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논쟁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신도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사단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탄도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참모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001
  • [사설] 수사권 조정 논란, 檢 자업자득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끄저께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분리 논의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의 기념사에서 김 총장은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 옹호 기관으로 탄생했다”고 작심 발언했다. 경찰도 이때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기소 분리 등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 검찰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찰의 반격에 대검은 검찰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했다. 이런 기싸움은 사실상 진작부터 예견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그렇지만 “올 것이 왔다”고만 치부하기에는 이번 논란은 가볍지 않다.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추락한 위상과 커지는 개혁 요구에 검찰 스스로 어느 때보다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실제로 검찰을 개혁하자는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거의 전부 검찰권 제한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검찰 개혁 논의는 따지고 보면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의혹이 터졌을 때 제 역할을 했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 지경으로까지 곪아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력 눈치나 살피던 행태는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고서도 계속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국민의 분통을 터뜨리게 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검찰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과 이런저런 교감으로 불신을 키운 것도 검찰 자신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거머쥔 검찰 권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논쟁이 반복되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 조직 쇄신으로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번번이 스스로 팽개쳤다. 김 총장의 조직 방어론이 이기적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검찰의 역할과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고될 필요가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국민 상투를 흔든 오만한 권력이 아니었는지 검찰은 그것부터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
  • [새 영화] ‘지니어스’

    [새 영화] ‘지니어스’

    토머스 울프(1900~1938)는 20세기 초 미국 뉴욕의 문학 르네상스를 빛낸 작가 중 한 명이다. 스물아홉 살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첫 책을 낸 지 10년도 안 돼 요절하며 천재로 박제됐다. ‘천사여, 고향을 보라’, ‘때와 흐름에 관하여’, 그리고 사후 출판된 ‘거미줄과 바위’, ‘그대 다시 고향에 가지 못하리’가 그의 4대 걸작이다.처음부터 각광을 받은 것은 아니다. 문체는 유려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과 방대한 원고량이 문제였다. 뉴욕의 모든 출판사에서 그의 원고에 퇴짜를 놨다. 맥스웰 퍼킨스(1884~1947)를 제외하고. 울프의 문재(文才)를 알아본 퍼킨스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의 출판 과정을 함께한 유명 편집자다. 13일 개봉하는 ‘지니어스’는 이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퍼킨스(콜린 퍼스)가 ‘오, 잊혀진 날들’이라는 무명 작가 울프(주드 로)의 원고를 받아들면서 시작한다. 울프의 문장에 빠져든 퍼킨스는 1100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300쪽을 줄여 출판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나오게 된 게 ‘천사여, 고향을 보라’다. 울프는 숨 돌릴 새도 없이 무려 5000쪽 분량의 신작 원고를 투척하고, 둘은 2년간 씨름하며 ‘때와 흐름에 관하여’를 탄생시킨다. 시적 표현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작가와 독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서사를 유지하는 핵심만 남기려는 편집자의 논쟁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 그 강박을 오만방자함으로 가리는 울프에게서 작가의 고뇌를, “편집자 이름이 공개돼서는 안 돼. 모든 독자들은 책을 읽을 때 오롯이 당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야만 해. 우리 편집자들은 밤잠을 못 이뤄. 우리가 정말 글을 좋게 바꾸고 있는 건지, 그저 변형시키고 있는 건지”라고 말하는 퍼킨스에게서 편집자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딸만 다섯을 둔 퍼킨스는 울프에게서 부성애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묘사된다. 울프 또한 퍼킨스를 통해 세상에 작가로 태어나지만 곧 자립에 대한 갈망에 휩싸인다. 퍼킨스는 영화의 처음부터 중절모를 쓰고 나오는데 집에 가서 쉴 때나 식사를 할 때도 벗는 법이 없다. 중절모를 벗는 장면이 딱 한 번 등장하는데 그 장면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완벽주의자를 연기한 콜린 퍼스, 미국 남부 특유의 억양을 재현한 주드 로, 울프에게 집착하는 연인 엘린을 연기한 니콜 키드먼 모두 돋보인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도 얼굴을 내미는데 각각 도미닉 웨스트, 가이 피어스가 연기했다.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예전에는 어두운 골목이 무서워 밤에 밖에 잘 못 나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폐쇄회로(CC)TV를 달아놓은 전봇대를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바꾸고, 가로등을 달았더군요. ‘여기 CCTV가 있구나, 이렇게 밝은데 누가 마음 놓고 나쁜 짓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불안감이 많이 줄었습니다.”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만난 주민 주모(39·여)씨는 “작은 환경 변화로도 안전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환경 변화를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 CPTED)이라고 부른다. 밝은 분위기의 벽화를 그리고, 외진 골목길에 담을 없애고, 가로등 조도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자의 범죄 의지를 꺾는 기법이다.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이 삼성동에 진행 중인 셉테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동 전통시장은 왕복 1차로의 양편에 늘어서 있었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곳곳에서 취객들을 볼 수 있었다. 취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시장을 지나자 무허가 주택 밀집지역이 있었다. 이곳 골목은 차 한 대가 드나들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 이런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경찰이 2015년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셉테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주민들은 동네가 음침한 것이 가장 불안하다고 설명했고 경찰은 ‘빛’을 주제로 삼성동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골목 입구 벽면에 길이 150㎝, 너비 30㎝, 폭 10㎝의 노란 철제 구조물 ‘빛마루폴’을 만들었다. 개나리색 외형에 좁쌀 만한 구멍이 빼곡하게 뚫려 있는 막대형 구조물이다. 오후 7시가 지나 자동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켜지면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발산돼 골목을 밝힌다.CCTV를 설치한 전신주는 노랗게 칠하고 ‘블랙박스형 CCTV 작동 중’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오후 7시부터 전신주 상단에 달린 빔프로젝터가 ‘CCTV’라는 글자가 적힌 지름 1.5m의 조명을 길바닥에 쏜다. 전신주 몸통에는 비상벨과 송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비상벨을 누르면 150㏈의 경고음이 울린다. 가까이서 들으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소리가 크다. 또 관악구 종합관제센터로 즉시 연결돼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동시에 주변 CCTV가 비상벨이 울린 전신주 주변을 찍어 종합관제센터 모니터로 송출한다. 기존 CCTV 8대를 보수하고 추가로 12대를 설치했다.골목의 한가운데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안심부스도 만들었다.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강화유리가 닫혀 외부의 위협을 차단할 수 있다. 부스 안에는 공중전화기가 있어 112신고를 할 수 있다. 이외 비상벨과 송수신장치 세트 8개를 골목 구석구석에 부착했다. 낡은 잿빛 담장은 연두색, 노란색으로 칠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 전미남(49·여)씨는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만든 다음부터 동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여기저기 조명을 달고 CCTV 주변을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하니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오전 11시 30분, 난곡동으로 이동했다.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난곡동의 셉테드 주제는 ‘안심’이었다. CCTV를 달고, 골목에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등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귀가하는 동선을 파악해 공공시설물을 배치했다. 무엇보다 주택가 주변 400m 구간에 있는 전신주 10개에 크게 번호판을 부착해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의 위치를 경찰에 정확하게 알릴 수 있게 했다. 곳곳에 반사경 2개와 미러시트 7개를 붙여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러시트는 거울 역할을 하는 벽지다. 범죄자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건물 틈새를 막아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가림막, ‘여성안심귀갓길’ 안내 사인 등을 포함해 총 41개의 시설물을 만들었다. 관악서에서 셉테드를 전담하는 범죄예방진담팀의 민성화 경사는 “관악구와 협의해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셉테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경찰과 자치구가 정기적으로 시설물을 점검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악구에서 셉테드 사업이 시행된 지역은 삼성동, 난곡동, 행운동 등이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중구, 용산구, 성북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 21개 자치구에서 52개 동에 셉테드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첫 셉테드 적용 지역은 201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것을 감한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법무부의 ‘외국 셉테드 사업 추진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중앙정부가 직접 셉테드를 관장하는 게 지자체가 관리하는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이 통과되면서 셉테드가 도시계획과 설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 법안은 지역의 범죄 수준과 패턴을 조사해 3년 단위로 종합 전략을 세우게 했다. 영국 내각 부총리실은 2004년 ‘도시계획정책안’에 셉테드 개념을 핵심사항으로 명시하고 세부시행규칙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해 반영하게 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템페에서는 1989년 한 경찰관이 셉테드 입법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후 약 6년간에 시청, 경찰, 건축업자들 사이에 논쟁과 협상이 진행됐다. 1996년 초안이 마련됐고 1997년 시 건축 개발 및 환경관련 법규에 셉테드 관련조항이 신설됐다. 공공예술의 역할이 컸다.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럭비선수 여럿이 벤치에 앉아있는 사진을 크게 인쇄해 정류소에 붙였다. 실제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가 시야를 가리지 않게 개방적으로 조성해 범죄를 저지를 만한 폐쇄적 장소를 없앴고, 화장실 내 범죄가 늘자 벽을 통유리로 바꾸었다. 또 지상 1층 상업시설과 소매점, 업무용 시설은 반드시 보행로를 바라보게 해 보행자가 자연스레 범죄를 감시할 수 있게 했다. 일본 도쿄 아다치에는 유명한 셉테드 타운이 있다. 3만 2300㎡ 면적에 206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모토는 ‘CCTV가 필요 없는 마을’이다. 우리나라가 셉테드의 핵심으로 CCTV를 꼽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실제 마을 입구에 단 한 대의 CCTV만 설치돼 있다. 대신 건물마다 외부에서 복도를 볼 수 있도록 복도 부분의 외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주민들의 자연감시가 가능하게 했다. 또 건물 앞 보행로에는 석조 장애물을 만들어 무단 주차를 막았다. 범죄자가 차를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하고 절도를 한 뒤 바로 도주하는 것을 방지한다. 전문가들은 비록 우리나라의 셉테드가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우리나라 셉테드는 지역적 특성과 거주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화했다”며 “최근 호주에서 우리의 셉테드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 셉테드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없이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적용하고 있어 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檢·警 대선 앞두고 ‘수사권 조정’ 정면충돌

