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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온라인 소비 1%P’의 위력

    [씨줄날줄] ‘온라인 소비 1%P’의 위력

    온라인 쇼핑이 대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8년 114조원이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227조원으로 약 2배 늘었다. 사람들이 온라인 소비를 선호하는 이유는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제품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다. 판매자들은 매장 유지비나 인건비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온라인 소비 증가에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낸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 증가는 물가안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품 판매액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7년 14%에서 지난 2분기 현재 27%로 두 배가량 불었다. 이 기간 중 서적·문구, 화장품 등 9개 상품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1% 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는 1.1%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온라인 소비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온라인 소비 확대는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 포인트 늘어나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에서 4만 2000명의 취업자가 줄었고, 운수·창고업에서는 8000명이 늘었다. 다른 업종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결국 1년간 평균 3만 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온라인 소비 증가는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쿠팡 같은 빅테크는 여러 말 필요없이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온라인 소비가 시대적 대세라면 그에 따른 혜택은 늘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도소매업 종사자들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업종 전환을 도와야 한다. 라이더 등 특수고용직을 위한 사회안전망 설계와 빅테크의 독과점을 막는 방안도 절실하다. 세상이 달라지는 만큼 정부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진다. 박현갑 논설위원
  • [길섶에서] 곳곳에 ‘임대 문의’

    [길섶에서] 곳곳에 ‘임대 문의’

    가을을 지나 벌써 겨울을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거리엔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그런데 낙엽이 쌓여 쓸쓸해 보이는 거리 풍경을 더욱 스산하게 하는 것이 있다. 건물 1층 공실의 임대 문의 현수막이다. 집 근처에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 있는데, 역세권인데도 ‘임대 문의’라고 써 붙인 상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역 주변 폐업을 앞둔 주방용품 가게는 진열 상품들에 빨간 글씨로 땡처리 가격을 크게 써붙여 놓았다. 코로나19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지난 한 해 폐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만 100만명에 육박한다. 자영업자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지만 창업이 줄어 중고 물품들이 쌓인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중고 물품이 거래되는 벼룩시장은 활황이다. 이런 상황은 그래도 나은 것 같다. 폐업 뒤 남은 대출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태반이란다. 경기 불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정부와 국회만 딴 나라 세상인 것 같다. 황비웅 논설위원
  • [길섶에서] ‘과태료 저금통’

    [길섶에서] ‘과태료 저금통’

    며칠 전 경찰이 보낸 우편물에 놀랐다. 연말까지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지 않으면 내년부터 면허가 취소된다는 통지서였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면허증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것 같아 갱신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사 내 즉석 사진실에서 찍은 증명사진과 수수료 1만 6000원을 경찰서 직원에게 건넸다. 직원은 과태료 3만원이 적힌 사전 통지서를 주며, 이의 없이 납부하면 6000원이 감경된다고 안내했다. ‘병 주고 약 주기’나 다름없다. 경찰에 “지방세나 국세는 납부 시기와 금액을 미리 안내해 주는데, 운전면허 적성검사도 사전 알림이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운전면허에는 그런 안내가 없다고 한다. 기한을 놓쳐 면허가 취소된 뒤 소송했으나 패소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잘~한다”라는 아내의 핀잔에 운전면허증이 한시 자격증임을 인지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한다. 하지만 모바일 면허증까지 만든 정부에서 갱신을 미리 안내하지 않는 행태도 아쉽다. 문자 한 통이면 충분했을 텐데…. 사전 안내 없이 혹시 ‘과태료 저금통’을 채우려는 건 아닐까?
  •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에 이태규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에 이태규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29일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고 제26대 회장으로 이태규(58)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을 선출했다. 이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저널리즘의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1957년 창립된 신문방송편집인협회에는 전국 주요 신문·방송·통신 등 62개 언론사의 콘텐츠 제작 관련 보직 부장 이상의 간부가 회원이다.
  • [씨줄날줄] 금지곡

