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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동종·근친 교배의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동종·근친 교배의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윤석열 시대를 여는 첫 단추부터 꼬이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론에서는 ‘서울대 출신의 60대 영남 인사’(서육남)로 요약되는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념과 진영을 떠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한 윤 당선인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절친과 후배, 지인 등이 주축이 된 ‘이너 서클’이 내각으로 직행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인선을 거부하고 ‘실력과 능력’을 앞세운 윤 당선인의 인사 기준도 물론 존중받아야 한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책임내각을 구현할 총리·장관 인선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임이 틀림없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인사에는 늘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 인선의 면면을 보면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윤 당선인이 가장 아끼는 검찰 후배다. 법무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무시할 정도로 고락을 함께한 ‘전우’에 가깝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상민 변호사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사석에서 ‘영세 형’이라고 부를 정도다.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윤 당선인이 대구 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수시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던 ‘절친’이라고 한다. ‘코드·편중 인사’도 나름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같은 가치와 정서를 공유하는 인물들이 국정을 운영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책임 의식도 강해진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우리가 남이가’로 통하는 진영 논리가 극대화되는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국회 권력을 장악한 뒤 폭주를 거듭하다 정권을 내 준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가 사라진 국정 운용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유행어를 만든 김영삼(YS)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아픔을 기억한다. 이른바 경기고ㆍ서울대(KS) 학연과 부산ㆍ경남(PK) 지연으로 뭉친 당시 재경원 모피아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파국으로 몰아갔는지 국민들은 또렷이 목도했다. 밀어주고 당겨주며 요직을 독차지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왜곡까지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IMF 사태 직전에야 우리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크게 노했다는 증언도 있다. 공직사회의 편중·코드 인사는 자연 생태계의 동종 교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1970~80년대 들녘마다 울려 퍼졌던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그친 이유다. 능력(?)이 출중해 생태계를 장악했던 황소개구리는 동종·근친 교배를 반복하면서 적응력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지금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편중·코드 인사는 단기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 요소가 많다. 균형과 견제의 룰이 깨지면서 끼리끼리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자신들의 이권 보호에 열을 올린다. 기회의 공정성이 사라지니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공직사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파국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사’라는 멍에를 짊어졌다. 첫 조각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정도로 국민들의 불신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때 황교안 전 총리를 제외하고 의전 서열 5위까지 영남 출신으로 채웠던 시기도 있었다. 두 전 대통령 모두 ‘능력과 실력 위주의 인사’라고 항변했던 기억이 새롭다. 포용 대신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토대로 코드인사로 얼룩졌던 문재인 정부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 당선인의 첫 인선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요체인 ‘통합과 공존’의 가치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 [씨줄날줄] 제노사이드/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제노사이드/임병선 논설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단언한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단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발을 뺐다. 제노사이드는 나치 독일이 1940년대 유대인에게 행한 것처럼 특정 집단을 없애 버릴 목적으로 저질러진 대량 살육을 의미하는데, 법적으로 파고들면 상당히 복잡하다. 1943년 폴란드계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킨이 그리스 단어 ‘genos’(인종이나 종족)와 라틴 단어 ‘cide’(죽이다)를 조합했다.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형제만 빼고 온 가족이 홀로코스트에 스러지는 것을 목격한 렘킨이 국제법의 범죄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다. 1948년 12월 유엔 제노사이드협약으로 채택돼 1951년 1월 발효됐다. 20세기의 제노사이드는 홀로코스트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915~20년 오스만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80만명의 투치족과 후투족이 희생된 1994년 르완다 사태를 꼽는 이도 있다. 옛유고연방 국제형사재판소(ICTY)는 1995년 보스니아에서의 무슬림 7000명 학살도 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옛소련이 1932~33년 우크라이나를 기근으로 몰아넣은 일, 19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 1970년대 캄보디아 크메르루주의 170만명 살육을 꼽는 이도 있다. 협약에 의거해 단죄받은 이는 아주 적다. 1998년 르완다의 후투족 마을 대표 잔 폴 아카예수를 비롯해 85명, 2001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장군이었던 라디슬라프 크르스티치, 6년 뒤 ‘발칸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 등이 있다. 크르스티치는 자신이 학살 명령을 내린 7000명이 제노사이드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하찮은” 숫자라고 항소했다. 1970년대 크메르루주 학살을 주도한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이 단죄받은 것이 2018년이었을 정도로 정의는 늦게 구현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가장 빨리 확실하게 단죄할 수 있는 죄목은 80년 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에게 적용된 ‘침략의 범죄’라고 지적하는 국제법 전문가도 있다. 카틴 숲의 학살 등 숱한 악행을 은폐한 옛소련이 이 법리를 수립하고 이를 관철시켜 심판 노릇을 했는데, 이제 푸틴을 겨냥해 쓰일지 모른다.
  • [길섶에서] 문자공해/김성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문자공해/김성수 논설위원

