 달합니다. 반대로 러시아는 여전히 군사 강국이지만 이제 미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현재 전차 1만 5000대, 잠수함 55대, 전투기와 거점 공격기 2000대를 보유해 군사력은 미국에 뒤지지 않지만 한 해 예산이 64조원으로 중국에도 못 미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첨예한 난사군도 분쟁 능동외교로 헤쳐 가야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제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 상공(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고위 인사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주지하다시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중국의 인공섬 인근 12해리(22㎞) 이내로 구축함을 진입시키자 중국은 군함 두 척을 긴급 투입해 무력 시위로 맞대응할 정도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남중국해를 장악해 해양 대국의 꿈을 키우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함에도 중국이 암초에 매립 공사를 해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해양 질서의 변경을 시도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제의 해역이 자신의 영해라는 일방적인 중국의 주장에도 논리의 모순이 있다. 그렇다고 분쟁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 공해상의 ‘자유통항권’을 앞세워 상선이 아닌 군함을 보내 무력 시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도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 거리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외교안보 사안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우리 외교가 진퇴양난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도 아닌 우리로서 제3국의 분쟁, 그것도 강대국의 첨예한 패권 다툼에 개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더욱이 어느 한 편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한·미 동맹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쪽이 국익을 위한 길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남중국해는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해상 통로인 만큼 이 해역에서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백서에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고 일본 역시 중국을 주적 개념으로 격상시킨 지 오래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와 군사동맹의 관계인 미국이나 중국과 대적하는 일본의 국익이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고 북핵 등 북한 문제에 협조해야 할 사안도 많다. 경제적으로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인 중국의 입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극적이고 수동적 외교를 펼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우리가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기보다는 국제 규범과 순리에 따라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능동외교의 본질일 것이다.
  • [현장 블로그] ‘보육료 예산 전쟁’ 조희연 교육감, 학부모 설득한다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학부모들 앞에 섭니다. ‘2016 주요 교육정책 및 교육재정 설명회’입니다. 그가 할 이야기의 주제는 ‘서울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보육료 예산을 왜 편성하지 못하게 됐는지’입니다. 조 교육감 외에 서울교육청 예산담당관 등도 교육재정 관련 강연을 합니다. 서울교육청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예산에 대한 설명회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다툼에 따른 예산 미편성 이유를 중점적으로 알리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현재 교육계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다급하고 중요한 교육 문제들이 교과서 논쟁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그중 하나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논란입니다.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에 주는 돈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어린이집 원아가 급격히 늘면서 관련 예산이 급격히 부족해졌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고 나섰습니다. 현행 법령체계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육기관’으로 돼 있고,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관할입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육부는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교육감의 책임으로 못박았습니다. 전국의 교육감들은 지난달 21일 임시총회에서 “누리과정 중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습니다. 현재 대부분 교육청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에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육청이 중앙정부와의 ‘예산 전쟁’에 대해 설명을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교육당국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부모를 상대로 ‘홍보전’이나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됩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이러겠느냐”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안 하면 내년에 그만큼을 제외하고 교부금을 주게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양쪽 어디에서도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금을 낸 학부모들은 안중에 없는 모양입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국사 교과서 신뢰성, 집필 독립 보장이 관건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면서 온 나라가 역사전쟁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린다. 