    [씨줄날줄] 금지곡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공중보건부가 “서구의 부적절한 행동을 조장한다”는 취지로 이 노래를 비판했다는 소식이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지만 국교는 이슬람교다. ‘아파트를 클럽으로 만들자. 밤새워 술 마시고 춤추고 담배 피우고 미친 사람처럼 노는 거야’ 같은 가사에도 이런 정도의 반응은 오히려 매우 완곡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금지곡은 우리나라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처럼 알려졌지만 다양한 이유로 불리지 못하거나 전파를 타지 못하는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든지 있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도 금지곡이었다. 일제는 1935년 2절의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구절을 문제 삼아 작사가와 작곡가를 연행해 문초했다. 한편으로 우리는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기 전까지 일본 유행가를 금지했다. 일본에서는 ‘발매 금지’와 ‘방송 금지’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많은 금지곡이 만들어졌다. ‘요주의 가요곡’에는 ‘검은 가방’도 있었다. ‘검은 가방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경찰이 나를 부른다…보여 주고 싶지 않다고 하니, 너 누구냐 하길래 나는 인간입니다라고 대답했지요’라는 가사를 가진 대표적 금지곡이었다. 중국은 당연히 금지곡이 많은 나라다. 얼마 전에는 ‘학교 가기 싫어’란 노래가 ‘불건전 가사’로 금지곡이 됐다는 뉴스도 있었다. 중국에서 탄압받는 대표적 노래는 티베트와 신장의 독립을 염원하는 ‘결코 빛을 잃지 않으리’다. ‘우리 땅 산 위에 오성홍기 나부끼는데 내 동포들은 슬픔 속에 울고 있다’로 시작한다. 이탈리아 가수 아다모가 1967년 부른 ‘인샬라’는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신의 뜻대로’라는 이슬람 관용구를 제목으로 삼았음에도 ‘이스라엘 중심의 평화’로 인식되며 아랍권에선 금지곡이 됐다. 중동이 다시 타오르는 지금도 그렇다.
  • [씨줄날줄] ‘퇴직연금’ 관리하기

    [씨줄날줄] ‘퇴직연금’ 관리하기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에 따라 회사는 매년 가입자의 1개월 급여를 금융회사에 맡겨야 한다. 회사가 부도나도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퇴직자에게 줄 돈을 미리 정해 놓고 운용하면 확정급여형(DB), 회사가 금융사에 넣는 돈이 정해져 있고 근로자가 운용하면 확정기여형(DC)이라 불린다. 회사를 옮겼거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할 경우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하는데 다른 퇴직연금 가입자도 가입할 수 있다. 매년 1800만원까지 IRP 계좌에 넣을 수 있으며 900만원까지 최대 16.5% 세액공제가 가능해 재테크 상품으로 애용된다. DC나 IRP 가입자의 상당수는 퇴직금을 예적금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넣어 둔다. 그러고는 방치한다. 지난해 말까지 쌓인 퇴직연금 382조 4000억원 가운데 87.2%가 원리금 보장상품에 가입됐다. 만기가 지나고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금리가 매우 낮은 금융사의 고유계정에 돈이 잠겨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됐다. 근로자가 만기가 지난 적립금을 넣을 상품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결정하지 않으면 미리 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해당 상품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이 있는데 예적금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선택이 89%를 차지한다. 1년 수익률은 3.47%로 저위험(7.51%)의 절반 수준. 저위험부터 투자 상품이 들어가는데 위험도가 높을수록 당연히 수익률이 높다.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금융회사를 바꾸더라도 기존 상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옮길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이번 기회에 내 퇴직연금의 상품구조와 수익률을 한 번 확인해 보자. 조금 더 나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비교하고 고르는 수고와 위험을 감수하는 각오가 필요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처럼 자산 위에 잠만 자고 있어서는 좋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 [길섶에서] 주인 떠난 스마트폰

    [길섶에서] 주인 떠난 스마트폰

    며칠 전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탔던 청년이 대학교 앞에서 내렸다. 그런데 한두 정류장 지났을 때 청년이 내린 자리에 스마트폰이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움직이면 혹여 문제가 될 수 있지 싶어 운전기사분께 상황을 알려 주고 하차했다. 몇 년 전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가 다음날 택시기사와 연락이 닿아 찾았던 일이 떠올랐다. 택시 호출 플랫폼인 우버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분실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분실물이 휴대전화였다고 한다. 버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통화 기능은 물론이고 컴퓨터, 인터넷, 게임기, 내비게이션, 전자신분증, 신용카드 등의 역할을 하고 모든 정보와 자료를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는 기능까지 한다. 몸의 일부이자 움직이는 사무실과 같아서 스마트폰이 없거나 손에서 떨어지면 허전하고 불안해하는 ‘노모포비아’(no-mobile phobia)를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무척 당황스러웠을 그 청년, 휴대전화를 찾아서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기를.
  • [씨줄날줄] 北 병사들 ‘슬픈 무덤’, 쿠르스크

    [씨줄날줄] 北 병사들 ‘슬픈 무덤’, 쿠르스크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쿠르스크는 역사적으로 동슬라브족의 양대 도시인 러시아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잇는 연결통로에 자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전차 2700대와 공군기 1800대에 80만 대군으로 이 지역을 공격한 것도 두 세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였다. 옛 소련은 철저히 방어선을 구축하고 600대 전차와 2400대 공군기로 맞서 독일군을 격퇴했다. 세계전쟁사에 기록된 쿠르스크 전투다. 쿠르스크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2000년 8월 12일 핵잠수함 쿠르스크함이 바렌츠해에서 침몰해 승조원 118명 전원이 사망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미 팔아 버린 심해 구조선의 출동을 해군 참모부가 지시한 황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적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영광스러운 승리의 이름 쿠르스크는 한순간에 부패하고 무능한 러시아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쿠르스크는 10세기 말 키이브 루스(키예프 루스)가 요새를 건설하면서 도시화했다. 키이브 루스의 수도 키이우는 이미 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서유럽을 잇는 상업거점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13세기 몽골의 침입으로 쿠르스크는 폐허가 됐고 이후 키이우, 모스크바, 민스크를 잇는 중간 무역도시로 다시 성장한다. 19세기 이후 러시아의 중요한 공업도시의 하나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쿠르스크 전투로 잿더미로 변한 이후 변방 도시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키이브 루스의 직계라고 강조한다. 쿠르스크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연고가 있다고 주장한다. 쿠르스크는 제정러시아 시절에도 ‘키예프 총독’이 황제의 위임을 받아 통치한 지역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쿠르스크를 공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북한군 병사들이 두 나라가 도대체 왜 싸우는지를 이해하고 쿠르스크 벌판에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동철 논설위원
  • [길섶에서] 집으로

