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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포토] 英 17세기 노예무역상 ‘분노와 함께 역사 속으로’

    [서울포토] 英 17세기 노예무역상 ‘분노와 함께 역사 속으로’

    7일(현지시간) 영국 브리스틀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해 벌어진 시위 도중 17세기 노예무역상으로 부를 쌓았던 에드워드 콜스톤(Edward Colston, 1636-1721) 동상이 시위대의 분노와 같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시위대는 1895년에 세워진 에드워드 콜스톤 동상의 목에 밧줄을 묶어 동상을 끌어내렸다. 시위자들은 환호하며 동상이 에이본강 항구로 끌려가 물속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현지 경찰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1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예무역상이자 상인이었던 콜스톤은 노예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학교와 빈민 구호소, 병원, 교회 등 지역사회에 아낌없이 기부를 했던 인물로도 기록돼 있다. 노예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에 대한 동상 설립은 이 후 줄곧 논쟁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종인 등장에 ‘왼쪽’ 이슈 뺏긴 민주·정의…뜨거워지는 정책 경쟁

    김종인 등장에 ‘왼쪽’ 이슈 뺏긴 민주·정의…뜨거워지는 정책 경쟁

    이낙연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합니다”통합당 당론되면 민주당 정의당과 경제정책 경쟁경제민주화 법안 21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 높아져정의당 “거대양당 제대로 하라고 압박할 것”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진보적 의제를 거론하면서 전통적으로 ‘왼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입지가 좁아질 처지에 놓였다. 통합당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책 추진에 나설 경우 21대 국회에서 진보적 정책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물질적 자유’를 언급하며 불을 댕긴 기본소득 문제는 여권 대권주자들까지 가담하며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합니다.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고 처음 입장을 밝혔다. ‘원론적 입장’ 수준이지만 앞서 다른 대권주자들이 줄줄이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위원장도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이미 김부겸 전 의원(지난 4일 ‘복지와 함께 가는 기본소득’)·이재명 경기지사(지난 4일 ‘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정책’)·박원순 서울시장(지난 7일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이 기본소득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혔다. 사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만 던졌을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이 정책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2년 뒤 대선에서는 각 당 후보들이 기본소득 논의를 피할 순 없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연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던 보수 진영에서 기본소득을 고민하겠다고 하니 잘하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제 국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등과 관련한 당내 반발을 이겨낸다면 21대 국회에서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해선 통합당이 민주당, 정의당 등과 ‘진보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 개인이 아니라 당론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것이 가능해지면 문재인 정부와 정책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한 예로 당장 김 위원장의 대표 상품인 경제민주화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준비 중인 상법개정안은 지난 국회에서 김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골자다. 김 위원장은 이 법안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법개정안 말고도 20대 국회에서 중점법안으로 삼았던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상생 관련 법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통합당이 진보 이슈를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자 정의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기본소득에 대해서 약간 환상이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빵을 먹을 자유’처럼 제목만 이야기 한다”며 “당 내부에 여러 의견이 있는데 정리해서 논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원래 하려던 정책을 거대양당이 따라하는 것을 제대로 따라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34년 미궁 팔메 스웨덴 총리 암살 규명될까 1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34년 미궁 팔메 스웨덴 총리 암살 규명될까 1

    스웨덴의 오늘을 만든 올로프 팔메 총리가 스톡홀름의 번화가에서 흉탄에 스러진 지 34년이 훌쩍 흘렀다. 자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숱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막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던 차였다. 경찰은 신변 보호를 하겠다고 했으나 그는 보통의 삶을 누리겠다며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1986년 2월 28일(이하 현지시간) 밤 9시쯤 시작하는 영화를 보러 외출해 21분 뒤 부인 리스벳과 함께 걷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등을 맞고 즉사했다. 리스벳도 한 방을 맞았다. 이 나라에서 가장 번화한 스베아바겐 거리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암살범은 검거되지 않았다. 수십명의 목격자들이 키 큰 남자가 총을 발사하고 현장에서 달아났다고 증언했지만 소용 없었다. 스웨덴 검찰청이 10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30년 넘게 밝혀지지 않은 암살 사건 수사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지난 2월 크리스터 페테르손 검찰총장은 공영 텔레비전 인터뷰를 통해 “살해 과정에 일어났던 모든 일과 누가 책임있는지에 대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기소된 사람도 없었고 새로운 용의자 이름이 알려진 것도 없다. 하지만 경찰이 어쩌면 수십년 동안 국민들 사이에 온갖 억측을 낳고 끊임없는 음모론 소재를 제공했던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근접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터져나온다. 책 ‘블러드 온 더 스노-올로프 팔메 살해’를 쓴 얀 본데손 박사는 BBC 인터뷰를 통해 “(영국으로 치면) 마거릿 대처가 피가딜리 광장에서 총 맞고 쓰러진 것과 같으며 이 살해범은 남의 눈에 띄지도 않고 지하철 역 안에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들이며 생전 마지막 모습을 봤던 목격자 중 한 명인 마르텐 팔메는 연초에 경찰이 “아직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코 발견되지 않았던 범행 무기와 관련된 것이 새로운 증거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간 아프턴블라뎃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 중요한 것을 알고 앞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분명 시간이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1927년 귀족 집안과 연결된 상류층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사회민주당에 입당해 1969년 정신적 스승이었던 타게 에를랑더의 뒤를 이어 총리 직에 올랐다. 안나 순드스트롬 올로프 팔뫼 국제센터 사무총장은 “스웨덴 복지 체계의 아버지로 통하는 에를랑더에 의해 정치인으로 훈육됐는데, 난 그가 에를랑더의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재임 기간 그는 노동조합의 권한을 강화하고 건강보험과 복지체계를 확장했다. 왕가의 정치적 기능을 제거하고 교육에 많은 투자를 집중했다. 교육 개혁에 힘써 간호사 학교와 유치원 들을 지어 여성이 직업을 갖게 해 성 평등을 이룩하게 만들었다. 국제 문제에도 당당히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 옛 소련 어느 쪽도 그의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1968년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을 때, 미군이 4년 뒤 베트남 전쟁 때 북폭 작전으로 많은 인명을 희생시켰을 때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수용소 캠프에 비견해 미국과 사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1973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이 세상에서는 누군가 들으라고 공평하게 떠들 자유가 있기 때문에 난 후회하지 않는다. 난 이런 이슈들이 생길 때마다 침묵할 수가 없고 침묵에 눌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명령이야 말로 “완전 소름끼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하면서 아프리카민족회의(AFC)에 기금을 냈다. 프랑코 스페인 총통을 “우라질 살인범”이라고 격하한 것도 유명했다. 핵 비확산 조약을 체결하자고 앞장섰으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중재자로 나선 것도 대단했다. 그러나 이렇게 거침 없는 행동 때문에 지지자도 많았지만 적도 많았다. 스웨덴 기업인들과 자유주의자들은 그의 개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잠식한다고 경계했고 해외 지도자들도 마뜩찮아 했다. <2편에 이어진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21대 국회, 반쪽 개원에 원 구성 충돌 자성해야

