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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출산 페널티

    [씨줄날줄] 출산 페널티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2015년 50.1%로 처음 50%를 넘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은 2003년 1.19명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해 지난해 0.72명이다. 정부는 여성 고용률과 합계출산율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을 밝혀낸 공로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받았다. 골딘 교수는 대학 졸업과 취업 이후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남녀 임금이 10년 정도 지나면 상당한 격차로 벌어지는 원인을 출산으로 꼽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가 여성 경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출산 페널티’(child penalty)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양육 부담은 여성에게 비대칭적으로 몰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가 일본,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출산 페널티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을 어제 내놨다. 여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할 확률은 자녀가 없는 경우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줄었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는 4% 포인트(28%→24%) 감소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출산 이후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높으면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공정에 민감한 시대,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부부간 공평성을 찾는 일이다. 롯데그룹은 2017년 국내 처음으로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가도록 했다. 임금도 첫 달은 100% 준다. 2016년 180명이었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지난해는 약 8000명이다. 정부는 올해 18개월 이내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쓰면 통상임금 100%를 지원하는 ‘6+6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은 남성만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둬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회사 복귀 이후에도 문제는 남는다. 자식은 성인이 될 때까지 쉼없이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선택근무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가 장기적 시계로 필요하다. 이 또한 남녀가 공평하게 써야 출산 페널티가 줄어든다.
  • [길섶에서] 멧돼지 습격사건

    [길섶에서] 멧돼지 습격사건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일찍 떨어져 아쉬운 계절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쯤 처가의 가족들은 장인어른 산소에 성묘를 간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도 어김없이 성묘길에 나섰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번엔 삽질을 해야 하니 편한 복장을 하고 가라고 했다. 멧돼지가 산소를 습격해 봉분이 아주 엉망이 됐단다. 산소에 도착해 보니 예년보다도 훨씬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손위 처남이 손수 구매해 온 잔디를 적당히 삽으로 자른 뒤 봉분에 층을 만들어 심었다. 잔디 위에 흙을 뿌려 삽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열심히 다져 준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인터넷을 보니 멧돼지의 산소 또는 농가 습격으로 다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울타리 치기, 약품 사용하기 등 수많은 멧돼지 퇴치법이 등장했지만 아직은 연구 단계인 듯하다. 멧돼지 습격으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완벽한 퇴치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씨줄날줄] 구독플레이션

    [씨줄날줄] 구독플레이션

    과거 구독 서비스는 신문, 잡지, 우유 등의 배달을 의미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구독경제가 트렌드를 넘어선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구독경제란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이다. 구독경제라는 용어의 창시자로 불리는 글로벌 결제 솔루션 기업 주오라의 최고경영자(CEO) 티엔 추오는 구독경제를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으로 정의한다.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넷플릭스다. 1990년대에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DVD 한 편을 보기 위해 띄엄띄엄 있는 DVD 대여점까지 자동차를 몰고 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어느 날 비디오테이프를 빌리고 6주간 연체했다가 연체료만 40달러(약 5만 2000원)를 낸 데 불만을 품은 마크 랜돌프가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넷플릭스의 시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 이후 구독경제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현재는 30여개 언어로 19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료 가입자만 5700만명에 달한다. 구독경제의 대명사인 넷플릭스는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재편했다. 넷플릭스, 유튜브프리미엄 등 현재 구독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OTT 또는 이커머스의 온라인 구독 서비스다. 그런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업체들이 최근 들어 구독료를 기습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계정 공유를 원천 금지하고 1인 요금제였던 ‘베이식 멤버십’의 신규 가입을 막았다. 지난해 12월 구독료를 1만 450원에서 1만 4900원으로 인상한 유튜브프리미엄도 5월부터는 2020년 9월 이전부터 구독한 장기 가입자들에게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도 요금 인상 대열에 합세했다. 지난 13일 와우멤버십에 가입하는 신규 회원의 요금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린 것(기존 회원은 8월부터).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다. 가뜩이나 물가 인상으로 등골이 휘는 서민들이 구독플레이션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 [서울광장] 기울어진 운동장의 보수

