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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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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김규완씨 모친상, 김가애씨 시부상, 김범수씨 부친상

    ■ 김규완(CBS 논설위원실장)씨 모친상 △ 강수부 씨 별세, 김규완(CBS 논설위원실장) 씨 모친상, 김용희(석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씨 시모상, 6일, 이대목동병원 특3호실, 발인 8일 오전 10시. 02-2650-5121 ■ 김가애(신아일보 정치부 차장)씨 시부상 △ 유성일씨 별세, 김순자씨 남편상, 유진우(쿠팡이츠서비스 Area 매니저)씨 부친상, 김가애(신아일보 정치부 차장)씨 시부상, 7일 오전 9시5분, 경기 광주 삼육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9일 오전 9시, 장지 경춘공원묘원. 031-760-3644 ■ 김범수(건국대 교수)씨 부친상 △ 김진각씨 별세, 송주연씨 남편상, 김범수(건국대 교수)·김소연·김은수·김의수씨 부친상, 최형주(소비자가만드는신문 기자)씨 외조부상, 7일 오전 7시,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9일 오전 7시. 031-781-6725
  • [씨줄날줄] ‘떴다방’식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떴다방’식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정치인 김대중은 1995년 6·27 지방선거 직후 정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신당창당주비위 상임고문으로 외부 인사 영입을 주도했다. 70~80년대 동지들의 동교동계가 아닌, 젊고 참신한 인물을 찾아나섰다. 김근태 등을 비롯한 재야 세력들을 대거 제도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배우 손숙ㆍ정한용, 방송기자 정동영, 판사 추미애, 변호사 천정배 등 전문직이면서 대중적인 인사들이 김대중과 함께했다. 앞선 1988년에는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 기라성 같은 민주화 인사들이 김대중과 뜻을 같이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 이인영, 임종석, 우상호 등 ‘386세대’까지 이어졌다.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권 출범 3년이 지난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차명진, 이우재 등을 전격 입당시켰다. 또 검사 홍준표 등의 신한국당 입당 시기도 이때다. 당시 총선 필패가 점쳐졌던 신한국당이었지만 외연 확장에 힘입어 139석을 얻고 제1당을 유지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각자도생했지만 각기 이명박 정권 탄생에 핵심적 역할을 하거나 경기도지사로 진출하는 등 보수정당 안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혀 나갔다. 당 바깥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일은 한국 정당사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 정당들이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1인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해 왔기에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재와 진영 내부의 돌고 도는 인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의미로서 외부 인사 영입은 권력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고질적인 ‘인물 중심 정당’의 폐해로 이어지곤 했다. 정당의 강령과 가치, 비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인사들과 영입 인사들의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윤석열 국민의힘 선대위의 인재 영입 해프닝은 느닷없는 일이 아니다. ‘여성 인권을 4분의3만 인정하자’거나 ‘왕정도 상관없다’는 시대착오적인 이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 국민의힘이나, 개인의 기초적인 도덕성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가 논란이 되니 무책임하게 내친 민주당 또한 ‘떴다방’식 인재 영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이 걸려도 당의 강령에 맞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지방의원부터 시작해 대통령이 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지극히 당연한 사례가 부러움을 사서는 곤란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30년이 됐으니 우리 또한 불가능한 일이 아닐 테다. 다만 대통령 후보까지 외부에서 영입하는 세상이니 더 말한들 무엇할까.
  • [길섶에서] 산중다원/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산중다원/오일만 논설위원

    몇 년 전인가, 발길 따라 우연히 들른 곳이 서울 진관사였다. 근처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이끌려 가다 보니 진관사 계곡의 낭랑한 소리가 좋다. 고려시대 고찰로 조선조에선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륙재(水陸齋)가 열린 사찰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승려 백초월(白初月)의 오롯한 독립정신으로 유명한 곳이다. 비탈길을 올라서 한숨 돌리려는 지점에 찻집이 있다. 이곳의 대추차 맛은 잊기 어렵다. 분위기 덕분인지 진한 여운과 달콤한 향기가 기억에 새겨 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정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글이다. 태풍과 천둥, 자연의 극한으로 단련된 대추가 내공으로 인간세상을 복되게 하는 것 아닌가. 초봄처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쬔 주말. 계절을 잊은 건지, 그 속내가 궁금한 몇몇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날씨다. 만사 잊고 북한산 둘레길을 헤매다 우연히 마주친 곳이 산중다원이다. 진관사에서 맛본 대추차 향기에 발길이 끌린 듯하다. 편안한 공간이 느긋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기 안성맞춤이다. 산행의 피곤함이 대추차 한잔으로 녹아내린다.
