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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최부잣집 엿보세요

    서울시는 17∼18일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종가 이야기’ 행사에서 경주 최씨 사성공파 최의기 선생 종손이 ‘경주 최부잣집’의 전통을 소개한다고 16일 밝혔다. 행사에는 ‘명문 종가이야기’의 저자 이연자씨도 함께한다. 행사 프로그램에는 종가 사진과 종부의 요리법이 포함돼 있고, 종손 최염(77)씨와 종부 강희숙(72)씨가 일반인과 대화의 시간도 가진다. ‘경주 최부잣집’은 최치원의 17세손으로 병자호란 당시 영웅인 최진립 장군이 기틀을 세웠다. 최국선(1631∼1682) 대에 만석꾼의 반열에 올랐고, 그의 둘째 아들 최의기(1653∼1722)가 부와 가문의 전통을 확립했다. 특히 최국선의 10세 손인 최준은 전 재산을 독립운동과 교육 사업에 투자해 오늘날 영남대학의 전신을 일구기도 했다. ‘최부잣집’이 지금도 세인의 존경을 받는 데는 나눔과 절제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만석 이상 재산을 모으면 사회에 환원하고, 흉년기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말며,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의 최부잣집 가훈은 지금도 많은 깨우침을 준다. ‘최부잣집’이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전형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종가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원안추진… 세종시 부동산 ‘들썩’

    원안추진… 세종시 부동산 ‘들썩’

    세종시 주변 부동산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부결돼 원안추진이 결정되자 충남 연기군 아파트 값이 오르는 등 모처럼 세종시 주변 부동산 시장이 기대감에 차 있다.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치원읍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윤호(52·여)씨는 5일 “얼마 전까지 8500만원까지 떨어졌던 10년 된 신동아아파트 105.6㎡(32평형)가 어제 9500만원에 팔렸다.”면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전화문의가 쇄도하고 주로 수도권 등 외지인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통에 불이 났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연기군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42% 올라 1분기 0.01%에 이어 상승폭이 커졌다. 수정안 추진이 힘들 것으로 예측되던 시점과 일정 부분 맞물린다. 이 지역 아파트값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여야가 세종시 해법을 둘러싸고 대치하던 2008년과 지난해 각각 1.44%와 0.71%씩 떨어지며 침체기에 빠졌다가 수정안 부결 조짐이 나타나자 상승세로 바뀌었다. 조치원읍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우방, e편한세상, 자이 등 새 아파트의 매매가가 최근 수백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2006년 8월 입주한 조치원 대우푸르지오 109㎡(33평형)는 수정안이 나온 올해 초만 해도 1억 5500만~1억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요즘에는 1억 6000만~1억 7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씨는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 들이는 집 주인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당초 분양가보다 20% 할인 판매 중인 ‘조치원 자이’도 이달 들어 분양과 관련된 전화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주민들이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반기고 있고, 아파트 분양을 묻는 전화도 지난달 초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행정도시 조성계획이 나온 뒤 연간 20% 이상 폭등세를 나타냈다가 2008년 이후 약세를 보이던 연기군 땅값도 기지개를 켤 조짐이다. 연기군공인중개사모임 안정호(50)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세종시 예정지 주변 논밭이 3.3㎡당 30만~50만원에서 20만~25만원으로 떨어지고 거래도 한건 없었는 데 지금은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직접 찾아오는 외지인도 꽤 있다.”면서 “토지가 부동산 움직임에 비교적 반응이 더딘 만큼 이번 주 지나야 (실거래 여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회장은 “‘플러스 알파’ 논쟁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깔끔하게 없어지지 않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원안추진이 제대로 이뤄져야 세종시 주변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장마철 위험시설 비상] 충북 제천-옹벽부실… “공무원들 그동안 뭐했나 답답”

    [장마철 위험시설 비상] 충북 제천-옹벽부실… “공무원들 그동안 뭐했나 답답”

    “장마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물이 조금만 불어나면 둑이 무너질 것 같아 비오는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박달재 아랫마을 평동리.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평동천이 넘치면서 한바탕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그때의 악몽이 잊혀질만도 하지만 주민들은 또 물난리를 겪지 않을까 불안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복구 공사가 절반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장마가 찾아와서다. 20일 평동천 공사현장. 하천 땅바닥이 움푹 패이고 하천 벽면이 깎여 나가 엉망진창이다.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흙더미가 수북하다. 지난해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수해복구 공사에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둔 커다란 바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한편에서는 무너진 둑을 쌓기 위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쪽은 옹벽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반대편 옹벽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바위들이 떠내려가 민가를 덮치지 않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파헤쳐진 평동천과 불과 1~2m 떨어져 있는 허름한 농가들과 논밭은 폭우가 쏟아지면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것처럼 보인다. 이 마을 김흥기(81) 할아버지. 지난해 집중호우로 마늘과 감자를 쌓아둔 창고를 통째로 잃었다. 김 할아버지는 “평동천이 조금이라도 넘치면 우리집은 금방 물바다가 된다.”면서 “아직도 공사가 한참 남았다고 하는데 그동안 공무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평동천 수해복구 공사는 6~15m인 기존 하천 폭을 4m가량 넓혀 물이 잘 빠지게 하는 공사다. 64억원을 들여 2.6㎞ 구간에서 진행되지만 오는 12월이나 돼야 끝난다. 현재 공정률은 겨우 25%다. 제천에선 지난해 수해를 입은 평동천과 대월천에서 현재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제천시는 범람이 우려되는 위험 지역 10여곳에 대해 응급조치를 취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하다. 6·25 전쟁을 겪었다는 이경무(79) 할머니는 “인민군보다 더 무서운 게 물난리”라며 “지난해 집이 물에 잠겨 이웃집으로 피난을 갔는데 이러다가 올해도 물난리를 겪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장마철 위험시설 비상]강원 춘천-쓰레기까지 쌓여 폭우때 하천범람 시간문제

