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논쟁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001
  •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말쑥한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시내버스에 오르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쏠린다. 유유히 걸어 맨 뒷좌석에 다소곳이 앉은 여학생. 그러나 반전의 순간. 버스는 급정차하고 여학생의 가방에서 나온 삶은 계란, 고구마들이 버스 안 곳곳으로 굴러 흩어진다. 시내버스와 고구마, 김치 반찬통 등은 그렇게 오랫동안 하이틴 영화나 잡지의 코믹 소재였다.버스 음식물 논쟁이 서울 도심에서 때아니게 시끌시끌하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1월부터 버스로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서다. 음식물 반입을 막으려는 버스 기사들과 제지당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옥신각신한다. 조례의 모호한 기준은 논쟁의 불씨가 될 만도 하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 안전 및 피해 예방을 위해 음식물이 담긴 포장 컵 또는 불결·악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례는 규정한다. 뜨거운 음료나 냄새가 심한 음식이 아닌데도 탑승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아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기사마다 ‘유권해석’이 제각각이니 현장의 시비는 더 커진다. “껌이나 사탕은 허용되느냐”고 낯을 붉히는 승객도 있다. 맥락이 비슷한 갑론을박은 공중화장실에서도 한창이다. 지난 1월부터 전국의 공중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이 일제히 치워졌다. 행정안전부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적용한 결과다. 공중화장실이 청결해졌다는 찬성 여론에 반대 여론도 팽팽하다. 마구잡이로 휴지를 버리니 막힌 변기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위생용품 휴지통이 따로 비치된 여자 화장실은 공간이 좁아져 불편하다는 호소도 많다. 화장지가 섞인 하수를 처리하는 추가 비용, 수질 환경오염을 지적하기도 한다. “○○회사는 왜 하필이면 지금 물에 더 잘 녹는 공중화장실용 화장지를 출시했을까?” 이런 황당한 ‘정부 짬짜미’ 음모론까지 떠돈다. 버스 음식물과 공중화장실 갑론을박의 불씨는 판박이 닮은꼴이다.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생활밀착형 공공 정책을 갑자기 바꿨는지 대부분의 사람은 깜깜하다. 실제로 행안부와 서울시의 정책 홍보는 의아스러울 만큼 부실했다. 공청회 등 대중 의견을 충실히 묻는 과정이 생략되다시피 했다. “정책이 시민의 자유의지에 일방적으로 개입해도 좋은지” 뒤늦게 따지는 이들이 그래서 많다. 다수의 동의를 얻을 만한 정책이라도 일방통행은 짚어 볼 문제다.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이 문구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이다. ‘시민 불복종’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으므로.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서울광장] 때론 확신보다 의심이 낫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때론 확신보다 의심이 낫다/임창용 논설위원

    학교 선배 한 분이 틈만 나면 카톡방이나 페이스북에 동영상이나 기사를 올린다. 주로 한반도 정세 관련 내용이다. 문제는 대부분 근거가 희박해 보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북한 기습이 임박했다, 국내 미국인들이 대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등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내용이다. 반응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초지일관이다.한 번은 둘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올린 내용을 다 사실이라고 믿어요? 그가 되물었다. 넌 그럼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믿니? 집안 어르신 중에도 그 선배와 비슷한 분이 계시다. 만나기만 하면 정치 얘기를 꺼내는데, 대부분 진보 인사들 깎아내리기다. 근거는 딱 하나다. 누가 TV 토론에 나와 그렇게 말했다는 것. 내가 보기엔 종편 여기저기 출연하면서 자극적인 공격성 발언을 단골로 하는 사람인데, 어르신은 그 출연자를 가장 신뢰하는 것이다. 거기서 한마디라도 토를 달았다간 30분이고 1시간이고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한다.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게 상책이다. 젊었을 때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무엇을 묻든 머뭇거리지 않고 답해 주는 선배, 어떤 사안이든 두부 자르듯 명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팀장이 부러웠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내게 이들은 소신 있고 똑똑해 보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확신과 단언 뒤에 난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확신 뒤의 근거는 허약했고, 경험의 층이 의외로 얕았다. 확신의 표피는 단단해 보였지만 그 아래 진피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학교 선배가 보낸 기사의 출처가 외국의 한 인터넷 옐로페이퍼였고, 종중 어르신 말씀의 근거가 요즘은 종편마저 기피하는 극우성향 출연자였듯이 말이다. 최근 들어 논쟁적인 사회 이슈가 많다 보니 자기 확신이 지나쳐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극히 제한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사람을 평가한다. 알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투 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기사 댓글 중 상당수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들이다. 폭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피해자의 처신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대부분 근거도 없다. 이런 댓글들은 가해자 추종자들의 공격일 가능성도 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여혐’ 의식이 상당 부분 작용하는 것 같다. 항상 논쟁의 중심에 있는 복지 문제 접근 방식도 비슷하다. 어렵고 복잡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만 해도 확증편향적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 마찬가지다. 일부 찬성론자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설익은 통계 수치와 우리와 사정이 다른 외국 사례 일부만 들이대면서 장밋빛 미래를 확신한다. 반대편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들을 거리로 내몰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도 없이 자영업자들의 불만만 과대포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부가 실제론 청년 고용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다른 나라들의 조사 결과는 애써 외면한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를 과신하면 서로 싸움만 커진다.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인 중 80%는 회사 기여도에서 스스로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0년 전 작고한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당신보다 느리게 운전하면 멍청이, 빠르게 운전하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한 적 없나요”라는 농담으로 자기 확신의 덫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았다. 확신과 과신의 특성상 그 오류를 스스로 깨닫기는 어렵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반응이 없거나 미지근하면 스스로를 의심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때론 확신보다 의심이 낫다. sdragon@seoul.co.kr
  • [대통령 개헌안 공개] 文대통령, 개헌안 토론 3차례 직접 주재

