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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사이언스] 학교 교육이 합리적 경제선택하게 만든다

    [달콤한 사이언스] 학교 교육이 합리적 경제선택하게 만든다

    저소득 국가에서 학교 교육은 합리적 경제 선택을 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빈국에 대한 교육 원조가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전반적인 국가경쟁력과 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현철 미국 코넬대 정책분석 및 경영학 교수,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부열 한국개발연구원(KDI) KDI스쿨 교수, 크리스티앙 폽-엘레체스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공공개발대 교수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학생 교육사업’ 결과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었고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에 의료보건과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NGO인 아프리카미래단 소속 아프리카미래연구소 소장과 연구원들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5일자에 실렸다. 과학저널에 경제학 논문이 실린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인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는 교육이 노동시장에서 소득을 높이는데 도울 뿐만 아니라 건강, 범죄율 감소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바탕으로 교육이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참여관찰을 했다. 연구팀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아프리카미래재단이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에이즈 예방사업과 모자보건사업의 하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학생 교육사업’에 주목했다. 여학생 교육사업은 말라위 중등학교 9~10학년 여학생 2812명에게 1년간 학비를 전액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학비를 지원받은 여학생들의 출석률, 학업 중도포기율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학비를 지원받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적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출석률은 높고 학업중도포기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학금을 지원받은 여학생들이 졸업 후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일관된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무작위통제실험을 실시해 경제적 합리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경제적 합리성 점수는 9학년 학생의 경우 4% 정도 높아 교육이 개인의 합리적 의사선택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교육이 전반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는데 의미가 크다”며 “특히 최빈국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지원은 직접적인 교육성과 뿐만 아니라 여학생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돼 건강,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 다방면에서 개선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과학계는 지금]

    ●경북대 의대, 미토콘드리아 효소 조절로 당뇨 치료 경북대 의대 이인규, 전재한 교수팀이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효소를 억제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고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성인 당뇨로 불리는 ‘제2형 당뇨’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당뇨’ 최신호(1일자)에 실렸다. 제2형 당뇨의 근본 원인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로 인한 인슐린의 저항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생쥐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효소인 PDK4를 억제하면 간에서 포도당 합성이 억제되고 혈당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IST, 피부처럼 늘어나는 전자소자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승준 박사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홍용택 교수 공동연구팀은 피부처럼 늘어나면서도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변하지 않는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최신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이번에 개발된 웨어러블 전자소자는 피부처럼 얇고 신축성을 갖는 동시에 기계적 강도와 탄성률이 높은 투명 구조체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개발된 투명 소자는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디스플레이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시절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강압수사를 반대하다가 검찰을 떠난 임수빈(57·사법연수원19기) 변호사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무오류 신화에 빠져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대 박사 논문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과 저서 ‘검사는 문관이다´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 등 잘못된 수사 관행과 공소권 남용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해 털어놨다. 야간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이 지금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피고인을 새벽 4~5시까지 조사하면 자백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무수히 많은 철야 수사를 했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정작 검사들은 수사 관행이 문제라는 걸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누락하는 악습을 검찰 공소권 남용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한 강도강간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한 뒤 피해자 속옷에서 채취한 정액과 DNA를 대조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다른 사람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기소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사 검사는 이를 숨겼고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이런 사실을 밝혀낸 뒤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피고인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했다. 당시 정부 측은 ‘검사는 소추기관일 뿐이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며 검사의 잘못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공소 취소를 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라며 “검사는 단순 소추기관이 아니라 공익의 대변자”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 변호사는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검사가 잘못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검찰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시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검사도 얼마든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검사가 그 사안을 검토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명 ‘별건수사´로 불리는 타건 압박수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서에서 별건수사 사례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꼽았다. 검찰은 1차로 기소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곧바로 다른 불법정치자금 사건으로 2차 기소를 했다. 1차 사건은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차 사건은 공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부터 공여자 법정 진술이 배제되며 유죄가 확정됐다. 임 변호사는 검찰이 2차 사건에서 결국 유죄를 받아냈다고 해서 이 같은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별건수사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계 등 사회의 주목을 받는 수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검찰의 잘못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1인 기업 등 작은 기업을 수사하기 위해 횡령·배임 등을 핑계 삼아 실제로는 뇌물 수사를 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변호사로 일한 지 10년 됐는데 그동안 의뢰인 3명이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검사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짜맞추다 보면 피의자로서는 검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재량을 줄이기 위해 기소기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임 변호사의 생각이다. 기소와 기소유예의 기준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지 않고 검찰사무규칙에만 규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기준표처럼 기소기준을 점수로 만들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만 기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양형기준제가 법원 판결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처럼 기소기준제를 도입하면 검사의 기소도 시민의 신뢰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참여를 통한 검찰권 통제도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지금처럼 검찰이 시민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시민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며 “의뢰한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모든 사건을 검토하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잦은 다이어트 요요현상, 조기사망 위험 높인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잦은 다이어트 요요현상, 조기사망 위험 높인다 (연구)

    다이어트 요요현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체중이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에 잦은 변화가 나타날수록 심장질환 등으로 인한 조기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연구진은 건강한 국민건강보험에 등록된 건강한 성인 674만 877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연구가 시작된 시점에는 당뇨나 고혈압, 콜레스테롤과 같은 요인이 없었으며,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등의 병력이 전혀 없었다. 연구진은 2005년에서 2012년까지 3차례 이상 이들의 몸무게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록한 결과, 연구가 끝나는 시점에 연구 참가자 중 5만 4785명이 사망했고 2만 2498명이 뇌졸중을, 2만 1452명이 심장마비를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혈당과 몸무게 수치가 변동을 거듭한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최대 127%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위의 수치가 자주 변동된 사람은 심장마비 위험이 43%, 뇌졸중 위험이 41%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 및 몸무게 수치가 자주 변동된다는 것은 다이어트와 요요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요요현상은 몸무게와 복부둘레가 다시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근육량이 감소 등의 변화를 가져오며, 이러한 변화는 장기 주위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제2형 당뇨와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쥐 등 설치류를 대상으로 몸무게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게 한 결과 지방간으로 인한 질환이 유발됐고, 이것이 간의 단백질 합성 및 해독 기능이 떨어진 상태인 간부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가톨릭대학교 이승환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및 몸무게 등을 (건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의료진들은 환자의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글루코오스 수치와 몸무게 등의 변동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 학회지 순환기저널(Journal Circulation) 10월 1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장기간 우주비행, ‘암’의 원인일까

