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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표절’ 의사·교수 뻔뻔한 항변

    국내 유명 의사와 대학 교수가 다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멋대로 사용해 논문을 작성,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가 ‘도용’이라는 판정 아래 삭제되는 망신을 당했다. 더욱이 논문 표절과 철회를 감시하는 미국의 전문사이트인 ‘리트렉션 와치’가 이같은 사실을 ‘한국 표절 사태’로 크게 다뤄 파장도 적잖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문화적 차이”라든가 “통계만 작성해 몰랐다.”라며 대수롭게 않게 해명,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신분석학 분야 권위지인 ‘국제임상실험최면학회지’는 “한국인 저자들이 2009년 7월호에 게재한 ‘최면 감수성과 전생’에 대한 논문이 다른 사람의 자료를 훔쳐 작성된 것으로 밝혀져 최근 에디터 직권으로 철회했다.”고 23일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는 최면을 이용한 정신상담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평가받는 B신경정신과 B원장과 H사이버대 대학원 K부원장이다. B원장은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전생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최면 상태에 대한 반응 차이를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면 감수성이 높을수록 전생을 잘 기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 사용된 자료는 현재 남서울대 교수인 미국인 그라치아 델 로사리오가 2001년 미국 세이브룩대학 박사학위 논문에 썼던 내용으로 드러났다. 다른 논문의 자료를 인용할 때 ‘출처’를 명시하지 않으면 표절 또는 도용으로 간주된다. B원장은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것 같다.”면서도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K부원장은 “자료를 B원장에게 받아서 통계처리를 해줬을 뿐 정확한 논문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회지의 논문 철회는 로이터통신 애덤 마커스와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인 이반 오랜스키가 운영하는 논문표절 전문 감시사이트인 ‘리트렉션 와치’에서 보도했다. 리트렉션 와치는 국가별, 분야별로 연구윤리 동향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트다. 리트렉션 와치 측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도 결국엔 저널이 밝혀내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구조개혁’ 5개大 당혹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명단에 오른 대학들은 크게 동요하면서 반발했다. 교수 모임체는 “선정 철회”를 요구했다. 충북대 보직교수들은 평가 결과에 반발,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충북대는 “일방적으로 부실 대학으로 몰아가 지방대를 더 황폐화시키는 발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충북대 측은 “올 초 교과부가 이번 평가와 유사한 지표로 전국 국립대 중 두 곳을 뽑는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에 선정되는 등 우수 국립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면서 “때문에 이번 결과가 더욱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평가방식에 이의제기까지 했던 강원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원대는 “춘천캠퍼스의 재학생 충원율은 110.1%에 달하지만 2006년 산업대인 삼척대와 통합해 세운 삼척캠퍼스의 충원율이 최하위권인 89.6%에 그치는 바람에 충원율 합산치가 99.85%로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강릉원주대는 논문표절 등을 이유로 교과부가 총장 임용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거부, 총장 재선거에 들어간 데 이어 구조개혁 대상으로까지 낙인이 찍히자 더욱 뒤숭숭하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생의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지방 소도시 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군산대도 “전북의 열악한 산업구조 등 학교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교대는 “교원 임용률이 전국 최하위이지만 부산 지역의 학생수 감소로 교원을 많이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요 평가지표인 학생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기타 지표들은 교과부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총장 직선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또 “철회하지 않으면 전체 국립대 교수가 장관 퇴진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인사청문회 장관 자격 있는지 제대로 따져라

    오늘부터 나흘간 국회 인사청문회가 5·6 개각 때 기용된 장관 후보자 5명을 상대로 열린다. 이번에도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 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청문회의 5대 단골메뉴 가운데 병역기피 의혹만 쟁점이 되지 않은 정도다. 이 때문에 청문회가 의혹 공방에만 쏠리는 나머지 정책 수행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본분을 소홀히 할까 봐 우려스럽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자격이 있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도덕적인 하자도, 정책적인 자질도 제대로 가려야 한다. 후보자 대부분은 두세개 정도의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모두 확인한 사안들이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판단이 건전한 상식과 괴리가 있는 게 아닌지 되새겨볼 일이다. 이번 후보자들이 낙마한다면 장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청문회에서 모두 허위로 드러난다면 청와대의 판단이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책임은 청와대의 몫이다. 이때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판단 시스템까지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부터 철회하고 청문회에 임하는 게 온당하다. 의혹들이 사실인지, 장관직을 맡기기에 곤란할 하자인지를 먼저 가리는 게 순서다. 의혹 공방에만 몰두해서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을 외면하면 만년 야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후보자 5명을 낙마시킨 주역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그와 차별화를 시도하려면 전투형이 아닌 대안형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대거 낙마를 유도할 만큼 ‘결정적인 한방’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자체 분석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정치게임의 장이 아니다. 정책게임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일방적 편들기를, 민주당 등 야당은 무조건 흠집내기를 자제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증에만 주력해야 한다. 문제 있는 후보가 있다면 한나라당이 먼저 내정 철회를 요구하기를 당부한다. 일부 문제가 있어도 능력이 뛰어난 후보자에게는 민주당이 흔쾌히 동의하기를 주문한다. 이번에는 여야가 기존의 틀을 깨는 변화를 보고 싶다.
  • “유영숙 환경, 배우자 부적절 기부금… 서규용 농식품, 양도세 탈루 가능성”

    “유영숙 환경, 배우자 부적절 기부금… 서규용 농식품, 양도세 탈루 가능성”

