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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한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한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두 팔이 없는 호른 연주자를 우연히 TV에서 보게 됐다. 서른한 살의 꽤 유명한 독일 연주자다.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다고 한다. 음정을 내는 호른의 밸브를 왼발로 누르며 연주했다.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발가락 놀림에 놀랐고, 따뜻하고 고운 호른의 음색에 또 놀랐다. 더 큰 놀라움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진행자가 “발가락으로 연주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곧바로 따라 나온 대답. “다른 걸로 연주를 해 본 적이 없어 뭐가 더 어려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발로만 연주를 해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 앞에서 ‘역경 스토리’를 지레짐작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커다랗게 벌어진 호른의 입을 때론 막고 때론 터 주면서 음색에 변화를 주는 것은 통상 오른손의 역할이다. 그는 ‘입술’로 한다. 이 또한 다른 걸로 해 본 적이 없으니 쉽고 어려움을 가늠할 수 없으리라. 오른손인 그의 입술에서 툭 튀어나온 말.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겁니다.”
  • [씨줄날줄] 김정은의 딸/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정은의 딸/임창용 논설위원

    북한 조선중앙TV가 2020년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청소년 시절 사진을 여러 장 공개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조선인민군 원수를 지낸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사망하자 그의 생애를 다룬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방영하며 어린 김정은이 현철해와 함께했던 장면들을 소개한 것이다. 사진들은 10대 중후반의 김정은이 현철해 등 고위 간부들과 함께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10대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사진 공개 전까지만 해도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으로 처음 쓰러진 이듬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미 10대 때부터 아버지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2000년 이전 후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 이때부터 김정은은 이미 다른 간부들보다 김정일 가까이 서 있었고, 기록영화에서 보듯 현철해가 후계 작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 이상이 있기 전까지 남한 등 외부 세계에선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의 후계자설이 분분했지만 어린 김정은이 이미 낙점돼 있었던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한 가운데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그의 딸이 동행한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9일 전했다. 북한 공식 매체가 김정은의 딸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흰색 외투를 입은 소녀가 군 간부들에게 손짓하며 지시하는 김정은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 등을 담았다. 2009년 결혼한 김정은·리설주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의 키가 150㎝ 안팎으로 보이는 걸 감안하면 첫째 아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딸 주애를 안았으며 리설주와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바 있다. 로드먼이 안아 줬던 김주애가 이번에 동행한 아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든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처음으로 자녀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 ‘김씨 세습왕조’의 후계 작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 [길섶에서] 가왕의 세렝게티/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왕의 세렝게티/이순녀 논설위원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은 37년이 흐른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란 독백으로 시작하는 5분 20초 분량의 긴 곡은 대중가요를 넘어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로 다가왔더랬다. 10대였던 나는 가사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비장한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압도됐다. 이후 20대, 30대, 40대를 건너오며 새로운 해석과 감성으로 곡을 마주했다. 조용필이 9년 만에 발표한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주말 내내 들었다. 둘 다 경쾌하고, 젊은 기운이 넘치는 노래다. ‘세렝게티처럼’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잇는 연작 같아서 더 흥미로웠다.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는 탄자니아의 대표적인 산과 평원. 조용필은 1999년 탄자니아 여행 당시 세렝게티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라고 우리를 격려하는 70대 가왕의 귀환이 무척 반갑다.
  • [부고] 신연숙(전 서울신문논설실장)씨 부친상

    ▲ 신영극씨(전 KT&G 용산지점장) 별세, 신승재(전 IT투게더 대표)·신승현(SG글로벌 감사)·신연숙(전 서울신문 논설실장)·신은경 부친상, 오윤석(선일일렉콤 회장)·이기은(상신통상 대표)빙부상, 김소영·고영호 시부상, 신형곤(삼성반도체 책임연구원)·신형수·신형준(솔나미디어 사원) 조부상, 오한터(청담글로벌 과장)·오누리·이석호(Bob enterprise 과장)·이두호(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세호(전북대 IT지능정보공학과 교수)외조부상, 전민희 시외조부상, 윤숙영(특허정보원) 시조부상, 최승갑(HL클레무브 책임연구원) 처외조부상=18일 오전, 한양대병원 장례식장2호실, 발인 20일 오전 7시. 02-2290-9452
  • [서울광장] 이젠 바로잡아야 할 공직 언어법/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젠 바로잡아야 할 공직 언어법/박현갑 논설위원

