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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화시대, 동양고전에 길을 묻다

    동양고전의 번역과 교육을 통해 전통문화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모색해 온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회장 이계황)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학술발표회를 연다. 전통문화연구회는 한국학 및 동양학도의 양성과 일반인의 교양한문 교육에 뜻이 있는 인사들이 의기투합해 1988년 4월 발족했으며, 같은 해 7월 고전연수원을 개설해 지금까지 3만여명이 수강하는 등 고전 교육 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다. ‘동양고전 현대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발표회에선 학계 원로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동양고전의 번역, 교육, 정보화를 토대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전호근 경희대 교수는 ‘동양고전 번역의 현대적 의의-논어 번역을 중심으로’란 주제발표에서 첨단 정보화 시대에 고전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재조명한다. 정재철 단국대 교수는 ‘동양고전 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중·고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전통문화연구회와 한국고전번역원, 태동고전연구소 등 전문기관의 바람직한 고전 교육방법을 알아본다. 가천대 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인 조장희 석학교수는 ‘한자교육 효과의 뇌과학적 실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글을 읽을 때보다 한자를 읽을 때 뇌의 일부 기능이 더 활성화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한다. 조 교수는 남녀 대학생 각 12명을 대상으로 2음절짜리 한자 단어와 한글 단어를 소리내지 않고 읽을 때 뇌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자 교육이 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이는 한자의 형태학적 특성과 철자적 특성이 한글과 다르고 의미의 인출 및 사용 빈도와도 관계가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이 밖에 옥철영 울산대 교수는 ‘현대 한글문헌에 대한 한글한자 자동변환기술’에 대해,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동양고전어휘 정보화의 방법 및 활용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기고] 공개와 소통으로 ‘버티고’를 넘어/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기고] 공개와 소통으로 ‘버티고’를 넘어/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비행을 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경험이 많은 비행사도 하늘과 바다를 착각해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것을 버티고(vertigo) 현상이라고 한다. 이 버티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험과 관행은 과거의 일이다. 판단을 위한 참고일 뿐 전부일 수는 없다. 비행사는 계기판을 봐야 하고 관제탑은 상황을 분석하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지상과 상공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 환경부는 정부 내에서 계기판에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관제탑에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행정도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날로 다양해지는 수요자의 요구를 과거의 경험과 관행에 의존해 거부하고 버틴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관행을 벗어난 정보의 개방과 공유, 다양한 소통과 함께 협업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소통이나 정책서비스 제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양한 요구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부3.0이다. 정부3.0은 정보를 개방하고 서로 공유하는 한편 부처 간 벽을 허물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뤄내는 것이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에 맞는 정책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환경정보를 2017년까지 80% 이상 국민에게 개방한다. 보유하고 있는 수질검사 결과 수질예측 정보, 음식물쓰레기 배출 현황, 환경신기술 정보 등 168개 데이터베이스 중 올해 안으로 52개를 개방하고 2017년까지 136개를 개방한다. 또한 환경부는 부처 간의 벽을 과감히 넘어 새로운 협업체계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방재청 등 여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정보를 통합해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기상정보와 연계한 안전한 산행정보를 제공한다. 개발사업 등의 환경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저감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원문 공개와 실시간 주민의견 수렴도 가능해진다. 청국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숙성이 잘돼야 한다. 숙성은 콩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영양분을 나눌 때 이뤄진다. 이렇듯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우리만 가지고 있으면 그 효용가치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잘 숙성시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논어-안연’ 편에서 공자는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은 국민이 중심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행정의 처음이고 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3.0은 행정패러다임을 국민중심으로 돌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 [기고] 결핵 없는 세상을 향한 60년, 새로운 도약/정근 대한결핵협회장

    [기고] 결핵 없는 세상을 향한 60년, 새로운 도약/정근 대한결핵협회장

    1953년 11월 6일,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만연했던 결핵 퇴치를 위해 기독교의사회, 한국복십자회, 조선결핵예방회 등 여러 항결핵 관련 단체들이 협력, 통합해 출범한 국내 유일의 민간 항결핵 단체인 대한결핵협회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태동기에서 성장기와 발전기를 거쳐 완숙한 경지에 이르는 주기를 밟게 된다. 이를 일컬어 공자(孔子)는 논어(語)에서 ‘나이 60이 되면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된다’며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 했다. 지난 60년 동안 ‘결핵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간난신고 와중에서도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태동기, 성장기, 발전기를 거치며 오직 한길만 걸어 온 대한결핵협회는 ‘이순’을 맞아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고, 다가올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창립 60주년 기념식은 대한결핵협회가 ‘결핵퇴치 60년 역사 축하’가 아닌 ‘결핵퇴치를 넘어선 결핵퇴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기념식의 행사 슬로건도 ‘결핵 없는 세상을 꿈꿔온 60년, 그리고 새로운 도약’으로 정한 이유다. 이날 기념식에서 협회 임직원들은 창립 60주년을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고 결핵을 퇴출하는 항 결핵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선포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이었던 1928년 캐나다인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 박사가 건립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병원인 해주 구세요양원 자리에 대한결핵협회,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코리아 결핵병원’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이는 대한결핵협회의 지난 60년이 한반도 남녘 땅에서 결핵퇴치의 발자취였다면, 이제 새로이 시작될 60년은 한반도의 북녘 땅에서 결핵퇴치에 전념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신뢰 구축에 큰 역할을 함은 물론 나아가 향후 통일한국이 결핵청정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아울러 대한결핵협회는 국가 결핵관리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확대하고 여러 항결핵기관 및 단체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한반도 결핵퇴출을 위한 항결핵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결핵관리 노하우 공유, 협력체계 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 60년 동안 축적된 대한결핵협회의 각종 결핵관리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유관 기관과의 상호협력을 강화해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 결핵이 만연한 개발도상국가에 결핵 관련 노하우 공유, 장비·인력 지원 등 국제협력 및 지원 체계를 확장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결핵관리 능력을 적극 알려 나갈 예정이다. 