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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요동설 vs 낙랑=평양설… 北·中 국가대항전으로 번지다

    한사군의 중심군현인 낙랑군의 위치에 대해 한국의 고대사학계는 평양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경에는 이른바 젊은 역사학자들이 여럿 나서서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한 보수 언론은 이들에게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나아가 이들은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낙랑군이 평양에 있다는 건 우리뿐 아니라 제대로 된 학자는 모두 동의한다. 100년 전에 이미 논증이 다 끝났다.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한국일보’, 2017년 6월 5일)”라고 말했다.●南학계는 일제 학자 주장 비판 없이 수용 이들의 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00년 전 조선총독부에서 ‘낙랑군=평양’이라고 못 박은 이후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논쟁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이라고 한·중 사료에 숱하게 나오는 고려·조선의 북방강역을 함경남도 함흥평야로 조작한 이케우치 히로시의 설을 지금껏 추종하는 것처럼 일체의 논쟁 없이 추종한다는 뜻이다. ‘낙랑군=평양’설에 대한 비판은 숱하게 있었다. ‘후한서’(後漢書)의 ‘광무제본기’ 주석에 “낙랑군은 옛 (고)조선국인데, 요동에 있다(在遼東)”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서 낙랑군이 고대 요동에 있었다는 중국 사료가 숱하기 때문이다.●北 고조선 노예제와 왕험·낙랑 규명 논쟁 그럼 북한 학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 학계도 남한처럼 ‘낙랑군=평양’설이 100년 전에 논증이 끝난 문제라고 생각할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남한과 다른 것은 북한 학계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북한 학계의 고조선사 논쟁은 크게 두 방향에서 전개되었다. 하나는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한 논쟁이고, 다른 하나는 고조선의 강역과 중심지, 즉 왕험성의 위치와 낙랑군의 소재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고조선의 사회 성격에 대해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역사 발전 5단계설 중에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였다. 마르크스는 인류 사회의 생산 관계를 토대로 ‘①원시 공동체 사회→②고대 노예제 사회→③중세 봉건제 사회→④근대 자본주의 사회→⑤공산주의 사회’의 다섯 단계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중 고조선의 사회 성격이 노예제 사회인지 봉건제 사회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사회경제사학자 김광진(金洸鎭)은 ‘력사과학’ 1955년 8~9호에 발표한 ‘조선에 있어서 봉건 제도의 발생 과정’에서 조선 역사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1935년 철학박사 학위를 딴 고고학자 도유호(都宥浩)가 ‘력사과학’ 1956년 3호에 ‘조선 력사상에는 과연 노예제 사회가 없었는가’를 발표해 김광진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노예제 사회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김광진이 재반박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10여 차례의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 논쟁은 경성제대 출신의 김석형이 ‘력사과학’ 1961년 3호에 ‘조선 고대사 연구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리론상의 문제’를 발표함으로써 정리돼 갔다. 노예제 사회였던 고조선이 봉건제 사회인 고구려·백제·신라로 발전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론이 북한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가면서 고조선은 노예제 사회로, 삼국은 봉건제 사회로 견해가 정리됐다. 고조선이 노예제 사회라는 것은 나중에 요동반도의 강상 무덤과 누상 무덤에서 대규모 순장(殉葬) 유골이 발굴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낙랑=평양설 北서 中사료 근거로 비판 고조선의 수도인 왕험성과 낙랑군의 위치 문제도 숱한 논쟁을 거쳤다. 도유호를 비롯한 고고학자들도 처음에는 고조선의 도읍과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보았다. 그러자 문헌 사학자들이 중국 사료를 근거로 평양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와중인 1958년 북한은 리지린이란 학자를 북경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보내 고조선사를 연구하게 했다. 와세다대 출신의 리지린은 해방 후 과학원 력사연구소 고대사연구실에서 근무했고, 1959년 ‘력사과학’ 5호에 ‘광개토왕비 발견 경위에 대하여’를 발표했지만 그가 어떤 경로를 거쳐 유학생으로 선발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북경대 지도교수가 고사변(古史辨) 학파의 중심이었던 구제강(顧剛·1893~1980)이란 사실은 범상한 대목이 아니었다. 중국의 신문화운동을 이끌었던 고사변 학파는 중국인들이 그간 사실로 받아들였던 숱한 역사적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옛것을 의심해서 가짜를 판별한다”(疑古辨僞)라는 말로 상징되는 고사변 학파는 구제강과 첸쉬안퉁(錢玄同·1887~1939), 북경대 총장을 역임한 후스(胡適·1891~1962) 등이 중심이었다. 이중 첸쉬안퉁은 한자(漢字)를 폐지하고 로마자 식의 병음자모로 바꿔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고사변 학파는 중국 고대사의 숱한 문적들은 유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심지어 공자가 쓴 ‘춘추’(春秋)도 공자가 아닌 노(魯)나라 사관들이 집단으로 쓴 것이라고 보았다. 구제강은 ‘첸쉬안퉁 선생과 고대 사서(史書)를 논하다’(與錢玄同先生論古史書)라는 논문 등에서 중국 고대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 속 고대사의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것이다. 