    김수남 총장 “警 수사권 남용 통제해야” 황운하 경무관 “檢, 국정농단 최소한 공범” 수뇌부 작심 발언 쏟아내 첨예한 대립 대선 정국을 맞아 검찰과 경찰이 해묵은 논쟁 대상인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공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7일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서 “검찰은 경찰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명심해 검찰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검찰이 지닌 수사권의 의미와 검찰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근래 들어 처음으로 경찰이 주장하는 ‘경찰 수사권 독립’, ‘영장청구권 부여’ 등을 반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장은 검찰이 수사·기소 권한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모두 보유한 사례가 한국의 일만이 아니고 최근 각국이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국제적 추세’를 강조하는 주장도 폈다. 이에 경찰은 차기 정부에서 헌법을 개정, 검찰은 기소권만 갖고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국정 상황에 검찰은 최소한 공범”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황 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선 경관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특강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 검찰 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숱한 부패와 인권침해로 입증됐다”면서 “잘못된 제도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올바른 형사사법 제도로 갈 것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황 단장은 서울의 일선 경찰관 400여명이 참가한 특강에서 김 총장의 발언을 겨냥, “당시 프랑스의 ‘공소관’은 지금 우리 검찰과 달리 기소만 했다”며 반박했다. 또 최근 검찰이 경찰 간부들을 잇달아 수사하는 것을 두고 “의도는 모르지만 얼마든지 수사해도 된다”며 “경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것을 막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권순범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공식 입장을 내고 “국가공무원인 황 단장의 발언은 기관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검찰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자치광장] 국민 안전, 현장 지휘관 양성이 답이다/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자치광장] 국민 안전, 현장 지휘관 양성이 답이다/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과 관련해 자주 언급된 용어 중 하나는 ‘컨트롤타워’다. 컨트롤타워 기능을 ‘누가’,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대한 긴 논쟁이 이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그 답을 오래전 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찾았다. 귀마개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소음 속에서 단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초 전달자는 중간 전달자에게 큰 소리로 올바른 단어를 외치지만 최종 전달자는 정답과는 전혀 다른 단어를 말한다. 이는 재난 관리가 실패하는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재난 현장 정보가 전달 과정에서 왜곡되고 결국 컨트롤타워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재난 관리에 실패하곤 하기 때문이다.이런 실패를 방지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려면 컨트롤타워 기능이 재난 현장에 있어야 한다. 재난 현장에는 유능한 현장 지휘관이 필요하며 현장 정보를 전달하고 대응을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를 실현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유능한 현장 지휘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재난 현장 지휘 역량 강화센터(ICTC)를 구축했다. 3D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대규모 재난 현장 지휘 훈련을 통해 지휘관의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켰고, 이를 실제 재난 현장에 적용했다. 이러한 임무 중심의 가상 재난 훈련 설계로 상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될 수 있게 됐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배우러 오고 있다. 둘째, 정보 전달 및 대응 체계를 간소화했다. 재난 현장에서는 재난 대응에 필수적인 긴급구조지원기관들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스마트 긴급구조통제단 시스템을 구축, 유관기관별로 산재한 정보를 휴대전화로 불러들여 긴급성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시민들의 초동 조치 역량을 강화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170여만명의 시민이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비슷한 패턴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위기 시 상황 판단력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력을 갖춘 ‘10만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이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 최근 주민 대피를 돕다 숨진 경비원 이야기로 화제가 된 노원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도 스마트 긴급구조통제단 시스템을 통한 한국전력, 구청 등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신속하게 정전을 복구하고 이재민 대책을 수립하는 등 컨트롤타워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또한 그 과정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해 신뢰를 얻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책임자들은 현장에 귀 기울이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 [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드로 갈라진 북경 유학생들의 슬픈 자화상