    ‘고객님의 △△교육감 ×××이 배송되었습니다. 인수: 문앞.’ 문자에 링크된 주소를 따라 들어가 보니 교육감에 출마했다는 얘기다. 아는 사람이었나? 일면식도 없다. 그런데 왜?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탓인 듯하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문자를 많게는 하루 4~5건씩 받는다. 3월 대선 땐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면 이번엔 문자다. 시장, 도지사, 교육감, 구청장 등 분야도 다양하다.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고시 패스 경력이나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던 이력을 앞세우는 건 기본이다. 후보 적합도 조사를 하니 전화가 오면 꼭 선택해 달라는 부탁도 한다. 여러 번 떨어졌으니 이번만큼은 꼭 찍어 달라는 ‘읍소형’도 있다. 다 사정이 있겠지만 문자를 받는 쪽에서는 스트레스다. 안타까운 건 지금껏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모두 지방 아니면 다른 지역 구청장으로 출마해 나는 투표권도 없다는 거다. 이런 사정은 알고 문자를 보낸 걸까.
  • 김정은,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히’ 에 새집 선물

    김정은,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히’ 에 새집 선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110회 생일(4월 15일·태양절)을 앞두고 새로 조성된 평양 고급 주택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준공식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리일환 선전선동비서, 김영환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리히용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뜻깊은 태양절을 계기로 위대한 수령님의 숨결과 체취가 어려 있는 터전에 일떠선 인민의 호화 주택구를 준공하고 보니 수령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오늘 우리 수령님께서 자신의 저택이 철거된 대신 그 뜰 안에 애국자, 공로자들의 행복 넘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아시면 만족해하실 것”이라며 “한생토록 그처럼 사랑하신 인민을 따뜻이 품어 안으신 것 같아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 이어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인 리춘히(79)에게 복층 구조의 경루동 7호동 새집을 선사했다. 김 위원장은 “꽃나이 처녀 시절부터 50여년간 당이 안겨준 혁명의 마이크와 함께 고결한 삶을 수놓아온 리춘히 방송원과 같은 나라의 보배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다”며 “80 고개를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 시절의 기백과 열정으로 우리 당의 목소리, 주체 조선의 목소리를 만방에 울려가고 있다”고 격려했다. 1971년 아나운서에 데뷔한 리춘히는 김일성상과 김정일표창 등 북한의 주요 상을 휩쓸었고 북한 아나운서의 최고 영예인 ‘인민방송원’과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리 아나운서 뿐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위상의 최성원 아나운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정론을 주로 집필하는 동태관 논설위원 등 김정은 체제 선전에 앞장서는 ‘나팔수’들이 이날 새집을 받았다. 그는 공식 집권 10년째 되던 날인 지난 11일엔 평양 송화거리 준공식에 참석했다. 송화거리는 ‘매년 평양 1만호’ 계획의 첫 삽을 뜬 곳이다. 북한은 지난 2월부터는 화성지구에서 새로운 1만호 건설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이 대규모 주택 공급에 힘을 쏟는 것은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평양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에 있는 리춘히(분홍색 상의) 조선중앙TV 아나운서의 새집에서 리춘히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씨줄날줄] 6070의 인터넷/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6070의 인터넷/박현갑 논설위원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자를 ‘베이비붐세대’라 부른다. 현재 60대 대부분이 베이비부머들이다. 이들은 한국전쟁으로 붕괴된 국가 경제를 일으키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땀을 흘린 산업 역군들이었다. 가족주의와 가부장제 유산 속에서 부모 공양과 자녀 교육에 헌신하느라 자신은 돌보지 않고 ‘헝그리 정신’으로 버텨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에게 놀이와 안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60대 이상 고령자는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를 충당하는 요소 중 일과 직업 비중은 줄고 자녀 도움이나 국가의 보조 비중이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 부족으로 60세 전후에 퇴직하고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홀로서기해야 한다.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1203만 4000명) 중 생활비를 본인 스스로 번다는 비중은 57.7%로 2015년(49.7%)에 비해 8% 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자식 세대인 2030으로부터 세상물정 모르는 ‘꼰대’로 취급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1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6070은 마음만큼은 ‘젊은 아재’다. 6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 증가가 돋보인다. 5년간 추이를 보면 60대는 12.0% 포인트, 70대 이상은 17.9% 포인트 증가했다. 자식 세대인 2030처럼 디지털 세상살이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특히 60대 이상은 여가와 소통을 위한 동영상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두드러졌다.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인데, 젊은이처럼 정서적 외로움이나 소외를 SNS를 통해 벗어나려는 욕구도 강하다. 60대의 인터넷쇼핑 이용률도 전년보다 9.8% 포인트 늘어나 전 연령층의 평균 증가폭(3.8% 포인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월평균 인터넷쇼핑 구매 비용은 평균(17만 292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대(15만 5946원)와는 큰 차이가 없는 13만 1803원이었다. 꼰대들도 정보화된 세상살이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노인들의 눈과 귀가 돼 마음만이라도 풍성한 노년기의 벗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길섶에서] 공감과 적의/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공감과 적의/오일만 논설위원

    공감이란 타인의 내면을 지각하는 능력이다. 원시 수렵시대 무리 생활에서 협력을 통해 목숨을 보전했던 인류의 생존 전략이다. 적대감 역시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오롯이 우리의 DNA로 전달된 유전자다. 현대 과학이 풀어낸 뇌의 비밀 가운데 하나는 공감과 적의감 모두 같은 뇌 회로에서 반응한다는 점이다. 혹독한 수렵채취 시대, 무리 내의 협동이 필수적이지만 반대로 빈번한 다른 무리와의 싸움에서 가혹한 적의를 갖춰야 생존에 유리했다는 추측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부족 내부에서 긴밀하게 협동할수록 적에 대한 공격성은 더욱 가혹했다. 원시시대 남성 중 여덟의 하나가 부족 간의 싸움 끝에 목숨을 잃었다는 연구도 있다. 가장 잔혹한 전쟁의 시기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목도하면서 잔인한 폭력성과 야만성이 우리 인류의 내재된 특성이 아닐까 곱씹어 본다.
  • [길섶에서] 7일간의 수인생활/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7일간의 수인생활/박현갑 논설위원

