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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20~30대와 밀접한 최저임금과 가상화폐(비트코인) 논란 등 경제 이슈가 6월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 종부세 논란,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논쟁과 같은 복지 확대 논란 등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자영업자 한국당 지지율은 1.3%P↓ 지난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그 논란은 청와대 등 정치권으로 번졌다. 특히 여당은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의 반발을 의식한 듯 별다른 공식 논평조차 내지 못했다. 지지층의 동요는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8~10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3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4.1%로 71.7%였던 1주차(2~3일 조사) 대비 7.6% 포인트 하락했다. 30대는 비트코인 관련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가상화폐 투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연령대이다. 최저임금 논란은 6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동요시키고 있다. 리얼미터 1주차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5.0%였지만, 2주차 때는 40.5%로 14.5%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 지지율 변화는 1.3% 포인트(22.7%→21.4%)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자영업자 가운데 ‘지지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답한 무당층은 1주차 7.9%에서 2주차 13.8%로 급증했다. ●부동산·근로시간 단축도 쟁점 가능성 특히 부동산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슈들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강화하며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렀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논란 속에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5곳에서 패배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정책 이슈 선점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14일 “가상화폐 등 현안별로 태스크포스(TF) 팀을 100여개 만들 것”이라며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회를 하고 정부에 대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낮은 지지율과 인물난을 겪는 야당은 정책 이슈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 심판론과 같은 ‘네거티브 이슈’보다는 ‘포지티브’한 이슈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설] ‘한반도 평화 원년의 해’ 선언한 문 대통령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신년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국민 삶의 질과 남북 관계 개선,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최우선 순위는 ‘사람 중심 경제’, 특히 이번에는 ‘삶의 질’에 있었다. 하지만 그제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물꼬가 트인 남북 대화와 북핵 문제, 한·일 관계 등 외교·안보 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 이어 60여분간 각본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와 개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밝혀 소모적 논쟁을 불식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남북 대화와 함께 국제제재 공조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먼저 남북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올해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복원된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은 맞는 방향이다. 더욱이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재확인한 것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했다. 임기 중 성과에 매달려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서둘러 대화 국면으로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한 것도 긍정적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대북 제재 한시적 유예 가능성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없다”고 못박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예상대로 국가 간 공식적 합의이고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일본에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일 관계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다. 국회가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문제는 야당의 반발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뺀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한 개헌을 먼저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을 예고한 것인데,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히 진행하기 바란다. 미국·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소리가 거의 없었던 것은 다행이나,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선순환을 현실화하려면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컴퓨터 사용 금지 당하자, 자살 선택한 10대 소년

    컴퓨터 사용 금지 당하자, 자살 선택한 10대 소년

    한 남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달아 충격을 주고 있다. 소년의 자살은 컴퓨터 사용을 놓고 부모님과 논쟁을 벌인 후 벌어진 일이었다. 8일자(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메트로에 따르면, 영국 버미엄 캐스 베일에 사는 코너 로버트슨(12)은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길이었다. 멋진 주말을 보냈지만 코너는 휴가 동안 욕설을 해 부모로부터 노트북 사용을 금지 당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엄마에게 컴퓨터를 사용해도 되냐고 다시 물었지만 아들의 버릇을 고쳐주고 싶었던 엄마는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엄마의 완강함을 꺾지 못한 코너는 풀이 죽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10분에서 20분 정도가 지나 짐을 풀러 올라간 코너의 형이 스스로 목을 맨 동생을 발견했다. 엄마는 급히 구급차를 불러 코너의 목숨을 살리려했으나 결국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엄마 재클린은 “아들은 평소 활발하고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랑스런 아이였다. 휴가를 잘 보내고 왔기에 아들의 행동을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며 슬퍼했다. 형 역시 “코너가 자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충동적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지난해 9월 중학교에 입학한 코너가 평소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ADHD)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충동적 자해 행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사진=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미국에 대마초 카페 영업준비 돌입…공공장소 음용 논란 커져

    미국에 대마초 카페 영업준비 돌입…공공장소 음용 논란 커져

    미국에 대마초 카페가 영업 준비에 들어가면서 미국 내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새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기호용 마리화나(대마초) 판매가 합법화됐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다. 그러나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재량권에 제동을 걸면서 마리화나 합법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콜로라도 주 덴버에 미국 내 최초로 마리화나 제품을 먹는 형태로 소비할 수 있는 카페가 등장해 공공장소에서의 마리화나 섭취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LAT)에 따르면 콜로라도 덴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리타 트세일럭은 덴버 대마관리국에 마리화나 제품을 음용할 수 있는 커피 판매점 영업을 신청했다. 트세일럭은 연기를 내뿜지 않는 대신 먹는 형태로 섭취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마리화나 제품을 진열해놓고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마리화나를 카페에서 먹는 형태로 판매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처음이다. 트세일럭은 “이런 형태의 마리화나 카페는 합법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 “지역 주민 위원회의 지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마리화나는 담배처럼 흡연하는 것 말고도 초콜릿, 사탕이나 커피 등 음료에 타서 마시는 형태로 여러 가지 제품이 나와 있다. 그러나 미국 내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곳에서도 식당·공원·공항·터미널 등 공공장소에서의 섭취는 엄격히 제한된다. 차량 안에서도 사고 위험성 때문에 마찬가지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7월부터 판매가 허용되면 허가받은 카페에서 마리화나를 음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 둔 상태다. 그러나 마리화나 카페가 결국 무분별한 마리화나 흡연이나 섭취를 부추기고, 청소년 탈선과 범죄율 증가 등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주 또는 특별구는 콜로라도, 워싱턴, 오리건, 알래스카, 네바다, 캘리포니아, 워싱턴DC 7 곳이다. 매사추세츠에서는 7월부터 소매 판매가 허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가지급 보장돼야 ‘용돈연금’ 꼬리표 뗀다

