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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민주화 마지막 등불’ 꺼진날…마지막호 사려 눈물 속 긴줄

    ‘홍콩 민주화 마지막 등불’ 꺼진날…마지막호 사려 눈물 속 긴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빈과일보는 항상 특별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24일 홍콩 동부 정관오의 빈과일보 사옥에 꽃과 함께 놓인 쪽지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줄곧 당국의 압박을 받아 온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이날을 끝으로 26년 역사를 마감하게 되자 작별을 고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뤘다. 거리의 신문 가판대에는 전날 밤부터 수백명의 독자들이 모여 마지막 신문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0시 55분경 초판이 도착하자 수십미터씩 늘어선 독자들은 적게는 2~3부, 많게는 10부 넘게 사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12부나 산 한 독자는 공영방송 RTHK에 “오늘은 불행한 날”이라며 “마지막 신문을 동료와 가족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 창간호부터 쭉 신문을 읽어왔다는 한 독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빈과일보 폐간 이후 감히 목소리를 낼 신문사는 한곳도 없다. 언론 자유는 이것으로 끝”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과 함께 2시간 넘게 걸려 사옥을 찾아온 다른 독자는 “우리는 매일밤 신문을 읽었다.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다”면서 “우리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다.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중국의 통제에 대한 홍콩인의 불안과 좌절에 주목하며 2019년 반정부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까지 한 빈과일보는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였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경찰은 줄곧 신문을 압박했고, 결국 지난 17일 사옥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자산을 동결했다. 신문에 실린 글이 보안법상 외세와 결탁한 혐의를 받는다며 편집국장과 수석 논설위원까지 체포하자 결국 직원들은 폐간을 결정했다. 빈과일보는 마지막 신문을 평소보다 12배가량 많은 100만부 발행하며 인사를 전했다. 1면에는 스마트폰 조명 등으로 사옥 전경을 비추는 한 지지자의 손과 함께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는 글자가 새겨졌다. 전날 밤 마지막 인쇄가 시작되자 늦은 시간에도 회사를 가득 메운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옥 밖에선 지지자들이 모여 “힘내라 빈과일보”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밤 11시 59분에는 빈과일보의 홈페이지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영문판, 중문판 홈페이지에는 ‘구독자에게 알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만 게재돼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홍콩 빈과일보 마지막 100만부 찍어 작별, 26년 동안 민주화 외쳤는데

    홍콩 빈과일보 마지막 100만부 찍어 작별, 26년 동안 민주화 외쳤는데

    24일 새벽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옥 앞에 시민들이 몰려와 이날자로 발행된 마지막 신문을 들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26년 동안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애쓴 노고를 치하했음은 물론이다. 빈과일보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자정에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24일이 마지막 지면 발간일”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빈과일보의 홈페이지는 오늘 자정부터 업데이트가 중단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6년 동안 사랑과 지지를 보내준 독자와 구독자, 광고주와 홍콩인들에 감사한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작별을 고했다. 이날 발행된 부수는 평소의 8배 가량인 100만부였는데 모두 팔려나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1면에는 스마트폰 조명등으로 사옥 전경을 비추는 한 지지자의 손과 함께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는 글자가 새겨졌다. 앞서 이날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늦어도 26일에는 마지막 신문을 발간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한 시간여 만에 빈과일보는 별도의 입장 표명을 통해 넥스트디지털의 발표보다 이틀 앞당겨 24일자를 마지막으로 폐간한다고 바로잡았다. 빈과일보는 사업가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했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웠다.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처음에는 파파라치와 선정적인 보도로 대표되는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선정적인 보도와 가십으로 도배돼 논란의 중심에 섰고, 특이한 방식으로 신문을 홍보하는 지미 라이에게는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 사업가‘란 딱지가 붙었다. 그러나 빈과일보는 2002년 둥젠화(董建華)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치 문제에 집중된 보도를 내놓으며 중국과 홍콩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종종 대중의 시위 참여를 촉구했고, 경찰 폭력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지미 라이도 2014년 ‘우산 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직접 나서며 홍콩 범민주진영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중국 관영매체와 홍콩의 친중 세력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홍콩 정부를 전복하고 홍콩의 독립을 선동하는 인물이라고 몰아세웠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뒤에는 그와 빈과일보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밀어붙여 지미 라이는 지난해 8월 체포됐고 12월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대선 과정에 지미 라이의 자금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에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지미 라이는 홍콩 등 이슈와 관련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한 상태였다. 그는 지난 4월과 5월에는 2019년 3개의 불법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총 징역 20개월을 선고받았다. 당국은 5억 홍콩달러(약 727억원)로 알려진 그의 자산도 동결했다. 그 뒤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빈과일보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해 편집국장 등 5명을 체포하고 2명을 기소했다. 또 회사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를 동결했다. 경찰은 빈과일보에 실린 글 30여편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빈과일보 논설위원 한 명을 외세와 결탁 혐의로 체포했다. 당국이 홍콩보안법으로 압박하고 자금줄까지 막아버리자 빈과일보는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한때 하루 50만부를 발간했던 빈과일보의 최근 일일 판매부수는 약 8만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 폐간으로 약 800명이 실직하게 됐다. 홍콩 명보는 전날 사설을 통해 “빈과일보가 정치적 투쟁의 결과로 폐간에 이르게 됐다”며 “당국이 자금줄을 끊으면서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미 라이가 정치적 도박에 모든 것을 걸어 미디어 그룹 전체를 잃게 됐다”고 전했다. 독자들은 마지막까지 빈과일보를 구매하며 응원을 보냈다. 지난 21일 밤 9시 30분 빈과일보 홈페이지에서 마지막 온라인TV 뉴스가 방송될 때 3만여명이 로그인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홍콩의 유일한 민주진영 신문이 문을 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대만 빈과일보는 성명을 내 “우리 신문의 운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2003년부터 발행해왔다. 다만 경영 악화로 지난달 17일자를 끝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판만 유지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전경하 논설위원