    [서울광장] 기울어진 운동장의 보수

    22대 총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국민의힘은 ‘나라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걸라고 각 시도당에 지시했다가 철회한 일이 있다. “여당이 정책 선거를 해야 하는데 종북·이념 타령이냐”는 후보들의 반발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유례없는 보수정당의 참패. 갑자기 보수 유권자가 급감한 것도 아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는 32%, 중도는 39%, 진보는 28%였다. 그럼에도 총선에서는 보수정당이 40, 50대 표심에서 진보계열 정당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40대에서 국민의미래를 찍었다는 남성은 19.8%, 여성은 18.4%에 불과했다. 반면 더불어민주연합 또는 조국혁신당을 찍었다는 40대 남성은 70.2%, 여성은 71.2%였다. 50대의 경우 국민의미래를 찍었다는 남성은 23.8%, 여성은 29.4%인 반면 민주연합 또는 조국혁신당을 찍은 남성은 67.4%, 여성은 59.9%였다. 50대와 40대의 주축은 민주화세대라 일컬어지는 586세대와 X세대다. 1961~1980년에 출생한 이들 세대는 산업화의 성과로 비교적 궁핍으로부터 자유롭고, 80년대 민주화 물결의 세례를 받았으나 사회 진출을 전후해 외환위기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고, 2002년 촛불시위와 노무현 돌풍,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에 세대적 일체감을 공유해 왔다. 이 같은 ‘세대효과’는 나이가 먹을수록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도 상쇄했다. 맏형격인 60대 전반에서도 보수정당 지지세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0, 50대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37.5%로 60대 이상보다 6% 포인트나 많다. 반면 산업화세대라 할 수 있는 1960년 이전 출생자들은 4년 주기로 거의 100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2008년 총선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 의석수가 153석→152석→122석→103석→108석으로 추세적 감소를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구학적, 사회학적 조건일 뿐이다.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도 세대, 이념, 지역의 확장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4·10 총선에서 다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도 ‘영끌’해서 일궈 냈던 그 같은 확장성과 중도·보수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60대 이상, 보수, 영남에 갇혀 버린 결과였다. 소통이 막히면서 분노가 축적되고, 보수(保守)가 보수(補修)를 멈추면서 매력도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 보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당’이란 오명이 붙은 데다 탄핵 역풍으로 50석도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천막당사’로 상징되는 기득권 포기와 당대표 선거에 최초로 여론조사를 반영(50%)하는 등의 정당 개혁으로 121석을 얻으며 기사회생했고, 2007년 정권교체까지 이뤄 냈다. 1945년 영국의 보수당도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을 때 ‘젊은 보수’(Young Conservatives)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젊은층을 흡수하고 전후 복지국가 흐름을 수용하는 등 대대적 내부 혁신으로 재집권의 기반을 만들었다. 국민의힘도 사실상 수도권 전멸로 끝난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게 있다. 험지 중 험지에서 철저히 지역 밀착으로 기반을 다져 온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36) 당선자다. 그는 “청년정치의 꿈을 가진 이들은 ‘공중전’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제대로 ‘땅에 발을 딛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기성 정치인들이야말로 새겨들어야 할 말 아닐까. 기울어진 역사·문화계에도 보수의 거듭나기 모델은 있다. 철저한 사실과 자료 발굴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가능성을 연 김덕영 영화감독 말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 [길섶에서] 사라진 뽕나무

    [길섶에서] 사라진 뽕나무

    집 근처 하천 변을 산책하다가 뭔가 허전함이 느껴져 멈춰 섰다. 평소 자주 지나치던 지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법 큰 산뽕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고 없다. 십수 년을 무심코 지나다니다가 2년 전 초여름에 처음 발견하고 몹시 반가웠던 나무다. 누군가가 심은 것 같지는 않고 오래전 하천을 정비할 때 어디선가 묻어온 씨앗이 발아해 자란 듯했다. 까맣게 익어 주렁주렁 매달린 오디를 보며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던 때의 추억에 잠기곤 했다. 그러고 보니 하천 변 여기저기 자라던 버드나무와 찔레덩굴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난해 늦가을 구청에서 제초 작업을 하면서 모두 베어 버린 듯싶었다. 인위적으로 정돈된 산책로에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이 무질서하게 보였을까. 이 나무들 덕분에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오솔길의 정취를 가끔 느꼈던 나로선 아쉬움이 크다. 하긴 겨우내 별 생각 없이 지나다니다가 잎과 꽃이 날 때가 돼서야 사라진 걸 알게 된 나 자신도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 [씨줄날줄] 폼페이 대발견

    [씨줄날줄] 폼페이 대발견

    서기 79년 8월 24일,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 인근 베수비오 화산이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베수비오 화산에서 날아온 뜨거운 열기와 가스, 화산재에 뒤덮여 주민 2000여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무려 18시간 동안 수백억t에 달하는 화산재가 도시로 쏟아지면서 폼페이는 하루아침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1500년 넘도록 화산재에 고스란히 파묻혀 있던 폼페이가 다시 역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1594년이다. 수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물과 회화 작품이 우연히 발견됐다.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베일이 차차 벗겨지면서 폼페이는 고대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현대적인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공중목욕탕, 선술집, 검투사의 집, 창녀들의 집, 1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 등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별다를 것 없는 생활양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0년 전 폼페이 귀족들의 대저택에서 발견되는 수준 높은 문화다. 기원전 7~8세기 그리스인들의 세력 아래 있었던 상업도시 폼페이는 기원전 89년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로마 귀족들이 호화별장을 건설하는 휴양지로 주목받았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융합돼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이런 사실을 보여 주듯 폼페이의 대저택 벽면과 바닥에서는 보존이 잘된 정교한 프레스코화, 화려한 모자이크 양식 등이 다수 발견된다. 프레스코는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어느 정도 마른 뒤 스케치하고 그 위에 채색하는 벽화의 대표적 기법이다. 인류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의 기술이다. 기원전 약 3000년 미노스 문명의 중심지인 크레타섬의 크노소스 벽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폼페이에서 놀랍도록 잘 보존된 프레스코 기법의 벽화 여러 점이 또 발견됐다. 한 벽화에는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또 다른 작품에는 그리스신화의 태양신 아폴론이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에게 구애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폐허가 된 고대도시의 찬란한 문화가 이토록 잘 보존돼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경이롭고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 [길섶에서] 승자와 패자

