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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술 사과」는 앙금을 못지운다(박갑천 칼럼)

    미국이 흑인노예 후손들에게 공식 사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하원의원들은 6월중순께 그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해놨다.하나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화해를 위한 이조처는 미국 인종정책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톰아저씨다』라고들 말한다.대단한 인물같지만 다만 남부흑인노예일 뿐이다.그는 스토부인 소설 「엉클 톰스 캐빈」(1852년)의 주인공.그 작품에는 흑인노예의 비참한 생활상이 묘사된다.포스터의 「올드 블랙조」는 음악에서의 「엉클 톰」.그 감동의 충격파가 노예해방운동을 일으키면서 남북전쟁으로까지 발전한다. 아메리카대륙을 콜럼버스가 「발견」했다고 하는 말부터가 백인위주의 역사관에 바탕한다.그 콜럼버스가 벌써 1495년 검은 원주민 5백명을 노예로서 스페인으로 보내고 있다.그후 아메리카대륙에 유럽식민지가 넓혀지면서 노예무역도 번창해간다.아프리카 서해안은 노예상인들의 노예사냥터로 되고.아무튼 16세기로부터 18세기말까지의 약3백년사이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실려간 흑인노예는 1천5백만에 이른다고 한다. 조상들이 받은 핍박을 생각할때 후손들의 한은 오죽하랴.하지만 지난일에 매달려 오늘을 망그지르는 것도 현명한 일일수는 없다.가해자의 사과는 그래서 중요하다.화해의 문을 두드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화해의 진실성이다.그 진실성은 사과이후의 언행에 나타나게 돼 있는 법.바로 그 점에서 이번 미국의 사과는 우리로 하여금 일본의 사과를 한번더 떠올리게 한다.건성으로 한것 아니었나 싶어지면서.독도문제하며 이른바 위안부문제 등 우리울화를 버릊고 있는게 현실아닌가. 음회세위라 했다.재를 마시고 창자속 오물을 씻어낸 착한 마음으로 언행할때라야 비로소 진실성은 나타나는 것.공자가 『자기자신을 엄하게 꾸짖고 남 꾸짖는 것을 가볍게 하면 남의 원망이 멀어지리라』(「논어」 위영공편)고 했던 말뜻은 깊다.진실을 담은 사과는 그 『자기자신을 엄하게 꾸짖는』 자세에서 출발된다고 할것이다. 입술에 머무르는 사과는 끝내 앙금을 지우진 못한다.과연 미국의 사과는 어떻게 현실로 이어질 것인지.또 정작 우리가 지켜봐야 할것은 일본의 괴상한 사과말 「통석」이 끌고가는 방향.문득 「훈」할머니 눈물이 가슴으로 전달돼 오누나.〈칼럼니스트〉
  • 놀부 심보 많아져서 제비 안온다?(박갑천 칼럼)

    『제비도 논어를 읽을 줄안다』는 속담이 옛날에는 있었던 모양이다.「어우야담」에 쓰여있다.그러기 때문에『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라고 지저귄다는 것이다.이 구절은 「논어」 위정편에 나온다.『아는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것,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제비가 지저귄 뜻은 참으로 깊다.역시 글을 읽는다고 본 젊은날의 동요작가 윤석중선생.『저기저기 저도령 글읽는 도령/소리소리 듣기좋게 잘도 읽는다…』(「제비남매」 첫머리)고 노래하고 있지않은가.이 동요는 1927년 윤극영선생이 경쾌한 리듬으로 곡을 붙였다.글읽는 소리가 월츠템포로 흐르니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하겠다. 봄에 왔다가 가을에 가는 철새.그 삶의 생리를 잘모르는 옛사람들은 나무속에 구멍을 뚫거나 진흙속에 묻혀 겨울을 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신동이었던 김시습으로서도 그 대목은 몰랐던 것이리라.「깃들인 제비」(서연)란 제하에 읊조린 칠언절구­『무삼일로 가을에 돌아갔다가 봄에 또 돌아와선/처마앞에서 재주껏 춤추며 빙빙도나/한몸은 강해에 오랜 나그네되어/3월 앵화(꾀꼬리와 꽃)에도 돌아오지 못하는데』.가서 오지않는 누군가를 돌아온 제비에 빗대어 울먹이는 양하다. 익조.집안으로 들어와 집을 지으면 시끄러운데다 된똥 물찌똥 뿌지직거렸지만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았다.『제비가 새끼 많이 낳는 해는 풍년든다』는 속담도 그마음과 맥이 같다.제후될 상을 연함호경이라 했는데 이는 제비턱에 호랑이목을 했다는 뜻이다.그런가하면 제비는 절조가 굳은 새라고 믿어온다.그러나 한 조류학자 조사에 따르자면 그렇지만도 않은듯하다.발목에 알루미늄테를 채워서 올여름 부부가 내년봄 함께오나 안오나 알아봤다.그랬더니 60%가 함께였고 40%는 새짝이었다.한쪽이 늦게 오는 수도 있지만 오랜여행으로 한쪽이 사고사하면 새짝을 찾게된 결과 아닐까 보고도 있다. 그 작은몸뚱이로 그 엄청난 거리를 오가는 제비.한데 근년들어 날아오는 제비는 눈에띄게 줄어들고 있다.그래서 시골엘 가도 보기 어려워진다.원인은 환경오염하며 개발.물찬 「사람제비」에 게걸스런 「놀부심보」 많아져가는 꼴이 역겨워선지도 모른다.아무튼 강력한 경고메시지로 받아들여야겠다.〈칼럼니스트〉
  • 전·노씨 불경 읽으며 마음 달래/최종판결 앞둔 표정

    ◎대법 심리과정 소수의견 많아 12·12 및 5·18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하루 앞둔 16일 검찰과 변호인단은 선고 내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독서를 하거나 가족들을 만나는 등 담담한 하루를 보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피고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상오 6시에 일어나 맨손체조를 한 뒤 아침식사를 마치고 10시30분쯤 부인 이순자씨 등 가족들을 면회한데 이어 11시쯤에는 정주교변호사를 접견. 관계자는 『전피고인이 동요없이 식사도 규칙적으로 잘하고 있고 건강에도 이상은 없다』면서 『최근에는 논어와 불경을 읽거나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언. 최근 전피고인을 접견한 석진강 변호사도 『전대통령이 재판보다 한보사건으로 야기된 불안한 정국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 ○…지난 15일 아들 재헌씨와 박영훈 비서관을 접견한 노피고인은 이날 하오까지 가족 등의 면회없이 「법화경」을 읽으며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서울구치소 관계자가 전언. 한 변호인은 『노대통령이 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최근 작고한 유학성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영예를 얻게 돼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 ○…모두 7차례의 합의를 거친 상고심은 최종 합의가 선고 3일전인 지난 14일에야 이뤄진데서도 알수있듯이 심리 과정에서 소수의견이 많았다는 후문. 대법원 관계자는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고 몇몇 쟁점에서는 대법관 사이에 적지 않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언.
  • 「인사나누기운동」 더 널리 번지길(박갑천 칼럼)

