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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 속 유비가 제갈공명을 책사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 번 찾아가 결국 마음을 되돌렸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고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유비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제 땅 한 뼘도 없이 ‘한(漢) 왕실의 후손’이라는 껍데기뿐이던 유비는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로 조조, 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륙을 정족지세(鼎足之勢) 형국으로 만들어 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부터 정치적 위기 혹은 도전의 시기마다 인재 영입의 승부수로 정국을 헤쳐 갔다. 1987년 대선 패배 직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을 제1 야당으로 만들 때도, 1992년 정계 은퇴 약속을 번복한 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도 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면서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MBC 앵커로 인기를 누리던 정동영, 재야의 거목 김근태, 천정배 변호사, 추미애 변호사, 소설가 김한길, 학생운동의 스타였던 김민석ㆍ임종석ㆍ이인영 등 ‘젊은피’ 수혈은 정치인 김대중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혀 가면서 재야와 나누고 있던 민주세력의 대표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정치권의 인재 영입은 지지세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정당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는 데 톡톡한 몫을 한다. 자유한국당도 31일 인재 영입 명단을 발표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월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요하다면 오고초려,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인재를 모셔 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를 직접 실천했다. 그는 대전까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찾아가서 입당 및 내년 총선 출마를 직접 설득했다. 사실상 ‘황교안 인재 영입 1호’다. 알려지자마자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장이 너무나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인 탓이다. 박 전 대장은 2년 전 그의 부인과 함께 공관병에게 호출용 전자팔찌 착용 강제, 식칼로 도마 내려치기, 뜨거운 떡국 떡 손으로 떼기, 공관병 부모 욕설 등 비상식적인 폭언 및 가혹행위로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월 검찰은 ‘갑질’을 가혹행위나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불기소 처분했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만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 등 여론이 쏟아내는 뭇매는 노골적이다. ‘자유갑질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게 어떠냐’, ‘딱 자한당 수준의 인재 영입이다. 환영한다’ 등 냉소로 가득하다. 결국 인재 영입 명단에서 박 전 대장의 이름은 빠지게 됐다. 이번 영입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은 타고난 것 같다”는 박지원 의원의 역설적인 칭찬을 떠오르게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반사이익에 기대 총선 승리 등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 간다면 정치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youngtan@seoul.co.kr
  • [길섶에서] 골목이발소/손성진 논설고문

    비누에 솔을 문질러 만든 거품을 목과 귀 옆에 바르고 가죽에 면도칼을 쓱쓱 갈면서 내뱉는 이발사의 구수한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다. 가죽으로 어떻게 날을 세울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가죽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질긴 말가죽이었다. 면도 후 칼에 묻은 거품은 신문지 조각에 닦아 버려야 옛날식이며 제격이다. 타일 세면대에 머리를 숙이고 앉으면 이발사가 긴 손톱으로 비듬 하나라도 남을세라 박박 씻어 주었는데 그 개운함은 요즘 이발소에서는 느껴 볼 수 없다. 거울 위쪽에는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 줍는 사람들’ 같은 복제한 명화가 걸려 있었다. 소위 ‘이발소 그림’이다. 금붕어나 농촌 풍경 같은 ‘고급진’ 그림을 걸어 놓은 곳도 더러 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는 이발소를 드나들며 다 외웠다. 오래된 동네들이 사라지면서 옛날 이발소도 거의 다 없어졌다. 우연히 발견한 ‘골목이발소’에 일부러 들어가 머리를 깎아 보았다. 실로 수십 년 만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왔다는 칠순 넘은 이발사의 가위 놀림은 유명 이발사에 뒤지지 않았다. 이발소 그림은 없고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 것은 뜻밖이었지만 타일 세면기와 커다란 면도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sonsj@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013년 30.3%, 2015년 28.2%, 2017년 22.2%로 하락 추세다. 도서관의 위기라 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이자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개방형 수장으로 서혜란(64) 관장이 취임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사서로 일했고, 34년간 대학 강단에 서는 등 현장과 정책에 두루 능한 대표적 전문가인 서 관장에게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첫 전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비교해 어떤가. “학자 입장에서 그간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막상 안에서 일해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시대적 흐름에 맞춰 왜 빨리 변화하지 못할까 답답했는데,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구조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결이 쉽지 않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근본적 문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바꿔 보려고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내부의 시각을 조화시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 -임기(3년) 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가장 큰 임무는 국가 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다. 1945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해 현재 1240만권의 오프라인 자료, 1600만건의 온라인 자료를 소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1965년부터 납본 제도를 통해 모든 출판물의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나 아직 100% 이뤄지는 건 아니다. 2016년에 납본이 법제화된 전자책과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 수집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美 등 선진국보다 인력·예산 지원 부족 핵심은 1965년 이전 근현대 자료와 고문헌 수집이다. 1910년 이전 자료를 고문헌으로 규정하는데, 현재 보유한 고문헌 장서는 28만권이다. 한국국학진흥원 51만권, 서울대 규장각 25만권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1911~1965년 출판된 근현대 자료들도 많이 빠져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한국 자료 소장 현황을 파악해 보니 14개국 130여개 기관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가기록원 소장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이어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본을 달라고 할 순 없고, 디지털로 복제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자료의 체계적 구축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95년부터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과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스캐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료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현재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율이 27%에 그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악보, 도록, 비매품 자료 등을 망라해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자료의 보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첫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IT 강국이라지만 디지털 자료 구축과 보존 등 기초적인 연구와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서고의 수장 비율이 84%에 달해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이 시급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방송센터로 쓰였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을 짓기로 올 초에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원의 보존에 힘쓰겠다.