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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애동지/박건승 논설위원

    집 안사람은 오늘 동지(冬至)가 애동지라는 사실에 상당히 고무된 듯하다. 동짓날이 음력 11월 10일 안에 드는 애동지에는 애써 새알죽을 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애동지에 새알죽을 먹으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을 믿는 그다. 동짓날 팥죽을 안 먹으면 쉬이 늙고 집안에 잡귀가 들끓는다고 말해 줘도 흘려듣는 눈치다. 하기야 아이들한테 해롭다는데 더이상 뭐라 말해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온 가족이 둥근 탁자 주변에 둘러앉아 새알심을 만들던 어린 시절 모습은 정이 넘쳤다. 때론 도란도란, 때론 왁자지껄하게. 아직도 동지 하면 자연스럽게 새알죽이 떠오르는 이유다. 팥죽 안 먹는 애동지라고 해서 하루를 그냥 보낼 리 없는 조상이었다. 한때는 제2 명절로 불렸던 동지 아닌가. 애동지에는 팥시루떡을 만들어 먹도록 했다. 새알죽 대신 팥시루떡이라~. 팥이 들어간 음식은 종류를 불문하고 액을 쫓고 소원을 이뤄 준다는 속설이 있다. 새알죽을 쑤어 먹기가 영 꺼림칙하다면 올해는 팥시루떡으로 무탈한 겨울나기를 기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ksp@seoul.co.kr
  • [씨줄날줄] ‘자랑스러운 ○○○상’/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랑스러운 ○○○상’/임창용 논설위원

    퇴임 후 조용히 지내 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균관대 총동문회가 얼마 전 황 전 총리를 ‘자랑스러운 성균인상’ 공직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하면서다. 적지 않은 동문이 선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촛불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이고, 요즘 청산 작업이 한창인 각종 적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황 전 총리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상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닐 터인데 수상자로 선정돼 적폐의 한 축으로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짜뉴스를 특정 언론과 세력이 반복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올린 황 전 총리의 페이스북 글에서 난감하고 불쾌한 심정이 읽힌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황 전 총리 퇴임 전에도 논란이 됐던 내용들이어서 총동문회의 이번 선정이 세심하지 못한 듯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각 대학 동문회가 연말마다 주는 ‘자랑스러운’ 이런저런 상들에 대해선 예전부터 아쉬움이 컸다. 동문이 정말 자랑스러워할까? 학생들이 진정 존경하는 인물인가? 그런 의구심 때문이다. 사실 출세하면 받는 상이란 생각이 더 컸다. 실제로 이번에 황 전 총리를 선정한 성균관대 총동문회는 2015년엔 이완구 전 총리(수상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이듬해엔 정홍원 전 총리를 선정했다. 다른 주요 대학 동문회들의 수상자 선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직자는 장·차관 이상, 경제계에선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 대기업 부회장이나 회장 등 고관대작이 아니면 수상자 후보에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선거라도 있는 해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줄줄이 모교의 자랑스러운 동문 반열에 오른다. 높은 지위에 오른 것만으로 ‘자랑스러운’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관행은 구태다. 앞으론 어느 동문회든 사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동문을 수상자로 선정했으면 싶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약자를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해 사회를 따뜻이 덥히는 동문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주변엔 지위가 높지 않아도 감동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몸이 불편한 제자를 며칠씩 업고 다니며 수학여행 꿈을 이뤄 준 교사, 자비로 버스를 구입해 몰고 다니면서 수년째 오지 주민들을 치료해 온 의사, 남들이 맡지 않는 재심사건에만 매달려 누명을 벗겨 주는 변호사 등등. ‘자랑스러운’이란 수식어가 넘치지 않는, 사회의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앞으론 시상식장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sdragon@seoul.co.kr
  • [길섶에서] ‘명랑 투병’/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부쩍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들 딸아들 결혼 청첩장보다 부모님 부음 소식이 더 잦을 나이다. 여기저기 고장 나지 않은 데 없다 걱정하는 친구들도 는다. 그동안 밀쳐놨던 건강검진에서 찜찜한 게 한 개라도 나오면 겉으로야 평상심을 유지하는 척해도 속내는 ‘생지옥’이다. ‘명랑 투병’, 보통 사람들에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이해인 수녀가 6년 만에 산문집을 들고 우리를 위로하러 왔다.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 해 온 이해인 수녀는 “‘명랑투병’을 하겠다 큰소리쳤고, 병 때문에 눈물 흘리거나 푸념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픈 뒤로는 그전에 잘 쓰지 않았던 기쁨, 즐거움 같은 말을 더 자주 쓴단다. 수술 전 주치의가 보낸 ‘이 한 몸 크게 수리해서 더 좋은 몸을 받는다고 여기세요’라는 문자를 아직도 외운다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긍정의 언어가 주는 에너지가 모르는 새 전해진다. 그래도 아프거나 힘들 때면 ‘왜 하필 나야’ 하며 주위를 원망하게 마련이다. 이럴 땐 토 달지 않고 들어줄 가족이든 친구가 생각난다. 나에게 그런 존재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인가 물어본다. kmkim@seoul.co.kr
  • [씨줄날줄] 혼밥/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혼밥/이순녀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둘째날 베이징의 한 서민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것을 두고 ‘혼밥’ 논란이 일었지만 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혼밥은 아니다.혼밥은 말 그대로 나 홀로 먹는 밥이기 때문이다. 김정숙 여사와 노영민 주중 대사가 바로 옆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으니 혼밥이라고 할 수 없다. 국빈 방문임에도 3박4일 동안 중국 측 인사가 참석하는 공식 식사가 두 차례에 불과한 사실을 꼬집어 홀대론을 부각하고자 혼밥 용어를 가져다 쓴 것인데 방중 성과가 묻힐 정도로 파급력이 컸으니 꽤 성공한 프레임이다. 외교에서 공식 오·만찬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어떤 이유에서건 식사 횟수가 부족했던 점은 안타까우나 혼밥이란 신조어까지 써 가며 폄훼할 일인가는 되짚어 볼 일이다. 기실 ‘대통령의 혼밥’ 원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는 혼밥의 정의(定義)를 충실히 따랐다. 40년 지기 최순실이 청와대에 그렇게 자주 찾아갔어도 식사는 혼자 따로 했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식사만은 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전직 조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혼자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 분으로 지방 출장이 있어도 식사는 대체로 혼자 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과 박 전 대통령의 ‘혼밥 비화’에는 기본적으로 혼밥에 대한 편견, 가령 외톨이나 불통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실용성과 개인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혼밥은 이제 궁상이 아닌 ‘쿨’한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다. 혼밥 전문 식당까지 성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그제 발표한 ‘2017년 외식소비행태’ 보고서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연하다. 올해 월평균 외식 횟수는 14.8회로 작년에 비해 0.2회 줄었지만 나 홀로 외식 횟수는 작년보다 0.4회 늘어난 4.1회였다.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외식은 줄어든 반면 혼밥은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2000년 15.5%에서 지난해 27.7%로 늘어나고, 혼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영향이라고 한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혼밥 횟수의 차이도 재밌다. 남성(5.2회)이 여성(2.9회)보다 혼자 외식을 하는 횟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20대(6.3회), 30대(4.6회), 40대(3.5회), 50대(3회) 등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던 혼밥 횟수는 은퇴 시점인 60대가 되면 3.2회로 다시 늘었다. 누구든 혼밥에 익숙해져야 할 시대에 이미 접어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혼밥’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지만. coral@seoul.co.kr
  • [부고]