    [길섶에서] 집으로

    이즈음 교외로 나가면 버릇처럼 하는 일이 있다. 이름 모르는 마을에 문득 멈춰 골목을 걷는다. 졸다 깬 백구한테 쫓겨나기라도 하면 낭패. 발가락에 힘을 모아 날듯이 걸어야 한다. 대놓고 어슬렁거려서도 안 된다. 내 갈 길 내가 간다는 듯, 그러나 곁눈질을 쉬지 않고. 마당이 넘어다 뵈는 낮은 집들이 이마를 대고 있는 동네, 그 고샅을 느리게 걷기. 안 해 본 사람은 이 맛을 알 수 없다. 인기척은 없어도 사람 온기는 모퉁이마다 스며 있다. 담벼락에 기대 말라 가는 콩대. 얼마나 고요한지, 마르다 말고 콩깍지에서 떨어진 콩알 하나 데굴거리는 소리가 천둥소리!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많은 동네에 해가 진다. 듬성듬성 불이 켜진다. 누군가 물었지. 집이 사라지면 기억은 어디로 가느냐고. 빈집 앞에 오래 섰다. 한시절 소란했을 대청마루, 신발들 어지럽게 굴렀을 댓돌, 삼시 세 끼 밥 냄새 자욱했을 굴뚝. 누군가의 그리움일 시간들이 환청으로 쏟아진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사람의 흔적은 저 혼자 또렷해지는가. 나도 집으로 가야지, 걸음을 재촉하는 만추의 저녁.
  • [씨줄날줄] 텍스트힙

    [씨줄날줄] 텍스트힙

    온라인 시대에 접어든 이후 책 판매량이 감소하며 출판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음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2024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3년 신간 발행은 6만 2865종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하지만 발행 부수는 7020만 8804부로 같은 기간 3.7% 줄었다. 이런 수치를 두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자리잡아 가는 추세라는 해석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업계가 다양한 콘텐츠로 불황에 맞서려 했음에도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 책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은 일단 반갑다. 영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텍스트힙(Text Hip)은 책의 본문을 뜻하는 ‘텍스트’와 유행에 밝다는 의미의 ‘힙’이 합쳐진 신조어다.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SNS에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서 모임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이른다. 독서인이 줄어들수록 지적 이미지의 책 읽기가 돋보인다는 인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텍스트힙에는 부정적 눈길도 없지 않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기 위한 과시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화제를 부른 ‘힙한’ 책이 아니면 모임에서 당연히 채택되지 않으니 팔리는 책만 팔리는 현상도 심각해진다. 그동안에도 노벨 수상자 작품집은 언제나 베스트셀러였지만 한강의 소설이 역대급 판매고를 올리는 현상에 우리 작가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엊그제 신문에는 ‘한강 작가 저서 읽기 모임이 스토킹 악몽으로 이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하는 한강의 소설을 실제로 읽었다면 이런 행태가 있을 리 없다. 한편으로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두고 ‘유해 매체’라며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지 말라는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래저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책을 읽는 텍스트딥(deep)이 절실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 [길섶에서] 시골의 야광패션

    [길섶에서] 시골의 야광패션

    얼마 전 지방의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깜짝 놀랐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인데 반대편 방향에서 어르신이 소형 카트를 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검정옷을 입고 있어 가까이 와서야 알아차렸다. 인도가 충분히 넓지 않고 가로등이 드문 지역이라 어르신 뒤쪽 방향에서 오는 차량은 멀리서 인식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어르신이 많이 사는 곳은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시속 30㎞ 이하로 이동해야 한다. 인적이 드문 지방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마을주민보호구간으로 지정해 시속 50~60㎞로 이동하라고 권고한다. 마을주민보호구간이 설치되고 보행자 사고가 줄었다는 뉴스를 봤다. 인적이 드물어 차들이 속도를 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지역에서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밤에 이동할 때 야광조끼를 입으면 어떨까. 지팡이가 필요한 어르신은 야광지팡이도 좋겠다. 간판을 세우고 도로에 표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도 적극 참여하게 하자. 야광패션이 밤의 외출복이 되도록. 전경하 논설위원
  • [서울광장] ‘여당 내 야당’, 한 손바닥으로 성공할 수 있나

