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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석수석 사표수리 지연 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사표를 받아든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 가는 눈치다. 박 수석이 사의를 밝힌 지 30일로 나흘, 사표를 낸 지 이틀이 지났건만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이날만 해도 태릉선수촌을 방문하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등 공식일정만 셋을 소화했으나 박 수석 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사에 관한 한 우유부단하다 싶을 정도로 숙고하는 이 대통령의 햄릿형 스타일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청와대 주변에서 나돈다. 물론 박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결심을 굳히고도 이 대통령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국 상황이다. 박 수석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투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사표 수리 시점을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마치 ‘한 사람 보냈으니 다음 사람도 보내자.’는 식으로 공세를 펴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도 운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 후임 인선을 비롯해 청와대 조직 정비도 이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무엇보다 마땅한 후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박 수석이 논문표절 논란에다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는 만큼 능력 외에 법적·도덕적 흠결이 없는 인사를 발탁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몇몇 분들이 거명되던데, 솔직히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수석 후임 인선에 이어 그동안 계획했던 청와대 내부 조직 정비도 이 대통령의 당면 과제”라면서 “5월 중반까지는 조직개편과 부분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박수석 기용부터 낙마까지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지난 2월 임명 당시부터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리며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에 발표한 ‘가정 정보화가 주부의 가정관리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다. 표절과 중복게재 의혹을 받은 논문이 ‘두뇌한국(BK)21’ 연구업적으로 보고됐고, 이를 근거로 정부 지원을 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에도 퇴진 논란이 일었지만, 함께 인선된 장관들이 집단 사퇴하며 박 수석은 ‘퇴진 광풍’에서 잠시 비켜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 수석 퇴진과 관련,“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정책수석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적극 보호한 게 박 수석을 구했다. ●李대통령 서울시장 시절 인연 맺어 하지만 두 달 동안 잠잠하던 박 수석 퇴진 논란은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며 다시 불붙었다. 남편 명의로 보유한 인천국제공항 옆 영종도 논 1353㎡를 개발정보를 입수한 뒤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박 수석측이 직접 경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현지 주민들에게 부탁해 자경확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러자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마저 박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결국 박 수석은 26일 사의를 표시했고,27일 밤 늦게 이같은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졌다. 박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복지재단 초대 대표로 발탁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소망교회 신도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서 보건·여성·복지 분야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靑수석 3인의 해명·의문점

    ■ 박미석 사회문화 수석 30일 자경’ 법준수 입증못해 논문표절 의혹에 이어 땅 투기의혹에 휩싸인 박미석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은 25일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대신 해명자료를 내고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문제의 영종도 땅은 관련 규정에 따라 매각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자경확인서’ 허위작성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반발했다. 박 수석은 해명자료에서 “2002년 1억원에 매입한 땅이 지난해 1월 기준 공시지가로 1억 800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농지의 공유자들이 직접 영농을 해 자경(自耕)사실이 확인되면 농지 소유가 되는 줄 알았는데 이는 실정법 내용을 잘 몰랐던 부분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땅을 매각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농지법 위반 사실을 간접 시인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영종도에 가서 ‘자경확인서’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서류는 땅 공유자인 추모씨 가족이 영농회장 양모씨 등을 만나 확인받은 것을 건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이 재산공개를 앞두고 염려하는 마음에 출장 중인 남편 이모씨에게 영농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이씨의 부탁으로 추모씨가 자경확인서를 받아 건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수석 문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이 품삯을 주고 농지를 관리한 만큼 자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수석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지난 6년간 거액의 차익을 거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 수석은 문제의 땅이 지난해 1월 기준으로 공시지가 1억 8536만원이라고 했으나, 인천시 토지거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2년 1월 공시지가 1억 9826만원이던 땅(3명 공동소유)이 2007년 1월에는 5억 1443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토지수용에 필요한 감정평가액으로는 박 수석 몫만 최하 3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6년만에 3배 이상 차익을 거둔 셈이다. 