대한결핵협회는 2014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새로이 시작될 60년을 위해 내실을 다지고 한편으로 대외적 역량 강화 및 역할 확대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결핵 퇴출과 결핵 관리를 선도하는 제2의 한류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 끝으로 대한결핵협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핵퇴치 뉴 2020 플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결핵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과 건강한 국민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 가야금 옆에 놓인 논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가야금 옆에 놓인 논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이 문장의 묘미가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에 있다고 본다. 마지막에 ‘기쁘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듣는 이의 의견을 묻는 형식을 취한 것은 참으로 민주적인 화법이라 하겠다. 얼마나 여유롭고 부드러운 물음인가!’(39~40쪽) 가야금 명인 황병기(77)는 외출할 때마다 늘 논어 명언집을 품고 다닌다. 자신이 가려 뽑은 100문장을 직접 A4 용지에 타자를 쳐서 만든 ‘핸드메이드 책’이다.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기 위해서다. 요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과 놀 때 그는 ‘논어’와 노는 셈이다. 그에게 논어는 ‘칡뿌리처럼 씹을수록 맛이 나고 재미가 솟는’ 경외의 대상이다. 그의 지극한 논어 사랑이 책으로 엮였다. 여러 번역본으로 논어를 읽고 또 읽어 온 그가 풀어쓴 논어 해설 에세이집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풀빛)이다. 그는 직접 뽑은 논어 100구절의 의미를 개인적 경험과 음악, 인생에 대한 철학 등을 넉넉히 녹여 입말처럼 술술 풀어낸다. 논어의 ‘발분망식’(發憤忘食)을 설명하기 위해 1999년 대장암 수술 투병기를 꺼내 놓는 식이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은 게 처음이었다는 그는 “죽음에 직면하며 비참한 지경에 달하니까 역으로 소녀처럼 아름다운 가야금곡을 작곡하고 싶은 발분망식의 충동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이후 그는 3주 만에 퇴원해 바로 가야금 독주곡 ‘시계탑’을 완성했다. 그해 3월에는 수술 후유증으로 기저귀를 차고 연주회를 잇따라 열었다. 죽음을 앞두고 더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웠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말한다. “이때 ‘논어’의 발분망식을 경험한 것 같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사람이 발분하면 오히려 더 뛰어난 정신활동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최고의 장인은 힘을 최소한으로 들여서 일한다는데, 황병기 선생은 공자님의 ‘논어’에서조차 힘을 슬쩍 빼 버리는 진경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책 중의 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또 읽혀온 ‘논어’의 첫머리는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시작된다. ‘배우고 익힌다’는 학습의 문제가 서론이라면, 결론에 해당되는 것은 ‘논어’ 마지막 편의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이라 하겠다. 여기서 공자는 사람이 사명감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절을 모르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언어를 모르면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공자는 교육을 통해 그의 제자들을 군자(君子)라는 인간을 만들려고 했다. ‘논어’에는 군자에 관한 언급이 모두 107번이나 나온다. 공자 사상이자 후대 유가사상의 핵심 개념이 된 ‘인’(仁) 자는 같은 책에서 105번 나오는데, ‘군자’는 두 번이나 더 나온다. 공자가 이처럼 군자를 중요하게 여긴 데는 그가 그리고 있던 도덕사회(天下有道) 건설을 위해서는 첨병적 역군으로서 군자라는 리더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107번에 걸친 군자에 대한 ‘논어’의 언급을 유형별로 보면 정치적 내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有位者), 상당히 높은 수준의 덕성을 지닌 사람(有德者), 그리고 지위와 덕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사람(位德兼備者) 등 세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논어’의 언급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기서 다 거론할 수 없으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만 들어볼까 한다. 첫째,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다. 군자라고 하는 인물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함으로써 그릇처럼 일정한 양만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용하고 포용하는 최상 내지 최고의 융통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강이 상류의 크고 작은 지천의 물을 다 받아들임으로써 대하를 이루는 것처럼 군자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든 세력들을 다독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공자는 “군자는 중용이다”(君子中庸)라고 했다. 흔히 중용을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인 대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정확한 의미는 서울이면 서울, 부산이면 부산이지 서울 부산도 아닌 대전이 아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나 대응이라는 점에서 최선과 최적의 적응력을 지닌 인물이 군자라는 것이다. 정치는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이 유한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려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상당 수준의 적응력이나 포용력을 지니지 못했을 때는 갈등과 대립의 증폭은 물론 악법이나 실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만일 지금의 한국사회를 공안정국이나 비민주주의 사회로 진단하고 민주주의 회복 운운하면서 거리 투쟁을 벌인다면,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민주화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의(名醫)가 정확한 진단과 그 진단에 따른 최선의 처방으로 병을 치유하는 의사라면, 정치 리더도 현실정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상의 대처 능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을 통해 적어도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지적 성장에 정서적 균형이 수반된 인간 유형으로서의 군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정치 리더인 동시에 리더십이었다.
  • [22일(日) 케이블 하이라이트]

    ■미드나잇인파리(씨네프 오후 2시) 약혼녀 이네즈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길.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자신과는 달리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네즈에게 실망한 길은 결국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게 된다. 그리고 밤 12시 종이 울리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그가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1920년대 파리의 거리였다. ■장 르노의 8구역(FOX 오후 5시 50분) 파리 에펠탑에서 열린 패션 행사에 참석한 30대 중반의 슈퍼모델 니나 오코로는 시종일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날 밤 니나는 에펠탑 난간에 떨어진 채로 발견되고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끝내 사망한다. 조는 살인범이 니나의 목을 졸랐으나 에펠탑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으려 했음을 짐작하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캐치온 밤 8시 40분) 어릴 적 사라진 부모 대신 삼촌 내외와 사는 피터 파커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같은 학교 학생 그웬 스테이시와 우정과 사랑 그리고 둘만의 비밀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용했던 비밀스러운 가방을 발견하고 부모님의 실종 사건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풍류: 태인 죽력고(한방건강 TV 오후 2시 40분) 대나무 자체를 원료로 한 술 ‘죽력고’는 우리나라 3대 명주로 꼽힌다. 대나무에 열을 가해서 나오는 죽력은 한약재로도 쓰이며 죽력고에서는 약과 술의 경계가 무너진다고도 한다. 현재 죽력고는 전봉준이 살았던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북 정읍시 태인면의 태인 양조장에서 송명섭 무형문화재에 의해 계승돼 오고 있다. ■논어심득(중화TV 오전 10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세기의 철학서 논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없어선 안 될 존재인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논어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중국CCTV 채널 프로그램 ‘백가 강단’의 최고 스타인 중국판 도올 선생 위단 교수에게 공자의 가르침을 들어본다. ■2013 UFC(수퍼액션 오전 10시 30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에어캐나다센터에서 열리는 UFC 165 라이트헤비급 세계 챔피언전이 생중계된다. 라이트헤비급 메인 이벤트로 존 존스 대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이 맞붙는다. 그 외의 경기로 밴텀급 코메인 이벤트, 헤비급 빅매치, 미들급 빅매치, 라이트급 빅매치 등 총 5경기에서 10명의 참가자가 승부를 펼친다.