    한국은행은 2003년부터 1년에 두 번 금융안정보고서(금안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2002년 한은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에 대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제출·보고가 의무화되면서 시작됐다. 2011년에는 금안보고서 제출도 의무화됐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3개월에 한 번씩, 금안보고서는 6개월에 한 번씩 제출된다. 국회 보고용이지만 국회의원들은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저축기관 등의 다양한 통계와 현재 금융 상황 진단을 담아 금융 종사자들이 애용한다. 특히 부동산 관련 통계는 자주 인용된다. 집값이 떨어지던 2012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수도권 전세주택 가운데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4채 중 한 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제 발표된 금안보고서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고평가됐고, 주택가격과 신용 규모가 실물경제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금안보고서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계 특성상 과거에 치중한다. 보고서에서 한은의 정책 방향을 예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정부나 금융기관 등에 현 상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책을 권고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년에 8차례 ‘베이지북’이라 불리는 경제동향 보고서를 발표한다. 표지가 베이지색이라서 ‘베이지북’이다. 생산과 소비, 물가, 노동시장 등 경기 지표에다 12개 지역 연준이 관할 지역별로 일반은행들 보고서 및 주요 기업, 시장 전문가 등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부문별로 정리한 내용도 담겨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2주일 전에 공개되기 때문에 회의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FOMC 위원들은 미국 경제 현황과 전망 등이 담긴 ‘그린북’, 금융정책 효과와 대안 등을 담은 ‘블루북’도 함께 본다. 그린북과 블루북 전문은 5년 뒤 공개되지만 그린북은 FOMC 회의 3주 뒤 공개되는 ‘의사록 요지’에 ‘조사 스태프 예측’으로 소개돼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한은도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이 2주일 뒤 첫 화요일에 공개된다. 의사록에서 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지만, 한두 달 뒤 열리는 금통위 분위기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한은은 미래 정책 방향에 대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으며 대외 여건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고 답했다. 한은 보고서들이 지금보다 미래지향적이 되면 제약도 줄어들지 않을까. lark3@seoul.co.kr
  • 보안법 1년 만에… 反中 홍콩 언론 폐간

    보안법 1년 만에… 反中 홍콩 언론 폐간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가 끝내 중국 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4일 마지막 신문을 발간하고 폐간한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발효된 이후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논설위원이 추가로 경찰에 체포됨에 따라 직원들의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공식 폐간을 결정한 것이다. 빈과일보는 23일 저녁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자정부로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24일이 마지막 지면 발간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빈과일보의 홈페이지도 오늘 자정부터 업데이트가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빈과일보는 “지난 26년간 충성스러운 지지를 보내 준 독자들과 헌신해 준 기자, 스태프, 광고주와 홍콩인들에게 감사한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빈과일보 모기업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현재 홍콩을 장악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 늦어도 토요일인 26일에는 마지막 신문을 발간할 것”이라며 “온라인 버전도 늦어도 26일 밤 11시 59분 이후로 접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빈과일보 경영진은 직원들의 안전과 일손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해 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리핑’이란 필명으로 활동해 온 융칭키 논설위원이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외세결탁) 혐의로 경찰에 추가 체포된 게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콩 정치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언론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언론 전문가들은 빈과일보 폐간이 홍콩 언론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홍콩 당국이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반대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렸다고 맹비난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빈과일보는 의류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업가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했다. 사주인 지미 라이도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홍콩 민주진영 인사로 주목받았다. 지미 라이 사주를 비롯한 넥스트디지털 고위인사들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원칙과 신뢰의 정치 허무는 경선 연기론/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원칙과 신뢰의 정치 허무는 경선 연기론/오일만 논설위원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여당 내부가 시끄럽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이른바 ‘친문(친문재인)’계가 경선 연기를 요구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박용진 의원 등이 원칙론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선거일 전 180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후보자 간의 다툼과 당내 갈등을 봉쇄하기 위해 이해찬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이다. 경선 연기론자들은 ‘상당한 사유’로 코로나19와 흥행을 이유로 든다.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이 예상되는 시점으로 경선을 미뤄 국민적 관심을 높이면서 11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후보 선출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이 지사는 경선 연기를 ‘가짜 약 팔이’에 빗대며 발끈했다. 원칙과 어긋나고 민심과 동떨어진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22일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예상대로 이런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정당의 최종 목적인 집권 여부가 걸린 사안이라 어려운 정치적 선택임은 틀림없다. 복잡하고 판단이 어려울수록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 바로 정치의 근본인 원칙과 신뢰의 문제가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의 본질은 흥행이 아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치열한 수싸움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치의 핵심을 놓치면 안 된다. 시대정신이 분출하는 정치 현장에서 흥행은 저절로 따라오는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흥행을 연기 사유로 말하는 당내 경선 연기론자들의 논리는 본질보다 정치공학적 접근법에 가깝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총선을 앞두고 흥행을 위해 조직위원장 선발을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난 사례도 있다. 15개 지역구에서의 공개 오디션은 유튜브와 당 홈페이지·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지만 실시간 시청자는 1000명 안팎에 불과했다. 당시 제1야당은 대선 참패 후 석고대죄를 요구하는 민심과는 반대로 기득권 싸움에 골몰했다. 민심과 당심 모두 공개 오디션을 외면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1년 후 실시된 총선의 참패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대다수 국민 역시 경선 연기를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을 당내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꺾기 위한 친문과 비(非)이재명 진영 간의 연합전선이자 지지율 만회를 위한 ‘시간 벌기용’이란 의구심이 많다. 정치의 본질은 원칙과 신뢰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로 정치의 요체다. 가장 역동적인 선거로 기록된 2002년 대선이 그랬다.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의 높은 벽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바보 노무현’에게 열렬한 지지자들의 호응이 있었다. 목전의 이익을 버리고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노무현의 정치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와중에서 ‘이준석 돌풍’을 몰고 온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보자. 면대면 상황에서 경선을 치러야 흥행이 된다는 연기론자들의 논리가 무색하다. 국민적 관심을 모은 이유는 시대적 요구인 정치 혁신을 갈망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눈높이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변화와 혁신의 국민적 요구가 ‘0선의 30대 정치인’을 제1야당의 당대표로 끌어올렸다. 흥행은 정치의 원칙을 지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 효과라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정당의 당헌은 당원과의 약속이지만,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공당이 정치의 기본인 원칙을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자꾸 뒤엎는다면 결국 자멸의 길로 빠지기 마련이다. 당 개혁 혁신안으로 2015년 제정한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을 보자. ‘자당 소속 단체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했다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역대 최대의 참패를 당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국민을 우롱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신뢰가 떠난 자리에서 흥행을 찾는 것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정치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략적 이익을 위해 늘 그럴듯한 변명을 대의로 포장하지만 국민은 단박에 알아챈다. 국민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장식용 당헌을 가진 정당과 그런 정당의 대선 후보를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가사노동/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사노동/김상연 논설위원