주(周)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된 전설상의 인물은 우(禹)였는데, 공자 때에는 요순(堯舜)으로 끌어올려졌고, 전국(戰國)시대에는 다시 황제(黃帝)·신농(神農)씨로 끌어올려지고, 진(秦)나라 때 삼황(三皇)이 나오고, 한(漢)나라 이후 반고(盤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대가 뒤로 갈수록 전설상 중심인물에 대한 내용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공자 때의 순(舜)임금은 ‘다스리지 않고도 다스려지는(無爲而治)의 성군(聖君)’이었지만 맹자(孟子) 때에는 효자의 모범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1926년 ‘고사변’ 제1권을 출간한 이래 1941년의 7권까지 350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사마천 이래 이른바 ‘중국을 위해 치욕의 역사는 감춘다’는 ‘위한휘치’(爲漢諱恥)의 춘추필법으로 중국의 사가들이 왜곡했던 이(夷)의 역사, 즉 한국 고대사를 새롭게 밝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유학사관 비판 구제강, 중화사관 못 벗어 그러나 고사변 학파의 중심인물인 구제강 자신은 끝내 ‘위한휘치’의 춘추필법을 벗어나지 못한 중화주의 역사가였다. 1931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차지하고, 만주와 몽골을 중국 본토에서 분리시키는 ‘만선사관’(滿鮮史觀)을 제창하고, ‘중국본토론’을 내세우자 구제강은 1936년 ‘변강연구회’(邊疆硏究會)를 창립해 이에 맞섰다. 일제의 ‘중국본토론’은 만주·몽골과 조선 등은 중국의 영토가 아니니 중국은 본토에 대해서만 통치권을 가진다는 이론이었다. 곧 일제가 만주·몽골을 차지하겠다는 것인데 구제강은 이에 맞서 만주·몽골 등은 중국사의 강역이란 논리로 맞섰다. 구제강은 1939년 2월 자신이 주간을 맡고 있는 ‘변강주간’(邊疆周刊)에 ‘중화민족은 하나’라는 글을 게재해 여러 민족의 혼합으로 중화민족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공산당에서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이 하나의 ‘중화민족’이란 논리로 소수민족의 강역을 중국 영토라고 우기는 국가 이념의 토대가 됐다. 그는 또 운남(雲南)에서 발행하던 ‘익세보’(益世報)에 “‘중국본부’라는 한 이름은 빨리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평론에서 중국인들이 중화와 이민족을 나누는 전통적인 화이관(華夷觀)을 비판했다. ‘중국본부’라는 용어를 쓰면 일제가 만주와 몽골을 낚아채 갈 것이라는 경고였다. 고사변 학파를 주도할 때는 유학사관이 왜곡한 고대사를 의심하자던 구제강은 막상 한중 고대사에 이르자 중화 사관으로 돌아섰다. 좋게 말하면 애국적 중화 사가(史家)가 된 것이었다. 그는 위만조선의 도읍이 대동강 남쪽에 있었고, 따라서 낙랑군도 평양에 있었다는 ‘낙랑=평양’설을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에서 온 유학생 리지린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리지린은 중국 고대사서에 ‘낙랑=요동’설이 숱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구제강의 학문 지도를 받기 위해서 유학을 간 것이 아니라 단지 학위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도교수인 구제강과 제자 리지린 사이에 일종의 국가대항전이 전개되는 셈이었다. <계속> 北·中 공동 고고유물 발굴 1964년 강상·누상무덤서 ‘요동도 고조선 강역’ 고증 북한은 중국과 1963년 조·중 고고발굴대를 조직해서 만주 지역의 고고유물 발굴에 나섰다. 1964년 요동(遼東)반도 끝자락 여대시(旅大市·여순과 대련)의 감정자구(甘井子區) 후목성역(後牧城驛)에서 강상(崗上) 무덤과 누상(樓上) 무덤이 발굴되면서 고조선의 강역이 평남에 국한되었다는 조선총독부의 주장과 달리 만주까지 걸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기전 8~7세기쯤의 무덤인 강상 무덤에서는 140명의 순장(殉葬) 무덤이 발견됐고, 누상 무덤에서도 주인을 따라서 죽인 50여명의 순장 무덤이 발견됐다. 고조선이 노예를 순장했던 노예제 사회였다는 사실이 유적·유물로 드러난 것이었다.
  • 도덕교과서 속 롤모델 男 3명 나올 때 女 1명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초·중학교 교과서에 시대착오적인 성차별적 내용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등성평등연구회모임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소개되는 인물이나 작품의 저자, 시각적 자료에 등장하는 사람이 남성인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 중 이름이 밝혀진 저자는 여성이 5명인 반면 남성은 18명에 이르렀다. 수학 교과서에 실린 수학자 10여명과 정보 교과서에 소개된 과학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특히 8종 출판사의 도덕 교과서에서 롤모델로 설정된 인물의 남녀 비율은 33대10으로 격차가 컸다. 연구회모임은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설계하는 단원에서 주로 남성을 롤모델로 제시하고, 관계 지향적이고 돌봄 위주의 역할에는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고정화된 성역할의 모습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가부장제와 외모지상주의, 잘못된 성폭력 예방법 등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 출판사의 국어 교과서에는 ‘힘세고 멋진 아빠, 예쁜 엄마’라는 성별화를 고착하는 외모 평가가 나왔다. 또 다른 출판사의 기술·가정 교과서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으면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해 성범죄의 원인으로 여성의 옷차림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3학년이 사용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도 성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5년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김지애씨의 2016년 석사논문을 보면, 2013년부터 도입된 초등학교 1~6학년 교과서 삽화에 성인 중 여성이 출현한 비율은 35%, 직업인 중 여성의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의 김연윤씨는 중학교 미술 교과서 삽화를 분석한 2018년 석사논문에서 “여성은 미인, 여신, 창녀, 여성누드, 어머니로 등장하고 남성은 왕, 신,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이미지화되어 나타났다”며 “남성은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쳐진 반면 여성은 부정의 모습도 함께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회모임의 주윤아 교사는 “최근 교과서가 이전에 비해 성평등을 신경 썼다고 하지만 차별적 요소가 너무 쉽게 발견된다”며 “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자, 편집자의 성 의식 수준에 따라 교과서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성평등 전담 부서를 설치해 교과서 매뉴얼 개발부터 검수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분단 우려하며 5·10선거에 저항… 그 역사도 4·3”