    외국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먼저 실뚱머룩한 표정부터 읽는다고 한다.웃음이 모자라 무양무양해 보이고 인사성에 붙임성이 없어 무뚝뚝해 보인다.그래서 적대감이라도 품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것.내가 먼저 인사하는 걸 허리 굽히는 걸로 여기면서 저쪽의 인사를 바란다.이런 생각이 엉켜 도시인을 「군중속의 고독」으로 몰고 간다.가만히 보노라면 가진 자와 배운 사람일수록 더 배타적이다.달동네에는 있는 인정이 부자동네에서는 대문 걸어잠그며 비쌔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던가. 옛날에도 이같은 성향은 있었던 듯하다.500년 전에 쓰인 「용재총화」(8권)가 그런 꼬투리를 보인다.『요즈음은 풍속이 날로 야박해지지만 오직 시골사람에게만은 아름다운 풍습이 그대로 있다.대체로 천인끼리의 이웃이 모여 즐기는데 적으면 8∼9명이요 많으면 100여명이 다달이 돌려가며 술을 마시고… 이는 참으로 좋은 풍속이다』 어린 자녀에게 친절한 사람 경계하라고 가르쳐야 하게 돼 있는 세상이기는 하다.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일산신도시 강선마을에서 벌인다는 인사나누기운동은 성현 말마따나 『참으로 좋은 풍속이다』 싶다.당연히 해야 할 일 가지고 「운동」까지 펼칠게 있느냐는 말도 나올 법은 하다.하나 이 살천스러운 현실 속에서 이렇게라도 동네에 마음의 꽃밭을 일궈나가는 일은 치하받아 마땅한 움직임.동네뿐 아니라 직장이나 배움터 등 다른 데서도 본받아나갔으면 한다. 「논어」에는 『겉치레로 하는 말과 웃는 얼굴에는 인의 덕이 거의 없느니라(교언령색선의인)』라는 말이 있다.촉한의 사마휘는 그런 겉치레말이 싫어서 남이 건네는 인사에 건성건성 『좋습니다』라고만 겉치레대답을 했던 것일까.그는 누군가 『오래 못 뵈었습니다.사실은 자식이 죽어서…』 하는 인사에도 『좋습니다』라 했다는 펄꾼이었다.우리의 실뚱머룩한 표정에도 이 비슷한 그림자가 어린다고 하겠다. 주민끼리 주고받는 『안녕하십니까』도 처음에는 「겉치레」로 비칠지 모른다.하지만 형식은 내용을 지배하기도 하는 법.웃음속에 오갈 때 진실과 정성을 실어가게 될 것이다.「예기(곡례상)」에 『예는 오고 감을 중히 여긴다(예상왕래)』고 한 것도 그것이 마침내 정의의 꽃을 피운다는 뜻 아니었던지.더 널리 더 참되게 메아리질때 우리사회는 한결 밝아지는 것이리라.〈칼럼니스트〉
  • 싼 쌀값… 귀한줄 모르면 버력입어(박갑천 칼럼)

    쌀도 물건이니 사고판다.한데 우리겨레의 쌀을 팔고사는데 대한 생각은 유다르다.사는걸 일러 반댓말 「팔다」를 쓰잖은가.체면을 중시하여 없어도 있는체 사러가면서 『팔러간다』고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돈구실하던 쌀을 돈같이 여기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한다.쌀을 산다는건 돈을 파는 것이므로 『돈팔러간다­쌀팔러간다』로 됐다는 생각이다. 사고파는데는 값이 있다.그값은 사람에게도 매겨진다.그래서 공자도 아름다운 옥(미옥:공자를 가리킴)을 팔아야 하느냐 간직해야 하느냐는 자공의 물음에 대답한다.『팔아야지(고지재),팔아야 하고말고.난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느니라』(「논어」자한편).비싸게 팔리고자 했던 것이리라.그값은 같은 물건이라도 형편따라 오르고 내린다. 쌀값의 오르내림도 그렇다.「지봉유설」(재리부)을 보자.태평했던 신라태종때는 베 한필값이 벼 30∼50섬이었는데 고려공민왕때는 흉년이 들어 쌀 다섯되로 바꾼다.조선 선조때인 계사(1593)갑오(1594)년은 왜구로 황폐해지면서 무명 한필값이 쌀 두되였으며 말 한마리도 쌀 서너말에 살수있었다.그때의 베나 쌀은 돈구실을 해주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소비량은 한사람앞에 104.9㎏으로 95년의 106.5㎏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의 한끼 소비량은 96.8g이라는 계산이었으니 돈으로 칠때 2백원이 채못된다.식생활에서의 쌀값 비중을 알게하는 숫자다.그런만큼 돈으로만 따지면서 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잊어간다.먹다 남기면서 버리는 일쯤 예사롭게 생각하는 것도 그맥락이라 하겠다. 정재륜은 쌀에 대해 엄격했던 효종임금 얘기를 그의 「공사견문록」에 써놓았다.그가 궁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밥을 물에 말아 몇숟갈 뜨고서 밀쳐놓았다.이를 본 임금이 먹을만큼만 떠다먹어야지 무슨 짓이냐면서 하늘이 내린것을 귀한줄 모르고 버릴때 그죄를 면할길 없다고 귀띄게 야단친다.나중에 수랏상 나가는걸 보니 밥그릇에 밥알 한톨 묻어있지 않았다.농민의 피땀어린 쌀에는 하늘의 비틈한 뜻도 곁들여 있음을 임금은 깊이 새겨 알고 있었다. 금덩이속에 묻혀사는 사람에겐 금이 흙같을 수도 있다.그러나 금은 금이다.흔하고 싸다하여 귀함을 잊고 존절을 모를때 하늘이 버력내릴걸 왜 모르는고.굶주리는 북녘땅 겨레만 생각한대도 쌀을 허투루 다룰 일인가.〈칼럼니스트〉
  • 경제·안보 무게… 개혁 마무리 숙고/김 대통령 새해 정국구상