    [서울광장] ‘여당 내 야당’, 한 손바닥으로 성공할 수 있나

    “이명박(MB)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오늘 청와대에서 단독 오찬 회동을 갖고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2010년 8월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MB와 박 전 대표의 회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이 의원에게 전화가 왔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한다’ 해야지 정권 재창출만 얘기하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력한다는 말을 빼 버리면 대통령은 뭐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발표문은 수정됐지만 다음날 조간신문은 대부분 ‘MB·박근혜 정권 재창출 함께 노력’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8·21 회동’의 기획자는 정진석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었다. 정 수석의 기용은 ‘세종시 수정안 파동’과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설계된 세종시 원안을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수정안을 마련했으나 실패한 사건이다. 박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접 반대토론에 나섰고 수정안은 부결됐다(2010년 6월 29일). 친이(친이명박) 내부에선 박 전 대표와 갈라서자는 주장이 나올 만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파동으로 대통령실 참모진이 교체된 뒤 정무수석에 기용된 이가 정 수석이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박 전 대표를 만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적극 설득해 회동이 성사됐던 것이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차담 회동’의 유일한 배석자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윤·한 회동은 14년 전 이·박 회동처럼 성공적이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각종 의혹 설명과 해소 등 한 대표의 3대 요구사항과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응답은 한참 거리가 있다. 한 대표는 이후 김 여사 의혹을 둘러싼 정국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일종의 ‘여당 내 야당 전략’을 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이라고 평했던 한 대표가 진짜 독립이라도 할 것처럼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사 출신들에게 남아 있는 ‘서초동 문법’의 충돌로 해석하기도 한다. 유죄냐, 무죄냐의 O, X로 수사를 했던 검사 출신들은 세모(△)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절충과 타협점을 찾아내는 ‘여의도 문법’을 굴복, 굴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한 것도, 한 대표가 “국민만 보고,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다음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 선고 전에 김 여사 문제가 모두 해결돼야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할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사과를 하든, 활동 중지를 하든, 탄핵이 목표인 민주당의 특검법 공세는 변함이 없고 되레 그런 조치를 유죄 인정의 증좌인 것처럼 공격을 강화할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민주당은 김여사특검법 재발의에 이어 다음달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라는 장외투쟁도 시작한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특검추천권과 수사 대상 등에서 독소를 덜어낸 ‘순한 맛 특검법’을 여야 대표 회담에 들고 온다면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이탈자가 4명을 넘어 8명에 이를 수도 있다. 특검법의 가결은 국정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탄핵행 고속열차도 속도를 낼 것이다. ‘여당 속 야당’ 같은 한 대표와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는 윤 대통령의 평행선이 계속된다면 국정의 성공도, 정권 재창출도 난망해지는 고장난명(孤掌難鳴·한 손뼉으로는 소리를 못냄)에 빠질 수 있다. 한 대표가 대통령 배우자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 추진을 공식화하자 친윤(친윤석열)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며 견제에 나선 것은 시사적이다. 당정이 줄탁동기(啐啄同機·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닭이 힘을 모아 알을 쪼아야 함)의 자세로 정국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침체된 내수 등 국정 현안이 아니라 김 여사 문제로 권력투쟁을 벌이는 집권세력의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 [씨줄날줄] 버스 준공영제와 PEF

    [씨줄날줄] 버스 준공영제와 PEF

    서울 시내버스 140번, 360번 등을 운영하는 한국비알티의 최대주주는 차파트너스퍼블릭모빌리티1호(80%)다. 일정 자격을 갖춘 소수 투자자의 자금으로 운용되는 사모펀드(PEF)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2019년 여러 버스회사를 인수해 만든 프로젝트펀드의 하나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버스회사는 서울·인천·대전·제주의 20개사 1946대다. PEF인 MC파트너스, 그리니치PE, 케이스톤파트너스 등도 버스산업, 특히 준공영제 버스에 투자했다. 정해진 노선에서 운행 횟수와 배차 등 최소 운영규정만 지키면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당시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 서울지하철은 큰 손실을 봤지만 서울시 버스회사들은 순이익을 기록한 이유다. PEF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인수 후 배당을 대폭 늘리는 성향이 있다. 한국비알티는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2019년 당기순익이 22억원이었지만 배당금은 45억원이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배당성향(당기순익 대비 배당금)이 100%를 넘었다. 서울시가 그제 준공영제 운영방식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적자를 사후 보전하지 않고 미리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전하고, 외국계 자본 배제 등 투자자 기준을 마련하겠단다.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운전자본 상시 보유 등도 강제할 계획이다. ‘버스왕’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버스회사들이 투자 기간 만기로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한국비알티 외에도 동인여객(대전), 명진교통(인천) 등을 보유한 차파트너스1호와 동아운수(서울)·서귀포운수(제주)를 갖고 있는 차파트너스3호가 올 12월 만기다. 차제에 준공영제가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PEF의 매력적 투자자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서울시의 이번 개편이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부산시 등 다른 7개 광역시도에도 적용돼야겠다.
  • [길섶에서] 파주향교에서