  • [기고] 신뢰 없는 증권시장 미래 없다/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기고] 신뢰 없는 증권시장 미래 없다/이동엽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나라가 번성하기 위해선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군대를 충실히 하며 백성들이 정치를 믿게 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답했다. 이 셋 중에서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할지를 다시 묻자 공자는 먼저 군대를 버리고 다음으로 양식을 버리나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백성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거래 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로부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함이다. 증권시장이 번성하기 위해선 시장이 공정하다는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 시장 체계에서 투자자들에게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실물경제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좋은 증시의 존재는 바로 창조적인 국가경제의 성장과 직결된다. 시장 참여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처럼 중요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밑바닥에 불공정 거래 세력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는 더욱 복잡하고 교묘한 양상을 보인다. 비상장 법인을 우회상장하면서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투자한다든지, 태양광 발전이나 유전 개발에 참여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거나 회사 임직원 등이 회사 내부의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몰래 거래하는 등 갈수록 대담하면서도 은밀해지는 추세이다. 금감원은 바로 이런 유형의 불공정 거래에 시의성 있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시장 정보 수집기능을 확대 보강하고 특별조사 기능을 통합하는 등 조직 및 인력체계를 정비한 특별조사국을 지난 8월 1일자로 신설하였다. 특별조사국은 획기적인 기획조사 실시 등을 통해 그동안 조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불공정 거래 행위의 상당부분에 공정의 잣대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특별조사국의 신설이 조사 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자칫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기우에 불과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증권시장에서 불공정 세력이 줄어들수록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되어 시장 본래의 자유로운 기능이 더욱 활성화돼 우리의 증시는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감독당국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불공정 거래 행위의 대부분이 음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를 전부 찾아내 엄정히 제재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불공정 거래 세력 차단에 일반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하고 환영하는 이유이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신뢰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증권시장을 꿈꾼다. 이 꿈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공정한 증권시장을 희망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곁들여진다면, 우리 증권시장은 선진 시장으로 성큼 나아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열린세상] 칭찬이 교육입니다/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열린세상] 칭찬이 교육입니다/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교육을 나라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는 막중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기업에 있어서도 교육은 중요합니다. 격변하는 현실 속에서도 십년지대계쯤은 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찾는 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는 배움에 대한 구절로 시작합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공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논어에서 는 배우는 것을 학이라 하였고, 익히는 것을 습이라 하였습니다. 학(學)은 아이가 양손을 펼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여기서 배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습(習)은 어린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스스로 나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익힌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학은 책을 통해 배우는 이론적인 지식 공부를 의미하고, 습은 이론의 바탕 위에 실천을 통하여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글자들을 합쳐, 교육을 학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인성(人性)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가끔 예절을 무시하는 젊은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 예절과 배려 등은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것들입니다. 다만 우리 교육이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가르침들이 머릿속에만 있고, 생활에서 그 필요성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잘못입니다. 공자의 말을 빌리면, 습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말입니다. 습자가 들어간 단어 중에 습관(習慣)이 있습니다. 습관은 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익고 굳어진 행동을 말합니다. 좋은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좋은 행동을 반복하여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동기 부여 방법이 칭찬입니다. 잘하는 행동을 지지해주고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부추겨 주는 것이 칭찬입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학자이자 선비로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교육에 있어서도 아주 큰 발자취를 남긴 분입니다. 퇴계 선생은 일찌감치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서원 건립에 널리 힘썼으며, 훌륭한 제자들도 많이 길러냈습니다. 과거와 출세 위주의 교육풍토를 바꾸기 위해 손수 교재를 만들어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정민 교수가 쓴 ‘일침’에서 퇴계 선생의 훈몽시를 읽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은 싹을 뽑아 북돋움과 한가지니, 큰 칭찬이 회초리보다 훨씬 낫다네. 내 자식 어리석다 말하지 말라, 좋은 낯빛 짓는 것만 같지 못하리.’ 여기서 ‘찬승달초’(讚勝撻楚)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 마디의 칭찬이 백 대의 회초리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이미 450년 전에 퇴계 선생께서는 칭찬의 효과를 알고, 칭찬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확인이자, 기대의 표현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칭찬할 대상이 없고, 어느 누구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심리학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기대할 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거두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훨씬 우수한 사람으로 자란다는 이론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이렇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칭찬이 곧 그 사람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칭찬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나아가 그 행동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의 전염된 행동이 우리 사회 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칭찬에 관심을 두는 이유입니다.
  •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인일능지(人一能之)어든 기백지(己百之)하며, 인십능지(人十能之)어든 기천지(己千之)니라. 남이 한 번에 능하거든 나는 백 번에 능하도록 하며 남이 열 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 번에 능하도록 할 것이니라. 매사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1일 오전 11시 동대문구 전농2동 주민자치센터 4층에선 단정한 유생복을 한 백발 선생님과 또래 학생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건너간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윤렬상(76) 성균관유학대학원 교수가 고문과 한시 등 열띤 강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강생 40여명이 중용(中庸)을 익히며 만학의 열정을 태우고 있었다. 수강생이 해당 부분을 음독과 함께 읽으면 윤 교수가 쉽게 풀이한 후 한 줄씩 흥취나 리듬을 넣고 다시 읽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맹자와 논어 등 고문과 한시 기초이론 강의가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숙제로 주어진 5자의 운(韻)과 시제로 지은 한시를 칠판에 적고 발표도 한다. 이를 윤 교수가 함께 감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준다. 지영선(67) 할머니는 “처음에는 아는 한자가 몇 자 안 됐다. 3년째 수업을 받다 보니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가작이나 장려상도 받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했고 나이 먹어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의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윤철환(82) 할아버지도 “옛 문헌들의 고문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사고의 깊이가 더해짐을 느낀다. 신기독(?其獨·아무도 보지 않고 혼자 있을 때조차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하도록 항상 갈고 닦는다”고 말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시문학 동인 ‘선농정사’ 회원으로 ▲선농대제 백일장 재연 ▲성년례의식 행사 주관 ▲청소년 예절 교실 운영 등 우리 전통 유교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년 음력 4월 열리는 ‘선농제 백일장’은 동대문구와 한국 한시협회가 함께 주최하며 장원과 차상, 차하, 가작을 뽑아 ‘선농제’ 당일 임금(동대문구청장)과 선농대제보존위원장이 각각 시상 후 책으로 펴낸다. 