    ‘가사노동’에 대해 백과사전은 ‘가정 안팎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일로 요리·세탁·청소 외에도 노인과 환자 돌보기, 친척 방문, 동회·은행·학교에서의 일처리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사노동이라는 용어는 최근에서야 일반화된 말로 사실 가사를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노동이라 하면 밖에서 일해 돈을 벌어 오는 것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가족이 하는 가사노동에는 금전적 보상이나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집안일을 전담해 본 사람이라면 가사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를 절감한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말처럼 적확한 표현은 없다. 인간은 하루 평균 세 끼의 밥을 먹어야 하고,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며, 하루만 지나도 집안에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집안일엔 휴일도 없고 야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육아까지 겹치면 슈퍼맨급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집안일+육아’보다 직장에 출근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비밀’을 들킬까봐 전업주부가 아닌 직장인들은 표정 관리에 힘쓴다.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픈 인간의 염원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불렀다. 세탁기에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까지 나날이 진보하는 가사의 기계화가 인간의 노동력을 덜어 주고 있다. 최근엔 요리하는 수고로움을 면제해 주는 ‘밀키트’ 배달 사업이 호황이다.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요리하도록 다듬어진 식재료와 정량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파는 상품이다.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과 함께 설거지까지 줄일 수 있어 1인가구는 물론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가족한테서도 인기다. 또 아예 공동식당에서 입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요리와 설거지에서만 해방돼도 가사노동이 크게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인간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날은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사노동이 더 늘었다는 통계 자료가 나왔다. 지난 2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음식 준비, 청소, 돌봄 등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9년 기준 490조 919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35.8% 증가했다. 15세 이상 1명당 한 해 평균 949만원어치의 무급 가사노동을 했다는 뜻이다. 가사노동의 증가는 핵가족화로 1인가구가 늘어난 데다 새로운 가사노동을 인간 스스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에 들어간 가사노동 평가액이 2019년 기준 14조 46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11.2%나 증가했다. 결국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려고 기껏 머리를 짜내 온갖 발명품을 만들어 내면서도 한편으론 반려견 등을 돌보는 노동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 참 재미있는 종(種)이다. carlos@seoul.co.kr
  • [길섶에서] 점심 산책/서동철 논설위원