    기본권 확대에는 큰 이견 없어 정부형태 개편 논의 가장 치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제출한 개헌안 ‘초안’을 토대로 ‘대통령 개헌안’을 만들어 20일 그 일부를 발표하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3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前文)과 기본권 조항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대통령의 시간을 많이 빼앗아도 되는가 걱정이 들 정도로 장시간 회의를 했고 매우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자문특위가 개헌안 초안을 전달했을 때도 개헌안에 시행 시기를 명시한 부칙이 없으니 보완하라고 주문하는 등 법조인 출신답게 개헌안을 꼼꼼히 챙겼다. 진 비서관은 “헌법 개정안을 검토하다 보니 정말로 ‘아’ 다르고 ‘어’ 다르더라”면서 “헌법 조문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미세한 차이로 논쟁을 벌이는 일이 많았다. 대통령을 모시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토론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기본권 확대 문제에 대해선 회의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비서관은 “국민 여론조사를 해 보면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두고 상당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천부인권적 기본권은 모든 사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논의 과정을 거쳐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된 보편적 인권의 주체는 ‘국민’이 아닌 ‘사람’이 됐다. 가장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던 문제는 권력구조(정부 형태) 개편이었다. 헌법자문특위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 초안을 제출했다. 개헌안의 핵심이자 국회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여서 숙의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헌법자문특위로부터 초안을 보고받고 “만약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연임제)가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면서 권력구조 개편 의지를 피력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시론] 최저임금,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김재수 인디애나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최저임금,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김재수 인디애나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에서 최저임금제의 효과를 가르치는 날은 언제나 후끈하다. 경제학을 어려워하거나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반대하는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작은 사업체에 부담을 주고 노동자들의 실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찬성하는 이들은 지금의 임금 수준으로는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계 소비의 증가를 가져와 경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고, 근무 기간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토론이 잠잠해질 즈음에 나는 양쪽의 사람들에게 같은 방식의 질문을 던진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 문제를 야기한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물가는 어느 정도 상승할까. 어느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이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성장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과연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이 질문들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흑백으로 펼쳐진 이분법적 논쟁을 회색의 짙고 옅은 ‘정도’의 문제로 바꾸어 본다. 둘째,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장점과 단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문제는 결국 실증적 분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이 최저임금제를 다루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진보적 매체 MSNBC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싱글맘 수전을 소개한다. 수전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지면 아이를 더 좋은 유치원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보수매체인 폭스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를 보여 준다. 점포 사장은 아르바이트 직원인 브라이언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수전과 브라이언의 처지에 놓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모두 고려한 분석을 제시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에 대한 설문조사 등 이런저런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간단한 통계치들을 함께 소개하기도 하지만, 경제학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신뢰하기 힘든 조악한 수준의 것들이다. 경제학자들이 엄밀한 통계적 방법론을 통하여 써 낸 논문들조차 타당성을 의심받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이오니디스 교수는 주요 경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의 통계 검정력을 분석했다. 대다수 논문들이 최소한의 검정력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80%의 논문 결과는 과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제학 저널’(Economic Journal) 2017년 10월호에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논문들을 모두 살펴보았는데, 96%가 검정력 적정치를 만족하지 않았다. 적정치를 만족했던 연구 결과들만 따로 모아서 메타분석을 해 보니, 최저임금이 야기하는 실업 효과는 기존 논문들이 발표한 결과의 평균보다 10분의1 이하로 줄어들었다. 가장 과학적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 경제학 연구들도 최저임금의 실업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의 평가를 실업 효과의 크기로만 결정지을 수 없다. 최저임금이 가져오는 삶의 질 개선 효과와 노동생산성 향상 등 효과를 추정해야 한다. 반대자라면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를 따져 봐야 한다. 실업 효과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수록 우리는 단순하고 명쾌한 대답에서 멀어질 때가 많다. 반대로 복잡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록 스스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쉽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재앙’, ‘후폭풍’, ‘역습’,‘부작용’ 등의 단어가 담긴 신문 칼럼들이 쏟아져 나온 이유일까. 최저임금제에 대한 강의를 마칠 즈음 학생들에게 찬반을 다시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한쪽을 섣부르게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단호한 목소리는 거의 사라진다.
  • ‘82년생 김지영’ 읽으면 페미니스트? 손나은 이어 아이린 논란

    ‘82년생 김지영’ 읽으면 페미니스트? 손나은 이어 아이린 논란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조남주 작가가 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히면서 때아닌 페미니스트 논란이 불거졌다.지난 18일 레드벨벳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 업 프로젝트 시즌2’의 1000만 뷰 돌파를 기념 팬미팅을 열고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이날 아이린은 “휴가 동안 ‘82년생 (김지영)’을 읽었고, 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휴가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82년생 김지영’과 민경희 작가가 쓴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을 읽었다고 꼽았다. 팬미팅이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린의 사진을 자르고, 불에 태우는 이른바 탈덕(팬에서 탈퇴·팬이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 인증샷이 올라왔다. 이들은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사실상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담은 책이다. 여성의 삶을 다뤘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7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이러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에이핑크 손나은도 뜻하지 않게 페미니스트 오해를 받은 바 있다.손나은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 속 손나은의 휴대전화 케이스에 적힌 ‘GIRLS CAN DO ANYTHING(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가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문구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손나은 소속사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측은 “손나은이 해당 브랜드 화보 촬영으로 미국에 갔고, 현지에서 행사 물품으로 해당 핸드폰 케이스를 받았다. 평소 자신이 광고하는 브랜드를 SNS에 홍보하며 애정을 드러냈는데, 이런 논란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온라인에서 ‘여혐’(여성혐오)과 ‘남혐’(남성혐오)으로 대표되는 성 대결 논쟁이 나날이 심해지는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더 미드와이프

    [지금, 이 영화] 더 미드와이프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고대 그리스에서 최고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항상 이겼으니까. ‘나는 내가 진리를 모른다는 것만 안다’고 겸손해하던 소크라테스는 ‘나는 진리를 안다’고 자부하던 소피스트들을 거듭된 질문으로 무너뜨렸다. 그는 문답법을 통해 상대가 깨달음의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즉 자기의 무지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지혜를 낳는 영혼의 조산술’로 불렀다. 이런 명칭은 그의 어머니 파이아레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조산사였다.‘더 미드와이프’(The Midwife)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클레어(카트린 프로)도 조산사로 일한다. 그녀는 30여년간 출산에 관해 온갖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러나 클레어는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돕는 행위가 가진 숭고함 말이다. 그녀에게 이것은 단순히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형병원의 스카우트도 거절했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 내듯 영혼 없이 아기를 받아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레어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뜬금없는 전화가 걸려온다. 송신인은 새엄마 베아트리체(카트린드 드뇌브)였다. 35년 전 아빠와 자신을 두고 떠났던 그녀가 이제 와 왜 연락을 한 것일까. 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용서하지 않았으나 만남을 피하지도 않는다. 그때 우리를 버렸던 이유가 대체 뭐였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컸으리라. 베아트리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대책 없이 당당하다. 그녀는 클레어에게 말한다. “나 암에 걸렸어.” 낳아 준 엄마보다 더 애틋했던, 하지만 혼자 도망쳤던,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 시한부 인생을 고백하는, 애증의 새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클레어는 난감하기만 하다. 사정을 들은 남자 친구 폴(올리비에 구르메)이 묻는다. “난 무시할 것 같은데 당신은 안 돼요?”그렇다, 그게 안 된다. 클레어가 어떤 것이 진짜 중요한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서다. 그녀는 문제를 회피해 그것을 눈덩이처럼 불리기보다 문제에 직면해 그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안하자는 태도를 취한다. 아기(지혜)는 진통(혼란) 끝에 나온다. 물론 클레어가 아기(지혜)를 직접 낳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 없이 아기(지혜)가 잘 태어나기도 어렵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클레어는 결코 평범한 조산사가 아니다. 아기(지혜)를 사랑하는 철학적 조산사다(철학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는 ‘지혜를 사랑하다’의 합성어다). 덕분에 그녀는 베아트리체에게 이렇게 감사를 받았다. “네가 있어 따뜻한 나날이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정왕룡 김포시장 예비후보 행복공약 2호 “김포를 공교육 도시로 만들겠다”