    “분단 우려하며 5·10선거에 저항… 그 역사도 4·3”

    “남북 분단을 우려하며 ‘5·10 단독선거’에 저항하고 통일독립국가를 꿈꿨던 사람들의 역사가 ‘제주 4·3’입니다.”양정심(49)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학술위원장은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948년 4월 3일 봉기를 일으켰던 이유는 5·10 단독선거를 막기 위해서였다”면서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독선거를 저지시킨 지역”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국가의 폭력성을 입증하려면 희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만, 이는 제주 4·3을 ‘절반의 역사’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봉기를 했는지는 이야기되지 못한 채 위로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제주 4·3을 주제로 국내 첫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살당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일까’라는 의문 때문에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2005년 ‘제주 4·3 항쟁 연구’라는 박사 논문에서 저항의 역사를 기록한 이유다. 그는 1997년 ‘제주 4·3 제50주년 범국민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섰다. 1999년 ‘제주 4·3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공산주의자들의 폭동과 반란으로 폄훼됐던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별법을 근거로 2003년 발간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한다. 그는 “사회 전체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공식 역사는 ‘폭동’에서 ‘희생’으로 바뀌었다”면서 “미래 세대는 바뀐 역사를 배우며 자라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년이 흘러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추가 진상 조사와 희생자 배·보상 등이 담긴 특별법 재개정과 제주 4·3 정명(正名) 찾기 운동을 하고 있다. 정명 운동은 제주 4·3의 성격 규정, 가해자 처벌 문제와 연결돼 있기에 민감하다. 제주 4·3을 바라보는 시선이 폭동, 학살, 희생, 항쟁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주 4·3 특별전을 보면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면서 “너무나 많은 죽음과 아픔 앞에서 이게 항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는 감상에 빠진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배제됐던 저항의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제주 4·3을 다양한 담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역사학자로서의 제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4·3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보수 정부의 대통령들은 4월 3일에 제주를 찾지 않았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주 4·3 추념식 방문은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로 유족들을 위로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글 사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아하! 우주] 금성의 구름 속에 미생물 존재 가능성 있다

    [아하! 우주] 금성의 구름 속에 미생물 존재 가능성 있다

    금성의 산성 구름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 학술지 ‘우주 생물학’(Journal Astrobiology) 최신호에 실린 이번 연구논문에서 미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의 산자이 리메이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산화황이 풍부한 금성의 상부 대기층이 외계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메이 박사는 “금성은 자체적으로 생명이 진화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있었다”면서 “금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기간은 화성보다 훨씬 길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금성은 한때 20억 년 동안 지표에 물을 지닌 거주 가능한 기후로 알려져있다. 물론 지구에서도 미생물의 대부분인 박테리아는 대기권으로 휩쓸려 올라가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자들이 특수 제작한 풍선으로 대기권을 조사한 결과, 41㎞ 높이의 성층권에서도 박테리아가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옐로스톤 온천이나 심해 열수 분출구, 오염된 지역의 독성 폐기물, 또는 세계 곳곳의 산성 호수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사는 미생물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라케시 모굴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대 교수는 “우리는 지구의 생명체가 매우 강한 산성 환경에서도 번성하며 이산화탄소를 먹고 황산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금성의 구름 많고 반사율 높은 산성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함유한 물방울로 구성돼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성의 표면 온도는 온실가스 효과로 섭씨 462도에 달해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늘한 상부 대기층에는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는 데 그 속에 있는 미확인 입자들이 지구상에서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박테리아와 비슷한 것을 연구팀이 알아냈다. 특히 이 어두운 부분은 지구상의 호수나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의 개화와 비슷해 금성 대기에도 조류가 번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사진=E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콧속 약 뿌려 뇌염 바이러스 퇴치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팀이 코에 약을 뿌려 뇌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제거해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 생명공학과 이상경 교수와 미국 예일대 의대 전염병학교실 프리티 쿠마 교수 공동연구팀은 세포 내 특정 단백질 생산을 억제하는 ‘siRNA’를 코에 뿌려 뇌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 지난달 30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4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아직까지 뇌염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며 혈관과 뇌 사이의 장벽 때문에 혈관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뇌까지 약이 전달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뇌염을 유발시킨 생쥐에게 뇌염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는 siRNA를 콧속에 뿌리자 뇌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혈액보다 코를 통해 뇌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뇌염 바이러스를 좀더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뇌 질환에 대한 기초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정책숙려제 앞서 ‘학종’ 존폐부터 논의해야

    교육부가 정책숙려제를 도입하겠다더니 첫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선정했다. 정책숙려제란 지난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정 기간 국민 여론을 수집해 따르는 제도다. 교육부는 새 정부 들어 내놓는 정책마다 물의를 빚었다. 급기야 이런 고육책을 내놓을 만도 하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책 사안일수록 여론의 요구를 더욱 충실히 살펴야 한다. 섣부른 정책의 혼선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는다면 그런 정책은 없느니만 못하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 정책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시도는 의미가 없지는 않다. 문제는 정책의 어떤 부분을 숙려 대상으로 삼느냐는 것이다. 학생부는 ‘깜깜이 금수저 전형’이라 지탄받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핵심 자료다. 기재 항목이 복잡하고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부모의 경제력과 관심도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비판이 높다. 최근 교육부는 학생들의 자력으로 수행하기 힘든 자율동아리와 소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환영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불만도 있다. 주요 평가 장치를 없애면서까지 무엇 때문에 말썽 많은 학종을 확대하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학생부의 세부 항목을 숙려제로 정리한다면 외려 이런저런 논란만 더 커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켜 입시 개혁안을 맡겨 놓고, 쟁점 사안은 여론에 업혀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차 떼고 포 떼면 교육부는 스스로 책임지고 구사하려는 정책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종의 근간인 학생부가 정책숙려제 1호 대상이 됐다면 과감히 학종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자체 연구를 통해 학종을 폐지하자는 대입 제도 개편안을 그제 내놓았다. 모든 대학이 수능, 내신, 수능+내신의 세 가지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것이 골자다. 얼핏 들어 봐도 깜깜이 불공정 논란은 적어도 빚어지지 않을 방식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왜 하필 여당 신진 의원들이 현행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겠나. 민심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읽었다는 얘기다. 복잡한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고 교육의 공정성을 살려야 한다. 교육부가 맨 먼저 정책숙려할 과제는 학생부가 아니라 학종 폐지 여부다.
  • “내년 정시 늘려라”… 교육부 차관, 대학에 직접 독려