국정 교과서 문제 말고는 모든 사안이 무화(無化)되는 블랙홀에서 도무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확정 고시를 앞당긴 정부는 교과서 집필 작업에 작정하고 ‘나홀로’ 가속을 붙이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여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들을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야당은 야당대로 강경 일변도의 반대 투쟁에 나섰다. 국정 교과서의 부당함을 알리는 투쟁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국정화 불복종 운동을 하자며 대국민 홍보에 들어갔다. 해결의 기미는커녕 산 넘어 산에, 어제보다 오늘 더 암담해지는 상황이다. 교과서보다 중요한 나랏일은 없는 것인지 참담하다.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어제 새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을 공개하고 집필 방향을 설명했다. 확정 고시 하루 만의 속전속결 행보다. 국편은 대표 집필자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빙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초까지 집필자를 공모하는 동시에 학계 중진과 현장 교사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20~40명의 집필진을 투입해 내년 11월까지 진행될 집필 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한다.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외통수만 남은 현실이라면 최대 관건은 양질의 집필진 구성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춘 유능한 학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교육부와 국편이 장담하는 ‘올바른’ 교과서는 나올 방법이 없다. 걱정되는 것은 벌써 그 장담이 빈말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제 국편이 집필진을 공개한 자리에 최몽룡 교수는 나오지도 못했다. 여론을 의식한 제자들이 만류해서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이런 지경인데 무슨 수로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탄탄한 집필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그나마 공개된 대표 집필진도 논란의 핵심인 근현대사가 아니라 상고사와 고대사 전공자들이다. 주요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와 학회들이 교과서 제작 불참을 선언한 마당이다. 이달 중순까지로 예정된 집필진 구성 일정을 늦춰서라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걱정이 없도록 균형 있는 필진을 짜야 한다. 좌든 우든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집필진에 포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밀실 집필의 우려를 걷어 내려면 집필진 명단도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것이 국론 분열을 감수하고서 국정화를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자 최소한의 도리다. 집필 과정의 투명한 공개는 말할 것도 없다. 고시 강행까지 교육부가 제대로 여론 수렴을 했다고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속전속결 일방통행으로는 온전한 교과서가 나올 수도 없을뿐더러 교과서 배포 이후에도 논란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의 신뢰는 집필 독립권에 달렸다. 집필 기준이 정해진 다음에는 외부 입김이 닿지 않는 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바뀔 교과서에 국력이 허비되지 않는지, 이념의 덫에 걸리지 않는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국회도 벼랑 끝 논쟁보다는 집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 개와 고양이 싸움 된 ‘중국판 블프’

    개와 고양이 싸움 된 ‘중국판 블프’

    10조원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 할인 행사를 앞두고 ‘개’와 ‘고양이’가 ‘갑질’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는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京東)닷컴의 마스코트, 고양이는 1위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스코트다. 양 사의 판촉전이 가열돼 급기야 징둥이 4일 “알리바바가 시장을 교란한다”며 국가공상총국에 고발했다. 징둥은 “알리바바가 협력업체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 이익도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알리바바가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톈마오(天猫·T몰)의 광군제 할인 행사에 참여하려는 업체는 징둥 등 다른 쇼핑몰에 참여해선 안 되며 이미 다른 쇼핑몰 참여를 결정했다면 톈마오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는 “티몰에서 팔리는 제품이 더욱 우수하고 가격은 더욱 저렴하며 배달은 더욱 빠르다”면서 “시장의 선택을 불공정 행위라고 고발하는 것은 ‘닭이 오리에게 헤엄치지 못한다’고 고발한 격”이라고 주장했다. 개와 고양이의 싸움이 격해지면서 중소 업체들만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올해 유독 광군제 판촉전이 치열해진 것은 만년 2위인 징둥의 강력한 드라이브 때문이다. 징둥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텅쉰(騰訊·텐센트)과 손잡고 38개 브랜드에서 25억 위안(4400억원)에 달하는 할인 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며 텅쉰은 웨이신(微信·위챗)과 QQ메신저를 통해 징둥을 지원할 예정이다. 텅쉰은 징둥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은 월간 사용자 수가 6억명, QQ는 8억 4300만명에 달한다. 부동의 1위 알리바바도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蘇寧)과 투자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과 배송 시스템을 통합하는 등 11일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 축구클럽 레알마드리드, 미국 최대 농업기업 오션스프레이 등 글로벌 브랜드 5000여개를 유치해 올해 광군제를 ‘글로벌 온라인 쇼핑의 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광군제 하루 동안 올린 매출액은 571억 위안(약 10조 1600억원)이다. 