    사원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섰는데 발걸음이 자연스레 삼청동 쪽으로 향한다. 얼마 전 국립민속박물관이 새로운 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이라는 주제였다. 올해는 ‘부산 문화의 해’라고 한다. 눈길이 ‘피란민과 밀냉면’ 코너의 녹슨 냉면기계에 멈춘다. 밀면이 처음에는 밀냉면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밀냉면이 이 음식의 진화과정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냉면기계의 끝부분 면발이 줄줄이 나오는 둥근 틀이 ‘분창’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밀면을 처음 만들어 팔았다는 ‘내호냉면’도 소개돼 있다. 이 집 밀면을 먹은 기억이 없으니 나는 부산 여행을 헛한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 부산은 신발의 고장이다. 고무신의 역사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범표 삼화고무, 말표 태화고무, 기차표 동양고무, 왕자표 국제상사가 기억나는 세대라면 필자처럼 우선 접종 대상이 돼 코로나19 백신을 벌써 맞았겠다. 동명목재의 흔적도 있었다. ‘부산 아지매’가 밀고 다니며 “재첩국 사이소”를 외쳤을 손수레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010’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최근까지 쓰던 것인가 보다. 회사로 돌아오니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주마간산이면 어떤가. 이런 게 문화생활이 아닌가. sol@seoul.co.kr
  • [씨줄날줄] 몽고메리 김치/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몽고메리 김치/이종락 논설위원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 주도(州都) 몽고메리시. 몽고메리는 1960년대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던 로자 파크스의 저항을 계기로 흑인 인권운동을 촉발한 본거지다. 사양길에 접어든 섬유산업과 목축업에 의존해 미국에서 못사는 농촌의 작은 도시이기도 하다. 2005년 주청사에서 남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곳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 도시는 모든 게 달라졌다. 자동차산업에 의존했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가 포드와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기업들의 잇단 이탈로 ‘러스트벨트’로 전락했지만,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 가운데 하나였던 앨라배마주는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의 잇단 유치로 남동부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주로 탈바꿈했다. 주정부는 현대차 공장의 주소를 한국의 현대차 울산공장 번지수와 같은 ‘700번지’로 배정했다. 도로명을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로 아예 바꿨다. 현대차는 14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지으면서 현지 지역민 3000여명을 채용했다. 현대모비스가 동반 진출해 협력사 직원까지 더하면 1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이 이뤄졌다. 앨라배마주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가 약 21만명인 몽고메리에는 한국인이 약 1만 3000명이 산다. 이런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야구팀에도 번지고 있다. 몽고메리에는 최지만이 뛰는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더블A 팀인 ‘몽고메리 비스킷’이 있다. 팀명인 비스킷은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옛날 미국 남부에서 치킨과 함께 식사로 먹던 빵이다. 미국 남부 지방 노예들은 저가의 재료로 요리했는데 이런 남부 가정식을 ‘솔푸드’(Soul Food)라고 한다. 미국 남부의 몽고메리를 상징하는 음식이 비스킷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김치다. 몽고메리 구단은 다음달 17일 안방경기 때 하루 동안 팀 이름을 ‘몽고메리 김치’로 바꾼다.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팀인 LG 트윈스나 롯데 자이언트가 팀 이름을 LG 몽고메리나, 롯데 몽고메리로 바꾸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결정이다. 구단 측은 “‘한국 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팀 이름도 바꾸고, 김치를 모티브로 한 유니폼 디자인도 선보이기로 했다”고 그제 발표했다. 주황색 유니폼 상의 앞면엔 영어 ‘MONTGOMERY’ 아래에 한글로 큼지막하게 ‘김치’가 쓰여 있다. 뒷면 등번호 위에 고추 양념의 배추김치를 얹었다. 미국 프로야구팀 ‘몽고메리 김치’는 기업의 활약이 국가의 브랜드와 음식의 가치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X파일/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X파일/박홍환 논설위원

    세상에는 듣고도 믿기 힘든 의혹과 음모론이 넘쳐난다. 권력 교체기 등 변혁의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구글 검색량이 많은 세계 10대 음모론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9·11테러를 미국 정부가 기획·집행했다는 의혹은 사건 발생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미 네바다주의 군사작전 지역인 ‘51구역’을 미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는 이유는 그곳에 외계인들을 감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음모론도 한때 득세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특정 인종을 몰살하기 위해 에이즈 바이러스를 개발했다는 ‘에이즈 개발설’, 엘비스 프레슬리가 대중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해 사라졌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는 ‘엘비스 생존설’, 미국의 달 착륙선 아폴로11호가 착륙한 곳은 달이 아닌 지구상 사막 중 한 곳이라는 ‘달 착륙 조작설’ 등도 그럴듯하게 포장·유포돼 왔다. 외계인과 관련된 미 연방수사국(FBI)의 미해결 사건 목록, 즉 X파일이 존재한다는 TV 시리즈물이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미지, 미정의 것을 뜻하는 알파벳 X를 사용함으로써 신비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FBI에는 X파일도, 그것을 담당하는 부서도 없다는 것이 FBI 측의 공식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옛 국가안전기획부 도청팀이 무차별적인 불법 도청을 통해 주요 인사들의 치명적 약점을 파악했다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이 2000년대 초 공개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도청 녹음 테이프 수백 개가 발견됐는데, 이를 안기부의 X파일이라고 통칭했다. 당시 중견 대중가수의 전화 통화까지 도청할 정도로 안기부 도청팀의 불법 도청은 광범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TV 드라마 X파일은 2008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나는 믿고 싶다’는 부제가 붙었다. 음모론은 대중들의 신뢰를 받을 만한 가설만 채택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은 배제하면서 덩치를 키워 나간다. 믿고 싶어 하는 대중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X파일이 시중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는 엊그제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정리한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석열 X파일’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윤석열 X파일을 거론한 바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한 X파일은 몸집을 키울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의혹 제기용에 불과할지, 아니면 사실로 확인될지 X파일 검증의 시간은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일본인의 옛길 사랑/이종락 논설위원

