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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조상, 최소 440만년전까지 침팬지처럼 나무탔다”(연구)

    “인류 조상, 최소 440만년전까지 침팬지처럼 나무탔다”(연구)

    인류의 조상은 최소 440만 년 전까지 침팬지처럼 나무를 타는 생활에 더 익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농업기술(A&M)대 등 국제연구진은 고인류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이하 아르디)와 오늘날 영장류들의 ‘손뼈’를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 440만 년 전에 살던 아르디의 손뼈 구조는 유인원과 비슷하며 두 발 걷기보다 너클 보행(knuckle walking)이 적합한 나무 위 생활에 더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너클 보행은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의 보행 방법으로, 가볍게 주먹을 쥔 손을 지면에 대고 배 부위에 체중을 싣고 걷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인간과 침팬지 등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인 아르디는 현대인으로 진화한 과정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연구진은 아르디의 침팬지처럼 생긴 손이 700만 년 전에 살던 한 고대 영장류의 것과 더 비슷하다고 추정한다. 나중에 인간과 유인원이라는 두 계통으로 나뉜 이 공통 조상은 아직 화석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생김새와 생활 방식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이 공통 조상이 원숭이나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 중 어느 쪽과 더 흡사한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연구를 통해 이 공통 조상이 유인원 쪽과 비슷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아르디의 손이 유인원과 형태학적인 관련성이 있고 침팬지의 손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뚜렷하게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르디의 손은 두 발 걷기보다 너클 보행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디의 후손이자 300만 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속하는 루시라는 유명한 골격과 비교 분석한 결과, 아르디의 손 구조가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시는 보존 상태가 좋아 1970년대 발견된 이후로 전문가들이 인간 진화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루시의 손에 있는 작은 뼈들이 아르디의 것과 형태가 다르고 다른 다양한 호미닌(인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 집단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루시의 손 형태는 인간과 같이 정밀하게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는 진보된 석기를 만드는 능력에 있어 제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르디와 루시가 진화적 궤적을 따라서 서로 떨어져 있고 두 종의 생리학적 차이는 호미닌이 어떻게 직립 보행을 시작했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프랭 박사도 아르디와 루시의 약 10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에는 커다란 진화적 발전이 있었다면서 이 기간 호미닌은 신체적 적응을 진화시켰고 이는 호미닌을 훨씬 더 인간답게 만들고 직립 보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대는 호미닌이 동물의 화석에 절단된 흔적으로 남는 석기를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이전에 아르디의 발뼈에 관한 비슷한 연구도 이끌었던 프랭 박사는 아르디와 같은 종이 너클 보행과 나무 타기에 시간을 나눠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발견은 아르디가 직립 보행에 능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존 다른 연구와 차이가 있어 논쟁의 여지가 있다. 반면 루시는 골반 모양과 구조 탓에 두 발로 걸었다는 것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2월 24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광장] 결국 ‘1호 접종자’는 없었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결국 ‘1호 접종자’는 없었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오늘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백신 접종 1호는 누구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결론은 허무했다. 1호는 따로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 500여곳에서 동시다발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굳이 따지자면 접종이 시작되는 아침 9시에 백신을 맞는 사람은 모두 1호인 셈이다. ‘1호 접종자’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의외다.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한 다른 나라에서는 없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가 돼야 한다는 논쟁이 뜨거웠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을 1호로 맞아야 한다는 주장은 유승민 전 의원이 처음 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소모적인 정쟁거리로 비화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자가 될 거로 보는 사람은 많았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서다. 최고지도자가 제일 먼저 손을 들 거라는 기대감도 그래서 나왔다.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개인의 선택이라 강요할 일도 아니다. 다만 외국에서는 국가지도자가 선도적으로 백신을 맞은 선례가 잇따랐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진해서 첫 접종자가 됐다. 국민의 3분의1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다. 총리가 나선 덕인지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벌써 국민의 절반이 백신을 맞았다. 완전한 일상 복귀를 4월로 잡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다. 작년 12월엔 78세의 고령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백신을 맞았다. 1호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이다. 정치지도자가 위기의 순간 전면에 나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의무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뜻을 내비쳤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돼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저는 그것(우선접종)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90% 이상이 백신을 맞겠다고 밝힌 설문조사를 근거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한데 이 조사는 요양병원 종사자 등 1차 접종 대상자들에게 돌린 내용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또 다르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성인의 절반 이상(50.8%)이 자기 순서가 오더라도 백신 접종을 연기하거나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늘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65세 이상 노인 리스크가 있다는 우려로 국내에서도 65세 미만으로 대상자를 바꾼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됐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가짜뉴스’를 일축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여야 간 서로 물어뜯는 정치공방으로 변질됐다. 유 전 의원의 제안에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과 모독”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으라는 제안이 왜 국가원수 모독인지는 모르지만, 곧이어 야권에서는 “그럼 국민이 실험 대상이냐”는 반박이 나왔다. 정 의원은 이번엔 “유승민씨, 그러면 당신과 내가 먼저 백신을 맞자”고 엉뚱한 역제안을 했다. 이후 코미디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친문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대통령을 대신해 자기들이 백신을 맞겠다고 경쟁하듯 앞다퉈 손을 들었다. 백신이 ‘독배’도 아닌데 서로 몸을 던져 대신 맞겠다고 나서는 건 국내 정치권에서만 처음 보는 이상한 현상이다. 여당 의원들이 기를 쓰고 대통령의 1호 접종을 막으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험한 게 아니냐는 오해만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 ‘백신의 정치화’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거꾸로 백신 문제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밀어넣는 꼴도 됐다. 대통령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의중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사회적 갈등과 불신만 키우는 백신 정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치가 방역정책의 발목을 잡는 잘못을 반복해서도 안 된다. 방역 당국은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 오는 11월에는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려 백신 접종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sskim@seoul.co.kr
  • [2030 세대] 삽질의 눈부신 힘/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 리더