이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첫 월요일) 이틀간 올린 매출액 29억 달러(약 3조 2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은 800억 위안(14조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용어 클릭] ■광군제 1990년대 난징 지역 대학생들이 11월 11일의 ‘1’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신자의 날로 부르면서 점차 퍼졌다.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이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 한·중 FTA 비준동의안 5개월째 국회 계류… ‘골든타임’ 논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일로 꼭 5개월이 됐다. 국회 비준 처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여야 정쟁 속에 기약 없이 미뤄지는 형국이다. 양국의 법적 처리 절차 등을 감안했을 때 연내 발효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준 처리 시한은 이달 30일이다. 이 ‘골든타임’을 넘기면 내년 1월 발효에 따른 2년차 관세 철폐 효과 등 1조 5000억원의 경제적 혜택이 그대로 날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가 당초 한·중 FTA 비준 처리를 위해 지난달 30일 열기로 한 여야정협의체는 야당이 중국의 불법 조업, 미세먼지 등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보이콧해 무산됐다. 이날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야당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무허가 어선 몰수 조치 등 불법 조업 대책을 담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했고 대기질·황사 측정자료 공유합의서도 체결했다. 야당은 중국의 무역기술장벽(TBT) 등 비관세장벽 완화가 중국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유망 서비스 분야에 대한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도 낮은 개방률과 중국에 유리한 양허조건 등으로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기술장벽은 원칙적 철폐를 기준으로 매년 협의하는 이행체제 속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일부 양보도 했지만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은 대거 반영했다”고 말했다. 비준 효과 논란 속에 산업계는 조기 발효 시 수출 증대 등 가시적인 경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중 FTA는 발효일에 1년차 관세를 인하하고 이듬해 1월 1일에 곧바로 2년차 관세를 인하한다. 산업연구원은 1년 비준 지연에 따른 무역손실액을 연간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로 추산했다. 하루에 40억원꼴이다.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해 기업들은 발효 즉시 700달러 이하 원산지증명서 제출 의무 면제, 48시간 내 통관 등 비관세장벽 완화로 교역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중 FTA는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라면서 “다른 나라보다 1년이라도 먼저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게 중요하다”며 신속한 연내 비준 처리를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생각나눔] 노인들 “갈 곳 잃었다” vs 구청 “세계유산 보호”

    [생각나눔] 노인들 “갈 곳 잃었다” vs 구청 “세계유산 보호”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종묘나 탑골공원에 오는 건데 ‘재정비한다’, ‘단속한다’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달 30일 오후 2~3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2가의 탑골공원. 노인들로 발 디딜 틈 없다던 공원은 전과 달리 눈에 띄게 한산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던 공원 내 팔각정조차 더는 노인들의 차지가 아니다. 단체로 온 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노인들은 화장실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학생들이 돌아간 뒤에야 슬그머니 제자리인 양 찾아갔다. 곳곳에는 ‘주폭, 노()폭 등 질서를 해치는 자를 집중단속해 처벌하겠다’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꼈다. 같은 날 종묘는 재정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빙 둘러쳐진 철제 담장 주변을 맥없이 서성이는 노인들이 보였다. 담장 샛길의 빈 공간에서 한 연합회가 ‘애국 연설’을 시작하며 플라스틱 의자를 놓았다. 노인들은 그제야 의자 주변으로 모여 앉았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최근 본격적인 재정비에 들어갔다. 노인들이 음주와 고성, 내기 바둑, 정치적 이념논쟁으로 나이를 잊고 서로 주먹질을 하는 일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탑골공원 역시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상시 단속반이 운영되면서 왁자지껄한 풍경은 사라졌다. 치마정장을 입고 서성이던 일명 ‘박카스 아줌마’도 이날 오후 내내 볼 수 없었다. 탑골공원 단속 담당자는 “사적 제354호로 지정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상시적인 계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종묘는 이달 말 정비사업을 일부 마치고 광장을 재개방할 계획이지만 이곳도 3인 1조의 단속반이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아내와 사별하고서 3년째 이 일대를 찾고 있다는 김정한(75)씨는 “아내가 죽은 뒤 자식들 발길도 끊기고 외로워서 동질감을 느끼려고 이곳에 오게 됐다”면서 “최근에는 앉을 곳도 줄어들고 오가는 사람 쳐다보는 것 외에는 눈치가 보여 거리만 헤맬 때가 많다”고 한탄했다. 노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청은 문화재도 보호해야 하고 또 탑골공원과 종묘에 모인 수도권의 노인들을 외면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문화유산 보호와 노인 복지 모두 중요한데 상충해 고심이 크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종로구 어르신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어르신들까지 모두 모이는 ‘특별한’ 장소인데 구청 재정으로는 무료급식 배식 등도 부족한 만큼 서울시의 재정 투입 등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탑골공원과 종묘에 이동도서관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고 시가 운영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있는데 공간이 부족하다”고 털어놨지만, 추가적인 센터나 노인 쉼터 등 상시적인 노인 공간 마련에 대해서는 “예산이나 입지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현재 종로2가와 3가 쪽에 실버극장이나 카페가 있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매일 이용하기 쉽지 않고 노인복지관은 서울시민이나 종로구민만 이용할 수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윤용로 시민의 단상] 또 다른 양극화