    베이징대 한국유학생회는 지난 4일 비상 총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북경총한국학생회연합(북총) 탈퇴 찬반 투표였다. 15개 학과 대표자가 참석했다. 찬성 14, 기권 1, 반대 0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같은 날 칭화대 한국유학생회도 과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북총 탈퇴를 결의했다. 북총은 한총련과 같은 학생운동 조직이 아니다. 베이징 지역 22개 대학의 한인학생회가 1992년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회원이 2만명에 이른다. 친목 모임인 북총에서 최근 노선 갈등이 불거졌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로 심각해지고 학생과 교민의 신변 안전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상황이어서 논쟁은 팍팍하게 진행됐다. 북총 지도부는 지난달 25일 정기총회 안건으로 ‘사드 반대 서명운동’을 올렸다. 사드를 둘러싼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학생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베이징대 대표 등은 “중국 대학이 요구하는 학생 조직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나고 신변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결국 표결을 해야 했다. 12개 학교가 찬성했다. 베이징대, 칭화대, 베이징어언대 등 3개 대학이 반대했다. 인민대는 기권했다. 집행부가 가결을 선포하고 북총의 이름으로 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학생회는 대학생 대표 조직인 북총의 이름으로 서명운동을 하면 서명에 반대하는 학생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북총 탈퇴를 결정하고 학과 대표 투표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 베이징대 학생회는 “서명을 그 누구에게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빠지자 서명운동은 풀이 죽었다. 북청 자체의 존립도 위태로워졌다. 반목이 심해져 외부 세력 개입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은 이들이 사드 반대 서명운동을 기획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드가 갈라놓은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의 슬픈 자화상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팩트 체크] 문재인 아들 고용정보원 채용 의혹

    [팩트 체크] 문재인 아들 고용정보원 채용 의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채용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과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과 고용노동부의 감사 결과 등을 통해 주요 논란을 짚어본다.① 내부 채용계획과 다른 외부 공고 →사실 고용정보원은 2006년 11월 내부결재용 하반기 직원 채용계획(왼쪽 사진)에 연구직과 일반직 14명을 뽑는다고 밝혔다. 특히 ‘※PT(프레젠테이션) 및 동영상 제작 관련 전문가 일부를 외부에서 채용’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1월 30일 워크넷에 올라온 ‘연구직 초빙 공고’에는 고용조사분석 등 전문적 채용 분야와 전공을 명기해 전문 연구직을 뽑는 것처럼 공고(오른쪽)했다. 일반직은 ‘5급 약간 명 포함(전문기술분야 경력자 분야)’ 한 줄만 적었고 내부결재용 문건에 있던 PT 및 동영상 관련 내용은 빠졌다. 그런데도 문씨는 응시원서의 자격·경력란에 2005~06년 세 차례 공모전 수상 내역만 적었다. 최종공고에는 없는 동영상 전문가 채용 계획을 미리 알고 동영상 관련 수상 경력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7년 노동부 조사는 “특혜채용 목적으로 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공고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의혹을 갖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② 인사규칙 어긴 채용 절차 →사실 2006년 고용정보원의 다른 채용에서는 워크넷과 일간지 등 2~5개 경로로 공고됐지만 2006년 말 채용은 워크넷에만 공고됐다. 이전 세 차례 채용에서는 16~42일 공고했지만 2006년에는 6일만 공고된 것도 지적됐다. 2007년 환노위 당시 권재철 원장은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절차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원서접수 마감 결과 연구직 12명, 일반직 39명이 응시했고 이 중 외부 응시자는 연구직 6명, 일반직 2명이었다. 면접을 통해 연구직 5명(전원 계약직), 일반직 9명(7명 계약직)이 최종 합격했다. 외부 응시자 2명에 문씨가 포함되는 것이고, 동영상 전공자는 문씨만 지원했다. 권 원장은 “응모자가 적어 추가 공모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부는 “특정인만 홀로 응시케 해 특혜 채용할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인사규정상 시험시행일 15일 전에 공고해야 하는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③ “여러 차례 감사로 끝난 문제” →실제 감사는 한 차례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2007년과 2010년 여러 차례 노동부 감사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문제 없음이 확인됐다고 반박한다. 2007년 노동부는 “특정인(문씨)이 포함된 일반직 외부응시자가 2명에 불과하고 이들 모두 경쟁 없이 채용돼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문씨 한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닌 외부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결론 냈다. 2011년 고용노동부 감사에서는 문씨가 대상이 되지 않았고 대선을 앞둔 2012년 국정감사에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됐지만 노동부는 “동일 사안에 대해 중복감사를 실시할 법령상 요건이 안 되며 당사자도 이미 퇴직했다”며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 권 원장은 2007년 문 후보와 “그런 부탁을 서로 주고받고 할 사이도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리모 합법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리모 합법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중국