  • [부고] 김상진씨 부친상, 박진호씨 조모상, 김신곤씨 장모상

    ■ 김상진(KNN 정치경제팀 기자)씨 부친상 △ 김태희(전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씨 별세, 김상균(LH 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상진(KNN 정치경제팀 차장)·건희씨 부친상, 6일 오후 2시 30분, 부산시민장례식장 402호, 발인 8일 오전 9시(부산추모공원), 051-636-4444 ■ 박진호(중앙일보 강원주재 기자)씨 조모상 △ 함옥순씨 별세, 박기선(메리츠화재)·기은(강원도청 균형발전과)·기화·영순·기순·희순씨 모친상, 박진호(중앙일보 강원주재기자)·현호 조모상, 6일, 강원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8일 오전 8시. 033-254-5611, 010-6375-8195 ■ 김신곤(영남일보 논설위원)씨 장모상 △ 최복순씨 별세, 이해숙·이인숙·이귀숙씨 모친상, 김용한(포항자동차번호판대표)·정종원((주)덕천대표)·김신곤(영남일보 논설위원)씨 장모상, 5일, 포항성모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발인 7일 낮 12시. 054-260-8048
  • [씨줄날줄] 노(No) 중년존/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No) 중년존/이동구 논설위원

    합리적인 이유 없이 행해지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국회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성 소수자 등을 향한 종교적인 반대도 큰 걸림돌이 됐지만 이를 법제화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의, 과실, 위법성 등을 입증하는 책임 소재 여부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채용, 승진, 임금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차별’이란 용어를 접할 때 먼저 떠올리는 게 인종, 남녀, 학력, 나이 등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오랜 관습으로 차별을 당연시했던 부분이다. 1893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인류 역사상 처음 인정됐지만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몇몇 국가에서는 여전히 여성에 차별적이다. 특히 흑백이나 인디언, 동양인, 특정 종교나 나이 등에 대한 각종 차별은 지금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반대로 안정되고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오히려 차별적인 요소들을 허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호적인 요소가 더 강했기 때문에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차별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견 등 각종 동물들도 인간과 함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펫존(Zone)’이나 어린이나 자동차의 출입과 속도 등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어린이보호구역,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약장수들이 외치던 “애들은 가라”는 고함소리도 차별이라기보다는 보호적인 측면이 더 강했던 듯하다. 최근 서울의 한 캠핑장이 만든 ‘노(No) 중년존’이 논란이다. 40대 이상 커플의 캠핑장 출입을 거부하는 조치로 알려져 누리꾼들 사이에 “명백한 차별”이라는 반응과 “이용 제한은 업체 마음”이라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업체는 “방음에 취약한 곳이라 고성방가, 과음으로 인한 문제 등 주변에 엄청난 피해가 우려돼 사전 차단한다”며 “좋은 분들도 있지만 폐해가 워낙 크다”고 덧붙였다. ‘꼰대 퇴치법’이라 볼 수도 있을 법하다. 누리꾼들은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딜 가라는 거냐”, “나이 든 사람이라고 모두 일반화하지 마라. 기분이 상했다” 등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싫으면 안 가면 된다. 오죽 진상을 떨었으면 그랬겠나. 불륜 커플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 같다” 등 이용을 제한한 업체를 옹호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중년을 넘어서면 캠핑 갈 곳도 신중히 가려야 할 때가 된 듯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노 중년존’도 차별이 아닌 중년만을 위한 공간으로 등장하는 반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논란이다.
  • [길섶에서] 어머니/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임병선 논설위원

    어머니는 방금 전 했던 질문을 묻고 또 묻는다. 대답하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는데 놀라울 정도로 빨리 같은 질문이 되돌아온다. 누님 부부가 모처럼 휴가를 떠나 내가 대신 어머니와 생활하고 있는데 벌써 이렇게 짜증 내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20년 가까이 어머니를 극진히 모셔 늘 우리 부부를 부끄럽고 미안하게 만드는 누님은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생전 처음 육두문자를 들었다며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다고 했다. 치매에 공격성이 동반된다더니 이제 시작인가. 두려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래도 정정하신 편이다. 식사하시면 늘 손수 양치를 하고, 워낙 깨끗하게 개인위생을 챙기는 분이라 여느 치매환자들처럼 옷이나 침구를 버리지 않으신다. 회사 동료는 하루에 이불 다섯 채를 빨래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집 며느님은 그래도 어르신을 요양병원 보내면 안 된다고 한단다. 해서 난 동료에게 “형수 업고 다니시라”고 당부하곤 한다. 고교 졸업 후 40년 되도록 어머니란 존재를 늘 잊고 살아온 나는 누님네가 돌아오는 대로 ‘임무’ 마치고 서울 돌아가 늘 그렇듯 어머니를 잊고 지낼 거다. 이기적인 난, 어머니를 잊을 거다. 어머니가 ‘갇힌 세계’를 잊을 거다. 분명히 그럴 거다.