    [길섶에서] 승자와 패자

    경쟁 상대가 있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과정이 어떠했든 결과는 이긴 자와 진 자를 칼같이 구분한다.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선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고 선거에선 단 한 표로 당락이 나뉜다. 승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아름다운 패배, 아름다운 패자란 없다. 그러나 인생의 관점에선 다르다. 이기고도 지는 사람, 패하고도 승리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승자이고,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패자다. 승자는 어린아이에게도 사과하지만 패자는 노인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못한다. 승자는 행동으로 말을 증명하고, 패자는 말로 행동을 변명한다. 유대 경전에 나오는 승자와 패자의 차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 간, 후보 간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혐오와 적대로 얼룩진 최악의 선거란 점에서 여야 모두 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 공시가 현실화 폐지, 조세 정의·형평성 측면 보완 시급하다[임창용의 부동산 에세이]

    공시가 현실화 폐지, 조세 정의·형평성 측면 보완 시급하다[임창용의 부동산 에세이]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자 이를 수습하려고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했는데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 현실화 추진 이후 공시가가 급등하면서 그에 연동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지역건강보험료 등이 크게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공시가 현실화 폐지는 찬반 논란이 여전한 데다 법 개정이 필요하고 부동산 부자 감세에 대한 부정적 시선, 주택 유형별 시세 반영률 격차 해소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과 실현 가능성, 폐지를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문제 등을 짚어 봤다.과거 국세청 기준시가에서 출발한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부과 기준이 된다.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토지 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국민들로선 민생과 직결되는 지표인 셈이다. 그런데 공시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 가격과의 괴리가 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현실화를 시도했던 이유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65~70%인 공시가(당시 기준시가)를 시세의 70~80%로 올렸고 김대중 정부는 최대 90%까지 올리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전용 85㎡ 이하의 현실화율을 70%에서 75%로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시도는 집값 폭등과 침체 등 부동산 시장 여건에 따라 유야무야됐다. 문 정부가 들어설 당시 공시가 현실화율은 68% 정도였다. 문 정부는 낮은 공시가와 관련해 ‘부자 감세’란 인식이 강했고 조세 정의를 앞세워 2035년까지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는 내용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했다. 문제는 공시가 현실화 추진과 맞물려 집값 급등기가 왔다는 점이다. 2019년 이후 3년간 매년 10% 이상씩 공시가가 뛰었고 문 정부 5년간 총 63% 급등한 결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결과적으로 집 한 채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증했다”며 공시가 현실화 폐지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2017년 4조 5000억원에서 2021년 11조원으로 급증했다.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건보료 등 각종 부담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당시 ‘세금폭탄’을 공시가 현실화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 실제 공시가 현실화율은 3.4% 포인트 올렸는데 집값이 급등해 벌어진 결과여서다. 보유세가 크게 는 데는 문 정부의 종부세 등 세율 인상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물론 큰 틀에서 본다면 문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대책을 남발해 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공시가 현실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공시가를 시세에 가깝게 맞추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집 한 채 가진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 계획대로 공시가를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릴 경우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재산세가 61% 증가하고 지역 건강보험료는 3배까지 오를 것으로 정부는 예측한다. 따라서 시세에 가깝게 공시가를 올리는 것은 세금과 건보료 부과를 위해 만든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관련된 공공요금이 크게 영향을 받아 사회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2021년 공시가가 크게 오른 뒤 2022년엔 집값이 급락했지만 공시가 반영이 늦어져 외려 보유세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에 조세 정의 차원에서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시세 대비 공시가가 낮으면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보유세 감세 혜택을 보게 되고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보유세 부담이 적으면 자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공시가 현실화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공시가 현실화의 목표 설정이 공시가 문제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높여 압박을 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세율 인상까지 더해 민심이 요동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공시가가 문제여서 현실화를 하고 싶었다면 공정시장 가액 비율이나 세율을 낮춰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현실화 목표를 90%까지 올리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도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현재의 연도별로 올리는 현실화 제도를 없애고 적정 현실화율을 도출해 변경 없이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다. 11월쯤 발표 예정인데 현실화 수치가 현재 수준(공동주택 기준 약 69%)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 공시가율 유지는 국민들의 급격한 세금 부담을 방지하고 시장 급변에 따른 공시가와 시세 역전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부자 감세’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공시가율은 70% 수준에서 유지하되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율을 조정하는 등 보다 세밀한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 유형과 시세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현실화율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 현재 시세 9억원 미만 표준단독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52.4%인 데 비해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75.3%에 달한다. 100억원에 거래된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공시가격이 75억원인 반면 120억원에 거래된 인근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60억원대에 그치는 등 현실화율 격차가 너무 크다. 공시가를 시세 가까이 올리지는 않더라도 이 같은 현실화율 격차를 해소해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래야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현실적으론 무엇보다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게 숙제다. 현재 부동산공시법 26조는 부동산공시가격과 관련해 ‘부동산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데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상황에서 개정안 처리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공시가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기조에 제동을 건 적이 있다. 공시가 현실화에 따른 완충장치가 없다는 이유였다. 완충장치 역할을 할 ‘조정계수’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교하게 보완 장치를 마련해 공시가 현실화 폐지를 추진한다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여야 합의로 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다. 임창용 논설위원
  • 8년 간병 끝 떠나보낸 화가 아내… 봄비 스며든 항암 일지 속 사부곡