자경사실확인서에 서명한 통장 김모(56)씨가 문제의 땅인 운북동 24통 통장이 아니라 23통 통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확인서 서명자인 양모(49)씨가 김씨 말과 달리 자신은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점도 의문을 낳는다. 박 수석이 연간 30일 이상 직접 경작했는지도 의문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비록 품삯을 주고 대리영농을 하더라도 소유주가 직접 30일 이상 경작해야 한다. 박 수석은 품삯을 주고 대리영농을 해 온 사실은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30일 이상 경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곽승준 국정기획 수석 ‘대학3년때 판교 위장전입·투기 의혹 “부친이 돈줘 매입… 자경확인서 있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의 재산 취득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판교 신도시 예정지 인근 ‘노른자 땅’으로 위장전입과 투기 등 여부이다. 110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곽 수석은 고려대 3학년 재학 중인 지난 83년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617의2 일대 밭과 건물, 임야 등을 매입하고 주민등록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석달 뒤 원주소지인 서울 신사동으로 다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 당시 농지법은 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남시 금토동 땅은 판교 신도시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구입 당시 시세는 3.3㎡(1평)당 2만∼3만원가량이었으며, 현재는 7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곽 수석은 2006년 금토동 농지가 도로로 수용돼 수십배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에 대해 곽 수석측은 “금토동 땅은 부친이 돈을 줘 샀고, 증여세도 다 냈다.25년 동안 주말농장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자경확인서도 있다.”면서 “주소를 옮긴 것은 맞지만 취득과정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어 위장 전입을 통한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병국 외교안보 수석 11살때 땅매입… “부친이 내통장으로 사” 내정직후 땅 매각… “정상절차로 세금 내”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편법증여와 위장전입 은폐, 탈세 등 의혹을 받고 있다. 82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한 김 수석은 11살 때인 70년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 62의5 임야를 매입했다. 부친 김상기 전 동아일보 회장과 당시 10살이었던 동생 등 3명이 지분을 똑같이 나눠 샀다.99년엔 아버지의 지분마저 물려받았다. 김 수석의 두 아들도 생후 100일을 전후해 각각 서울 신림동 땅(7억원 상당)과 서울 성북동 땅(2억원 상당)을 조부로부터 증여받았다. 세무전문가들에 따르면 ‘조부모→손자’의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아들→손자’로 두 번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세금이 30∼40% 적다고 한다. 특히 김 수석측은 “11살 당시 아버지가 내 통장의 돈을 빼 땅을 샀다.”고 해명해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도 일고 있다. 김 수석은 또 지난 2월 외교안보수석 내정 직후 충남 아산 땅을 동생에게 4억 5000만원을 받고 팔았고,4억원을 자신의 재단(동아시아연구원)에 출연했다. 이에 위장전입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적 매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래과정에서의 탈세 의혹도 사고 있다. 그러나 김 수석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으며, 매각대금 중 증여세 5000만원을 냈다.”고 해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아웃사이더들, 학문현실에 비판의 칼

    아웃사이더들, 학문현실에 비판의 칼

    “지금의 우리는 선배 학자들과 다르고 앞으로도 달라야 한다. 우리 세대와 앞 세대의 학술운동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세대의식을 뚜렷이 드러내는 7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최근 ‘대안지식연구회’란 이름으로 모였다. 김원(성공회대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이명원(전 서울디지털대 교수), 하승우(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 연구교수), 김윤철(전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이승원(전 국회외교통상정책 보좌관), 이영제(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연구원), 김정한(‘대중과 폭력’ 저자)이 그들이다.1989년 혹은 90년 대학문을 들어선 ‘포스트 386’이자, 마흔이 채 되지 않은 학계의 막내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학계 선배들과 적극적으로 차별화한다.1970∼80년대를 헤치며 선배들이 땀 흘려 일궈온 학술운동단체에 비판의 칼날을 서슴없이 들이대고, 학계의 관료화된 지식생산 시스템에 거침없는 분노를 표시한다. 대학에 안정적 터를 마련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이기에 가능한 비판이지만, 대학에서 생존기반을 닦아나가야 할 비정규직 연구자들이기에 무모한 비판이기도 하다. ●뚜렷한 세대의식 표출로 지식사회 비판 대안지식연구회는 구성원들간의 오랜 인연에 뿌리를 뒀다.2001년,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 사망으로 촉발된 1991년 ‘5월 투쟁’의 10주년을 준비하며 서로를 알게 됐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그들은 7년이 흐르는 동안 반수 이상이 박사학위를 받았고, 각자의 전문영역도 확보했다. 김원은 노동사를 중심에 둔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 연구로 거대서사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들’을 복원하는 데 주력했고,2000년 당시 서울대 김윤식 교수의 논문표절을 비판해 문단을 발칵 뒤집었던 이명원은 반년간지 ‘비평과 전망’을 통해 기성 평단에 전투적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윤철은 진보정당에 몸담아 새로운 정치를 꿈꿨고, 하승우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희망을 걸고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자기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그들은 지난해 가을 다시 한 자리에 앉았고, 한국 지식사회를 향한 공통의 문제의식을 확인했다. 선배 학자들과 스스로를 구별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날 선 세대의식엔 학문후속세대로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실존적 고민이 투영돼 있다. 독재 시기 관제학문에 반발하며 비판적 학술운동의 전성기를 열었던 선배들의 현재를 바라보는 실망감도 반영돼 있다. 연구회 김원 대표는 “우리 세대 연구자들이 학문적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사회적 발언의 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동안, 제도권에서 안정적 기반을 확보한 선배들은 학문공동체의 역동성을 강화하기보다 현실인식과 실천방식에서 후속세대들과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켰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가 학술진흥재단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학문지원 및 개입정책에 대한 시각차다. 