  • [씨줄날줄] ‘2035년 대만으로 가요’/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2035년 대만으로 가요’/박록삼 논설위원

    2021년 초겨울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노래가 하나 있다. 7~8살 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부터 매일 저녁 광장에 나오는 노인들의 광장무(廣場舞)에까지도 빠지지 않는다. 참새 같은 목소리로 재잘대듯 불러 대는 아이들의 노래 영상이 웨이보 등 중국 SNS에 쏟아지고 영상마다 한결같이 귀여워 죽겠다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베이징, 상하이 젊은이들은 이 노래를 테크노풍으로 변주시켜 나이트클럽에서 몸을 흔들고, 광장무를 추는 할머니들은 노래에 맞게 만든 안무로 진지하게 춤을 춘다. ‘2035년 대만으로 가요’(2035年去臺灣)라는 노래다. 지난달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국민 가요’가 됐다. 가사나 곡조는 단조로워서 한두 번만 들어도 입에 붙고 머리에 쏙쏙 박힌다. ‘2035년에 고속열차를 타고 대만으로 가요/팽호만도 보고, 아리산도, 일월담도 가봐요…’라는 내용이다. 꽤 많은 중국 사람들이 ‘2035년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2025년, 아니 당장 내년에 가자’고까지 말한다. 얼핏 들으면 중국에 사는 이들이 아름다운 대만으로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는 평범한 노래로 들린다. 하지만 대만은 몹시 불편해한다. 이 노래에 중국이 열광하는 이유도, 대만이 싫어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국가종합입체교통망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철도 20만㎞, 도로 46만㎞ 등 총 70만㎞의 교통망을 구축해 교통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중국 푸젠성 푸저우와 대만 수도 타이베이 사이 대만해협을 잇는 250㎞ 해저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일찍이 2016년 제시했던 ‘중국 8대 교통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대만 독립을 강력히 원하는 차이잉원 정부로서는 중국 병합이 절로 떠오르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획이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가수 멍쉬둥(孟煦東)은 “어렸을 때부터 늘 가 보고 싶었는데, 고속철 건설 계획을 접하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멍쉬둥은 이미 ‘중국몽’이라는 중국굴기(中國?起)를 찬양하는 노래로 ‘애국주의’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다수 중국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애국’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낭만적인 노래와 달리 현실은 냉엄하다.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 패권 대결의 가장 뜨거운 전장이다. 양국이 대만해협 주변을 서로 어슬렁거리며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대만의 잠수함 프로젝트에 한국도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니 우리도 양안관계 대결 국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중국, 대만, 한국 등 동북아 모든 시민들이 함께 평화, 그 자체를 노래할 수는 없을까.
  • [길섶에서] 돈 쓰는 법/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돈 쓰는 법/박현갑 논설위원

    100억을 한번에 기부하는 것과 해마다 10억씩 나눠 기부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 저녁 모임에서 나온 화두다. 재벌이라면 통큰 기부가 맞다는 얘기와 그렇다고 해서 통큰 기부를 유도하는 여론몰이는 옳지 않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주목받기는 한번에 100억 기부일 게다. 사회적 신망을 단번에 쌓을 수 있다. 연 10억 기부는 액수면에서 주목은 덜 받겠지만 10년 장기 기부로 역시 존경받을 일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 사기행각 등 자신의 악행을 감추려 기부했다가 들통난 경우가 있지 않나. 다른 사람의 행동과 동기를 평가하기란 그만큼 어렵다. 자발적 기부는 액수나 횟수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일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회의 온기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등불이다. 기부자도 조건 없는 나눔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기부를 강요할 순 없다. 여론이 떠미는 기부는 준조세 고지나 다름없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됐다. 전국의 자선냄비 322개에서 132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란다. 더 낼 수 있는데 적게 냈다고 꼬집을 것도, 내가 못 낸다고 주눅 들 일도 아니다. 