    정왕룡 김포시장 예비후보 행복공약 2호 “김포를 공교육 도시로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 정왕룡 경기 김포시장 예비후보가 18일 “김포를 공교육 도시로 만들겠다”고 행복공약 2호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행복공약 1호 “도서관의 도시 김포 만들기“에 이어 두 번째 공약이다. 정 후보는 “한강신도시 등 잇단 개발로 김포 인구는 40만을 넘어섰고, 신도시 평균연령이 38세로 공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행복한 공교육, 일등 공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정 후보는 ‘교육지원재단 설립’을 내세웠다. 현재 김포내 다양한 교육 관련 지원센터를 한 곳으로 모아 컨트롤타워로 교육지원재단과 국내최고 진학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김포교육지원재단은 진학지원센터와 진로적성센터, 평생학습센터로 구성될 예정이다. 먼저 진학지원센터는 진학컨설팅팀과 학습멘토링팀, 심리상담팀을 만들어 입시 등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다. 주로 학습·진학 관련 학교교사와 학생들 진학지원을 맡는다. 진로적성센터는 진로지도팀과 적성계발팀으로 나눠 직업·적성에 맞는 진로분야를 다룰 예정이다. 자기주도학습팀과 평생교육팀으로 평생학습센터를 신설해 학교생활 이외의 교육, 즉 유아교육을 비롯해 취미교육·노년교육 등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실천 계획으로 학부모와 전문가·학생이 참여하는 ‘민·관·정 교육협의체’를 들었다. 과밀학급해소 등 교육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중심 교육거버넌스로 현안문제와 교육비전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시·교육청이 주도하는 여러 정책에 민·관·정 교육협의체가 참여해 역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 과밀학급이나 통학거리,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 등 시급히 조정, 해결해야 하는 사안에 협의체가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육 강화 세번째 방안으로 ‘고교평준화 시행’이다. 고교평준화는 학교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학교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이자 교육평등권 실현이다. 고교평준화가 일부 우려처럼 학습력 약화를 걱정하나 평준화 시행지역에서 학습력 신장과 학교 간 격차 해소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고교평준화정책에 찬반논쟁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교평준화 정책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제공하고 교복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물려준다는 의미에서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며 “경기교육청과 협의해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학습력과 교육가치가 함께 신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예산 연 300억원을 확보하고 시설지원 등 하드웨어보다 교육 소프트웨어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 후보는 “‘육아는 가정이, 교육은 김포시’라는 구호처럼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공약이 될 것”이라며 교육정책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朴 “공천개입 안 해”…재판 보이콧 뒤 5개월 만에 첫 입장 표명

    변호인 “국정원은 ‘리틀 靑’…뇌물 아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대해 국선변호인을 통해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보이콧’한 뒤 국선변호인 면담 등을 거절해 온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과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인 장지혜(35·사법연수원 44기)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과 기본 입장과 증거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면서 “기본적으로 확인된 피고인의 의사는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고 승인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부분이 있어 다음 기일에 내용을 정리해 진술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사선 변호사들이 모두 사퇴한 뒤로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의 국선변호인들과 한 차례도 접견하지 않았다. 다만 장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과 직접 접견을 한 것인지 아니면 유 변호사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해 들은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에서 함께 진행된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국선변호인들은 아직 박 전 대통령과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 논쟁만 벌였다. 특활비 사건의 국선변호인 정원일(54·31기) 변호사는 “특활비 수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국정원은 ‘리틀 청와대’로 국정원의 현안은 곧 청와대의 현안으로, 특수활동비와 청와대의 활동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 국정원장들을 매개로 국정원 특활비를 간접적으로 점유·관리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특활비가 뇌물이 될 수 없다”면서 “예산이 어떻게 뇌물이 되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날 같은 재판부가 심리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건넨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쓸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뇌물의 대가성 등 자신들에게 적용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이병기 전 원장은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기 치료와 사저 관리 등에 썼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가 이를 삭제했다. 검찰은 “돈의 사용처를 다각도로 확인했지만, 피고인이 법정에 불출석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막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2016년 5~8월 박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원장에게 1억 5000만원을 받는 과정에서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모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던 이 전 비서실장의 이름을 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한 시진핑 시대의 역사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한 시진핑 시대의 역사관

    중국 사회가 역사교과서 문제로 떠들썩하다. 중국 교육부가 편찬한 새로운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삭제·축소·분식 등의 방법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치부’(恥部)로 여기는 문화혁명을 상당 부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미 뉴욕타임스 중문사이트 등에 따르면 올해 봄학기부터 사용되는 중학교 2학년 역사 교과서(인민교육출판사 발행) 신판(新版)에서 문화혁명과 관련된 기술이 상당히 삭제·축소되거나 남아 있는 부분마저도 문혁을 비판하는 내용이 일정 부분 분식됐다. 교과서 구판(舊版)에서는 ‘마오쩌둥은 당중앙(공산당 지도부)이 수정주의로 기울고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했다“고 밝혔지만, 교과서 신판은 이를 “마오쩌둥(毛澤東)은 당과 국가가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생각했다”고 기술해 마오를 비판하는 부분을 삭제했다.교과서 신판은 또 “세상에는 순조롭기만 한 일은 없으며, 세계 역사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며 전진한다”는 구절을 덧붙여 문혁을 애써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다 1966년 공산당중앙 문혁소조 설립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당중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내용을 없앴다. 교과서 구판에 있던 문혁의 잘못된 방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당 간부들이 오히려 무고를 당해 탄압받은 ‘2월 역류’, 도시의 젊은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재교육시킨 ‘상산하향(上山下鄕) 등의 부분도 빠졌다. 문혁을 다루는 단원의 제목도 ’문화혁명 10년‘에서 ’힘든 탐색과 개발의 성과‘로 분식됐으며, 그 분량도 대폭 축소됐다. 문화혁명과 관련된 부분이 대폭 삭제·축소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까닭이다. 시 주석은 2013년 12월 열린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좌담회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역사적 위업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며 “오늘날의 조건과 개발 수준, 인식으로 우리 이전 사람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함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최대 오류로 평가받는 문화혁명에 대한 비판에도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과서에 “애국 의식을 고양시키고 공산당이 국가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가이드라인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유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역사와 국어, 도덕·법치 등 3개 과목 교과서에 대해 “중요하고 특수한 교육 기능이 있다”며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인민교육출판사의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문화혁명이 ‘힘든 탐색’이나 ‘개발의 성과’가 될 수 있느냐”며 “학생들을 위한 역사책을 편찬할 때는 기본적인 내용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역사를 직시해야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나온다면 어떻게 일본의 과거사 미화를 비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교과서 구판과 신판을 대조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상당수 젊은 세대가 문화혁명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교과서 개정이 자칫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아예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되는 것처럼 문화혁명도 점차 중국인들에게 잊힐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인민교육출판사는 성명을 내고 ”새 교과서는 여전히 문화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세 쪽에 걸쳐 문화혁명을 다뤘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혁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항일전쟁 기간을 놓고도 논쟁이 뜨겁다. 앞서 지난해 초 중국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교과서에서 중국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항일전쟁의 역사를 ‘8년 항일전쟁’에서 ‘14년 항일전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문건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14년 항일전쟁’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각급·각종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고, 중국 전역에서 전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항일전쟁 기간이 8년인가 아니면 14년인가라는 논란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80년대부터 일부 사학자들이 ‘14년 항일전쟁’ 개념을 주장하고, 이런 주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역사학계로부터 폭넓게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5년 9월 3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60주년 기념 대회에서 “1931년 9·18 사변은 중국 항일전쟁 기점이며, 중국 인민의 끈질긴 국지전이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은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7·7사변을 계기로 중국 항일전쟁이 시작됐다고 배우고 그렇게 믿었다. 7·7사변은 1937년 7월7일 베이징 루거우차오(蘆構橋) 부근에서 훈련 중이던 일본군이 한밤의 총성과 한 사병의 실종을 핑계로 관련 지역의 진입과 수색을 요구했는데 중국군이 이를 거절하자 8일 새벽 공격해 점령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사실상 중국의 항일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만큼 ‘8년 항일전쟁’ 개념은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상식이었다. 역사 교과서의 개정으로 중국 항일전쟁 기점을 7·7사변에서 9·18사변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9·18사변은 일본 관동군이 만주 침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1931년 9월18일 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류탸오후(柳條湖)의 남만철로를 스스로 폭파하고 이를 중국의 장쉐량(張學良) 지휘 하의 동북군 소행이라고 발표한 후 만주 침략을 본격화한 사건이다. 일본이 이 사건을 시작으로 중국 침략을 노골화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중국의 항일전쟁 기간은 8년(1937~1945년)에서 14년(1931~1945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인가. 1931년에는 저항이 없었다. 항일전쟁은 무슨”, “지금부터 역사수업 취소하고 모두 항일전쟁 드라마나 보자”, “동북항일연합군(東北抗日聯軍)이 국민당이었다면 14년으로 바꾸었을까?”, “항일전쟁은 명나라부터 계산해야지, 1555년” 등등. 네티즌들은 그 내용이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중국 정부의 교과서 개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문화혁명이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중국 사회의 불순한 요소를 제거하고 건국 초기 혁명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자본주의 부활을 저지하겠다’고 시작됐지만 홍위병이 주도하는 극좌적 운동으로 흐르는 바람에 수백만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를 불렀다. 이 때문에 ‘낡은 풍속’이라는 이유로 귀중한 문화재를가 파괴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 남겨 중국에선 문혁과 홍위병의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이 기간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공장 가동을 중단한 채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경제 파탄이 일어났다. 중국 지도부는 1981년 11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문혁이 “마오쩌둥의 과오로 시작됐고 반혁명집단에 이용당해 당과 국가, 민족 인민들에 엄중한 재난을 초래한 내란”이라는 점을 공식 시인하고, 교과서에도 이런 내용을 명확히 적시해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봉주, ‘성추행 의혹’ 반박할 사진 780장 경찰 제출 예정