    주말이면 옛길걷기가 일상이다. 지난 1월 22일 동대문을 출발해 평해길(385㎞)과 의주길(74㎞)을 완주했다. 요즘은 서울 남대문에서 전남 해남과 제주 관덕정으로 이르는 삼남길을 걷는다. 옛길을 걷는 데 주로 보는 참고서는 ‘옛길 전문가’ 신정일씨와 일본인 도도로키 히로시가 썼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 리쓰메이칸(立命館) 아시아태평양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도도로키 선생은 1998년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9년 영남대로, 2000년 삼남대로, 2001년 관동대로를 답사했다. 지리학도로서 연구목적이지만 22년 전부터 대부분 한국인도 잘 몰랐던 옛길을 완주하고 책을 출간했다는 것에 놀란다. 도도로키 교수는 올해도 단행본 ‘조선시대 수경(水經)’과 논문 ‘통일신라 간선역과 행정구역 관계’를 써 한국지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삼남대로를 걷던 중 전남 장성에서 한국인 최정인씨를 만나 결혼했으니 평생을 한국 옛길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50대 중반을 넘어서 옛길의 존재와 가치를 안 나로선 부끄럽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일본 에도시대 옛길 중 교토의 산조바시부터 도쿄의 니혼바시를 잇는 총 526㎞의 나카센도를 걸어야겠다. jrlee@seoul.co.kr
  • [속보]윤석열 대변인 “X파일 대응안해, 대선 출마 선언 이달말 예정”

    [속보]윤석열 대변인 “X파일 대응안해, 대선 출마 선언 이달말 예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20일 윤 전 총장과 관련한 의혹을 정리한 것이라는 이른바 ‘X파일’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 이상록 대변인은 “‘X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던 이동훈 전 대변인이 선임 열흘 만에 사퇴한 데 이어 ‘X파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애초 계획했던 6월 말∼7월 초 시기로 조율 중”이라며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광화문의 한 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릴 계획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민주 대변인이 분석한 尹대변인 사퇴의 세 가지 원인

    열린민주 대변인이 분석한 尹대변인 사퇴의 세 가지 원인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한 데 대해 “‘법조 출입 오래한 이상록 기자가 낫지 않겠나’라는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전 대변인과 함께 윤 전 총장의 대변인으로 선임됐던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상록 대변인은 이 전 대변인의 사퇴로 공보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변인의 사퇴 원인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 씨와 매우 가까운 장예찬 씨를 쳐낸 것이 첫 실수”라며 “본인 권한이 아닌 일인데, 아마 중앙일간지 논설위원까지 거친 그가 장예찬과 같은 신인 정치인(유튜버이며 평론가)과 동급 대접을 받는 것이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으니 그건 장예찬을 선택한 윤석열씨에게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봤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 씨의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정치 행보를 본인이 라디오에 나가 6말 7초니 해가면서 앞서나갔던 것이 두 번째 실수”리며 “아마도 오랜 기간 정치부에 있었던 본인의 감이 있어 윤석열 씨를 설득했을 테고, 윤이 결정을 못 하고 지지부진하자 “이렇게 가는 게 맞으십니다, 총장님”하면서 라디오에서 일정을 그냥 질렀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문가 조언이 일치하는 지점은 “얼른 들어가서 검증 거치고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게 정상적이고 힘들지만 가장 단단한 길”이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씨 입장에선 ‘기자 경력 좀 있다고 감히 날 끌고가?’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동아일보 법조 출신 이상록 씨를 SNS 담당자로 밀어내고 내부에서 아마 다툼이 꽤 있었을 것”이라며 “윗사람에겐 충성하고 직원들과는 불화가 잦은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게 세 번째 실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내부 통제는 안 되고 ‘총장님은 불쾌해하시는 상황’이 반복되며 내부 결정 단위에서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며 “‘총장님, 그래도 역시나 법조 출입 오래해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이상록 기자가 낫지 않겠습니까’ 이런 정도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대변인은 “평생 직장 박차고 나온 이동훈 씨의 미래도 걱정이지만 윤석열 씨의 미래가 더 걱정(?)”이라며 “윤석열 씨를 대신해 내부 정리도 하고 때로는 악역도 서슴치 않을 사람이 필요한데, 제가 볼 땐 없다. 그런 정치적 조율을 해줄 내부 인사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열흘 만에 대변인 내치는 인선 실력으로 이게 캠프가 어떻게 꾸려질지 우려 반 우려 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씨, 유도복 입고 재벌 총수 내리치고 정치인 내리쳐보니 내가 천하제일이다 싶으셨죠? 막상 여의도 UFC무대에 올라와 보니 좀 다르다 싶죠?”라며 “이를 꽉 물고 계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윤석열 대변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열흘만에 사퇴

    윤석열 대변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열흘만에 사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에 선임된 지 열흘 만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당연히 윤 전 총장과 이야기해 거취를 결정했다”며 ‘윤 전 총장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해석하시기 바란다”고만 답했다. 이 대변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0일 윤 전 총장 측의 대변인으로 선임됐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8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두고 일었던 메시지 혼란이 대변인의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전 총장은 민생 탐방 후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며 사실상 긍정 입장을 표명했다가 불과 몇 시간 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거망동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편 오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통한 ‘전언정치’에 비판도 나온 바 있다. 특히 야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기 입으로 국민에 입장을 이야기했어야 한다”면서 직접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왜 정치를 하게 됐는지, 대선에 출마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의 말을 본인 입으로 하는 게 정상”이라고 했으며, 대선 출마를 밝힌 하태경 의원은 “윤 전 총장의 화법이 뚜렷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하거나 비유적으로 말한다. 국민이 잘 못 알아듣게 말한다. 자신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야권 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전날 윤 전 총장과 아내·장모 관련 의혹을 정리한 파일을 입수했다며 “대선 경선과 본선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정치 아마추어 측근 교수·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대응과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백신 1차 접종해도 실외선 마스크 벗으라고? 정부 조급증