    고·연대 등 2020학년도 적용 여부 논의 다음달 대학 입시 제도 개선 시안 발표와 6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교육부가 주요 대학들에 내년 입시 때부터 정시모집 확대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학부모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 전형에 극심한 불신을 보이자 수시 확대에 제동을 걸려는 취지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최근 대학과 의견을 나눴으며 학생들이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수시만 급격히 확대하고 정시를 축소하면 수험생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 수시모집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대학들에 전달했다는 얘기다. 박춘란 차관은 최근 서울 주요대학 10여곳의 총장 등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해 정시모집 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물어봤고, 일부 대학은 실제 정시 확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은 30일 회의를 열어 현 고2 학생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 때 정시모집 확대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대학에 정시모집 확대 여부를 문의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입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기에 교육부는 공정성 강화나 창의적 인재 선발 등 큰 원칙만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종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불신이 혐오감으로까지 번지자 교육부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개편안 마련을 위해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시와 정시 비율이 8대2까지 벌어진 현 상황에 대한 현장 우려가 너무 절박했다”고 말했다. 향후 대학 입학 정원은 점점 줄어들 예정인 가운데 고교 때 활동이나 내신 성적 위주로 뽑는 수시 비율만 늘고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은 줄면 재수생, 검정고시생, 만학도 등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학종은 학부모, 학생 다수로부터 ▲각종 ‘스펙’(소논문 작성, 동아리 활동 등 서류에 적을 각종 경력)을 챙겨야 해 부유층에 유리한 ‘금수저 전형’ ▲불합격 이유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판받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은 2016학년도에 전체 모집인원의 67%가량을 수시모집으로 뽑았지만 2019학년도에는 76%를 수시로 선발한다. 정시모집 비율은 20%대 초반까지 줄었다. 교육부는 다음달 10일 전후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시안에 수시 축소, 정시 확대 방침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만 수시와 정시로 뽑을 정확한 비율을 못박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연합뉴스
  • 양승동 KBS사장 후보자 ‘세월호 당일 노래방’ 논란

    양승동 KBS사장 후보자 ‘세월호 당일 노래방’ 논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양승동 KBS 신임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양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했다.자유한국당은 회의 시작부터 양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관한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공방 끝에 법인카드 내역을 제출하는 대신 열람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한국당은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양 후보자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항의를 이어갔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저녁 양 후보자가 부산 해운대 인근 노래연습장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확보해 양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 공격했다. 양 후보자는 뒤늦게 노래연습장에 간 사실을 인정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당시 공직 신분이 아니었던 만큼 문제 삼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은 양 후보자가 1985년 고려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베껴도 이렇게 베낄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양 후보자는 “일부 옮겨 쓴 부분은 인정하지만, 이론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며 “당시 기준으로 (논문이) 통과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 후보자는 또 과거 사내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피해자와 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가해자에 대해서 당시 지침에 징계 또는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어 그런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10년간 KBS는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들었으나 이제는 시민과 시청자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KBS가 그동안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고 제작 자율성을 억압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커버스토리] 좌·우 ‘영토 전쟁터’ 된 그곳… 광장

    [커버스토리] 좌·우 ‘영토 전쟁터’ 된 그곳… 광장

    각종 정치·사회 이슈가 사회를 휩쓸 때마다 광장은 늘 인파로 뒤덮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의 목소리는 사회를 바꿔놓기도 했다.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솎아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광장이 아직은 좌우 세력 간 대결의 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광장은 진보·좌파의 영역이 됐다가 보수·우파의 영역으로 바뀌기도 한다. 서울 도심 내 집회 장소를 둔 진보·보수 세력 간 영토전쟁의 흐름을 짚어본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심판 선고를 받은 지 1년째인 지난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은 ‘서울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진보세력은 ‘광화문광장’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진보 단체의 주 무대였던 서울 도심 대부분의 집회 장소를 보수 단체가 점령한 것이다. 최근 들어 서울 도심 집회 장소를 놓고 진보·보수 세력이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돌아보면 1980~90년대 대규모 집회·시위는 군사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때문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정치적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이 광장을 장악했고 이를 막으려는 정부와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집회 세력은 정권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분화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과 찬성하는 진보 세력이 선명하게 갈렸다.정치적 이념에 따라 크게 양분됐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광장은 방한에 반대하는 진보 세력이, 서울시청 앞은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 세력이 점령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찬반을 놓고 두 세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보수 단체들의 집회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서로 다른 목적의 집회를 여는 단체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첫 번째 계기는 2002년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치어 숨진 심미선·신효순양 사건이었다.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서 재판을 받은 사고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가 무죄 판결을 받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왔다. 당시 광화문은 차도로만 이뤄져 있어 도로 옆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인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희선 상명대 지리학과 교수는 2004년 논문 ‘서울시 집회·시위 발생 공간의 특성과 변화 : 1990~2003’에서 “시위를 강력하게 탄압하던 1990~91년에는 진압 경력이 들어올 수 없는 명동성당이나 대학교 교내 등 ‘성역형’ 공간에서 주로 집회가 이뤄졌다”면서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미선·효순양 사망사건,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영향으로 서울 교보문고·동화면세점 앞 등 광화문 광장이 부각된 ‘광장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보수 단체가 본격적으로 집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어버이연합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주로 70대 이상의 노인층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어버이연합은 초창기 종북 세력에 대한 반대나 국가 안보 위기 등을 앞세워 서울역 광장, 종묘공원 등 주로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 등에 비하면 당시까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2008년 광우병 파동이 벌어지면서 다시 촛불을 든 대규모 시위대가 등장했다. 이때 어버이연합과 고엽제 전우회 등 보수 단체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세력을 규탄하며 집회를 열였다. 진보 단체의 촛불집회와 보수 단체의 ‘맞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당시 촛불집회는 광화문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개최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당사가 있었던 여의도 등지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는 서울역광장을 중심으로 열린 후 촛불집회가 열렸던 청계광장으로 진출해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진보 단체=광화문, 보수 단체=서울역’이라는 ‘영토공식’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진보의 시청 광장 진출 계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시청앞 광장까지 진보 진영의 영토가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경복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된 뒤에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후 대한문에 시민분향소가 마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포함한 진보 진영의 영토는 광화문에서 시청 앞과 대한문 앞까지 커졌다. 같은 해 9월 공사를 마치고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광화문광장의 등장으로 집회 시위의 영토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는다. 광화문광장이 미국대사관 100m 이내 거리에 있어 집시법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집회·시위의 개최 여부가 갈린다. 광화문광장을 개장했던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는 집회·시위보다는 대형 행사가 주로 열렸다. 그러다 2011년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가 재보궐 선거에 당선되면서 집회 시위의 허가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2012년에는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이후 병으로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고자 등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되면서 대한문 앞 광장은 진보 진영의 영토로 재확인됐다. 2014년 6월 14일 세월호 참사는 광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고, 그동안 대형 행사 위주로 사용되던 광화문광장은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광장’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광화문광장을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촛불’로 상징되는 진보 진영의 영토가 광화문광장으로 집중되는 사이 보수 진영의 영토확장이 이뤄졌다. 그때까지 서울역을 중심으로 집회를 열어 왔던 보수단체들은 대한문 앞 광장을 집회장소로 쓰기 시작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영토로 여겨졌던 대한문 앞 광장이 보수 진영으로 넘어간 셈이다. 진보와 보수의 집회·시위 영토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보수 단체들은 매주 토요일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광장,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 대변하는 상징으로”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대한문 앞 광장의 경우 오랜 시간 쌍용차 희생자들의 빈소가 유지되면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소’라는 상징성을 보여줬다”면서 “‘태극기 집회’로 불린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70대 이상의 고령층 비중이 높은데,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소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이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이들의 목소리도 결국 우리나라 민주화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 장소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시대적 상황과 집회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는 “‘태극기 집회’를 여는 보수 진영이라고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싶지 않겠나. 결국 집회 장소는 정치적 세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또 그 세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잦은 외식,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 키운다”(연구)