    ‘5·6 개각’ 후보자 청문회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각종 의혹이 강도를 더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의 화살은 유영숙(왼쪽) 환경부 장관, 서규용(오른쪽)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게 특히 집중됐다. 야권은 일제히 사퇴를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감싸기나 봐 주기는 없다.”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9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유영숙 후보자의 배우자가 부적절한 기부금 납부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추가 의혹을 거론했다. 홍 의원은 “유 후보자의 남편이 대전 서구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2008년 지역 교회에 헌금을 냈다.”면서 “2007년 유 후보자가 이 교회에 냈던 헌금이 782만원이었던 점에 비춰 남편도 적지 않은 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격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올해 3월까지 소망교회에 다녀 ‘고소영’ 인맥 논란에 휘말렸다. 또 남편의 거액 상여금 및 SK 관련 특혜 의혹, 소망교회 거액 기부금,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의혹에 직면했다. 유 후보자 측은 소망교회 기부금 논란과 관련해 “배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기부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규용 후보자는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이어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서 후보자가 2002년 상속받은 농지 일부를 지난해 매도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농지를 직접 경작했기 때문에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서 후보자는 논을 보유한 시기에 신문사 사장 등으로 일하며 주말에만 영농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몰아세웠다. 권도엽 후보자는 지난해 국토해양부 차관 퇴임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해 5개월 동안 1억 2700여만원을 받아 전관예우 의혹에 휩싸였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 “편법증여, 위장전입, 미국 유학 시절 체재비 조달, 논문 중복 게재,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해명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2008년 손위 동서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주식 매도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해당 거래는 증여세가 아닌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구혜영·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유영숙, MB정부 출범후 소망교회로”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에 대한 비판이 높았던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이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채무액에 가까운 금액을 기부금으로 낸 것으로 확인돼 돈의 출처와 기부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18일 “유 후보자는 2008년 5월부터 소망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소망교회를 다녀야 장관이 된다는 사실이 이번에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유 후보자가 지난 3월 다시 교회를 옮겼다고 답했는데 이는 장관에 발탁되기 직전으로, 장관이 되는 데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소망교회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유 후보자의 기부금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2006년 유 후보자 부부가 낸 기부금은 272만원에 불과했는데, 2007~2010년 1억 7000만원 가까이 기부금을 냈다.”면서 “유 후보자가 소망교회에 다닌 시기와 기부금이 급증한 시기가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교회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것 아닌가 추정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유 후보자의 금융권 채무는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억 9700만원에 이르고, 2006~2008년 4월 배우자인 남충희씨의 월 평균 소득이 80만원에 불과했다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이어 “2007년 12월 남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했는데, 그해 기부금 액수가 전년도(272만원)보다 5배 이상 많은 1430여만원으로 늘어난 점도 특이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80년대에도 시부모·남편 등과 함께 소망교회에 다니다 유학·지방취업 등으로 한동안 다른 교회에 다녔고, 2008년부터 다시 소망교회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액수가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졌다.”면서 2008년 545만원, 2009년 776만원, 2010년 1270만원 등 정확히 2591만원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이 주장하는 1억 7000만원에는 각종 사회복지법인 등에 기부한 금액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유진상·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송암 김용섭(80) 전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자신의 삶과 철학을 정리한 회고록을 냈다. ‘김용섭 회고록-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지식산업사 펴냄)다. 학술원 회원인김 전 교수는 널리 알려졌듯 ‘자본주의 맹아론’ 혹은 ‘내재적 발전론’의 대부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해 부풀려지지 않고서 스스로 일어선 우리 학계의 몇 안 되는 이론’이라는 극찬과, ‘한국 역사 학계의 숨은 신(神)’이라는 다소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한번은 거쳐 가야 할 거대한 저수지임은 인정하는 셈이다. 그의 회고록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김 전 교수는 학술이 아닌 다른 활동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알리는 일은 더더욱 질색이다. 이런저런 공식석상에 얼굴 비추기를 극도로 꺼린다. 학술상 받는 것도 탐탁지 않아 한다. 언론 인터뷰는 당연히 사절이다. ●“대외활동은 賣名행위” 질색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낸 사진작가 윤주영(83)씨가 각 분야 전문가 100명의 얼굴을 담아 사진집을 낼 요량으로 김 전 교수를 섭외했을 때 “딱 한장만”이라는 애원에도 매몰차게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논문 발표 외에 다른 곳에 이름이나 얼굴을 내미는 것 자체를 매명(賣名) 행위처럼 여긴다. 논문이나 책에 엄격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논문은 한평생 70여편만 썼고, 저서도 그런 논문을 모아서 낸 8권의 책이 전부다. 학자들에게 흔히 지적되는 ‘자기표절’ 논란은 전혀 없다. 노() 학자에게 으레 있기 마련인 회갑이나 고희 논문집 같은 것도 없다. 제자인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외국 강연 기회도 숱하게 많으셨는데 일절 응하지 않으셨다.”면서 “만들지 말라고 말리시는 걸 억지로 만들어드린 게 정년논문집 딱 하나다.”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맨얼굴’의 회고록을 냈으니 학계가 ‘사건’으로 부를 만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들면 “김용섭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회고록 2장 ‘해방세대의 역사공부’에서는 무려 30쪽에 걸쳐 참고 문헌 목록을 늘어놓았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만행’에 가깝다. “내가 이런저런 자료를 봤으니 후학들도 한번 참고하라.”고 정색하고 말하는 모양새다. 김도형 교수는 “독자들은 아마 회고록 하면 수필 같은 것을 연상했을 텐데, 책을 펴보면 그동안 빠뜨린 부분을 보완한 논문집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회고록임에도 1인칭 ‘나는’이 아닌, 3인칭 ‘김용섭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마저도 대상화시키고 객관화시켜 버린 셈이다. 풍문으로 전해 듣던 고집의 실체가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용기를 내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통화인데 “나설 만한 사람이 안 되고, 별 재미도 없는 사람이라…”며 금세 끊을 태세다.‘회고록까지 낸 마당에 기자와 인터뷰하는 사고도 한번 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짐짓 호기 있게 공격했지만 “선배들은 예전에 어떻게 연구하고 살았는지 후학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변에서 하도 강권해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라며 “소개할 가치가 있다 싶으면 책을 다루시든가…”하는 답이 돌아온다.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 압권 그의 대외활동 기피증에는 학문적 요인도 있다. ‘자본주의 맹아론’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돋우어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었을 법한데 그렇지 못했다. 선배 학자들의 연구가 ‘일제 관학(官學)식 실증주의(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반했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에는 내로라하는 한국사 대가들뿐 아니라 은사인 신석호(1904~1981) 선생마저 포함된다. 그럼에도 ‘한국 사학사’ 강좌를 열어 이런 비판적 주장을 펼치다 보니 길 가다 우연히 만난 선배 학자에게 외면도 당하고, 연구실에 도둑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선배들에게서는 “당신 민족주의와 내 민족주의는 다른 것 같다.”거나 “김 선생, 우리 이제 민족사학 그만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스스로도 회고록에 “대인 관계에서는 ‘조심조심’ 원칙을 잘 지켰으나 강의와 주장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괘씸하고 방자하기 그지없었을 것…. 학문적 대의를 위해 보신의 지혜를 지키지 못했다.”고 썼다. “이후 사학사 관련 발언을 그만두고 농업사에만 집중하게 됐다.”고도 했다. 김 전 교수가 벌인 연구활동의 절정은 1970~71년 두권으로 나온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가 꼽힌다. 1960년대에 발표한 논문 18편을 묶은 책이다. 조선 후기 토지 대장인 양안과 호적등본에 대한 실증적 분석 결과를 통해 일제가 주장한 조선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을 비판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 일일이 모든 자료를 확인해서 분류한 뒤 다시 통계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그때 함께해 준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지만 정작 그 자신도 20대 때부터 설과 추석 빼놓고 1년 363일 도시락 2개 싸서 연구실로 출근해서는 이를 싹 비우고서야 연구실을 나섰다. 1997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에도 여전히 대학 부근 연구실에 도시락 출근을 하고 있다. 나이 탓에 다리가 불편해 요즘은 도시락이 한개로 줄었을 뿐이다. 탈민족주의와 식민지근대화론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논리를 펴는 진영은 김 전 교수의 논리가 치밀한 실증 작업에 기초하고 있되, 조선 후기 역사를 지나치게 도식화 혹은 과대포장했다고 비판한다. 의외로 대답은 선선했다. “그래서 회고록 부제가 ‘해방세대 학자의 역사연구 역사강의’잖아요. 저 같은 해방세대에게는 거기에 맞는, 또 필요한 관점이 있는 것이지요.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따라 또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다양한 문명의 교류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지요. 다만, 우리처럼 자그마한 덩치의 민족일수록 뭉쳐야 살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면 안 돼요.” 딸깍발이 노학자는 더 말할 게 뭐가 있냐는 듯,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 클릭] ●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 일제 식민사학이 남긴 타율성론, 정체성론을 반박하기 위해 나온 주장. 식민사학은 조선에는 봉건제가 없었고 따라서 토지의 사적 소유나 화폐의 유통, 시장의 성장과 같은 현상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근대 자본주의로 이행할 동력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맹아론은 조선 후기에도 토지의 사적 소유와 시장·상인·화폐 발달이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독자적인 자본주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일제 침략에 의해 싹이 꺾였다는 주장이다.
  • 공지영 “신정아 에세이, 대필 의혹”…신세계 정용진도 곤혹