    [임병선의 시시콜콜] 백신 1차 접종해도 실외선 마스크 벗으라고? 정부 조급증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 받은 사람들은 다음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인센티브 제시가 상당한 혼선을 불러오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으로 써서 결과적으로 정책 목표와 수단을 혼동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백신 접종의 효과를 인센티브로 제시해 혼선 부채질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실외 마스크 착용 수칙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에 따르면 1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사람과 2차까지 받은 사람은 다음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공원과 등산로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이나 운동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다수가 모이는 집회·행사의 경우 실외라 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당장 전문가들은 실외에서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하기 힘들고, 다수가 밀집하는 장소에서는 감염 위험이 여전해 섣부른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양쪽이 2차 접종을 마쳐야 대면을 할 수 있게 한다”며 “1차 접종자에게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 “백신을 1회 접종했을 때는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면서 “정부는 사망률을 100%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감염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전반적인 인센티브 안에는 찬성하지만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을 완화하는 방안은 급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는 1차 접종 2주 뒤부터 인센티브가 부여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예방 효과가 많이 올라간다”며 방역 수칙을 완화해주는 시점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본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야외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고, 특히 1차 접종을 마쳤으면 타인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이 발견된 영국 변이는 현재 진행 중인 예방접종에 의한 차단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현재 변이 유입 차단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 인도발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다수의 인파가 밀집된 실외 현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상시로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제가 얼마나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다.●당국은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하지 않아, 지자체가 행정명령으로 과태료 부과 하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은 처음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오해하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낸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지침 : 마스크 착용’을 보면, ‘실외 집회·행사 등 여럿이 모이는 경우는 거리두기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쓴다. 실외에서 타인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돼 있다. ‘~해야 한다’가 아닌 권고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건 전국 17개 시·도가 이 지침을 근거로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공원 등에서 타인과 2m 이상 떨어져 있을 수 있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바깥에서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CDC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역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백신 접종자에게 실외 ‘노(No) 마스크’를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벨기에, 프랑스도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실외 비말 얼마나 멀리 퍼져 감염시키는지는 의견 분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 말하기, 노래 등을 할 때 뿜어져 나온 비말이 타인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된다. 밀접·밀폐·밀집 3밀(密) 환경이 아닌 야외에서는 공기 흐름이 강해 비말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의학적·보건학적으로는 맞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론도 상당하다. 지난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과대와 벨기에 루벤대 연구진은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때 ‘슬립 스트림’ 현상으로 비말이 10m 이상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현상은 물체가 빠르게 이동할 때 뒤쪽 공기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말한다. 일부 전문가는 1차 접종자까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1차 접종률이 20%대에 그치는 현 상황에서 성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접종률이 50%를 넘었을 때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다. ●성인의 80%가 1차 접종한 영국, 확진자 4개월 수준으로 성인 인구의 80%가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4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영국 정부는 17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1007명, 사망자는 19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2월 19일(1만 2027명) 이후 가장 많다. 이 나라는 강력한 봉쇄 정책과 백신 접종 효과에 힘입어 올해 초 7만명에 이르던 신규 확진자 수가 한때 1000명대까지 내려갔다가 봉쇄를 단계적으로 풀고 감염력이 훨씬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 수가 껑충 뛰기 시작해 4개월 수준으로 돌아왔다. 성인 인구의 80%가 백신 1차 접종을 했고 58.2%는 2차까지 완료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델타 변이가 무섭게 번지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오는 21일로 예정했던 규제 완화 날짜를 다음달 19일로 연기하는 등 당황하고 있다. 백신 접종 연령은 23세까지 내려갔고 이번 주말이면 18세 이상은 모두 예약할 수 있다. 접종 간격도 8주로 줄였다. 하지만 이들 연령층에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번지는 것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 누구도 분명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백신이 세상에 등장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일부 나라에서 성급한 조치들을 취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공원 등에서 눈총을 받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려면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집단면역이 달성됐다고 확신할 때까지 마스크는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한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 [서울광장] ‘자산어보’와 ‘이준석 현상’/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산어보’와 ‘이준석 현상’/서동철 논설위원