    공직자들은 시민과 국민을 위한 봉사, 헌신을 입에 달고 산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그렇다.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들도 마찬가지다. 밤잠을 설쳐 가며 강행군하는 걸 보면 존경심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에 가입했다. 이들의 피, 땀이 없었다면 이런 성장은 더 더뎠을 게다. 그런데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만드는 데도 이들의 ‘기여’가 적지 않다. 이태원 참사에서 표출된 고위 공직자들의 언행을 보라. 국민 안전 보호에 무한 책임이 있건만 위기 국면에선 책임 회피, 변명, 늑장 사과로 이어지는 서사를 펼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다음날 가진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해 정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다음날 오전에도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다 잇단 비판 여론에 오후 4시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이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사과 표현이 나온 건 그다음 날로,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112 신고 전화를 경찰이 늑장 대응했다는 녹취록이 나온 날이다. 오전 10시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나왔고, 이어 “무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과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이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 전날까지 수사 결과 이후 입장을 말하는 게 순서라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후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희한한 분석을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이런 ‘릴레이 사과’는 112 녹취록 공개로 국민적 비판이 커지는 위기 국면에서 공직자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려는 욕망의 표현이지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다. 멀쩡한 길에서 깔려 죽은 청춘과 그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녹취록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사과했어야 한다. 정부가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단어 사용을 안내한 것도 권위 상실을 면하려는 뜻이었겠으나 정치적 부담감만 키우지 않았나. 고위 공직자들의 이런 기만술은 자신들의 권위 강화에도 동원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 전까지 별 탈 없이 사용하던 ‘당선자’ 대신 ‘당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헌법에는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당선자’로 적고 있지만, 대통령직인수법 등 ‘당선인’이라고 부르는 개별 법을 근거로 한 요청이었다. ‘유권자’, ‘후보자’ 등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에 다 붙는 ‘자’(者)이지만 언론은 이를 거의 수용함으로써 권위 강화에 동조했다.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법과 제도 보완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는 공직자들이 주권자인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라는 기본 책무를 잊은 채 제 몫 챙기기부터 하려는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태원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언어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수용할 때 상징권력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잘못된 언어 사용법부터 고쳐 보자. 이들이 잘 쓰는 ‘유감’은 진짜 사과가 아니다. 유감은 다른 사람의 언행에 대한 나의 불만을 드러낼 때 하는 말이다. 자신의 언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는 사과라고 해야 맞다. 국제 관계에서 사과 의미로 사용하는 외교적 화법인 유감을 공직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사용하는 건 정말 유감이다.
  • [씨줄날줄] 그래도 월드컵/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그래도 월드컵/박록삼 논설위원