    21대 국회 원 구성 시한 하루 전인 어제 오후까지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막판 담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착잡했다.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반쪽으로 시작했다. 지난 5일 국회의장단 표결을 했으나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졌다. 통합당은 “여야 간에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 본회의는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적 4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를 열도록 명시돼 있다”고 법적 근거를 댔다. 국회법에 따른 정상적인 개원이라는 것이다. 국회 운영에 관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 제1야당의 참여 없이 의장단 선출이 이뤄진 것은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온갖 싸움을 했어도, 개원 국회만큼은 합의를 통해 함께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원활한 국회 운영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여당에 물어 왔다. 177석의 거대 여당이라면 그 책임은 더 클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주장은 반헌법적”이라는 민주당의 반박은, 과거 반세기 이상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국회가 수립해 온 아름다운 전통을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 된다. 박 신임 의장은 취임사에서 여당을 향해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되신 것을 잘 기억할 것이다.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 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기를 권고드린다”고 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당의 입장보다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야당에 더 큰 박수를 보내 주셨다는 사실을 강조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21대 국회를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국회로 제시하며 여당에는 ‘겸손’을, 야당에는 ‘소신’을 당부했다. 국민들의 심정을 대언했다고 본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위원장 배분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177석 의석수 비율에 따라 두 상임위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통합당은 관례에 따라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와 예결위를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도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통합당은 아예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여야는 지금 스스로 ‘준전시’라고 했던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3차 추가경정예산심사도 해야 하고 코로나19에 지친 민생들을 위한 법안도 제정해야 한다. 여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차 양보해야 한다. 그것도 제시간에, 늦지 않게 해야 한다.
  • LA 한인들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할 때”

    LA 한인들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할 때”

    한인 사회도 경제적인 큰 타격 불구 “약탈자와 분리해 봐야” 시위대 지지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인들은 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겪은 뒤인 만큼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지금은 블랙(Black·흑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23년간 거주한 지근옥(58)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백인 우월주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을 서서히 풀 때 즈음 발생했다. 지씨는 “통행금지 시간이 생기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씨는 이번 시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씨는 “시위는 평화로 돌아서고 있고, 시위대와 약탈자는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위는 평화 양상으로 돌아섰다. LA에 거주하는 지성운(36)씨는 “지난 4일 할리우드 시위에 참석했는데 시위대 사이에서도 ‘과격한 행동은 피하자’며 서로 제지하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시위대와 충돌하지 않는 등 평온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이번 시위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1992년 ‘LA 폭동’을 떠올리게 한 탓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이 애꿎은 한인 사회로 튀며 한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피해는 컸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150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공관에 접수됐다. 이주향(55)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는 다른 곳보다 시위가 과격하다. 피해 보고를 꺼리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제 한인 피해는 더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인들 사이에서는 시위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단 한 번의 시위 참여로 인종차별이라는 오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텍사스주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최종원(53)씨의 딸 역시 얼마 전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최씨는 “인종차별은 해묵은 논쟁이지만 현재진행형”이라며 “폭력적 진압과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야만 정치인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이재명 “기본소득 속도 내야” 공개토론 제안… 박원순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 반박