    [장마철 위험시설 비상]강원 춘천-쓰레기까지 쌓여 폭우때 하천범람 시간문제

    “큰 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아직도 하천·교량공사를 마치지 못했으니 걱정입니다.” 20일 강원 춘천시 남면 발산리 추곡천 수해복구 현장. 물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한 하천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하천 바닥이 4~5m부터 20~50m까지 들쭉날쭉하고 흙더미, 돌무더기, 블록이 곳곳에 쌓여 있다. 중장비로 호안블록과 석축을 쌓아 제방을 만들고는 있지만 공사를 마치려면 아직도 멀었다.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금방 물이 범람해 인근 농경지와 민가를 덮칠 것만 같다. 발산교 다리 아래에는 공사장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나무등걸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폭우로 발산교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춘천~서울고속도로 강촌IC에서 춘천을 잇는 유일한 도로마저 끊기는데도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근처 파출소 경찰관은 “지난해 수해를 입었지만 복구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폭우라도 내리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천 주변 주민들과 논밭이 물난리를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천강과 만나는 추곡천 하류. 하천을 가로질러 춘천~서울고속도로 밑으로 빠지는 길로 통하도록 48m짜리 2차선 다리를 놓고 있지만 공정은 멀기만 하다. 이제 교각을 세우고 상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동바리작업이 한창이다. 쇠파이프를 촘촘하게 엮어 세운 동바리는 강폭을 가로질러 대형 그물을 쳐 놓은 것 같다. 물길이 불어 공사장에서 쏟아져 나온 나무등걸이나 바위들이 굴러 오면 꼼짝없이 걸려 물길을 막게 생겼다. 박광열 남면 면장은 “도로와 공사장이 물길에 떠내려가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공사를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지난 3월부터 15억원을 들여 추곡천 수해복구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보상협의 등이 늦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수해복구공사와 맞물려 주변 소주고개에서는 춘천~서울고속도로 강촌IC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접속도로와 터널공사가 한창이다. 하천과 400~500m 떨어져 비가 내리면 흙이 그대로 추곡천으로 흘러들지만 이를 막는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유희언 마을이장은 “수해복구공사와 도로공사가 장마 전에 끝났어야 했는데 아직도 파헤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도시와 길] 서울 서래로·연변거리

    [도시와 길] 서울 서래로·연변거리

    ‘프티 프랑스 인 서울’(서울 속 작은 프랑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을 그렇게 부른다.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절반가량이 모여 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서래마을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어우러진 시골 마을이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뒤편에서 이수교를 지나 한강으로 흐르는 지천에서 ‘소래소래’ 하는 개울소리가 난다고 해서 ‘서래’라는 마을이름이 생겨났다는 얘기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80년대 중반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논과 밭은 사라지고 대형 빌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서래마을은 또 한번 변신한다. 1985년에 지은 프랑스학교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지금은 한국 거주 프랑스인의 절반이 넘는 600여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프티 프랑스’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강남고속터미널 뒤편에서 방배중학교로 이어지는 서래로는 얼핏 지나치면 서울시내의 다른 골목과 다를 바 없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프랑스를 찾지 않고도 프랑스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통로다. ●낡은 목욕탕·다방… 70년대와 현재가 공존 마을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면 ‘프티 프랑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Tour Du Vin’ ‘apres midi’ ‘gourmet de coffee’ ‘l’ecole douce’ 등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를 프랑스어 간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물론 한국 음식점과 중국음식점, 일식 주점 등도 거리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낡은 목욕탕과 동네 다방이 지금도 성업 중이다. 목 좋은 자리에 10평도 안돼 보이는 철물점과 잡화점도 보란 듯이 서 있다. 1970년대와 2010년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래로가 프랑스풍의 와인과 커피, 스테이크와 빵을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수백종의 와인을 백화점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어 구입할 수 없는 와인이 없을 정도다. 먼저 와인을 살 수도, 맛볼 수도 있는 ‘와인숍&바’로는 ‘투르드뱅’(Tour Du Vin, 02-533-1846)과 ‘비니위니’(Viniwini, 02-592-9035)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투르드뱅에서는 500여종의 와인을 소믈리에(Sommelier·와인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구입한 뒤 바에서 직접 시음할 수 있다. 비니위니는 300여종의 와인과 함께 100가지가 넘는 크라상과 델리 등을 갖추고 있어 출출함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전문판매장인 ‘텐투텐’(Ten to Ten, 02-3477-0303)은 200여종의 와인과 40여종의 치즈, 냉동야채 등을 골고루 진열하고 있다. 단돈 몇 천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다양한 와인이 갖춰져 있다. 특히 이들 와인숍에서는 주문배달도 가능하다. 커피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방문객이라면 대중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02-3482-8257)와 탐앤탐스(02-537-8780), 빈스빈스(02-596-9505), 카페베네(02-535-6231)를 찾으면 된다. 커피마니아라면 ‘데일리브라운’(02-536-6123)과 ‘압구정 볶는 커피’(02-537-0187)를 찾아가 보라. 스타벅스 맞은편의 ‘데일리브라운’과 얼마 전 문을 연 ‘압구정 볶는 커피’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볶아 추출해낸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핸드드립, 사이폰, 에스프레소 등 다양한 추출방식으로 50여종의 커피를 뽑아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준다. 이 밖에도 우정빌딩에서 오른편으로 난 골목 안 쪽엔 오래된 ‘서래커피’(02-3478-0704)가 자리잡고 있다. 얼핏 다방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곳이다. 커피값도 착하기 이를 데 없다. 테이크아웃 2000원, 핸드드립 3000원이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실 수 있는 각종 핸드드립 기구들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학교 옆에 있는 ‘거멧드커피’(02-596-9335)다. 이곳은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프랑스 엄마들로 북적인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진 해피아워로 커피가 1900원이다. ●와인·커피·스테이크… 프랑스문화가 곳곳에 프랑스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있다. 이곳 레스토랑들은 청담동의 대형 음식점들과 사뭇 다르다. 큰 매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주방장과의 거리도 가깝다. ‘라 트루바이’(02-534-0255)에서는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브런치를 먹을 수 있고, ‘라 싸브어’(02-591-6713)에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한국 음식점들도 다양하다. 서래로 입구에 자리잡은 한정식집 ‘서래본가’(02-3477-9192)는 유럽 왕궁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실내장식을 자랑한다. 가족 모임이나 회식에 안성맞춤이다. 서래로 안으로 들어서면 ‘담장 옆에 국화꽃’(02-517-1157)이라는 떡집이 있다. 파란 눈의 프랑스인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낱개 포장된 전통 떡을 먹는 모습도 서래마을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아무튼 서래로는 인사동 길이나 삼청동 길처럼 인파로 북적대지도 않고, 압구정 로데오길이나 홍대 앞 골목처럼 번화하지도 않다. 그다지 화려한 길은 아니지만 부촌의 품격과 프랑스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길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김완주 전북지사 “청년 일자리 창출에 온 힘”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김완주 전북지사 “청년 일자리 창출에 온 힘”