    ◎경쟁력 강화·대선 등 거시 현안 해결책 큰틀짜기/새 과제 보다 교육·노동·정보화 등 추진현황 점검 유시유종­.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 청남대에 머물고 있다.떠오르는 새해 아침해를 보면서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김대통령은 청남대로 떠나기전 청와대에서 신년휘호를 썼다.새해 화두로 「유시유종」을 택했다.김대통령은 94년 신년휘호로 「제이의 건국」,95년 「대도무문」,96년 「역사바로세우기」를 썼다. ○유시유종에 담긴 뜻 청와대측은 「유시유종」의 의미를 두가지로 풀이했다.「시작이 있었다면 반드시 끝까지 마무리함」과 「시작할 때부터 끝을 맺을때까지 변함없이 시작한 일을 관철시켜 유종의 미를 거둠」이 그것이다. 김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 등산을 즐겼었다.보도진들과도 산을 찾았는데,항상 하는 말이 있다.『산은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데이…』 임기 막바지를 멋지게 장식,역사에 남는 문민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그리고 항상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초지를 살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게 느껴진다. 김대통령은 새해 과제에 대해 몇차례 언급했다.국가경제의 회생과 안보태세 확립이다.여당 총재입장에서 보면 정권 재창출도 중요하다.경제와 안보를 두손에 움켜쥐고 신한국당 후보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문민정부의 맥을 잇도록 하는게 김대통령에게 주어진 최대과제인 셈이다. ○「도전·화합의 해」 규정 김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경제와 안보문제 해결을 통한 일류국가 건설을 역설했다.올해를 「도전의 해」로 규정했다.또 지역간·계층간·정파간 갈등을 씻는 「화합의 한해」가 되어야 함도 역설했다.대통령선거로 자칫 지역대립구도가 심화될까 염려한 탓이다. 경제살리기와 관련,김대통령은 「국제수지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특명을 내각에 내려놓았다.새해초부터는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특단의 대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경쟁력 10%이상 올리기운동」도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다. 안보측면에서는 북한이 잠수함 침투사건을 사과함으로써 긴장의 정도는 낮아졌다.하지만 방심은 금물.군최고통수권자인 김대통령은 안보에 한치의 틈도 없도록 챙기겠다는 각오다. ○삶의 질 높이기 주력 새해초부터는 4자회담 3자설명회 개최 등 남북문제가 숨가쁘게 돌아갈 전망이다.김대통령도 1월말 일본 벳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남북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변화와 개혁,세계화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교육·노동·정보화·환경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개혁과제를 내놓기보다는 이제까지의 개혁추진을 점검하고 마무리하는데 진력하리라 여겨진다.노동법 개정에 따른 일부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집중 마련될 것이다.특히 부정비리척결 노력은 임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통치권 누수 없을듯 정치분야에 있어서도 김대통령에게 「레임 덕」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을 듯 싶다.신한국당 대통령후보 확정을 9월쯤까지 최대한 늦추면서 경제·안보 등 현안 해결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통치권 누수」는 커녕,상당기간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란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이와 관련,당정을 언제 어떻게 대선체제로 개편하느냐도 관심사다. 김대통령의 신년휘호 「유시유종」의 출전은 논어와 법언에서 찾을수 있다.논어 자장편에는 「유시유졸 기유성인호­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것은 성인만이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언어와 법언이 출전 중국 한나라때 양웅이 학행과 수신에 관한 글을 묶어 편찬한 법언 군자편은 「유생자 필유사 유시자 필유종 자연지도야­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으며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것이 자연의 도리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청남대에서 5박6일간 체류한 뒤 2일 하오 청와대로 돌아온다.7일쯤에는 연두회견이나 담화를 계획하고 있다.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무언가 할 말씀이 있는듯해 회견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이 「유시유종」의 뜻을 풀어나가는 수순이 주목된다.
  • 성탄절… 참사람 참사랑 생각케 한다(박갑천 칼럼)

    『슬기로운 장사꾼은 물건을 깊이 감추는법(양가심장)』이라는 말이 「사기」(노자전)에 나온다.무위자연을 생각하며 은둔생활하는 노자로서는 공자의 인의도덕론이 마뜩찮다.그런터에 공자가 노자를 찾아가 예에 대해 물어봤을때 했다는 말이다.『그런 장사꾼같이 군자는 안에 덕을 갖추고서도 밖으로는 어리석은 체해 보이는거요. 당신도 욕심과 잘난체를 버려야 할거요』 「노자」 「장자」에는 공자를 게정거리는 대목이 적지않다.거기에는 생각다른 후학들의 흉하적도 있었다고 할것이다.다만 여기서 『감출줄 알라』고 한말은 반드시 사람으로서의 덕행만을 두고 이르는 것은 아니다.지식에 대해서 혹은 자선에 대해서도 할수 있는 말이다.또 사실인즉 이런 취지의 말은 공자도 해놓고 있다. 이를테면 「논어」 태백편에 보이는 첫귀절도 그것이다.『태백은 높은 덕을 지녔다.세번이나 천하를 양보했건만 백성들은 그를 칭송할 길이 없었다』.그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귀절은 명성이란 그걸 의식하지 않을때 빛나는 것임을 강조하려는데 뜻이 있다.같은 태백편에는 증자가 한말로서도 그게 나타난다.『…학식이 많으면서도 적은이에게 물으며 도를 지녔으면서도 없는듯이하고 가득차 있으면서도 텅 빈듯이 하며…』.공문 사람들이 노장의 진리를 몰랐던게 아님을 알게 한다. 사람들은 이런 좋은 말들을 듣고배워 알고는 있다.그러면서도 실천을 못한다.노자가 공자를 뜯적거린 뜻도 거기 있었다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모집기로 들면 노자 자신도 뭇방치기 당할 사람일지 모른다.그들이 말한대로 지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나고죽음을 이승사람들이 몰라야 할것이기 때문이다.하나 그런 삶과 죽음은 무양무양하여 사람으로서는 메떨어진다고도 할 일이다. 노자나 증자 등이 한말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선행이 참사람의 참사랑이라는 말과도 통한다.얼마전 중풍·노망노인들을 자기집에 모셔 간호하는 목사부부얘기를 전파로 들었다.뭘 도와드릴까요 하는 물음에 『아무것도 없다』면서 알려진걸 쑥스럽게 생각하던 대답.코끝이 찡해왔다.떠벌리는 선행아닌 「감춘 장사꾼」을 느끼면서. 오늘은 성탄절.참사람 참사랑의 길이 무엇인가 생각게한다.〈칼럼니스트〉
  • 비싸야 더 잘 팔리는 세상에 살면서(박갑천 칼럼)

    자공이 스승에게 묻는다(「논어」자한편).『여기 값진 옥(미옥)이 있는데 팔아야 합니까,궤속에 담아둬야 합니까』 공자를 값진 옥에 비기면서 세상에 나갈 건가,숨어살 건가를 물었던 것.스승의 대답.『팔아야지,팔아야 하고 말고』(고지재).그는 사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노라고 했다. 이때 말한 「값진 옥」은 높고 깊은 경륜의 정치철학이다.그건 돈이라는 값으로 매기기는 어려운 무게.어떻게 예우하느냐가 값의 알짬으로 된다고 할 것이다.팔려는 쪽이야 물론 비쌀수록 좋다.그러니 사줄 사람 기다리던 공자도 비싸게 불러주기를 바랐겠지만 세상이란 화씨지벽(천하제일의 구슬)도 돌멩이로 보기 일쑤인 법 아니던가. 이런 공자 말을 떠올린 까닭이 있다.물건을 사고 팔면서 그 바탕을 따지는 게 아니라 파는 쪽에서 비싸게만 부르면 돌멩이도 화씨지벽으로 되는 오늘의 우리 콩켸팥켸 매매풍토를 보면서다.양장점 하던 사람이 갑자기 가게를 정리한다 치자.평소의 반값으로 매겼더니 하나도 안 팔린다.친구 귀띔따라 값을 서너배로 올려놨더니 「불티나듯」.백화점 등에서 억소리내게 비싼 외제품이 잘 팔리는 까닭도 그 데림추심리와 관계된다.얼마전 텔레비전도 그걸 비쳐주고 있었다. 「값진 옥」이란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게 돼 있긴 하다.죽은 말뼈다귀를 500금에 산 경우는 어떤가.연나라 소왕이 제나라에 원수를 갚고자 옛스승 곽외를 찾아가자 이런 말을 들려준다.­한 임금이 한 관원에게 천금을 주며 천리마를 사오라 했더니 500금을 주고 죽은 천리마뼈를 사왔다.노림수는 있었다.죽은 천리마뼈도 500금을 줬으니 산 천리마값이야 얼마를 주겠나 하는 대목.과연 사방의 천리마(인재)가 모여들어 제나라를 휩쓸어 원수를 갚는다.공자의 『팔아야지!』가 이것 아니었겠는가.하건만 만금이라고만 하면 비루먹은 노마라도 천리마로 아는 오늘의 우리 일부 모들뜨기 눈치레가 답답하다. 쉽게 돈벌어 겉멋든 어정잡이의 「짓」이 그것이라고들 말한다.이익이 이런 사람에게 경고해놓은 말이 있다(「성호사설:인사문).『부를 잘못 누리면 원망이 모여들게 마련이니 원망이 쌓이면 비방이 생기고 비방이생기면 재화가 싹트고 재화가 싹트면 몸이 망하건만 그를 깨닫지 못하니 딱한 일이다.…』〈칼럼니스트〉
  • 알음 아닌 벗,평생에 하나만이라도(박갑천 칼럼)