    이재명 “기본소득 속도 내야” 공개토론 제안… 박원순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 반박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기본소득’을 놓고 맞붙었다. 이 지사가 연일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자 박 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 최초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에서 보수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는데 당시 민주당은 노인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 비난 때문에 망설였다”면서 “(지금도) 정부와 여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와 기본소득은 야당 어젠다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하고 좋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부당한 포퓰리즘 몰이에 굴복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기본소득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펼쳐지는데 이 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주장이 기본소득을 망치고 있다”며 기본소득 도입 속도를 내기 위한 공개토론도 제안했다. 동시에 “단기목표 연 50만원, 중기목표 연 100만원, 장기목표 연 200만∼600만원 등 장단기별 목표를 두고 실시하면 기본소득은 어려울 것이 없다”며 시기별 목표액과 재원 구상방안도 내놨다. 그러자 하루 뒤인 7일 박 시장이 이를 반박하듯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나, 월 1000만원 버는 정규직 모두 매월 5만원을 받는 게 정의로운지, 아니면 어려운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주는 게 정의로운지 논쟁에 응수하고 나섰다. 그는 “재난과 위기는 취약 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오기에 마땅히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더 큰 지원을 주는 게 정의와 평등”이라면서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 감소를 겪고 있지만 이들은 대기업이나 정규직 노동자처럼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에게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할 때 전 국민 기본소득은 비정규직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 기준 60만원을 줄 수 있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연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히고 있고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이후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며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월 30만원 기본소득 땐 180조 필요…최빈층 역차별·위헌 논란도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① 천문학적 재원 조달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② 소득재분배 효과 ‘글쎄’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사회적 합의가 먼저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갈길 먼 기본소득…정치권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정치권에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이 어젠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생색내는 건 정치권이 하고, ‘불편한 진실’은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 선행조건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국가 대개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최빈층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미경처럼 면밀한 설계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할 경우 고소득층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1인당 지급액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이 천차만별이지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인 건 분명하다.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 수준인 월 3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조원이 소요된다. 올해 본예산(512조 3000억원)의 35%에 달하며, 보건·복지·고용 예산(180조 5000억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학계도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2017년 ‘기본소득의 쟁점과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125개 시나리오로 나눠 소요 재원을 분석했는데, 보편적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시민에게 당시 기초연금액인 월 20만원을 지급하면 24조원,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성인 인구(20~64세)로만 한정해도 각각 17조 7000억원과 1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해 서울시 전체 복지예산(8조 7735억원)의 1.9~2.7배에 달한다. 기본소득의 핵심 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본소득 지급 때 소득분위(10분위)별 가처분소득을 모의실험 형태로 분석했다. 증세 없이 복지 관련 현금급여와 근로소득 관련 각종 공제를 폐지한 재원으로만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할 경우, 최빈층인 소득 1분위(하위 10%)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부조는 1분위에 집중돼 있는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비롯해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진통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조항 등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들이 많다. 반면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측은 제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은 여러 도입 방식이 있고, 재원 마련 방안도 다양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측면이 있는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이 대두된 것인 만큼 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코로나19로 맞물린 미국 내 시위로 이중고 겪는 한인들 “그래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

    코로나19로 맞물린 미국 내 시위로 이중고 겪는 한인들 “그래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

    미국 내 한인들에게 ‘조지 플로이드 사건’ 항의 시위를 묻다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인들은 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겪은 뒤인 만큼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지금은 Black(흑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에 시위까지…한인들의 이중고 LA 한인타운에서 23년간 거주한 지근옥(58)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백인우월주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터져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무역업을 해온 지씨는 코로나19 당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전히 미국 사회에 뿌리 박힌 인종차별을 느꼈다. 지씨는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백인들이 한인들이 모는 우버 택시는 탑승하도고 다시 내리는 등 차별이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을 서서히 풀 때 즈음 발생했다. 지씨는 “통행금지 시간이 생기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은 말 그대로 ‘이중고’”라고 했다. 그럼에도 지씨는 이번 시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씨는 “한인 상점도 약탈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시위는 평화로 돌아서고 있고, 시위대와 약탈자는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평화 분위기로 돌아선 ‘조지 플로이드 시위’ 실제로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평화 시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LA에서 한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레이TV’ 채널의 지성운(36)씨는 “지난 4일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석했는데 큰 충돌 없이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면서 “시위대들 사이에서도 약탈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제지시키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시위대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하는 등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유학생인 김중연(28)씨 역시 “초반에는 가게를 파괴하거나 그래피티를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면서 “처음 의도와 벗어나면 오히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92년 LA 폭동 떠올리게 한 ‘조지 플로이드 시위’?…“그 때와는 다르다” 특히 한인들에게 이번 ‘조지 플로이드 시위’는 92년 ‘LA 폭동’을 떠올리게 했다. LA 폭동은 교통신호를 어긴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폭행한 백인 경찰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에 대해 흑인들이 격분해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이 애꿎은 한인사회로 튀며 한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한인들은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피해의 대상이 됐다.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LA 한인들은 이번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때와는 달라진 한인들의 위상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씨는 “그 때와는 분위기가 천지차이”라면서 “그간 한인들은 홈리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를 돕는 등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해 왔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도 군 병력을 곧바로 전격 투입했고, 한인들은 재미 해병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비상 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한인들의 피해는 작지 않았다. 지역 별로 시위의 정도나 강도가 달랐다. 지난 6일 기준,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내 150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 피해 발생했다는 신고가 현지 공관 접수됐다. 뉴저지에 사는 이주향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는 다른 곳보다 시위가 과격한 편”이라면서 “피해 보고하기 꺼려하는 한인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실제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인들도 “Black 이름으로 연대할 때” 그럼에도 한인들은 시위의 취지 자체에 공감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단 한 번의 시위 참여로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의 오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한인들은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뉴저지에 거주 중인 소리나(30)씨는 “피부색을 이유로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Black(흑인)의 이름으로 연대할 때”라고 말했다.지난 6일 LA에서는 한인들이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안·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텍사스주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최종원(53)씨의 딸 역시 얼마 전 자신의 동네에서 열린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최씨는 “인종차별은 미국 내에서 해묵은 논쟁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어야만 정치인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김해영, 금태섭 징계에 재차 반기 들자…이해찬 ‘버럭’