    그때 초등학생이었건, 점잖은 중년이었건, 축구를 좋아했건 아니건 중요치 않았다. 2002년을 살았던 한국 사람이라면 월드컵과 관련한 각자 기억을 품고 산다. 시청 앞 광장에서 소리 지르다 방배동 집까지 걸었다는 사람, 지각했는데도 꾸지람 대신 부장님과 하이파이브했다는 사람, 밤낮 환청처럼 ‘대~한민국’이 들려 병원 다녔다는 사람, 차였던 연인을 다시 만나 결국 결혼했다는 사람 등 얘기는 진부하기조차 하다. 줄곧 하락세이던 출산율은 이듬해 반짝이지만 상승했다.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은 과거에 없었음은 물론 아마도 이번 생에는 다시 없을 일이었다. 말 그대로 신화(神話)였다. 신화의 시대를 건너온 이로서 얘깃거리 한 토막 가지지 않을 리 없다. 한국 사회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월드컵이 열리기 보름 전인 6월 13일 의정부 동네에서 길을 걷던 중학생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그에 앞선 6월 7일에는 미군의 고압선에 감전됐던 전동록씨가 숨졌다. 일부에서 반미 시위가 있었지만 산발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 열기가 이를 가볍게 덮었다. 감격의 여운은 월드컵 이후에도 쉬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미군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유유히 떠나자 시민들은 격앙했다. 월드컵의 열기는 고스란히 또 다른 분노의 열기로 이어졌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탱크라도 구속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평화 시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촛불집회의 시작이었다. 오는 20일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2002년 그때처럼 애먼 젊은 목숨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리는 월드컵이기에 마냥 들떠 신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에 대한 관심과 심도 깊은 논의가 월드컵 열기 속에 묻혀 슬그머니 지나가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월드컵이다. 우리에겐 기적과 신화와 같은 긍정의 기운을 품고 있다. 분열과 대립이 아닌 통합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2002년과 같은 성적은 아니더라도 축구를 통해 또 다른 위로를 받고, 또 다른 통합의 동력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 [길섶에서] 가을의 소리/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을의 소리/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조고각하(照顧脚下), 발밑을 들여다보게나. 절집 섬돌에서 만났던 귀한 글귀가 길가 도처에 구른다. 난분분 벚꽃, 즈려밟고 가라던 소월의 진달래. 이 계절에는 낙엽이 한 수 위다. 발 아래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지. 밑창 얇은 신발을 골라 신고 낙엽에 발목을 담그는 기쁨. 발 아래 소리까지 아까워서 챙겨 듣는다. 떨어지고 구르고 바스라지는 소리가 잎잎이 다르다. 짧은 해가 다 넘어가도 노부부는 뻥튀기를 팔고 있다. 미니트럭 위에 앉아 할아버지는 종일 쉬지 않고 뻥뻥뻥. 가던 길 되돌아가서 오래오래 나는 뻥튀기를 고른다. 또 언제 오셔요, 길게길게 말을 붙이면서. 내 말동무에 뻥튀기 소리 멈추니 왕사탕만 한 칠엽수 열매 하나 툭 떨어진다. 천둥 같은 가을 소리! 깜짝 놀란 웃음들이 튀고, 함지박 튀밥이 덩달아 튀고. 할머니가 튀밥을 두 국자나 더 퍼주신다. 할아버지 귓속에 뻥 소리 말고 가을 소리 처음 울려 퍼졌으니, 올가을 내가 제일 잘한 일.
  • [씨줄날줄] 구글의 횡포/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구글의 횡포/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기어이 밥솥을 바꿨다. 멀쩡한 밥솥을 바꾼 것은 순전히 유튜브의 강권 탓이다. 새 밥솥으로 바꾸면 밥맛이 좋아지려나. 잠시 전자제품 매장을 들렀고 한번쯤 밥솥 브랜드를 검색했던 게 내가 기억하는 내 행동의 전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유튜브에서는 밥솥 광고만 나왔다. 나중에는 온갖 영상마다 밥솥 광고가 붙었다. 그것도 특정 브랜드. 한 달을 버티다 결국 두 손 들었다. 유튜버로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외통수였다. 밥솥을 온라인 구매한 그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밥솥 광고는 사라졌다. 내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나도 모르는데, 내 관심사와 취향을 구글이 더 잘 읽고 있다면. 그날 이후 나는 내 무의식까지 단속하려는 강박증이 생겼다. 유튜브의 운영사가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다. 구글은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무단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3억 9150만 달러(약 516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지도 앱,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으로 위치 정보를 동의 없이 챙긴 구글에 미국의 40개 주가 소송을 걸었고 조사 지원 명목으로 그 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의 주요 수익 모델은 검색엔진 부문의 광고다. 이용자가 어디를 자주 가는지 등을 수집한 빅데이터를 광고주에게 넘겨 맞춤형 광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2018년 AP통신이 이런 의혹을 처음 보도하면서 미국과 호주 등에서 검찰 조사는 시작됐다. 구글이 배상금을 토해 내자 “기술 의존 시대에 소비자의 역사적 승리”라는 해설이 외신을 통해 들린다. 단속과 처벌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그런 선언마저도 딴 나라 이야기다. 우리도 구글의 사생활 침해 실태 조사에 착수는 했으나 지금껏 구글코리아의 답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위치 정보를 이용한 구글의 돈벌이가 우리나라에서 예외일 리는 만무한 일이다. 구글은 ‘빅브러더’(big brother)를 넘어 ‘비기스트브러더’(biggest brother)로 수식어를 바꾸어 덩치를 무한확장하는 중이다. 한국 이용자가 ‘봉’이라는 습관적인 말만 할 때가 더는 아니다. 정부가 자료 제출을 강제 요구하는 법안 마련에라도 당장 나서야 한다. 무슨 영문일까. 구글의 강매로 산 밥솥으로는 영 밥맛이 없다.
  • [길섶에서] 사라지는 것/황성기 논설고문