선배세대 학자들이 학진의 연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소극적 참여를 통해 제도권 지식사회에서 자기 위치를 정립해간 반면, 연구회는 학진 프로젝트를 ‘학문 부르주아’와 ‘학문 프롤레타리아트’로 양극화시키는 관료화된 지식생산 메커니즘이라고 비판한다. 영어로 쓰인 SCI(과학논문인용지수) 논문에 가중치를 주는 국내 대학들의 교수 승진·재임용 심사 정책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해괴망측한 행태”라고 혹평한다. 김 대표는 “앞 세대 학술운동을 주도했던 선배들이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시장주의적 학문정책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면서 “결국 선배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후배들은 대안적 학문공동체를 구성하기보다 개별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자기 학문에만 몰입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연구회가 향후 활동의 초점을 ‘제도권과 비제도권, 선배세대와 후배세대간 소통 모색’에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계 내·외부와 위·아래 소통 매개 연구회는 지난달 31일부터 매주 1회씩 연구자들이 돌아가며 사회 현안에 대해 논평하고, 이를 이메일로 구독자들에게 발송하는 ‘정치사회비평’을 시작했다. 같은 달 29일엔 ‘대안정치 실험의 성과와 한계’란 주제로 연구회의 첫 번째 월례토론회를 열었다. 특정 텍스트를 정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텍스트비평도 매달 진행된다. 모두 학문후속세대로서의 자의식을 분명히 표출하면서도 지식사회의 내·외부와 위·아래를 소통시킨다는 목적의식 하에 고민된 기획들이다. 김 대표는 “지금 당장 이거다 하고 제시할 만한 대안은 우리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오늘의 학문현실에 대해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소장 연구자들이 공동의 논의 테이블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데스크시각] 후진국 신드롬 벗자/백문일 경제부 차장급

    [데스크시각] 후진국 신드롬 벗자/백문일 경제부 차장급

    요즘 과천 정부청사의 점심 시간은 오전 11시40분부터 시작된다. 정권교체기 근무시간 준수 등 공직기강 점검에 걸리지 않으려고 20분 일찍 나갔다가 오후 1시에 맞춰 들어온다고 한다. 일찍 나가는 것은 업무 때문일 수 있기에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업무 때문에 점심을 거르고 오후 1시를 넘어서 들어오면 기강해이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웃기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강조하자 총리가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상인들을 만나 주차장 문제 등 애로사항을 들었다. 다른 장관은 3월3일 ‘삼겹살 데이’를 맞아 차관과 1급 공무원들을 대동하고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물가가 치솟고, 경상수지 적자 폭이 늘어 성장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재래시장 문제가 화급을 다툴 현안인지는 의문이다. ‘부자내각’ 논란이 일자 장관들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각종 논란이 일자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장관직을 돈으로 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일부 장관 후보들의 재산축적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땅을 사랑한다.”는 등 장관 내정자들의 막말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렇다고 ‘부자=투기꾼’으로 몰고 간 것은 지나쳤다. 그러다 보니 인사 청문회에서 따져야 할 자질과 능력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투기 여부를 따지는 고함과 이를 부인하는 촌극만 이어졌다. 솔직히 투기와 투자는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 어렵다. 동전의 양면이다. 차라리 논문표절이나 탈세 여부 등 선진국에서 중요시하는 잣대를 더 들이댔어야 했다. 탈법이라도 했다면 장관직 사퇴가 아닌 형사처벌로 가는 게 맞다. 부자가 장관까지 할 수 있느냐는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으로 말초적 즐거움만 제공하는 게 청문회의 기능은 아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특정지역 인사편중 시비도 그렇다. 능력이 안 되는 인사가 줄서기로 장관직을 꿰차서는 곤란하다. 정파와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명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연장선에서 거론되는 ‘지역안배’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뒤집어보면 능력이 부족해도 영남·호남·충청 출신들을 골고루 기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은 자동차로 5∼6시간이면 땅끝까지 갈 수 있는 소국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지역을 이리저리 쪼개 내편, 네편 할 대국이 아니다. 능력있는 인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집중돼 ‘대치동 내각’을 구성했다면 과연 잘못된 일일까. 새 정부를 편드는 게 아니라 인사는 결코 땅따먹기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개혁이니 혁신이니 한다. 하지만 변화만이 능사가 아니다.GPS를 활용해 위치추적시스템을 개발하는 소프트업체 관계자의 말이다.“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면서 등록하지 않은 불법 개발업체들이 덤핑으로 유통질서를 흔들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면서 “규제완화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규제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2차례에 걸친 에너지세제개편은 휘발유와 경유,LPG 가격을 100:85:50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경유와 LPG 값이 휘발유의 90%와 60%를 오르내린 지는 오래다. 고유가 등 환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는 후속 대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선진화 대열에 합류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후진적 신드롬’은 만연해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배아파 하고 윗사람 말 한마디에 우르르 달려나가는 전시행정 등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 제일은 ‘소망(소망교회)’이라”는 비아냥도 한낱 우스갯소리로 끝나기를 바란다. 백문일 경제부 차장급 mip@seoul.co.kr