     중국에서 대리모 합법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법적으로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자녀를 잃거나 나이가 들어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들을 중심으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까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 정부가 2000년대 들어 고령화 및 생산노동 인구의 가파른 감소세에 위기를 느껴 지난해 ‘한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한데 대한 부작용으로 대리모 출산이 급증하는 바람에 그의 합법화 여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중국 위생부는 2001년 발표한 규정에서 의료기관과 직원들이 ‘어떤 형태든지 대리모 출산’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모호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의 재야 인구학자인 허야푸(何亞福)는 “정부 당국이 대리모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의료기관과 직원들만 규제 대상으로 삼을뿐 그 중개기관이나 의뢰인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아 모호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당국 등 집행기관들이 규정 위반을 알고도 자주 모른체 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회색지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설사 관련 규정을 어건 것이 발각되더라도 의료기관은 최대 3만 위안(약 49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는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몇 대리 출산 중개기관 관계자의 위챗(微信) 등에서 난자 기증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쉽게 발견된다. 인터넷에서도 대리모 출산 중개업체 연락처나 대리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호객 광고 문구는 점점 더 선정적으로 흐른다. “용모 단정,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 등 조건을 구체적으로 내걸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학 재학생을 우대한다는 경우도 있다. 상하이(上海)의 한 대리모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리모의 대부분이 농촌 출신의 여성들이었지만, 지금은 출신이 다양해졌다”며 “아예 ‘대졸 학력’을 대리모 조건으로 제시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대리모 산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를 원하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는 중개업자를 통해 가임 여성의 ‘임신 능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 불임 부부가 대리 출산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거쳐 가는 의료기관과 중개업자 등이 서로 연결돼 이익을 나눠 가지는 덕분에 대리모 산업은 호황을 누리며 거대한 지하경제 산업사슬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중국 최대 대리모 업체 가운데 하나인 AA69는 2004년 대리모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리모를 통해 1만 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대리모 출산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100만 위안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전면적으로 시행된 ‘두 아이 정책’(조건 없이 부부1쌍 당 2명의 아이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함)이 대리모 산업의 성장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법적으로 둘째를 낳을 수 있게 됐으나 이미 나이가 들어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들이 대리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저우의 한 대리임신 중개업체 매니저는 “이 업계에서 8년간 일했는데,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둘째를 원하는 고령 부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둘째 출산 조건에 부합하는 9000만 가구 중 아내의 연령이 35세 이상인 경우가 60%, 40세 이상이 50%를 차지했다. 45세 이상 여성의 90%가 임신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자연 임신이 어려워진 고령 여성들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대리모 중개센터 관계자는 “둘째를 원해 찾아 오는 고령 부부에게는 일단 난자를 기증받는 방식을 권한다”며 “고령 여성의 경우 난자 채취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난자를 사고 파는 암거래 시장도 활개를 치고 있다. 스샤오보(施曉波) 중난(中南)대병원 부속 상야(湘雅)2병원 부주임은 “대리모 임신과 정상적인 시험관 아기 시술의 차이점은 임신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대리모 임신 시 합병증 유발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대리모 여성의 경우 이후 임신이 불가능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보통 개인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접수를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대리모 출산은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지정된 공간에만 머물도록 하며 외부인의 방문도 철저하게 금지한다. 중국 비지니스 뉴스TV는 지난 2월 한 대리모 업체가 임대한 상하이의 5성급 호텔에서 ‘잠재적 손님’인 100명이 대리모 서비스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 업체는 미국의 대리모를 소개하고 한 사람당 140만 위안을 받고 있으며 매달 7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대리모 업체인 ‘zmtdy777’은 중국 손님들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태국에 대리모를 고용하고 있다. 베이징과 광둥성 광저우(廣州)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불임인 40대와 50대가 주요 손님층이다. 이 기관 설립자인 류(劉)모는 “중국 당국이 조장하지도 않지만 방해하지도 않으며 인도주의적 접근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잃은 사람들은 더없이 비참한 상태고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업체는 부부에게 50만 위안을 청구하고 있다며 의료기관과 해외의 대리모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건당 7만∼8만 위안의 수익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2016년 대리모 업체의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 사례가 평균 100건 이상이며, 최대 2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리모의 비용 지급 방식은 체계적이다. 대리모 임신 시 발생할 수 있는 유산과 질병 감염, 출산 중 사망 등 위험비용까지 포함하며 시기별로 나누어 지급된다. 예컨대 대리모는 매달 2000 위안을 ‘월급’으로 수령하면서 3개월에 한번씩 ‘중도금’을 받고 분만 이후 최종 ‘잔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만약 제왕절개 분만을 할 경우에는 4만 위안이 추가로 지급된다. 대리모 중개업체는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등 의료기술의 발전과 대리모에 대한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점차 기업화해 대규모 중개기관으로 변신하는 추세다.  그렇지만 대리모 출산은 법적,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관점의 다양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합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특정 그룹에 대해서만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출산이 어려운 무자녀 부부가 대상이다.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지 않으면 수요층은 지하의 암시장을 이용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015년 12월 ‘난자, 정자 매매 및 대리 임신 전면 금지 조항’을 삭제한 ‘인구 및 계획출산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정안 통과에 이어 두자녀 정책의 전면 시행으로 대리모 산업이 기승을 부리자 대리모의 합법화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는 “대리 임신은 위법 행위이며,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못박았다. 루즈안(陸誌安) 상하이 푸단(復旦)대 로스쿨 교수는 “수정법안은 대리 임신 의료기술 존재 자체를 인정했을뿐 대리모 시술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중국 영토 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대리 임신 관련 시술 시행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기춘측 “이해할 줄 알았는데…” 도발 vs 유진룡 “굉장히 모욕적인 말”

    김기춘측 “이해할 줄 알았는데…” 도발 vs 유진룡 “굉장히 모욕적인 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법정에서 말꼬리를 잡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유 전 장관에게 “마치 모든 방침이나 지시가 비서실장 지시가 없고서는 각 부에 전달될 리 없다는 전제로 말했는데, 추측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 전 장관은 “중요한 사항의 지시를 수석비서관한테 하는 건 누구냐”고 되물으며 “너무 강변하시는 듯 하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유 전 장관이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를 받은 게 김 실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으며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사실을 전해 들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김종덕 장관 진술에 의해도 3명 사표와 관련해 정진철 인사수석의 연락을 받았다고 하지, 김 실장한테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사건이 김 실장 관련이라는 걸 증인이 직접 경험해서 안 게 있느냐”고 속사포로 질문을 던졌다. 유 전 장관은 “질문을 잘라서 해 달라”, 특검팀도 “질문이 길면 증인 대답이 앞 질문에 대한 건지, 뒷 질문에 대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증인이 그런 줄 몰랐는데, 이해할 줄 알았는데…”라며 유 전 장관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취지로 ‘도발’했다. 이 말을 들은 유 전 장관은 볼펜을 쥔 손가락으로 변호인을 가리키며 “아니,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고, 굉장히 모욕적인 말”이라며 “사과하라”고 발끈했다. 특검팀까지 나서 “어떻게 그런 모욕을 줄 수 있느냐”고 변호인에게 항의하자 재판장이 나서 “변호인도 그렇고 증인도 그렇고 서로 좀 감정이 생길 수 있겠지만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재판장은 재판 중간중간 “양측이 논쟁하면 재판이 안 끝난다”, “지나치게 말꼬리 잡는 걸 자제해달라”는 등의 당부 말도 잊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변호사가 장황한 질문을 하고 저한테 답변을 요구하는데 이에 대한 답변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호인은 이에 “앞으로 끊어서 질문하겠다”며 서로 감정을 추슬렀다. 양측의 신경전이 도를 넘자 이를 지켜보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변호인은 “예정된 시간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변호인들의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재판부에 “신문 시간을 주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설… 사람들 가슴속을 파고들기 위해서 사회학자가 썼다