    [2030 세대] 삽질의 눈부신 힘/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 리더

    친한 후배가 약혼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를 “미국과 일본에 10조짜리 회사 동시 상장을 한 누님”이라고 말했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업무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한마디로 내 경력을 요약하기에 좋은 문장이기는 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우와 대단한 분이시네요”이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로 와서, 일반기업의 지난한 과정을 생략하고 초고속으로 주목받는 위치로 뛰어오겠다는 욕심으로 충만한, 젊고 영리하고 반짝반짝한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은 그 “대단함”을 부러워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종종 물어본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했던 대단한 삽질들의 대단한 축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별하고 빛나는 순간만을 부러워할 뿐,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잡일과 삽질에는 관심이 없다. 돌이켜보면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빛나는’ 순간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지긋지긋해서 이게 언제 끝나나, 우리가 이걸 해낼 수 있기는 할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물음표를 던졌던 시간들이었다. 생일날 파티는커녕 로펌 사무실에서 변호사들과 일본 회사법의 특정 조항 해석을 놓고 마라톤 논쟁을 하던 기억. 미국증권거래소 신고서 제출 전야에 인쇄 회사의 3평 남짓한 방에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침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서 수백 장의 서류를 문장 하나하나 검토하던 기억. 연말연시 휴가를 가족과 보내려 서울로 왔는데,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질의서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토요일 첫 비행기로 도쿄로 돌아가 공항에서 그대로 회사로 직행해, 집에도 못가고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밤을 새워 일하던 기억. 일이 밀려서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대방이 한밤중에 화상회의로 자기 좀 보자고 했다가 정작 내 얼굴을 보고는 할 말을 잃고 “내가 다 할 테니까 가서 잠 좀 자요”라고 거꾸로 위로해 주던 기억. 하루 종일 투자자 미팅을 하고 녹초가 된 채 저녁 먹으러 가지도 못하고 호텔방에 돌아와 콘퍼런스 콜을 하고 쓰러져 잠든 기억.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은 완전히 포기했던 시간들. 내 기억 속에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종 치던 순간은 이미 흐릿해졌는데, 새벽 두 시에 텅 빈 회사 빌딩에 혼자 남아 일하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바스락 소리에 갑자기 덜컥 무서워져서 주관사 사무실에 전화 걸어 누군가 지금 잠 안자고 나와 함께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겹게 안도하던 그날 밤은, 생생하게 그립다. 우아한 경력이란, 그런 것이다. 99%의 잡일과 그 잡일을 하면서 스며드는 스스로의 하찮음을 버텨내서 얻어내는 이력서의 한 줄. 그리고 살면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쓴웃음을 지으며 “까짓것 하면 되지” 하고 덤벼들 수 있는 경험에서 우러난 패기. 아, 이런 이야기를 신문 지면에 쓰고 있는 걸 보니, 나도 꼰대가 다 된 것이 틀림없다.
  • [금요칼럼]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금요칼럼]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법률안들은 가짜뉴스 대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법무부는 2018년 10월 16일 ‘알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대처’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의 제작ㆍ유포는 형법상 명예훼손(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 내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징역 7년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 형법상 업무방해, 신용훼손(각 징역 5년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등으로 처벌되는 명백한 범죄”들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즈음 ‘범정부 허위 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에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는 올바른 정보의 유통을 방해하고 사회전반의 신뢰를 저해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대처 필요”라고 언급하며 가짜뉴스 대책의 대상이 정부정책에 대한 것임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허위정보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사회적 해악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허위사실의 표현으로 인한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 문제되는 사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공익을 해하거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실제로 표현된 내용이 공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적인 내용이거나, 내용의 진실성 여부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닌 때, 내용의 허위성이 공지의 사실인 경우 등에도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가 도입되면 실제로 이용할 피해자들은 대부분 언론보도의 대상이 되는 국가기관, 공무원, 중요 기업들, 문제 되는 사이비종교단체 등이 될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우리 법원은, 민사재판에서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고 국회의원, 서울지방 국세청 국장, 법무부 장관, 검사 등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제기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소송에서도 손해배상을 인용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허위사실의 입증책임까지 전환법리로 “다스는 이명박의 것”이라고 비판한 정봉주 전 의원은 억울하게 1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한편 기업들, 사이비종교단체들도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그간 명예훼손, 영업방해, 초상권, 저작권법 위반 등을 활용해 ‘전략적 봉쇄소송’의 형태로 악용해 왔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해당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재판 과정에서 언론보도를 위축되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우리 법원은 ‘위법성 조각사유의 성립’(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근거)에서 ‘공인 및 공공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발생한 애매한 영역 때문에 봉쇄소송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언론의 입을 막는 방법들이었다. 관련 법률들에 제한사유나 위법성 조각사유들이 충분히 적시되지 아니한다면, 언론사들의 상당수가 위축효과의 영향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 즉 여전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억울한 판결들이 많고,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소송을 수행한 수년간의 세월과 에너지가 충실히 보상될 길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민주주의 핵심요소인 표현의 자유 보장 및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고”를 목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내용으로 “2018년까지 공적규제를 축소하고 2021년 자율규제로 완전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가짜뉴스 대책으로서 ‘미디어 6법’은 너무나 멀리 왔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 “남녀평등 진일보”vs“가정부보다 적어” 中 첫 가사노동 대가 인정 판결에 ‘시끌’

    세계적으로 여성의 육아·청소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가사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전업주부 아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긍정론과 ‘남성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결과’라는 비판론이 엇갈린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이 5년간 가사노동에 대한 대가로 5만 위안(약 850만원)을 받게 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남편 천모씨와 아내 왕모씨는 5년의 열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그러나 관계가 나빠져 2018년 별거에 들어갔다. 천씨는 줄곧 이혼을 요구했지만 왕씨는 “부부의 감정이 남아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을 바꿔 “그간 가사노동을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베이징팡산법원은 천씨에게 “혼인 기간 동안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 왕씨에게 5만 위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개정된 민법 1088조를 근거로 들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육아나 노인 돌봄 등 의무를 지면 상대방이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 로펌 캉다의 한 변호사는 “중국 본토에서 집안일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곧바로 이 사건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6억회 이상 조회돼 논쟁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입장은 둘로 갈렸다. ‘이제 중국도 남녀평등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칭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5년간 노동의 대가로 5만 위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조도 상당했다. 왕씨가 받은 보상금이 우리 돈으로 매달 15만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유명 논평가는 “할 말이 없다. 전업주부의 일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며 “베이징에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데도 1년에 5만 위안은 더 든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성큼 다가온 ‘잠룡의 시간’

    성큼 다가온 ‘잠룡의 시간’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자신의 색을 담은 목소리를 키우면서 ‘포스트 문재인’의 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다만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도 4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차기 주자들의 독주를 가로막는다. 이에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 정책과 부처 공무원 때리기로 우회적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여론조사 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에 싸움을 걸어오는 후발 주자들과 온라인 논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지사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계 이규민 의원이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기본주택’ 입법화에 시동을 걸었다. 무주택자의 소득과 자산, 나이를 따지지 않고 30년간 장기임대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메시지 선명성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이 지사는 ‘여의도 인적 자산’ 키우기가 숙제다. 오는 6월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만큼 여의도와 중앙당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와 달리 ‘엄중한 국정 책임자’의 모습을 강조해 온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달라졌다. 최근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나쁜 사람들”이라며 다그쳤다.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할 수 없는 이 지사가 홍 부총리와 공직사회를 때리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과 비슷하다. ‘엄중 낙연’이 달라졌다는 주목도가 긍정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역대 최초로 정례 ‘총리브리핑’을 시작한다”며 새로운 메시지 창구를 만들었다. 현직 총리로 정부의 공식 입장만 전하는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총리는 “각본도, 질문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 도전이 불투명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논쟁을 걸며 장기적 호흡으로 레이스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이날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앞서 “지금 대한민국이 받아든 과제가 기본소득은 아니다.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베이징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얼마? 中 역사적 판결에 갑론을박

    세계적으로 여성의 육아·청소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가사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전업주부 아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긍정론과 ‘남성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결과’라는 비판론이 엇갈린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이 5년간 가사노동에 대한 대가로 5만 위안(약 850만원)을 받게 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남편 천모씨와 아내 왕모씨는 5년의 열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그러나 관계가 나빠져 2018년 별거에 들어갔다. 천씨는 줄곧 이혼을 요구했지만 왕씨는 “부부의 감정이 남아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을 바꿔 “그간 가사노동을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베이징팡산법원은 천씨에게 “혼인 기간 동안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 왕씨에게 5만 위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개정된 민법 1088조를 근거로 들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육아나 노인 돌봄 등 의무를 지면 상대방이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 로펌 캉다의 한 변호사는 “중국 본토에서 집안일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곧바로 이 사건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6억회 이상 조회돼 논쟁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입장은 둘로 갈렸다. ‘이제 중국도 남녀평등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칭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5년간 노동의 대가로 5만 위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조도 상당했다. 왕씨가 받은 보상금이 우리 돈으로 매달 15만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유명 논평가는 “할 말이 없다. 전업주부의 일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며 “베이징에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데도 1년에 5만 위안은 더 든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도 “이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 중국에서 여성은 늘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한 뒤에도 일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통계청이 처음 가사노동 가치를 산정했다. 2014년 기준 가사노동 시급은 1만 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을 적용하면 대략 1만 7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성큼 다가온 ‘포스트 문재인‘의 시간…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커지는 목소리