    공지영 “신정아 에세이, 대필 의혹”…신세계 정용진도 곤혹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 ‘4001’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필 의혹 및 대기업 임원과의 만남설 등 각종 의혹과 소문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24일 소설가 공지영씨는 신씨의 에세이를 누군가 대신 썼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정아씨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지루하다.”며 “그냥 기자들이 호들갑 떨며 전해주는 이슈들만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 듯”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서문과 본문의 문장이 너무 달라, 대필 의혹이 상당히…논문 리포트도 대필이라는데”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공씨는 한 네티즌이 자신의 책 ‘상처없는 영혼’과 신씨의 책 표지가 너무 비슷하다고 주장하자 “왜 하필 나랑. 근데 이거 너무 비슷하잖아. 철저하게 묻어가기인가?!”라며 표지 디자인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애매한 글을 썼다가 신씨와 ‘저녁식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베스트셀러 작가님과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이 많이 팔릴까 봐 걱정을 하시더라는…그래서 속으로 설마 했는데…설마가 사람 잡았네...ㅠㅠ”라는 글과 함께 신씨의 책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링크했다.  단순히 ‘베스트 셀러 작가와 저녁’이라는 말과 링크된 신씨 관련 기사만 연관지어 보면 정 부회장과 신씨가 같이 저녁을 먹었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곧바로 네티즌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오해가 시작됐다. “정 부회장과 저녁을 먹은 사람은 신정아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났다는 이야기”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이 점점 확산되자 신세계는 24일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 이모씨 이며 신씨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도 이날 트위터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국어가 잘못된 건가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가끔 틀리기는 하지만”이란 글을 올리며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오해는 ‘신정아님=베스트셀러작가’라는 기자님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 제 무식이 원인입니다”, “베스트셀러작가의 의미를 재정의 해야겠어요” 등의 글을 연이어 올리며 거듭 해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카다피 덫에 걸린 런던정경대 학장

    카다피 덫에 걸린 런던정경대 학장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구설에 올랐던 영국 명문 런던정경대(LSE) 학장인 하워드 데이비스경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스 학장은 3일(현지시간)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LSE와 카다피 일가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알이슬람이 운영하는 재단으로부터 150만 파운드(약 27억 2450만원)를 지원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점차 실체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수령한 금액은 30만 파운드(약 5억 4490원)이지만 기부금 약정이 알이슬람이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 이뤄졌다는 데 착안, 학교 측은 조사를 실시했고 결국 박사 논문 표절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리비아 판사를 비롯한 고위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교육시키는 명목으로 220억 파운드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결국 데이비스 학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논문표절’ 獨 국방장관 사임