    창밖 풍경이 새로웠다. 늘 보던 모습이지만 달리는 차량이나 행인들이 부러웠다. 이동 자유의 소중함을 재확인했다. 코로나 덕분이다. 확진돼 일주일간 격리를 했다. 정확히는 방 격리였다. 거실 출입은 봉쇄되고 화장실도 따로 사용해야 했다. 죄수복만 입지 않았다뿐이지 7일간의 수인생활이나 다름없었다. 코로나로 이동 자유는 제한됐으나 사고의 폭은 오히려 더 커진 기분이다. 푸른 하늘 아래 유유자적하며 흙길을 걷든, 가로등 불빛 아래 보도블록 위를 휘청거리든 다닐 수 있다는 건 축복임을 깨달았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격리지만 당연시했던 소중함을 되돌아본 계기였다. 매 끼니 식사를 챙기느라 수고한 아내를 마음으로나마 보듬어 본다. 흐드러진 안양천 벚꽃터널은 꽃비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도 사라지면 좋겠다. 가는 시간 속에 삶은 다시 젊어지기 어렵지만 마음만 밝게 하면 웃음꽃은 늘 피울 수 있을 게다. 내년 벚꽃길에 코로나가 다시 찾아온다 해도 말이다.
  • [진경호 칼럼] 송영길, 비루하다/수석논설위원

    [진경호 칼럼] 송영길, 비루하다/수석논설위원

    대학 1학년 말, 짱돌을 내려놨다. 선배들이 건넨 운동권 바이블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이 여러 구석에서 눈에 걸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질문과 이견을 불허하는 선배들의 독선에 숨이 막혔다. 군사독재 타도, 민주화를 외치는데 정작 하는 행동은 군부정권을 빼박았고 민주하고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까라면 까!’라는 윽박으로 자기 모순과 무지, 위선을 덮었다. 군사정권 타도라는 대의 앞에서 말바꾸기, 언행 불일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를 삼는 게 문제였다. 엄혹했던 1980년대 중반, 잘나가던 학생 운동권 지도부가 김민석, 송영길, 우상호, 윤호중 등등이다. 대학 캠퍼스 잔디밭에 ‘백골단’ 수백이 죽치고, 걸핏하면 최루탄이 강의실로 날아들던 그때, 이들은 ‘구국의 영웅’이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등을 꿰차고 앉아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나 스크럼 맨 앞줄에서 짱돌 하나라도 던져 본 586들은 안다. 그들은 앞장선 게 아니라 앞세워졌다는 것, 그들 뒤에 정말 투쟁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따로 있다는 것, 대개의 586들은 기억한다. 1987년 6·29 선언과 함께 찾아온 민주화는 ‘잡혀 가도 좋을 간판들’이 이뤄 낸 게 아니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있었고, 이들로 표상되는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있었고, 민중의 분노가 있었다. 아무려나 민주화 시대가 열리고 제정구, 이부영 등 유신독재 타도 대열에 섰던 선배들을 뒤따라 정치권에 발을 디딘 ‘386’ 학생운동 세력들은 민주화 투쟁으로 잠깐 투옥됐던 이력을 대체불가 훈장 삼아 벼슬을 얻었고, 권력이 됐다. 지난 20여년 여의도 국회 주변에 옹골차게 서식하며 국회의원도 되고, 장관도 되고, 도지사와 시장, 집권여당 대표도 됐다. 민주화 투쟁세는 대체 얼마여야 하나. 그들 가슴에 단 훈장은 유효기간이 어떠하길래 87년 이후 정권이 네 번 바뀌고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었는데도 이 나라 정치의 주역을 자임할 수 있는가. 기득권이 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타도 대상을 찾아 국민을 갈라치고, 40년 전 학생운동 시절 익힌 조직보위론에 여태 포박된 채 부끄러움 모르는 내로남불을 시전하며 미래세대 가슴에 멍을 안기나. 배우고 익힌 전문성도 없는 터에 무슨 장관에 앉아 청와대 하명에 맞춰 집값을 두 배로 높이고 청년들을 거리로 내모는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사표는 586정치가 끝장나야 할 사유서다. 출마하지 않겠다는 건 총선이지 지방선거가 아니었노라고 할 텐가. 불출마한다니까 정말 불출마하는 줄 알더라고 할 텐가.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온 국민 앞에 비장한 얼굴로 내놓은 말을 이렇게 버젓이 주워 먹어도 되는 것인가. 송영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누가 나오든 지는 선거”라고 반박했다. 어차피 질 선거, 자신이 져주겠다니 이 무슨 거룩한 희생 정신인가. 이 무슨 너절한 패배의식인가. 질 선거라 자신이 나서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나서기에 지는 선거다. 지난 대선, 야당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송영길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전 후보는 군색하게나마 정치교체를 읊조렸다. 송영길은 586 용퇴도 주창했다. 진심이든 아니든 옳은 말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병든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당을 혁신하겠다며 영입한 26세 청년 정치인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송영길을 보는 심정이 어떠할지 사뭇 궁금하다. 아니 “민주당의 변화가 가능한 것인지 묻게 된다”는 청년 박지현의 깊은 한숨을 40년 전 청년 송영길은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을지 더 궁금하다. ‘검수완박’ 논란의 와중에 송영길은 “검찰보다 경찰이 권력을 잘 따르지 않겠나”라고 했다. 제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지경에 다다랐다. 586 운동권, 너무 많이 왔다. 밀려나지 말자. 물러나자. 학생운동의 훈장만은 더럽히지 말자.
  • [씨줄날줄] 한반도에 온 美 항모/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반도에 온 美 항모/오일만 논설위원