    ●김선호(전 충북 증평부군수)씨 모친상 20일 청주의료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43)279-0144 ●강병태(경도 대표)씨 부친상 이재우(원효초 교장)박광희(한국일보 논설위원)김진환(한화건설 팀장)박세준(카메룬 거주)조병철(자영업)씨 장인상 20일 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072-2011 ●김상훈(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씨 부친상 20일 광주 금호장례식장, 발인 22일 오전 7시 (062)227-4383
  • [길섶에서] 지인의 의미/손성진 논설주간

    과거의 작은 개인용 전화번호부 수첩을 대신하는 것은 ‘연락처’라는 스마트폰 앱이다. 연말연시면 새 수첩에 이름을 옮겨 적었듯 가나다순으로 된 이름을 넘겨 본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손쉽게 넣을 수 있는 만큼 친밀도를 떠나 ‘지인’의 숫자도 빠르게 늘어 1000명을 넘어선 지도 꽤 지났다. 지인은 말 그대로 ‘아는 사람’, 또는 ‘알고 지내는’ 사람이다. 전화번호부에는 가까운 친구도 있고 회사 동료도 있다. 가끔 만나기도 하고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연락한 지 오래된 사람들이고 누군지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여럿 있다. 지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지인이 아니다. 알지만 거의 연락하지 않는 사람은? 전화번호부에는 세상을 떠난 몇몇 사람의 전화번호도 그대로 있다. 유명을 달리했다고 기억에서 지우기 싫어 그냥 둔 것이다. ‘지인’은 그런 의미일까. 적어도, 죽더라도 이름을 지우지 않고 그 이름을 발견하면 얼굴을 떠올려 보고 싶은 그런 사람쯤 돼야 지인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 [서울광장] 한반도, 블랙스완이 오는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반도, 블랙스완이 오는가/진경호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나흘이 만든 파열음이 잦아들 줄 모른다. 청와대는 ‘문재인 혼밥’ 주장이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으나 1년에도 몇 차례씩 정상회담을 목도하는 국민에겐 턱없이 군색하다.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는 방호업체 직원들이 한국 사진기자 두 명을 두들겨 팬 것을 두고 ‘기레기’를 탓하며 ‘이니 감싸기’에 분주한 ‘문슬람’들의 판단 장애는 심지어 측은하다. 제 발등 찍는 터에 뭐라 토를 달 여지가 없다. 우리 경제에 하루 300억원의 피해(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를 안기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끊기 위해 문 대통령이 ‘단장’(斷腸)의 아픔을 감내한 회담으로 훗날 어느 회고록에 기록될지 모르겠으나 12·14 한·중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밥상에 누가 앉았는가를 따지는 체면의 잣대로만 갈무리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한반도의 운명, 대한민국의 장래에 대해 매우 심각한 질문들을 회담은 남겼다. 우선 두 나라 정상이 합의했다는 4개 원칙 중 첫 번째,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가 지니는 함의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는 우롱에 가깝다. 미국이 만지작대는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한·중 정상이 ‘함께’ 반대하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을 스스로 없앤 것’(서진영 사회과학원장)이자 우리 정부의 ‘3불’ 천명을 두고 ‘중국에 조아리는 한국 정부’(월스트리트저널 사설)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문재인 정부를 ‘친중파 집단’으로 보는 워싱턴의 의구심을 한층 키우는 합의이면서, 미국이 실제 군사옵션을 택할 경우 한국 정부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묻게 하는 합의다. 그제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중국을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하며 사실상 신냉전체제 돌입을 선언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서는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선 한국에 모종의 행동을 취할 필요성을 새삼 자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국이 입만 열면 꺼내 드는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이 양측 회담 발표문에 단 한 줄 언급되지 않은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 여권 핵심 중진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예사롭지 않은 발언에서 기인한다.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다녀왔을 만큼 여권의 대표적 중국통인 그는 지난 7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행사에서 놀랄 만한 말을 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북핵 해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쌍중단’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동시 시작을 뜻한다. 한·미 훈련을 핵 개발의 구실로 삼고, 이제 핵 전력 완성을 주장하며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꾀하는 북의 전략과도 맥이 닿는다. 청와대는 “이 의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부인했으나 실제로 시 주석이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 의원 말대로 정말 ‘두 정상이 이미 인식을 같이하기 때문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문 대통령은 북핵의 레드라인을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작금의 청와대 기류는 이 레드라인이 지금도 유효한지부터 당장 다시 묻게 한다. ‘고강도 압박을 통한 북핵 저지’라는 ‘플랜A’의 표면적 한·미 공조 너머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실상 쌍궤병행의 ‘플랜B’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물음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한반도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에서 ‘북핵 인정 속 평화협정 논의’로의 기조 전환을 뜻한다면 상황은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 이상으로 심각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블랙스완, ‘검은 백조’의 혼돈이 한반도를 엄습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블랙스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정말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믿는가. 지도가 있는가. jade@seoul.co.kr