    [윤용로 시민의 단상] 또 다른 양극화

    # 우리나라처럼 음식 배달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전화만 걸면 몇 분 안에 따뜻한 음식이 현관문 앞까지 배달된다. 직접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여름에 젊은이들이 해변에서 짜장면을 배달받아 먹는 광경을 본 적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발달에 따라 배달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이 출현해서 전화보다 모바일에 의한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루어진 조사를 보니 야식 배달관련 앱에 가입되어 있는 업체의 거의 4곳 중 한 곳이 위생상태 불량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리 배달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어도 배달상품이라는 콘텐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혁신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와 같이 실물경제와 융합된 경우에는 그 바탕인 실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수백 년에 걸쳐 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에 비해 빠른 기간에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룬 우리나라는 외적인 성장에 걸맞은 내적인 정비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이런 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기본이 충실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ICT라는 외형만 발전하게 되면 그 결과는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예로 든 배달시스템의 경우도 위생적이지 못한 음식을 선진적인 ICT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얼마 전 차를 몰고 가다가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을 바꾸는데 실수로 옆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옆 차에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 차는 경적음을 울리면서 따라오다가 내 차 앞으로 들어오면서 창문을 열고 무어라 소리쳤다. 차는 외제 고급차였지만 운전 예절이나 방식은 그에 맞는 것 같지 않았다. 얌체 운전자들을 많이 경험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의 실수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섭섭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고가의 외제차를 비롯해 아주 좋은 자동차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차를 운전하는 우리의 의식은 아직은 외형적인 자동차의 수준 향상에 비해 미흡하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그간 우리의 삶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마음가짐이나 행동양식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즉 우리의 생활수준을 하드웨어라 하고 의식수준을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간극이 아직도 크다는 느낌이다. 근년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양극화 지적에 대해 학문적 논쟁이 많았다. 적절한 빈부의 격차는 잘살려는 의지를 자극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양극화가 지나치면 경제발전에도 해가 되고 사회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커다란 부작용이 있게 된다. 특히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의 급진전에 따라 국내와 국가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양극화와 함께 생활수준과 의식 간의 양극화(간극)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두 가지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수준과 의식 간의 양극화가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질 만능 풍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공동체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세는 우리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가 보내준 ‘중산층’에 대한 영국사람들의 정의(정확한 것인지 모르지만)는 마음에 새길수록 따뜻하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와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 “아시아 공동체 결성 위한 실질적 대안 찾을 것”

    “아시아 공동체 결성 위한 실질적 대안 찾을 것”