    장기간 우주비행, ‘암’의 원인일까

    장기간의 우주비행이 ‘암’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본격적인 채비에 나선 화성 유인탐사나 달 관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메디컬센터(GUMC) 카말 다타 박사 연구팀은 1일(현지시간) 생쥐를 모델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내밀한 우주 공간의 ‘은하 우주방사선(GCR)’에 장기간 노출되면 위장 조직의 기능 변화뿐 아니라 위와 대장 종양 위험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 앞서 연구팀은 장기 우주여행 중 중이온 방사선의 영향으로 노화가 가속화하고 뇌 조직이 손상될 위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팀은 중이온 방사선이 위와 장 등 소화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방사선연구소(NSRL)에서 저선량의 중이온 방사선에 노출한 생쥐와 아무것에도 노출되지 않은 생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중이온 방사선에 노출된 쥐들은 대장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으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도 형성됐다. 이에 더해 중이온 방사선이 DNA를 손상해 노화세포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못 하고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알버트 퍼내스 2세 박사는 “심우주에서 몇 개월에 걸쳐 우주비행을 하면 매우 낮은 선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더라도 그 영향은 영구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래의 우주 여행객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와우! 과학] 형광색 칠한듯…알록달록 신종물고기 발견

    [와우! 과학] 형광색 칠한듯…알록달록 신종물고기 발견

    마치 형광색 물감으로 온몸을 칠한듯 아름답게 빛나는 신종 물고기가 발견됐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연구팀은 브라질의 동쪽 세인트 폴 락 바닷속에서 분홍색과 노란색이 절묘하게 빛나는 신종 물고기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심 120m 아래의 산호 속에서 발견된 이 물고기의 학명은 '토사노이데스 아프로디테'(Tosanoides Aphrodite·이하 아프로디테). 토사노이데스 속(屬)에 속하는 물고기로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미의 여신에서 따왔다. 이름만큼이나 이 물고기의 외양은 아름답다. 수컷의 경우 몸통을 따라 분홍과 노랑 줄무늬가 번갈아 뻗어있으며 암컷은 오렌지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논문의 선임저자인 어류학자 루이즈 로차 박사는 "지난해 6월 다이빙 중 우연히 아프로디테를 발견했다"면서 "거대한 상어가 우리 머리 위에서 헤엄치는 것을 몰랐을 정도로 이 물고기에 쏙 빠져있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수심 60~120m 아래의 산호 속에서 서식하며 토사노이데스 속에서는 유일하게 대서양에 살고있는 종(種)이다. 그간 토사노이데스 속 물고기는 대부분 태평양에서 발견됐으며 지난 2016년 새롭게 이름을 올린 산호색 물고기 ‘토사노이데스 오바마'(Tosanoides obama)가 대표적이다.     로차 박사는 "아프로디테가 발견된 지역은 세상과 동떨어진 고립된 지역으로 이같은 특성이 다른 곳에는 없는 특별한 물고기가 존재하는 이유"라면서 "환경오염으로 산호초 역시 위기를 맞고 있어 아프로디테와 같은 많은 물고기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주키스‘(Zookeys) 최신호에 실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황성기의 시시콜콜]꼴보·노이즈 마케팅이 부른 일본 월간지의 ‘사실상 폐간’ 참사