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를 단순히 매개하는 통로였다. 이제는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깨졌다.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찾는 발길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스스로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우선은 디지털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1인 미디어나 유튜버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를 10여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에 창작공간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코딩 같은 정보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에 보급해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 맞춤형 추천 정보 서비스 등도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찾아가는 동적인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사서 교육과 연구 기능도 중요한데. “전국의 사서 교육과 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임무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 자체 교수 인력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형편이다. 전담 연구 인력도 없다. 앞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확대해 온라인 교육 강화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사서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 -해외 국립도서관은 어떤가.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국립도서관 역할을 한다. 직원이 3000명으로 우리 도서관의 10배다. 인력도 풍부하고, 예산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도서관 서비스 격차 줄이는 데 힘쓸 것”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왜 중요한가. “정책 결정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기본에는 소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고 나서 펼쳤던 정책 가운데 도서관진흥법이 있었다. 소련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뼈아픈 실패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도서관 지원책을 생각한 발상이 놀라웠다. 독서와 도서관은 창의력을 키우는 기본 인프라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8년간 대학도서관장을 지냈다. 대학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예산과 인력이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가치는 교육과 연구에 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학도서관과 협력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속 기관별 도서관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쓰겠다. coral@seoul.co.kr ■서혜란 관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1985~2019)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위원(2004~2008)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2013~2014)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15~2017)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6기 위원(2018~2019)
  • [씨줄날줄] 면세점 수난시대/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면세점 수난시대/전경하 논설위원

    2015년은 ‘면세점 대전(大戰)’의 해였다. 관세청은 그해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대기업 2, 중소·중견기업 1) 3곳, 11월 면세특허권이 끝나는 대기업 면세점 3곳의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신규에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화갤러리아가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선정됐다. 11월의 롯데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으로, SK워커힐 특허는 신세계DF로 넘어갔다. 한화와 두산의 등장에 면세점 지형이 어떻게 변할까에 관심이 쏠렸다. 한화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끝냈다. 두산은 지난 29일 특허 반납을 결정해 서울 중구 두타몰면세점 영업을 내년 4월 말 끝낸다. 이 두 대기업은 특허 기간인 5년을 채우기도 전에 철수했거나 철수할 예정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탓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시장은 출혈 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면세점은 2013년 관세법 개정안에 따라 특허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던 기존 업체 특허는 만기에 재심사를 받아야 했다. 2015년 11월이 개정안이 적용된 첫 심사였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6년 4개가 더 생겼다. 감사원의 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규 특허 발급 지시가 경제수석실→기획재정부→관세청으로 전달됐다. 당시 관세청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시작으로 관광객이 줄어들자 2015년 외국인 관광객 통계 대신 2014년 통계를 신규 발급 근거로 썼다. ‘하명’받은 관세청은 2015년 두 번의 심사에서 롯데에 대한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깎아서 제시했다. 제대로 평가했더라면 두 번 다 롯데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2016년 6월 폐장했다가 2017년 1월 재개장했다.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정권에 뇌물을 주고 잃었던 특허를 재획득했다고 판단해 지난 17일 유죄를 확정했다. 현재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이 계속 영업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면세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 회수, 해외 명품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에 몇 년이 걸린다. 그래서 구매력 있는 사업자가 세계적으로 유리하다. 전문가들과 업계 지적에 2018년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 5년은 유지하되 대기업은 1회, 중소·중견기업은 2회 갱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대기업은 최대 10년, 중소·중견기업은 최대 15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데, 10~15년 하자고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 싶다. 정부는 다음달 서울 시내에 또 대기업 면세점 3개를 더 선정한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들도 두 손 든 면세점을 신청할 기업이 얼마나 될까. 경쟁률이 몹시 궁금하다.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법(法)과 겁(怯) 사이/박록삼 논설위원

    물(水)이 흘러가는(去) 대로, 즉 순리를 따르는 것이 법(法)이길 바랐다. 바람은 늘 배신이었다. 권력을 이용해 재벌 손목을 비틀어 정치자금을 뜯어내고, 뇌물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각각 ‘황제입원’, ‘자유로운 가택연금’으로 감옥 바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재판을 받고 있다. 코카인보다 환각성이 강한 마약 LSD를 밀반입한 전직 국회의원 딸은 구속되지 않았고,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현직 국회의원 아들도 구속되지 않았다. 국립대 시설을 사사롭게 사용하고 논문 포스터에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는 역시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도 검찰에 고발된 뒤 한 달이 넘었는데 조사받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관제시위를 주도한 이는 범죄 혐의가 드러났으나 구속되지 않았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도 경찰·검찰의 수사에 콧방귀만 뀌는 국회의원들도 득시글하다. 혹시 법(法)이 아니라 겁(怯:비겁하다, 무섭다)을 잘못 읽은 걸까. 아니면 원래 마음(心) 가는(去) 대로 하는 게 법인 걸까. 일관성 없는 법 집행으로 국민이 겁먹고 좌절하게 하는 것이 법의 존재 의미이자 실체적 역할인지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이러니 사법개혁의 요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법이 길을 잃는, 혼돈의 시대다.