    김완주 전북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민선 5기를 꾸려나가겠다고 재선 포부를 밝혔다. 4년 전 기업유치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항상 처음처럼, 낮은 자세로, 도민을 섬기는 도지사가 되겠다는 뜻이다. 김지사는 임기 동안 “기업유치와 성장산업, 새만금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골목경제와 재래시장, 소상공인을 살려 서민들을 먹고살게 하는 데 도정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과 학력신장을 통해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김지사는 또 민주당 도지사 당선자로서 ‘뉴민주당 플랜’을 꼭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4년 동안의 도정 방향을 들어봤다. →민선 5기 일자리 창출 방안은. -민선 5기에 400개의 기업을 유치해 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 태양광과 풍력, 식품산업 등 성장동력산업과 기업유치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새만금 관광산업 등 서비스 분야 청년 일자리와 전북형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청년 일자리, 희망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청년 CEO 양성에 박차를 가하겠다. 노인과 장애인, 여성 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또 기업이 요구하는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 특히 모든 부서에 일자리 담당을 만들고 이를 총괄하는 ‘일자리 창출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도 개편하겠다. →골목경제 활성화 방안은. -골목경제가 살아야 전북경제가 살고 전북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난다. 대형마트 규제에 찬성하는 기초단체, 이에 뜻을 같이하는 도민들과 함께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법개정 운동에 적극 나서겠다. 이와함께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해 중소 소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무상급식을 위한 재원 조달방법과 시행 시기는. -초·중·고교생을 한꺼번에 하려면 연간 772억원이 필요하다. 단번에 추진하기는 어렵다. 특히 도교육감이나 시장·군수가 정식으로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시행 대상과 시기를 정하기는 어렵다. 우선 내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50%씩 부담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무상급식과 관련한 조례를 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 →경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유치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LH공사 유치 방안은. -LH공사를 전북으로 일괄이전하고 전북으로 이전 계획인 농업기관들을 경남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북도는 분산배치의 기본원칙에 변함이 없다. 본사를 포함한 직원 24.2%를 전주혁신도시에, 사업부서와 직원 75.8%는 진주혁신도시에 각각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두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고 선거가 끝난 만큼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절차를 토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 내겠다. →전북도가 2008년 전국 최초로 논밭 직불금 지원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서도 시행 규칙과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농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밭 직불금 시행시기와 쌀값 안정대책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논밭농업 직불제 시행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으나 밭작물은 중앙정부나 전국적으로도 시행된 선례가 없다. 지원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겼다. 8월에 그 결과가 나오면 정부 정책과 전문가, 농업인 단체 등 여론 수렴을 통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 →새만금 내부개발사업의 관건인 수질오염 해소대책은. -새만금 내부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친수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수질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전북도는 새만금호로 직접 유입되는 만경·동진강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환경부의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왕궁축산단지 이전 등 각종 수질대책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새만금 신항만과 군산국제공항 건설 계획은. -새만금신항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돼 재원마련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은 한·미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실무협의회에서 개정협의가 논의되고 있어 빠르면 올 연말 이전에 매듭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항공사 취항을 위한 준비도 결실을 맺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김완주 당선자는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30여년 동안 중앙과 지방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내무부 세제과장, 고창군수, 남원시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두차례의 민선 전주시장과 민선 4기 전북도정을 책임지면서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지역 현안 해결과 기업유치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지구를 네바퀴 반 돌 만큼 부지런히 뛰어다닌 그는 전북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앙부처 방문 500차례 이상, 서울 출장 주당 평균 3.2회 등 각종 진기록을 수립했다. 본인이 열정을 가지고 공직생활을 해온 만큼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하직원들을 호되게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이번 재선에 성공하면서 4번 선거에 모두 당선되는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부인 김정자(60)씨와 1남 1녀.
  • [도시와 길] 서울 강남대로

    [도시와 길] 서울 강남대로

    ‘강남은 욕망의 용광로다. 구별짓기의 아성이다. 강남은 한국의 초고속 성장을 온몸으로 드라마틱하게 웅변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강남이 한국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서울의 강남을 이렇게 정의했다. 강남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강남대로는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527 한남대교 남단에서 서초구 양재동 352의 3 양재대로에 이르는 6.9㎞의 도로로, 너비는 50m(보도 포함, 차도만 약 40m)이고 왕복 10차선이다. 쭉 뻗은 도로는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며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은 1980~90년대 대한민국의 제일이었다. 2000년 들어서는 벤처붐이 불면서 곁가지 격인 ‘테헤란로’가 주목을 받으면서 화려한 부활을 했다. ●한국 현대화의 표상 서울 역사의 중심은 종로 일대와 남산 등 강북이었다. 하지만 그 무게 중심이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한강의 이남 즉 강남으로 옮겨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시민의 약 80%가 한강을 건너지 못해 공산 치하에서 혹독한 3개월을 보냈다. 전쟁이 끝났지만 서울시민의 가슴에는 ‘공포’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1966년 제3한강교, 현재 한남대교 건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1967년 부산과 서울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발표했다. 제3한강교에서 남쪽으로 7.6㎞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영동 구획정리사업이 실시된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영동아파트 지구개발 계획에 온갖 종류의 세금 면제가 이뤄졌다. 논밭이었던 강남의 넓은 땅은 경제·택지 지구의 최대 공급원이 된 것이다. 곧게 뻗은 광활한 강남대로는 한국의 초고속 성장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 말부터 ‘강남 신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생겨났다. 그것은 폭발적인 아니 광적인 ‘땅값 상승’이다. 제3한강교 건설로 일기 시작한 강남 말죽거리 투기 광풍은 평당 200~400원 이었던 이 곳 땅값을 공사 착공 후 1년 만에 6000원까지 올려놨다. 시세차액이 무려 30배에 달했다. 빠른 고도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1세대 부동산 졸부들이 탄생했다. 이렇게 강남대로는 강남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서울의 중심지로 진입하는 길로 자리잡는다. ●패션과 문화의 상징 거리로 강남대로는 1984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과 함께 다시 한번 도약을 한다. 8개 출구를 가진 강남역 주변은 매일 수 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패션과 문화의 상징거리로 자리잡았다. 이때부터 높은 빌딩과 부동산 투기로 대표됐던 강남대로에 하나 둘씩 옷가게와 카페, 술집, 식당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역 5·6번 출구 뒤로는 젊은이들을 위한 카페와 나이트클럽, 명품 옷가게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작은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강남역 지하상가도 이때 생겨났다. 현재 214개 점포들이 성업 중이다. 윤종희 강남역 지하상가 상인회 대표는 “정말 1990년 후반에는 넘쳐나는 젊은이들로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떠밀려 다녔지. 그때가 강남대로의 황금기야.”라고 말했다. 도성 이남으로 내려 가기 위해 잠시 쉬며 말에게 죽을 먹이던 말죽거리에서 시작된 강남대로는 2000년대 벤처붐과 교보빌딩, 강남대로 미디어폴 사업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첨단 기술의 장으로 화려한 부활 강남대로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교보타워다. 강남대로의 랜드마크는 강남역 뉴욕제과에서 교보빌딩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리의 이름도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교보타워 사거리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교보타워가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교보타워는 적벽돌의 쌍둥이 건물이 오작교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H자 형상으로 지어졌다. 지역성에 근거한 태도, 기하학적 대칭성, 빛이 주는 극적인 효과, 그 지역의 재료에 주목한 벽돌마감을 특징으로 하는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적인 건축물이다. 또 이 빌딩 앞에는 보타가 직접 채택한 미술작품 ‘코레아 환타지아(류근상 작)’가 조경과 어우러져 도심 속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3일에는 교보강남타워의 지하 1, 2층에 총면적 3600평(전용면적 1800평)규모의 교보문고 강남점이 문을 열었다. 35만종 200만여권의 서적을 소장하는 교보문고 강남점은 지구에 착륙하는 우주선을 모티브로 삼아 ‘미지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꾸며 많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강남구청에서는 강남대로 특화사업의 하나로 대형 단말기인 미디어폴을 세웠다. 이것은 교통·지역정보·공공정보·실시간 뉴스 등 각종 정보 뿐만아니라 게임이나 영화정보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제공해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내장 카메라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이메일이나 블로그로 전송할 수 있어 모임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미디어폴 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는 풍경도 종종 볼 수 있다. 미디어폴 상단에 있는 LCD·LED 전광판을 통해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강남을 관통하는 강남대로는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부동산 투기 분수령 말죽거리