    국가지급 보장돼야 ‘용돈연금’ 꼬리표 뗀다

    이달로 30살 생일을 맞은 국민연금이 기로에 섰다. 올해는 향후 5년간 국민연금 재정 변화를 예측하는 ‘제4차 재정계산’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이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말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미래 연금 보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용돈연금’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상향이 불가피하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급여액이 생애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인데 매달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면 소득대체율이 50%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높여 연금액을 늘리면 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진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1988년 443만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2184만명으로 5배로 늘었다. 연금 수급자도 제도 시행 1년 뒤인 1989년 1798명에서 올해 9월 말 496만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연금 기금 규모는 612조 4457억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불린다. 그러나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기금 고갈 우려 때문이다.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당시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는 2060년으로 예측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58년,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2051년으로 더 빨리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고령화 속도와 경기 변동에 따라 기금 고갈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국민들의 노후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오로지 ‘기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공급자 중심의 인식만 강조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정부와 국회는 어쩔 수 없이 국민연금법에 소득대체율을 매년 하향하는 고육책을 명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연금 개혁은 국민들이 기금 고갈이라는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더 세게 옭아매는 역할을 했다. 1988년 연금 출범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였지만 법 규정에 따라 매년 0.5% 포인트씩 감소해 올해는 45%로 낮아졌다. 10년 뒤인 2028년이면 40%로 낮아진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소득대체율일 뿐 ‘실질소득대체율’은 지난해 24%에 그친다. 지난 3년간 월평균 소득 218만원에 24%를 적용해 지난해 연금수급자가 받은 평균 연금액을 산출해 보면 월 52만 3200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산출한 지난해 최소 노후생활비 104만원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앞으로는 이 금액이 더 낮아진다. 올해 기초연금액을 올해 25만원,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해 노후소득을 보완하지만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질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은퇴 연령인 66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45.7%(2015년)나 된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대선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반등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실제로 소득대체율 50%를 유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14년 국회의원이었을 당시부터 계속 소득대체율 최저선 45%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도 45%를 유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재정 부담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점이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소득대체율 최저선을 45%로 유지하면 매년 18조원, 50%로 정하면 36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해진다. 2051~2060년에는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1358만명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추가로 필요한 재정은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359조원, 719조원에 이른다. 예산정책처는 “보험료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 정부가 예측한 2060년보다 기금 고갈 시기가 4~7년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나리오를 두고 현 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 국민연금공단의 중기재정분석에 따르면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600조원 규모에서 2021년 789조원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예산정책처 예측으로 2042년, 정부 예측은 2044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기금 규모가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다가 2058~2060년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보험료율 인상은 시간문제일 뿐 영원히 묻어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월 소득의 3%로 시작해 5년마다 3% 포인트씩 높아져 1998년 9%(직장 가입자는 본인부담금 4.5%)가 됐다. 이후 올해까지 변화 없이 9%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한국금융연구원 등 정부기관들은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때부터 줄곧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라도 12.9%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나갈 기관은 없다. 국민들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은 직장 근로자 등 대상이 되면 의무가입해야 한다. 이 의무가입 규정조차 불만인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을 꺼내기 전에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유부터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에게는 신뢰를 높이기 위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될 만한 요구만 계속 내놓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가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은 기금이 고갈돼도 관련 법률로 국가 지급을 보장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 책임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국민에게 보험료 인상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려면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6년 5월 참여정부 당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연금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실현하지 못했고 2012년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제화에 나섰지만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다시 무산됐다. 기재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 잠재부채(충당부채)가 늘어나 국가 채무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경우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고 국제 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을 국가가 지급보증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이에 대해 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느 나라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기금을 잠재부채로 규정해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참고자료로 낼 뿐이지 누구도 국민연금을 부채로 여기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국가가 사용자인 연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부 국가가 회계로 반영해 부채로 반영되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금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재부 논리 자체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령화가 심한 일본은 국가 부채가 240%인데 만약 국민연금을 국가부채로 잡는다고 하면 국가부채가 500~600%로 늘어난다”며 “국민연금을 부채라고 여기는 인식 자체가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도 “이미 법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 신뢰에 도움이 된다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법에 명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남인순·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8월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시한 국민연금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주 이사장도 지난 2일 전북 전주 공단 본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보험료 인상폭이나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 인상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인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3~4% 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여건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을 즉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금 고갈 시점을 연동시켜서 보면 2020년대부터 1년에 0.2%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4% 포인트까지 올리면 50% 수준의 보장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단 12~14% 수준을 목표로 두고 이번 4차 재정계산을 통해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더불어 보험료를 실제 소득에 맞게 더 내되 연금은 더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소득상한액은 449만원으로, 월 449만원을 벌든 1000만원을 벌든 보험료는 40만 4100원(449만원×9%)으로 같다. 공무원연금의 상한액은 월 805만원으로 국민연금의 2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논쟁의 근본적 해법으로 ‘퇴직연금’을 거론했다. 국민연금에 쏠린 부담을 줄이고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면 퇴직연금을 적극 활용해 다층 보장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활용한 3층의 다층 연금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하위 계층은 기초연금을 더 올려 소득을 보장하고 중간 계층은 퇴직연금을 공적 연금형태로 발전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도 “우리는 개인연금 가입자가 많아 공적연금에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통해 다층 보장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5개월 만에 수익률 8%… ‘건강한 돈’ 보여줄게요”

    “5개월 만에 수익률 8%… ‘건강한 돈’ 보여줄게요”

    기자들과 노작가 사이에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논쟁이 오갔다.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허영만(70) 화백의 주식투자 만화인 ‘허영만의 3천만원-주식에 빠지다’(가디언출판사) 출간 언론 간담회에서다.허 화백은 지난해 7월부터 종잣돈 3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실제 매도·매수한 종목에 대한 분석과 수익 결과를 웹툰으로 그려 매주 웹진 채널예스에 연재하고 있다. 신간은 그 연재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은 첫 권이다. 왕초보인 허 화백은 홀로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만화 기획 과정에서 선정한 주식투자대회 수상자 출신의 전업투자자 등 자문단 5인이 600만원씩 계좌를 나눠 각자 스타일에 따라 투자할 주식을 선정하면 허 화백이 집행한다. 투자 밑천은 허 화백 지갑에서 나왔지만 실제 투자 종목 선정부터 매도·매수 대응, 시장 대처 등 주요 소재는 자문단 취재를 통해 습득한다.간담회에서는 ‘왜 이제서야’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 워런 버핏이 직접 쓴 투자철학서부터 추종자들이 쓴 수많은 번역서가 출간돼 있고, 국내에서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정체불명 대박 비법서가 난무하는 출판 시장에 주식투자는 닳고 닳은 소재가 아닐까라는 인식부터 잘못된 투자 정보를 제공하게 될 위험성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허 화백은 담담했다. 그는 “평생 만화를 그리며 여윳돈은 은행 통장에 넣어 뒀다”며 “하지만 내 손주들이나 젊은층은 나처럼 살지 말고 주식 투자를 통해 경제와 돈에 대한 안목이나 역량을 키우는 게 좋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를 만화로 그리겠다는 기획은 두 번이나 엎어졌다. 2015년 8월 직접 주식 투자를 하고 그 수익을 공개하는 주식 웹툰을 기획했지만 자칫 작전 세력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변 만류로 포기했다. 그 후 전문가가 포함된 자문단을 꾸려 재시도했지만 ‘시장질서교란행위방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답보 상태였다. 돌파구는 모 증권사 법률팀에서 나왔다. 매도·매수가 이뤄진 뒤 2주일 후에 그 내용을 연재하는 식의 ‘안전장치’를 두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그의 주식 통장 잔고는 3142만 9963원(자문위원 1명이 최근 추가 합류해 현재 운용금은 3600만원이다)이다. 종잣돈 3000만원을 뺀 수익금은 142만 9963원이다. 허 화백은 “8월부터 5개월 만에 8% 수익을 거둔 건 나쁜 성적이 아니지만 코스닥이 (같은 기간) 너무 올라 돋보이는 수익은 아니다”라면서 “어쨌든 골병이 생긴 대가”라며 웃음을 지었다. 집필 작업에 방해돼 평소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도 잘 확인하지 않던 그는 이 연재를 시작한 후 증시 거래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휴대전화를 거의 놓지 않는다. 자문단의 단체 카톡방에 수시로 뜨는 매도·매수 메시지도 확인해 처리한다. “자문단의 매수 추천 종목을 다 공부하고 분석한다”는 그는 “일흔 살인 나도 이 웹툰 연재를 위해 40여권의 주식투자 책을 공부하고 30여명의 고수를 만났다”며 “몰빵하지 말고, 모르고 덤비면 판판이 깨진다. 반드시 자신의 결정으로 투자하라”는 초보의 기본자세를 제시했다. “주식 웹툰은 사전에 스토리를 짜 놓고 시작했던 ‘타짜’나 ‘식객’과는 완전히 달라요. 콘티가 없는, 정말 그때그때 시장 변동에 따라 만화 내용도 달라지거든요. 제 목표는 주식투자 이야기를 통해 ‘건강한 돈’을 보여 주는 거예요. 모두가 워런 버핏이 될 수 없듯이 각자 지향하는 투자의 정석이 있겠지만 전 독자들이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엄동설악