    항공모함은 미국 군사력의 상징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은 자국이나 동맹의 이익과 직결된 분쟁 지역에 항모를 보내 미국의 힘을 과시하곤 한다. 미 항모에는 최첨단 70대 안팎의 전투기가 탑재돼 있고 6000여명에 달하는 승무원들이 생활한다. 원자로와 터빈, 이착륙 장치, 레이더·무기 통제 시스템, 비행기 격납과 정비를 위한 각종 시설물이 구비돼 있다.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을 능가하는 전력이다. ‘바다에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이유다. 항모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항모를 주축으로 구성된 항모강습단은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의 핵심 전력을 거느린다. 독자적으로 대공, 대함, 대지 공격 등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항모는 모두 11척이고 태평양 지역에 2척의 항모가 작전을 수행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항모 1척을 운용하는 데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된다. 얼추 잡아도 하루 10억원에 가까운 돈이지만 이지스함 등 항모 전단까지 합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반도에도 미 항모는 자주 나타났다. 항모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한미 대응 전력이다. 항모 같은 전략자산으로 단시간에 평양을 타격할 수 있어 북한에는 공포 그 자체다.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 만행 사건’ 당시 북한의 대규모 공격에 대비해 미드웨이급 항공모함 3척을 서해 해상에 배치했다.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있었던 2017년 11월 미 항모가 한반도 해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동해 공해상에 진입했다.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에 맞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경고 차원이다. 링컨호의 동해 진입은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훈련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과 맞물려 주목된다. 링컨호는 유사시 동해에서 30분 이내에 북한 전역의 표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 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미 항모가 등장한다. 북한 도발에는 단호한 대처가 불가피하지만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못하도록 위기를 관리하는 외교 능력도 필요하다.
  • 박현갑의 뉴스아이 : 사각지대 속 임차인 권리보호, 등기 혁신으로 풀자