    독일 보수세력의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으던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39) 국방장관이 박사논문 표절 스캔들 끝에 1일(현지시간) 사임했다. dpa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구텐베르크 장관은 “더 이상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나도 내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텐베르크 장관의 모교인 바이로이트 대학은 구텐베르크 장관이 2006년 발표한 미국과 유럽연합(EU) 헌법을 비교한 논문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한 바 있다. 박사논문 475쪽 가운데 100쪽 이상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구텐베르크 장관은 ‘카피베르크’나 ‘구글베르크’라는 조롱을 받아 왔다. 구텐베르크 장관이 결국 불명예 퇴진함으로써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구텐베르크 장관 사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양건 감사원장 내정 배경] 청문회 통과 ‘무난한 카드’ 판단

    [양건 감사원장 내정 배경] 청문회 통과 ‘무난한 카드’ 판단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양건 한양대 교수를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은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무난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동기 후보자가 청문회에 이르지도 못하고 지난달 낙마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정치색이 없는 양 후보자를 기용함으로써 집권 후반기에 핵심 포스트인 감사원장 자리에 정권 실세를 포진시켜 생길 수도 있는 야권과의 불필요한 마찰도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청와대는 감사원의 업무성격을 감안해 피감기관이 될 수 있는 경제계와 전관예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법조계 인사를 제외하고, 주로 학계를 중심으로 4배수의 후보군을 압축한 뒤 양 후보자를 최종 선정, 지난 15일 오후 예비청문회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 후보자가 초대 국민권익위 위원장을 지내다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1년 5개월여 만인 2009년 8월 “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에 일조하겠다.”며 중도 사퇴했기 때문에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이 대통령이 “국민권익위가 도대체 무엇하는 곳이냐.”며 질타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책성 경질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야권에서는 양 후보자가 권익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돌려쓰기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양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느냐다. 당장은 땅투기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자의 부인이 가족과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의 임야를 지난 2005년 8500만원을 투자해 지인 등 50명과 함께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후보자가 은퇴 후 전원주택으로 쓰기 위해 샀다고 밝혔으며, 청와대는 투기로 보지 않는다.”면서 “구입 당시 ㎥당 10만원대인 땅값이 5만원대 밑으로 떨어져 현재는 4000만원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19억원대였던 양 후보자의 재산도 27년째 실제 거주 중인 강남구 대치동의 11억원대 아파트를 포함해 현재는 15억원대로 줄었다. 교수출신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는 논문표절과 관련해서는 1990년대 학계의 관행이었던 주석을 달지 않고 자기 논문을 재인용한 사례가 몇 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그러나 “제자 또는 타인의 논문표절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한방’ 없었던 정병국 청문회