    김해영, 금태섭 징계에 재차 반기 들자…이해찬 ‘버럭’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최고위에선 충돌 여지가 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헌법과 국회법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전 의원 등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문을 인용하면서 “헌재의 결정은 국회의원 표결권만은 침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당시 헌재 결정은 5명이 기각하고 4명이 인용할 정도로 의견이 갈릴 수 있었지만, 금 전 의원 징계와 관련한 국회법 114조는 여러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규정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 전 의원에 대한 결정에 있어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주기를 윤리심판원에 요청한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그러자 이해찬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자청해 “우리 당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단 한 번도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수백 차례 회의했지만 먼저 내 의견을 제시하고 당원의 시간을 제한하거나 한 적은 없다”며 “거기에 대한 오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21대 개원 본회의를 앞두고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금 전 의원 징계 문제가 거론됐다. 박용진 의원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권고적 당론과 강제적 당론이 무엇인지, 기권과 투표 불참은 당론에 위배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당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기홍 의원은 15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이미경, 이수인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동티모르 파병 동의안에 찬성해 출당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가장 가벼운 경고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며 당의 결정을 옹호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핵심은] ‘소신 지킨 죄’로 징계받은 금태섭

    [핵심은] ‘소신 지킨 죄’로 징계받은 금태섭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략)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경고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의 일부입니다. 말미에는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금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 의원이 지난해 12월 본회의 표결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였습니다.■ 핵심 ① 당론과 소신의 충돌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 찬성’을 당론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금 의원은 “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 문제의 전문가이고, 내 지식과 경험으로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것을 도저히 찬성하기 어려웠다”며 반대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기권한 것이고요.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국회의원이 소신껏 선택한 기권이라도 당론, 즉 당의 전체 의견을 거스르는 행위는 징계 사유라고 봤습니다. 민주당 당규에 따라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금 의원은 징계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는 해당 당규는 당원 또는 당직자에 한하는 것으로 국회의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수처에 관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토론 없는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 핵심 ② 민심 위에 당심 있나 민주당은 이번 4·15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전체의 60%에 이르는 압도적인 의석수입니다. 유권자가 민주당에 이토록 거대한 힘을 실어준 까닭은 무엇일까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데 제대로 써달라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심보다 당심을 더 우위에 둔 것 같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법보다 당론이 우선하는가’라는 질문에 “당론에는 ‘권고적 당론’과 ‘강제적 당론’이 있는데 지난번 금 의원이 기권한 건 강제 당론(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법에도 국회의원의 양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회법 114조의 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양심은 개인적 소신이 아니라 민심을 등에 업은 소신을 뜻합니다. ■ 핵심 ③ 반대 없는 정치를 반대한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공수처를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검찰주의적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던 금 전 의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징계를) 거두어 주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강제 당론과 권고 당론은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조응천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징계한다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의 양심이 당론과 항상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는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난립하는 가치 가운데 무엇이 더 국가를 이롭게 할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당론과 배치되는 소수의견일지라도 말이죠.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토요일 아침,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핵심을 짚어드립니다.
  • 김수영 양천구청장 “배우자의 억울함 해소 됐다”... 이제학 전 구청장 1심 무죄

    김수영 양천구청장 “배우자의 억울함 해소 됐다”... 이제학 전 구청장 1심 무죄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이 지역 사업가에게 금품을 받아 기소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것에 대해 아내인 김수영 현 양천구청장은 남편의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6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배우자의 억울함이 해소됐다”며 “이제학 청장을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번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멈추고 단체 본연의 역할을 성찰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대책 추진 등 국가재난위기상황에 총력을 다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나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구정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역 사업가에게서 금품을 받아 기소됐던 이 전 구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아내가 양천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역 사업가 A씨의 사무실에서 사업을 봐주는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이 전 구청장에게 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구청장은 3000만원이 단순 축하금이며 돈을 받을 당시 대가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프라하 올드타운 다시 굽어보는 성모 마리아, 4세기 굴곡진 역사