    사람이 한뉘를 살아가면서는 숱한 친구를 만난다.골목대장 때부터 늘그막에 이르기까지.틀수한 친구에 엉거능축한 친구.이익이 되면서 여낙낙하게 구는 친구와 손해입히면서 조리돌리고 싶어지는 친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좋지못한 친구.그렇다.세상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생각한다.내자식(내남편·내아내…)은 착하고 옆길을 몰랐다,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얼바람 맞은듯 왜나가기 시작했다,이물스런 친구가 쏘삭거렸기 때문이라고.한데,이쪽에서 나쁘다고 생각하는 그쪽사람 역시 이쪽과 같은 생각을 한다.사실은 유유상종인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며칠전에도 이런 푸념을 들은 일이 있다. 공자도 이익이 되는 세유형의 벗과 손해가 되는 세유형의 벗을 든 일이 있다(「논어」계씨편).유익한 벗이란 정직한 사람,의리가 굳은 사람,아는게 깊은 사람이다.손해되는 벗이란 재재바르며 실속없는 사람,겉과 속 다르게 굽실대는 사람,말을 잘 둘러대는 사람이다.공자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란이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향기를 맡지 못할만큼 자기 또한 그와같이 변한다고. 공자뿐이 아니었다.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의 「우정론」도 생각의 흐름은 덕에 바탕한 사랑이었다.그는 여러 사례를 들면서 벗과 그 사회적 관계들을 풀어나간다.그렇건만 세상이란 이해관계로 친구가 되었다가 그게 엇나가면서 골틀리는 원수로 바뀌는 경우가 좀 많은 것이던가.어제도 보았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게될 현상.그래서 옛사람들은 말한다.『얼굴 아는 사람은 가득하건만 맘속 알수 있는 사람은 그몇이랴(상지만천하 지심능기인). 죽음을 함께 할수 있는 사귐을 일러 문경지교라 한다.「사기」의 염파인상여전에 나오는 말이다.오해했다가 풀린 우정이 목숨을 바꿔도 좋을 정도의 것으로 변했다.「삼국사기」(열전:장보고정연)에 보이는 장보고와 정연의 우정도 그 비슷한것.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알음과 참다운 벗은 다르다.알음이야 『세상에 가득하다』.그들은 『내술잔 들어 권할 때면 형제간같은 사람들』(거배당국개형제).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이승을 살면서 참다운한사람의 벗을 사귀고 간 사람은 행복하다』고.그런 벗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꼬.〈칼럼니스트〉
  • “피고인등 방어권 최대한 보장”/권성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

    ◎쌍방 항소이유서 쟁점 심도있게 심리/최 전 대통령 증인채택도 적극 검토 서울고법 형사1부(권성 부장판사)는 3일 기자들과 만나 12·12 및 5·18사건의 항소심에서는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항소이유서 등에 나타난 쟁점들을 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권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역사적인 사건을 맡게 된 소감은. ▲힘들고 어려운 사건을 맡아 긴장되지만 가능하면 평상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겠다. ­첫 공판은 언제쯤 열 예정인가.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등을 고려할때 빠르면 10월7일에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재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매주 월요일에 열 계획이다. ­재판을 생중계할 계획은. ▲어려울 것 같다.시류에 영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도 많고 역사적인 사건이라 자세가 남다르지 않은가. ▲논어에 나오는 말로 대신하겠다.「많은 사람이 싫어하건 좋아하건 반드시 살펴야 한다」(중악지필찰언 중호지필찰언) ­평소 판결이 파격적이라는 평판이 있는데. ▲상식에서 벗어난 판결을 한다는것으로 들려 부담스럽다. ­1심에서 변호인들이 재판 진행에 불만을 품고 사퇴하기도 했는데 2심에서는 변호인들을 배려할 것인가.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고문과 절친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고문이 대법관으로서 법원행정처에 있을때 모신 적이 있어 그런 얘기가 있는 것 같다. ­1심에서 하지 못한 최규하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채택 가능성은. ▲입증 취지에 입각해 검토해 보겠다. ­2심 재판 진행은 1심과 어떻게 다르나. ▲1심처럼 사실관계를 일일이 묻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피고인이 제출한 항소이유서의 쟁점만을 다루게 된다.쌍방에서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쟁점들을 심도있게 다룰 것이다. ­1심때처럼 집중심리제를 채택할 것인가. ▲그렇다.1주일에 한번씩 재판을 열 계획이다.필요하면 주 2회 열 수도 있다.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법률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정치적인 의미를 고려한다면 양형이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 원로문인 작품·동시특집 눈길/시 동인지 「맥」 2호 출간

    ◎서정춘·노중석 신작시도 담아 지난해 12월호로 재창간돼 화제를 모았던 시동인지 「맥」이 2호째인 96년 7월호를 펴냈다. 「맥」은 원래 지난 38년 순우리말로 창간됐던 시전문지.하지만 일제의 극에 달한 국문탄압속에서 4호까지 내고 종간됐었다.새로운 「맥」은 당시 잡지의 동인이었던 시인 김상옥씨(76)가 그 정신을 되살리려 47년이 흐른뒤 비정기잡지 형태로 중창한 것. 「맥」2호는 초기「맥」의 순수정신을 지향,현학적 수사를 일절 배제한채 시를 중심으로 작품소개에만 치중했다.오랜만에 원로문인들의 지면을 만나볼 수 있다. 「동시특집」은 상업적인 일반 문예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색무취」의 기획.명수필가 피천득씨,시인 오규원씨 등이 티없는 동시들을 선보였고 김상옥·신현득씨도 작품을 보탰다.작고한 윤동주·유치환·강소천·서덕출 시인의 명 동시들도 덧붙여져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이밖에 30년 시작생활끝에 한권의 시집을 내 화제가 됐던 시인 서정춘씨의 신작시 10편을 비롯,노중석·허윤정·조동화씨 등의 시,이원섭씨의산문 「내가 좋아하는 논어의 글」등이 눈길을 끈다. 「맥」은 서점판매를 하지않기 때문에 구입하고 싶으면 직접 신청해야 한다.
  • 어른일수록 말 삼갈줄 알아야(박갑천 칼럼)