    엄동설악

    이름을 풀어봅니다. 눈 ‘설’(雪)에 큰 산 ‘악’(岳)입니다. 사계절 가운데 굳이 겨울 풍경을 이름으로 삼은 까닭은 뭘까요. 이맘때의 자태가 가장 빼어나서는 아닐까요. 겨울다운 겨울 나라 설악산으로 산행을 떠납니다. 새해 첫 해맞이 산행입니다. 성찰의 자세로 된비알을 오르고, 해를 품은 가슴 그대로 한 해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새깁니다. 이렇게라도 결기를 다져야 또 한 해를 버틸 힘이 생깁니다. 이 겨울, 엄동 ‘설악’을 찾은 이유입니다. 저물녘에 설악산에 오르면 진기한 장면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설악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넘이 때면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의 그림자가 동해 쪽으로 길게 드리워집니다. 이 장면, 산 아래에선 절대 볼 수 없지요.이번 산행은 1박 2일이다. 산정에서 하루를 묵는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만 꼽자.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의 꼭대기에선 해넘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일몰 이후 야간 산행을 금지하는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돋이도 마찬가지다. 등산로가 개방되는 새벽 4시(설악산)부터 산행을 한다 해도 축지법을 쓰지 않는 한 어느 코스에서도 해돋이에 맞춰 대청봉에 오를 수 없다. 대피소에 머물면 이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대청봉의 경우 중청대피소에서 20분 안팎의 거리다. 한결 여유 있게 해넘이와 해돋이를 볼 수 있다. 밤의 설악도 자태가 곱다. 강풍과 안개에 휩싸이기 전 잠깐 마주한 게 전부였지만 낮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채색의 고요가 묵직한 대청봉 주변에 머물던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발아래 화채봉 너머로 반짝이는 속초와 양양의 불빛도 인상적이다. 그러니 엄동 설악의 진면목과 마주하겠다면 역시 1박 2일 산행이 ‘진리’다.여정은 오색약수 코스(5㎞)로 대청봉까지 오른 뒤 한계령(8.3㎞)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꾸렸다. 오색약수 코스는 설악산의 여러 등산 코스 가운데 대청봉으로 가는 최단거리 코스다. 거리가 짧은 만큼 경사는 급하다. 들머리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계속 오르막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볼거리도 많지 않은 편이다. 오르는 내내 된비알에 코를 박고 걸어야 한다. 등반 시간은 물론 짧다. 노련한 이들은 4시간 정도면 대청봉에 닿는다. 하지만 이는 ‘등산 생활자’의 경우다. 저질 체력에 등반 경험도 적은 도시인들은 최소 한 시간 이상 늘려 잡아야 한다. 그리고 겨울 산행에선 자주 쉬는 게 좋다. 무리해서 오르면 땀이 나게 마련이고,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체력 소모도 많아진다. 무엇보다 즐기며 걷는 게 중요하다. 등산은 경쟁이 아니다. 일찍 시작해서 여유 있게 등산을 즐기다 하산하는 게 좋다.숨이 턱에 차고 체력이 고갈될 즈음에야 대청봉은 산객의 등정을 허용했다. 마침 해넘이가 펼쳐질 무렵. 시나브로 해가 내려갈 때마다 설악의 암릉들은 빛깔을 달리했다. 사방은 적요하다. 목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해가 지는 반대쪽, 그러니까 동해 바다는 대청봉의 그림자에 잠겼다. 높은 산에 올랐을 때만 마주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해넘이다.이튿날 새벽, 기대만큼의 완벽한 해돋이는 펼쳐지지 않았다. 강풍과 빠르게 흐르는 구름 사이사이로 해가 간간이 얼굴을 내민 것이 전부였다. 중청대피소에서 밤새 등산객의 코골이‘들’에 시달린 뒤 거둔 결실치고는 초라하다. 그렇다고 아쉬움만 남은 건 아니다. 설악은 대신 상고대를 선물했다. 밤새 설악을 후려쳤던 안개와 구름이 바위와 관목들에 눈꽃으로 달라붙어 희디흰 세계를 펼쳐놓은 것이다. 평지에서 바람은 눈을 날린다. 산정에선 다르다. 세찬 바람에 실린 눈이 관목과 바위 등에 부딪치며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밤새 그 과정을 되풀이하고 나면 이튿날 아침 칼날 같은 눈꽃이 만들어진다. 새옹지마라 할까. 늘 좋은 것도, 늘 나쁜 것도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독특한 세계는 해가 뜨고 서너 시간 뒤면 홀연히 사라진다. 아침 시간대에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명징했던 풍경들이 햇살이 퍼지면서 느슨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하산 루트가 아니더라도 소청봉(1550m)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중청대피소에서 불과 600m 거리다. 전망대에 서면 귀때기청봉(1578m)과 용아장성 등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능선 오른쪽으로는 천불동 계곡과 울산바위, 화채봉 등을 조망할 수 있다. 하산은 끝청봉(1604m)과 서북능선을 거쳐 한계령으로 내려서는 루트를 택했다. 오색약수로 원점회귀하느니 다소 길더라도 서북능선을 따라 장쾌한 설악의 파노라마를 엿보며 내려가겠다는 계산이다. 한데 이 계산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하산길이라 해서 결코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북능선은 설악의 여러 등반 루트 가운데 힘들기로 정평이 난 구간이다. 하산길도 마찬가지다. 오를 때처럼 여러 봉우리를 치고 올랐다가 내려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차이라면 그저 코스의 맨 마지막 구간이 내리막길이란 것 정도다. 게다가 거리도 길다. 대청봉을 기준으로 한계령탐방지원센터까지 8.3㎞에 달한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 소청봉을 오가는 거리까지 계산하면 얼추 10㎞에 이른다. 장점도 있다. 하산길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걸개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풍경 전망대는 끝청봉(1604m)이다. 여전히 논쟁이 한창인 설악산 케이블카가 들어설 장소다. 끝청봉에서 보는 대청봉의 자태가 이채롭다. 소청봉과 다른 각도에서 보는 귀때기청과 용아장성 등의 풍경도 수려하다. 압권은 남쪽 방면의 전망이다. 만물상과 만경대 너머로 점봉산이 우뚝 솟았다. 기이한 형태로 솟은 암릉들이 점봉산과 기막히게 어우러져 있다. 더 멀리로는 마루금을 좁힌 산들이 물결치듯 이어져 있다. 마침 안개나 구름이 산 아래에서 출렁거릴 때면 그야말로 선계가 따로 없다. 이 능선에서 보는 봉정암의 자태도 독특하다. 봉정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로 알려졌다. 칼날처럼 솟은 암릉들이 사방을 둘러친 능선에 단아하고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언젠가 성찰의 자세로 저 루트를 올라야겠다는 다짐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서북능선에선 내설악과 남설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어디가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절경이다. 내설악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기에는 외려 대청봉보다 낫다는 이들도 있다. 글 사진 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중청 등 설악산의 여러 대피소에서 묵으려면 반드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설악산은 모든 코스에서 입산 시간 지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당일 등산객과 대피소 예약자 간 입산 시간에 차이가 있으니 출발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코스별 입산 마감 시간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636-7792)나 홈페이지 참조. -짐은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이것저것 욕심 내서 배낭에 우겨넣다 보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무게 탓에 제풀에 지친다. -예전과 달리 중청대피소에서 컵라면 등은 팔지 않는다. 등산객이 소형 버너와 코펠 등을 준비해 가야 한다. 산악용 이소 가스, 식수 등은 대피소에서 살 수 있다. 서북능선을 따라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코스에는 대피소가 없다. 당연히 취사를 할 수 없고, 행동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식수도 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 -중청대피소의 난방 상태는 매우 좋다. 별도의 침낭은 필요 없다. 담요(2000원) 두 장을 빌려서 깔고 덮는 걸로 충분하다. -오색약수 일대의 상가에서 물건을 사면 오색온천 할인권(3000원)을 준다. 온천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 때 제법 요긴하게 쓰인다.
  • [단독] 김상조 “재벌 ‘악’으로 보지 않아… 투명한 지배구조로 만들라는 것”