  • [씨줄날줄] 종현의 죽음/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종현의 죽음/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본명 김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18일 저녁 퇴근길에 스마트폰 속보로 전해진 그의 사망 소식은 믿기지 않았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27살. 아직 한창이다. 불과 1주일여 전인 지난 10일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 초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종현의 사망 소식에 국내외에서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가족과 경찰에 따르면 사인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 몇 달 전 ‘즐거운 사라’의 저자인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충격과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팝의 대표 주자인 아이돌그룹 멤버의 자살은 거의 처음이고, 데뷔 후 10년 동안 샤이니와 함께 성장한 젊은 팬들의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큰 듯하다. 가족 동의 아래 공개된 그의 유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 … 눈치채 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 우울증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현의 사망 소식에 배우 박진희가 발표했던 우울증 관련 논문이 새삼 관심을 끈다. 박진희는 2009년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서 “자살과 먼 거리에 있을 것만 같은 연예인들 중 4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사생활 노출, 악성 댓글, 불안정한 수입,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종현의 사망은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003년 이후 13년간 1위다. 2위인 일본은 18.7명으로 차이가 크다. 자살의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꼽히지만, 우울증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울증에는 연령도 성별도 경제력도 상관이 없다. 주위에 정도의 차이뿐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전문가 도움은 꺼린다.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우울증은 국민 30~40%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흔한 병이다. 우울증은 종종 ‘마음의 감기’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쉽게 걸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감기처럼 놔두면 저절로 낫는 병은 결코 아니다.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 잠시 질주를 멈추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눈길은, 손짓은 없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시작이다.
  • <신간 안내>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

    <신간 안내>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뜨겁다가도 때로는 식기도 한다. 그 사이 고령의 할머니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17년 12월 13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33명뿐이다. 할머니들이 관심에서 멀어져 가도 진정성을 갖고 변함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자체와 그 주민들이 있다. 경기도 광명시다. 광명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활동한 기록을 모은 소책자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보고서 ‘동행’(124쪽)이 발행됐다.‘동행’은 광명시(시장 양기대)와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벌여온 실질적인 활동과 국내외 지킴이들의 활약을 전하는 국내 최초의 기록집이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시민들과 할머니들의 3년 동행 타임라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 이용수 할머니의 청소년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또 청소년들이 위안부 피해 역사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1991년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니 이야기, 위안부 피해 역사 바로 알기, 국내외 평화의 소녀상 현황 등 교육 자료를 충실히 담았다. 광명시민들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와 지킴이 활동은 2015년 3월 ‘광명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으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광복 70주년인 그해 8월 15일 성금 6,000여만 원으로 일제 수탈의 현장인 광명동굴 입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제막식에는 일제 강점기 광명동굴에서 광부로 일했던 장원화 씨도 참석했다. 그 후 시민들은 경기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옥선, 박옥선, 김군자 할머니 등을 광명동굴과 라스코동굴벽화전에 초대하고, 악극 ‘꿈에 본 내 고향’과 영화 ‘귀향’ 시사회에도 초청했다. 할머니들을 위해 광명동굴 입장료 수입금의 1%를 기부한다는 광명시의 약속대로 2017년 1월에는 양 시장과 시민들이 나눔의 집을 찾아가 5,300만 원을 기부했다.올해는 광명시의 중고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3월에 ‘평화의 소녀상 청소년 지킴이’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으며, 여름방학 동안 ‘소녀의 꽃밭 청소년 기획단’이 광명동굴 입구 평화의 소녀상 둘레에 ‘평화를 위한 소녀의 꽃밭’을 조성했다. 8월 11일 ‘소녀의 꽃밭’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초청했다. 광명시도 지난 9월 11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를 나눔의 집으로 안내해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11월 18일 나눔의 집에서 열린 유품전시관과 추모기록관 개관식에 참석한 미국 인권단체인 위안부정의연대 릴리언 싱, 줄리 탕 공동의장과는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재등재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광명시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 운동은 전국의 지자체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광명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안신권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소장은 “광명시민들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가장 반기는 손님이자 올바른 역사와 여성인권에 대한 실천가” 라고 말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광명시의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고향 손님/서동철 논설위원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귄 형님뻘 되는 이와 가끔 점심을 먹는다. 이 양반이 잘나갈 때는 지갑을 여는 것은 당연히 내 몫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양반이 은퇴하고 몇 년이 지나니 당연히 내가 밥값을 계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참치집이었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찾았을 때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점심특선에 이것저것 괜찮은 음식이 줄줄이 올랐다. 주인이 동료의 고향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좋은 기억을 갖고 다시 찾았는데, 고향 손님 아닌 타향 손님만 있는 밥상은 내용이 전과 달라도 많이 달랐다. ‘이게 다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기다려 봤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딱 가격만큼의 평범한 밥상이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애써 20분도 넘게 걸어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텐데…. 이런 밥집은 평가가 크게 엇갈릴 때가 많다. 주인과 무언의 교감이 있는 고향 사람은 융숭하게 대접받고는 극찬을 날린다. 하지만 타향 사람들만 갔을 때는 밥상의 분위기가 썰렁하니 칭찬이 나올 리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한 잘나가는 맛집들은 고향 손님과 타향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편의점과 빨래방/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편의점과 빨래방/김균미 수석논설위원