    [황성기의 시시콜콜]꼴보·노이즈 마케팅이 부른 일본 월간지의 ‘사실상 폐간’ 참사

    발행부수 1만 6800부에 지나지 않은 월간지 ‘신초 45’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국회의원의 혐오성 기고를 싣고는, 쏟아지는 세간의 거센 비판에 굴하는 게 싫었던지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으로 판매 부수를 늘리려는 전략이었는지 ‘신초 45’는 두달 뒤 발매된 10월호(9월 18일 발매)에 그 국회의원과 주장을 옹호하는 특집을 게재한다. 하지만 ‘신초 45’는 두달 전 비판의 몇 배를 넘는 ‘쓰나미’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은 맹렬한 반발에 부딪쳐 결국 휴간이라는 선택에 내몰렸다. ‘신초 45 사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이번 소동은 쇠락해 가는 종이 매체의 단말마적인 폭주, 소수자·약자를 대하는 주류 사회의 오만, 그럼에도 이를 묵과하지 않고 맞서는 건강한 지식인의 당당한 대응이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 일본의 속살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성 소수자 차별을 주장한 친 아베 의원의 기고가 발단 ‘신초 45 사태’의 전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발단은 ‘신초 45’가 지난 8월호에 스기타 미오(51·자민당 소속) 중의원의원의 ‘LGBT에 대한 지원, 도가 지나치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한 데 있다. 이 기고에서 스기타 의원은 “아이를 만들지 않는 LGBT에게는 생산성이 없다”, “LGBT에 대한 대우가 너무 지나치다”, “LGBT에 대한 세금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논리를 폈다. 소수의 극우보수층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지만 ‘나치의 우생(優生) 사상 같다’며 대부분은 비판하는 대열에 섰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영어 첫 글자를 딴 일본식 조어다. 여기에는 아쿠타카와상 수상 작가로 한국에도 ‘일식’(日蝕)을 비롯한 수십권이 번역돼 있는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도 비난의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독자로서, 신초샤의 책으로 내 인생은 바뀌었고, 소설가로서 데뷔해 대표작도 (신초샤에서) 썼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경애의 마음을 갖고 있는 출판사이다. 일개 잡지라고는 하지만 왜 저런 저열한 차별에 가담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성 소수자를 포함한 비판론자들이 ‘신초 45’ 7월호가 나온 직후인 7월27일 자민당 본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이례적인 사태로까지 번졌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무려 5000명이었다. 집회 문화가 소규모화한 일본에서는 놀라운 숫자다.여기에서 끝났더라면 꼴보(꼴통 보수)·노이즈 마케팅에 편승한 잡지에 단골로 기고하는 우익계 의원의 일탈로 간주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신초 45’ 편집장은 부수의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는 잡지의 판매를 늘릴 절호의 기회로 여겼는지 7명의 울트라 우익 논객을 긁어 모아 이들에게 스기타 의원을 옹호하는 기획을 꾸려 10월호를 발매했다. 기획의 타이틀도 ‘그렇게 이상한가, 스기타 미오 논문’이다.마치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듯한 도전적인 이 기획에 등장하는 필자들은 장년층 이상의 보수층을 대상으로 한 ‘세이론’(正論), ‘월간 Will’, ‘월간 Hanada’ 같은 잡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오가와 에이타로라는 문예평론가의 글은 ‘신초 45’를 지켜보고 있던 일본 지식인들의 역린을 건드린다. 오가와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자 ‘아베 신조 총리를 원하는 민간인 유지의 모임’을 만드는 등 아베 총리의 사상과 궤를 같이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승객이 가득한 전철을 탔을 때 여자의 냄새를 맡는다면 손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마는, 그런 치한 증후군 남자의 고생이야말로 지극히 뿌리가 깊을 것이다. 재범을 일삼는 것은 제어불가능한 뇌에서 유래하는 증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치한)이 만질 권리를 사회는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하는 여자의 충격을 생각하라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LGBT님이 논란의 큰 길을 걷고 있는 풍경은 나에겐 죽을 만큼 충격이다” 출판 침체 속 극우노선 편승한 ‘신초 45’의 잘못된 선택 스기타를 옹호한다고 쓴 변태적이고 해괴한 글이 사태를 지켜보다 참다 못한 지식인의 집단적 분노를 사고, 여러 매체에 항의성·비판성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되면서 순식간에 ‘신초 45 사태’로 비화하게 된다. 거기에는 ‘신초 45’를 발행하는 출판 노포(老鋪) 신초샤(新潮社) 트위터 공식 계정의 하나인 ‘신초샤 출판부 문예’가 ‘신초 45’의 기획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고 리트윗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다. 이어 이와나미 서점 등 경쟁 출판사에서 응원의 글을 트윗하면서 비난의 쓰나미는 일파만파로 신초샤를 덮치게 된다. 신초샤 앞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고, 간판에 낙서를 당하는 수모도 겪는다. 결국 발매 이틀 뒤인 9월 21일 신초샤는 사장 명의로 성명을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성명은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난 편견과 인식부족에 가득찬 표현이 있었다’고만 했을 뿐, 사죄의 문구 하나 없어 역효과만 낳는다. 결국 이 성명으로는 분노의 불길이 잡히지 않자 25일 신초샤는 ‘신초 45’의 휴간과 함께 사장과 관련 임원의 10% 감봉 3개월의 조치를 내놓는다. 신초샤는 1896년 설립된 이후 문예지와 단행본, 문고본을 등을 출판하면서 일본 문예를 이끈 역사, 전통을 자부하는 대형 출판사다. ‘신초 45’는 45세 이상의 중년을 타깃으로 1982년 창간했다. 논픽션물을 꾸준히 발굴하고 게재하면서 한때는 논픽션을 쓰는 저널리스트에게 ‘동경의 월간지’였다. 그러나 36년만에 사실상 폐간과 다름없는 기약없는 휴간이란 대참사를 자초했다. ‘양심에 반하는 출판은 죽어서도 하지 않을 일’이라는 설립자의 모토를 근간으로 122년 이어온 신초샤에서 왜 이런 ‘자폭’ 사태가 일어났는지 철저한 자체 검증을 기대한다. 자폭 원인은 몇 가지 면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초 45’가 종이매체의 전반적인 축소 경향에 따른 위기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가능성이다.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가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본 내 출판물 추정판매금액은 1조 3700억엔(13조 70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1996년의 5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서 잡지는 20년 연속 전년대비 축소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둘째는 생존을 모색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일정한 세를 얻고 있는 애국주의적 극우 성향 잡지의 ‘꼴보 노선’에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다. ‘신초 45’가 올들어 특집을 꾸민 타이틀을 보자. 2월호는 ‘반(反) 아베 병에 붙이는 약, 3월호 ‘비상식 국가 한국’, 4월호 ‘아사히신문이라는 병’, 7월호 ‘이런 야당은 방해일 뿐’ 등의 제목에서 보듯, 아베 총리를 반대하는 세력과 아베 비판의 선봉인 아사히신문을 두들기고, 반한(反韓)·반중(反中) 감정을 부추기는 꼴보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셋째, ‘자폭’의 보턴을 누른 10월호에 노이즈 마케팅까지 끌어들였다. 신초샤 내부에서 편집장의 재량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편집 방침을 용인했는지, 체크 기능은 살아있었는지는 향후 신초샤가 검증해서 세상에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다양한 비판 속 ‘처음부터 끝까지 총리 안건’ 주장 눈길 지식인들의 ‘신초 45’ 비판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가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에 기고한 ‘신초 45는 왜 불타는 길을 폭주했는가’라는 글이다. 그는 스기타 의원의 기고가 이렇게 활활 타오른 것은 “총리 안건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길지만 그의 글을 인용해 보자. “아베 총리가 총애하는 여성 의원인 스기타는 여러 곳에서 총리의 내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의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은 행간에 숨어 있는 총리의 얼굴에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아베 총리가 그런 것(성적 소수자 혐오)을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과잉반응한 것이다. (중략) 자민당의 반응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둔중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 정도 발언으로 엄살은…’이라며 옹호한 것은 ‘총리 안건’이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중략)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총리 안건이다. 반발하는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단순히 차별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게재 책임이나 출판인의 양심과 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이런 찜찜한 ‘생산성 차별 스토리’의 배후에 일관해서 총리의 의향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초 45 사태’라는 선을 잇는 점의 하나가 아베 총리라는 추론은 대단히 과격하지만 흥미롭다. 이번 사태가 일본 사회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소수자·약자에 대한 주류 사회 특히 현 집권세력의 오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깊다. 아쉬운 것은 사태를 여기까지 끌어온 주인공 스기타 미오 의원이 침묵하고 있는 점이다. 그야말로 정치인 실격이 아닐 수 없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키가 기린 어깨높이…‘세계서 가장 큰 새’ 비밀 풀렸다