    한국을 미래 아시아공동체 결성의 허브 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사무총장 박제훈)이 1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에서 개막, 3일까지 이어진다. 2009년 출범해 7회째인 올해 포럼은 ‘아시아 공동체-통합, 융합, 그리고 통일’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의 학자와 정·관·재계 인사가 참여하는 포럼에선 경제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을 통섭하는 방식으로 다뤄졌다. 박 사무총장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학술적 논의를 통해 아시아공동체 결성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찾다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논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깊어지고 있다”면서 “아시아공동체 결성이란 과제의 복잡성과 공동체 결성으로 인한 부대 효과가 크다는 점을 동시에 방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회식 기조연설은 일본 히토츠바시대 경제연구소장인 중국 경제전문가 헤리 우 교수가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카이신 인사이트 그룹의 허판 소장이 ‘중국 정책결정의 정치경제학’을 주제로 각각 맡았다. 이 밖에 21세기 아시아 자본주의 대논쟁, 북·중 관계와 북한 경제 전망, 아시아 가족과 유교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씨줄날줄] 천경자 문화훈장 논란/서동철 수석논설위원

    프랑스의 국가훈장 레지옹 도뇌르는 훌륭하게 자기 인생을 경영한 사람의 증표쯤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 훈장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준다. 외국인이라면 프랑스 사람보다 훈장을 받은 것을 훨씬 더 큰 영예로 여길 수도 있다. 이 훈장을 받은 한국인은 생각보다 많다. 가야금병창의 인간문화재인 안숙선 명창이 1998년, 영화 ‘초록 물고기’와 ‘오아시스’, ‘밀양’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2004년 4등급에 해당하는 ‘오피시에’를 각각 받았다. 이 감독이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것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직후이니 문화 부처 수장 경력도 수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가장 낮은 5등급 ‘슈발리에’ 수훈자는 낯익은 사람들이 많다. 파리 바스티유오페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 정명훈과 동양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 단색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화가 이우환, 영화감독 임권택의 이름이 보인다. 두 번째 등급인 ‘그랑도피시’는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받았을 뿐이다. 세 번째 등급인 코망되르의 수훈자도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 모두 기업인이다. 훈격(勳格)을 정하는 데 문화보다 정치·경제 논리를 우위에 놓은 꼴이지만,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문화훈장은 영역을 국한하지 않는 레지옹 도뇌르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그럴수록 문화훈장의 격을 놓고 종종 벌어지는 논쟁은 더욱 문화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천경자 화백의 경우가 그렇다. 정부는 엊그제 천 화백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줄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추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미술계는 물론 평소 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도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룬 천 화백의 개성 있는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1998년에는 90점 남짓한 자신의 작품을 서울시에 기증하고 저작권을 위탁하는 모범을 보인 그다. 천 화백이 1983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이후 예술적 성취나 업적에 논란이 있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논리도 억지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예술가의 업적은 한 시기가 아니라 평생을 뭉뚱그려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문체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의 결정이 세상의 일반적인 판단과 다르다면 설득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술적이지 않은 이유로 예술가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남아날 예술가는 많지 않다. 정부는 금관문화훈장 서훈 여부를 천 화백이 벌였던 세상과의 말싸움이 아니라 그의 예술적 성취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천 화백 자녀들도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천 화백이라면 금관문화훈장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세상이 인정한 천 화백이 아닌가.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유명한 역사학자 한 분이 어느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대뜸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반반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북침은 남한이 북한을 쳐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쳐들어온 걸 남침이라고 표현했고, 북쪽이 남쪽을 침략한 것을 북침이라고 했을 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다.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 역사학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 학교 현장의 주입식 교육의 문제 등이 얽힌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이렇게 복잡하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가 편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보지도 않지만 국정화가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데 상당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편이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대안이 국정화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국정화를 액면 그대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역사를 왜곡되지 않고 알차고 바르게 기술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국정화만 한 수단도 없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훌륭한 집필진을 확보하는 일은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교과서와 출판사 중심의 검인정 교과서가 경쟁하면 결과는 뻔하다. 