  • [장관 인사청문회] 한나라 “안타깝지만 다행” 민주 “다음 타깃 김성이”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남주홍 통일부·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전격 사퇴하자 한나라당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민주당은 “나머지 후보들의 의혹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더 바짝 틀어쥐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초기에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안착하지 못해 발생한 일로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청와대가 당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총선에서의 부담을 덜도록 한 점을 그나마 소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두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 거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던 통합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반기면서도 추가 공세를 예고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인사청문회에서 김성이 장관후보자를 상대로 논문표절 의혹, 공금유용 의혹,5공화국 표창, 자녀 국적 포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는 등 김 후보자를 ‘제4의 부적격자’로 지목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장관 후보자 면면을 보면 의혹 백화점이고 ‘비리 알을 낳는 거위’ 같다.”고 비난했다. 남·박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데 대해서도 최 부대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상처 입은 국민에게 소명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나길회 한상우기자 kkirina@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취임] 대통령실장·靑수석 임명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김병국 외교안보·김중수 경제·이종찬 민정·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을 각각 임명했다. 논문표절 논란 속에 야당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도 이날 임명장을 받았다. 현역 의원인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와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는 국회의 한승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이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장관후보 청문회 줄사퇴 부를까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잡음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5일에도 이어졌다. 이날부터 명실상부 야당이 된 통합민주당은 장관 후보자 검증부터 총리 임명동의안까지 신중하고 단호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선명 야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장관 후보자를 보는 여론이 급랭하고 있어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도 심기가 불편하다. 일단 새 정부의 안정적 출범을 명분 삼아 26일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게 첫번째 희망사항이다. 전날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지만, 결과적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일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일부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들이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 데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다. 후보자 15명 가운데 이춘호·박은경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로 투기 의혹을 산 셈이다. 애초 장관 지명 당시 문제가 됐던 강경한 대북관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정도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경자유전 원칙을 무시하고 99년 경기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에 위치한 절대농지를 매입해 구설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유치 호재가 기대되던 2002년 강원 평창군 대관령에 아파트를 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박 후보자의 자녀,1남1녀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라는 대목도 적격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함께 논문표절 의혹에 시달리며 궁지에 몰렸다. 김 후보자의 장녀(31)도 2000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장복심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정화사업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고 공격했다. 장관 후보자 부적격성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이날부터 눈뜬 ‘야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장관 후보자 인선은) 검증 시스템 문제만이 아니고, 이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남주홍·박은경 장관 후보자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등 3명에 대해 자진 사퇴하거나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날 취임식을 우산 삼아 장관 인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한나라당은 장관 인선과 관련,“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0시 합참서 “3軍 이상없음” 보고 받아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0시 합참서 “3軍 이상없음” 보고 받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을 하루 앞둔 24일 취임식 준비와 외빈 접견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경호상의 문제로 소망교회의 예배에도 불참했고, 주말 테니스도 건너 뛰었다. ●남극 세종기지에도 격려 전화 이 대통령의 집무는 정확히 25일 0시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0시가 되자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로 전화를 걸어 당직 지휘통제반장으로부터 육·해·공 3군 모두 근무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군 통수권을 이양받았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17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집무에 들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극 세종기지로 전화를 걸어 연구진들을 격려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9시 통의동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부동산투기와 논문표절, 자녀 이중국적 등 수석 및 장관 내정자들의 논란에 대해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신해 경축사절로 방한한 린 파스코 유엔 사무차장과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을 당선인 신분으로 연이어 만났다. 이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미주 한인회장단 취임 축하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어 대선 기간 자신을 지지해준 해외동포 후원회가 시내 호텔에 마련한 취임 축하 리셉션에 참석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밤 11시 30분부터 보신각에서 시작되는 타종행사 및 전야제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대형 화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日총리등과 정상회담 보고 받아 이 대통령 한 측근은 “내일 취임식 직후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등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회담과 관련한 보고를 듣고 취임 준비를 했다.”면서 “평소 휴일에 비해 오히려 더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윤설영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학술재단 “박미석 내정자 논문표절 조사”