    편의점과 빨래방의 변신이 놀랍다. 1인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진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서울 무교동만 해도 편의점이 좁은 일방통행 차도를 사이에 두고 여러 곳이 있다. 어떤 곳은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면서 서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기존의 편의점이고, 또 다른 곳은 아예 의자와 테이블을 여럿 놓고 마치 카페를 연상시킨다. 서울 명동에는 3층 건물이 모두 편의점인 곳도 있는데, 지날 때마다 제대로 운영이 될까 걱정도 된다. 편의점은 더이상 단순한 동네 소매점이 아니라 웬만한 식당과 카페, 주점을 대신하는 ‘멀티스토어’로 바뀐 지 오래다. 편의점 도시락(편도)이 성공을 거둔 뒤 아예 편의점용 제품들을 내놓는 업체들도 있다. 택배부터 간단한 의약품 판매, 공과금 수납, 인터넷은행의 오프라인 창구, 항공권 예매는 물론 이제는 전기차 충전소 역할까지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편의점은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꼽힌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일본에 가면 편의점에 가서 각양각색의 도시락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일본 편의점에서 사와야 할 필수품이 있듯이 말이다. 내년이면 국내에 첫 편의점이 문을 연 지 30년이 된다. 지난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3만 9000여개로 내년 초에는 4만개에 육박할 전망이란다. 편의점의 미래가 궁금하면 편의점 왕국인 일본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일본 전역에 있는 5만 8000여개의 편의점은 이미 신사업의 시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24시간 빨래방’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고, 세븐일레븐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공유 자전거 서비스에 나섰다. 로손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과 함께 드론을 활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편의점 변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빨래방의 진화도 흥미롭다. 최근 뉴스를 보니 도쿄 시내에 카페를 겸한 빨래방은 물론 인공암벽을 설치한 곳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용자가 미리 스마트폰으로 단골 빨래방의 세탁기 가동 상황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카페형 빨래방’으로 통하는 무인 빨래방이 운영되고 있다. 유망 업종으로 평가되면서 얼마 전 대기업에서 진출하려고 하자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편리한 것도 좋고 진화도 좋지만 편의점 하면 더이상 갑질이나 알바생의 눈물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대기업들의 편의점을 보고 싶다.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 [바른 말글] 이유는~ 때문이다/손성진 논설주간