    어른 공경은 우리 전통사회의 미덕이었다.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외롭지 않고 당당했다.그렇다고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굴었던 것은 아니다.예절을 바로 지켜야 어른구실 제대로 한다지 않았던가.가령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 올리는 혼정신성도 그렇다.아랫사람이 드리는 인사를 그렁저렁 아무렇게나 받는 것은 아니었다.몸가짐·옷매무시 바로 하고서 받아야 했으니 요즘 어른이라면 『귀찮은 짓 그만두라』고 할 판이다.공경해야 할 만큼 공경받을 만하게 처신했던 옛어른들이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아랫사람 또한 아랫사람다워진다.『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군군신신부부자자:「논어」안연편)는 가르침이 왜 나왔겠는가.사회구성원 모두가 제각기의 자리에서 그 구실을 온전히 해야 그 사회는 밝고 튼실하게 굴러간다는 생각이었다.아비는 자애로워야 하고 자식은 효성스러워야 한다(부자자효)는 것도 아비(어미)답고 자식다운 모습을 올바로 가지라는 뜻.사실 우리사회는 ∼답지못한 사람의 ∼답지 못한 행실로 해서 말 많아지고 거칠어져간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고 어버이는 어버이다운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나무라며 가르칠 자격은 그때 생긴다.공안국은 『비록 아비가 아비답지 못해도 자식은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문효경서)고 했다. 하지만 그건 공자 12세손다운 말일 뿐이다.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설득력이 약해진다.역시 어버이에게는 본보임이 있어야 한다.몸가짐에서 말씨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 점에서 초등학생이 그 어버이의 「언어폭력」에 충격받고 있다는 한 조사결과에 주목해야겠다.괜히 낳았어,내다버렸으면 좋았을 걸,집안의 골칫거리야… 같은 말들.이런 말 쓰는 어버이라면 행실도 그 수준 아닐지.듣는 어린이로서는 거우는 마음이 고개들면서 더러는 자살충동도 느끼고 어버이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니 심각하다.꺼두르는 듯한 막말은 어버이답다 할 수 없는 것.옛날 황희 정승을 감동시킨 농부는 소가 들을세라 소곤소곤 귀엣말했다지 않던가.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말은 어렵다.삼가야 하고 존조리 가려써야 한다.윗사람의 경우는 더더구나 그렇다.그걸 우리의 한 선인은 이렇게 가르친다.『비록 신통한 약이라도 병이 뜨거운 환자가 먹으면 죽고 비록 대수롭잖은 것이라도 병이 뜨거운 환자가 먹어서 살아나기도 한다.말을 하는 이치 또한 이와 같다』(이지극 「토정집」:소)
  • “인성교육 절실하다”고는 했지만(박갑천 칼럼)

    한 보험회사가 중학교 선생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결과가 알려진다.그 가운데 『요즘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이 끼인다.47.8%가 『인성교육』을 들어 으뜸자리를 차지했다.중학교 선생님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성교육은 잘 되고 있는 것일까.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않을 듯하다.인성은 날로 배뚤어져 가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인성교육은 왜 안되고 먹혀들지 않는 것일까.그 알짬을 바로 짚어야겠다. 무엇보다도 환경이 문제다.잘못된 환경에서는 「공자말씀」도 마이동풍이 될밖에 없다.맹자어머니가 왜 세번이나 이사하면서 맹모삼천지교(맹모삼천지교)의 일화를 오늘에 남기는가.맹자가 송나라대부 대불승에게 한 얘기도 그것이다(「맹자」등문공하편).초나라사람이 자기 아들에게 제나라말을 가르치고자 제나라사람을 스승으로 모신다 치자.제나라사람이 아무리 가르쳐도 초나라사람들이 주변에서 다떠윈다면 교육이 제대로 될리 없다.그러나 그 아들을 제나라 번화가인 장이나 악에 데려다놓으면 초나라말을 쓰라고 잡도리해도 제나라말을 쓰게 된다는 환경중시 비유법이었다. 환경만이 아니다.인성교육에서 중요한건 본보임이다.스스로는 무람없고 사막스레 구는 어른이 입으로만 공자왈 맹자왈 한대서 먹혀들겠는가.효도만 해도 내가 내 어버이께 하는걸 내자식들이 보면서 배우는 법이다.나는 볼강스러우면서 내 자식의 효도를 기대할 일이겠는가. 공자의 제자 가운데서도 덕행으로 이름높은 증자가 병들자 제자들을 불러놓고 말한다.『내 발을 보아라,내 손을 보아라』(「논어」태백편).몸의 털하나에서 살갗에 이르기까지 어버이에게서 받았으니 그를 다치지 않는게 효의 시작이라는게 「효경」의 가르침이다.그러니까 증자가 내 손발을 보라고 한것은 몸에 상처하나 내지않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본보임 그것이었다. 이렇다 할때 오늘의 어른사회가 청소년들에게 펼쳐보이는 환경은 어떤 것인가.또 어버이나 어른들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절실한」 인성교육이 잘 안되는 까닭을 알것만 같다.『…네가 입버릇처럼 삼강오륜을 떠들어봤자 길거리에 뻔뻔스럽게 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글깨나 안다는 양반들이다.이들은 갖은 수단으로 나쁜 짓들을 하면서 도무지 고치질 못한다…』.박연암의 「호질」에 보이는 호랑이의 꾸짖음이다.이런 「양반」이 득시글대는 환경에서 인성교육이란 건 아득해 보이기만 하는구나.
  • 소리없는 하늘의 말 새겨들어야(박갑천 칼럼)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신­하느님은 인간적이다.아니,아예 『자기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27).그랬으니 사람은 겉모습이나 심성에서 하느님을 닮을수밖에 없다. 이 하느님은 사람과 똑같은 감정으로 화도 내고 버력도 입힌다.사람과 말도 주고 받는다.다윗도 이삭도 아브라함도 모세도…,그 하느님말을 듣고 따랐다.말더듬는 모세한테도 이집트로 어서 가서 겨레를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라지 않던가.자잘한 일도 일일이 이르고 가르치는 하느님이다. 이에 비긴다면 한자문화권의 하늘은 사람과는 다른 차원에서 우주를 영위하는 절대자다.사람의 가치기준으로 볼때 그 의지는 있는듯이 없고 없는듯이 있다.공자가 『하늘이 언제 말을 하더냐(천하언재:「논어」양화편)』고 한것도 그뜻이다. 그렇게 말은 없지만 『네계절은 운행되고 만물은 자란다』.하늘이 복을 내리느니 미워하느니 하는것도 사람의 가치기준이 생각하는 「완전한 존재」의 말없는 의지표현이라는 것뿐,형체있고 말하는 하늘의 뜻을가리키는 건 아니다.그점에서 여호와와 달라진다. 설사 그렇게 말이 없다해도 사람은 솔로몬의 예지로 그 소리를 들을수 있어야한다.들을줄 알아야한다.사실,하늘은 끊임없이 사람에게 말을 해온다.그래선 안된다,그렇게 하라,옳지 잘한다…면서.다만 사람이 듣질 못한다.들으려않고 못 들은 체한다.몹쓸병으로 남보다 먼저 죽음에 이른 사람을 보자.하늘은 그동안 여러모로 경고를 내렸다.그걸 못 듣거나 무시한 결과가 그 죽음이다. 하늘은 문명화에 취해있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소리없는 경고를 내려온다.지난번의 수해와 산사태도 그렇다.하늘의 말을 네뚜리로 들었기에 받은 앙화였다 함이 옳다.하늘은 자연환경 파괴에 야단을 친다.요얼마전만 해도 내리사흘 오존경보를 내리게 하지 않던가.죽은 물고기를 보이면서는 너희꼴이 이리되게 툭탁치기 바라느냐고 종주먹대기도.그런데도 못 듣고 못 봐서 못 느낀다 할 일인가. 『나면서 아는 자는 으뜸이며 배워서 아는 자는 그 다음이고 벽에 부딪쳐서야 배우는 자는 그그다음이다.벽에 부딪쳐서도 배우려 들지않는 것을 맨 아래로 친다』(「논어」계씨편).이는 공자가 도에 대해 한말이긴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통하는 진리라 할것이다.벽에 부딪쳐서도 소리없는 말이라 하여 듣지 못한다면 자멸의 길만이 남지 않겠는가. 말없는 계절의 운행 따라 무더운 터널을 지나면서 듣는 소식­오늘이 입추로구나.
  • 시인 이성복(작가를 찾아:9·끝)