돈이 없다면 걷기가 불편한 사람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돕는 행동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 [씨줄날줄] 카노사의 굴욕/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노사의 굴욕/임병선 논설위원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주교 임명권을 갖고 있던,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던 11세기 후반의 일이다. 그레고리우스 7세 교황은 성직자 임명권을 찾아오려고 무척 애를 썼다. 거기엔 자신이 납치당했던 원한도 작용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하인리히 4세가 하수인을 시켜 벌인 납치였다. 분노한 시민들이 하수인의 성에 몰려가 교황을 풀어 주라고 농성하면서 그레고리우스는 풀려난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국왕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교황의 권위를 되찾기로 결심한다. 국왕과 황제들에게 있던 성직자 임명권을 박탈했다. 나아가 “앞으로 모든 국왕은 내 발에 입을 맞춰야 한다”고 공포했다. 하인리히 4세는 “내 나라 성직자를 내가 임명한다는데 교황이 웬 시비냐”며 힘겨루기에 나섰고, 교황은 파문이란 뜻밖의 승부수를 꺼냈다. 하인리히 4세에게 불만이 쌓여 있던 제후들은 콧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자신만만했던 황제이지만 제후회의가 소집돼 황제 선출 논의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겁이 덜컥 나 카노사 성에 머무르던 교황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1255년 레지오인들에 의해 파괴돼 지금은 흔적만 남은 카노사 성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겨울 알프스를 넘은 하인리히 4세는 성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인리히 4세는 수도사처럼 내복 차림에 가위(참회로 머리를 자르겠다는 의미)와 빗자루(교황의 매를 달게 맞겠다는 의미)를 들고 사흘 내내 참회의 눈물을 흘린 뒤에야 1077년 1월 28일, 교황의 발에 입을 맞추고 파문을 면할 수 있었다. 교권(敎權)에 속권(俗權)이 고개를 숙인 상징적인 장면이다. 10세기 전의 일을 돌아본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한 정치평론가가 그제 방송에 나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용서를 빌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며 ‘카노사 비화’를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와 갈등을 빚고 부산과 순천 잠행 중이다. 5년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에 이어 역사가 무한 반복된다고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중세 때의 일을 갖다 붙인 것부터 시대착오 같다. 더욱이 그 평론가가 빠뜨린 반전이 있다. 3년 동안 와신상담한 하인리히 4세는 반기를 들었던 제후들을 차례로 제압한 뒤 로마까지 함락, 그레고리우스 7세를 폐위했다. 남부 살레르노로 쫓겨간 그레고리우스는 이듬해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인데 이 얘기는 왜 쏙 뺐는지 모르겠다.
  • [길섶에서] 멀티태스킹 능력/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멀티태스킹 능력/임창용 논설위원

    얼마 전 운전 중에 옆자리의 지인으로부터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느냐”란 말을 듣고 난감했던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그의 말을 흘려듣고 대꾸를 안 했나 보다. 아차 싶어 “그게 아니다. 미안하다”고 상황을 수습했다. 운전 중 복잡한 길을 지날 땐 나도 모르게 긴장해 옆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란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운전 중 대화하다가 차로를 잘못 들거나 고속도로 출구를 놓치는 일이 종종 있다. 운전할 때뿐만이 아니다. 언젠가 사무실에서 회의시간에 쫓겨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데 부스 건너편의 동료가 말을 걸었다. 내가 반응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니까 그가 조심스럽게 “기분 안 좋은 일 있느냐”고 물었다. 결국 “내가 태생적으로 ‘멀티’가 안 된다. 정말 미안하다. 회의 뒤에 얘기하자”고 사과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약하다 보니 가끔 ‘날 혹시 무시하는 건가?’란 오해를 받는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기거나 복잡한 길을 운전할 때 옆 사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할 수도 없으니 그때그때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에선 갈수록 멀티태스킹 능력이 요구된다고 하는데 은퇴가 가까워 오는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보다.