    키가 기린 어깨높이…‘세계서 가장 큰 새’ 비밀 풀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새에 관한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고 과학자들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거대한 몸집 탓에 날지 못하는 코끼리 새 일종인 에피오르니스 막시무스(Aepyornis maximus)는 6000만 년 동안 마다가스카르의 사바나 사막과 열대우림에 서식했지만, 1000년 전쯤 사냥으로 멸종됐다. 19세기 유럽의 동물학자들은 이 코끼리 새에게 매료돼 그 골격이나 알 화석을 앞다퉈 수집하며 역사상 가장 큰 새를 확인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영국학사원이 발행하는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실린 영국 과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또다른 코끼리 새인 에피오르니스 티탄(Aepyornis titan)이 지금까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에피오르니스 막시무스보다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에피오르니스 티탄은 1894년 영국 과학자 찰스 윌리엄 앤드루스(1866~1924)가 에피오르니스 막시무스보다 크다고 묘사하면서 한때 역사상 가장 큰 코끼리 새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앤드루스와 경쟁 관계에 있던 한 프랑스인 과학자가 에피오르니스 티탄은 단지 에피오르니스 막시무스 종을 과장한 것일 뿐이라면서 그 주장을 부정했다. 이 논쟁은 그 뒤 몇십 년이 흘러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이번 연구에서는 에피오르니스 티탄으로 알려진 표본은 추정 체중이 860㎏으로 다 자란 개체는 기린의 어깨높이에 맞먹는 크기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종은 에피오르니스 막시무스와는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종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뉴질랜드에서 멸종한 새인 모아의 근연종으로 밝혀졌으며 오늘날 키위와 에뮤, 그리고 타조 등 날지 못하는 새들과 같은 과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마다가스카르 말로 ‘큰 새’를 의미하는 보롬베 티탄(Vorombe titan)이라는 새로운 학명을 갖게 된 이 새는 몸길이가 평균 3m를 넘고 몸무게도 평균 650㎏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새의 속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런던동물학회(ZSL) 제임스 핸스퍼드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종은 사람을 내려다볼 정도로 컸다”면서 “자기 체중을 지탱할 수 없어 절대로 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ZSL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늙어 가는 노벨과학상… 수상까지 평균 31.2년 걸린다

    늙어 가는 노벨과학상… 수상까지 평균 31.2년 걸린다

    평균 56~58세→최근 10년간 67~69세 공동수상 대세… 전체 수상자 중 여성 3%“과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과학자는 문제를 발견할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구분된다.”(197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노 펜지어스) 매년 10월이 되면 전 세계인들의 눈이 스웨덴으로 쏠린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재산을 모은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의 복지와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문학상은 수상자를 선정·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성추문에 휩싸여 올해는 수상자 발표를 건너뛰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단독 수상자 10%뿐 최근 한국연구재단이 펴낸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7년 동안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수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56(물리)~58세(생리의학·화학)로 문학상(65세), 평화상(61세), 경제학상(67세) 수상자들보다 낮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수상자들의 평균 연령을 보면 67(생리의학·물리)~69세(화학)로 늘고 있어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가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주어지고 있어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물리학의 경우 20세기 전반까지는 원자이론, 기본입자, 양자역학 같은 입자물리, 원자물리에 집중됐지만 후반기 들어서면서 물성론, 광학, 우주 천문학, 소립자 이론 등에서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화학은 20세기 초반에는 유기화학이나 물리학 분야 연구성과와 연계된 물리화학 분야에 집중됐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생리의학 분야와 연계된 생화학 분야에서 수상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생리의학도 이와 연계돼 20세기 초에는 면역학이나 병리학 중심이었지만 1950년대 DNA 구조분석을 시작으로 화학분야와 융합된 생화학 분야 수상자들이 많아지면서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또 연구 분야의 융합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전처럼 단독 수상보다는 2인 이상의 공동수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간 수상자 분포를 보더라도 단독 수상자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2인 수상자는 20%, 70%가 3인 수상일 정도로 공동 수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학자 숫자가 증가하면서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과학자의 수상은 18회로 그나마 노벨과학상을 2번 받은 마리 퀴리를 고려하면 수상자 숫자는 17명으로 전체 3%에 불과하다. ●한국 연구자들 거론되는데, 수상은 언제?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가오면 글로벌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전 세계 연구자들의 연구 논문과 피인용 기록을 분석해 상위 0.01%에 해당하는 연구업적과 해당 분야에서 혁신적 공헌을 한 연구자들을 선정해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분야에서 ‘유력한 노벨상 수상 예상자’를 발표한다. 2014년에는 유룡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2017년에는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올해는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 교수가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에서도 최근 연구 생산력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H인덱스, 상위 1% 논문수, 총 피인용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노벨과학상 수상 연구 성과에 근접한 한국인 연구자 13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연구자들이 늘고 있지만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짧은 과학연구 역사와 기초연구에 대한 무관심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최근 10년간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과 생애를 분석한 ‘수상자 생애 패턴’에 따르면 노벨과학상 수상 업적으로 꼽히는 논문을 쓰는 데까지는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뒤 평균 17.1년이 걸리며 그 논문을 발표하고 수상까지는 14.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의 중요 핵심논문을 발표한 뒤 노벨상 수상까지는 총 31.2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연구를 인류의 발전보다는 우리 자신의 발전과 번영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가치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구를 불필요한 낭비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노벨상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산업 원동력’ 기초과학… ICT 근간 자리매김

    ‘산업 원동력’ 기초과학… ICT 근간 자리매김

    그래핀 등 물리학 분야도 상용화 성과 노벨과학상은 자연 원리를 탐구하는 기초과학에만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산업적으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양자역학이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을 이루는 등 과거 노벨과학상 수상 업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1인당 평균 논문수와 관련 업적의 인용 특허수를 분석해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분야별로는 화학 분야가 1인당 논문 평균 건수는 물론 인용 특허 평균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학술활동뿐만 아니라 산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리의학 분야 역시 화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산업계에서 곧바로 활용되는 연구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93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국 국적의 화학 및 생리의학상 수상자 36명 중 3분의1가량인 13명은 14개의 기술투자 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 전에 이미 자신의 주요 업적을 이용해 기술투자를 실시, 기초연구를 상용화하는 등 기초과학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보여 줌으로써 노벨상 수상을 견인한 셈이다. 물리학 분야는 자연의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는 학문적 특성상 해당 연구가 산업적으로 활용되기까지는 좀더 많은 기술 적용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화학이나 생리의학 분야와는 달리 학술논문을 곧바로 응용한 특허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2010년 물리학상 수상 업적인 2차원 물질 ‘그래핀’ 분리와 2014년 수상 업적인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등 최근 들어 물리학 분야에서도 산업화에 곧바로 응용될 수 있는 연구 성과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노벨과학상이 주는 시사점 중 하나는 기초과학이면서 응용과학인 ‘연구장비 개발’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생물학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DNA의 구조도 ‘X선 회절분석’ 장비와 기술이 없었다면 밝혀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또 2013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힉스입자나 지난해 물리학상을 수상한 중력파도 입자가속기, 중력파검출기 같은 첨단 장비 없이는 발견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노벨과학상 수상 국가 세계 5위, 아시아 1위인 일본은 “노벨과학상의 85%가 연구장비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발견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고 문부과학성 주도로 2005년부터 ‘첨단계측분석기술 및 기기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분석기술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기초과학 연구에 직접적인 공헌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과학기술 투자 우선 순위에서도 한참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과학계에서는 “기초과학을 포함한 과학정책은 ICT 분야의 개발 정책과 전혀 성격이 다른데도 정부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소고기 ‘마블링’의 역설…고소한 맛 내는 지방, 심장에 치명적