    ◎“시는 남의 고통을 대속않으면 쓸모없어”/잠들기전 머리맡에 노트 펴 뒀다/깨어나면 달아 날세라 꿈을 옮겨 적던 시절/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다/요즘엔 문학이 우리집 골목에 죽은 대나무 같아 그의 내면에는 오래된 고통이 웅크리고 있다.잠시만 그에게 말을 붙여보면 느낄 수 있다.시인 이성복씨(44)와의 대화는 꼭 그의 시를 읽을 때처럼 가슴 밑바닥에 우련한 아픔을 일으킨다.물론 그는 한번도 소리내어 호들갑떨지 않는다.오히려 성냥을 확 긋듯 시와 삶에 대한 생각의 불길을 폭발적으로 퍼올릴 때는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소문과 달리 쾌활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노라면 묘한 통증이 목젖에 차오른다.왜소한 몸집,가무잡잡한 피부에 따뜻함과 예리함이 묘하게 뒤섞인 눈빛만이 반짝이는 인상 때문일까.아니면 단순히 이씨의 시에서 얻은 선입견일지도 모른다.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소름끼치는 세계를 그린 초기 시와 아름다움·사랑 등을 모두 설움으로 몰아간 이후의 시세계.그나마 93년네번째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을 낸 뒤론 거의 절필상태다. 『저는 2∼3년 주기로 애인을 바꾸는 유목민 체질이에요.대학졸업 무렵인 지난 77년부터 3년간은 밥먹듯 시를 써댔어요.그 뒤 차례로 논어며 주역 같은 동양고전·불교경전·테니스 등으로 옮아왔지요.최근 1년간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책을 목록까지 짜서 자나깨나 읽었어요』 하나에 미치면 뿌리가 뽑히기까지 다른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성미는 문단에서도 유명하다.그렇더라도 이미지와 관념의 시인인 그의 테니스 탐닉은 의외다. 『흔히들 학문이나 정신이 한결 높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확실하고 근원적인 길은 육체가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테니스 치는 데도 주역이나 시에서 배운 이법이 그대로 들어맞지요.흔히 공을 때린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보다는 공이 가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 밀어줘야 흐름을 잃지 않게 돼요.또한 때려치는 것이 공격적인 것 같지만 이는 예를 갖춰 절하는 자세거든요』 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70년대 막바지의 시를 모아 이씨가 80년 첫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를 냈을 때 평단의 반응은 당혹감 자체였다.악몽에서 본 듯 암울한 이미지로 생의 참경을 그리면서도 그토록 세련된 그의 시세계는 한국 현대시가 거의 처음 만나는 풍경이었다.시인은 당시를 『잠들기 전 머리맡에 노트를 펴뒀다 깨면 달아날세라 꿈을 옮겨적던 시절』로 술회한다.이처럼 태풍을 몰고 나타난 시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우리 현대시 최고의 자산중 하나로 거의 굳어진 80년말 무렵 슬슬 시를 떠나기 시작,지금의 불모상태를 자초했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을 대신 앓아 남이 벗어나게 돕는 존재지요.이런 대속이 아니면 특히 시는 아무 의미도,쓸모도 없어요.그런데 요즘엔 문학이 꼭 우리집 골목의 죽은 대나무 처지예요.대나무는 원래 무당집을 알리는 표시지요.또 무당이야말로 남의 아픔을 자기 몸으로 앓아내 해원해주는 존재잖아요.그런데 그 대나무는 죽었고 무당은 어디 갔는지 간판을 내린 겁니다.그렇다고 사람이 아쉬워하나요.오히려 타인은 아픈 적도,대속을 바란 적도 없다는 눈치예요』이 얘기는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그의 시 「그날」의 한구절을 떠오르게 한다.그는 지난 94년 어느 계간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를 좋아하는데 시가 나를 떠났다』고 푸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외도에 대해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대도 시가 이씨를 완전히 떠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그는 동양고전 읽은 것을 토대로 네르발과 보들레르 시를 역학적으로 해석한 논문을 써냈다.불교를 공부한 뒤엔 이것과 프루스트 소설을 비교하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아주 어렸을 때의 체험은 의식의 심연에 남아 성인의 심리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바둑둘 때 첫 포석이 끝까지 판을 좌우하듯 나도 무엇을 하건 최초의 문제틀인 문학의 흔적에서 못 벗어나겠지요.문학에서의 도피가 벌써 달아나야 할 대상으로 문학을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시인이 되면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시인이에요.비로 내리건,용솟음치건,숨어 흐르건 물이 물인 것처럼』 지난 82년 교정의 히말라야시다를 보고 계명대에 취직했다는 이씨는 그 뒤 15년간 대구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다.처음 예리하고 복잡한 비관의 이미지를 쏟아낸 그의 시세계를 한결 부드러운 울림으로 바꾸면서.첫 시집 이후는 그저 도피행각이었다는 시인의 말과는 달리 물·돌·산 등의 단순한 시어에 삶의 설움을 수락하는 두터운 의미를 담은 이때의 시는 이씨 시세계의 또 다른 매혹이다. 이제 여러가지 문제틀 사이를 떠돌던 이씨도 「근원」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쓰고 싶은 시는 이런 것들이에요.도살장에서 더이상 어쩔 수 없이 몰린 짐승이나 좁은 트럭에서 서로 올라타려는 돼지의 붉은 엉덩이 같은 것.첫시집에 가깝지만 꿈이 아니라 삶속에서 찾아낸 이미지란 점이 차이지요.내 삶과 일상 속에 입을 벌리고 있는 비극적 틈새,맹목과 불모로 몰아가는 그 고통에 눈을 감고는 삶이란 기만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 남의 아픔을 대신 제사지내는 사제라는 이씨의 생각대로라면 그는 영락없는 시인이다.거의 모든 이가 일상에 닳아지며 피해가는 존재론적 치욕과 고통을 이씨는 불혹을 넘어서까지 붙들고 응시하려 한다.이씨에게 있어 고통은 삶의 본체를 껴안으려는 이가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와도 같다.달아나지 않고 서러운 삶을 있는 그대로 수락한 이만이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다.〈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그토록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뻑뻑한 사랑이었음을〉(「오래 고통받은 사람은」중에서)〈대구=손정숙 기자〉 ◆연보 ▲52년 경북 상주 태생 ▲59년 상주 남부초등학교 입학,서울 효창초등학교(65) 서울중(68) 경기고(71)졸업 ▲71년 서울대 불문과 입학,문학회,「형성」지 등에서 활동하며 황지우·김석희·진형준·정과리·이인성·권오룡 등과 교류 ▲77년 계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정든 유곽에서」 등 2편으로 등단 ▲80년 대학원 동기 김혜란과 결혼,아들 효원·지원,딸 수유를 둠 ▲82년 대구 계명대 강의조교로 부임,현재까지 같은 학교 교수 ▲84년·91년 프랑스 유학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80)「남해 금산」(86)「그 여름의 끝」(90)「호랑가시나무의 기억」(93·이상 문학과 지성사),산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이상 90·살림) ▲김수영문학상(82) 소월시문학상(89) 수상
  • 인육 먹었다는 북녘… 사실 아니길(박갑천 칼럼)