    [길섶에서] 파주향교에서

    조선시대 의주길은 한양도성을 나서 홍제원과 벽제를 지나고 혜음령을 넘어 광탄과 파주를 거친 뒤 임진나루로 이어졌다. 고양현 관아는 오늘날의 고양동, 파주목 치소는 파주읍에 있었다. 의주길 주변 지역이 쇠퇴한 것은 1905년 경의설 개통과 깊은 관계가 있다. 대신 경의선 부설과 함께 고양 일산과 파주의 금촌과 문산은 농촌마을에서 도회지로 탈바꿈했다. 고양동은 경의선이 아니라 오는 12월 재개통하는 교외선이 지난다. 파주읍에는 경의선 전철이 서는 파주역이 있지만 파주목 읍치는 산을 넘어 한참을 가야 한다. 파주에 산 지 20년이 됐지만 파주목의 흔적은 둘러본 적이 없었다. 관아는 사라졌지만 향교는 남아 있다고 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찾아가니 파주향교는 초등학교 언덕 넘어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군부대 철조망이 향교 앞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으니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6·25전쟁으로 향교가 파괴된 자리에 군부대가 들어서고, 이후 향교가 복원되면서 이렇게 됐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만 하고 왔다.
  • “러, 北 비핵화 방해… 韓,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금지 풀어야”[박성원의 직설대담]

    “러, 北 비핵화 방해… 韓,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금지 풀어야”[박성원의 직설대담]