    8년 간병 끝 떠나보낸 화가 아내… 봄비 스며든 항암 일지 속 사부곡

    “여보, 비가 와요. 봄이 왔어요.” 밥을 먹고 숨을 쉬듯 하던 말들이 혼잣말이 됐을 때. 곁에서 언제까지나 들어줄 것 같던 사람이 떠나서 돌아오지 못할 때. 가닿을 곳을 잃은 말들은 책이 됐다.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은 난소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차마 그리워서 다시 부르는 사부곡(思婦曲)이다. 8년의 투병 끝에 반려를 보내고 세 번째 맞은 봄. 남편은 아직도 ‘그날들’을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다. 난소암 4기.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러 간 병원에서 하늘이 무너진 그날, 현란하던 그 여름의 모든 색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던 그날, 첫 항암 주사를 맞기도 전에 아내의 무릎이 꺾이고 있던 그날, 버티다 보면 좋은 일 있지 않겠냐고 희미하게 서로 웃던 그날, 마지막 들른 집에서 안방 문을 열어 본 아내가 다시 대문을 나서던 그날, 생을 정리할 요양병원으로 옮긴 그날, 그날 초저녁 논 개구리들의 요란했던 울음소리까지도. 저자가 책을 쓴 까닭은 사별의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다. 서너 집 건너 한 집에서 암으로 가족을 잃는 현실. 그런데도 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책이 거의 없다는 안타까움에서였다. “간병 8년 내내 안개 속에서 헤매는 심정”이었던 저자는 ‘또 다른 아내들’을 위해 항암의 기록을 온전히 나누고 싶었다. 모아 둔 수술 설명서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암세포와 힘겹게 싸웠던 과정들을 치열하게 복기했다. 어떤 식이요법이 좋을지 누구에게도 답을 듣지 못해 답답했던 심정, 증세가 호전돼 일상을 되찾았던 짧았던 평화, 전이와 재발 끝에 표적치료제 연구 임상에 매달렸던 시간, 보험사와의 갈등과 병원비와 약값의 현실적 문제까지. 항암의 고통을 지나고 있거나 지났을 환자의 가족이라면 책갈피마다 깊은 공감으로 마음이 묶인다. 등을 쓸어 주는 위로도 건네받는다. 서울신문 편집국장, 사장을 지낸 저자의 깔끔하게 단련된 필력이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한다. 투병 기록의 무채색 행간들에 하염없는 그리움이 번지기도 한다. 혼자 남은 상념을 일상의 무늬로 건진 수필(아내의 갈치)에 위트가 담긴 글맛을 유감없이 펼쳤다. 서양화가였던 아내의 그림들을 살뜰히도 챙겨 넣었다. 덕분에 부부가 함께 쓰고 그린 책이 됐다. 외로움이 견딜 만하다는 말은 책이 끝나도록 나오지 않는다. “하룻밤에도 머리칼을 하얗게 만든다는 ‘고독’을 이번 생이 끝나는 날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그래, 간병하는 동안은 행복했었다”고 돌아본다. 어디쯤인지도 모를 투병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남편과 아내들에게 뜨겁게 전하는 위무의 고백이다.
  •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 민주당 한민수 당선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 민주당 한민수 당선

    기자 시절 ‘황당한 선거구’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남을 비판했다가 정작 자신이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가 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강북을에 당선됐다. 칼럼과 더불어 ‘벼락 공천’으로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투표도 못 하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한 후보는 10일 치른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개표율 99.97% 기준 4만 4623표를 얻어 득표율 52.94%로 당선됐다. 경쟁자인 박진웅 국민의힘 후보는 3만 4989표, 득표율 41.51%로 낙선했다. 강북을은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조수진 후보가 출마하기로 했다가 각종 논란으로 연이어 낙마한 끝에 당 대변인인 한 후보가 전략 공천됐다.한 후보의 공천 이후 그가 과거 언론사 재직 시절 ‘졸속 공천’을 비판한 칼럼이 회자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인 2016년 4월 6일 그는 칼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졸속 공천’ 논란을 두고 “정치권이 지역주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고 지적했다. 남의 공천을 정의롭고 날카롭게 비판했던 한 후보는 정작 자신이 벼락 공천의 장본인이 되며 아무 말도 못 하게 자충수를 둔 모양새가 됐다. 한 후보는 2017년 8월 논설위원 당시 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회 대변인, 국회의장 공보수석 등을 거쳐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 부단장을 맡았다. 현재 민주당 대변인과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길섶에서] 이빨