    프라하 올드타운 다시 굽어보는 성모 마리아, 4세기 굴곡진 역사

    체코 프라하의 올드타운 광장에 100년도 훨씬 전에 성난 군중들에 의해 파괴됐던 성모 마리아 상이 다시 지상으로부터 15m 높이의 기둥 위에 자리잡아 오가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굽어보고 있다. 17세기에 세워진 이 마리안 칼럼(기둥)은 30년 전쟁 막바지 포위 끝에 프라하를 해방시킨 기념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톨릭의 지배를 상징해 미움을 사기도 했고, 프로테스탄트들의 보헤미아 봉기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숱한 논란을 일으키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무너지고 체코슬라바키아 독립국이 선포된 며칠 뒤 군중들이 넘어뜨렸다. 조각 학자이며 복원가이며 마리안 칼럼 복원재단 회원인 얀 브라드나는 4일(현지시간) 영국BBC 인터뷰를 통해 “이 조각을 원했던 것은 프라하 시민들이었다!”며 “합스부르크 제국의 페르디난드 3세에게 기둥을 세우자고 로비를 한 사람도 그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 도시 사람들은 스웨덴 군대를 불러들여 프라하 봉쇄를 풀어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어 기둥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프라하 봉쇄는 1618년 보헤미아의 수도에서 시작돼 유럽 대부분을 망가뜨리고 유럽 인구 10명 중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몬 끔찍한 30년 전쟁의 막바지를 장식했다. 저유명한 베스트팔렌 조약이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전쟁 와중에 쫓겨났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빠르게 지배력을 복원하고 싶었는데 마리안 칼럼은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헤미아와 그 너머로 퍼져나갔다.당연히 합스부르크 왕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1918년 이 칼럼과 마리아 상은 몇세기 이어진 지긋지긋한 가톨릭의 지배와 합스부르크의 통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민족주의자들의 전복 대상이 됐다. 그 해 11월 3일 조각은 프란타 사우어가 이끄는 군중들에 의해 끌어내려져 파괴됐다. 사우어는 프라하 외곽 지즈코프의 노동계급들로부터 유명한 작가와 보헤미아 예술가로 대접받았던 인물이다. 사우어는 지즈코프의 펍(선술집)에서 조각에 채찍질을 한 뒤 올드타운 광장으로 질질 끌고 행진을 했다. 이번에 조각 복제품을 만든 페트르 바나는 “사우어는 일종의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것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 조각을 결코 미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90년 출범한 마리안 칼럼 복원재단은 숱한 걸림돌과 끝없는 법적 다툼 끝에 이날 조각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체코 공화국은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무신론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원 반대 목소리는 무신론자와 프로테스탄트 교회 지도자 양쪽으로부터 나왔다.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광장에서 드잡이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결국 프라하 시위원회가 중재해 오랜 논쟁을 불식하고 무사히 복원에 성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사우어 스스로 죽기 직전에 임종 미사를 집전한 가톨릭 신부에게 참회하며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파문 이후 숨죽이던 한일 양국의 극우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군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심지어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뉴라이트의 핵심이자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교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친일 단체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위안부업은 기존 공창제에서 비롯됐고 여인들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소영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 술 더 떠 ‘일본군에 의해서 통제된 위안소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일본 극우의 주장까지 답습한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교학사 교과서, 국정 교과서 등을 주도했지만 지나친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처분됐다. 학문적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뉴라이트 세력이 고개를 드는 근본적 이유는 식민사관에 있다. 해방 후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한 업보인 셈이다. 이승만 정권의 친일파 등용은 경찰·관료·군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역사학계도 식민사관의 제조기였던 조선사편수회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이들은 교육부 장관·학술원장 등의 권력을 통해 소위 ‘이병도·신석호 사단’을 만들어 냈고 현재까지 역사학계 주류세력의 뿌리가 됐다. 식민사관은 주지하다시피 일본 군국주의의 조선 침략과 영구 지배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역사의 날조다. 쓰다 소기치 등 어용학자들이 한민족의 공간과 시간을 축소해 타율성과 정체성의 굴레를 씌웠다. 한마디로 ‘식민지배를 받아 마땅한 민족’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런 식민사관은 현재까지도 고대사를 중심으로 횡행한다. 존 카터 코벨(1910∼1996) 박사의 좌절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태생으로 서양인 최초로 일본미술사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하와이 주립대에서 동양 미술사를 가르쳤던 인물이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혔던 그녀는 연구 도중 일본에서 발굴되는 고대 유물 대부분이 한국에 뿌리를 뒀다는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됐다. 1978년부터 10여년간 한국에서 직접 현지답사를 하며 연구에 매진했고 이를 토대로 일제의 ‘임나일본부설’을 뒤집는 학설을 발표했다. 바로 “가야 부여족이 서기 369년 일본으로 건너가 왜를 정벌하고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내용이다. 일본 학계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코벨 박사의 주장이 허구라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그들이 정설이라고 주장하는 ‘임나=가야’의 기본 전제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역사학은 본질적으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새롭게 발전하는 학문임에도 다른 학설을 가차없이 사이비와 이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역사의 해석을 독점하겠다는, 위험한 시각이다. 코벨 박사는 다수의 저서를 남겼는데 “일본이 한국에 가한 최악의 잘못은 한국문화를 말살해서 한국인 스스로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자신을 비하하게 만든 것”이라고 기록했다. 한 가지 더 “한국 학자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코벨 박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도 식민사관 2.0 버전이 버젓이 활개를 친다. 식민사관이 실증주의 사학이란 명패만 바꿔 단 것이다. 식민사관을 매개로 한일 극우세력들의 연대가 강화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아베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직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표를 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가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 후지키 ?이치의 금전적 지원(항공비와 체류비)을 받고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증언은 섬뜩하다. 그는 ‘신친일파’란 저서를 통해 “일본 극우세력은 신친일파를 양성하고 있고, 그들의 입을 빌려 일본 군국주의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극우단체인 사사카와재단 등은 한국의 학자들에게 고액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어떤 한국 학자는 일본 정부나 공안, 보수단체의 초청으로 1년에 30번 정도 일본을 가는데 사례비로 한 회당 500만~1000만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역사는 민족의 뿌리이자 혼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의 역사 분식이 자행되는 이 시점에도 식민사관의 잔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친일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선 문재인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굴욕의 역사를 가르쳐선 안 될 일이다.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을 존중하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당신을 존중하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0년 총선과 관련해 흥미로운 현상들이 있었다. 정치 및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언론에 자주 나오던 사람들의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협력해 여론조사를 기초로 해 만든 예측이 대단히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선 이후에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논란들이 여럿 제기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통계의 기본을 무시한 주장들이었다. 이것들은 전문가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 집단의 신뢰성이 낮아진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및 정책적 의사결정에서 전문성에 기반한 목소리가 대중들의 방향과 자주 충돌하게끔 만든다. 이런 충돌에서 옳고 틀림의 기준으로 보면 그래도 아직은 대중들의 목소리가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기에 갈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의사결정을 두고 정부가 포퓰리즘을 조장한다고 분노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일부 선동형 정치가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도 있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선출권력이기에 대중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정부를 욕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 스스로 신뢰를 얻도록 노력을 해 대중들의 불신을 낮추고 좋은 방향으로 정책적 의사결정이 나오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어떤 주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만, 다른 주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인 경우도 있고, 전문가도 실수나 착각을 해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토론이 나타나며 대중들이 이것들을 보고 어느 쪽이 합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광장이 필요하다. 이미 소셜미디어는 이런 기능을 일부분 하고 있다. 문제적 내용이 레거시미디어인 전통언론에 나오면 소셜미디어에서 공격과 조롱을 하는 것이 어느새 자주 보인다. 이것은 권위주의 정부와 전통언론이 여론을 과점했던 과거의 잔재로 생각된다. 실명으로 정부 방침이나 전문가의 권위에 반대하기 어렵다 보니 풍자와 조롱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록 이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과거에 비해 자유로워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누군가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A라는 주장에 대해 B라는 반론을 제기하면 A라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생각하거나, 언론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론장은 폐쇄적으로 남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들이 노력해야 한다. 선거예측 및 부정선거에 관해 정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많으며, 틀린 분석을 비판하는 논쟁이 상호존중하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공론장에서 일정한 권력을 가진 집단에 있다. 전문가는 결국 개인이지만, 언론은 대형 스피커와 연단을 갖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좋은 의견을 제시하려면 상호 견제와 비판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 언론이 굳이 심판만 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 오히려 기계적 중립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다른 언론 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논쟁이 이어지다 보면 실수하는 전문가는 언론이 인용보도하지 않게 돼 공론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언론은 더 나은 전문가를 발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다. 현재 공론장의 한쪽에서는 궤변들이 꾸준히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조롱과 악담이 넘친다. 공론장 밖 개인의 비판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공론장 안으로 흡수돼야 하고, 이미 공론장에 있는 언론의 비판은 더 경쟁적일 필요가 있다. 전통언론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문화부터 바꾸고 전문성을 획득해야 한다.
  • ‘금태섭 징계’ 당내 논란 지속… 재심서 바뀌나