    [길섶에서] 사라지는 것/황성기 논설고문

    지구상에서 라디오 방송이 처음 시작된 게 1906년이라고 한다. 캐나다 출신의 물리학자인 레지널드 페센덴이 무선전화 발명에 이어 음성과 음악을 전파에 실어 보내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116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몇몇 민방이 AM 방송을 중단했다고 한다. 6개월의 운용 휴지기가 끝나면 송출을 아예 접는 것인데 AM이 우리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어릴 때 G사 제품인 라디오의 AM 방송은 구세주였다. AM 라디오는 세상을 이어 주는 귀와 눈이었다. 농구의 ‘신동파’도 라디오를 통해 탄생한 스타였다. 소형 라디오 하나 갖는 게 정말 폼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단파방송도 AM을 돌리다 보면 잡혔다. 필시 북한에서 송출한 내용이었다. 난수표를 들으며 죄짓는 느낌도 든 라디오 방송이다. AM 방송이 사라진다고 아쉬울 건 없다. 좀처럼 적응 안 되는 첨단 플랫폼이 그 자리로 밀려오는 것, 그게 겁날 뿐이다.
  • [황수정 칼럼] ‘반지성주의’ 유령 불러내는 게 진보인가/수석논설위원

    [황수정 칼럼] ‘반지성주의’ 유령 불러내는 게 진보인가/수석논설위원

    풍산개 파양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얻은 게 없다. 더이상 돈 안 써도 되는 사료비 정도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풍산개 두 마리를 키우는 데 문 전 대통령이 국가에 청구했던 돈은 매월 242만원. 사료비 35만원, 의료비 15만원, 사육관리용역비 192만원이다. 개를 좀 아는 사람들은 속으로 의심한다. 과다 청구된 사료비와 의료비는 그렇다 치자. 개를 키우는 것과 개를 위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9급 공무원 월급 수준의 돌봄 비용은 뭔가. 국가기록물 자격이 아닌 여염집 개들은 보름 안에 새 주인을 못 찾으면 안락사된다. 그 사실을 알고 파양했을까. 세 집 건너 한 집인 반려가족들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 나랏돈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굳이 나눠 주면서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들을 샀다니 뭉클했다”던 사람. 4년이나 한 지붕 아래 살던 생명을 국민 앞에서 파양 선언한 사람. 어느 쪽이 진짜 문재인일까. 두 가지는 짐작된다. 감성이 뚝뚝 흐르는 언어를 동원하는 진보 정권의 전매특허, ‘파토스 정치’는 많은 부분 허구였을 수 있다는 사실. 또 하나는 뭘 해도 사생결단 지지했던 문빠 세력이 약화했다는 사실이다. 풍산개 파양 비판에 묻지마 집단 방어는 없었으므로. 지난 반년간 윤석열 정권의 성취를 실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보수가 실력은 좀 낫다는 통념도 아직은 증명된 것이 없다. 전 정권이 헝클어 놓은 정책들을 설거지하느라 코가 빠진 모습을 봤을 뿐이다. 그 와중에 분명한 위안 한 가지는 있었다. 전 정권 내내 나라를 두 쪽 냈던 반지성주의 기세가 꺾였다는 것이다. 내 편 방어에 온갖 궤변으로 자멸했던 지식인들이 잠잠했다. 갈라치기 여론 정치도 덩달아 위력을 잃었다. 낮은 지지율의 윤 대통령에게는 ‘윤빠’가 없다. 팬덤정치로 나라가 흔들릴 일이야 없겠다는 사실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슬아슬 갇혔던 반지성주의가 그런데 지금 봉인이 풀리는 중이다. 놀라운 일들이 거침없이 봇물 터진다. 친야 인터넷 매체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유족 동의 없는 개인정보 공개는 불법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그것이 그들 방식의 정의다. 캄보디아 현지의 아픈 어린이를 찾아갔다고 대통령의 부인을 “참사 와중에 ‘빈곤 포르노’ 화보를 찍었다”며 억지 공격을 한다. 성공회 신부는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기를 바란다는 저주의 글을 올렸다. 이 모두가 하루 동안에 진보라는 허명을 둘러쓴 이들이 연쇄다발로 벌인 행태다. 이태원 참사를 온전히 애도하지 못하고 내내 불안한 데자뷔를 떠올렸었다.