    [단독] 김상조 “재벌 ‘악’으로 보지 않아… 투명한 지배구조로 만들라는 것”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관은 단연 공정거래위원회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갑질 척결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 분야의 적폐 청산과 공정경제 확립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김상조 효과’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취임 이전만 해도 ‘재벌 저격수’이자 ‘강경한 재벌개혁론자’로 통했던 김 위원장은 2일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을 ‘실사구시파’로 규정하며 재벌개혁에 관한 한 이분법적 도그마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나 피력했다. 그는 “나는 경직된 재벌개혁론자가 아니다. 재벌을 악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고, 기업 경영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문재인 대통령과 공정위 역할에 대해 토론을 많이 하는 것으로 들었다. -지난해 3월에 대선 캠프에 합류해 문 대통령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공정위의 역할과 기업정책 방향에 대해 거의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도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분이다. 재벌개혁을 비롯한 공정경제 과제를 후퇴 없이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몰아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는 생각 또한 분명하게 갖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핵심은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개혁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가 어떤 의미에선 성공의 함정에 빠져 있다. 과거 성공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면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질서의 경쟁성을 더 강화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공정위는 재벌개혁만 하는 곳도, 갑질 척결만 하는 곳도 아니다. 경쟁 당국으로서 경쟁을 촉진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지 반년이 됐다. -한마디로 부담스럽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는데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긴장감이 크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래도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아 다행이다. 공정위가 있는지도 모르던 많은 국민들이 공정위를 통해 국민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저서 ‘종횡무진 한국 경제’에서 한국 공무원들이 공공성의 담지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밖에서 본 공정위와 안에서 직접 만난 공정위는 어떻게 다른가. -20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공정위를 계속 관찰했다. 전원회의 이끄는 걸 빼면 공정위 업무가 그렇게 생소하진 않았다. 책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관료조직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공정위가 왜 국민들한테 불신받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관료조직은 개혁의 주체이자 도구다. 외압이야말로 ‘불공정거래위원회’란 오명을 만든 주범이었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전문성과 자율성에 근거해 내린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 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위원장이 진다. →지금까지 공정위원장으로서 추진한 여러 정책 가운데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정위는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사법적 역할도 한다. 외부 압력이나 로비에서 독립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로비스트 관련 규정은 매우 뜻깊은 실험이다. 공정위가 앞장서서 이 규정을 잘 운용해 한국판 로비스트법을 만드는 정도까지 발전하면 좋겠다. 현재 공직자 규율 시스템인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법은 너무 엄격하게 하면 과잉규제가 되고 현실을 감안하다 보면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접촉하되 투명하게 보고하는 사후 감독 장치가 바로 로비스트 관련 규정이다. 그런 장치가 작동할 때 우리 사회에서 공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재벌개혁에 대해 연말까지 기다려 보고 본격적인 재벌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인내심’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위원장 취임할 때 3년 임기에 맞춰 나름대로 로드맵을 정리해 놨다. 지금까지는 처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준비했던 속도와 효과를 가지면서 진행하고 있다. 1년차 목표는 국민들 공감대가 충분하고 시급한 과제이지만 당장 법률을 바꿔서 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우선 꼽아서 법 개정 없이 행정력을 동원해 풀도록 하자는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그 목표에 맞춰 집행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2년차 중기 과제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법률적·재정적 수단이 필요한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공정위뿐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와 보조를 맞춰 추진하겠다. 예를 들어 금산분리를 보면 의결권 제한 등 공정위의 사전 규제와 통합금융감독체계 등 금융위원회의 사후 규제가 있다. 금융감독 통합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도 보면서 공정위가 담당하는 사전 규제의 속도와 방법을 판단할 것이다. 3년차 장기 과제는 당위성은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모아지지 않은 과제를 다루는 것이다. 차근차근 제도 필요성이나 실천 방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나가는 작업이 필요한 것들이다.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어떤 기업 관계자가 ‘1차 협력사한테 2, 3차 도와주라고 말하는 걸 경영 간섭이라고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질문을 꼭 해 달라고 하더라.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부 방침은 원칙적으로 ‘부당한’ 경영 간섭을 금지하는 것이다. 상생협력 차원의 업무는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실정법상 이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2차 이하 하위 거래 단계에 있는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행하는 행위가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제재되지 않도록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에 1차 협력사에 대한 자신의 대금지급 기일 방식 등 대금 결제 조건을 공시토록 의무화해 2차 이하 협력사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신의 협상 과정에서 그 내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2, 3차 협력사 간의 공정거래협약 체결도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도록 협약 평가기준을 개정하려 한다. →재벌개혁 얘기가 나온 지 30년을 바라본다. 그동안 전개된 재벌개혁론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스스로 생각하는 재벌개혁 성공 모델은 어떤 것인가. -그간 출자구조, 부채비율 등 외형은 개선됐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편법적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내가 어떤 이상적인 재벌개혁 모델을 상정해 놓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 하는 오해를 많이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래전부터 그런 접근법이야말로 재벌개혁의 실패를 불러왔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경직된 재벌개혁론자가 아니다.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감독을 활성화해야 한다. 물론 법 위반에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일각에선 듀폰(미국), 지멘스(독일), 피아트(이탈리아), 발렌베리(스웨덴)도 모두 ‘재벌’이라는 점에서 재벌이라는 것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도 아니고, 재벌 그 자체를 악(惡)으로 볼 건 아니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지적이 틀린 건 아니다. 재벌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며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한국만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재벌은 그 자체로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나라마다 경제환경, 규제환경, 기업의 집중도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마련·추진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재벌은 고도성장의 주역이며,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배권한과 책임 간의 불일치 문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에 대한 시장과 사회의 우려가 큰 것 또한 현실이다. →나라마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 상이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 있는가.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 발전 단계와 그 기업 실정에 맞는 모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가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모든 재벌이 지주회사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유럽만 해도 지주회사가 아닌 곳이 많지만,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면서도 계열사의 독자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걸러지는 균형 장치가 있다. 꼭 지주회사가 아니더라도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기업 경영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길 기대하는 거다. 다행히 우리나라 재벌들도 그런 필요성에 공감하고 변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과거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 LG그룹을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 사례로 꼽아 왔다. 아직도 그 생각이 유효한가. -LG의 지배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사실이다. 그건 LG가 한국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했기 때문이 아니다. LG는 기업 분할을 잡음 없이 이뤘고, 그룹 전체의 의사 결정을 하는 지주회사와 각 계열사의 위상과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조화시키는 시스템을 나름대로 갖췄다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전환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잡음 없이 이뤄 내는 조직 문화와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을 평가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재벌들로선 사정이 다 제각각인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공통 사항은 여러 차례 언급했다. 불명확한 건 없다. 투명성과 책임성에 맞는 조직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지 내가 방향을 정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첫째, 공익재단이 불신받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둘째, 무늬만 지주회사가 되면 안 된다. 브랜드 로열티까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컨설팅 수수료를 받거나 건물 관리까지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셋째,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스스로 개선해 달라. 넷째, 금융위가 추진하는 통합금융감독체계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따라 달라. 앞으로도 이런 태도는 유지할 것이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올 상반기 이후 공정위가 갖고 있는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다른 부처의 제도 정비와 진행 상황, 효과를 보면서 하반기에 공정위 차원에서 무엇을 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재벌개혁 하면 금산분리와 함께 순환출자를 떠올릴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할 것이냐, 기존 순환출자까지 제한할 것이냐 해서 논쟁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신규만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가이드라인에 대해 반성할 게 있다는 부분은 이미 공정위가 발표를 한 바 있다. 순환출자 개선이 우리 사회와 시장의 기대만큼 안 된다고 한다면 신규만 규제한다는 예전 결정에서 더 나아가야 할지 판단도 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에선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도 많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읽어 보면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다. 그걸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채택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기관투자자 사정에 맞게 집행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을 각각 만들어야 한다. 그건 각 기관투자자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이 다른 기관투자자와 같을 수가 없다. 재계의 오해 내지는 지나친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다고 모든 기관투자자가 획일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경영에 적절한 목소리를 내는 시스템 도입 과정이라고 이해해 달라. 대담 오일만 경제정책부장 정리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文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불참은 기업인 홀대 아닌 선택의 문제”

    “文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불참은 기업인 홀대 아닌 선택의 문제”

    새 정부 들어 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로 예정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에 대해 “선택의 문제일 뿐, 기업인 홀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듣기 거북하다고 기업인 패싱은 아냐 박 회장은 지난 연말 출입기자단과 미리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역사상으로 보면 신년인사회에 대통령이 안 오신 게 아웅산 테러 사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등 딱 3번뿐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불참이) 기업인들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의 ‘기업인 패싱(Passing)설’에 대해서도 “듣기 거북한 얘기가 자꾸 나온다고 해서 무시(패싱)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올바른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면서 “어느 정부든지 2년차로 접어들면 성적표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은 경제 성적이고, 그 통로는 기업 실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니 “기업을 패싱하거나 가볍게 생각할 수 없고 현 정부도 가장 큰 고민이 기업일 것”이라며 패싱설을 일축했다. ●사회주의 국가보다 규제 많아 완화를 박 회장은 새해 경제에 대해 “글로벌 경제 훈풍이 계속되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 북핵 문제, 중동 지역 불안 등 대외 리스크도 적지 않다”면서 “특히 저출산, 고령화, 노동환경 변화 등 선진국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병을 치유하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경제계도 갈 길이 굉장히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충돌과 갈등은 상당 부분 계속될 것”이라면서 “노동정책, 조세정책 등에 있어서 어려운 기업들을 고려해 형편에 따른 탄력적 적용이나 사안에 따른 완급 조정 등은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규제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보다 우리가 더 많다”며 완화 필요성을 단호하게 말했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가 선정한 혁신기업 50개 중에 중국은 7개, 미국은 31개가 들어가 있지만 한국은 1개도 없다”고 환기시켰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관행적 규제,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으로 인한 낡은 규제들은 이제 없앨 때가 됐다”고 박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中企간 소통 역할은 내 임무 지난해 국회를 5차례나 방문해 규제 혁파 등 재계 건의사항을 전달했다는 박 회장은 “그렇게 찾아갔는 데도 법은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가더라”면서 “입법부에 가면 논쟁만 거듭하다 되는 게 없는데 거기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도 유명한 박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가 엇갈려서 첨예하게 대립하면 두 집단이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상의의 역할이자 제 역할”이라면서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규범이 법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모두의 행복 ‘상생 지방분권’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모두의 행복 ‘상생 지방분권’