    부동산 투기 분수령 말죽거리

    강남대로의 마지막 지점인 말죽거리. 현재 3호선 양재역 4번 출구 앞에 표지석만이 남아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말죽거리는 한양 도성에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가는 첫 번째 역이었다. 삼남지방으로 나가는 벼슬아치나 삼남지역에서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벼슬아치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교통 요충지였던 셈이다. 임금으로부터 벼슬을 제수받은 선비들은 동대문을 나와 한강을 배로 건너 양재역까지 말을 타거나 걸어갔다. 도성 이남으로는 말죽거리를 시발점으로 해서 30리마다 역이 있었고 역을 관장하는 역장인 찰방이 있었다. 벼슬아치나 암행어사는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말을 징발할 수 있었고 역에서 말을 바꿔 탈 수 있었다. 벼슬아치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역이나 부근의 주막집에서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다. 다른 어느 역보다도 말죽을 많이 먹여야 하는 거리였으므로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 1624년 이괄의 난 때 인조 임금 일행이 남도지방으로 피난하면서 허기와 갈증에 지쳐 이곳에서 급히 팥죽을 말 위에서 먹고 과천으로 떠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말죽거리는 도성에서 지방으로 내려가고 지방에서 도성으로 올라오는 관문이었다. 배웅하고 마중할 사람은 말죽거리까지 따라 나와 사람을 떠나 보내거나 맞이하거나 했다. 일종의 플랫폼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말죽거리는 서울 도심과 분당 사이의 분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말죽거리 부동산 투기의 역사 1965년의 말죽거리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마을도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의 교육문화회관 근처에 있던 잔디마을이 유일했다. 이런 말죽거리가 뜨기 시작한 것은 서울시가 영동개발 계획을 내놓은 1966년부터다. ‘말죽거리에 땅을 사면 떼돈을 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국의 모든 ‘돈’이 몰려들었다. 당시 동작동 국립묘지(현충원)까지 버스를 이용하고 말죽거리까지는 걸어가야 했던 시절에도 말죽거리 복덕방에는 매일 수십 명이 북적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 특별조치법으로 발길이 뜸하기도 했지만 제3한강교와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투기의 광풍에 휩싸였다. 말죽거리가 고향이라는 이상진(72·서울 양재동)씨는 “60년대 초 말죽거리 땅값은 평당 200원 안팎이었다.”면서 “1969년 제3한강교와 이듬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평당 5000~6000원으로 폭등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지금은 양재역 주변의 땅값은 평당 5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추측이다. 40년 만에 땅값이 약 16만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정부·지자체·농가 합동 퇴치가 효과적”

    “정부·지자체·농가 합동 퇴치가 효과적”

    “꽃매미는 수액을 흡수해 포도나무, 버드나무, 가죽나무 등을 고사시키는 중국 원산의 외래곤충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종민(56) 생태평가과 연구관은 농가의 골칫거리가 된 꽃매미 출현을 놓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이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 남방이나 동남아 원산의 아열대성 꽃매미가 기온이 따뜻해져 우리나라에 확산되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홍날개 꽃매미가 나무와 기둥 등에 알을 낳고 겨울철 혹독한 추위에도 살아남은 뒤 부화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아열대 원산인 꽃매미가 상대적으로 추운 한국에 번식할 수 없었으나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며 유입됐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꽃매미는 온난화로 인해 번지기 시작한 종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이 가능한 해충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꽃매미가 성충이 되면 멀리 날아다니고 황사를 통해서 유입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꽃매미는 논밭이나 산지로 드나들 수는 있어도 지역을 달리해 먼 곳까지 날아가지 않는다. 농가에서 꽃매미를 모두 없애도 산지와 주변 공원에 살던 꽃매미가 경작지로 유입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가 등이 합동으로 퇴치에 나서야 효과적인 방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내 밭의 꽃매미를 없애도 다른 곳에서 살아남은 꽃매미가 날아드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꽃매미는 주변의 나무나 벽돌, 쇠파이프, 처마 등의 시설물, 마을이나 야산, 하천변에도 알을 낳기 때문에 서식지부터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부화한 꽃매미는 사방으로 흩어지므로 부화 전에 알을 제거하거나 땅속에 묻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면서 “방제할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살충제를 집중 발생지에 국지적으로 살포해 자연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배추·양파값 안정세로