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정파적 이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선동이 참사를 숙주 삼아 고개를 든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촛불을 들자”는 선동의 시그널을 이미 쏘았다. 진보의 이름을 빌려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잘해 왔던 일. 그 일을 다시 하겠다는 대국민 자백이다. 반지성주의를 경고하면서 세계 어느 석학도 명쾌한 정의를 내려 주지는 않았다. 민주주의 질서를 어지럽혀 사회를 퇴행시키는 행태가 여러 변종으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의 해석이 좀 쉽다. “의심의 눈초리를 번뜩이게 하고,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며, 집단 전체의 지적 능력을 끌어내리는 것.” 반지성으로 갈라진 사회를 온몸으로 겪어 본 우리가 더 명쾌한 정의를 우리식으로 내릴 수 있다. 맨정신인 사람들을 도저히 맨정신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억지 선동.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반지성주의”라고 말했다. “(전 정권이나) 다를 게 뭐 있냐”는 국민 냉소가 깊어질 때 그 순간을 낚아채서 반지성주의는 다시 창궐한다. “웃기고 있네”라면서 우습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
  • [씨줄날줄] 사막의 미래도시 ‘네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막의 미래도시 ‘네옴’/이순녀 논설위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싱’이다.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부를 양 손에 거머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7년 왕세자에 책봉된 뒤 실질적 통치자로 군림해 온 그는 지난 9월 국가의 공식 수반인 총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가 됐다. 추정 재산은 약 2조 달러(약 2633조원)로, 비공식 세계 1위 부자로 꼽힌다. 사우디가 ‘제2의 두바이’를 목표로 조성하는 네옴시티는 ‘미스터 에브리싱’의 야심찬 비전이 투영된 역대 최대 규모의 친환경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5000억 달러(660조원)를 들여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 면적 44배 규모의 인공도시를 세운다.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라는 의미의 네옴시티에는 길이 170㎞의 직선 도시 ‘더 라인’, 지름 7㎞ 규모의 팔각형 산업단지 ‘옥사곤’, 60㎢ 규모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7년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해 1월 네옴시티의 중심인 ‘더 라인’ 계획이 발표됐고, 올 3월 트로제나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 1차 완공은 2025년, 최종 완공은 2030년이 목표다. 이 엄청난 도시 건설에 참여하려는 세계 기업들의 수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6월 10억 달러(1조 300억원) 규모의 ‘더 라인’ 인프라 공사를 따냈다. 한미글로벌도 용역사업을 일부 수주했다. 측면 지원에 나선 우리 정부도 바빠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건설, 모빌리티,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이 참여하는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기반 확대에 힘을 보탰다. 17일 방한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방한으로, 이날 새벽 입국해 당일 저녁 혹은 이튿날 일본으로 출국하는 짧은 일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심각한 경제 위기의 경고음을 뚫고 낭보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 [길섶에서] 월드컵의 꿈으로/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월드컵의 꿈으로/박현갑 논설위원