    한국학술진흥재단은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2006년 8월 발표한 연구 논문의 표절 조사에 대한 착수 여부를 25일 결정키로 했다. 박 내정자는 2006년 8월 대학가정학회지에 A씨와 공동 명의로 연구 논문 ‘가정내 변혁적 리더십 수준과 가정생활 건강성’을 발표했고 이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단은 2003년 당시 박 내정자를 비롯한 공동 연구자 5명에게 일반연구과제를 부여,3년간 3억원(연 1억원)의 공적 기금을 지원했으며 지원 기금을 통해 발표된 논문 14편 중 박 내정자의 관련 논문이 포함돼 있다. 재단 관계자는 “25일 오전 내부 회의에서 표절 조사 의뢰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박 내정자의 관련 논문이 표절인지, 제자와의 공동 명의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의학계 ‘논문표절’ 국제 망신살

    국내의 한 의대 교수가 해외 유명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저명한 외국 과학자의 논문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과학계는 지난해 3월 강성근 서울대 교수의 ‘늑대 논문’ 조작, 같은해 9월 이동희 서울시립대 교수의 간암세포 논문 도용 사건 등에 이어 또다시 빚어진 논문 표절논란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11일 과학계에 따르면 인제대 의대 한진 교수가 지난달 단백질학 관련 학술지인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에 기고한 ‘인체와 영혼 사이의 끊어진 고리(The missing link betwe en body and soul)’라는 제목의 논문이 기존에 발표된 7개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도용된 논문의 원저자 중의 한 명인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맥도날드 교수가 블로그를 통해 밝힌 뒤 생물학 관련 사이트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맥도날드 교수는 한 교수의 논문과 이전에 발표된 7개 논문을 비교 분석하면서 “최소한 13개 문단이 그대로 도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존 논문들은 미토콘드리아(세포호흡에 관여하는 세포 소기관의 하나)의 역할 규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한 교수는 이들 연구결과를 도용해 전혀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계는 단백질학계의 권위있는 프로테오믹스가 표절 사실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공동 저자인 카이로대학의 모하메드 와다 교수와 원거리상으로 저술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 같다.”면서 “이미 학술지측에 논문게재 철회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교수는 공동저자 중 누가 표절을 주도했는지 등 논문 작성과 관련된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프로테오믹스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는 “한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지만 아직 사태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한 교수는 “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연구윤리 교육을 계속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그러나 일부 연구자의 부도덕한 행태로 인해 생물학계 전체가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부산 비엔날레 조직위 이두식 홍익대 교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부산 비엔날레 조직위 이두식 홍익대 교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2008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두식(60) 홍익대 미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예술 시민단체인 ‘예술과 시민사회’는 이 교수가 2005년 일본 교토(京都) 조형예술대학에서 딴 것으로 알려진 박사학위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국내 석·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하고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이 단체는 이 교수 박사학위 논문의 본문 중 85%가 다른 국내 석·박사 학위 논문 11편과 내용이 같고 참고 문헌의 표기 오류까지 동일한 경우가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출처들까지 표절됐다고 주장했다. ‘예술과 시민사회’는 이 교수의 논문이 교토 조형예술대학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등록돼 있으나, 홍익대 도서관에는 책자로 된 논문이 없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통해 입수한 PDF 파일 논문을 대상으로 분석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예술과 시민사회’의 오상길(50)대표는 “이 교수가 교토 조형예술대에서 박사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아 학위를 취득했는지에 대한 추가조사 등 국내 학계의 재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미술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논문표절 행태를 계속 조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자기기인(自欺欺人)/육철수 논설위원