    성큼 다가온 ‘포스트 문재인‘의 시간…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커지는 목소리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자신의 색을 담은 목소리를 키우면서 ‘포스트 문재인’의 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다만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도 4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차기 주자들의 독주를 가로막는다. 이에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 정책과 부처 공무원 때리기로 우회적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여론조사 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에 싸움을 걸어오는 후발 주자들과 온라인 논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지사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계 이규민 의원이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기본주택’ 입법화에 시동을 걸었다. 무주택자의 소득과 자산, 나이를 따지지 않고 30년간 장기임대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메시지 선명성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이 지사는 ‘여의도 인적 자산’ 키우기가 숙제다. 오는 6월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만큼 여의도와 중앙당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와 달리 ‘엄중한 국정 책임자’의 모습을 강조해 온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달라졌다. 최근 이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나쁜 사람들”이라며 다그쳤다.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할 수 없는 이 지사가 홍 부총리와 공직사회를 때리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과 비슷하다. ‘엄중 낙연’이 달라졌다는 주목도가 긍정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역대 최초로 정례 ‘총리브리핑’을 시작한다”며 새로운 메시지 창구를 만들었다. 현직 총리로 정부의 공식 입장만 전하는 ‘약점’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총리는 “각본도, 질문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 도전이 불투명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논쟁을 걸며 장기적 호흡으로 레이스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이날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앞서 “지금 대한민국이 받아든 과제가 기본소득은 아니다.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북한이 바라보는 서해 5도와 수역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북한이 바라보는 서해 5도와 수역

    ‘내재적 접근’의 필요성 평화는 실리적 이해가 서로 얽혀 있지 않으면 모래 위의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린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경제적 실리로 군사적 대결을 덮어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서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행동은 그 이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익이 있는 곳에는 경쟁이 따르기 마련이고, 나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면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건,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위해서건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는 것은 중요하다. 불완전한 정전협정과 NLL 설치 정전협정은 적대행위와 무력충돌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되었다. 하지만 해상의 분계선은 지상과 달리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서해의 경계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道界)를 연장한 A-B 선으로만 그어졌다. 그마저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섬들의 관할 기준을 나타내는 표시였을 뿐이다. 다만 서해 5도는 A-B 경계선 북쪽에 있었지만 유엔사 통제 아래 두기로 결정되었다. 북방한계선(NLL)은 유엔사 내부적으로 초계활동과 어민들의 진출 범위를 제한하여 무력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자 설치되었다. 서해 5도 주변 수역은 정전협정에 명시된 인접해면 존중 원칙에 따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가상의 선으로 연결한 NLL은 사실 북한과 합의되거나 설정 직후 통보된 적이 없다. 실제 유엔사도 1990년대 이전까지 서해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인접해면을 침범했다고 문제 삼았지, NLL을 넘어 왔다고 항의하지 않았다. 공동어로 제안을 통한 체제 우위 과시 북한은 1955년 3월 내각 결정을 통해 12해리 영해를 선포하였다. 하지만 전쟁 직후 북한은 12해리 영해를 담보할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 사이 남한의 어민들은 해마다 5~6월이 되면 군 당국의 눈을 피해 북한 해역 깊숙이 들어가 조기를 잡았다. 북한은 어선들이 연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진입하게 되면 나포하여 조사를 벌였다. 조사 과정에 어부라고 판단되면 평양 관광도 시켜주고 어선도 수리하여 돌려보냈다. 북한은 1958년부터 남한 어민들이 일정한 규칙을 지키면 어장을 개방하겠다는 제안도 하였다. 1967년까지 계속된 이 제안은 남한의 경제 수준보다 앞섰다는 체제 과시의 표현이기도 했다.해상경계선에 관한 문제제기 북한은 1973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해상경계선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북한은 정전협정 어느 조항에도 “계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해 5도에 출입하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였다. 북한이 해상경계선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첫째, 북미간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1973년 11월 유엔에서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가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유엔군 사령관은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이자 그 이행의 담보를 책임진 당사자였다. 북한은 유엔군 사령관이 사라지게 되면 정전협정이 개정되거나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것을 기대하며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북한은 서해 5도 수역이 불완전한 정전협정의 대표로 쟁점화하기 좋은 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었다. 북한은 데탕트 시기 한반도 문제가 미중간 대화를 통해 결정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언커크 해체 문제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주둔과 연계시켜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북한의 의도와 달리 미국의 뜻대로 표결 없이 처리하는 것에 동의해 주었다. 그러자 북한은 과거 중국 어선들도 활동했던 서해5도 수역을 분쟁 지역화하고자 했다. 실제 북한은 1962년 중국과 국경조약을 체결하며 압록강 하구의 섬들에 대해서는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지만, 영해에 관해서는 압록강 하구인 동경 124도 10분 6초의 기준선에 합의함으로써 손해를 떠안았다. 셋째, 1973년 12월 개막된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와도 관련이 있었다. 이 회의는 바다에 관한 국제사회의 규범을 제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남북한은 분단 후 처음 유엔 무대에서 각자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했다. 즉 북한은 이 회의 개막 이틀 전에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의 설정에 있어 남한보다 우위에 서려 했다. 북한은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가 진행 중인 1977년 6월에 200해리 EEZ를, 8월에는 경계수역을 각각 선포하였다. 처음으로 논의된 NLL 문제 NLL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0년 시작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였다. 이 회담에서 불가침경계선 문제는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다. 남한은 ‘영역’을 내세웠고 북한은 ‘선’을 주장했다. 각각의 강조점이 달랐던 이유는 NLL 때문이었다. 남한은 NLL이 이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이남의 ‘영역’을 강조한 반면, 북한은 NLL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경계선의 설정을 요구하였다. 결국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에는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되었다. 남한은 NLL을 기준으로 한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에 방점을 둔 반면, 북한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는 점에 강조점을 두었다. 서해교전의 발발과 일방적 군사분계선의 선포 불완전한 합의는 1999년 6월 서해교전으로 이어졌다. 교전 당일 북한은 “당신 측이 멋대로 그어놓은 분계선을 인정한 적도, 통보받은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한 달 뒤 북한은 충돌이 빚어진 것은 양측이 합의한 해상 군사분계선이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을 위한 회담에 나서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유엔사가 응하지 않자 1999년 9월 일방적으로 해상경계선을 선포하였다. 2000년 3월에는 후속 조치로 좌우 폭 1마일의 ‘통항질서’도 발표하였다. 북한이 선포한 해상분계선은 정전협정 상의 A-B선을 기점으로 황해도 강령반도 끝단인 등산곶과 경기도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 점, 황해도 웅도와 경기도 서격렬비도 사이의 등거리 점, 중국과의 반분 교차점을 연결한 선이었다. 북한은 이 선이 A-B 선을 기점으로 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에도 부합하고, 등거리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정신에도 맞는 것이라고 하였다. 남북공동어로 구역을 둘러싼 입장 차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서해에서의 무력충돌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2005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공동어로 문제를 공식 제의하였다. 김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서해에서의 긴장 완화 문제를 함께 협의하자고 제안하였다.수산협력 실무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였다. 북한은 장성급 회담에서 ① 무력충돌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상분계선 확정 ② 공동어로 실현을 위한 군사적 대책 ③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 ④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해상분계선 설정과 관련하여 남북이 기존의 모든 주장을 포기하고 통일 한반도의 영해 기선을 확정해 새로운 영해권을 내외에 선포하자고 주장하였다. 공동어로수역과 관련해서는 그 구역을 강화만 일대의 넓은 수역까지 포함하자고 제안하였다. 아울러 NLL 때문에 해주항으로 입항하는 민간 선박들이 백령도 서편으로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제주해협 통과 문제와 함께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제주해협 통과 문제만 해운회담으로 이관되고 나머지는 모두 거부되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제안과 후속 회담의 답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 문제를 군사회담에서 논의하니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함께 풀어낼 것을 제안하였다. 노 대통령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경제 지도를 덮는 방식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고 역설하였다. 김정일 위원장도 노 대통령의 해주 특구 제안에 난색을 표하다가 점심 식사 후 전격 받아들였다. 그 결과 10·4 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명시되었다. 정상회담 직후 국방부장관과 인민무력부장 사이에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을까, 양측은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위해 새롭게 해상경계선을 긋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NLL을 인정할테니 자신들의 해상경계선도 인정하라며 그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삼자고 제안하였다. 반면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NLL을 기준으로 한 등면적 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분계선의 설정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고 진행된 회담에서 남북은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을 두고 논쟁하다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의 변화와 실리를 통한 평화 정착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재확인되었다. 아울러 그해 가을 평양에서 체결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구체화 되었다. 이 합의서에는 북한이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 조항의 삽입은 10·4 선언 직후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점 설정 문제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교훈을 되새긴 성과였다. 아울러 이 조항이 삽입돼 대선 과정에 불거진 ‘NLL 포기 발언’ 시비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적 이해관계로 덮어버리면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합의서에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을 군사연습 중지 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과거 북한이 공동어로구역 범위를 협의하면서 강화만 일대까지 넓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실리를 따져 본 뒤 제안을 받아들인 사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실무 책임자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부터 10·4 선언 이후 장성급 회담까지 NLL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을 요구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실무 책임을 맡은 회담에서 NLL을 인정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포착하여 서로의 이해관계를 얽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는 실리적 이해가 얽히지 않으면 모래 위의 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갈등과 분쟁의 서해를 평화와 경제의 바다로 변화시키는 봄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 [사설] 백신접종 불필요한 논란 접고, 모두 게임 체인저 돼야