    텔레비전을 보다 20년 전 추억을 떠올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돌아보는 방송이었다. 붉은악마들의 열띤 응원에 나도 몰래 앉은 소파가 들썩인다. 건너편 아파트도 연쇄반응을 보인다. 그랬다. 월드컵 진출 역사상 처음으로 첫 승을 거둔 날 온 나라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아시아 지역 최초로 4강까지 진출했을 땐 온 국민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카타르월드컵이 곧 시작된다. 첫 겨울 월드컵이다. 도하 시내는 손흥민 선수 등 각국의 대표선수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등 월드컵 열기로 후끈하다. 8곳의 경기장은 하나같이 근사하다. 태극전사들이 뛰는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20년 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 거리는 조용했고, 대형 스크린을 갖춘 호프집은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초등학생도 60대 노인도 한마음 한뜻이었다. 요즘처럼 양극단으로 달리는 세상이 아니었다. 그런 시간을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가지길 꿈꿔 본다.
  • [서울광장] 자유와 공정, 윤 정부의 핵심 가치 아닌가/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유와 공정, 윤 정부의 핵심 가치 아닌가/이순녀 논설위원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불과 6개월 전인데도 대통령 취임사가 새삼스러운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자유와 공정의 가치에 배치된다고 볼 만한 일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서다. 먼저 자유부터.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이던 지난해 8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때로는 언론과 갈등을 겪겠지만,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 가치”라고 강조했다. 당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시도에 맞서 언론 자유를 적극 옹호한 것이다. 지난 2월엔 “가짜뉴스냐 진짜 사실에 기반한 거냐를 가지고 언론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훼손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선 강력히 반대한다”고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국익을 이유로 동남아 순방 대통령 전용기에 MBC의 탑승을 불허한 건 좀체 맥락이 맞지 않는다.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들은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뿐 언론 탄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진보 성향 불문하고 대다수 언론사와 언론 단체가 비판 성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이번 조치가 대통령실과 여당의 해명처럼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자막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는 보도를 이어 온 MBC의 행태에 대해선 여당이 법적 대응에 나선 만큼 절차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었다. 위치에 따라, 유불리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는 선택적 언론의 자유는 절대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 공정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가치다.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과 위선에 실망했던 많은 국민들은 윤 후보가 선거운동 내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의 회복에 기대를 걸었다. ‘캠코더’ 같은 불공정 낙하산 인사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과거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최연혜 전 새누리당 의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추천된 정용기 전 새누리당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 수장이 갖춰야 할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공기업 개혁을 이끌어야 할 적임자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해양기술원 같은 공공기관 상임감사 자리도 정치인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니 할 말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에서 언론 탄압 논란과 제 식구 챙기기 낙하산 인사 비판은 늘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불공정, 불합리, 비리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패턴이 쳇바퀴처럼 되풀이됐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사한 행태가 이어진다. 내로남불의 반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 사전에 내로남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4년 반 동안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전 정부에선 더 심하지 않았냐”는 단선적인 대응 대신 과감한 결단력으로 내로남불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모습을 기대한다.
  • [씨줄날줄] 청년도약계좌 논란/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청년도약계좌 논란/안미현 수석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때인 올해 초 ‘청년희망적금’이 첫선을 보였다.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50만원 한도 안에서 2년간 저금을 하면 저금액의 2~4%를 정부가 얹어 주는 상품이다. 이자에는 세금을 한 푼도 물리지 않는다. 직전 과세 기간, 그러니까 지난해 총급여가 3600만원 혹은 종합소득이 2600만원을 넘지 않아야 가입 가능하다. 290만명이 몰리면서 히트를 쳤다. 하지만 “저금을 할 형편이 안 되는 청년들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청년절망적금’이라는 냉소도 따라붙었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는 ‘청년도약계좌’라는 것을 만들었다. 청년희망적금과 구조는 비슷하다. 청년 나이는 19~34세로 같지만 개인소득이 6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매월 40만~70만원을 저금하면 납입액의 3~6%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 만기는 5년이다. 아직 금리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월 70만원씩 5년 모으면 5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게 해 준다. 내년 6월 출시를 목표로 정부가 후속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논란이 여전하다. 가난한 청년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청년희망적금보다 가입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액도 늘렸지만 그럼에도 저소득층 36만 4910가구 가운데 월 40만원 이상 저축할 여력이 있는 청년가구는 11만 1941가구, 30.7%에 불과하다. 자고 나면 이자가 오르는 요즘 같은 고금리 시절에 만기를 2~5년 묶어 두는 게 혜택이냐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자칫 중도해지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중장년들은 전혀 다른 측면에서 볼멘소리다. “세금은 우리가 가장 많이 내는데 온갖 혜택은 청년에게 집중된다”는 역차별 성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엊그제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발표했다. 청년층(15~29세) 고통지수가 25.1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밥값ㆍ교통비 등 청년층 지출 비중이 높은 분야의 물가가 많이 오르고 취업난은 가중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젊은 게 벼슬이냐”고 꼬아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내일을 책임질 청년들의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 좀더 많은 청년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청년도약계좌의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청년좌절계좌라는 냉소를 또 받아서야 되겠는가.
  • [길섶에서] 낙엽이 쌓일 새/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낙엽이 쌓일 새/임창용 논설위원