    「수호지」에서 천하장사 무송이 맹주로 귀양가는 길에 십자파라는 곳에 이른다.거기서 장청·손이랑 부부를 만나는데 술장사하는 그들은 사람고기로 만두소를 만들어 판다.특히 뚱보여행객은 좋은 사냥감이었다. 「장자」(도척편)에는 공자가 도척을 설득하러간 대목이 보인다.장주가 자기류논리를 펴려면서 만든 얘기라 할 것이다.형은 천하에 덕망높은 유하계(「논어」·「맹자」에는 유하혜로 나옴)인데 아우는 천하에 악명높은 도둑의 우두머리.공자가 안회·자공과 함께 갔을때 그는 사람간을 회쳐먹고 있는 중이었다.공자는 설득은커녕 깽비리 대접받으며 그의 장광설만 듣고 발길을 돌린다. 조선 정조때 나온 「추관지」에는 죽은 사람의 고기를 약용으로 먹었다는 사연들이 적혀있다.이 경우들은 배고파 한짓은 아니었다.「수호지」의 경우 잔인한 상술이었고 도척의 경우 또한 천하의 만무방다운 호기였다고나 할까.민간에서도 가령 어버이원수를 갚는다면서 『간을 꺼내어 씹겠다』고 했다.간은 그럴수 있는 것이었던가. 배가 고프면 사람고기도 먹는게사람이다.역겹지만 「좌전」(선공 15년)에 나오는바 『자식을 바꿔 먹는다』(역자이식)는 고사도 그것.동물계에는 제새끼 제가 먹는 사례도 있던 것인데 차마 그러진 못했음이던가.송나라가 초나라 군사한테 포위되어 다섯달을 버티다가 마침내 먹을것 땔것이 떨어지자 자식을 바꿔먹고 뼈를 쪼개어 밥을 지었다니 오싹해진다. 남의 얘기 할것이 아니다.우리 옛전적들에도 그런 기록은 나오지 않던가.「삼국사기」「고려사」「증보문헌비고」등에서 몇군데 살펴보자. 크게 가물어 백성들은 서로 잡아먹다(고구려 봉상왕 9년·소수림왕 8년·고국양왕 6년).봄·여름 크게 가물어 백성들 서로 잡아먹음(백제 온조왕33년·기루왕32년·비류왕28년·동성왕21년).백성들 서로 잡아먹다(고려 고종46년·충렬왕13년·공민왕10년).임진왜란때도 그런 일은 있었던 듯하다.「문소만록」은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아비가 자식을 팔고 남편이 아내를 팔았으며 계사년 봄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푸네기끼리도 죽이는 자가 있었으니…』 「북한사정에 밝은 관계소식통」은 북한에서 굶주림끝에 사람고기를 먹은 30대 남자가 공개처형되었다고 전한다.겹으로 놀래는 끔찍한 소식이다.이 개명천지에 이럴수가….사실 아니길 바랄뿐이다.〈칼럼니스트〉
  • 예끼,이 몹쓸 늑대들… 개가 웃을라(박갑천 칼럼)

    「증보문헌비고」(권11)는 영조43년 산음현의 7살난 계집애 종단이 아기를 낳았다고 적고있다.이상야릇한 일이므로 그아이를 귀양보내면서 고을이름도 산청으로 바꿔버린다. 「청장관전서」(권68)에는 조금달리 나온다.내용도 자상하다.아기를 난 해가 병술년이라니 영조42년이다.종단의 나이도 7살아닌 6살이다.영조임금이 보낸 어사는 관계한 사내를 알아내어 귀양보낸다.또 종단과 아기도 흑산도로 귀양보냈다는 것이니 어린나이로 아기낳은걸 「양속해친죄」로 보았던 듯하다. 지은이 이덕무는 산청에 내려가 우좌수한테서 종단의 얘기를 듣는다.종단은 태어난지 세이레(21일)만에 달거리를 했다.3살에 불거웃이 났으나 6살까진 여느 아이와 다름없었다.그러다가 아기를 배자 14∼15살 처녀티를 보이면서 날바람잡는다.종단이 난 아기는 튼실했는데 귀양가서 모자함께 죽는다.이덕무가 산청에 갔을때 종단의 어미와 오빠는 살고있었다. 종단에 비긴다면 15살 중3생의 임신은 생리적으로 이상할게 없다.하지만 교실에서 애를 낳다니.그렇게 어린 싹을 꺾은자는인두겁쓴 짐승이었을까.아니면 나사빠진 정신이상자였을까.그런데 그런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데에 우리사회의 깊은 병리가 어린다.11살난 초등학동을 한마을 14명이 짓눌렀는가하면 제집에 세든 14살여중생을 70도넘은 늙은 늑대가 아들과함께 뜯적거렸다는 사실도 알려진다. 종단의 배를 불린 사내도 귀양갔으니 오늘의 「정신병자들」도 처벌은 받을 것이다.그러나 법은 항상 약자에겐 먼 존재.또 공자가 말했듯이 『법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죌때 백성은 걸리지 않으면 된다하여 죄짓는걸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논어」위정편).응보형은 이 세상범죄를 씻가실수 없는것.음란문화가 비나리치는 사회환경 속에서 처벌강화네 성교육강화네 하는것은 사후의 대증요법일뿐이다.윤리·도덕을 일으켜 세우는 것만이 근본을 다스리는 길이라 하겠는데 그길은 지금 「경제적 청사진」앞에 움츠러들어 아릿거리고 있지않은가. 탄식밖에는 없구나.그옛날 초나라 기인 접여가 공자가 들으라고 읊었다는 노래나 띄엄띄엄 옮겨보자(「장자」인간세편).『…지금의 세상/형벌에 걸리지않고 삶을 보전하면 다행인 세상/…고만두어야 하리/이런 세상에서 사람에게 바른 행실 가르치는 일따위/나 이제 이런 세상 떠나려 하네…』〈칼럼니스트〉
  • 반논어/조기빈 지음(화제의 책)