    박현갑의 뉴스아이 : 사각지대 속 임차인 권리보호, 등기 혁신으로 풀자

    “경기도로 이사 왔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사는 건물이 깡통 전세(매매가 3억원에 전세임차액 3억 3000만원)이기도 하고, 나갈 때 문제가 생기면 100% 당하는 입장일 것 같아 불안한 상태입니다.ㅠㅠ” 4월 초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입자의 하소연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임대차3법 등 부동산 정책의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이처럼 깡통 전세 피해를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깡통 전세는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매가와 비슷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주택을 말한다. 무주택 서민들의 공포감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소송 건수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환보증 가입과 사고피해액 모두 늘어나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임차인이 보증료를 내고 가입하면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보증회사가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서울보증보험공사(SIG),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3곳에서 운용하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는 전년(17만 9374건)보다 29.4% 증가한 23만 2150건이다. 가입금액은 51조 5508억원으로 전년(37조 2595억)보다 38.4% 늘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공사가 임차인에게 대신 돌려주는 금액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2016년 26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36억원으로 급증 추세다. 게다가 공사가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었으나 집주인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지연되면서 회수 못 한 금액은 지난 3월 현재 7449억원이나 된다. 임대차보증금 분쟁으로 인한 소송도 여전하다. 2010년 1심 7025건, 2심 1103건, 3심 175건에서 지난해에는 5114건, 785건, 158건으로 감소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입법조사관은 “재판까지 갔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민법상 계약인 부동산거래에 법적 분쟁 요인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정부의 임차인 권리보호의 한계 이 같은 현실은 정부의 임차인 권리 강화 조치에 허점이 많음을 보여 준다. 정부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고쳐 2020년 12월 10일부터 임대주택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 지난해 8월 18일부터는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임대주택에 대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지난 1월 15일부터는 이를 어기면 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서 주택업무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수도권의 경우 웬만하면 전세보증금이 억대인 상황에서 500만원 과태료 부과로는 제재의 실익이 없다”고 말한다. 소액보증금에 대한 최우선 변제조치도 있으나 제한적인 효과뿐이다. 임차보증금이 최대 1억 5000만원 이하(서울)에서 최소 6000만원 이하(기타 지역)가 돼야 다른 담보물권에 우선해 최소 2000만원(기타 지역)에서 5000만원(서울)을 변제받는다. 지난 2월 현재 서울의 중위 주택 전세가격이 3억 8000만원을 넘었다. 이런 실정에서 대다수 임차인들에게 최우선 변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세입자 절반 이상이 보증의무 없는 주택서 거주 가장 큰 맹점은 무주택 서민들이 임대사업자가 내놓은 부동산에서만 거주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2092만 7000가구)의 36.5%인 763만 9000가구가 보증금을 내고 전세나 월세로 산다. 그런데 2020년 기준 임대사업자(38만 8000여명)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은 327만호로 전체 임대가구의 42.8%다. 말하자면 57.2%인 436만 가구는 임대보증금 보증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주택에 산다. 보증 의무 없는 주택에 사는 이들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외에 전세금 반환보증상품 가입이라는 자구책을 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도 문제점이 많다. 가입 조건과 보증금 상한선이 있어 모든 세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입 방식도 채권자인 임차인에게 불합리하다. 채무자가 보험계약자로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일반적인 보증보험과 달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채권자가 보증수수료를 내고 가입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강석민 부동산팀장은 “5억원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임차인은 2년 기준 평균 139만원의 보증료를 부담하는데 이는 매달 5만~6만원의 월세를 더 부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계약 단계부터 임대인 정보 제공돼야 깡통 전세를 방지하고 임차보증금의 안정적 반환을 보장하려면 부동산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부터 임대인의 재산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임차인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등기부등본에 모든 체납 정보를 표기해 예비임차인들이 계약에 앞서 객관적 자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 및 현황이 적힌 공적 문서다. 부동산 소재지, 집의 구조 등 기본 현황은 물론 가처분, 가압류, 경매 등 법적 다툼이 되는 사항에다 근저당권 설정, 전세권 설정 등 소유권 이외의 권리사항도 표기된다. 그러나 임대인의 국세나 지방세 체납에 따른 정보는 확인할 길이 없다.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하면 국세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매 때 임차보증금에 앞서 징수한다. 세입자로서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두었다 하더라도 자칫하면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해당 부동산 소유주의 모든 세금 체납 정보 표기를 의무화하면 비양심적인 임대인을 걸러내면서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체납 감소 효과도 생긴다. 특히 예비임차인은 700원(등본 열람)이나 1000원(발급 비용)으로 임대인의 재산 정보를 파악해 계약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임대인의 체납 현황 열람 조건 변경도 고려해야 등본에 세금 체납 현황을 표기하기 어렵다면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집주인에 대해서도 임대보증금 가입 의무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KB연구소의 강 팀장은 임대보증금 비율이 주택 시세의 일정 비율(70%)을 넘거나 또는 임대인의 주택 수가 일정 호수(3호) 이상인 경우 등 임차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임대인에게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현황을 열람하는 조건도 완화해야 한다. 현재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는 임대인 본인이 동의해야만 공인중개사나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열람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 열람조건을 계약금 지급 전후로 나눠 계약금 지급 전에는 지금처럼 임대인 동의 아래, 지급 이후 잔금 지급 시까지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밀린 세금 문제로 임차인이 계약파기를 원하면 임차인에게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권한을 부여하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정천우 민간임대정책과장은 “등기부등본에 세금 체납 현황 등록의무화나 일반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 가입 의무 확대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국세와 지방세 체납시스템이 연계돼야 하고 이러한 임대인에 대한 규제가 자칫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봐 가며 확대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책 마련은 국가의 책무이다.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은 민간 소비와 내수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위화감을 형성해 사회통합도 저해할 수 있다. 계약 단계에서부터 계약 이후 보증금 반환 불안감을 우려하지 않도록 등기혁신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논설위원
  • [서울광장] 당선인과 단체장의 지역발전 동상이몽/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당선인과 단체장의 지역발전 동상이몽/박현갑 논설위원

    최문순 강원지사, “윤 당선인에게 평화경제특별자치도 설치 건의”. 경기지사 대행, 윤 당선인에게 ‘GTX 연장 등 공약이행’ 건의. 이시종 충북지사,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청남대 연계 관광 건의”. 양승조 충남지사, 윤 당선인에게 ‘공공기관 이전’ 건의. 경남지사 권한대행, 윤 당선인에게 부울경 메가시티 지원 건의. 윤석열 당선인과 17개 시도지사 간 간담회가 열린 지난 6일 오후 나온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민선 단체장들의 관심사가 드러난다. 단체장 입장에서는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 대통령 당선인을 어렵게 만나는 만큼 현안 중심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더군다나 오는 6월 단체장 자리를 놓고 유권자 지지를 받아야 하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단체장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95년 첫 민선 단체장 선거 이래 27년의 시간이 흘렀다. 적지 않은 개선이 있었다. 자치단체와 단체장 중심의 ‘제도자치’에서 주민과 현장 중심의 ‘생활자치’로 나아가고 있다, 자치경찰제도 지난해 7월 도입됐다. 그러나 아직은 중앙정부 지원이 없으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반쪽짜리 자치다. 자치의 밑바탕인 재정자립도는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수도권 과밀화로 지방 소멸이 예정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부산 동구와 서구, 경기 가평군 등 전국 89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자치란 빛 좋은 개살구다. 단체장들이 지역의 인구 소멸 위기를 소재로 어떻게 하면 수도권 과밀화는 풀고 비수도권의 활력은 되살릴지에 대해 대화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체장들이야 자기 지역 중심의 발전이 우선이겠지만 대통령의 지역발전 방안은 실질적인 국토 균형 발전과 국민 편익 증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당선인은 지역별 나눠 먹기식 지원이 아니라 각 지방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찾아 발전안을 내면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 중심의 발전론을 피력했다.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역균형 방안은 수도권 분산책이어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현 정부도 수도권 주거난, 교통난 해소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길을 새로 내고, GTX 노선을 추가하고, 아파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될 게다. 이미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8년 49.8%에서 지난해 50.3%로 늘어났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수도권 비중도 2010년 49.3%에서 2019년 52.1%로 늘어났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공간에 사실상 모든 인프라가 몰리면서 생긴 부작용 해소가 수도권 문제 해결책인 듯 접근하는 사고를 이제는 접어야 한다. 이런 국정 운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만 심화시키며 국민 편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당선인의 실용주의적 사고는 행정효율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웬만한 행정 업무는 시군구든, 읍면동이든 어디서든 처리할 수 있다. 시군구와 읍면동을 이원화해 얻는 편익보다 이로 인한 비용이 더 든다면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이 초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하려는 건 기존의 시도 단위 발전의 한계를 절감해서다. 그렇다면 시도 통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주도권 다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단체장들로서는 손대기 어렵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헌법 123조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체장이든 대통령이든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기를 기대한다.
  • [길섶에서] 해경과 꽃비/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해경과 꽃비/임병선 논설위원