    ‘금태섭 징계’ 당내 논란 지속… 재심서 바뀌나

    김두관 “이중 징계 같은 느낌 줘 아쉬워” 홍익표 “표결 관련 징계 바람직하지 않아” 진성준 “헌재, 의원직 박탈 외 인정 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 표결에 당론을 어기고 기권표를 던졌다가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을 둘러싼 반발이 당내에서도 계속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해찬 대표가 ‘입단속’을 지시했음에도 ‘헌법이 먼저냐, 당론이 먼저냐’에 대한 논쟁은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심에서는 결과가 뒤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 전 의원 징계에 대해 “선출직 공직자는 선거라는 것을 통해 가장 큰 심판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중 징계 같은 그런 느낌을 줘서 아쉽다”고 말했다. 공수처 반대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당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 금 전 의원이 공천 경선에서 이미 탈락한 일을 들어 징계까지는 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수석대변인을 지냈던 홍익표 의원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사유를 (당규에) 뒀는데 이게 과도하게 남용돼 국회의원의 본회의 표결과 관련돼 자꾸 법적으로 가거나 징계로 가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냈던 진성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는 당론을 위배한 국회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가 의원직을 박탈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문제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고 썼다. 진 의원이 언급한 판결은 2001년 당론으로 추진하던 건강보험 재정분리에 반대하다 소속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 퇴출됐던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사례를 뜻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03년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타당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 벌어졌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강제 사임 사건에 대해 5대4로 합헌 결정을 했다. 비슷한 사건에 대해 십여년 새 의원의 양심을 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통화에서 “재심에서 합리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반대글 삭제한 해군...대법 “위법 아냐”