    “발이 아픈 이유는 통풍 때문이다.” “부업을 하려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글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엄격히 따져 보면 문법에 맞지 않은 문장, 즉 비문(非文)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유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인데 그렇다면 발이 아픈 이유는 바로 ‘통풍’이고 부업을 하려는 이유는 ‘돈’이다. ‘통풍 때문’이나 ‘돈 때문’이 아니다. ‘때문’이란 단어 자체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이란 뜻으로 ‘이유’와 거의 같은 의미다. ‘때문=이유’인 것이다. 따라서 예문은 “발이 아픈 이유는 통풍 이유다”라는 중복 표현이 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유는~ 때문이다’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이럴 때는 관용적인 문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록 비문일지라도 따질 것 없이.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北에 올림픽 특사 파견을… 틸러슨 ‘무조건 대화’ 힘 실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北에 올림픽 특사 파견을… 틸러슨 ‘무조건 대화’ 힘 실어야”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평양에 올림픽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중 쌍중단(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에 대해서는 한·미가 선제적으로 선언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는 첫 만남’을 제안했다가 사흘 뒤 발언을 철회한 데 대해서는 “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없다는 미 외교 수장의 현실인식을 보여 준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의 견제 속에 어떻게 좌절하는지를 관전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세종연구소에서 이 전 장관을 인터뷰했으며, 18일 추가로 전화 취재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틸러슨의 대북 대화 제의 배경과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틸러슨은 미국 외교정책의 수장이자, 북핵 문제의 책임자이다. 틸러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외교 수장이 북핵 해법으로 제재와 압박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무조건 만나자는 것은 그 얘기다. 최대의 압박을 가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보다는 틸러슨이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현실에 다가가 있다고 본다. 다만 틸러슨이 말을 바꾼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 행정부의 대북 혼선은 왜 일어나는가. -미국이란 하나의 몸체 안에 두 가지 생각이 있는 것이다. 외교정책은 미 국무부가 관장을 하는 것이고, 대통령 의중이 있으니 백악관이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되겠지만 원래는 유기적인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 따로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은 시스템이 붕괴돼 있다. 북핵이 어렵고 중요하다면서도 국무부의 한반도와 북핵 책임자인 동아태 차관보가 임명조차 안 돼 있다. 이런 현실은 미국이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확히 조직된 회의, 미합중국의 담론으로 일관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책 책임자와 대통령실의 말이 다르고 두 개의 생각이 같이 있는 것이다. →틸러슨의 12일 발언에 우리 정부 입장이 어정쩡했다.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저 같은 사람이 주장해 온 대화와 협상은 마치 어리석은 것처럼 돼 있는데, 미국 책임자가 얘기했다. 우리 정부도 제재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 눈치 볼 것 없이 상황 전환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반색하고 달려들었어야 한다. ‘어 맞다, 바로 이거야, 가자. 우리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이렇게 얘기해서 잘못될 게 뭐가 있나. 우리의 최고 동맹이자 우방국 국무장관이 한 말인데. 틸러슨의 말이 어떻게 트럼프에 의해 좌절되느냐 이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북핵 행위 당사자 중 하나인 우리는 ‘북한은 무조건 나와라’라고 해야 한다. 틸러슨 발언을 기정사실화하는 노력이 외교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11월 화성15형을 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북한은 핵과 미사일 만드는 데 기계적인 일정표를 갖고 왔다.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미래는 북한 언술을 빌리면 정치적 일정표로 간다. 유연성을 갖게 된 것이다. 북한이 향후 6개월 이상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는 이완되기 시작한다. 넉넉잡고 1년가량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상황을 유지하고 가면 국제사회의 고강도 압박과 제재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의 제재는 국경부터 이완될 것이다. 대화와 협상 얘기가 한국에서도 나올 것이다. 김정은의 목표는 자신이 통치하는 북한 체제의 생존과 안전, 안정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는 과정에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고, 제재를 감수할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경험을 봐서라도 비핵화 조건으로 북·미 수교와 불가침 협정을 원할 것이다. →최후의 묘약처럼 거론되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가능한가. -회의적이다. 세계 질서 형성의 중요한 축인 미·중 갈등 구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은 둔탁할 만큼 눈에 띈다. 한·미·일 군사동맹, 인도·태평양 전략,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얘기한다. 미국이 세계를 무대로 다차원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중·일 갈등이 맞물려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중국이 누구 좋으라고 원유를 끊겠는가. 행여 끊더라도 북한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면 모를까. 하지만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미국 협조 노선에 보조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에게 북핵 해결의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전격적으로 평양에 갈까. -미국인의 북한 불신은 상상 이상이다. 회의론이 너무 팽배하고 협상을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 트럼프가 만일 평양에 가서 역사적인 합의를 하고 돌아오더라도 미국인들은 ‘북한이 약속 지키지도 않고 깰 건데, 트럼프가 속고 왔다’라고 할 것이다. 그런 밑지는 장사를 트럼프가 할 리 없다. 전격적으로 나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북한과 대타협을 할 가능성은 적은 것이다. 평양 방문의 여건이 조성된다면 모를까 그냥 가기는 힘들다. →평창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 정부의 할 일은. -명분과 현실면에서 올림픽 기간에 한·미 군사훈련은 못할 것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3수를 한 우리다. 한·미가 먼저 군사훈련 안 한다고 선언하고 외교적으로 포장하면 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을 북한에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올림픽 특사를 평양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 세계의 어느 지도자도 김정은을 만난 적이 없다. 김정일은 남북, 북·일 정상회담 등에서 정책의 대전환을 결심했다. →내년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해도 좋은가.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활용할 의지를 적극적으로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관계를 얘기할 때 주목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독자성 여부이다. 만일 트럼프 얘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똑같이 하고 있으면 김정은은 트럼프 얼굴만 쳐다보게 될 것이다. 미국과 불편하더라도 각을 세우거나, 할 말을 해서 남한의 독자적인 공간이 확보되면 김정은의 생각이 달라질 여지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 북한, 중국이 받을 수 있는 북핵 해법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marry04@seoul.co.kr →이종석 前통일부 장관은 1958년생.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 2월부터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 재직 때인 2006년 7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대포동 2호를 발사해 쌀과 비료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중단됐다. 같은 해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는 불운도 겹쳤다. 2003년 당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민정수석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올해 초 안식년을 얻어 베이징대학 초빙교수를 하면서 문재인 대선 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북 정책을 디자인하는 데 조력했다. 지난 11월에는 문 대통령 멘토그룹의 일원으로 초청받아 청와대에서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의 대북 압박 공조에 비판적이다. 저서로 ‘북한-중국 국경: 역사와 현장’(2017), ‘칼날 위의 평화: 노무현시대 통일외교안보비망록’(2014) 등이 있다.
  • [길섶에서] 아궁이/진경호 논설위원