    소고기 ‘마블링’의 역설…고소한 맛 내는 지방, 심장에 치명적

    보고 싶었던 가족이 한 곳에 모이는 한국의 최대 명절인 추석. 차례를 지내고 송편과 전, 잡채 등 온갖 진수성찬이 가득하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마블링이 가득한 1++(일명 투뿔) 소고기다. 그동안 비싸서 망설였던 한우 투뿔을 부모님이나 조카 생각에 눈 딱 감고 질러버리는 것도 추석의 ‘맛’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의 한인들도 추석의 느낌은 비슷하다. 미 버지니아 센터빌 제러미 서(47)는 추석을 몇일 앞둔 22일(현지시간) 마블링이 그림처럼 들어 있는 프리미엄급 소고기 한 덩어리를 집었다가 고민 끝에 내려놨다. 이는 최근 마블링이 가득한 소고기가 심장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링이 많은 비싼 소고기보다 값싼 살코기가 훨씬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자주 등장한다. 미 캔자스주 오세이지카운티 지역지 헤럴드크로니클은 지난 7일 `건강한 심장은 지방 없는 소고기를 좋아한다’는 기사에서 “마블링이 많은 고기 대신 육우고기 등 살코기를 선택하는 것이 심장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했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85∼110g, 즉 스마트폰 크기 또는 손바닥 크기와 두께 정도로 먹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미 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기름기 없는 살코기를 매일 100∼150g씩 섭취한 사람의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감소했다. 소고기 근육 내 박힌 지방인 마블링이 심장·혈관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은 의학계의 정설이다. 미 4대 육우 업체 엑셀 관계자는 “미국에서 마블링 좋은 프라임급 고기보다 가격이 싸고 살코기에 가까운 셀렉트나 스탠다드급의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마블링이 없으면 고기의 부드러움은 떨어지지만, 건강에는 훨씬 이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내년 7월부터 소고기 등급제를 손보기로 했다. 투뿔급의 판단 기준에 마블링, 즉 지방 함량의 비중을 17% 이상에서 15.6%로 낮추기로 했다. 국민 건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미국, 호주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은 소의 나이와 건강상태, 마블링 등을 종합해 소고기의 등급을 8단계로 나눈다. 이 중 최고인 ‘프라임’ 등급의 마블링 함유량은 8~10% 정도로, 한국의 중간 등급인 1등급과 2등급 사이 정도밖에 안 된다. 호주에서는 오히려 지방이 적은 소고기를 ‘하트 스마트’라는 라벨을 붙여 ‘심장을 보호하는 고기’로 판매할 정도로 마블링이 있는 고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이 소고기 판단 기준에 마블링의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옥수수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 농무부는 엄청난 생산된 옥수수의 국내 소비와 수출이 한계 부딪치자 새로운 소비처로 주목한 것이 바로 소였다. 그동안 방목을 하던 소에 옥수수를 먹이면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축산농가는 농장의 풀을 먹으며 ‘공짜’로 키웠던 소에 옥수수 사료라는 돈을 투자해야 했다. 그래서 축산농가는 옥수수 사료를 거부했다. 이에 고민하던 농무부가 옥수수 사료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고기의 등급 판정에 마블링 개념을 도입했다. 풀 대신 전분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는 되새김질(반추)이 중단되면서 가스를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포화지방이 몸에 쌓이고 지방산이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마블링이다. 농무부가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의 등급을 높게 책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산업자들은 옥수수 사료를 찾게 됐다. 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옥수수 농가의 보호를 위해 미 농무부가 도입한 것이 마블링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면서 “개인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사료를 먹인 소보다 방목한 소의 고기를, 또 마블링이 없는 살코기를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돈있는 집 자녀는 초봉부터 다르다”…세습되는 직업 지위