    소설… 사람들 가슴속을 파고들기 위해서 사회학자가 썼다

    “지난해 가을 겪었던 문제들을 논문으로 쓸 순 있겠죠. 하지만 논문은 강약도 없고 인물들의 고민도 잘 보여주지 못하잖아요. 사람들 가슴속을 파고들기는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랫동안 방치했던 문학의 세계로 잠시 이주했습니다.”●그간 읽은 소설 5t 트럭 하나쯤 될 테니 사회학자 송호근(61) 서울대 교수가 소설가로 자리를 바꿨다. 첫 장편 ‘강화도’(나남)를 펴내며 5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학자가 소설을 쓴다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문사(文士)로서 소설은 다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간 읽은 소설책 양이 5t 트럭 하나쯤은 되니 소설 쓰기란 내게 굉장히 오래된 현재”라고 했다. 그에게 소설 쓰기란 40여년간 밀쳐 뒀던 열망이었다.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7~1978년 대학문학상에 평론으로 응모한 적이 있다. 1977년엔 강적(정과리 현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을 만나 떨어지고 1978년엔 당선됐다. 당시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그에게 한마디 물음만 던졌다. “자네, 문학을 하겠는가.” ●김윤식 선생 질문에 지금 ‘응칠’합니다 “당시 김윤식 선생님의 말뜻을 생각하다가 ‘그냥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러니 제 소설은 응팔이 아니라 응칠인 셈이죠. ‘응답하라 1977’이요. 자네 문학을 하겠는가란 김윤식 선생의 질문에 지금 응답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웃음) 송 교수에게 첫 소설 쓰기의 동력은 역설적으로 지난해 국정농단, 탄핵 정국이었다. 답답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는 그는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흘러온 과거가 만들어낸 ‘누추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다. 그때 그는 봉건과 근대 사이에 선 경계인 신헌(1811~1884)을 떠올렸다. 유학자이자 무관, 외교관이었던 신헌은 조선 측 협상 대표로 나서 1876년 조·일 수호조규(강화도 조약)를 맺은 인물이다. “1876년은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여러 국제적 압력과 위치, 내부 논쟁의 출발점이자 기원입니다. 왜 이런 현실이 계속 반복되는가, 이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소설로 물어본 거죠. 신헌은 날아오는 창을 붙잡고 자신이 쓰러지며 창이 조선의 깊은 심장에 박히지 않도록 한 사람이죠. 문무를 겸비한 유장(儒將)이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그 기원을 더듬어 보면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때문에 신헌을 주인공으로 한 그의 역사소설은 19세기 조선과 세계의 격동기, 척사와 개방론 사이에 끼인 인물의 고뇌를 그리지만 오늘날 한반도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특히 사드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갈등에 건네는 메시지도 심겨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일본과 미국, 한국은 군사동맹이었어요. 사드에 반대할 순 있지만 충분한 이유를 설명해야죠. 문제는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겁니다. 중국과 우리는 역사동맹이에요. 때문에 중국이란 역사동맹에 사드에 해당하는 선물을 무언가 줘야 합니다. 21세기의 신헌이라면 ‘중국과 역사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역사적 사드는 무엇인가’ 답을 찾아내려 했겠죠. 그러면 역사동맹과 군사동맹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정권에서 이를 정밀하게 논의해야겠죠.” ●김훈 작가가 의식됐고, 또 고마웠어요 송 교수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김훈 작가가 의식됐다고도 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 등 김훈의 세 작품이 합쳐진 근대의 모습이 신헌의 ‘심행일기’에 압축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척사와 개방론 사이에 끼어 있는 무장, 천주교 박해 등이 합쳐진 스토리인데 이걸 왜 김훈 작가가 이걸 놔뒀을까 싶었죠. 나보고 쓰라고 놔뒀구나 싶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홍준표, 손석희와 신경전…“손 박사를 생방송서 재밌게 해주려고”

    홍준표, 손석희와 신경전…“손 박사를 생방송서 재밌게 해주려고”

    한국당 “좌파언론에 당당히 맞서…보수 우파 열광할 것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손석희 JTBC 사장이 펼친 신경전으로 5일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당에서는 ‘좌파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당당하게 받아넘겼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전날 저녁 JTBC ‘뉴스룸’ 인터뷰에 출연해 앵커인 손 사장에게 “작가가 써준 것 읽지 말라”며 거듭 견제구를 날렸고, ‘무자격 후보’라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적에 대한 반론 요청에는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럼에도 손 사장이 같은 질문을 계속하자 “손 박사도 재판 중인데 거꾸로 방송하면 되나”며 “손 박사도 재판받고 있으면서 질문하면 안 되지”라고 반격했다. 이에 손 사장이 “그 내용은 여기에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선후보와 앵커의 이례적인 신경전에 두 사람의 이름은 5일 한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최상단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홍 후보 캠프와 한국당은 그동안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던 매체를 상대로 ‘한방’을 먹이면서 주목도도 끌어올렸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좌파언론의 상징적 인물이 돼 있는 손 사장을 상대로 우파의 대표로서 당당히 맞섰다”며 “보수끼리 싸움을 붙이는 프레임에 맞서 거부감을 표시한 데 대해 보수 우파들은 열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 본인도 이날 부산 삼광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밤새도록 네티즌들이 검색해봤다는 게 아닌가”라며 인터뷰 파장에 관심을 나타냈다. 홍 후보는 “신경전을 한 게 아니라 손 박사와 오랜 교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재미있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하면서 미리 준비하고 무슨 말을 하겠다는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오늘 손 박사를 생방송에서 한 번 재미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 재미보다는 자격 검증을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치라는 게 결국은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어디 가서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홍 후보는 인터뷰 후 손 사장에게 ‘천하의 손석희 박사가 당황할 때가 있네요. 미안합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선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답장이 왔다고 소개하면서 “화가 많이 났더라”고 전했다. 이어 2014년 지방선거 때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JTBC 관계자들이 기소된 것을 언급하고 “사장은 몰랐다고 해서 빠지고 실무자들이 재판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도 성완종을 모른다”며 “당신도 수사, 재판을 받았는데 왜 (내) 재판에 대해 물어보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당에서는 홍 후보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를 넘은 노이즈 마케팅은 대선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통령 후보에 걸맞은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홍 후보는 JTBC 인터뷰에서 시청자를 무시하는 안하무인, 적반하장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오만한 태도와 비겁한 답변 회피, 궤변을 넘어선 국민모독은 이제 정상 수준이 아니다”며 “국민께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임한솔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만불손, 안하무인 태도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며 “타 후보들과의 방송토론에서 본격적으로 비판이 가해지면 상대 후보들에게 어떤 식으로 나올지 매우 걱정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블로그] ‘박정희 탄생 100돌’ 우표 발행 논란

    [관가 블로그] ‘박정희 탄생 100돌’ 우표 발행 논란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9월 15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우표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우본은 한 해 전, 다음해 발행될 기념우표 소재를 법인이나 공공단체에서 신청을 받은 뒤 우표발행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합니다. 박 전 대통령 우표의 경우 구미시가 지난해 4월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본 측은 지난해 5월 23일 심의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하지만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세칙’에 따르면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으면 우표 소재로 삼을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의 친일 행적을 밝혔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우본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과 관련된 우표는 취임 기념밖에 없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기념우표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이미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우표는 대통령 취임 기념 5회, 해외순방 기념 1회, 해외 대통령의 국내 방한 기념 11회, 새마을운동 특별 1회, 추모 특별 1회 등 19차례나 발행됐습니다. 지난해 우표발행 심의위원회 회의록에서 발견된 의문점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의록 어디에도 박 전 대통령 우표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심의위원의 자질을 의심할 만한 발언도 등장합니다. 한 위원은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에 대해 “좌익과 무정부주의자 논란이 있으며 정치적·종교적 문제가 있는 경우 우표를 발행하지 않는 불문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나라에서 독립운동가로 인정한 이회영 선생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정작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130여년 전 우리나라에 최초 우표가 등장했을 때부터 우표는 시대의 기록을 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본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뒷짐만 질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에 명쾌한 대답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문어처럼 움직이는 로봇