  •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모임’이 연말을 재촉하는 때다. 송년회가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지 오래긴 해도 올 연말은 훨씬 더 당겨진 느낌이다. 북의 메시지 덕분일 것이다. 연일 ‘연말’과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연말이 단풍보다 먼저 왔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낼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사흘 지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등장해 “미국이 정상 간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뒤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타나 선대(先代)의 일을 비판하며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묘한 장면들이다.  적어도 연말까지 북이 미국에 뭘 바라는지는 세상이 알고 있다. 경제 제재를 풀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들은 북이 당장 바라는 건 제재 해제도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통치자금’ 해결이 더 시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묶인 통치자금을 쓸 수 없어 속태운 지 한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 추진 수류탄 3만개가 이집트로 수송되다 미 정보기관에 적발돼 압수된 적이 있는데, 이후 북한이 이집트에 대금 지급을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집트 외교부가 2017년 5월 작성했다는 보고서에서는 ‘북이 수류탄 수송의 구체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류탄은 2300만 달러어치였다.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의 30대 귀(貴)청년들이 베이징에 출몰하곤 했다. 북 정권 요인들의 2세들인데, 당시 서방은 그들 부친의 생사를 궁금해할 때였다. 뒤에 장성철과 일련의 요인들이 포연 속에 사라진 배후에 이들이 있었으며, 사라진 자들의 일부는 이들의 부친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동안 뜸하던 이들의 모습이 또 포착됐다. 이런저런 만남을 갖는 것이 당시에도 중국쪽 자금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해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금강산 개발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한 게 오버랩된다. 조 전 차관은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한 주민들이 너무 잘살게 돼도 안 된다. (유일 독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급하고 꼭 필요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니라 통치자금 해제라는 얘기로 들린다.  김정은이 지난해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올 신년사에서도 금강산 개발을 자신 있게 언급한 것은 미국과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통일사업꾼’ 사이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투자 얘기까지 오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로, 북은 ‘대체재’로의 선회 의사를 내비치려 한 것 같다. 단순히 금강산 투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계속 외면한다면 남은 선택은 중국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요약컨대, “‘교역, 무역’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돈’ 자체는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우회로’를 따져 물은 것이다.  통치자금 해제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전례가 있다. 과거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김정일의 자금을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풀어준 적이 있다. 미국계 은행을 한 번 거쳐야 결제망으로 연결되는데, 당시 미국계 씨티은행이 기겁을 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가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작은 은행으로 송금했다 한다.  북은 미국과의 테이블을 걷어차기에는 온 길이 너무 길고, 투자도 많이 했다. 북은 미국과 테이블에 앉을 때 조명도 받고 대우도 받고 그랬다. 미국도 알고 있다. 그래서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들 있다. 북한의 ‘연말 시한’ 협박이 공허하면서도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들이다.  북은 ‘어떻게’ 해야 ‘약간’이라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 대고 얘기했다지만, 그 ‘어떻게’는 우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고, ‘약간’이라는 양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변+알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파’는 ‘약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큰 것을 들어 올리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에 북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큰 관심을 가져도 모자랄 일인데, 그저 연말이 다가온다. 새해는 어떻게 올는지. jj@seoul.co.kr
  •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레깅스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됐다. 1심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 몰래 촬영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패션이 유행하면서 공공장소에서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비판과 패션의 자유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미국처럼 패션에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도 레깅스 논쟁은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레깅스를 입은 10대 여성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다. 지난 3월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사립대인 노트르담대학 신문에 레깅스 패션을 ‘노예 의상’이라고 비판하는 기고문이 실리자 일부 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을 자유’를 외치는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가 일상복이냐는 견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몰카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피사체의 당사자가 심히 불쾌감을 느꼈는데도 몰카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자칫 무분별한 촬영을 해도 괜찮다는 오해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여성의 특정 패션이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룩’,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겉옷을 착용하는 ‘란제리룩’, 아주 짧은 바지로 마치 하의를 입지 않은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내는 ‘하의 실종 패션’ 등이 유행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반복됐다. 최근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노브라 패션’도 유사한 논쟁을 빚었다. 과거 미니스커트를 과다 노출로 보고 경범죄처벌법으로 단죄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티팬티를 입은 남성이 커피숍을 휘젓고 다녀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성이 노출 많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이 몰카나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식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이다. 마음대로 옷 입을 자유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다만 시간과 장소, 시대 상황에 걸맞은 의상을 입는 배려 또한 남녀 구분 없이 필요하지 않을까.