    행정안전부의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의 만 18세 이하 자녀는 20만명이다. 이 중 베트남인 자녀는 6만명이다.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베트남인 자녀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수도권이 아닌 경남 김해시다. 김해시에 894명이 있고 이어 ‘다문화도시’로 여겨지는 경기 안산시에 854명이 있다.중국인, 베트남인, 캄보디아인 등 다문화 자녀들을 미취학연령,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으로 나누면 어떤 계층이 많을까. 교육기의 아동은 그 시기에 맞는 맞춤교육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의 총합 숫자로는 지역별 맞춤 지원이 어렵다. 지역에는 개별 숫자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나 재원이 어렵다.새해 달력의 6월 13일에는 ‘지방선거’라는 공휴일 표시가 돼 있다. 시도지사 17명과 시장, 군수, 구청장 226명을 뽑는 날이지만 이번 투표에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안도 투표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되면서 2월까지 개헌안이 마련될 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방분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자체 소망은 사방으로 부는 바람을 만난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아니어도 지방분권 등을 담은 개헌안에 대한 국민 투표는 이뤄져야 한다. 분권이 강화되면 지역별 맞춤이 가능하다. 캄보디아인 자녀가 많은 곳에는 캄보디아어가 모국어인 유치원 교사나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강사가, 중국인 성인이 많은 주거 지역에는 중국어를 잘하는 지역주민센터 직원이 있을 수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많은 곳은 타고 내리기 편한 저상버스를 소형으로 도입해 정부 기준보다 더 둘 수도 있다. 문제는 돈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주는 지방교부세 외에 새로운 재원이 내려갈지가 정부 부처 간 논쟁의 핵심이다. 각각의 논리는 나름 맞다.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의 19.24%가 지방교부세이고 내국세가 꾸준히 늘어나니 지방교부세도 늘어날 거다. 지역 간 격차가 심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방교부세 같은 장치 또한 필요하다. 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지방분권이 강화되면서 중앙정부가 개입을 하건, 지역 간 협의체가 되건 지역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균형발전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이 소멸해 인구는 물론 각종 자원이 더욱 수도권으로, 거대 도시로 몰릴 거다. 지방의 소멸은 국가 전체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명분 또한 있다. 지역의 선택 권한도 중요하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업종이나 지역별 차이는 없다.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팀은 지역별 차등 적용이 필요없다고 했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역의 최저임금을 정한다면 지역 차별이다. 반면 지역이 임대료 등 물가수준, 지역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노동력 집약 업종에 다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하면 어떨까. 섬유가공업 등 노동력 집약 중소기업이 그 지역에 몰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미준수율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해진다”고 했다. 지방이 튼튼해야 다양화되는 안전, 복지, 교육 등 현장의 필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지방이 튼튼해야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전경하 정책뉴스부장 lark3@seoul.co.kr
  • 서울교육청, 유휴교실 조사…‘활용 가이드라인’ 만든다

    저출산 때문에 늘어난 학교 내 빈 교실 활용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서울교육청이 빈 교실 실태 파악에 나섰다. 빈 교실이 몇 곳인지 정확히 확인해 활용법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28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유휴교실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시내 공·사립 초·중·고교에 교실 활용현황을 29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각 교실이 일반교실로 쓰이는지 과학실 등 특별교실이나 관리실로 사용되는지 구분해 구체적으로 조사하도록 했다. 초등학교 유휴교실은 최근 활용을 두고 논쟁거리가 됐다. 특히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서 찬반토론이 불붙었다. 서울교육청은 “초교 내 빈 교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국공립유치원을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내 학교의 유휴교실은 83개(21개교·2016년 3월 기준)로 집계됐지만 일선학교의 조사결과를 별다른 검증없이 단순 취합한 것이라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유휴교실을 어떻게 이용할지 학교장 재량으로만 결정하는 학교가 많았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유휴교실 수를 정확히 파악해 활용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전수조사와 별도로 지난 9월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유교실 활용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각 학교가 유휴교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러한 활용방안을 누가 결정했는지,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교사들에게 묻는 내용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모자이크 대 용광로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모자이크 대 용광로

    “여긴 미국이니까 영어만 써라. 네가 쓰는 외국어가 듣기 싫고 역겹다.” 캘리포니아 소재 스타벅스 매장에서 어느 백인의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민낯을 드러낸다. 대상은 한국 유학생. 이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킨다.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일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만도 벌써 여러 번.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은 훨씬 많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왜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날까.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예견되었던 현상이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인종차별이 뜨거운 주제가 된다. 트럼프 후보 덕분이다. 그의 주요 지지 그룹인 백인들조차 60%가 그를 인종차별자로 본다. 회교도 입국 금지, 멕시코 장벽 건설 등의 대선 공약들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나라는 더 분열된다.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된 후 사정은 더 악화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그동안 자제되었던 인종차별적 행동들과 범죄가 봇물 터진 듯 발생한다. 2000년 이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범죄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범죄보다 두배의 손해를 끼친다. 앞으로는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은 점점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 간다. 우리나라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최근 설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중 80%가 이민을 원한다. 충격적이다. 삼천리금수강산, 경제규모 세계 11위(2016년 기준)의 중진국인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미국은 이민대상국 선호도 4위. 세상에서 가장 부자 나라이자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1위는 캐나다에 뺏긴다. 같은 북미 대륙, 이민 국가, 영어권.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캐나다가 미국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편한 나라 캐나다. 이유는 있다. 열린 나라다. 닫혀 가는 미국과 반대다. 특히 다양성을 다루는 방법이 미국과 다르다. 미국은 용광로 문화, 캐나다는 모자이크 문화. 용광로 문화는 동질성을 추구한다. 다양함을 녹이고 없애서 ‘미국적’인 것을 만든다. 교육을 통한 동질화(assimilation)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동질화는 그것을 주관하는 지배 계급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질화의 오류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결국은 ‘백인 우선주의’가 된다. 용광로 문화는 강한 정체성 및 애국심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에 배타성과 적대심을 양산한다. 스타벅스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백인 중심적 용광로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캐나다는 미국과 다른 선택을 한다. 1971년, 캐나다 정부는 모자이크 문화를 나라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삼는다. 모자이크 문화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른 색깔들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추구한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선포한다. “‘이상적 캐나다인’이란 것은 없다. ‘진짜 캐나다인’이란 개념보다 더 불합리한 개념이 어디 있겠는가. 동질성을 강조하는 사회는 편협함과 적대감을 만들어 낼 뿐이다.” 캐나다 정부는 공식적인 언어로 영어와 불어 둘 다 인정한다. 자치권도 문화적 전통에 따라 영어권, 불어권, 그리고 원주민들의 셋으로 나눈다. 물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삶이 평화롭고 여유가 있다. 우리 안에도 다양성이 많다. 정치적 성향, 성별, 세대, 학벌, 출생지 등 제법 복잡한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동질성을 추구한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 트럼프의 미국과 비슷하다. 주체와 객체만 바뀔 뿐 소모적인 갈등의 굴레는 끊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이 피곤해진다. 생산적인 것에 사용되어야 할 나라의 자원은 소모적인 갈등에 허비되고 만다. 국민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동질성을 지향하는 문화는 실패했다. 우리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캐나다식 모자이크 문화를 우리의 것으로. 열어야 성공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한 해를 접으며 찾아오고 싶은 대한민국을 꿈꾼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루테피스크에 글뢰그 한잔, 북유럽의 겨울나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루테피스크에 글뢰그 한잔, 북유럽의 겨울나기