또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성년의 날에 성년례의식을 주관하면서 청소년들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재능기부의 하나로 올 여름방학 동안 중·고등학생 20여명에게 한자와 서예, 예절 등 ‘청소년예절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영석 선농정사 사무총장은 “장소 제공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유덕열 구청장과 직원들이 없었다면 동대문구에서 고문과 한시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더 애쓰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이슈&논쟁]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이슈&논쟁]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폐지를 공약해 쉽게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찬반 양론이 워낙 팽팽하다. 진통을 거듭한 끝에 폐지하기로 당론을 정한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반대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여론을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내부 검토를 계속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여전하다. 폐지 반대 측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정계 진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지역 토호들의 기득권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사라지고 ‘묻지마 투표’가 없어져 지역주의 극복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찬반 양론을 들어 봤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일러스트 조기영 화백 cmseong@seoul.co.kr [贊]황주홍 민주당 의원 “당조직 관리에 불필요한 비용 쓰고 공천권자에게만 충성 가능성 높아” 국민들은 없애라는데 국회의원들은 안 된다 한다. 국민 여론의 70%가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즉각 폐지를 촉구하는 반면 여야 국회의원 70% 이상은 폐지 반대 입장이다. 국민 의견과 국회 의견이 정면으로 상충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국회 의견이 국민 의견을 일축하며 지배해 왔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정신의 부정이며, 한국 민주(民主)정치 역사의 거대한 오점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국회의원과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가 다 정당공천제도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정치쇄신과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대선 공약이었던 거다. 현행 정당공천제도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돈과 시간과 충성심의 왜곡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는 돈의 문제다. 우선 공천을 받기 위해 발생하는 불필요하고 과다한 비용의 문제다. 또한 각종 정당 행사, 당조직 관리에 들어가는 돈과 매월 당에 내야 할 돈도 적지 않다. 둘째는 시간의 문제인데, 시장·군수·구청장, 기초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아닌 공천권자들의 일로 더 바쁘다. 셋째는 자기 주민에게 바쳐야 하는 충성심이 사실상 공천권자에게 바쳐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슨 지방자치란 말인가. 돈과 시간과 충성심이 바른 방향으로 선순환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 극단적으로 왜곡돼 가는 지방자치의 숨통을 열어 주어야 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이 제도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백해무익하다. 벌써 오래전에 폐기됐어야 할 악법이자 반민주적 제도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 국민의 60~70%가 한결같이 폐지를 요구해 왔었다는 사실에 의해서 현행법은 이미 ‘반국민적’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악법’이었다. 얼마 전 민주당 전(全) 당원 투표에서도 67.7%의 찬성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국민의 뜻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민의 뜻이란 무엇인가. 해당 시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방향이며 입장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그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신조이자 전제다. 혼자 결정하는 군주제나 독재, 몇몇 사람이 결정하는 과두제가 아닌 민주제(民主制)를 받아들이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이 다수결의 원칙을 부정해선 안 된다. ‘다수의 지배’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108만표 차이로 당선됐지만, 사실 대통령 되는 데는 100만표 차까지도 필요 없다. 국민 단 한 사람의 표만 더 얻어도 대통령이다. 그게 국민이다. 민주제 국가에서 국민 여론은 오류가 없다는 ‘무류’(無謬)다. 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개별 의견들이 하나의 전체로 총화되면 공동체적 공익을 추구하는 보편 의견이 되며, 이 의견에는 오류가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떼어 놓고 보면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부화뇌동하는 것 같지만, 그 개별 국민들이 공동체적 연대감으로 하나를 이루면서 표출하는 의사는 늘 정당하고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 기본 인식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근본 가정이 동요하거나 부정되면 민주주의의 위기다. 국회의원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국민이 있다. 이 서열을 망각하거나 부인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법은 만들지만, 헌법은 안 된다. 헌법조차 바꿀 수 있는 최고의 ‘헌법기관’은 국민뿐이다. 이제 정치권에는 퇴로가 없다. 기초단위 정당공천제는 법으로서의 정당성에 대해 국민들이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것이 결론이다. [反]류지영 새누리당 의원 “정치 신인 자질 가릴 최소한의 장치 여성 기초의원 13% 배출 무시 못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가 이제 300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기초단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민주당이 당원 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도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기초공천제 폐지를 놓고선 논란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당 공천은 책임정치의 실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공천헌금 비리, 지방정치의 실종과 중앙정치 예속 등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였다는 점은 정당 공천 과정에서 발생해 온 폐해들로 인해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쇄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의의 초점이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만 맞춰지고 있어 우려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정당공천제가 이 땅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 그 시작점을 포함해 그간의 경험들을 밑거름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정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 폐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초 공천이 폐지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 역사에서 기초공천제는 여성이 균등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02년 3.2%에 그쳤던 기초의원 중 여성 비율은 2006년에 13.7%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도입, 기초의회 비례대표제 신설, 비례대표 정당명부에서 여성 후보 50% 할당 등 여러 제도의 도입이 기반이 돼 나타난 결과였다. 이후에도 2010년 선거법 재개정을 통해 여성 의무공천제 도입, 비례대표 중 여성 후보 50% 배정 및 남녀교호순번제(여성 홀수 순번 배치) 위반 시 후보 수리 불허 등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정치 소수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발전을 거듭해 온 기초공천제가 폐지되면 정치 지망생에 대한 최소한의 자질심사가 사라지고, 기득권자라 할 수 있는 전·현직 지자체장의 권력이 더욱 비대해져 재력·조직력을 가진 토호세력에게 유리한 혼탁 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이는 여성과 정치 신인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후보자들을 검증할 만한 절차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명부제 도입, 기초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유지, 여성전용 선거구제 도입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기초 공천 폐지 논의에 매몰돼 외면받고 있어 안타깝다. 기초공천제 폐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처럼 정당 후보 중심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나라도 있고, 미국의 여러 주처럼 공천을 아예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이는 결국 정치적 환경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치 환경을 제대로 진단한 뒤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논어의 ‘욕속부달 욕교반졸’(欲速不達 欲巧反拙)이란 말처럼 기초공천제 폐지 구호를 외치기만 할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놓치고 있는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절실한 시점이다.
  • [靑 비서실장·수석 4명 교체] “기대이하땐 교체” 경고… 180도 바뀐 인사방식 이번엔 ‘작심카드’