    제주 해군기지 반대글 삭제한 해군...대법 “위법 아냐”

    해군 홈페이지에 항의글해군이 삭제하자 손배소2심 “1인당 30만원 지급”대법 “배상책임 없다” 파기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주 해군기지 반대 글을 삭제한 해군 조치는 위법한 직무 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는 4일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1년 6월 9일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항의글을 올렸다. 해군은 당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100여건의 글들이 일방적이고 국가적 또는 제주 강정마을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올리고 항의글을 일괄 삭제했다. 이에 A씨 등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1인당 700만원씩의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해군 홈페이지 운영규정에서 정한 삭제사유인 정치적 성향의 글로 판단한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이를 삭제한 공무원에게 과실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해군의 정책에 대해 국민으로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돼야 한다”면서 1심 판단을 취소하고 A씨 등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삭제 조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위 시위의 ‘결과물’을 삭제한 것일 뿐, 게시판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2심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항의글을 삭제했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크지 않고,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춰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숨쉴 수 없다” 그 이상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

    구호와 막말로 살펴 본 ‘조지 플로이드’ 사태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비무장한 흑인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5일(현지시간)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46)가 숨지기 전 내뱉은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는 호소는 차별에 항의하며 거리에 나선 이들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진압과 해산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상황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맞부딪친 구호와 발언들을 통해 미국 인종차별 시위를 살펴봤다.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백인 경찰 데릭 쇼빈(43)의 무릎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었던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가 호소했지만 쇼빈 경관은 무려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결국 그를 숨지게 했다. 플로이드의 호소는 인종차별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겹치면서 이번 시위의 대표적 구호가 됐다.이 표현은 앞서 2014년 뉴욕시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먼저 등장했다. 흑인 에릭 가너는 불법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렸는데, 그 역시 사망하기 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너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로, 경찰의 목조르기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014년의 시위에서 시위대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쳤다. ‘목 조르기’ 체포술 도마에…일부 경찰서는 폐지 선언 한편 이러한 외침을 낳은 ‘목 조르기’ 체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지방정부들은 목 조르기 등 강압적인 체포 방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전미 유색인종 지위 향상협회(NAACP)는 지난 3일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향해 목 조르기 체포 방식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부분의 경찰당국은 다양한 형태의 목 조르기 또는 목 누르기를 체포 과정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도 일리노이주 시카도에서 쇼핑몰을 찾은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관에게 ‘목 누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경찰은 ‘경동맥 구속’(목 주위 혈관을 압박해 뇌로 흘러가는 피를 차단해 용의자를 실신시키는 체포술)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목 조르기 체포술을 금지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경찰의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줄여서 BLM이라고도 일컫는 구호는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짐머만 사건’에서 비롯됐다. 동네 방범대원이었던 히스패닉계 혼혈 조지 짐머만(당시 29세)은 순찰 중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던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당시 17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총을 쏴 살해했다. 당시 마틴은 편의점에선 산 사탕을 들고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을 뿐이지만, 짐머만은 마틴이 ‘마약과 관련된 것 같은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해 뒤를 쫓은 것이었다.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비무장 10대 소년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만으로도 인종차별 논란이 뜨겁게 불거졌는데,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공분이 치솟았다. 곳곳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이때 처음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등장했다. BLM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흑인민권운동 그 자체가 됐다. BLM은 상부 조직이 있는 단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느슨한 형태로 존재한다. 뚜렷한 가입 절차 없이 다양성·공감 등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면 그 일원이 되는 식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형태로 구호와 주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펼쳐지는 등 국제적 운동이 됐다.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 BLM이 확산하면서 이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는 문장이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말을 비틀어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냐’는 조롱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ALM으로 BLM을 반박하는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흑인이 아닌 경찰관이 희생되고, 한편에서는 치안 부재를 틈타 약탈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일부의 일탈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는 의견과 엄연히 병존하는 현실이라는 반박이 부딪친다. 그러나 ALM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해소돼도 흑인을 향한 공권력 남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BLM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흑인의 생명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ALM에 대해 만화가 크리스 스트라웁은 만평을 통해 “불이 난 집을 놔두고 ‘모든 집이 중요해’라며 멀쩡한 집에 소방호스를 갖다 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 저격’ 댈러스 사건으로 BLM 운동 상처 차별은 갈등을 부르고, 증오를 싹틔운다. 증오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못된 관행 및 구조가 아닌 무고한 이들로 향하게 한다. 이것이 대립을 키우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2016년 댈러스 저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BLM 행진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 마이카 존슨(당시 25세)은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 중 백인만 노려 저격해 5명을 살해했다. 열흘 뒤 루이지애나 주에서 비슷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LM 운동은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통합 대신 분열 부르는 트럼프의 말말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통합과 치유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 당시 시위가 격화하자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차분히 되돌아보자”면서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댈러스 저격 사건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의 추모식에서는 “미국은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절망에 거부해야 한다”며 통합을 향한 노력을 호소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댈러스 사건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이지 않았으며 공통의 이상으로 맺어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당부했다. 이처럼 인종차별로 미국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을 때마다 최고지도자들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통합과 희망을 강조했다. “약탈하면 발포”에 담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 그러나 최근 플로이드 시위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는 일단 시위대를 급진좌파(ANTIFA)로 싸잡으며 이념적 편가르기를 시도했다. 또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며 “폭력배(Thugs)”라고 칭했다. ‘Thug’는 단순히 폭력배라는 뜻을 넘어 몇 년 전부터는 ‘흑인 폭력배’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깔린 단어다.분명 시위 사태 속 혼란을 틈타 자행되는 약탈과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앞세운 시위대와 약탈을 일삼는 폭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한데 묶어 비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인종차별적 법 집행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는 심지어 “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시위 진압에 발포를 허가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When the r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라는 (운까지 맞춘) 표현은 트럼프가 처음 한 말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NPR)에 따르면 이는 월터 해들리 마이애미 경찰청장이 1967년 청문회에서 썼던 표현이다. 극심한 편견을 갖고 있던 그는 흑인들을 상대로 강경한 진압을 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 역시 소방호스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불 코너 버밍햄 경찰국장의 말을 빌려왔을 것이라고 NPR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발포’ 발언은 단순히 약탈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넘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는 표현인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해!(There Is A Better Way!)” 한편 공권력 남용으로 흑인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대해 흑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지난 5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45세 흑인 남성이 “형제자매들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이제 지쳤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자 또 다른 흑인 남성 커티스 헤이스(31)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헤이스는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년을 향해 “16살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거야. 왜냐하면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이 짓(시위)은 전혀 안 먹히거든”이라고 외쳤다. 그는 “저 아저씨, 46살인데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나도 31살 먹고 분노하고 있다. 겨우 16살인 너도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라고 호소했다. 헤이스는 4년 전 샬럿에서 무고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 때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매일 밤마다 했는데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에게 “너와 다른 젊은 친구들은 힘이 있다”면서 “너희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윗 세대들은 그러질 못했으니까”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외침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ThereIsABetterWa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됐다. 헤이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4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커져간 그의 가슴 속 구멍을 봤다”면서도 “16세 소년이 복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거쳐 흑백분리를 법적으로 폐지한 이후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미국 흑인 사회는 여전히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해졌지만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상당수의 흑인들이 여전히 하위 계층에 머물러 있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되는 흑인이 많은 것은 흑인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것에 가깝다. 매번 시위에 나서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후벼파고 있는 게 작금의 미국이다. 헤이스가 걱정했던 16세 소년이 31세, 46세가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는 21세기에도 미국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19로 고환 손상 가능성…위험 줄일 방안 찾아야”