    학수고대하던 첫 코로나19 백신이 어제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출하를 시작했다.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이하 입소자와 종사자 등에게 접종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앞으로 5일간 총 78만명분이 출하된다. 오늘 1900여곳의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에 전달돼 내일 오전 9시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또 코로나 감염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접종될 화이자 백신 5만 8500명분도 차질이 없다면 오늘 국내에 도착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코로나19 종식과 일상 회복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만큼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는 백신 공급과 함께 주중에 새로운 방식의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영업자 등의 생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개인의 방역 책임은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어 정부의 심사숙고가 요구된다. 설 연휴 이후 하루 600명대까지 급증했다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53명꼴로 거리두기 2.5단계 범위에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20%를 웃돌고 있는 데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은 백신만이 가능하다. 온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 시기를 오는 11월쯤으로 잡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된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 등 7900만명분에 달해 전 국민이 접종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확보된 백신이 정부의 계획대로 제때에 차질 없이 공급되고 국민의 접종 참여율 또한 최대한 높여 집단면역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백신접종 1호 논쟁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자칫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접종 참여율을 낮출 우려가 높은 탓이다. AZ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은 의학적으로 영국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특히 영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서도 효과가 높았다. 한국 정부가 내린 AZ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유보 결정은 이중삼중의 추가적인 안전장치일 뿐이다. 아울러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백신접종 보이콧 운운도 더이상 없어야 한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정부,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 이낙연 “MB·朴 국정원 사찰 특별법”… 野 “선거 개입” 반발

    이낙연 “MB·朴 국정원 사찰 특별법”… 野 “선거 개입”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 띄우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국정원의 ‘선거 개입 공작’이라며 “선택적 정보공개가 아닌 김대중(DJ) 정부 이후 불법 사찰 정보를 일괄 동시 공개하라”고 맞섰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상규명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개별 정보공개 청구와 특별법 등을 추진하겠다”며 “의원총회에서 그에 관한 의견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의총에서는 특별법 추진에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의 보고만 진행됐고 의원 간 토론도 없었다고 한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보위에서 ‘국정원 60년 불법 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을 여야에 제안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이틀째 저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사자인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은 사찰보고서를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보위원들은 “민주당과 국정원이 선택적으로 정보공개를 한다면 이는 분명한 정치 개입”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DJ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의혹이 대상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에 DJ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현재까지 도·감청, 미행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DJ 정부 당시 임동원·신권 원장이 모두 불법 도·감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강조한다. 국민의힘은 무엇보다 사찰 의혹 제기가 명백한 ‘부산 보궐선거용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정진석 경선관리위원장은 이날 “부산시민들이 간단하지 않다”며 “이것은 자충수가 돼서 민주당 후보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DJ 정부 실세였던 박 원장에 대한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박 원장을 향해 “해묵은 사찰 논쟁을 일으켜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겨 보겠다는 요물(妖物)의 책동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고 했다. MB 정부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도 “정치적 공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정원 사찰 의혹 신경전은 이날 국회 운영위의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까지 번졌다. 여당은 최영애 인권위원장에게 국가기관의 불법사찰이 인권침해라며 조치를 주문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블랙리스트’로 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언급하며 인권위 조사를 촉구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與 국정원 사찰 띄우기…野 “선거용 공작…DJ·盧 때 정보도 공개”

    與 국정원 사찰 띄우기…野 “선거용 공작…DJ·盧 때 정보도 공개”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 띄우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국정원의 ‘선거 개입 공작’이라며 “선택적 정보공개가 아닌 김대중(DJ) 정부 이후 불법 사찰 정보를 일괄 동시 공개하라”고 맞섰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상규명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개별 정보공개 청구와 특별법 등을 추진하겠다”며 “의원총회에서 그에 관한 의견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의총에서는 특별법 추진에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의 보고만 진행됐고 의원 간 토론도 없었다고 한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보위에서 ‘국정원 60년 불법 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을 여야에 제안했다.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이틀째 저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사자인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은 사찰보고서를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보위원들은 “민주당과 국정원이 선택적으로 정보공개를 한다면 이는 분명한 정치 개입”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DJ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의혹이 대상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에 DJ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현재까지 도·감청, 미행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DJ 정부 당시 임동원·신권 원장이 모두 불법 도·감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강조한다.국민의힘은 무엇보다 사찰 의혹 제기가 명백한 ‘부산 보궐선거용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정진석 경선관리위원장은 이날 “부산시민들이 간단하지 않다”며 “이것은 자충수가 돼서 민주당 후보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DJ 정부 실세였던 박 원장에 대한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박 원장을 향해 “해묵은 사찰 논쟁을 일으켜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겨 보겠다는 요물(妖物)의 책동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고 했다. MB 정부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도 “정치적 공작에 불과하다”고 했다.국정원 사찰 의혹 신경전은 이날 국회 운영위의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까지 번졌다. 여당이 먼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민간인 사찰 의혹이 개인의 인권침해 아닌가”라고 따져물으며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국회의원과 수많은 지자체장에 대한 사찰로 개인 인권을 지속·반복적으로 침해한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인권위가 활동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냐”고 질타하며 인권위 차원의 조치를 주문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블랙리스트’로 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사찰 DNA가 없다고 자신했다”며 “현 정부의 사찰 의혹에 대해서 인권위에 진정 접수된 것이 있느냐”고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들어오면 검토를 하고 인권위가 하는 일의 범주에 들어오면 조사를 시작하고 아닐 경우 각하도 한다”고 답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정세균 “저라도 1호 접종 하려했지만…백신 정쟁도구 안돼”

    정세균 “저라도 1호 접종 하려했지만…백신 정쟁도구 안돼”