    “잦은 외식,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 키운다”(연구)

    외식이 집밥보다 건강에 좋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편하고 즐거워 좀처럼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보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하는 데 좀 더 신경 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외식을 자주 하면 집에서 먹을 때보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는 ‘프탈레이트’라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위험이 30% 더 높아진다는 점이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줄리아 바르샤브스키 박사팀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미 건강영양연구(NHANES)에 참가한 6세 이상 아동·청소년·성인 1만253명의 조사자료를 분석해 위와 같은 결과를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온라인판 29일자에도 공개됐다. 연구팀은 이들 참가자가 전날 무엇을 어디서 먹었는지 등을 조사한 식사 관련 설문 자료와 함께 소변 검사에서 나온 프탈레이트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검사 전 24시간 동안 집 밖에서 식사한 참가자는 60%가 넘었고 이 중 패스트푸드를 먹은 청소년들은 프탈레이트 수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에서 식사한 이들보다 무려 55%나 더 높은 수치였다. 일부 기존 연구에서도 샌드위치와 치즈버거 같은 특정 음식이 다른 음식보다 더 많은 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 연구는 집밖에서 온 어떤 음식이든 프탈레이트 수준을 높였음을 보여줬다. 또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집이 아닌 어딘가에서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사 먹었다면 프탈레이트 수치는 30% 더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바르샤브스키 박사는 “왜 이런 경향이 집 밖에서 산 음식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프탈레이트는 외식 업계에서 쓰이는 포장이나 식기와의 접촉에서 나오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이런 오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음식이 오염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로서는 호르몬을 교란하는 독성 물질에 더 취약한 임신부와 아이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이런 물질의 노출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프탈레이트는 여러 플라스틱 제품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 물질은 생식기 발달을 저해하거나 성조숙증 등을 일으키며 인지발달장애까지 초래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식품업계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여왔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도 식품 포장지 등으로 쓰인다. 물론 모든 제품에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제품에 들어있다고 관련 연구자들은 말한다. 플라스틱이 깨지지 않고 구부러지거나 늘어날 수 있으면 거기에는 ‘가소제’로 불리는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프탈레이트에 속하는 다양한 물질은 곳곳에 존재한다. 칫솔부터 의류는 물론 식당에서 쓰이는 비닐장갑, 포장지, 일회용 식기 등 다양하다. 프탈레이트는 이런 플라스틱 소재가 열을 받거나 거기에 오랜 기간 보관된 식품을 통해 배출될 수 있다. 우리는 외식할 때 따뜻한 음식이 나오는 걸 좋아하지만 그 열기 때문에 프탈레이트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프탈레이트가 나오면 피부나 입을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smuay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회,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국회,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이날 청문회에서는 논문 표절 의혹과 사내 성폭력 은폐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의혹 등 양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좌파정권 방송장악’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주력해온 만큼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KBS ‘추적60분’의 지난 28일 천안함 의혹 방송에 대해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당했다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진실에 대해 또다시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KBS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보수정권에서의 ‘편파방송’ 의혹을 제기하며 여당의 공세를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청문회에는 성재호 전 언론노조 KBS 본부장, 장주영 KBS 이사,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 강규형 전 KBS 이사, 홍성현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고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왜 저항하지 못했냐’고 물으신다면/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완대 조교수

    [기고] ‘왜 저항하지 못했냐’고 물으신다면/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완대 조교수

    서양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평등할 거라고 흔히 얘기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지도교수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대학원생들을 많이 봤다. 가끔 그 주제로 대학에서 토론회도 열어 줄 정도다. 특히 교수의 연구비로 운영되는 실험실에 장학금 형태로 고용되는 이공계 쪽이 더 심하다. 부당한 일에 항의하고 그 실험실에서 나온다면, 해당 교수와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실험실에 들어갈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쳐 학위를 마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이 나라들은 취업과 장학금 신청 등 모든 것에 ‘추천서’가 필요한 문화가 아닌가. 지인이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 본인이 많은 일을 한 연구를 지도교수가 학술지 논문에 한참 후순위 저자로 넣은 것을 항의했다가 학과에서 밀려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생 끝에 비슷한 전공의 다른 학과로 들어가 학위받는 데 몇 년 더 걸린 그 친구를 보며 용기 있게 항의했던 게 과연 효율적이었던가 가끔 생각한다. 내 커리어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에게 저항한다는 건 소위 선진국의 고학력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교수가 되니 연고가 없는 곳에서 유색인종이자 여성인 소위 마이너리티로서 그 지역 출신에 서로 인맥으로 탄탄히 엮인 동료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아시아 출신의 어느 교수님은 학과에서 흑인 학과장이 대부분 백인인 학과 동료 교수들과 갈등을 겪을 때, 학과장을 지지하는 투표를 했다가 동료들이 인사조차 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미 정교수라면 동료 교수와의 불편과 소소한 불이익을 감수하면 되지만, 젊은 교수라면 갈등 상황에서 협조하지 않을 때 종신교수나 승진 심사에서 교묘하게 불이익을 겪게 된다. 부당한 일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을 한국의 지인에게 하소연했더니, “나는 ‘그만두면 개업하지’ 하고 믿는 구석이 있었지만, 교수는 그게 아니니까 참아요”라고 답했다. 그 역시 불공정한 상사의 요구에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나왔다. 뭘 해도 먹고야 살겠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학위 따는 데 바친 청춘도 아깝고, 조직생활 어디나 그렇다 하고, 또 막상 박사 학위라는 게 대학을 벗어나면 별로 쓸모도 없고 등 온갖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소위 고학력 전문직이라는 사람들도 그렇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도지사 정무비서나 되는 대학 교육 받은 성인 여성인 김지은씨가 한 번도 아닌데 왜 수차례의 성폭행에 가만히 있었냐, 암묵적으로 동의한 거 아니냐’고 질문하는 것에 놀랐다. 그런 분들에게 캐나다나 미국의 위계적 교수 사회의 사례가 미투 운동의 핵심인 권력화된 구조와 그 속에서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위계를 거부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결국 생계 및 미래의 삶과 연관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권위 앞에서 나약하다. 그나마 덜 나약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용기 덕분에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고 그들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또 처음부터 성폭행이 지속적일 줄 알았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비잔틴 성화 ‘이콘’ 읽기의 모든 것