    ‘한방’ 없었던 정병국 청문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호언장담했던 추가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한나라당은 ‘편들기’에 가까웠다. ●양평 영농계획서 등 잘못 시인 인사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2·31 개각’ 발표 이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재탕에 그친 것. 다만 일부 의혹에서 정 후보자로부터 잘못에 대한 시인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성과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경기 양평군 개군면에 지목이 논인 땅을 취득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처럼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산으로 증여받았다가 형제 간에 명의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이 바뀌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 땅을 실제로 증여받은 것이 1995년인데 정 후보자 명의로 이전한 것은 2004년”이라면서 “부동산 취득 후 3년 이내 등기를 이전토록 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업을 하던 형님의 땅 지분이 차압당하는 등 사정이 있어 바로 명의 이전을 못한 것”이라고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이중 소득공제 ▲주유비 과다 사용 ▲잦은 교통신호 위반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정 후보자와 부인이 최근 5년간 두 자녀의 소득공제를 이중으로 받았으며, 총 307만 2000원에 이른다.”고 질책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청문회하면서 인지했다.”면서 “착오로 못 챙겨 결과적으로 법 이행을 충실히 못했다.”고 수긍했다. ●부인 땅투기 의혹 강력 부인 또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2009년 한해에만 주유비로 2900만원을 쓰고, 정작 국회로부터 지급받은 연간 1140만원의 유류비는 엉뚱한 곳에 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주유비 조로 나오는 돈은 사무실 운영계좌에 입금해 다른 명목과 함께 사용됐다. 미처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달에 두번꼴로 과속 위반 스티커를 부과받은 것과 관련, 정 후보자는 “국정 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욕심내 다니다 보니 교통법규 준수문제를 챙기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남한강 예술특구 특혜 지원 ▲박사학위논문 표절 ▲배우자 땅투기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남한강 예술특구’ 사업과 관련한 7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사업은 문화부가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경기 양평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남한강연수원 37만㎡ 부지에 예술특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예산 484억원 전액이 국회를 통과했다. 천 의원은 정 후보자가 한나라당 예결위원에게 보낸 ‘쪽지예산’과 코바코 이사회 회의록을 제시하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원칙을 어겼다.”면서 “(사업 부지) 소유자인 코바코의 동의가 없었고 뒤늦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예산 배정을 위해) 의견을 적극 개진했지만 결코 사리사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는 또 “논문은 2003년에 심사를 받았고, 문제 제기한 표절 심의 기준은 2005년 행정학회에서 만든 것”이라면서 “배우자의 기획부동산 투기 의혹은 친목 모임에서 회비를 모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대 문화장관중 박지원 가장 뛰어나” 아울러 정 후보자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문화부 장관 10명 중 가장 뛰어난 장관을 꼽아달라는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질문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자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관을 할 당시 문화부 예산이 전체 예산의 1%를 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부적격 결론을 내리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의 충분한 해명으로 논란이 해소됐다며 적격 의견을 밝혀 19일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에 진통이 예상된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연구 풍토 개선 없이 노벨 과학상 없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연구 풍토 개선 없이 노벨 과학상 없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일본과의 노벨 과학 분야 수상자 대결 결과는 14대0이다. 201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 중 일본인이 또다시 두 명 포함됐다. 이제 일본인 노벨 과학 분야 수상자는 14명이 됐다.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서 1대0으로 져도 흥분하는 우리 정서상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더구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상당수가 일본 국내 연구환경에서 육성된 과학자라는 사실이 부럽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기초과학연구 능력에 대한 우수성과 명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상자에게는 최고의 자부심과 영예가 주어진다. 노벨상을 배출하면 국가적 자부심과 민족적 우월감까지 느끼게 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연구결과에 대한 관용적 기다림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함을 강조코자 한다. 과학 분야의 연구결과가 성과를 이루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를 시작해 저널에 제출할 만한 연구결과를 얻으려면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국외 저널에 논문을 제출, 평가 후 게재되기 위해서는 또다시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양질의 논문을 국외 유명한 저널에 발표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연구성과는 연구시작 일로부터 1년에 양질의 논문을 몇 편 게재했는지, 특허를 몇 개 출원했는지를 평가한다. 이런 풍토에서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질보다는 양적인 면에 치중하게 되고 무리수를 두게 되어 표절과 같이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일들을 행하게 된다.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보고서용 연구결과 만들기 및 연구보고서 작성에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젊은 연구자인 대학원생들 또한 연구수행 능력보다는 보고서 작성 능력을 배우게 된다. 이를 개선하려면 정부는 연구개발 체계를 재정립해 연구기간 및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다음으로 젊은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첫 발견 또는 첫 발명의 여부가 노벨상 선정에서 가장 주된 기준이다. 이러한 첫 발견 또는 발명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는 젊은 과학자에 의해 가능해진다. 노벨상 수상자의 대부분이 30~40대에 수행한 연구결과의 업적으로 수상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젊은 연구자에게 연구기회를 제대로 제공하는가? 나의 경우 과거 10년 동안 연구계획서를 1년에 세 번 이상 작성해 제출했으나 연구비를 거의 받지 못했다. 연구비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논문 편수이고 연구를 막 시작한 젊은 연구자로서 논문 편수 평가에서 많이 밀리기 때문이다. 심각한 좌절과 고통을 맛보았으며 연구를 그만두고 편하게 강의만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중견 연구자로 논문을 다수 작성했으나, 수상하는 데 중요한 기준인 창의적인 발견 또는 발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명한 원로 과학자들도 꾸준히 연구에 전념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60세가 넘는 교수들이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을 하고 자료를 얻으며 밤늦게까지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한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본보기가 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국내는 유명한 연구자들의 대부분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센터장과 같은 연구행정 직책을 맡게 되고 연구는 거의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연구 관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벨상을 배출하려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자들이 일정한 연령이 되더라도 연구행정보다는 연구 수행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14대0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 체제를 개선하고 성공에 대한 기다림, 실패에 대한 관용 등 총체적 연구풍토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과학자 우대 분위기 조성 등 과학계에 대한 적극적인 외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월드컵 때와 같은 국민적 응원을 과학자들에게 보내 주기를 부탁해 본다.
  • [사설] 순혈주의 고집 대학 현실적 제재책 세워라

    대학가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인 ´순혈주의´가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의 전임강사 이상 교원 중에서 모교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88%나 됐다. 연세대는 76%, 고려대는 60%였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학들이 이처럼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는 그들에 대한 세계 학계의 평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101~150위권에, 연세대·고려대는 201~300위권에 낀 게 고작이다. 국내에서는 젊은 인재들을 싹 쓸어가다시피 하면서 세계 속의 위상은 이 정도밖에 안 되니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라 하겠다. 자연계에 통용되는 법칙 그대로 학문세계에서도 근친상간은 퇴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같은 대학에서 사제,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다는 이유 하나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줘 교수 자리를 저들끼리 독차지하는 게 순혈주의다. 그렇게 형성된 교수집단은 필연적으로 패거리 문화를 만든다. 스승·선배의 학설에 감히 반대하지 못하니 건전한 비판은 아예 존재할 수 없다. 그뿐인가. 논문 표절에 연구비 횡령 같은 비리와 성추행처럼 부도덕한 행위가 대학 내에 만연해도 서로 감춰주고 감싸기에 바쁘다. 이같은 풍토는 그래서 공부하지 않아도 끄떡없는 ‘철밥통 교수’를 양산하는 버팀목 구실까지 한다. 현행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대학이 새로 채용하는 교원의 3분의1 이상을 다른 대학 또는 다른 전공 출신으로 채우도록 했다. 따라서 순혈주의가 유지되는 건 임용령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제재 조항이 없다면서 방관만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임용령에 제재 방안이 없으면 진즉에 마련하는 게 교육부가 했어야 할 일이다. 평상시 대학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육부가, 이 일에서만은 법규상 미비를 핑계 삼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나 심지어 공범의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대학에 국고지원을 줄이든지, 총학장에게 인사 책임을 묻든지 마땅한 제재 방안을 교육부가 하루빨리 세우기를 기대한다.
  • 신임총리 후보 돌고돌아 원점