문제는 국정화 추진 의도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정부는 다음달 5일 고시를 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할 태세다. 지금으로선 신뢰와 리더십이 생명인 정부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방향을 정한 뒤 추진하겠다고 하면 하는 게 정부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더 불신을 초래한다는 걸 정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정화 추진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정화는 곳곳에서 걸림돌을 만날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적어도 두어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근현대사 부분을 빼는 것이다. 정말 불가피하다면 극히 일부분에 한해 넣어야 한다. 역사와 과거사는 분명히 구분돼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평가와 판단이 정리된 부분이다. 과거사는 평가와 판단의 대상이다. 그 대상이 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 한 하지 않는 게 순리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군가가 또 고치려 들 게 뻔하다. 근현대사는 아직 역사로서 영글지 않은 과거사이기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에 포함하지 말고 사회과목 등에 넣어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토론하고 배우도록 하면 된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수능시험에 내지 않으면 될 일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에는 역대 왕조의 정사(正史·정통 사서)로 인정되는 24사서(史書)가 있다. 청(淸)의 건륭제(1735~1795) 때 만든 것으로 명나라가 멸망한 1644년까지 기록하고 있다. 청나라가 망하고 새로 수립된 중화민국 정부 역시 원사(元史)와 청사고(淸史稿)를 갖고 있지만 정통 사서로 넣지는 않고 있다. 적어도 왕조가 끝나고 200년 가까이 지나지 않으면 정사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까지가 진짜 역사인 셈이다. 두 번째는 새 교과서 제작 기간이다. 정부는 2017년 3월 새 학기 시작 전까지 새 교과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나라 중 하나인 터키만 보더라도 방대한 자료 등을 촘촘히 수집·연구·정리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오롯이 담은 국정 교과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정부 임기 내에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내놓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역사는 좌우가 없다. 이를 둘러싸고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달려드는 건 우리밖에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잘 만들겠다고 약속해도 역사와 과거사를 구분 짓지 않는 한 국정화는 또 다른 편향성을 놓고 의심과 불신만 증폭시키게 될 거다. 정부가 국정화 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때 국정화는 추동력을 얻고 역사에 남을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역사를 모독한다는 소릴 들어서는 곤란하다. bcjoo@seoul.co.kr
  • [사설] 공개는 않고 도리어 증액한 특수활동비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그 말 많은 특수활동비가 또 늘었다고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특수활동비 예산은 8891억원으로 올해보다 80억원 넘게 불어났다.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2001년 이후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활동이나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쓰이는 경비다. 사용 내역이 공개되는 업무추진비와 달리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마당에 80억원이나 늘렸다니 국민으로서는 또 속았다는 배신감이 든다. 증빙서류나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성 때문에 특수활동비의 쓰임새는 며느리도 모른다. 정부 기관들이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합법적인 ‘묻지마 예산’이다. 쌈짓돈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오던 터에 일부 공직자들이 엉뚱하게 활동비를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 주요 보직에 있을 때 이 돈을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로 썼다. 비판 여론에 못 이겨 여야가 관련 제도를 손보겠다고 입을 모은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래 놓고 제도 개선은커녕 어물쩍 또 뭉칫돈 예산을 늘린 것이다. 공개된 예산안을 보면 국정원, 경찰청, 법무부 등 힘 있는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특수활동비를 늘려 잡았다. 국민 시선을 의식했는지 국회는 올해와 같은 83억 9800만원을 신청했다. 지난 8월 여야의 특수활동비 논쟁으로 본회의 무산 사태까지 빚어 놓고도 십원 한 장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실망스럽다. 지탄이 쏟아질 때는 당장에라도 활동비 공개를 추진할 듯하더니 여론의 관심이 뜸해지자 안면을 바꿨다면 이런 몰염치가 없다.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특수활동비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세금 낭비와 유용을 막을 수 있다. 최소한의 감독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올 들어 몇 차례 논란을 거치면서 이미 사회적 합의를 봤다. 한때 여야는 신용카드 결제나 예결위 내 특수활동비개선소위 구성 같은 대안도 내놓지 않았는가. 안보와 보안 문제가 직결된 국정원 등 특수 기관이라면 합당한 공개 범위를 더 고민하면 될 일이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에서 특수활동비의 거품을 걷어 내는 데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무엇보다 국회 스스로 비용을 줄이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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