    집안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을 돌리다 보니 케이블채널에 영화 ‘자산어보’를 예고하는 자막이 떴다. 개봉 전에는 흥행대작이 될 것이라는 흥분 어린 목소리도 있었다. 조용히 개봉관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벌써 집에서 볼 수 있게 됐구나 싶었다. ‘자산어보’를 본 것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영화관에 가는 것은 연례행사도 아닌 격년행사쯤 된다. 올해는 ‘자산어보’ 전에 ‘미나리’도 봤으니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영화가 화제에 올라도 아주 할 말이 없지는 않게 됐다. ‘자산어보’는 복합영화관의 객석이 300개 남짓한 제법 큰 방에서 상영했는데, 관람객은 필자를 포함해 예닐곱뿐이었다. 평일 오후였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적지 않은 관람객을 동원했다는 ‘미나리’ 때도 비슷한 시간대 관람객이 그보다 많지는 않았다. 다만 ‘미나리’는 가까운 영화관을 쉽게 찾았지만, ‘자산어보’는 상영관이 많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던 것이 달랐다. 무엇보다 이날만 그랬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 가운데 젊은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의아했다. 영화 속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창대’가 등장하는 정약전(1758~1816)의 해양생물지(誌) ‘자산어보’의 서문은 미리 읽어 두었다. ‘섬에 덕순 장창대라는 사람이 있어 … 한 집에 머물면서 함께 연구해 책을 완성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창대는 나름 섬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학다식한 인물로 인정받는 당대 흑산도의 대표적 ‘먹물’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본문에도 아홉 군데 등장하는데, 창대가 ‘우기는’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으니 적어 둔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대는 정약전보다 나이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인물을 좌절한 출세지향의 젊은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것이 창작의 힘이다. 결론적으로 흑백으로 만든 ‘자산어보’의 영상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 중반까지 절해고도에 유배된 진보적 학자와 물정 모르는 어촌 젊은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조선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을 신분 격차, 심지어 나이 차이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은 저런 것이겠거니 하며 작은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궤도가 당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 가면서 “이 영화에 저런 접근이 꼭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관객이 왜 없는지는 의문이었다. 정약전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모순은 물론 지방관과 아전의 횡포와 민중의 좌절까지 리얼하게 그리고 있지 않은가. 절해고도에서 벌어지는 한가하다면 한가한 이야기를 사회적 주제로 ‘승화’시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에 얼마 전까지는 열광했을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이후 ‘자산어보’는 잊었다. 영화 ‘자산어보’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은 엉뚱하게도 최근의 ‘이준석 현상’이었다. 36세에 불과한 그가 일반 시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제1야당 대표에 오른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만발하고 있다. ‘잊혔던 보수적 가치에 대한 민심의 향수’라는 신문 해설 기사의 한 대목도 떠오른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정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이는 것은 보수의 가치와도, 진보의 가치와도 관계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이준석 현상’은 우리 사회가 ‘뻔한 것’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대표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제대로 된 젊은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하는 짓’이 참신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대를 앞서가는 가치를 담지 못하면 후세에 남을 예술로 대접받지 못하듯 정치도 딱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도 바뀌었는데 진화하지 못한 진보나 보수가 여전히 진보나 보수를 대표한다고 외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느냐고 ‘이준석 현상’은 묻는다. ‘자산어보’에 관객이 들지 않은 것도 한때 각광받던 ‘기-승-전-현실비판’이라는 ‘영화문법’이 더이상은 새롭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런 문법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진부해진다는 것을 관객은 이제 알고 있다고 주제넘은 추측을 해 본다. 그러니 ‘이준석 현상’도 우연히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문법’을 개발한 데 따른 정당한 반대급부일 수밖에 없다. sol@seoul.co.kr
  • [씨줄날줄] 타투법/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타투법/이종락 논설위원

    몇 년 전부터 눈썹 문신을 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다. 눈썹에 숱이 적은 편인데 5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 부분이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이다. 말이 문신이지 표피나 진피(眞皮)층 상부에 색소를 넣어 6개월∼2년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는 ‘반영구 화장’이다. 그런데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몸을 인위적으로 변형하려 칼을 대는 것에 아직도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유교 문화에서 자란 탓이리라. 공자의 가르침을 기록한 유가의 주요 경전 13경(經) 중 ‘효경’(孝經) 첫 장에 그 유명한 문구인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라고 나온다. 공자가 제자인 증자에게 ‘효의 원칙과 규범’을 얘기하면서 “사람의 신체와 터럭(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가르치는 대목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그제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 타투를 새긴 등이 드러나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논란이 뜨겁다. 자신이 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문신을 뜻하는 타투는 피부에 색소를 주입해 일정한 문양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표피 아래 진피층에 색소를 입혀 영구적으로 문양이 남도록 하는 것으로 류 의원은 영구적인 것이 아닌 타투 스티커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2018년 문신 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 중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은 1000만명, 타투는 300만여명이 시술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영구 화장과 타투를 합치면 4명 중 1명꼴이다. 2019년 한국타투협회가 밝힌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약 1조 2000억원(반영구 화장 약 1조원, 타투 약 2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이 없다. 하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국내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이 됐다. 17대 국회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18·19대 국회에서 ‘문신사 법안’이 발의되며 합법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시술의 안전 문제와 감염 등 위생 문제를 이유로 의료계와 복지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타투 퍼포먼스’를 한 류 의원이 지난 11일 타투업을 합법화하는 타투업법을 발의했다. 젊은 세대는 타투를 예술의 영역이자 표현과 개성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타투가 미풍양속을 해치고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 타투의 합법화 논쟁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jrlee@seoul.co.kr
  • [길섶에서] 청계천의 새 주인공/박홍환 논설위원

    서울 도심 속 작은 하천인 청계천은 소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 같은 존재다. 그 안에서 작은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게다. 청계광장 부근의 얕은 여울에는 작은 피라미와 송사리 떼가 물살을 거스르며 은빛 몸체를 반짝거리고, 물 흐름이 다소 완만해지는 수표교 인근에 이르면 성인 팔뚝만 한 잉어 무리가 한가롭게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도심 광장을 배회하던 비둘기들도 청계천에 정착한 지 오래다. 수변 식물에서 떨어진 열매 등을 쪼아먹다가 목이 마르면 청계천 물에 첨벙 뛰어들어 온몸이 젖는 줄도 모른 채 목을 축이고, 양지바른 둔덕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흠뻑 맞으며 쉴 수 있으니 황량한 도심의 비둘기들에게 이보다 더한 천당이 있을까 싶다. 올해 들어서는 청계천 식구가 좀더 늘었다. 어린 왜가리 2마리가 비행연습, 물고기사냥 등에 여념이 없는데 멀찌감치 어미로 보이는 성체 왜가리가 물가에 내놓은 새끼들마냥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 어린 왜가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청계천 생태계의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생태계조차 시나브로 변화는 시작됐다. 꼰대 일색이던 여의도 정가 생태계의 세대교체 태풍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stinger@seoul.co.kr
  • [이동구 칼럼] 바람 불 때 돛을 펼쳐라/수석논설위원