    중국 후한의 청백리 양진(楊震)은 ‘사지’(四知)라는 유명한 고사를 남겼다. 하늘이 알고(天知), 귀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안다(子知)는 뜻이다. 양진이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친분이 있던 왕밀(王密)이란 관리가 한밤중에 찾아와 금 열 근을 바치려 했다. 그러자 양진은 대로했다. 왕밀이 “(금을 주는 것을)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왜 그러시느냐?”고 묻자, 양진은 ‘사지’를 꼽으며 꾸짖었다고 한다. 이 고사는 2000년이 흐른 지금도 진실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말로 회자된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했다. 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의미다. 주자(朱子)의 어록을 모은 주자어류(朱子語類)와, 불서(佛書) 법원주림(法苑珠林) 등에 등장하는 말이다.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와 교수들의 논문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불감증으로 내내 시끄러웠으니 아주 그럴싸한 표현이다. 우리 사회가 거짓말에 놀아난 지긋지긋한 한해였지만,‘자기기인’은 여전히 이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의혹’은 대선이 끝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검찰은 이달초 수사를 통해 이 당선자에 대해 ‘증거없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선거 사흘 전에 불거진 ‘광운대 동영상’은 특검을 부르고 말았다.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대통령으로 뽑아놓고도 한편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더구나 대선 승리 측에서는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니 화합 차원에서 특검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이 솔솔 나온다. 다른 쪽에서는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야 새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고 나라도 바로 설 것”이란 논리로 맞서고 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어 어느 편을 들기가 난감하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사슴을 말이라 우길 수는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략적 발상일지라도 특검을 수용한 마당에 마다할 이유는 없다. 제3자는 특검의 결과로 수락석출(水落石出:흑막이 걷혀 진실이 드러남)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 보는 게 도리다. 진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며, 하늘과 신과 이 당선자와 김경준은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올해의 사자성어 ‘自欺欺人’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자기기인’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책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각종 불경(佛經)에 등장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 국·사립대 교수회 회장 등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뽑혔다고 23일 밝혔다. 교수신문은 설문조사를 위해 성균관대 안대회(한문학) 교수 등 7명의 학자로부터 사자성어를 2개씩 추천받았으며, 이중 5개를 추려내 설문을 실시했다. 자기기인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 또는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妄言)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인다. 주자는 ‘주자어류’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했다. 불서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는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길을 잃는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자기기인은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면서 “지난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등도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기인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안 교수와 함께 사자성어를 추천한 성환갑 중앙대 교수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자기기인’의 세태를 비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문화마당] 학력위조 斷想/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금년 한해를 장식한 말을 찾는다면, 학력위조란 어휘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숱한 의혹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검찰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수사를 마친, 신정아 사건의 발단은 학력위조였다. 신정아는 미국 명문대의 가짜 박사학위를 제출하여 대학 교수가 되고, 거짓이 들통 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위가 진짜라고 강변하였다.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는 기사를 보지 못했으므로 본인은 여전히 브로커를 통해서 산 학위가 진짜라고 믿는 모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학력을 속이며 행세를 해온 적지 않은 유명인이 위조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고, 예상외로 많은 사례가 드러났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 전체를 들쑤셔 놓았지만, 아무래도 대학 사회가 받은 충격이 가장 컸을 것이다. 지금 대학 사회에서는 학위 검증과 논문표절 방지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런 노력이 잘 수행된다면, 이 사건은 학위의 신뢰와 권위를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쉬쉬하던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든 점에서 공이 없지 않다. 이번 여름에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 내내 신정아 사건과 우리 지식인 사회를 떠올렸다. 내가 읽은 것은 학력위조가 소설의 발단이 되는, 전종서(錢鍾書)가 쓴 ‘포위된 성(圍城)’이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학력위조 행위가 지식인 사회에서 어떻게 가능하고 통용되는가를 되새겨보았다. 소설에서 위조행위는 발단에 불과하지만 실은 인물의 행동방식 전반을 아우르며 소설의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193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의 가식과 허위를 폭로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한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어쩌면 인간 보편성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어서 그럴 게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대개 외국에 나가 공부한 유학생 남녀들이다. 주인공 방홍지엔은 엉겁결에 유럽에 유학을 했으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돈이 떨어져 귀국하려니 박사학위가 필요해졌다. 마침 크레이튼이란 미국 가짜 대학의 학위를 파는 브로커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그 브로커까지 농락하여 500달러짜리 학위를 10달러에 사는 기지를 발휘한다. 사실 그는 가짜 학위를 이용하여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없었으나 그 학위는 그에게 직업과 사랑을 가져다주었다. 주인공에게 “학위증서는 아담과 이브 아랫도리의 나뭇잎 같이 부끄럽고 추한 것을 가려주는 기능이 있다. 학위증서가 없으면 마치 정신적으로 벌거벗은 것과 같았다.” 그런 귀중한 가짜 학위로 그는 산뤼 대학의 교수가 되고, 좋아한다는 확신도 없는 여자와 엉겁결에 결혼한다. 