    정세균 총리가 24일 백신접종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정치가 백신 불안감을 부추긴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 총리는 “저라도 1호 접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접종 대상자들의 93%가 흔쾌히 백신 접종에 동의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으라며 부질없는 논쟁을 부채질한 일부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든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백신접종 1호가 논란이 되는 이 기이한 현실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어디에 있냐고 따지면서 불필요한 정쟁을 끝내자고 호소했다.앞서 정 총리는 아스트라제네카(AZ) 국내 위탁생산업체인 경북 안동시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온 국민이 고대하던 코로나19 백신이 출하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안동 공장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4만 회분을 실은 트럭을 앞에 두고 “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어 24일부터 닷새 동안 78만 명분의 백신이 전국 1900여 개소의 요양병원과 보건소로 전달되고, 26일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면서 일상 회복을 위한 역사적인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백신을 정쟁의 도구로 삼기 위해 과학이 검증한 백신을 차별하고, 과학을 근거로 한 접종 순위를 흔드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민 불안감만 부추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안전한 접종을 위해 백신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 도입, 수송과 유통, 접종, 이상반응 관리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준비했다며 신뢰를 당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홍준표 “40년 사찰당해도 불만없어…민주당 공작 아직 통하나”

    홍준표 “40년 사찰당해도 불만없어…민주당 공작 아직 통하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4일 검사시절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끝없이 사찰 당해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사찰 의혹 제기를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사시절에도 사찰 당했고 심지어 우리가 집권했던 시절에도 사찰 당했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 갔다”면서 “사찰을 겁을 낼 정도로 잘못이 많으면 공직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직자는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살아야 한다”면서 “사찰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직 생활을 하면 사찰해 본들 뭐가 문제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사찰당했다고 떠드는 우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홍 의원은 “무얼 잘못 했길래 사찰당하고 또 사찰 당했다고 떠드냐”고 같은 당 의원을 비판했다고 주장했다.그는 “해묵은 사찰 논쟁을 일으켜 부산 시장선거에서 이겨 보겠다는 책동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다”면서 “아직도 공작이 통하는 시대인가요”라고 한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해당 보고서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박 후보를 겨냥해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날 일인데 뻔한 정치적 공세로 은폐하려는 처신”이라고 질책했다. 이낙연 대표는 진상규명TF를 구성하고 개별 정보공개 청구와 특별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날 불법사찰 대상자가 2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불법사찰이 이렇게 확인되고 있음에도 야당은 선거용 정치공작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은 어설픈 물타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상규명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내 1호 백신 접종자는 누구? 방역당국 “접종 원칙 따라 준비”

    국내 1호 백신 접종자는 누구? 방역당국 “접종 원칙 따라 준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이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아직 국내 ‘1호 접종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호 접종자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거세지면서 정부에서 선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접종 순서의 원칙을 지켜서 첫 접종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 또는 종사자로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정치권 공방을 고려하지 않고 그간 질병관리청이 밝힌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 원칙을 지켜 1호 접종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1호 접종은 전국에서 동시에 나오게 되는데, 전국에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접종자를 선정하는 일이 남았다”며 “그간 밝힌 원칙에 따라 준비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은 이르면 이날 오후 1호 접종자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용한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6일 오전 9시부터 전국의 요양병원 및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방역당국은 정부가 세운 접종 원칙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그룹의 접종 동의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 유명인사의 1호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 15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이 요양병원·시설에서 시작해 순차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요양병원 종사자가 1호 접종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요양병원·시설에서 종사자와 환자 중에 백신을 맞겠다고 한 비율이 94% 수준인데 고위 공직자가 먼저 접종한다고 하면 공정의 문제 등과 연결될 수 있다”면서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혹은 종사자 중에 한 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역당국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접종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다이노+] 뿔공룡 트리케라톱스 목 주위 ‘프릴’ 용도는 ‘짝짓기’

    [다이노+] 뿔공룡 트리케라톱스 목 주위 ‘프릴’ 용도는 ‘짝짓기’

    세 개의 큰 뿔과 목 뒤의 방패 같은 구조물인 프릴(frill)을 지닌 트리케라톱스는 공룡 시대 마지막을 장식한 '폭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함께 살았던 초식 공룡이다. 트리케라톱스는 흔히 뿔공룡으로 알려진 각룡류(Ceratopsia)의 일종으로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뿔과 프릴을 지닌 공룡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멋진 뿔과 프릴의 용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쟁이 있었다. 크고 긴 뿔과 약점 부위인 목 뒤를 보호할 수 있는 프릴은 의심의 여지 없이 방어용으로 여겨졌다. 뿔로 티라노사우루스의 부드러운 복부를 노리는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은 복원도나 모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두 공룡이 같은 시대에 살았을 뿐 아니라 날카로운 뿔의 크기와 각도를 생각하면 가장 그럴듯한 가정이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이 전통적인 모습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 의심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만약 뿔이 방어를 위한 목적이라면 뿔공룡의 뿔과 프릴은 대개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치 꽃처럼 그 형태가 종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프릴의 형태가 다양한데, 일부 프릴의 경우 방어용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많은 장식이 달려있다. 심지어 뿔은 없고 프릴만 있는 각룡도 적지 않다. 따라서 프릴은 방어보다는 짝짓기 목적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런던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앤드류 크냅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뿔이 없는 소형 각룡인 프로토케라톱스 프릴 화석을 분석했다. 프로토케라톱스 화석은 몽고 고비 사막에서 대량으로 발견되었는데, 연구팀은 보존 상태가 우수한 두개골 화석 30개를 구해 3D 스캔을 통해 형태를 상세하게 비교 분석했다. 짝짓기를 위한 장식은 공작의 깃털처럼 수컷이나 암컷에서 다른 형태를 보이거나 크기가 현저하게 다른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연구팀은 프로토케라톱스 화석에서 암수의 차이로 인정할 만한 뚜렷한 개체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30개나 되는 두개골이 모두 우연히 암컷이나 수컷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암수의 프릴이 같은 형태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짝짓기 가설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암수가 서로를 유혹하기 위해 비슷한 장식을 지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나이에 따른 비율 차이도 비교했다. 만약 프릴이 성선택을 위한 것이라면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성체에서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방어나 체온 조절 용도라는 가설이 옳다면 새끼 때나 성체가 되었을 때나 프릴의 비율이 비슷할 것이다. 실제 분석 결과는 성체가 될 때 프릴이 상대적으로 커져 성선택 가설에 부합했다. 프로토케라톱스는 몸길이 1.8m의 소형 초식 공룡인 데다 프릴의 가운데가 비어 있어 사실 방어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이 해석을 지지한다. 다만 연구팀은 프릴의 형태가 개체마다 약간씩 다른 점을 들어 짝짓기 외에 사회적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약간씩 다른 형태의 프릴이 무리에서 각 개체를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다. 공룡이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으나 일부 공룡의 경우 집단을 이뤄 생활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가설이 옳다면 프로토케라톱스의 프릴은 상대를 식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번 연구는 프릴의 목적이 짝짓기에 있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다만 뿔의 경우 방어나 공격 목적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뿔공룡의 날카로운 뿔은 육식공룡이나 영역이나 암컷을 두고 다투는 다른 뿔공룡에 맞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리케라톱스가 강력한 뿔과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된 프릴을 지닌 멋진 공룡이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공룡의 모습은 도마뱀을 닮은 오래된 복원도와 달리 현생 조류만큼 화려하고 다양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서울광장] 관치금융이 낳은 고연봉 은행원/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관치금융이 낳은 고연봉 은행원/전경하 논설위원