    신임총리 후보 돌고돌아 원점

    ‘법조인→경제인→정치인→법조인.’ 후임 총리 인선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형국이다. 처음에는 ‘김태호 쇼크’로 ‘도덕성’을 지닌 법조인이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자기검증에 걸려 후보탈락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인의 이름이 자주 나오더니 이후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등 정치권 인사가 하마평에 자주 올랐다. 이어 200개 문항의 자기검증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인사검증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청렴한 ‘법조인’ 출신 후보가 다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유력 후보군 2~3명이 압축됐으며, 조만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인사 유력 이에 따라 15일 전후로 ‘모의 청문회’를 실시한 뒤 총리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그간 언론에서 거론됐던 6~7명의 후보군 가운데 3~4명은 이미 200개 자기검증항목 등에 걸려 후보군에서 제외됐으며, 정치인 후보는 (총리 후보) 가능성이 낮다.”면서 “2~3명으로 후보가 좁혀져 있으며,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법조인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중에는 조무제 전 대법관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법관 외에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군에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靑 “2~3명 후보자 압축” 교수 출신 후보도 2명가량 검토됐지만, 논문표절 등의 문제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총리로 기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실장에 임명된 지 불과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고 자칫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 실장은 이번에는 아니지만, 1년 혹은 1년 반 뒤 정도에는 언제든지 총리로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줄날줄] 공직 칠거지악/육철수 논설위원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은 훌륭한 공직자 분류법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좋은 신하와 나쁜 신하를 6가지씩 제시했다. 이른바 육정육사(六正六邪)다. 사람의 심성과 처신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2000년 세월을 뛰어넘어 요즘 잣대로 써먹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육정은 ▲군주를 선정으로 이끄는 성신(聖臣) ▲좋은 계책으로 군주를 보필하는 양신(良臣) ▲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信)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 ▲청렴하고 법대로 행하는 정신(貞臣) ▲군주의 잘못을 면전에서 직언하는 직신(直臣)을 일컫는다. 육사는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구신(具臣) ▲아첨을 잘하는 유신(諛臣) ▲속과 겉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奸臣) ▲남을 참소해 분열을 일으키는 참신(讒臣) ▲개인적 이익만 좇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을 말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瀷)은 “모든 벼슬아치는 육정 아니면 육사에 해당하니 공정한 사람에게 맡겨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해 보자.”고 했다는데, 이는 요즘 공직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제안이 아닌가 싶다. 육정육사를 오랜 세월 유교전통으로 이어졌던 칠거지악(七去之惡·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7가지 허물)과 내칠 수 없는 삼불출(三不出)에 비유하자면, 육정은 바른 품성의 신하를 내쫓지 말아야 할 ‘육불출’쯤 되겠고 육사는 나쁜 인성의 신하를 멀리하거나 내쳐야 할 ‘육거지악’으로 간주할 만하다. 인사청문회 이후 총리와 두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로 시끄럽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칠거지악이 ‘공직자 버전’으로 둔갑해 떠돌아다닌다. ‘공직 칠거지악’은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가족관리 부실 ▲거짓말 등이란다. 일곱 개 중 하나라도 걸리면 고위직에 기웃거릴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민성(民聲)이다. 공직 칠거지악에 해당됐지만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한 공직자들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임으로 기왕 요직을 맡았으니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심기일전해서 ‘육정 공직자’로 탈바꿈해 보시라. 대통령이 민의를 잘 살피도록 안내하고, 좋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며, 인사에 공정성을 기하고, 재임중 일탈로 나라를 욕보이지 않으며, 준법과 청렴을 실천하고, 대통령의 잘못도 용기있게 지적하라는 뜻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인사청문회] 안원구씨 불법감찰 의혹 “본청감사 관여 못한다”

    [인사청문회] 안원구씨 불법감찰 의혹 “본청감사 관여 못한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녹취록을 들이밀며 후보자와 ‘한상률 게이트’의 연루를 입증하려 했다. 이 후보자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감찰하고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추궁당하자 “감찰에 관여한 바 없다.”, “의견표명과 사퇴권유는 분명히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집중공세에 연신 진땀을 흘려야 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방송사 생중계와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되는 도중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릴 정도였다. 이 후보자는 “아침을 먹지 않아 배탈이 난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괜찮냐.”면서도 “거짓증언을 하다 보니 속탈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이 후보자는 안원구 전 국장의 녹취록에서 당시 유모 감찰계장이 안 전 국장에게 ‘(이현동) 서울청장의 지시로 감찰활동을 펼치고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고 언급된 것과 관련, “해당 녹취록은 국세청 차장 이후 알게 됐다. 유 계장은 얼굴도 모른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의 관련 질문이 집중되자 “서울청장은 감찰 업무에 관여할 자리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다.”고 거듭 해명했다. 다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 후보자와 모 월간지 간부간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 후보자는 감찰 직원을 불러 얘기하는 등 ‘안원구 감찰’에 관심을 보였고, 스스로 ‘국세청을 위해 과잉충성을 했다.’고 발언했다.”고 캐묻자 이 후보자는 “정당한 의견 표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나설 사람이 없어 제가 나선 게 오버(과잉)로 보일 수 있지만 알 필요가 있어서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면서 “국세청 내부적으로 안 전 국장 사퇴방침이 정해졌을 때 일정 부분 간부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고속 승진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2년6개월간 6번 자리를 바꿨는데 초고속 승진”이라며 과잉충성에 따른 과속승진설을 주장했다.이 후보자는 “내부 인사 구조 문제며 선배들이 한꺼번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운계약서 작성’ 공방도 뜨거웠다. 이 후보자는 1999년 9월 서울 사당동 대림아파트 매매시 다운계약서 작성에 대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었으며 당시 세법을 어긴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당시 아파트를 구입해 세금 560만원을 냈지만 실거래가로 계산하면 1176만원을 냈어야 한다.”면서 “매매계약서를 실제와 다르게 작성해 세금을 적게 낸 것은 엄연한 탈세”라고 꼬집었다.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의혹은 일부분 시인했다. 그는 위장전입과 관련, “과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당시 군 제대를 하고 신혼 시기였는데 출산을 한 아내의 건강 문제가 있었고, 세 들었던 아파트에 물이 새 집수리 문제로 왔다 갔다 한 것”이라면서 “사유가 어떻든 공적·사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홍성규·강주리기자 cool@seoul.co.kr
  • [인사청문회] 김태호 혈전 예고… MB정권 후반기 분수령