    비잔틴 성화 ‘이콘’ 읽기의 모든 것

    ‘이콘’(성화)을 읽을 줄 아시나요? 이집트 시나이 성 카타리나 수도원의 노수도사가 던진 질문은 조성암 암브로시오스(58) 대주교에게는 평생의 화두가 됐다.●독화법 담은 ‘비잔틴 성화 영성예술 1·2’ 출간 비잔틴 예술의 핵심은 ‘성화’였다. 한국정교회 본산인 서울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 내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바로 비잔틴 성화(聖畵)다. 이콘으로 불리는 성화는 ‘그림으로 그려진 성경’과 같은 것이다. 그리스 출신으로 한국정교회의 수장인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40년 가까이 탐구해 온 독화법(讀畵法)을 담은 ‘비잔틴 성화 영성예술 1·2’(정교회출판사)를 펴냈다. 2004년 초판에 24점의 성화 해설을 추가한 개정 증보판으로, 성화에 숨은 상징적 언어를 간파한 책이다.●암브로시오스 대주교 40년 탐구 결과물 그는 아테네대학 신학생이었던 1980년 세계적인 성화 컬렉션을 소장한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한 뒤 성화 독법에 몰두하게 됐고 ‘성화와 불화의 유사성’이라는 논문을 펴내기도 했다. 과거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뜬 신상 금지’로 우상 논란에 휩싸였던 성화는 오늘날 그리스도의 원형을 드러내는 영적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성화는 우리가 단지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인격체로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하느님의 모습을 ‘이웃’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가 펴낸 책에는 시나이 수도원에 보관된 가장 오래된 현존 성화인 ‘예수 그리스도’ 작품부터 한국정교회의 첫 성화 작가인 서미경 따띠안나씨의 성화 등이 소개돼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학생부 개편안, ‘신고리 원전’처럼 여론 수렴한다

    학생부 개편안, ‘신고리 원전’처럼 여론 수렴한다

    민감한 정책 최대 6개월 논의 학생·교사 등 17만명 의견 수집 하반기엔 유치원 영어 금지 토론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잇딴 교육개혁 정책 혼선으로 비판을 받아온 교육부가 정부 중앙부처 중에는 처음으로 ‘정책숙려제’를 도입했다. 공정성 시비 등 정책 혼선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책 추진에 앞서 여론을 최대한 살피겠다는 것이다.교육부는 지난 25일 개최한 선정위원회 회의 결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기재요소 정비)’을 첫번째 정책숙려제 적용 정책으로 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와 ‘학교폭력 제도 개선’도 정책숙려제를 통해 올해 안에 정책안을 확정한다. 정책숙려제는 민감도가 큰 특정 정책에 대해 30~180일 기간을 두고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최종안을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정기간 여론을 수집해 반영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정책숙려제는 선정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정책숙려제를 적용할 정책을 선정하면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할지 결정한 뒤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정책 확정안은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교육부가 최종 결정한다. 첫번째 정책으로 선정된 학생부는 그동안 복잡한 작성 기준과 학교별 상황·교사 역량에 따라 작성 내용이 달라져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 때문에 학생부 작성 기준 변경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학생과 학부모, 교사 17만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집해 왔다”면서 “다음달 초까지 학생부와 관련해 국민참여 방안을 확정한 뒤에 상반기까지는 최종 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이 1년 연기됐을 때 부터 학생부 개편안을 고민해 왔다. 현재 10개인 기재항목을 7~8개로 줄이고 글자수도 제한해 작성을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소논문과 자율동아리 활동 등 세부사항을 없애는 방안도 논의됐다. 올 하반기에는 올해 초 논란이 됐던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방안과 가해학생에 대한 학생부 기재범위를 조정하는 안이 정책숙려제 안건으로 논의된다. 교육부는 이들 안건에 대해 하반기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올해 안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책숙려제가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방안은 올해 초 교육부가 무리하게 도입하려 했다가 결정을 1년 유예한 사안인데 의견수렴 과정에서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책 결정 프로세스 혁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암흑물질 없는 ‘불가사의 은하’ 발견…천문학계 패닉 (네이처)

    암흑물질 없는 ‘불가사의 은하’ 발견…천문학계 패닉 (네이처)