    집 근처 공원의 벚꽃 잎들이 바람에 휘날리자 상춘객(賞春客)들이 탄성을 질렀다. 해맑은 미소와 재잘거림을 기억하며 귀가했는데 가슴 아픈 소식을 알리는 단톡 게시물이 떴다. “‘그곳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 이들의 살신성인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는 자리에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해양경찰청 항공대원들의 분향소가 부산에 차려져 오늘 영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해양 특집을 취재하며 해양경찰들이 현장에서 큰 고생을 하는구나 체감했다. 항공기 기종이 낡았다고 걱정하는가 하면 경비단정의 비좁은 공간에서 예닐곱 명이 끼니와 용변을 해결하며 부대끼고 있었다. 3000t급 경비함에 근무하던 씩씩한 젊은이들 얼굴도 잊을 수 없다. 그 젊은이들 중 한 명이 4년 사귄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영 작별을 고했다고 한다. 비처럼 떨어진 벚꽃 잎이었던 모양이다.
  • [씨줄날줄] 포괄적 전략동맹/진경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포괄적 전략동맹/진경호 수석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리셋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7박8일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한미정책협의단 단장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협의단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전달한 윤 당선인의 친서에도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이 주된 관심사로 제시됐다고 한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말 그대로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와 통상 등 글로벌 현안에 있어서 한목소리로 보조를 맞춰 나가는 관계를 뜻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막연하다. 지금까지도 이들 문제에 양국이 적극 협력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따른다. 포괄적 전략동맹 논의의 연원을 따질 필요가 있겠다. 이 개념은 2008년 이명박 정부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간에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2009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에 포괄적 전략동맹 추진이 명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동맹 격상에 적극 나섰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초점을 맞춘 김대중 정부의 등거리 외교와 노무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등이 북한 비핵화 성과는 없이 우방과의 관계만 흔들고 글로벌 이슈 대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민주당 정권 3기 문재인 정부에서도 포괄적 전략동맹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두고 중국을 중시해 온 문 대통령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어떤 개념으로 해석하길래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를 추진한다는 것이냐는 의문이 외교가에서 제기된 바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은 우리의 대외정책과 위상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전술핵, 사드 추가 배치에서부터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등 동북아를 들썩이게 할 요소가 즐비하다. 한국계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은 “윤 당선인이 사회 현안을 얼마나 잘 다루고 얼마나 국민 지지를 끌어내느냐에 외교정책 변화의 성공도 좌우될 것”이라 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 [씨줄날줄] 식물 테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식물 테크/박록삼 논설위원

    1630년대 네덜란드에는 ‘튤립 광풍’이 불어닥쳤다. 터키가 원산지인 튤립의 구근(뿌리)에 대한 사재기 현상, 선물 투자 등 투기 바람이 거셌다. 구근 하나 값이 200배 이상 뛰었고, 황소 100마리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다. 인류 경제사상 최초의 투기이자 거품 사례로 꼽힌다. 최근 ○○마켓, △△나라 등 온라인상 중고 거래를 통해 ‘몬스테라’라는 멕시코 원산지 수입 관상용 식물 잎사귀 한 장이 10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란색 잎사귀 두 장에 250만원’, ‘잎 12장 나무 700만원’ 등 판매 글들이 즐비하다. 생명력이 강해 잎사귀만 갖고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몬스테라는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키우는 반려식물과는 다르다. 신종 재테크인 이른바 ‘식물 테크’ 용도로 키워지곤 한다. 씨앗을 수입하기 어려운 탓에 잎사귀 판매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잎사귀 한 장에 5000원 남짓 정도였지만 잘 키워 내다파는 사례가 늘면서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흰색, 노란색, 민트색 등 변종 색과 무늬가 만들어진 몬스테라는 집중 투자 대상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더욱 많아지고 있으니 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다시 튤립 얘기. 튤립 거품은 어느 귀족 집의 요리사에 의해 한순간에 꺼졌다. 튤립 구근을 양파로 착각해 요리해 버린 그는 송사에 벌벌 떨었지만 법정은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에 따라 매물이 쏟아졌고, 튤립 값이 정상화됐음은 물론이다. 땅까지 담보 잡혀 투기에 나섰던 네덜란드 귀족이나 선물 투자했던 많은 상인들은 아예 패가망신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공교롭게 튤립 거품이 꺼진 직후부터 경제대국의 자리를 영국에 내주게 됐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은 하나다. 현물 가치가 없는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과 사회는 ‘욕망과 공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다만 교훈은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한 듯하다. 암호화폐, 부동산, 주식 등 투자 과열 현상은 튤립 거품 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튤립 못지않게 귀한 몬스테라의 몸값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 [길섶에서] 꽃길 출근/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꽃길 출근/임창용 논설위원