    늦가을 낙엽이 쌓인 길 걷기를 좋아한다. 한 해를 정리하듯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산책하는 즐거움은 오래전부터 가을을 기다리는 주된 이유였다. 초록 일색의 나뭇잎들이 때깔 곱게 색색이 물든 모습이 천차만별 인생 말년을 보는 듯해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래선지 늦가을 아파트 단지나 도로변 낙엽을 말끔히 쓸어 낸 모습이 가끔 못마땅했다. 그런 이가 나뿐이 아니었는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며칠 뜸을 들였다가 낙엽을 제거하기도 했다. 엊그제 때아닌 늦가을 폭우로 일부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났다. 한데 쌓인 낙엽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배수구를 꽉 막아 물이 빠지지 못한 것이다. 이상기후 때문에 갈수록 태풍이나 폭우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긴 하다. 그래도 이번처럼 늦가을에 폭우가 내려 수해가 나는 경우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젠 언제 폭우가 올지 모르니 지자체에선 낙엽이 쌓일 새도 없이 쓸어 낼 것이다. 이상기후가 늦가을 정취를 하나 빼앗아 가게 생겼다.
  • ‘사법개혁 초석’ 다진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

    ‘사법개혁 초석’ 다진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도입 등 현 사법제도의 근간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별세했다. 87세.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 법조계에 입문한 뒤 37년을 판사로 살았다.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청주·전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1986년 대법원 판사(대법관)가 됐고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1989∼1993)과 제12대 대법원장(1993∼1999)을 역임했다. 윤 전 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첫해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법제도 개혁을 주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개혁 성과로 꼽히는 것은 1997년 시행된 영장실질심사 제도다. 이전까지 영장심사는 판사가 수사 기록만을 보고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영장형식심사 제도였다. 검찰은 제도가 바뀌면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반발했지만 윤 전 원장은 이를 밀어붙였고 결국 모든 피의자가 판사 앞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판단받는 현 제도가 안착될 수 있었다. 1995년 서울민사지법과 형사지법을 통합한 서울중앙지법의 출범, 1998년 서울특허법원·서울행정법원 신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실 설치, 사법보좌관제도 시행, 법관평가제도 도입 등도 윤 전 원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또 기소 전 보석 제도 도입, 간이 상설법원 설치, 상고심사제와 증인신문 방식 개선 등도 윤 전 원장 재임 당시에 이뤄진 사법제도 개선 결과다. 퇴임 후에는 2000년 영산대 석좌교수·명예총장에 취임했고 2004년부터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청조근정훈장(1999년)과 국민훈장 무궁화장(2015)을 받았고 자랑스러운 연세인(1994년)과 자랑스러운 해남윤씨(2000년)에도 선정됐다. 저서로 ‘신형법론’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현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씨, 남동생 윤전(변호사)씨 등이 있다. 장례는 법원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6일,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2호. (02)2227-7500.
  • ‘포르쉐 렌터카’ 박영수 前특검 재판 넘겼다

    ‘포르쉐 렌터카’ 박영수 前특검 재판 넘겼다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 포르쉐 렌터카를 받은 혐의 등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수민)는 14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박 전 특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모 현직 부부장검사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상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 등 언론인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가짜 수산업자로 알려진 김모씨는 이들에게 총 3019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모 종합편성채널 소속 정모 기자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박 전 특검은 김씨에게서 2020년 3회에 걸쳐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합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성립한다. 이 부부장검사는 2020~2021년 포르쉐와 카니발 차량을 무상으로 받고 220만원 상당의 수산물과 자녀의 학원 수업료 등 총 849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엄 해설위원은 2019~2020년 유흥접대 등 942만원, 이 전 논설위원과 전 중앙일보 기자는 대여료를 내지 않고 자동차를 빌리는 등 각각 총 357만원과 535만원 상당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2018년 6월~2021년 1월 선동오징어 사업 투자금을 명목으로 지인들에게서 116억원 상당의 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아 수감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신분, 수수금액 다과와 무관하게 전원을 정식재판 청구했고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전 특검 측은 “다수의 법률가는 특검이 공무수행 사인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 ‘가짜 수산업자 포르쉐 의혹’ 박영수 前특검 기소…언론인 3명도