    [靑 비서실장·수석 4명 교체] “기대이하땐 교체” 경고… 180도 바뀐 인사방식 이번엔 ‘작심카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을 전격 교체한 것은 ‘문책성 인사’로 평가된다. 향후 박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허태열 비서실장의 교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인사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에 대해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 인사’라는 신조어가 생긴 데 이어 편중 인사를 빗댄 ‘태평성대(성균관대의 약진), 참여연대(연세대의 선전), 학수고대(고려대의 부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윤창중 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대처, 공공기관장 인선 잡음과 지연 등도 비서실장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곽상도 민정수석 역시 인사 검증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경질설이 돌았고,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구성원 간 불화설도 나왔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을 교체한 것은 국정운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이들의 업무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와 고용·복지 분야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 방식은 한마디로 “한 번 쓴 사람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로 정의됐다. 능력보다는 신뢰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으로부터 교체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162일 만에 수석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진 절반을 물갈이했다는 점에서 인사 방식이 180도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그런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처음에는 사람의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는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는 논어 구절을 인용했다. 당시에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인사 방식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게 주변 참모진들의 설명이다. 업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이번 인사에 담겨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선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깜짝 카드’이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작심 카드’라는 것이다. 다만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관 교체는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 참모진 교체설과 개각설이 동시에 흘러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직사회 내부 불안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내각을 교체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현실적, 절차적 어려움도 감안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글로벌 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과 대북 메시지/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과 대북 메시지/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미국을 실무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을 국빈 방문함으로써 이른바 ‘주요 2개국(G2)’ 정상들을 만났다. 박 대통령의 방미는 성공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 합리적·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정서적·감성적 효과를 잊지 않았다. 이 같은 용의주도한 접근과 호소가 그의 실무 방문을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이번 방중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준비한 이야기는 회담이 길어져도 개의치 않고 “조목조목 얘기하고 상대방 대답에 귀 기울였다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싶으면 ‘제 얘기는요’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또렷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랬고, 리커창 총리, 장더장 상무위원과의 회담에서도 ‘조목조목 근혜씨’ 스타일은 그대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결과 한·중 두 정상은 지금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체화하는 데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발표된 ‘미래비전 공동성명’ 및 부속서에 정부 간 협정 1건과 기관 간 약정 7건 등 총 8건과 관련된 경제·통상 협력, 인적·문화 교류, 영사 분야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외에도 성과는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 중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문(文)·언(言)·연(緣)·의(衣)로 요약되는 이른바 문화 코드 접근이었다. 문화 코드는 사람들이 모종의 대상에 부여한 무의식적인 의미란 점에서 중국인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인 동시에 의도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는 단초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코드에 따른 활용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관시’(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인간관계(緣)를 부각시켰고, 때와 곳에 따른 의상(衣)으로는 자신의 철학과 취향은 물론 배려와 개성을 유감 없이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것은 고전(文) 인용과 중국어(言) 구사라 하겠다. 중국인들은 중국 문자를 해득하면 ‘동문(同文)=동족(同族)’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전 인용에서 압권은 논어 공야장에 있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의 행동을 믿었으나, 지금은 말을 들으면 그의 행동을 살핀다”고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이 서둘러 정상회담을 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미 두 나라와의 공조와 협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었고, 결과는 북한의 기만전술에 놀아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위의 인용문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물론 다른 참가국에 보내고 싶은 경각성 메시지였을 것이다. 논어 인용문의 앞부분은 이렇다. 어느 날 공자가 그의 제자 재여가 낮잠 자는 것을 보고 그를 ‘썩은 나무(朽木)’와 ‘더러운 흙담(糞土)’에 비유하면서 질책했다. 이 질책은 제자들에게 한 공자의 질책 중 가장 가혹하고 준엄한 질책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썩은 나무’나 ‘더러운 흙담’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시는 회담을 위한 회담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북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 펴낸 도시학자 최종현

    [저자와의 차 한잔]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 펴낸 도시학자 최종현

    건축에서 주가 되는 것은 궁궐이나 집 등 건축물 자체이지 나무와 풍경은 뒷전이다. 최종현 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런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한다. 그는 최근 펴낸 ‘나무와 풍경으로 본 옛 건축 정신’에서 “옛 사람들은 인공물을 자연(나무, 풍경)과 조화시키는 경지를 보여 줬다”고 말한다. 서양 건축이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켰다면 중화문화권의 건축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건축이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가 조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보문단지를 설계하면서 일본인으로부터 나무를 모른다고 타박을 받았고, 이게 계기가 돼 조경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다. 고구려인들은 영원불멸을 믿어 왕이 죽으면 생전의 모습을 벽화로 남겼다. 4세기 무용총 고분벽화는 나무로 인해 수렵도(狩獵圖)와 우교차도(牛橋車圖)로 분할된다. 저자는 “이 나무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목(宇宙木)이자 신목(神木)으로, 국가와 부족 간 활동영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장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퇴계 이황이 만든 도산서원은 단순히 서당이 아니라 그의 학문세계와 평생의 수도정신이 담겨 있다. 도산서원은 ‘하늘이 명을 내려 부여한 것이 성(性)이며, 성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도를 수양하는 것이 교(敎)’라는 중용의 경구에 따라 나뉜다. 천연대와 천운대 등은 성, 즉 천리를 깨우치는 장치이고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등은 성을 따르는 도의 공간이다. 전교당, 상덕사 등은 도를 익히는 교육의 공간이다. 건축물 주변의 원림은 중요한 요소부터 배치하고 비중이 작은 것을 배치하는 ‘근접성의 사고’를 적용했다. 도산서당에서 정우, 절우, 몽촌 등의 순으로 연못과 뜰, 개울, 나무 등을 배치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건축에서 조경은 배경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배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그는 “주변을 아우르면서 총체적으로 사물을 봐야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며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되면 모든 게 더욱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경의 철학적 바탕이 된 주역, 논어 등은 우리 것이 아니고 모두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다. 이론을 제기하자 그는 “우리나라는 깊이 들어가면 막히지만 중국은 막힘이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취사선택하는 등 변형시켰다”고 답변한다. 도산서원은 주변의 자연을 받아들여 원림을 확장했다. 천연대와 천운대에서 마주 보이는 금계산은 80여리나 떨어져 맑게 갠 가을에만 보일 정도다. 퇴계는 이를 두고 ‘차경(借景)의 의(義)’라고 설명했다. 먼 곳의 경치까지 끌어들이는 차경은 중국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더욱 발전했다. 경복궁 경회루나 영주 부석사도 차경법을 활용한 것이다. 문화나 문명이 교류를 통해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경치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 것들과 어울려 더욱 빛이 난다. 아름다운 풍광이 아지랑이나 노을, 밤비와 어울려 운치를 더하고, 또 이를 묘사한 시나 글로 묘미가 더해진다. 소동파가 왕유를 칭송했던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詩中有? ?中有詩)는 글귀처럼 글과 그림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공간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간과 지리, 건축을 연구하면서 글과 그림을 가까이 하며 공부해야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① 프롤로그-변천사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① 프롤로그-변천사