    [인사청문회] 김태호 혈전 예고… MB정권 후반기 분수령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27일 오전 총리인사청문특위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보고서가 채택되면 인준동의안이 오후 본회의에 상정되지만 야권 청문위원들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했고, 한나라당도 단독 채택과 단독 표결 처리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다음 본회의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김무성·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오후에 만나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총리 인준동의는 이명박 정권 후반기를 규정하는 가장 큰 이슈이기때문에, 장관 후보자 1~2명을 낙마시키고 총리 인준안은 통과시키는 주고받기식 협상도 어렵다. 장관 후보자는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총리 후보자는 본회의에서 인준안이 통과돼야 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문제가 심각한 후보자들을 낙마시킬 경우 개각 실패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해 레임덕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고, 그대로 끌고 가면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이날 당 정책토론회에서 “조각 수준의 개각으로 후반기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욕과 달리 각종 의혹으로 먹칠이 됐다.”고 토로한 대목에서 여권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기류 탓인지 김 총리 후보자는 청문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준안이 통과되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정국주도권을 가져올 기회를 잡았다. 설사 여당이 인준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더라도 두고두고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의총을 열고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반대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이다. 따라서 총리청문특위의 경과보고서 채택에서부터 여야가 격돌할 수밖에 없다. 청문특위는 이경재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이 7명, 민주당 등 야권은 6명이다. 한나라당은 총리 인준이 불발되면 개각이 전면 부정되는 꼴이 되는 탓에 어떻게 해서든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싶어 하지만, 야권은 보고서 채택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 김 총리 후보자를 특위 명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주장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보고서가 채택돼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표결처리되기는 힘들다. 야당은 물리력을 동원하지는 않겠지만,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등으로 표결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단독 표결은 섣불리 감행하기 어렵다.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등 줄줄이 이어진 정치 일정에서 총리의 대국회 업무수행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총리 인준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표결한다고 해도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상당하다. 남경필 의원은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이 한나라당에 있지만 국민의 시각과 여론을 무시하고 그냥 통과시킨다고 할 때 후폭풍이 두렵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총리 후보자의 문제점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도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총리를 낙마시킬 경우 파장이 너무 커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3명만 낙마시켜도 성공이라고 내심 생각했던 민주당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4+1’, 즉 위장전입·부동산투기·세금탈루·병역기피와 논문표절에 해당하는 입각 대상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9명의 후보자 중 이재오 특임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만 ‘통과’라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 총리 후보자는 공금횡령,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위증, 공직자윤리법, 공직선거법, 은행법,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면서 “청문특위의 여당 의원들이 고발에 응하지 않더라도 야당 의원 6명이 인사청문특위 명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4+1’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이미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인복 대법관의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 대법관은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이창구·홍성규·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인사청문회] 소신·호소·눈물·진땀… 성적표 받으면 활짝 웃을까

    [인사청문회] 소신·호소·눈물·진땀… 성적표 받으면 활짝 웃을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청문회 정국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와 27일 국회 본회의를 거치면 8·8 개각의 최종 성적표가 나온다. 서울신문은 25일까지의 청문회를 돌아보고, 장관 후보자들의 스타일을 짚어 봤다. ●이재오… 정국구상 밝힌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90도 인사’는 청문회장에서도 계속됐다. 개헌,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남북문제 등에 대해 거침 없는 소신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실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결격 사유로 제시하고 있는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등 ‘4대 필수과목’과 논문표절, 즉 ‘4+1’ 의혹에 유일하게 하나도 해당되지 않은 사람이 이 후보자였다. ●신재민… 비리백화점 해명 진 땀 청문회 전부터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취업 등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줄곧 고개를 들지 못했다. 5차례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부정(父情)’으로 호소했고,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에 대해서는 “작은 욕심을 부렸다.”고 해명했다. 야당에서 공세를 펼치면 곧장 “드릴 말씀이 없다.”며 몸을 숙였다. ●이재훈… 쪽방 때문에 곤혹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서울 창신동 쪽방촌 단층건물 공동구입 문제로 청문회 내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돼 부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됐다. 그러나 ‘왕 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매서운 추궁을 비켜갈 수 있었다. ●진수희… 울었지만 野는 ‘부적격’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을 두고 청문회 초기부터 눈물을 보였다. 진 후보자는 “국적을 포기했지만 분명히 나라를 위해 헌신할 아이”라면서 읍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산이 증가한 부분과 동생이 운영하는 조경설계 회사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 ‘부적격’ 입장을 표명했다. ●박재완… 4대강 청문회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동 현안이 아니라 4대강 때문에 애를 먹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4대강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한 이의 숙명이었다. 여당까지 사업 추진 과정을 꼬집어 박 후보자가 더 곤혹스러웠다. 고혈압약을 복용한 적도 없고, 중·고교 생활기록부의 특기·취미란에 ‘운동’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고혈압 때문에 보충역 판결을 받은 것을 해명하는데도 진땀을 흘렸다. ●이주호… 공격받은 ‘논문 저격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하면서 자기표절을 통해 6차례에 걸쳐 논문과 기고문, 저서 등에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을 중복 게재했다.”고 몰아 세웠다.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제기해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야당의 반발이 더 거셌다. ●유정복… 무난하게 넘어간 친박 가장 잡음이 적었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여당의 한 의원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관료형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 도중 장녀가 유학비자를 받기 위한 재정보증을 목적으로 형에게서 5700만원을 받고 증여세를 누락했다는 의혹 등에 잠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여야 합의로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순조롭게 채택했다. ●조현오… 정치적인 줄타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견’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지만 조 후보자는 “사과한다.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차명계좌 발언이 실언이길 바라는 야당과 실제 존재한다는 발언을 듣고 싶은 여당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했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여야, 인사청문회 낙마대상자 선정 고심