    연말 한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민족 최대의 명절’에 설, 추석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포함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뜬금없이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명절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한 민족이 매년 특정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비록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긴 하지만 이젠 우리 삶 깊숙이 자리잡았기에 충분히 명절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게 성탄절 명절론자의 주장이었다. 반론도 만만찮았다. 크리스마스가 명절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날을 기념하는 우리만의 음식이 없다는 것. 명절의 진정한 의미가 가족 간에 한자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것인데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지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날에 머물러 있다는 게 불가론자의 이유였다.한편에서 이런 논쟁을 하든가 말든가, 유라시아 대륙 정반대 편에 있는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명실상부한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정확하게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믿는 유럽의 여러 민족이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특별히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지 선물을 주고받는 날 이상으로 가족애와 정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12월 중순 찾은 북유럽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완연했다. 이 시기 유럽 주요 도시 곳곳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연말을 맞아 열리는 일종의 장터인 셈이다. 장터에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듯 크리스마스 마켓의 백미는 역시 다채로운 먹거리다. 그중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바로 향신료를 넣어 만든 따뜻한 와인이다. 영어로는 멀드와인,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프랑스에선 뱅쇼, 북유럽에선 글뢰그 등으로 불린다. 동네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와인에 시나몬과 정향, 팔각 등 각종 향신료와 과일과 같은 부재료를 넣고 끓인 후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왜 와인을 이렇게 끓여 먹기 시작했을까. 마셔 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겨울 추위를 단번에 녹이는 데 이보다 좋은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향신료는 고대부터 유럽인들에게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인 동시에 약재였다.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약학이 정립되기 시작한 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향신료 가게는 우리로 치면 한약방 같은 곳이었다. 자체로도 영양가 있는 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향신료까지 더했으니 이보다 좋은 겨울철 음료가 또 있을까. 북유럽과 같이 추운 지방에서는 보드카나 스냅스 등 독한 증류주를 더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멀드와인을 마시며 추위를 견딘다. 멀드와인에 함께 곁들여 먹는 게 있다. 생강으로 만든 과자인 진저 브레드다. 빵(브레드)이라고 하지만 사실 쿠키에 더 가깝다. 시금털털한 맛의 멀드와인에 달콤함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북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먹거리는 바로 사슴고기로 만든 햄버거다. 북유럽의 사슴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꽃사슴의 모양새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소에 가까운 덩치를 가진 엘크와 순록은 같은 사슴과이지만 꽃사슴과는 종이 다르다. 고양이와 호랑이의 차이랄까. 엘크와 순록은 과거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매년 찾아오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운송수단이자 식량, 그리고 옷감 등 자재를 제공해주는 유익한 동물이었다. 삶 속에서 함께하다 보니 북유럽과 북미에서 사슴고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만큼 흔한 식재료다. 사슴 버거라고 해도 흔히 접할 수 있는 햄버거와 그 맛이 비슷하니 괜한 공포감이나 기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실 북유럽에 간 목적은 단 하나. 통조림 안에서 삭힌 청어, 수르스트뢰밍을 맛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수르스트뢰밍을 먹는 계절은 여름. 아쉬운 대로 겨울철에만 먹는다는 루테피스크를 맛보았다. 악취를 자랑하는 수르스트뢰밍도 흥미로운 음식이긴 하지만 살펴보면 루테피스크도 그 태생이 범상찮다. 루테피스크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양잿물에 담가 흐물흐물하게 만든 걸 뜻한다. 보통 버터를 발라 굽거나 쪄서 먹는다. 기원에 대해서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겨울철 말린 대구를 삶을 때 쓸 땔감이 부족해 강알칼리성 용액, 즉 잿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삶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개발된 조리법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흐물흐물한 젤리 같은 식감이 재미있는 루테피스크는 북유럽 겨울철 별미다. 원래는 삭힌 홍어에 견줄 만큼 특유의 냄새를 자랑하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점차 강한 맛을 거부함에 따라 악취가 덜한 루테피스크가 점차 개발돼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에는 자극적인 향을 자랑하는 루테피스크는 그 자취를 거의 감추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루테피스크와 사슴고기로 식사를 하고 글뢰그를 마시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면. 민족 최대의 명절을 보내는 북유럽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다.
  • 文대통령 “새 대입제도, 공정하고 단순해야”

    文대통령 “새 대입제도, 공정하고 단순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고교체계 개편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할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오찬을 함께하며 “새로운 대입제도가 갖춰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확정하려다가 1년 유예한 수능 개편안을 언급하며 나온 말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가 치열하고 신중하게 공론을 모으는 과정을 잘 이끌어 주시기를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은 온 국민이 당사자이자 전문가이며, 국민 이해관계가 가장 엇갈리는 분야이기도 하다”면서 “그런 까닭에 교육개혁의 성공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비롯한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 내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며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부와의 사이에 역할 분담을 분명하게 하면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며 “특히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모으는 게 중요한 정책과제에 관해서는 공론과 합의를 모으는 방안과 과정에 대해 두 기구가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교육개혁을 이끌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의장을 맡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당연직 위원 9명과 학계·교육계 위촉직 위원 11명 등 21명이 참여한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 계획, 고교체계 단순화 등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 또 법적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창설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회의는 긴 호흡으로 교육정책의 비전을 제시할 기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위원 구성 과정 등에서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간위원 중 현직 교사와 학부모 등이 없어 다양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진보 성향이어서 이념을 뛰어넘은 중장기 교육정책을 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교육정책만큼 중요하고 기대와 관심이 많은 정책도 없다”며 “그만큼 논쟁과 갈등도 불가피하므로 이를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을 이뤄 내는 게 교육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 비전과 미래 교육정책 방향 제시가 교육회의에 주어진 과제”라며 “그간 추진돼 온 모든 교육정책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개혁 추진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미래사회 교육을 위한 실천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댓글부대 전성시대/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댓글부대 전성시대/임창용 논설위원

    요즘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기사가 댓글을 위한 하나의 숙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러가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보다는 어딘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사에 기생하는 듯해 보여서다. 댓글에 소통과 논쟁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비호, 욕설만 가득하다. 중구난방인 듯해 보이지만 질서가 느껴지고, 일정한 의도가 읽힌다. 이런 댓글들은 대개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다. 제천 화재를 다룬 ‘건물 도면도 안 챙기고 불 끄러 간 소방대’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자. ‘어떻게든 소방관 탓으로 몰고 가려는 것들’, ‘그만 뒷북 좀 치세요 기레기들아’ 등이다. 상위에 포진한 댓글들 대부분은 이처럼 소방관은 건드리지 말라는 내용들이다. 연기가 꽉 찬 대형 건물에서 도면이 없으면 눈을 가리고 뛰어드는 것이나 매한가지일 터다. 뻔한 사실은 외면하고 비호·비난에 여념이 없다. 이게 순수한 일반 네티즌들의 댓글일까?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사들은 인터넷에 올라가기 무섭게 비정규직 종사자들을 비난하는 댓글 쓰나미에 쓸려 버렸다. 무임승차 말고 시험 보고 들어오란 내용이 대부분인데 표현이 원색적·모욕적이었다. ‘발악’ ‘무식’ ‘꼴값’ 등 인신모독적인 표현이 수두룩했다. 학교 사정을 모르면 달기 어려운 댓글이 많아 댓글 세력이 누군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런 댓글들은 영향력이 있을까? 매우 강력해 보인다. 여론 형성과 정부의 정책이란 두 가지 측면 모두 그렇다. 제천 화재 직후 쏟아졌던 소방대 대응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들이 비난 댓글 더미에 잠시 주춤해졌다. 반면 소방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 소방장비 문제 등은 더 부각됐다. 학교 비정규직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무산됐다. 기자는 댓글을 애써 무시하는 척하면서도 민감하다. 교육 당국도 학교 비정규직 기사를 덮은 엄청난 댓글 더미들을 수십만 정규직 교사들의 압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이 자행한 댓글 공작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이 수십 개의 민간 외곽팀을 구성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다. 정권을 옹호하거나, 비판 세력을 음해하는 댓글들을 전방위적으로 인터넷 포털과 SNS의 기사에 달았다고 한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 댓글부대가 위세를 떨쳤다. 댓글이 위력적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다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해나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의 분노만 자극할 수 있으면 된다. 대부분 짧지만 누군가의 상처를 헤집는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한 요즘 기사에 작은 허점만 보여도 순식간에 ‘기레기’란 표현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특정 세력에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담으면 더 그렇다. 이런 댓글들은 수백 개의 ‘좋아요’ 호응 속에 댓글 상위에 노출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수행 기자 2명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기레기는 맞아도 싸다’란 취지의 댓글들이 관련 기사를 덮다시피 했다. 기자가 바닥에 쓰러져 밟히는 사진을 보면서도 “그러게 평소에 잘해야 우리가 실드를 쳐 주지”란 경악스러운 댓글을 다는 사람들. ‘우리’, ‘실드’(shield)란 표현에서 조직과 폭력의 냄새가 난다. 놀라운 것은 청와대 고위 참모를 지낸 지식인까지 거기 합류해 경호원들의 폭행을 정당방위라고 옹호한 점이다. 나중에 ‘집단폭행 사실을 몰랐다’며 사과했지만, 이는 외려 댓글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방증이 아닐까. 지식층조차도 기사는 제대로 읽지도 않고 댓글에 의존해 시비를 가르고 있음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 댓글은 기성 언론이 독점했던 여론 형성 기능의 한 축을 맡아 왔다. 댓글저널리즘이란 용어가 보편화된 지도 오래다. 한데 소중한 온라인 토론의 장이 돼야 할 댓글저널리즘이 고사 위기다. 특정 정파와 이념, 이해를 위한 댓글부대들의 분탕질 때문이다. 적폐청산의 시퍼런 칼날 앞에 관제(官製) 댓글부대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우후죽순 돋아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사제(私製) 댓글부대들은 어찌해야 하나. sdrago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학 발전이 인간 본성 선하게 만들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학 발전이 인간 본성 선하게 만들까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아니면 악한 것일까’라는 문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많은 철학자들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사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비롯해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논쟁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인간은 본래 착한 성품을 타고 나는데 세파에 찌들어 악한 마음을 갖게 되는 만큼 교육을 통해 본성을 되찾도록 해 줘야 한다는 성선설과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악한 마음을 순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빈 서판’론을 통해 인간의 마음은 백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뇌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에 뇌과학자, 진화생물학자 같은 과학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진화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빈 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의 책을 통해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극찬을 한 책이기도 합니다. 서평들을 보면 인간의 마음과 인류 문명을 탁월하게 해석한 명저라고 하지만 막상 책을 본다면 쉽게 책을 구입하거나 읽을 엄두가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기 때문입니다. ●“과학발전→소통 활발→폭력성 감소”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보다 과거가 더 낭만적이었고 20세기가 가장 폭력적인 시대였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만 수많은 그래프와 표, 인류 역사를 분석한 결과 폭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이 악마를 제압함으로써 평화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핑커는 거버넌스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폭력성이 줄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노트르담대, 애팔래치안주립대, 위스콘신·메디슨대 인류학과 공동연구진이 “인구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군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 폭력성이 줄어들게 돼 보이는 것일 뿐 인간 본성에 변화는 없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PNAS’ 12월 11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계 연구자인 김남철 위스콘신·메디슨대 인류학과 교수도 참여했습니다. ●“인구증가로 군대 감소… 본성 그대로” 연구의 출발점은 “오늘날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주장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95개 사회, 430건의 전투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전체 인구규모와 군대의 규모 비율, 그리고 군대의 규모와 사상자 수를 비교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인구 크기에 증가해 군대는 작아지고 전문화되면서 전투에서 사상자 수도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연구팀은 100명의 성인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4분의1에 해당되는 25명이 전투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1억명의 인구집단을 가진 국가에서 2500만명의 병사들을 갖는다는 것은 효율성은 물론 수송과 보급 같은 병참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불일치를 ‘비례축소’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기술과 거버넌스의 진보 덕분에 인류가 좀더 평화적이고 선한 천사로 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물론 스티븐 핑커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 본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요. 핑커 교수의 주장처럼 인간의 폭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든지, 이번 연구결과처럼 인구증가에 따라 전쟁과 전쟁 사상자가 줄어드는 것이든지 간에 2018년에는 전쟁이나 아동폭력 같은 안 좋은 소식은 이제 그만 들리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dmondy@seoul.co.kr
  • [2017 결산] 그 별에 생명체가?…새로 발견된 외계행성