    휴무였던 지난 금요일 아침 아내를 따라 나섰다. 걸어서 출근하는 아내와 동행하기 위해서다. 집 앞 산책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어가면 아내의 직장이 나온다. 맑은 물이 흐르는 천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은 요즘 꽃 천지다. 길 양쪽으로 개나리꽃이 샛노란 병풍을 둘렀고, 그 위로 벚꽃 망울이 한창 터지고 있다. 좁쌀을 뭉쳐 놓은 듯한 산수유꽃, 큰누이 얼굴 같은 목련꽃도 보인다. 아이 팔뚝만 한 잉어들이 얕은 물살을 헤치며 펄떡거려 걸음을 멈추게 한다.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출근족들도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 테크노밸리 IT 업계 종사자들인 듯싶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내겐 참 부러운 풍경이다. 중학교 시절엔 버스를 마다하고 십리 산길을 걸어다녔다. 산길엔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과 열매가 지천이었다. 30년 넘게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버스 출퇴근에 시달려 왔는데, 이제 은퇴가 코앞이다. 사람들의 꽃길 출근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 [인사]

    ■KBS △라디오센터 라디오편성기획국장 박천기△라디오제작국장 신원섭△라디오편성부장 박정연△사회공헌방송부장 홍순영 ■(주)두산 ◇상무 승진△유통BU장 송석기 ■문화일보 △발행인·편집인·인쇄인(부사장) 김병직 <논설위원실>△논설위원 김세동 <편집국>△편집부장 장재영△정치부장 이제교△사회부장 유병권△전국부장직대 유회경△체육부장직대 김인구△디지털콘텐츠부장직대 오남석 <광고국>△광고국장직대 김윤림
  • “尹정부선 블랙리스트 있을 수 없다” 언론인 경력 40년… 문화·역사 열정

    “尹정부선 블랙리스트 있을 수 없다” 언론인 경력 40년… 문화·역사 열정

    박보균(68) 전 중앙일보 부사장이 10일 윤석열 정부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과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논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블랙리스트는) 과거의 악몽 같은 기억”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언론인들이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현장에 있는 여러분이 프로 정신을 갖춰야 하면서도 책임 의식을 가슴에 담아야 하는 요소를 잘 배합하고 조화롭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문화,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은 분”이라며 “한국신문방송 편집인협회 회장을 지냈기에 언론과 원만한 소통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문체관광 발전과 K컬처 산업 규제 해소 및 문화수출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198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 대선 캠프에 합류해 상임고문으로 돕는 등 언론계 출신 중 윤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한 명으로 분류된다. ▲서울 ▲경동고, 고려대 정치학과 ▲중앙일보 편집국장·대기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  
  • 김경수 전 지사 떠난 경남도지사실 주인은...민주당, 국민의힘 후보 각 2명 신청

    김경수 전 지사 떠난 경남도지사실 주인은...민주당, 국민의힘 후보 각 2명 신청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경남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신상훈·양문석 예비후보의 경선 승자와 국민의힘 박완수·이주영 예비후보의 경선 승자간 맞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9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5일 부터 7일까지 실시한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등록 신청 마감결과 경남도지사 후보로 신상훈(32) 경남도의원과 양문석(56) 전 통영시·고성군 지역위원장 등 2명이 신청했다. 민주당은 12·14일 면접을 한 뒤 경선을 거쳐 이달안에 후보자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보다 앞서 지난 4일 부터 6일 까지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 신청 접수를 진행한 국민의힘은 마감결과 경남도지사 후보로는 박완수(67) 국회의원(창원시 의창구)과 이주영(71)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2명이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신청자에 대해 8~9일 면접을 하고 경선과정을 거쳐 오는 20일까지 후보 공천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 등록을 신청한 신 도의원은 부산 출신으로 김해고와 인제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김경수 전 도지사가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로 근무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남도의원 비례대표 2번으로 경남도의회에 진출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젊은 정치인이다. 양 전 위원장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진주 대아고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2019년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점식 후보에게 패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미디어오늘 논설위원, 한국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민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국민의힘은 재선 현역 의원인 박완수 의원과 5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주영 전 장관이 후보 공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통영 출신으로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마산수출자유지역 전자회사에서 근로자로 근무하며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다. 경남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남 합천군수와 김해시 부시장을 지냈다. 창원시장 3선을 거쳐 재선 국회으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박 의원은 앞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2차례 도전했으나 홍준표 의원에게 두번 모두 공천 경선에서 패해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이번 3번째 도전에서는 반드시 도시사 꿈을 이루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주영 전 장관은 마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제20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쳤다. 경남도 정무부지사, 16~20대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경남도지사 선거와 함께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산구 지역구 강기윤 의원이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해 강 의원이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가 되면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여 대표는 보궐선거가 확정되면 보궐선거에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박완수 의원의 도지사 선거 출마로 박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시 의창구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가능성이 있다. 의창구 보궐선거에 대비해 민주당에서는 김지수 전 경남도의회 의장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남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한국인 최초 인터폴총재 등을 지낸 김종양 전 청장이 출마를 준비 하며 움직이고 있다. 올 3월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남 18개 시군 모든 지역에서 득표율이 민주당을 앞섰다. 경남지역 전체 대선 득표율은 민주당이 37.38%, 국민의힘이 58.24% 였다. 2018년 제7회 6·13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의원직을 던지고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 혐의로 지난해 7월 21일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임기중에 지사직을 잃었다.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에 민주당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 2명이 비교적 정치 신인이어서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예비 후보간에 대결로 선거가 치러지면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서울광장]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든 문재인 정부/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든 문재인 정부/김성수 논설위원