  • [길섶에서] 내사랑/문소영 논설실장

    영화 ‘내사랑’을 최근 봤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으나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화가가 된 모드와 생선 장수 에버렛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영화는 그보다 한층 깊게 내려갔다. 행복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정도가 되겠다. 몸이 다소 불편한 20대의 모드는 얹혀살고 있던 이모와 갈등하고, 가정부를 찾는 생선 장수의 집으로 가 이른바 경제적 독립을 한다. 겨우 숙식만 제공받을 예정이었지만 모드는 주당 25센트를 지불하라고 뻔뻔하게 요구하고, 관철시킨다. 둘의 동거는 사실 기괴한데, 작은 집엔 침대가 하나밖에 없기에 연인도 아니고 결혼도 하지 않은 이들이 그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아원에서는 침대 하나에 여덟명이나 잤다는 에버렛의 주장이 수용됐다. 다 큰 성인들의 한 침대 생활엔 곧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때 모드는 똑 떨어지는 요구를 한다. 함께 잘 생각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에버렛은 그날은 망설이지만 결국 모드와 결혼한다. 모드가 방충망을 달아 달라고 요구하자 에버렛은 무시했지만, 오후에 방충망을 말없이 달아 주고 일터로 간다. 그림에 열중하는 모드를 위해 에버렛은 점차 집안일을 떠맡는다. 모드는 “사랑받았다”고 고백하지만, ‘내사랑’은 모드의 에버렛이 아니었을까.
  • [씨줄날줄] 백악관 상황실/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악관 상황실/전경하 논설위원

    2011년 5월 1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정의는 실현됐다”며 9·11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사살 장면이 생중계된 백악관 상황실 사진이 공개되면서 오바마의 모습이 다시 이목을 끌었다. 현장 작전팀과 교신하는 합통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마셜 웹 준장이 군복을 입고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었다. 최고 군 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은 폴로 티셔츠에 잠바를 입고 구석에 놓인 접이식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테이블 옆에 있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보다 지위가 낮아 보였다. 백악관 전속 사진작가 피트 수자가 촬영한 이 사진에 얼굴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사람은 13명.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모든 사람의 시선은 모니터 화면에 꽂혀 있었다. 백악관 상황실에는 여러 회의실이 있고 평상시에는 앉는 자리가 정해진 회의실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피트 수자는 빈라덴 사살 작전인 ‘넵튠의 창’을 보려고 안보팀이 작은 회의실로 옮겼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 자리를 골랐다고 사진설명에 썼다. 이날 100장 정도 찍었는데 방이 붐벼서 모두 구석에서 찍은 사진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진은 오마바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단히 다른 스타일’(AP통신)을 보여 준다. 백악관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상황실에서 지켜봤다며 공개한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6명이 앉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휘장을 뒤로한 채 한가운데 있고 참석자는 모두 양복이나 군복 정장 차림이다. 사람들 시선이 카메라를 향해 있어 꼭 기념사진 분위기다. 그래서 연출된 사진이라는 의혹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상황실 사진에서 뭘 보여 주고 싶었을까. 자신의 권력을 보여 주려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연 모양인데 언론은 군사상 공개하지 않아도 될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이다. 상황실 사진은 되레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과 비교되면서 뒷말만 무성하다. 지도자가 찍힌 사진 한 컷은 의미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그 작전 사진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기념’ 사진을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 사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면 저런 사진을 찍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찍히는 사람의 의도를 넘어서 본성을 드러내는 사진은 정직하다.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밤이 익는 밤/황수정 논설위원

    가을은 누구에게나 다른 향기로 익어 간다. 나의 시월은 엉덩이가 새까만 솥냄비, 매캐한 불내로 깊어 간다. 풀모기에 발목을 뜯겨 가며 누가 주워 왔던 것인지, 자루째 사들였던 것인지. 우리집 장독대의 됫박에는 눈부시게 물광이 나는 알밤이 이즈막 거의 날마다 소복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생밤을 안친 마당귀의 솥단지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다른 국솥들은 행여나 태워 먹을까 불단속에 종종걸음이던 엄마는 그 솥단지만은 밑이 그을려 구멍이 나든 말든 내버려 두셨다. 솥의 물이 졸아붙도록 모른 척하자면 퉁! 퉁! 기어이 알밤이 껍질째 터지고 말던 소리. 속이 터진 알밤에 솥뚜껑이 휘까닥 벗겨져 저만치 날아간 날도 있었다. 눈을 마주치며 식구들 웃음은 담장을 넘었고. 꺼멓게 그을리고 속이 터져도, 득의만만 깊어지던 그런 밤은 살면서 다시 왔던가 오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했던 것은 솥단지에서 잘 구워진 알밤이었는지, 솥단지를 태우며 잘도 깊어 가던 가을밤이었는지. 뜨거운 솥단지를 어디다 두고 나는 잊었는지. 멀쩡한 냄비 하나를 오늘은 작심하고 태워 먹는다. 생밤은 눌어 타고, 내 마음은 졸아 타고, 시월의 그믐밤은 간당간당 애가 타고. sjh@seoul.co.kr