    [2017 결산] 그 별에 생명체가?…새로 발견된 외계행성

    올 한 해에도 미지의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중 각종 천체망원경을 통한 태양계 밖 외계행성의 발견은 인류에게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식이다.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이 발견될 경우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 더 나아가 먼 미래에 인류가 거주할 제2의 지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 발견된 여러 외계행성 중 압권은 매우 작고 어두운 적색왜성인 트라피스트-1(TRAPPIST-1)를 도는 지구와 유사한 7개의 행성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 발견을 올해의 10대 과학사건으로 선정했다. 또한 천문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외계행성도 발견돼 학계를 달궜으며 우리나라의 한국천문연구원도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지구의 질량과 유사한 외계행성 ‘OGLE-2016-BLG-1195Lb’를 발견해 '제2의 지구' 찾기에 한몫했다. 올 한해 발견된 신비로운 외계행성의 일부를 소개한다. - 지구형 행성 트라피스트-1 계 발견 지난 2월 새해부터 천문학계를 들썩이게 만든 발견이다.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트라피스트-1'(TRAPPIST-1)은 매우 작고 어두운 적색왜성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은 왜성이 무려 7개나 되는 지구형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 NASA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행성 7개의 반지름이 지구의 0.7∼1.1배, 질량은 지구의 0.4∼1.4배 범위로,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다고 결론지었다. 특히나 발견된 행성 중 3개는 액체 형태의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후속연구는 비관적이다. 트라피스트-1 주변의 강력한 항성풍과 방사선 때문에 지구 같은 대기를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주변 행성들이 대기를 잃어버려 화성처럼 춥고 생명체가 살기 힘든 건조한 행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얼음행성 OGLE-2016-BLG-1195Lb    지난 4월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가 공동으로 한국 마이크로렌징 망원경 네트워크(KMTNet)를 이용, 1만 30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계행성 'OGLE-2016-BLG-1195Lb'를 발견했다. 질량이 지구의 1.43배로 비슷한 OGLE-2016-BLG-1195Lb는 매우 어두운 항성인 'OGLE-2016-BLG-1195L'의 주위를 공전한다. OGLE-2016-BLG-1195L의 질량은 태양의 7.8% 수준의 매우 작고 차가운 별로, OGLE-2016-BLG-1195Lb는 이로부터 1.16AU(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 떨어진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다. 때문에 OGLE-2016-BLG-1195Lb의 표면온도는 명왕성보다도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얼음 행성이다. - '핫' 뜨거운 행성 발견 지구에서 약 620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리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행성도 발견됐다.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뜨거운 외계행성의 이름은 'KELT-9b'로 표면온도가 4600K에 달하는 가스행성이다. 태양 표면온도가 6000K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뜨거운 지 알 수 있는 대목. KELT-9b의 질량은 목성의 2.88배·반지름은 1.89배로, 태양보다 2배 가까이 뜨거운 모항성 'KELT-9'를 공전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이 공동으로 발견했으며 지난 6월 네이처에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 NASA '행성사냥꾼'의 무더기 행성 사냥    NASA의 '행성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또다시 외계행성을 무더기로 찾아냈다. 지난 6월 NASA는 새 외계행성 후보를 219개나 발견했으며 이중 10개는 크기와 온도가 지구와 비슷해 잠재적으로 액체 상태 물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으로 추측했다. 총 6억 달러가 투입된 케플러 미션은 지난 2009년 케플러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면서 시작됐다. 이 망원경에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제2의 지구를 찾는 것이 주임무이기 때문으로 지금까지의 임무 수행은 완벽했다. 현재까지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총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했으며 연구팀은 아직도 그 데이터를 분석 중에 있다. 이중 크기와 온도가 지구가 비슷한 행성은 50여 개 정도다. - 작은 별도는 희한한 거대 행성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에 ‘도전장’을 던진 희한한 거대 행성도 발견됐다. 지난 11월 영국 워릭대학 연구팀은 목성만한 크기의 거대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에서 약 6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행성의 이름은 'NGTS-1b'. 이 행성은 목성같은 가스행성이지만 흥미롭게도 태양 크기의 절반만한 작은 별 'NGTS-1'의 주위를 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두 천체사이의 거리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와 비교하면 3%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바짝 붙어있다. NGTS-1의 공전주기는 지구시간 기준으로 불과 2.5일. NGTS-1b의 존재는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으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태초에 우주의 가스물질로 이루어진 성운이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그 중심에 태양이 형성되고 남은 물질이 뭉쳐져 행성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여러 이론 중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이지만 물론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이다. 곧 NGTS-1b 같은 거대 행성이 이렇게 작은 별 주위에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가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다. - 이제는 인공지능이 행성발견도 ‘두뼘 우주’인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AI)이 이제는 진짜 우주도 접수할 기세다. 지난 12월 NASA는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구글의 AI 기술을 활용해 ‘케플러-90계’에서 새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케플러-90계는 지구에서 2545광년 떨어져 있으며, 이중 7개의 행성은 과거에 관측됐으며 이번에 새롭게 '케플러-90i'가 발견됐다. 케플러-90i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져있으나 표면 온도는 섭씨 426도에 달해 생명체가 살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이번 발견이 의미가 있는 구글의 AI 기술이 활용된 점이다. 과거에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히 검증했으나 구글의 AI가 학습을 통해 해낸 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 논란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지진 논란