  • [씨줄날줄] ‘금융비서’, 마이 데이터/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금융비서’, 마이 데이터/박현갑 논설위원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사람의 손길만큼 좋은 게 없다. 사회복지사들이 이런 일을 맡지만 요구르트 배달원들도 있다. 이들은 요구르트를 건네면서 위기에 처한 노인을 발견해 119에 신고하고, 말벗도 돼 주는 사회복지사 역할도 한다. 요즘은 여기에 인공지능(AI)이 가세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독거노인들은 지난달 29일부터 AI가 거는 안부전화를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다. 50년간의 뉴스분량 데이터를 학습한 AI 상담원이 자식처럼 말을 건다. 불면증을 호소하면 커피를 줄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정부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2014년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 등 18개 기관은 체납, 단전, 단수 등 34개 정보를 모아 위기에 처한 가구를 파악해 맞춤형 대처를 하고 있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도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손님들의 소싸움장 이용 시간을 분석한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지난 8~10월 3개월 동안 첫 경기 시작 시간을 기존의 오전 11시에서 정오로 바꾼 것이다. 그랬더니 2019년 첫 경기 평균 매출액 1100만원보다 600여만원 많은 1700만원이 나와 내년에도 소싸움 시작 시간을 늦춘다고 한다. 빅데이터 기술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들이다. 잘만 활용하면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고, 부가가치도 창출한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국민들이 피눈물만 흘릴 수 있다. 보이스피싱에다 성을 사는 남성들의 성적 취향과 전화번호 등을 데이터화한 앱이 나오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오늘부터 금융권에서 고객 동의 아래 회원의 거래 정보를 통합관리해 신용, 자산관리 등 개별 회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된다. 내년 전면 시행에 앞선 시범실시로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17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참여한다. 개인은 휴대폰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다. 이용 빈도가 높은 계좌 잔액과 거래내역 상환 정보는 물론 통신요금과 소액결제 이용 내역 등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국세, 지방세 납부 내역과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도 제공된다. 데이터가 자산인 시대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금융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의료, 쇼핑 정보와 결합되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혈압, 당뇨 등 건강관리는 물론 좋아하는 의류 신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정보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통합 과정에서 해킹에 따른 사생활 노출 등 정보인권 침해는 막아야 한다. 정부가 사업자의 IT 보안 능력과 정보보호 능력을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 [길섶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서동철 논설위원

    가수 현인이 불러 크게 히트한 ‘신라의 달밤’은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이 노래가 원래는 ‘인도의 달’이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가사를 쓴 조명암이 월북하면서 ‘신라의 달밤’으로 개작했다는 것이다. 이 노래가 가진 특유의 이국 정서도 그러고 보니 이해가 간다. ‘단장의 미아리고개’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철사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끌려가신 이 고개여’라는 대목을 보면 6ㆍ25전쟁 당시 납북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 상식으로는 무악재를 넘어야 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임진강에 다리라고는 경의선 철교밖에 없던 시절, 사람이나 수레가 건너는 지점은 얕은 상류였다. 삼국시대에도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의 연천 장남에는 고구려가 호로고루, 남쪽의 파주 적성에는 신라가 칠중성을 쌓고 대치했다. 지난 주말 드라이브 삼아 호로고루에 갔다. 언제 가도 한적했는데 주차장에 빈자리가 적어 놀랐다. TV드라마에 나오면서 붐비기 시작했다고 한다. 발밑으로 임진강이 여울을 이루어 반짝이며 흘러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별고개’를 넘은 ‘님’도, ‘인도의 달’ 작사자도 미아리에서 의정부와 양주를 거쳐 이리로 임진강을 건넜겠거니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었다.
  • [씨줄날줄] 힘겨운 한국의 노인/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힘겨운 한국의 노인/전경하 논설위원

    코로나19가 퍼지기 전, 외국 주요 관광지에는 대형 버스를 타고 단체관광 온 노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연금제도가 발달됐고,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들의 뒷바라지를 거의 하지 않는 나라의 노인들이었다. 어쩌다 이런 나라의 사위나 며느리를 얻는 지인들은 결혼해서 살 집은커녕 예물을 마련해 주려는 부모 입장을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기쁜 푸념을 했다. 세계적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고 했다. 애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보니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1명도 안 되는 국가가 돼 버렸다. 자식 낳고 힘들게 사는 노인들을 봤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4.1%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다.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OECD 회원국 평균(14.7%)의 2배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38개 회원국 중 1위다. 지난해 만년 1위였던 아이슬란드(31.0%)를 제치고 처음 1위가 됐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노인 일자리를 장려한 측면도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것은 건강 등의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이 역시 OECD 1위에 회원국 평균(15.7%)의 세 배에 육박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평균(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평균 소득의 절반도 못 번다. 빈곤은 자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6.6명으로 OECD 1위이며 회원국 평균(17.2명)의 2.7배다. 2위 슬로베니아(36.9명)와의 차이도 크다. 65세 이상 인구가 아이를 낳았을 1990년대까지 합계출산율은 1.5명이 넘었다. 한 집에 1~2명은 낳았다는 이야기다. ‘주식 전도사’로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늘 한국은 노후 준비가 가장 안 된 나라라며 사교육비를 끊으라고 강조해 왔다. 노후를 책임지지 않는 자녀들을 위해 한국 부모들은 많은 것을 투자해 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16.5%에서 2025년 20.3%가 된다. 늙는 것은 무엇을 잘못해서 받는 벌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노인 일자리를 통계 착시라며 비난할 일이 아니라 보다 좋게 만들려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물론 국가가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도 더 짊어져야 한다.