    [길섶에서] 이빨

    음식을 씹기 어려울 정도로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를 갔더니 치아 안쪽으로 염증이 생긴 것 같다는 판정을 받았다. 원장이 “이대로 통증이 계속되면 신경치료로는 예후가 좋지 않으니 발치가 필요하지만 가급적 치아를 살려 오래 써 보자”고 한다. 두 번에 걸쳐 치석을 제거하고 염증을 살짝 긁어내는 선에서 치료를 했더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또래들은 어떨까. 모임에서 모두에게 ‘치아 상태’를 물어봤다. 참석자 5명 가운데 임플란트를 8개 했다는 이가 2명, 4개 했다는 이가 1명, 신경치료만 1개 했다는 이가 1명이었다. 나는 임플란트 1개에 신경치료 1개이니 비교적 치아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마무리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3개월 뒤에 만나자면서 어금니 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준다. 온라인몰에서 치주염 칫솔, 1회용 치실 등을 샀다. 원장은 “나이에 비해 치아가 건강하니 잘 관리 하시라”며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다독여 준다. 위안이 되는 한마디다. 황성기 논설위원
  • [씨줄날줄] 뉴빌리지

    [씨줄날줄] 뉴빌리지

    인류 역사 최고의 발명품은 뭘까. 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답은 ‘도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채로운 사고를 교류한 시너지 효과로 혁신적 인류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가 융성의 필수 요소는 대도시였다. 거대 도시들은 저마다 고밀화의 기술을 창안했다. 로마의 상수도, 파리의 하수도, 뉴욕의 엘리베이터. 서울은 유별나게 집중된 아파트가 대도시 발전의 비결이었다. 우리의 아파트 문화 변천사는 그대로 주거문화 변천사였다. 개발 권한을 쥔 이들은 도시 주거환경의 개선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논의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파트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낡은 도심 곳곳을 아파트로 새단장하는 뉴타운 계획,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를 더 늘리지 않는 정반대 개념의 도시재생뉴딜. 문 정부는 기존 주거지를 철거하는 재개발을 묶었다. 동네 원형을 유지한 채 화단 꾸미기, 벽화 그리기 등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파트에 살고 싶은 욕망, 편리를 지향하는 욕구는 소소한 주변환경 정비로 해소될 수 있었을까. ‘구경하고 싶은 동네’는 됐을지언정 정작 주민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13조원의 세금으로 벽화 그리다가 끝났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도심 저층 주거지를 새로운 타운하우스와 현대적 빌라로 정비할 계획이다. 도시 개조 사업의 새 이름은 ‘뉴빌리지’. 저층 주거지의 대단지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노후 빌라촌을 재건축 등으로 정비하겠다면 공용주차장,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지원한다. 민간 주도의 재건축 규모가 커질수록 지원폭도 커진다. 주택 수가 10가구 미만이면 주차장과 CCTV, 50가구 이상이면 운동시설과 도서관, 100가구 이상이면 돌봄시설과 복지관까지 국비로 지원한다. 빌라촌에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들이겠다는 구상에 10년간 투자될 예산은 10조원. 아파트를 못 짓더라도 ‘아파트 로망’만은 최대한 충족시키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뉴빌리지, 도시재생. 이름이 뭐였든 중요한 사실 하나는 따로 있다. 실용과 편리를 추구하되 공동체의 기억도 살뜰히 지켜 내는 것. 초고층 아파트 없이 새것과 옛것의 균형이 절묘한 ‘명품 동네’들을 기다려 본다.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화제의 당선인]부산 수영, 보수 ‘집안싸움’에도 국민의힘 정연욱 당선

    [화제의 당선인]부산 수영, 보수 ‘집안싸움’에도 국민의힘 정연욱 당선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 실패로 3파전이 펼쳐진 부산 수영구에서는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11일 0시 기준) 보수 텃밭임이 재확인됐다. 애초 과거 막말 논란으로 공천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무소속 출마에 따른 보수표 분산으로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 당선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보수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영구는 1996년 제15대 총선 때 지역구가 신설된 이후로 21대 총선까지 내리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유재중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지만, 그 역시 ‘찬박 공천학살’ 여파로 무소속 출마한 보수계열 후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세도 꾸준히 늘었다. 20대 총선에서 김성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25.74%에 그쳤지만, 21대 총선에서는 강윤경 민주당 후보가 41.0%를 득표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나머지 두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보수 후보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후보가 선거 전날까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장 후보가 불리한 조건도 모두 수용하겠다며 단일화 경선을 촉구했지만, 정 당선인은 자신의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장 후보에게 역제안했다. 이후 장 후보는 정 당선인이 동아일보 논설위원 시절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을 들어 “윤 대통령을 지킬 ‘진짜 보수’인지 의심된다”고 공세를 폈다. 정 당선인도 장 후보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팔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집안싸움에 보수진영에서는 당연히 이기는 지역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지만, 정작 선거 당일에는 방송 3사 출구조사부터 정 당선자가 53.1%를 득표해 유 후보를 17.9%포인트 차이로 따돌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 당선인은 “공천이 늦어서 선거운동 기간이 20여일에 그쳤지만 수영구민께서 현명하게도 보수 분열을 막아내고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주셨다”면서 “오직 수영 발전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에 매진하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구민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독거 천만 시대