    “코로나19로 고환 손상 가능성…위험 줄일 방안 찾아야”

    연구진, 사망 환자 11명 샘플 분석“직접적인 증거 없다” 신중론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성 생식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바이러스가 고환세포를 감염시키지 않고도 고환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터프츠 메디컬센터의 저우밍 교수와 중국 우한 화중과기대학 녜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유럽 비뇨기과 포커스’에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논문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11명의 샘플을 이용해 고환 조직과 정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단 하나의 샘플에서 약간의 바이러스가 나왔으며 이 환자는 체내에 바이러스양이 많은 경우였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가 고환 조직이 아닌 혈액에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80% 이상의 샘플의 경우 고환 내 정액을 만드는 부위인 정세관에 심한 손상이 있었다면서, 정세관 세포가 부풀어 오른 상태였고 일부는 정액을 만드는 데 영향이 있을 정도의 손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고환 세포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면서도 “고환 내 ACE2(앤지오텐신 전환효소2) 수용체가 있어 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파이크 단백질 등 (세포막에 존재하는) 막단백질이 고환 손상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회복기에 있는 환자는 정자 기부나 임신계획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또 “코로나19에 따른 고환 손상 위험을 줄일 방안을 찾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반면 푸단대 부속 상하이시 공공위생임상센터 연구자 장수예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장수예는 “많은 바이러스가 ACE2와 결합해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ACE2에 의존하는 세포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면서, 면역체계 문제 때문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SCMP는 코로나19가 남성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사설] 역대 최대 35.3조 추경, 재정준칙 논의도 시작하자

    정부는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5조 3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했다. 올 들어 1차(11조 7000억원), 2차(12조 2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 추경으로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한국판 뉴딜’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이다. 6개월 동안 편성된 추경이 59조 2000억원이나 되지만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0.1%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대공황으로 현상 유지도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3%로 뒷걸음쳤는데 한국은행은 2분기에는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3차 추경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정부는 23조 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1%에서 43.5%로 높아진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을 우선 구하는 것이 재정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에 발목이 잡혀 집행하는 재정투입의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경제 회복이 어려워지고 GDP가 줄어 국가채무비율이 더 오르는 역설이 발생한다. 3차 추경안에는 소상공인·중소중견기업 긴급지원과 주력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9조 4000억원 등 코로나 보릿고개를 겪는 국민과 기업들에 절실한 자금이 담겨 있다. 정부는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3개월 내 75%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은 오늘 제출될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심사하면서도 국민의 대표로서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빠르고 제대로 된 추경 심사를 통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에 비해 양호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또한 통일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나랏빚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재정에 관한 규율을 세워야 한다. 감사원도 지난 1일 기획재정부에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 여부를 검토하라고 제언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재정을 지출하는 법안을 발의할 경우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까지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페이고’(paygo)의 도입도 함께 추진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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