  • [길섶에서] 장사(壯士), 이광영/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장사(壯士), 이광영/박록삼 논설위원

    그는 건장한 상체에 굵은 팔뚝을 가졌다. 다듬어지지 않은 턱수염이 너풀거렸다. 몸이 불편해 늘 휠체어를 탔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개조해 스스로 운전하며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5·18부상자회 총무, 부회장을 지내며 5·18이 ‘사태’가 아닌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되도록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수십 년 전 집에서 그와 아버지가 나누던 얘기를 귀동냥하던 중 “짜장면 여섯 그릇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더라”며 씩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심각한 얘기들이 많았을 텐데 유독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고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했던 그였지만, 어린 눈에는 기운 센 장사(壯士) 같았다. 진각 스님이자 광주의 시민군이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이자 계엄군 헬기 기총소사의 증인인 고 이광영(1953년생)씨다. 그는 지난 23일 ‘5·18에 원한도, 서운함도 다 묻고 가겠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공교롭게 같은 날 세상을 떠난 학살자의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80년 광주를 가두방송으로 알렸던 전옥주씨도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고통과 트라우마로 점철된 신산한 삶을 산 영웅들이 하나둘씩 스러져 간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 [씨줄날줄] 월패드 해킹/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월패드 해킹/임창용 논설위원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한다. 빌라나 단독주택에도 홈 IoT를 적용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홈 IoT는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 인터넷망에 연결된 집안의 각종 전자기기나 설비 등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가스불이나 환기시설, 에어컨·난방·세탁기 등 가전제품 작동, 방문자 확인, 공동현관 문 열림 등이 가능하다. 기능도 점점 진화해 이젠 집 현관이나 복도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자녀 귀가 확인 등 점점 첨단화하고 있다. 홈 IoT 서비스는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wallpad)를 중심으로 제공된다. 홈 IoT가 본격화하기 전 월패드는 외부인 방문 시 얼굴 확인 및 통화, 경비실과의 연락 등 단순 인터폰 기능에 역할이 한정됐다. 하지만 이젠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돼 각종 첨단 기능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컴퓨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요즘 건설사들도 아파트를 분양할 때 경쟁적으로 첨단 월패드를 통한 홈 IoT 서비스 제공을 홍보한다. 한없이 편리할 것만 같던 월패드가 아파트 거주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최근 다크웹(특수 웹브라우저로만 접근할 수 있는 웹)에 한국의 일반 가정 실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통되고 있어서다. 해커가 인터넷에 연결된 월패드를 해킹해 촬영한 거주자의 실내 모습 영상을 불법 유통했다고 한다. 알몸 사진 등 민감한 실내생활 영상 등이 무차별적으로 판매된 것이다. 판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고 한다. 한국은 특히 월패드 해킹에 취약하다. 해외와 달리 아파트형 공동주택이 많아 단지 내 가구들이 홈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서다. 한 가구만 해킹으로 뚫리면 단지 내 모든 가구가 노출된다고 한다. 대규모 해킹을 막으려면 가구 간 망 분리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뒤늦게 가구별 망 분리 의무화 조치에 착수하는 모양이다. 조만간 월패드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고 한다. 한데 업계 일각에선 망 분리 의무화 시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망 분리 시 데이터 교류 수준을 낮춰 홈 Iot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터넷을 통해 집안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영상을 판매까지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비용이 더 들고 홈 Iot 기술 발전이 좀 더뎌지더라도 더 강력한 보안 조치는 불가피다고 본다. ‘내밀한 내 모습이 유출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월패드와 홈 IoT 시장 자체가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나 업계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
  • [길섶에서] 대상포진 2/문소영 논설위원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세요”라며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권유한다. 마치 대상포진 백신 전도사 같다. 모임 참가자들의 나이가 50대 이후로 지긋하다 보니 대체로 “나도 대상포진에 걸렸다가 회복했다”는 반응이 온다. 한 번 앓았으니 면역이 생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피부과 의사는 올해 10월에 대상포진에 걸렸으니 내년 1월에 맞으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5년에 한 번씩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백신을 맞으면 재발이 잦은 대상포진이 온다고 해도 아프지 않고 가볍게 넘어간다고 한다. 마치 코로나 백신처럼 중증환자가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른쪽 머릿속을 깊이 공격했던 대상포진이 이제 지나갔다. 그래도 공포는 고스란히 살아 있다. 아마도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귓속 통증과 머릿속 통증 등이 남아서 괴롭히기 때문인 듯하다. 심리적 공포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흔하게 발병하는데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왜 건강보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대상포진 백신 주사는 14만~20만원이다. 건강보험이 되면 병을 예방하고, 걸려도 고통과 후유증이 적어질 텐데 말이다. 그래서 주장하는 바 대상포진 백신을 건강보험에 넣어 달라.