    정봉주, ‘성추행 의혹’ 반박할 사진 780장 경찰 제출 예정

    정봉주 전 의원은 16일 성추행 의혹을 반박할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정 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이 있었다고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하루 종일 1∼5분 단위로 동영상을 찍듯이 저의 행적을 촬영한 사진을 780장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사진작가가 거의 7시간 정도 저를 따라다니며 근접 촬영한 것”이라며 “프레시안 등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 사진을 경찰에 제출해 그간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레시안이 이 증거를 보고도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이제는 성추행 의혹을 두고 더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타진요’ 사건에 빗대기도 했다. ‘타진요’는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줄인 것으로, 대중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굳어진 말이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타진요가 생각났다. 무슨 근거를 제시해도 또 거기에 대해서 반박을 낸다”며 “한쪽은 증거, 한쪽은 증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 보도를 접하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면서 “‘정말 내가 그랬나? 무슨 일이 있었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시간 반 뒤에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데 5분 전, 10분 전까지도 갈피를 못 잡았다”며 “그때 기억을 더듬어서 만들어낸 것은 ‘제로’, 긴장이 되니까 하나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 보도를 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대해 “프레시안 내부에서도 (보도를)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며 “이런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숲에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자라죠”

    [인터뷰 플러스] “숲에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자라죠”