    “돈있는 집 자녀는 초봉부터 다르다”…세습되는 직업 지위

    “부자 부모를 둔 자녀가 더 좋은 일자리를 얻고, 돈도 잘 벌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보통 주변 ‘엄친아·엄친딸’(엄마 친구의 아들·딸을 줄인 말로 집안은 물론 성격, 머리, 외모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남녀를 일컫는 말) 사례를 근거로 둔다. 최근에는 이런 추측을 데이터로 입증한 자료가 여럿 나오고 있다. 부자 부모들은 고액 사교육과 입시 정보 등을 통해 자녀들의 유명대 진학을 돕고, 이를 발판삼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 패턴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전략만 동원하진 아니다. ‘돈있는 집 자녀는 초봉부터 다르다’는 통념이 얼마나 맞는 얘기인지, 또 부유층은 자녀에게 직업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살펴봤다. ●고소득 부모 둔 자녀 첫월급 226만원…저소득 자녀는 169만원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학경험과 노동 시장 지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에 따른 자녀의 초봉 차이는 뚜렷하다. 연구진이 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부모의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2014년 기준)인 대학 졸업생의 첫 일자리 임금은 월평균 226만 1200원이었다. 부모 월 소득이 500만~700만원 사이인 대졸자는 첫 월급이 191만 5800원, 300만~400만원인 대졸자는 첫 월급이 182만 3000원이었다. 부모 월 소득이 100만~200만원 사이인 대졸자의 첫 월급은 평균 169만 8600만원이었다. ‘부자 부모 밑에 고연봉 자녀 있다’는 공식은 보통 ‘학벌’이라는 징검다리를 밟고 만들어진다. 같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소득이 낮은 집단(200만원 이하)의 자녀 중 서울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은 7~8% 정도인 반면 부모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500만원 이상)의 자녀 중 서울 4년제 대학에 간 비율은 25~30%였다. ‘대학 졸업장도 만성 취업난 앞에 쓸모없게 됐다’는 푸념이 나오지만, 여전히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부모들이 쓰는 전략은? 사교육·귀천의식 자극 논문 ‘청년층 노동시장 이행의 계층화에 관한 연구’(중앙대 김종성 박사)를 보면 부자·엘리트 부모들의 자신의 직업 지위를 자녀에 물려주는 일상화된 전략이 잘 분석돼있다. 김 박사는 전략 분석을 위해 계층을 대표하는 20~30대 청년 취업자 33명을 심층 면담했다. 면담 대상자 다수가 공통적으로 말한 전략은 부모가 어려서부터 자녀에게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의식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방식이다.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실제 이런 방식으로 자녀의 목표의식을 자극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공공기관 직원 A(27·여)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했던 말이 지금껏 기억난다. 판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는 TV에 여의사, 여성 변호사 등이 나오면 딸을 불렀다. “봐봐, 너도 저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자도 좋은 직업 가져야 대접받는 세상이야.” 딸의 진로계획서 희망직업란에 어머니가 직접 ‘변호사’라고 쓰기도 했다. 변리사인 B(32·여)씨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직업에도 다 귀천이 있는 거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딸과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 참 멋있지? 가운도 좋고. 너도 나중에 꼭 의사돼야 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소득이 높은 변리사를 직업으로 택한 건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도 직업 지위 대물림에 빠질 수 없는 전략이다. 대입 전형이 복잡해지면서 정보력이 중요해졌는데 ‘정보 전쟁’은 보통 엄마들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고액 컨설팅 업체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일도 흔해졌다. 대형 학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서울의 스타 강사를 고액에 데려와 그룹과외를 하기도 한다. 영어 교육을 위해 엄마·아빠를 따라 외국에 3~4년 머물다 들어오는 일도 흔해졌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그 자녀들의 초봉 차이도 크지만, 이후 급여 차가 더 벌어지는게 문제다. 부모의 지원이 든든하다면 자녀들은 취업 뒤에도 경력 계발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경영학 석사(MBA) 유학 등 재력을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덕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직업지위가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대기업 등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면 거기서 목표가 사라져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금요칼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실사구시(實事求是). 실지의 일에서 진리를 발견한다는 말이다. 이런 주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기원전 2세기 전한(前漢) 하간헌왕 때 일이었다. 그 정신에 가장 충실한 것은 훈고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유교 경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글자 하나하나의 음과 뜻을 정확히 연구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경전 해석이 형이상학에 치우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했다.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실사(實事)가 잊혔다. 그 의미를 재발견한 것은 11세기 송나라의 성리학자들이었다. 주희는 자신의 학문을 실학이라 주장할 정도였다. 그랬건만은 성리학이 주류 학문이 되자 학자들은 또 형이상학에 매몰됐다. 다시 수백 년이 지난 청나라 때 일군의 신지식인들이 등장했다. 고증학자들이었다. 그들은 현실과 괴리된 성리학을 비판하고, 재차 실사구시를 학문적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실사구시의 진가에 주목한 선비들이 있었다. 추사 김정희는 그런 흐름을 대표하는 대학자요, 독창적인 예술가였다. 그는 17세기 이후 축적된 실학파의 전통을 이었다. 유형원, 이익, 정약용 등으로 이어진 실학을 완성했다. 김정희는 ‘실사구시설’이라는 논문을 지어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의 새 길을 천명했다(완당전집, 제1권). 논문에서 그는 성리학자들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그들은 현실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었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었으나, 그들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고담준론만 일삼아 일상의 사소한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성리학자들은 허황된 이론을 이리저리 끌어다 자신들의 무능을 위장했다. 진리란 초월적이고, 오묘하며, 높디높아,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있다고 했다. 조선의 지배층은 이런 생각에 젖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선의 통치 이념은 공리공담이 되고 말았다. 지배층의 지적 환상과 정치사회적 무능을 김정희는 짧고 강한 몇 마디로 질타했다. “마땅히 사실에 의거해 올바른 진리를 찾아야 한다. 헛된 말을 지어내어 거짓 속에 몸을 숨기지 마라.” 학문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실’ 곧 공자와 맹자 같은 유교의 성인이 이룩한 진리의 전당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다. 김정희는 그렇게 보았다. 따라서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거창한 담론은 가짜 학문에 불과하다는 것. 김정희의 확고한 신념은 그러했다. 진리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형이하학의 세계에 있다.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하루하루 실천되는 덕목인 것이다. 김정희를 포함한 조선의 실학자들, 그리고 청나라의 고증학자들은 모두 그런 생각이었다. 따지고 보면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이기심을 버리고 공익을 중시하자고 했다.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이 우선이랬다. 한마디로 모두 착하게 살자고 했다. 그런데 이른바 대학자라는 사람들이 일을 망쳤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빙자하며 복잡하게 꾸며 댔다. 태극은 무엇이며 태허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김정희의 해법은 간단했다. 지식인은 잡다한 여러 학설에 현혹될 이유가 없다. 그저 마음을 평안히 하여 널리 배우고 착실히 실천하면 된다. 만약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어떤 주장도 공허한 것이다. 옳은 말이다. 김정희의 깨침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해결책은 뜻밖에도 매우 간단명료할 수 있다. 색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사물을 볼 수만 있으면 말이다.
  •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노벨과학상 유력 후보에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노벨과학상 유력 후보에

    국내 연구자가 지난해에 이어 유력한 노벨과학상 수상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로드니 루오프(60)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이기도 한 루오프 교수는 20일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예측한 ‘2018년 노벨상 수상자 후보’ 중 물리학 분야 유력 후보로 꼽혔다. 클래리베이트는 지난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를, 2014년에는 유룡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를 노벨화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재직하다 2013년 한국으로 자리를 옮긴 루오프 교수는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같은 나노 크기 탄소 소재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 유력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탄소 소재 기반 슈퍼커패시터’ 관련 연구 덕분이다. 슈퍼커패시터는 대용량 축전지라고 불리는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이다. 흔히 쓰이는 2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시동이나 급가속 등으로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내야 하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보완용으로 쓰인다. 루오프 교수는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이며 이번에 높게 평가받은 논문을 함께 쓴 동료 연구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특히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연구를 하며 신생 UNIST와 IBS의 성장을 함께했다는 것은 매우 놀랍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클래리베이트가 이번에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은 연구자 중 17명 중 11명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나머지 6명은 유럽과 일본, 한국 연구자로 나타났다.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매년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4개 분야에서 전 세계 연구자들의 연구논문과 피인용 기록을 분석해 상위 0.01%에 해당하는 연구 업적과 해당 분야에서 혁신적 공헌을 한 연구자들을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304명 중 46명이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이 중 27명은 유력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지 2년 내에 노벨상을 받았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하! 우주] ‘스타트렉’ 외계인 살던 그곳…외계행성 발견