    그때도 추웠다. 바깥만이 아니라 방 안도 추웠다. 창문 틈새로 황소바람이 웅웅대며 파고드는 몇 걸음 웃목엔 물도 얼었다. 왜 책상은 꼭 창문 옆인지, 양말 두 켤레로 감싸고도 발이 시렸다. 그 겨울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구들 밑 아궁이였다. 기껏 연탄 두 장 포개 넣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 옹골진 아궁이 덕에 솥뚜껑 크기로 까맣게 익은 아랫목 비닐장판에 손을 얹고 발을 녹이다 등을 붙이곤 꾸역꾸역 잠이 들었다. 칼바람에 뺨을 베이면 아궁이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기억 끝으로 어머니가 달려 나온다. 행여 귀한 자식 감기 들까 새벽 3시든 4시든 찌렁찌렁한 바람 맞아 가며 이방 저방 아궁이 연탄 갈아대던 당신…. 철을 모르고 저만 아는 자식은 오십 줄에 든 지금도 아궁이가 먼저고, 처연한 모정은 뒷자락이다. 안부 전화에 당신이 노래를 한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몹시도 그리워라…사랑하는 이 마음을…낙엽 따라 가버렸으니~’ “나 노래 잘하지? 성당 사람들이 다 좋아해.” 팔순 소녀가 끝까지 부른다. “나 재미있게 지내. 그러니 걱정마 애비야.” 어머니가 아궁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홍 대표의 ‘폴더 인사’/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홍 대표의 ‘폴더 인사’/서동철 논설위원

    외교란 자존심을 지키면서 실리를 챙겨야 하는 초(超)고난이도 기술이다. 흥미로운 것은 실리를 잃었어도 자존심을 살렸다면 그런대로 본전은 되찾지만, 반대로 아무리 실리를 챙겼어도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잃어버렸다면 누구도 성공한 외교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도 그렇고, 정당도 마찬가지다.일본을 방문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난타를 당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폴더 인사’라는 비아냥이 뒤따를 만큼 상체를 접은 반면 아베는 아랫사람을 치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홍 대표가 아베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 대표는 나리타 공항으로 일본에 들어가면서 사전 조율을 거쳐 외국인의 필수 입국 절차인 지문 채취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경남지사 시절 오사카 공항으로 일본에 입국하다가 지문 채취를 놓고 한동안 승강이를 벌인 적도 있다. 그러니 ‘폴더 인사’ 논란은 외교적 미숙 때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이고,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베 총리다. 그럼에도 긴장감 없이 ‘문제적 장면’을 연출한 것이니, 스스로를 탓해야지 남탓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두고 ‘알현, 조공외교’라고 비꼬았던 뒤끝이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에 반격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외교적 미숙’과 더불어 ‘정치적 미숙’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2017년의 한·일 관계는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의 조·왜(朝·倭) 관계와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조선은 그해 봄 왜국에 통신사를 보냈다. 정사(正使) 황윤길과 부사(副使) 김성일이 돌아와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을 두고 서로 엇갈린 보고를 했던 바로 그 통신사행이다. 일본에서도 김성일과 서장관(書狀官) 허성은 관백(關白)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인사하는 예법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허성은 관백이 사실상의 일본 국왕이라는 점에서 정하배(庭下拜)를 주장했다. 반면 김성일은 관백이 일왕의 신하라는 논리에서 영외배(楹外拜)를 관철시켰다. 정하배는 사신이 뜰 아래서, 영외배는 계단 위 같은 높이에서 배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왕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일본 총리를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590년 당시 일왕과 관백의 관계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 외교에서 기개를 보여 주는 것은 만용인지 몰라도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슈퍼마켓과 도둑 감시원

    [그때의 사회면] 슈퍼마켓과 도둑 감시원

    국내 최초의 슈퍼마켓은 1968년 5월 16일 서울 중구 중림동에 300평 규모로 일부 문을 연 ‘뉴서울 슈퍼마키트’로 알려져 있다. 6월 1일 정식 개장할 때는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찾아와 카트를 직접 끌고 다니며 설탕, 빵, 돗자리 등 2675원어치의 물건을 산 것으로 신문기사는 전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근처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의 슈퍼마켓 자리’라는 표지를 붙여 놓고 1973년 11월 1일 영업을 시작했다고 써 놓았는데 오류인 셈이다. 고려슈퍼로 시작했던 이곳은 고려쇼핑으로 바뀌어 2007년까지 영업을 했고 지금은 H마트가 그 자리에 있다.1960~70년대에 슈퍼마켓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질퍽거리는 시장 바닥을 다니며 가격을 많이 깎아 물건을 사도 늘 속는 듯했던 주부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깨끗한 매장, 정찰제 판매를 내세운 슈퍼마켓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물건을 카트에 담아 카운터에서 일괄 계산하는 판매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소비자들과 미숙한 운영 때문인지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결국 ‘뉴서울 슈퍼마키트’는 무인 판매대를 없애고 작은 매장으로 나누어 상인들에게 임대하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경향신문 1968년 12월 18일). 물건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포장을 해 주고 바로 계산을 하는 그전의 방식 그대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곧 슈퍼마켓의 판매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삼풍슈퍼마켓’, ‘새마을 슈퍼체인’ 등이 우후죽순 개장했고 슈퍼마켓은 새로운 형태의 판매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물건을 쌓아 놓고 마음대로 주워 담으면 되는 판매 형태는 감시의 눈이 발달한 지금도 좀도둑들이 설치게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처음 슈퍼마켓이 출현했을 때 슬쩍 물건을 훔치는 손길이 많았던 것은 당연했다. 여중생부터 가정부, 대학생, 직장인도 있었다. 긴 코트를 입는 겨울에 더 도둑이 많았다. 한 슈퍼마켓에서는 하루에 많을 때는 10건의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1971년 7월 26일 동아일보). 슈퍼마켓에서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도난 전담 감시원이란 이색 직업이 생겼다. 매대 위에는 뒤쪽이 보이는 거울을 설치해 다른 손님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했다. 관리사무실에는 ‘도둑통계장부’를 만들어 놓고 좀도둑을 잡으면 ‘악질’이야 경찰에 넘겼지만 보통은 ‘반성문’이나 ‘자인서’를 쓰게 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이니 소풍 때 가져갈 과자가 없어서 훔치는 일도 있었고 무작정 상경했다가 며칠을 굶은 뒤 먹거리에 손을 댄 시골 청년에게 감시원이 도로 차비를 쥐여 주는 일도 있었다. 이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사진은 설탕과 라면 등을 판매하고 있는 ‘뉴서울 슈퍼마키트’의 개장 당시 모습.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김장 초보/황성기 논설위원