    우리에게 서울이란 무엇인가. 한강 기슭에 터 잡은 한성백제 이후 2000년의 역사가 어린 한민족의 고향쯤이기도 하고, 북악 아래 도읍을 정한 지 600년을 훌쩍 넘긴 조선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유린당했지만 정체성을 지켰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본은 민족정기 말살을 노리는 대못을 구석구석 박았다.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일제의 식민 경영에 의해 서울은 심각하게 왜곡됐다. 한국전쟁의 포연 속에서 서울시내 건물의 3분의1이 파괴됐다. 사대문 안 문화재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서울은 폐허에 가까웠다. 그런 서울이 ‘한강의 기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60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압축적인 성장과 변화가 휩쓸고 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장기 개발독재와 불도저식 행정가의 밀어붙이기 도시계획에 따른 엄혹한 고통을 묵묵히 감내한 서울시민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견뎌 내지 못했더라면 인도의 뭄바이,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진화 중이다. 진화는 상실을 수반한다. 기억하고 남겨야 할 가치마저 토건의 흙먼지 속에 숱하게 사라졌다. 개발 연대의 기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숨가쁘게 달려온 길이 보인다. 험하고 불편했지만, 기억 속에서는 정겨운 시절이기도 하다. ‘서울 택리지’(擇里志)는 지금 우리 옆에 남아 있는 건물, 도로, 장소, 풍광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 과정을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잊고 지내 온 것들을 되새김하고자 한다. ■서울 2000년사 새로 써야 하나 미국의 도시설계가 케빈 린치는 “도시는 랜드마크(landmark)와 구역(district), 통로(path), 접점(node), 경계(edge)로 인지된다”고 ‘도시의 이미지’를 정의했다. 서울을 도시건축적 시각에서 보면 다섯 가지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본 서울은 만감이 교차하는 상념의 뿌리 같은 곳이다. 서울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일까. 우리는 ‘서울은 600년 역사를 지닌 도시’라고 알고 있고, 서울을 소개하는 대부분 책에 그렇게 적혀 있다. 1978년 ‘서울 600년사’가 편찬됐고, 1994년에는 서울 정도 600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서울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정설은 흔들리고 있다.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는 2009년 ‘서울 역사 2000년’을 내놓으면서 서울의 공간을 확장했고, 역사도 1400년 늘렸다. ‘온조가 위례에 자리 잡았다’는 삼국사기의 백제 건국설화에 따라 서울의 기원을 기원전(BC) 18년으로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성백제시대 493년이 서울의 역사로 편입됐고, 한강 이남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위례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다. 백제는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침공을 받아 수도를 웅진(공주)으로 옮겼으므로 백제 수도로서의 서울 역사는 500년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석촌동 일대에는 백제 초기 적석총 10여 기가 남아 있는데 이 중 3호분을 13번째 왕 근초고왕(?~375)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곧 한성백제 493년에,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가 서울을 남경(南京)으로 삼은 기간까지 더하면 수도 서울의 역사는 물경 2000년에 이른다는 것이다. 로마, 아테네, 바빌론, 이스탄불, 다마스쿠스, 테베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반열이다. 900년 설도 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18㎞ 사대문 안과 사방 십리(城底十里)를 의미하는데 위례는 경기도 지역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서울에 속한 곳이므로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서울’을 펴낸 최종현·김창희씨는 “서울의 기원을 위례에서 잡을 것이 아니라 고려 숙종의 남경 천도로 잡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숙종이 경복궁 근처에 남경행궁을 만들어 행차한 1104년을 서울의 기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서울의 역사는 919년이 됐다는 얘기다. 묵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서울의 나이를 무한정 늘리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1392년 조선 건국과 한양 천도를 한민족 수도 서울의 주춧돌로 보는 것이 일반의 통설이다. ■고려 286년 동안 5차례 시도된 한양 천도 한양 천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얘깃거리가 많다. 고려 건국 후 서울은 양주(楊州)로 불렸으며 지방 호족이 할거했지만,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한 문종은 1067년 남경으로 승격시켰다. 개경(개성), 서경(평양)과 함께 고려의 3대 도시로 삼은 것이다. 한양 천도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역성혁명 성공과 이에 따른 지배층 정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역사 교과서는 소개하고 있지만, 천도는 고려 중기부터 끊임없이 시도됐음을 알 수 있다. 1308년 충선왕은 남경을 한양부(漢陽府)라고 고쳤다. 1357년 공민왕은 남경 천도를 본격화했다. 수도를 옮김으로써 국내외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송도(개경)의 지덕이 다해 나라 안팎의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리도참설이 도읍을 옮기도록 부추겼다. 1382년 우왕은 한양 천도를 단행했지만, 이듬해 개경으로 돌아갔다. 1390년 공양왕은 한양으로 옮기면서 백관들이 양쪽에서 나눠 근무하게 함으로써 6개월짜리 ‘반쪽’ 수도에 그쳤다. 천도는 태조가 조선을 건국한 지 3년 만인 1395년 6월 6일 한양부를 한성부로 바꾸면서 완성됐다. 고려의 한양 천도는 1104년 숙종 때 처음 시도된 이래 충선왕, 공민왕, 우왕, 공양왕 등 5명의 고려왕이 시도했지만,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조선 태조에 의해 291년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 고려왕조 476년의 절반을 넘는 286년 동안 고려의 마음은 개성을 떠나 한양을 기웃거렸다. ■‘서울특별시’의 탄생 비화 서울은 지명이 아니라 도읍을 이르는 용어다. 서울은 고려 때 한양으로 불렸으며 조선시대 공식 지명은 한성부(漢城府)였다. 중국이 지금까지 서울을 한성(漢城)이라고 호칭하는 까닭이다. 일제는 경성부(京城府)로 개칭, 경기도 내 행정구역의 하나로 깔아뭉갰다. ‘서울’이라는 지명은 1946년 8월 14일 미 군정청 특별발표에서 처음 등장한다. 손정목 전 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미 군정장관 아처 러치 소장이 광복 1주년 기념 선물로 서울을 경기도에서 독립시켜 특별시(영문 표기는 독립시)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서울특별시는 군정 법령의 효력이 발생한 1946년 9월 28일을 기해 공식 지명이 됐다. 서울 사대문 안이 미군의 무차별 공습에서 벗어나 문화재를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하게 된 비화도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주일대표부 전권공사를 지낸 김용주(1905~1985)는 ‘나의 회고록, 풍설시대 80년’에서 도쿄사령부로 맥아더 장군을 찾아가 설득한 경위를 밝혔다. 그는 5대 궁과 사대문을 포함하는 지역을 작전지도에 표시하면서 폭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맥아더는 “좋은 조언을 해 줘 대단히 기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김용주는 후에 전남방직을 창업했고 경총회장을 지냈다. ■이중환은 ‘서울 택리지’를 어떻게 쓸까 나라에 사(史)가 있으면 고을에는 지(志)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 전통이다. 지리지(地理志)는 지역의 역사, 지리, 인물, 풍속 등을 기록한 책이다. 지리지도 정사의 일부였다. 중국의 경우 반고는 한서(漢書)에 지리지를 포함했고, 삼국사기와 고려사도 각각 지리지를 갖추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펴낸 택리지(擇里志)는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우리나라 지리지를 대표한다. 동국여지승람이 행정중심적 백과사전이라면 택리지는 생활권과 지역권의 시각으로 서술한 근대 지리학의 맹아라고 할 수 있다. 이중환은 30여년간 전국을 떠돌면서 살 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살 만한 곳을 찾아 거한다(可居地)’는 그곳, 동양의 유토피아였다. 특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입지 조건으로 지리(地理)와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 4가지를 꼽았다. 이중환은 살 만한 곳을 찾았을까? 택리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택리지’의 저자 신정일은 “끝내 살 만한 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은 살 만한 곳인가?’ 서울은 ‘연식’은 오래된 도시이지만 ‘마일리지’는 환갑을 넘지 못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게 변화한 도시다. 조선 말 20만명이 살던 도성은 해방 전후 100만명으로 늘어났고, 1990년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광적으로 서울에 몰렸다. 개발 연대기 서울 행정은 인구 분산과 교통난 해소, 택지개발, 아파트 건설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서울은 늘 만원이고, 늘 공사 중이었다. 개발의 와중에서 역사와 애환이 서린 ‘그때 그곳’은 보호받지 못했고, 달랑 표지석으로 남은 곳이 숱하다. 그런 서울이 사람 위주의 환경도시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개발 연대를 대표하는 청계고가의 철거와 청계천 복원이 터닝포인트였다. 2013년 서울은 수도권 주민 등 3000여만명이 드나들고,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지향하며,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이 찾는 ‘동방의 메트로폴리스’가 됐다. 불과 반 세기 만에 일어난 경천동지할 변화다. 이중환이 현대 서울을 보았다면 택리지의 후편으로 ‘서울 택리지’를 집필했을 것이다. 그는 무엇이라고 쓸까. joo@seoul.co.kr
  • [책꽂이]

    자벌레의 세상 보기(황기원 지음, 학고재 펴냄) 도시 건축의 대가인 황기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땅과 집, 건축과 환경에 관한 독특한 철학과 생각들을 52편의 짧은 글로 풀어냈다. 측량가란 별명을 가진 자벌레의 시선으로 인간의 행복이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환경과 공존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에 있음을 역설한다. 2만원.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 기행(김학범 지음, 김영사 펴냄)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하며 명승의 토대를 다져온 저자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49곳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10년간 전국의 명승을 답사한 땀의 흔적이 100장이 넘는 사진과 유려한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1만 8000원.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홍중기 지음, 한울 펴냄)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강화’는 언론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얘기다. 하지만 독도는 이미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 영토로 존재해 왔고, 분쟁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상 이는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처럼 국제법에 관한 시사 쟁점 중에서 상식의 허를 찌르는 사실과 이론을 풀어 썼다. 1만 9000원.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보경 스님 지음, 민족사 펴냄) 최초의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불교 교리적 해석에서 벗어나 ‘논어’ ‘주역’ ‘장자’ 등 동양 고전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등 서양의 명저를 인용해 이해를 도운 점이 눈길을 끈다. 1만 5000원.