    [아하! 우주] ‘스타트렉’ 외계인 살던 그곳…외계행성 발견

    인기 공상과학(SF) 드라마이자 영화인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인 스폭의 고향 행성이 실제로 발견됐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 자리에서 새 외계행성 HD 26965b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보다 지름이 2배 정도 큰 HD 26965b는 항성인 HD 26965를 단 42일 만에 공전할 만큼 가깝게 붙어있다. 그러나 HD 26965b는 ‘생명체 거주 가능 공간’(habitable zone)에는 속하는데 이는 항성 HD 26965가 K형 주계열성으로 우리 태양보다 질량이 작고 온도도 낮기에 가능하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지안 제 박사는 "HD 26965b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슈퍼지구급 행성"이라면서 "당초 HD 26965의 주위를 도는 ‘벌컨’(Vulcan)을 찾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벌컨은 스타트렉에서 귀가 뾰족한 외계인 캐릭터인 스폭의 고향 행성이다. 이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트렉의 작가인 진 로든베리와 3명의 천문학자는 ‘하늘과 망원경’(Sky and Telescope)이라는 과학 전문지에 스폭의 고향을 설명했다. 그가 살았던 행성이 벌컨이라는 이름의 행성이며, 항성인 40 Eridani A의 주위를 돈다고 밝힌 것. 이중 40 Eridani A는 스타트렉에서 HD 26965의 별칭으로 언급된다. 곧 이번에 HD 26965 주위에서 발견된 행성 HD 26965b를 벌컨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스타트렉은 미국 내에서는 단순한 공상과학 드라마 수준을 넘어 우주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영감을 제공했다. 그렇다면 HD 26965b에도 영화에서처럼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살 수 있을까? 이에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HD 26965b의 질량이 지구보다 8배나 커 중력이 너무 강하다는 점과 항성과 너무 가까워(뜨거워)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그러나 제 박사는 "HD 26965b는 지구처럼 대기를 가진 행성"이라면서 "생명체가 지하에 생존할 수도 있다. 스타트렉에서도 벌컨인들은 동굴에 거주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세한 맥박에도 반응하는 터치센서 나왔다

    미세한 맥박에도 반응하는 터치센서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플렉서블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정밀한 터치센서를 개발했다.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윤준보 교수, 서민호 박사팀이 고민감도 투명 유연 포스터치(force touch) 센서를 개발하고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서녈 머티리얼즈’ 최신호에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다양한 형태와 곡률에서 적용될 수 있는 플렉서블 기기,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저널 뒷면 표지논문으로 실릴 정도로 독창성을 평가받았다. 포스터치 센서는 터치의 위치 정보와 누르는 압력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로 실제 일부 스마트폰에 장착돼 한 번의 터치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포스터치 센서는 특정 성능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민감도, 유연성, 투명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작 신뢰성을 만족하지 못해 폭넓게 상용화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를 포함한 간격을 줄이기 위해 속이 가득 찬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센서 내부에 금속 나노입자가 포함된 투명 나노 복합 절연층과 나노층을 개발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투명 유연 포스터치 센서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볼펜의 터치 정도의약한 힘에도 반응할 수 있는 포스터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센서를 맥박 모니터링이 가능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에 장착해 실시간으로 맥박을 감지하는데 성공했다. 상용화를 위해 국내 관련 벤처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기술과 달리 간단한 구조, 공정을 이용해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으며 실제 사용환경에서도 높은 신뢰 수준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집 만드려다 비만아 만든다