    [고든 정의 TECH+] 문어처럼 움직이는 로봇

    로봇은 이제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실제 산업현장에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인간 대신 하는 든든한 일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로봇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로봇 호텔이나 로봇 요리사가 현실이 되고 있고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일부에서는 로봇에 의한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하고 로봇세 도입 논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로봇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그런데도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로봇의 단점은 동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몇 개의 관절을 이용해서 상당히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긴 하지만, 문어 다리나 코끼리 코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 관절은 당연히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문어 다리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팔이 있다면 좁은 공간에도 쉽게 들어가 작업을 할 수 있고 팔의 범위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로봇 개발자들은 여기에 계속해서 도전해왔고 이제는 상당히 발전된 문어 혹은 촉수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독일의 로봇 제조사인 페스토(Festo)는 문어 다리와 코끼리 코에서 영감을 얻은 옥토퍼스 그리퍼(Octopus Glipper), 바이오닉 모션 로봇(Bionic Motion Robot)을 비롯한 다양한 생체 모방형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촉수처럼 생긴 장치를 이용해서 물건을 잡는 모습은 영락없이 문어 다리 같습니다. 이 로봇팔은 진짜 촉수처럼 꿈틀거리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비결은 하나의 관절이 아니라 공기압으로 움직이는 작은 실리콘 주머니를 여러 개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비록 구조가 복잡해지고 힘도 약하지만, 대신 기존의 관절 로봇에서는 불가능한 유연한 동작이 가능한 것이죠. 이렇게 생체 모방형 로봇은 4차 산업 혁명의 유망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곤충이나 새를 모방한 로봇으로 적을 정찰하거나 해충을 구제하고 박테리아를 닮은 마이크로 로봇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 역시 크게 보면 생체 모방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최첨단 기술로도 생물을 모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처럼 두 발로 걷거나 다른 동물처럼 네 발로 달리는 로봇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 끝에 이제는 제법 비슷하게 흉내 내는 로봇의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항상 양면성이 있습니다. 생체 모방형 로봇은 더 편리한 로봇의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동작을 모방할 수 있게 되면 과거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도 넓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술의 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으므로 더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인류는 오랫동안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등 거시경제 지표를 국부(國富)의 척도로 활용해 왔다. ‘1인당 GDP’나 ‘1인당 GNI’가 높은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여기는 기계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을 우리나라 선진국 진입의 필수 요건처럼 여기는 것도 이런 경제규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GDP 등이 말해주는 경제 수준과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거시 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이를테면 1인당 GNI가 3000달러도 안 되는 부탄 같은 나라 국민들이 체감 행복지수 세계 1위를 다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웰빙 지표’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지난달 16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다. 교육, 안전 등 일부 지표가 현실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으나 질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해 보려는 첫걸음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측정의 주역인 유경준 통계청장과 한준 한국삶의질학회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만났다. 삶의 질이 주목받게 된 시기는참여정부 때부터 성장·분배에 관심 유 청장 삶의 질 종합지수가 발표된 뒤로 많이 바빠지셨죠? 한 교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면담이나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삶의질학회 창립총회를 열었을 때 회원 수가 30명 정도였는데 종합지수 발표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많이 밝혀주셔서 학회 규모가 꽤 커질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이란 게 건강, 가족, 소득·소비, 문화여가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과학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주축은 사회학자이지만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다양한 학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 청장 맞습니다. 저도 국내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GDP를 대신해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경제지표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참여정부 때부터 삶의 질을 논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해결이 시급해 분배보다는 성장이 더 큰 과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던 시절에는 분배도 개선됐는데, 1990년대 초부터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나라는 부강해지는데 왜 개인은 그에 비례해 부유해지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일정수준 높아져서 먹고살 만큼 되니 노동의 질, 환경 등 다른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왜 자기 행복감이 낮은가타인과 비교 잘해 상대적 박탈감 커 한 교수 그렇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을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접어든 시점이지요. GDP가 늘어도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발전을 계속하는데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는 다양해집니다. 비단 촛불시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등 여러 주제에 걸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총량은 커졌는데 이를 대하는 개인의 가치와 의식이 바뀐 겁니다. 국제적인 환경 변화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연합(UN)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라별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비교해 발표하니까 우리는 왜 삶의 질 순위가 낮은지 궁금해진 겁니다. 한 교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대신 행복감, 즉 주관적인 웰빙(안녕)으로 측정하는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서 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것 등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 청장 경제성장률, 기대수명처럼 객관적 지표는 한국이 높은데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해서 그렇다고 봐야 될 겁니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 중요한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진 내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상대적 행복감이라는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GDP나 월급봉투에 찍히는 숫자는 객관적인 소득 수준만을 나타내는 데 머물고 있습니다. 한 교수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욕구와 관심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정책 마인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압축성장을 한 만큼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기대가 충족되는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불만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유 청장 우리와 정반대 사례가 동남아시아의 부탄입니다. 이 나라는 경제 수준은 180개국 가운데 140~150등으로 하위권이지만 삶의 질 만족도는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툽니다. 종교적 만족도와 명상을 정책목표로 삼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경제 성장과 함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셈입니다. 삶의 질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는GDP 영향 크지만 보완할 부분 많아 유 청장 이번에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GDP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소득수준 아닙니까. 그러한 GDP를 넘어선다는 뜻으로 ‘비욘드(beyond·넘어서) GDP’라는 말이 나왔죠. 그러다가 GDP도 중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GDP 플러스 비욘드’ 등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이나 공유경제처럼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이동성과 같이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 그렇게 되려면 삶의 질 종합지수가 사회현상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하고 나서 외부에서 욕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나는 불행한데 삶의 질이 왜 개선됐다고 하느냐”는 등 불만이 많았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12개 영역 80개 지표로 작성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개 지표 가운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반영한 지표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계층 이동성 지표, 이른바 ‘흙수저’가 ‘금수저’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담고 싶었지만 관련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계 자체는 유용하지만 비교적 최근 자료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지표도 있었고요. 결국 통계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 종합지수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최근엔 미세먼지 같은 환경도 중요 유 청장 맞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통계를 삶의 질 측정에 반영하는 건 꽤나 복잡한 작업입니다. 미세먼지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하고, 이마저도 최근 통계밖에 없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어렵습니다. 개인의 체감과 숫자의 간극은 통계청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실업률이 3.5%라고 해도 내가 실업자이면 자신의 실업률은 100%이니까요. 정책지표로서 삶의 질 지수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삶의 질 종합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지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녀, 연령, 지역, 학력, 소득수준 등 각각의 지표를 집단별로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데이터 분산’이라고 하는데요. 이른바 ‘평균의 함정’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산이 가능하려면 모집단이 커지고 기반 통계가 풍부해야 합니다. 결국 비용의 문제이지요. 한 교수 지표 작성 과정이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톱다운)으로 추진되어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와 닿았는데요.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요. 유 청장 안 그래도 올 하반기에 삶의 질 지표 보완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나 통계청 사이트에서 삶의 질 측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는 무엇인지 국민 의견을 받을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삶의 질과 웰빙 측정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일본, 부탄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서 필요한 지표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표 개선안이 마련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지표검토위원회에 올려서 확정할 예정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다양한 욕구 충족·사회 문제 해결해야 한 교수 많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통계청과 함께 삶의 질 지수를 발표한 이유는 암울해 보이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낮은 배경을 따져 보면 젊은이들의 낮은 삶의 질과 연결돼 있습니다. 결혼은 미래를 기약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인데 불확실성이 크니 자꾸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삶의 질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사회 갈등, 인구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은 신뢰, 자원봉사, 기부행위, 사회적 지지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단지 물질적 삶의 수준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관, 가치관을 아우른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우리처럼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증하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향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부 정책도 그에 맞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구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각자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한다면 사회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에서 만난 경제학자들과 얘기해보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방향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입니다. 유 청장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삶의 질 지수 작성의 계기였습니다. 주관적 행복감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소득이 중요하고, 다른 누구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취합해서 올바른 정책지표로 삼는 데 삶의 질 종합지수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정부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가 절실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유경준 통계청장은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고려대 경제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한준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 한국삶의질학회장
  • [단독] “폭력 성향 조현병 환자 중 28% 청소년 때 반사회적 행동 보여”