    러, 대북 제재 파괴… 北과 군사 밀착한러 관계 더이상 잃을 것 없는 상황러 군사력 소진에 우리도 힘 보태야美대선 트럼프 유리해져 안보 타격북핵 동결론에 말려들면 한국 재앙北 핵 사용 봉쇄할 ‘거부능력’ 필요우라늄 농축 기술·시설 10년 후 가능전력 수급·에너지 안보 차원 추진 땐美 반대할 명분 없고 中에 경고 수단韓, 日과 양자·다자동맹 현실성 없어제한적 안보 협력이 사실상 최대치中 강압엔 필수 기술·품목으로 대응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특수부대 파병을 계기로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심화하고 있는 러시아에 관해 “러시아는 대북 제재 파괴에 앞장서는 북한 비핵화의 방해자가 됐다”면서 “러시아 눈치 볼 것 없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은 안 한다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김정은의 핵 동결론이라는 사기극에 말려들면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북핵 사용을 봉쇄할 수 있는 ‘거부 능력’과 핵무기 제조의 잠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36년의 공직 생활 동안 북한 핵미사일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은 천 이사장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시절이던 2007년 북한과의 2·13 합의를 이끌어 냈고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전면 개정을 이뤄 냈다. 퇴임 후엔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매달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2년 출간한 저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는 한반도의 외교안보 현안을 꿰뚫는 필독 입문서로 꼽히고 있다. -이제 열흘 남짓이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데,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트럼프 후보가 좀더 유리한 거 같아서 걱정이 든다.” -트럼프가 되는 걸 걱정하는 이유는. “동맹을 미국의 기생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이나 안보에 기여하는 역할보다 왜 한국 같은 부자 나라를 지켜 주는 데 미국 납세자의 돈을 쓰느냐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다. 동북아 평화 같은 건 뒷전이고, 미군 주둔 비용을 받아 내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라 한미동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아메리카 퍼스트’와 대중(對中) 강경 무역정책을 쓰면서 한국에 미칠 파고가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도 있지만, 대중 무역 같은 경우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한국은 머니 머신(부유한 나라)이다.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간에 최근 타결한 분담금 협정에서 2026년도 한국의 분담금으로 책정된 액수(1조 5192억원)에 비해 9배나 더 내라는 소리인데. “트럼프식 허풍으로 본다. 현직에 있을 때도 한국으로부터 50억 달러를 받아 내겠다 했지 않았나. 다만 그런 주장이 표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식 선동이 미국의 바닥 정서에 먹혀든다면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시진핑, 푸틴,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재집권 시 이들 독재자와의 협상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김정은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을 현 상태로 동결시킨다면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계속 늘리고 있는 데는 향후 협상에서 과잉 보유량 일부만 내놓고 엄청난 양보를 한 것처럼 사기를 치려는 심산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말려들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핵 문제에 관해 정확히 우리와 이해가 일치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한일이 공동으로 북핵에 관한 입장을 미국 측에 내놔야 한다. 한일 양국이 결사반대하는 딜은 트럼프도 하기 어렵다. 동맹국의 이익에 반하는 딜을 하면 미국 의회나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우리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때는 미 의회를 움직여서 해결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해리스 집권 시엔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워싱턴선언’과 한미핵협의그룹(NCG), 그리고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의 3국 간 포괄적·다층적 안보협력체 등이 유지될까. “유지될 걸로 본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움직이는 곳이지 대통령 한 사람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데가 아니다. 원래는 공화당도 그랬는데 지금의 공화당은 트럼프가 독단적,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선을 앞둔 정강정책 개정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졌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이 핵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우선 핵 사용을 억지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 억제가 이런 걸 억지할 수 있는 가장 신뢰성 있는 수단이다. 자꾸 미국을 못 믿겠다며 뭐 자꾸 더 보여 달라고 가서 괴롭힐 일이 아니다. 문제는 확장 억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북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억지가 실패할 위험성이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려는 순간, 그 직전에 우리가 북한의 모든 핵미사일과 핵미사일 기지를 다 제거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거부 능력’(Denial Capability) 확보에 투자하는 게 더 실속이 있다고 본다.” -거부 능력? “북한의 핵 사용을 원천 봉쇄하고 이를 막아 낼 수 있도록 첫째 실시간 감시용 정찰 자산을,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준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제거할 탄도미사일 전력을, 셋째 선제공격에서 놓친 미사일을 요격할 촘촘한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점증하는데. “문명국은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선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핵무기는 응징·보복용으로밖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미 핵 공격을 당한 후에 대량 응징·보복을 한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미국이 이미 핵 응징·보복 능력을 엄청나게 과잉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걸 더 갖는 건 안보적 부가가치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미국의 확장 억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 우리가 결심하면 단시일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잠재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이 지금같이 건실하게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같은 것을 말하는가.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는 경제성이 없고 미국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지만, 동의를 받더라도 환경적으로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라늄 농축은 미국의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 없고, 우리가 지금부터 연구개발과 공정 개발에 착수하면 10년 후에라도 농축 시설을 건립할 수 있다. 지금은 농축 우라늄을 100% 해외에서 수입한다. 26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는 우리가 거기에 사용할 핵연료 자급을 위해 연구개발을 하겠다, 국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이걸 해야겠다고 하면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중국 같은 나라에도 하나의 경고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는 취임 전 얘기하던 ‘아시아판 나토’ 주장을 아직 본격적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일본과는 양자든, 다자든 동맹으로 가는 것이 현단계에선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설사 과거사가 해결된다 해도,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나 한일 관계 현주소로 볼 때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한도에서의 제한적 안보 협력이 최대치가 될 것이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러북 밀착 분위기와는 달리 좀 냉랭한 듯한데.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건 안보 지형을 바꾸는 거사인데, 이를 중국과 상의하지 않는 건 중국으로선 아주 기분 나쁜 일이다. 하지만 중국에 북한은 버릴 수 없는 자식 같은 존재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할 때 러북동맹이 미국을 한반도에 묶어 놓는다면 가장 큰 전략적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내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할까. “방한을 해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오는 것이지, 우리와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미리 김칫국 마실 필요가 없다. 한중 관계는 중국이 우리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존중해야 좋아질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괜히 시진핑에게 가서 엎드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무역·경제에서 중국 의존도를 계속 줄여 나가고 미국 등 우방, 동남아 비중을 늘려 나가서 중국이 우리를 강압할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에 없어선 안 될 기술이나 품목 몇 개를 우리가 갖고 있어야 강압에 대항할 수 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동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막강한 정보력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 “지난 정권에서 가장 잘못한 일이 정보기관이 정보기관 역할을 못 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보기관을 비(非)정치화하고 전문화된 프로 집단으로 만들어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특수전 부대를 주축으로 한 1만여명을 파병하고 있다. 러북 간 군사동맹의 본격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러북이 무기를 상호 지원하고, 특히 러시아가 대북 제재 파괴에 앞장서는 순간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의 최대 방해자가 된 것이다. 우리는 한러 관계에서 잃을 건 다 잃었다. 러시아 눈치 볼 것 없이 러시아 침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안 한다는 방침을 이젠 철회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한 군사력을 소진하도록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한다.” -북한 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시하고 올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통일 삭제와 한반도 전쟁 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 평정, 수복 및 공화국 영역 편입’을 언급했다. 실제 지난 7, 8일 최고인민회의 헌법 개정에도 반영됐다는데. “영구 분단을 정권 안보의 마지막 수단으로 삼겠다는 저의다. 한국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기에 통일을 북한 주민들 머릿속에서 지우고 대한민국을 동경하지 않도록 소위 ‘반동사상문화’ 유입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게 흡수통일이기 때문에 남북 간의 문화정보 전쟁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의 원칙과 비전으로 자유·평화 통일을 근간으로 하는 ‘8·15 통일 독트린’을 내놨다. 북한은 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화를 포기한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자유·평화 통일은 역대 정부가 다 추구해 온 것인데, 이를 흡수통일이라고 비판하는 건 잘못이다. 북한 주민을 계몽하고 민주적 권리 의식을 갖도록 대북 정보 전쟁, 문화 전쟁을 통해 의식화하는 게 중요하다. 대북 방송 강화도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의식이 바뀔 수 있다. 통일은 그다음에 가능한 문제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의한 북한의 자유화·민주화가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자유의사 표시가 가능한 수준이 됐을 때 자유의사에 의한 결정으로 통일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천영우 이사장은 195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동아고, 부산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외무고시 합격 후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담당 참사관, 국제기구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외교정책실장,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주영국 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등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2년 반 동안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 [씨줄날줄] 외로운 서울