    [달콤한 사이언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집 만드려다 비만아 만든다

    19세기 생물학자와 의학자들에 의해 미생물을 비롯한 각종 병원균이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각종 질병과 전염병들도 등장하면서 현대인에게 ‘청결’은 미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해 ‘무균’ ‘멸균’ 상태에 대한 강박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는 ‘청결의 역설’ 상태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북미 연구진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가정용 세제들이 영유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 캐나다 앨버타대, 토론토대, 매니토바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사이먼 프레이저대, 맥매스터대 공동연구팀은 깨끗한 주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스프레이 형태의 세정제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 세제가 소아 비만을 유발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캐나다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캐나다의학회지’ 17일자(현지시간)에 2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팀은 캐나다 영유아 건강장기발달 추적조사 데이터베이스인 ‘차일드’(CHILD)에서 무작위로 3~4개월 된 영유아 757명를 선택해 체중과 장내 미생물 종류와 형태를 분석했다. 그 다음 이들이 1살과 3살이 됐을 때 체중과 장내 미생물 종류와 형태를 분석함과 동시에 집안의 청결도, 특히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쓰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스프레이나 분무 형태로 사용하는 가정용 소독제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장내 미생물의 숫자는 물론 종류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확인했다. 특히 가정용 소독제와 청결제를 자주 사용할 경우 3세 때는 또래 아이들의 평균 체중보다 많이 나가는 과체중 상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 소독제 사용으로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나타나 비만이나 과체중이 된 아이들은 이후 소독제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그 영향은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화학성분이 적게 들어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 경우는 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캐나다 앨버타대 의대 소아과 아니타 코지스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영유아의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소독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생활 청결제 사용과 장내 미생물에 대한 영향, 이것이 다시 소아비만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환경보건학자들은 “화학제품을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친환경 제품이라는 기준과 영유아가 가정용 세정제에 얼마나 노출되야 이번 연구와 같은 영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것이 좀 더 명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분열과 쏠림… 금융위기 10년, 양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분열과 쏠림… 금융위기 10년, 양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9월 15일은 10년 전 미국의 4대 투자은행 중 한 곳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한 날이다. 미국과 영국 언론, 싱크탱크들은 9월 초부터 분석 기사와 전문가 칼럼으로 금융위기가 바꿔 놓은 미국의 경제와 정치를 다뤄 오고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와 금융산업에 미친 영향 못지않게 사회와 정치에 미친 파장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를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것처럼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기성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양 극단으로의 쏠림 현상, 양극화 심화는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미국은 금융위기가 터지자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국제공조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제 위기를 수습해 갔다. 그 덕에 2010년부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 경제와 증시는 유례가 드물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실업률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4% 아래로 떨어졌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이던 임금도 지난달부터 소폭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그동안 풀었던 천문학적인 돈을 거둬들이고 있고 기준금리도 본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 자본들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금리 상승에 달러화 강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대외 채무가 많은 신흥국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금융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급격히 늘어난 국가 부채가 새로운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0년 만에 ‘반성문’ 낸 버냉키 “그 누구도 위기 자체가 얼마나 광벙위하고 파괴적일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금융위기 10주년을 맞아 지난 13일(현지시간)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자신이 펠로로 활동하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금융위기 10주년 세미나에 맞춰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아보는 소논문을 발간하면서 자신과 정책 당국자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당시 당국자들이 위기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과소평가하는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버냉키에 앞서 도널드 콘 당시 연준 부의장도 같은 취지의 과오를 인정했다. 잘못된 판단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지만,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놓은 10년 만의 반성문은 곱씹어 보게 한다. 버냉키 전 의장은 앞서 지난 7일자 뉴욕타임스에 금융위기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폴슨과 후임인 티머시 가이트너와 공동으로 기고문도 실었다. 은행권의 자본을 확충하고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개혁 조치들이 이뤄졌지만, 앞으로 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 수단들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 의회는 연준 등 정부가 금융기관들에 직접 긴급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을 손질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긴급을 요하는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한번 거둬들인 권한을 의회가 선뜻 내줄지는 불투명하다. ●“포퓰리즘·고용의 질 악화·세계화 문제 제기” 칼럼과 분석 기사들을 보면 새로운 경제위기보다 금융위기가 촉발한 사회적·정치적 변화에 대한 우려가 더 많이 읽힌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금융위기는 포퓰리즘의 전면 부상과 함께 소득불균형, 고용의 질적 악화, 세계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금융위기가 초래한 가장 극단적인 결과로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꼽았다. 금융위기에 대한 책 ‘대마불사’의 저자 앤드루 로스 솔킨은 지난 10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금융위기는 부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파기했다.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과 정부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무너뜨렸다”고 파장을 분석했다. 지식인과 기득권층에 대한 일반인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발을 가장 심각한 후폭풍으로 지적했다. 솔킨은 10년 전 책을 쓸 때만 해도 금융위기가 월가와 미국 경제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했지만, 정치적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는 간과했다고 고백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세상이다.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는 무엇이 촉발한 것일까. 수백만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은행 대출로 어렵게 마련한 집은 가격이 폭락해 애물단지가 됐다.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퇴직연금도 쪼그라들어 노후가 막막해진 사람들이 속출했다. 신용도가 낮고 변변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반면 부자들은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었고, 저금리로 대출받은 돈으로 더 큰 부를 축적했다. 세금으로 위기를 넘긴 초대형 금융기관들은 흥청망청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일반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한 건 이 어마어마한 경제적 피해를 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나 감독을 게을리한 정부 고위 관료 중에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 미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미 법무부가 1000여명의 저축은행 책임자들을 기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정부와 금융기관, 부자들에 대한 분노가 보수 성향은 ‘티파티 운동’으로, 진보 성향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티파티 운동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월가 반대 시위는 월가로 대변되는 부자들의 탐욕에 대한 반발이 각각 원동력이 됐다. 이 분위기는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왔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좌우로 한 클릭씩 옮겨 갔고, 중도 성향의 중간 계층은 점점 설 땅을 잃어 갔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경쟁에 치여 중도 성향의 무당파 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신흥국 등 과도한 국가부채 해결 과제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도,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미국과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금융기관 CEO들의 연봉 한도를 정하고, 부실 운영 관련 임원들은 해고했다. 금융기관들에 대한 정부 자금지원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대출 기준도 강화했다. 가시적인 조치들이 취해졌지만, 경제 침체와 상대적 박탈감, 분노는 결국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예상 밖 결과를 낳았다. 세계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극우 또는 포퓰리즘적 성향의 지도자와 정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부정적 결과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금융 시스템이 촘촘해지고 안정화됐다고 해서 제2, 제3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각국의 국가 부채, 특히 신흥국의 부채가 문제다. 버냉키 전 의장 등 경제 전문가들이 잇따라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기업,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정치지도자들이 분열을 봉합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몇이나 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우리나 다른 나라들이 처한 현실이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정경두 “국토 위협·테러 세력 등 총괄하는 적 개념 필요”

    정경두 “국토 위협·테러 세력 등 총괄하는 적 개념 필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방백서에 표기된 ‘적’ 문구 삭제 여부에 대해 “현재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12월에 국방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삭제됐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주적이 북한군으로만 제한됐는데 영공·영토·영해에 위협을 가하는 세력이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주체 불분명의 테러 세력, 사이버테러 세력도 모두 총괄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고 밝힌 정 후보자는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동맹이 와해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아주 잘못됐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유엔사 철수 등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NLL(북방한계선)의 경우 해군이 피로 지킨 경계선이다. 그건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 후보자는 기무사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논문 표절과 위장 전입 위혹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했으며, 야당 의원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국방위는 인사청문회를 한 뒤 곧바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반발로 19일에 다시 채택을 논의키로 했다.함께 열린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2014년 MBC가 사측에 비판적인 직원을 대상으로 낸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2011년 5월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 ‘불공정 상품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아스피린 복용이 건강에 도움된다고? 美연구진 “효과 없다”

    [달콤한 사이언스] 아스피린 복용이 건강에 도움된다고? 美연구진 “효과 없다”

    나이든 사람들 중에서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또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성인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은 건강한 노인의 경우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더라도 별 다른 건강상 효과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16일자(현지시간)에 ?심혈관질환 ?무병장수 ?노년을 괴롭히는 질병과 아스피린 복용과 관련한 세 편의 논문으로 실렸다. ‘아스피린 복용을 통한 노년층의 수명연장 효과’ 전반을 검토하는 대형 국제 임상시험인 ‘아스프리’(ASPREE)는 호주에 거주하는 1만 6703명, 미국인 2411명 총 1만 9114명의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2010년 시작됐다. 임상시험 대상으로는 치매나 심혈관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사람은 물론 아스피린 복용이 필요한 사람은 제외한 건강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평균 4.7년 정도 장기 추적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100㎎ 저용량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위약(僞藥)인 영양제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 중 연구기간 동안 심혈관질환과 같은 질병이나 치매를 앓지 않은 사람은 90.3%, 위약 복용그룹은 90.5%로 나타났다. 반대로 심혈관 질환이나 치매 발병률도 두 그룹 모두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연구팀은 아스피린 복용과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비교했는데 아스피린 복용 그룹에서는 448명, 위약 그룹에서는 474명이 관상동맥 질환, 치명적이지 않은 심장발작, 허혈성 뇌졸중 등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강한 노년층에서는 아스피린 복용이 심혈관 질환 발병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연구팀은 아스피린의 정기적인 복용이 위장관 출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 레슬리 포드 박사는 “지금까지 아스피린 복용의 이점과 관련한 연구들과 임상결과들은 혈관질환 조짐이 있는 환자들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스피린의 이점과 단점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모나쉬대 역학 및 예방의학과 존 맥닐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아스피린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스프리팀의 연구가 좀 더 장기적으로 진행되야 할 것”라면서 “뇌졸중, 심장발작을 비롯한 기타 심혈관 질환자들에 대한 아스피린의 입증된 연구들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결과를 적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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