    [단독] “폭력 성향 조현병 환자 중 28% 청소년 때 반사회적 행동 보여”

    적극적인 조기 치료 필요해 46%, 투약 안 해 치료율 낮아 폭력행동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 4명 중 1명은 조현병 발병 이전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폭력성향을 주의 깊게 관찰해 어린 나이라도 조기에 개입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3일 안석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조현병 환자에서의 폭력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립대 연구팀 분석결과 폭력행동을 보이는 조현병 입원환자 중 28%가 조현병 발병 이전인 소아기나 초기 청년기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환자는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품행장애’가 두드러진다. 모든 품행장애가 조현병에 동반된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이어지진 않지만, 일반인보다 조현병 환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남녀 성별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A(17)양도 과거 동물 해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증상이 악화해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고 사건 전날까지 병원을 방문했다.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청 등을 겪는 정신분열증으로 매년 10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있다. 안 교수는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A양과 같은 환자도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조현병 환자 대부분이 난폭한 행동을 한다고 믿게 된다”며 “품행장애가 없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폭력성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조기정신질환중재센터 등이 분석한 결과에서는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으면 폭력행동을 할 위험이 4배 높아지기 때문에 증상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을 실제라고 믿어버릴 때가 많지만 증상이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는 ‘전구기’에 치료하면 치료효과가 높아진다. 조현병은 5년 이상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환자의 46%는 약을 먹지 않아 재입원할 정도로 치료율이 낮은 상황이다. 안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전 품행장애가 있었던 환자는 일반 조현병 환자보다 약물치료 효과가 낮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는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하면 70%에서 증상이 사라진다”면서도 “만약 치료를 중단하면 70~80%에서 재발하기 때문에 어느 유형이든 빨리 개입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병 환자의 강제입원 판단을 별도의 준사법기구에 맡기는 등 입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말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강제입원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결정을 내리고 다른 국공립병원 전문의 1명이 2주 이내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학계는 140명에 불과한 국공립병원 전문의들이 연간 23만건이 넘는 강제입원 판단을 내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전문의를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법원이, 호주는 준사법기관인 정신보건심판원이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한다. 안 교수는 “환자 강제입원에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데 오로지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또 입원 규정 강화로 입원환자가 줄어들면 남는 건강보험 재원으로 빈곤층 입원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민주-국민의당, ‘文아들 의혹·安 사면발언’ 놓고 거친 ‘네거티브 공방’

    민주-국민의당, ‘文아들 의혹·安 사면발언’ 놓고 거친 ‘네거티브 공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일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사면 발언’ 논란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도 안 전 대표의 사면 관련 발언과 관련해 공격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인사말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벌써부터 기소조차 안 된 적폐의 본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말하는 세력이 정권교체를 말할 자격이 있냐”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다시 겨울공화국, 독재공화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꼼수연대 세력이 있다”면서 “이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득권 연대, 부패 연대의 발호”라고 주장했다. 김영주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언, 실수를 지적당해 놓고 무엇이 문제냐며 상대를 공격하는 적반하장 식 태도는 박 전 대통령이 4년 동안 보여준 독선과 뭐가 다른가”라며 “(안 전 대표는) 다음부터 실언하거나 국민 오해를 불러일으킬 말을 했을 경우 솔직히 해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전 대표가 어제 아들 취업 의혹과 관련해 ‘마, 고마해’라고 한 발언은 국민과 언론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이는 독재적 발상, 제2의 박근혜식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 후보가 네거티브에 올인하며 분노와 보복의 정치를 이끌고 있다. 그러니 보복의 문화가 번지고 있는 것”이라며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분열과 대결의 정치, ‘도로 친노’의 정치는 결국 보복의 문화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전 대표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두고 “제2의 정유라가 이제 문유라가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이 문제가 됐듯 문준용의 문제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문제로 갈 수 있다”며 “그런데도 ‘마 고마해라’고 말씀하신 것은 부산 대통령다운 말씀”이라고 말했다. 양당의 공방은 대변인 간 설전으로도 이어졌다. 민주당 오영훈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이 문 전 대표를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억지 프레임’”이라면서 “10여년 간 반복되는 아들 의혹 제기에 웃으며 한 이야기를 ‘박근혜 발상’이라고 하는 것 역시 무리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교문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적폐세력의 실체를 밝히려는 야당의원들의 노력에는 일체 동참하지 않았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엔 제 눈에 들보부터 빼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안 전 대표의 사면위원회 공약에 대해 문 후보는 파란색 색깔론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빨간색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또 장 대변인은 “SNS에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한 서울지역 기초의원 23명과 전직 기초의원 4명 명단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문 후보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명단은 안 지사를 다음 공천에서 응징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어 말 그대로 ‘안희정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 前 대통령 사면’ 놓고 文·安 정면충돌… 대선 쟁점화되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진영이 안 전 대표의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이 논쟁에 적극 가담하며 박 전 대통령 사면 논란이 대선 쟁점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관한 기자 질문에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원회를 만들고, (박 전 대통령 사면도) 국민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문 전 대표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2일 “국민의당은 국정농단 세력과 ‘박근혜 사면 연대’를 하려 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국민의당 손금주 최고위원은 “(원론적 이야기인데) 문 전 대표 측이 집단 난독증에 걸린 듯 사실을 날조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대선 주자들도 직접 뛰어들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 용서란 말이 나온다는 게 참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안 전 대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사면권 남용이 안 된다고 (원칙을) 말한 것인데 왜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 발언을 비판했지만 문 전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한 가부를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김병욱 대변인은 “사면을 정쟁 놀이터로 삼으며 국민을 우롱할 것 없이 대선 주자들이 ‘(박 전 대통령) 사면 불가’를 약속하고 실천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전날 “(사면 가능성 언급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법적 심판이 끝나고 난 다음에 국민적인 요구가 있으면 그때 가서 검토할 문제”라면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말하기는 그렇다”고 지적했다. 주자별 성향에 따라 사면 가부 입장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면 논쟁이 1, 2위 간 후보 검증을 본격 촉발시킬 조짐도 감지된다. 실제 국민의당은 공세용으로 문 전 대표 검증 카드를 꺼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문 전 대표가 말을 바꿨고 참여정부 시절 문 전 대표가 대북송금 특검을 강행했던 과거를 감추려 한다는 내용을 폭로한 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이날 “부산 사람들은 이럴 때 ‘마, 고마해’(그만해라)라고 한다”며 일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3無 선거’에서 벗어나야 희망이 있다