    “숲이 키운 아이, 엄마의 성찰로 더 크게 자란다.” 동네마실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하 동네마실) 김재경 이사장의 육아법이자 교육철학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순수한 욕심을 담은 ‘동네마실’은 현재 21가족이 모여 애 키우면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수행공동체다. 김 이사장이 ‘숲의 양육법’을 7년째 실천해 온 데는 아이들은 숲에서 놀게만 해도 영유아기에 필요한 발달은 물론 평생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실천적 경험 때문이다. 아이들은 숲에서 놀수록 자기 안에 잠재돼 있는 재능과 소질이 더욱 잘 발현될 수 있다. 나아가 나무들이 스스로 옷을 입고 벗고 양분을 섭취하며 옆 나무와 숲을 이루는 것처럼, 산에서 놀면서 스스로 먹고 자고 싸는 훈습으로 온전한 사람으로 서고 어울려 사는 법을 깨쳐간다. 산으로 모이고 산에서 헤어지는 아이들. 도봉산이라는 교실에서, 자연물을 교구 교재 삼아, 인성교육의 살아있는 현장 ‘동네마실’을 찾아 김 이사장의 ‘애 키우다 도인 되는 삶’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친정아버지의 부음으로 홀로된 어머니를 위해 갑자기 도봉구로 이사하고, 내 아이를 기관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키우고자 큰아이 4세 때부터 도봉산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산에 다니는 것만으로 신체발달 충족과 인성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숲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7년 전 도봉어린이문화정보도서관 이순임 관장님의 도움으로 영유아 숲교육기관을 표방한 ‘숲놀이 공동육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육아는 엄마 자신 삶의 변화로 시작되는데,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내 아이만 최고’로 키우려는 엄마들로 모임이 몸살을 알았습니다. 숲유치원이 인기를 끌면서 숲도 취하고 사교육과 선행학습도 하고 싶은 엄마들이 일반유치원과 병행하거나 옮겨가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진정한 숲교육 실천을 위해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11가족이 뜻을 모아 까다로운 보건복지부 인가를 득했고, 조합 산하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이라는 민간어린이집을 개원했죠. 여기에 여행성찰학교를 테마로 한 초등생 방과후 활동인 ‘도봉산 무수골서당’까지 개설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이익배당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을 고집했습니다. →내 아이만 앞서게 키우고 싶어 하는 시대인데요. 육아관이 궁금합니다. -‘동네마실’은 아이나 어른에게 모두 같은 정신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자기 앞가림’과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내 몸을 움직여 삶을 일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할 겁니다. 애쓰지 않아도 ‘더불어’가 되죠.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스스로’와 ‘더불어’를 가능케 합니다. 또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게 해 ‘결핍의 미학’도 가르칩니다. 사람의 창조성이나 자주성은 결핍을 통한 절박함을 극복하는 데서 발휘되잖아요. 예컨대 물건 살 때 심사숙고해 장난감 자동차를 안 사주면, 결핍이 인내를 키우고 상상력으로 이어져 산의 나뭇잎이 나뭇가지와 결합해 변신합체 자동차가 됩니다. 아이들 간의 분쟁도 부모들이 먼저 개입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는 가운데 남의 마음을 이해해 가는 교육을 하는 거죠. →조합원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동네마실’은 부모 중심의 가족모임으로 성찰수행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영유아, 초등 부모들로 구성된 소비자조합원을 기반으로 교사조합원, 후원자조합원, 자원봉사자조합원으로 구성됩니다. 영유아는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 원장이 중심을 잡고 ‘프로그램 없는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초등생은 ‘도봉산 무수골서당’에서 남편 김병식 씨가 훈장을 맡아 평상시 인문학, 인성, 체력단련 등을 통한 여행준비와 실전여행으로 총화합니다. ‘내아이 스스로 키우기’를 실천하는 엄마조합원은 평상시 당번제로 교육에 동참하고, 아빠조합원은 한 달에 한 번 ‘아빠와의 산행’으로 육아 참여를 의무화합니다. ‘동네마실’ 조합원이 되려면 사교육 전면금지 선서를 합니다. 사교육 왕국에서 ‘사교육 독립운동’을 하는 셈이죠. →성찰수행공동체라 하셨는데요. 구체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가 핵심이죠. ‘육아는 수행이다’라는 관점 아래 엄마의 변화가 아이 키우는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엄마가 성찰한 결과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 습관을 바꾸고 결국에는 삶의 변화를 꾀하자는 겁니다. 혼자 하면 흔들리고 의심하여 진전을 이루기 힘들기에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엄마의 힘이 가족에게 전이되고 가족들이 ‘우리’가 되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죠.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해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통합연령반으로 운영되는 동네마실 ‘도봉산탐험대 숲어린이집’은 체험식 숲활동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산으로 갑니다. 산에 도시락 짊어지고 가 놀다가 밥 먹고 또 노는, 놀이가 삶이 되는 곳이죠. 프로그램은 없고 숲이 교실이고 자연물이 교구 교재죠. 몸을 충분히 쓰면서 익힌 배려와 협동, 자제력과 인내 등의 마음쓰기가 인성으로 자리 잡습니다. 또한 여타 협동어린이집에 비해 최소한의 출자금(상한 100만원)과 조합비(월 10만원)로 입소 가능합니다. 돈보다 가치철학을 중시하는 것의 실천이죠. 더욱 다른 점은 월급 받는 교사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삶입니다. 한겨울 눈밭에서 애들과 함께 뒹굴며 밥 때를 잊고 노는 교사들을 보면 가슴 뭉글해집니다. 또 주4일 등원으로 교사의 휴식권리를 보장하고 가정보육을 통해 아이와 엄마가 오롯이 하루를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실천합니다. 인증제 및 CCTV는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불필요한 일이죠. →이런 조합을 운영하자면 어려움도 많을 텐데요. -산에서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은 도시락이 필수인데 무조건 단체급식을 요구하는 현행법, 협동어린이집 11가족 지침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또한 저는 지금까지 월급 한번 받지 못하고 사재를 들여왔는데, 아이를 숲에서 키우는 장점만 취하려들 뿐, 엄마 삶의 변화를 통한 교육을 실천하려 들지 않는 부모들이 조합을 흔들 때 정말로 기운 빠집니다. 하지만 서로 논쟁을 벌이고 실수를 인정하고 하나 되려 노력하며 자기 몫을 하려는 조합원들 때문에 다시 힘을 냅니다. 우리는 도봉산 무수골에 월세방 한 칸을 사무실처럼 쓰며, 동네 어르신 이남수 목사님의 배려로 도봉제일교회에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해 숲어린이집을 개원한 가난한 조합입니다. 현재 조합의 가치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생애주기별 성찰수행공동체를 지향하는 조합의 특성상, 임의공간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산 가까운 곳 ‘새 터전’ 마련이 시급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우리 조합은 ‘생애주기형 마을수행공동체 동네마실센터 및 한옥 숲어린이집’ 건립을 위한 정부와 서울시, 도봉구의 실질적 지원과 민간의 후원이 절실합니다. →향후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초등생 방과후 협동조합 설립을 필두로 해 든든한 후방지원부대인 ‘아빠들 모임’의 건실화, 동네마실센터 및 한옥 숲어린이집 건립, 성찰문화의 생활화 등이 목표입니다. 아울러 미취학 아이들 문자교육 금지법안 청원운동도 지속할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 키우는 비영리민간공익법인’이 조합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만 지대한 관심을 갖습니다만, 우리가 키우는 용은 동네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며 주변에 착한 영향력을 미치는 동네 미용사일 수도, 이 나라 이 민족을 이끄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일꾼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중에 대통령이 나올 줄 누가 알겠습니까. 저희가 가는 길을 잘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감사 나눔으로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그게 진정한 사회변혁”

    [인터뷰 플러스] “감사 나눔으로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그게 진정한 사회변혁”