  • KISDI,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AI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 개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오는 29일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AI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를 개최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및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 AI 기술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세미나에서는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리가 어떠한 전략을 설계하고, 어떠한 분야에 집중 투자가 필요한지, 그리고 법·제도적인 정비 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루어질 예정이다. 이윤근 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경쟁력 강화방안’을, 홍준성 구글코리아 디렉터가 ‘인공지능 비즈니스 사례 분석’을, 김정언 KISDI ICT전략실장이 ‘인공지능 법제도 및 윤리 정립 방안’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이수영 KAIST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되는 패널토론에는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 권헌영 고려대 교수, 김소영 KAIST 교수, 김영한 UCSD 교수(SK하이닉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윤심 삼성 SDS 부사장, 이광호 STEPI 연구위원, 이성환 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홈페이지(http://www.kisdi.re.kr) 및 온오프믹스(https://onoffmix.com/event/197471)에서 무료 사전등록을 통해 참여 가능하며, 당일 현장등록도 가능하다 성경륭 경사연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원천기술 수준과 기술기반 등 산업생태계 여건이 아직 부족하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인공지능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에서 한국이 약진할 수 있는 전략 방안 및 개선책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대희 원장은 “미래 산업의 향배는 AI의 경쟁력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인공지능이 다양한 영역에서 융합과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AI 시대로의 전환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유통업계 골리앗의 변신/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통업계 골리앗의 변신/장세훈 논설위원

    백화점 매장 배치에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녹아들어 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쇼핑에 몰입할 수 있도록 창문이나 시계를 두지 않는 건 상식처럼 간주된다. 여성 매장은 낮은 층, 남성 매장은 높은 층에 각각 배치하는 것도 남녀의 소비 성향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체류 시간을 늘리고 판매 효율을 높이기 위해 1층에는 화장실을 좀처럼 두지 않는다. 휴게시설 역시 최소화하고, 이를 마련하더라도 불편하게 디자인하는 데는 고객들을 더 많이 돌아다니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 있다. 하지만 국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이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던 ‘입점 공식’ 깨기에 나섰다. 서울 소공동 본점 여성의류 매장에 베이커리를, 강남점 리빙매장, 광명점 패션매장에는 카페를 각각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과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고 하니, 소비 패턴의 변화가 마케팅 기법까지 바꿔 놓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도 창사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수혈했다. 이른바 ‘순혈주의’를 깬 배경에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영업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있다.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 냈음에도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내실은 사라지고 허명만 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강자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액수를 놓고 보면 누가 다윗이고 누가 골리앗인지 모호해졌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등 무점포 소매업종 판매액은 1년 전보다 15% 늘어난 70조 4261억원으로 백화점·대형마트 판매액을 앞질렀다.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데다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탓에 ‘승자독식’을 노린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심화한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 판매는 전년 같은 달 대비 4.1% 증가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가 느는 데 물가가 떨어지는 기현상을 낳는 배경에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출혈경쟁이 한몫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기는 오프라인 업체는 물론 온라인 업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비용은 낮아지고 혜택은 늘어나니 달가운 경쟁이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승자독식이 아닌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지려면 선수(유통업체) 못지않게 심판(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통시장은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판매 규제에만 쏠려 있는 건 아닌지부터 따져 봐야 할 일이다. shjang@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왜…”

    [그때의 사회면]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왜…”