    농수산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물가상승의 원인이었던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 등이 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이달 들어 채소가격이 대부분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배추 도매가격이 4월 초순 10㎏당 1만 3921원에서 이달 10일 기준 8490원으로 39% 떨어졌다. 양파도 같은기간 10㎏에 1463원에서 922원으로 37% 빠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4월까지 농수산물의 소비자물가가 급등했으나 5월 들어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4월 기준 채소류 물가는 지난해 12월 말에 견줘 42.5%,수산물은 7.3%나 올랐었다. 많은 채소류가 가격 하락세를 보였으나 참외, 수박 등 일부 과일과 재배 면적이 크게 줄어든 무, 대파 등은 5월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무의 소매가격은 지난해 5월 초순에 개당 1316원하던 것이 올해 4월 하순에는 1665원으로 뛰더니 이달 10일 기준으로 1900원까지 올라 1년 새 44.4%나 치솟았다. 참외 소매가격도 같은 시기 10개에 2만 3164원에서 4월말 3만 3532원, 5월초 3만 1861원으로 상승하며 37.5%나 올랐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앞으로 온실이 아닌 일반 논밭에서 기른 채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채소류 등 농수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가격 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가락시장 등의 관측정보와 연계해 생산자나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46인 전우여!…조국의 바다 굽어살피소서

    46인 전우여!…조국의 바다 굽어살피소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희생된 해군 772함 용사 46명이 29일 국민들의 가슴에 묻혔다. 오전 10시 전국에 일제히 울려퍼진 슬픔의 사이렌 소리에 사무실에서, 거실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시장에서, 공사장에서, 논밭에서 생업에 분주하던 국민들은 이제 꽃다운 우리의 청년들과 영원히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결식이 거행된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 국무위원, 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정당대표와 국회의원들, 전군 주요지휘관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 외국 무관들, 그리고 유가족까지 2800명이 참석했다. ☞[사진] ‘편히 쉬소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영결식의 명칭은 해군장이었지만 사실상 국장 수준의 최고 예우로 남은 자들은 순국장병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렸다. 영결식에서 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의 영정에 거수경례를 했다. 이어 고(故) 이창기 준위를 시작으로 46명의 용사에게 일일이 화랑무공 훈장을 추서했다.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들이 남긴 살신보국의 참군인 정신은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이어 누릴 자유와 번영의 씨앗이 될 것”이라면서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을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안함 생존장병인 김현래 중사는 “여러분과 우리를 갈라놓은 슬픔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눈물의 추도사를 읽었다. 영결식이 끝난 뒤 부두에 정박한 모든 함정의 승조원들이 정복 차림으로 뱃전에 도열, 운구행렬을 향해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대함경례’를 올릴 때 국민들도 마음속으로 46명의 용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 품과도 같은 모항(母港) 2함대를 영원히 떠난 용사들의 영현은 오후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천안함 전사자 협의회’는 영결식 후 성명서를 통해 “천안함 46 용사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을 보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23일은 함평에 나비 보러

    국내 최대 봄 축제인 함평 나비축제가 23일 개막된다. 전남 함평군은 15일 ‘함평나비대축제’를 23일~5월9일 17일 동안 개최한다고 밝혔다. 115만㎡ 규모의 함평엑스포 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꽃과 나비·곤충을 소재로 한 전시, 문화 체험 등이 다양하게 이어진다. ‘나비=희망’을 주제로 ‘나비의 꿈, 녹색의 향연’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번 축제는 관광객과 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체험형 위주로 짜여졌다. 특히 올해는 축제 참여자들의 거리 퍼레이드가 7년 만에 부활된다. 관광객들이 계절 꽃이 만발한 야외에서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식물 관찰장과 나비·벌·잠자리·갑충류·수서생태존 등이 운영된다. 또 나비축제가 2010년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수록된 것을 기념해 곤충생태학교를 특별 기획하는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을 고려한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했다. 행사기간 틈틈이 실내외에서는 25종 10만여 마리의 나비가 방사된다. 행사장인 함평천 생태공원과 엑스포 수변공원에 만개한 유채꽃과 안개초, 꽃창포, 자색채 등 형형색색의 봄꽃과 나비가 어우러지면서 장관이 연출된다. 나비 탄생관, 나비 애벌레 생태 전시코너, 곤충 생태전시 코너,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특별전시관 등도 운영된다. 자연학습장을 전시관 형태로 꾸민 것도 특징이다. 농업의 세계관에는 논밭 작물, 약용식물, 채소류 등 150여종에 이르는 품종을 실제 재배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자연생태관에는 애완동물관, 파충류·갑각류관, 패류·양서류관, 농촌의 세시풍속, 허브 향기터널, 자연생태 이야기, 누에체험관 등이 마련됐다. 이밖에 선인장 등 모두 2500여종의 다육식물과 나비·곤충의 화석, 천연기념물, 한국 토종 민물고기 등이 전시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공직선진화위 토론 공무원불만 봇물

    공직선진화위 토론 공무원불만 봇물

    “업무시간이 밤낮이 따로 없어요. 낮에는 민원인 응대하는 데 시간이 다 갑니다. 본 업무 처리요? 야근할 수밖에 없죠.”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최소한 7급으로는 들어와야 됩니다. 9급으로 시작하면 열심히 해봤자 6급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달 12일 출범한 공직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류호근)가 7차례의 권역별 토론회를 통해 취합한 현장 목소리 중 일부분이다. 위원회는 충청권을 시작으로 서울·경기까지 3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고충을 들었다. ●초과근무수당 4시간 제한도 불만 그간 토론회에서는 직렬차별, 낮은 보수, 근무여건 등 갖가지 불만사항들이 쏟아졌다. 중하위직 공무원 사이에서 수도 없이 지적됐지만 외면돼 왔던 사항들이다. 선진화추진위는 단순한 볼멘소리로 넘기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이들의 활력이 되살아나야 국민서비스와 공직사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권 토론회에 나섰던 한 기능직 공무원은 “기능직에 대한 차별이 사회 전반의 ‘기능인 우대’란 목표는 고사하고 사회 전반의 학벌지상주의만 부추긴다.”며 답답해했다. 현재 기능직에만 있는 10급으로 임용될 경우 7급 근속승진 연한은 21년이나 된다. 이 정도 기간이면 행시로 입문한 5급 사무관이 2급 이사관급에 오를 수 있다. 기능직은 소수 직렬이라 사실상 6급 이상 승진이 어렵고 보직도 부여받지 못해 일반직과의 차이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급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2년째 공무원 임금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함께 짊어진다는 취지였지만 하급으로 갈수록 고통이 더해진다. 성과·상여금을 포함한 9급 공무원 총보수는 세전 17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8급 1900만원, 7급 2100만원으로 인상폭도 크지 않다. 한 공무원은 “비슷한 기간을 근무한 민간 기업직원과의 연봉격차가 10% 넘게 벌어져 있다.”면서 “초등학생 자녀 2명 양육비와 보험료 등 최소생활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야근을 해도 실제시간과 관계 없이 초과근무시간이 4시간만 인정되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수당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농촌지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낮에는 주민 대부분이 논밭에 나가 있어 현장방문 업무는 야간에 할 수밖에 없다.”며 “잦은 야근과 현실과 동떨어진 수당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계부처와 고충개선 논의 류 위원장은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특성상 애로사항이 있어도 스스로 힘들다고 이야기를 못한다.”면서 “그간 쌓여 왔던 불만들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토론회를 통해 접수한 고충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개선과제를 선정할 방침이다. 5월 중으로 예산확보, 법령개정 등 세부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류 위원장은 “공무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로 인해 아프고 힘들었던 부분을 고쳐 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남상헌기자 kize@seoul.co.kr
  • “위안부 역사관 세우는데 써주세요”