    [이동구 칼럼] 바람 불 때 돛을 펼쳐라/수석논설위원

    보수 이미지가 강한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경험 1도 없는 36세의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것은 정치판의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김대중 등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50여년 전 주창했던 ‘40대 기수론’에 버금가는 정치판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젊은층을 비롯해 차츰 지지세를 회복하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양을 향해 큰 배를 띄운 듯한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지만 머지않아 거대 여당을 비롯한 정치판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만 18세 이상 2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40.1%를 기록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의 지지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8.6%였고, 국민의당 7.8%, 열린민주당 6.4%, 정의당 4.3% 순이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정당 지지도의 변화가 결코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개혁과 진보의 이미지가 강했던 집권 여당의 위상과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의 대표가 30대로 바뀐 것은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민주화 운동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등장한 86세대들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의 급속한 퇴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물론 당장 국회의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 정의당 등 모든 정당의 정책이 젊은층 중심으로 크게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 봄으로 다가온 대선판의 지형 변화가 큰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재보궐선거에서 세대별로 표심의 변화가 확인된 데다 이번 국민의힘 대표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의 바람은 대선판을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하다. 여당과 야당에서 거론되는 대권 후보군들의 교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치권이 인물교체나 세대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변화를 바라는 민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현재처럼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헌법체계 아래에서 요동치는 민의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날로 첨예해지는 대립의 정치와 권력 구도로는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데 유력 정치인들도 공감하고 있다. 비록 정치적인 셈법이 가미된 것으로 치더라도 최근 거론되고 있는 개헌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의 언급은 없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의 선출직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등의 개헌론을 주창했다. 현행보다 더 강화된 토지공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 등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과 특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확보하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도 권력구조 개편 등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개헌론이 현재까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거론된 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개헌론이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앞서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비쳐지며 흐지부지되고 있어 안타깝다. 2017년 탄핵정국으로 대선이 치러질 당시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편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다수당이 된 이후엔 검찰개혁에 매몰된 채 모두가 입을 닫고 있었다. 권력을 잡은 후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안주하고 싶어던 게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2년여 전 ‘공정한 경쟁’이란 저서를 통해 “국회의원의 임기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주장을 했다. 그러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개헌론을 주도하는 변화의 바람을 한 번 더 이끌어내면 어떨까.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편을 포함해 민의와 시대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개헌을 주도한다면 대양을 향한 배에 돛을 펼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불 때 돛을 펼쳐야 목적지에 먼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씨줄날줄] 낯가림/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낯가림/임병선 논설위원

    “해외 관광지에 왁자지껄 몰려오면 중국인들, 한 묶음으로 엮일까 눈치 살피면 한국인들, 이미 자리 피해 보이지 않는다면 일본인들.” 아시아 쪽 국가들의 특성을 관광객에 빗대어 웃자고 하는 평가였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맴돌며 외톨이를 자처하는 듯해 보인 B컷 사진이 일본서 입길에 오르내리다가 한국 소셜미디어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취임했으나 코로나 탓에 정상들과 대면하지 못한 스가 총리가 외교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낯가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놀랍기도 하다. 낯가림이란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갖는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의미한다. 생후 6개월쯤 시작해 두 살이 되면 없어진다. 생후 8개월쯤에 낯가림을 시작하면 중요한 사람들을 분별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인지능력이 발달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긍정적인 발달 양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적잖이 본다. 일본인들이 낯가림에 대해 쓴 책들이 우리말로 많이 옮겨진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카시마 미사토는 ‘낯가림이 무기다’란 책을 썼는데 감지능력과 관찰력, 공감력을 가진 사람이 낯을 가린다“며 사람이나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해 내는 특유의 센서를 작동해 사람들의 관계와 특성을 프로파일링하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은 소통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유명 개그맨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를 통해 낯가림과 수줍음이 심해 무명 개그맨으로 고생하던 자신이 껍질을 벗고 변신한 과정을 재치 있는 문장으로 그려 냈다. 돌아보면 핸디캡을 극복해 지도자로 성장한 이가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어린 시절 놀림깨나 받은 말더듬이였지만, 지금은 훌륭한 연설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도 말을 심하게 더듬어 대인기피증이 있었지만 세계대전을 함께 이겨 내자는 명연설로 지금도 영국인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킹스 스피치’로도 나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성인이 돼서 소아마비를 앓았는데, 어머니가 은퇴하고 고향에서 요양이나 하라고 했지만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병마를 이겨 내는 길이란 부인 엘리노어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대공황을 이겨 낸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 됐다. 스가 총리가 ‘결핍’을 이겨 내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면 한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우유 트라우마/김상연 논설위원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했다.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뒤 언제부터인가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팠다. 나이가 들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에 걸리기 쉽다는 학설을 떠올리며 사실상 우유를 끊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도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위장을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계속 우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우유를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실로 몇 년 만에 우유를 사서 조심스럽게 한 잔 먹어 봤다. 의외로 배가 아프지 않았다. 계속 먹었다. 가끔 아픈 적도 있었지만 참고 꿋꿋이 먹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우유를 물처럼 마셔도 아무렇지 않다. 죽을 때까지 우유 마시는 즐거움은 더이상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이런 사례를 정신적 트라우마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건이나 사고 때문에 생긴 정신적 상처를 자꾸 피하려 들지 말고 마인드를 단련시킨다는 생각으로 정면으로 맞서면 어떨까. 한 번뿐인 인생, 트라우마로 괴롭게 살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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