    1964년 5월 20일 밤 서울 마포의 어느 만홧가게가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2층에서 프로레슬링 경기를 구경하던 어린이 80여명 중 19명이 다쳤다(경향신문 1964년 5월 21일자). 1960년대에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을 TV 앞에 끌어모은 최고의 스포츠였다. 박치기왕 김일이 스승 역도산이 사망한 다음해인 1964년 일본에서 귀국, 한국 헤비급 챔피언인 장영철과 함께 레슬링 붐을 일으키자 이 과격한 ‘서양 씨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TV가 보급되던 때에 맞춰 등장한 거구들의 육탄전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막 정권을 잡은 박정희도 마니아가 됐다. 일본에 있던 김일을 부른 이도 박정희였다. 박정희는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를 이기자 “거, 쇠고기 값이라도 좀 줘서 격려해 주라”며 기뻐했다고 한다(동아일보 1964년 2월 15일자). 그러다 보니 청와대가 “높은 분이 본다”며 레슬링 중계를 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프로레슬링은 쇼 논쟁에 휘말렸다. “벽돌을 두서너 장씩 거뜬하게 부수는 억센 힘 앞에 견디기 어렵다는 것은 레슬러 자신들도 시인하고 있다. 결국 프로레슬링은 승부를 가리기보다는 관중들에게 좀더 흥미를 갖도록 시합을….”(경향신문 1964년 2월 18일자) 진실은 1965년 11월 25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회에서 드러났다. 장영철이 일본 오쿠마와 1대1을 만든 다음 마지막 날에 오쿠마가 져 주기로 약속했는데 오쿠마는 질 생각이 없었는지 계속 ‘새우꺾기’ 공격을 했다. 그러자 링 밖에 있던 장영철의 제자들이 뛰어들어 오쿠마에게 뭇매를 가했다. 경찰이 출동해 제자들을 연행해 조사했고 한 명은 구속됐다(동아일보 1965년 11월 29일자). 조사 과정에서 프로레슬링에 각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장영철은 “레슬링은 쇼다”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한다. 프로레슬링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1970년대에 부활했다. 김일은 일본의 이노키와 양국을 오가며 진검승부를 벌여 쇼 논쟁을 불식시켰다. 거기에도 박정희의 지원이 있었다. 박정희는 김일을 위해 ‘하사금’을 내려 문화체육관(김일체육관)을 지어 주었다. 김일도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두환은 프로레슬링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전두환은 프로레슬링 중계를 보던 박정희에게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뭐 하러 보십니까”고 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고 한다(‘월간조선’ 2005년 10월호). 이런 이유로 프로레슬링은 1980년대 전두환이 집권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단풍지도/이종락 논설위원

    어느덧 10월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단풍지도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일본 니코에 갔다가 게곤 폭포와 주젠지 호수에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고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꽃단장한 우리의 산하도 둘러보겠다고 다짐한 게 계기가 됐다. 1주일 전 오대산과 설악산에서 절정이었던 단풍은 어느새 수도권까지 남하했다. 지난 주말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에 걸쳐 있는 월악산에 다녀왔다. “올해는 태풍이 잦고 비가 많이 와 단풍이 예년보다 덜 곱게 폈다”는 월악산 국립공원 직원의 아쉬움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카메라에 잔뜩 담아 왔다. 전문가에 따르면 1997년 전후로 온난화 탓에 세계의 단풍 시작일이 4~7일 늦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단풍 절정기가 어릴 때보다 자꾸 뒤로 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북한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날이다. 11월 초까지 단풍이 서울 일대를 수놓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북한산 산행에 나서야겠다. 북한산 단풍은 내장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수려한 암봉과 어우러진 은은한 단풍이 매력적이다. 숨은벽 능선에서 바라보는 원효능선, 숨은벽, 설교벽 사이의 계곡 단풍은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중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절경이다. jrlee@seoul.co.kr
  • [이지운의 시시콜콜]전문직으로서의 기자직

    기자가 전문직인가 하는 데에는 여러 의견이 있다. 전문직은 대개 해당 직종에 진입할 때 일정한 장벽이 있다. 자격증 시험이 대표적인데, 미국 변호사 시험을 난간이나 빗장같은 의미를 가진 ‘바’(bar exam)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에 한 때 ‘기자 고시’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기자직에 고시가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개별 언론사가 저마다 시험을 치러 필요한 인력을 채울 뿐이다. 또한 전문직은 대개 ‘갱신’이라는 절차를 두고 있다. 일정기간이 지나 여전히 자격에 부합하는 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기자는 수십년을 해도 그런 게 없다. 다만 전문직에 필요한 일정한 직업윤리와 관련 지식, 경험 등이 기자직에도 요구된다는 점에서 기자를 전문직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 것 같다. 전문직군이 가지는 ‘희소성’이 기자직에도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언론사가 넘쳐나고 ‘사이비 언론’이 기승을 부려 그 폐해가 사회적 문제가 될 때면 기자도 시험을 치러 자격증을 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그런 폐해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통해 정화돼야 한다는 당위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기자의 업무 영역 즉, 기사의 대상과 범위가 사회 전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기자에 필요한 능력과 자격’을 특정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도 있다. ‘제4부’라 부를 만큼 중요하고 막강한 힘이 있다하니 무슨 자율적인 ‘협회’에 맡기기 곤란할 테고, ‘권위’로부터 최대한 멀어져야 기본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종이다보니 국가가 맡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도 중국에서는 기자도 점점 ‘전문직’화 되어가는 듯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의 최근 보도에, 중국 기자들은 5년에 한번씩 기자증을 갱신해야 한다고 한다. 앞서 2014년부터 기자윤리 등을 묻는 시험이 의무화됐다.