    “이런 게… 말이 됩니까?”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3월 10일 과거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분이 단톡방에 동영상 한 편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는 동영상이다. 침통한 표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던 대변인은 “당선되신 분과 그 지지자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까지는 힘겹게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라는 대목에 가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조금 있다가 할게요”라고 말한 뒤 단상 뒤로 사라졌다. 브리핑은 6분간 중단됐다. 당혹스러웠다. 이런 브리핑은 처음 봤다. 청와대가 선거 중립이라고 맨날 외쳐 봤자다. 이 행동 하나가 그간 주장이 다 거짓말이라는 걸 보여 준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게 가슴 아프고 분통 터진다면 청와대 참모들끼리 따로 모여 감정 표출을 하면 된다. 월광 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性情)을 닮았다고 격찬하던 사람이라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는 돌발행동을 하는 건 잘못이다. 대변인으로서도 자격 미달이다. 문 대통령 주변에 이런 인사들이 포진해 있으니 결국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가 이 황당한 사고에 대해 정식으로 해명 내지 사과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임기를 한 달밖에 안 남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상식 밖 행동이나 발언은 끝이 없다.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알박기 인사’ 논란이 벌어지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윤석열 당선인이 나온 대학의 동창, 동문은 새 정부에 하나도 기용 못하느냐”면서 “그것이 알박기고 낙하산인가. 저희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곧 물러날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해 ‘알박기’란 용어를 쓴 건데 ‘알박기’라는 용어의 뜻조차 모르는 듯하다. ‘김정숙 옷값’ 해명도 실소를 자아낸다. 대통령 부인이 옷과 구두값을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5만원권으로 결제한 게 확인되자 “명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했다. 현금을 줘야 예우를 하는 것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 봤다. 그나마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야 할 여정”이라고 강변하는 건 소신이라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팩트는 틀렸다.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다. 문 정부 스스로 어느 순간부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청와대 이전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문 대통령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탁 비서관은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며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할 테니…”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술 더 떠 친일 프레임까지 갖다 붙였다.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臣民)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는 지적은 윤 당선인과 국민 모두를 모독하는 발언이다. 김부겸 총리는 ‘K방역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당장 확진자 숫자만 놓고 방역 실패니 하는 말은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반박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 하루 300~400명이 코로나로 사망하고 장례식장을 못 구해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오히려 더 놀랍다. 조국 전 장관은 부산대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날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부터 냈다. 실현되는 공익에 비교해 입게 될 불이익이 매우 크고 중대하다는 주장을 함께 폈다. 물론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딸이 허위 스펙으로 의전원에 입학하면서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걸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가불 선진국’(조국 전 장관 저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엮은 저작)도 아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 [씨줄날줄] 카틴 숲과 부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틴 숲과 부차/임병선 논설위원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은 1943년 4월 13일 서부 스몰렌스크 근교 카틴 숲에서 무려 4400명이 묻힌 무덤을 발견했다. 또 메드노예에 6300명, 벨라루스 민스크에 3870명, 우크라이나 하리코우에 3800명의 집단 매장지가 있었다. 키이우와 헤르손에서도 비슷한 무덤들이 발견됐다. 신원을 확인했더니 1940년 9월 소련군에 끌려간 폴란드군 장교와 경찰, 지식인들이었다. 1939년 8월 23일 불가침 조약을 맺은 나치와 소련은 중간에 낀 폴란드를 유린하게 됐다. 나치는 그해 9월 1일 침공을 시작해 폴란드 서쪽으로, 소련은 같은 달 17일 폴란드 동쪽으로 쳐들어갔다. 바르샤바가 함락되자 폴란드군은 나치보다 그래도 공산 혁명을 표방한 소련이 낫겠다고 판단해 그들에게 항복했다. 소련군은 사병들은 풀어 줬지만 장교 등은 사상이 불온하다며 자국의 코젤스크·스타로벨스크·오스타슈코프 수용소로 이송했다. 이렇게 2만 2000명이 끌려갔다. 독일은 수용소로 이송된 포로들을 소련군이 처형한 것이라며 침공의 당위성을 선전했다. 소련은 폴란드 포로들이 1941년 스몰렌스크 공사에 투입됐는데 나치가 몰살한 것이라고 맞섰다. 독일을 패망시키려면 소련의 협력이 절대적이었던 영국과 미국은 못 들은 척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소련군의 잔학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소련 주장대로 폴란드 땅을 넘겨줬다. 소련 정부가 진실을 고백한 것은 1990년 고르바초프 서기장 때였다. 지난 주말 러시아군이 퇴각한 키이우 외곽 부차, 모티진 등에서 두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 뒤에 총알이 박힌 민간인 시신들이 나왔다. 카틴 숲 참사와 닮았다. 한 시신은 눈과 코가 드러날 정도로 묻어 망자(亡者)에 대한 예도 차리지 않았다. 어제는 길을 가는 민간인에게 러시아군 탱크가 발포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폴란드가 포로들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탈린이 만주로 달아났다고 거짓말했는데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영상을 조작했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우리처럼 단일 민족으로 분단된 폴란드가 겪은 아픔을 원자력발전소는 있지만 핵무기와 핵물질 농축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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