    “위안부 역사관 세우는데 써주세요”

    정신대 할머니의 평생 모은 재산이 위안부 역사관 건립과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전달됐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5일 대구시의회 3층 소회의실에서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김순악 할머니의 유산 1억 826만원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김 할머니가 시골 논밭에서 일하고 받은 품삯과 정신대 피해자 생활지원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등을 모은 돈이다. 김 할머니는 유산을 위안부 역사관 건립 등에 사용할 것을 유언했다. 김 할머니 유일한 혈육인 아들도 기부에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 2일 경북 경산 자택에서 82세의 일기로 별세한 김 할머니는 1944년 16세의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다. 1946년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돌아온 이후 어려운 형편에 전국 곳곳을 오가며 살아왔다. 200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한 김 할머니는 이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집회 참가 등을 통해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해 왔다. 김 할머니는 생전에 대구에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와 시민모임은 할머니의 기부금중 절반인 5413만원은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나머지 절반은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위안부 역사관은 대구 중구 남산동 명덕초등학교 내에 세울 예정인 2·28 민주운동 기념회관에 함께 건립된다. 시민모임 안경욱 상임대표는 “할머니의 뜻이 헛되지 않게 기부금을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최대 철새도래지 천수만 ‘썰렁’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인 충남 서산 천수만 철새가 급감하고 있다. 3일 서산시에 따르면 2005년 서산AB지구 간월호와 천수만에 가창오리와 기러기 등 40여만마리의 겨울 철새가 찾아왔으나 모니터링 결과, 이번 겨울에는 70% 줄어든 12만마리만 찾아오는 데 그쳤다. 2005년 32만마리에 이르렀던 가창오리는 2만~3만마리로 90% 이상 급감했다. 서산시 지역자원과 박민철씨는 “직전 겨울만 해도 25만마리가 날아왔는데 해마다 철새가 줄어 이번 겨울에는 절반도 안 됐다.”면서 “예년에 러시아에서 날아온 가창오리가 천수만을 들렀다가 금강과 해남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곧바로 간 게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는 서산AB지구 간척농지를 개인 분양, 벼이삭 등 낙곡이 크게 줄어들면서 철새가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간척지를 조성한 현대건설이 트랙터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을 때는 추수 후 낟알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농지가 일반 분양돼 서산AB지구 간척지 1만 121㏊ 가운데 80% 이상이 개인 소유가 되면서 추수가 알뜰해진 데다 영농기술도 좋아져 낙곡이 갈수록 줄고 있다. 3월이 돼야 운산면 등 서산 내륙지역 논밭과 목장에서 먹이를 찾던 철새들의 모습이 벌써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개인 소유주들이 사료 원료로 쓰려고 볏짚마저 싹쓸이하면서 들쥐나 벌레 서식지도 크게 줄었다. 박씨는 “서식환경에서 볼 때는 들쥐 등을 먹고 사는 독수리와 말똥가리 등 맹금류도 줄어야 하는데 간월호 등에 갈대밭이 우거져서인지 아직은 별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는 철새도래지를 지키기 위해 2003년부터 농가들과 생물다양성 보존계약을 맺고 일부 논의 겉보리나 벼를 수확하지 않거나 관광객 출입 규제 등에 나서고 있으나 철새 감소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박씨는 “풍부한 먹이 공급이 가장 중요한 만큼 4월부터 5㏊의 습지와 10㏊의 전통 경작식 논으로 이뤄진 서식지 조성사업을 벌이는 등 철새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촛불 매개 소설 2제