    우주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그런데 이 수수께끼의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은하를 발견했다고 천문학자들이 밝혔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28일자)에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국제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은하 형성 방법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다시 검토하거나 대폭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캐나다 천문학자 로버토 에이브러햄 토론토대 교수는 “정말 이상하다. 이 정도 크기의 은하라면 일반 물질의 30배 이상 더 많은 암흑물질이 있어야 하지만, 전혀 없다”면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지구에서 약 6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이 기이한 은하의 명칭은 ‘NGC1052-DF2’(이하 DF2). DF2 은하는 우리 은하와 크기가 거의 같지만 항성 수는 1000분의 1에서 100분의 1 정도밖에 없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중력에 의해 영향받는 천체의 움직임으로 추정한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의 앨리슨 메리트 연구원은 “(암흑물질은) 모든 은하에 꼭 필요하며 은하를 구성하는 접착제로 은하 형성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 천문학자 피터르 판 도쿰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팀은 미국 하와이주(州)에 있는 W·M·켁 천문대의 대형 망원경을 사용해 ‘DF2’ 은하에 있는 항성 약 10만 개로 구성된 성단 몇 개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들 성단은 은하와 같은 속도로 움직였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암흑물질이 있다면 성단은 더 느리거나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의 발견은 성가신 문제를 제기해 천문학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쿰 교수는 “이는 은하 구조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은하처럼 거대한 무언가가 암흑물질 없이 어떻게 뭉쳐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은하가 처음에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NASA, ESA, and 피터르 판 도쿰(예일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KIST 우성훈 박사, 포브스 선정 ‘ 亞 젊은 리더 30인’

    KIST 우성훈 박사, 포브스 선정 ‘ 亞 젊은 리더 30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스핀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 우성훈 박사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18년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2016년부터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 포브스는 27일(현지시간) 10개 부문에 걸쳐 총 300인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우 박사는 ‘헬스케어&과학’ 부문의 30인에 포함됐다. 포브스는 “우 박사는 세계 최초로 무(無)전력에 가까운 초저전력을 사용, 전자소자를 구동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냈다”며 “연구 성과는 스핀소자가 기존 전자소자를 대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스핀 전자소자에 대한 원천기술을 연구해 온 우 박사는 최근 3년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네이처 피직스’,‘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등에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2016년 포스코 청암 과학 펠로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연구책임자로 선정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공대생들 괴롭힌 천재 수학자, 덕분에 스마트폰 잘 쓰네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공대생들 괴롭힌 천재 수학자, 덕분에 스마트폰 잘 쓰네요

    고아 출신이지만 뛰어난 재능 54세때 푸리에 급수·변환 완성 디지털·AI 등 현재까지 큰 영향많은 사람들이 봄이 되면 겨우내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한 대청소를 합니다. 대청소까지는 아니지만 책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서재방 정리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대학시절 공부했던 ‘공업수학’(Advanced Engineering Mathematics)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1400쪽이 훌쩍 넘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의 책입니다. 상미분 방정식부터 라플라스 변환, 벡터미적분, 푸리에 급수, 복소해석, 수치해석까지…. 공업수학 담당 교수님께서 공학도라면 라플라스 변환과 푸리에 급수는 마치 간단한 덧셈 뺄셈 하듯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셨던 기억이 스쳐 지나더군요. 옛 기억을 되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이번 주 호에서 푸리에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됐습니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장 밥티스트 조제프 푸리에(1768~1830) 백작 탄생 250년이 되는 지난 21일에 맞춰 특별 칼럼이 실렸던 것입니다. 사실 푸리에라는 이름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과학자와 공학자들에게는 가족이나 연인의 이름보다 더 친숙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푸리에는 8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돼 수도원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군사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당시에는 포병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때라 군사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목이 바로 수학이었습니다.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고아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군인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신분이 자유롭게 돼 군사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게 됐고 1795년에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교수까지 됐습니다. 출세지향적이던 그는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을 따라가 카이로에서 행정관으로 공을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34살이던 1807년 그는 편미분 방정식을 이용한 열의 흐름을 해석한 논문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제출했습니다. 이 논문은 계속 진화를 거듭해 푸리에가 54세가 되던 1822년에 ‘열 분석 이론’이라는 논문으로 완성됐습니다. 거기에서 푸리에 급수와 푸리에 변환의 완성된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디지털 기술과 장치들은 푸리에 수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유튜브에 있는 각종 비디오 클립,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술 등은 푸리에 변환과 푸리에 급수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푸리에 급수는 주기함수를 무한개의 삼각함수 합으로 나타낸 것이고 푸리에 변환은 푸리에 급수를 시간 영역에서 진동수 영역으로 변환시킨 것입니다. 각 성분이 가진 진동수들을 통해 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질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무작위적인 소음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공학은 물론 천문학에서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벨기에 출신 수학자 잉글리드 도브쉬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는 푸리에 수학을 바탕으로 ‘웨이블릿 이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웨이블릿은 2015년 세계 최초로 중력파를 탐지해 내는 데 사용된 주요 분석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현대인의 삶에 미친 영향으로 따진다면 푸리에의 업적은 일반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그 어떤 과학자들의 업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입을 모읍니다. 학생들에게 1점이라도 더 따게 하려고 무작정 수학 문제를 풀고 공식을 외우라고 하는 것보다 수식이 나오게 된 배경과 활용법을 함께 가르친다면 지금처럼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을 속출하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dmondy@seoul.co.kr
  • “금메달 딴 것 같다”…日 88세 할머니, 최고령 박사학위

    “금메달 딴 것 같다”…日 88세 할머니, 최고령 박사학위

    88세 일본 할머니가 교토의 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국 내에서 최고령 박사 학위 취득자라고 25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30년 넘게 조몬 시대(繩文時代)때 천을 연구해온 오제키 기요코(88)는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논문 '조몬의 천, 일본 열도 천 문화의 기원과 특질'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날 학위 수여식에서 기요코씨는 “나이가 많아 쑥스럽긴하지만 금메달을 획득한 것처럼 행복하다. 가장 영광스러운 이 날의 기억을 남은 여생동안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보도에 따르면, 1929년 나고야현에서 태어나 16살에 태평양전쟁 종전을 맞은 기요코씨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양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인형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실용품·장식품·완구 등을 만들며 장인기술을 인정받아 1964년에는 도카이가쿠엔 여자단기대학교 가정학과 조교수가 됐다. 생활문화사를 연구하다 일본 신석기 시대인 조몬 시대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고, 이후 조몬 천에 빠져들어 2012년 그간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책을 출판했다. 당초 박사 취득에 뜻이 없었지만 ‘연구하는 이가 많지 않지만 당신이라면 할 수 있다’는 주위의 격려를 받고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그 결과 830점에 달하는 조몬 천의 제작법과 지역성을 분석하고 기원과 특성을 밝혀 박사 논문을 작성했다. 현재 기요코씨는 도카이가쿠엔 여자단기대 명예교수이자 리츠메이칸 대학 환태평양 문명센터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와우! 과학] 코끼리가 흡연하듯 입에서 연기 내뿜는 이유