    [씨줄날줄] 외로운 서울

    서울 여의도에 가면 ‘서울달’이 있다. 130m 상공에서 여의도 일대를 구경하는 관광용 풍선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달을 두고도 돈을 내고 보려는 ‘나만의 달’이라니 도시화가 낳은 아이러니다. 도시화는 서울달과 같은 관광명소도 만들었지만 ‘달동네’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도 만들었다. 달동네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서민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이웃 간 정이 넘쳐 사람 냄새가 물씬 나던 곳이었다. 1990년대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은 이런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런데 도시화로 달동네는 사라졌고 이웃 간 단절은 늘어나기만 한다. 개인주의 확산으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간혹 마주쳐도 데면데면하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노인의 고독사가 뒤늦게 알려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도시화로 빚어지는 갈등도 한둘이 아니다. 위층 아이들이 내는 층간 소음, 아랫집 주민의 흡연으로 아파트 거주자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런 단절과 갈등의 반복에 아파트 자치 규약은 바뀌고, CCTV나 현관 비밀번호 같은 통제장치는 늘어만 간다. 조선시대 사대문을 중심으로 양반과 백성의 거주지를 나누던 경계 구분이 요즘은 역세권과 숲세권,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세분된다. 이 과정에서 계층 분화는 더욱 견고해진다. 서울시가 이런 구분, 단절, 갈등의 사회를 ‘함께, 연결, 소통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존의 고독사 예방을 넘어 외로움 예방부터 재고립, 재은둔까지 막는 체계적인 지원으로 시민 누구도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한다. 외로운 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아지면 사회 불안정은 커진다. 사회적 고립을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해 예방부터 치유, 사회 복귀 및 재고립 방지까지 잘 관리해 외롭지 않고 활기찬 서울을 만들기 바란다.
  • [길섶에서] 불멍 말고 물멍

    [길섶에서] 불멍 말고 물멍

    출입처가 국회였던 시절, 가장 좋았던 건 한강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었다. 정치인이나 보좌관들과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엔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여의도 한강 공원 산책에 나섰던 기억이 선명하다. 탁 트인 한강을 옆에 끼고 걷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그날그날 벌어지는 사건·사고들로 복잡했던 머릿속도 조금은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걷다가 잠시 쉬어 가기 위해 벤치에 앉아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기 직전 짧고 달콤한 휴식이었지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물멍’이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며 ‘불멍’을 즐기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물멍이 대세라는 것이다. 물을 바라보는 물멍은 장작을 피워야 할 수 있는 불멍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MZ세대가 일상에서 물멍을 추구할 정도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방증 아닐까. 각박한 현실 속에서 좌절감을 경험한 2030 세대가 물멍을 찾는 현실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 [황수정 칼럼]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야 한다