    촛불 매개 소설 2제

    촛불을 얘기하는 것은 여전히 ‘불온’하다. 광장 속 점점이 박힌 촛불은 더욱 불온하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대신 문학이 촛불을 들었다. 2008년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과 씨줄날줄로 얽히는 두 권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순원(왼쪽)의 ‘워낭’과 김선우(오른쪽)의 ‘캔들 플라워’는 위태롭고 가녀리던 그때 그 촛불에 대해 한편으로는 에둘러,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그 시선은 생명과 평화라는 궁극의 지점에 함께 맞춰져 있다. ■ 소를 통해 본 생명과 평화 이순원 장편소설 ‘워낭’ 소설은 소의 독백과 함께 시작된다. 하늘 별자리 금우궁에서 내려다본 시선이건만 서울 청계천 광장을 빼곡히 메운 이팝나무꽃같이 하얗게 피어난 촛불들의 자리에서 아이 손 잡고 나온 옛 벗을 쉬 찾아낸다. 그리고 소가 코뚜레와 대지를 잃어버린 뒤 오로지 인간의 탐욕을 위해 형제의 살과 뼈를 먹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원망, 건강한 들판과 먹을거리에 대한 갈망, 인간과 소가 벗하며 지냈던 지난 세월에 대한 그리움을 아련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이순원의 새 장편소설 ‘워낭’(실천문학 펴냄)은 120년의 세월 동안 12대에 걸쳐 강원도 대관령 어귀 마을에서 대지를 구르며 보습을 끌던 소의 연대기(年代記)이자, 그 소들을 가족 삼아 함께 살아온 한 집안 4대의 유장한 연대기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소를 성경 식으로 얘기하자면, 그릿소(소가 없는 가난한 집이 남의 집에서 빌려다 키우는 소)는 흰별소를 낳고, 흰별소는 미륵소를, 미륵소는 버들소를, 화둥불소는 흥걸소를…. 이렇게 12대를 이어와 작가와 아우처럼 교감했던 검은눈소가 작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우골탑(牛骨塔)의 ‘희생우’가 돼 팔려나간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1884년 갑신정변부터 시작해 나라를 잃은 식민의 시절, 동족을 적대하고 마을 사람끼리 미워하던 한국전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까지 흘러온 한국 근현대 역사의 굴곡은 사람에게도, 소에게도 보일 듯 말 듯 새겨져 있다. 소설 전편에 걸쳐 무심하게, 혹은 단순히 감동적인 유년의 기억으로서 열세 마리, 열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고 천수를 누리다 간 소의 일생을 읊조리지만 이순원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따로 있다. 이순원은 “0.4평 공간에 갇혀 평생 빈혈에 시달려야 품질 좋은 쇠고기가 되고 값이 싸면서도 빨리 살이 찌는 먹이를 개발하는 것 역시 야만과 탐욕의 과학이 이뤄낸 것”이라면서 “사람과 소는 더 이상 논밭이 아닌, 식탁에서 젖과 고기로 만날 수밖에 없지만 서로 건강하게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워낭은 소의 목에 달아놓는 방울이다. 하지만 소가 더 이상 쟁기를 끌고, 밭을 가는 농투성이가 아닌, 인간의 혀를 만족시키는 살코기와 우유의 생산처가 된 순간부터 워낭은 코뚜레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 됐다. 1985년 등단작품 ‘소’부터 시작해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리고 ‘워낭’에 이르기까지 소를 매개로 한 소설만 벌써 세 번째 쓴 이순원이지만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추억, 회고가 아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충만한 지점의 강조다.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뭇 생명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필연이라는, ‘지금, 여기’가 요구하는 당연한 명제의 재확인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촛불에 흐른 자유와 평등 김선우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 ‘워낭’이 살짝 비추고 범(汎)생명주의의 먹먹한 울림을 주며 끝을 맺는 지점, 촛불이 강이 되고, 불이 되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예담 펴냄)는 시작된다. 차도를 내달리는 소나 자신을 생명체 자체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버려진 개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 혹은 무한 상상을 품은 열 다섯살 소녀 ‘지오’와 그 친구들을 통해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다시 한번 다른 목소리로 풍성히 변주된다. 캔들 플라워는 ‘촛불꽃’이다. 김선우는 2008년 봄 인공 하천 청계천을 따라 넝쿨장미처럼 번져나갔던 촛불들의 행렬을 ‘꽃’이라 부르고, 그 평화롭고도 유쾌했던 생명과 윤리의 촛불 축제를 백서에 가까운 ‘소설적 보고서’로 써내려 간다. 현재적 의미를 갖고 진행중인 사실(史實)이기에 아직 평가는 이르겠지만, 그해 5~6월 촛불이 지나갔던 청계천 광장, 시청 광장, 서대문 경찰청 앞 등을 따라가며 사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전경의 군홧발에 짓밟혀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가는 소녀, 축제를 즐기듯 인권과 집시의 자유를 노래하고 발언하는 소년, ‘누렁소 할머니 사망 괴담’ 등 사실 관계에 기반해서 판타지적인 내용을 더하고 있다. 촛불 시위를 정면으로 다룬 첫 소설이다. 지오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캐나다의 ‘레인보 마운틴’이라는 히피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는 자연주의 공동체에서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동성 애인과 함께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는 소녀다. 지오는 태어날 때 자신에게 공동체를 선사한, 쌍둥이를 찾기 위해 지오는 격동의 한국 사회에 발을 디딘다. 김선우는 촛불에서 ‘68혁명’을 읽어낸다. 1968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대륙, 전 세계를 휩쓸었던 자유와 평등, 비폭력,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게 했던 68혁명은 꼬박 40년의 시차를 두고 한반도에 건너온다. 김선우는 “68혁명과 똑같지는 않지만 68혁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공유한 비폭력, 자유, 평등의 정신이 2008년 촛불에도 면면히 흘렀다.”고 강조했다. 소설 속에서 지오의 할머니가 프랑스에서 직접 68혁명을 경험한 인물로 나온 것은 촛불의 범인류적 역사의 맥락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하늘과 대지, 꽃과 구름을 사랑하며, 학교를 가지 않지만 지적 호기심을 무한히 채워가는 공간, 전 세계 자유인들과 차별도 제한도 없이 평등하게 사귈 수 있는 공간인 ‘레인보 마운틴’은 김선우가 제시하는 ‘대안적 이상향’의 모습이다. 소설 속에서 지오가 촛불 시위 때 직접 써가지고 나온 팻말의 글귀는 2008년 수백만 촛불들에 대한 김선우의 헌사다. ‘경험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된다. 마음의 역사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名士의 귀향별곡]계룡면 임립 충남대 교수