결국에는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만 고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못하고, 그렇다고 가식과 허영에 적극적으로 타협하지도 못한 채 파국을 만나지만…. 문제는 그의 주변에 존재의 근거인 학문보다는 권력과 돈벌이, 가식과 연애에 빠져드는 지식인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를 연적으로 오해한 차오신메이란 자는 애인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그를 지방 대학 교수로 추천한다. 어이없게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자 차오신메이도 같은 대학 교수가 되고, 거기서 주임교수의 아내와 추문을 일으킨다. 재주가 좋아 나중에는 중경에 가서 관리가 된다. 또 방홍지엔이 가짜 학위를 산 브로커로부터 학위를 산 한쉬에위란 교수도 있는데 그는 가짜 학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출세가도를 달린다. 이렇듯이 소설은 지식인들의 허영과 사기를 폭로하여 1930년대 중국을 해부한다. 전종서의 소설을 읽으면 지식인의 허위와 허영이 내뿜는 처량함을 한없이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소설적 상황이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진다는 것이 너무도 씁쓸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8개 공공기관 위탁교육도 ‘호사’

    신이 내린 직장은 근로조건뿐 아니라 민간위탁 교육도 호사스럽기 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결과는 논문표절, 불참석 등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선교(한나라당·용인 을) 의원은 환경·노동부 산하 20개 공공기관의 국내 민간위탁교육 실태를 분석한 결과 근로복지공단 등 총 8개 공공기관의 1∼3급 직원 5명 가운데 1명꼴로 6개월 이상 또는 풀타임 위탁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8개 공공기관은 환경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수도권매립지공사, 근로복지공단, 산업인력공단, 산업안전공단,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산재의료관리원 등이다. 한 의원에 따르면 8개 기관 모두 1년간 1인당 2500만원의 학비가 들어가는 S대 고급경영자과정을 지원하는 등 위탁교육에 투입한 비용은 무려 52억원에 이른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은 1∼3급 직원 중 34.6%가 위탁교육을 받아 중간 간부들이 돌아가며 위탁교육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위탁교육 이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논문의 대부분이 표절로 드러나 위탁교육이 일종의 휴가제도 개념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K대 근로복지정책과정의 경우 지도 교수에게 제출된 논문이 거의 같았다. 분량 차이는 있지만 제시하는 사례와 글의 순서, 형식 등이 표절됐다. 심지어 기수별로 논문의 목차와 결론까지 같았다. 또 한 의원측이 위탁교육 수행 교육기관에 문의한 결과 8개 공공기관이 위탁한 36개 과정 중 28개(78%)가 정식 학위과정이 아닌 ‘최고위’,‘전문가 과정’으로 대부분 성적관리는 없고 출결 관리만 할 뿐이었다. 특히 출근 없이 교육만 받는 직원들이 성과급은 물론 인건비가 아닌 직무수행경비인 직급 보조비와 월정 직책급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상 전년도 12월을 기준으로 재직한 모든 이에게 성과급을 제공하고 있기에 성과와 관계없이 교육훈련 중에도 모든 기관에서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 의원측은 또 환경관리공단의 중앙공무원교육원 고위정책과정은 경비 1548만원 가운데 1000만원이 해외연수 명목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공단의 S대 산업안전최고전문가과정 역시 해당 교육비 2500만원 가운데 약 600만원이 해외연수 명목의 경비였다. 한 의원은 “관련 교육기관 관계자조차 해외연수가 일종의 수학여행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면서 “결국 공단이 교육비와 성과급을 비롯해 관광성 여행경비까지 지원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동국대 학력위조 알고도 묵살

    동국대 학력위조 알고도 묵살

    신정아(35·여)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 위조에 대한 의혹이 2005년 9월 임용 당시와 지난 2월 재단 이사회 등 2차례나 학내에서 제기됐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씨를 감싸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종옥 동국대 교수회장은 13일 “신씨가 임용될 때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홍기삼 당시 총장에게 학력 위조 의혹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예술대학과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들은 신씨가 예일대에서 받았다는 학위가 위조된 것이라는 정황을 확보했으나 학교 측이 ‘검증해 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특채를 강행했다. 이후 미술사 전공으로 뽑힌 신씨는 예술대학이 아닌 문화예술대학원에 배치됐고,6개월을 휴직한 뒤 교양교육원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는 학교 규정에 없는 소속 변경이다. 지난 2월 열린 학교법인 동국대 제226차 이사회에서도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신씨의 학위 위조와 논문표절 의혹이 공식 제기됐다. 당시 재단 이사 장윤 스님은 “학위가 진짜일 경우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임용 심사자와 총장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5월 말에 열린 제228차 이사회에서 그동안 재단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장윤 이사를 만장일치로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오영교 현 총장 역시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임용택(법명 영배) 이사장은 “장윤 이사가 신씨의 학위 취득에 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며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 때문에 학계와 미술계, 불교계 등에서는 학교 측이 신씨의 학력위조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 또는 묵살했을 것이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상일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이사회에 신씨의 파면을 요구했다.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측은 신 교수가 13일 귀국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신 교수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안식년’ 한승주 총장서리 임명장 받아

    논문표절 논란으로 지난달 사퇴한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이 강의를 접고 ‘연구년(안식년)’에 들어갔다. 고려대 관계자는 12일 “이 전 총장은 지난해 총장 공모에 지원하기 전에 이미 연구년 신청을 해둔 상태였다.”고 밝혔다.고려대 관련 규정에는 근속기간 6년 이상인 교원이 연구년을 신청할 경우 대학측이 동의하면 두 학기(1년)까지 연구년을 사용할 수 있다.한편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은 이날 한승주 명예교수에게 총장서리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 총장서리는 이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공석이 된 총장직을 맡아 차기 총장이 선임될 때까지 고려대를 이끌게 된다. 재단 관계자는 “임명장에 임기가 명시되지는 않지만 올해 2학기가 끝날 때까지 총장 서리직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拾人牙慧(습인아혜)