    [와우! 과학] 코끼리가 흡연하듯 입에서 연기 내뿜는 이유

    마치 흡연을 하듯 입에서 연기를 내뿜는 코끼리의 습성이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가 24일 보도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국제야생동물보존학회(WCS) 소속 코끼리 전문가인 바룬 고스와미 박사는 인도 나가라홀 국립공원에 설치한 카메라에 입에서 연기를 내뿜는 코끼리가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 영상은 코끼리가 입에서 새하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이는 마치 흡연 또는 추운 겨울 입김을 내뿜는 듯한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전문가는 코끼리의 이러한 현상이 숲 바닥에서 채취한 숯(목탄)을 먹는 습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고스와미 박사에 따르면 영상 속 코끼리는 숲 바닥에서 숯 조각을 집어 들어 입에 넣은 뒤, 이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연기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숯은 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일부 숯은 약용 또는 식용으로 활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숯가루가 독소를 제거하는 작용이 있다는 내용이 있으며, 진통작용이나 해열작용, 담배의 니코틴 제거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스와미 박사는 코끼리 역시 체내 독소 제거를 위해 숯을 섭취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숯은 산불이 발생했을 때 혹은 나무가 번개를 맞았을 때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고스와미 박사는 “숯은 약용으로 활용되며, 독소 결합 성질을 가지고 있어 체내 독소를 흡수하는데 효과적이다. 코끼리의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숯을 먹은 뒤 재를 입 밖으로 날려버리고 나머지 성분만 소화시키는 과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숯을 먹는 동물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국제영장류 동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붉은 콜로부스 원숭이 역시 독성이 있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후 체내 독소 제거를 위해 일부러 숯을 섭취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광장] 교사를 움직이라, 일반고가 산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사를 움직이라, 일반고가 산다/황수정 논설위원

    이즈음 일반고는 동아리 전쟁 중이다. 인기 있는 학교 동아리는 경쟁이 불꽃 튄다. 과열 경쟁에 잡음이 걱정되면 아예 제비뽑기를 하기도 한다. 학교가 조직해 운영하는 정규 동아리들은 사정이 그래도 낫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자율동아리는 난감 그 자체다. 새 학기 초 열흘 남짓한 기간에 낯선 친구들과 뜻 맞는 동아리를 만들고 지도 교사까지 섭외해 활동계획서를 제출하는 작업은 간단할 수 없다. 발을 동동 구른다.자율동아리가 이래서 말도 탈도 많은 것이다. 이러니 교육부는 최근 자율동아리를 고교 학생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뜬금없이 변죽만 울려 놓고는 감감무소식이다. 신학기의 혼란은 그래서 지금 더하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동아리 활동은 비교과 전형의 핵심이다. 자율동아리의 취지를 살리느냐 마느냐는 나중의 문제다. 신학기 들머리에 일반고의 신입생들을 본의 아니게 좌절시키는 주범이 자율동아리다. 특목고에서는 개인별 동아리 활동을 학교가 알아서 챙겨 준다. 특목고에 눌리지 않게 일반고 기를 살려 주겠다고 하면서 출발선에서부터 날개를 꺾고 있는 셈이다. 학생부의 동아리 활동란에 적히는 평가 글은 최대 500자다. 이 500자가 돋보여야 학종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 그러니 컨설팅 학원들은 문턱이 닳는다. 어떤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보고서를 내야 하는지 서비스받는 데 한 학기에 200만~300만원이 예사다. 내신 4, 5등급이 차별화된 자율동아리로 ‘인 서울’에 성공한다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소논문은 더 심각하다. 300만~400만원을 장난처럼 제시하는 곳이 많다. 일반고 학생들은 ‘자력갱생’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들이 컨설팅 학원의 핵심 고객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교육부의 주특기가 있다. 말썽이 되면 거두절미하고 치워 버린다는 것이다. 소논문, 자율동아리 등이 뭉칫돈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임은 틀림없다. 학종은 학생부 전반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학종을 확대하겠다면서 비교과 평가 장치들을 싹둑 잘라 내는 발상은 모순이다. 해법이 없지 않다. 모른 척할 뿐 간명하다. 일반고의 교장과 교사들을 흔들어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학교는 저절로 살아난다. 특목고 위축 분위기가 몇 년째 이어진다. 그 와중에 일반고의 회생 징후는 감지된다. ‘촉’ 빠른 학부모들은 관내 일반고들에도 서열이 생긴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학종이 확대되니 교장과 진학 책임 교사의 의욕 정도에 따라 진학률이 판이하게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어느 입시 컨설턴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교사들이 학생부를 체계적으로 기재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자주 토론하고 외부 연수를 받는 일반고가 있다. 그런 학교의 학생부는 질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입시 컨설턴트들은 대학의 입학사정관들과 수시로 접촉한다. 학생부 관리에 교사들이 음양으로 공들인 일반고는 진학 성과가 거짓말처럼 치솟고 있다. 입소문 타는 학교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리와 봉사활동 같은 비교과 활동을 교사들이 일일이 챙기고 적극 독려한다는 것이다. 담당교사들의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은 형식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교사들의 업무 역량이 고르다. 그런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를 잘 만나면 인생 로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학생부 관리에 교장이 정성을 쏟고 교사들이 자주 머리 맞댄다는 소문이 도는 학교는 이듬해 지원 경쟁률이 껑충 뛴다. 우수 학생들이 올해도 제 발로 몰렸다. 특목고의 올해 입시 경쟁률은 곤두박질쳤다. 특목고를 더 협박할 필요가 없다. 일반고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당근과 채찍을 정책으로 받쳐 줄 단계다. 이를테면 억지춘향식 자율동아리 대신에 정규 동아리를 더 다양하게 늘리는 방식이다. 그런 공력을 쏟는 학교로 예산과 인센티브를 후하게 돌려 경쟁시키라. “교육 평준화”를 말하는 교육부와 전교조가 이 간단한 해법을 모를 리 없다. 선생님들은 귀찮고 고달파지는 일이다. 그래도, 그래야 일반고는 산다. 잘 살 수 있다.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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