    매년 3월 말이면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개된다. 가장 큰 관심은 직원의 평균 연봉이다. 성과급 논쟁이 일었던 올해는 더욱 그렇다. 기준은 1억원이다. 이 기준에 드는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국민·하나은행 등 은행이다. 삼성전자 등은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혁신하는 제조업이다. 반면 은행들은 정부 인허가에 기반해 사업하는 금융업이다. 국내 은행이 세계적 수준으로 경쟁하며 혁신한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기준 3만 1000달러(약 3700만원) 수준이다. 미국은 6만 5000달러, 일본은 4만 달러다. 세 나라의 은행원 연봉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은행원은 경제 규모 등에 비해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무엇이 뛰어날까. 외환위기로 통폐합을 겪은 뒤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매년 연봉을 3∼7%가량 올렸다. 물가상승률은 물론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인상률을 웃돌았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일이 몰린 직원에 대한 배려였다. 정부는 2009년 신입 행원의 연봉을 3년 삭감하는 강수를 뒀다. 금융위기 직후였고 신입 행원의 연봉이 다른 나라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던 탓이다. 이 조치는 2011년 이후 순차적으로 원상복귀되면서 무효화됐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노조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에는 ‘4대 천왕’인 강만수 산업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홍기택 산업금융지주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 임명됐다. 노조는 CEO 취임에 앞서 ‘길들이기’ 투쟁을 했고 CEO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취임했다. 어느 한 은행에 적용된 복지는 회사 간 비교를 통해 노조 힘을 빌려 다른 은행으로 퍼졌다. 은행 노조는 힘이 세다. 은행 노조 출신의 이용득 전 국회의원,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그 위상을 보여 준다. 조합원 10만명,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연봉에다 업(業)의 특성상 꼬박꼬박 내는 조합비 등이 그 이유다. 권력이 지명한 경영진, 국회의원·장관 등을 배출한 노조 등이 어울려 정부가 은행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너무한다”면서도 수용하는 구조가 된다. 은행이 성과급 등을 지급하는 ‘돈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라는 예대마진이다. 정부는 한때 ‘땅 짚고 헤엄치는’ 예대마진에 기반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대체투자 등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높이라고 권했다. 그 결과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데도 고령층에 원금 보장된다고 판 펀드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 해외 현장 실사도 없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등이다. 국내 은행은 경쟁력이 있는 걸까. 중국 탓에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리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런던의 위상에 금이 갈 때 금융허브 기능의 일부라도 가져올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권 당시 ‘동북아금융허브’라는 비전 제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성과주의 도입 등을 통한 은행의 효율화 시도 등과 같은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은행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화, 한국형 뉴딜 등에서 정책사업의 자금줄로 쓰는 데 만족할 모양이다. 은행은 꾸준히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지만, 최근 논란이 된 성과급은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급증 덕도 있다. 가뜩이나 후하다고 평가받던 명예퇴직 조건도 나아졌다. 소상공인 등을 돕기 위한 원리금 상환유예가 지난해 9월 말에서 올 3월 말, 그리고 올 9월 말까지 다시 연장된다. 이 기간 동안 어떤 부실이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예년보다는 많이 쌓아 두고 있다지만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은행 경영이 어렵다며 예대마진을 늘릴지를 지켜봐야 한다. 은행이 힘들다고 1인당 GDP의 2배 이상 받는 은행원의 연봉은 물론 명예퇴직금 등을 주기 위한 부담을 국민이 1원이라도 나눠 질 이유가 없다. 이미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에 86조 9000억원, 비은행권에 79조 4000억원 등 총 168조 7000억원의 공적자금, 즉 세금이 들어갔다. 공적자금 회수율은 지난해 말 기준 69.5%이다. 공적자금 회수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100% 회수될 수 없다. lark3@seoul.co.kr
  • [글로벌 In&Out] 귀화자는 유감일세! 애국가 논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귀화자는 유감일세! 애국가 논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요즘 ‘다문화 선배’라는 별칭으로 유튜브에서 여러 활동을 한다. 최근 애국가를 다양한 외국어로 부르는 오디션 대회를 추진 중이다. 대회를 설명하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렸더니 신기한 토론이 벌어졌다. 일부 구독자는 애국가에 친일 논란이 있어서 다른 노래로 대회를 개최한다면 좋겠다는 식으로 조언도 했다. 모든 의견과 조언에 감사하지만, 댓글로 찬반 여론이 생겨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국가’(國歌)라는 개념에 대해서 좀더 신경 쓰게 됐다. 나는 귀화 면접을 한꺼번에 통과한 사람이 아니고, 중간에 한 번 탈락했다가 2차 시도로 간신히 통과했다. ‘간신히’라는 부사를 쓴 건 음치라서 애국가를 부르는 절차를 힘들게 통과했다는 의미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1차 시도 때 후렴과 1절, 2절 순서를 헷갈려 떨어졌다. 국가는 현대의 결과물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된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를 나폴레옹 정부는 너무 혁명적이라며 금지했다. 이후 1870년에 다시 프랑스 국가로 공식 인정됐다. 프랑스가 제일 오래돼 보이지만, 탄생 시기로 따지면 영국과 네덜란드가 가장 오래됐다. ‘빌럼의 노래’라는 네덜란드 국가는 1932년에 공식적으로 지정됐지만, 탄생 시기는 네덜란드가 신성로마 제국에서 독립한 80년전쟁 때인 16세기이다. 영국의 국가는 찬송가이다. 제목도 달라진다. 군주는 현재처럼 여성이면 “하느님,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이고 남성이면 “하느님, 국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King)이다. 작사ㆍ작곡 시기는 불투명한데 18세기 중순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포인트는 이 찬송가도 영국의 공식 국가는 아니란 점이다. 그냥 전통이다. 이런 자연스런 국가의 탄생은 극히 일부이다.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부르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냐면, 헌법재판소에 들어간 아랍계 판사 살림 조부란은 공식 행사 때 국가를 부르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스라엘 국가는 오직 한 종교에 속한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이라크는 나라가 생길 때부터 무려 6번이나 국가를 새로 지정했다. 무려 6번. 유럽도 다르지 않다. 한 예로 독일 여성가정부 성평등 담당 고위 간부 크리스틴 로제 모흐링은 국가의 가사를 바꿔야겠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가는 1841년에 작사됐고 1844년 독일 혁명으로 유명해졌으며 1922년부터 공식 국가로 지정됐다. 나치 정권 이후에 가사의 민족주의 부분이 좀 삭제됐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1952년 다시 태어났다. 현재 독일 여성단체들은 국가가 너무 남성스럽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더는 개편되지 않는다. 애국가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생긴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아직도 작사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3ㆍ1운동을 계기로 대중화됐고, 그 이유로 임시정부가 국가로 지정했다. 물론 그 이후에 논란들이 생겼지만 임시정부는 많은 논의 끝에 애국가를 끝까지 국가로 쓰기로 했다. 친일 행각들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배신감을 느낄 사람들이 임시정부 사람들인데, 그들이 인정한 마당에 더이상 이 주제를 건드리는 것이 유익한 행동인지 감이 안 잡힌다. 역사적 사실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애국가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들에 눈을 감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큰 성공을 했을 때마다 국민을 묶어준 태극기와 애국가에 대한 인식은 좀더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 애국가가 교체되면 제일 억울한 사람은 나다. 애국가 때문에 귀화면접을 헌 번 떨어졌다가 고생 끝에 재수해 합격했으니 말이다.
  • 사회적 약자 다룬 기획 눈길… 허위사실 바로잡는 팩트체크 필요