    [황수정 칼럼]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야 한다

    금도를 넘는 일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김건희 여사 동행명령장을 들고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갔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김 여사가 불출석하자 야당은 동행명령장을 일방적으로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국회에 세우려는 시도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어쩌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현실이 될 지경에 왔을까.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대놓고 거론한다. 급기야 하야를 입에 올린다. 임기 반환점을 채 돌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게 이런 무도한 언어는 발설하지 못해야 정상이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아도 국정이 흔들리는 혼돈을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용납하지 않는다. 여론 역풍이 무서워서라도 금기어는 금기어로 남겨 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한 정권에서 한두 번만 일어나도 나라가 술렁거렸을 ‘사건’들이 밥 먹듯 이어지고 있다. 세계 정치학자들이 연구 사례로 주목할 놀라운 헌정 교란 사건들이 자고 나면 하나씩 보태진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음날 곧장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일개 정치 브로커가 시한폭탄을 쥔 듯 대통령 부부와 얽혔던 일들을 폭로한다. 대통령을 들었다 놨다 협박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초반에 갇힌 지 두 달째다. 수도권에서는 1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민생·물가. 금배추, 금배는 엄밀히 대통령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가 김 여사 문제다. 야권이 추진하는 김여사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60%를 넘는다. 국정 동력인 지지율을 왜 이렇게 방치하는지 사람들은 정말 궁금해한다. 금배추는 어쩔 수 없더라도 김 여사 문제는 다르다. 개선의 의지만 보여 줘도 지지율 복원의 여지는 있었다. 그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렵게 만난 ‘그림’에도 여론은 물음표를 찍는다. 사진 한 장의 메시지가 대단한 위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실이 모를 리 없다.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두 팔을 옆으로 뻗어 탁자를 짚었다. 공개된 사진을 대통령실은 직접 찍었다. 늦은 밤 기사에 붙는 댓글을 잠시만 훑어도 민심이 생생했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앞에 두고 취조하는 검사 같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저녁 시간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제스처도 못하느냐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를 선명하게 설명한 사진이기도 했다. 민심을 달래려는 의지가 대통령에게 읽히지 않는다. 국민은 지지율로써 국정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는데 대통령은 반응이 없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오기로 비친다. 민심의 온도에 국정 최고 지도자는 태도 변화로 조응해야 한다. 악화일로 여론 속에 이달 해외순방길에 오를 때도 대통령은 부인 손을 더 꼭 붙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여론이 어떻든 내 사람 내가 지키겠다는 결기로 이해하게 된다. 국민은 여염집 필부의 모습을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지는 않다. 설령 억울하더라도 화가 난 국민 앞에서는 잠시 그 손을 놓아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예의다. 민심을 읽고 있는지 모른 척하려는지 궁금해진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간신히 텃밭을 지킨 다음날 대통령은 “많은 저항이 있지만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인기 없는 개혁 때문에 대통령이 인기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졌다. 야당은 국민 역풍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 일이나 생각대로 지르듯 벌인다. 계엄령 의혹의 실체가 없는 줄 알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밀어붙인다. 4개 재판을 받는 야당 대표가 “끌어내리자”는 말을 주저 없이 꺼낸다.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더 심각하다. 한동훈 대표가 아무리 답답했던들 김 여사에 대한 요구 사안들을 국민 앞에 먼저 공개할 수 있었겠나. 야당이 세 번째 발의한 김여사특검법 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더 나와 특검법이 확정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낯선 장면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지지율 숫자에 일희일비해야만 한다. 황수정 논설실장
  • [씨줄날줄] 비상 걸린 병력자원

    [씨줄날줄] 비상 걸린 병력자원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12월 “앞으로 한국군이 맞이할 가장 큰 적(enemy)은 낮은 출산율”이라고 했다. 출산율 0.78명으로는 50만명에 이르는 기존 병력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저출생 문제로 한국의 국방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22년 말 한국군 병력수는 48만여명으로 북한군(128만여명)의 37% 수준이다. 강원도 전방의 한 전투지역전단(FEBA) 부대는 최신예 K-21 장갑차로 무장하고 있지만, 훈련 때 인력이 부족해 옆 중대에서 포수와 조종수를 빌려 오는 ‘훈련 품앗이’를 하고 있다. 요즘 전쟁은 병력수로 이뤄지는 게 아니며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 구조로 전환하면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핵무기와 첨단무기들을 갖춘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만 2000여명의 전투병력을 급파받는 것은 병력자원이 전쟁 승패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방증한다. 최근 여당의 중진의원이 ‘5060 군경계병 법안’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정된 병력자원을 전투병 위주로 운용해 전력을 극대화하자는 고육지책이다. 설상가상으로 전투력 유지에 큰 몫을 담당하는 초급간부들은 줄줄이 군을 떠나고 있다. 올해 입대한 하사(1280명)보다 전역한 부사관(3170명)이 2배 이상 많다. 육군 장교의 경우 지난해 정원 대비 선발 부족 인원이 550명, 부사관은 4790명이나 됐다. 부사관이 조종하는 육군의 K9 자주포는 1100대가 있지만, 현재 조종수 보직률은 72.9%에 불과하다. 300대는 쏠 사람이 없는 ‘빈 대포’가 될 판이다. 병사 월급은 200만원까지 인상되는데 장교와 부사관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하니 지원자는 갈수록 줄 수밖에 없다. 병력자원 감소 문제를 국가적 안보 과제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초급간부들의 자존감과 기를 살려 줄 획기적 대책 마련에 국방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박성원 논설위원
  • [길섶에서] 입학 전 이사 고민

    [길섶에서] 입학 전 이사 고민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 문제로 이사를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가 있다. 큰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데 집 부근에 적합한 학교가 없다.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공립초등학교가 있으나 행정구역이 달라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사립초등학교도 고려했지만, 아이가 아침부터 장시간 통학버스에 시달릴 생각에 포기했다. 하지만 이사를 결정하니 또 다른 고민에 가슴 한쪽이 답답하다. 부모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수시로 아이를 돌봐 준다. 아이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하는 시간엔 늘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사를 가면 학교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가족 간 정서적 유대감이 약해질까 걱정이다. 저출산 시대에 학생수 부족으로 학교 통폐합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도심에서는 같은 생활권인데도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모가 자녀의 입학 문제로 가족 간의 유대감 약화를 걱정하는 것도 아쉽다. 실질적인 생활권 중심으로 학교 배정이 이뤄져 아이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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