    중국 진(晉)나라 때 은호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언변이 뛰어났고 청담(淸談)으로 당대에 이름을 날렸다. 그에게는 한강백이라는 외조카가 있었다. 그 역시 말이 청산유수였다. 어느 날 은호는 한강백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았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의 말을 판박이로 흉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에 은호는 “한강백은 내 이빨 뒤에 붙은 찌꺼기도 얻지 못하였구나(韓康伯未得牙後慧)”라고 탄식했다. 자신의 아구(牙垢, 이똥)도 제대로 줍지 못하면서 박식한 체하는 꼴을 보고 핀잔을 준 것이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문인들의 일화를 모은 ‘세설신어’ 문학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습인아혜(拾人牙慧)다. 남의 주장이나 말 따위를 도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남이 흘린 눈물과 침을 줍는다는 뜻에서 습인체타(拾人涕唾)라고도 한다. 논문표절 의혹을 받아온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총장은 학문적 양심에 속하는 문제를 신임투표라는 정치적 승부수로 해결하려 함으로써 결국 두 번 죽는 치욕을 겪고 말았다. 남의 글을 조금이라도 습인아혜했으면 먼저 그 잘못부터 시인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이 총장은 끝내 자신의 오류를 덮어둔 채 ‘권력게임’의 차원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 우를 범했다. 이제 표절은 더이상 학문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어선 안 된다. 연구윤리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표절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지식사회에 ‘솔 서칭(soul-searching)’의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윤리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분석하고 양심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혼돈의 고려대 어디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5일 전격 사퇴한 것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학내 문제에 강력한 영향을 지닌 교우회의 압박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총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재단 반응과 규정에도 없는 ‘신임 투표’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지만 40%에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교우회와 재단, 교수사회 3중 압박으로 사퇴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교우회는 이날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해’라는 회보 기사를 통해 “이 총장은 물론 전체 고대 사회가 입은 상처가 만신창이라고 할 만큼 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박종구(삼구그룹 대표이사) 교우회장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우회의 한 관계자는 “교우회장을 비롯,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이 총장이 무리하게 버티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한 빨리 파문이 수습되기를 기대했던 재단도 이 총장이 상의 없이 신임투표를 제안한 데 대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현승종 이사장이 지난 12일 “학술적인 문제를 인기투표로 해결해야 했나.”라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이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이는 등 내분이 있었던 것도 사퇴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한 교수는 “며칠 전부터 일부 처장들이 용퇴를 직언했다. 외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던 이 총장으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었다.”고 설명했다.●총장 지명제 도입 논란 일 듯 이 총장의 전격 사임으로 102년 역사의 고려대는 한동안 표류하게 됐다. 대내외적인 이미지 손상도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종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더 이상 혼란과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김호영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13명의 사표는 반려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행정공백은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선 김 부총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뒤 별도의 총장 서리를 임명, 새 총장 선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 이사장은 “현재의 간선제나 직선제 총장 선출제 모두 문제가 많다.”면서 “재단이 총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고려대가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현재의 간선제로 변경했던 2002년 12월 당시 교수 사회의 강한 반발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단의 개선방안은 교수들과 재단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아 보인다. 한편 이 총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고 새로운 총장 선출제도를 논의할 재단 이사회는 오는 23일 열린다.●교수사회 자성의 목소리 이중호(전북대 윤리교육과)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논문표절 진위를 떠나 학교 갈등의 시비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로나 개인으로나 사퇴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교수사회도 자성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전국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은 “당초 학문적 차원이 아닌 권력게임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결국 논문의 진위 규명이 아닌 총장 자리를 둔 정치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과학기술대 H교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총장도 깨달은 것 같다. 고려대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대 N교수는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놓고 파문의 본질인 연구윤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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