    사회적 약자 다룬 기획 눈길… 허위사실 바로잡는 팩트체크 필요

    서울신문은 23일 제136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2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코로나19로 회의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을 비롯해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학생),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정성은(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이번 달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울신문의 꾸준한 관심이 드러나는 기획이 많았고,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관련된 여러 현안을 다뤄 읽을거리가 풍부했다는 평이 많았다. 또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보도와 분석, 제언까지 이어 간 경제 기사들이 인상 깊었다는 평도 있었다. 다만 기사에서 제시한 문제들이 사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나 기사 내용과 제목의 결이 다소 달라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김숙현 특파원 생생리포트는 독자들에게 그 나라의 현장감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중국의 호적 없는 대리모 아이, 병상 없이 난리인데’, ‘무증상에도 떡하니 입원한 日의원’ 등은 중국과 일본의 사회 문제를 잘 보여 줬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미국, 일본의 실태를 보도하며 한국과 비교할 수 있게 제시한 점도 좋았다. ‘그 많던 中 관광객이 사라졌다 제주 쇼핑거리 면세점 죽을 맛’은 시의성이 높은 좋은 기사였다. 다만 제목과 내용이 약간 부조화된 측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불법체류자가 줄었다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내용인데 제목만으로는 어두운 측면만 부각한 느낌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구상이 윤곽은 있지만 불명확한 부분도 여전히 있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을 중심으로 인물 분석을 통해 대외전략 구상을 예측할 수 있는 특집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이 밖에도 오는 3월 20일은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 전에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한 특집기사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박경미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안에 대한 기사가 많은 달이었다. 가장 돋보인 기사는 ‘북 원전, KEDO 부지가 설득력 높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였다. 북에 전달했다는 원전 문건에 담긴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문건의 내용을 명확하게 분석, 정리했다. 정치적 색깔론으로 번질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의 구체적 쟁점이 상세히 전달돼 무엇이 쟁점인지 보여 줬다. 다만 ‘북 원전 의혹’은 ‘북 원전 지원 의혹’으로 명명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북한 자체의 원전 건설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제목으로 이해된다. 선거 공약과 후보 단일화 등의 이슈에 밀려 검경 수사권과 공수처 설치가 주변적 이슈에만 머물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후속 흐름을 다뤄 낸 점도 돋보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쟁점은 판사 탄핵안 논쟁이었다. 국회의 탄핵안 발의 당론을 시작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 등에 이르는 일련의 상황은 사법부가 처해 있는 상황과 함께 국회가 취하는 입장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야 했다. 2월 5~6일자 주말판에서는 판사 탄핵안을 둘러싼 일련의 쟁점과 각각의 입장을 선명하게 보여 줬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의 문제를 부각시켜 전달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안의 주제별 기사 배치도 적절했다. ‘2020 국방백서’에 할애된 2월 3일자 5면을 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기사를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의 관계 등 4개국의 견해 차이를 잘 보여 줬다. 한국과 북한이 서로 다른 정책을 추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대비해 균형적 시각을 제공했다. 한미동맹에서 전작권 전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설명했다. 유승혁 지속적으로 노동자와 약자를 기사로 비춰 주는 건 서울신문의 상표 이미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에 생존 위협받는 노숙인들’, ‘지방 소도시 택배 분류 현실’ 등을 비롯해 성소수자, 아동학대,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 관련 기사가 많았다. 다만 기사에서 보이는 관심과 다르게 사설에서는 한 번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서울신문의 관심이 기사에서 나타날 때 사설까지 이어져 목소리가 커지는 유기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2021 격차가 재난이다 시리즈’는 감정이입이 잘됐고, 남은 시리즈가 기대된다. 관련된 내용이 사설에도 나온다면 더 좋겠다. 신문도 뉴미디어화가 된다는 점이 좋았다. 경제 기사 중에서는 일반 시민이 공감할 기사가 늘었다. ‘머니 톡 머니 쏙’ 시리즈는 이해가 쉬웠다. 시장 물가와 주식 등 생활과 관련된 기사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강남 집값을 비판하는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보다 일반적인 서울 시민이 살고 있는 집값을 다루는 기사도 더 나온다면 좋겠다. 서울신문에서도 팩트체크를 다루는 기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SNS나 유튜브 등에서는 허위사실이 많이 유포된다. 가끔씩 바로잡아 주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이동규 서울신문은 ‘2021년 1월 고용동향’ 발표를 큰 비중으로 다뤘다. 통계지표를 활용해 보도, 분석, 정책 방향 제시까지 연결된 좋은 기사였다. 앞으로는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대로 바로 속보 형태로 온라인에도 올려 즉시성도 함께 살리면 좋겠다. 통계청의 2020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역시 사설로도 ‘소득감소 두드러진 취약계층 두텁게 지원하라’고 정책 제언을 한 점이 좋았다. 21대 국회 임기 첫해인 지난해 가장 많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에도 20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활동의 양적·질적인 분석 등을 다뤄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시의적절했다는 평을 받았었다. 21대 국회 활동 개시 이후에도 서울신문은 입법 활동 비교·분석, 상임위원회별 안건 통과 실적 분석 등 관심을 갖고 보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21대 국회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여전한 포퓰리즘 논란, 부실 입법, 높은 가결률 비판, 입법영향평가 도입 요구 등 입법 환경 등에 대해 서울신문이 이슈를 선점해 심층 분석,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의제 설정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정성은 이번 달에는 칼럼 중 매우 유익하고 잘 쓰인 외부 칼럼들이 많았다. 특히 안도현 시인의 ‘동시를 읽는 겨울’,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의 ‘코로나 시절 돌아본 타조법과 도조법’ 등 외부 칼럼 중 눈에 띄는 기사가 많았다. 매일 읽는 신문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감동도 받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됐다. 최대 현안인 코로나와 관련해 서울신문이 아이들에게 주목한 기획기사를 제시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탐사기획부의 ‘성장이 멈춘 아이들’ 기사가 울림이 컸다. 기자가 직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가정경제 상황에 따른 교육 기회와 효과의 계층 간 양극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흥미로웠다. 다만 설문의 결과를 더 분명히 보여 주고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지난달 말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문건과 관련해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다. 많은 언론들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추측성 기사를 과도하게 게재했다. 그 와중에 서울신문은 비교적 신중하게 사실적 접근을 했다. ‘북 원전 실무자 아이디어 차원인데 왜 지웠나…검서 규명 필요’는 이 사안에 대한 의문과 쟁점을 잘 정리하고, 이에 대한 여야 입장을 잘 대비한 유익한 기사였다. 정리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10억 벌고 싶다면 1억부터 저축해야… 별처럼 많은 주식 기다리면 또 기회