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을 당원들에게 학습시키기 위해 ‘학습강국(學習强國)’이라는 교육앱을 개발했는데, 시험에는 이것이 활용된다. 앱에 공개돼 있는 연습문제에는 시 주석의 발언과 당의 사상으로 어떤 게 맞는지 고르라거나, 시 주석의 정치이념인 ‘시진핑 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특징과 우수한 점을 고르라 등의 문제가 있다. 시험의 목적은 “규율에 따르려는 기자의 자각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한국 언론사에는 ‘지사(志士)형 언론인상’이란 게 분명히 각인되어 있다. 신문의 역사가 시작된 구한말과 일제시대, 기자직에 상당한 압력과 위험이 따랐기 때문에 ‘우국지사’적 열정이 아니면 기자직을 수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883년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 ‘한성순보’ 이래 1896년 ‘독립신문’, 1898년 ‘제국신문’, 1898 ‘황성신문’, 1904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와 이후 동아일보, 조선일보까지 애국계몽운동이 민간에 전달되는 매개로서 신문의 역할이 컸다. 기자직이 전문직으로 규정되고 말고가 뭐가 중요할까. 전문직에 요구되는 직업윤리와 전문성이 있느냐가 문제다. 논설위원 jj@seoul.co.kr
  • [씨줄날줄] 북미 친서와 두 유훈(遺訓)/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북미 친서와 두 유훈(遺訓)/이지운 논설위원

    현 국면에서의 북미 외교는 친서(親書)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관계 개선에 고비를 겪을 때마다 친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들려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아본 뒤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했다. 뒤이어 그해 7월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가방에도 김 위원장의 친서가 들어 있었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빈손’ 논란이 일었던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친서를 보낸 일을 공개하며 협상의 끈을 이어갔다.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의 물꼬를 튼 것도, 3차 정상회담의 기대를 높인 것도 친서였다. 두 정상들이 몇 차례나 친서를 교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친서 전달 사실은 대내외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에 내보낸 적이 있다. 공개된 10차례 서신 교환 외에, 지난 8월에는 김 위원장이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중순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평양 초청 의사가 담긴 비공개 친서를 보냈다는 기사도 나왔다. 친서 공개는 ‘티저 광고’와 비슷하다. “김 위원장의 3쪽짜리 아름다운 친서(트럼프)”라거나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해볼 것(김정은)”이라는 식이다. 친서에 무슨 결정적인 조건이나 내용이 담기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시간이 지나 공개된 ‘세기의 친서’들이 그랬다.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성의 정도를 담곤 했다. 친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어느 나라든 고위당국자들이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트럼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한 전기 작가에게 했다는 말이 이목을 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가 그에게 핵은 유일한 안전 보장 수단이니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인데, 김 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면서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보도는 이 ‘새로운 유훈’이 친서에 직접 담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이라는 ‘알려진 유훈’과 충돌을 일으킨다. 이어 쿠슈너는 “그래서 쉽지 않은 전환”이라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길 만하다. 어떤 유훈을 담았는지에 따라 친서가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 jj@seoul.co.kr
  • [길섶에서] 친절한 맛집/이순녀 논설위원

    맛집이란 소문 듣고 찾아갔다가 기분 상하는 일이 간혹 있다. 음식은 맛있어도 주인이나 직원의 태도가 눈에 띄게 불친절한 경우다. 반찬 더 달라는 요청은 들은 척도 않다가 숟가락 놓기 무섭게 후다닥 달려와 상을 치운다거나, 묻지도 않고 타인을 합석시킬 때 당황스럽다. 언제나 손님이 넘치는 맛집이니 그쯤은 감수해도 된다고 여기는 걸까. ‘불친절한 맛집’의 기원은 아마도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일 게다. 국밥과 욕을 함께 먹으면서도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마음이 뜨듯해지는 건 질펀한 욕에 실린 할머니의 속정이 느껴져서다. 최근 배우 김수미씨가 욕쟁이 할머니로 출연하는 음식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도 그런 향수를 지닌 이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불친절한 맛집은 이처럼 주인과 식객 사이에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며칠 전 서대문의 어느 맛집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가게 안은 만석이고 문밖에 긴 줄까지 있는데도, 직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손님 응대에 최선을 다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참 친절하시다”는 인사말을 건넬 만큼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손님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우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서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는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아파트 통매각/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파트 통매각/장세훈 논설위원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분양 통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통매각 제도는 미분양 해소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2011년 도입됐다. 2015년부터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도 적용됐다.