  • [서울광장] 왜 ‘고발 사주’에는 분노하지 않나/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왜 ‘고발 사주’에는 분노하지 않나/박록삼 논설위원

    ‘대장동 비리’는 의외로 복잡하다. 하지만 세상은 단순하게 접근했다. 누군가의 기대처럼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이 토건세력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고 그 대가로 음험한 정치자금을 챙긴 것’으로 딱 떨어지면 좋으련만 영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재명 연루’가 나와야 완성된다고 생각할 텐데, 대장동 비리 의혹을 따라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토건세력을 중심으로 법조계, 금융계, 언론계, 정치권끼리 얽히고설킨 ‘기득권 이익공동체’의 난맥상이 줄줄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두 달에 걸친 검찰 수사는 부실하기만 했다. 처음부터 부정한 돈의 흐름을 쫓으며 진실만 추구했다면 막대한 특혜 의혹에 대한 실체가 더 분명해졌을 것이다. 당시 하나은행은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을 꾸린 대표사로서 ‘성남의뜰’ 지분 43%를 가졌음에도 왜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고 7% 지분에 불과한 화천대유에 이익을 몽땅 몰아줬는지 상식적인 의문에 대한 접근조차 없다. 또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수사 때 대장동 비리의 싹을 초기에 잘라낼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한 당시 검찰 및 ‘윤석열 주임검사’의 의아한 판단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검찰은 최근 “남욱이 받은 43억원이 이재명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했다. 밑도 끝도 없는 얘기지만, 언론은 당연히 대서특필했다. 그러는 동안 50억 클럽, 천문학적 수익, 대선후보 조폭 자금 수수 등 청년 및 서민의 박탈감을 자극하는 선정적 관심사만 와글와글 넘쳐 났을 뿐 핵심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특검이 구성돼 검찰이 밝혀내진 못한 ‘윗선’이나 ‘그분’을 특정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대장동의 대척점에 있는 ‘고발 사주’ 사건은 간명하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노릇을 하는 대검 핵심 간부가 총선 직전 야당에 SNS로 고발장을 건넸다. 이를 통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여권 정치인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그리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이 ‘고발 사주 고발장’을 상당 부분 인용해서 실제로 고발했다.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넘어 적극적인 정치 공작이다. 국가와 행정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안기부, 국정원 등이 저질렀던 음험한 짓을 떠올리게 한다. 그간 고발이 들어오자마자 신속하게 수사에 나섰던 다른 숱한 사건 등에서도 ‘검찰의 고발 사주’가 있어 왔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손준성 당시 대검수사정보정책관(이하 손 검사)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소속 직원들에게 37명의 판사들에 대한 ‘사찰 문건’을 작성하도록 했다. 또한 손 검사는 ‘윤 총장 장모 재판 대응 문건’ 작성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당시 손 검사는 아예 ‘윤석열 집사’이며, 검찰 조직은 ‘윤석열 개인 로펌’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검찰 사유화가 저질러진 셈이다. 그럼에도 손 검사는 공수처 수사 및 언론 취재 과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혹은 ‘수사 과정의 절차적 위법’만 주장한다. 윤 총장의 뜻과 무관하게 저지른 일탈 행위인지, 아니면 이를 지시한 상급자가 배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발 사주’ 자체가 검찰 조직에서 일상화됐기에 기억에 없을 정도로 무심히 지나간 것인지 알 수 없다. 한데 언론도, 여론도 분노하지 않는다. 게다가 공수처는 ‘대선 개입 프레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무려 4건에 걸쳐 입건된 ‘피의자 윤석열’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있다. 비뚤어진 정무 감각을 발휘하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해 버린 검찰의 오류를 이제 갓 출범한 공수처 또한 똑같이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 결과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공수처 수사 또한 부실하고 제자리걸음만 한다. 이 덕에 검찰과 공수처 등에 기소된 대선 후보 윤석열 본인과 부인, 장모 관련 10건이 넘는 사건에 대한 관성적인 해명조차 듣기가 어렵다. ‘고발 사주’라는 표현이 입에 착 달라붙진 않는다. ‘대장동 의혹’처럼 돈 문제가 결부된 것도 아닌, ‘국기 문란’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관련한 문제인 탓도 클 테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당장 연관성이 없고 직접적 피해자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가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검찰과 공수처, 언론이 좇아야 할 것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다. 오로지 진실뿐이다.