    잘은 못해도 웬만한 요리는 한다. 하지만, 김치와 갈비찜은 낭패를 안겨 준 ‘절벽’ 같은 음식이다. 김치는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어 재현하려다 몇 번 실패했다. 그 옛날 무슨 레시피란 게 있었으랴. 얼마 전 김장을 했다면서 겉절이를 나눠 준 분이 있었다. 첫맛이 감동적이다. 도전의 용기가 다시 생겼다. 겉절이 주인에게 레시피를 물었다. 배추 50㎏ 기준으로 마늘, 생강, 멸치액젓, 새우젓, 생새우, 고춧가루, 청각, 무, 매실청, 쪽파, 갓의 분량을 꼼꼼히 메모하고 담그는 법도 귀에 담아 넣었다. 두 포기(5㎏) 담그겠다고 절인 배추를 찾았더니, 그렇게는 안 판다. 할 수 없이 생배추 4포기를 사서 절이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재래시장에서 김장용 대야도 샀다. 꼬박 1박 2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2포기 기준의 양념은 4포기에는 어림도 없다. 때깔도 나지 않고, 배추 사이사이에 양념을 넣는 일도 수월치 않다. 부랴부랴, 양념을 더 만들어 긴급 투입했다. 겉절이 맛은 프로 것에는 못 미치지만 먹을 만은 했다. 문제는 통에 넣어둔 김치다. 냉장고를 열면서, 맛이 나야 할 텐데 기도 아닌 기도를 하는 나날이다. marry04@seoul.co.kr
  • [서울광장] 평창올림픽, 역경의 드라마/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평창올림픽, 역경의 드라마/이순녀 논설위원

    오늘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55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장 시설과 교통망 확충 등 하드웨어는 마무리됐고, 이제는 운영 체계 및 세부 사항을 테스트하면서 막바지 손님맞이에 전력을 기울일 일만 남았다. 정부는 지난 12일 대테러 종합훈련을 실시해 안전 올림픽을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야외 개·폐막식장 혹한에 대비한 방한 대책도 빠짐없이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성공 여부는 막이 올라 봐야 알겠지만 나라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큰 무리 없이 진행해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흔히 스포츠 경기를 ‘역경의 드라마’라고 하지만 돌아보면 평창올림픽 그 자체가 역경의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초토화되다시피 하면서 대회 준비가 제대로 이뤄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중의 무관심을 열기로 바꾸는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와 미국의 올림픽 참가 논란은 자칫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 뻔한 위기였다. 겨울 스포츠 강국인 두 나라가 불참하면 대회 수준과 흥행에서 치명타가 될 게 분명한 터라 비상이 걸린 건 당연했다.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도핑 징계로 국가 차원의 출전이 금지된 러시아가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하고, 올림픽 참가 유보 입장으로 논란을 자초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게 됐으니 그야말로 역경과 시련의 연속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경색됐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극적인 변화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시와 교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려던 계획은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전면 금지 등 강도 높은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어그러졌다. 중국 대표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겹친 올림픽 기간에 중국 관광객이 못 오면 흥행 타격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양국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석 요청에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답을 하지 않은 건 아쉽지만, 막판 카드로 남겨 놓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두 나라 정상은 평창올림픽조직위와 베이징올림픽조직위가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행사에도 함께했다. 남은 2개월간 평창올림픽 붐 조성과 중국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인 성과를 이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평창올림픽을 집중 보도했다. 내년 3월 1일까지 중국인에게 15일간 비자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자세히 전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좌우할 마지막 역경은 북한 변수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최선의 그림이라면 올림픽 기간 중 무력 도발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연히 전자를 희망하나 후자일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될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한 것도 ‘평화 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과 동북아 긴장 완화라는 반전의 드라마를 쓰겠다는 것이다. IOC는 참가 신청 기한을 넘긴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고, 참가비용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연내 방북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도 북측에 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올림픽 참가를 선언한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거기에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은 우리 스스로 올림픽 성과의 폭을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신(新)처가살이/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신(新)처가살이/황수정 논설위원