    [씨줄날줄] 독거 천만 시대

    MBC ‘나 혼자 산다’는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방송 11년째인데도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7일 발표한 4월 순위에서도 조사 대상 50개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1위였다. ‘나 혼자 산다’가 처음 방송된 2013년 3월 우리나라 1인 세대수는 677만 6041세대였다. 그 당시 전체 세대(2027만 3632세대)의 33.5%에 달했다. 3세대 중 1세대꼴로 홀로 살게 된 사회상을 발빠르게 반영한 관찰 예능의 등장은 미혼·비혼 싱글족 확산, 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 증가 등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홀로 살기를 흥미롭게 보여 주며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10년 넘는 롱런의 비결로 꼽힌다. 1인 세대가 처음으로 1000만을 넘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1인 세대는 1002만 1413세대로 집계됐다. 총세대(2400만 2008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8%로 치솟았다. 이런 추세라면 혼자 사는 사람이 전체 세대의 절반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다. 1인 세대와 1인 가구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집계 방식과 기준에 엄연히 차이가 있다. 1인 세대는 주민등록 통계상 세대원이 1명인 세대로, 전국 주민센터를 통해 정보를 취합한다. 한 집에 거주하는 세대 구성원이 청약 등을 목적으로 세대 분리를 하면 1인 세대로 집계된다.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실질적으로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로 현황을 파악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1인 세대수가 1인 가구 수보다 좀더 많이 나온다. 독거 인구의 증가에 따라 주거, 경제 등 사회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17.94대1로, 85㎡ 이하 아파트(5.08대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소형 가전과 가구, 소용량·소포장 제품 위주의 솔로 이코노미도 호황이다. 정부도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맞춤형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 [길섶에서] 마음먹기

    [길섶에서] 마음먹기

    감기에 걸렸다. 집에서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일한 게 화근이 됐던 것 같다. 잦은 마른기침에 목이 부어올라 약을 먹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웃통을 벗은 채 이른 더위를 식혔다는데 집에서 감기에 걸렸다니 기묘한 세상이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지인이 카톡으로 감기 조심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내 감기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본인이 걸려 조심하라고 보낸 것이란다. 아내는 20대 청춘도 아닌데 반팔 차림이니 걸린 것이라는 핀잔과 함께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성화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이 녀석과 빨리 헤어져야겠다. 세상사 마음먹기라고 감기를 통해 인연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벼운 병이든 중병이든 아픈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다.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음식 못지않게 건강한 마음먹기를 다짐해 본다. 잘만 먹으면 일상이 즐거워지니 제대로 먹어 보련다.
  • [황성기 칼럼] 선거가 혼탁해도, 국민은 늘 현명했다

    [황성기 칼럼] 선거가 혼탁해도, 국민은 늘 현명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 등 숱한 선거를 겪었다. 보궐까지 합치면 30차례는 투표했을까. 그 많은 선거 중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최악의 저질 총선이다. 권력을 다투는 총칼 없는 전쟁이 선거다. 후보들이 총칼 대신 흑색선전, 마타도어에 거짓말까지, 뒷감당이야 어떻든 지르고 본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유권자를 기만하는 일탈은 대한민국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일이다. ‘대파 헬멧’은 총선 막판에 등장한 정치 저질화의 상징이다. 야당 정치인들이 대파를 들고 낄낄대는 모습은 엽기적이다. ‘대파 혁명’을 하자고도 한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이들의 부끄러운 ‘우민’(愚民)의 민낯이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은 법카로 산 일제 샴푸로 맞불을 놨다. 손해득실로 따지면 대파보다는 일제 샴푸의 타격이 컸다. 여야의 당대표들까지 선거에 혼탁함을 더하는 풍경 또한 첫 경험이다. 민주당 경기 수원정 김준혁 후보는 여성단체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완주했다. 역사학자로 대학 강단에도 선다는 그는 실체도, 근거도 없는 ‘이화여대생 미군 성상납’을 유포했다. 내키지 않는 사과 한 번 하고 어물쩍 끝냈다. 민주당 내 이화여대 출신 정치인들은 논평 한마디 없다. 김준혁과 그런 김준혁에 눈감는 광경이 낯설다. 이번 선거에도 전과자들이 많다. 후보자 952명 중 전과자는 305명(32%), 전과 3범 이상만 68명이다. 선거 후 수사 대상에 오를 사람도 보인다. 과연 오늘 선거에서 얼마나 많은 전과자와 수사 대상자들이 국회에 입성할지 눈을 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들은 과거 김대중·김영삼과 달리 정치범과 거리가 멀다. 입시 비리로 2심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 징역 3년형을 받은 황운하,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소나무당 대표 송영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자유통일당의 비례대표 1번 황보승희 등 그 수도 손에 꼽히지 않을 정도다. 민주당 안산갑 양문석 후보도 결국 총선까지 왔다. 그는 “허물을 잠시 덮어 주고 일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고액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딸을 사업자로 만들고 그 명의로 새마을금고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 구입에 썼다. 선거 막판 선관위로부터는 재산신고를 허위로 했다며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런 허물을 어떻게 덮어 달라는 건가. 유권자를 금배지 달아 주는 도구 정도로만 아는 발상이 아닌가. 국회가 ‘소도’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의 비리를 정치력으로 덮는 이들의 방탄 국회가 이어져선 안 된다. 정의기억연대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무소속 의원 윤미향은 결국 4년의 국회의원 임기를 다 누렸다. 국회의원들이 정의와 공정, 사법 질서를 어지럽히고 반칙을 일삼는 일이 횡행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엄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나머지 68.72%를 채울 총선의 날이 밝았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팽팽하다. 선거 결과가 어떠하든 여야의 자기 성찰과 반성이 앞서야 한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독단과 무능’을 비판하기 전에 지난 4년 제1당으로서 어떤 정치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 또한 집권 여당으로서의 소임을 과연 다했는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거야를 핑계 삼아 소통 노력을 게을리한 게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그것이 22대 국회를 시작하는 여야가 취해야 할 자세다. 세계는 반도체 대전 중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총리가 나서 규슈에 건설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제1공장을 찾았다. 제2공장을 짓는 데도 정부가 수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구촌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마당에 우리 정치가 손가락질만 해댄다면 내일은 없다. 총선이 끝나면 미래 세대의 밝은 내일을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 [씨줄날줄] 로또청약 명암