    지난 11월 15일에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의 피해가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결과 이번 지진으로 92명이 부상당하고 이재민 1300여명, 3만여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대 지진 피해 가운데 가장 큰 지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여진 발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 포항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유독 논란이 많다. 지진 발생 지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지열발전소에서 주입된 물에 의해 지진이 유발되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발·운용되고 있는 지열발전소가 재앙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지열발전소는 지구 내부의 열을 활용해 주입정으로 투입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포항에서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5회에 걸쳐 총 1만2800㎥의 물 주입이 있었다. 물 주입 후 지속적인 배수 효과로 인해 땅속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58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실에 따르면 물 주입 시기에 맞춰 60여회의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고 이 중에는 규모 3.1 지진이 포함돼 있다. 규모 5.4 포항 지진은 마지막 물 주입 후 2개월 만에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물 주입 시기에 맞춰 지진들이 발생하고 포항 지진의 진앙 위치가 지열발전소와 인접해 있는 점들은 의혹을 키우는 정황이다. 지진 피해 집계가 커짐에 따라 지열발전소에 대한 시선은 점점 따가워지고 있다. 이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과학적 조사를 통한 신중한 접근과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지진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는 물론 사회적 후폭풍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 주입으로 규모 5.4에 이르는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상황 중 하나라도 맞아야 한다. 우선 물 주입정이 우연히 활성단층면에 닿아 물이 들어가면서 활성단층면의 공극압은 높이고 단층운동을 유발시키기 위한 요구 응력값을 낮춘 것이다.이렇게 되면 기존에 쌓여 있던 응력에 의해 단층면이 부서지며 쉽게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또 하나의 경우는 물 주입량이 늘어나 물 주입부 하부에 있는 활성단층에 수직 응력을 증가시켜 지진 유발에 필요한 응력을 더 높여 단층이 부서지며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고압의 물 주입이 단층면을 부수며 지진을 발생시키는 경우이다. 먼저 첫 번째의 경우 공극압의 증가로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활성단층면을 따라 물 주입이 필요하다. 이번 포항 지진이 16㎢가량의 단층면을 부수며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단층면상의 공극압 증가는 넓은 면적에 걸쳐 수천회 이상의 급격한 미소지진 증가가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포항 지진 이전에 보고된 지진 횟수는 매우 적다. 두 번째 물 주입에 의해 하부 단층이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수직응력의 급격한 증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 주입량이 매우 많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물 주입량과 땅속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고압의 물 주입으로 인한 동적응력변화의 경우 고압의 물 주입과 동시에 지진이 나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물 주입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지진이 발생한 점을 보면 설명이 쉽지 않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지만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과 지진의 관련성을 단정 짓기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조사단을 꾸리기로 한 정부의 신속한 결정은 반가운 일이다. 기왕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철저한 사실 확인과 정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과 불신을 줄일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열발전소 측은 모든 자료를 숨김없이 공개해야 하고 조사단은 발전소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인정해야 한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요즘이다.
  • [씨줄날줄] ‘북핵 외계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북핵 외계인’/최광숙 논설위원

    2015년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외계인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나왔다. 파러노멀 크루서블이라는 한 영상 전문매체가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등 다빈치의 원래 작품과 거울에 비친 그림을 나란히 이어붙이자 외계인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1947년 6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한 민간 비행사가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를 목격했다고 처음 보고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UFO)를 봤다는 목격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은 유난히 UFO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 정보자유법에 따라 가장 많이 자료를 요청했던 주제가 UFO였을 정도다. 심지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1976년 대통령 선거 유세 중 자신이 1969년 “달처럼 밝은 UFO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아예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UFO에 관한 진실을 국민에게 밝히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UFO에 대한 비밀을 알면서도 함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특히 네바다주 사막의 비밀군사기지 ‘51구역’은 미국인과 외계인들의 공동연구개발단지라는 의혹까지 받았다. 하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51구역을 방문했지만 외계인은 없었다”면서도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외계인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5년 전까지 UFO에 대한 비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현재 UFO 연구를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뉴욕타임스는 해당 프로그램에 매년 지원되던 2200만 달러 규모의 예산만 중단됐을 뿐 연구는 최근까지도 계속됐다고 전했다. 이 보도 후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통령도 UFO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까지 등장했다. 설상가상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에 정체불명의 특이한 비행체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가자 UFO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알고 보니 그 비행체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사업체인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이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저녁에 우리 가족이 로켓을 보고 즐거운 외계인 논쟁을 벌였다. 머스크에게 감사한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러자 머스크는 트위터에 “그건 북한에서 날아온 핵 외계인 UFO”라는 농담을 남겼다. 핵·미사일 도발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이 급기야 외계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bori@seoul.co.kr
  • [서울광장] 찢어진 국서 주워 모은 최명길을 생각한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찢어진 국서 주워 모은 최명길을 생각한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국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고, (찢어진) 국서를 붙이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지요.” 1637년 정묘호란 때 농성(籠城) 중이던 남한산성의 어전회의에서 최명길이 한 말이다. 동절기 47일의 농성으로 군의 사기가 저하되고, 식량마저 고갈돼 버티기 힘들어지자 인조는 논쟁 끝에 청나라 황제 누루하치에 대한 투항을 결정한다. 이때 국서를 쓴 이가 최명길이다. 말이 국서지 항복문서다. 최명길은 만고역적이 될 것을 알면서도 악역을 자임한다. 척사파 김상헌은 이를 빼앗아 찢어 버린다. 최명길은 묵묵히 이를 주워 모은다.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에 앞서 이뤄진 일들이다. 둘 다 명분은 있었다. 최명길은 굽혀서 백성을 구하고, 임금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자는 것이었고, 김상헌은 오랑캐 청에 끝까지 싸워서 조선의 자존과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버티면 봄이 돼 기근을 벗을 수 있고, 각지에서 근왕병이 일어나면 오랜 원정에 지친 청이 떠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명분을 토대로 싸우면서 상극(相剋)의 길을 간다. 훗날 이들은 청나라에서 만난다. 최명길은 1642년 명과 밀통한다는 밀고로, 김상헌은 삼전도비를 부쉈다는 혐의로 각각 청나라 심양의 감옥에 투옥된다. 둘은 4년여의 투옥 생활 중에 시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알아 간다. 항서를 쓴 최명길이지만, 감옥에서는 비굴하지 않고 꼿꼿했다. 이를 본 김상헌은 최명길을 다시 보게 된다. 가치관이 다를 뿐 진정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굴욕 외교가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공항 영접에 이전과 달리 격이 낮은 차관보급이 나오고, 방문 당일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베이징을 비우고, 문 대통령이 혼밥을 먹고…. 이들 모두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방중 취재단 폭행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일박이일 체류와 문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 직접 영접까지도 곁들여진다. 느끼는 이에 따라 강약은 있겠지만, 곳곳에서 굴욕스러운 면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 역시도 “욱” 하고 치미는 게 있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다른 방안이 있을까. 이를테면 “그렇게 짧게 오느니 다음에 와라”(트럼프 방한), “이런 대접 받느니 방중 일정을 줄입시다”,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기자도 손님인데 폭행은 유감이다” 등. 통쾌하다. 주변에 실제로 이렇게 해야 한다며 흥분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는 완승도 완패도 없다. 조금 더 주고, 조금 덜 받고, 반대로 조금 덜 주고 조금 더 받는 것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사정도 배짱과 베팅을 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처럼 ‘김씨 정권’을 지키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단계도 아니다. 우린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국민도 지켜야 하고,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룬 경제적 성과도 지켜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긴박하다. 북한은 핵은 물론 이를 미국까지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며 군사적 옵션을 연일 들먹인다.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가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밝힌 것처럼 국면 전환을 위해 군사적 옵션을 동원할 수도 있다. 북핵 위기는 우리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가 주도했고, 우리는 뒷전이었다. 트럼프 방한과 뒤이은 문 대통령의 방중 외교로 평창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고, 시진핑과 아베 일본 총리를 초청, 한·중·일 정상회담이라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다. 시진핑과 아베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두드려 봐야 한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 문제에 우리가 솔루션을 냈고, 작은 카드 하나를 손에 쥐었다. 굴욕론도 실사구시도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찢어진 국서를 주워 담는 최명길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온다. 한반도는 유사 이래 최대의 참사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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