    2010년부터 전국의 기업, 병원, 학교, 부대, 지자체 등을 돌면서 900회 이상 감사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해온 남자가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짧지만 강렬한 감사 메시지를 작성해 출근 시간에 SNS로 세상 사람들과 공유했다. 이 감사 메시지가 아들의 군 입대를 계기로 2015년부터 60만 장병이 보는 국방일보에도 연재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고령자 어르신들의 짤막한 자서전을 지역신문에 게재하고 후손들이 감사편지로 화답하는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 소장(53)이 ‘감사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정 소장은 10년 전만 해도 언론계에서 ‘싸움꾼 기자’의 1세대로 불리며 필명을 날렸던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월간 말, 오마이뉴스 등에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에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논쟁적 기사를 남겼다. 1998년부터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비리 의혹을 추적하며 ‘안티조선 전문기자’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2004년에는 ‘한국판 롤콜’을 표방하며 국회·입법전문지 여의도통신 창간을 주도해 정치권과 언론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널리스트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정 소장이 감사에 주목한 계기는 사회적 좌절 때문이었다. 너무 앞서나간 선택이었는지 2009년 여의도통신은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은 이 싸움꾼 기자로 하여금 ‘감사’라는 새로운 희망에 눈뜨게 해주었다. 2009년 12월 당시 손욱 농심 회장과 김용환 감사나눔신문 대표를 만나면서 사단법인 행복나눔125(1주1선행, 1월2독서, 1일5감사) 창립과 감사나눔신문 창간 작업에 참여했다. 그때부터 정 소장은 스스로 감사를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감사일기와 함께 감사 메시지를 써왔다. 감사 나눔을 통해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사회변혁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감사경영연구소 소장과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싸움꾼 기자’가 ‘감사 아이콘’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젊은 시절 시사지 기자로 일하면서 논쟁적인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그때 붙었던 별명이 ‘싸움꾼 기자’였지요. 당시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정작 내면의 풍요와 가족의 행복은 돌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아들이 당시 저를 ‘잠만 자고 가는 하숙생’ 같다고 했을까요. 준비 기간을 포함해 10년 동안 열정을 불태웠던 여의도통신의 폐간이 저에게 안겨준 정신적 충격도 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마저 제게 냉랭하게 대했지요. 그런 절망의 벼랑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감사’였습니다. →감사와 만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감사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자로 20년 가까이 살아오다 보니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마저 못 하면 아예 그만두자’는 심정으로 마지막 도전에 나섰지요. 우선 작은 노트를 마련하고 100일 동안 무조건 하루 100번씩 “감사합니다”라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감사’ 두 글자만 대충 쓰는 등 요령을 피웠지만 나중에는 “감사합니다”라고 다섯 글자를 또박또박 온전하게 썼습니다. 며칠 후부터는 그 밑에다 ‘그 날의 감사한 일’ 세 가지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세 가지가 나중에는 다섯 가지로 자연스럽게 늘어났지요. 이 훈련은 작은 노트 세 권을 채우고서야 100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100일 동안 중요한 변화를 체험했습니다.→어떤 변화였습니까? -23일째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로 문안인사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51일째 중학교 3학년 아들에게 잠언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64일째 평생 금연을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84일째 되던 날 저만 보면 복수 하고 싶다던 아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채소 샐러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98일째 되던 날에는 저를 피하기만 하던 아들에게서 “행복해요”라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참 신기했습니다. 그저 노트에 두 글자, 다섯 글자, 세 가지 감사, 다섯 가지 감사를 적었을 뿐인데, 제2의 인생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이 모두 이 기간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사일기 쓰기를 일상적 습관으로 만드는 일에 성공하면서 제 삶은 완전히 뒤집어졌지요. 저의 심경 변화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대하는 태도마저 변하게 했습니다. →SERICEO 동영상 강연 ‘아빠의 감사가 아들의 얼굴을 바꾼다’를 계기로 유명 강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켈트너와 하커 교수는 밀스여대의 1960년도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독특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졸업 앨범에서 환한 미소를 지은 사람을 가려낸 다음 30년 동안 이들의 결혼이나 생활 만족도를 추적 조사한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졸업사진에서 환한 미소를 지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건강하고, 더 성공하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저는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신청한 아들의 졸업앨범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숙생 아빠’였던 시절 아들은 중학교 앨범에서 ‘우수에 젖은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제가 감사생활을 시작하고 3년이 흐른 뒤에 찍은 고교 앨범에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대조적인 두 장의 사진을 목격한 순간, 저는 감격 또 감격했습니다. 매일 아침 머리맡에서 잠언을 읽어주고 잠들기 전에 감사일기 쓰는 뒷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엄청난 선물을 받은 셈이었죠. 이 사연이 SERICEO를 통해 알려진 후 여기저기서 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감사 나눔은 결국 가정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봐야겠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감사 나눔을 조직문화로 도입한 기업의 직원들과 만날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밥상이 달라졌어요.” “닭살 부부가 됐어요.” “결혼 16년 차 아내와 손잡고 거리를 다녀요.” “아이가 현관까지 나와서 인사를 해요.” “아이가 먼저 공부하고 싶다며 독서실 티켓을 끊어달라고 하네요.” 이런 말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출근할 때 콧노래가 절로 나와요.” “일터에서 반원들과 사이가 좋아졌고 갈등이 해소되었어요.” 실제로 감사 나눔은 가족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가정에서 감사 나눔으로 충전된 행복 에너지가 기업의 소통과 성과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가정의 변화가 회사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군요? -실제로 회식문화에도 신선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포스코ICT의 한 직원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던 발주업체, 하도급업체 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식 자리에서 건배 제의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먹고 죽자!’ ‘위하여!’ 그동안 회식 자리에서 흔히 해왔던 건배사였죠. 회사에서 감사경영을 실행하던 분위기에 힘입어 그 직원은 용기를 냈습니다. “한 사람씩 일어나 나머지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을 선정해 그에게 감사한 일 3가지 이상 말하고 앉는 것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졌지요.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이 먼저 한 사람에게 감사와 칭찬을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쭈뼛거리며 일어나 감사와 칭찬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과 사뭇 다른 회식 분위기에 사람들은 어색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다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이 다른 때와 전혀 달랐습니다. 서로에게 커피를 권하며 다시 감사를 표시했던 겁니다. 물론 당시 함께 추진하던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충북의 옥천신문과 손잡고 추진하는 ‘은빛자서전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입니까?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어르신들의 구술(口述)을 풀어낸 자서전을 신문에 게재하고, 자녀와 손주 등 후손들이 감사편지로 화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콘텐츠는 해당 어르신이 별세하면 ‘조문보(弔問報)’로 변신해 장례식장에 비치할 예정입니다. ‘풀뿌리 언론개혁의 성지’로 불렸던 옥천에서 ‘감사가 넘치는 건강한 장례문화 조성’이라는 또 하나의 작은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7명을 인터뷰했는데, 인생스토리 하나하나가 다큐영화 ‘워낭소리’를 연상케 했습니다. 후손들이 감사편지를 빠짐없이 보내와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세대 간 대화로서의 감사나눔운동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날 선 비난과 냉소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저변에선 감사와 사랑의 마음도 용암처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꿈꾸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조성되면 지역 내 어르신은 물론이고 출향한 자녀까지 참여하는 ‘자서전 글쓰기 교실’과 ‘부모님께 감사편지 쓰기운동’도 추진할 구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어르신을 찾아뵙는 ´구술 생애사´ 동아리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사회공헌(CSR) 예산이나 독지가의 기부가 이런 곳에 쓰인다면 참 좋겠습니다. 인구 5만의 옥천에서 이 실험이 성공하면 5천만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 250여개 지자체로도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 소장은 1965년 경기 여주 출생 현 감사경영연구소 소장 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 1987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전대협(1기) 의장권한대행 / 1994년 월간 말 기자(2000년 한국잡지협회 ‘올해의 기자상’ 수상), 오마이뉴스 기자 / 2003년 시민의신문 취재부장, 여의도통신 편집국장 / 2010년 감사나눔신문 편집국장, 사단법인 행복나눔125 홍보실장 / 기업, 병원, 학교, 부대, 지자체 등에서 900회 이상 감사 강연, 워크숍 진행 /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동영상 강연 5회 출연(‘아빠의 감사’편 주간베스트 1위) / 한전인재개발원, 새마을금고연수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외강사 / 시사인 ‘싸움꾼 기자, 감사와 나눔의 마력에 빠지다’ 보도 / 월간 아버지 ‘감사를 말하다 삶이 바뀐 가족 이야기’ 보도 / CBS 변상욱의 이야기쇼 ‘이 사람이 사는 법’ 출연 / 국방TV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출연 / 2015년 7월 1일부터 국방일보에 미니칼럼 ‘30초 감사’ 연재 / 인간개발연구원 편집위원, 허임기념사업회 이사,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 /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 레시피’, ‘30초 감사’, ‘감사 365’ 등 저서 10권
  • [자치광장] 경비노동자에게 우정의 손길을/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자치광장] 경비노동자에게 우정의 손길을/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은 비용 측면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도 증가해 양쪽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양한 갈등 속에서 사회가 더 풍성하게 발전해 나가는 것을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시는 지난 1월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 특별대책반’을 발족하고 다양한 아파트들의 상생모델과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을 홍보 중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8개 자치구 노동복지센터에서 경비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최저임금 인상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혹자들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노동자들의 해고문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나 민간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서울시가 왜 앞에 나서서 상생을 말하는가.’ 답은 결국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논쟁의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서로가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우월한 제도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선출한 지도자가 구원자처럼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은 멀뚱히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나 행정에서 정한 일이고 여기서 발생되는 갈등이 시민들과 무관한 무엇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목표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정부와 같이 만들어 가는 우리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여야 한다. 서울시도 사회적 갈등을 ‘아파트 주민과 경비노동자가 함께 상생하는 아파트 공동체’라는 더 나은 결과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 행정의 올바른 역할이라 본다. 아파트 주민과 용역업체, 그리고 노동자들 간에 알아서 해결할 갈등으로 치부하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서울시와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바로 민주주의 시민들이 동료시민들에게 보여 주는 사회적 우정의 하나라고 본다.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의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대책에 함께해 동료시민들에게 우정의 손길을 건네기를 희망한다.
  • [청년 일자리 대책] 에코세대 맞춤형 ‘미니 추경’… 정부, 4월 국회 통과 목표