    여권이 8·8개각 대상자 중 일부를 낙마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막상 대상자를 선정하기란 여야 모두 쉽지 않다. 야당도 ‘하자 후보는 낙마’를 강조하면서도 현실과 정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예컨대 ‘위장전입’만 해도 쉽사리 휘두를 잣대가 못 된다. 위장전입으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면, 최근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신재민-조현오-이현동-박재완 등 4명의 후보자도 이유 불문하고 같은 기준으로 하차시켜야 하는 압박감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인사를 정치권이 낙마시키는 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여권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청문회 이상의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밀계좌 발언 등이 공개된 과정에서 ‘경찰 내부조직’의 심각한 권력 투쟁 양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5일 “조현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후반기 경찰조직을 다잡는 문제와 연결된 것이어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재훈 지경부 장관 후보자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사실상 전 정권이 길러낸 호남 인사다. 열린우리당 수석 전문위원을 지내면서 의원들과 두루 좋은 친분관계를 유지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럴수록 단호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광주·전남 민심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이 반드시 낙마시킬 명단 ‘김·신·조’(김태호·신재민·조현오)에 이 후보자가 빠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국회 표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적 결함’이 새롭게 드러나지 않는 한 낙마는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은행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금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정조준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으름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당장 고발조치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은행법 위반에 따른 처벌대상도 돈을 빌려준 은행직원으로 한정돼 고발 효과가 미미하다. 그나마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가시권에 머물러 있지만, 여권 핵심에서는 “정권 전체를 통틀어 대통령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부담없이 직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등 ‘4대 필수과목’에 논문표절을 더해 ‘4+1’에 해당하는 후보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반대한다.”며 해당 인사들에 대한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기준에 걸리지 않은 후보자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한 명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합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은 부적격자 선별을 위해 26일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학계 관행과 폭로 저널리즘/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학계 관행과 폭로 저널리즘/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저널리즘은 불의(不義)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해준다. 폭로 저널리즘은 감춰져 있는 불의의 베일을 벗기고 사람들에게 알린다. 건전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가 있다. 폭로와 비판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또한 겨냥되고 있는 대상이 처한 상황과 맥락에 대한 신중하고 균형 잡힌 이해에 입각해야 한다. 요즘 폭로 저널리즘은 이 중요한 전제를 존중하는 것 같지 않다. 무차별, 무분별, 그래서 무식한 폭로가 난무한다. 그 한 예를 글·논문 등의 중복게재(혹은 자기표절)를 둘러싼 논란에서 찾을 수 있다. 고위 공직자로 지명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비판의 단골메뉴가 중복게재다. 자기가 쓴 이 글에서 몇 쪽 혹은 몇 줄을 저 글에 그대로 실었다는 것이다. 교수나 연구원 출신의 지명자 중 이 비판을 받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자처럼 연구경력이 일천한 경우에도 이 비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대중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방송, 신문, 포털의 각 매체는 경쟁하듯 수십년 전 글까지 뒤져가며 중복게재 낙인을 찍어댄다. 한편으로, 중복게재 폭로는 학계에 좋은 자극제가 된다. 학자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안이한 연구 집필 태도를 고칠 수 있도록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연구업적의 질보다 양이 중시되는 사회분위기가 퍼지고, 또 컴퓨터로 손쉽게 집필을 하게 되면서 중복게재의 유혹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거의 비슷한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게재하거나 투고해 관련 학회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근래의 중복게재 의혹제기 중엔 도를 넘어선 것이 많다. 학계 관행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문장들을 놓고 중복게재라고 일단 내질러선 곤란하다. 이럴 경우 해당자 개인이 억울함을 받게 될 뿐 아니라 학문연구 전체에까지 해가 가해지게 된다. 학계 관행을 생각해보자. 학계에선 한 연구자가 오랜 세월 동안 특정 주제에 전념해 깊은 연구를 쌓아 나가며 전문성을 키우는 것을 미덕으로 본다. 이에 따라 연구결과물도 단발로 끝나기보다는 단계별로 발전해 간다. 우선 1단계에선 기본적 문제의식에 따라 방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 결과물은 학위논문이나 용역보고서로 나온다. 2단계에선 그 결과물을 보다 분석적으로 체계화하고 몇몇 구체적 측면에서 심화시킨다. 그 구체적 측면의 수에 따라 여러 결과물들이 학술지 논문의 형태로 나온다. 3단계에선 이 학술지 논문들을 종합하고 추가 연구를 가미해 연구자의 포괄적 시각을 저서로 정리한다. 1단계는 재료, 2단계는 가공품, 3단계는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단계의 연구를 통해 학문은 수정·확대·계승의 발전과정을 거친다. 학문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학계 관행에 비춰볼 때, 한 연구자의 여러 글들에 어느 정도의 중복성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특히 학위논문이나 용역보고서의 내용이 학술지 논문이나 저서와 부분적으로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같은 2단계 결과물인 학술지 논문들 간에는 중복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완전할 수 없고,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적어도 근래 언론에서 제기된 “몇 문장이 같다, 혹은 한두 단락이 같다.”는 비판은 학계 관행상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학문에 끝이 없는 만큼 장기간 조금씩 자기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분별한 중복게재 의혹은 치명적 인권침해다. 연속성을 띤 긴 호흡의 학문 창달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외국의 유명한 세계적 석학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학계에 가해지는 여러 비판을 다 부인할 수는 없다. 통렬하게 반성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무차별한 중복게재 의혹 제기는 일부 어설픈 학자들의 행태에 실망하는 대중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거나 정치인의 정파적 의도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몰라도, 수십년의 과정을 거쳐 숙성된 학문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명제에 반하는 것이다. 중복게재 낙인을 마구 찍기에 앞서 관련 학회의 전문적 의견을 구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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