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했다. 하지만 현재의 논란은 제도 도입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분 364가구를 8000억원에 넘긴다는 목표다.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용 지역 지정 전에 처분하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는 가격 제한이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합은 통매각으로 6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임대사업자는 8년 임대 후 1억원 안팎의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국 재건축·재개발조합 120여곳의 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도 최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 청원서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임대주택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고, ‘로또 분양’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라는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손놓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규제의 틈새를 활용해 분양 수익을 챙기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통매각을 추진하는 재건축 조합장들에게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고,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통매각을 포기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뛰어든 건설사들의 제안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3.3㎡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조합원 분양가 3500만원’을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임대주택 모두를 자회사를 통해 사들이는 방식으로 ‘임대 아파트 제로(0)’를 내걸었다. 법적 자문을 거쳤다지만 재개발 사업에서 공급 주택의 20%까지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서울시 조례를 위반할 소지도 있다. 재개발·재건축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려는 조합과 건설사, 이를 차단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개발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이다.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들을 소외시키는 ‘그들만의 수싸움’이 돼선 안 된다. shjang@seoul.co.kr
  • [길섶에서] 모래도 말해 주는 것/이지운 논설위원

    “거기는 물도 사 먹더라”는 말도 황당했지만, “우리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예언은 더 어이없는 것이었다. 선진국 시찰을 다녀오신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견문기에 반(班) 전체가 “우~” 하고 반응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물을 사 먹게 되면서 80년대 그 교실을 떠올리곤 했다. 산소까지 사 마시게 될 거라 했는데, 깨끗한 공기에 쏟아붓는 세금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미 일정량 돈을 지불해 온 셈이다. 공기처럼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자유재(自由財)라 하고, 물 같은 것은 환경오염 등으로 희소성이 증가해 경제재(經濟財)로 바뀌기도 한다지만, 이제 수정할 때가 됐다. 한데, 모래가 유한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다. 모래, ‘0.0625~2㎜의 단단한 알갱이’의 개수가 750경(京)쯤 된다지만, 건설용으로 연간 수백억t씩 써 대면 앞으로 100년이 못 되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막 모래는 알갱이가 너무 둥글어 건설용으로는 쓸 수 없다고 한다. 넘쳐 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들이쉴 만한 공기와 마실 만한 물은 적은 것과 같은 이치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현대는 ‘모래성’이었다. 모래 없는 건축물은 없으니까. 유리도, 반도체도 모래에서 태어났다. 물·공기에 이어 모래가,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음을 알려 준다. jj@seoul.co.kr
  • [인사] 한국환경공단, 전주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 한국환경공단 ◇ 임용(별정직이사대우) △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 임규영 ◇ 승진(1급) △ 경영지원처장 전준희 △ 기후변화대응처장 이선우 △ 환경시설처장 류종대 △ 상하수도시설처장 김대갑 ◇ 승진(2급) △ 물환경관리처 수질관제부장 박민서 △ 물환경관리처 생태독성관리부장 노동주 △ 자원순환처 순환자원인정부장 박현규 △ 대구경북지역본부 환경관리처 수질관리2부장 오재일 △ 수도통합운영센터 평창수도사업소장 김만중 ■ 전주시 ◇ 5급 승진 △ 생태도시계획과 한중희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 연구 부원장 김종덕 △ 경영 부원장 겸 기획조정본부장 김우호 △ 정책동향연구본부장 겸 해양수산균형발전연구센터장 이성우 △ 항만·물류연구본부장 최상희 △ 항만·물류연구본부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 이언경 ■ 광주매일신문 ◇ 승진 △ 박준수 부사장·전남총괄본부장 △ 이경수 전무이사·사업본부장 △ 박상원 상무이사·광주매일TV본부장 △ 김경윤 상무이사·마케팅본부장 △ 박민우 업무국 국장 △ 김정민 편집부 부국장 △ 주호진 사업부 부국장 △ 김태진 편집부 부국장대우 △ 오지원 경영지원국 부장 △ 임채만 정치부 부장대우 △ 김충식 광주매일TV 부장대우 △ 천두연 경영지원국 부장대우 △ 정해선 지역특집부 국장(목포) △ 이봉영 국장(영암) △ 김영수 부장(나주) △ 이병철 부장(화순) △ 신재현 부장(함평) △ 김동규 부장(영광) △ 손일갑 부장(목포) △ 이성구 부장(구례) △ 전양태 부장(무안) △ 임병언 부장(보성) ◇ 부서 및 보직변경 △ 정진탄 논설실장 △ 김종민 정치부 국장대우 △ 최권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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