    [청년 일자리 대책] 에코세대 맞춤형 ‘미니 추경’… 정부, 4월 국회 통과 목표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 4조원 규모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필요성과 효과, 규모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김동연 “군산·통영 구조조정 지원책 포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추경 규모는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된 2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 대신 10조원 미만의 ‘미니 추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추경안에 군산·통영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지원 대책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부가 오는 4월 중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분기에 편성된 추경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1999년과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후보 시절 공약했던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정부가 당초 거론됐던 ‘슈퍼 추경’ 대신 ‘미니 추경’을 선택한 것은 국채 발행 없이 세계잉여금을 포함한 여유 자금 약 2조 6000억원과 기금 여유자금 약 1조원 등을 우선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추경 편성에서 규모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집중해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지점은 추경 요건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 중대 사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일단 정부에선 현재 상황이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대량실업 우려’에 해당하기 때문에 추경 편성이 가능하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에 해당하는 이른바 에코세대(1979~92년생)가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청년고용 문제를 방치할 수 없으며 정부가 한시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앞으로 4년 정도 방치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추경 요건’ 싸고 국회서 논쟁 치열할 듯 반론도 있다. 청년 고용 상황은 이미 수년간 좋지 않았던 데다 에코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예측가능한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시각에선 일자리 창출이란 일차적으로 민간 영역인 만큼 재정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선거용 추경”이란 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국회가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 추경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일단 정부에선 2017년도 초과세수의 지방교부세 정산분을 다음달 10일 결산 즉시 지자체에 지급하고 다음달 중으로 지자체별 추경을 편성 완료하고 5월에는 지방의회 통과 후 본격 집행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거 운동이 한창인 5월에 지방의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앙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지자체는 엄청난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 이렇게 급하게 추경을 할 필요가 있는지 야당에서 쉽게 동의할지 의문”이라면서 “왜 추경을 해야 하는지, 왜 추경이어야만 하는지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원순과 빅매치? 이석연 변호사 누구

    박원순과 빅매치? 이석연 변호사 누구

    이석연 “심각하게 고민 중…다음주 중 출마 여부 결정” 자유한국당이 보수 시민운동가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밀기로 했다. 진보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빅매치가 성사될 지 주목된다.이 전 처장은 지난 2011년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보수 여권 대표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서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후보 물망에 올랐다. 이 전 처장도 범보수 시민후보 출마를 선언했으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아 2주 만에 사퇴했다. 이 전 처장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진보, 보수 어느 쪽도 아닌 헌법적 실용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내면서 정부 안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당시 재보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변호사와 시민사회 활동 방식에 대해 치열한 논쟁한 점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꼽았다.이 전 처장은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롤 만들기 위한 방법론으로 논쟁한 사람”이라면서 “시민사회의 초법화, 권력화 등을 놓고 논쟁을 벌여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 처장은 15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의 제의에 대해 “가장 큰 명분은 합리적인 중도 보수세력의 복원인데, 그것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중도 보수와 우파는 어떤 식으로든 재건돼야 하고 내가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지난달 설 연휴가 끝난 직후 홍준표 대표로부터 직접 (서울시장 출마)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르면 다음주 까지는 입장을 정해 한국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이 전 처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승소를 끌어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초대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수도 이전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주도할 당시에는 살해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장공모제 확대 ‘반쪽’… 신청학교 50%만 받는다

    올해부터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정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자율학교에서는 원한다면 제한 없이 공모로 교장을 뽑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보수 교원단체가 반발하자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라 진보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13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국공립 자율학교(일부 혁신학교, 자율형 공립고 등) 중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을 뽑을 수 있는 비율이 현행 ‘신청 학교의 15% 이내’에서 50%까지로 확대된다. 내부형 공모제란 교장 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15년차 이상인 교원 중 공모를 받아 교장을 뽑는 제도다. 학부모, 교원, 지역위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가 심사해 교장을 뽑는다. 교육부는 오는 6월쯤 새 기준에 따라 교장 공모 희망 학교를 신청받을 계획이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방식을 다양화해 승진에만 몰두하는 교직 문화를 바꾸려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일반적으로 평교사가 공립학교 교장이 되려면 근무 평정과 가산점 등을 잘 받아 교감을 거쳐 교장 자격증까지 따야 한다. 이 때문에 “승진 점수를 잘 받으려는 일부 교사들이 수업보다 가산점이 걸려 있는 연구대회 준비 등 부차적인 일에만 매달린다”거나 “인사 평가하는 윗사람 눈치만 보게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재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뽑은 학교는 56개교(2017년 3월 기준)로 국공립 자율학교 및 자율형 공립고 1655곳 가운데 3.38%에 불과하다. 15% 제한 규정 등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교장공모제 학교의 비율을 현재보다 늘리기로 했지만 “비율 제한을 아예 없애겠다”고 했던 애초 안에서는 후퇴한 것이어서 향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교장공모제를 지지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의 유익성을 확인하고도 뒷걸음친 건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모제 확대를 반대해 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교육현장 여론을 수렴한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공수처 원점 재검토 속내 드러낸 檢… 결국 핵심은 ‘현행대로’

    공수처 원점 재검토 속내 드러낸 檢… 결국 핵심은 ‘현행대로’