    [김형준의 정치비평] ‘3無 선거’에서 벗어나야 희망이 있다

    대통령 선거가 40일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대 승부처인 호남과 충청 경선에서 압승(55.9%)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 펼쳐진 초반 4연전에서 압승(66.3%), 사실상 경선 승리를 굳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3%의 득표로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런 ‘압승 도미노 현상’은 우세를 보이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각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지켜보면서 기대보다는 불안이 앞선다. 이번 대선이 ‘3무(無) 선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학만 있고 미래는 없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부가 그동안 잘했는지를 기준으로 ‘회고적 투표’를 한다. 심판의 기능이 강하다는 뜻이다.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누가 미래를 잘 이끌어 갈지 ‘전망적 투표’를 한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심판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선 판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한 연대’가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간의 ‘반문(反文) 연대’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2년 대선에선 3당 합당을 통해 영남과 충청이 연대했고, 1997년 대선에선 호남과 충청이 결합한 DJP 연대가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문 연대’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대선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정치 실험이 될 수 있다. 영남과 호남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념적으로 배타적이고 가치가 다른 후보들이 오직 대선 승리만을 위해 연대하는 것은 이제 득보다 실이 많다. 결국 권력 나눠 먹기식으로 변질돼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방만 있고 정책은 없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벌어진 ‘보조 타이어’ 대 ‘폐타이어’ 논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의 현실은 이런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현대 자동차가 구글, 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불안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은 저급한 말장난보다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정책을 갖고 피 터지게 경쟁해야 한다. 셋째, 탐욕만 있고 참회는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이 뽑은 6명의 대통령 모두 실패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되고 구속된 대통령마저 등장했다. 왜 그럴까. 자신의 친위 세력을 만들어 권력을 사유화하고, 집권당을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화한 다음 이를 통해 국회를 지배하고, 진영의 논리에 빠져 국민과 야당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다면서 끊임없이 국민을 가르치려고 했고, 말만 무성했지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구태에 익숙한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반대로 능력 있고 겸손하며 공공성이 투철하고 국민을 하늘같이 섬길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국민 통합에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눈물을 흘리며 미래의 씨를 뿌리지 않는 사람은 결코 기쁨을 거두지 못한다. 적폐 청산을 부르짖으면서 패권을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하며, 줄 세우기를 강요한다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친문 세력은 참여정부 실패를 반추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 보수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보수가 보수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범은 호가호위했던 강성 친박들이다. 이제 강성 친박은 뼛속까지 참회하고 폐족 선언을 한 다음 당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분열된 보수가 통합되고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국가주의·개신교가 미국 정체성” 문화·종교적 고찰 시도한 헌팅턴

    “국가주의·개신교가 미국 정체성” 문화·종교적 고찰 시도한 헌팅턴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새뮤얼 헌팅턴 지음/형선호 옮김/김영사/528쪽/1만 8000원반이민 정책, 국경 장벽 설치,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펼치고 있는 정책으로 미국이 급속도로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출간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재조명받고 있는 책. 미국 내에서 정통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저자는 앵글로 대 히스패닉 등 미국 내 문화 갈등을 통해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으며, 전 세계 언론과 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미국의 국가 정체성 요소들을 민족, 인종, 이념, 문화로 나눠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특히 종교의 측면에서 역사적 고찰을 시도한다. 저자는 미국의 정체성 요소들로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신조로 대표되는 정치적 이념과 ‘앵글로-개신교도 문화’로 표현되는 핵심 문화, 기독교로 대변되는 종교성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범세계주의 제국주의, 국가주의 중 미국이 가야 할 길은 국가주의라는 암묵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In&Out] 기술 개발보다 기술 인력 양성해야/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In&Out] 기술 개발보다 기술 인력 양성해야/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알파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벌써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다. 일본이 개발한 딥젠고는 지난 21~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프로기사들과 기력을 겨루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큰 고민은 인공지능과 사람 간의 일자리 싸움이다. 인공지능은 대체로 효율적이고, 가성비도 높다. 그런 만큼 인간은 이 AI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새로운 기계, 자동화 그리고 기술혁신이 나올 때마다 대두되는 가장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기술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이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인류는 언제나 문제에 부닥치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과 공존을 이끌어 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로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시류에 편승하여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를 집중 양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관되는 각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인재가 고루 배출되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분야 간의 연결이고, 연결은 상호 간의 수용성이 전제되어야 그 가치가 발현된다. 이렇듯 사회 각 분야에서는 기술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예컨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마트에너지디자이너’ 같은 직업은 어디서나 각광을 받을 것이다. 청정한 농장과 부엌을 연결하는 ‘요리사농부’, 어렵고 다양한 기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테크니컬라이터’,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용자경험디자이너’ 등 이질적인 직종 또는 지식을 연결하는 융합형 일자리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하고 있는 융합형 직업과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이 유연한 장인(匠人)형 인재, 즉 다양한 혁신의 주체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분야의 장인형 인재들이 모여서 산업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장인형 인재양성을 위한 좋은 본보기 중 하나가 영국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학생맞춤형 박사과정 지원 센터이다. 33개 대학 7000명 이상의 학생이 지원을 받고 있고, 11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기대효과는 큰 다양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명의 교수가 학생을 지도하여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흡수하여 맥락적(脈絡的) 접근 역량이 뛰어난 혁신 주체를 양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하는 장인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관점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를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우수한 과학 인재를 외국에 유학을 보내는 인재육성정책이 우리나라를 경제규모 10위권에 올려놓았다. 제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우리 선택은 우수한 과학 인재를 다양한 분야의 실험실에 불러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후, 생각이 유연한 장인형 인재를 양성하여 혁신 주체를 기업, 대학, 연구소에 진출시켜야 한다. 개인도 조직도 유연성이 경쟁력인 시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