    이런 속담.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하랴. 요즘 세대들에게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고릿적 말이겠다. 무엇보다 ‘겉보리 서 말’의 개념 자체를 모른다. ‘처가살이’가 왜 비굴함을 내포하는 단어인지는 더더욱 알기 어려울 것이고.겉보리 서 말은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의 능력을 웅변했던 상징어다. 목구멍에 풀칠만 할 수 있어도 처가에 들어가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강력하고 절박한 의지의 표명. 오죽했으면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연년세세 굴하지 않고 힘을 얻었을까. 세월 앞에 장사 없듯 세태 앞에도 불변의 진리는 없다. 통계청이 공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를 보면 그렇다. 젊은 부부의 정서적·경제적 교류가 시가에서 처가로 발 빠르게 옮겨 가는 중이다. 지난해 맞벌이 부부가 처가(친정) 도움을 받은 비율은 19.0%로 시가(7.9%) 쪽보다 훨씬 높았다. 시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10년 새 6.1% 포인트나 크게 떨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처가 의존 현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나 자녀 양육에서는 처가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처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이 시가 쪽의 두 배를 훨씬 넘었다. 부모 용돈은 시가 쪽에 더 많이 보낸다는 통계지만, 이 역시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자녀 양육이 모티프인 신(新)모계사회의 징후들은 따져 보면 새삼스러울 게 없다. 통계청의 발표에 인터넷 공간에는 “새삼스럽다”는 반응들이 많다. 정부 통계가 세태 변화의 속도를 한참 따라잡지 못했다. 현실의 징후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사교육 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금과옥조(?)가 있다. 자녀를 위한 최상의 교육조건 두 가지는 아빠의 무관심과 외할아버지의 경제력. 할 수만 있다면 처가살이를 자처하겠다는 젊은 세대층은 이미 두껍다. 어느 구직사이트가 설문조사했더니 남자 대학생의 60% 이상이 처가살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몇 년 전의 조사 결과이니 지금은 수치가 더 뛰었을 게 분명하다. 겉보리 서 말이 더 절박해진 쪽은 이제 부모들이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자식한테 얹혀 살지 않겠다”는 게 부모 세계의 교감 언어다. 며느리, 자식 눈치 보기가 처가살이만큼 고달프다는 탄식이다. 통계청의 세태 조사가 20년, 30년 뒤에도 유의미할지 궁금하다. 부부 사이에 자식이 끈이 되듯 나이 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자녀 양육이 끈이 된 현실이다. 이해관계가 맞아 간당간당 위태롭게 이어지는 외줄. 출산 절벽을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씁쓸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sjh@seoul.co.kr
  • [인사] 특허청 外

    ■특허청 ◇일반직 고위공무원 승진△특허심판원 심판장 이현구 ■새만금개발청 ◇과장급 전보△투자전략국 계획총괄과장 박상민 ■한국공항공사 ◇상임이사 업무분장△운영본부장 임귀섭△건설기술본부장 정세영△항공사업본부장 박순천◇본부장급 전보△안전보안본부장 이미애△서울지역본부장 조수행△항공기술훈련원장 이재훈△전략기획본부장 장호상 ■부산교통공사 ◇1급 승진△전략사업실장 정성찬△종합관제소장 박충한△전기사업소장 임기학◇2급 승진△기획조정실 기획부장 김현우△기획조정실 정보화단장 권규달△재정예산실 계약부장 김명철△열차운영처 승무교육부장 이종훈△차량처 차량계획부장 조은제△제1운영사업소 전자운용부장 강치홍△호포차량사업소 검수부장 한종헌 ■CBS ◇국장급 승진△미디어본부 보도국장 성기명◇국장급 전보△부산본부장 김규완△미디어본부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문영기 ■SBS A&T ◇미술본부△미술본부장 임순원△아트1팀장 김형주△아트2팀장 김봉천△아트3팀장 이익수△제작CG팀장 양형모◇기술영상본부△기술영상본부장 장황복△영상제작1팀장 이상명△영상제작2팀장 조종성△제작기술팀장 김주연△중계기술팀장 임관수◇보도영상본부△보도영상본부장 태양식△영상취재팀장 김대철△영상편집팀장 신진수△보도기술팀장 이성의△보도CG팀장 이종정◇사장 직속△사업기획팀장 홍사진△경영지원팀 이용덕 ■KT ◇전무 승진△Customer부문 고객최우선본부장 양승규△Customer부문 대구고객본부장 신현옥△Customer부문 충남고객본부장 김진철△네트워크부문 INS본부장 김영식△플랫폼사업기획실 GiGA IoT사업단장 김준근△미래융합사업추진실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김영명△IT기획실 KOS서비스단장 우정민△경제경영연구소 대외정책연구실장 김희수◇상무 승진△Customer부문 수도권강남고객본부 남부유통담당 원흥재△Customer부문 수도권서부고객본부 강서지사장 김현수△Customer부문 전남고객본부 Biz담당 오기섭△마케팅부문 Device본부 무선단말담당 서도원△기업사업부문 기업사업수행본부 융합ICT수행담당 김이한△네트워크부문 INS본부 네트워크관제센터장 서영수△네트워크부문 강남네트워크운용본부장 안창용△융합기술원 Convergence연구소 Security Design TF장 김봉기△플랫폼사업기획실 BigData사업추진단 Master-PM 김혜주△경영기획부문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민혜병△경영관리부문 기업문화실 기업문화담당 최호창△IT기획실 IT전략기획담당 옥경화△IT기획실 KOS서비스단 KOS아키텍처담당 오훈용△CR부문 CR지원실 미디어정책담당 현병렬△홍보실 언론홍보2담당 김철기△경제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담당 김재경△비서실 비서팀장 박준현△비서실 1담당 Master-PM 박효일△KT텔레캅 경영기획총괄 이태정(재적전출) ■LF ◇전무 승진△액세서리부문장 조보영◇상무 승진△뉴미디어사업부장·트라이시클 대표 권성훈△홍보실장 김인권△막스코사업부장 김현정◇상무보 승진△경영혁신실장 박종삼△신사3사업부장 허연 ■동양생명 ◇승진△총무팀장 이정훈△재무회계팀장 김성중△언더라이팅팀장 이정관◇전보△GA사업팀장 정승호△경영기획팀장 류재웅△채널전략팀장 황문경△FC영업팀장 박판용△고객서비스팀장 이호태△소비자보호팀장 유년근 ■인천대 △교무처장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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