  • ‘日 학문의 시조’ 백제 왕인박사 집대성

    백제의 왕인박사는 5세기 초(서기 405년·백제 전지왕 2년) 일왕의 초청으로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문화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일본에선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1995년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선정한 ‘일본의 역사를 만든 101인’에 왕인박사를 앞세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왕인박사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실존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문헌사학자들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왕인박사에 대한 기록이 새롭게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왕인박사를 언급한 최초의 우리 문헌은 한치윤의 ‘해동역사’(1814~1823)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앞선 기록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왕인박사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는 신간 ‘왕인박사 연구’(주류성)에 실은 논문 ‘왕인박사 연구의 현대적 의의’에서 ‘해동역사’보다 약 2세기 앞서 작성된 조선통신사 종사관 남용익의 ‘부상록’ 중 ‘문견별록’(1655.6~1656.2)에서 왕인박사를 언급한 대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효종 때 문신 남용익이 정사 조형의 종사관으로 일본을 다녀오면서 기록한 문헌에 ‘을사년에 백제가 왕자 왕인을 보냈다’고 적은 게 왕인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최초의 기록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추사 김정희의 시문집 ‘완당전집’(1868) 중 ‘잡지’에 등장하는 왕인에 대한 기록이다. “일본 문자의 연기(緣起)는 백제의 왕인으로부터 시작됐으며 그 나라 글은 그 나라의 일컫는 바에 의하면 황비씨(黃備氏)가 제정했다고 한다.”(24쪽) 박 교수는 “추사가 이 글에서 일본에 남아 있는 고경(古經) 가운데 특히 ‘상서’(尙書)의 검증을 통해 왕인이 실존 인물이라고 확실히 단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왕인박사 연구를 집대성한 ‘왕인박사 연구’는 왕인박사현창협회와 부설 왕인문화연구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연말 회원 공부를 위해 한정판으로 출간한 논문집을 보완한 것이다. 고인이 된 김영원 전 조선대 교수, 다케스에 준이치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 등 12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통으로 읽는 논어’ 펴낸 고양 ‘불이학교’ 김재용 교사

    [저자와의 차 한잔] ‘통으로 읽는 논어’ 펴낸 고양 ‘불이학교’ 김재용 교사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부해라, 학원가라, 영어와 수학 성적은 왜 떨어졌니’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정작 자녀들은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야 할까, 마흔 살은 왜 불혹일까’라는 까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경기 고양시 소재)에서는 ‘논어’를 통해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던져준다. 이 학교의 고전 교사인 김재용씨가 그동안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논어’를 읽고 나눈 이야기를 ‘통으로 읽는 논어’(이매진 펴냄)로 펴내 눈길을 끈다. “저는 논어와 몇몇 고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소리 내서 함께 낭송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들려주고 있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고전 읽기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이런 말들이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고 암기하는 공부하고는 전혀 다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방식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이 학교에서 고전 강의를 4년째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논어’까지 공부하라는 말에 학생들이 거부감을 가졌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논어’에 대한 재미를 붙이더니 사물을 보는 시각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논어’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전임교사로 있을 때 학과일정을 짜면서 인문학을 강화해 보자는 취지로 논어를 필수선택 과목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청소년기야말로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논어’ 공부를 가장 흥미로워합니다. 읽어 보니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뿌리를 찾게 되더군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이 생겨났고 또 조용하던 아이들이 질문을 하는 버릇이 하나 둘씩 나타나더군요. 어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논어’를 읽을 만큼 취미를 붙인 경우도 있습니다.” 김씨는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춰 직접 ‘논어’를 번역하고 별도의 해설까지 곁들였다. 이 같은 강의노트가 점점 많아지자 때마침 출판사의 제의를 받았고 이번에 책으로 펴내게 됐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하는 논어 끝까지 읽기’라는 부제를 단 책은 학이편에서 요왈편까지 모두 20편 499장, 논어의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담고 있다. 499장마다 한자 원문과 독음을 밝히고 해석을 붙인 뒤 해당 구절에서 유래한 사고방식과 가치관, 자주 쓰는 말과 속담, 격언, 동서양 고전과 철학사상, 역사, 영화 ‘매트릭스’와 ‘스파이더맨’의 대사까지 인용하면서 독창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따라서 10대 아이들에서 성인까지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저는 논어를 철학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충성과 효도는 어떤 맥락에서 강조한 것인지, 공자의 사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또한 이런 부분이 서양의 다른 문화권과 어떻게 다르게 작용했는지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온 모든 것을 의심하는 행위입니다. 윤리가 어떻게 생겨나고 오늘날까지 어떤 효력을 발휘하는지를 고민해보는 게 철학교육의 핵심입니다.” 저자는 서강대 철학과에서 우연히 접한 ‘논어’에 큰 매력을 느껴 동양고전에 빠져들게 됐다.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노자하상공주 연구’란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고 아들을 키우면서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현재 불이학교에서 일주일에 두 번 ‘논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엄벌과 관용의 활용법

    ‘논어’의 ‘위정편’에 담긴 내용 한 토막을 들여다본다. ‘백성을 법령으로 이끌고 처벌로 다스리면 백성이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이와 반대로 백성을 덕으로 이끌고 예의로 다스린다면 백성이 부끄럽게 여겨 바르게 된다.’ 백성을 법으로 강제하고 잘못과 일탈을 처벌하는 데에만 골몰하면 백성은 그저 이를 피하려고 하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도덕 교화를 통해 부끄러움을 알도록 한다면 저절로 착한 경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조선 후기의 사회질서는 어떠했을까. 도덕정치가 더욱 강조되면서 엄형보다는 교화와 감형이 선호됐고 죄인을 심리하는 흠휼(欽恤·죄수를 신중하게 심의함)에서 관용이 남발됐다. 이에 다산 정약용은 ‘흠흠신서’를 지어 흠휼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고자 했다. 당시 법관들이 흠휼이라는 말에 홀려 사람의 죄를 무조건 너그럽게 용서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다가 법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인명에 관한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뜻에서 ‘흠흠신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신간 ‘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김호 지음, 책문 펴냄)는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선각자 다산의 ‘흠흠신서’를 들여다보면서 다산이 꿈꾼 정의로운 나라의 모형과 그가 말하고자 했던 정의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정리했다. 조선 후기에는 정치적 혼란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계층 간의 갈등은 심화했다. 다산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어나가려면 중앙 관료들은 물론이고 지방의 관리들까지 솔선수범하고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임을 강조했다. 이런 다산의 절절한 마음이 오늘날까지 울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 공정한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폭력과 불의에 고통받는 것을 보면 다산이 정의의 문제로 고민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는 듯하다. 정의가 흐릿하고, 금권이 판치는 요즘 세상을 보면 다시 한번 다산이 꿈꿨던 정의를 생각하게 한다. 백성이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주먹이 법보다 가까웠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정치는 사건을 먼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한 뒤 엄한 형벌을 적용하고, 관용을 적절하게 베풀 때 가능해진다는 대목 등에서 울림이 크다. 2만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서울광장] 겐셔, 혹은 김춘추의 외교적 상상력/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겐셔, 혹은 김춘추의 외교적 상상력/구본영 논설실장