    [씨줄날줄] 로또청약 명암

    지난 2월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가구 모집에 101만 3000여명이 몰려 크게 화제가 됐다. 경쟁률은 무려 34만대1. 청약자가 이렇게 몰린 이유는 당첨만 되면 앉은 자리에서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이 15억원이니 ‘로또 아파트’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청약이 몰린 3가구는 이미 입주가 시작된 6700여 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무순위 청약분이다. 자격 미달 등으로 당첨이 취소된 물량이다. 전용면적 34㎡와 59㎡, 132㎡ 아파트로, 각각 4년 전 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된 가격인 6억원, 12억 9000만원, 21억원대에 공급됐다. 현재 59㎡는 22억원, 132㎡는 49억원대에 거래된다. 지역이나 순위 제한이 없어 전국에서 청약자가 몰리는 통에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아파트만큼은 아니어도 수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청약’은 매년 여러 차례 진행된다. 이달만 해도 8일 경기 하남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2가구 청약이 이뤄졌고, 18일엔 과천시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와 ‘과천 르센토 데시앙’ 3가구가 공급된다. 모두 2020년 분양가로 나오기 때문에 4억~8억원씩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무순위 줍줍’ 청약은 대부분 조건을 따지지 않는 데다 19세 이상이면 ‘한국부동산원청약홈’을 통해 모바일로도 청약이 가능하다. 로또복권은 복권값이라도 들지만 ‘로또아파트’는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되니 대학생들까지 뛰어들고, 심지어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되기도 한다. 당첨만 되면 자금 조달은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는 ‘선당후곰’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하지만 ‘로또아파트’는 왜곡된 분양시장의 민낯을 보여 준다는 지적도 많다. 분양가상한제 등 관련 규제와 청약제도가 끊임없이 바뀌는 와중에 분양가 폭등이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청약제만 해도 1978년 도입돼 올 3월까지 165차례나 바뀌었다고 한다. 아파트가 복권이 아닌 이상 분양을 너무 ‘요행’에 기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좀더 노력했으면 한다.
  • [길섶에서] 교차로의 라이더

    [길섶에서] 교차로의 라이더

    동네 감자탕집 근처 교차로. 전방 신호등이 빨강에서 녹색으로 바뀌어 차량을 출발시키려는 순간 오른쪽에서 휘윙~ 하고 나타난 오토바이가 앞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흔히 있는 일이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역시 천천히 출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라이더가 혹여 다른 차량이나 행인과 부딪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최근 배달업계가 라이더 복지 강화 차원에서 안전물품 지원, 심리상담, 안전교육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실질적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배달 플랫폼노조와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소가 배달 라이더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33.2%가 최근 1년간 오토바이 사고 경험이 있다고 했다. 사고 경험 비율은 배달 경력과도 무관했다. 20~30대보다 50대(55.1%)와 40대(40.2%)의 사고 경험이 두 배에 가까웠다. 집으로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우리 이웃 라이더분들. 모두 오늘도 안전하고 건강한 하루 되시기를.
  • [서울광장] 의정 줄다리기, 솔로몬의 지혜를 보라