  • [씨줄날줄] 가상자산 실명제/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상자산 실명제/임창용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가상자산’(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친 것은 2017년 가을이었다. 당시로선 꽤 낯선 광풍이었다. 열기는 대단했다. 직장이나 학교 주변에선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에 투자해 10배, 100배 수익을 냈다는 무용담이 넘쳤다. 직장인들은 물론 가정주부와 은퇴자들,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묻지마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용산의 전자부품 상가엔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한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점주들이 가게를 닫고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뛰어들면서 전력요금이 크게 오르고 상가가 황폐화된다는 이유였다. 영업하는 것보다 채굴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점주가 많았던 것이다. 채굴에 필요한 높은 사양의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가정에 채굴장을 꾸려 운영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광풍의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폭락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이득을 챙겨 가는 사기행위도 적지 않았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거래소에선 서버가 먹통이 돼 투자자가 억대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거래소에 대한 감독이나 보안 규정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다. 가상자산의 폐해가 커지자 정부는 가상자산 투기를 근절한다며 그해 12월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실시, 검경 합동 가상자산 범죄 집중단속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거래실명제가 핵심이었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가 익명으로 이뤄져 마약거래, 자금세탁 범죄에 이용되면 추적이 어려워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논리를 내세웠다. 대책 시행 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은 대체로 크게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다. 당시 가상자산 투자자 347명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법적 근거 없이 국민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정부와 청구인들은 그동안 각각 범죄 예방과 재산권 침해 논리를 내세우며 공방을 벌여 왔다. 어제 헌재는 “(2017년 당시 정부 규제가)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급박하게 고강도 규제를 내놓은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9명의 재판관 중 4명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고,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맞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의견이 팽팽한 것은 가상자산을 보는 세태의 반영처럼 보인다. 시간이 흘러 가상자산이 ‘시민권’을 얻고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길섶에서] 낙지의 고통/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낙지의 고통/안미현 수석논설위원

    해물탕을 먹을 때마다 괴로운 장면이 있었다. 탕이 끓어오를 때쯤이면 식당 주인은 ‘우리가 얼마나 신선한 재료를 쓰는지 아느냐’고 으스대기라도 하듯 살아 있는 낙지를 통째로 집어넣는다. 길쭉한 다리들이 저마다 격렬하게 꿈틀댄다. 대개는 시선을 딴 데로 돌린다. 참으로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시원한 국물 맛에 좀 전까지 가졌던 불편함이 이내 사라진다. 그래도 늘 궁금했다. 낙지는 뜨거운 것을 느낄까. 느낀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언젠가 해물탕을 냠냠거리며 이 얘기를 꺼냈다가 “느낀다”와 “못 느낀다” 파가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이 최근 이 논쟁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런던정경대는 문어·오징어 등 다리가 머리에 달려 있는 두족류(頭足類)와 바닷가재·게 등 십각류(十脚類)는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고 결론지었다. 다른 무척추 동물과 달리 두족류와 십각류는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동물복지법안 적용 대상에 두족류와 십각류를 포함시켰다. 그러니 산 채로 삶지 말라는 지침도 냈다. 낙지나 오징어의 복지가 다소 생경하기는 하지만 몰랐으면 모르되 알게 된 이상, 산 낙지의 고통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 “김종인 박사 얘기 더 안할 것” 윤석열 선대위 ‘개문발차’

    “김종인 박사 얘기 더 안할 것” 윤석열 선대위 ‘개문발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5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급 인사를 발표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참여가 불확실해지면서 일단 개문발차한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최고위에서 6개 총괄본부장과 대변인 등 인선안을 추인받았다. 분야별로 정책총괄본부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조직총괄본부장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 김성태 전 의원,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이준석 당대표, 총괄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총괄본부장 권성동 의원 등이다. 선대위 대변인에는 김은혜, 전주혜 의원이 임명됐다. 원외에서는 경선캠프 때부터 활동해온 김병민 대변인과 함께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이 새로 대변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공보단장은 조수진 의원, 공보실장은 박정하 현 국민의힘 강원 원주갑 당협위원장으로 정해졌다.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 위원장은 윤 후보가 직접 맡기로 했다. 이 위원회 설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으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위원장에는 김미애 의원이 임명됐다. 윤 후보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고 1분 1초를 아껴가며 우리가 뛰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시되던 김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더 이상 선대위 구성을 늦출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윤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우리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얘기는 제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제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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