    [名士의 귀향별곡]계룡면 임립 충남대 교수

    “고향 사람들에게 미술이 주는 꿈을 나눠 주고 싶었습니다.” 13년 전이다. 임립(65·林立) 충남대 회화과 교수는 자신의 고향 시골에 미술관을 떡하니 지었다. 사람들이 “시골에 무슨 미술관이냐.”고 걱정을 했지만 평소의 꿈을 굽히지 않았다. 까닭을 묻는 질문에 그는 “시골구석이라고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림 팔아 15가구 마을에 미술관 충남의 첫 사립 미술관인 ‘임립 미술관’은 23번 국도를 타고 공주 금강을 가로지르는 신공주대교를 넘어 논산쪽으로 6~7분쯤 달리면 나온다.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 고향 집 앞에 위치해 있다. 미술관 주변은 온통 산과 논밭이고, 15가구의 마을에는 대부분 노인들만 산다. 1997년 10월 문을 열기까지 임 관장은 5년을 고생했다. 그림을 팔아 건물을 짓고 손수 나무를 사다 심었다. 지금은 3만 3000㎡ 터에 전시실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건물 여럿이 있지만 개관할 때는 본관만 있었다. 서양화가로 탄탄한 입지를 쌓아온 그는 정년을 앞두고 이곳 생활이 더욱 만족스럽다며 웃는다. 임 관장은 “타향이었으면 동네 사람들이 시기와 질투도 했을 텐데 고향이어서 푸근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평택 임씨 집성촌이다. 그는 주민들과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고 라면도 함께 끓여 먹는다. “마을 앞 산과 계곡에서 토끼몰이와 가재잡이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도 있다.”는 그는 농협 조합원이고, 마을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는 “5㎞ 떨어진 갑사 입구 계룡초교와 14㎞ 거리의 공주중·고교를 걸어 다녔으니 오죽 추억이 많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런 게 창작의 큰 힘이 됐다.”고 회고한다. 그가 즐겨 다루는 토속적 이미지도 고향 마을의 정취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겠다. 그의 그림의 주요 모티브는 동심과 추억이다. 임 관장은 1945년 8월15일 광복절에 태어난 인연으로 ‘독립’이라고 불렸고 나중에 정식 이름도 ‘립(立)’이라고 했다. ●동네사람 미술관 드나들며 안목 ‘쑥’ 임 관장은 11년 전부터 미술관에서 ‘어린이 사생대회’와 ‘향토작가초대전’을 열고 있다. 2004년부터는 매년 ‘공주 국제미술제’도 개최한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미술관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면서 외국 작가들과도 얘기를 하다 보니 미술을 보는 안목이 많이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지역의 각종 문화활동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지역 문화원과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미술전시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척박한 지역 예술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적잖은 힘이 되고 있다. 임 관장은 “피카소를 보러 스페인 말라가까지 가지 않느냐. 운영에 어려움은 있지만 이곳에서 어린이들이 피카소를 꿈꾸고 그런 화가가 나온다면 여한이 없겠다.”면서 “노인들만 남은 내 고향에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찾아오고 정착한다면 무얼 더 바라겠느냐.”고 말했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 살다가 조그마한 산골에서 또 다른 꿈을 펼치는 그의 ‘귀향별곡’이 아름답게 들려온다. 글·사진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약력<< ▲공주고 졸업 ▲중앙대 회화과 및 대학원 졸업 ▲러시아 국립 극동인문대 명예미술학 박사 ▲배재대 미술교육과 초대학과장 ▲충남대 회화과 교수 ▲충남대 예술대학장 ▲임립미술관 관장 ▲국전 특선 3회 ▲한국미술문화상 ▲한국미술작가상 ▲개인전 29회(한국 21, 일본 3, 러시아 2, 미국·터키·중국 각각 1회)
  • [사고]바로잡습니다

    ●바로잡습니다 24일자 11면 ‘농지제도 경작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기사 중 상속받은 논밭을 농지은행에 위탁할 경우에는 3㏊까지 소유할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지난 11월28일 시행된 개정 농지법에 따라 규모 제한이 없어졌기에 바로잡습니다.
  • “농지제도 경작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현행 농지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소유자 중심에서 경작자 중심으로 규제가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3일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른 농지제도 개편방안’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농지의 소유 규제는 철폐하고 이용 규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 규범은 ‘헌법 변천’을 수용해 좁은 의미의 소유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점유 개념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 변천이란 헌법이 현실과 맞지 않을 때는 성문헌법 조항을 뛰어넘는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현행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와 위탁 경영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논밭을 상속받았을 때 비(非)경작 소유는 1㏊까지만 가능하고 상속받은 논밭을 농지은행에 위탁할 경우는 3㏊까지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 농지의 비중이 전체의 43%에 이르고 임차 농가의 비율은 60%를 넘는다는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특히 농경연이 수도권과 지방 등 3곳을 골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합법적 소유가 면적 기준으로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은 중장기적으로 2단계에 걸친 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1단계는 현 제도의 틀 안에서 농지 임대차 규정 등을 만들어 비합법적인 소유나 임대차 관계를 없애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소유 규제를 사실상 폐기하는 대신 영농 자질과 최소한의 영농 규모를 제한하는 등 경작허가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비전 소속 미국인 딘 R 오언씨 3박4일 북한방문記

    월드비전 소속 미국인 딘 R 오언씨 3박4일 북한방문記

    “북한 방문은, 오래전 폐업한 어떤 가게에 남아 있는 신비로운 옛날 상품들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기독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소속의 미국인 딘 R 오언이 지난 6월 북한을 4일간 방문한 소감을 15일 LA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통제된 이 나라를 나만큼 속속들이 본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미국인들은 아리랑축전이 열리는 8~10월에만 방문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축전 준비와 퇴근길 공연, 농사 장면 등 남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기고 내용 요약. 평양 순안공항에서 휴대전화는 압류됐다. 내게 감시원이 붙었고 일제 도요타 SUV 차량이 제공됐다. 도로에는 차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5~10명씩 무리지어 다니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되고 있었다. 김일성광장에는 거지는커녕 비둘기 배설물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200여명의 시민들이 무릎걸음을 하며 손으로 거대한 광장 바닥을 닦고 있던 장면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6시간 동안 바닥 청소를 하고 나면 그곳에서 아리랑공연 연습이 진행됐다. ●인터넷·휴대전화 일반인에 불허 시골 어디서든 집단농장을 볼 수 있었다. 근면을 권고하는 벽화가 걸려 있었다. 농부들은 황소를 이용해 땅을 갈고 쇠스랑과 삽으로 작업을 했다. 트랙터, 콤바인 같은 현대식 농기계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인터넷, 휴대전화, 위성항법장치(GPS)와 같은 것들이 일반 시민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노동자의 천국’인 이곳의 2300만명 주민들은 완전취업과 적은 범죄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이 파라다이스에서는 아무도 알람시계가 필요없다. 매일 새벽 5시 도시든, 농촌이든 주민들은 스피커를 통해 퍼지는 애국적인 노래와 위대한 지도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여성의 구호 소리에 잠을 깬다. 평양의 늦은 오후엔 3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거리 곳곳에서 애국적인 노래를 연주한다. 공장이나 사무실, 논밭에서 일하고 귀가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미국 산타모니카로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학생들이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광경을. ●매일 새벽5시 전국에 ‘기상노래’ 내가 묵은 호텔은 인터넷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메일과 국제전화를 쓰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객실 냉장고엔 소다수와 맥주가 들어 있고 텔레비전에선 BBC 뉴스가 나왔다. 하루 숙박비 100달러엔 오믈렛과 빵, 커피 등 서양식 조찬이 포함돼 있다. 북한 방문객은 반드시 달러나 유로 같은 현금을 가져가야 한다. 신용카드는 쓸 수 없고 현금인출기(ATM)도 없다. 북한을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내 가방은 다시 검색됐다.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내 북한 비자는 여권에서 삭제됐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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