    ‘가짜 수산업자 포르쉐 의혹’ 박영수 前특검 기소…언론인 3명도

    검찰이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14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수민)는 14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박 전 특검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12월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44·복역 중)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모 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보도 해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 등 언론인 총 3명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영장실질심사 도입한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

    영장실질심사 도입한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도입 등 현 사법제도의 근간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별세했다. 87세.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 법조계에 입문한 뒤 37년을 판사로 살았다.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청주·전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1988년 대법관이 됐고,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1989∼1993년)과 제12대 대법원장(1993∼1999년)을 역임했다. 윤 전 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첫해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법제도 개혁을 주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개혁 성과로 꼽히는 것은 1997년 시행된 영장실질심사 제도다. 이전까지 영장심사는 판사가 수사기록만을 보고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영장형식심사 제도였다. 검찰은 제도가 바뀌면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반발했지만 윤 전 원장은 이를 밀어붙였고 결국 모든 피의자가 판사 앞에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판단받는 현 제도가 안착될 수 있었다. 1995년 서울민사지법과 형사지법을 통합한 서울중앙지법의 출범, 1998년 서울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신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실 설치, 사법보좌관 제도 시행, 법관평가제도 도입 등도 윤 전 원장의 업적으로 뽑힌다. 또 기소 전 보석 제도 도입, 간이 상설법원 설치, 상고심사제와 증인신문 방식 개선 등도 윤 전 원장 재임 당시에 이뤄진 사법제도 개선 결과다. 퇴임 후에는 2000년 영산대 석좌교수·명예총장에 취임했고 2004년부터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청조근정훈장(1999년)과 국민훈장 무궁화장(2015)을 받았고, 자랑스러운 연세인(1994년)과 자랑스러운 해남윤씨(2000년)에도 선정됐다. 저서로 ‘신형법론’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현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씨, 남동생 윤전(변호사)씨 등이 있다. 장례는 법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 [씨줄날줄] ‘나쁜’ 밀크플레이션/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나쁜’ 밀크플레이션/이순녀 논설위원

    오는 17일부터 우유값이 줄줄이 오른다. 서울우유 대표 제품인 흰 우유 1ℓ는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 매일유업 흰 우유 900㎖는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인상된다. 남양유업과 동원F&B도 이달 중 우유 가격을 올린다. 인상폭은 회사별로 6~9%대다. 우유업계는 낙농가가 원유 가격을 대폭 올린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지난 3일 낙농가와 우유업계는 내년 음용유용(흰 우유) 원유값을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5.2%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값을 생산비, 물가상승률과 연계해 결정하는 제도다. 낙농가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도입됐지만 우유가 남아돌아도 싼값에 마실 수 없고, 소비가 줄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우유값 인상에 주목하는 건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우유를 담을지 말지 고민하는 차원을 넘어 빵, 커피음료,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 등 가공유제품과 식료품의 가격 상승을 연쇄적으로 촉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현상을 일컬어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우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유업계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들일 때 음용유용 가격은 올리되 가공유에 사용되는 원유값은 내리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흰 우유는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인상되지만, 발효유ㆍ탈지분유ㆍ크림 등 유제품 원료인 가공유용 원유값은 ℓ당 800원으로 147원 낮아진다. 그런데도 우유업계는 이들 가공유제품 값마저 줄줄이 올리고 있다. 빙그레는 편의점 바나나맛 우유(240㎖)와 요플레 오리지널 가격을 각각 13.3%, 16%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체다치즈 등 40여종의 가공유제품 출고가를 20% 올렸고,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등 컵커피 11종 가격을 평균 7~12% 인상했다. 가공유 원유값이 내렸는데 유제품값을 올리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업체들은 물류비용 증가와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군색하다. 낙농가의 희생과 비난을 무릅쓰고 원유차등가격제를 도입한 정부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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