    ◎기존 해석법에 반기… 공자사상의 한계 분석 유가사상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가 고대 노예주 세습귀족의 수요에 부응해 나왔다는 견해를 펴 중국 학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책.제목 「반논어」는 장구에 대한 교조적인 해석에 집착하는 기존 「논어」이해법에 반기를 들고 공자사상의 시대적 한계성을 지적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사상가이자 철학사가로 꼽히는 지은이는 공자를 춘추시대에 활약했던 구체적인 한 인물로 본다.나아가 계급사관에 입각해 공자를 노예주 계급의 이익을 옹호한 인물로,공자와 동시대인이었던 등석과 소정묘를 노예주 계급을 비판한 인물로 대비시킨다. 지은이는 「논어」를 통해 춘추시대의 사회성격을 탐색하고 고대 전기 유가의 계급적 기반과 사상체계,역사적 지위 문제등을 고찰하고 있지만 「반공자,반논어」의 입장만은 완강하다.「논어」가 노예주 세습 귀족통치에 봉사하기 위해 탄생한 것인한 그 정치·학술적 가치란 한갓 「쭉정이나 쌀겨」에 불과하다는 것.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나온 책들이대부분 역사주의적 관점만을 획일적으로 적용했던 데 비해 이 책은 역사주의 뿐 아니라 언어분석 방법 등 다양한 접근법을 보여줘 주목된다.예문서원 조남호·신정근 옮김 2만5천원.〈김종면 기자〉
  • 후소회 창립 60돌 기념전/25일까지 예술의 전당서

    근대 한국화단의 거봉 이당 김은호 화백의 맥을 이은 한국화단체 후소회(회장 김기창)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전을 마련했다.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개막된 「후소회의 조망과 그 미래전」.창립회원과 작고·전·현회원을 비롯,후소회공모전 수상작가와 초대작가 작품 1백13점이 출품돼 근·현대 한국미술사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되고있다.25일까지. 출품작은 이당의 70년작 「황후대례복」(호암미술관 소장)과 김기창의 35년 선전입선작 「가을」(국립현대미술관 〃),이유태의 「포도도」(36년작,본인소장),장우성의 「노묘」(68년작,본인소장)등 거장들의 주요작품이 망라됐다. 지난 36년 1월18일 이당의 사랑방이자 후진양성소였던 서울 종로구의 낙청헌에서 발족된 후소회는 가장 오랜 역사의 한국화단체.이당의 제자 김기창·장우성·한유동·이유태·장운봉·정홍거·조중현등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위당 정인보 선생이 지어준 명칭 후소회는 논어에 있는 「후소회사」에서 따온 것.『깨끗한(인격)후에 그림을 그린다』는 뜻을 담고있다.
  • 대학교육 「지적호기심」 충족시켜야/송복 연세대교수(시론)

    한국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은 말할 것도 없고,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도 하나같이 높다.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것은 유교국가의 전통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유교 영향권하에 있는 나라들만이 아니라 기독교 영향권하에 있는 나라들도 높고 또 회교영향권하에 있는 나라들도 나라간 정도의 차이는 있다해도 역시 높다. 이유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디 없이 교육이 사회적 존립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교육을 받아야 생계의 기본수단인 직업을 가질수 있고 교육을 받아야 또한 사회적 평가의 기본 척도인 지위를 쌓을 수 있다.사람은 먹고도 살아야 하지만 그와 한가지로 남에게 인정도 받아야 한다.이 모두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오늘날 교육열은 인구 10만명당 대학생(전문대이상)수가 몇명이냐를 기준으로 나라간 비교를 한다.「94년 유네스코 통계연감」에 의하면 제1위는 캐나다이고 2위가 미국,3위가 한국이다.캐나다는 인구 10만명당 대학생수가 6천명에 가깝고 미국은 5천6백53명,한국은 4천5백40명이다.이웃 일본은 2천3백38명이고 독일·프랑스·영국은 각각 3천51명,3천4백14명,그리고 2천4백6명이다.미국·캐나다를 제외한 서구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월등히 비율이 높은 것은 차치하고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일본에 비해서도 그 높이가 거의 2배에 가깝다. 한국 사람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단순히 유교적 전통 때문일까.그렇다면 일본·대만·싱카포르·홍콩은 우리보다 어째서 월등히 낮은가.유교국가가 아닌 캐나다나 미국은 왜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가.어떤 학자는 지적호기심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공자도 논어에서 지지자 불여 호지자권라 해서 지적 호기심을 대단히 중요시 했다.제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보다는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지적 호기심이 높은가.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그 가장 실증적인 예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았다는 서울대학생들의 지적 태도다. 지금 서울대 학생들의 많은 수가 인문·사회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물리·화학·수학등의 자연계와 공과대학생들까지도 행정·사법시험에 광분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서울대 교수들의 고민으로까지 전해지고 있다.TV에 방영된대로 서울대 주변에 고시촌이 그토록 번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지적 호기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대학생들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같이 유교적 전통도 극히 한 부분적 요인에 지나지 않고,지적 호기심도 이미 실종한 상태라면 무엇이 그토록 한국인들로 하여금 대학 교육열을 높여주고 있는가.그것은 미상불 대학교육의 높은 「투자효과」때문이라 할 수 있다.즉 대학 졸업장만 가지만 취직도 잘되고 월급도 훨씬 많이 받을수 있다는 효과­그것도 들인 시간과 돈에 비해 엄청나게 득을 많이 볼수 있다는 효과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해마다 입시지옥을 벌여도 그 지옥문을 통과만 하면 수지는 맞는다.도대체 이 수지맞는 장사를 누가 외면할 것인가. 그러나 이 대학교육의 「투자효과」도 이미 성시를 지났다.한해가 다르게 투자효과가 떨어지고 있다.지난주 「산업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1980년 대학졸업자의 취직률은 전문대학은 물론,취직이 잘 되기로 유명한 공업고등학교에 비해서도 훨씬 높았다.전문대 졸업생의 41%,공고 졸업생의 70%미만이 취직한데 반해 대학졸업자는 73%를 넘어서 있었다.그러던 것이 해마다 줄어들어 15년후인 1995년 현재 전문대 졸업생의 74%,공고 졸업생의 97%가 취직하는데 반해 대학졸업자는 61%가 채 되지 않는다.여자는 더더욱 낮아서 50%로 떨어져 있다.임금도 80년대 중반 고졸자의 2.3배 수준이던 것이 94년에는 1.6배로 좁혀지고 이에따라 생애임금(졸업후 40년간의 임금총액)격차도 훨씬 줄어 들었다. 인간은 영악한 동물이어서 누구나 「투자효과」를 노린다.그 중에서도 한국사람들은 더 지독하다 할 수 있다.이에따라 대학교육의 투자효과가 떨어지면 교육열도 줄어들 것이고 대학지망생수도 격감할 것이다.10년내에 대학의 위기를 내다보는 사람도 적지않다.하지만 지적 호기심에 찬 학생들만 모은다면 교육의 투자효과는 떨어져도 지적 투자효과는 더없이 높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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