    “인생은 너무 늦게 오는 자를 벌준다.”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렇게 준엄하게 경고했다.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을 향해. 독일 통일 2년 전인 1989년 가을, 베를린의 동독 건국 40주년 행사에서였다. 북한이 주민 20여만명의 생계가 걸린 개성공단 문을 닫으려는 요즘 생각나는 명언이다. 그의 경고는 이미 시효가 다한 사회주의 체제를 붙들고 있던 동독 정권엔 악마의 주술처럼 들렸을 법하다. 고르비에게 불만을 품은 호네커는 사회주의 종주국의 최고지도자가 왔는데도 공항 영접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그때야말로 서독 겐셔 외무장관의 집요한 외교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통독을 극력 반대하던 소련의 마음을 바꿨다는 점에서다. 고르비의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콜 총리의 서독 정부엔 통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린 복음이었다. 고르비는 붕괴 직전의 동독을 “뚜껑이 꽉 닫힌 채 과열된 보일러”에 비유했다. 당시 동독은 동구권에선 경제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는데도 그랬다. 지금 북한의 형편은 훨씬 참담하다. 당·정·군의 노멘클라투라(특권층)를 뺀 2000만 보통 주민들의 삶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배급제도 무너진 지 오래다. 사회주의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최고 존엄’을 옹위하는 세습왕조일 뿐이다. 그런데도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핵은 꼭 움켜쥐고 개혁·개방은 한사코 마다하고 있다. 전제군주시대라면 역성(易姓)혁명이라도 일어날 상황이다. 하지만 철저한 주민통제로, 북한판 레짐 체인지(권력교체)는 쉬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문제는 스스로 변화할 동력을 상실한 세습체제가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하긴 이런 북한 정권이 동독이 사라진 지 수십년이 지났건만 여태껏 건재해 있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 해답이 뭘까. 한마디로 중국이 ‘뒷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밀한 관계라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논어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덕이 있으면 따르는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으로, ‘관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성어다. 그러나 개인 사이라면 몰라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정상 간 친분이 항상 통하긴 어렵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의 잇단 도발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퇴근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두 달째 청와대 주변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니, 수고 자체는 가상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여선 곤란하다. 선덕여왕·진덕여왕이 잇따라 재위했던 신라 시절 김춘추를 보라. 그는 당시 동북아의 패권국 당(唐)을 상대로 통 큰 외교전을 펼쳤다. 신라가 불완전하지만 삼국통일을 이룬 데는 김유신의 무력보다 당을 활용한 김춘추의 외교력이 더 주효하지 않았는가. 마침 북한의 어깃장에 지친 중국 지도부도 대북 인식을 바꿀 참이다. 얼마 전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을 겨냥, “자기 이익을 위해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의 미사일방어망(MD)을 축소할 수 있다”고 중국 측을 ‘회유’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대망해야 하나. 총 한 방 쏘지 않고 대소(對蘇) 외교로 통독이란 그림에 용의 눈을 그려넣은 겐셔나 자신을 고구려의 인질로 내던지며 삼국통일의 밑거름 외교를 펼친 김춘추 같은 인물이 아닐까. 새로운 외교적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핵에 매달리는 북을 비호하는 일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임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최대 과제다. 중국 지도부가 남북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외려 도움이 된다고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쳇말로 ‘창조외교’일 듯싶다. kby7@seoul.co.kr
  • ‘지각내각’ 13명 일성… 朴대통령 국정철학 ‘받쳐주기’

    ‘지각내각’ 13명 일성… 朴대통령 국정철학 ‘받쳐주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서도 정식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지각 장관’들이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일제히 임명장을 받고 장관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임명장을 받은 장관은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13명. 우여곡절 끝에 지각 취임한 장관들인 만큼 취임 일성에 온 나라의 귀가 쏠렸다. 단 몇 분짜리 취임사에 새 정부의 1기 내각 책임자로서의 각오가 실렸기 때문이다.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공교육의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 달성에 초점을 맞췄다. 취임사에서 ‘인성’과 ‘품성’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다. “교육의 본질과 학교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설한 서 장관은 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공과를 따져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 장관은 취임사 초고를 직접 작성하는 등의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의 취임사 키워드는 한마디로 ‘안전’이었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방점을 찍었다.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유 장관은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산불 대처 상황부터 점검했다. 유 장관은 “1993년 3월 내무부에서 경기도 기획담당관으로 떠난 지 20년 만에 다시 행안부 장관으로 돌아온 감회가 깊다”는 소회를 밝히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3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재차 강조했다. 유 장관은 따로 취임식을 하지 않고 각 부서를 돌며 직원과 인사를 나눈 뒤 별도로 배포한 취임사에서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은 보여주기 위한 양적 팽창에 치우쳐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창의적으로 일하고 구태의연한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며 열정과 소신, 책임감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은 ‘창조경제의 패러다임’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충과 좋은 일자리 창출, 부문 간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루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윤 장관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 지식과 제조의 융합을 통해 주력 제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형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는 협력적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무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공감하는 법치’를 약속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법질서 확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고,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도 애써 왔지만 ‘국민을 위한 것이니 옳은 일’이라는 독단에 빠져 자만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논어 중 ‘날씨가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안다’는 뜻의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란 구절을 인용, 국민이 공감하는 법무행정 실천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 얻겠다는 각오를 비췄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 구체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국민행복연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보건복지 정책의 틀을 세워가겠다”고 취임사를 한 뒤 곧바로 대한노인회를 방문하며 현장행정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특별한 신임을 받는 만큼 앞으로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부처 내 기대감이 크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속 가능한 환경복지를 위해서는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환경복지를 골고루 누리면서도 발전을 실현하는 경제성장 모델국가, 환경보전 모범국가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환경오염과 환경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가해자 배상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의 한 간부는 “환경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오랜 행정 경험을 갖춘 부처 출신 장관으로서 부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이 그동안 안정적 식량공급에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농업은 국민 건강을 챙기는 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면서“농업을 가공·유통·관광 등과 연계한 6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식에서는 직원 대표가 ‘장관님께 바란다’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직원들은 “세종 청사 근무 직원의 여건을 살펴달라”거나 “선망하는 중앙부처가 되기 위해 힘을 결집시켜 달라”며 애교 섞인 요구를 이 장관에게 전달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엄마 국가론’을 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국가가 가능하게 하고, 국가가 엄마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가치인 공개, 공유, 소통, 협력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에 기업, 관련단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부진 포부도 덧붙였다. 조 장관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첫 싱글 여성대통령 정부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여성가족부 장관이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고, 청와대에서도 아직 그런 논의는 구체적으로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취임사 핵심은 ‘70% 달성론’으로 압축됐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고용률 70% 달성, 중산층 70% 복원을 약속했다”면서 “‘일자리 늘리기와 지키기, 그리고 일자리의 질 올리기(늘지오)’를 통해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더욱 튼튼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은 동북아시아 주변 4강 등과의 ‘신뢰 외교’를 핵심 업무로 제시했다. 대북 관계가 한 치 앞이 안 보일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취임한 윤 장관은 “새 정부 외교의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부처종합·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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