    [서울광장] 의정 줄다리기, 솔로몬의 지혜를 보라

    지난 2월 6일 보건복지부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의료계와 정부 간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대통령까지 나섰건만 의료계가 ‘증원 규모 재논의’ 주장을 고수하면서 풀릴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의 위기관리 방식이 아쉽다. 국민이 의사 수 확대에 찬성하는 것은 응급실을 비롯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 때문이다. 지방에는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서울로 오는 실정이다. 몇 달 걸려 어렵게 진료 예약을 해도 의사 얼굴을 보는 시간이라곤 5분 남짓이 고작이다. 이런 기형적인 의료체계를 개선하자는 데는 의료계와 정부의 뜻이 같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해법은 ‘선 의대 증원, 후 4대 패키지 추진’이다. 의사 수부터 늘리고,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증원의 82%를 지역에 공급하고, 2028년까지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증원 인력에 대한 구체적 배분안은 없었다. 필수의료 분야로의 배정 비율,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등 의료공공성을 보장할 구체적 내용이 없다 보니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돈벌이 되는 의료 분야와 서울로의 쏠림현상을 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고 본다. 의사협회는 정부안이 10년 뒤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의대 정원 확대의 ‘낙수효과’만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의료시장은 의사와 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어떤 분야보다 심하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대책 세우듯 물리력을 동원한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정부는 의사 못 이긴다”는 발언이나,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는 임현택 신임 회장의 협박성 발언은 이와 무관치 않다. 복지부는 이런 의사 집단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9전 9패로 귀결된 뼈아픈 의료개혁사도 있다. 지금은 의사 확대라는 공급의 당위성 전파보다 의료계도 인정하는 지역 및 필수 의료 위기 해결을 위해 늘어나는 의사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방안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의료계가 총선 뒤 단일 대안을 내겠다고 한다. 정부도 유연한 입장에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논의한다고 했다.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필수의료 수가의 인상 수준, 지역 필수 의료인력 공급을 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근무조건 구체화 등 필수 및 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안을 놓고 논의하면 의정 모두 승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 중에 스승이란 뜻의 한자어가 들어가는 것은 교사(敎師)와 의사(醫師) 등 많지 않다. 판검사는 ‘일 사(事)’, 변호사는 ‘선비 사(士)’를 쓴다. ‘스승 사(師)’에는 사람을 가르치고 병을 고치는 일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겨 있다. 게다가 ‘교사 선생님’이라는 말은 없지만 ‘의사 선생님’이라는 말은 병원에서 흔하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본분을 잊은 채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외면하고 자기주장만 고집한다면 의사를 ‘의사(醫事)’등으로 고쳐야 마땅할 것이다. 의사와 정부 모두 이스라엘 솔로몬 재판의 교훈을 생각할 때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자식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의 호소에 아이를 칼로 잘라 나누라는 해결책을 낸다. 그러자 한 여인이 차마 내 자식을 죽이지 못하겠다며 아이를 포기한다. 솔로몬은 이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판정한다. 희생을 토대로 한 참사랑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의정 갈등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대한 해법 차이에서 비롯됐다. 서로 힘자랑만 해서는 국민의 고통만 키울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환자만 힘들게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양보의 주체가 어느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 국민과 환자를 위한다면 말이다. 박현갑 논설위원
  • [씨줄날줄] 메가스터디 경찰 영입

    [씨줄날줄] 메가스터디 경찰 영입

    ‘손사탐’(손주은 사회탐구). 입시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창립자인 손주은(63) 메가스터디 회장이 학원강사로 활동하던 1990년대 그의 별명이다. 개인과외와 학원 강의 등으로 모은 돈으로 2000년 시작한 메가스터디는 이제 자회사 12개를 거느린 지주사다. 2015년 인적 분할된 메가스터디교육이 핵심이다. 재수학원은 물론 대학편입·법학전문대학원·부동산자격증 등 성인 대상 입시학원도 있다. 재수학원의 경우 온라인 강의와 별도로 전국에 20여개 학원을 운영한다. 연령대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유아·초등생용 엘리하이, 중학생용 엠베스트, 메가공무원도 운영 중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지난해 매출액은 9352억원으로 올해 1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의대 정원 확대 이후 직장인 야간 의대반도 만들어졌다. 손 회장은 2008년부터 “10년쯤 지나면 사교육 열풍은 식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해서 메가스터디 직원들은 손 회장을 ‘군수공장 공장장인데 반전주의자’라고 부른다.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2022년 주최한 ‘학벌 없는 채용의 시대가 온다’는 특별 강연에서도 그랬다. ‘사교육의 괴수’와 ‘사교육의 킬러’가 만났다고 운을 뗀 그는 “우리나라 사교육이 문제가 있지만 더 보완한다면 ‘K-에듀’라는 세계적 교육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사교육 카르텔의 중심에 메가스터디교육이 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과 같은 지문이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에 나왔다. 입시학원의 성과에 일타 강사가 미치는 힘은 매우 크다. 대면 강의는 물론 온라인 강의, 모의고사 판매액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4일 관련 인물들을 압수수색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손 회장과 동생 성은씨가 같은 지분(13.73%)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는 이사에 재선임됐고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2021년 1월 출범한 국수본은 전국 18개 시도청 수사를 총괄하면서 경찰 3만여명을 지휘하는 경찰 최고 수사기관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남 전 본부장의 취업에 대해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라며 취업을 승인했다. 과연 그럴지 이제 경찰 수사가 증명해야 할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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