    10억 벌고 싶다면 1억부터 저축해야… 별처럼 많은 주식 기다리면 또 기회

    주식이 트로트와 함께 콘텐츠 시장의 대세가 될 날이 올 줄 누가 진지하게 예측해 봤을까. 하지만 현실이 됐다. TV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주식 방송이 넘쳐난다. 다큐도 되고, 예능도 된다. 상승장에 기대어 우후죽순 쏟아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콘텐츠는 상승장의 분위기를 일궈 나가는 데 일조했다. 120만 유튜버 ‘김프로’ 김동환(54). 전직 증권사 임원이자 사업가, 방송인이었던 그가 만든 ‘삼프로TV 경제의 신과 함께’는 주식 시장의 오래된 힘의 구도에 균열을 내는 데 역할했다. 유튜브나 책에서 정보를 얻은 스마트 개미들은 더이상 기관과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치이는 존재가 아니라 시장의 한 축이 됐다. 여러 직업에서 성취를 이뤄 온 김동환 이브로드캐스팅 이사회 의장의 삶과 주식관이 궁금했다. 보통 나이가 들면 과거 무용담을 말하며 자존감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의 꿈을 얘기할 때 도파민(의욕·흥미를 담당하는 호르몬)이 분출되는 듯했다. 마치 소년처럼. 호기심과 적극성은 그를 추동해 온 가장 큰 힘이다.-유튜브는 물론 ‘아침마당’(KBS)부터 웹예능인 ‘개미는 오늘도 뚠뚠’(카카오TV)까지 틀면 나옵니다. 방송이 체질인가요. “사실 어렸을 적 꿈이 방송사 기자였어요. 세상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정치외교학을 학부 전공으로 택한 이유죠. 대학 졸업반 때 대기업에 덜컥 합격했는데, 군 복무를 해야 해 제대 뒤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군에 있을 때 ‘이대로 회사 생활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대 후 기자 시험을 준비했죠. 그런데 가정 형편이 썩 좋지 않아 연봉 높은 곳도 찾아봤어요. 증권사가 보이더군요. 우연히 입사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기관투자자를 상대하는 부서에서 일했는데 거래 단위가 100억원이어서 깜짝 놀랐죠. 원래 밤에 기자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접었습니다. 그때 기자를 했다면 일주일에 두어 번 방송에 나가고 있을까요. 지금은 매일 라이브를 하고 있으니 인생유전이죠.” 펀드 매니저로 좋은 성과를 내던 그는 1997년 영국 버밍엄대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귀국해 증권사에서 일하며 마흔도 안 돼 임원이 됐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지쳐 갔다. 2005년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거기서 작은 사업을 하며 현장 경영을 배웠다. -미국에서 패션 분야 장사를 꽤 성공적으로 하셨는데요. “친척의 부탁으로 모자를 팔다가 나중에 운동화 장사를 했어요. 승합차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에어조던 시리즈 같은 귀한 신발을 구해 소수의 고객에게 팔았죠. 금융 시장처럼 신발 시장에도 정보 불균형이 있었어요. 제가 장사하는 곳에서는 웃돈 주고 사는 운동화인데 필라델피아 등 백인 동네에 가면 가비지(쓰레기)였어요. 거기서 시장성을 본 거예요. 힙합 가수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갱 단원도 제 손님이었죠.” -갱이 고객이라니 무섭지 않았나요. “미국의 위험한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계산대 아래에 단을 짜 놓고 올라가서 팔죠. 도난 위험도 많고, 총을 소지한 이들도 있으니까. 저는 인수한 가게에서 단을 치워 버렸어요. 고객을 내려다보면서 돈을 준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너 죽는다”, “미쳤냐”고 했죠. 근데 거리낌없이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하고, 포옹하며 인사를 건네니까 무서워 보였던 손님들도 마음을 열더군요. 나중엔 매상 올린 돈을 몸에 지니고 한밤중 캄캄한 길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데 그 친구들이 보호해 주기도 했어요.”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귀국해 다시 증권사에 복귀했다. 2008~2011년 채권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 계열 투자자문사 대표를 지내며 증권사 사장을 꿈꿨다. 그런데 2012년 가을 회사를 그만뒀다. 요즘 청년들의 로망인 ‘경제적 자유’(근로소득 등에 의존 않고도 살아갈 만큼 부를 일군 것)를 이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년간 한 우물을 팠으면 다른 경험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후 경제 프로그램 진행 등을 하다가 2018년 1월 신뢰하던 두 후배(이진우 전 이데일리 기자, 정영진 위키프레스 편집장)와 ‘경제의 신과 함께’(삼프로TV의 전신)라는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왜 경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나요. “방송을 진행해 보니 깊이에 한계를 느꼈어요. 전문가 인터뷰 때 주어진 시간이 10분이니까 그들도 딱 그만큼의 깊이로 준비를 해 와요. 금융권에 숨은 고수들이 많은데, 이들이 가진 정보를 대중과 나누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요즘 음악계 재야의 고수를 발굴하는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잖아요. 경제 분야에서도 진짜 고수가 등장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죠. 내실을 기해 놓으니 주식에 관심이 커진 지난해 이후 구독자가 크게 늘었어요. 지난해 1월 10만명이었는데 1년 만에 110만명이 됐으니까요.”-‘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라는 책을 냈는데 꾸준히 수익을 내는 투자자의 공통적 자세는 뭔가요. “절대 성급하지 않습니다. 의사 결정 전에 굉장히 치열히 생각하고, 판단이 서면 과감하고 단호하게 움직이죠. 외부 소음에 흔들리지도 않아요. 반면 투자 성적이 안 좋은 사람들은 부산스럽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본질을 못 봐서죠. 성공한 투자자들은 ‘우리 경제가 망할 것이냐, 흥할 것이냐’, ‘코로나19 탓에 인류가 망할 것이냐, 흥할 것이냐’ 같은 틀 안에서 논쟁하지 않습니다. 핵심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이들은 ‘인류는 조금씩 진보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서 ‘그렇다면 이 모멘텀(계기)에 어디에 투자할까’를 고민합니다.” -포모(FOMO·소외공포)를 호소하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초보 투자자가 많은데요.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나만 가난해질까봐 걱정하는 것이잖아요.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유동성에 올라탔던 자신의 아버지나 형은 부자가 됐습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가난해졌어요. 다만 찬스를 놓칠까봐 마냥 서두른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실 금융 시장은 투자자에게 항상 기회를 줘 왔어요. 세상에 별같이 많은 게 주식이에요. 이번에 놓치면 저 가격에 주식을 못 살 것 같지만 기회는 또 옵니다.” -책에서 ‘때로는 투자를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저는 인생에서 두 차례 투자를 멈춰 봤어요. 1997년 영국으로 유학 갈 때와 2006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였죠. 유학 갈 때는 ‘과연 내가 주식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 투자를 중단했고, 미국에서 창업한 2006년에는 ‘한국 주식의 시세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죠. 만약 지금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시장에 관계없이 투자를 멈추거나 최소화하세요. 물론 정신력이 대단해서 병행할 수 있다면 예외겠지만요.” -청년층 투자자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규모 있는 ‘시드머니’(투자 종잣돈)를 먼저 만드세요. 10년 동안 벌고 싶은 자산 수준을 정하고 이 규모의 10분의1을 시드머니로 모으는 겁니다. 10년간 10억원을 모으고 싶으면 1억원은 있어야 하는 거죠. 시드머니는 저축으로 모아야 합니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마시고 모아야 빨리 모으죠. 누구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근로소득을 아껴 스스로 투자 자금을 모으길 권합니다. 돈을 불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낄 테니까요.” -요즘 전업 투자자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그런 분들께는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하죠. 정말 투자로 돈 벌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부장의 잔소리 등 환경이 싫어서 그런 건지를요. 저금리일수록 전업 투자는 불리합니다. 예컨대 내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1%대 예적금으로 이 돈을 벌려면 시드머니가 50억원 필요하고, 10%대 투자 수익률을 거둔다고 해도 5억원이 필요합니다. 투자는 본업과 병행하며 장기간 하는 게 좋아요.” -유튜브 진행자가 마지막 직업일까요. “유튜브 운영은 제가 하려는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석박사 학위를 인정받는 정말 좋은 비즈니스스쿨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정말 좋은 경영학 스쿨은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상장사 중에는 경영자 프리미엄이 있는 회사가 있어요. 예컨대 차석용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실적이 꾸준히 성장해요. 이런 경영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죠. 외국에서 좋은 교육 받으면서 수련한 결과라고 봐요. 세계적 석학에게 온라인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에 모여 뜨거운 토론을 하는 실용적인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아시아에서는 가장 좋은 학교를 개교해 보고 싶습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동환 의장이 걸어온 길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영국 베어링스에셋매니지먼트사를 거쳐 하나증권 이사, 리딩투자증권 전무, 리딩투자자문 대표를 지냈다. 이후 금융 전문 컨설팅 회사인 대안금융경제연구소를 열었고, 2018년 1월 팟캐스트 ‘경제의 신과 함께’(삼프로TV의 전신)를 통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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