    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도 유지 특별수사는 5개 지검에만 집중 靑 ‘권력기관 개혁방안’과 달라 “기존 권한 중 내놓은 것 없다” 지적 검·경 수사권 갈등 더 거세질 듯 검찰이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경찰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등 검·경 수사권 문제의 핵심 부분에 대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독립기구로 만들기로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마저도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공수처에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년 가까이 추진과 무산을 반복해 온 공수처에 대해 검찰총장이 다시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이 기존에 가진 권한 중 내놓은 것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문 총장은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은 검찰 입장을 전했다. 문 총장은 특별수사 조직과 인력을 줄여 직접 수사를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사의 직접 수사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수사 축소에 대해서는 분야를 제한하지 않았다. 특별수사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서울중앙, 대전, 대구, 부산, 광주 5개 지검에 특별수사를 집중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외 지역에서는 반드시 직접 수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범죄 첩보를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검찰은 경찰에 대한 지휘와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질문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총장은 “경찰 정보 기능이 확장되다 보니 (범죄정보뿐 아니라) 동향정보나 정책정보로 확장됐다”며 “(이는) 사찰정보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 및 수사 기능을 분리한) 자치경찰제 문제가 수행되지 않고서 수사권이 (곧바로) 경찰로 넘어가면 국가적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과거에는 수사의 효율성이 중요했다면 오늘날에는 수사의 적법성이 강조된다며 경찰에 대한 검사의 사법 통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부연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이중으로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할 사법 통제 장치라고 강조했다. 문 총장이 공수처 도입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 총장은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위헌적인 요소를 빼야 한다고 본다”며 “삼권분립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공수처를 행정부 소속으로 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줄곧 공수처 도입에 우려가 많았던 검찰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국회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국회에서 위헌 소지도 논의해 달라는 의견을 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공수처에 대해 검찰 내부 의견이 나뉘는 만큼 총장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 같다”며 “공수처의 견제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수처 제도를 원점 재검토하자는 뜻을 담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해석했다. 이날 검찰이 내놓은 개혁 방안은 앞서 청와대가 제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과는 거리가 있다. 청와대는 검찰의 특별수사 분야를 경제와 금융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제·금융, 부패, 공직자, 선거범죄에 대해서만 1차 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권고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방안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문무일 “공수처 위헌 소지 있다”

    문무일 “공수처 위헌 소지 있다”

    “경찰수사지휘권 반드시 필요” 경찰측 의견과 정반대 입장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과 관련해 위헌적 요소가 있고,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경찰수사지휘권과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찰과는 정반대 입장으로 검찰이 기득권을 쥔 현 수사 체계를 크게 흔들 의중이 없음을 시사했다는 평가다. 문 총장은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회 논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존중하겠다”면서도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위헌적인 요소를 빼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한 것은 1968년 고 신직수 전 총장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문 총장은 공수처 도입에 대해 “수사가 불가피하게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공수처 도입 과정에서 삼권분립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있는데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그 부분(위헌적 요소)을 빼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를 행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현행 헌법이 규정하는 삼권분립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수처에 대해서는 논의 초기부터 독립기구로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공수처 법안을 낸 법무부도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을 문 총장이 거론한 것이다. 문 총장은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를 금지할 경우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공수처와 검찰 모두 부패 범죄를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경찰과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는 경찰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려면 ‘사찰’로 왜곡될 수 있는 경찰의 정보기능을 분리·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역시 유지돼야 한다면서 특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총장은 최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한 질문에 “나름대로 불만이 있고 관련해서 법적 다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절차가 마련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법개혁특위 염동열 거취 놓고 파행

    사법개혁특위 염동열 거취 놓고 파행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격문제로 인한 논쟁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속개했다. 13일 열린 사개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염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여당의 공세가 부당한 인신공격이라고 맞섰고 한때 회의가 20여분간 정회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1일 구성된 사개특위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7명의 의원을 배치한 것을 비롯해 총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법원·검찰 등의 조직의 개혁을 논하는 사개특위에 피의자 신분인 염 의원이 한국당의 위원으로 추천되며 여당의 반발이 이어져왔다. 태백·영월·횡성·평창·정선이 지역구인 염 의원은 수십 명의 채용을 청탁하고 검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미현 검사는 지난해 4월 당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개회 직후부터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는 거셌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첫 의사진행 발언에서“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 특위에서 김현 의원과 함께 빠진 일이 있었다”면서 “압수수색까지 당하고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고 있는 염동열 의원이 사법개혁 특위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염 의원은 “저로 인해 원만한 진행이 되지 않아 송구하다. 하지만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한치의 부끄럼이 없다”면서 “언제라도 검찰이 (유죄의) 증거를 제시한다면 제가 위원 역할을 중단하겠다. 일단 회의를 진행하고 제 거취는 간사 협의를 거치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곽상도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사건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서 세 번째 진행되고 있는 수사다”라면서 “한 달 동안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은 이 사건은 오히려 (한국당이) 항의해야 할 일”이라고 항변했다. 장제원 의원이 “안미현 검사와 민주당 백혜련 의원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자 장내의 소란은 더욱 커졌다. 장 의원에 발언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장 의원의 언성도 높아지자 정성호 위원장은 결국 회의 개회 24분만인 오전 10시24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는 오전 10시 40분부터 회의를 속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경계를 넘어서

    [이재무의 오솔길] 경계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남북 간의 오래된 이념적 대립과 반목과 갈등이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마당에 이르렀다. 또한 이로 연유된 남남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며 심각하게 첨예화돼 가고 있다. 지역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등등이 실로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것이다.갈등은 본래 나쁜 것이 아니다. 연성으로서의 갈등은 발전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 사회일수록 갈등 때문에 시끄럽다. 열린 사회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논쟁을 하고 의견을 다툰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지 않는, 상호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러노라면 자연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소음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닫힌 사회다. 닫힌 사회는 쌍방향의 대화가 없다. 상호 네트워크가 없다. 수상한 침묵을 강요한다. 일방적인 훈계와 지시가 타자의 입을 막는 사회에서 발명과 창의가 발생할 수 없다. 조용한 사회는 죽은 사회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권위에 가위눌린 가정에서는 열린 대화로서의 소란이 있을 수 없다. 나아가 독재 권력 체제하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이렇게 볼 때 갈등과 소란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회 발전을 위한 긍정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소란은 열린 사회에서 가능한 연성으로서의 소란, 즉 합의 도출을 위한 다름과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멘트처럼 경화된 것으로서 반목과 분열을 더욱 강고하게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경화로서의 분열과 갈등은 타자를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하고 모욕하고 능멸한다. 요컨대 서로 간 적대적 감정으로 사회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분법이 횡행하는 사회다. 나와 너 사이에 누구도 쉽게 존재하기 어려운 사회인 것이다.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이는 회색분자로 낙인찍힌다. 우리는 배제나 소외를 당하지 않으려고 나와 너 가운데 하나를 선택받도록 강요당하며 살고 있다. 경계가 확고한 사회는 위험하다. 경계가 무리를 만들고 울타리를 짓기 때문이다. 경계를 지우고 무너뜨려야 더 넓고 깊게 잘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면서 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무리와 울타리에 속하지 않는 자들을 격리시키는 일이 아무런 자의식 없이 자행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어떻게 하면 갈수록 높아지고 단단해지고 있는 불신과 경계의 벽을 지우고 무너뜨릴 수 있을까? 경계가 무용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것은 가능해질 것이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눈이 시원해졌다/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공광규, 시 ‘담장을 허물다’, 부분) 이 시는 담장을 허물고 나서 시적 주체가 얼마나 넓게 많은 것을 누리게 됐는지 알게 해 준다. 이것은 비록 물리적 차원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심리적ㆍ정신적 차원에서 더욱 곰곰이 곱씹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아집 때문에 귀한 인연을 스스로 놓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방하착’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려놓으면 편해지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느라 길지 않은 생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아집과 이기가 집단화되면 무서운 불신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시대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분열로 넘쳐나고 있다. 오랜 갈등과 분열의 양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내면화돼 이제는 그것을 지각조차 못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담장을 허물어 더 많은, 귀한 것들을 가지게 된 시적 주체처럼 우리도 삶의 안팎에 존재하는 마음의 담장과 경계를 허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계의 보물들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